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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생은 처음이라 4

 

(원석) 랑아, 탄다, 뒤집어

 

몇 시 차 탄대?

 

7시

 

이제 탔겠네

 

(원석) 아니, 뭐, 지호 북유럽 이민이라도 갔어?

 

자기 집 간 거 가지고 뭘 그래?

 

남해는 4시간이면 가잖아

 

과속하면 3시간이면 가고

 

그게 아니라

 

지호가 얼마나 힘들게 서울에 올라왔는데

 

(원석) 아, 뭘 힘들게 와?

 

재수도 안 하고 합격해서 바로 올라온 애가

 

야, 하버드를 합격해 봐라 집에서 안 보내 주면 아무 소용 없지

 

(원석) 집에서 왜?

 

(호랑) 지호 아버지가 남해교대 아니면 대학 안 보내 준다 그랬거든

 

서울 가면 돈 든다고

 

아, 그랬어? 근데 어떻게 올라왔대?

 

그게, 지호가

 

좀

 

(수지와 호랑) 돌아이거든

 

지호가? 에이, 걔가 무슨 천하의 순둥이가 [경쾌한 음악]

 

너 아직 윤지호를 모르는구나?

 

[학생들이 떠들썩하다]

 

(호랑) 야, 이 정도면 잘 나온 거지

 

(수지) 지호 아버지의 철학은 확고했어

 

판검사 할 거 아니면 여자 직업은 무조건 교사

 

(호랑) 근데 지호가 서울대 법대 갈 성적까지는 못 나왔거든

 

[학생들의 환호성]

 

"졸업"

 

(호랑) 그래도 지호 꿈은 어릴 때부터 작가였으니까

 

서울대 국문과를 가겠다 결심했지 [지호의 한숨]

 

(수지) 그래서 밥 먹다가 국문과의 '국'을 겨우 꺼냈는데

 

(지호) 아버지

 

저 국문...

 

[종수가 소리친다] [흥미진진한 음악]

 

(호랑) 아버지는 진짜 국을 엎으셨지 [카메라 셔터음 효과음]

 

(원석) 헐, 근데 어떻게 설득했대?

 

(수지) 설득은 무슨, 말했잖냐, 돌아이라고

 

[닭이 꼬끼오 운다]

 

(호랑) 아무도 모르게 원서 등록 다 하고 입학식 전날

 

(수지) 야반도주를 했어

 

[비장한 음악]

 

[휴대전화 조작음]

 

(학생) 어, 안녕 [휴대전화 진동음]

 

[놀라는 신음]

 

(호랑) 지호 아빠 1학기 끝날 때까지

 

지호가 남해교대 다니는 줄 아셨다 [성난 한숨]

 

와, 지호 진짜 좀 돌아이네?

 

(원석) 난 쟤가 제일 돌아이인 줄 알았거든

 

(호랑) 아니야, 수지는 그냥 성격이 더러운 거야

 

[원석의 탄성]

 

윤지호가 생각지도 못한 것에서 뒤통수를 칠 때가 있지

 

[지호의 가쁜 숨소리]

 

지금 아저씨가 화나셔서 오래 못 기다리거든요 [버스 경적]

 

빨리 대답해 주셔야 돼요

 

네

 

저랑

 

결혼하실래요?

 

[아름다운 음악]

 

[버스 경적] (지호) 저, 빨리요, 기다리고 계셔서

 

네 [지호의 기쁜 숨소리]

 

그럼 제가 짐부터 빨리 뺄게요

 

아저씨가 화가 많이 나셔 가지고

 

저기

 

그 전에 물어볼 게 있는데

 

네, 말씀하세요

 

혹시 저를

 

좋아하십니까?

 

아니요

 

짐 가지고 오세요, 들어가 있을게요

 

[잔잔한 음악]

 

[연인들의 웃음]

 

사발면 그릇을 씻어 놓으셨더라고요

 

아, 네, 습관이 돼서요

 

정말 좋은 습관을 가지셨습니다

 

(지호) [웃으며] 감사합니다

 

[지하철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남자) 어, 저기 자리 났다, 자기 앉아

 

- (여자) 자기가 앉아 - (남자) 아니야, 자기 앉아 [여자의 웃음]

 

- (여자) 가방 줘 - (남자) 어

 

(여자) 근데 머리 진짜 잘됐다

 

- (남자) 그렇지? - (여자) 응

 

- (여자) 근데 더워 - (남자) 더워?

 

앉으시죠

 

(지호) 아, 먼저 앉으세요

 

아닙니다

 

[잔잔한 음악]

 

(지호) 나는 지금

 

집주인과 결혼하러 간다

 

제 조건은 이전과 동일합니다

 

이견 있으신지

 

어, 주인분 조건에는 이견이 없는데요

 

혹시 원하시는 조건이라도...

 

[멋쩍은 웃음]

 

아시다시피 제가 해 오던 일을 그만둬서

 

새로운 일자리를 구할 때까지

 

좀 생활비 조정이 필요할 거 같아서요

 

월세를 조금만 깎아 주시면...

 

얼마나 생각하십니까?

 

5만 원만 깎아 주시면

 

저도 크게 어렵지 않을 거 같은데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시죠

 

그럼 월 25만 원에 다시 계약하는 걸로

 

네, 감사합니다

 

(세희) 무리하시는 건 아닙니까?

 

결혼요

 

[잔잔한 음악]

 

지금 상황으로선 내려가시는 쪽이 더 경제적인 편이 아니신지

 

쩝, 아니에요

 

내려가더라도 무슨 일이든 구해야 하는 상황이고

 

또 거기다가 매일같이 아빠랑 부딪힐 게 뻔하고

 

(지호) 집세만 안 나간다뿐이지

 

상황적으로 서울보다 좋을 게 하나도 없거든요

 

일자리도 없고

 

월세를 능가하는 스트레스 강도군요

 

[지호가 살짝 웃는다]

 

그래도 좀 놀랐습니다

 

애정을 기반으로 한 결혼관을 가지고 계신 걸로 알고 있어서

 

(세희) 세입자로서의 결혼을 선택하신 게 사실은 굉장히 의외였습니다

 

그냥

 

말씀하신 것처럼

 

애정이나 사랑, 뭐, 이런 게

 

적어도 2년 동안은 필요 없을 거 같아서요

 

저한테 지금 필요한 건 저 방이니까요

 

(세희) 나는 오늘 세입자와 결혼하기로 했다

 

알고 있다

 

남들 같지 않은 남다른 선택이라는 것

 

그리고 사실은

 

살면서 한 번쯤은

 

해 보고 싶었어요

 

결혼

 

(세희) 생각보다 상당히

 

아, 이번 주 분리수거하셨어요?

 

(세희) 남다른 아내를 만났다

 

[옅은 신음]

 

[새가 짹짹 지저귄다]

 

[탄성]

 

진짜

 

잘 잤다

 

[웃음] [밝은 음악]

 

[개운한 신음]

 

[웃음]

 

[고양이 울음]

 

(지호) 아...

