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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생은 처음이라 9

 

빨리 와

 

우리 집에

 

가게

 

(지호!

 

(세희정류장에 떨어뜨리셨어요

 

(지호...

 

전화 많이 하셨네요?

 

(세희

 

많이 했습니다

 

[세희의 한숨]

 

[도어 록 작동음]

 

저 먼저 씻어도 되겠습니까땀이 너무 나서

 

그러세요

 

 

 

 

왜 따라오십니까?

 

제가 따라간 게 아니고...

 

[잔잔한 음악]

 

(세희...

 

몰랐습니다

 

그러신 거 같더라고요

 

그럼 씻으세요

 

[TV에서 중계 소리가 흘러나온다]

 

(세희남강역 사건 용의자인 것 같습니다

 

[놀라는 숨소리]

 

여대생 스토킹했다는?

 

신고 내용도 똑같고 스패너도 그렇고요

 

근데 왜 저한테 말씀 안 하셨어요?

 

알고 계셨던 거 아니에요?

 

힘들게 구한 직장이라고 하셨잖아요

 

경솔하게 알릴 수는 없었습니다

 

아니그래도 저한테 살짝 말씀해 주셨으면

 

제가 모른 척 연기하면서 걔를 좀 살펴볼 수도 있었고

 

지호 씨가 모른 척 연기를 하신다고요?

 

아니왜요?

 

제가 그런 거 못 할 거 같으세요?

 

[흥미로운 음악]

 

(지호제가 좀 오버했어요

 

그러니까 이제 쉽게

 

'우리'라고

 

하지 말아 주세요

 

버스 타고 오셨냐고요

 

제가 대답해야 되나요?

 

그러실 필요는

 

없죠

 

그러니까요

 

(세희그 사람이 저희 계약을 아는 것 같다고요?

 

 

분명히

 

가짜 남편이라고 했거든요

 

(복남그러게 누가 가짜 남편이랑 결혼을 하래?

 

아무리 스토킹을 했다지만 어떻게 알았을까요?

 

그러게요

 

그건 저희 둘밖에 모르는 사실인데

 

(지호휴대폰 때문인가?

 

?

 

(지호제가 휴대폰에 저장해 놓은 거 보고 그랬거든요

 

남편이 아니라 진짜 집주인 아니냐고

 

 

저를 '집주인'으로 저장해 두셨더라고요

 

(세희그게 일반적이지는 않으니까

 

그러게 왜 저를 집주인으로 저장하셔 가지고

 

그럼 뭐라고 저장해요?

 

아니다른 거 할 게 없잖아요

 

이름도 있고요

 

'세희'라든가 '세희 씨'라든가

 

[한숨]

 

[흥미로운 음악그러는 세희 씨는 저를 뭐라고 저장하셨는데요?

 

저는 당연히 지호 씨를

 

세입자라고 저장했네요

 

(세희보미 님 작은아버지께서 서에 계셔서 알려 두었으니까

 

아마 내일쯤이면 해결이 날 겁니다

 

그럼 복남이는 어떻게...

 

콩밥 먹어야죠

 

 

(TV 속 해설자위험했어요! [TV 속 캐스터가 호응한다]

 

(TV 속 캐스터산체스왼쪽엔 수비수가 있고요 [지호의 놀라는 숨소리]

 

(TV 속 해설자앞쪽인데요

 

[세희의 놀라는 신음] (TV 속 캐스터안쪽으로 지루 들어갑니다!

 

(TV 속 해설자산체스!

 

[지호와 세희의 탄성]

 

[TV 속 중계가 계속된다] (세희깔끔하게 넣었네요

 

역시 산체스

 

감사해요

 

[잔잔한 음악]

 

달려와 주셔서

 

거기서 같이 내려와 주셔서

 

그리고 또

 

'우리 집'이라고 말해 주셔서

 

많이 섭섭하셨습니까?

 

제가 그었던 선이

 

(세희남들 앞에서 부부 관계 연출하지 말자고 해서

 

그리고 '우리'라고도 부르지 말라고 해서

 

많이 서운하셨습니까?

 

 

저는

 

지호 씨에게 폐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세희남들과 다르게 저희는

 

종료를 전제로 한 결혼이니까요

 

지호 씨에게는 주거 공간을

 

저에게는 월세라는 이익을 상호 합의 한 계약이긴 하지만

 

결혼 종료 후에는

 

저보다는 지호 씨의 피해가 더 클 수도 있으니까요

 

아무래도 여성이시고 저보다 나이도 적으시니까

 

그래서 사회적 평가가 더 엄격할 수도 있으니까

 

되도록 저와 관련된 관계들은 최소화하고

 

무언가를 같이 공유하는 일도

 

되도록 피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고 계셨던 거예요?

 

결혼 종료 후의 일에 대해서

 

그리고 제 피해에 대해서요?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기보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결혼식 후에

 

왜요?

 

약속을 했으니까요

 

(세희지호 씨에게 폐가 되지 않겠다고 지호 씨 어머님과 약속을 했었으니까

 

지키고 싶었습니다

 

[잔잔한 음악]

 

앞으로도 지키고 싶고요

 

(세희저도 아직 지호 씨를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언제라도 자기가 행복한 길을

 

스스로 선택하실 겁니다

 

그리고 저는 결혼 생활 동안 그 선택에

 

폐가 되지 않겠습니다

 

제가 약속드릴 수 있는 건 이게 다입니다

 

[통화 연결음]

 

[휴대전화 진동음]

 

여보세요?

