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사와 조이 7
(조이) 아, 맛있겠다, 맛있겠다
[조이의 들뜬 숨소리]
이 닭은 특별히 참기름과 청장으로 양념을 하여…
(조이) 음, 간도 되어 있네
[이언의 한숨]
생각보다 거친 식습관을 가진 여인이로군
(조이) 음
아, 근데 너무하신 거 아닙니까?
아무리 작전이라지만
익위사가 있다는 걸 어찌 그리 감쪽같이 속이셨습니까?
미리 말해 줬으면 티가 났을 것 아니냐
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간 떨어져 죽을 뻔했습니다, 예?
제… [조이가 콜록댄다]
[콜록대며] 송, 송구합니다
괜찮으냐?
[콜록댄다]
그러게 천천히 꼭꼭 씹어 먹으라고 했잖느냐
아, 그러지 말고
등을 좀 이렇게 쓸어내려 주시면 안 됩니까?
등을 쓸어 달라고?
(조이) 네, 이렇게
아래로요, 아래로
[조이가 콜록댄다] 아, 아래로?
[조이가 연신 콜록댄다]
[잔잔한 음악]
(조이) 아, 뭐 하시는 겁니까? 하고는 계시는 겁니까?
(이언) 하고 있…
다
[조이가 연신 콜록댄다]
[콜록댄다]
[조이가 콜록댄다]
[조이의 헛기침]
[헛기침]
[조이의 헛기침]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잘 먹는다더니, 나 원 [조이가 그릇을 탁 집는다]
생전 고기라곤 구경도 못 해 본 사람마냥
게걸스럽게 덤비고선 꼴이 이게 뭐냐?
기껏 차려 놨더니, 쯧
저 같은 여염집 아낙네가
살코기를 언제 맛보았겠습니까?
이렇게 많은 살코기가 제 밥그릇에 있는 걸 처음 봅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렇다고 씹던 음식을 내뱉으면 어쩌자는 것이냐?
내 음식에 다 튀어 가지고 도저히 먹을 수가 없지 않느냐
너나 먹거라
(조이) 이게 뭡니까?
엿이다
[감성적인 음악]
엿?
[거친 숨소리]
[조이의 거친 숨소리]
하, 돌았나?
무슨 엿에 손잡이를…
[살짝 웃는다]
[이언의 헛기침]
[이언이 부스럭거린다]
[조이의 헛기침]
[긴장되는 음악]
(수하1) 없습니다
[도수의 짜증 섞인 숨소리]
(아전) 아…
홍석기 어디 있어?
[아전의 겁먹은 소리]
(도수) 해운판관인지 뭔지 당장 나오라 그래
[울먹이며] 아니, 판관 영감은 여기 안 계십니다
퇴청했어? 집은 어디인데?
그게 아니라
암행을 나온 어사 나리께 추포되어 끌려가셨습니다
어사? [아전이 훌쩍인다]
소양상단에 잡혀 있습니다요, 지금
[도수의 웃음]
그걸 왜 이제 말해?
아까부터 몇 번 말씀드렸는데…
그랬어?
가자
[흥미로운 음악]
[코 고는 소리가 들린다]
[쓱쓱 비비는 소리가 난다]
[힘주는 숨소리]
[놀란 신음]
[석기가 끈을 쓱쓱 비빈다]
나리, 아유, 괜찮으셔유?
닥치거라
[긴장한 숨소리]
[놀란 숨소리]
[끈을 쓱쓱 비빈다]
[옅은 신음]
(비령) 얘들아
잘 있었지?
[끈을 쓱쓱 비빈다]
[힘주는 숨소리]
(꼭두쇠) 허허, 이를 어쩔시고? [남사당패의 추임새]
아, 우리 어여쁜 풍물재비들이
산채 두령님 잔칫날을 기꺼이 축하하러 왔는디
[사람들이 호응한다]
저 한양서 오신 고집불딱 샌님께서
아, 이놈들을 낚싯밥 삼아 난장질을 도모허니
[사람들이 호응한다]
아, 이야말로 잘하면 살 판이오
못하면은 꽥 죽을 판이 되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호응한다]
아, 해서 살 판인지 죽을 판인지
한판 놀아 보는디
[사람들이 호응한다] (구팔) 얼쑤
[흥겨운 북 연주] (꼭두쇠) ♪ 아침에 우는 새는 배가 고파 울고요 ♪
♪ 저녁에 우는 새는 님이 그리워 운다 ♪
♪ 누이는 좋겄네 ♪
♪ 누이는 좋겄어 ♪
♪ 총각네들이 튼실해서 ♪
[사람들의 웃음] ♪ 누이는 좋겄네 ♪
[사람들이 호응한다]
(사람들) ♪ 너영 나영 두리둥실 놀고요 ♪
♪ 낮에 낮에나 밤에 밤에나 ♪
♪ 참사랑이로구나 ♪
[사람들이 노래한다] [무거운 음악]
(말종) 저것들이 말이여
산채에서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구먼
아주 그냥 태평성대 나셨어, 응?
남의 생일에 남의 집에서
지들이 잔치까정 하고 지랄들이여
즐길 수 있을 때 즐기라 그래 [말종이 술을 조르르 따른다]
곧 다 죽여 버릴 테니까
태서야, 팔 어떡하면 좋냐
[태서가 팔을 탁 잡는다]
[태서가 잔을 탁 받는다]
그것들 죽이는 데는 아무 문제 없어
넌 목통을 가져와 난 도화선을 깔 테니까
너 설마 그걸 여기다 쓰게?
