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 2
<이산 2부>
S#1 궐 일각 (낮) - 1부 엔딩에 이어서
가비와 나인들, 송연의 팔을 잡아 꼼짝 못하게 한다.
가비 안되겠다 잡아.
송연 안돼요! 이러지 마세요 언니!
가비 (몽둥이를 집으며) 입부터 막아.
나인들 예에!
송연 ...!...
나인들, 송연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 하고 송연, 묶이지 않으려고 바둥거리는데.
그 때.
산 (소리)그 손 놓지 못하겠느냐!
소리에 놀라 돌아보는 가비와 나인들. 보면, 그 곳에 산이 나인들을 거느린 채 서 있는데. 갑작스런 세손의 출현에 소스라치게 놀라는 가비 등.
가비 (혼비백산) ...세...세손저하...
송연 ...?!...
산 뭣하는 게냐, 당장 그 아일 놔주라지 않느냐!
가비 ...예...저하...
가비와 나인들, 송연을 얼른 놓고 머리를 조아리고.
아직 산을 알아보지 못한 송연, 어리둥절한 채로 같이 머리를 조아리려다가 그러다 문득, 산을 알아보는데!
송연 ...무덕...아?!
산 (본다)
송연, 그런데 이상한다. 분명 무덕이인데. 근데 저 옷은...그리고 세손저하라니!
송연, 어안이 벙벙한 채로 무덕하...하며 산을 바라보는데.
송연 (어떻게 된 거지) 무덕...아...
산 (모른 척 한다)
상궁 어허,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소리를 내느냐.
송연 ...!...
산 (상궁에게) 괜찮다 (하고 가비 등에게) 니들은 모범을 보여야 할 나인이 어찌하여 어린 생각시에게 행패를 부리는 것이냐.
가비 등 (덜덜 떤다) 죽을 죄를 졌사옵니다 저하!
산 (상궁에게) 제조상궁에게 전해 이 아이들을 벌하라 이르거라!
상궁 예 저하
송연 ...!!...
산, 송연에게 눈길을 주지 않고 그대로 돌아가고 송연, 그런 산을 멍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상궁, 나인들에게 가비 등을 데려가라 명하고 송연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멀어지는 산 망연히 보고 있는데 그 때.
상궁 잠시 따라오너라.
송연 ...!...
S#2. 궐 다른 일각 (낮)
산이 부용정에서 초조한 얼굴로 서성이고 있는데 한 쪽에서 송연이 상궁과 함께 온다. 송연, 산을 발견하고 놀라는데.
상궁 저하. 생각시를 데려왔습니다.
산 이 아이와 할 얘기가 있으니, 잠시 물러가 있거라.
상궁 예.
상궁, 물러가면
산 (걱정어린) 괜찮느냐? 다친 덴 없느냐?
송연 ...!...
산 ..송연아!
송연 (믿을 수 없다) ...무덕이가...무덕이가...아니라...
산 ...!...
송연 정말...무덕이가 아니라 세손 저하세요?
산 미안하다
송연 ...!...
산 어젯밤엔 시민당에 가기 위해 상직소환 행세를 한 것이다.
미안하다! 너희들한테 그런 사실을 말 할 수가 없었어..
송연 ...!!...
세상에 이럴 수가...! 내가 감히 무슨 짓을 한 건가. 송연, 어쩔 줄 모르는 얼굴로 얼른 무릎을 꿇는다.
송연 ...소...송구하옵니다! 저하! 저는 아무 것도 모르구...제가 감히 저하께
산 (당황한다) 송연아.
송연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용서해주세요 저하
산 (어깨 잡아 일으켜 세우며) 일어나거라.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송연 ...!......
산 용서를 구해야 할 것은 나다. 내 너희에게 큰 은혜를 입고도 너흴 속이는 죄를 범했구나.
송연 ...저...하.......
산 (미안하게 보다가) 실은 걱정이 되어 널 찾았다. 송연아.
송연 (본다)
산 방금 전에 대수를 봤다. 헌데 그 아이가 금군들에게 잡혀가고 있었어.
송연 (...!...) 대수를...보셨어요?
산 그래, 대체 어찌된 것이냐? 무슨 일이 있었던 게야?
송연 (금새 눈물이 글썽해지고)
산 (걱정 가득 어려 보는데)
S#3. 태복시 앞 (낮)
산, 경계를 서고 있는 금군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산, 놀라고 당혹해하는 얼굴이다.
산 의금부라니 대역죄인도 아닌데 어린아이를 의금부로 끌고 갔단 말이냐?
금군 시민당을 범한 것은 곧 반역을 꽤한 것이니 관련된 자들은 모두 의금부에 서 다스리라는 어명이 계셨습니다.
산 ...!!!...
S#4. 혜경궁 처소 (낮)
상궁 나인들이 짐을 꾸리는 가운데 혜경궁, 착잡한 얼굴로 앉아있는데
상궁 (소리)마마 세손저하 드시옵니다.
혜경궁 (놀란다. 나인들에게) 잠시 물러들 나있게.
나인들 나가면, 문이 열리고 산이 안으로 들어선다.
보면 얼굴에 눈물이 가득한데. 놀라는 혜경궁.
혜경궁 세손.
산 (무릎을 꿇는다) 어마마마!
혜경궁 ...!...
산 ...어마마마. 대수를 살려주시오소서!
혜경궁 그게 무슨 말입니까? 세손! 살려달라니 누구를? (하는데)
산 (OL) 어젯밤 시민당에 간 것은 소자였습니다.
혜경궁 ...!!!...
산 뒤주에 계신 아바마마를 뵈러 소자가 갔습니다.
혜경궁 (경악) 세손!!!
산 헌데, 그 일로 저를 도왔던 상직소환 아이가 죽게 되었습니다.
어마마마! 간청드립니다. 제발 대수를 살려주시오소서!
혜경궁 (충격으로 말을 잊는다)
산 어마마마.
혜경궁 (겨우) 못들은 걸로 하겠습니다.
산 (...!...) 어마마마!
혜경궁 나는 세손한테서 아무 말도 듣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돌아가 출궁준비를 하세요.
산 소자 때문에 동무가 죽게 되었습니다.
혜경궁 (고통스럽지만) 그것은 세손이 상관할 일이 아닙니다!
산 ...!!...
혜경궁 (보는데)
산 허면 소자가 할바마마께 말씀드리겠습니다. 시민당에 갔던 것은 저이니 저를 벌하시라구요.
혜경궁 (놀라서) 세손!
산 저 때문에 죄 없는 아일 죽게할 순 없습니다!
혜경궁 정녕 이 어미가 죽는 걸 보자고 이러십니까!
산 ...!...
혜경궁 제발 마음을 굳게 먹으세요. 세손은 장차 보위를 이을 사람입니다.
나약한 마음으로 사사로운 일에 흔들리지 마세요. (모질게 외면한다)
산 목숨이 사사로운 것입니까?
정녕 보위가 동무의 목숨보다 더 중요한 것입니까?
혜경궁 (아프다) 세손!
산 어마마마껜 아바마마의 목숨도 그리하셨습니까? 그래서 그런 마음으로 아 바마말 모른 척 하셨습니까?
혜경궁 ...!!...
산 (슬프다) 소자! 알고 있습니다. 어마마마가 외할아버지가 아바마말 모른 척 한 건 저 때문이 아닙니까? 아바마마가 돌아가셔도 소자가 있기 때문 에 제가 보위를 물려받으면 되니까, 그러니까...
혜경궁 (OL) 세손!
산 (OL) 저는 싫습니다. 그렇게 올라야 할 보위라면 이 용포를 벗고, 대신 사람을 살리겠습니다.
혜경궁 ...!...
산 할바마마를 뵙겠습니다. (일어서려는데)
혜경궁 전하께선 궐에 아니계십니다.
산 ...!...
혜경궁 이미 운종가로 순막을 나가셨으니 사나흘은 족히 걸리실 겝니다.
산 (충격) 사나흘이라니? 그럴 순 없습니다 허면, 아바마마는요! 대수는요?
혜경궁 세손이 어찌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저 모든 것이 지나갈 때까지 참고 기다리세요.
산 어마마마!
혜경궁 (모질게) 밖에 아무도 없느냐. 어서 세손저하를 처소로 뫼시거라!
산 ...!!...
S#5. 혜경궁 처소 밖 (낮)
상궁 나인들에 의해 붙들려 나오는 산.
상궁 저하 가셔야하옵니다.
산 어마마마! 어마마마!
S#6. 혜경궁 처소 안 (낮)
혜경궁 가슴 아프게 눈물을 삼키는데.
S#7. 도성일각 (낮)
대수가 금군들에 의해 끌려가고 있다. 겁을 먹은 대수,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가는데.
대수 ...이게 다 무덕이 때문이야. 나쁜 놈...나쁜 놈...
그 때, 한 쪽에서 사람들을 헤치며 급히 달려오는 달호.
달호 대수야!
대수 (본다) 삼촌!!