 

저예요

 

압니다

 

제가

 

졸업하고 보조 작가로 취직했을 때

 

한 달에 80만 원을 받았어요

 

(지호그때 저희 아빠가

 

당장 때려치우고 남해 내려와서 시금치 캐라고 그러셨어요

 

집 뒤에 있는 텃밭에서 시금치 일주일만 캐도 그거보다는

 

많이 번다고요

 

(지호그렇게 남들 다 이해 못 하는 일을

 

제가 왜어떻게 시작할 수 있었냐면요

 

아무 생각이 없었어요

 

좋은 작가가 되겠다든지 유명해지고 싶다든지

 

성공하겠다든지

 

그런 생각이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냥 어쩌다가 시나리오라는 걸 보게 됐는데

 

그게 미치게 재밌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시작한 거였어요

 

하루하루 글이라는 걸 쓰는 게 재밌어서그냥

 

(지호글을 써서 뭘 이루겠다든지 뭐가 되겠다든지 그런 생각이 없었어요

 

그러니까 전

 

2년 뒤의 일 같은 거

 

생각 안 해요

 

거기까지 생각했으면

 

아마 못 했을 거예요이 결혼

 

(지호그냥 저한테는

 

지금 당장 이 방이 필요했고

 

이 집의 안전함이 좋았고

 

고양이랑도 헤어지기 싫었고

 

 

집주인이 믿을 만한 사람이어서

 

그래서 한 거예요

 

(지호지금 현재 이 집에 소속되어 있다는 사실이 좋아서

 

그러니까 결혼이 끝나고 난 뒤의 일 같은 건

 

저한테 중요하지 않아요

 

(지호생각하지도 않아요

 

그러니까 이제

 

일부러 선 긋는 거

 

하지 마세요

 

 

방문도

 

잠그지 마세요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세희저도

 

할 말 있습니다

 

집주인

 

이라고 하지 마세요

 

[잔잔한 음악] (세희혼자라고 오해받을 수 있으니까

 

남들 앞에선

 

'남편'이라고 하세요

 

위험한 일이 또 생길 수도 있으니까 혼자라고 오해받지 않게

 

2년 동안은 저와 함께

 

이 집의 소속이시니까

 

 

 

그럼 주무세요

 

근데 제가 거기 있는 건 어떻게 아셨어요?

 

전화도 안 됐는데

 

[통화 연결음]

 

[휴대전화 진동음]

 

[한숨]

 

(택시 기사공사 중이네?

 

더는 못 가겠는데요?

 

(세희저 위까지 가는 다른 길은 없습니까?

 

차로 가는 길은 이 길밖에 없어요

 

혹시 걸어가는 길이 따로 있나요?

 

(택시 기사이쪽으로 가도 되는데

 

감사합니다

 

[한숨]

 

(택시 기사) 30분도 더 걸릴 텐데

 

[거친 숨소리]

 

[힘주는 신음]

 

[지친 숨소리]

 

[스패너가 탁 굴러간다]

 

가요축구 보러

 

(세희빨리 와

 

우리 집에

 

가게

 

[새가 짹짹 지저귄다]

 

[옅은 신음]

 

[잔잔한 음악]

 

[고양이 울음]

 

[통화 연결음]

 

[지호의 편안한 신음]

 

[살짝 웃는다]

 

[휴대전화 진동음]

 

여보세요?

 

(세희여보세요? [발랄한 음악]

 

(지호여보세요?

 

(세희집에 계셨네요?

 

근데 왜 또 전화를

 

그게...

 

...

 

(지호알람을 끈다는 게 이렇게 통화를 잘못 눌러서

 

그러셨...

 

군요

 

[멋쩍은 웃음]

 

밤새 안녕히 주무셨어요?

 

지호 씨는요?

 

저도요

 

[고양이 울음]

 

?

 

(지호고양이네가 어떻게 여기 있어?

 

혼자서 택시를 잡아타고 왔더라고요

 

(세희문밖에서 문 열어 달라고 울고 있길래 열어 줬습니다

 

[고양이 울음]

 

(지호얘가 그런 능력이 있다고요?

 

없죠물론

 

농담이니까요

 

[놀란 숨소리] [밝은 음악]

 

농담을 하신 거구나

 

[멋쩍은 숨소리]

 

 

[픽 웃는다]

 

[살짝 웃는다]

 

[휴대전화 벨 소리]

 

[휴대전화 조작음] [휴대전화 진동음]

 

(지호지호웬일이야아침부터?

 

보미 님

 

뉴스요안 봤는데요

 

뉴스 보라고?

 

?

 

...

 

잡혔다고요?

 

[의미심장한 음악]

 

(기자지난 10 30일 발생한 남강역 감금 사건의 용의자가

 

[기자들이 소란스럽다오늘 새벽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용의자는 온라인 게임 채팅으로 만난 여성을 스토킹하다 납치해

 

(영상 속 기자) 13시간 동안 감금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경찰은 용의자를 구속하는 한편

 

추가 범행 여부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아직도 안 믿기네요

 

(지호이런 애일 거라고는 진짜 상상도 못 했는데

 

(세희자기 자신도 다 모르는데 타인의 이면을 어떻게 알겠습니까?

 

오늘 출근하셔도 괜찮으시겠습니까?

 

카페로 경찰이 찾아올 수도 있고

 

괜찮아요

 

범인도 잡혔는데 나가서 일해야죠

 

[하차 벨이 울린다]

 

(지호그럼 이따 집에서 봬요

 

(세희오늘 버스 타고 오실 거죠?

 

 

그럼 이따 봬요

 

(지호

 

세상에복남이 그놈 새끼

 

(호랑지호너 괜찮아어디 다친 데 없어?

 

(지호괜찮아

 

위험하기 전에 집주인이...

 

아니

 

[발랄한 음악] [픽 웃는다]

 

남편이

 

와 줬거든

 

(호랑그러니까수지한테 들었어

 

아니형부 진짜 대단하시다

 

우린 걔 미소에 다 홀랑 넘어갔는데 어떻게 그 정보를 다 수집하셨지?

 

그러니까나도 모르는 사이에 증거를 다 수집해 놨더라고

 

(호랑) [놀라며진짜 철두철미하시다

 

석이 말이 맞나 봐

 

큐브 그게 보통 계산으로 맞추는 게 아니라던데?

 

큐브 신기록 갖고 계신다면서회사에서

 

그럴 만하지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철저한 사람이거든

 

[비장한 음악]

 

(직원1) [놀라며대박, 52

 

[직원들의 탄성]

 

(직원2) 역시 세희 님

 

(직원3) 세희 님 큐브의 신이라니까 [저마다 감탄한다]

 

- (직원4) 그러니까 - (직원1) 진짜 말이 돼?

 

(직원4) 사람이 봐도 봐도 신기해진짜

 

(직원5) 진짜 말도 안 된다

 

[직원들이 계속 감탄한다]

 

(직원3) 이게이게 공식이 있나이게?

 

- (직원5) 처음 봤어요 - (직원3) 나 이거 모르겠어

 

- (직원4)  - (직원5) 저게 사람이야?

 

(직원6) 사람 아닌 거 같은데

 

(상구남 수석그거 끝났으면 잠깐 나 좀 볼까?

 

일 때문에

 

[직원들이 감탄한다]

 

[비장한 효과음]

 

(상구어제 걔한테 뭐어떻게 했나?