 

안녕히 주무셨어요?

 

네

 

(지호) 아 [지호의 헛기침]

 

같이 좀 드실래요?

 

안 그래도 아침밥치고는 조금 많이 하기는 했는데

 

아닙니다, 저는 아침에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이면 됩니다

 

네

 

[발랄한 음악]

 

[고양이 울음]

 

(지호) 음, 맛있다

 

밥도 잠도

 

이런 꿀 같은 아침이 정말 얼마 만인지

 

매슬로가 맞았다

 

먹고 자는 것도 힘든 마당에 뭔 놈의 연애, 뭔 놈의 사랑

 

보증금 500도 없는 내가 결혼 하나로 월세를 5만 원이나 깎다니

 

그게 2년 치면 얼마야, 도대체?

 

크, 신의 한 수였어, 윤지호

 

[편안한 한숨]

 

(세희) 편하다, 고양이도 나도 [고양이가 그르렁댄다]

 

이런 평온한 주말이 얼마 만인지

 

더 이상 소개팅에 시달리지 않아도

 

분리수거에 스트레스받지 않아도 된다

 

월세 5만 원 할인으로 이 값진 평온을 되찾다니

 

[물소리가 솨 들린다]

 

(지호) 아, 저, 계란 하나 썼어요

 

이따가 채워 넣을게요

 

네

 

(세희) 역시 세입자와의 결혼이 답이었다 [방울 소리 효과음]

 

[휴대전화 진동음]

 

(지호) 어, 지호

 

어? 그게 오늘이었나?

 

아, 알았다

 

어, 이따 저녁에 갈게

 

네, 조심해서 올라오세요

 

어

 

부모님이십니까?

 

(지호) 아, 네, 결혼식 때문에 오늘 올라오신다 그래 가지고

 

저는 이따가 저녁에 동생 집에 좀 가 봐야 할 거 같아요

 

그럼 저도 오늘 갈까요?

 

네? 왜요?

 

결혼을 하려면 인사를 드려야...

 

아, 그렇죠

 

그런 것들을 해야 되죠, 결혼을 하려면

 

네, 사실 제가 어젯밤에 프로세스 정리를 좀 해 봤는데

 

아, 그럼

 

[흥미로운 음악]

 

(지호) 저걸

 

다 한다고요?

 

보시는 사항은 일반적인 결혼

 

(세희) 그러니까 애정을 기반으로 한 결혼일 경우

 

수행되어야 할 절차들입니다

 

저희 같은 경우는 모든 걸 다 생략하고

 

[포인터 작동음]

 

요 부분, 여기까지만 수행하면 됩니다

 

(지호) 네, 그, 그럼 오늘 저희 집에 인사를...

 

제 생각엔 그게 효율적일 것 같은데 혹시 너무 갑작스러우시면

 

아니요, 오늘 가시죠

 

[비장한 효과음]

 

네

 

[우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 (호랑) 안녕히 가십시오 - (손님) 네, 수고하세요, 가자

 

(호랑) 슬기 씨

 

(직원1) 네, 매니저님

 

아까 13번 테이블 오더 잘못 받았었지?

 

아, 네

 

죄송합니다 다음부터는 실수 안 하겠습니다

 

쯧, 그건 말이 안 되지

 

네?

 

수습 2개월이 어떻게 실수를 안 해?

 

그냥 실수하면 나한테 알려 줘 그래야 내가 빨리 수습을 해 주지

 

네, 매니저님

 

3번 테이블에 예약 있으니까 세팅하고

 

(직원1) 네

 

어?

 

(호랑) 어, 뭐야, 말도 안 하고! 나 진짜 삐진다?

 

너 때문에 어제 우리 막걸리 5병이나 깠어

 

그래서 이렇게 바로 다시 왔잖아

 

치

 

그래서 그 집에 다시 하우스메이트로 들어간다고?

 

어, 하우스메이트이긴 한데

 

말하자면 좀 길어

 

(지호) 수지랑 셋이 같이 보자, 조만간

 

(호랑) 수지한테는 말했어? 뭐래?

 

응, 전화했더니 그냥 됐고 술이나 마시재

 

(호랑) [놀라며] 그렇게 먹고도 술이 또 들어간대?

 

어, 걘 토끼인가 봐 간을 맨날 어디서 빨아 오나 봐 [지호의 웃음]

 

근데 그건 뭐야? 고기? 한우?

 

(지호) 어, 나 어디 좀 가야 돼 가지고

 

그러고 보니 오늘 차림새가 좀 남다른데?

 

(호랑) 오, 웬일로 백도 메고

 

[발랄한 음악]

 

뭐야?

 

이거 지금

 

차림새가 딱 어디 인사 가는 각인데?

 

[호랑의 놀라는 신음]

 

지호, 너

 

어?

 

새 작가님 만나러 가는구나?

 

[익살스러운 효과음]

 

어 [호랑의 웃음]

 

(호랑) 그래, 잘 생각했어

 

세상에 작가, 감독이 걔네밖에 없냐?

 

그런 놈들 때문에 관두기에는 네가 아깝지

 

[어색한 웃음]

 

호랑, 나 물어볼 게 있는데

 

(호랑) 응?

 

그, 남자가 여자 집에 인사를 갈 때

 

남자가 어떤 얘기를 해야 어른들이 좋아하실까?

 

(지호) 어, 그러니까 결혼 같은 거 승낙받으려면

 

네가 그런 게 왜 궁금해?

 

[익살스러운 음악]

 

아니, 그게, 어...

 

대사 써야 되는구나?

 

(호랑) [놀라며] 새 작가님이 테스트하는 거야?

 

아, 그런 거라면 또 내가 전문이지

 

그렇지?

 

[지호의 어색한 웃음]

 

[밝은 음악]

 

[안내 음성] 잠시 후 도착 버스는...

 

[반짝이는 효과음]

 

일찍 오셨네요?

 

네

 

(세희) 아, 버스 오네요, 가시죠

 

아, 예

 

[밝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그럼 제가 유념해야 할 항목은 그 세 가지 말고는 더 없을까요?

 

(지호) 아, 변수가 하나 있긴 한데

 

남동생이 조금 골 때리는 편이라

 

골 때린다 함은 어떤 식의?

 

(지호) 아니에요 그 녀석은 제가 전담 마크 할게요

 

그냥 저희 아버지만 좀 신경 써 주시면 괜찮을 거 같습니다

 

네, 세 가지 항목 기억하겠습니다

 

(지호) 음, 만약에요 그 세 가지 방법이 다 안 통하면

 

다른 방식을 좀 택해야 할지도 모르겠는데

 

어떤 방식일까요?

 

그게 좀 선호하지 않으시는 방식일 수도 있는데

 

(지호) 제가 친구한테 자문을 좀 구했거든요

 

그 친구가 결혼 전문가라

 

[익살스러운 음악]

 

(호랑) 장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결정적 한마디

 

첫 번째, 따님 손에 평생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겠습니다

 

두 번째, 따님을 '사장 사모님' 소리를 듣게 하겠습니다

 

세 번째, 따님을 평생 공주님처럼 모시고 살겠습니다

 

네 번째, 벽에 똥칠할 때까지 따님만을 사랑하겠습니다

 

이게, 이게 통한다고요?

