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 온 8
안 가요?
내가 자리를 퍽 잘 찾거든요
이 극장 백 번도 더 와 봐서
나랑 영화 보러 왔잖아요 기선겸 씨
[잔잔한 음악]
쟤네 지금 나 무시하는 거지? 어?
고정하세요, 의원님 보는 눈이 많아요
우리도 가죠
나랑 영화 보러 왔잖아, 기정도 씨
(지우) 아, 무슨 사연이 있어서 통역사한테 돈까지 뿌렸어?
나도 못 찍어 본 연속극을 의원님이 찍고 있었네?
진짜 연속극 찍기 전에
좀 더 자세히 알아봐야겠어
뭘 알아봐
물 잘 뿌리는 방법?
[함께 한숨을 내쉰다]
그쪽 아버지기도 하고
(미주) 남의 가정사니까
내가 쓸데없는 말 얹고 싶지 않아요, 않은데
왜 매번 내가 보는 모습이 이래요?
내가 동정심을 안 써 봐서 어떻게 쓰는지 잘 몰라요, 근데
남 구할 시간에 본인부터 좀 구해요, 제발 좀
잠깐, 그리고 아까 뭐라고?
서단아 대표랑 자만추?
나랑 영화 보고 술 마시러 왔다면서
서단아 대표랑 뭘 하려고 왔으면
오미주 씨한테 안 치댔겠죠?
아유, 참, 입만 살아 가지고
자만추가 뭔지는 알고 떠들어요?
악화됐네
[저마다 대화를 나눈다]
[휴대전화를 달그락 내려놓는다]
[한숨]
[다가오는 발걸음]
[기대하는 숨소리]
[익살스러운 음악]
아니, 왜 실장님이 여기 있어요?
- 대표님은요? - (지현) 댁에 계시겠죠?
[지현의 헛기침]
거기 자리 있습니다
자리 주인이 저한테 표 토스했거든요
대표님이 왜 댁에 계세요?
대표님이 저한테 표 토스했거든요
이 형이 진짜…
일부러 힘주고 왔는데, 씨, 아…
- 드실래요? - (지현) 아, 괜찮습니다
아니, 근데
왜 대표님 개인 번호 안 주세요?
대표님이 주라고 했다던데
좀 찜찜해서요
뭐가요? 제가요?
(영화) 제가요?
- 제가요? - (지현) 아, 영화…
영화 시작합니다
[지현의 헛기침]
[한숨]
안전한 기분이 뭔지 이제는 좀 알 거 같기도 하네요
조용히 해요, 영화 시작했잖아요
[남자의 헛기침] 죄송합니다
오미주 씨 목소리가 좀 크긴 했어요
(선겸) 쉿
[차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미주의 한숨]
[몽환적인 음악이 흘러나온다]
[영화가 흐느낀다]
[영화의 성난 신음]
[분한 숨소리]
선겸이 형!
[익살스러운 음악]
(영화) 누나, 안녕하세요, 잠시만요
형, 진짜 장난해요?
옆자리라면서요
옆자리라면서, 실장님 옆자리였냐고!
(선겸) 안 왔구나
그래서 운 거예요?
[훌쩍인다]
아니, 이건 감동받아서
제가 눈물이 많고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이라 [훌쩍인다]
둘이…
아는 사이? 언제 이름도 텄지?
둘도 아는 사이 같네요?
그날은 잘 들어갔어요, 형?
(영화) 일어나 보니까 없던데
하긴 뭐, 잘 들어갔으니까 여기 있겠지
아니, 그러면 설마 그날 외박한 게 혹시…
아, 왜 나한테 얘기 안 했어요?
둘이 만난 지 꽤 됐으니까 당연히 잊었을 줄 알았죠
아, 그걸 왜 그쪽이 판단해요, 진짜
(미주) 아, 난 그것도 모르고 진짜
오만 가지 생각을 다 했네
[영화의 헛기침]
(영화) 저, 그러면
저, 전 먼저 들어가 볼게요, 네
- 네, 뭐, 뒤풀이도 없는 분위기니까 - (선겸) 얼른 가요
(미주) 근데 영화 보고 뒤풀이 없는 거 좀 서운하다
(선겸) 아, 뒤풀이해요
우리 같이 뒤풀이하기로 했잖아요, 오늘
그렇죠? 좀 아쉽죠?
(영화) 그럼 우리 다 같이 뒤풀이할까요?
(미주) 셋이?
(영화) 아, 근데 오늘 두 분 데이트하시는 거 아니었어요?
(선겸) [작은 소리로] 알면 빠져요
아, 집에 급한 일 있다고요? 빨리 가야겠네, 아이고, 아쉽다
(미주) 그쪽이 빠져요
내가 빠지면 안 되죠
그럼 내가 빠질까?
(선겸) 어? 안 되는데
(영화) 아, 그러지 말고
우리 오늘 다 같이 뒤풀이합시다
오케이?
오케이
(미주) 그러니까 나는 이 골든 벨을 울리는 주인공보다는
우연의 행운 혹은 술 한 잔의 행운을 찾는 그…
술집 안에 있는 손님1에 더 집중을 했던 거지
이 사람은 어떤 기분일까
[익살스러운 음악] 무슨 술을 시켰을까
무슨 이유로 저 구석 자리에 우중충하게 앉아 있을까 하는
- 뭐, 그런 식의 접근인 거지 - (영화) 와, 저는
(영화) 그, 남주 얼빡 잡히는 컷에서
최태리가 휘파람 불잖아요
저 그때 아, 눈물이 빵 하고 터지는데
아, 잠깐, 눈물 또 날 거 같아 [영화의 웃음]
(미주) 그, 엔딩을 먼저 친 거지, 구성상 클라이맥스를 뒤고 빼고
(영화) 와…
(미주) 아, 나 그 장면 진짜 휘파람 소리가 쓸쓸해 가지고
(영화) 맞아, 진짜 진짜 쓸쓸했어, 진짜, 아…
(미주) 늘 그런 정서에 얹히는 소리라서
우리도 모르게 학습이 된 걸까 쓸쓸하다고?
아니면 원래 그 소리가 그런 걸까?
[휘파람을 분다]
그, 참, 그게 휘파람 소리라는 게
볼 때마다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도 너무 신기해요
내가 어떤 상태에 놓여 있을 때 보면 또 다르다니까?
(영화) 전 작업할 때마다
[선겸이 휘파람을 분다] 이미 봤던 영화 많이 틀어 놓거든요? 특히 그 흑백 고전
(미주) 아, 고전 영화 좋아하나 보다
(영화) 흑백 고전 영화가
화면이 복잡하지 않아 가지고 눈을 많이 안 뺏길 수가 있어요
처음 보는 영화 틀어 놓으면 집중해서 보게 되니까
일부러 여러 번 본 거 틀어 놓는 거 아니에요?
(영화) 그리고 또다시 보면
또 처음에 봤을 땐 몰랐던 것도 발견하게 되고
(미주) 어릴 때 봤던 영화 어른 돼 가지고 보면
- (미주)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고 - 맞아, 맞아, 맞아, 맞아
- (영화) 와, 진짜 최고다 - 아는구나?
