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소리 10
- (부장) 조준 씨, 야근해? - 아!
예, 부장님, 퇴근 안 하세요?
[살짝 웃으며] 아, 나도 일이 좀 남아서, 수고
예
조준 씨, 하던 일 잠시 멈추고 이것 좀 들어요, 예?
아니요, 저 괜찮습니다
에이, 그러지 말고 와서 같이 좀 들어
저 진짜 괜찮습니다 저녁을 많이 먹어 가지고요
[살짝 웃는다]
[부장의 힘주는 신음] [익살스러운 음악]
[부장의 힘들어하는 신음]
[부장의 거친 숨소리]
(석) 진짜?
[웃으며] 대박
도와주진 않고 밥 많이 먹는다고 자랑하는 꼴밖에 안 됐어
이거 완전히 찍힌 것 같은데 어떻게 만회하지?
그럼 이런 건 어때?
[풀벌레 울음]
응, 그래, 그거 좋다
당장 월요일에 써먹어야겠다
네, 부장님, 네, 네?
예, 알겠습니다
당장 써먹을 수 있게 됐어 내일 회사 나오래
'내일'?
내일은...
(준) 잔업 때문에 일요일에 부장님이랑 단둘이
좋은 기회다
[부장의 한숨]
- 저, 부장님 - 어, 고마워 [부장이 살짝 웃는다]
[웃으며] 조준 씨, 커피 맛있게 타네
감사합니다
상대방의 일상에 대한 질문을 하는 거지
뭐, 가족에 대해 묻는다든가
저, 부장님? 에
따님이 학교 다닌다고 그러셨죠?
그리고 상사가 재미없는 얘기를 해도
무조건 웃어 줘
수능 망쳐서 재수하고 있어
[능글맞은 웃음]
[익살스러운 음악] [멋쩍은 웃음]
아무리 재미없어도 무조건 크게! [준의 웃음]
그것 때문에 와이프 우울증도 더 심해진 것 같고
[폭소]
[웃음]
[준이 크게 웃는다]
[부장의 헛기침]
[준이 계속 크게 웃는다]
혼자 두고 우리만 놀러 가서 어떡해?
괜찮아, 엄마 아빠 결혼기념일인데 당연히...
결... 진짜?
[까마귀 울음 효과음]
진짜 특별한 날이지 내가 오늘만 기다렸어
내가 당신을 위해서 준비한 게 아주 많아
갔다 올게
[안도의 한숨]
(석) 다녀오세요
(부장) 고마워, 응
뭐, 손금이나 관상을 봐 주는 건 어때?
그런 건 다들 재미있어하니까
나 볼 줄 모르는데?
[웃으며] 그냥 아무 얘기나 해
뭐, 눈이 어떻고 코가 어떻고 입이 어떻고
무조건 좋은 얘기로만 끝내면 되지
부장님, 관상 봐 드릴까요?
[살짝 웃으며] 조준 씨 그런 것도 볼 줄 알아?
- 어, 좋지 - 네
눈이 째지고 코가 낮고
얼굴이 엄청 커서 로션을 많이 써야 될 것 같으니까
재물운이 있다
[헛기침] [익살스러운 음악]
머리가 벗겨지고 윤기가 흐르니까
오래 산다
고요
[부장의 언짢은 헛기침]
[닭 울음 효과음]
밥 먹을 때 상사가 고르는 거 같이 먹는 것도 센스 있어 보일 듯
김치찌개 좋아해?
엄청 좋아해요
좋아하면 하나 시키지 그랬어?
아유, 부장님 것 같이 먹으려고요
(준) 아줌마, 여기 공깃밥 하나만 주세요
(식당 아줌마) 네
준비 많이 했다더니 겨우 이런 데 오는 거야?
아이, 당신 기억 안 나?
우리 처음 연애할 때 여기 왔었잖아
그래서 오늘 내가 여기 꼭 오려고 미리 준비해 놨어
그때 우리 여기에다 뭐, 써 놓은 게 있었지?
철왕 러브 정권
철왕 러브 정권, 철왕 러브 정...
철왕 러브...