 

네, 아마도요

 

아니요, 이 사태만은 제가 기필코 막겠습니다

 

[비장한 신음]

 

[한숨]

 

[개가 왈왈 짖는다]

 

(지석) 누나, 이야, 나가 살더니만 까리해졌노, 어?

 

이 못 보던 옷인데, 이거, 어?

 

(지호) 아이다, 원래 있던 거다

 

(지석) 아인데, 이것도 못 보던 가방인데, 어?

 

(지호) 아, 원래 있던 거라니까

 

(지석) 아인데, 다 이거...

 

- 못 보던 남자인데? - (지호) 아이, 원래 있, 있...

 

(지호) 어, 그, 남자 친구다, 인사해라

 

(세희) 처음 뵙겠습니다, 남세희라고 합니다

 

아, 예, 윤지석입니다

 

(지호) 아, 엄마 아빠 있제?

 

(지석) 어, 어, 어, 어

 

어, 식사 안 하셨죠?

 

들어오세요, 예

 

어여 들어오세요, 들어오세요

 

(세희) 나쁘진 않은데요?

 

그렇게 골을 때리시는 것 같지는 않...

 

(지석) 엄마, 아빠! [흥미진진한 음악]

 

누나가 남자 데리고 왔다 팔다리 다 달렸다!

 

나와 봐 봐, 어?

 

(종수와 현자) 뭐라고?

 

(지석) 엄마, 엄마, 빨리 나와 봐라!

 

- (종수) 뭐라고? - (현자) 뭐를 데려와?

 

- (지석) 진짜, 진짜, 진짜, 진짜다 - (종수) 응?

 

(지석) 진짜 백 프로, 백 프로 빨리 온나, 빨리 온나!

 

[익살스러운 효과음]

 

[으르렁대는 효과음]

 

[깨갱대는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와, 그거, 꽃게된장 안 좋아하나, 어?

 

방아 큰 거 넣고 팔팔 끓여가, 이게

 

이, 서울에서는 못 먹어 보는 귀한 긴데, 이게

 

예?

 

[으르렁대는 효과음]

 

(지호) 많이 먹으라는 뜻입니다

 

아, 네, 맛있게 먹겠습니다

 

[종수의 헛기침]

 

한잔, 음

 

네

 

[익살스러운 효과음]

 

[으르렁대는 효과음] [긴장되는 음악]

 

[깨갱대는 효과음]

 

[익살스러운 음악]

 

(지호) 저희 집은 가부장 원 톱 체제이기 때문에

 

아버지를 집중 공략 하시면 됩니다

 

세 가지만 기억하시면 되는데요

 

첫째, 첫 잔은 무조건 원샷입니다

 

[옅은 탄성]

 

내도 한 잔 줘

 

네

 

그래, 무슨 일 한다고?

 

소셜 네트워킹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회사에서

 

[으르렁대는 효과음] 수석 디자이너 및 CTO로 일하고 있습니다

 

[긴장되는 음악]

 

(지호) 둘째, 대답은 무조건 단답형으로 [익살스러운 음악]

 

두 마디 이상 길어지면 안 들으세요

 

IT 기업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오, IT? 어

 

그래, 그, 뭔 IT?

 

네, 휴대폰 애플을 개발하는 일인데

 

어, 애플? [긴장되는 음악]

 

(종수) 어, 그, 뭐, 전자 제품 만드는 하청 회사가?

 

(지호) 셋째, 뭔가 설명을 요구할 때는 고유명사를 예로 드세요

 

최대한 유명한 걸로

 

그러니까 그, 요즘 많이들 쓰시는 깨톡 같은 걸 만드는 회사입니다

 

[휘파람 효과음]

 

(종수) 어, 그래?

 

그 회사가 어디쯤 있는데?

 

네, 코워킹 스페이스라고 [으르렁대는 효과음]

 

[긴장되는 음악] (세희) 스타트업들이 밀집...

 

[깨갱대는 효과음]

 

삼송과 알지 사이의 건물에 있습니다

 

어, 그거 완전히 노른자 땅 아이가, 어? [익살스러운 음악]

 

(종수) 그, 좋은 데 다니네, 어, 그래 [지석이 호응한다]

 

[지석의 웃음] 요즘은, 마, 대기업도 다 단물 빠진 기라

 

어, 그래, 그, 깨톡, 페이스북 이런 거 만드는 게

 

이게 4차 산업 혁명 아이가, 어? 어

 

[종수가 계속 말한다] (지호) 혼자 신나서 계속 말씀을 하신다

 

그럼 거의 미션 클리어입니다

 

(종수) 사람이, 마, 가만히 있어도 저절로 가요, 저절로, 어?

 

[종수의 웃음]

 

이게 4차 산업 혁명이야, 응?

 

[종수의 웃음]

 

저절로 가요, 저절로, 어

 

[종수와 지석의 웃음]

 

(현자) 자, 고만하고 밥 드시소

 

(종수) 거, 방아를 너무 많이 넣은 거 아이가? 어?

 

에이, 쯧

 

(지호) 저, 아빠

 

그래서 저희가

 

결혼을 하고 싶은데요

 

- (은솔) 헐 - (지석) 대박

 

결혼?

 

(지호) 아니, 저, 뭐 갑, 갑작스러운 건 아는데

 

서로 나이도 있고 [개가 짖는 효과음]

 

[으르렁대는 효과음] [깨갱거리는 효과음]

 

또 뭐, 기왕 하는 거 고마 빨리해 버리는 게

 

(지석) 누나, 니 아 뱄나? [긴장되는 음악]

 

아베... [지호가 콜록거린다]

 

아이, 아이다

 

(지호) 저, 그런 거 절대 아이다

 

[지호가 콜록거린다]

 

근데 여기서 아베가 왜 나옵니까?

 

[으르렁거리는 효과음]

 

[익살스러운 음악] (지호) 그러니까 그, 아를 배...

 

임신했냐고요

 

네?

 

아, 아닙니다 절대 그런 일은 없습니다

 

[으르렁대는 효과음]

 

저희가 주거 공간을 함께 공유하고 있긴 하지만

 

[긴장되는 음악] (세희) 서로 사적인 영역은

 

절대 침범하지 않는...

 

(지석) 둘이 같, 같, 같이 산다고요?

 

(현자) 아, 그러면 니 그, 같이 산다는 언니가 [으르렁대는 효과음]

 

남자 친구가?

 

뭐라고?

 

같이 살아?

 

[으르렁대는 효과음] [긴박한 음악]

 

[지석의 말리는 신음] (종수) 아니, 지금 둘이 동거한단 말이가?

 

(지호) 아이다, 아빠, 그게 아이고...

 

내가 니를 그리 가르쳤나, 응?