(말종) 야, 인마
잘못하다가 백귀령 다 날아갈 수도 있어
어사 놈만 잡을 수 있으면 더한 것도 날릴 수 있어
서둘러
[밝은 음악] (육칠) 도대체 나는 못하는 것이 무엇인가
어떤 여자가 데려갈지 궁금하다, 궁금해
[사람들의 웃음] (광순) 아이고
[구팔의 기합] [조이의 웃음]
(구팔) 아, 잠깐만, 됐어
[조이의 웃음] [구팔의 거친 숨소리]
웃음이 참 헤픈 여인이로군 [조이가 말한다]
(육칠) 어, 보이십니까? 보이십니까?
- (육칠) 보이십니까? 보이십니까? - (광순) 나리
노는 법도 배워야 압니다
(이언) 아, 그게 그게 무슨 말인가? [광순이 재촉한다]
(이언) 지금 어떻게 하란 말인가?
(광순) 아이고 남들 다 안 놉니까?
자, 지금 가 보입시다
[광순의 힘주는 소리] (이언) 아이
(광순) 아이고, 좀
[이언의 헛기침]
(조이) 나리도 좀 해 봐요, 이렇게
아, 손을 크게, 크게
[이언의 놀란 탄성]
이렇게
[조이의 놀란 숨소리]
[사랑스러운 음악]
[이언의 놀란 탄성] [밝은 음악]
[육칠의 웃음]
(육칠) 괜찮으십니까?
[육칠의 웃음] (이언) 어
(육칠) 아이고 큰일 날 뻔했습니다 [조이의 헛기침]
하마터면 요, 요 두 입술이
마주칠 뻔했습니다, 아휴
아, 진짜 저 없으면 어떻게 사시려고
[웃으며] 다행이시죠?
(조이) 응, 그래 그래, 고, 고마워
고맙다, 응
[살짝 웃는다]
네가 언제부터 날 그렇게 생각했다고
[육칠의 웃음]
(육칠) 아휴
[흥미로운 음악]
[힘주는 숨소리]
[쓱쓱 비비는 소리가 난다]
[석기와 이방의 놀란 숨소리]
[살짝 웃는다]
나, 나리, 나리
[의미심장한 효과음]
(이방) 나리, 나, 나리, 나리
지도 여기 있어유, 예?
나리, 나…
[무거운 음악]
허튼수작 부리지 마
그것을 쓸 줄은 알고? 어?
내가 전직이 산 도적이라고 얘기한 적이 없던가?
(석기) 전직은 무법자에
현재는 사기꾼 무당에 대단한 자로구나, 어?
[석기의 웃음]
너희들 같은 탐관오리들도 별다를 거 없을 텐데?
[헛웃음]
[비령의 신음]
[이방의 놀란 탄성]
[방울이 딸랑거린다]
이년이 [비령의 신음]
[비령의 분한 숨소리]
[팍] [긴장되는 음악]
[비령의 떨리는 숨소리]
[도수가 칼로 퍽 찌른다] [비령의 놀란 숨소리]
[석기의 신음] [떨리는 숨소리]
[놀란 숨소리]
[비령의 떨리는 숨소리] [무거운 음악]
도련님, 이러시면…
[한숨]
홍석기 맞지?
(도수) 이게 죽어야
우리 아버지가 두 다리 뻗고 주무시지 [비령의 놀란 숨소리]
내가 맞게 죽인 거지?
[떨리는 숨소리]
(이방) 예예, 맞, 맞, 맞, 맞…
맞습니다, 해, 해운판관, 예, 예
[비령의 겁먹은 숨소리]
[이방의 겁먹은 숨소리]
넌 누군데?
저, 저, 저, 저, 저, 저는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방) 그냥 전 영문도 모른 채 이곳에 끌려와서 이렇게 잡혀 있고
저들과는 아무런 연관도 없고
저 계집이 해운판관을 해하려고 했습니다
[이방의 흐느끼는 숨소리]
무슨 중대한 원한이 있는 것이죠!
[떨리는 숨소리]
쟤가?
(이방) 예
[이방이 흐느낀다]
[다급한 숨소리]
[도수의 웃음]
뭐 해?
잡아!
[긴박한 음악]
[비령의 놀란 숨소리]
[방울이 딸랑거린다]
(도수) 어서 잡아!
야
잠깐만
천천히
재미 좀 보자
(덕봉) 자
(바회) 형님 [덕봉이 통을 탁 놓는다]
남은 등뼈에다가 깻잎 썰어 넣고 탕이나 좀 끓여 볼까?
애들 허기질 시간인데
왜?
곡두에서 납입 기한을 닷새 뒤로 미뤄 달라고 합니다
[흥미진진한 음악]
구복이 원수라고
밥 벌어먹고 살기가 이리 치사해서야
[말이 투레질한다] (바회) 같이 가겠습니다
애들 참이나 좀 챙겨 주게
[말 울음]
[시끌벅적하다]
[문이 삐걱 열린다]
(한기) 그 선을 넘어오지 않는 게 좋을 거요
(덕봉) 그러지
[긴장되는 음악]
[지지직]
[총성이 탕탕 울린다]
"동인도 회사 포르투갈"
[비장한 음악]
무슨 짓이야!
물건을 가져갔으면 값을 치르든가
(덕봉) 아니면 그 대가를 치르는 것이
우리네 거래 방식 아니오?
