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 23
<이산 23부 대본>
S#1. 궐 일각. 낮
편전에서 나온 산과 채제공 그리고 산을 따르는 내관이 동궁전으로 가는데..
이때 맞은편에서 김귀주가 은산군과 은연군을 데리고 오고 있다.
산과 마주치는 김귀주, 산, 멈칫 놀라고.. 김귀주, 산을 보고 잠깐 당혹해하는데..
보고, 다가오는 산. 그때, 김귀주와 두 왕자, 산에게 예를 갖춘다.
김귀주 신 김귀주 저하께 문안드리옵니다. 그동안 강령하셨습니까? 저하.
산 오랜 만이오. 도성엔 언제 돌아왔소?
김귀주 어제 돌아왔습니다. 저하.(하고, 짐짓 안타깝게) 헌데, 그 사이 궐과 도성 에 참으로 참담한 일이 있었다 들었습니다. 소신 조정의 신하로 망극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습니다. 저하..
산 (착잡하고)...
채제공 (불편하다, 말 돌리는)헌데 대감께선 무슨 연유로 두 군 마마와 함께 입궐 을 하셨소?
김귀주 아 입궐하는 길에 희정당 앞에서 그저 우연히 뵈었습니다.(하고)
두 군 마마께선 종친부에 일이 있으시어 입궐하시던 길이라 하셨습니다. 저하.
은언군 (당혹.. 무슨 말..? 하는 표정으로 김귀주 보고)
산 (담담하게)그렇구나. 그런 일이 있으면 미리 연통이라도 주지 그랬더냐?
김귀주 (대답하라는 듯 은언군 보면)
은언군 (조금 당혹한 채)... 송구.. 하옵니다. 저하.
산 나는 일이 있어 그만 가봐야겠다. 그럼 또 보자꾸나
은언군 예, 저하.
세 사람 예를 표하고, 산.. 두 왕자를 보고 가면
은언군 어찌하여 저하께 사실을 아뢰지 않으시는지요? 분명 중전마마를 배알하러 간다 하지 않으셨습니까?
김귀주 (둘러댄다)지금은 세손저하의 마음이 심난하신 때가 아닙니까? 공연히 번 거로운 말씀을 드려 무엇 하겠습니까?
은언군 (난처.. 그게 왜 번거로운가..)
김귀주 자, 이만 가시지요. 마마.
김귀주, 미소를 띠었으나 그러나 고압적인 눈빛으로 두 군을 보는데.
S#2. 동. 정순처소. 낮
정순, 김귀주, 은언군, 은전군, 다과상을 놓고 있다. 강상궁, 찻물을 따른다. 안에 보이차가 들어있다.
정순 보이찹니다. 청 황실에서만 진상되는 귀한 것인데 내 군들이 들 것이라는 말에 함께 맛을 보려고 오늘 처음 꺼내 보았습니다.
두군 망극하옵니다. 중전마마
김귀주 (짐짓, 하하)두군 마마와 함께 들어 소신 또한 이리 광영을 입게 되었습니 다. 마마.
정순 (미소 짓고는, 대군들 앞에 문서 하나씩을 내놓는다)제천에 있는 궁방전 (왕족 소유 전답)문서입니다.
두 군 (놀라 보고)
정순 왕족이라 하나 변변한 일가도 없이 사가에 나가 계시니 여러 가지로 지내 기가 불편할 것입니다. 요긴하게 쓰세요.
은전군 (눈치만 보는데)
은언군 아니옵니다. 마마. 궁방전은 사사로이 받을 수 없는 것이 아니옵니까? 저 희들의 형편은 종부시에서 살펴주니 괘념치 마시오소서.
김귀주 (못마땅하다)은언군 마마.. 중전 마마의 뜻을 어찌 그리 헤아리지 못하십 니까?
정순 아닙니다. 은언군 말이 맞습니다. 허나 은언군 이는 중전이 아닌 할미가 건네는 것이니 손자로써 더는 물리지 말고 받아두세요
은언군 (더는 거절하지 못하고)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은전군 (따라서)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정순, 따뜻하게 미소를 지으면서도 날카롭게 그런 두 군을 살피고, 김귀주.. 그런 정순의 시선을 따라 두 왕자를 보는데..
S#3. 동. 궐 안 정자. 낮
산이 상념에 잠겨 있다. 그런 산의 얼굴 위로 영조의 말이 떠오르는데..
영조 (E)허나 세손은 시정에 미숙하여 국사를 위태롭게 만들었고 경들은 그런 세손을 온전히 보필하지 못해 백성들의 삶을 곤궁에 처하게 만들었으니 과인은 더 이상 뒤에 물러서 이 사태를 좌시할 수만은 없음을 느끼게 되 었다.
산 ....
영조 (E)하여 나는 오늘 이 자리에서 세손에게 내린 대리청정의 명을 철회하고 세손에게 일임한 임금의 직권을 모두 거둬들일 것이다.
영조의 말을 떠올린 산의 심란한 얼굴.
S#4. 동. 안. 낮
정순, 김귀주 있다.
정순 (차갑다) 어찌 그리 경솔하십니까? 오라버니.
김귀주 (당혹)마마 그게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정순 지켜보는 눈이 있었으면 어쩌시려구 군들을 이리 한 번에 궐로 들이십니 까? 조심성이 없으셨습니다.
김귀주 (여유 있게) 어찌 마마께서 눈치를 보시 옵니까? 쇠뿔도 단김에 빼라 하 였습니다. 이 일로 허튼 말을 다는 자들은 소신이 나서 손을 볼 것이니 염러 마십시오
정순 그렇치 않아요! 오라버니! 계획을 밑에 사람들에게 다 알려서는 안 되는 법입니다. 완전한 준비가 갖춰질 때까진 늘 신중하고 경계해야 합니다. 제 말 아시겠습니까?
김귀주 명심하겠습니다. 마마.
정순 (찻잔을 들며)헌데 어찌 보셨습니까? 전 여러모로 은전군이 더 나은 듯한 데..
김귀주 (얼른)마마께서도 그리 보셨습니까? 아직 어린데다 외척 또한 한미하니 마마께서 장차 수렴청정을 하시어 종사를 바로 세우시는 덴 은전군이 더 적합할 듯 합니다.
정순 .....
정순, 입가에 표정없는 담담한 얼굴로 있다.
S#5. 익위사 훈련장. 낮
강석기, 대수등 익위사들이 무예 훈련을 하고 있다.
강석기와 대수가 대련을 하고 있고.. 두 사람 팽팽하게 대련 중인데 이때 한쪽에서 서장보가 급하게 달려온다.
서장보 이보게... 이봐.
대수 무슨 일입니까?
서장보, 선뜻 말하지 못하고.. 주위를 의식하더니
서장보 나 좀 보세.
서장보와 대수 강석기가 훈련장 일각으로 가는데..
S#6. 훈련장 일각. 낮
대수와 서장보, 강석기가 있는데..
대수 (경악)예...?! 주상전하께서 세손저하의 대리청정을 거두셨다구요?
그게 정말입니까?
서장보 (착잡) 방금 대전에서 중신들을 모아놓고 그리 결정 하셨다네.
대수 (충격)..마..말두 안됩니다. 어떻게 그러실 수가 있습니까?
강석기 결국 일이 그리 되는군..
서장보 지난번 홍화문 소요로 주상전하께서 대노하시지 않았나? 중신들도 전부 나서 대리청정을 거두라 주청을 올리고..
대수 (이럴 수 없다)하지만 그렇다고 어떻게 이렇게 갑자기... 이건 말도 안됩 니다. 그 일은 저하의 잘못이 아니라구요(하고) 홍지평 나으릴 뵈야겠습니 다.
강석기 (착잡하다) 소용없네.
대수 (보고)
강석기 사헌부에 속해있는 내금위에게 들었으니 맞을 걸세.(심난하다)이러다 정말 다 끝나는 게 아닌지 모르겠군..
대수, 이럴 수는 없다. 충격으로 어찌할 바를 모르는 얼굴인데.
그런 대수를 보는 강석기, 서장보도 착잡하다.
S#7. 동. 안. 낮
산, 홍국영 있다. 무거운 침묵이 흐른다. 그러나 이내 입을 여는 산.
산 왜 그랬나?
홍국영 (착잡)
산 처음 만나던 날 자넨 내게 그리 말했네. 힘이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 고 얻어야 하는 것이지만 그렇게 얻은 힘은 수단과 방법을 가려서 써야 한다고... 기억하는가?
홍국영 ...예... 저하.
산 헌데 어찌 자네가 직권을 남용해 그런 명을 내릴 수 있단 말인가? 그때 자네가 한 말은 그저 마음을 얻기 위해 둘러댄 허언이었단 말인가?
홍국영 (뭐라 할 말이 없다)소신 저하께 뭐라 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산 ...!....