(미주) 잘, 잘 아네, 잘 알아
저, 근데
저는 이 영화 봤어요
우리도 이 영화 봤어요, 방금
아니요, 저는 한참 전에 이 영화 봤어요, 한 두 번
저도 한참 전에 이 영화 봤어요 여러 번
아…
- (선겸) 와… - 또 시작이네
형은 어디에서 봤는데요?
아, 저는 영화제에서요
- (미주) 응? 거기 있었다고? - (선겸) 예
(영화) 소주 한 병만 가져갈게요
- (종업원) 네 - (선겸) 잠시만요
[냉장고 문이 탁 닫힌다]
[부드러운 음악]
- (미주) 뭐 해요? - 이거 몰라요?
- (미주) 몰라요 - (영화) 어?
(영화) 아, 이거 그때 그거죠, 이거
- (선겸) 어? 뭐요? - (영화) 이거 그거, 맞죠?
(선겸) 아이, 아니라니까
(영화) 아, 맞는다, 누나
제가 얼마 전에 '3막 5초점과 영화 읽기'
[술을 졸졸 따르며] 특강을 들은 적이 있는데
거기서 말한 구조랑 느낌이 좀 다른 거 같아요
[술을 졸졸 따르며] 그거 좀 낯이 익는 영화 읽기인데
혹시 명인대 다녀요?
황국건 교수 거 수강하고?
(영화) 어, 맞아요 그 교수님이 출강 왔었어요
[술잔을 잘그랑 부딪치며] 아, 근데 제가 뭐 명인대 학생은 아니고요
(미주) 그 읽기 레퍼토리를 아직도 한다고?
[익살스러운 음악] 아, 진짜 너무 지겹다, 아유
(선겸) 저, 근데요
제가 서단아 대표랑
자, 자만추를 왜 하는 거죠?
형이 대표님이랑 자만추를 왜 해요
영화 씨는 왜 발끈해요?
아, 나도 대표님이랑 자만추 하고 싶다
(영화) 형, 대표님 연락처 알죠? 개인 번호
알죠
알려 주셔야죠
아, 이 자리에 있지도 않은 사람 번호를
허락도 안 받고 알려 주면 안 되죠
허락받았어요
못 믿겠으면 형이 직접 전화해서 확인해 보시든가요
아, 이 사람이 왜 직접 전화를 해서 확인을 해요, 이 사람아
아, 나보고 어쩌라는 거예요, 그러면
나보고는 어쩌라는 거예요?
아, 진짜
(영화) 어? 아니다
허락 증거 있어요
[자동차 리모컨 조작음] (영화) 어디로 갈까요?
(단아) '어디'?
드라이브하려고 차 가져오신 거 아니에요? [단아의 헛웃음]
내가 학생이랑? 꿈 깨세요
꾼 적도 없는데 뭘 깨라고 해요 듣는 사람 상처받게
- 뭐? - (영화) 가시는 길에
저 내려 주시면 안 돼요?
- 내가 어디로 갈 줄 알고? - (영화) 어디로 가시는데요?
학생이 가는 방향은 아니야
- 제가 어디로 갈 줄 알고? - (단아) 어디로 가든
(영화) 실장님이 번호 안 주시던데
[단아의 한숨] 계속 안 주시면 어떡해요?
어떻게든 해 보면 되지
어, 방금
'어떻게든'이라고 하셨죠?
[휴대전화 조작음]
자, 증거
[흥미진진한 음악] [단아의 어이없는 숨소리]
(녹음 속 단아) 내가 이 학생한테
내 번호 넘겨주라고 했습니다 됐지?
맞죠? 예?
(영화) 맞죠? 대표님 목소리?
(미주) 좀 크리피한데
그냥 있는 자리에서 알려 주면 되는 거잖아
절대 안 알려 주던데
못 외울 거예요
자기 번호 외워 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서
참으로 이상한 여자야
아, 그리고 이제
형이랑 누나도 번호 알려 주세요 우리 동네 주민인데
아, 형은 아닌가?
(영화) 아니면 뭐, 더더욱 알려 줘야죠
앞으로 오며 가며 마주치지도 못할 텐데
우리 이제 약속하고 만나요, 예?
- 제 마음 알죠, 형? - (선겸) 아니요
(영화) 음, 빨리
형이랑 누나도 번호 등록해야 되니까
자, 제가 지금 번호 찍어 보내 드릴게요
(선겸) 이거요
뭐야, 프사가 없네?
이러면 대표님인지 어떻게 알아요
그거 대표님 번호 맞아요
(선겸) 제가 대표님 번호를 뭐 하러 가짜로 알려 줘요
아, 이런 사람도 다 있네
(영화) 뭐야, 형도 없네?
누나도 없네?
씁, 요즘 이게 유행인가?
유행은 잘 모르겠고
그냥 원래부터 안 해 놨어요
누나도요?
(미주) 아, 난 같이 엮이긴 싫은데
나는 사진 안 해 놓은 지 얼마 안 됐어요
씁, 자기 전시하라고 비워진 곳을 왜 그냥 둬요?
- (영화) 참… - 일부러?
(미주) 원랜 여행지 사진들로 해 놨었는데 시비 거는 사람들 때문에
[영화가 호응한다] 해외여행 다니는 거를 좀 꼴사납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그리고 얼굴 알아보고 막 이상한 연락 오는 것도 너무 싫고
영화 씨는 뭐로 해 놨는데요?
저요? 잠시만요
이거, 제가 지금 그리고 있는 거
[미주의 놀란 신음]
(미주) 뭐 그리는 거예요?
그려 봐야 알겠죠
끝나 봐야 아는 거라
[편안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한숨]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진동음]
[한숨]
[휴대전화 진동음]
아, 한 번만 더 읽으면 이해될 거 같았는데, 누구야
이영화?
(영화) 이거 제 번호예요
쌩까셔도 상관없는데 저장은 해 주세요
저장해 두셔야 누군지 알고 잘 쌩까실 거 아니에요
이 건방진 화법 나 아는데
(단아) 아, 그 학생
요즘엔 사진 몇 장으로
타인의 관심을 끌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지금 그런 게 관심 주는 행동인 건 알고?
[바텐더가 살짝 웃는다]
이야, 이젠 뭐, 화가도 키워요?
아직은 대학생
(단아) '나는 겁나 대단한 사람이다'
뭐, 이런 걸 어필하는 건가?
그 정도 꾸미는 건 평균이죠
대학생이라며
난 주변에 이렇게 해 둔 사람 본 적 없어요
[단아의 한숨]
- 킵? - (단아) 킵
현대인의 불안도 장사가 된다니 재미라도 있든가
불안이 베이스인데 재밌으면 문제가 있지
(바텐더) 재벌은 다 서재 있는 줄 알았는데
내 공간에 두기 부끄럽잖아요
내 불안을 들키는 거 같아 싫어
(단아) 빠염
[바텐더의 고민하는 신음]
[멀리서 개가 왈왈 짖는다]
(선겸) 기분은 좀 어때요?
(미주) 그렇게 대놓고 물어보면
모르겠어요, 아직
(선겸) 빨리 풀렸으면 좋겠다
모레는 어떻게 가요?
(미주) 기차 타고 가요
(선겸) 기차역까지는 어떻게 가요?