 

심하게 그런 건 아니지?

 

(보미때린 건 아니죠?

 

제가 사람을 때릴 사람으로 보이십니까?

 

(상구다행이다

 

(세희대신에

 

오토바이를 때렸습니다

 

뭘 때려? - (보미) 4천만 원짜리를?

 

, 4천만 원짜리라고 해도 한 방에 날아가던데

 

더군다나 뭐그다지 전력을 다하지도 않았는데도 말이지

 

[익살스러운 효과음]

 

왜 날 그런 눈으로 봐?

 

진짜야전력을 다하지 않았어

 

제가 아침에 전화했잖아요 범인 잡혔다고

 

저도 뉴스 봤습니다

 

(보미이거 보세요

 

제가 작은아빠한테 부탁해서 입수한 거예요진범 사진 [익살스러운 효과음]

 

(상구신고 리스트 계정 보니까 그거 도용된 거더라고

 

[흥미진진한 음악] - ? - (보미세희 님도 보셨잖아요

 

연복남 씨 별스타그램에서 엄청 인기 많은 셀럽이에요

 

(상구요새는 SNS 캐면 [휴대전화 캡처 작동음]

 

여러 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잖아

 

범인이 계정을 새로 파서 연복남 사진을 올려놓은 거지

 

(보미연복남 씨인 척하면서 여자들한테 접근한 거죠

 

완전 상습범이에요상습범 [상구의 한숨]

 

그럼

 

걔는

 

뭔데?

 

그냥 성실한 알바생이죠

 

선량한 시민이기도 하고

 

[오싹한 음악] [놀라는 숨소리]

 

[침을 꿀꺽 삼킨다]

 

[흥미진진한 음악]

 

...

 

(지호너 왜 콩밥 먹으러 안 가고 여기서 토스트를...

 

(사장어제 남편이 얘 오토바이 다 부쉈다며?

 

?

 

(사장멀쩡하게 서 있는 오토바이 발로 차서 다 부쉈다며!

 

(지호아니사장사장님그게그게...

 

쟤요

 

스토커예요

 

(사장스토커?

 

(지호남강역 사건 용의자라니까요

 

뭐지벌써 그새 탈옥한 건가? [사장의 한숨]

 

사장님사장님일단 경찰에 신고부터 좀 해야 되...

 

지호 씨아니너무 심하잖아

 

(사장멀쩡한 애를 범죄자라니스토커라니?

 

그러니까 그게 핵심이라니까요 저렇게 멀쩡하게 생긴 게

 

아니이 사람이 진짜!

 

됐어그만해아빠

 

(지호자기가 뭔데 그만하라 마라야?

 

아빠?

 

[오싹한 음악]

 

남편한테 전화해당장! [으르렁대는 효과음]

 

[익살스러운 음악]

 

[익살스러운 효과음]

 

남강역 사건 용의자?

 

(세희죄송합니다착오가 좀 있었습니다

 

[으르렁대는 효과음] [깨갱대는 효과음]

 

(사장착오가 있었으면 대화로 풀어야지

 

다 큰 어른이 애 바이크를 부숴 놓고 말이야

 

그 비싼 걸! [익살스러운 효과음]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사장그게 어떤 오토바이인데

 

자기 자취방 보증금까지 빼서 산 오토바이예요그게!

 

[휴대전화 진동음] [사장이 혀를 쯧 찬다]

 

[사장의 한숨]

 

[으르렁대는 효과음] [깨갱대는 효과음]

 

점잖게 생겨 가지고는...

 

여보세요

 

[웃으며

 

[세희의 한숨]

 

나도 조용히 처리하고 싶었는데 우리 아빠 화나면 아무도 못 말려요

 

(복남그래도 그건 말 안 했어요

 

가짜 부부

 

[흥미진진한 음악]

 

(세희그건 어떻게...

 

그리다 예식장 버스 타고 갔죠?

 

[세희의 놀란 숨소리]

 

보통 버스 타고 자기들 결혼식을 가지는 않죠

 

정상적인 부부는

 

[버스 문이 쓱 열린다]

 

[카드 인식음]

 

[카드 인식음]

 

(복남버스에서 처음 봤을 때는 그냥 좀 웃긴다 생각하고 지나쳤는데

 

(세희혹시 손수건이 필요하실 것 같습니까?

 

신부가 울 때 신랑이 손수건으로 눈물을 꼭 닦아 줘야 한다고

 

아니제가 울기는 왜 울어요저 그런 캐릭터 아니에요

 

(세희그래서 정말 다행입니다

 

그리고 지호 씨 예복 비용은 제가 절반 부담하겠습니다

 

(지호아니에요 얼마 들지도 않았는데요

 

(복남들으면 들을수록 이상하더라고대화가

 

(세희그래도 저랑 다르게 웨딩 슈즈와 부케값도 드셨으니

 

다음 달 월세에서 차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복남오늘?

 

안 돼나 오늘 저녁 알바 있잖아

 

(복남근데 마침 내가 알바하는 예식장 앞에서 내리네?

 

[잔잔한 음악]

 

(예식장 직원복남 씨대기실에 있는 안내판 세팅 좀 해 줘요

 

 

(복남실례 좀 하겠습니다

 

(지호

 

[반짝이는 효과음]

 

[세희의 놀라는 신음]

 

(세희죄송합니다

 

 

(복남그래서 생각했지

 

'이 신랑 신부 뭐가 평범하지는 않구나'

 

예를 들면 계약 결혼?

 

[카메라 셔터음] (보미수고하셨습니다

 

[직원3의 탄성] (직원5) 수고하셨습니다

 

(세희수고하셨습니다보미 님

 

(지호감사합니다

 

- (복남사진 한 장 더 찍으시죠 - (보미?

 

(복남여기 우리 예식장에서 서비스로 액자 해 드리거든요

 

액자에 들어가게 두 분 한 장씩 사진 찍어 주시면...

 

- (세희괜찮습니다 - (지호아니요

 

(보미서비스요그럼 해야죠

 

다시 서 보세요얼른요

 

[잔잔한 음악]

 

포즈를 좀 취해야 하지 않을까요?

 

(복남아까 보니까 다정한 컷이 하나도 없던데

 

그랬나?

 

세희 님다른 포즈 좀 취해 보세요

 

다른 포즈라 하면...

 

(복남뽀뽀라든지

 

(지호와 세희?