(맹수) 백귀령에 사정이 생겨 닷새 말미를 달라 하지 않았소?
값은 치를 것이오
닷새라니?
그렇게 먼 미래를 생각하며 살지 않소, 나는
내일까지 대납하시오
그러지 않으면 이 거래는 없는 걸로 하겠소
(한기) 그 많은 염초를 일일이 장터에 내다 파시게요?
아니면
병조에 납품하시게요?
그게 아니라면 날 너무 막 대해선 안 될 겁니다
조선에 곡두 말고
염초를 대량으로 사들일 상단 없으니까
강 행수도 날 너무 얕잡아 봐선 안 될 거요
(덕봉) 곡두에서 원하는 만큼
대량으로 염초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곳은
조선에 나밖에 없으니까
3일 더 주지
(맹수) 어이
물건을 박살 냈으면
보상을 해야 될 거 아니야!
우리 거래에 대한 교훈을 얻었을 테니
그 또한 공짜가 아닌 것!
[성난 숨소리]
행수님, 역관으로부터 서신이 왔습니다
포도아에서 낭가삭기로 가는 배에
(한기) 조총을 실었다는군
[이방의 다급한 소리]
[기겁한다]
(이방) 한낮에 살인 사건이 몇 번이나 일어나는 거여
아유, 이제 자복해 버릴까 보다
이래서 사람은 죄짓고 살면 안 된다니께
[풀벌레 울음] [밤새 울음]
노곤할 터인데 하루 쉬었다 가지 그러는가
(꼭두쇠)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지는 게
저희네 인생입니다요
한판 잘 놀았으니
다른 판 찾아 떠나야지요
광대야, 뭣 하느냐?
(남사당) 예!
[구성진 풍물 연주]
(남사당패) ♪ 여기서 놀고 ♪
[남사당패의 노래가 멀어진다]
(익위사) 나리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이리 급히 가시게요?
이 지역에서 소란이 있었다는 것을 알면
인근 관아에서 곧 시찰을 나올 것입니다
(익위사) 그 전에 저희는 조용히 물러나겠습니다
위태로울 때마다 번번이 구해 주시니
얼마나 든든하고 한편 송구한지
[차분한 음악]
이루 말로 다 할 수가 없습니다
저하께서 그토록 당부하셨잖습니까
(익위사) 무슨 일이 있어도 나리를 지켜 드리라고
(이언) 생계는 어찌하고 계십니까?
(익위사) 산 입에 거미줄 치겠습니까?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러지 말고
궐에 복직하시는 건…
(익위사) 싫습니다
세자 저하보다 오래 살아 있는 것도
만고의 죄인데
무슨 낯짝으로 벼슬까지 누리겠습니까?
저의 마지막 임무는
다만 목숨이 붙어 있는 한 나리를 지켜 드리는 것입니다
그것이
저하께 보답할 수 있는 저의 최소한의 충정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지난번에 부탁하신 내의원 기록은…
알아보셨습니까?
저하께서 훙서하시던 즘 [무거운 음악]
그 시기의 내의원 출입 명부가 사라져
파악할 수가 없었습니다
(익위사) 다행히 그 시절 동궁전에서 일했던 나인을 통해
약방문을 손에 넣었는데
백렴과 서각은
절대로 초오와 함께 복용해서는 안 되는 것들이었습니다
"세자 탕약 약방문 초오, 백렴, 서각"
초오가 한 돈 반이면
끼니마다 복용하시기엔 너무 과한 양이 아닙니까?
(익위사) 하여 나리께서 이 의문에 대한 답을
부디 찾아 주십시오
반드시 그리할 것입니다
그 또한 저의
최소한의 충정이 될 것입니다
[산새 울음] [방울이 딸랑거린다]
[긴장되는 음악] [비령의 놀란 숨소리]
[놀란 숨소리]
[겁먹은 숨소리]
[비령의 신음]
아, 뭐야? 벌써 끝난 거야?
[가쁜 숨소리]
재미없어
다시
뛰어
[놀란 숨소리]
뛰어!
[겁먹은 숨소리]
[비령의 비명] [도수의 웃음]
(도수) 아
다시 잡자, 이랴!
[구팔의 한숨]
(구팔) 아이고, 아이고
(조이) 응?
왜 혼자야? 육칠이는 어디 가고?
어디서 뭘 하는지 아까부터 안 보이네요
누님은요?
왜 혼자예요? 광순 누님 어디 가고
씁, 그러게
광순 언니도 아까부터 안 보이네
[흥미로운 음악] [밤새 울음]
[구팔이 하품한다]
구팔이 넌 어서 들어가서 자
난 장부 좀 더 살펴보다 잘게
그럴게요, 그럼
(구팔) 아유 하루가 무슨 3일 같네, 아
- 들어가 - (구팔) 네!
[문이 삐걱 열린다]
[긴장되는 음악] [방울이 딸랑거린다]
[비령의 가쁜 숨소리]
[중얼거린다]
[발소리가 들린다] [놀란 숨소리]
[흥미로운 음악]
[음산한 음악] [밤새 울음]
(조이) 누구세요?
누구 있어요?
[뛰는 발소리가 들린다] [음산한 효과음]
[놀란 숨소리]
누구야?
광순 언니인가?
언니?
[팥순의 다급한 숨소리]
어머, 어머니잖아
[무거운 음악] (이언) 노곤하겠지만
늦은 시간까지 경계를 늦추지 말거라
(남자들) 예
어딜 가는 게야?