달호 (쫓아오며) 어떻게 된 거야. 이눔아 대체 또 무슨 사골 친 거야.
대수 삼촌...나 어떡해? 나 의금부로 잡혀간대!!
달호 뭐어...? (의금부 군관에게) 이보시게 의금부라니? 어린 것이 무슨 죄를 지었길래 그리 험한 곳을 끌고 간단 말인가.
군관 난 영을 받고 죄인을 압송할 뿐이오. 허니 방해하지 말고 썩 비키시오.
달호 ...!...
대수 (무서워죽겠다) 삼촌! 내가 잘못했어! 인제부터 삼촌 말 잘 들을게 나 좀 살려줘어
달호 (...!...) 그..그래 대수야 걱정마. 이 삼촌이 구해줄거야. 그러니까 기다려, 울지말구 기다려. 알았지? 어?!
대수 삼초온...
대수, 끅끅거리면서 끌려가고 그런대수를 보는 달호, 눈물이 왈칵 솟구치는데.
달호 ...이런 숭악한 것들. 저 어린 걸 때릴 데가 어딨다구...
달호, 멀어지는 조카를 보며 눈물을 훔치는데.
S#7. 세손궁 앞 (낮)
산의 출궁준비가 진행되고 있는 세손궁 앞. 짐들이 밖으로 나오고, 말과 평차 등이 도착하는 모습들.
S#8 세손궁 방 (낮)
산, 절망 어린 얼굴로 앉아있다. 그런 산의 위로, 사도세자의 일로 노여워하던 영조의 모습. 금호문 밖으로 끌려 나가던 대수의 모습이 떠오르는데.
산 (괴롭다) ...내 탓이다. 전부 내 탓이야.
산, 감당하기 힘든 죄책감에 괴로워한다. 그 떄.
상궁 저하, 융복으로 갈아입으셔야 하옵니다.
산, 보면 방 한 쪽에서 나인들이 화각함을 열어 외출복인 융복을 꺼내고 있는데.
어찌하면 좋은가, 착잡한 얼굴로 보는 산.
상궁, 나인에게서 융복을 받아들어 산에게로 가져오고 나인들은 그 화각함을 다시 닫아 밖으로 나르는데. 산, 멍하니 보다가 순간 멈칫 한다.
그런 산의 위로
사도세자 (소리) ...화각함에 그림이 있을 것이다...
산 ...!!...
S#9. 동 밖 (낮)
산, 다급히 뛰쳐나온다. 보면, 저만치 나인들이 화각함을 옮기고 있는데.
산 잠깐, 멈추어라.
나인들 (서서 보면)
산 ...그걸 잠시 내려놓거라!
나인들 예. 저하.
나인들, 화각함을 내려놓고 산, 떨리는 얼굴로 다가와 화각함을 열어보는데.
천천히 함의 뚜껑을 열어보는 산. 보면, 옷가지들이 들어있는 안.
산, 그것들을 헤쳐보는데. 그 때 그 안에서 그림 한 장이 발견된다!
놀라는 산.
산 ...이거였어!!! 아바마마처소가 아니라 내 방의 화각함이었어!!
산, 떨리는 손으로 그림을 움켜쥐는데.
S#10. 생각시처소 일각 (낮)
송연이 생각시들과 빨래를 널고 있다. 하지만 멍한 표정으로 서있는데.
나인 (못마땅하다) 야, 너 제대루 못하니?!
송연 (깜짝) 죄송해요.
나인 가서 물이나 길어와.
송연 ......
S#11. 동 일각 (낮)
송연, 맥없는 얼굴로 우물에서 물을 긷고 있는데 그 때 등 뒤에서
산 (소리)송연아!
송연, 놀라 보는데 보면, 땀에 흠뻑 젖은 산이 숨을 헐떡이며 그 곳에 서 있다.
당황하는 송연.
송연 ...무덕아...아니...저하...
산 (잔뜩 상기되어) 됐다. 이제 됐어!
송연 ...뭐가요?!...
산 그림을 찾았다 송연아. 이젠 방법이 있어!
송연 (무슨 말인지) 방법이라뇨? 무슨...
산 아바마마께서 할바마마께 전하라 하신 그림이 있다. 그걸 보신다면 노여 움을 푸실 거라 하셨어! 그 그림을 찾았다. 이제 아바마마와 대수를 살릴 수 있어.
송연 (...!...) 그게 정말이세요?
산 그래! (하고) 부탁이 있다 송연아. 나에게 운종가의 약도를 그려다오.
송연 (갸우뚱) 운종가의 약도요? 그건 뭘 하실려구요?
산 ...궐 밖에 나가 도망을 칠 것이다.
송연 예에?!
산 지금 전하께선 운종가에 나가 계신다. 그 곳에서 공시인 순막을 하고 계 셔. 그리로 찾아가 전하를 뵙고 이 그림을 전해드릴 작정이다.
송연 ...!...
산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도망을 쳐 할바마마를 뵐 것이다. 그래서 아바마마와 대수를 살릴 것이다. 내가 꼭 살릴 것이야.
송연 ...!!...
<시간경과>
후미진 풀밭에 산과 송연이 쪼그려 앉아있다.
휴대용 먹통 (대원사 ‘문방사우’ P105 참조) 과 종이를 펼쳐놓고 그림을 그리고 있는 송연. 그 옆에선 산이 잔뜩 긴장한 얼굴로 보고 있다.
송연 (그림 그리며) 여기가 혜정교구요. 그 옆에 치계전이 있구 거길 지나면 군 칠이 나올 거에요! 거기서 백목전으로 (하는데)
산 (OL) 잠깐...잠시만.
송연 (보고)
산 치계전은 뭐고 군칠은 또 무엇이냐?
송연 치계전은 어리전이잖아요. 닭이나 꿩을 파는.
산 군칠은?
송연 상인들을 상대로 스물 네 시간 꼬박 장사하는 주점인데 모르셔요?
산 (놀랍다) 도성에 그런 곳도 있느냐?
송연 (당연하다) 예에
산 (잘 모르겠다. 당혹스럽다,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구나!
송연 (걱정스럽다)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저하께선 한 번두 궐 밖에 나가본 적 이 없으시잖아요?
산 (사실 걱정이긴 하다. 그래도) 도성 밖 풍물에 대해선 많이 들었으니 괜찮 을 것이다.
송연 그치만 운종가는 사람두 많구 무서운 깍정이패나 잡배들이 득실거리는 데 에요. 저하 혼자 가시기엔 위험한 곳이라구요.
산 (걱정이 어리는데)
송연 (이해할 수 없다) 꼭 저하께서 가셔야 하나요? 궐엔 상궁 마마님두 계시 구 별감어른에. 대감마님들두 많이 계시잖아요.
모두 다 저하의 신하들인데 그냥 하명하시면 되잖아요.
산 (풀 죽은) ...나에겐...아무도 없다.
송연 예에?
산 날 도와줄 사람도...믿을 수 있는 사람도...이 궐 안엔 없어.
송연 ...!...
송연, 풀 죽은 산의 모습에 마음이 짠해진다. 그렇다. 세자저하께서 그리 되셨으니.
산 (괜찮다, 밝게) ...그래두...널 만나 참으로 다행이지 않느냐?
송연 (...!!...) ...저하
산 (약도를 접어 넣으며) 약도가 있으니 혼자서도 찾을 수 있을게다.
너무 걱정 말거라.
산, 안심시키려는 듯 밝게 웃어보이고 일어서는데. 그런 산을 보며 망설이는 송연. 그러다가.
송연 저하...!
산 (멈칫, 돌아보는데)
송연 ...제가 같이 가도 될까요?
산 ...!...
송연 운종가라면 전 눈 감고두 찾아갈 수 있어요. 그러니까 제가 안내해드릴게 요.
산 그건 안 된다. 너무 위험해.
송연 그치만 저하께선 하시잖아요.
산 이건 경우가 다르다. 니가 그런 위험을 자초할 까닭이 없어.
나 때문에 고초를 겪는 건 어제 일로도 충분하다.
하고, 산, 돌아서 가려는데.
송연 (OL) 그래두 약속했잖아요.
산 (멈칫)
송연 어젯밤에 대수랑 저랑 그리구 저하랑 세 사람이 끝까지 서로 돕기루 손가 락 걸구 약조했잖아요. 잊으셨어요?
산 ...!...
송연 저하가 아니라 동무를 위해 나선다구 해도 그래도 안된다 하실 건가요?
산 ...!!...
송연 (떨리지만 결연한 얼굴로 본다)
S#12 혜경궁 처소 (낮)
혜경궁, 홍봉한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홍봉한 (당혹스런) 아니 지금 뭐라 하셨습니까? 마마. 어젯밤 시민당을 범한 것이 세손저하라니요?
혜경궁 (참담하다)
홍봉한 (허, 기가 막히다) ...어찌 이런 망극할 일이...
혜경궁 제 불찰입니다. 세자저하의 살뜰한 정을 받고 자란 세손입니다.
그 아이의 성정이라면 능히 그럴 거라는 걸 알았어야했는데...