[딸깍 하는 효과음]
[휙 하는 효과음]
[익살스러운 음악]
경자 씨랑 많이 좋았나 봐?
여보
아니, 저, 여보, 여보
아이씨
여보, 여보!
여기
이거 너무 대충 작성한 거 아니야?
조준 씨 신입인데 열심히 안 하는 것 같아
회사 생활 계속 이렇게 하면 이 바닥에서 사장돼!
'사장'요?
[유쾌한 음악]
어, 미국이야?
(직원들) 사장님! 나오셨습니까?
어, 안녕! [살짝 웃는다]
어, 아이, 잘 들려 아주 빵빵 터지네
야! [놀라는 숨소리]
네
지금 웃음이 나와, 응? 웃을 때냐고!
죄송합니다
금수저인가, 쯧
그 사장이 아닌가?
[거칠게 숨 쉬며] 여보, 그러지 말고, 응?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니까
요 근처에 맛있는 스테이크집 있어, 막 써는 거
어유, 그런 데도 갈 줄 알아?
경자 씨가 써는 거 좋아했나 보지?
아니, 경자는 한식을 좋아...
[닭 울음 효과음]
[익살스러운 음악]
여보, 호수 보러 가자, 호수
당신이 요즘 계속 물 보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잖아
- 호수? - 응, 호수
가자, 가자, 가자, 가자
가자, 가자 [철왕이 흥얼거린다]
[코를 드르렁 곤다]
[숨을 크게 내쉰다]
아이씨, 이거 오늘 잘못하면 잘리겠는데, 씨
아, 맞다
김 대리님 먹던 비타민제 있었지
그거 먹고 잠이나 깨야겠다
노란색, 노란색, 노란색...
[약을 꿀꺽 삼킨다]
[물을 꿀꺽 삼키며] 아휴, 됐다
[숨을 길게 내뱉는다]
[코를 드르렁 곤다]
[옅은 신음]
[익살스러운 음악]
죄송합니다
아휴, 화장실을 좀 가야겠다
아이고, 비타민을 먹었는데 왜 이렇게
[숨을 깊게 내쉬며] 왜 이렇게 졸리냐, 아유
[힘겨운 숨소리]
아휴, 30분만 자면 낫겠지
[코를 곤다]
[종이 딸랑거리는 효과음]
(부장) 아휴, 참
[한숨]
에라, 어이구, 쯧
[코를 드르렁 곤다]
(정권) 이게 뭐야, 깜깜한데 보이는 것도 없고
(철왕) 낭만이라는 건 말이야 쓸쓸하고 외로운 거야
좋잖아, 어! 저기 배 있다
여보, 배 타러 가자
- 이 밤중에? - 아이, 일로 와, 얼른
아저씨, 아저씨, 아이, 아저씨
아저씨, 배 좀 잠깐 타면 안 돼요?
아이, 오늘은 끝났어요
에이, 아저씨 어유, 뭐 묻었네, 여기? 아유
그러면 뭐, 위험하니까 멀리 나가지 마시고
아, 예, 예, 감사합니다, 예 [살짝 웃는다]
여보, 타
우리도! 이야, 우리도 멋있게 영화 한번 찍자, 응?
(정권) 이 밤중에 무슨 배를, 아이고 [철왕의 기합]
(철왕) 어, 그래, 어
오, 이야, 하하 [정권의 감탄]
(철왕) 아, 좋다
(정권) 배가 너무 멀리 온 거 아니야?
응? 그러게, 너무 캄캄한데, 이거
가만있어 봐, 그런데 내 폰이...
어이구, 어? [정권의 놀라는 신음]
- 이걸 떨어뜨리면 어떡해! - 아이, 저, 저, 저
(정권) 이, 이런, 아유, 내가 못 살아 가서 주워 와
여기서 죽게 생겼잖아!
- 아니, 이게 다 내 책임이야? - 그럼 내 책임이야?
당신이 삐쳐 가지고 내가 달래 주러 온 거 아니야!
그럼 내 탓이란 말이야?
당신 책임도 아주 없는 건 아니지!