저길 왜…
(남자1) 어디 가시는 거여?
[팥순의 가쁜 숨소리]
아, 어디 가는 게냐? 거긴 길이 없다!
[한숨]
불빛도 없고
길을 잃으면 어찌 돌아오려고
거기 섰거라!
[조이의 가쁜 숨소리]
(이언) 넌 사람 말이 들리지 않는 게…
냐
[의미심장한 음악]
(이언) 이것은
초오가 아닌가
(익위사) 백렴과 서각은
절대로 초오와 함께 복용해서는 안 되는 것들이었습니다
어머니!
어머니라니
어머님, 저 조이예요!
(팥순) 어?
[다급한 숨소리]
(이언) 야, 야, 야 밟, 밟지 말거라
(조이) 어머니!
어머니!
(이언) 밟지 말라니까!
[가쁜 숨소리]
[방울이 딸랑거린다] [비령의 가쁜 숨소리]
[무거운 음악] [비령의 비명]
[비령의 힘겨운 신음]
[방울이 딸랑거린다] [비령의 거친 숨소리]
[놀란 숨소리]
잡았다
[힘주는 숨소리]
[비령의 겁먹은 숨소리]
[비령의 놀란 숨소리]
[비령의 떨리는 숨소리]
사, 살려 주세요
[비령의 겁먹은 숨소리] [웃음]
이제 끝!
[탁] [비령의 신음]
아유, 세상에 [흥미로운 음악]
외나무다리는 원수에서 만난다더니
[가쁜 숨소리]
어떡하믄 좋아
아유, 징한 것, 아!
여긴 또 어떻게 알고 왔디야, 응?
[팥순의 가쁜 숨소리]
[팥순의 신음] [쨍그랑]
(팥순)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아야, 아이고
아유, 세상에
[조이의 다급한 소리] 아이고
(조이) 어머니! 아, 잡았다, 잡았어 [팥순의 못마땅한 신음]
(팥순) 아, 놔라, 이것아!
[흐느낀다]
아이고, 이거…
너 때문에 다 깨져 불었다, 깨졌어
아, 뭐, 뭐, 뭐가 어쨌다고요?
(팥순) 이런, 아이고, 어떡해
이거 먹지도 못하고
(이언) 괜찮으냐?
(조이) 아…
(팥순) 아, 아이고, 아이고
어, 어, 어 어사 나리 아니십니까요
아, 설마 여기까지 감찰을 나오셨어요?
감찰이라니?
(이언) 그러는 자네는 여기서 무엇을 하는 겐가?
[팥순의 당황한 숨소리]
[팥순의 당황한 숨소리]
(팥순) 정말 왜 이러신대유?
내 새끼 밥 한 덩이 못 챙겨 주게
도대체 왜 이러신대유!
'내 새끼'라니요?
바른대로 말하거라
[난처한 숨소리]
추한이가 여기 있단 말이에유 [긴장되는 음악]
여기서 뭘 하는데요?
어머님, 여기가 어딘지나 알고 들어오신 거예요? [팥순의 한숨]
여기 얼마나 위험한…
빚인데 어쩔 겨, 어?
(팥순) 추한이라고 이 첩첩산중에 끌려와서
노예처럼 부려지고 싶겄냐, 쯧
[훌쩍이며] 아유
(이언) 그럼 산채에서 일을 하고 있단 말이냐?
일이랄 건 없고요
암튼 전 아무것도 몰라요
[산짐승 울음] [조이의 겁먹은 탄성]
(조이) 그, 그 이, 이, 이 지역에는
표범과 여우도 많이 살고 있대요
[멧돼지 울음] 오! 멧, 멧, 멧돼, 멧돼지도요
일단 내려가야겠다, 따라오너라
(팥순) 아, 싫습니다, 안 돼유
- (팥순) 아이, 아… - (조이) 위험하다니까요
(팥순) 아유, 안 됩니다요, 아이고
(조이) 아니, 이 암흑 속에서, 어?
산짐승 습격이라도 받으면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정말
(팥순) 우리 추한이…
(이언) 조용히 좀 하거라!
[무거운 음악]
[방울이 딸랑거린다]
[놀란 숨소리]
잘 잤어?
[첨벙]
네가 어디 있는지 말 안 해도 알겠지?
(도수) 그럼 이제 말해 봐
해운판관 홍석기랑 무슨 사이야?
너 뭔데 거기 있었어?
(비령) 아무 사이 아닙니다
저, 정말 무관한 일입니다
그럼 네가 왜 걔들을 지키고 있었는데?
[겁먹은 숨소리]
(도수) 홍석기를 잡아간 게 어사 놈이니까
네가 어사 놈의 하수인이라도 된다는 거야?
어사의 하수인이라니요?
전 전혀 모릅니다
생전 어사 나리 같은 건 뵌 적도 없습니다
(도수) 그럼 네가 왜 여기 있는데?
홍석기도 모르고 어사도 모른다면서
[놀란 숨소리]
[의미심장한 효과음]
[비령의 거친 숨소리]
[한숨]
야, 그래서 너 정체가 뭐야?
[떨리는 숨소리]
(도수) 이씨 [비령의 놀란 숨소리]
[비령의 겁먹은 소리]
뭐냐고
[떨리는 숨소리]
너 어사랑 한패지? 맞지?
[울먹이는 숨소리]
에이, 야
[비령의 비명] (비령) 박태서 나리의 분부였습니다!