 

쎄가 빠지게 서울 보내 놨더니만 어디 못된 짓만 하고 다니노! 어?

 

동거?

 

마, 고마하시고 앉으이소

 

(종수) 가시나, 니 돌았나, 어? 정신 나갔나?

 

콱, 마, 대가리 빡빡 깎아가 방에 가둬 뿌까! [지석의 놀란 신음]

 

잠시 오해가 있으신 것 같습니다

 

(세희) 지금 현재 저희가 하고 있는 동거는 그런 개념이 아니라...

 

뭐? 동거? 동거?

 

[익살스러운 효과음] (종수) 니 지금 동거라고 씨불였나?

 

저는 지금 오해하고 계신 부분을 바로잡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잠시 제 말을 들어 주시면...

 

빗자루 같은 게 어디 꼬박꼬박 입을 놀려 쌓노! 어?

 

확, 마, 쓸어 뿌까! 응? [지석의 말리는 신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지석의 놀라는 신음]

 

[개가 왈왈 짖는 효과음]

 

[오싹한 효과음]

 

[고양이가 날카롭게 우는 효과음]

 

[깨갱대는 효과음]

 

따, 따, 따, 따, 따, 따, 따님 손...

 

따님 손에 평생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겠습니다!

 

[멀리서 개가 왈왈 짖는다]

 

[우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직원들이 말한다]

 

(호랑) 아유, 아, 편하다

 

(직원2) 매니저님, 그 소파 사기도 전에 질리는 거 아니에요?

 

질리긴? 나 벌써 이 소파에 맞춰서 인테리어 구성도 싹 다 해 놨다고

 

[직원들의 웃음]

 

(가게 직원) 오늘은 왜 안 오나 했네

 

[가게 직원의 웃음]

 

어, 소파 다음 주 중에 배달 갈 거예요

 

(직원1) 아, 네

 

(직원2) 어, 슬기 씨, 이거 샀어?

 

네

 

(직원3) [멋쩍게 웃으며] 집 원룸이라 그러지 않았어?

 

집에 소파 들어갈 데가 있어?

 

(직원1) 저, 이사를 하게 돼서

 

저 사실

 

결혼해요, 다음 달에

 

[저마다 놀란다] - (직원2) 뭐? - (직원4) 대박

 

(직원3) 진짜 축하해 [저마다 축하한다]

 

(직원1) 매니저님, 죄송해요

 

(호랑) 응? 뭐, 뭐가?

 

[어색한 웃음]

 

나한테 왜?

 

매니저님이 이 소파 너무 사고 싶어 하셔서

 

(직원1) 하나밖에 안 남았다 그래서

 

제가 다른 거로 사려고 했는데요 오빠가 이게 너무 마음에 든다 그래서

 

[직원1의 멋쩍은 웃음]

 

[어색한 웃음]

 

(호랑) 아, 아, 뭐야, 이 분위기? [사람들의 어색한 웃음]

 

아이, 됐어, 없으면 다른 거 사면 되지, 뭐가 문제야?

 

- (호랑) 아, 저, 언니, 나 갈게요 - (가게 직원) 어

 

(호랑) 다들 내일 보자

 

[저마다 인사한다]

 

(가게 직원) 들어가

 

[직원2의 탄성] (직원3) 너무 잘됐다

 

(직원2) 어디서 만났어? [저마다 말한다]

 

[통화 연결음] (원석) 어, 랑아

 

석, 나 좀 데리러 나와

 

뭐야? 어딘데 이렇게 시끄러워?

 

[시끌벅적하다] (원석) 어, 나 밖이야, 상구 형 만났어

 

(호랑) 뭐야? 그걸 왜 지금 얘기해? [상구의 시원한 숨소리]

 

아니, 나는 너 오늘 회식한다길래

 

쯧, 그냥 왔어, 너랑 저녁 먹으려고

 

아, 진짜?

 

그럼 조금만 기다릴래요? 30분 있다 나갈게

 

배고파 죽겠는데 뭔 30분이야?

 

아, 됐어, 혼자 먹을래

 

[통화 종료음] 쯧

 

[한숨]

 

랑아, 랑

 

[통화 종료음] 랑...

 

(상구) 여친이랑 또 싸웠어?

 

(원석) 얘 요새 왜 이러는 거야? 진짜, 씨, 쯧

 

형한테 말해 봐, 뭐 때문에 그러는지

 

그걸 모르겠으니까 미치고 팔짝 뛰겠는 거죠

 

줘 봐

 

뭘요?

 

핸드폰, 전문가가 데이터 분석해 줄게, 공짜로

 

아, 됐어요, 우리 랑이는 내가 제일 잘 알아요

 

싫으면 말고

 

자, 데이터 분석 들어갈게

 

[흥미진진한 음악] (상구) 자, '사랑해, 뭐 해, 매장 쉰다'

 

'내일 주꾸미 먹자, 주꾸미' 빈속에 먹으면 큰일 나

 

- (원석) 그거 이상한... - 아야 해, 아야, 알았어

 

[상구가 숨을 씁 들이켠다]

 

(상구) 아이고, 문제의 사진이 나왔고

 

(호랑)

 

(원석)

 

(상구) '슬기 득템했네, 추카추카'

 

너 미쳤지?

 

그게 왜...

 

너 이 메시지에 어떤 그, 메타포가 분석이 안 되는 거지? 레알, 지금? [흥미로운 음악]

 

아니, 자기 사진 보냈길래 이쁘다 그러고

 

(원석) 매장 직원 결혼했다길래 축하해 줬는데

 

뭐, 그거 말고 뭐가 더 있어요?

 

[익살스러운 음악] 맙소사

 

자, 보자

 

(상구) 이 사진이 정녕 자기 사진을 보낸 걸까? 어?

 

그리고 그냥 이게 직원 무슨 축하한다는

 

그런 이야기로 보이는 거야?

 

이 두 개의 공통된 시그널이 분석이 안 되냐고

 

이 개발자야

 

소파?

 

[상구의 한숨]

 

아니, 무슨 소파 얘기를 이런 식으로 해요?

 

사고 싶으면 사고 싶다 그러면 되지

 

사면 그거 너희 집에 둘 데 있어?

 

그 좁아터진 옥탑방에

 

그 소파를 사자는 말을 여자가 어떻게 꺼내냐고

 

아, 아

 

(상구) 아, 아이고, '아'다, '아'야

 

아, 자, '아' 해 봐

 

(원석) 아...

 

[상구의 한숨]

 

그래서 계속 신혼집 막, 소파, 그런 얘기를 했구나

 

[흥미진진한 음악] 기분이다

 

(상구) 형이 너한테 정말 중요한 얘기 해 줄게, 잘 들어

 

여자들은 절대 자기가 원하는 걸

 

직접 자기 입으로 남자에게 얘기하지 않아, 절대

 

그들은 자기가 원하는 걸 남자 입으로 듣기를 바라는 거지

 

그래서 그 원하는 걸 듣기 위해서

 

남자에게 계속 말을 해

 

그 말을 계속 돌려

 

휘몰아치고 [익살스러운 효과음]

 

번개처럼 돌다가 쾅쾅 했다가, 막 [천둥이 콰르릉 치는 효과음]

 

귀엽게 또 막 돌려, 막

 

막 이렇게 돌려, 그냥 막!