 

(복남아니면 뭐신부님 허리라도 안으시든지

 

에이결혼사진인데 저게 뭐야밋밋하게 [세희의 난감한 신음]

 

저러면 나중에 두고두고 사진사 탓해요사진 볼 때마다

 

(보미두 분 뭐라도 좀 포즈 취해 보세요

 

두 분 뭐라도 좀 서로 스킨십을 해 보라고요

 

오케이훨씬 다정하네

 

그렇죠?

 

(복남) [살짝 웃으며그렇죠악수도 스킨십이니까

 

(보미찍습니다

 

[카메라 셔터음]

 

[세희의 멋쩍은 신음]

 

(세희그럼 제 사인은 어떻게 아신 겁니까?

 

하셨잖아요

 

예식장 대금 최종 정산 할 때

 

...

 

맞는다

 

(지호) [의아해하며아니그럼

 

스패너는 왜...

 

(세희

 

[답답한 한숨]

 

[긴장되는 음악]

 

(지호우아 [세희의 탄성]

 

병맥주 따 주려고 했던 거였죠

 

병따개가 없어서

 

[밝은 음악] (복남두 분이서 낮술이라도 한잔하시든가요

 

가짜 부부 사기단

 

아니다퍽치기 부부 공갈단인가?

 

[복남의 헛웃음] (세희아니...

 

[세희의 멋쩍은 신음]

 

[지호의 한숨]

 

[지호가 숨을 하 내쉰다]

 

(복남그리고 오토바이 수리비는 내일 중으로 청구할게요

 

(세희...

 

오토바이

 

[익살스러운 음악]

 

 

 

복남 군

 

복남 씨

 

아니죠아드님

 

[익살스러운 효과음]

 

잠시만

 

(네일 아티스트오늘은 일찍 왔다오전 근무만 해?

 

(호랑) [픽 웃으며이런 날도 있어야지

 

[네일 아티스트의 옅은 탄성]

 

[휴대전화 진동음]

 

(수지너 오늘 감배 모임 갈 거야?

 

감배 모임?

 

(호랑)

 

(수지

 

(호랑)

 

(수지)

 

(호랑언니나 오늘 색깔 있는 걸로

 

괜찮아?

 

내일 오프라서 괜찮아

 

[네일 아티스트의 옅은 탄성]

 

[지호의 힘주는 신음] (수지왔어?

 

(지호미안

 

미안해많이 기다렸지?

 

(수지아니아니야춥지?

 

(호랑그나저나 어떻게 됐어복남이 화 많이 났어?

 

형부 이제 집 팔아 가지고 오토바이값 물어내야 되는 거야?

 

숨 좀 쉬고 물어라

 

(수지잘 해결된 거야?

 

(지호집까지 팔 정도는 아니고

 

다행히 잘 얘기해서 좋게 잘 마무리됐어

 

근데 비싼 오토바이는 확실히 다르긴 다르더라

 

그래도 다른 데는 멀쩡해서 백미러값만 물기로 했어

 

할부로 [지호가 살짝 웃는다]

 

(지호나도 이제 더 열심히 해야지알바 복남이 가게니까

 

그러니까 가게 사장 아들일 줄이야

 

그래도 우리 이번 일로 좀 다시 봤다너희 남편

 

(지호?

 

(수지아니백미러값 안 물려고 트리플 악셀 하던 사람이

 

그 비싼 오토바이를 박살 내니까 놀랐지완전

 

[살짝 웃으며나도 좀 놀라긴 했어

 

(수지우리한테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은근 애처가이신가 봐?

 

(호랑그게 바로 사랑의 힘이라는 거야 너 같은 냉혈한은 모르겠지만

 

깝치지 마라

 

(수지감배 모임 가야 돼서 언니 컨디션 별로니까

 

감배 모임?

 

(호랑그러게나도 아까 그게 궁금했는데

 

감배 모임이 뭐야왜 그렇게 불러?

 

가 보면 알게 될 거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사람들이 시끌벅적하다]

 

(호랑나 요즘 쓰는 화장품...

 

(여자1) 지호네 결혼 얘기 좀 해 봐라

 

사실 우리가 좀 많이 섭섭해요

 

어떻게 스몰 웨딩이라고 카도 우째 우리한테 말이 한마디도 없노?

 

(지호미안하다경황이 좀 없었다

 

(여자1) 그래서 신혼집은 어데고?

 

아파트전세설마 자가?

 

자가

 

[사람들의 탄성] - (여자2) 네 남편 능력 진짜 좋다 - (여자3) 대박

 

물론 대출 끼고야

 

(여자2) 요즘 대출 없이 어떻게 시작해 그건 당연한 거고

 

좋을 때다 우리도 신혼 때가 제일 좋았거든

 

(여자1) 그래서 결혼하니까 좋나?

 

 

[반짝이는 효과음]

 

[픽 웃는다]

 

좋은 거 같아

 

(여자3) 뭐가 그렇게 좋을까?

 

(여자2) 우리 남편도 신혼 때는 퇴근하자마자 달려들고 막 그랬는데

 

퇴근하자마자 엄청 찾지?

 

그렇지

 

그 사람도 엄청 찾기는 해

 

[익살스러운 음악] (세희고양이

 

(지호현관에서부터 막

 

고양아

 

(지호내 이름을 부르다가 내가 나가면

 

(지호오셨어요?

 

[고양이 울음] (지호다짜고짜 나를 번쩍 안고서

 

(세희그럼

 

(지호바로 방으로 들어가거든

 

[사람들의 탄성] (여자2) 바로 방으로?

 

(여자1) 아유뜨겁다뜨겁다

 

(여자3) 너무 뜨거운 거 아니야

 

(여자1) 그래도 아기는 너무 빨리 놓지 마라

 

아기를 놓는 순간 신혼은 끝이야알았지?

 

(여자3) 그건 20대 때 얘기고 이제 나이를 생각해야지

 

(여자2) 하긴 낳으려면 하루라도 더 젊을 때 낳는 게 낫겠다 싶긴 해

 

근데 그런 생각 들다가도 시댁 갔다 오면 그런 생각 1도 없어져

 

(수지그래도 개저씨들 같은 직장 상사보다 시부모가 낫겠지

 

이거 마시고 털어

 

[여자2의 한숨] - (여자1)  - (지호

 

(여자1) 수지야니는 아직도 그래 말술을 먹나?