뭘 잘했다고 큰소리야, 씨
아니, 그, 그게 다 내 책임이냐고
이거 결혼기념일을, 내가
내가 다시는 결혼기념일에 뭐 하나 봐라
언제는 뭐 했냐?
- 경자 씨나 만나시지 - 뭐? 당신,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뭘 잘했다고 큰소리야, 지금
(철왕) 당신 정말 진짜!
- 뭘 잘했다고 - 진짜...
[물이 졸졸 흐른다]
[철왕의 놀라는 숨소리] [익살스러운 음악]
[철왕의 옅은 신음]
[철왕의 헛기침] [옅은 한숨]
아으 [정권의 옅은 한숨]
아으
아니, 이거 핸드폰도 안 터지는데 애들이 걱정하지 않을까?
그러게
[폭소] [TV에서 음성이 흘러나온다]
[옅은 숨을 들이켜며] 김치찌개... 김치찌개 맛있어요
좋아, 내가 생각해 봤는데
우리가 그렇게 멀리 나오진 않았을 거야
한 사람이 수영을 해서
저기까지 가서 사람을 불러오는 거야
- 위험할 텐데... - 에이, 갈 수 있어, 수영으로
응? 응
그래, 좋아
그럼 당신이 가
아니야, 당신이 가
아, 나는 괜찮아, 당신이 가
나도 괜찮아, 당신이 가
- 가, 빨리! - 당신이 가!
아, 빨리 가라고!
- 빨리 가, 빨리, 빨리 가 - 여보, 이건 성차별이야
[다급하게] 어, 어, 어, 왜 이래?
왜, 왜, 왜, 왜 이래?
으악!
[긴장되는 음악] (철왕) 어? 아이고
[정권의 괴로워하는 신음]
여보, 여보!
여보!
- (정권) 이 인간이 나를 밀쳐? - (철왕) 여보!
(정권) 좋아, 심장 한번 제대로 졸여 주지
으아, 여보! 살려 줘, 으아!
[익살스러운 음악] [정권의 괴로워하는 신음]
[정권의 비명] 여보! 아무거나 붙잡아! 거기 있잖아! 아무거나, 여보!
그, 보이는 거 그냥 다 잡아!
- 보이는 대로 막 잡아! - (정권) 아무거나 잡는다!
응? 잡아!
[철왕의 괴로워하는 신음]
으악! 어디 있어?
야! 씨, 야!
야!
[코를 드르렁 곤다]
[새가 짹짹 지저귄다]
좋은 아침! 좋은 아침!
(차장) 부장님, 나오셨습니까? [부장의 웃음]
뭐야? 조준 씨, 아직 안 나온 거야?
[차장의 멋쩍은 숨소리] 나 참, 이 사람이 아주
[부장의 기가 찬 숨소리] 에이...
[놀라는 숨소리]
아유, 30분 딱 잤네
아, 개운하다 아우, 칼이세요, 칼? 응?
아우, 잠깐 잤는데 뭐 이렇게 개운해
비타민 때문이구나, 아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예, 부장님!
어, 조준 씨 어디야? 왜 계속 안 보여?
저 화장실인데요, 설사하느라고
[어이없어하며] 계속? 여태까지 계속 화장실이었다고?
아, 아, 아니, 제가 설사하면 이 정도는 더 걸려 가지고요
[한숨 쉬며] 정말...
[준이 숨을 깊게 내쉰다]
"스마트스터디"
[익살스러운 음악]
뭘 또 일요일에 이렇게 다들 나오셨어요?
고맙게,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준이 살짝 웃는다]
[준이 숨을 크게 내쉰다]
자, 이제 열심히 좀 해볼까?
[한숨 쉬며] 졌다 졌어, 진짜
[키보드를 탁탁 친다]
[익살스러운 음악]
(철왕) 정말 이런 사람인 줄은 결혼 전에는 꿈에도 몰랐습니다
[기가 차서] 그게 누가 할 소리인데
예, 부인께서는 이혼할 생각이 확고하신 것 같은데
재고해 볼 여지는 전혀 없는 겁니까?