 

딱!

 

납득이 가?

 

그러니까 너 같은 하수들은 맨날 뺑이만 치는 거야

 

아, 역시, 형님

 

연애는 얼굴로 하는 게 아니라 스킬로 하는 거네요

 

[원석의 옅은 탄성] (상구) 뭐, 연애는 얼굴로 할 수도 있어

 

[반짝이는 효과음]

 

내가 누구냐?

 

마상구

 

[익살스러운 음악] 마성의 상구

 

그런 남자야 [상구의 웃음]

 

(원석) 마성의 상구, 마성의 상구

 

[원석의 탄성]

 

(지호) 물 좀 드세요

 

아, 네

 

[긴장되는 음악]

 

[익살스러운 효과음]

 

(세희) 따, 따, 따, 따, 따, 따, 따님 손...

 

따님 손에 평생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겠습니다!

 

[한숨]

 

물이군요

 

무릎은 괜찮으세요?

 

[지호의 한숨]

 

(지호) 저도 무릎 꿇는 사태만은 어떻게든 막아 보고 싶었는데

 

아빠가 상 엎으면 게임 끝나는 거라 어쩔 수가 없었어요

 

그래도 그 덕에 아빠 신임을 얻었으니까 결과적으로는...

 

도대체 그런 관용구는 누가 만들어 낸 걸까요?

 

(세희)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겠다니

 

그게 현실적으로 상용 가능한 일입니까?

 

다른 후보들도 많았는데

 

[고양이가 으르렁대는 효과음]

 

그나마 고른 겁니다

 

[고양이가 날카롭게 우는 효과음]

 

[익살스러운 음악]

 

(지호) 주무세요

 

[문이 달칵 닫힌다]

 

[헛웃음]

 

그나마 고른 거 맞네

 

[휴대전화 메시지 수신음] [한숨]

 

(지호) 응?

 

(호랑)

 

(지호)

 

(호랑)

 

(지호)

 

(호랑)

 

(지호)

 

[잔잔한 음악]

 

[호랑의 한숨]

 

[문이 달칵 여닫힌다]

 

[한숨]

 

랑아, 자?

 

내가 미안해

 

(원석) 그동안 나 때문에 많이 힘들었지?

 

진작에 빨리 알아들었어야 됐는데

 

뭘?

 

내가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

 

(원석) 나 진짜 다 알았으니까 내가 다 알아서 할게

 

그동안 속 시원하게 말도 못 하고

 

울지 마

 

일로 와

 

(호랑) [훌쩍이며] 몰라, 이 똥멍청이야

 

[잔잔한 음악] 마지막 소파도 막내가 사 갔단 말이야

 

(원석) 한 번만 봐줘

 

한 번만 봐줘 [호랑의 앙탈 부리는 신음]

 

[원석의 애교 섞인 신음]

 

[쪽 뽀뽀한다]

 

[호랑의 힘주는 신음] 봐줄 거야?

 

(호랑) 알겠어 [원석의 애교 섞인 신음]

 

[함께 웃는다]

 

[새가 짹짹 지저귄다]

 

[세희의 옅은 숨소리] (지호) 출근하세요?

 

(세희) 네

 

어제 인사하러 갈 때 샀던 선물 세트 비용입니다

 

음, 반씩 부담하는 게 맞는 거 같아서

 

아니에요, 그건 그냥 제가

 

(지호) 어제 고생도 많이 하셨는데

 

무, 무릎 괜찮으세요?

 

생각해 봤는데 어제는

 

현명한 결단을 내리셨던 거 같습니다

 

[멋쩍은 웃음]

 

(세희) 실상 저희 프로세스에서 양가 인사가 가장 중요한 절차인데

 

지호 씨의 결단으로 깔끔하게 처리됐으니

 

투자 대비 효용 가치가 있는 일이었습니다

 

[지호의 어색한 웃음]

 

다행이네요, 그렇게 생각해 주셔서

 

네

 

저도 오늘 집에 말할 생각입니다

 

오, 오늘요?

 

네

 

저희 집도 기본 가부장제 진영이긴 한데

 

(세희) 실상 어시스트가 강화된 투 톱 체제라

 

아, 어머니가 어시...

 

그래서 인사 전에 먼저 어머니 쪽으로 볼을 넘길까 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같이 셀카 한 번만

 

세, 셀카는 왜...

 

텍스트보다 확실한 이미지 하나가 납득에 더 효과적일 것 같아서요

 

아, 네

 

[옅은 신음]

 

[익살스러운 음악]

 

[카메라 셔터음] (세희) 음?

 

다시 찍어야 되는 거죠?

 

(지호) 네 [지호가 코를 훌쩍인다]

 

[카메라 셔터음]

 

(지호) 이, 이렇게 옆으로 한번 해 보실래요?

 

- (세희) 이렇게요? - (지호) 네

 

(세희) 음?

 

씁, 이, 이러면 버튼을 누를 수가...

 

(지호) 아, 그, 이, 이 손으로 하면 되는데

 

[세희의 옅은 탄성]

 

[카메라 셔터음]

 

(세희) 결혼할 여자분입니다

 

[직원들이 시끌벅적하다]

 

(직원5) 오늘 점심 메뉴 뭐래?

 

[한숨]

 

[비밀스러운 음악]

 

(보미) 점심 안 드세요?

 

전화받고요

 

안 오는데요?

 

곧 옵니다

 

[휴대전화 벨 소리]

 

(상구) 아휴, 너무 많이 먹었다

 

야, 내가 살다가 너한테 밥을 다 얻어먹는다?

 

(원석) 아유, 스승님인데 제가 사야죠

 

투자자도 소개시켜 주셨는데

 

(상구) 와, 오늘 의상 완전 느낌 있는데?

 

너 여자 친구랑 화해했구나?

 

(원석) 뭐, 오늘 사러 갑니다

 

(상구) 잘했다, 잘했어

 

아니, 인생 어떻게 그렇게 살 거야, 어?

 

그냥 없으면 없는 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그냥 갖추면서 사는 거야

 

그게 인생이야

 

(원석) 진짜 형 팁이 도움이 많이 됐어요

 

- (상구) 에이 - (원석) 저 안 그랬으면

 

(원석) 똥멍청이처럼 막 하나도 모를 뻔했어

 

역시 여자 문제는 마블리입니다

 

(상구) 에이, 잠깐만

 

(상구) 나 303호야, 언제 와?

 

형, 여자 친구 생겼어요?

 

담뱃불? 이름이 뭐 이래요?

 

여친 아니야

 

작년에 내가 담뱃불 붙여 주다 만난 여자인데

 

그날 둘이 303호 굿 타임 바로 입성했지

 

오, 모텔 굿 타임?