 

니도 참 대단하다

 

[여자3의 웃음]

 

(여자3) 나 임신했을 때 맥주가 너무 당겨서

 

밤마다 맥주 CF 보면서 달랬잖아 [여자2의 웃음]

 

맥주 광고 찍은 송중기가 보고 싶어서가 아이고?

 

[사람들의 웃음]

 

(호랑요즘에는 송중기보다는 박보검이 대...

 

(여자3) 애도 안 가져 본 아가씨들이 그 심정을 어떻게 알겠냐?

 

(여자2와 여자1) 모르지

 

여기 흡연실은 따로 없죠?

 

(가게 직원저기 주차장 쪽에서 피우시면 됩니다

 

(수지

 

흡연실은 왜?

 

(수지요새 아무 데서나 피우면 벌금 매기잖아

 

맞는다 10만 원인가 그 정도 할걸?

 

수지야

 

(여자1) [헛기침하며니는 결혼할 생각이 없나?

 

난 별로 생각 없는데?

 

(여자1) 근데 뭐나중에 생각이 바뀌면 할 수도 있잖아

 

(수지그렇지생각이 바뀌면 할 수도 있겠지

 

(여자1) 그러면저기 담배는 좀 끊어야 되지 않을까?

 

(수지?

 

(여자1) [헛기침하며아니그렇잖아

 

아기를 나중에 놓을라 카면 뭐술은 그렇다 치더라도

 

이 니코틴이라는 게 몸에 축적이 되는 거란 말이야

 

그럼 아기한테 엄청 영향이 안 좋다고맞지?

 

[수지의 탄성] (여자2) 맞아맞아

 

[저마다 말한다]

 

- (수지봤지? - (호랑?

 

(수지감 놔라

 

(여자3) 그래아기 낳으려면 여자 몸이 중요하더라고

 

(수지배 놔라이래서 감배 모임

 

[호랑의 탄성] [지호가 픽 웃는다]

 

[주변이 시끌시끌하다] [지호의 시원한 숨소리]

 

(수지결혼하면 왜 다들 과일 장수가 되는 거냐?

 

감 놔라 배 놔라?

 

[지호가 픽 웃는다] (호랑그래서 다들 결혼을 하는 거야

 

인생의 빅 재미 중 하나가 남의 인생에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거거든

 

[입바람을 후 분다]

 

근데 호랑너 아까 거기서 뭐많이 못 먹었어?

 

배고파?

 

배고팠어

 

아까 거기서 거의 못 먹었어 속 쓰려서

 

[헛웃음 치며싸움은 내가 했는데 네가 왜 속이 쓰려?

 

부러워서

 

결혼한 애들 부러워서속 쓰려서 못 먹었어아무것도

 

[호랑이 입바람을 후 분다]

 

(여자2) 진짜 서른 되니까 너무 달라 체력도 달리고

 

맞아나도 서빙하느라 조금만 서 있어도 피곤하고

 

아니피부도 예전 같지 않고

 

- (호랑엊그제는... - (여자1) 맞네

 

아기를 놓고 나니까 몸 자체가 달라졌다 아이가

 

- (여자1) 니는 안 그렇나? - (여자2) 넌 유치원 보냈잖아 [쓸쓸한 음악]

 

(여자2) 다 키웠지

 

(여자1) 아기를 다 키우면 뭐 해요?

 

평생 키워야 될 남편이 남아 계시는데요

 

아니내 죽겠다

 

니 알지? 46kg 넘었던 적 있어?

 

없었다니까 단 한 번도 없었어요그랬다니까

 

[여자1이 계속 말한다]

 

[입바람을 후 분다]

 

[시원한 숨소리]

 

갈게

 

[차 문이 달칵 열린다]

 

(지호바이

 

(호랑치마 뜯어지겠다

 

간만에 편의점 먹방 찍었더니

 

그러면 좀 걸을까?

 

(호랑그럴까? [지호의 웃음]

 

(호랑희주랑 영옥이는 시집가더니 완전 절친 됐더라

 

(지호) [웃으며그러게

 

걔네들 옛날에는 물과 기름이었는데완전

 

(호랑지호 너도

 

?

 

애들이 원래 너 되게 어려워했잖아

 

(호랑근데 결혼하니까 봐되게 편하게 대하잖아

 

이제 공통분모가 생긴 거지

 

[멋쩍게 웃으며그거야 뭐오랜만에 봐서 그런 거지

 

그리고 사실 따지고 보면 아까 애들 말 틀린 거 하나 없지

 

뭐가?

 

어쨌든 아이를 낳는 건 결국 여자니까

 

(호랑한 살이라도 어리고 건강할 때 낳는 게 낫지

 

그러려면 한 살이라도 어릴 때 결혼하는 게 맞고

 

호랑아

 

너는 결혼이 왜 하고 싶어?

 

[잔잔한 음악]

 

(호랑너 알지?

 

나 어렸을 때 까만 옷은 쳐다도 안 봤던 거

 

(지호알지

 

빨강에 핑크에 노랑에

 

우리 만날 때마다 수지랑 너 오늘은 무슨 옷 입고 오나

 

[살짝 웃으며내기하고

 

(호랑근데 이제 옷장 열면

 

나도 모르게 안 튀는 색 옷만 집게 된다

 

어느 옷에나 입어도 잘 어울리고 어딜 가도 튈 일이 없잖아

 

그래서 좋아

 

있지우리 엄마 목욕탕 다니는 모임 중의 아줌마 하나가

 

어느 보험 회사 팀장인가 그렇대

 

관리를 엄청 해서 날씬하고 주름도 없고

 

돈도 엄청 잘 번다나 봐

 

목욕하고 나오면 맨날 밥도 사 주고

 

아줌마들도 멋있게 산다고 엄청 부러워하고

 

(지호그렇구나

 

(호랑근데

 

어디 놀러 갈 땐 그 아줌마만 쏙 빼놓고 간다

 

(지호진짜?

 

그 아줌마가

 

빨간 코트거든

 

[잔잔한 음악]

 

(호랑일하느라 바빠서 결혼을 안 했대

 

지호

 

그냥 남들처럼 똑같이 평범하게 살고 싶어

 

남편도 있고 애도 있는 그런 아줌마

 

친구들 모임 가서 같이 시부모 얘기도 하고

 

애 키우는 얘기도 하고

 

그런 까만 코트만 입고 싶어이제

 

남들이랑 섞여 있어도 튀지 않고 똑같은 사람

 

남들 하는 거 똑같이 하면서 같이 얘기하고 같이 웃는 거

 

그게 내 꿈이야

 

결혼은 나한테

 

'너도 남들만큼 괜찮다'

 

'여자로서 가치가 있다'

 

라고 얘기해 주는 까만 코트야

 

(지호호랑은 빨간색이 참 잘 어울리는 아이였다

 

(수지아이씨와 이리 안 오노?