(미주) 택시 타고 가죠
(선겸) 어, 저, 차 수리 끝났는데
축하해요
[대문이 철컥 열린다]
[밝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영화가 탁자를 툭툭 친다]
(영화) 해장했어요?
(미주) 현재 진행형요
(영화) 아, 일하시는 중이에요?
예, 집에서 하기가 좀 그래 가지고
[놀란 신음] 죄다 영어네?
- 영어 잘하세요? - (미주) 잘하죠, 전공인데
전공이어도 못하는 사람 많던데
모르겠네, 그쪽 세계는 못해 본 적이 없어서
(영화) 하긴 뭐, 저도
근데 남들이 우리 얘기 들으면 되게 재수 없어 하겠다, 그렇죠?
[함께 웃는다]
(미주) 학교는? 숙취 때문에 자체 휴강?
아, 아침까지 고민하다가
등록금 낸 거 아까워서 갔다 왔어요
지금은 세 시간 공강
(미주) 음, 수강 신청 망했구나?
(영화) 아니, 이게 제가 뭐 신입생도 아닌데
아직도 수강 신청 할 때가 되면 긴장돼요, 워낙 전쟁터라
그 전쟁 졸업생 돼도 안 끝나더라고 빚 갚아야 돼서
- 학자금 대출? - (미주) 응
(영화) 와, 누나 나이쯤 되면 다 갚아요?
음, 뭐, 그것도 현재 진행형이죠
(미주) 뭐, 일 좀만 쉬엄쉬엄하면 전세 대출금 훅 빠져나가서
통장 빵꾸 나고
막 그때 돼서야 허버허버 일 찾아 가지고
메꾸고 그러는 거지, 뭐
음, 어휴, 절망적이다 [미주가 호응한다]
아…
(영화) 누나, 저 하나 뭐 물어봐도 돼요?
- 네 - (영화) 제가 딴 건 다 잘하는데
언어에 좀 약해서
(영화) 봐요, 여기 보면
뭐, 킬링 뭐시기 뭐
절 죽여 버리겠다 그런 거 같은데 무슨 뜻이에요?
'유어 킬링 미'
(미주) '후 아 유, 텔 미, 신시얼리 이즈 킬링 어스'
태웅이랑 무슨 사이냐는데?
그게 궁금해 가지고 피 말린다는 뜻인데
아이씨, 언팔 좀 하지 누굴 먹이려고
내가 아는 태웅이는 서태웅밖에 없는데
어? 누나도 알파벳?
응? '슬램덩크'
(미주) 아, 옛날 생각 난다
나 진짜 정대만 진짜 좋아했었는데
- (미주) 영화 씨는요? - 저요? 강백호요
[밝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난 저렇게 말고
꾸민 듯 안 꾸민 것처럼 해 줘
(미용사) 치
이렇게 하는 사람 바보 만드네
루는 스케줄이랬고, 태웅이는?
(루시안) 데이트 가?
그 팔로잉 원?
숨겨 둔 애인이냐고 시끄럽던데
[태웅의 한숨]
[영어] 내 사생활 존중해 줘
(미용사) [한국어] 태웅이 애인 생겼어?
(태웅) 애인이야 차고 넘치지
팬들이 내 애인이니까
[카메라 셔터음] (루시안) 또 셀카 올리게?
그쯤 되면 중독 아니냐?
[카메라 셔터음] 어떻게 중독이 안 되냐
(태웅) 올리기만 하면
몇만 명이 사랑한다 해 주는데
(단아) 기 프로 투어 준비는 어떻게 돼 가고 있어요?
(동경) 투어 의상 포트폴리오 기 프로에게 넘겼고 현재 검토 중
곧 피드백 올 거예요 [단아의 감탄]
이사님
드디어 기은비가 전 세계가 보는 데서 서명 로고 달고 볼을 치네
(단아) 아, 흥분돼
(동경) 기 선수는 계약 해지까지 할 필요가 있었어요?
정말 기 프로 잡으면 버릴 카드로 갖고 있었던 거야?
인간적으로도 좋아하잖아, 기 선수
(단아) 계약 만료 얼마 안 남았는데
나랑 재계약 안 해 줄 거 같아서 쌈박하게 계약 해지?
(동경) 농담하지 말고
[조작음]
내 에이전시에 폭행 선수가 있는 거 싫어요
[러닝 머신 조작음]
인간적으론 좋아하죠, 기 선수
근데
좋은 건 중요한 걸 못 이기더라고
난 내 회사가 더 중요하니까
폭행 선수 팽하는 회사 매력 있어?
(동경) 결국 한 선수의 처우 개선을 위해 극단적인 행보를 택한 거잖아
그런 선수를 서포터로 갱생해 주는 게 회사 이미지에 도움 되지 않을까?
난 기 선수 괜찮은 거 같아요
- 뭐, 그건 그런데 - (동경) 그럼 기 선수 한번…
난 선수 출신 에이전트 쓰는 거 싫어요
선출이니까 선수들 케어도 더 잘하겠지
그래서 싫어
걔는 오로지 선수를 위한 선수에 의한 비즈니스 할 거 같아
인사 건은 나한테 있는 거 알죠?
(동경) 론칭 2년 차인데 선수 케어 전담 있어야지, 우리도
난 이렇게 날 위해서 비즈니스 해 주는 게 좋은데
우리 이사님처럼
서 대표라면 어떻게 했을 거 같아? 같은 상황이면 말이야
내가 정지현 실장한테 뒤에서 처맞고 있으면 어떡할 거예요?
에이
이사님이 실장님을 때리면 때렸지
[러닝 머신 조작음]
욕이야, 칭찬이야
[차분한 기타 연주]
[문이 드르륵 여닫힌다]
(단아) 다녀왔습니다, 옷 좀 갈아입고 올게요 운동하고 와서
(명필) 단아 너
명민이 때렸다며?
회사 사람들 다 있는 앞에서
또 고자질했니?
무식한 게 나잇값도 못 하지?
나 아니거든?
거기 있던 사람이 몇인데
(명민) 그 사람들도 다 눈과 귀가 있어요
(명필) 안 보이는 데서 좀 때리지
- 자존심 상했대 - (명민) 아, 아버지
어? 안 보이는 데면 죽여도 돼요?
야
(명필) 안 되지
(단아) 쟤가 먼저 제 물건에 흠집 냈어요
- (명민) 오빠라고 하랬지? - 하잖아, 밖에서
네 뚝배기는 장식이니?
(단아) 나보다 10개월 늦게 태어난 거 잊었어?
아들 태어나기만 기다렸다 출생 신고 한 것도 어이없는데
- 1절만 해라 - (단아) 밖에서라도 꾹 참고
오빠라고 불러 주면 감사한 줄이나 알아
무식하면 감사할 줄도 모르나
(명필) 단아랑 명민이는 딱 반씩만 섞였으면 좋았을 텐데
한배에서 나왔으면 섞여 나왔겠죠
저 빼고 다 서자분들인데
(명필) 너한텐 어떤지 몰라도
나한텐 다 똑같이 소중한 자식들이야
(단아) 똑같이 소중하시면 그렇게 좀 대해 주세요
저도 좀 느끼게
[어두운 음악]
(단아) 전처 제사상을
후처가 차리는 거예요, 지금?
구역질 나게, 진짜?
