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 24
<이산 24부>
S#1. 노인의 방. 밤(23부에 이어)
노인의 말에, 산.. 대수, 멈칫 놀라 보는데..
보면, 노인 뚱한 표정, 그러나 형형한 눈빛을 빛내며 문 밖에 서 있는데..
노인 뭣들 하는 놈이냐?
산 ....
대수 이보시오! 이분은
산 (말린다)나서지 말거라.
대수 ....!....
노인, 뚱한 표정.. 흘끗 산을 보고는.. 안으로 들어와 앉는데..
산 주인도 없는 집에서 미안하오. 노인께서 점을 잘 봐준다는 말이 있어 잠 시 들렀다 이런 결계를 하게 됐소.
노인 (흘끗 보고는)주막거리에서 본 놈이로군.
산 그렇소.
노인 ...일 없으니 가보시오. 난 점쟁이가 아니니
산 (굳은)점쟁이가 아니라면 무엇이오? 역심을 품고, 역모를 꾀하는 자요?
노인 (피식 웃는다)역모? 내가 말인가?
산 그게 아니라면 무엇이오?
하면서 산.. 벽에 붙여진 종이를 하나 뜯어 노인의 앞에 내 보이는데..
산 하나부터 열가지 왕실을 부정하고 이 나라의 근간을 흔드는 말들 뿐이오. 이런 글을 쓴 자가 역심을 품지 않았다면 대체 무엇이란 말이오?
노인 (보다가, 툭 내뱉듯) ..뭐하는 한량인지 모르겠지만 자넨 평생 죽음을 친 구처럼 끼고 살아왔구만.
산 (멈칫, 한다)
대수 (역시 놀라 보는데)
노인 쓸모없는 노인네가 끄적거린 저런 말 따위에 마음 쓸 겨를이 어디 있는 가? 점을 보러 왔다니 내 한마디 해주지. 조심하게! 이번엔 그 오랜 친구 와 기어이 저승까지 동행을 할 수도 있으니..
산 ...!!..
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산, 당혹스러운데.. 대수도 놀란 얼굴로 보고.. 그러나 노인, 덤덤한 표정.. 형형한 눈빛으로 보는데..
대수 (당혹)이보십쇼! 대체, 그게 무슨 말입니까? 저...저승이라니요..(하는데)
노인 (피식, 그러다가 호탕하게 껄껄 웃고는)왜 저승이라니까, 겁나는가?
산,대수 (뭐냐, 당혹스러운데)
대수 뭐...뭐요?
노인 (귀찮다는 듯)정 껄적지근하면 나가는 길에 무당집에 들려 부적이나 하나 써가든가..
산 ...!...
하고 노인, 다시 휙 밖으로 나가버리는데..
대수 (기가막히다, 혼잣말)아니 뭐 저런 노인네가 다 있어?
산, 당혹감..호기심.. 대체 뭐하는 노인인가.. 하는 느낌으로 돌아보는데.
S#2. 동. 마당. 밤
산과 대수, 밖으로 나온다.
대수 (별 황당한 경우를 다 봤다) 아무래도 제정신이 아닌거 같습니다 저하...
개의치 마시고, 이만 환궁하시지요.
산 ..아니다.. 그냥 이렇게 돌아갈 일이 아니야.
대수 저하...
산, 노인이 들어갔을 것 같은 뒷마당 쪽 허름한 창고를 돌아보는데..
S#3. 창고. 밤
웅크리고 앉아 노인은 개량된 낫과 호미를 만들고 있다.
노인 (보지도 않고)...아까 한 말 때문이라면 그냥 가게. 그냥 되는대로 지껄인 거니까. (뚝딱거리며)그러게 난 점쟁이가 아니라고 했잖나?
산 (미소) 그것을 물으러 다시 온 것이 아니오.
하고, 산 노인의 옆에 신기한 얼굴로 쪼그려 앉으며.
산 그것이 무엇이오?
노인 (흘끗, 본다. 그리고는 대꾸없다)
산 (굴하지 않고, 호기심에 어려)낫과 호미인 듯한테 처음 보는 것이구료. 모 양도 다 다르고..
노인 (여전히 대꾸 없다)
산 내 어떤 농서에서도 이 같은 것들을 본 적이 없는데 무엇이오? 노인께서 직접 만드신 거시오?
노인 (귀찮은 듯)거참, 젊은 사람이 넙죽넙죽 변죽도 좋구만.(하고)그렇소. 이 건, 논 농사용 호미고 이건 밭농사용 호미요.(논용 호미는 날이 뾰족하고 대가 짧고 밭용 호미는 대가 길고 날이 작고 더 튼튼하게 만드시면 됩니 다 <놀이와 풍속의 사회사> 한길사 p88 참조)
산 (신기하다) 호미를 논과 밭.. 다르게 사용한단 말이오?
노인 토질과 작물이 다르니 당연히 그래야지. 아무렇게나 되는대로 써 제끼니 두 섬 나올 것이 한 섬 나오고 한 섬 나올 것이 반섬 밖에 안 나오지.
산 ...!...
노인 ...세손인지 네손인지가 얼마 전에 시전상인을 두드려 잡았는데 지금 조선 땅에 중요한 건 그것뿐이 아니야.
산 (멈칫)
노인 먹을 거든, 입을 거든.. 이 땅엔 기본적으로 재화가 부족해. 우선, 재화를 넉넉히 만들어, 백성을 배불리 먹일 방도를 찾아야지..
산 ...!...
노인, 충격을 받은 산을 흘끗 보고는 툴툴털고 일어나 서탁 있는 곳으로 가, 다시 붓을 든다.
좀 전에 만지던 호미를 그리고 뭔가를 써내려 가는데..
산, 그런 노인에게로 다가와.
산 ...괜찮으시다면 노인께서 쓰신 이 책들을 좀 빌려 봐도 되겠소?
노인 (흘끗 보고는)뭘 할려고? 왜, 나더러 역심을 품었다 하더니 관아에 가져가 발고라도 할 셈인가?
산 (미소)아니오. 물론, 위험한 부분은 있지만 내 두루 배울 점 또한 많다는 생각이 들어 그렇소.
노인 ...!...
산 (본다)
노인 (보다가 시선 거두며)마음대로 하게. 어차피 둬봐야 불쏘시개 밖에 안 되 는 것들이니 가져가 뒷간에서 볼일 볼 때라도 요긴하게 쓰던가. (제 할 일을 하는데)
산, 분명 남다른 사람이구나..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런 노인을 바라보는데.
S#4. 산중일각. 밤
오정호, 산 일각에서 몸을 숨긴 채 어딘가를 은밀히 주시하고 있는데.. 그런 오정호의 시선에 멀리 보이는 김귀주와 최석주의 모습. 두 사람 무언가 은밀하게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오정호, 이들을 보다가 이내 긴장한 얼굴로 주변을 살피며 움직인다.
S#5. 궐. 화완처소. 밤
화완과 정후겸이 있고 오정호가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화완 (놀란다) 정말 김귀주 영감이 이판과 함께 있었단 말이냐?
오정호 예 마마.. 모든 것이 아뢴 그대로입니다.
화완 ...!...
정후겸 (오정호에게)이만 나가보거라.
오정호 예, 영감.
오정호, 밖으로 나가면.. 화완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어쩌지 못하는 기색이 역력한데..
화완 이판까지 나선 일을 나한테 숨기다니! 내가 이런 꼴을 당하고도 가만있을 줄 아느냐? 마마께서 나를 잘못 봐도 한참 잘못 보셨구나.
정후겸 그래서 어찌하실 작정이십니까? 만약 이 일을 걸고 넘어진다면 우리가 김 귀주 영감의 뒤를 캔 것이 드러나지 않습니까?
화완 ...!...
정후겸 흥분을 해서 될 일이 아닙니다. 차근차근, 생각을 해야 합니다. 어머니.
화완 그래서 대체 어찌하자는 것이냐?
정후겸 저한테 시간을 좀 주십시오. 허면 제가 이 일을 어머니께 유리한 방향으 로 돌려놓겠습니다.
화완 ...!...
정후겸 허니 우선은 마음을 가라앉히시고 어떤 내색도 하지 마십시오. 특히 중전 마마 앞에선 더욱 조심하셔야 합니다. 제 말을 아시겠습니까?
화완 ...!...