홍봉한 지금은 그런 것을 따질 계제가 아닙니다 마마. 주상의 노염을 사 사가로 내몰리는 마당입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진다면 세자저하보다 먼저 세손의 목이 날아갈 겁니다!
혜경궁 그러니 이제 어찌하면 좋습니까? 아버님.
홍봉한 덮어야지요. 무슨 수를 써서라두, 일을 수습해야지요.
혜경궁 ...!...
홍봉한 차라리 궐 밖에 나가 있는 것이 잘되었습니다. 이제 일은 제가 알아서 처 리할 것이니 마마께선 세손이 허튼 생각을 품지 않도록(하는데)
상궁 (소리)마마 한상궁이옵니다.
상궁의 소리에 멈칫하는 혜경궁과 홍봉한. 홍봉한, 조심하라는 눈짓을 하고.
혜경궁 들라.
상궁, 문을 열고 들어오면
혜경궁 그래. 세손처소의 차비는 끝났다더냐.
상궁 (당혹스러운) 그것이...세손저하께서 아직 처소로 돌아오지 않으셔서...
혜경궁 (...!...) 그게 무슨 말이냐? 처소로 돌아오지 않다니.
놀란 얼굴로 서로를 보는 혜경궁과 홍봉한.
S#13. 세손궁 앞 (낮)
사색이 된 얼굴로 오고 있는 혜경궁과 홍봉한. 그 뒤로는 혜경궁 처소의 나인들이 따라오고 있다.
홍봉한 대체 상궁 나인들은 무얼하고 있었단 말인가.
상궁 저하께서 한사코 물리치셔서 도리가 없었다 합니다...
혜경궁 ...!...
혜경궁 불안에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 보면, 세손궁 뜨락 앞에서 우왕좌왕하던 나인들. 혜경궁과 홍봉한을 보고 다가와 예를 표하는데.
혜경궁 어찌된 일인가. 세손은 지금 어디 있는 게야.
하는데. 그 떄.
산 (소리)어마마마
혜경궁 (놀라 본다) 세손!
홍봉한 저하!
보면, 산, 융복으로 갈아입은 채 서리들을 대동하고 있는데.
혜경궁 세손 지금 대체 어딜 다녀오는 겝니까?
산 소자의 서고인 개유와에 들려 서책을 좀 챙겨왔습니다.
보면, 산의 뒤로 서리들이 부담롱을 하나 지고 있는데.
홍봉한 (답답) 그런 일이라면 나인들을 시키시지요. 어찌 이런 일로 소란을 만드 십니까?
산 송구합니다 할아버지.
홍봉한 무탈하시니 되었습니다. 이제 그만 안국동으로 나가시지요 저하.
산 예. (하고, 서리들에게) 그 짐은 이 쪽 평차에 싣거라.
서리들, 예...하고 평차로 부담롱을 가져가 싣는다. 그것을 바라보는 산의 긴장어린 시선.
S#14. 궐 밖 (낮)
돈화문이 열리고 산과 혜경궁의 행차가 궐 밖을 나선다. 도성으로 향하는 이들의 긴 행렬. 그 때 평차에 실린 부담롱의 덮개가 조심스럽게 열린다.
보면, 송연이 작은 틈으로 밖을 보고 있는데, 그런 송연의 시선으로 점점 멀어지는 돈화문. 드디어 궐을 나왔구나.
송연, 두려운 얼굴로 마른 침을 꼴깍 삼킨다.
S#15 도성 일각. 가마 안 (낮)
산이 타고 있는 가마 안. 산, 조심스레 창문을 열어 밖을 살핀다.
보면, 산의 시선으로 멀리 혜경궁의 행차가 꺽인 길로 들어서 사라지는 것이 보인다. 산, 그것을 확인하고.
산 가마를 멈추어라.
S#16 동 일각 (낮)
산을 태운 가마가 멈춰선다.
산 (소리)낮것상으로 받은 만두가 좋지 않은 듯 하구나... 야호(요강)을 들이 거라!
상궁 예 저하. (하고, 평차를 이끄는 서리를 향해) 야호를 가져오게.
평차를 끌던 서리가 한 쪽에 실려있던 요강을 들고 가마 쪽으로 다가간다.
상궁 대령하였습니다 저하.
상궁, 서리로부터 요강을 받아 산의 가마 안으로 넣어준다.
S#17. 가마 안 (낮)
산, 요강을 옆에 둔 채 밖을 의식하며 끙끙 신음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다가.
산 금군들을 잠시 물러서게 하거라. 바짝 붙어있으니 마음이 불편하여 일이 여의치 않구나.
상궁 (소리)하오나 저하...
산 어허, 내가 여의치 않다지 않느냐!
S#18. 거리 일각 (낮)
상궁, 할 수 없다. 금군들에게 눈짓을 하고 금군들, 가마로부터 십 여 걸음 물러서는데.
S#19. 거리 일각 (낮)
혜경궁을 태운 가마와 홍봉한을 태운 남여가 가고 있다.
그러다 홍봉한, 뒤를 돌아본다.
홍봉한 세손저하의 가마는 왜 이리 뒤쳐진 겐가?
상궁 잠시 배앓이가 있으시어 야호를 들였다 합니다.
홍봉한 ...그래...?
홍봉한, 그러다 문득 불길한 느낌.
홍봉한 잠깐 세워라.
S#20. 거리 일각 (낮)
금군들이 가마 한 쪽으로 떨어져 경계를 서고 있는 가운데 한 쪽에서 홍봉한이 나인들과 함께 급히 오고 있다.
홍봉한 어째서 금군들이 가마와 떨어져 있는가?
상궁 저하께서 편치 않으시다며 물리셨습니다.
홍봉한 (혹, 설마) 야호를 들인지 얼마나 되는가?
상궁 꽤 지체되었습니다.
홍봉한 괜찮으신지, 가서 기척을 내보게.
상궁 하오나...
홍봉한 어서!
상궁 (난처한 얼굴로 가마 곁으로 다가가서) 저하 아직 편치 않으시옵니까?
그러나 안에선 대답이 없다. 굳어지는 홍봉한의 얼굴.
상궁 ...저하.
홍봉한 (불안) 비키게.
홍봉한, 다급한 얼굴로 상궁을 밀치고 가마의 문을 열어젖힌다. 순간, 하얗게 굳어지는 홍봉한의 얼굴.
홍봉한 이럴 수가...
상궁 !!!
보면, 텅 비어있는 가마 안!!
상궁 (경악) 세손 저하께서 아니계십니다. 저하께서 사라지셨습니다...!
저하가 사라지셨다. 저하...
상궁의 비명같은 외침에 뛰쳐 오는 금군들.
S#21. 거리 일각 (낮)
인파로 북적이는 거리 일각. 산, 다급하고 정신없는 얼굴로 뛰어 달려와 멈추며 둘러본다. 난생 처음 보는 낯선 풍경, 이리저리 부딪치는 사람들.
그 속에 선 산, 두렵고 질린 얼굴로 두리번거리는데. 그 때.
송연 (소리)저하! 여기에요!
산 ...!!...
보면, 송연 점포 한 켠에 몸을 숨긴 채 산을 향해 손직하는데. 산, 사람들을 헤치고 송연에게 달려와.
산 (다행이다) 무사히 나왔구나!
송연 ...예...!
산 (손을 잡으며) 가자. 금군들이 들이닥치기 전에 도망쳐야 해.
송연 ...예...
S#22. 거리 일각 (낮)
금군들이 사색이 된 얼굴로 저자거리를 뒤지고 있다. 이리 저리 흩어져 찾을 것을 지시하는 수행대장. 대장의 지시에 금군들,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데.
저자 한복판에서 세손을 잃다니! 모두의 얼굴에 당혹감이 가득하다.
그 위로 긴박하게 울리는 첩고.
(소리) 둥!둥!둥!둥!
S#23. 궐 일각 (낮)
첩고가 긴박하게 울리는 가운데 말을 달려 궐 안으로 속속 모여들고 있는 금군들의 모습.
S#24. 궐 다른 일각 (낮)
대신들이 우왕좌왕하며 서성거리고 모여 있다. 모두들 황망한 얼굴로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인데. 그 때 홍봉한이 달려온다. 다가서는 대신들.
대신1 궐 밖에서 세손저하를 잃다니요? 이게 무슨 변고란 말입니까? 영상대감.
홍봉한 (굳은)
대신2 우림위는 대체 무얼하고 있었답니까? 저들이 경비를 서는데 어떻게 저하 께서 사라지십니까?
홍봉한 황망한 경황 중에 벌어진 일이라 손 쓸 틈이 없었던 것 같소.
대신1 황망한 경황이라니, 혀면 세손께서 피랍되신 거란 말입니까?
대신1의 말에 모두들 웅성거리는데.
홍봉한 아직은 어떤 정황인지 말씀드리기가 어렵소. 허니 세손저할 찾기 전까진 이 사실을 주상께 알려지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할 것이오.
대신2 아니 이처럼 황급한 사안을 상달하지 않겠단 말씀입니까?