(명민) 우리 엄마가 착해서 차려 주고 싶다는데 네가 왜 지랄이야
- 지랄은 지금 누가 하고 있는데 - (명필) 단아야
저 사람 그만 미워해라
[단아의 헛웃음]
(단아) 내가 저 사람을 왜 미워해요?
나 미워할 만큼 감정도 관심도 없어
(명민) 야, 서단아
- 너 회장님한테 무슨 말버릇이야 - (단아) 야, 서명민
왜 내가 네 치부를 안 까는 줄이나 알아?
회장님이랑 회사 생각해서야
너도 회장님도 생각 안 하는 회사 이미지를
나만 생각한다고, 알아들어?
(명필) 다 내 죄다
내가 죽어야지
(명민) 아, 그런 말씀 마세요, 아버지
불쌍한 척하지 마세요
(단아) 그리고 그 쓰잘데기없는 선 자리도 이제 그만하시고요
요샌
동성애자 그거 흠도 아니라더라
결혼하면 고쳐질 거야
아…
어디서부터 지적해야 할지 몰라서 안 하겠습니다, 제가
제가 아는 게 많은 덕에 불편한 것도 참 많네요, 그렇죠?
내가 적당히 고를 테니까
넌 결혼할 시간만 내
(명필) 많이 안 뺏을 테니까
서로 근사하게 차려입고 영원을 맹세하고
얼마나 로맨틱한 행사냐, 결혼이
제가 아직 결혼에 시간을 쓰기 싫다니까요?
회장님도 세 번이나 하셨고
서 전무 쟤까지 결혼시키셨으면 됐잖아요
(명필) 내가
명민이 결혼식 때 깨달은 게 하나 있다
'아…'
'나한텐 딸이 있어서 다행이구나'
신부를 에스코트하는 아버지 역할이 중요하더라고
같이
네 손 잡고 들어가서 에스코트하는 거
그거면 돼
와, 진짜 더는 못 있겠네
서단아, 어디 가
누나!
(명필) 우리 막내 왔구나
[태웅의 웃음]
어디부터 듣고 있었어?
형
지금 나한테 말 건 거야?
아, 이거 아직도 반말을 찍찍 까대네?
- 야 - (태웅) 어?
여기 한국이야
버르장머리 안 고쳐?
[헛기침]
아, 고칠게
아, 고치는데
잠깐만
(태웅) 회장님, 저 잠깐만요
[자동차 리모컨 조작음]
(태웅) 누나!
어디 가, 씨…
누나!
아, 누나
아, 아니
누나 엄마 기일이니까
이거라도, 떡인데
기일 챙기는 것도 아주 미국식이네
그럴 거면 다시 미국으로 꺼질 순 없나?
누나가 그러라면 그럴게
네가 가면 너희 회사는, 너희 팬들은
생각 좀 하고 살아
[단아의 한숨]
왜 매번 이런 대화를 하게 해? 내가 온몸으로 네가 싫다는데?
누나는 적어도 나 싫어해 주니까
(태웅) 없는 사람 취급하는 사람들보단
그게 나았으니까
싫어해 주는 거
그것도 관심이니까
[잔잔한 음악]
(단아) 하, 이 미친 집구석, 진짜
그러는 누나는 대체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태웅) 아빠가 아빠인 거?
누나랑 엄마가 다른 거?
내가 나인 거?
뭘 물어, 잘 알고 있는 거 같은데
내가…
내 부모 선택해서 태어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그러니까
왜 하필 이 집구석에서 태어났어
[자동차 시동음]
(태웅) 누나!
누나!
[태웅의 거친 숨소리]
[휴대전화 진동음]
하…
죽고 싶네
"영업 종료"
[단아의 짜증 섞인 숨소리]
어둠 속에서도 빛난다, 네 그림은
(매이) 그, 편히 계세요
TV, 에어컨, 보일러도 편히 하시고
(선겸) 아, 저, 이것 좀 들고 가세요
이거, 넉넉하게 쌌어요 [미주의 놀란 숨소리]
[밝은 음악]
아침 거르지 말고 드시라고요
오, 밀프랩?
(매이) 이틀은 먹겠는데?
(선겸) 기차에서 편하게 드실 수 있게 만들었어요
갔다 올게요
(미주) 가자, 늦겠다
아직도 화내는 콘셉트래요?
콘셉트이면 다행인데요
잘 먹을게요, 고마워요
- (선겸) 꼭 같이 드세요 - 네
(동경) 미안, 미안 기 프로 의상 피팅이 길어져서…
[동경의 한숨]
말씀 편하게 하셔도 되는데
응? 뭘?
누나 얘기요
저 때문에 굳이 말씀 안 고르셔도 돼요
그리고 저 지문이…
안 먹히는 거 같던데
나 아니에요, 단아가 삭제했어
(동경) 그거 따지러 온 거 아니죠?
아니에요
(선겸) 저, 이거
지난번에 방배정 감독님 주소 받은 거
덕분에 잘 만나 뵀습니다
그 방배정 감독님
요새 어디 육상부에 출몰하신다던데
기 선수 작품인가?
저한테 그런 말씀은 없으셨는데
그러시는가 봐요?
그러시는 분을 어떻게 한 발짝 나오게 했네요?
제가 나오게 한 게 아니라
감독님이 나오신 거 아닐까요?
- 아까워 - (선겸) 네?
기 선수가 타고난 것 중에 되게 좋은 게 있는데, 모르지?
사람한테 자극 주는 거
저 자극 안 주는데
기 선수는 안 주는데 상대방은 받잖아요
그러니까 타고났다는 거지
(단아) 이사님, 오전에 넘긴 PT 말인데요
[흥미진진한 음악] 기 선수
이렇게 마주친 것도 인연인데 나랑 결혼할래?
(동경) 아, 내 대표지만 진짜…
(단아) 귀찮네, 선 자리 이런 거, 응?
그 시절 나를 좋아했었잖아
결혼하자, 내가 잘해 줄게
저 대표님 안 좋아했는데 왜 자꾸 좋아했다고 그래요?
- 안 좋아했어? - (선겸) 네
(단아) 그걸 왜 이제 얘기해
오해하게 한 네 잘못이네 결혼으로 갚아
그게 무슨 논리예요?
나 진지하니까 한번 생각해 봐
(단아) 여기 앞을 좀 콤팩트하게 줄이고 이 세션 좀 늘리는 거 어때요?
난 가끔 서 대표가 하는 농담이 진짜인지 아닌지 분간이 안 돼
(선겸) 저는 어련하겠어요
(단아) 농담 아니라니까?
[갈매기 울음]
[미주와 매이의 탄성]
- (미주) 아, 바다 냄새 - 아유, 음
이렇게 전원적이라니 [자동차 경적]
(미주) 응?
아, 피디님, 피디님 [매이가 호응한다]
왔어요?
(영화감독) [영어] 카메라 롤
액션!
컷!
- (영화감독) 컷! - (촬영 감독) 좋아요, 완벽합니다
(영화감독) 좋아요, 신 42 테이크 3 가겠습니다
[한국어] 어, 그러면 미리 소개부터 할게요
저분이 우리 영화 주인공 제임스 캐퍼
한국 피가 조금 섞였대요 [매이가 호응한다]
그리고 바로 옆에 촬영 감독님
(희진) 약간 레이시스트 같은데 [영화감독이 영어로 말한다]
그래도 젠틀은 합니다
아, 그게 뭐야, 그렇지?