정후겸 (의미심장하게 보는데)
S#6. 궐. 일각. 밤
혜빈, 이상궁을 거느리고 궐 일각에서 상념에 잠겨 있는데, 그때 한쪽에서 박상궁, 동궁전 내관과 오던 산, 그런 혜빈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 눈빛이 흔들린다.
산 어마마마!
혜빈, 부르는 소리에 놀라 돌아본다.
혜빈 세손...!
산 어마마마! 밤바람이 찬데 어찌 밖에 나와 계십니까?
혜빈 잠이 오질 않아 잠깐 나왔습니다. 헌데 세손은 예까지 어인 일입니까?
산 아직 침소에 드시지 않았단 말씀을 듣고 걱정이 되어 들렸습니다.
혜빈 (놀라서)...정정이라니요? 그렇잖아도 마음이 신산할텐데(하고)미안합니다,. 세손. 내 공연히 침소를 나서 세손한테 심려만 끼쳤어요.
산 ..어마마마 어찌 어마마마께서 소자에게 그리 말씀을 하십니까?
늘 어마마마의 심려를 끼치는 못난 자식은 제가 아닙니까?
혜빈 (...!..)못난 자식이라니요? 그것이 무슨 말입니까? 세손 당치 않아요.
세손 때문에 세손이 있어서 이날 이태껏 살아온 에밉니다. 못난 건 세손 이 아니라 이 에미지요. 어떤 고초를 겪고 있는 지 다 알면서도 아무 도 움도, 의지도 되지 못하는 이 에미가 못난 사람이에요.
산 ...어마마마!
혜빈 (산의 손을 잡으며)하지만, 세손 염치없게도 이 에민 그래도 세손이 견뎌 주기를 버텨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울지 알면서 도 그래도.. 이겨내셔야 한다는 말 밖엔...(흐린다)
산 예...예....꼭 그리하겠습니다 어마마마
다신 이런 나약한 모습, 보여드리지 않을 것입니다. 어마마마께서 지나오 신 세월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소자이옵니다. 소자 그 마음에 같은 아 픔을 두 번 드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혜빈 세손!
산 .....
산, 안심시키려는 듯 따뜻하고 밝은 미소를 지으며 혜빈을 보고, 혜빈, 그런 산을 보며 눈물이 어린다.
S#7. 동. 일각. 낮
다모들, 모두 송연이 가르쳐 준 대로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송연, 그 옆에서 붓 쥐는 법등을 교정해주는데...
미수 시비는 열심이고, 세모는 벌써 싫증이 난다.
그때, 눈치를 살피던 초비. 송연에게
초비 ...잠깐 나 좀 볼래? 밖에서.
송연 지금요?
초비 응
송연 (무슨 일이지...?)
S#8. 동. 일각. 낮
초비, 부끄러운 얼굴로 몸을 베베 꼬고 있는데 송연이 나온다.
송연 왜요 언니.
초비 응.. 다른 게 아니라(품에서 그림을 한 장 꺼내며)이것 좀 봐줄래?
송연, 초비가 준 그림을 보면, 남자의 얼굴을 그린 초상화다. 엉성한 솜씨.
초비 (기대감 어려)어때, 잘 그린 것 같아?
송연 (당황)예?
초비 말해봐. 그 분이랑 좀 닮은 거 같니?
송연 (그 사람이라니.. 그림을 다시 본다.. 아.. 그러고 보니)아.. 예.. 조금.. 닮 은 거 같아요.
초비 (반색)정말? 아우, 다행이다. 난 또 실물보다 좀 못한 거 같아서 걱정했는 데..
송연 (뭐냐..하는 표정으로 보는데)
초비 그럼, 니가 이거, 그 분한테 좀 전해줄래?
송연 예? 제가요?
초비 왜, 싫으니?
송연 아니.. 싫다기 보다 그렇잖아요. 주실 거면 언니가 직접 하시지 왜 이걸 제가..
초비 (정색OL)너, 날 못 도와주겠단 이유가 뭐야? 솔직히 말해. 너두 그 사람 한테 마음 있는거 아냐?
송연 (당황)예에?
초비 이왕 이렇게 된 거, 까놓고 말하자 우리. 난 그 사람 좋아해.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내 남자로 만들 거야. 그러니까 너도 같은 생각이라면 여기서 아예 담판을 짓자구!
송연 ...어...언니...?
초비 (결연한 얼굴로 보는데)
송연 무슨 말씀이세요? 전 아니에요. 제가 그럴 리가 없잖아요?
초비 (절박) 진심이니? 그 말, 믿어도 되는 거지?
송연 그럼요
초비 (다시 반색)알았어. (손에 쥐어주며)자, 진심이라면 가서 전해줘. 이달 그 믐 유시에 광통교 앞에서 보자구. 알았지?
송연 ...예...?
초비 고마워, 너만 믿을게, 나 간다!
초비, 신나는 얼굴로 휙.. 가는데.. 난처한 송연, 어쩌면 좋은가.. 싶은데
그때 한쪽에서 미수가 온다.
미수 송연아. 여기서 뭐해? 한참 찾았잖아.
송연 어...?
보면, 미수 의아한 얼굴로 와서.. 송연이 쥐고 있는 그림을 보며.
미수 뭐야 이거.. 초상화네 (보면서)누구지...? 이천 나린가..?
송연 그지? 그런 거 같지?
미수 응, 딱 이천나린데. 초비가 그린 거야? 아니, 쟨 이천 나린 왜 그렸대 갑 자기.
송연 (휴... 난처한 얼굴로 보는데)
미수 참, 너 얼른 가봐라. 박별제 나으리가 찾으셔.
송연 그래...?
S#9. 주막. 마당. 낮
주막 평상에 손님들이 있고 달호가 음식을 나르며 분주하게 일을 하고 있다. 이제 마치 제 주막인양 싶은데.. 이때 주막 마당으로 들어오는 이천.
이천 어이.. 달호. 나 왔네.
달호 오셨습니까?
이천 어떻게 됐나?
달호 아..내가 누굽니까? 당연히 알아봤죠. 잠깐만 기다리십쇼.
이때 막선이 나오면..
달호 어이..나 좀 나갔다 올게.
막선 어딜요?
달호 어허.. 어디라면 자네가 아는가? 갔다 온다면 갔다 오는 줄 알 것이지.
막선 ...예.. 그럼 다녀오세요.
달호 자.. 가시죠.
이천 (그런 달호가 마냥 부럽고)자넨 정말...!! 대단한 위인일세. 어찌 여자를 이 토록 완벽하게 사로잡을 수 있는 건지? 이건 뭐.. 완전히 지 집에다 주인 행세를 하고 있질 않는가?
달호 (우쭐)그거야 뭐.
S#10. 저자거리. 낮
달호와 이천이 걸어가는데.
이천 어디까지 가는 겐가?
달호 글쎄 가보면 안다니까요.
달호 이천을 골목길로 끌고 가다가 어느 기방 앞에 이르는데..
달호 여깁니다요.
이천 ...여...여긴 기방이 아닌가? 난 기방 드나들 처지가 못 되네.
달호 어허 걱정도 팔자지. 누가 나으리 더러 돈 내랄까봐 그러십니까?
자, 들어가시죠.
달호.. 호기있게 기방 대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이천.. 눈치를 살피며 달호를 따라 들어가고.
S#11. 기방 마당.
달호와 이천이 기방 마당으로 들어가고
달호 (마당을 오가는 집사를 보고)매향이.. 어딨나? 박달호가 왔다고 전하게.
집사 알았슈.
이천.. 두리번 거리면서 기방을 살피는데.. 기생들이 여기 저기 오가는 모습들.
이천..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기생들을 본다.
달호 이집이 도성에서 알아주는 기방이지요. 저 기생들 좀 보십쇼.
사내라면 홀짝 넘어가게들 생겼지요.
이천 (입맛을 다시며)..그...그렇구만.
집사 따라오슈.
한쪽에서 집사가 나와서 따라오라고 하면 달호와 이천이 따라가는데..
S#12. 매향의 방
매향의 방에.. 이천과 달호가 앉아있는데..
이천 매향이가 누군가?
달호 여기..도기요.
이천 도기? 그게 뭔데?
달호 어허! 나으리 평생 기방 한번 안다녀 보셨구만! 도기란 행수기생. 그러니 까 기생들의(엄지손가락을 내밀며)이거죠.