홍봉한 허면 세손저하를 찾기도 전에 주상꼐 고하잔 말씀이요?
모두 이 자리에서 목을 내놓자는 게요!
홍봉한의 말에 다들 찔끔한다. 홍봉한, 잔뜩 흥분한 얼굴. 눈썹이 파르르 떨려오는데
S#25. 궐 일각 (낮)
금군들이 모두 도열해 있는 가운데 내금위장을 겸하고 있는 금군별장이 겸사복장과 우림위장 및 각 종사관들과 군관들을 세워놓고 이야기를 한다.
금군별장 전하께서 입궐하시기 전까지 반드시 세손저하를 찾아야 할 것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세손저하의 옥체를 보존해야 한다. 알겠느냐.
모두 예!
금군별장 당장 출동하라.
모두 예!
겸사복장과 우림위장이 대답을 하고 금군들을 이끌고 가면 한 쪽에 서 있던 홍봉한이
홍봉한 : 운종가의 경계를 철저히 하게. 세손께서 그리로 향하실게야.
내금위장 예...대감.
홍봉한 ...그리고...나한테 내금위 종사관을 붙여주게.
S#26. 의금부 추국청 (낮)
대수가 형틀에 묶여 있다. 금군들, 대수의 주리를 틀려고 준비를 하고 있는데
심하게 겁을 먹은 불쌍한 대수의 얼굴
종사관 자, 어서 실토하지 않으면 니 놈 뼈가 부서질 것이다.
대수 (덜덜)
종사관 널 시민당으로 보낸 것이 누구냐.
대수 (형틀을 보며) ...그...그게요...
그러다 대수 묶인 손 자신의 새끼 손가락을 본다. 대수, 망설여진다. 하지만 저 몽둥이도 너무 무섭다.
종사관 말로 해선 안 될 놈이로구나. 쳐라!
금군병사 예에 (하는데)
대수 (으악! OL) 무덕이요! 무덕이에요!
종사관 (멈칫) 뭐라구?
대수 (엉엉 OL) 상직소환 무덕이요! 걔가 도와달랬어요! 정말이에요! 전 그래서 같이간 거 뿐이에요...
대수의 말에 당혹감이 번지는 금군들의 얼굴. 그 때.
종사관 그 아이를 풀어주거라.
종사관의 말에 놀라 보는 금군들. 그리고 대수.
종사관 포박을 풀고 너희들은 잠깐 물러나 있거라.
금군 예.
금군들, 대수의 묶인 포박을 풀어주는데.
대수, 아니 왜 또 이러는 건가 더럭 겁이 난다.
대수 왜...왜요? 왜 또 풀어주시는 건데요? (그러다 흠칫) 이번엔 얼루 가는데 요...저 인제 죽는 건가요...? (밧줄을 잡고 놓지 않는다) 안돼요...그냥 곤 장을 때려주세요...네...?!!
S#27. 동 일각 (낮)
대수와 종사관이 있다. 보면 대수의 앞으로 약과와강정이 놓인 접시가 있는데.
대수, 이건 또 무슨 조화인가 겁먹은 얼굴로 강정과 종사관을 번갈아 보며 눈만 굴리는데.
종사관 (다정하게) 왜, 강정이 싫으냐?
대수 (도리도리...그러다가) 정말...먹어도 되요?
종사관 (허허, 웃는다) 그렇다니까. 모자라면 더 줄것이니 양껏 먹거라.
대수 ...!...
대수, 친절한 종사관의 태도에 마음이 조금 놓인다.
조심스럽게 강정을 하나 들어 입에 넣는데.달고 맛있다.
종사관 (살피며) 훈육내관인 박달호가 네 삼촌이지?
그 사람이 널 잘 좀 봐달라며 나를 찾아왔더구나.
대수 (놀라는) 저희 삼촌이요?
종사관 내 내자와 잘 아는 사이더구나. 해서, 널 여기서 나가도록 도와줄 참이다.
대수 (반색) 그게 정말이세요?
종사관 ...그럼...(하고) 아까 들으니 무덕이란 상직소환이 널 시민당으로
데려갔다는데 그게 사실이냐?
대수 : (침울해지는 표정. 후회된다) ...그건...
종사관 (달랜다) 걱정말거라. 그 아일 잡아들이려는 게 아니야. 자초지종을 알아 야 너흴 도와줄 게 아니냐?
대수 ......
종사관 무덕이가 누구냐? 네 동무냐?
대수 ...예에! 어젯밤에 만난 아이인데 세손저하 처소에서 일하는 상직소환이에 요.
종사관 (당황) 세손저하 처소?
대수 예 저하의 심부름으로 시민당에 가야한다구. 그래서 같이 갔어요.
종사관 ...!...
종사관, 품에서 산의 어진을 꺼내 내민다.
종사관 그 아이가 혹 이렇게 생겼더냐?
대수 (보고는) 예! 얘가 무덕이에요!
종사관 (당혹스럽다)
대수 나으리 정말 무덕이두 살려주시는 거죠?
비밀 지키기루 약속했는데, 제가 다 불어버린 걸 알면 화낼 거에요.
대수, 걱정이 가득해서 보는데.
S#28. 동 밖 (낮)
홍봉한과 내금위장, 내금위 종사관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내금위장 분명 세손저하와 함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홍봉한 굳어지는 얼굴)
종사관 (창문 너머로 대수를 흘끗 보고) 금군의 손을 타면 말이 샐 수도 있으니 소인이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홍봉한 믿고 맡길 데가 있겠는가?
종사관 예 대감. 걱정마십시요.
홍봉한, 굳은 표정으로 안을 보면 창문 너머로 아무 것도 모른 채 꾸역꾸역 입에다 강정을 넣는 대수. 마냥 행복한 표정이다.
S#29. 청계천 변 일각 (낮)
뜨거운 뙤약볕 아래 빨래를 하는 아낙들과 물장구를 치며 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마냥 한가로운 전경. 그 때 조금 떨어진 곳. 멱을 감는 아이들이 벗어놓은 옷무더기로
고사리 손이 조심스럽게 올라오는데.
보면, 아이들의 저고리를 훔쳐가려던 산이 휘둥그레진 눈으로 발가벗고 노는 아이들을 보고 있다. 여염집의 아이들은 저렇게 노는구나...산은 난생 처음 보는 광경에
잠시 무엇을 하던 것인지 잊고 신기한 듯 쳐다보는데. 그 때.
송연 저하, 어서요!
산 ...!!...
산, 아차 싶은데 그 때, 멱을 감던 아이 중 하나가 옷을 훔쳐가는 산과 송연을 보고 소리를 친다.
아이 어! 도둑이다! 우리 옷을 훔쳐가!
송연, 산 ...!!!...
산, 얼른 옷가지를 품에 안고 뛰기 시작한다. 송연도 그런 산과 함께 뛰려다 발을 헛디뎌 넘어지는데. 비명을 지르는 송연.
산, 얼른 돌아와서 송연을 일으킨다.
산 괜찮으냐
송연 (아프지만) 예...
그 때 아이들이 물 속에서 벌거벗은 채로 ‘저 놈 잡아라’ 하며 뛰어나온다.
산, 송연을 얼른 일으켜 세우고 두 아이 정신없이 허둥지둥 도망을 치는데.
S#30. 저자거리 전경 (낮)
오가는 사람들로 분주한 저자거리 풍경
S#31. 창고 일각 (낮)
송연이 허름한 창고의 문을 열고 안을 살핀다.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자 산을 부르는 송연.
송연 들어오세요 저하
안으로 조심스럽게 들어서는 산.보면, 천장 가득 거미줄에 어지럽고 지저분한 창고.
산, 선뜻 걸음을 떼지 못하는데. 그 때, 산의 앞을 지나가는 쥐!
산, 으악, 비명을 지르는데
송연 (놀라서) 저하!
산 ...저...저것이 무엇이냐?
송연 (놀라 보다가 쥐인 것을 보고) 괜찮아요 쥐에요.
산 (화들짝) ...쥐...?!
송연 괜찮아요 저하.
산 야, 너나 괜찮지...
산, 무섭다. 저도 모르게 벽에 바짝 붙는데. 송연, 그 모습을 보고 송구해 어쩔 줄을 모른다.
송연 죄송해요 저하. 이런 곳으로 모셔서.
산 ...아...아니다...괜찮다...괜찮아 (하고, 겨우) 어서 옷을 갈아입고 여길 나가 자꾸나. 나는 여기서 갈아입을테니 넌 그 쪽에서 입거라.
송연 ...예...저하.
산, 행여 뭐라도 또 튀어나올까 살피는 얼굴로 한 쪽으로 와 훔쳐온 옷을 주섬주섬 꺼낸다. 송연, 그 모습을 보다가 송구한 표정으로 몸을 돌리는데.
산, 아이들의 무명저고리와 바지를 보고는 또 한 번 사색이 된다. 걸레처럼 지저분한 저고리에선 땀냄새가 지독한데. 이건 어찌 입으란 말인가.