(희진) 그리고 저기에 우리 영화감독님
한국계 미국인인데 한국말 꽤 해서 통역은 편할 거예요
그리고 저기 커피 들고 입술 시뻘겋게 바른 분이
한국 제작사 염강순 피디
한국 이름으로 부르면 화내니까
꼭 줄리라고 불러 줘야 돼요, 줄리
염강순이 아직도 현장에 나와?
아는 줄리야?
아는 척하는 걸로 유명해
(매이) 현장 통역들 통역하고 있을 때
툭하면 말 끊고 들어오고
영어도 애매하게 알아먹으면서
[미주가 호응한다]
그럼 염 피디님 전담 통역사는 없는 거예요?
있죠, 바로 옆에
근데 일을 안 해요
(희진) 아니, 사람이 잘못 알아들으면
그거 아니라고 바로 얘기해 줘야 되잖아요?
근데 안 해 [미주의 놀란 신음]
염 피디가 잘못 알아듣고 진행한 것 때문에
우리 초반에 시간 낭비 꽤 했어요
아유, 저런, 쯧
이거 끝나면 이동이니까 그때 인사하시고 바로 현장 들어가시죠
예스, 맴
[한숨]
[부드러운 음악]
[조작음]
(미주) 슛 들어가기 5분 전입니다 준비해 주세요
[영어] 슛 들어가기 5분 전입니다
- (염 피디) 알겠어요 - 준비해 주세요
5분
[한국어] 육상 선수들은 은퇴하면 주로 뭐가 돼요?
은퇴를 하고
빨래를 하고 있네
그중에 하고 싶은 건 있고요?
[희진의 힘겨운 탄성]
(희진) 어, 미주 씨, 통역 좀
(미주) [웅얼거리며] 응? 아, 네
[세탁기 작동음]
[세탁기 종료음]
[문고리가 덜컹거린다]
(미주) 이거 왜 이래?
(매이) 문도 안 열리네
(미주) 씨…
들어와
[미주의 놀란 신음]
[익살스러운 음악]
내가 어지간한 데선 다 취침해 봤는데 여긴 역대급이다
(미주) 와, 절로 공손해지네
오다 보니까 마트 있던데
(매이) 이불 사 올까?
(미주) 문 닫았겠지
나 그거 갖고 왔어, 담요 애착 이불
그거 덮고 자자
그리고 이거, 수건
깔고 자자, 수건은 깨끗하겠지
(매이) 내일 씻고 몸 닦을 거 남겨 놔야 하지 않겠냐?
(미주) 내가 여벌 수건 두 개 갖고 왔어 그걸로 닦으면 되지
그래도 나름 코너 스위트야
콩알만 하지만 창문도 있고
있을 건 있네
[매이가 문을 덜컥 연다]
[매이의 놀란 탄성]
희진 피디가 3주째 변비라더니
무슨 화장실 장르가 누아르야?
[매이가 코를 드르릉 곤다]
이 양반은 잘하고 있으려나
[잔잔한 음악]
[미주가 스위치를 달칵 누른다]
[미주의 힘주는 숨소리]
- 아, 진짜 - (매이) 왜
(미주) 아니야, 자
(선겸) 잠 오는 영화
알려 주…
[비장한 음악]
[긴장되는 음악]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코를 드르릉 곤다] [미주의 놀란 신음]
[비명]
[미주의 비명]
(미주) 아, 언니!
아, 왜 눈 뜨고 자!
[열쇠를 잘그락 든다]
[휴대전화 진동음]
[블루투스 조작음]
- (선겸) 네 - 어, 아들, 어디야?
- 지금 도로 위요 - (지우) 운전 중이구나
커피나 한잔할까?
누나가 쏜대
어디로 가면 돼요?
(지우) 아, 육지우는 좋겠다
부르면 달려오는 기선겸도 아들이라서
[지우의 웃음]
[지우의 당황한 신음] 어, 쏘리, 쏘리
(선겸) 엄마가 한국 최초로 사람 가죽 벗기셨다는데
아, 한 30년 전인가?
어리고 풋풋했지
오늘도 벗기시는 거예요?
으음, 오늘은 썰었어
(지우) 써는 게 연결 신이라서 여간 노동이 아니더라고
- 오늘도 킬러예요? - (지우) 으음
비건 살인마
(지우) 아, 여기 커피 두 잔 주세요
- (지우) 하나는 샷 추가 - (사장) 네, 알겠습니다
(스태프1) 선배님, 누구예요?
(지우) 아, 우리 아들 예쁘지? 나 닮아서
배우 하셔도 되겠다
(스태프2) 그, 오신 김에 특출 어때요?
(지우) 오, 그럴까?
아들, 출연 한번 할래? 같이 썰까?
놉
[스태프들이 분주하다]
(지우) 누나는 현장에 커피 차도 보내는데
우리 아들은 뭐, 조공 없어?
백수라 돈이 없나?
엄마가 용돈 좀 줄까?
아들이 백수면 보통 엄마들은 혼내지 않나?
그새 자랐다고 엄마 잔소리 듣고 싶은 거야?
너도 내 인생에 혼을 안 냈는데
내가 어떻게 네 인생에 혼을 내고 간섭을 하니
[차분한 음악]
엄마 스케줄 가니까
(지우) 말 잘 듣고 얌전히 있으라고 해도
누나 대회 때문에 정신없으니까 귀찮게 하지 말라고 해도
아버지 선거에 한 줄 보태야 되니
메달 따 오라고 했을 때조차도
우리 선겸이는 한마디 군소리도 없이 다 해 줬네
가족들을 위해서
네 성정이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거기에 노력이 없었을까
난 그래서 애들은 다 그렇게 쉽게 키우는 줄 알았어
키우는 대로 크는 게 자식이구나 했더니
내가 키운 게 아니더라고 알아서 컸지
알아서 크더니 처음으로 뭔가를 해 보겠다고 할 줄도 알고
얼마나 기뻤게
네가 '그러마' 했으면
나는 '그랬구나' 해 주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 아니겠어?
내가 너한테 그렇게 해 달랄 때
네가 그렇게 해 줬던 것처럼
행색은 뭐, 또 좀 잔혹해도?
지금도 예쁘기만 하세요
태어나서 한 번도 안 예뻐 본 적 없었어, 나는
다음엔 조공도 같이 할게요
내 팬이랑 같이?
엄마 팬?
아, 아, 아, 그 팬요?
잘해 줘, 내 팬이라잖아
(지우) 어떤 인연인진 몰라도
네 손 잡아 줄 정도의 인연이면 귀하게 여겨야지
엄마는
아버지랑 왜 결혼하셨어요?
사랑해서
두 분은 괜찮으시고요?
안 괜찮지
아직도
사랑해서
진짜 출연할 생각 없어?
놉
아유, 누굴 닮아서 이렇게 단호한지 몰라
어, 인정
(지우) 응, 응, 인정, 인정
[휴대전화 진동음]
(선겸) 엄마가 엄마 팬한테 잘하래요
[부드러운 음악] 참…
귀여워 가지고
감사합니다, 지우 언니
(미주) 잘하든가, 그럼
[안전띠를 달칵 채운다]
[자동차 시동음]
(스태프3) [영어] 다들 저녁 드세요
(염 피디) 제임스, 비빔밥 좋아해요? 물회는 알아요?