이천 (고개를 끄덕이며)...도기?
달호 ...예에
이때... 매향이 방으로 들어온다.
매향 오셨수?
달호 어...일전에 내가 말한 나으리를 모시고 왔네.
매향이 자리에 앉으면..
달호 이분이 도화서 최고의 화원인 이천 나으릴세. 솔거라 불리시는 천재 화원 이시지.
매향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매향입니다.
달호 (매향을 보고)자네가 말씀드리게.
매향 우리 기방에 있는 기생년들 그림을 좀 그려 주세요. 도화서 화원 나으리 가 그려 주신다면 우리 애들이 무척이나 좋아할 거예요.
이천 ...(눈만 꿈뻑)
매향 (밖을 향해)금홍아. 얘들 들어오라고 해.
잠시 후 예닐곱명의 기생들이 우르르 방안으로 들어오는데
매향 인사 여쭙거라. 이분이 너희들 그림을 그려줄 도화서 화원 나으리시다.
기생들.. 이천에게 인사들 하는데.. 이천.. 기생들의 인사를 받으며 안절부절하는데..
매향 누구부터 그릴래?
금홍 ..저부터 그릴래요.
소향 아녜요! 나부터 그릴래요
매향 넌 안돼! 금홍이부터 그려야 되!
소향 (쌜쭉한다)
매향 (이천에게)이 아이가 금홍입니다. 우리 기방에서 최고로 잘나가는 아입니 다.
금홍이.. 눈웃음을 치며...이천에게 인사를 하는데..이천.. 뻑이 간다.
금홍 나으리. 뭐하나 여쭤 봐도 됩니까?
이천 ...그..그러게.
금혹 ..혹.. 나신도 그려 줍니까?
이천 ..나신? 나신이라 함은?
금홍 벗은 몸말입니다. 젊은 제 몸뚱아리를 그려서 한 장 갖고 싶어서요.
이천 (당황하는데)..그...그게..
매향 망할년.. 민망하시게 못하는 소리가 없구나.
기생들.. 웃는데.. 이천.. 안절부절하고..
S#13. 기방 앞.
이천과 달호가 기방에서 나오는데 이천 뭐에 홀린 듯 멍한 얼굴인데..
달호 어떻습니까? 맘에 드십니까? 나으리
이천 (덥석 달호의 손을 잡고)이보게 달호. 고맙네 고마워. 이거야 말로..내가 꿈꾸던 걸세.
이천 절대 과장이 아닌.. 진심으로 고마운데..
이천 우왁스런 마누라한테 당할 때 마다 난 춘화를 그리며 위안을 받았지. 근 데 그건 상상만 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이건 현실이니 정말 믿을 수가 없네 고맙네 정말 고마워.
달호 어쨌거나 나으리 재주가 부럽습니다. 이게 다 재주가 있으니 가능한 일 아닙니까?
이천과 달호가 골목길을 빠져 나가는데. 이때 한쪽으로 똥장군을 지고 가는 홍국영이 보이고 달호 그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란다.
달호 아니.. 저 양반이..
이천 왜 아는 사람인가?
달호 예.. 얼마전까지..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사헌부 지평자리에 있던 양반 입니다. 근데 똥장군을 지고 가다니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그래.
S#14. 달호의 집. 방안. 낮
대수, 달호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달호의 이야기를 전해들은 대수, 경악한다.
대수 뭐...? 홍국영 나리가 똥지게를 지고 있었다구?
달호 어, 그렇다니까!
대수 말두 안돼. 그 양반이 그런일을 왜 해?
달호 글쎄, 그래서 나두 눈을 씻고 몇 번을 봤다. 근데 영락없는 홍국영 나리 야. 그 나리가 천인들이랑 같이 기방에서 똥을 푸고 있더라구, 세상에.
대수 ...!...
달호 아니, 아무리 관직에서 밀려났대두 그렇지 양반이 그렇게 먹구 살 일이 없나?
대수 (기가 막히고 속이 상하다)대체 어쩔려구 그러시는 거야? 집까지 덜컥 이 사 해버리구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지더니 겨우..그런 거나 하려구 이러셨 단 말이야?!
달호 (쩝...눈치를 살피고)
대수 (속이 상하는 얼굴)
S#15. 도화서 마당. 낮
초비, 미수, 세모, 시비 잔뜩 긴장한 얼굴로 서 있다. 보면, 한쪽에 곽상궁이 있다.
그때, 송연 유지를 들고 도화서 안으로 들어오고, 미수가 얼른 다가온다.
미수 (작게)너 대체 어딜 갔었어? 얼마나 찾았는데..
송연 어?
미수 큰일 났어 화완옹주마마 처소에서 널 찾아왔어.
송연, 의아한 얼굴로 본다. 그때, 한쪽에 있던 곽상궁이 온다.
곽상궁 니가 도화서 다모인, 성송연이냐?
송연 (긴장한 얼굴)예.
곽상궁 옹주마마께서 널 찾으신다. 따라오너라.
송연 ...!....
S#16. 궐 일각. 낮
곽상궁, 앞서 가고, 송연, 그 뒤를 긴장된 얼굴로 따라간다.
S#17. 궐 일각. 낮
효의, 김상궁 나인들을 이끌고 가고 있다.
효의 문득 어딘가를 보고 멈춰선다. 놀라는 효의의 얼굴.
김상궁, 왜 그러나 싶어 효의의 시선이 머무는 곳을 보면, 저만치 송연이 곽상궁을 따라 가고 있다.
효의 저 아이는 송연이가 아니냐?
김상궁 그런 듯하옵니다(눈이 동그래지며)헌데 마마..함께 가는 상궁은 화완옹주 처소의 상궁이 아니옵니까?
효의 ...!!..
효의, 당혹스러운 얼굴로 가는 송연을 보고, 김상궁 기막혀 어쩔 줄을 모른다.
S#18. 호완의 처소. 낮
화완, 앉아 있고, 송연, 곽상궁, 서 있다.
화완 (곽상궁에게)잠시 나가 있거라.
곽상궁 '예, 마마'하고 나가고 송연, 떨리는 얼굴로 고개를 숙인 채 서있다.
화완, 묘한 미소를 띤 채 송연을 본다.
화완 니가 도화서를 뒤집어 놓았다는 송연이란 아이냐?
송연 (자신을 어찌 아는 것인가, 놀라 보고)예에?
호완 네가 그 아이가 맞느냐 물었다.
송연 (그제야 얼른 조아리며)예, 마마..,.
화완 그리 긴장할 거 없다. 앉거라!
송연, 긴장한 얼굴로 화완을 보고, 화완, 여유있는 시선으로 그런 송연을 본다.
S#19. 궐 일각. 낮
김상궁, 한나인 있다.
김상궁 (놀라)정말 화완옹주의 처소로 들어가더란 말이냐?
한나인 예, 마마님..
김상궁 애썼다, 가보거라..
나인, 가면.. 김상궁, 한쪽으로 급히 움직인다.
S#20. 화완의 처소. 낮
화완 (흥미롭다는 듯 미소를 띠며)니가 아주 유명하더구나. 도화서에 유례없는 풍파를 일으켰다고 소문이 자자해.
송연 ....
화완 화사경합에서 이겨 화원수업까지 받는다니... 귀한 재주를 가졌구나.
송연 망극하옵니다.
화완 난 니가 맘에 든다. 여자라고 화원이 될 수 없다는 건 남자들의 고루하고 편협한 편견이지. 하여...내가 널 도와줄까 싶은데..
송연 (무슨 뜻인가. 놀라 본다)
화완 제 아무리 화원 수업을 받는다 하나 화원이 되는 길이 쉽지만은 않을 것 이다. 더욱이 모든 화원의 꿈인 어진 화사는 어디 가당키나 하겠느냐?
허나, 내 처소에 들다 보면 예조에 줄이 닿을 수 있고, 내가 천거해 줄 수 도 있는 일이니 네게는 분명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송연 (떨린다)하오나 마마! 소인, 재주가 미천하고 배움이 짧아 마마께 괜한 누 가 될 것이옵니다.
화완 염려 말거라! 내 처소라 들도록 해라! 알겠느냐?
송연 (어쩔 수 없이)예, 마마.
화완 그만 나가 보거라.
송연, 자리에게 일어나는데, 그때 밖에서 '마마 정승지께서 들어계시옵니다' 하는 소리 들린다.