산 (도저히 안되겠다) ...저기, 난 도저히 이건 못 입겠다...
하며 산, 송연 쪽을 돌아보면, 송연, 막 저고리를 벗으려는 참인데.
엄마야, 하며 얼른 가리는 송연. 놀라 고개를 돌리는 산.
산 ...미...미안하구나...
송연 (부끄럽다)
산, 얼굴이 빨개져 어쩔 줄 몰라 하다가 갑자기 다시 고개를 홱 돌린다.
보면, 송연의 저고리 팔 언저리가 뻘겋게 물들어 있는데.
산 (놀란) 잠깐, 그게 무엇이냐. 다친 게냐?!
송연 (놀라서 얼른 후다닥 감춘다) 아, 아니에요.
산 (다가와 팔을 보고 놀란다) ...피가...
송연 (난처하다) 별 거 아니에요.
산 피가 이리 많이 나는데 별 게 아니라니!
송연 괜찮아요. 정말 아무렇지도 않아요. 저하.
산, 얼른 허리춤에서 술띠를 풀러 송연의 팔을 메어준다.
송연, 산에게 팔을 맡긴 채 어쩔 줄 몰라하는데.
산 왜 이리 미욱한 게냐. 이리 다쳤으면 말을 했어야지!
송연 (죽을 죄를 졌다) 송구하옵니다 저하...
산, 이렇게 팔을 다치고도 도리어 미안해하는 송연을 보며 부끄러움이 느껴진다.
산 아니다. 미욱한 건 나로구나. 이런 너한테 고작 옷투정이나 하려 했으니...
송연 ...예...?
산 (미소) 아니다. 자, 다 됐다.
송연, 미소 짓는 산을 보며 저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진다.
창피한 마음에 고개를 내려 산이 묶어준 팔만 내려다보는데.
산 참, 이제부턴 너도 내 이름을 부르거라!
송연 (놀라는) 예에? 저하의 이름을요?
산 지금이면 금군들이 쫙 깔려있을 것이다. 저자에선 날 저하라 부르면 안돼!
송연 ...!...
산 ...내 이름은 산이다. 자, 한 번 불러보거라!
송연 ...하...하지만 ... 어떻게...
산 어허, 꼭 해야한대두 그러는구나.
송연 (망설인다. 그러다가...겨우) ...사...산...아...
산 ...!...
산, 갑자기 묘한 표정이 된다. 송연, 그런 산의 표정을 보자 아차 싶다.
송연 ...망극합니다 저하...소인이 죽을 죄를...
산 아, 아니다. 그런 게 아니야!
송연 ...?!...
산 처음이로구나! 아바마마나 어마마마가 아닌 다른 사람이 내 이름을 불러 준 것이...
송연 ...!...
산 (혼잣말을 하듯) ...그렇구나 산이라 불러주니 듣기가 좋아.
송연 ...!...
산 (미소 지어보이고는) 자, 어서 서두르자. 늦었어.
송연 ...예...
S#32. 저자일각 (낮)
혼잡한 저자 거리 길목을 금군과 포청의 군관들이 지키고 있다.
보면, 산 또래의 아이들을 유심히 살펴보는데. 자판에서 구경하는 듯 하며 금군들의 동태를 살피는 산.
긴장한 빛이 역력한데. 그 때, 한 쪽에서 급히 오는 송연. 멀리 산을 발견하고
송연 저...(하려다가 아차 싶다) 사...산아...!
산 (돌아본다)
송연 (급히 다가와서) 저편에 운종가로 가는 우마차가 있어요.
그걸 타면, 반점(30분)은 빨리 도착할 수 있을 거에요.
산 정말이냐?!
송연 예
산과 송연, 금군들의 눈을 피해 몸을 옮기고 그 때, 종사관과 함께 길목으로 들어서는 대수. 그러나 아이들, 서로 보지 못하고 지나쳐 가는데.
S#33. 목로주점 안 (낮)
서서 술을 마시는 목로주점 안. 깍정이패들이 목을 축이고 있는데.
그 때 안으로 종사관이 대수와 함께 들어온다.
깍정패1 오셨습니까? 나으리.
종사관 (인사를 받는다) 그래
깍정패1 (깍정이패2에게) 자넨 가서 물건부터 나르게.
깍정패2 알았수 (가면)
종사관 그간 별고 없느냐?
깍정패1 예. 전부 나으리께서 살펴주신 덕분입지요. (하고 대수를 보며) 이 아입 니까?
대수 (천진난만)
종사관 (의미심장한) 잘 좀 보살펴줘라!
깍정패1 (비열한 미소) 예. 심려놓으십쇼 나으리.
아무 것도 모르는 대수, 모든 것이 잘 되는구나 싶어 두 사람을 보며 히죽, 웃는다.
S#34. 저자 다른 일각 (낮)
야바위꾼이 투전판을 벌이고 있는 저자 일각.
깍정이패3이 그 속에 끼어 노름을 하고 있는데. 보면, 한 쪽에 세워진 우마차.
몰래 나타난 송연과 산이 깍정이패3이 정신 팔린 것을 확인하고 몰래 덮개를 열고 우마차 안으로 숨어드는데.
그 때 한 쪽에서 급히 오는 깍정이패2, 노름하는 3을 발견하고
깍정패2 그만 가세. 서둘러야 해.
깍정패3 (오면서, 턱을 가리키며) 금군이 쫙 깔렸든데 보셨수?
깍정패2 (불안하다) 임금이 운종가에 나와서 그런가?
깍정이패2와 3, 우마차를 끌고 간다.덜컹거리며 움직이는 우마차.
S#35. 우마차 안 (낮)
산과 송연이 몸을 잔뜩 웅크린 채 숨어있다.
송연 미시까진 당도할 수 있을 거에요 저하.
산 그래, 그러면 충분하다. 니 덕에 일이 쉽게 풀리는구나.
송연 (다행이다)
산, 품에서 그림을 꺼내어 본다. 이제 곧 전하를 뵐 수 있다. 벅찬 눈빛을 반짝이는 산.
S#36. 홍화문 앞 (낮)
홍화문을 지나려는 행인과 우마차, 수레들이 길게 늘어서있다.
금군들이 지나는 사람들의 용모를 살펴보고 길을 터주고
S#37. 우마차 안 (낮)
긴장한 얼굴로 숨을 죽이고 있는 산과 송연.
S#38. 홍화문 앞 (낮)
여전히 검문이 계속되는 가운데 어느덧 송연과 산이 탄 우마차의 차례도 다가오고 있다. 그 때, 한쪽에서 말을 탄 금군이 홍화문 앞으로 와 내린다.
군관 (다른 금군들에게) 수레의 짐들은 왜 수색하지 않는 것이냐?
금군1 그것이...행렬이 너무 지체되어서...(하는데)
군관 (OL) 무슨 소리냐? 운종가로 가는 것은 샅샅이 살피라는 하명을 듣지 못 했더냐?
S#39. 우마차 안 (낮)
산과 송연, 긴장으로 굳어지는 얼굴. 그 위로
금군1 (소리)짐꾼들은 모두 마차의 덮개를 열어라! 모든 짐들은 샅샅이 뒤진다.
산, 송연 ...!!...
S#40. 홍화문 앞 (낮)
금군들, 늘어선 행렬에 짐들을 모두 풀어헤치라는 명을 내린다.
웅성이는 사람들. 그 속에 깍정이패 2와 3, 얼굴이 굳어지는데.
서로 보며 뭔가 눈짓을 교환하는 두 사람.
S#41. 우마차 안 (낮)
송연, 덮개를 살짝 열어 밖을 살피고 있다. 보면, 금군들이 짐을 뒤지고 있는데.
송연 어떡해요 저하.
산 안되겠다, 뛰어내리자.
송연 ...!...
산과 송연, 몸을 움직여 내리려는데, 그 때, 갑자기 휙, 방향을 트는 우마차.
산과 송연, 얕은 비명을 지르며 한 쪽으로 쏠린다. 보면, 우마차가 덜컹거리며 움직이고 있는데
산 (의아) ...!!
송연 ...?!...
S#42. 홍화문 앞 (낮)
깍정이패2와 3, 급히 우마차를 돌려 행렬에서 빠져나간다. 다급한 얼굴로 소에 채찍을 가하는데. 그 때, 한 쪽에서 짐을 뒤지던 금군1이 이 모습을 보고 급히 다가온다.
금군1 멈춰라.
깍정이패 2, 3 멈칫한다. 큰일났다는 눈빛을 교환한다.
금군1 어딜 가는 게냐.
깍정패2 예 광통교로 갑니다.
금군1 광통교라면 왜 처음부터 여깄었던 게냐?
깍정패2 (유들유들) 그게 잠시 가는 길을 헷갈려서...
(3과 함께 허허, 웃으며) 나일 먹으니 깜빡깜빡합니다요.
금군1 (수상쩍다) 마차의 덮개를 열어봐라.
깍정이패2 (당황) 별 거 아닙니다. 소고기 조금하고...
금군1 (OL 병장기를 잡으며) 어허, 썩 열라는데도!