[비령의 떨리는 숨소리]
[비령의 거친 숨소리]
박태서라고
이 일대를 장악한 나리가 계시는데
그분이, 그분이
해운판관 영감을 암행어사보다 빨리 찾아서 그곳에 가뒀고
저는 박태서 나리의 명령으로 그곳에 있었던 겁니다
태서가?
(도수) 아…
아, 잡았으면 빨리빨리 죽이든가 할 것이지
뭉그적거려서 나 여기까지 오게 하고
하, 쯧 [비령의 떨리는 숨소리]
도움이 안 돼
아이, 쯧
그럼
너 산채가 어딘지 알겠네?
[놀란 숨소리]
날 산채로 안내해 줘
(비령) 지금 산채에는 이언 나리와 조이 언니가 있는데
[놀란 숨소리]
싫어?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제가 박태서 나리의 광산이 있는 소굴을 압니다
- 광산? - (비령) 예 [긴장되는 음악]
그쪽으로 안내하지요
그런 게 있었어?
역시 우리 태서
(도수) 올려
[수하들의 힘주는 소리]
[비령의 신음]
[광순의 힘주는 소리]
[부드러운 음악]
이거 와 이리 드럽노?
진작 알았으면 같이 빨았을 긴데
(광순) 지금이라도 벗든지 내 빨리 문대 가지고
빨아 널면은 내일 아침이면 마를 긴데
(육칠) 아, 우리가 벌써 서로에게
발 냄새를 트는 관계가 되는 것은
조금 성급하지 않나 싶은…
(팥순) 아, 놔 주셔유, 도대체
아, 어디를, 난 갈게유
이라고 지금 내가 얘기하는데 거기 누구니, 지금? [이언이 말한다]
- (팥순) 못 가유, 못 가 - (이언) 어허
[실랑이하는 소리] 저기 이언 나리하고 조이 아니가?
[팥순이 애원한다] (광순) 무슨 일이고?
이럴, 이럴 때일수록 안 가 보는 것이
(육칠) 제 경험상 가장 현명한 선택입니다
[구성진 음악]
공무 수행 중일 겁니다, 아마
[육칠의 웃음]
아, 죽이지는 않을 겁니다 그래도 배운 양반인데
[육칠의 웃음]
[우당탕 소리가 요란하다]
죽이나 봅니다
[함께 웃는다]
- 아주 죽여 버려라 - (광순) 빨리
(광순) 그 버선이나 벗어라, 어?
내가 죽고 싶다, 진짜 [광순이 재촉한다]
아, 잠깐…
[육칠의 난감한 숨소리]
(광순) 어머, 야, 미안하다 너무 마이 뻿겼다
[난감한 숨소리]
(팥순) 아이고, 야
- (팥순) 아이고 - (조이) 아, 어머니
(팥순) 내를 죽여 주셔유
아이고, 아이고, 아유,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자네 아들은 저 산속에서 무엇을 하는가?
막일이든 잡일이든 시키는 건 다 하겠쥬
(팥순) [흐느끼며] 노름빚에 팔려 온 신세인디
[팥순이 흐느낀다]
그럼 어머님은요?
어머님은 왜 같이 끌려오셨어요?
(팥순) 아니, 우리 추한이가 시상
모르는 놈들한테 끌려가는디
내가 어찌 갸를 혼자 보내겄냐, 쯧
부엌간 일이라도 돕겠다며 내 발로 쫓아온 겨
아, 그래서 몰래… [팥순이 훌쩍인다]
[조이의 한숨]
아니, 그 인간은 도대체 언제까지 제 밥 한 그릇 못 챙겨 먹어서
어머님을 고생시키는 건데요? 예?
[팥순이 훌쩍인다]
그래서
저 위에 무엇이 있길래?
그것까정은 참말로 모릅니다요 [의미심장한 음악]
아니, 광산이 있고 응, 거기서 뭘 캔다는디
(팥순) 그 위에까정은 지도 올라갈 수도 없고요
아무도 허락 없이는 출입을 못 합니다
[팥순이 흐느낀다]
산 중턱에다
주먹밥 하나씩 놓고 오면…
(수하2) 산채 두령 지맹수가
삼남 지방 관리들과 손잡고
탈취한 세곡이 전부 모이는 곳인디
쯧, 이 물건들하고 거기서 빚은 밀주를
팔도에 팔아서 벌어들인 어마어마한 돈으로
저 백귀령 박태서의 쇠부리터가 굴러간다고 들었구먼요
- 백귀령 쇠부리터? - (수하2) 예
거그 광산서 캔 은광석을
이 백귀령 쇠부리터에서 은으로 추출한다고 하는구먼요
쇠부리터
(팥순) [흐느끼며] 우리 추한이가 내려와서
가져가는 게 전부여유
(조이) 그래서
아까 그 난리가 났는데도 숨어 계셨던 거예요?
아, 근디
이놈이 오늘 저녁은 굶게 생겼는디 어쩐디야?
아이고, 기다릴 텐데, 내 새끼가
그래도 아들이 잡혀 있는데
건너 건너 들은 것이라도 있을 것 아닌가?
아는 대로 말해 보게
[훌쩍인다]
그, 추한이가 [무거운 음악]
불을 땐다고…
불을 땐다?