 

(지호오겠지

 

(호랑지호수지!

 

(수지아유나 집에 간다

 

- (지호잠깐만 - (수지나 갈래 [호랑의 웃음]

 

(수지신호등이가?

 

(호랑예쁘잖아

 

(수지징그럽다징그러워 [지호의 웃음]

 

- (지호가자 - (호랑가자 [잔잔한 음악]

 

(지호남들과 다른 색을 입어도 언제나 당당했던 아이

 

그게 호랑이었는데

 

(지호우리는 언제부터

 

남들과 다른 색이 부끄러워지기 시작한 걸까?

 

(지호하지만 무엇보다 씁쓸한 건

 

(가게 직원하나

 

[카메라 셔터음]

 

(지호나 역시 결혼이라는 까만 코트를 입었던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는 것

 

(지호아니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휴대전화 진동음]

 

(여자2) 지호결혼 다시 한번 축하해

 

줌마 됐으니까 우리 좀 더 자주 보자

 

(여자3) 그래다음에는 부부 동반 모임으로

 

(여자1) 웰컴 투 유부유부

 

(지호좋았다

 

무언가에 속한 사람이

 

되었다는 게

 

[하차 벨이 울린다]

 

[버스 문이 쓱 열린다]

 

(지호여기 어어쩐 일이세요?

 

버스 타고 오신다고 하셨잖아요 아까 문자에

 

(세희시간이 너무 늦어서

 

어제 복남이 사건도 있었고

 

그래서 사실은 좀 걱정됐습니다

 

같이 사는 사람으로서

 

같이 사는 사람으로서요?

 

 

(지호집주인으로서의 호의 같은 건가요?

 

아니면 세입자에 대한 배려?

 

(세희

 

일종의 구단주로서의 선수 관리 차원 같은 거랄까요?

 

[픽 웃는다]

 

 

가실까요?

 

(세희동창 모임을 하셨다고요?

 

(지호

 

그래서 사실 좀 이상했어요오늘

 

별로 친하지도 않은 친구들인데

 

제가 결혼을 했다고 하니까

 

[살짝 웃으며뭔가 친해진 기분이 들더라고요

 

어떤 그룹에 속한 기분 같은 거

 

오랜만에 느껴 보거든요

 

기분이

 

좋았어요사실

 

이제 소속감의 단계를 거치시나 보네요

 

?

 

매슬로의 욕구 이론요

 

(세희인간의 욕구는 한 단계를 거치면 자연히 다음 단계를 원하게 되니까요

 

갑자기

 

(지호여기서 매슬로가 왜 나오는...

 

갑자기가 아니죠

 

[흥미진진한 음악] (세희지금 지호 씨의 그 상태가 바로

 

가장 동물적인 인간의 욕구니까요

 

지호 씨 같은 경우에는 결혼을 통해

 

가장 원초적 1단계인 의식주 욕구를 해결했고

 

그리고 집주인인 저를 통해 2단계인 안전 욕구 역시 해결했죠

 

그러니까 이제 3단계인 소속감 욕구

 

어딘가에 속하고 싶다는 욕구가 생겨나게 되신 거죠

 

그러니까 그런 기분들도 그저 동물적인 기분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지호가끔 느끼는 거지만

 

다 부질없는 인간의 하등한 욕구일 뿐이죠

 

(지호참 재수 없을 때가 있다

 

[개가 왈왈 짖는 효과음]

 

왜 저를 그런 표정으로...

 

하늘에 별이 참

 

없네요

 

(지호오늘 이번 달 월세 입금했어요

 

(세희확인했습니다

 

[잔잔한 음악]

 

[스위치를 탁 켠다]

 

[새가 짹짹 지저귄다]

 

[청소기 작동음]

 

(원석랑아아직도 자?

 

(호랑

 

[청소기가 뚝 멈춘다일어나벌써 해가 중천에 떴어요

 

(호랑조금만 있다가 쉬는 날은 늦잠 좀 자게

 

얼른볕 좋으니까 이불 좀 널어놓게

 

[호랑의 못마땅한 한숨]

 

(호랑진짜 오늘따라 꼭두 아침부터 부지런이야너는

 

아유그만 좀 긁어라

 

랑아너 그러다 비듬 생겨

 

?

 

아유이제 7년이나 됐다고 긴장감이 완전 제로구먼?

 

(원석옛날에는 막 먼저 일어나서 머리 감고 아이라인 그리고 다 하더니

 

갔네갔어

 

[한숨]

 

그러는 너는 7년이나 되니까 간이 배 밖으로 나왔지아주?

 

(호랑나 오늘 건드리지 마

 

나 오늘 아무것도 안 하고 씻지도 않을 거니까

 

[원석의 못마땅한 신음]

 

(원석일어나라고?

 

이거 뭐야?

 

손톱에 때 낀 거 아니야?

 

어유더러워

 

랑아너 손톱에 때 꼈다고때 어유더러워

 

(호랑아휴내가 무슨 때가 있다고 그래?

 

눈 똑바로 뜨고 봐무슨 때가 있...

 

[반짝이는 효과음] [잔잔한 음악]

 

?

 

(원석) [살짝 웃으며너 이거나 봐

 

이거 뭐야?

 

(원석랑아내가 제일 좋아하는 수학자 있잖아

 

괴델 아저씨

 

그 아저씨가 정리한 불완전성 정리가 지금 컴퓨터 개발의 토대가 된 건데

 

그게 뭐냐면

 

'진리임에도 증명될 수 없는 수학적 명제가 존재한다'라는 말이 있어

 

그동안 나는 너한테 증명해 보이고 싶었던 거 같아

 

근데 내가 깨달은 게 뭐냐면

 

어차피 우리 사랑은 완전한 증명이 불가능하다는 거야

 

그게 너무나 완벽한 진리라서

 

내 말 무슨 말인지 알겠어?

 

무슨 말인지

 

내가

 

알겠냐?