 

근데요?

 

(상구) 씁, 아니, 근데 엊그저께 만났는데 생을 까더라고

 

내가 기억이 안 난대

 

그래서요?

 

그래서 프로페셔널답게 바로 미끼를 던졌지

 

- (원석) 어 - 바로 답장이 오겠지

 

303호라니요? 무슨 말씀이시죠?

 

[익살스러운 음악] [원석의 의아한 숨소리]

 

그럼 뭐라 그러실 건데요?

 

'어, 이거 지은이 전화번호 아닌가요?'

 

'아이고, 죄송합니다'

 

'저는 303호라고 저장돼 있길래 지은이인 줄 알았어요'

 

오, 이거 한 방 먹이는 건가요?

 

(상구) 먹이는 거지 [원석의 웃음]

 

303호가 자기뿐인 줄 알아?

 

선영이, 미자, 숙희 다 303호야 어디서 까불어? 쯧

 

형, 이 여자 진짜 열 좀 받겠는데요?

 

이제 봐라

 

여기까지 빡쳐 가지고

 

완전히 이성을 잃은 상태에서 답장을 보낼 거야

 

또 하나 배웠습니다

 

- (상구) 가자 - 예, 스승님

 

(수지) 메신저 왔었네?

 

(상구)

 

(수지) 뭐야? 이 병신, 쯧

 

(박 대리) 내가 그렇게 술을 그렇게 많이 먹었는데, 어?

 

어? 에이스, 퇴근해?

 

오늘 이 대표랑 한잔하기로 했는데

 

아, 그래요? 메신저 온 거 없던데?

 

어, 방금 연락 왔어

 

- (수지) 아 - (박 대리) 음

 

(박 대리) 그러면 1차만 있다 가

 

좀 중요한 약속이라 오늘은 어려울 거 같아요, 죄송해요

 

중요한 약속? 누굴 만나길래?

 

[옅은 탄성]

 

데이트?

 

[웃으며] 아니에요

 

(박 대리) 아니긴 뭐가 아니야?

 

그러고 보니까 오늘 화장하고 의상하고 신경을 좀 썼는데?

 

남친 생겼네, 남친 [직원6이 피식 웃는다]

 

다음번 회식에는 꼭 참석하겠습니다

 

그럼 내일 봬요

 

(박 대리) 그래, 알았어

 

너무 늦지 말고, 술 먹지 말고 엄마 걱정하신다

 

[한숨]

 

[한숨]

 

[발랄한 음악]

 

(원석) 야

 

[피식하며] 너 회사에서 이러고 다니는 거 알아?

 

뭘 사길래 여기까지나 나오라 그래? 차 겁나 막히는구먼

 

[수지를 툭 치며] 아, 네가 꼭 같이 가 줘야 돼

 

여기 너희 랑이 일하는 데잖아 너희 랑이랑 가면 될 걸, 왜?

 

아, 안 돼 랑이 모르게 사야 된단 말이야

 

뭔데 그래?

 

그런 게 있어, 빨리 와, 같이 가자

 

[원석의 개운한 한숨]

 

어? 석이 왜 이 시간에?

 

나 데리러 왔나?

 

[원석의 웃음]

 

뭐야? 나한테 연락도 없이 왜 둘이서?

 

[통화 연결음]

 

[휴대전화 진동음]

 

(원석) 어

 

어, 석, 어디야?

 

(원석) 어? 어, 나 사무실이지

 

- 그래? - (원석) 어, 왜? 무슨 일 있어?

 

아니, 나 끝나고 바로 간다고

 

(원석) 어, 그래, 이따 봐

 

어

 

뭐야?

 

혹시... [익살스러운 효과음]

 

[놀라며] 설마

 

[원석의 웃음]

 

[휴대전화 진동음]

 

[익살스러운 음악] (호랑)

 

(원석) 휴

 

(수지)

 

[발랄한 음악]

 

(호랑) 응, 알았어, 일찍 갈게

 

[수지의 힘겨운 숨소리]

 

[원석의 힘겨운 신음]

 

(수지) 이래서 네가 날 불렀구나?

 

(원석) 당연하지 이 힘든 걸 나 혼자 어떻게 하냐?

 

야, 랑이 이거 보면 깜짝 놀라 갖고 눈알 튀어나오는 거 아니야?

 

안 그래도 눈 큰 애가

 

야, 떨어지면 네가 주워서 도로 넣어라

 

[원석의 웃음]

 

(수지) 근데 할부 몇 개월로 했냐?

 

(원석) 12개월, 나 진짜 큰맘 먹고 샀다

 

야, 너 진짜 큰맘 먹었네, 어? [원석이 피식 웃는다]

 

오래 기다렸을 텐데 이 정도는 해야지

 

[휴대전화 메시지 수신음]

 

허, 참

 

뭔데?

 

븅? 아니, 누구길래 대화명이 이래?

 

있어

 

차단하게?

 

차단했어

 

[원석이 피식 웃는다]

 

[익살스러운 음악]

 

(상구) 지은아, 올 때 오빠 셔츠 좀

 

영윤아, 오빠 303호야

 

(상구) 아니, 어떻게 된 거야?

 

문자도 확인 안 하네?

 

(세희) HK에서 메일 왔더라

 

[상구의 한숨] 데모 데이 최종 보고서

 

누군데?

 

뭐, 무슨 대리였는데

 

우 대리?

 

(세희) 흠

 

아니, 박진호 대리

 

[칭얼거리며] 박, 박진호

 

(상구) 박진호

 

(호랑) 언니, 안녕하세요

 

(가게 직원) [웃으며] 왔어?

 

(직원3) [놀라며] 그 소파 나갔나 보네?

 

(가게 직원) 어, 어, 누가 디피된 거라도 사겠다고 해서 오늘 나갔어

 

음, 어쩐대? 이제 다른 데 가도 못 구할 텐데

 

괜찮아요, 저도 곧 이사하면 좀 더 큰 게 필요해서

 

어, 정말? [발랄한 음악]

 

(직원4) 매니저님, 이사하세요?

 

아직 계약 기간 많이 남으셨잖아요

 

아니, 뭐, 그 전에 이사할 일이 생길 거 같아서

 

(직원2) [놀라며] 혹시 매니저님도 결혼하세요?

 

아직 뭐가 결정 난 건 아니고 근데 뭐, 멀지 않을 거 같기는 하네?

 

(직원2) [놀라며] 진짜요?

 

[저마다 축하한다]

 

(직원1) 어, 잘됐다

 

그럼 제 결혼식 부케 매니저님이 받으세요

 

뭐, 그래

 

[직원4의 웃음]

 

- (호랑) 지호 - 아, 깜짝이야!

 

[함께 웃는다]

 

(지호) 안 그래도 나 지금 너한테 전화하려 그랬는데

 

(호랑) 뭐야? 웬 케이크?

 

(지호) 원석이가 사 오라던데?

 

뭐 축하할 일 있다고

 

너희 오늘 무슨 날이야?

 

원석이가?