홍국영 저하께서 소신을 감싸주신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여 저하께서는 더욱 곤 경에 처하셨고 큰 죄를 받아 마땅한 저는.. 이리 부끄럽게도 목숨을 연명 하게 되었지요.
산 .....
홍국영 허나 그 같은 명으로 죄 없는 백성을 상하게 한 죄를 어찌 용서받을 수 있겠습니까? 모든 것이 제 아둔함과 부족함에서 저질러진 씻을 수 없는 과오입니다 저하. 하여 소신.. 스스로 자중하여... 그만 물러나고자 합니다.
산 ...!....
홍국영 .....
산 (안타깝게 보다가)...알겠네.. 그리하게..
홍국영 (담담한 미소)한번 잡지도 않으시는군요.
산 ....!....
홍국영 (원망이나 섭섭함 아닌, 자조어린 미소로 본다)
산 (안타까운)물론 지금 내겐.. 자네가 필요하네. 허나 자네는 돌이킬 수 없는 큰 잘못을 했어. 그건 세손으로서도 용서할 수 없고 자넬 아끼는 마 음이 있었기에.. 더더욱 그리할 수 없네.
홍국영 (먹먹해진다)... 알고 있습니다 저하. 소신 누구보다.. 그것을 잘 알고 있습 니다.
산 .....
홍국영 (애써 밝고 담담하게) 소신 물러나기 전 한 말씀만 더 올려도 되겠습니 까?
산 (보면)
홍국영 사헌부 감찰 한정명과 홍문관 수찬 오진철을 불러 뜻을 살펴보십시오. 저 와 동문수학한 동학들인데 두 사람 모두 학식이 깊고 행정에 밝습니다. 분명 곁에 두시면 저하께 도움이 되어 드릴 것입니다.
산 ...!...
홍국영 ....
산 ...자네 말대로 하겠네 고맙네.
홍국영 ....!...
산 .....
홍국영 허면 소신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부디 강령하십시오 저하.
산 ...!....
홍국영 일어나 산에게 마음을 다해 천천히 예를 표하고 그런 홍국영을 안타깝게 보는 산.
S#8. 궐 일각. 낮
정후겸, 오정호가 걸어온다. 이때 맞은편에서 김귀주가 오는데, 정후겸 놀라 잠시 멈칫하다가 이내 예를 갖춘다.
김귀주 오랜만이군 정승지.
정후겸 (의외다)아니, 궐엔 어인 일이십니까?
김귀주 (씩 웃는다)
정후겸 도성으로 돌아오신 것입니까?
김귀주 (끌끌)내가 없으니, 궐이고 뭐고 전부 개판이 되었더군. 허니 도리 있는 가? 이제라도 내가 나서 일이 제대로 돌아가게 해야지.
정후겸 ...!...
김귀주 듣자하니, 그간 자네도 이런저런 실수로 마마의 심려를 끼쳤더군. 뭐, 아 직 젊은 친구라 지략이 모자라 그런 것이니 어쩌겠나? 허나 이젠 내가 있 으니 어려운 일이 생기면 언제든 날 찾아오게.
정후겸 (기가 막히다. 냉소가 어리지만)예... 그러지요....영감
김귀주, 거드름 피우는 눈빛으로 보고, 정후겸, 거슬리는 것을 애써 참는데.
그때, 한쪽에서 홍국영이 짐을 들고 온다. 홍국영, 정후겸을 보고 예를 갖추는데.
정후겸 (손에 든 짐을 보고. 다 알면서..)..어딜 가는가?
홍국영 이미 다 아시는 일일텐데 왜 물으십니까?
정후겸 (슬몃, 냉소가 어리고)
홍국영 (담담한 얼굴로 보는데)
김귀주, 그 모습을 보다가.
김귀주 뭔가 이 친구는.... 자네가 아는 자인가?
정후겸 전 사헌부 지평 홍국영입니다.(홍국영에게)좌승지 김귀주 영감이시네.
홍국영 (말없이 예만 갖추는데)
김귀주 (순간 눈빛이 달라진다)오.. 자네가 그 홍국영인가?
홍국영 (무슨 뜻인가 보고)
김귀주 나도 자네에 대해선 이런 저런 말을 들었지. 세손저할 믿고 이리저리 나 대는 불한당이라지?
홍국영 ...!....
김귀주 조심하게.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윗 전 권세에 빌붙어 거들먹거리는 것 들이니.. 내가 자네를 주시하고 있다는 걸, 명심하는게 좋을 걸세..
홍국영 (이내 미소를 띠며) 송구하오나 영감 윗 전의 권세에 빌붙는 자들을 싫어 해 주시한다면 돌아가셔서 거울부터 보셔야지요. 영감께서 중전마마의 권 세를 등에 업고 관직에 오르신 건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 아닙니까?
김귀주 (멈칫)...뭐라...?
홍국영 소인 오늘로 궐을 떠나니 소인에 대한 관심도 끊으셔도 됩니다.
정후겸 ...!....
홍국영 허니 불한당 같은 저한테 쏟아질 관심이 있으시거든 부디 백성들을 살피 고 주상전하를 보필하는데 써주십시오, 영감.
김귀주 (노기어린)뭐라? 네 이놈.. .지금 뭐라 했느냐?
하며 순간, 김귀주 홍국영의 뺨을 후려지는데.. 놀라는 정후겸.
정후겸 (당혹)영감...?
홍국영 (기막히고 어이없는 얼굴인데)
그러나 이미 분에 받친 김귀주, 눈에 뵈는게 없다. 그대로 손을 뻗어 닥치는 대로 홍국영을 패기 시작하는데..
김귀주 네 이놈! 니 놈이 감히.. 내가 누군 줄 알고 함부로 주둥일 놀려? 어디 보 자 이놈. 니놈이 여기서 죽어나간다고 누구하나 눈 하나 깜빡 할 것 같으 냐..!
하면서 김귀주, 홍국영을 미친 듯이 후려 패는데.... 김귀주의 성질을 알기에 뭐라 나설 수가 없다. 보면, 차마 저항 할 수 없는 홍국영...
입술을 깨물며 이 지독한 모욕을 견뎌내는데...
S#9. 궐 일각. 낮
홍국영, 얼굴 이리 저리 터진 얼굴. 기막히고 분노가 어린 얼굴로 흐트러진 짐을 줍고 있다. 그러다 입가의 피를 닦아내는 홍국영.
기막힌 얼굴로 입술을 깨무는데... 그때, 대수가 당혹스런 얼굴로 두리번거리며 오다가 홍국영을 발견하고..
대수 나으리!!나으리..!!
홍국영, 멈치.. 대수를 돌아보고.. 대수, 급히 홍국영한테로 다가오는데..
대수, 홍국영이 집고 있는 짐을 보고.
대수 (짐을 보고, 놀란다)... 이게 다 뭡니까? 정말.. 가시는 겁니까?
정말 다 관두고 떠나시는 거냐구요?
홍국영 사람.. 표정하구는.. 꼭 집나가는 마누라 잡으러 온 사람 같구먼.(하다가 턱이 아픈지 인상을 찌푸린다)
대수 (상처보고)아니, 왜 이러십니까 나으리? 얼굴이 왜 그러세요? 다치셨습니 까?
홍국영 (씁쓸하게 피식)신경 쓸 거 없네. 오다가 궐에 사는 미친 개한테 물린 거 니..
대수 예에?
홍국영 (씁쓸한 미소, 이내 담담하게) 아무튼 잘 지내게. 시간 나면 집에 한번 들 리고.. 난 이제 백수가 됐으니 녹을 받는 자네가 술 한 잔 사게.(하고 대 수의 어깨를 두드려주고 가려는데)
대수 (막아선다)안됩니다.
홍국영 이보게...
대수 지금이 어느 땝니까? 가뜩이나 저하께서 힘드신 때가 아닙니까? 누구보다 나리께서 곁에서 저할 지켜드려야죠.
홍국영 ....
대수 지난 번 일은 나리 잘못이 아니잖습니까? 그건 제가 다 알고 있으니, 제 가 저하께 말씀 드리겠습니다. 허면 저하께서도 나릴 용서하시고..(하는 데)
홍국영 (ol)괜한 짓 말게. 그럼 저하께서 더 큰 곤경에 처하게 되시네.
대수 ...나으리?!
홍국영 모르겠는가? 그리되면 저하께선 날 지켜주려 하실 걸세. 허나, 지금 이런 내가 궐에 남는 건 저할 몰아내려는 중신들에게 빌미를 제공할 뿐이네.
나로 인해 저하께서 이중삼중의 고초를 겪게 되신단 말이네!
대수 ...!...
홍국영 ...지금은 자네말대로 저하께서 위태로우신 때네. 허니 부디 자네가 내 몫 까지 저하께 힘이 되어 드리게. 내 말, 알아듣겠는가?