 

개발자 헛소리 지껄이지 말고 빨리 말해

 

(원석이제 앞으로

 

다시는 너 혼자 불안해하게 안 둘게

 

그러니까 호랑아

 

나랑

 

결혼해 줄래요?

 

[잔잔한 음악] [흐느낀다]

 

나 진짜 너랑 결혼하는 거야?

 

진짜 결혼하는 거야

 

[흐느낀다]

 

씻었을 때 하지 이게 뭐야떡 진 머리로

 

그러니까 내가 씻으라고 했잖아 이 바보야

 

[호랑이 연신 흐느낀다]

 

[흥얼거린다]

 

[카드 인식음]

 

[상구가 흥얼거린다]

 

(남자?

 

어디서 물이 떨어지는 거야?

 

뭐야?

 

[상구가 연신 흥얼거린다]

 

(상구아유회의는 오늘 여기까지만 합시다

 

윤보미 씨

 

대표님이 말씀하시잖아요 자리에 앉아요

 

여러분제가 정말 아주 반가운 소식 하나 전해 드리려고 합니다

 

제가 아주 유능한 개발자를 한 명 스카우트했습니다 [밝은 음악]

 

[저마다 놀란다] - (직원3) 대박 - (직원7) 누구요?

 

몇몇은 그안면이 있을 텐데요?

 

(상구누구냐?

 

깨울람의 심원석 대표

 

박수

 

분위기가 왜 이래?

 

[익살스러운 효과음]

 

마무리들 지으세요

 

도대체 왜 반대하는 거야?

 

(세희왜냐니깨울람이 망했으니까

 

만약 마 대표가 섣부른 동정심과 친분으로 지인을 스카우트하는 거라면

 

직원들을 대표해서 내가 나서는 게 맞는다고 판단했을 뿐이야

 

남 수석너는 너희 회사 대표가 그렇게 짜치는 인간으로 보여?

 

(상구원석이 걔 겉으로는 어수룩해 보여도 걔 천재야천재

 

 07잡스 알지? [세희의 의아한 신음]

 

아니 07컴공 신입생 중에

 

'2의 김태희를 찾아라그 사이트 만들어 갖고

 

막 서버 다운되고 대박 나고 막 마비됐었잖아

 

[세희의 탄성그래걔가 원석이야

 

걔가 그때 몇 살이었는지 알아? 18

 

걔가 빠른 연생에 조기 졸업자라 자기 동기들보다 2살 어렸는데도

 

톱 오브 톱이었어

 

그래남 수석솔직히 걔가 사업적으로는 조금 미흡할 수도 있어

 

하지만 걔가 개발자로서는 정말 최고야

 

진짜야남 수석나 믿지?

 

아니그 표정은 뭐지?

 

비 맞은 길냥이를 보는 듯한 그 눈빛은?

 

아니야

 

뭐가 아니야?

 

아니라니까

 

[상구의 답답한 숨소리]

 

너 세상에 가장 짜증 나는 일이 뭔지 아냐?

 

(상구똥 싸다 끊는 거

 

똥 닦다 마는 거

 

그리고 말하려다가 마는 거

 

알겠어그럼 나가서 얘기해

 

(상구나가긴 어딜 나가밖에 추워

 

[한숨]

 

알겠어그럼

 

마 대표

 

(세희혹시

 

울었어?

 

[익살스러운 효과음]

 

내가 왜 울어?

 

[헛웃음 치며내가 왜 울어?

 

아니너 원래 울고 나면 눈가 주위가 빨갛잖아

 

남들보다 눈 밑 피부가 예민해서

 

뭐라는 거야...

 

뭐가 빨개뭐가 빨갛긴?

 

네가 내 피부에 대해서 뭘 안다 그래

 

나에 대해서 뭘 안다고

 

그래아무리 내가 널 18년 동안이나 봐 왔지만

 

그렇다고 너에 대해서 다 안다고 얘기할 수는 없지

 

그래아무리 절친이라 그래도 그런 건 다 알 수가 없는 거야

 

봐 봐

 

내가 여기 알레르기가 있어 갖고 여기가 항상 좀 빨개

 

내가 근데 왜 울어그냥 빨간 거지

 

그래맞아 자기 자신도 다 모르고 사는데

 

타인이 타인을 어떻게 다 알겠어

 

그렇지 [손가락을 탁 튀긴다]

 

(세희그런데 말이야

 

?

 

 

울었어?

 

[애잔한 효과음]

 

(수지감쪽같네?

 

그렇죠?

 

[복남의 탄성]

 

(복남그래도 헤어지는 날까지

 

흠집 하나 없이 보내 주고 싶었는데

 

헤어지는 날?

 

(수지뭐야누구한테 넘길 생각 있는 거야?

 

[복남이 피식 웃는다얼마 생각하는데?

 

[직원들이 저마다 말한다]

 

(복남비밀입니다 [수지의 웃음]

 

[잔잔한 음악]

 

[수지가 픽 웃는다]

 

귀엽고 난리야

 

계속 같이 있으면 내가 마 대표님 덮칠 거 같아서요

 

그리고 303호가 아니라 304호였어요우리 방

 

내가 너랑 자고 싶댔지 언제 연애하고 싶댔어?

 

(수지나 못돼 처먹었어

 

못돼 처먹어서 그나마 여기서 이까지 버티는 거야

 

마 대표

 

[상구가 흐느낀다]

 

(수지...

 

[상구가 심호흡한다]

 

울어요?

 

...

 

어디 아파요?

 

- (직원1) 대표님대표님! - (직원3) 대표님!

 

(수지일로 와요

 

- (직원3) 어디 가신 거야? - (직원5) 그러니까

 

(직원들대표님!

 

- (직원5) 갑자기 어딜 가셨어? - (직원1) 대표님! [저마다 말한다]

 

이쪽에도 없네요

 

(직원3) 그럼 진짜 어디 가신 거야?

 

[직원들이 저마다 말한다]

 

(직원1) 대표님!

 

[수지의 한숨]

 

(수지대표가 울다가 직원들한테 들키면 하그게 뭔 쪽이에요?

 

[코를 킁 푼다]

 

[훌쩍인다]

 

왜 그러는데?

 

진짜 어디 아파병원 데려다줘요?

 

내가 생각해 봤는데

 

회사는 안 될 거 같아

 

(수지?