깍정이패2, 안되겠다는 눈짓을 뒤에 서 있는 3에게 한다.
순간, 깍정이패3, 소매춤에서 단도를 꺼내 금군의 배를 푹 찌르면 억, 소리를 내며 꺼꾸러지는 금군.
깍정이패2,3 멀리 다른 금군들을 살피며 급히 금군1의 시체를 우마차에 싣는다.
S#43. 우마차 안 (낮)
덮개가 열리고 칼을 맞은 금군의 시체가 실린다.
놀란 송연,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려는데 순간, 산이 송연의 입을 막는다.
질린 얼굴의 아이들 두려움에 떠는데 미처 아이들을 발견하지 못한 깍정이패는 그대로 덮개를 덮고
깍정패2 (소리) 빨리 여길 뜨자.
우마차, 덜컹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한다. 바로 옆에서 피를 흘린 채 의식을 잃은 금군. 산과 송연, 그 모습을 보며 두려움에 몸을 덜덜 떠는데.
S#44. 거리 일각 (낮)
우마차가 한 부호의 집 앞에 멈춰선다. 깍정이패2가 다급한 얼굴로 마치 암호처럼 몇 번 문을 두드리자 문이 열리고, 우마차가 안으로 들어간다.
S#45. 동. 밀조장 안 (낮)
김이 뽀얗게 올라오는 가마솥들과 수많은 술독이 놓여진 밀조장 안에 우마차가 세워진다. 마차에서 소를 풀어 밖으로 끌고 나가고 문을 닫는 깍정이패2,3
S#46. 동. 어느 구석
깍정이패2가 깍정이패1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깍정패1 뭐야, 금군을 죽여?
깍정패2 모가지가 날아가게 생겼는데 어쩝니까? 그놈의 금주령 때문에 목숨 걸고 술을 팔아야하니 원...
깍정패1 (심각하다. 그러다가) 그래서 시체는 어쨌느냐?
S#47. 동. 밀조장 안 (낮)
덮개가 조심스럽게 열리고 산과 송연이 내려온다.
송연, 하얗게 질린 얼굴이다. 내려온 산, 금군의 시체를 살핀다.
송연 어찌 되었어요?
산 죽었다...
송연 ...!...
산 (둘러보며) 밀조장이다. 국법을 어기고 술을 만들어 파는 자들이야.
송연 (무섭다)
산 어서 여길 빠져 나가자.
산과 송연, 문 쪽으로 나오려는데
그 때 산, 허리춤에서 그림이 떨어진다.
산 잠깐, 아바마마의 그림, 아바마마의 그림.
그 때, 문이 열리고 안으로 깍정이패 1,2,3 들어온다. 송연, 문 옆 술독 뒤로 숨고 산도 얼른 마차 뒤로 몸을 숨기는데. 그런 산의 시선에 들어오는 바닥에 떨어진 그림!깍정이패들 마차 쪽으로 온다. 산, 송연을 보고 어서 나가라고 눈짓한다.
송연, 하지만...망설이는데
산 (입모양) 어서...
송연, 할 수 없다. 깍정이패들, 몰래 열린 문을 통해 밖으로 나가는데.
그 때, 금군의 시체를 살피던 깍정이패1 불안한 낌새를 눈치챈 산. 그대로 몸을 움직여 튀어나가려는데, 그런 산의 앞을 가로막고 나서는 깍정이패1
깍정패1 어딜 갈려구! 요 쥐새끼 같은 놈.
산 ...!!...
S#48. 동 밖 (낮)
밖으로 뛰어 도망쳐 나오는 송연.
숨을 헐떡이며 돌아보는데, 두려움과 걱정이 가득한 얼굴이다.
송연 ...(좌우를 살피는데) ...!!
S#49. 밀조장 안 (낮)
산, 깍정이패 2,3에 붙들려 있다.
깍정패1 네 이놈, 어디서 보낸 쥐새끼냐, 양화진이냐?
산 ...아니오. 난 그저 운동가로 가려고 마차에 숨은 것 뿐이오.
깍정패1 (흠...) 양화진 놈들이 시킨 게 아니라구?
산 ...그렇소...제발 부탁이오. 그 그림을 주고 날 놓아주시오! 그걸 갖고 지금 당장 운종가로 가야하오!
깍정패2 이 놈이 금군이 죽은 걸 봤수 형님!
깍정패1 ...!...
산 걱정마시오 당신들이 날 놓아준다면 죄를 면해주겠소! 목숨만은 보존해줄 것이오!
깍정패1 (보다가, 피식, 웃는다) 헛참! 맹랑한 놈일세. 니가 무슨 재주로 우릴 살 려준단 말이야...?
산 그건...난...(차마 말 할 수가 없는데)
깍정패1 데려다가 처리해라. 헛간에 있는 놈하고 같이 묻어.
깍정패2 예 형님
산 ...!!...
깍정이패 2, 3, 가자. 하면서 산을 잡아끄는데.
산 안된다! 놔라 놔! 이것 놔...!!
S#50. 동. 헛간 (낮)
깍정이패 1,2, 산을 헛간에 집어놓고 문을 잠근다. 산, 절박하게 문을 두드린다.
산 열어라! 당장 이 문을 열어!! 제발 나를 보내다오!
난, 세손이다! 세손! 듣고 있느냐? 난 세손이란 말이다!
S#51. 동. 밖 (낮)
깍정이패2,3, 이야기를 한다.
깍정패2 방금 들었냐? 저놈이 지가 세손이라는데?
깍정패3 쳇! 미친놈!
깍정이패2, 3, 기가막히다는 얼굴로 돌아서 가고
산 (소리)열어라...제발 열어...!
S#52. 동. 안 (낮)
산, 문을 격하게 치면서 절규한다.
산 당장 이 문을 열지 않으면, 너흴 대역죄로 다스릴 것이다. 알겠느냐? 절대 루 너흴 용서치 않을 것이야...!
그러나 밖에선 아무 기척이 없다. 절망이 어리는 산.
산 ...제발 보내다오! 제발! 가야한다! 지금 가야해! 할바마말 만나야 해...
날 내보내다오! 제발...
S#53. 운종가 일각 (낮)
영조가 운종가의 상인들을 모아놓고 순막을 벌이고 있다.
영조 석달 전 운종가에 화재는 어찌 처리되었느냐?
홍봉한 예. 진휼청을 통해 구제금을 내리고 구유재탕감의 혜택을 내렸습니다.
영조 (상인1에게) 청포전을 한다 했느냐?
상인1 예, 전하.
영조 너는 얼마를 받았느냐?
상인1 구제금 열 닷냥에 전세의 6할이 감해졌습니다.
영조 (상인2에게) 어물전은 얼마를 받았느냐?
상인2 열 두 냥을 받았습니다.
영조 청포전, 잡곡전, 어물전, 초립전에 모두 1200냥의 구제금을 내렸다.
종류에는 청포전이 12, 잡곡전이 13, 어물전 8, 초립전이 15개가 있으니
각 점포당 모두 스물 닷 냥이 지급되야 맞다.
허면, 나머지 450냥은 어디로 갔느냐?
대체 어느 놈 뱃속에서 고린내를 풍기고 있는 게야?
영조의 서슬에 두려워하는 대신들.
종신들 (당황)
홍봉한 (당황)
영조 왜 대답을 못하는 게야?
홍봉한 전하! ...실은, 지난해 가뭄으로 진휼청의 금고가 부족해 그 450냥을...
나누어 지급하고 있습니다. 용서하십시요!
영신 ...쯧쯧...
모두 ...
영조 허면, 선공감의 남은 경비를 이관하여 충당하라! 화재로 터전을 잃은 백성 을 두 번 우롱할 참이냐? 구제금 지급을 최우선에 두고 일시에 지급토록 하라.
홍봉한 예, 저하.
상인들 (감격해서) 성은이 망극하옵니다...전하...
영조 (홍봉한에게) 날이 덥다. 저들도 서 있기조차 힘들 것이니 오늘 순막은 잠 시 후에 파하도록 하라.
홍봉한 예...전하.
영조, 날씨가 덥다. 앞에 놓인 얼음물을 들어 마시려는데... 그러다 문득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그릇을 도로 내려놓는 영조. 영조, 착잡한 얼굴로 먼 곳을 바라보는데.
S#54. 휘령전 안 (낮)
무섭게 내리쬐는 뜨거운 태양 아래 사도세자가 갇힌 뒤주가 있다.
그 속에서 사도세자의 힘겹고 거친 신음소리가 새어나온다.
S#55. 밀조장 집. 헛간 (낮)
산, 작은 창문 너머로 밖을 보고 있다.
산 ..지금 쯤이면 미시를 넘겼을 터인데...
보면, 작렬하는 태양. 산, 눈시울이 붉어진다.
산 ...아바마마...
산, 절망과 자책감에 어쩔 줄을 모르는데 그 때, 한 쪽에서 드르렁하고 코고는 소리가 들린다. 산, 소리가 나는 곳을 찾는다.