(팥순) 아이 광산에서 캐 온 광석을
백귀령 쇠부리터에서
하루 종일 불로 녹이는 작업만 한다고…
[바람이 솨 분다]
[달그락 소리가 난다]
(말종) 가자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난다]
(팥순) 쇠부리터 위에 외딴 처소가 있는디
아, 그짝으로 여기 두령이
자주 출입한다고 들었슈
[달그락거린다]
[말종이 입바람을 후 분다]
그곳에 상주하는 인원이 몇이나 되는가?
호위하는 무뢰배들 말이다
(팥순) 아유, 그짝은 호위할 필요도 없을 거구먼요
산세가 워낙 요새나 다름없어서
아, 그리고
밟으면 터지는 게 있다고 들었슈
[흥미로운 음악]
뭘 그리 숨길 게 많길래
세곡 탈취에 초오까지…
대체 이자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자네는 당장 이곳을 떠나라
[팥순의 놀란 소리]
노름빚이 있다 하여도
인신을 납치하여 속박하는 것은 불법이니
내가 저들을 처리할 것이다
[한숨]
[풀벌레 울음]
(팥순) 나리
저, 우리, 우리 추한이 좀 꼭 좀 구해 주셔유
- (구팔) 아, 예 - (팥순) 응, 그럼…
- (팥순) 아휴 - (조이) 어머니
가져가세요
너는?
효도를 하고 싶어도 그럴 어머니가 없는 처지잖아요
[잔잔한 음악]
살펴 가세요
길이 험하니
천천히 걸으시고요
이런 노잣돈은 뭐 하러 준다냐?
[숨을 들이켠다]
전번에도 어둑 앤겨 주고 가드만
애껴 뒀다 난중에
안사돈 뵈면 그때 드려야 되지 않겄냐
너도 몸조심혀라
워낙 야무지니 알아서 하겄지만
(팥순) 아휴
[흐느끼며] 아이고, 내 새끼 추한이 어쩔 겨
아이고, 어미가 돼서…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내 팔자야
(덕봉) ♪ 명년 삼 월 돌아오면 ♪
♪ 뒷동산에 죽은 마음 ♪
(덕봉) ♪ 잎이 피고 꽃이 피니 ♪
[차분한 음악]
[입바람을 후 분다]
[나무를 쓱쓱 깎는다]
[흥미로운 음악]
[육칠의 비명]
(구팔) 뭐여, 으아
[육칠의 놀란 탄성] 나리
(이언) 이제 일어났느냐?
[구팔이 하품한다]
[안도하는 숨소리]
(육칠) 아, 어디 가시려고요?
날이 밝았으니 백귀령 입구를 파악을 해야겠다
(이언) 최소한 광산이 어디 있는지 알아야
관군을 불러오든지 할 것 아니냐
[육칠의 한숨]
(구팔) 이 새벽부터 얼른 준비하겠습니다요
아니다
나 혼자 다녀오는 것이 더 빠를 것이다
(육칠) 아이, 같이 가셔야 됩니다
함정이라도 있으면 어떡합니까? 큰일 날 소리
함정이니 뭐니 하는 것도 전부 장팥순이 주워들은 얘기일 뿐
직접 눈으로 본 게 아니라면
그저 실체 없는 허풍일 가능성이 더 크다
[흥미로운 음악]
[육칠의 한숨]
안 됩니다 어딜 혼자 가신다는 겁니까?
(광순) 소인이 인근 감영에 달려가 가지고
지원을 요청하겠습니다
서찰 하나만 써 주시면은…
(이언) 소용없다 관아도 다 한통속이다
(조이) 아이 그럼 육칠이, 구팔이라도…
(이언) 필요 없대도
거추장스러울 뿐 나 혼자면 충분하다
(조이) 아, 그러지 마시고 안전하게 해결하십시오
(이언) 어허!
왜 이렇게 소란이냐? 위치만 확인하고 온대도
왜? 내가 그리도 걱정되느냐?
네, 아니요
(조이) 그런 게 아니오라 그…
제가, 응 제가 걱정되어서 그렇습니다
아니, 나리랑 엮이는 바람에
여태껏 눈만 뜨면 죽을 고비에 날벼락에
아닌 밤중에 깨봉변을 제가 대체 몇 번이나 당했습니까?
하여 나 혼자 간다고 하지 않느냐
정 그러하시다면 저도 가겠습니다
아니다
넌 여기 남아 광순댁과 함께 장부를 더 찾거라
그게 날 돕는 일이니
아, 글쎄, 안 된다니까요
[이언이 살짝 웃는다]
(구팔) 나리, 그럼 저, 저희는요?
너희는 할 일이 있지
(이언) 이 불법 소굴에 관해 하루빨리 장계를 올려야 할 터
너희가…
설마 크기를…
크기를 재거라
[유쾌한 음악] [날렵한 효과음]
(이언) 저기서부터 조기까지
(육칠) 염병을 하네?
(구팔) 하, 저 방금 욕할 뻔했어요
(육칠) 난 했어
- 뭐? - (육칠) 뭐, 뭐가?
너 지금 나한테 반말했니?
[육칠의 웃음]
반말은 아니고 욕을 했지
라고 너도 지금 나한테 반말했지?
(구팔) [웃으며] 아니요, 으음 [육칠의 웃음]
(육칠) 그래서 뭐 어떻게 하면 된다고요?
(구팔) 크기를 재라고, 크기를 [이언의 아파하는 탄성]
[이언의 아파하는 신음]
[성난 숨소리]
[아파하는 숨소리]
[새들이 지저귄다]
(도수) 야
제대로 가고 있는 거 맞아?