 

나 진짜 고민 많이 했는데

 

회사는 못 팔 것 같아

 

[잔잔한 음악]

 

근데 회사를 안 팔면

 

널 앞으로 못 보는 거잖아

 

(상구그래서

 

내 마음이

 

너무너무 아파

 

[상구의 힘겨운 신음]

 

그렇게 나랑 자고 싶으면

 

회사 팔고 와

 

그럼 연애해 줄게

 

그럼 내가 회사 팔라고 했던 말 때문에

 

그걸 진짜로?

 

나한테 사랑도 중요한데

 

나한테

 

사랑만큼 내 회사도 너무 중요해

 

(상구진짜 쪽팔리는데

 

그래도

 

너 못 본다고 생각하니까

 

[한숨]

 

[상구의 한숨] (수지있잖아

 

키스해도 돼?

 

?

 

뭐를 해?

 

키스해도 되냐고

 

[상구의 답답한 숨소리]

 

그러지 마나 회사 포기 못 한다고

 

그래서하지 마?

 

아이그런 얘기가 또 아니잖아

 

[훌쩍인다]

 

그럼?

 

 

[밝은 음악]

 

(지호우리는 대부분 다른 사람들을 오해한다

 

'네 마음을 내가 알아'

 

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보미대표님은 어디 간 거야?

 

[통화 연결음]

 

[휴대전화 조작음] (세희카페로 가시죠

 

제가 케이크 쏘겠습니다

 

(지호내가 희망을 느끼는 건 인간의 이런 한계를 발견할 때다

 

(지호어서 오세요

 

(지호우리는 노력하지 않는 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런 세상에 사랑이라는 게 존재한다

 

(깨울람 직원1) 심 대표너 결말애로 간다며?

 

그러려고 우리 애플 엎은 거냐?

 

(깨울람 직원2) 네 말 믿고 2년을 허비한 내가 한심하다

 

(깨울람 직원1) 얼마나 잘되나 보자

 

(지호따라서 누군가를 사랑하는 한

 

[문이 달칵 여닫힌다우리는 노력해야만 한다

 

(호랑짜잔준비 끝

 

어때예뻐?

 

[호랑의 웃음]

 

[호랑의 웃음]

 

예뻐 - (호랑이쁘지?

 

(지호그리고 다른 사람을 위해 노력하는 이 행위 자체가

 

우리 인생을 살아 볼 만한 값어치가 있는 것으로 만든다

 

(복남그 책은 재밌나 보네계속 읽는 걸 보니까

 

재밌어

 

(복남

 

(지호아직도 화 많이 났지?

 

뭐 때문에?

 

(복남같이 일하는 누나가 좀 귀여워서

 

같이 욜로 하다가 아주 골로 갈 뻔한 거?

 

[지호가 숨을 씁 들이켠다]

 

진짜 미안해

 

[복남이 픽 웃는다]

 

그래도 그 가짜 남편이 멋있어서 봐준 줄 알아요

 

내가 그딴 말에 넘어갈 줄이야

 

집주인 하나는 잘 만났더라누나

 

무슨 말?

 

내가 물어봤거든

 

백미러값 합의하러 왔을 때 누나랑 왜 결혼했냐고

 

그랬더니뭐랬는데?

 

[잔잔한 음악]

 

[안내 음성잠시 후 버스가 도착합니다

 

(지호오늘 왜 마 대표님은 안 오셨어요?

 

(세희마 대표는

 

다른 중요한 일이 있어서요

 

[지호의 옅은 탄성]

 

(지호원석이 그 회사 들어간다면서요?

 

(세희아마 곧 저희 팀으로

 

(지호그렇구나

 

 

하늘에 별이 참 많네요

 

[개가 왈왈 짖는 효과음]

 

[지호가 숨을 씁 들이켠다]

 

저게 북두칠성인가?

 

[개가 왈왈 짖는 효과음]

 

[밝은 음악]

 

[물소리가 솨 난다]

 

[지호가 흥얼거린다]

 

[물소리가 멈춘다]

 

[고양이 울음]

 

[지호의 멋쩍은 웃음]

 

그게 뭐예요?

 

저희 결혼식 사진입니다

 

...

 

(지호잘 나왔네요사진

 

생각도 못 했는데 [지호가 살짝 웃는다]

 

(세희회사 분들이 작업해 주셨습니다 결혼식 선물이라고

 

[지호의 탄성]

 

[픽 웃는다]

 

좀 썰렁하긴 하네요

 

더 부르시지 그러셨습니까

 

사실 저 친구들이 별로 없어요 얘네 둘 말고는

 

둘이면 많으신 거죠

 

많은 건 아니죠

 

한 명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세희인생에 있어서 친구는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사랑은요?

 

사랑은 어떨까요?

 

(지호저는 사랑도 한 번이면 충분할 것 같은데

 

인생에서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세희인생에서 사랑은

 

한 번이면

 

충분하죠

 

[잔잔한 음악]

 

(지호수지는 남자와 부동산업자는 많이 만나 볼수록 좋다고 했다

 

호랑은 결혼할 남자가 곧 사랑이며 운명이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어렸을 때부터 사랑은

 

인생에 딱 한 번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의미심장한 효과음]

 

(지호나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

 

(수지뭔 소리야?

 

(호랑누구?

 

(지호)

 

[밝은 음악]

 

(수지장난해?

 

(호랑뭐야지호지금 혹시 염장질?

 

그럼 나도 우리 원석이 사랑한다고 여기 고백한다

 

(수지이것들이잠이나 자!

 

(지호인생의 단 한 번인 사랑이

 

시작되었다

 

[살짝 웃는다]

 

(지호결혼이라는 거 참 좋다

 

(복남결혼하고 남편 짝사랑하는 거 그것도 쉽지 않겠다누나

 

티가 나?

 

(세희이것 때문인가?

 

원석 님의 사수는 저분이십니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세희이 회사 온 거 괜찮으시겠습니까?

 

나 결혼해!

 

[함께 소리친다]

 

(상구계약을 한다고우리의 연애를?

 

(수지나 마 대표님 좋아연애하고 싶어

 

(원석형이랑 수지요?

 

완전 복구 불가능의 인생 그냥 망하는 느낌?

 

(수지상구 오빠

 

(지호이걸 어떻게 혼자 다 하세요?

 

(명자우리 며늘아기 아까워서 어떻게 일 시키니?

 

(수지지호도 이제 시월드 시작인 건가?

 

(지호저 남자의 마음에 들어가는 길이라는 게

 

있기는 있을까?

 

.이번 생은 처음이라

.영화 & 드라마 대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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