화완 들라해라..
정후겸, 들어오는데 송연을 보고 놀라 멈칫한다.
송연, 역시 종후겸을 보고 놀라고, 송연, 예를 갖추고 나가고, 정후겸 놀란 얼굴로 자리에 앉는다.
정후겸 어찌 된 일입니까? 어머니
화완 내 저 아이와 세손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 직접 알아보겠다 하지 않았느 냐?
정후겸 그래서 어찌 하실 작정이시옵니까?
화완 그건 내게 맡겨두거라. 그보다 니 일은 어찌 되었느냐?
정후겸 좌승지 영감이 군기시에 손을 쓰고 있었습니다.
화완 (당혹)군기시라면!
정후겸 이번 나례희에 쓰일 불꽃놀이의 화약을 만드는 곳이지요.
화완 ...!...
정후겸 모두가 모인 그 자리에서 세손을 암살하려는 것이 분명합니다.
화완 중전이 좌승지, 이판과 손잡고 이 일을 성사시키기라도 하면 우리는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다. 우리를 떨궈 내려는 속셈인 게야!
정후겸 심려 마십시오, 제가 절대 그리 되게 두지는 않을 것입니다.
S#21. 궐 일각. 낮
효의 있고 김상궁, 자리에 앉는다.
효의 그 아이가 정말 화완옹주의 처소로 들어갔단 말이냐?
김상궁 예 마마! 정말 생각할수록 괘씸하고 요망한 계집이옵니다. 일전에 마마께 서 정승지를 아냐고 물으셨을 때 모른다고 그리 딱 잡아떼더니..
보십시오, 화완옹주 처소에 드나들지 않습니까? 그 계집이 마마께 거짓을 고한 것입니다.
효의 (차마 믿어지지가 않는다)대체 왜 그랬을까?
김상궁 (답답하다)제가 누누이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 계집이 분명히 수상하 다구요. 저할 음해하는 자들의 끄나풀인지도 모른다구요.
그 계집은 저하의 동무가 아니라 화완옹주가 심어둔 첩자가 분명합니다.
효의 (착잡하다)
김상궁 마마! 이참에 싹을 잘라내야 합니다. 더는 사정을 두셔서는 아니 됩니다. 그대로 두었다간 그 계집이 큰 사단이 될 것입니다.
효의, 뒤에 세워진 병풍을 본다. 송연이 가져온 그림을 보는데, 착잡해지고.
S#23 궐. 동궁전. 낮
산, 남사초 채재공과 있다. 채제공, 산의 앞으로 노인의 서책들을 내미는데..
산 ...어떠십니까? 대감.
채제공 말씀대로 과연, 놀라운 식견을 갖춘 저술이었습니다. 투박하고 거친 논리 들이 있긴 했지만 그 박학다식함에 저도 보면서 내내 감탄을 했습니다.
산 대감께서도 그리 보셨다니 기쁩니다. 제가 초야에서 훌륭한 스승을 만난 것 같습니다.
채제공 허나, 분명 경계하실 점도 있습니다 저하.
산 (보면)
채제공 신분제를 부정하고, 왕실의 존엄을 비판하는 것은 그냥 두어서는 안 될 위험한 생각이 아니겠습니까?
산 물론 저도 그리 생각합니다. 허나, 사상만으로 사람을 처벌할 수는 없습니 다. 사람의 사고란 자유롭게 펼쳐지도록 두어야 하는 것입니다.
전, 어떤 사상이 진정 옳은 것이라면 자연히 사람들의 뜻을 얻게 될 것이 고 만약 그것이 혹세무민하는 그릇된 것이라면 언젠가 자연히 힘을 잃고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허니, 누구가의 생각을 단죄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 아니겠습니까?
채제공 (일 리가 있다. 끄덕이고)
남사초 .....
산 (미소, 그러다가) 참, 내 자네한테 물을 것이 있었는데
남사초 예, 저하.
산 혹, 홍지평이 어찌 지내는지 알고 있는가?
남사초 (좀 어두워진다)....
실은, 홍지평이 인편에 어음을 보내와 알아봤더니 살던 집을 다 팔고 그 돈을 다시 돌려보낸 것이었습니다.
산 집을 팔다니, 허면 홍지평은 지금 어디에 있다는 것인가?
남사초 그것이.. 말도 없이 종적을 감추어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다 합니다.
산 ...!...
착잡해지는 산. 홍국영의 소식에 마음 한켠이 어두어지고..
S#24. 마을 일각. 낮
똥지게를 지는 천인들이 모여 있는 움막 같은 곳.
사람들 한 곳에 모여 지게를 놓고 쉬고 있거나 하는데..
보면, 강석기, 서장보 그 앞에서 있고,, 대수 한쪽에서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는데..
서장보 (코를 움켜쥐고)거, 냄새 한번 고약하구만..
강석기 (피식)사람, 요란하구는...
그때, 대수가 이들한테로 온다.
대수 오늘은 관아 쪽으로 가셔서 언제 돌아오실지 모른답니다.
강석기 그래?
대수 대신 사시는 곳을 알아왔습니다. 그리로 가보죠.
서장보 얼른 가자고! 더는 못 있겠네...
서장보, 얼른 움직이고 그런 서장보를 보며 피식 웃는 강석기와 대수.
S#25. 홍국영의 집. 낮
홍국영의 초가. 다 쓰러져가는 허름한 집이다. 보면, 마당에 들어서 있는 대수와 서장보, 강석기. 기막힌 얼굴들...
서장보 정말 홍지평 나리께서 사시는 집이 여기란 말인가?
대수 ....!....
강석기 (당혹스럽긴 마찬가지)아무리 그래도 명색이 사대부 지평 나으리께서 이 찌 이런데서...
대수, 속상한 얼굴로 돌아보는데...
S#26. 동. 방안. 낮
대수, 방안으로 들어온다. 좁은 방, 잔뜩 어지럽게 널려져 있는데..
서장보와 강석기도 옆으로 와 그 방을 보고..
서장보 세상에.. 똥지게를 진다더니 아주 똥통에 빠져 사시는구만.
대수 .....
대수, 속상하다. 묵묵한 얼굴로 안으로 들어가 어지럽혀진 방안을 정리하기 시작하는데...
S#27. 동. 마당. 낮
상민 옷 차림의 홍국영, 지친 얼굴. 그러나 밝은 표정으로 수건으로 옷을 탈탈 털면서 들어서는데.. 그러다 멈칫 보는 홍국영. 보면, 마당.. 줄에 빨래가 널려있고 마당이 깔끔하게 치워져 있는데.. 홍국영, 이게 뭔가 보는데.. 그때, 부엌에서 설거지를 담은 대야를 들고 나오던 대수, 홍국영을 발견하고
대수 나으리?!
홍국영 니가 여긴 웬일이냐?
대수 (대야 내려 놓으며) 웬일이긴요! 나리 잡으러 왔죠!
홍국영 ....?!....
대수 (방 안을 향해)좌시직나리, 우부수나리! 나와보십쇼. 홍지평 나으리께서 돌아오셨습니다.
하면, 그 소리 방문을 열고 나오는 강석기와 서장보.
역시 팔다리를 걷어 부치고, 손엔 걸레와 빗자루를 들고 있는데..
서장보 나으리?!
강석기 나으리..
홍국영 (반갑다)자네들...! 뭔가, 대체 어떻게 된 게야.. 다들 내 사는 집을 어찌 알고...
대수 (울컥해서)..어찌 알긴요! 그럼 영영 숨어 지낼 작정이셨습니까? 어떻게 저한테까지 이러실 수가 있으세요? 진짜루 다신 안 보실 작정이셨냐구요?
강석기 ...그만하게 이 사람.. 아 설마 정말 그러실 생각이셨겠는가?
대수 그런 게 아니면, 대체 이게 뭐냐구요?
홍국영 허허.. 그놈 참 이놈아 누가 보면 내가 바람나서 집나간 니 여편넨 줄 알 겠다!
대수 나으리..! 전 속이 터져 죽겠는데... 지금 그런 농이 나오십니까?
홍국영 (껄껄 웃는다. 고맙고, 반가운 마음...)
S#28. 기방 외경. 밤
S#29. 기방. 안. 밤
홍국영, 대수, 강석기, 서장보가 있다. 한상 딱 벌어진 술상이 차려져 있는데..