조금만 더 가면 나올 겁니다
[도수의 짜증 섞인 숨소리]
[의미심장한 효과음] [놀란 숨소리]
(비령) 뭐지?
어?
[의미심장한 효과음] [이언의 아파하는 신음]
저쪽으로 가면 이언 나리가 계셔
[놀란 숨소리]
(비령) 이쪽입니다
(도수) 야
[긴장되는 음악] [비령의 놀란 숨소리]
너 뭐야? 왜 갑자기 길을 바꿔?
이거 확실해?
예, 제가 헷갈렸나 봅니다
여기가 샛길 맞습니다
[도수의 한숨]
[의미심장한 음악]
[의미심장한 효과음]
[거친 숨소리]
여기 맞나 보네
[살짝 웃으며] 가자
(팥순) 아휴
"주막"
[팥순의 한숨]
아휴
[코를 훌쩍인다]
[팥순의 지친 숨소리]
어, 이방 나리
[익살스러운 음악]
팥순이?
맞구먼요!
(팥순) 아니, 이방 나리가
[야릇한 음악] 아니, 이쪽 마을엔 언제…
[이방의 당황한 숨소리]
아니, 어쩐다고
나를 만날 때마다
이렇게 껴안고 그런디야! [이방의 웃음]
(팥순) 오, 오, 오
[팥순의 웃음]
[이방의 난감한 숨소리]
[팥순의 기분 좋은 탄성]
[팥순의 웃음]
(이방) 아이
이방 나리라니
남들이 들으면 어쩌려고 그렇게 함부로 불러 쌓는 겨?
왜유?
이방 나리를 이방 나리라고 못 부르면
(팥순) 뭐라고…
(이방) 조용, 조용, 조용, 조용
근디 자네가 여기 어쩐 일이여?
[한숨]
모자가 노름빚에 팔려 갔다고 소문은 들었는디
거기가 여기여?
(팥순) 아, 그 이야기는 시작도 하지 마셔유
아, 시방 그 어사 나리한테 다 들켜 가지고
지 혼자 먼저 나오는 길이구먼요
어사, 어사 누구? [흥미로운 음악]
아니, 그 왜, 우리 추한이 홀아비 만들고
(팥순) 개화골 들쑤셔 놓은 그 양반 말이에유
그, 그, 어…
어사 지금 어…
어디 있는디? 여그?
지금 여그 거시기 주변에?
[무거운 음악] 아, 여그 말고 저 위에
(팥순) 저짝 산채에 그, 있구먼…
아, 저, 아…
[이방의 가쁜 숨소리]
살아 있으니께 다시 만나는구먼
[부드러운 음악] (이방) 살아만 있으믄
[팥순을 탁 잡는다]
언젠가 또 보겄지?
[팥순의 놀란 숨소리]
그게 언제인데유?
[흥미로운 음악]
[이방의 초조한 숨소리]
어사가 산채에 있다고?
그럼 어찌해야 하는 겨?
(이방) 해운판관도 죽은 마당에
이렇게까지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이유가 뭐냔 말이여
자칫하면 살인죄까지 옴팡 뒤집어쓰게 생겼는디
차라리
신고를 햐?
[이언의 힘주는 신음] [탁 치는 소리]
[이언의 힘주는 소리]
[유쾌한 음악]
(조이) 아유, 이런 남자가 진짜 최악이야, 응?
제멋대로고 남의 말도 안 듣고 남 걱정이나 시키고
(광순) 아, 뭐 뭐 그리 궁시렁대 쌓노?
어, 누가 보면 니가 부인인 줄 알겄다
[익살스러운 음악]
부인은 무슨요
어, 전 그냥…
그러니까
(조이) 어, 그, 보리를 죽게 만든 나쁜 놈들 잡아서
벌주고 싶은 것뿐이고요
그러려면 어사 나리가 필요한 것뿐이고
그래서 말 안 듣고 제멋대로 구는 어사 나리한테
화가 날 뿐이고
(광순) 어, 그래, 알았다, 알았다
우리 일단 장부부터 찾아 보자
그걸 찾아야지 범인을 잡든지 말든지 할 거 아이가?
맞제?
(조이) 아니, 괜히 시간만 지체되는 게 싫을 뿐이고요
괜히 이런 오해 받는 게 더, 더, 더 싫을 뿐이고, 응? [광순이 호응한다]
그리고 이런 어사 나리한테 저는 화딱지가 날 뿐이고
(광순) 어, 화딱지가 난다 진짜 마
(조이) 그렇죠? 아니, 말을 더럽게 안 들어요 [광순이 호응한다]
(이언) 주로 어떤 물품들을 거래했는지
거래한 곳과 거래자의 이름 관아의 인장이 있는지 [흥미로운 음악]
혹 아는 이름이 있는지 잘 살펴보거라
[조이의 힘주는 소리]
[조이가 숨을 하 내뱉는다]
와, 이건
진상품들을 거래한 거 보니 방납 장부네요
이거는 노비 거래 장부다
아들 이름 있는 거 보니까
아휴, 나쁜 놈들
아주 관리들이랑 짜고 할 수 있는 나쁜 짓은 다 했네요
그, 어디 관아인지 아전들 이름 다 있제?
네, 이거면 차말종이랑 결탁한 관리들
다 잡아들일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럼 광순 언니는 한문으로 된 장부를 살펴봐 주세요
(조이) 언문으로 된 건 제가 살필게요
근데 글공부는 어떻게 하신 거예요?