(제임스) 아니요 그런데 음식이 다 맛있었어요
[염 피디의 웃음]
[배에서 꼬르륵거린다]
[한국어] 난 이런 시골에서는
(매이) 해 지면 대체 뭐 하나 했는데
(희진) 술 먹죠 [매이의 웃음]
근데 미주 씨는 밥도 안 먹고 왜 그걸 지키고 있어요
아무도 안 지켜서?
네가 자꾸 지키면 네 포지션 된다
아휴, 어차피 누군가 하는 거 그냥 내가 한 거지, 뭐
예산 짜는 건 할 만해?
계속 회의나 하는 거지, 뭐
키스태프 통역은 할 만하냐?
통역을 끼긴 했는데 끼어들 틈을 안 줘
(미주) 아, 통역할 타이밍을 아예 안 줘요
그래서 우리 연출부 막내가 도망간 거 아니에요
- 그 등쌀 못 버티고 - (미주) 아, 우리 피디님이
막내가 도망친 이유를 숨기셨네, 응?
(미주) 난 지금 그 막내가 정말 이해가 되는데
- (희진) 사랑합니다, 짠 - (미주) 치
(함께) 짠
(미주) 아, 처음에는 그런 생각 할 겨를도 없었는데 지금은
가끔 내가 진짜 여기서 뭐 하나 싶어요
말은 겁나 길게 하지
통역 실수하면 여기 있는 사람들 시간 다 낭비하는 거니까 예민해지지
또 시간은 예산에 직결되니까 막 벌벌 떨게 되잖아
뭐, 통역 안 하고 있을 땐 막 뭐라도 해야 될 거 같고, 현장에서
[미주의 한숨]
뭐, 그래도
아직은 재밌어, 할 만해
언니 때보단 낫잖아, 환경이
라떼는 추가 근무 기본에 페이도 제대로 못 받았지 말이야
그땐 다 그렇게 해야 되는 줄 알았지 말이야
벌써 6, 7년 됐나?
나도 무식했지
아유, 그렇게 부려 먹은 사람들이 무식한 거지
- 열정 페이 뒈져라 - (희진) 뒈져라
(편의점 사장) 또 술 처먹으러 왔지? 문 닫을 거야, 가
나도 졸려
오늘 처음 왔어요, 선생님
나 들으라고 저러시지, 선생님
24시간이잖아요, 선생님
(편의점 사장) 하, 소금 어디 있니, 아이씨 [함께 웃는다]
[고양이 울음]
- (매이) 소금, 소금 - (미주) 맨날 왔나 봐
[차분한 음악]
[통화 연결음]
어, 밥 먹었냐?
네, 선배님, 지금 먹고 있습니다
(영일) 나도 먹었어
오늘 시금치된장국이랑 불고기 나왔는데 맛있더라
너는?
(우식) 어…
저도 맛있는 거 먹었죠
근데 저한텐 어쩐 일로…
(영일) 어색한 티 겁나 내네, 진짜, 씨
갑자기 이런 전화 어색하겠지만 나만 하겠냐
내가 제일 어색해, 인마
맨날 보던 놈들 둘이나 없어져 가지고
너 그러고 기선겸 다시 안 봤지?
네, 아직
(우식) 제가 마음의 준비가 안 됐어요
마음의 준비는 복귀한 다음에 하고
걘 네가 먼저 보자고 안 하면 계속 기다릴걸?
(영일) 그 답답한 성격 어디 가겠냐
[한숨]
그냥 질러
네가 훨씬 어리잖아
네 나이 때는 그냥 들이받는 게 특권이야
- (영일) 괜찮아 - 네, 그럴게요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네
- (의사1) 김우식 님 - 어, 네, 갈게요
[밝은 음악]
[영화감독이 영어로 말한다]
[촬영 감독이 영어로 말한다]
[영화감독이 영어로 말한다]
[촬영 감독이 영어로 말한다]
[영화감독이 영어로 말한다]
[영화감독이 영어로 말한다] [촬영 감독이 영어로 말한다]
(미주) 네, 35신은 롱 테이크로 갈 거고요
제임스가 액션 팀 다리를 걸어서 넘어트리고
망치 들어서 액션 팀을 공격할 거라고 합니다
그때 분장 팀이 피를 준비하고 계시다가 뿌려 주시면 됩니다
어, 그다음에 제임스가 망치를 들고 뒤로 돌아가면
갑자기 세 명이 들이닥치고
그다음에 이제 망치를 또 던지고 가운데 적을 맞히고
오른쪽으로 뛰어서 담을 넘어간다고 해요, 예
[영어] 잠깐, 피가 왜 벽에는 없고 바닥에만 있죠?
그러니까 아까 말했듯이
(촬영 감독) 이 앵글에는 벽에도 피가 있어야 했는데
- 어떻게 된 거죠? - (촬영 감독) 미주 씨!
벽에도 특수 효과 피가 있어야 한다고 전달 안 했어요?
(촬영 감독) 내가 분명히 말했는데
벽이랑 바닥에 피가 있어야 한다고요
여길 봐요
벽에 피가 보여요? 없잖아요
죄송합니다 제가 실수를 한 것 같습니다
(영화감독) 개리슨, 그럼 편집으로 크로스오버시켜서 마스터에 붙이죠
그게 더 나을 것 같아요
(촬영 감독) 알겠어요
[한국어] 컷만 다시 따서 붙여야죠, 뭐
(영화감독) 통역하기 복잡한 동선이긴 해요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영어] - 부탁 하나 드려도 될까요? - (촬영 감독) 말해 봐요
중간 중간에 통역 타이밍을 주시면 좋겠어요
그 타이밍만 조금 주시면
더 잘 전달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알겠어요, 미안합니다
통역을 거쳐서 촬영하는 게 처음이라
(촬영 감독) 그건 생각을 못 했네요
앞으로 배려할게요
감사합니다
저도 실수 없도록 하겠습니다
(촬영 감독) 안 그러길 바라요
[익살스러운 음악]
[한국어] - (단아) 뭐야 - 축구공요
제 번호 저장했어요?
했어, 누군지 알아야 쌩까지
아유, 진짜 싸가지 없어
내가 그 습관 개선하라고 안 했나?
- 왜요 - (단아) 뭐?
좋아서 웃는 건 내 자유인데 대표님이 왜 고치라 마라지?
시사회 왜 안 나왔어요?
(영화) 그리고 애초에 대표님이랑 선겸이 형이 자만추를 왜 하고
남이사, 여긴 왜 왔어
러프 보여 줄까 하고 왔는데 그러기가 싫네
싫은 것도 참 많아
아, 보여 줘
아, 빨리 보여 줘, 러프
아, 러프 그거 별로 안 중요하다니까요
- 그걸 학생이 왜 결정해? - (영화) 대표님은 왜 결정하지?
난 결정하는 사람이니까
그리는 건 난데?
씁, 학생이 이딴 식이면
(단아) 내가 약간 궁금했던 러프가 무척 궁금해지고
난 궁금한 걸 참지 않아 인내심을 배워 본 적이 없어서
그럼 내가 어떻게 하겠어?