 

아, 심원석 바보탱구 무슨 서프라이즈를 이렇게 허술하게

 

[호랑의 생각난 숨소리]

 

(호랑) 지호, 있지, 나 오늘

 

[속삭이며] 프러포즈 받아

 

[지호의 놀라는 숨소리] [발랄한 음악]

 

(지호) 너희 그럼 이제 진짜...

 

(호랑) [웃으며] 내가 알고 있었던 거 비밀이야

 

아씨, 놀라는 표정 어색하면 안 되는데

 

[놀라는 숨소리] [지호가 살짝 웃는다]

 

어때? 안 어색해?

 

안 어색해 [휴대전화 진동음]

 

[호랑의 웃음] 눈알 튀어나올 거 같아, 야

 

(지호) 잠깐만

 

랑아, 나 전화 좀 받고 들어갈게

 

(호랑) 알겠어, 빨리 들어와

 

네

 

[흥얼거린다]

 

(원석) 야, 야, 야, 야, 랑이 왔나 보다

 

- (원석) 야, 빨리 불 꺼, 불 꺼 - (수지) 이거?

 

(원석) 아니, 아니, 그 옆의 거, 그거, 그거

 

어, 어

 

[스위치가 탁 꺼진다]

 

석, 집에 왜 불을 다 꺼 놨어?

 

(호랑) 석, 집에 없어?

 

[문이 달칵 열린다]

 

[호랑이 킥킥댄다]

 

[스위치를 탁 켠다]

 

(원석과 수지) 짜잔!

 

[원석과 수지의 웃음]

 

(수지) 야, 눈알 튀어나온다, 야

 

[원석의 웃음]

 

이게 뭐야?

 

(원석) 우리 랑이가 너무 놀라서 할 말을 잃었구나?

 

[원석의 웃음]

 

내가 얘기했잖아 눈알 튀어나온다고

 

아, 다행이네요

 

어머니가 안 믿으시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세희) 네, 셀카를 여러 번 찍은 보람이 있었습니다

 

저도 오늘 친구들한테 말하려고요

 

(세희) 아, 그, 여고 때부터 친구분들 말씀이시죠?

 

네, 좀 마음에 걸리던 친구가 있었는데

 

다행히 먼저 결혼을 할 거 같아서요

 

잘됐네요

 

근데 저는 좀 너무 갑작스러운 거라 애들이 믿을지 모르겠어요

 

제가 아침에 찍은 커플 셀카를 보내겠습니다

 

그걸 한번 이용해 보시죠

 

아, 네, 알겠습니다

 

그럼 주무세요

 

[통화 종료음]

 

뭘 어떻게 이용하라는 거지?

 

(호랑) 야, 심원석!

 

하, 미친 거 아니야? 돌았어?

 

(호랑) 여기다 소파를 놓으면 어쩌자는 거야!

 

(원석) 아니, 네가 갖고 싶어 했잖아, 소파

 

없는 자리 만들어 가지고

 

내가 마지막 겨우 하나 남은 거 사 왔구먼

 

아니, 또 뭐가 문제인데?

 

어? 왜 그러는데, 또?

 

테트리스 하냐, 지금, 어?

 

(호랑) 네 눈으로 봐 밥 먹을 공간이나 있어, 지금?

 

아, 소파에서 밥 먹을 거냐고!

 

아, 먹으면 되지, 왜 못 먹어?

 

[기가 찬 숨소리]

 

내가 너랑 뭔 말을 하냐?

 

쪽팔려, 진짜, 씨

 

뭐, 쪽팔려?

 

내가 쪽팔려?

 

(원석) 야, 양호랑 너 진짜 말 그따위로 할래?

 

(수지) 야, 하지 마

 

(호랑) 그따위로 안 하면 네가 말을 알아들어?

 

서울대 나오면 뭐 하냐? 사람 말을 이렇게 못 알아 처먹는데

 

- (지호) 야, 그만해 - (원석) 뭐?

 

진짜 말 다 했냐, 지금?

 

(원석) 그럼 네가 말을 알아 처먹게 해 주든가!

 

나한테 못 알아 처먹는다고 지랄만 하지 말고!

 

[잔잔한 음악]

 

너

 

지금 나한테

 

지랄이라 그랬어?

 

야

 

왜? 또 울려고?

 

그럼 내가 또 빌어야 되냐?

 

뭐?

 

아니, 왜 맨날 나만 미안해야 되는데, 어?

 

아, 왜 맨날 나만 너 맞춰 줘야 되는데?

 

하, 진짜...

 

진짜 지겹다, 지겨워

 

아, 막, 씨, 진짜

 

나가지 마

 

나가면 끝이야, 심원석

 

[훌쩍인다]

 

[성난 숨소리]

 

(지호) 그만 마셔

 

[호랑이 숨을 하 내쉰다]

 

네가 소파 가지고 싶다 그랬다며

 

(수지) 원석이 저거 할부로 어렵게 샀나 보던데

 

너희 아까

 

주얼리 숍엔 왜 간 거야?

 

(수지) 응?

 

거기 내 시곗줄 갈러

 

야, 원석이가 내 시곗줄도 자기 돈으로 갈아 줬어

 

소파 같이 옮겨 줘서 고맙다고

 

원석이 같은 애가 어디 있어? 걔가 평소에 좀 잘하냐?

 

[쓴웃음]

 

프러포즈

 

오늘은 네가 좀 심했어

 

(수지) 아무리 화가 나도 그렇지 우리도 있는 앞에서

 

야, 걔가 그거 산다고 매장을 몇 군데나 돌아다녔는데

 

프러...

 

프러포즈 받는 건 줄 알았다고!

 

[잔잔한 음악] (호랑) 누가, 누가 진짜 소파 사 달랬냐고

 

소파 놓을 수 있는 집에 가고 싶다 그랬지

 

많이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고 하길래

 

나는 오늘...

 

나는 오늘 프러포즈 받는 건 줄 알았다고

 

[오열한다]

 

(지호) 호랑의 꿈은 17살 때부터 한결같았다

 

(호랑) 자그마치 7년이야

 

이제 우리 매장 막내도 결혼하는데

 

나는 언제까지 나이 서른에 연애만 해야 되는 거냐고

 

[오열한다]

 

(지호) 좋은 엄마가 되는 것

 

[한숨]

 

(호랑) 내 나팔관도 이제 얼마 안 남았어

 

내 자궁도 이제 늙는다고

 

아, 못 들어 주겠네, 진짜

 

야, 울지 마, 그만해

 

결혼, 그게 뭐라고, 진짜

 

[훌쩍인다]

 

뭐?

 

결혼?

 

그게?

 

(호랑) 그래, 너같이 잘난 맛에 세상 혼자 다 사는 너 같은 여자는

 

결혼 같은 거 우습겠지, 근데 [수지의 헛웃음]

 

나같이 쥐뿔도 없는 년은 결혼이 다라서 그런다

 

인생의 목표다, 왜!