홍국영 자네들이 무슨 돈이 있다고 여길 온 건가?
서장보 걱정마십시오. 사대부 선비님들한텐 비싸게 받아도 우리같은 중인놈들한 텐 싸게 줍니다.
홍국영 내.. 의금부 나장들이나.. 대전별감 중에 기방에서 기둥서방을 하는 자들 이 있다는 소린 들었네만 자네들도 그런 겐가?
서장보 (씩 웃으며) 기둥서방은 아무나 하는 줄 아십니까? 우리 같은 건 택도 없 습니다. (대수를 보고)대수야.. 넌.. 되갰다. 내가 소개 시켜 주랴?
대수 나으리 참. 됐습니다요.
다들 유쾌하게 웃는데...
홍국영 아무튼, 고맙네. 자네들이 치워준 덕분에 우리에서 자는 돼지 신세를 면했 어..
대수 그나저나, 언제까지 이러고 사실 겁니까? 나으리.
홍국영 이러고 사는 게 뭐 어때서 그런가?
대수 (답답) 나으리!
홍국영 내 몸을 움직여 가장 천한 일을 하다보니 배우는 거이 많네. 이렇게 똥지 게를 져보니 권세란 것이 바로 이 똥 같다는 것도 알게 되고 말일세.
서장보 예에? 권세가 똥같다구요?
홍국영 (끄덕인다)추잡하고 드럽고 고약한 냄새나는 것이지.
다들 ...!...
대수 그럼 앞으로 어쩌실 거란 말씀이십니까? 권세고 뭐고 다 싫으니 평생 이렇게 똥지게만 지실거란 말이세요?
홍국영 (짐짓) 이 사람, 돌았는가?
이 홍국영이가 권세를 멀리하면 무슨 낙으로 세상을 살라고.. 똥도 잘 쓰 면 쓰임이 많네. 여기저기 거름도 되고 알고 보니, 그것이 화약을 만드는 염초의 재료도 된다는 구만. 드럽고 추잡해도 난 똥 같은 권세가 좋네.
이놈의 권세에 잘못 빠지지 않도록 경계를 해야겠지.다들 ...!!....
홍국영 어떤가? 이게 바로 내가 똥냄샐 맡으며 배운 개똥철학이라네..
하면서 홍국영, 술을 마시고 넉살좋게 웃어젖히는데..
그런 홍국영을 보며 안도하는 표정으로 보는 이들.
대수 ...근데 나으리, 저하의 안부는 안 물으십니까?
홍국영 (멈칫, 그러다가)내가 그럴 자격이 있겠는가?
대수 ....
강석기 저하께선, 이제 성심을 추스르셨습니다 나으리. 어젠 저희를 불러내셔서 도성에 미행을 나서셨습니다.
홍국영 (...!...)그래? 다행이군.. 그럴 줄 알았네.. 저하께선 오래진 않아 털고 일어 나실 줄 알았어...
대수 예, 근데 한 가지 걱정이 있습니다.
다들 (보면)
대수 제가 어제 불길한 얘길 들어서요. 뭐,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도 있는 일이 지만 그동안, 저하를 노린 암살기도가 여러 번 있었던 지라 아무래도 맘 이 편칠 않습니다.
홍국영 그게 무슨 소린가? 대체 무슨 말을 들었다는 게야?
대수 (휴...)
다들 (뭔가.. 긴장 어려 보는데)
S#30. 동. 일각. 밤
홍국영이 대수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대수 나으리께선 어찌 생각하십니까?
홍국영 (심각) 꼭 그 노인의 말이 아니더라도 주의하고 경계해야 할 때긴 하다. 저들은 당긴 고삐를 늦추려 하지 않을게다. 허니, 뜻한 대로 폐 세손이 여 의치 않다면.. 암살기도도 서슴치 않겠지..
허나, 지금으로썬 그것이 어디서 어떻게 시작될지 가늠조차 할 수가 없구 나.
대수 ...!....
홍국영, 착잡한 얼굴인데... 그때 한쪽에서 소란스러운 소리.
기녀들과 행수기녀 매향이 우르르 몰려나온다.
보면, 김귀주가 중년의 양반 하나와 기방으로 들어서는 모습이 보이는데.. 김귀주의 팔에 매달리는 기녀들과 호탕하게 웃어젖히며 '예조판서대감이시다. 귀한 분이니 잘 뫼셔라' 하며 이야기 하는데.. 가만, 굳어지는 얼굴로 그런 김귀주를 보는 홍국영.
대수 (무슨 일이냐) 아시는 분입니까 나으리?
홍국영 그래! 날 물었던 미친개다.
대수 예? 미친개요?
하는데, 홍국영 뚜벅뚜벅 김귀주를 향해 가서는.
홍국영 그간 강령하셨습니까? 영감.
김귀주 (기생들을 보고 하하, 웃다가 멈칫 본다. 누구지..? 하는 표정)
홍국영 (씨익 웃으며)소인을 몰라보시겠습니까?
김귀지 (그제서야..아..!)아니.. 니놈은..
홍국영 예. 바로 영감께서 어루만져 주셨던, 홍국영입니다.
김귀주 (...!!...)
홍국영 마침 잘되었습니다. 영감께 꼭 드릴 말씀이 있었는데 이리 뵙게 되어 다 행이지 뭡니까?
김귀주 (냉소)그래? 니놈이 내게 할 말이 있다고...?
홍국영 (담담하게)예, 영감. 실은, 제가 나으리께서 베풀어주신 광영을 잊지 못하 고 밤낮으로 성심을 다해 그 은혤 갚을 날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허니, 언제라도 길을 가다 똥통에 빠지시거든 그것이 제가 준비한 선물인 줄 알아주십시오.
김귀주 (이게 무슨 소린가..)...뭐?
김귀주, 당혹스러운데.. 홍국영 그런 김귀주를 보고 담담하게 예를 표하고 돌아선다.
김귀주 (당혹)저...저 발칙한 놈이 대체 뭐라는 게야? 엉!
홍국영, 대수한테로 오면.
대수 나으리..?
홍국영 두고 보거라. 내 언젠가 복날이 되면 저 미친개를 두드려 잡아 된장을 발 라 버릴테니..
대수 ...??...예에...?
홍국영 (눈빛을 빛낸다)
S#31. 정순왕후 처소 앞. 낮
강상궁이 나인들과 있는데 화완이 곽상궁을 대동하고 온다.
화완 (강상궁에게)중전마마께선 안에 계시느냐?
강상궁 예, 마마
화완 내가 왔다고, 아뢰거라.
강상궁 예...
화완 (매서운 눈빛으로 보는데)
S#32. 동 안. 낮
정순이 있고 그 앞으로 화완이 있다. 정순 자애로운 미소를 띠고 있는데 보면 화완, 역시 앞씬과는 다른 밝고 화사한 미소로 정순을 본다.
화완 오늘은 다행이 제가 때를 잘 맞추었나봅니다. 그간, 올 때마다 누군가를 만나고 계시어 걸음을 돌리곤 했지 뭡니까?
정순 (미소)미안하오 옹주. 평양에서 오라비가 돌아와 자주 불러 이런저런 담소 를 나누다 보니 그리 되었소.
화완 아닙니다 마마..오랜만에 오누이께서 만나셨으니 나누실 말씀이 많으셨겠 지요..(하고) 헌데, 좌승지 영감께선 어인 일로 도성에 돌아오셨는지요?
정순 별일 아니오. 그저 내가 마음이 적적하여 올라오시라 청한 것이예요.
화완 (....!...)...그러하십니까?
정순 (미소)
화완 하온데 마마, 실은 긴히 드릴 말씀이 있어 이리 찾아뵈었습니다.
정순 예, 말씀하세요.
화완 세손이 대리청정에서 물러났으니 이제 다음을 준비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정순 ...!...
화완 제가 보기엔 세손을 몰아내기에 지금보다 더 좋은 때는 없습니다.
허니, 마마께서 윤허하신다면 제가 나서 세손을 폐위시키고 조정을 장악 할 방도를 찾아보겠습니다..(하는데)
정순 (ol)아닙니다.
화완 ...!...
정순 아직은 주상전하의 성심이 어지러운 때고 우리도 준비가 덜 되어 있습니 다. 조급히 움직였단 자칫 화를 당할 수 있으니 좀 더 시간을 두고 생각 해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화완 (...!!...)그래요? 정녕 그리 생각하십니까? 마마.