인내심을 배우겠죠
어디 가둬서 고문을 해서라도 러프를 보고야 만단 소리야
오, 그런 식으로 시간 내 주시는 거예요?
말이 안 통하는 학생이네?
저 학생이라고 좀 안 불렀으면 좋겠는데
그럼 학생을 학생이라고 하지 뭐라고 불러, 학생?
[헛기침]
'영화야'
[단아의 웃음]
아, 너무 느끼해
가 힘드시면 뭐
차라리 '새끼'도 괜찮고
(영화) 아무쪼록 제 꿈이 아닐 수 있게 협조 좀 해 주세요
[지현의 한숨]
[영화가 코를 훌쩍인다]
(지현) 저 먼저 가 있겠습니다, 대표님
(단아) 네
어디 가요?
알아서 뭐 하게
뛰어서 가요?
[흥미진진한 음악] 뭐야, 왜, 왜, 왜
(영화) [놀라며] 아, 잠깐, 잠깐, 아! 오…
[영화의 신음]
[영화의 거친 숨소리]
협조받긴 글렀네
[영어] 네가 크거든 내게 복수하러 오거라
(영화감독) 컷!
좋아요, 마지막 컷이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스태프4) [한국어] 자, 오늘 너무 고생하셨고
자, 내일 콜 타임은 각 팀별로 전달드리겠습니다
(미주) 고생하셨습니다
아, 뭐야
몸살인가?
아, 아프면 큰일 나는데
아, 추워
[프린트 작동음]
[미주의 한숨]
[흥미진진한 음악]
(염 피디) 우리 제임스가
분명히 영어 못하는 드라이버 요청했는데
누가 영어 가능한 사람 섭외했어!
- (희진) 네가요 - (염 피디) 온 채널 다 동원해서
(염 피디) 다시 구해 와요
남자 친구라고 지금 차별하는 거야, 뭐야
막내도 런 어웨이 하고!
일 좀 똑바로들 합시다
아휴, 쯧
[문이 쾅 닫힌다] (희진) 아유, 염강순 저걸 진짜, 씨
내일모레 그, 제임스 남자 친구
어레인지하는 드라이버 때문에 그러는 거예요?
(희진) 네
아니, 배우가 분명히 영어 못하는 사람으로 요구했는데
자기가 멋대로 알아듣더니 반대로 구해 온 거죠
영어 잘하는 사람으로
아, 그래 놓고 왜 애먼 사람한테 그래?
(희진) 그러니까요
욕은 나중에들 하고
지구가 반으로 쪼개져도 제임스 남친은 모레 입국이야
(매이) [분노하며] 아!
찬희 놀고 있지 않아?
최근에 로케이션 끝났잖아
찬희 오빠 곧 출산이라 스케줄 안 돼요
그분이 직접요?
- (희진) 그분 아내분이… - (미주) 아, 그렇죠
아유, 드라이버를 갑자기 어디서…
(매이) 어!
(미주) 어, 맞네
영어 못하고 운전만 잘하면 되는 거예요?
현재 놀고 있고?
용모도 단정했으면 좋겠대요
(희진) 배우님 요청이라
하, 완벽한데?
(미주) 어…
잘 지냈을 테니까 스몰 토크는 생략할게요
그, 혹시
내일 차 가지고 나 있는 데로 좀 와 줄 수 있어요?
화해해요, 우리
그, 운전 조심하고요
주소는 내가 문자로 남겨 놓을게요
네
네
[통화 종료음] 하, 참
나도 참 이기적이다
이러다 벌받지
[미주의 거친 숨소리]
얘는 왜 이불도 안 덮고 이러고 있어? 더웠나?
[휴대전화 진동음] [매이의 당황한 신음]
네
아, 다 왔어요, 앞이에요
[문이 달칵 여닫힌다] [차분한 음악]
[힘겨운 신음]
[힘겨운 숨소리]
[힘겨운 신음]
씨…
(미주) 응급실…
아, 진짜
근처에서 큰 병원 못 본 거 같은데
[한숨]
아, 진짜 죽겠네, 아…
[통화 연결음]
언니, 나 그…
요 앞에 병원 좀 가는데
혹시 무슨 일 생기면 수습 좀 해 달라고
[통화 종료음]
열이 좀 있는데 과로해서 그런 거니까
뭐, 너무 걱정하진 않아도 돼요, 어
- (미주) 예 - 뭐, 그, 저, 힘든 일 해요?
(의사2) 저기 무슨 뭐, 영화 찍는다 그러던데 [미주의 난처한 숨소리]
뭐, 바깥에서 뭐, 종일 뭐 혹시 영화 찍고 그런 거 아니에요?
아, 예, 영화 촬영은 맞는데
수액도 좀 달고
(의사2) 체온을 좀 낮춰야 되니까
당분간은 저, 무리하면 안 돼요
예, 알겠습니다
[문이 쓱 여닫힌다]
(여자1) 아가씨, 괜찮아?
아, 어디가 아파서 누워 있어?
- (미주) 네? - (여자1) 아이고, 얼굴이 사과 같네
(여자1) 열이 많아?
[힘겨운 목소리로] 아, 아, 저…
(미주) 죄송합니다 제가 지금 머리가 너무 울려 가지고요
(여자1) 여기, 여기, 여기, 자 귤 좀 먹어 봐 봐
- (여자2) 아유, 먹어야 기운 나지 - (미주) 진짜 괜찮은데
- (여자1) 아, 귤을 안 좋아하나? - (여자2) 그러게
[한숨]
[여자들이 계속 대화한다]
[문이 쓱 열린다]
[문이 쓱 닫힌다] 왜 아프고 염병이야, 진짜
아, 왜 자꾸 여냐고요
아, 나예요, 미주 씨
[잔잔한 음악] [서러운 숨소리]
괜찮아요?
어떻게 여기 있어요?
아, 그, 동거인분이 여기 병원 수습하라고 하셔 가지고
뭔 줄 알고 수습을 해요?
아, 우, 울어요? 우는 거예요, 지금?
많이 아파요?
보니까 마음이 놓여 가지고
(미주) 나 지금 너무 아픈데
[미주가 훌쩍인다]
내가 뭐 어떻게 해 주면 돼요?
[여자들이 계속 대화한다]
[미주가 훌쩍인다]
- 자꾸만 말 시키고 - (선겸) 네
[울먹이며] 자꾸 커튼 열고
자야 되는데
이, 이 사람들?
잠깐만요
[한숨]
(여자1) 총각 어디서 왔어?
(선겸) 서울요
(여자2) 저 아픈 아가씨 남편이야?
- (선겸) 아니에요 - (여자2) 아니야?
(여자1) 아유, 어쩜 이렇게 예쁘게 생겼어
(여자2) 아유, 피부도 곱고
(선겸) 감사합니다
[작은 소리로] 근데 옆에 들릴까 봐
좀 조용히 부탁드리겠습니다
- (여자1) 아이고, 알았어, 알았어 - (여자2) 알았어, 알았어
(선겸) 감사합니다
[여자들의 웃음]
엄마…
일이 많았나 봐요?
힘들어 보이던데
아까보단 나아졌어요
나 코 골았어요, 혹시?