별로 없는 것 같은데요
한때는 내 모든 것을 희생해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한 사이 아니었습니까?
그냥 뭐, 희생해도 아깝지 않은 사람, 네
참 이기적이다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마음대로 생각하세요 저는 당당하니까요
부인 말씀대로 당당하기 위해서라도
전 이 이혼 찬성을 합니다
- 네? - 네?
[말을 더듬으며] 아니, 저기 사실은 진짜로 할 생각은...
아, 여, 여기 이혼하지 말라고 말해주는 데 아니에요?
전 이 이혼 찬성을 합니다
[쓸쓸한 음악] 아니, 원래 그, 4주 후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런 거 하시잖아요
전 이 이혼 찬성을 합니다
- 아니... - 아니, 그러니까
무작정 그 말씀만 하지 마시고
전 이 이혼 찬성을 합니다
- 아 참, 당신 배 안 고파? - 배고파
당신 주려고 장어 사 놨는데
사랑해, 여보
미 투야, 미 투 [철왕이 훌쩍인다]
전 이 이혼 찬성을 합니다
[의미심장한 음악]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야, 나 죽을 것 같다
(동료) 왜 그래?
힘들어 죽을 것 같아
아, 왜 이렇게 힘드냐 만화 그리는 거
야, 이제 알았냐?
만화가 그렇게 쉬운 줄 알았어?
[한숨 쉬며] 계속 아이디어 짜야 되고
1년 내내 어디 한번 놀러도 못 가고
진짜 지친다, 지쳐
그럼 이번에 한번 쉰다고 그래, 휴재
'휴재'?
내 마음대로 쉬어도 되나?
그래, 우리라고 어떻게 맨날 맨날 일하냐?
기계도 아니고 알파고도 아니고 휴재해
[단호하게] 뭐라고 그럴 사람 한 명도 없어
야, 인마, 장난하냐?
네 꼴리는 대로 쉬고 말고 하게?
[휙 하는 효과음] 아무리 만화라도 그렇지 그것도 직업인데, 인마
[휙 하는 효과음] 얼마나 됐다고, 그새 하기 싫대?
- 에이그, 한심한 놈 - 끈기도 없어 가지고
아니 뭐, 쉬면 여행이나 한번 가려고 했지
[휙 하는 효과음] [익살스러운 음악] 나 이번에 페이도 좀 올랐고
우리 해외여행 한번 못 가 봤는데
[휙 하는 효과음] (함께) '해외여행'?
어
- 어머니, 축하드립니다 - 아이고, 참
(철왕) 그래, 뭐, 다 같이 축하하자, 응? [준과 철왕의 웃음]
(담당자) 안 되죠, 작가님
요즘 한창 탄력받고 있는데 쉬면 어떡해
아니, 다른 작가들은 휴재 잘하던데
그래도 조 작가님은 아직 신인인데, 네?
안 돼요, 안 돼!
아이, 안 된대, 역시 이렇게 함부로 하는 게 아닌가 봐
어? 우리 이거 벌써 결제했는데
- 동남아 3박 4일로 - 벌써? 내 카드로?
네가 쏜다며
아이! 그냥 취소해, 못 가
이거 환불도 안 되는데 특가로 나온 거라
아니, 뭐, 우리끼리 다녀와야지 뭐, 어쩔 수 없지
[버럭 하며] 아, 그게 말이 돼? 나 때문에 가는 건데
아이, 안 돼, 나 못 가면 다 못 가
야, 그럼 어떡하냐?
환불도 안 되고 우리끼리 갈 수도 없고
(정권) 아, 어쩌긴?
석아, 너 휴재하면 여행 갈 거지?
그야 당연하지
- 그런데 휴재를 못... - 하게 만들어야지
무슨 수를 써서든
어?
[밝은 음악]
[철왕이 끙끙댄다] [석의 한숨]
야, 간단한 거 아니야?
[휙 하는 효과음] 손을 못 쓰면 그림을 못 그리잖아!