정순 옹주의 뜻을 모르는 것은 아니나 곧 궐 안에 나례희도 있으니 이 일은 그 후에 논의해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허니 지금은 내 뜻에 따라주세요.
화완 예, 그리하겠습니다. 마마의 뜻이 그러하시다면 저야 늘.. 그 뜻에 따라야 지요...
화완, 눈빛을 빛내며.. 그러나 입가에 미소는 잃지 않고.
정순 역시 그런 화완을 보며 자애로운 미소를 띄고 있지만 뭔가 살피듯 화완을 보는 표정인데...
S#33. 동 앞. 낮
화완, 나온다. 분노에 찬 얼굴로 성큼성큼 계단을 내려와 곽상궁에게 '가자'하고 걸음을 옮기려는데, 그때 저만치서 최석주가 온다.
최석주 옹주마마.
화완 (차가운 눈빛, 그러나 미소 머금고)뭐가 그리 분주하신지 요즘 통 뵙기가 어렵습니다 대감...
최석주 이조에 인사 문제로 시끄러운 일이 있어 좀 그렇습니다..
화완 그래요...?
화완, 냉소가 어린다. 이내..
화완 (곽상궁에게) 헌데 이게 무슨 냄새냐?
곽상궁 예...?
화완 어디서 코를 찌르는 매캐한 냄새가 나는 듯한데..
최완주 (멈칫)
곽상궁 소인은 잘 모르겠습니다 마마.
화완 그래요? 참 이상한 일이군요.. 어디선가 냄새가 나는데 아무도 불을 피우 진 않았다니 말이에요.
최석주 (무슨 뜻인가...!)
화완 (미소)중전마마를 뵈러 오신 듯한데, 이만 들어가보시지요..
하고 화완, 미소를 거두고 나면.. 그런 화완을 돌아보는 최석주.
S#34. 정순처소. 낮
정순이 보면, 최석주가 들어와 자리에 앉는다.
정순 그래요? 옹주가 이판이 적조한 걸 가지고 트집을 잡았단 말입니까?
최석주 지금쯤이면 무슨 말이든 있어야 할텐데 너무 조용한 것에 의혹을 가지고 계신 듯합니다.
정순 (굳어지는)허나, 제가 당부한 것을 잊진 않으셨겠지요. 이 일 만큼은 옹주 한테 함구해야 합니다.
최석주 헌데 마마. 어째서 옹주마마와 정승지를 이번 일에서 제외시키려 하시는 지요?
정순 옹주는 기껏해야 영리한 여우 밖엔 안되는 그릇입니다.
허나 내 밑에서 발톱과 이빨이 좀 자랐다고 자신이 범인 줄 착각을 하고 있지요.
최석주 ...!...
정순 옹주는 내심 자신이 나와 다를 바 없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이젠 나아가, 나보다 우월하다는 착각에 빠질 것이구요. 그리되면... 옹주는 이 나라 왕 조를 갈아서라도 권력을 움켜쥐려 들 것입니다.
최석주 (당혹)예? 왕조를 갈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정순 이판! 옹주가 정승지를 양자로 들여 그처럼 공을 들여 키운 까닭을 정녕 모르시겠습니까?
최석주 마마! 그 말씀은...!
정순 아직은 내 옆에 필요하니 참고 두는 것입니다. 허나, 지금부턴 서서히 옹 주와 정승지의 손발을 묶어두어야 합니다. 아시겠습니까?
최석주 ...!!....
정순 .......
S#35. 화완처소. 낮
화완, 매서운 눈빛을 빛내며 생각에 잠겨 있는 모습.
S#36. 궐안 일각. 낮
김귀주와 노론대신 두어 명이 모여서 무언가 은밀하게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이때 홍인한이 다가간다. 홍인한이 다가가면.. 얘기를 나누던 김귀주와 대신들이 말을 끊는데..
홍인한 무슨 말씀들을 그리 은밀히 나누십니까?
김귀주 (퉁명스럽게)별거 아니오. 자.. 그럼.. 또 봅시다.
김귀주와 노론 대신들이 한쪽으로 갈려고 하면
홍인한 이보시오. 좌승지!!
김귀주 (돌아본다)
홍인한 어찌 나한테 이러실 수 있는거요? 왜들 날 따돌리냔 말이오!!
김귀주 (픽 냉소를 띠고)애들도 아니고.. 이 무슨!! 왜 그런지 궁금하시면 가슴에 손을 얹고 곰곰이 잘 생각해보시오!!
김귀작 돌아서는 노론대신들과 가는데.. 참담해지는 홍인한의 얼굴.
이때 한쪽에서 오는 홍봉한.
홍봉한 자네 안색이 왜 그런가?
홍인한 아..아닙니다.
홍봉한 자네 겨를이 있으면 나하고 동궁전에 좀 가세.
홍인한 동궁전엔 왜요?
홍봉한 저하께서 크게 상심하고 게실 것이니 위로라도 해드려야지.
홍인한 전 됐습니다. 형님이 가보세요.
홍인한 착잡한 얼굴로 한쪽으로 가면..
홍봉한 어허...저 사람이..
S#37. 도성 일각. 낮
산, 남사초, 대수가 말을 타고 천천히 가고 있다.
저만치 그리 크지 않은 논밭이 보인다.
남사초 저하! 저곳이 왕실에서 관리하는 적전(자막:왕이 직접 농사짓는 논)이옵니 다.
산, 보는 표정.
S#38. 동 일각. 낮
적전 앞에서 산, 남사초, 대수 전농사(자막:적전을 관리하는 관청)관원이 있다.
산 어떤가? 가능하겠는가?
관원 (난처한 얼굴)그것이 뭐라 말씀드리기가 어렵습니다. 밭에 파종은 이랑(둔 덕)에만 하는 것이지 고랑(이랑 사이 패인 곳)에만 해본 적이 없습니다.
고랑은 그저 물이 빠지는 길일 뿐이 온지라..
남사초 허면, 어렵다는 얘긴가?
관원 더욱이 이런 날씨에는 아무리 보리라도 심어본 적이 없어 어찌 될지..(흐 린다)
산 (책 한권을 내민다)우선 이 서책을 보게. 여기에는 분명 고랑에 심는 것이 오히려 추위나 바람을 잘 견뎌 소설 전후에 심어도 자란다고 되어 있네. 일단 한번 시도해 보게.
관원 (책을 받아들고)예, 저하 하명하신대로 한 번 해보겠습니다.
산 ....
S#39. 궐. 영조 집무실. 낮
영조, 채제공, 대전에 있다. 채제공, 보고를 하고 있다.
채제공 의금부에서는 압슬형(무릎을 돌로 누르는 고신)의 폐지가 주처되었고, 형 벌을 남용한 경원 감사와 원산 유수의 파직이 간언되었습니다.
영조 가납할 것이니 처결토록 하라!
채제공 예, 전하
영조 (가만, 그러다)..세손은 어찌하고 있느냐? 듣자하니 요즘 궐 밖 출입이 잦 다하던데.
채제공 (망설이다가) 대리청정의 하교가 거둬지신 후 성심에 느끼신 바가 크신 듯하옵니다. 하여, 스스로 백성의 삶을 가까이 하고자 매일 미행에 나서시 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영조 (가만, 그러다가)...아둔한 놈. 소를 잃고 나서 이제야 외양간을 고치고 있 구나.
채제공 ....!...
영조 ...그래, 허나 그리하다 보면 다음 번 소는 잃지 않고 잘 키울 수도 있겠 지..
채제공 ....!....
영조 (의중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생각에 잠기고)
S#40. 노인의 집 마당. 낮
대수가 서 있다. 안을 슬몃 돌아보는데, 그때 안에서 들리는 노인의 호통소리.
노인 이런, 우리질 놈을 봤나?
헉, 놀라는 대수. 기함한다.
대수 뭐? 저하께.. 우...우라질 놈....?
S#41. 동. 마당. 낮
보면 산, 마당 평상에서 큰 대나무 통에 손잡이이 달린 물건을 놓고(일종의 오늘날의 펌프 같은 것입니다)어쩔 줄 몰라하고, 노인.. 화난 얼굴로 그 통을 이리저리 살피며 보고 있는데..
산 미안하오. 내 어떤 원리로 이것이 땅속의 물을 퍼낸다는 것인지 그것이 궁금해서 살펴본다는 것이 그만..