대수 나으리..
홍국영 (애써 담담한 얼굴로 보는데)
S#10. 화완의 처소. 낮
화완, 정후겸 있다. 화완 화색이 가득한 얼굴로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화완 이번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네 공이다. 그간 너와 나를 두고 왈가왈부하 던 자들도 확실히 입을 다물 것이다. 잘했다... 정말 잘 했어...
정후겸 (여유 있게)그리 좋으십니까?
화완 왜 아니겠느냐? 대리청정을 물린다는 것이 무슨 뜻이냐? 세손에 대한 아 바마마의 믿음이 무너진 것이다. 이제 그것이 무너졌으니 세손은 아무 것 도 아니다.
정후겸 아직 장담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어머니.
화완 몇 번 뒷 통수를 맞더니 걱정이 늘었구나. 염려 말거라. 아바마마는 내가 잘 안다. 그냥 그랬을 분이 아니다.
정후겸 ....
화완 (눈빛을 빛내며)이제 남은 것은 이판은 물론 중전마마 앞에서 우리 목소 리를 분명하게 내는 것이다.
...모든 주도권은 이제 우리가 잡아야 할 것이야!
정후겸 (가만, 그러다가)헌데, 그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을 듯 합니다.
화완 (의아)그게 무슨 말이냐?
정후겸 오는 길에 김귀주 영감을 만났습니다. 궐에 돌아온 듯 했습니다...
화완 (당혹)뭐? 그잔 평양에 있질 않았느냐?
정후겸 중전마마께서 불러올리셨겠지요.
화완 ...!... 헌데, 그 일을 우리한테 아무 언질도 하지 않았단 것이냐?
정후겸 아마도 갑자기 결정된 일이라 말씀을 전할 여유가 없으셨던 게지요.
화완 그럴 리 없다. 중전마마를 모르느냐? 의도된 계산 없인 발걸음 하나 내딛 지 않는 분이시다.
정후겸 ....
화완 김귀주를 불러들였다면 뭔가 그자에게 다른 일을 맡기려 하신 게다. 알아 보거라. 우리 몰래 그 자가 뭘 들쑤시고 다니는지. 알겠느냐?
정후겸 예, 어머니.
화완, 대체 어찌 된 일인가 의구심 가득한 눈빛이고, 정후겸, 굳은 얼굴로 생각에 잠기는데...
S#11. 혜빈 처소 앞. 밤
이상궁과 나인들 있는데, 홍인한과 홍봉한이 급히 온다.
홍봉한 어서 마마께 고해주시게
이상궁 예.. (안에 대고)마마! 좌상대감과 병판대감께서 드셨습니다.
홍봉한, 초조한 얼굴이고, 그런 홍봉한을 보는 홍인한의 복잡한 시선.
S#12. 혜빈 처소. 밤
혜빈 있고, 홍봉한 홍인한.. 자리에 앉는다.
혜빈 그래, 어찌 되었습니까?
홍봉한 오늘 세손저하께서 대전에 드셨다 합니다.
혜빈 ...!...
홍봉한 이제 어찌하면 좋습니까? 마마. 편전에서 대리청정을 거두시는 주상전하 의 노여움이 추상과도 같았습니다.
혜빈 .....
홍인한 (걱정이다)..어찌 이리.. 모든 것이.. 돌아가신 선세자마마의 전철과 같을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사도세자 저하도 대리청정으로 결국 주상전하의 진노를 사...(하는데)
혜빈 (ol)그만하세요!
다들, 움찔.
혜빈 지금 두 분께서 제 앞에서 하시는 말씀이 고작 그 뿐이시란 말입니까? 세 자저하도 그리 죽도록 내버려 두셨습니다. 그리 내버려 두고 저는 눈물조 하 흘리지 못하게 하신게 두 분입니다.
가문을 위해, 세손을 위해 저더라 참으라 하셨습니다! 헌데, 세손이 이 지 경이 되도록 두 분께선 뭘 하셨습니까? 무얼 하시고 이제와 이런 말씀을 하고 계신단 말입니까?
홍봉한 ...망극하옵니다 마마..
홍인한 망극하옵니다...
혜빈 (눈물이 어린다)이럴 순 없습니다. 절대로 이리 되선 안 됩니다. 세손만큼 은 세자저하와 같은 길을 가게 내버려둬선 아니 됩니다.
혜빈, 고통스러워 어찌할 줄 모르고, 홍봉한 그런 혜빈을 보며 착잡하고.. 눈치를 살피는 홍인한, 이 자리가 좌불안석이다.
S#13. 동. 궐 안 전경. 밤
S#14. 동. 영조집무실. 밤
산과 영조가 마주 앉아 있다..
산을 바라보는 영조의 눈빛은 엄하고 목소리 또한 냉랭하다.
영조 아마 니가 열 한 살 때였을 것이다. 넌 내게 장차, 니 아비의 유언대로 성 군이 되겠다고 했지.
산 ..!...
영조 그때 난 그런 너한테 임금이 해야 할 가장 첫 번째 일이 무엇인가 물었 다. 기억하느냐?
산 ...예 전하.
영조 넌 그때 그 일을 행하고도 내 앞에 답은 가져오진 못했지. 내 오늘 그 답 을 일러주마. 임금이 해야 할 가장 첫 번째 일.. 그것은 백성을 긍휼이 여 기는 마음을 갖는 것이다.
산 ...!....
영조 하늘의 달은 연못을 가려 비추지 않는다. 임금도 그래야 한다. 잘난 자나 못난 자나 힘이 있는 자나 연약한 자나 임금이라면 제 백성을 제 자식처 럼 품고 거둬야하는 것이다.
산 ...!...
영조 시전상인들 그래, 그놈들은 아주 나쁜 놈들이다. 조정중신들한테 뇌물을 바쳐 뒷배를 봐 달라하고 나라의 온갖 이권을 챙기는 것들이지. 그뿐이냐. 상권을 지들끼리 장악하곤 가난한 백성들의 등을 쳐먹는 각다귀같은 놈들 이다.
산 ....
영조 허나, 그 시전상인들도 니 아들이다. 능력은 있지만 심보가 고약한 니 자 식 놈 중 하나야. 허면 어찌 했어야 했느냐?
자식의 못된 짓은 매를 들어 다스리되 그 능력을 키울 방도는 찾아주어야 했다.
헌데, 넌 어찌 했느냐? 넌 니 자식이 못됐다고 그 자식의 능력마저 잘라 버리려 했어.
산 ....!...
영조 그래, 그것은 니가 몰라서, 부족해서 저지른 실수라 하자. 그 다음은 어 쨌느냐? 넌 고작 니가 저지른 실수를 수습하려고 니 백성을 뚜드려 잡았 다. 알겠느냐? 니 놈이 진짜 임금이었다면 단숨에 이 나라가 토단이 났을 게야.
산 (참담한데)
영조 개혁도 좋고, 경장도 다 좋다.
니 말대로 그것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야. 허나 그 때문에, 하루를 굶고 이 틀을 굶어야 할 저들을 위해 넌 무얼 준비했느냐? 넌 그저 궐 안에 쳐박 혀 쉬운 대로 개혁이니 경장이니를 떠들어 댔을 뿐이야.
산 ....
영조 넌 멀었다. 아직 한참 멀었다. 그것이, 내가 널 끌어내린 이유다. 알겠느냐?
산 ..,....
영조 (차가운 눈빛으로 보고)
산 (가슴 아픈 얼굴로 그 시선을 감내해내는...)
S#15. 동. 방 안. 밤
대수, 달호 밖에서 들어와서 앉으며..
달호 (휴...) 안 그래도 저자에 세손저하께서 떨려나실 거란 소문이 파다하던 데.. 결국 그리됐구나...
대수 (침울)
달호 ...홍화문 일만 아니었다면...민심두 그렇게 틀어지진 않았을텐데...
그래두, 개성상인들하고 부부상들이 들어오면서 저자에 막 물건이 돌기 시작했거든.
대수 (속상하다)그건, 저하께서 하신 일이 아니란 말야! 홍지평 나리 공이었단 말이야! 근데 홍지평 나으리 잘못도 아닌데 억울하게 그 죄를 다 뒤집어 쓰시구...
(분하다)아우 정말 내가 그 생각만 하면 분해서 잠두 안와..
달호 못자긴.. 밤마다 코를 아주 드르렁..(하는데)
대수 (버럭)내가 언제! 그건 삼촌이지!
달호 (머쓱)...그래? 그게 내가 고는 소리였나?
대수 그럼 그게 나겠어?! 내가 지금 속이 어떤 속인데!
달호 (쩝...)...그나저나, 저하는 이제 어떻게 되시는 거냐?
저자사람들 말론.. 좀 있으면 폐 세손이 되실 거라고 하든데..