망치 가져와
네
에이, 아이! 뭔 소리 하는 거야
그래, 뭔 소리를 하는 거야
그냥 담당자 보기에 이 손을 못 쓰는 것처럼
보이기만 하면 되잖아
[수긍하며] - (준) 음 - (철왕) 아
[익살스러운 음악] [카메라 셔터음]
[준이 살짝 웃는다]
담당자님, 제가 팔을 다쳐서요
이번 주는 쉬어야 할 것 같아요, 유유
- (준) 그렇지, 그렇지 - 됐다
[석의 웃음]
[휴대전화 문자 수신음]
어, 왔다!
이게 뭔 소리야?
너 언제부터 양손잡이였어? 인마!
(정권) 어이구, 자기 새끼한테 요만큼도 관심이 없어
안 되겠다! 고차원적인 방법을 써 보는 거야
너의 만화에다가 일부러 악플을 달아서
논란을 일으키는 거지
그럼 그냥 네티즌들이 그냥 막 들고일어나 가지고
난리를 칠 거란 말이야
그럼 아주 자연스럽게
쉽시다, 그러지 않겠어? [등을 툭툭 두드린다]
내 거에 논란될 내용 없는데
찾으면 다 나온다, 응?
보자, 보자, 보자, 보자, 보자
그래, 이거!
(석) 이게 뭐 어때서?
그냥 서 있는 그림이잖아
씁, 어허 독자의 소리를 좀 들어야지
대한민국 사람들이 제일 예민한 거, 정치!
쯧
보자, 옷을 특정 정당의 색으로 그려
정치 성향을 드러내다니
조석 작가 실망입니다, 크
흥 [가족들의 감탄]
[웃으며] 참
머리 좀 쓴다, 너, 응? [가족들의 웃음]
이제 이 정도 했으니까 아주 반응이 난리가 났을 거다
넌 이제 아주 그냥 너덜너덜해졌을 거다
보자
[마우스를 딸깍 누른다]
(준) '뭐래냐, 초딩들 방학했냐?' [익살스러운 음악]
'얘 무뇌인'...
'조석 작가님 이런 거 무시하세요'
'이'... [음 소거 효과음]
'존'... [음 소거 효과음]
'못생겼을 듯'
아, 이놈의 자식들, 이거 본 적도 없으면서 말이야
그냥 인신공격을
이놈들 참, 씨...
역시 안 되는 건가?
아니야, 이렇게 포기할 수 없다
[숨을 길게 내뱉는다]
네가 널 알아보는 팬들에게 엄청 싸가지 없이 대하는 거야
그럼 게네가 가서 다 네 욕을 하고 다니겠지
그렇지?
- 아, 그런가? - 아, 그럼
[웅성거린다]
저기, 혹시 '마음의 소리' 조석 작가님 아니세요?
예, 맞는데요
우아! 저 사인 좀 해 주세요 완전 팬이에요
감사합니다
[가족들의 헛기침]
(준) [헛기침하며] 싸가지
[헛기침하며] - (철왕) 아이고 - (준) 싸가지
저... 시간 없는데요
[헛기침하며] 더, 더 세게
[피식하며] 사인?
난 그런 시시한 것 따위 해 줄 시간 없어, 이를 어쩌지?
[멀어지는 발걸음]
어? 조석이다, 조석 작가님!
엄마, 조석이야
[흐뭇한 웃음]
열심히 그림 그려서 아저씨 같은 만화가 되고 싶어요 [석이 살짝 웃는다]
[철왕과 준의 헛기침]
아니야, 너 만화가 하지 마
저, 만화가가 꿈인데...
아니야! 너 그림 못 그려
[짜증 내며] 하지 마!
[멀어지는 발걸음]
작가님 오늘 나가서 뭐 하신 거예요?
[숨죽여 환호한다]
지금 인터넷에 난리도 아니에요 [석의 기쁨에 찬 숨소리]
작가님 본 사람들이 막 뭐 올리고
아무래도 이런 상황에서는 뭐 일단 휴재를...
[웃으며] 휴재는 개뿔, 반응 완전 좋아!
네?