노인 아, 궁금하면 물으면 될 것이지 이걸 만지긴 왜 만져?
산 (눈치본다)...많이 망가졌소?
노인 망가졌으면, 고쳐놓기라도 할테냐?
산 (눈 반짝)한번 줘 보시오. 내 어디 해볼테니.
노인 됐다. 다행이 대충 손보면 될 것 같으니(하고)그러게 이만 가라니까 왜 자 꾸 얼씬거려서 사고를 쳐...
산 (그래도 굴하지 않고) 헌데, 그 기구를 시험해 볼 전답은 있소? 없으면 내 가 가져가서 살펴보는 건 어떻겠소.
노인 ...가진 땅은 있구?
산 (머뭇거리다가)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땅이 조금 있소.
노인 (끌끌)그럼 그렇지.. 하는 일 없이 빌어먹는 한량 티가 나더라니까..
산 (미소 짓고는)어떻소? 이 빌어먹는 한량한테 한번 맡겨주겠소?
노인 (흠.. 망설이는 얼굴이고)
산 (눈빛 반짝이며 보는데)
S#42. 도화서. 외경. 낮
S#43. 동. 소화실. 낮
미수, 초비, 세모, 시비, 다모들 모여 있다.
초비, 명경을 보며 단장 중이다.
시비 (의아하다) 언니.. 오늘 어디 가요?
세모 그러게..아까부터 계속 면경만 보구.. 무슨 일 있어?
초비 (새침하게) 니들은 알거 없어(하면서 화장을 고친다)
시비 (초비가 쓰는 정분이 아깝다)그치만, 그 정분은 제껀데...
초비, 신경도 안 쓰고 막 찍어 바르고, 그때 미수가 안으로 들어온다.
미수 박별제 나으리께서 모두 대화실로 모이래.
초비 대화실엔 왜?
미수 그믐에 있을 나례희 때문인 거 같애. 궐에 나례도감이 만들어졌으니 도화서 에서도 들어가야되잖아.
그 말에 반색이 되는 다모들.
세모 맞다, 곧 나례희가 있지?
시비 좋겠어요. 언니들은 궐에 들어가서 그 좋은 구경두 하구.. 정말 대단하다 면서요? 큰 연회에, 폭죽놀이에...!
미수 (초비한테)초비 너 뭐해? 지금 가야한다니니까?
초비 (면경 덮으며, 샐쭉) 귀찮아 죽겠네 정말. 나례희가 뭐라구!
다들 (대체 왜 저러지...하는 표정)
S#44. 동. 대화실. 낮
강두치, 탁지수, 이천 등 화원과 송연, 초비, 미수, 세모 시비 다보들 모여 있다.
다들 설레는 얼굴로 웅성거린다. 그때, 박영문이 들어온다.
화원들과 다모들 예를 갖춘다.
박영문 모두 알고 있겠지만, 닷새 뒷면 궐에서 나례희가 열릴 것이다. 하여 궐에 나례도감이 설치되니 강별제, 탁사용, 이사용.. 자네들이 차질 없이 준비 토록 하게.. 다모들은 초비 네가 알아서 뽑도록 하고..
강두치, 탁사용, 이천, 초비 '예, 나으리'한다. 화원들과 다모들, 흩어진다.
초비 (박영문에게)헌데, 나으리 입궐이 언젭니까?
박영문 오늘 술시다.
초비 (확 굳어진다)예? 오...오늘이요?
박영문 왜 그러느냐?
초비 아닙니다, 나으리..
초비, 이럴 수가.. 충격에 어쩔 줄 모르는 얼굴이다. 다모들 초비가 왜 그러나 싶어 보는데..
S#45. 도화서 소화실. 낮
초비, 송연을 한쪽으로 끌고 와서는.
송연 왜요, 언니 무슨 일인데요?
초비 너, 그 그림 전했니?
송연 (당혹)...예...?
초비 내가 그린 초상화랑, 오늘 유시에 광통교에서 보잔 말 전했냐구?
송연 (아차, 싶다)아.... 그거요?
초비 뭐야? 안했어? 야! 너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송연 (휴)...죄송해요. 할께요.
초비 너, 똑바루 해. 꼭 전하라구 알겠니?
술시에 들어가야 하니까 늦지 말구 꼭 오시라구 해. 꼭!꼭!꼭!
송연 ...네...
초비 (눈빛을 번뜩이며)뭐해! 어서 가지 않구!
송연 (완전 난처한데)
초비, 가고 송연 난감한 얼굴인데..
S#46. 거리일각. 밤
강석기, 서장보, 대수가 뒤에서 산을 호위하는 가운데.. 말을 탄 이들이 가고 있다.
그러다 대수,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강석기한테 와서.
대수 전 잠시 그 노인 집에 갔다 오겠습니다. 바로 따라갈테니 걱정마세요.
강석기 알겠네. 서두르게.
대수 예...(하고 말고삐 당겨 간다)
S#47. 노인의 집. 방안. 밤
대수, 노인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노인 (황당하다는 듯)뭐..? 느이 주인한테 욕 좀 하지 말라구?
대수 (제발..)예. 어르신 제가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그분은요.. 어르신께서 그렇 게 함부로 이놈, 저놈 할 분이 아니세요.
노인 나원, 별 시덥잖은 놈을 다 보겠네. 그 말을 하자고 니 주인 몰래 찾아왔 단 말이냐?
대수 아니요.. 그게 다는 아니구요. 실은 한가지 더 여쭐 것이 있어서요.
노인 (보면)
대수 저번에 저희..저.. 아니, 나으리를 처음 보셨을 때 목숨이 위험하다고 조심 하라고 하셨잖아요?
노인 ...!!...
대수 ...우리 저.. 아니 나으리께선 마음에 담지 말라고 하시지만 전 그것 때문 에 요즘 밤에 잠두 안온다구요
노인 (가만, 보다가)
대수 어르신이 정말 용하신 게 맞나요? 그냥 돌팔이 점쟁이인데 대충 둘러대신 거라면 그렇다고 말씀해 주세요. 제가 진짜 화 안낼게요.
노인 이놈이.. 어디서 누구한테 돌팔이라는 게야?
대수 ...!...
노인 (심각해진다)니놈이 그렇게 주인에 대한 마음이 극진하다면 앞으로 밤잠 아니라, 낮잠도 자지 말고 살펴야 할게다. 내 분명 니 주인을 처음 보았을 때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불구덩이에서 아우성치는 비명소리 를 들었으니까. 그리고, 그 일이 멀지 않다. 아주 가까이에 왔어..
대수 예에...?
노인 (의미심장하게 보고)
대수 (살 떨리는 두려움을 느끼는데)
S#48. 홍국영의 집. 방안. 밤
대수와 홍국영, 심각하다.
대수 어쩌면 좋습니까? 나으리. 아무리 점쟁이라고 그런 허무맹랑한 소릴 믿어 야하는 건지 어쩐건지..
홍국영 ...나도 무당이나 점을 믿진 않지만 그렇다고 저들의 충고를 살펴서 나쁠 건 없다(하고) 분명,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자리라 했느냐?
대수 예. 그리고 불구덩이 어쩌구 그런 말도 했습니다요. 대체 뭔지 감도 잡을 수가 없습니다. 그 말 그대로라면 궐에서 불이라도 난다는 소린데. 당최 미친놈이 아니라면 궐 안에서 그런 짓을 벌인단 말입니까?
홍국영, 가만 생각에 잠기다가.
홍국영 가만...!
대수 (뭔가, 보는데)
홍국영 (혼잣말)그래, 미친놈이라면, 당연히 미친 짓을 벌이겠지..
대수 예...?
하는데, 그런 홍국영의 위로 기방에서 예조판서와 함께 들어오던 김귀주의 모습이 떠오르는데.
홍국영 대수야. 지금 당장 궐로 돌아가 예조판서 이건태가 최근 맡은 일이 무엇 인지 알아보거라.
대수 예조판서요?
홍국영 그래. 분명 그 자가 최근에 맡은 중책이 있을 것이다. 그것을 살펴보고 곧 내게 알려다오. 그리고, 강석기 서장보 두 친구한테 승지 정후겸과 좌승지 김귀주를 살펴보라고 전하거라. 알겠느냐?
대수 (긴장)예, 나으리. 이르신 대로 하겠습니다.