대수 (기가 막히다)뭐...? 누가 그래? 아니 어떤 미친 놈이 그딴 망발을 하냐고!
달호 누가 그러긴.. 입 있는 놈들은 다 그러지.. 돌아가신 세자저하도 결국 대 리청정을 하시다가 임금님 손에 죽은 거 아냐? 그러니까 뻔할 뻔자 세손 자하도 결국..
하는데, 대수 못참겠다. 벌떡 일어나는데..
대수 내 이놈들을 당장...
S#16. 동. 마당. 밤
마당 밖, 송연, 착잡한 얼굴로 서서 안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달호 (소리)얌마 미쳤어? 이 밤에 어딜 갈려구!
대수 (소리)아놔!!... 내가 당장 가서 대역죄로 니 놈들 모가지를 끌고 올거야..
보면, 안에서 달호와 대수 티격거리는 소리 들리는 가운데, 송연, 안타까운 마음.. 걱정이 밀려오는 표정으로 돌아보는데....
S#17. 동. 일각. 밤
효의가 굳은 얼굴로 김상궁을 대동하고 오고 있다. 보면 멀리 누각에 홀로 서서 상념에 잠긴 산. 그런 산의 위로
영조 (소리)임금이 해야 할 가장 첫 번째 일... 그것은 백성을 긍휼이 여기는 마 음을 갖는 것이다. 허나, 그 때문에, 하루를 굶고 이틀을 굶어야 할 저들 을 위해 넌 무얼 준비했느냐? 넌 그저 궐 안에 처박혀 쉬운 대로 개혁이 니 경장이니 떠들어 댓을 뿐이야.
산, 영조의 말이 뼛 속 깊이 사무친다. 산, 착잡한 얼굴로 얕은 한숨을 내쉬는데...
S#18. 도성 일각. 낮
이천이 걸어가는데... 얼굴 한쪽에 퍼런 멍이 들어있다. 지나는 행인들이 그런 이천을 보면... 이천.. 민망한지 고개를 처박고 걸어가는데..
S#19. 저택 앞. 낮
춘화남의 집 앞으로 오는 이천.. 잠시 망설이다가 춘화남의 집 쪽으로 갈려는 순간.. 대문 안에서.. 한성부 관원과 포졸들이 춘화남을 끌고 나온다.
춘화남 나으리 한번만 봐주십시오.. 나으리.
관원 닥쳐라. 뭐하느냐!! 빨리 끌고 가지 않고.
그 모습을 본 이천 경악하고 얼른 한쪽에 몸을 숨기는데..
이때.. 춘화남이 그런 이천을 보고
춘화남 이천 나으리!!
이천.. 허걱.. 놀라고.. 그대로 냅다 도망을 치기 시작한다.
S#20. 주막. 낮
이천이 고개를 숙이고 흠흠.. 사람들 눈치를 보고 안으로 들어서는데.
그때, 주막에서 막선을 도와 일을 하던 달화 이천을 발견하고.
달호 나으리!
이천 (흘끗 보고, 자리에 온다)
달호 어서 오십쇼. (하다가) 아니, 근데 얼굴이 왜 그러십니까.
이천 그럴 일이 좀 있네. 아, 내가 이래서 자네 집에서 보자 하지 않았나?
달호 저야, 얼굴이 요 모양 요 꼴이 되신 줄 몰랐죠.
제가 요즘 장사를 못해 주막 일을 거들고 있지 않습니까?
이천 (휴..) 자네 사정도 여의치가 않구만. 내 어떻게 자네랑 같이 돈 벌이라두 궁리해볼라 그랬는데..
달호 (ol)돈 볼이요?
이천 (절박하다) 이보게 달호. 어디 돈 좀 만질 수 없겠는가?
단속이 심해져 춘화 그리기도 어려워지고 미칠 지경이네. 오늘은 맷돌이 날라 오는 걸 간신히 피했네. 이러다간 난 죽네... 분명 죽을 거란 말이야.
달호 세상에, 누가 그 무거운 맷돌을 집어 던집니까?
이천 있네.. 팔뚝이 내 장딴지만하고 장딴지가 내 허리만한.. 우리 마누라.
달호 예...? 아니, 그럼 나으리 내자께서 이러신 거란 말이에요?
이천 (불쌍하게 끄덕인다)소문 내지 말게, 나도 부끄럽네.
달호 (휴..)암튼, 저도 궁리중이니 기다려보십쇼. 저도 당장 화피전 문 열긴 틀 린 마당에 언제까지 남의 주막에 빌붙어 있을 순 없으니..
하는데, 그때 앞으로 탁주를 내주던 막선.
막선 (애교 잔뜩 섞인, 치..)남이라니.. 내가 어찌 남이유?
부담 갖지 말라니까 왜 자꾸 그래요?
달호 아, 사내가 체면이 있지. 어떻게 공밥을 먹어?
막선 (치..) 하루 종일 붙어있으니 난 좋기만 하구만. 하여튼 뭐 달린 사내라 고.. 아, 그깟 체면이 뭐라구요?
달호 (험.. 난 안달렸는데..)
하고 막선, 가면.. 이천, 부럽다는 등 멍하니 보다가.
이천 ..정말.. 부럽네 달호!
아니, 대체 어찌하길래 돈 한 푼 안 갖다 줘도 좋다는 건가? 어떻게 하면 여잘 저렇게 휘어잡을 수 있는 게야?
달호 (휴...)그리 보실 일이 아닙니다. (흑...)안 달린게 발각나면, 전 맷돌로 끝 나지 않을 겁니다.
이천 (무슨 말) 안 달린 거? 아니, 그게 무슨 말인가?
달호 (근심 가득한 얼굴로 막선을 흘끗 보고)
이천 (무슨 말이지..? 눈알을 굴리며 달호를 본다)
S#21. 도화서. 대화실. 낮
탁지수와 다른 화원들 도화서 안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데, 옆에는 송연과 다른 다모들도 있는데. 그때, 안으로 박영문이 들어온다.
박영문 탁사용, 나 좀 보세.
탁지수 (여전히 못마땅한 얼굴)예...
박영문 자네가 올린 하례도 의궤 말인데(하는데)
탁지수 (못마땅한 얼굴로 송연을 흘끗 보고는)
(ol)별제 나으리, 그건 제가 아니라..(하는데)
박영문 안료도 부족했을텐데, 그 와중에 마무릴 아주 잘했더군.
탁지수 (멈칫, 놀라)예에?
박영문 다들 안료가 없다는 핑계로 일손을 놓은 마당에 자네 혼자 의궤를 올려 내 아주 감복했네.
탁지수 (난처하다)..저... 그건..(하고 송연을 흘끗 보는데)
송연 (내색 않고 제 할 일만)
탁지수 (칭찬을 하니 아니라고 할 수도 없고)...저야 뭐,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 니다.
박영문 아무튼 애썼네. 내 이번엔 자네 책임감을 아주 달리 봤어.
탁지수 송구합니다, 나으리.
박영문 (흡족한 얼굴로 보고)
탁지수, 흠흠.. 머쓱한데..
송연은 다행이라는 얼굴로 그대로 모른척 제 할 일만 하고...
S#22. 동. 일각. 낮
송연, 다모들을 모아놓고 그림을 가르치고 있다. 보면, 지나가다가 그 모습, 못마땅하게 보고 가는 강두치와 다른 화원들.
보면... 송연, 이들에게 시범을 보이는데.
송연 자, 봐... 쳐든 나뭇잎을 그릴 땐 이렇게 양두점을 쓰고.. 물가에 있는 수 초를 그릴 땐 이렇게 취풍 수초점을 쓰는 거야!
자, 그럼 전부 파지에다 열장 씩 꽉꽉 채워서 해봐.
시비 (헉, 놀란다) 뭐? 열장이냐요?
송연 응, 우선 오늘은 열장만
세모 오늘은... 열장만?
송연 (짓굿다)열장 씩 열 번 백장은 그려야 될 걸?
다들, 헉.. .놀라는데.. 그런 다모를 보고 미소짓는 송연.
S#23. 동. 회의실. 낮
들어오는 탁지수와 강두치가 이야기를 한다.
강두치 뭐? 아니, 그 계집이 의궤도를 그릴 줄 안단 말인가?
탁지수 예 그런 모양입니다. 제가 봤는데 뭐 하나 흠잡을 데 없이 그려놨습니다.
강두치 허허.. 거참. 뭐라도, 꼬투리를 잡아야 내치든지 할 것인데..
탁지수 전 어찌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하루 이틀 봐온 아이도 아니고 막상 저렇 게 나오니 더 뭐라 하기두 그렇구요
강두치 (끌끌) 사내 마음이 이리 약해서야 어찌 하는가? 그게 다 저 계집이 영악 한 수작이 아닌가?