엄마 찾던데
내가요? 진짜로?
[어이없는 숨소리]
웃기지도 않아서, 진짜
뭐가요?
엄마 찾은 게요
[차분한 음악] 그게 왜 웃겨요
나 어릴 때 뇌 수막염 걸렸었거든요?
선생님이 다인실에 입원을 시켜 줬는데
거기 다 아픈 애들밖에 없고
아프니까 다 똑같이 낑낑거리고
엄마를 그렇게 찾더라고요
그럼 엄마가 와서 손잡아 주고
(미주) 난 아플 땐 다 나처럼 욕이나 하는 줄 알았죠
걔네한테 배웠어요
안 이상해 보이려고
좀만 다르면 이상하다고 하니까
부모님이 너무 일찍 돌아가셔서
뭐, 그런 거를 습득할 기회가 없었던 거죠, 유아기에
어릴 때는 그렇잖아요
주류 테두리 안에 있어야지 안전함을 느끼고
커서는 제도권 밖으로 밀쳐질까 무서워하고
기선겸 씨는 안 무섭겠지만
기선겸 씨는 무서운 거 뭐 있어요? 벌레?
없었는데
자꾸 생기려고 하네요
시골이라 밤에 벌레도 많은데
(선겸) 아이고…
[선겸의 놀란 신음]
이거 곰팡, 우아
기선겸 씨 방은 옆방이에요 거긴 창문도 없대
오미주 씨, 이런 데서 자면 없던 병도 생겨요
화장실 보면 기절하시겠네, 아주
- (선겸) 아이고 - 그, 나 옷만 좀 갈아입고
옆방의 스태프들한테 얼굴도장 찍으러 가요
(선겸) 자, 자, 자, 잠깐, 이거, 이거 병원에서 계속 붙이고 있으라 그랬는데
- 이거 떼면 안 되는데 - (미주) 아이, 괜찮아요
(미주) 사람들 신경 쓰는 게 싫어 가지고
나 옷만 좀 빨리 갈아입고 올게요
기다려요 [선겸의 헛기침]
[문이 달칵 열린다] (선겸) 이야…
[문이 달칵 닫힌다]
오, 저기 바퀴벌레
아이고
몸은, 좀 괜찮냐?
(매이) 휴차에 이게 뭐야
오셨어요?
수습 잘하셨네요
(미주) 아, 이쪽은
오늘 내려오신 드라이버분이시고요
여기 우리 제작부 피디님들
안녕하세요, 기선겸이라고 합니다
(함께) 안녕하세요
(희진) 정희진 피디입니다
예, 그, 저희가 지금 좀 바빠 가지고요
미주 씨, 어떻게 같이 마무리할래요?
아, 예, 그래야죠, 그래야죠
어, 좀만 기다려 줄래요?
(미주) 편하게
(희진) 그, 선겸 씨
어, 여기에 그…
스케줄 촬영이랑 숙소 어레인지 해 줄 스태프들이 다 있어서요
재미없겠지만 여기서 조금만 기다려 줄래요?
여기 앉아 계세요, 편하게
[희진이 스태프들과 의논한다]
(스태프5) 내일은 대충 됐고
아, 모레 촬영이 문제인데
(매이) 12시간 안에 못 찍는다니까, 100%
추가 촬영 잡히면 다 야식 먹어야 하고
오버타임 페이 나가고
(미주) 근데 촬영 감독이 그 시간에 꼭 찍어야 되는 컷이 있다잖아
죽어도 찍겠다잖아
그게 제일 한국적인 거라나, 뭐라나
미국적인 새끼가, 쯧
야식 비용을 아예 잡아 놔야겠다
[매이가 중얼거린다]
(희진) 햄버거로 할게요
내일 예산 끝
모레도 얼추 나왔으니까 이만 파할까요?
- (스태프6) 네 - (미주) 네, 그러죠
(희진) 아, 피곤하다
변비는, 좀 어때요?
아니, 3주 동안 소식도 없어요
(희진) 숙소 꼬라지 좀 봐요 그게 나갔다가도 들어가지
(선겸) 어? 여기 계셨네요?
(희진) 어, 커, 커피라도 드실…
- 아, 이거는 드시던 거 - (희진) 아…
아, 저희 막내가 숙소 안내해 줬죠?
네
그래서 말인데 숙소를 좀 옮길 수 있을까요?
(희진) 아, 그…
좀 저, 그렇, 좀 그렇죠? 예, 그…
아, 저희도 옮기고는 싶죠, 그…
제가 검색해 보니까 뭐, 5성급까지는 아니더라도
근처에 괜찮은 호텔은 좀 있더라고요
그 호텔은 배우들이랑 키스태프만 묵고 있어요
우리 영화가 아직
지자체 영상위 인센티브 픽스가 안 나서
예산 아껴야 하거든요
그걸 제일 아낄 수 있는 방법이
스태프 숙소랑 식사 비용이거든요
그, 숙소를 제가 옮겨 드리는 게 괜찮을까요?
[흥미진진한 음악] 누굴요?
아, 저, 전부 다
- 네? - 네?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를 탁 연다]
- 네 - (미주) 거기
(미주) 그 깨끗한 이불이 내 거예요
모텔 거 아니고
(선겸) 아, 이거요?
네, 챙겨 갈게요
[통화 종료음]
취향이 참
한결같으시네
[힘겨운 숨소리]
[잔잔한 음악]
[선겸이 캐리어를 탁 내려놓는다]
(미주) [웅얼거리며] 엄마
엄…
(선겸) 뭐라고요?
[웅얼거리며] 엄마
엄…
(미주) 엄…
기선겸
- 엄마 - (선겸) 기선겸
앞으로는 없는 거 말고 있는 거 불러요
아플 때, 힘들 때
[웅얼거리며] 기선겸
기선…
겸
왜 이렇게 발음이 어려워요?
[미주의 힘겨운 숨소리]
불렀잖아요
(미주) 잡아 줘야지
[부드러운 음악]
[미주의 힘겨운 신음]
(미주) 원양 어선이라도 태우면 어떡하려고 그렇게 덥석 왔어요?
여기 오미주 씨 있대서요
(미주) 아유, 왜 이렇게 물가에 애 내놓는 기분이지?
그런 기분 느낄 나이도 아니지 않아요?
(영일) 야, 너 여기서 뭐 하냐?
(선겸) 드라이버 알바 하러
(영일) 이럴 거면 그냥 다시 돌아와라
(동경) 기 선수 액자는 왜 치우는 거예요?
(단아) 치운 게 아니라 자리 만들어 두는 건데요?
너도 뻑큐다, 이 새끼야 뻑큐, 뻑큐
- (촬영 감독) '왓'? - (미주) 뻑큐!
(염 피디) 오미주 씨, '아 유 크레이지'?
아, 이 사람이 먼저 절 욕하잖아요
(미주) 왜요, 먹고 죽으려는데
뭐야
(영화) 네 그림에 숨겨진 걸 누구한테 들킨 적 있냐?
(단아) 나 귀여워요?
(예준) 네가 말한 라푼젤이 서단아야?
- (예준) 그럼 너는? - (영화) 이영화
(미주) 나 그냥 확 오늘 올라가 버릴까?
(선겸) 나 계속 그거 하고 있어요
좋아해 달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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