 

[답답한 한숨]

 

그런 말이 아니잖아, 내 말은 [호랑이 흐느낀다]

 

네 인생이 나팔관이야?

 

(수지) 네 아이덴티티가 고작 자궁이야?

 

왜 네 자존감을 결혼이랑 맞바꾸냐고!

 

나 같은 건 자존감도 자궁에 붙어 있어서 그렇다, 왜!

 

(수지) 야, 양호랑, 너 꼬지 마

 

왜 계속 말을 꼬아 들어!

 

잘난 척 좀 하지 마, 재수 없으니까!

 

(수지) 미친년, 저거 또 지랄병 도졌네

 

[못마땅한 숨소리]

 

아휴, 진짜

 

(지호) 야, 어디 가?

 

나 더는 여기 못 있겠다

 

먼저 갈게

 

(지호) 야, 야, 수지야, 수지야!

 

야, 수지야! [호랑의 못마땅한 숨소리]

 

- (지호) 아, 진짜, 잠깐만 - (호랑) 나쁜 년

 

수지야

 

지호, 내가 오늘 어땠는지 알아?

 

나 오늘 모처럼 제시간에 퇴근한 날인데

 

그놈의 소파 산다고 자기 남친 따라다니고

 

자기 방 청소까지 했어

 

근데 내가 쟤한테 재수 없다는 얘기까지 들어야겠어?

 

알아, 랑이가 오늘 잘못했어

 

[한숨]

 

(지호) 그러니까 얼굴 보고

 

화내고 싸우고 그러고 풀고 가

 

너까지 오늘 이렇게 가 버리면

 

랑이, 쟤 너무 외롭잖아, 오늘

 

[한숨]

 

외로운 것도 시간이 있어야 하는 거야

 

(수지) 잘 시간도 없이 피곤한 친구한테, 어?

 

자기 짜증을 기어코 푸는 게 그게 섭섭하다고, 난

 

[수지의 한숨]

 

[휴대전화 진동음]

 

지호, 잠깐만

 

어, 받아 [차 문이 달칵 열린다]

 

(수지) 네, 대표님

 

[웃으며] 정말요? 저 찾으셨어요?

 

(지호) 고등학교 때 수지의 꿈은 사장님이었다

 

무슨 일을 하든 간에 꼭 사장이 될 거라고 했다

 

(수지) 아니요, 제가 대표님보다 중요한 일이 어디 있겠어요

 

[잔잔한 음악] [수지의 웃음]

 

(지호) 항상 자신이 인생의 주인공이었던 멋진 아이

 

그게 수지였다

 

네, 네, 곧 뵐게요, 네

 

[통화 종료음]

 

나 회사 들어가 봐야 될 거 같아

 

지금? 이 밤에?

 

(수지) 낮밤이 어디 있냐, 월급쟁이가

 

중요한 클라이언트인데 술자리 빠지면 뒤끝 엄청

 

[지호의 한숨]

 

[수지의 한숨]

 

(지호) 사장님이 되고 싶었던 수지는

 

사장님들이 부르면 달려가야 하는 회사원이 되었고

 

[한숨]

 

[지호의 한숨]

 

(지호) 결혼이 유일한 꿈이었던 호랑은

 

연애 5년에

 

동거만 2년째

 

(지호) 그리고 나는 서울에서 살기 위해

 

(지호) 집주인과

 

결혼하기로 했다

 

[축구 중계 소리가 흘러나온다]

 

이야기는 잘되셨습니까?

 

친구분들이 납득하시던가요?

 

아니요

 

못 했어요, 일이 좀 있어서

 

저기, 혹시

 

친구분들은 뭐 하세요?

 

아니, 그러니까

 

어, 다들 무슨 일 하시면서 어떻게들 사시는지

 

뭐, 회사 다니거나 결혼했거나 사업하거나

 

그렇게들 살죠, 남들처럼

 

[살짝 웃는다]

 

그렇죠, 남들처럼

 

[지호의 한숨]

 

아니, 문득

 

저희가 지금 어디쯤 서 있는 건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잔잔한 음악] 다들 달려가고는 있는데

 

이게 지금 꿈에 가까워지는 건지

 

아니면 멀어지는 건지

 

(지호) 감이 잘 안 와서

 

그래서 먼저 가 본 사람들은 어떻게들 사나 궁금해져서요

 

그래서 여쭤봤어요

 

그런 거라면 더더욱 다른 사람에게 물어서는 안 되죠

 

예전과는 상황이 다르니까

 

(세희) 잘 아시겠지만 이미 모든 게 포화나 고갈 상태이기 때문에

 

세상은 더 이상 나아지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니까 모든 기준도 새롭게 세워야겠죠

 

가령 예를 들자면

 

결혼

 

같은 거요?

 

네

 

(지호) 세상이 나아질 리가 없으니

 

(지호) 당연히 내 인생도 더 나아질 리가 없다

 

더 나은 내일이 아니라 최악의 내일을 피하기 위해

 

[지호의 한숨] 사는 걸지도 모른다

 

(세희) 그럼

 

(지호) 아, 저기, 잠깐

 

제가 저희 결혼 생활에 대한 기준을 한번 생각해 봤는데요

 

어, 아무래도 이 결혼의 제1 기준은 효율성과 경제성이 아닐까 싶어서요

 

네,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래서 말인데

 

(지호) 여타 비용이 드는 일은 좀 되도록 생략했으면 하는데요

 

뭐, 결혼식이라든가 그런 건 당연히...

 

당연히 생략입니다

 

(세희) 저희 결혼에 관한 모든 절차와 지출은 딱 상견례까지만

 

네, 꼭 그래야 될 거 같아요

 

네, 반드시

 

[잔잔한 음악] (지호) 예전처럼

 

사랑해서 결혼하는 건

 

[고양이 울음]

 

금수저들이나 하는 의식이다

 

[스위치를 탁 끈다]

 

"졸업"

 

[스위치를 탁 끈다]

 

(지호) 이제 우리는

 

(지호) 근데 저희

 

아무것도 안 하기로 하지 않았나요?

 

네, 그랬던 것 같네요

 

(지호) 그저 평범하게 먹고살기 위해

 

뭐라도 해야 한다

 

[밝은 음악]

 

(세희) 제가 동성애자다에 베팅하셨던 분들

 

이성애자다

 

무성애자다

 

저 결혼합니다

 

- (수지) 언제부터 사귄 건데? - (지호) 사...

 

(세희) 집주인과 세입자의 관계 이상 요구받는 건 사실 좀 많이 불편합니다

 

(호랑) '헤어진 마당에 말해 뭐 해? 입만 아프게'라고 전해 주세요

 

디피됐던 거라서 그러는 거야

 

(원석) 아, 그거였네, 아 [호랑의 속상한 신음]

 

(세희) 아버지는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호랑) 순둥이 이거 애먼 사람한테 넘어간 거 아니야?

 

제 결혼식입니다 그래서 꼭 가야 합니다

 

(세희) 아주 짧고 흔한 결혼식으로

 

[수지와 지호의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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