탁지수 (그렇긴 한데.. 찝찝하고)
S#24. 동. 회의실. 낮
들어오는 송연, 박영문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송연 찾으셨어요? 별제 나으리
박영문 으응. 그래 빈궁마마 처소에 올릴 병풍은 다 그렸느냐?
송연 예, 나으리.
박영문 그래, 그럼 니가 차비해 가서 마마께 올리도록 하거라.
송연 (반색)제가요....?
박영문 그래
송연 예, 나으리 알겠습니다.
S#25. 효의 처소. 낮
나인들, 병풍도를 펼쳐 자리에 놓는다. 송연, 효의, 이를 지켜본다.
송연 (조심스럽게)저.. 조금 더 펼치시는 게 좋을 듯 합니다.
효의, 나인들 보고.
송연 병풍을 펼치는 정도가 너무 완만하면 긴장감이 사라지지만 너무 가파르면 그림에 여유가 사라집니다. 이 병풍도는 폭이 좁은 과실도이니 조금 완만 한 것이 좋을 것입니다.
효의 (나인들에게)이 아이의 뜻에 따르도록 해라.
나인들 (병풍을 조금 더 펼치고)
효의 같은 그림이라도 이리 보니 훨씬 다르구나.
나인들 (예를 갖추고 나가고)
효의 앉거라...
효의, 송연 자리에 앉는다.
효의 박별제가 어찌 널 보냈는지 이제야 알겠구나.
송연 ....
효의 네가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어쩐지 나도 마음이 놓여 그저 지켜보게 되니 말이다.
송연 망극하옵니다. 마마.
효의 (따뜻하게 보며)지난 번 들었을 때 화원 수업을 받는다 했던 것 같은데 어찌 되고 있느냐? 혹 그 일 또한 없던 일이 된 것은 아니냐?
송연 아니옵니다. 마마. 화원 나으리들께서 매일 거르지 않고 생도청에서 수업 을 받게 해주십니다.
효의 그래?(애틋하고)참으로 다행이구나. 저하께서 하셨던 모든 일들이 제자리 로 돌아간 때 너라도 그 뜻을 지키고 있으니.. 참으로 장해.
송연 (...!...) 망극하옵니다. 마마..
그때, '마마.. 김상궁이옵니다' 하는 소리 들린다. 김상궁, 안으로 들어오는데, 송연 보고 좀 멈칫한다. 이내 자리에 앉고.
효의 (심각한) 간 일은 어찌 되었느냐? 저하께서는 어찌하고 계시더냐?
김상궁 예.. 그것이 벌써 몇 날 며칠째 개유와에서 꼼짝도 안하신다 하옵니다. 동 궁전 내관들이 아무리 간언을 해도 소용이 없어 모두 좌불안석이었습니 다.
송연 ...!...
효의 (얕은 한숨을 내쉬고)
김상궁 마마께서 직접 가보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허면 저하께서도 분명 자리 를 털고 나오실 것입니다. 아니면 혜빈 마마께라도 말씀을 올려(하는데)
효의 (ol)괜한 짓 말거라.
김상궁 마마..
효의 긴 소란을 힘겹게 지나오신 분이다. 지금 저하께서는 혼자 계실 시간이 필요할 것이야.
효의, 애써 마음을 다잡고 생각에 잠기고, 김상궁, 그런 효의를 보며 안타깝다.
송연, 산에 대한 생각으로 얼굴이 어두워지는데.
S#26. 동 앞. 낮
송연, 나온다. 뒤따라 김상궁 나오고, 송연, 심난한 얼굴이고, 김상궁, 그런 송연이 거슬린다.
김상궁 이제 그만 가지 그러니. 더 볼 일도 없을텐데.
송연 예.
김상궁 (샐쭉하게 보고 가려는데)
송연 (망설이다가)저기.. 마마... 혹 익위사 훈련장이 어딘지 아십니까?
김상궁 익위사 훈련장?
송연 예.
김상궁 거긴 뭐하려구?
송연 만날 사람이 있어서요.
김상궁 넌 참 궐에 아는 사람도 많구나. 무슨 마실 온 것도 아니고..
송연 (무안하다)
김상궁 저쪽으로 나가 경훈각 뒤로 가보거라.
송연 예(하고 가면)
김상궁 익위사면 죄 남자들뿐인데.. 어쩜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저렇게 대놓고 찾 아?
김상궁, 자기가 다 부끄럽다는 듯 부채질을 한다.
S#27. 익위사 훈련장. 낮
대수와 신입 익위사들, 창을 들고 훈련을 하고 있다.
강석기, 서장보가 살피고 있다. 그때, 사령 하나가 와서 강석기에게 말을 전한다.
강석기 우세마.. 나와 봐!
대수 예.. (하고 뛰어오고)
강석기 훈련장 앞에 좀 가봐.
대수 무슨 일이십니까?
강석기 어떤 여자가 널 찾는다는데?
대수 예에? 여자요?
서장보 여자라니? 이놈 이거 벌써 궐 안 나인들까지 후리고 다닌 거야?
대수 아.. 아닙니다.
대수, 뭐지..? 하는 얼굴로 보는데.
S#28. 동. 일각. 낮
대수,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오는데, 보면 저만치 송연이 있다.
대수 (놀라)송연아! 너 어떻게 궐에 들어왔어?
송연 궐에 들일 그림이 있어서 왔어.
대수 그림? 아 혹시 그 병풍도?
송연 (고개 끄덕이며)어어
대수 다 완성 됐나보네. 다행이다. 그것 땜에 너 고생 많이 했잖아!
송연 (미소 짓고) 근데, 대수야.
대수 (보고)
송연 너 혹시.. 저하께서 어찌 지내시는지 아는 거 있니?
대수 저하?
송연 어... 우연히 들었는데, 저하께서 개유와에만 계속 계신다 그러든데..
대수 (마음 무겁다)너도 들었구나. 실은 우리도 계속 못 뵙고 있어..
익위사 훈련장에도 통 안 오시구.. 남내관 나으리만 겨우 뵙는 거 같은데, 계속 별 말씀이 없으신가봐..
송연 (잠시 망설이다, 들고 있던 보퉁이를 내민다)대수야.. 혹시 저하를 뵙게 되면 이것 좀 전해줄래?
대수 이게... 뭔데...?
대수, 의아한 얼굴로 보고, 간절한 눈빛으로 그런 대수를 보는 송연.
S#29. 개유와 안. 밤
적막에 잠긴 개유와 안. 산, 한쪽에 홀로 앉아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때 기척이 들리고 보면.. 대수가 서 있다.
대수, 산에게 예를 갖춘다.
산 (놀라)대수 니가 어인 일이냐?
대수 송구합니다, 저하. 이렇게 불쑥 찾아 뵈서.
산 (미소 지으며)아니다. 이리 와 앉거라.
대수 (앉고)..그림을 ...그리고 계셨습니까?
산 그래 아주 오랜 만에 붓을 들었다. 마음이 들끓을 땐 이처럼 좋은 것이 없지.
대수 (본다..)...저야 무식한 놈이라 잘 모르지만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저하.
산 (미소 짓고는)...이건, 매화도다. 돌아가신 아바마마께서 즐겨 그리시던 그 림이지.
대수 ...!...
산 (그림을 보며 깊어지는 눈빛)
대수 (안타깝게 보는데)
산 헌데, 여긴 어쩐 일이냐? 혹,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게냐?
대수 (망설이다가)저.. 그런 것이 아니라..
산 무슨 일이냐? 말해 보거라!
대수 ...저하, 벌써.. 닷새 쨉니다. 계속 침소에도 안 드신다하니 행여 옥체라도 상하실까 싶어(하다가 주제넘었다 싶다)... 송구합니다, 저하...
산 (착잡하다)아니다. 미안하구나. 내가 모두한테 걱정만 안겨주는 듯 해.
그러고 보면 난 참 쓸모없는 사람이구나. 무슨 짓을 하든, 안 하든 이리 분란만 일으키니 말이다.
대수 (당혹)저하..?!
산 이러고 보니 내가 하려던 것들은 결국 내 욕심을 뿐이었다는 생각이 드는 구나. 다만 내 뜻을 이루기 위해 숱한 이들을 고초에 몰아넣었으니.. 차라 리 아무것도 하지 않는 편이 나았을지도 모르지..
대수 저하..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이걸 보십시오.
하면서 대수, 산의 앞으로 보통이를 내민다.
보면 산.. 뭔가 하는 표정으로 보는데...
대수, 풀어보면 안에서 나오는 다모들의 연습한 그림들.
산 (의아)이게 무엇이냐?
대수 ...송연이가 가르치고 있는 도화서 다모들이 그린 그림이랍니다. 저하.
산 (놀란다)송연이가 가르치는 도화서 다모들이라구?