[익살스러운 음악]
(여자 팬) 재미있는 분인 줄로만 알았는데 실제로 보니 완전 차도남, 개심쿵
조석, 차도남. 하트 브레이커
(애 엄마) 아이에게도 진지하게 현실적인 조언을 해 주신 작가님
감사합니다
역시 안 되는 건가
아니, 꼭 담당자 허락을 받아야 되는 거야?
휴재하면 자기가 어쩔 건데?
뭐? 때리기라도 할 거야?
[담당자의 기합]
[담당자의 힘주는 신음]
[담당자가 칭얼댄다]
몰라요, 휴재할 거예요 그렇게 알아! 요
[휴대전화 조작음]
나 참, 휴재면 휴재지 아, 소리를 지르고 있어
쯧
에휴, 네 마음대로 하세요
[신나는 음악] ♪ 기분 좋은 일탈 기분 좋은 하루 ♪
이야, 내가 그냥 아들 덕분에 내가 해외여행을 다 가는구나, 응? [웃음]
지금이라도 이분 좀 빼고 가면 안 될까?
콜
(준) 너는 여행 가는 놈이 패션이 이게, 이게 뭐냐 이게?
형, 아, 이건...
아니다
[키보드를 탁탁 친다]
[보고서를 탁 놓는다]
애봉 씨, 이걸 보고서라고 썼어?
아, 왜 문제 있어요?
문제 있지, 보고서를 저렇게 개뼈다귀같이 썼는데! 응?
이거 부장님이 직접 보실 건데 나 욕먹으면
애봉 씨가 책임질 거야?
[보고서를 탁 덮는다]
죄송합니다, 다시 정리할게요
아휴, 하여튼 정신머리 하고는 어휴
[멀어지는 발걸음]
- 점심 안 먹어? - 먼저 드세요
알았어
[옅은 한숨]
[휴대전화 조작음]
[휴대전화 진동음]
응? 애봉이다, 잠깐만
어, 애봉아
응, 공항 도착했어?
어, 이제 곧 들어가
그런데 목소리가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이따가 너 만화 올라오면 그거나 빨리 보고 싶다
어? 아... 오늘 만화 없는데
휴재하고 가는 거야
아... 나는 미리 그려 놓고 가는 줄 알았는데
나 그거 보면서 웃는 게 낙인데
아, 진짜?
내 만화 보는 게?
하여튼 잘 갔다 와, 끊는다
(알바) 어서 오세요
[바코드 인식음]
천 원입니다
어?
응? 야, 너...
야, 완전 오랜만이다
야, 그러게 반갑다 이런 데서 보고
이야, '마음의 소리' 잘 보고 있어
우리 동기 중에 네가 제일 잘나간다
아이 뭐, 그냥 나쁘지 않지, 뭐
[알바의 웃음]
어?
야, 진짜 부럽다
난 아직도 데뷔 못 해서 이러고 있는데
야, 그렇게 좋지도 않아
정작 해 보면 완전 힘들어
힘들어도 난 되기만 하면 소원이 없겠다
에이 그건 네가 몰라서 하는 소리야
맨날 아이디어 짜야 되고 담당자랑 싸워야 되고
죽어, 죽어, 너 그냥 다른 거 해
나도 지금 하기 싫어서 휴재하고 여행 가는 거야
어, 그래
- 하여튼, 수고해라 - 어, 어, 어
[한숨 쉬며] 휴재? 치 자기는 됐으니까 하는 소리지
아주 그냥 배가 불렀구나 독자에 대한 예의가 없어
독자에 대한 예의가 없어
[잔잔한 음악]
- (친구) 누구? - 나야 나, 조석
(친구) 아... 조석
야, 요즘 네 만화 잘 보고 있다
대단해, 같이 시작한 애들 중에 제일 먼저 데뷔하고
아니 뭐, 별거 아니야
야, 별거 아니긴, 쯧
나도 만화만 그리면서 살면 소원이 없겠다, 야
[친구가 피식한다]
네가 뭘 몰라서 그래
한 1년 하다 보면 소재 떨어져서 힘들어 죽어
그래서 휴재하고 여행이나 가려고
너도 뭐, 잘해 봐라
거스름돈, 너 해
아주 배부른 소리 하고 있다
독자에 대한 예의가 없어
고작 1년 해 놓고 징징거리고
아, 그렇게 하기 싫으면 그 자리 나 주지, 왜?