보면, 볏집 아래 누군가 자고 있는 것이 아닌가.
당혹스런 산, 볏집을 조심스레 거둬보면 그 곳에서 팔자좋게 자고 있는 대수의 모습!
산 ...대...수야...?!
대수 (드르렁)
산 (흔들어 깨운다) 대수야! 대수야...!!
대수 (잠결에 눈을 비빈다) 으음...
산 대수야, 일어나 보거라. 대수야.
대수 (그제야 정신이 좀 차려진다. 보고 놀라는) 어...너...무덕이...?
산 (와락 반갑다) 그래! 나다! 니가 어찌 여기 있느냐? 의금부로 잡혀간 것이 아니었더냐?
대수 ...!!...
대수, 산을 보자 왈칵 화가 치밀어 오른다.
대수 ...너...이 나쁜 자식...!!!
산 ...?!...
대수, 그대로 산에게 달려든다. 그리고, 산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는데!
산 (느닷없는 대수의 주먹을 정통으로 얻어 맞는다) 억!
대수 (씩씩) 야, 내가 너 때문에 얼마나 고생했는 줄 알아!!
산 ...!!...대수야 내 말 좀 들어봐
대수 (마구 주먹을 휘두른다) 에잇!
산 ...!!...대수야 잠깐만, 내 말 좀 들어봐 (계속 얻어맞고)
대수, 산에게 계속 주먹을 휘두른다.
S#56. 동 밖 (낮)
송연, 초조한 얼굴로 담벼락에 숨어있는데 그 때 문이 열리고 깍정이패1이 어디론가 가는 모습이 보인다. 송연, 안되겠다. 어딘가로 급히 걸음을 옮기는데.
S#57. 동헌 (낮)
송연, 동헌 안에서 포졸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포졸 뭐? 밀조장?
송연 예. 살곶이 다리 지나서 풀뭇간 옆에 있는 큰 집이요. 거기 밀조장에 제 동무가 잡혀있어요.
포졸 (기가막히다는) 풀뭇간 옆이면 박진사댁 말이냐? 예끼 이놈아! 그 댁이 어 떤 댁인데 밀조장이라니!
송연 정말이에요! 거기 있는 사람들이 금군도 죽이고 제 동무도 잡아갔어요.
포졸 (버럭) 시끄럽다.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썩 나가.
송연 ...!...
S#58. 동. 밖 (낮)
동헌 밖으로 쫓겨나온 송연, 문을 두드린다.
송연 나으리! 나으리!! 제발 도와주세요! 제 동무를 살려주세요
그러나, 굳게 닫힌 동헌 문. 송연, 절망이 어린 얼굴.
그 때 송연, 자신의 팔에 묶인 산의 술대를 본다. 그리고 이내 뭔가 결심이 어리는 얼굴. 송연, 그 술대를 풀어 손에 꼭 쥐는데
S#59. 의금부 일각 (낮)
깍정이패1이 내금위 종사관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종사관 이런 한심한 놈을 봤나. 그렇다구 금군을 상하게 해?
깍정패1 송구합니다.
종사관 (어쩔 수 없다) 알았다. 그건 내가 손을 써보겠다 (하고) 그 아인 어찌되 었느냐?
깍정패1 예. 지금쯤 처리했을 겁니다.
종사관 ......
깍정패1 귀찮은 놈 하나가 걸려들어서 같이 묻으라고 했습니다. 나 원, 그 놈 하는 말이 자기가 무슨 세손저하라구...
종사관 (멈칫) 지금 뭐라 했느냐?
깍정패1 예...?
종사관 누가 세손저하라 했다는 거냐?
S#60. 헛간 (낮)
산과 대수가 있다. 대수한테 쥐어터진 산, 얼얼한 턱을 만지며 있고 그 옆으로 대수가 씩씩대며 서 있다.
대수 (생각할수록 서럽다) ...꼬추 떼일 뻔 하구, 매 맞을 뻔 하구, 너 때문에 죽을 뻔 했다구 이 나쁜 놈아!
산 (턱 만지며) ...미안하다... 나 때문에 고초가 심했겠구나.
대수 그래! 진짜 십년 감수했다구. (좀 찔린다) 그러니까 너...내가 니 얘기 좀 했다구 고자질 좀 했다고 뭐라 하지마. 알았어?
산 그래...알겠다. 헌제,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우선 여기서 도망쳐야 해.
대수 ...뭐, 도망?
산 밖에 있는 자들이 우릴 죽이러 올거야! 그러니 어서 여기서 나가야 해.
대수 그게 무슨 소리야 죽이다니... 넌 몰라두 난 아냐. 여깄는 분들은 날 보살 펴주는데 (하는데)
산 (OL) 답답한 소리! 저들이 하는 말을 내가 들었대두.
대수 ...?!...
그 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깍정이패2가 우락부락하고 험상궂게 생긴 깍정이패4와 안으로 들어온다. 놀라서 보는 대수와 산.
깍정패4 둘 다 처리하면 됩니까?
깍정패2 그래, 서둘러. 가서 칼이랑 연장 가져와.
산, 대수 ...!!...
대수 (산의 뒤로 숨으며) 저...정말인가봐! 정말 우릴 죽일 건가봐...
산 ...!...
깍정이패4, 두 아이를 흘끗 보고는 칼과 삽 등을 챙긴다.
깍정이패4, 칼 하나를 골라내더니 성큼성큼 두 아이에게로 다가오는데, 놀란 대수와 산, 뒷걸음질을 친다. 바로 그 때, 밖에서 와아...하는 소란이 들린다.
놀라 돌아보는 깍정이패들. 그리고 산과 대수.
S#61. 동. 일각 (낮)
깍정이패2,4 헛간 밖으로 뛰쳐나와보면 다른 패거리들이 혼비백산하여 우왕좌왕 하고 있는데.
S#62. 동. 일각 (낮)
대문이 열리고 포도군관 인솔 하에 포졸들이 쏟아져 들어온다.
포교 이 곳에 세손저하가 계신다. 목숨을 걸고 세손저하의 옥체를 보존해라!
포졸들, 기세 좋게 뛰어들어간다.
S#63. 동. 헛간 앞 (낮)
헛간문을 열어 밖을 살피는 산과 대수.
보면, 깍정이패들이 포졸들과 싸움을 벌이고 있는데.
대수 무덕아, 포졸이야! 이제 살았어!(나가려는데)
산 (잡는다) 안돼.
대수 왜에? 포졸이라니까. 우릴 구하러 왔다구.
산 안된다. 저들한테 잡혀서도 안돼.
대수 뭐...?
산, 어찌하면 좋은가 망설이고 있는데. 그 때.
송연 저하! 여기에요! 여기!
산과 대수, 송연의 소리에 돌아본다.
보면, 평차를 끌고 온 송연이 구석에서 손짓을 하는데.
대수 (놀란) 어, 송연이다!
산 ...!...
산과 대수, 송연이 있는 곳으로 조심스럽게 몸을 숙여 간다.
송연 (대수를 보고) 대수야, 무사했구나...!
대수 (도대체 영문을 모르겠다) 어떻게 된 거야, 넌 왜 여깄는 건데?
산 이럴 시간이 없다, 어서 도망치자.
S#64. 동. 밖 (낮)
송연, 덮개가 덮힌 평차를 끌고 뒷문으로 빠져나오면 덮개를 열고 안에서 뛰어 내리는 산과 대수.
송연 얼른요.
산 잠깐 그림을 가져와야 해.
송연 (품에서 꺼내든다) 제가 가져왔어요!
산 ...!!...
S#65. 거리 일각 (낮)
숨이 턱에 닿도록 뛰는 아이들.
S#66. 산길 일각 (낮)
산과 송연, 대수, 숨을 헐떡 거리며 멈춰 선다.
산 ...어떻게 된 거냐? 갑자기 포졸들은 무슨 영문이야?
송연 제가, 저하의 술띠를 포청에 보여줬어요. 그게 아니면, 아무래두 저하를 구할 방법이 없어서
산 ...!...
송연 조금만 늦었어두 정말 큰일날 뻔 했어요 저하.
산 (고맙다) 송연아!
송연 (밝게 웃는다) 다행이에요. 이렇게 대수도 다시 만나구...
대수 ...저기 근데...
산, 송연 (본다)
대수 ...너 왜 자꾸 무덕이한테 저하라구 그래?
산, 송연 (멈칫. 아차, 하는 얼굴로 본다)
대수 (...??...)
송연 대수야...무덕이가 아니야! 이분은...세손저하셔...
대수 ...뭐어...? (산을 본다)
산 (난처하고 미안하다)
대수 (당황) ...세손저하라니...그게 무슨 말이냐?
산 ...미안하다 대수야! 일부러 속이려던 건 아니야.
대수 뭐야...정말이야? (송연에게) 송연아!
송연 (끄덕인다) 그래 정말 세손저햐셔! 어젠 어쩔 수 없이 상직소환 행세를 하 신 거래. (술띠를 보여주며) 봐...여기 저하의 술띠도 있잖아.