대수 예... 저하. 일전에 저하께서 힘을 써주신 덕에 송연이가 화원교육을 받게 되지 않았습니까? 그 덕에 다른 다모들도 이렇게 그림을 배울 수 있게 됐 다 합니다.
산 ...!.....
대수 송연이가 저하께 꼭 이걸 전해 달라 했습니다. 모든 것이 저하께서 애써 주신 덕분이라구...
그 때문에 많은 다모들이 이런 기회를 얻게 되었다구요.
산 .....
대수 송연이나 도화서 다모들뿐이 아닙니다. 저희 익위사들도 저하 때문에 가 슴에 희망과 용기를 품고 살고 있습니다. 헌데 아무것도 하지 말았어야한 다니...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산 ....!!....
대수 이 무서운 궐에서 어떻게든 살아 기다리신다고.. 저희와 약조하셨던 저하 셨습니다. 헌데 그리 저하께서 겨우 이만한 일에 어찌 그런 나약한 말씀 을 하십니까? 오직 저하만 믿고 기다리는 저흰 어찌 하라구요?
산 (먹먹해진다)...믿고 기다린다... 이런 나를 말이냐?
대수 저하..
산, 먹먹해지는 얼굴로 그림들을 본다.
S#30. 개유와 앞. 밤
산과 대수가 개유와에서 나와 걸어가는데..
산 송연이가 나한테 왜 그 그림을 전하라 했는지 알겠다..
대수 ......?
산 그 아이가 지금 나한테 정신 차리라는 말을 하고 있는 게야.
대수 ..!... 서...설마.. 그럴 리가 있습니까?
산 ...어쩌면 지금 나보다 송연이 그 아이가 더 어렵고 힘들지도 모르겠구나. 오랜 세월 이어온 도화서의 관행에 맞서 여린 몸으로 혼자 이렇게 버티고 있으니.. 사실은 그 아이가 지금 가장 어려운 일을 하고 있는 게야.
대수 ...!...
산 그래 송연이가이리 애를 쓰고 있는데도 난, 니 말대로 겨우 이만한 일로 이곳에 이리 처박혀 못난 모습만 보이고 있었구나!
대수 저하...!
산, 가슴이 먹먹해지고, 대수, 그런 산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는데..
S#31. 몽타쥬.
-도화서.
송연, 생도청에서 수업을 듣고 있다. 진지하게 수업을 듣는 송연의 눈빛.
-개유와.
산, 대수가 놓고 간 그림들을 다시 보는데, 깊은 눈빛. 떨려오는 산의 눈동자..
S#32. 화원처소. 외소. 밤
곽상궁과 나인들이 서 있는 화원의 처소
S#33. 호완의 처소. 밤
화완, 정후겸이 있다..
화완 그래, 어찌되었느냐? 내가 말한 것은 알아보았느냐?
정후겸 예, 아무래도 중전마마께서 아주 큰일을 꾀하시는 듯합니다.
화완 큰일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냐?
정후겸 마마께서 불러들인 것은 김귀주 영감뿐이 아니었습니다. 은언군과 은전군 또한 만났다 합니다.
화완 (...!..) 그게 무슨 말이냐? 마마께서, 군들을 만나다니? 허면...!
정후겸 (ol) 폐 세손 이휴를 준비하시는 것이겠지요..
화완 ...!!...
정후겸 아마도, 두 군 중 하나를 택해 주상께서 승하하신 후 수렴청정을 하겠다 는 계획을 품고 계신 것 같습니다.
화완 (기가 막힌다)허면 폐 세손을 시킬 방도도 찾았다는 것이냐?
정후겸 그것은 아직 모르겠습니다.
화완 (분하다) 아바마마를 살려내고 세손을 대리청정에서 물러나게 한 게 누군 데 이제와 폐 세손을 계획하면서 너와 날 배제시키다니..
어찌 마마께서 이러실 수 있단 말이냐?
정후겸 마음을 가라앉히십시오, 어머니, 아직 분명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화완 분명한 게 없다니? 이건 같이 판 우물을 혼자 퍼마시겠다는 수작이다. 눈 앞에 버젓이 보이는데, 뭐가 분명하지 않다는 게야?
정후겸 .....
화완 수렴청정을 할 때 내가 걸림돌이 될까 싶어 저러시는 거겠지. 권세를 오 로지 한 손에 쥐려고 그러는 게야! 마마께서 기어이 이리 나오신다면 나 도 가만있진 않을 것이다. 택군하여 허수아비 임금을 세우는 것은 마음만 먹으면 나도 할 수 있는 일이야!
정후겸 ...!....
화완, 분에 겨워 입술을 깨물고, 정후겸, 굳은 얼굴로 생각에 잠긴다.
S#34. 정순의 처소. 밤
정순, 김귀주, 최석주가 있다.
김귀주 지금 은전군의 의중을 쥐고 있는 것은 장인인 공조 참의 김판원이옵니다.
제가 천천히 손을 뻗고 있으니 조만간 우리 사람이 될 것입니다, 마마
정순 애쓰셨습니다, 오라버니.
최석주 하오나, 마마!
아무리 은전군이 뜻을 모은다 해도 결국은 폐 세손이 되어야 가능한 일이 아니옵니까? 지금 중요한 것은 은전군이 아니라, 어떻게 세손을 폐위 시 키냐는 것입니다.
김귀주 (인상을 찌푸린다)
정순 (보고)
최석주 가장 중요한 것은 전하의 의중이옵니다. 결국 전하께서 결단을 내리지 않 는다면 어려운 일이 아닙니까?
김귀주 (못마땅)그래서 어쩌자는 것입니까? 이 모든 일을 다 물리기라도 하자는 것입니까?
최석주 ....
정순 아닙니다. 이판의 말이 맞습니다. 이번일로 실망이 크시다하나 주상께선 세손에 대한 신뢰가 깊습니다. 그걸 뿌리 채 흔들지 못하면 폐 세손은 끝 내 어려울 것입니다.
김귀주 (아무렇지 않게)그럼 없애버리면 되는 게 아닙니까? 마마.
정순 (조심해라 ol) 오라버니!
최석주 (못마땅)우리라고 가만있었던 것이 아니오! 수차례 시도를 했지만 번번히 실패를 했던 일이오.
김귀주 그거야 한심하게 준비를 했으니 그렇겠지요.
최석주 ..!.... (참는다)
정순 (보면)
김귀주 모든 걸 제게 맡겨 주십시오 마마. 제가 눈 앞에서 세손을 한줌 재로 만 들어 드리겠습니다. 허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되는 것이 아닙니까?
정순 ....!!..
최석주 (당황)
김귀주 (야비한 미소를 지어 보이는데)
S#35. 정후겸의 사가. 마당. 낮
정후겸, 걸어 나오며 오정호와 이야기를 한다.
정후겸 김귀주 영감의 일거수 일투족을 샅샅이 살펴야 한다. 들키지 않게 조심하 거라. 알겠느냐?
오정호 예, 영감.
오정호, 예를 표하고 가면.. 정후겸, 굳은 표정으로 초헌에 오르는데.
정후겸 교동으로 가자.
S#36. 동. 거리 일각. 낮
초헌에 탄 정후겸이 굳은 얼굴로 가고 있다.
정후겸, 상념에 잠긴 채 고개를 돌리는데.. 그때 문득 뭔가를 발견한 정후겸.
정후겸, 놀란 얼굴로 보면.. 저 멀리, 홍국영이 천한 사람들과 섞여 똥지게를 지고 어딘가로 가는 모습이 보이는데. 당혹한 정후겸.
초헌, 멈춰지면.. 정후겸 다시 본다. 분명 홍국영이다. 정후겸, 기가막히다는 표정으로 보면.. 그때 고개를 돌리는 홍국영, 역시 정후겸을 발견한다.
홍국영, 멈칫 놀라지만 이내 담담한 얼굴로 예를 표하는데.
정후겸 ..이런 데서 자넬 보는군.
홍국영 ..예, 그간 강령하셨습니까? 영감.
정후겸 그렇잖아도 뭘 하나 궁금하던 차였네. 집도 내놓고 하루아침에 사라지듯 없어졌더군.
홍국영 전에 살던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녹도 없는 백수건달이 그런 큰 집이 가 당키나 하겠습니까?
정후겸 ... 그래서, 이런 일을 하고 있는 겐가?
홍국영 (씨익 웃으며)왜요. 이런 일이 어때서 그러십니까?
정후겸 (기막힌 듯 보면)
홍국영 왜, 와신상담이란 말이 있지 않습니까? 원나라 구천은 나라를 잃은 치욕 을 잊지 않으려 날마다 쓰디쓴 쓸개를 씹었다지요. 소인 또한 뻔한 모략 에 놀아난 치욕을 잊지 않으려면 쓸개를 씹는 시늉이라도 내야 할텐데..거 참, 제가 보기보다 비위가 약하지 뭡니까? 하여, 대신 이렇게 고약한 냄새 라도 맡으려는 것이지요.