내가 나중에 잘되기만 해 봐 아주 그냥, 쯧 [한숨]
(정권) 어? 석아, 뭐해, 빨리 와! 늦겠어
야, 빨, 빨리 와 너 여권 여기 있어
(철왕) 어서 와
[잔잔한 음악]
(상사) 퇴근 안 해?
아, 예 저, 조석 작가한테 온 메일 하나만 확인하고 퇴근할게요
먼저 하세요
- 들어가세요 - 안녕
[키보드를 탁탁 친다]
[마우스를 딸깍 누른다]
참 나 진짜 자기 마음대로 했구먼, 휴재
[웃으며] 뭐야
[웃으며] 나 참
[웃음]
응?
[살짝 웃는다]
[폭소]
[애봉이 작은 소리로 웃는다]
(석) 내 꿈은 단순했다
내 만화를 사람들에게 보여 주고 싶다는 거
하지만, 꿈이 손안에 들어오자 직업이 됐고
직업은 일상이 됐다
일상 속에서 잊고 있었던 거다 난 꿈을 살고 있다는 걸
[휴대전화 진동음]
그리고 그 꿈을 이룰 수 있게 해 준 나의 가족들
그냥 삶이 개그 만화인 이 사람들 덕분에
'마음의 소리'를 그릴 수 있었다
항상 함께하고 싶다
[살짝 웃는다] 뽑아 먹을 게 있는 한
(철왕) 아이, 더워
[정권의 한숨]
- 다녀오셨어요? - 안녕, 아들
- 어 - 싸왓디 카
이렇게 하고 코끼리 타자고 내가... 아휴, 참
- (정권) 아휴 - (철왕) 아...
야, 그런데 만화는 다 그렸냐?
응?
아, 만화 다 그렸냐고
아니
많이 남았어
[웃으며] 아주 많이
[잔잔한 음악] (석) 아주 많이 남은 만화를
계속 그렸다
1년
2년 [새가 짹짹 지저귄다]
3년
그러는 동안에도 내 1호 독자는
언제나 내 곁에서 웃어 줬다 [웃음]
[웃음]
정말 계속 웃어 줬다
아, 대박 웃겨!
(석)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웃겨서 웃는 게 아니란 걸 알게 됐다
[애봉의 웃음]
[잔잔한 음악]
원래 그냥 웃음이 헤픈 애봉이
그런데 그 헤픈 웃음을 계속 보고 싶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항상 잊지 않으려 애썼다
모든 게 평범했던
(석과 노인 석) 아니 , 평범한 축에도 못 들었던
(노인 석) 나를 특별하게 만들어 준 게 이 만화라는 걸
그렇게 해서 '마음의 소리'를 지금까지도 그리고 있는 거지요 [살짝 웃는다]
정말 대단하세요
그런데 가족분들은 지금 다 어디에 계신지?
아 이런,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괜한...
[익살스러운 음악]
(정권) 조용히 좀 해요
(준) 밖에 뭐 찍는다는데...
(철왕) 너야말로 인마, 다 늙어서까지
파란 팬티에 파란 리닝셔츠가 뭐냐?
[애봉의 웃음]
(정권) 아이고, 며늘아기
너도 이제 늙어서 그러다가 진짜로 숨넘어가요
[애봉의 웃음]
[애봉의 실성한 듯한 웃음]
다들 아주 명이 길어요 욕을 하도 먹어서 그런가
독자들한테 말입니까?
[웃으며] 아니요, 우리들끼리요
[인터뷰어의 헛기침]
아, 하여튼 그래서
'마음의 소리' 언제까지 그리실 건가요?
[한숨 쉬며] 그건...
[당찬 음악] ♪ 너만의 소리가 들려 울려 ♪
♪ 번지네 ♪
♪ I hear ya baby ♪
♪ 너만의 소리가 들려 울려 ♪
♪ 내 마음속의 사랑이 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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