대수 ...!!!... 허걱
산 (멋적게 보는데)
대수, 술띠를 보고 다시 벌겋게 부어오른 산의 턱을 본다. 이제 난 죽었다! 대수, 그대로 납작 엎드린다.
대수 잘못했어요 저하!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산 (당황) 대수야!
대수 전 정말 모르고 그랬어요! 알았으면 안 때렸을 거에요 정말이에요.
송연 (놀라는) 뭐? 저할 때렸어?
대수 몰랐어. 진짜 모르구 그랬어...살려주세요!
산 괜찮다 대수야
대수 ...아녜요...감히 세손저할 때리다니... 전 인제 진짜 죽는 거죠? 손두 다 짤 리는 거죠?
산 죽다니, 그게 무슨 말이냐. 설마 그만한 일로 내가 내 동무를 상하게 하겠 느냐...
대수 ...!...
송연 ...!...
대수 (헉) 지금...저한테...동무라 하셨어요...?
산 그래 잊었느냐? 너하구 난 손가락 걸고 맹세한 동무가 아니냐?
대수 ...저...하...
산 (따뜻하게 웃어 보이는데)
대수 ...!!...
S#67. 산길 일각 (낮)
산, 송연, 대수가 비탈길을 뛰듯이 내려가고 있다. 대수, 완전 의기충천 원기 백배다.
대수 잠깐만요. 제가 지름길을 알아요 저 쪽으로 가면 금방이에요.
산 ...!!...
대수, 씩씩하게 앞서 나가고 그런 대수를 쫓아가는 산과 송연.
S#68. 몽타쥬
-# 산길
헐떡거리며 산길을 오르는 아이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손을 잡아주고.
-# 개울가.
거친 물살을 서로 손을 꼭 잡고 건너는 세 아이들.
발을 헛디딘 대수가 물에 빠지자 그런 대수의 손을 놓지 않고 끌어올리는 산.
전날 티격태격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둘도 없는 동무의 모습이다.
-# 갈대숲길
갈대가 드넓게 펼쳐진 곳을 뛰어가는 세 아이들.
S#69. 거리일각 (낮)
대규모의 호위병사와 화려한 의장용 깃발이 동원된
영조의 어가행렬이 거리를 지나고 있다. 군악대들의 악기가 연주되는 가운데 햇빛에 눈부시게 빛나는 창검과 바람에 휘날리는 깃발. 연도에 늘어선 백성들은 마치 축제를 즐기는 듯 신비감과 경외감 가득한 눈으로 어가행렬을 지켜보는데
보면, 장엄하고 화려한 어가 위에 앉은 영조의 근엄한 모습.
S#70. 운종가 일각 (낮)
운종가 쪽으로 뛰어오는 산과 송연, 대수.
송연 여기가 운종가에요 저하...
산 ...!!...
S#71. 동. 일각 (낮)
서리와 군졸들이 운종가에 쳐졌던 장막을 걷어내고 주변을 정리하고 있다.
그 때...산과 송연, 대수가 이 쪽으로 황급히 뛰어오는데... 하지만...어느새 정리되고 있는 운종가의 모습. 어디에도 영조의 모습은 찾을 수가 없는데...
당혹스러운 산, 대수와 송연도 당황하고...
대수 어뜩해...끝났나봐...
송연 ...!...
산 ...!...
산, 그때, 지나가는 상인을 다급하게 잡는다.
산 ...말씀 좀 묻겠고. 상감마마의 공시인 순막은 어찌 되었습니까? 예서 열 리는 게 아니었습니까?
상인 순막이라면 벌써 끝났는데...?
산 (...!...) 끝나다니요? 아직 신시가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끝났단 말예요?
상인 날이 너무 무더워 전하께서 일찍 파하셨어!
산 ...!!...허면 상감마마께선 어디 계세요?
상인 글쎄다...여주로 능행을 가신다 들었는데...
산 ...!!...
상인, 산을 뜨악하게 한 번 보고 가는데...충격을 받아 멍해지는 산.
송연과 대수도 어쩔 줄 몰라하는데...
송연 저하...
산 ......
이럴 수가......산, 절망감이 어린 얼굴로 황량한 운종가를 멍하니 바라본다.
그런 산의 손에 들린 사도세자의 그림...
산 아바마마......
S#72. 거리 일각 (낮)
영조, 수십 명이 메고 있는 가마에 올라 연도에 늘어선 백성들을 바라보고 있다.
영조의 곁은 홍봉한과 내시감이 수행하고 있다.
영조, 지근에서 수행하는 내시감에게
영조 가자.
내시감 예, 전하.
영조 소령원에 앞서 의릉을 참배할 것이다.
내시감 예, 전하.
영조, 회한이 깃든 시선으로 먼 곳을 응시하는데 그 때 어디선가 요란한 징소리와
전하! 전하! 하는 아이들의 외침이 들려온다. 영조, 문득 그 소리를 느끼고는
홍봉한 (내시감에게) 이건 격쟁의 징소리가 아니냐?
내시감 예. 누군가 격쟁 (징이나 북을 쳐 국왕에게 직접 호소하는 행위)을
벌인 듯 하옵니다.
영조 ...!...
영조, 내시감의 말에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보는데 보면, 저 뒤에서 징을 치고 소리를 치며 뛰어오는 산과 송연, 대수.
산 ...전하!! 기다려 주시옵소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기다려 주시옵소서. 소인의 억울한 사연을 들어주시오소서! 죄없는 아비를 살려주시오소서 전 하...!
산, 절실한 얼굴로 징을 치며 달려오는데 보면, 눈물이 그렁한 채 목에서 피를 토할 듯 혼신의 힘을 다해 멈추어 달라고 외치는 산.
다시, 어가행렬 쪽.
영조 ......
산, 지친 얼굴로 헐떡이며 간절한 얼굴로 어가를 바라본다. 그 때, 저만치 가던 어가행렬이 멈춰서는데
산 ...!...
사람들, 격쟁하는 아이들을 보며 웅성거리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길을 터주고. 산, 드디어 영조를 만나게 된다.
두렵지만 결연한 얼굴로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는데. 순간, 그런 산을 알아본 영조, 설마하는 표정으로 멈칫한다.
그 때, 다가오는 산을 알아본 홍봉한도 놀라움으로 사색이 되는데.
홍봉한 ...저하!!?!
영조 ...!!...
분명 저것은 세손이다! 영조, 안색이 굳어지는데 산을 알아본 내시감과 수행하는 자들도 당혹스런 사태에 술렁거리고 그러나 모든 것을 각오한 산, 흔들림없는 눈빛으로 영조의 앞에 와 선다. 놀란 홍봉한, 말에서 다급히 내린다.
(연도에 늘어선 백성들과는 거리감이 있도록) 당혹스러움과 노여움으로 미간이 떨려오는 영조. 제 눈 앞에 거지꼴로 서 있는 세손의 모습을 믿을 수도 용납할 수도 없는데.
그 때 산이 그런 영조의 앞으로 무릎을 꿇는다.
산 ...용서해주시오소서! 전하. 소인이 감히 징을 쳐 어가를 세우는 불충을 저 질렀나이다!
영조 왜 네가...왜 네가 여기에 있느냐.
산 전하!!
영조 왜 네가, 그런 꼴로 이 곳에 있느냐고 물었다.
산 ...도...도망을 쳤습니다.
영조 ...뭐라...?
산 전하를 뵙기 위해 안국동으로 가던 중 도망을 쳐 이 곳에 왔습니다.
영조 ..!!!...(헉)
홍봉한, 이제는 다 틀렸구나. 절망감이 어려오고.
곁에서 지켜보는 송연과 대수, 떨리는 얼굴로 바라보는데
산 소인 오늘의 불충으로 죽어도 좋사오나 부디 지극한 제 아비의 충심만은 다시 살펴주시오소서 전하!
영조 ...!...
산 아바마마께서 전하라 하신 그림이 있습니다. 제발 한 번만. 한 번만 그것 을 살펴주시오소서 전하! 그것을 보시면 분명 노여움이 풀릴 거라 하셨습 니다.
영조 ...네 아비가 전하라했다니...그게 무슨 말이냐? 네가 언제 네 아비를...(하 다가 멈칫한다)
산 ...!......
영조 ...설마...설마 네가
산 ...어젯밤...시민당에서 뵈었습니다.
영조 ...!!...
홍봉한 (안된다) 아니 저하...!!
산 (각오한 바다)
영조 ...사실이냐? 시민당을 범한 것이 정녕 너였더냐?
산 ...소인을 벌하신다면 달게 받을 것이옵니다. 허나, 그 전에 한 번만 그림 을 보아주시오소서. 제발 이것을 보시고 제 아비를...살려주시오소서!!!
영조의 눈빛이 형형하게 빛난다.
영조 (낮은 쇳소리로) 세손을 끌어내 포박하라!
산 (충격) 전하...!
영조 뭣들 하느냐, 어서 끌어내라니까!
산 !!!!
당황하며 놀라는 산의 그 모습에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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