정후겸 그래? 이것이 나한테 당한 치욕을 잊지 않으려는 것이다?
홍국영 (씨익, 웃는데)
정후겸 듣고 보니 그럴 듯하군. (냉소)허나 그 와신상담이란 것도 받아줄 주군이 있어야 소용이 있는 게 아닌가?
홍국영 ...!...
정후겸 아, 자넨 궐 밖에 있으니 모르겠군. 지금 궐 안엔 세손이 모든 걸 포기했 다는 소문이 파다하네. 원래 무섭게 달리던 말이 넘어지면 다신 일어나지 못하는 법이지.
홍국영 ...!...
정후겸 그러게, 내가 처음부터 뭐라 했던가? 험한 땅을 골랐다 하지 않았나?
홍국영 (굳어진다)
정후겸 난 아직도 자네 재주를 높이 사고 있으니 땅을 바꿀 마음이 생기거든 언 제라도 찾아오게. 허나 이왕이면 그 고약한 냄새가 몸에 베이기 전이면 좋겠군. 나도 보기보단 비위가 약하다네.
홍국영 ...!!...
정후겸, 여유 있게 보다가 안으로 들어가고, 그런 정후겸을 보는 홍국영.. 천천히 굳어진다.
S#37. 궐. 일각. 낮
남사초, 급한 얼굴로 어디론가 가는데..
S#38. 개유와. 낮
산, 담담한 얼굴로 그림들을 정리하고 있는데.. 그때 밖에서 남사초가 '저하, 남내관이옵니다.' 한다.
산 들어오게.
남사초, 안으로 들어와.
남사초 찾아계시옵니까? 저하
산 (담담하게) 내가 여기에 들어온 지 얼마나 되었는가?
남사초 예,,,?
산 (보는)
남사초 그것이.. 오늘로 엿새째 이옵니다.
산 (그렇군.. 끄덕이고는)답답하군. 바람을 좀 쐬야겠네
남사초 (놀란다)예...?
산 (담담한 얼굴로 보는데)
S#39. 달호의 집. 방안. 낮
송연과 대수가 있다. 대수, 급히 옷을 갈아입는데..
송연 (놀란)저하를 뫼시고 도성에 나올 거라구...?
대수 어, 근데 이건 비밀이다.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돼.
송연 걱정 마. 내가 누구한테 말해. 근데, 어떻게 된거야? 저하께 무슨 일이 생 기신 거야?
대수 ...나도 모르겠어. 갑자기 남내관 나으릴 찾으셔서 나가시겠다고만 했대.
송연 (무슨 일일까.. 걱정스러운데)
대수 늦었다. 그만 갈게 송연아.
송연 대수야.. 저할, 잘 모셔. 아무 일 없게..응?
대수 걱정마 임마. 내가 누구냐? 익위사 우세마 박대수 아냐!
송연 (미소 짓고)
대수 (걱정말고 믿으라는 듯 미소)
S#40. 궐 앞 일각.
변복을 한 대수 서장보, 강석기가 잇다.
세손은 오늘은 두루마기에 중 갓을 쓴 중인처럼 이다.
대수는 옛날 궁에 들어오기 전의 한량 차림이고...
강석기 좌시직과 난 원거리에서 자할 보필할 것이니 대수 자네가 저할 곁에서 모 시게.
대수 예...
서장보 공연히 주목을 받지 않도록 조심해야하네.
대수 알겠습니다.
그때 한쪽에서 중갓에 두루마기차림의 중인복색을 한 산이 갓 도포차림의 남사초 채제공과 오는데....
산 ...준비됐으면 이만 가세.
하는데, 세 사람.. 산의 눈치를 보며 잠시 망설인다.
산 왜 그러는가?
대수 저.. 송구하오나 저하 어디로 가시려는 것인지?
산 (미소)왜, 내가 욱하는 심정에 사고라도 칠까봐 그러는가?
대수 아닙니다, 저하.. 그런게 아니라..
산 ...백성들이 어찌 살고 있는지 둘러보려는 것이다.
다들 ...!!...
산 땅에 넘어졌으면, 다시 그 땅을 짚고 일어서야지 허공을 움켜쥐고 일어설 순 없지 않느냐? 장차 이번과 같은 잘못을 또 하지 않으려면 저들이 어찌 사는 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것부터 알아야 한다.
다들 ...!!...
대수 저하.
산 자, 서두르자. 오늘 갈 길이 아주 멀다.
산, 미소 짓고.. 이들, 모든 기쁜 얼굴로 산을 보는데...
S#41. 저자거리 일각.
강석기와 서장보, 날카로운 눈빛을 빛내며 멀리서 대수와 함께 가는 산을 호위하고..
S#42. 동. 일각.
산과 대수가 저자거리를 돌아본다. 이때 보면, 저자 일각에서 몸을 숨긴 채 산을 바라보는 송연. 송연, 애틋한 시선으로 산을 바라보는데..
송연 저하...
산과 대수는 그런 송연의 시선을 의식하지 못하고, 송연, 그런 산을 한참 바라보다.. 먹먹한 가슴으로 돌아선다.
S#43. 저자거리 일각. 낮
분주한 저자거리의 모습들. 둘러보는 산과 대수.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그런 산과 대수를 호위하고 있는 강석기와 서장보.
저자 일각에서.. 난전을 하던 상인들이 있는데.. 이때 일각에서 시전 상인들이.. 몰려와 난전을 뒤집어엎는다.
상인 네 이놈들. 아직도 몰래 장사질을 하는 것이냐? 뭣들 하느냐? 당장 저놈 들을 쳐라!!
몽둥이로 사정없이 난전 상인들을 패고 행패를 부리는 시전상인들.
일각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는 산과 대수. 대수가 앞으로 나설려고 하면
산 그만 두거라.
대수 ...저하.
산, 착잡한 얼굴로 돌아서는데.. 대수 그런 산을 뒤따른다.
S#44. 저자거리 주막. 낮
주막으로 산과 대수가 들어서는데(달호가 드나드는 주막과는 다른)
대수 소인이 봉노방을 알아보겠습니다.
산 아니다.
산.. 일각 평상에 가서 앉는데.. 대수 어쩔 수 없이 산 앞으로 가서 앉는데..
(시간경과)
산과 대수 앞에 술상이 차려져 있고 산이.. 탁주 한 사발을 들이킨다.
이때 한쪽 자리에서 있던 시전 상인들로 보이는 중갓쓴 사내들 두명이 들어와 앉으며
사내1 주모! 주모! 여기 국밥 두 그릇하고 탁배기 두 사발! (주모 예에..하고 대답 하면)자네 대리청정을 하던 세손이 물러났다는 거 들었어?
사내2 들었지.
사내1 머지 않아 폐 세손이 될거라고 하더구만.
순간 대수 놀라고 당황하는데.. 산.. 담담히 술잔을 비운다.
사내2 아 이 사람아 말 조심하게!
사내1 조심할게 뭐 있어?
산 맞소.. 세손인지 뭔지 쥐뿔도 모르는 게 건방을 떨었으니 쫓겨나는 게 당 연한 일이지.
사내1 어허! 오랜만에 배짱 통하는 사람을 만났구만. 그 쪽도 이번 일로 손해를 봤소? 난 세손 때문에 멀쩡한 물건을 불에 태우느라 손해가 막심이오.
산 손해 본 게 어디 상인들뿐이겠소? 도성 안 백성 모두가 그 바보같은 세손 때문에 죽을 고생들을 했지.
사내1 내말이 그 말이야! 지가 장사를 알면 얼마나 알아? 이 나라를 먹여 살리는 게 우리 시전 상인이란 것도 모르면서 어떻게 왕이 되겠냐 이말이야?
대수..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일어나려는데..
산 (나지막히)가만 있거라.
대수.. 어쩔 수 없이 참는데..
사내1 하여간에 피는 못 속인다고 지 애비도 미쳐 날뛰다 죽더니만 광증을 부리 는 건 자식도 마찬가지야. 안 그렇소?
아때 주막 일각에서 술을 마시던 노인이 술병을 사내1 앞에 던진다. 깨지는 술병.
사내1 놀라서 벌떡 일어나면.. 산과 대수도 노인을 보는데..
노인 그놈들 참. 귀가 아파 더 못듣겠구나!
야 이놈들아! 나라꼴이 이 지경인 게 누구 때문인데 그따위 무식한 소릴 지껄이는 것이냐? 다 니놈들 시전상인들과 노론 벽파가 협잡을 한 까닭이 아니냐!
사내1 아니.. 이 노인네가 미쳤나?
사내들 우르르 일어나서 노인에게 달려가는데
사내1 아니.. 이 노인네가 미쳤나?