(조이) 전 천자문도 구하기 힘들던데
[흥미로운 음악] 아, 어, 그, 그게 그…
(조이) 아무튼 대단하셔요 틈틈이 익히신 거잖아요
어, 뭐, 그, 그, 그렇지, 어
그럼 광순 언니는 어디서 오셨어요?
(조이) 말씨 보면 충청도 분은 아닌 거 같고
어, 나 그…
내가 고향은 경상도인데
오기는 한양에서 와 가지고 [책장을 사락 넘긴다]
한양요?
(조이) 와, 그럼 언니 한양에 대해서 잘 알겠네요
전 태어나서 한 번도 한양에 가 본 적이 없어 가지고
아니, 근데 한양에 가면
눈 뜨고 코 베인다는 게 사실이에요?
눈을 이렇게 뜨고 있어도 코가 이렇게 쉭, 응?
근데 고향이 경상도인데 어떻게 한양에서 여기를…
아, 그…
(조이) 하긴, 뭐
나도 내가 지금 여기 왜 있는지 모르겠거든요
아니, 원래는 기별하고 한양으로 가려고 했는데
어사 나리랑 엮이는 바람에…
아유, 진짜, 내가 이 산속에서 지금 뭐 하고 있는지
쯧, 그렇다고 보리가 걸려서 그냥 갈 수도 없고
참 세상일이라는 게
한 치 앞을 알 수 없으니 어쩌겠어요
그렇죠? [헛웃음]
[광순의 헛웃음]
[광순의 한숨]
[광순이 책장을 사락 넘긴다]
- 세곡 장부 - (광순) 어, 그래, 그거, 어 [익살스러운 음악]
(조이) 그 세곡 장부가 있어야만
보리를 죽인 진짜 범인을 찾을 수 있는데
근데 그…
[조이의 한숨]
세곡 관련 장부가 전혀 보이질 않아요
차말종이 이 새끼가 또 고새 가져간 거 아이가?
(광순) 아이다, 아이다
그래도 중간에 섞여 있을 수도 있으니까
일단 여기 있는 거부터 잘 살펴보고
뭐, 산채를 더 뒤져 보든지 하자
- (조이) 네, 네, 네, 그래요 - 이거 한번 보자
(조이) 이거 한문으로 돼 있어요 언니 봐 주세요
(광순) 내가 볼 게 훨씬 더 많다 조이야
(조이) 그러니까요 이것도 한문이다, 이거
[무거운 음악]
[흥미로운 음악]
[새들이 지저귄다]
[도수의 힘겨운 숨소리]
(도수) [힘겨워하며] 아 아, 어디까지 가는 거야?
아유, 씨
에이
[도수의 힘겨운 숨소리]
으아
아이씨
아이씨! [수하들이 놀란다]
아유, 놔!
[도수의 힘겨운 숨소리]
아휴, 씨 [무거운 음악]
(말종) 아, 여짝은 길도 아닌디, 응?
누가 여짝으로 온다고 또 덫을 놓으랴?
어사가 저 아래 있어
길이건 길이 아니건 올라올 수 있는 곳은 다 설치해
(태서) 이쪽엔 얼씬도 못 하게
은이 굳을 때까지 시간을 벌어야 돼
(말종) 하여튼 치밀햐, 응?
아, 남한테 뺏기는 거보다는 그냥 파묻는 게 낫지
아, 이거 은광 판다고
우리 태서가 얼마나 고생을 혔어, 응?
[화살이 쉭 날아간다] [흥미로운 음악]
[비명]
아! 이 새, 새끼야!
성능 괜찮네
(태서) 최대한 많이 설치해 촘촘하게
[어이없는 숨소리] [익살스러운 효과음]
어느 쪽으로 들어오든 한 발짝이라도 진입하는 순간
이, 고슴도치가 돼 버리게
[익살스러운 음악]
너, 너
너 고, 너 고슴도치 혀 봐
(말종) 일로 와, 어? 너, 어어!
너 일로 와, 새끼야
너 저, 바쁘면 너 할 거 햐 응, 내가 할게
화살촉에 초오도 바르든가
[감탄하는 숨소리]
우리 태서 어사 죽이는 데는 진심인 편
아, 그려도 생포하는 게 낫지 않은 겨, 어?
아, 우리가 어사냥단도 아니고 말이여, 어?
이렇게 사람들 싹 다 죽여도 되는 겨?
[화살이 쉭 날아간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아, 아이씨
[짜증 섞인 탄성]
[차분한 음악]
[의미심장한 효과음]
[의미심장한 효과음]
[흥미진진한 음악]
(남자2) 신기한 일입죠?
오늘 산꼭대기로 향하는 사람들이 유독 많으니
(구팔) 이게 내 잘못이야? 이게 내 잘못이냐고 [육칠의 아파하는 신음]
(이언) 후회할 것이오, 사람을 보내 확인하는 게 좋을 것이오!
(조이) 염초면 화약 아니야?
[도수의 힘주는 소리] (광순) 단순한 도적놈들이 아인가 보다
[폭발음] (태서) 엉뚱한 손님이 오셨구먼
(왕) 망극한 기별은 어찌 이렇게 하루도 빠짐없이 생기는가
[도수의 놀란 탄성] (도수) 어디서!
얼자 새끼가 감히 나한테 말을 섞어, 씨
(태서) 나 건드리면 다 날아가는 거야 [태서와 이언의 힘주는 소리]
(조이) 나리!
.어사와 조이 ↲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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