사내들 우르르 일어나서 노인들에게 달려가는데
사내1 (노인의 멱살을 잡고)..죽고 싶어? 죽고 싶어 환장했냐구?
이때 대수가 사내를 뜯어 말리면...
대수 진정하슈.. 진정해.
대수가 사내를 뜯어 말려 놓으면..
노인 (굴하지 않고, 끌끌)... 이러니 공자가 틀렸다는 것이다. 배고픈 게 해결되 면 인간이 착한 짓을 한다니.. 다 헛소리지.
가지면 가질수록 더 악다귀처럼 구는 게 있는 것, 높은 것들이다. 그러니, 니놈들 시전상인들과 노론 벽파 패거리부터 쓸어버려야 해! 알겠냐 이놈들 아!!
사내1 아니 저 노인네가 그래도!!
사내들 다시 노인에게 다가 설려고 하면 대수가 말리고.. 그 사이 노인이 주막 밖으로 나가는데..
S#45. 저자거리 일각. 낮
노인이 걸어가고 일각에서 노인을 바라보는 산과 대수.
산 뭐하는 노인인지 알아 보거라.
대수 예, 저하.
산,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멀어져 가는 노인을 보고.
S#46. 최석주의 방. 밤
최서주, 방 안에 있다. 집사가 앞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집사 좌승지 영감이 왔습니다.
최석주 뫼시거라.
집사 예...
집사, 나가면.. 최석주 무슨 일인가 하는 표정이 되는데..
그때 안으로 들어오는 김귀주.
김귀주 이거 늦은 시각에 결례가 안됐는지 모르겠습니다.
최석주 아니오. 헌데 이 시작에 예까진 어인 일이시오?
김귀주 대감께 긴히 보여드릴 것이 있어서요.
최석주 ...나한테요?
김귀주 (한껏 거드름을 피우며) 예, 자고로 큰일을 이렇게 준비하는 것이다. 그걸 좀 알려드리려구요.
최석주 ....!...
김귀주 (거만한 얼굴로 보는데)
S#47. 산중일각. 밤
김귀주와 최석주를 태운 초헌이 어디론가 간다.
최석주, 긴장한 얼굴인데.
S#48. 동. 일각. 밤
보면,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들이 상자에 화약을 넣으며 뭔가를 준비하고 있는 곳.
한쪽에서 최석주와 김귀주가 오는데..
김귀주 바로 여깁니다.
최석주, 김귀주의 말에 본다. 보면, 사람들 뭔가를 준비하고 있는데...
김귀주 며칠 뒷면, 궐에서 나례희(자막:섣달 그믐에 행해지는 궐 안의 최대행사) 가 열립니다. 대감도 알고 계시겠지요?
최석주 그렇소.
김귀주 아시겠지만 그때가 되면, 궐 안에 큰 연희가 열리고 갖가지 진귀한 볼거 리들이 펼쳐지지요(하고)그 나례희의 마지막이 무엇으로 장식되는지 아십 니까?
최석주 ....!....
김귀주 바로, 폭죽놀입니다. 그것은 왕실의 오랜 전통이지요. 헌데, 이번엔 거기 에 색다른 볼거리가 생길 것입니다. 이번 나례희는, 폭죽놀이와 함께 세손 의 죽음으로 마무리 될 것이니 말입니다.
최석주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오? 대체, 어떻게 말이오?
김귀주 (사람들에게)보이거라.
사람1 예.
최석주 ...!...
김귀주의 말에, 사람들.. 상자로부터 멀어진다. 보면 여러개의 상자.
사람들 그것에 연결된 상자에 불을 붙이면... 선을 따라 타들어가는 불.
이내, 상자 하나에서 펑, 하고 폭죽이 터지고... 다른 상자도 펑, 하고 폭죽이 터진다. 불길이 닿자, 순간.. 펑! 하는 굉음과 함께 폭발하는데...!
순간, 놀라 뒤로 움찔 물러서는 최석주. 놀라고 당혹스런 얼굴인데...
보면, 흡족한 얼굴로 폭발한 상자를 바라보는 김귀주.
김귀주 제가 뭐라 했습니까?
세손을 한줌 재로 만들겠다 하지 않았습니까?
최석주 ...!!!...
S#49. 강변일각. 밤
산과 서장보, 강석기가 있는데.. 그때 한쪽에서 대수가 급히 온다.
산 ...알아보았느냐?
대수 예. 저하. 반촌(자막: 소의 도살과 판매를 하는 곳)에서 백정 일을 하는 사람인데 가끔 사람들 점을 봐주기도 하는 노인이랍니다.
산 점을 본다고?
대수 예. 그개 사람들 말론 도통 봐주는 법이 없긴 한데 일단 한번 입을 열면, 아주 족집게처럼 집어낸답니다.
산 (흥미가 느껴진다)재밌는 노인이군. (하고)반촌에 산다 했느냐?
대수 예, 저하.
산 ....
S#50. 노인의 집. 마당. 밤
산과 대수가 초가 마당으로 조심스럽게 들어선다.
대수 계시오?
그러나, 아무 기척도 없다. 보면, 아무도 없는 듯한데..
대수 좀 살피고 오겠습니다.
하고 대수, 조심스럽게 가서 계십니까, 하며 방문을 열러 안을 살핀다. 산, 그런 대수를 보는데.. 그때 대수 뭔가 발견하고 당혹한 얼굴로.
대수 저하.. 여기 좀 잠깐 보십시오. 아무래도, 이상합니다!
산 (의아)왜 그러느냐?
S#51. 동. 방안. 밤
산, 방 안으로 들어와 본다. 대수도 따라 들어오는데..
보면, 좁은 방, 이리저리 어지럽게 널려진 서책과... 서탁 위로는 노인이 집필하던 것인지.. 책이 놓여져 있고.. 보면, 방안은 온통 찢어진 서책 종이로 잔뜩 도배가 되어 있는데...
대수 (황당하다)...아무래도 정신이 나간 노인네 같습니다. 저하.
산 .....
산, 그 말에 대답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방 안을 둘러본다.
그러다 문득, 멈춰서는 산.
산 ...잠깐...!
산, 놀란 얼굴로 벽에 붙어진 종이의 내용을 뚫어져라 읽는데..
대체, 대체 무엇인가.. 살피는 얼굴로 산을 보고.
마치, 그 다음을 찾으려는 듯.. 방의 벽을 이리저리 샅샅이 살피는 산.
대수 왜 그러십니까? 저하. 대체 뭐라고 적혀 있길래..
산 (벽을 보며, 혼잣말 하듯)...처음 보는 것이다.. 내가 본 서책 어느 것에도 이런 글귀는 보지 못했어.
하는데, 그때 등 뒤에서.
노인 당연하겠지. 다 내 머릿속에 든 것들이니까.
노인의 말에, 산.. 대수, 멈칫 놀라 보는데..
보면, 노인 뚱한 표정, 그러나 형형한 눈빛을 빛내며 문 밖에 서 있는데..
노인 뭣들 하는 놈이냐?
산 ...
대수 이보십쇼. 이분은
산 (말린다)나서지 말거라.
대수 ...!...
노인, 뚱한 표정... 흘끗 산을 보고는... 안으로 들어와 앉는데..
산 주인도 없는 집에서 미안하오. 노인께서 점을 잘 봐준다는 말이 있어 잠 시 들렀다 이런 결례를 하게 됐소.
노인 (흘끗 보고는)주막거리에서 본 자로군.
산 그렇소.
노인 일 없으니 가보시오. 난 점쟁이가 아니니.
산 (굳은)점쟁이가 아니라면, 무엇이요?
역심을 품고 역모를 꾀하는 자요?
노인 (피식, 웃는다)역심? 내가 말인가?
산 그게 아니라면 무엇이오?
하면서 산.. 벽에 붙여진 종이를 하나 뜯어 노인의 앞에 내 보이는데..
산 하나부터 열가지 왕실을 부정하고 이 나라의 근간을 흔드는 말들뿌닝오. 이런 글을 쓴 자가 역심을 품지 않았다면 대체 무엇이란 말이요?
노인 (보다가, 툭 내뱉듯)뭐하는 한량인지 모르겠으나 자네 평생 죽음을 친구처 럼 끼고 살아 왔구만.
산 (멈칫, 한다)
대수 (역시 놀라 보는데)
노인 쓸모없는 노인네가 끄적거린 저런 말 따위에 마음 쓸 겨를이 어디 있는 가?
점을 보러 왔다니 내 한마디 해주지. ....조심하게. 이번엔 그 오랜 친구와 기어이 저승까지 동행을 할 수도 있으니..
산 ...!!....
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산, 당혹스러운데.. 대수도 놀란 얼굴로 보고..
보면, 덤덤한 표정, 그러나 형형한 눈빛으로 산을 바라보는 노인.
그리고 그 노인을 당혹스런 표정으로 보는 산.
산의 그 모습에서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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