홍국영 (심각하게 굳어지는 얼굴)
S#49. 거리일각. 밤
이천이 사뭇 심각한 얼굴로 걸어오고 있다. 깊은 생각에 잠긴 채, 오가는 사람과 부딪히는데..
이천 어이쿠, 죄송합니다.
사람, 쯧.. 흘기고 가면.. 이천, 휴.. 한숨을 내쉬며 품에서 초비의 초상화를 꺼내본다.
이천 이 일을 어쩌면 좋은가?
S#50. 광통교 일각. 밤
초비, 완전 들뜨고 설렌 얼굴로 있다. 이리저리 둘러보며 새침한 표정, 이쁜 표정을 잔뜩 짓고 있는 초비.
초비 (혼잣말 중얼중얼)...오늘 참, 달빛이 곱죠? (대수 흉내) 네, 꼭 초비낭자의 반작이는 눈동자만큼요.. (이번엔 자기차례)...아이 참, 제가 달빛보다 더 고운게 아니라요?
초비, 그러고 있는데.. 그때 등 뒤에서.
이천 미안하다, 초비야. 내가 좀 늦었지?
초비 (왔구나, 반색이 되어 돌아보는)어머, 오셨어...
하고 초비 보면, 얼라? 이게 누구야.. 이천이다.
초비 나으리....?
이천 (난감한 표정으로 씨익)
초비 (뚱하게)..여긴 웬일이세요? 궐에 갈 차비 안하세요?
이천 (휴..)웬일은.. 얘.. 니가 불러서 왔잖니?
초비 (무슨 말)예?
초비, 전혀 못 알아듣겠는데.. 이천, 그런 초비를 사뭇 안타가운 얼굴로 보다가..
이천, 그런 초비의 어깨를 잡으며.
이천 초비야. 이 불쌍한 것아... 어쩌다 나 같은 사낼 마음에 품은 것이냐?
초비 (엥...? 이건 또 뭔소리...?)
이천 초비야, 난 안된다. 우린 안된다. 니 마음은 정말 고맙다만 니가 날 연모 하는 마음을 끊지 않으면 넌 죽는다 나도 죽는다.
우리 마누라의 솥뚜껑만한 손에 맞아 죽을 거라구!
초비 아니, 나으리! 그게 지금 무슨 말씀..(하는데)
이천 이 바보야! 넌 아직 어려서 모른다. 지금은 사랑에 목숨도 걸 수 있을 것 같지만 그건, 다 부질없는 짓이야...!!
초비 (뭐야...무섭기까지 하다..!!) 나으리...?
저한테 정말 왜 이러세요? 네?
이천, 초비의 손에 그림을 쥐어주며.
이천 내 모습을 그림으로 그리며 니 마음이 얼마나 애틋했겠느냐?
하지만 난 받을 수 없다. 니가 싫어서가 아니다. 널 살리려 이러는 것이 야.
하고 이천, 비장하게 초비를 한번 와락 안아주고는 그대로 성큼성큼 돌아서 가는데..
초비, 완전히 황당한 얼굴. 기막힌 얼굴로 손에 든 제 초상화를 본다.
초비 뭐야... 송연이 그게.. 이 그림을, 이천나리한테 전한 거야?
초비, 기가 막히다.
초비 뭐야? 미쳤어? 눈이 삐었어? 이게 어딜 봐서 이천이야! 이건 박대수잖아! 박대수...!!
S#51. 궐 전경. 낮
나례희를 준비하는 궐 안 풍경.
1.일각
나례희에 필요한 물품들을 납입하는 수레가 쉴 새 없이 궁궐로 들어가고..
2.동 일각. 연희패들이 연습중이다.
3. 편전 앞.
곳곳에 차일이 쳐지고, 상들 준비된다. 금군들 경계를 강화하는 모습 등이 비춰지고.
4.궐 후원.
군기시 관원들이 나와 불꽃놀이 때 쓰일 하늘로 쏘아 올릴 폭약을 매단 불화살대, 거북 모양을 향, 장식물(거북 입에서 불이 나와 연기와 불꽃을 쏟아낸다고 함)등을 준비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땅을 파 폭약을 심을 준비를 하는데..
보면 한쪽에서 그 모습을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보다가 돌아서는 김귀주.
S#52. 동. 궐 안 도화서 외경. 낮
화원들 다모들의 수종을 받으며 방상씨(귀신 잡는 귀신),처용, 십이지신의 그림 등을 분주히 그림을 그리고 있다.
박영문 우리가 그린 이 그림들은 액막이를 위해 궐 곳곳에 붙여지는 것은 물론 행사에 참석한 왕족들과 외국 사신들에게 하례품으로 나눠질 것이네.
허니, 조금 힘들더라도.. 나흘 안에 이 백장을 모두 그려내야 할 것야.
강별제 (놀라)이백장이나요? 예년엔 백장이면 되는 일이 아니었습니까?
그걸 그 안에 어찌 그려냅니까?
탁지수 맞습니다, 나으리. 저희 화원들로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박영문 주어진 소임이니 어찌하겠는가? 내 방도를 찾고 있으니, 우선은 서두르게.
S#54. 동 회의실. 낮
박영문, 송연과 있다. 박영문, 송연에게 유지(기름 종이)를 내민다.
송연 (놀라)이것이 무엇입니까?
박영문 유지라는 종이인데, 얇고 광택이 있어 밑그림이 비치는 것은 물론 그 위 에 선을 그리면 댄 종이에 선이 스미는 성질을 갖고 있다.
송연 하온데, 이것을 어찌..
박영문 이번 나례희에 쓰일 그림의 밑선을 다모들이 맡아줘야 겠다.
송연 예에?
박영문 화원들이 본 그림은 그려 줄 것이니, 다모들이 그 위에 유지(기름종이)를 대고 목탄으로 그어 밑선을 만들도록 해라!
송연 (걱정)하오나, 나으리. 나례희에 쓰일 그림이 아닙니까?
도감이나 예조에서 안다면 괜한 분란이 생길 것입니다.
박영문 그것은 내가 해결 할 것이니 염려말거라. 그리고 이것은, 내가 다모들에게 주는 기회이기도 하다...
송연 ...!!...
박영문 (미소 지으며 보고)
S#55. 궐 일각. 낮
산, 남사초, 걸어간다.
남사초 오늘도 궐 밖에서 암햄을 나가십니까?
산 유시를 지나면 나설 생각이네. 적전에 써보라 이른 새로운 기구가 쓸모가 있는 지 직접 가 살펴봐야지..
남사초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요즘 저할 뵈면, 용안에 화색이 도십니다..
산 ...내가..? 그런가...?
남사초 예...
산 (피식, 웃고는)아마도 대리청정을 그만두었기 때문일 걸세.
내가 물러나니, 잡아먹을 듯 달려들던 중신들도 잠잠해지지 않았나.
이젠 나한테 흥미를 잃은 듯 해. 저대로 두면 자연스레 폐 세손이 되겠지, 그리 생각하는 게지
남사초 (당혹)저하 무슨 말씀을 그리하십니까?
산 (미소)걱정 말게. 저들의 무관심이 다행이란 뜻이니까.
이렇듯 내 마음껏 다녀도 누구하나 뭐라 하는 자가 없지 않은가?
남사초 ....!....
산 이 기회에 더 많이 눈에 담고 더 많이 귀 기울여 들을 것이네. 궐 담에 쌓인 채 백성들의 마음을 가늠하려 했던 내가 어리석었어.
남사초 ....저하!
그때, 저만치 후원에서 재인들이 연습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이는데..
남사초 나례희 때문에 궐에도 오랜만에 활기가 넘칩니다.
산 (미소 짓는데)
산, 그들의 모습을 잠시 보다가 이내 발길을 돌려 가려한다. 그러다, 멀리 유지를 잔뜩 들고 가는 송연을 발견한다.
산, 송연을 보고 놀란다.
산 ...자네 먼저 동궁전으로 가게. 곧 뒤따라가겠네.
남사초 예... 저하.
송연, 그릇을 들고 가고 있는데..그때 뒤에서 산이 송연을 부른다.
산 송연아!
송연 (멈칫, 놀라 본다)저하!
산 (미소)...
송연 ...!....
S#56. 궐 일각. 낮
산, 송연 있다.
산 나례희 때문에 궐에 온 게로구나.
송연 예 저하!
산 그래도 이따금 이런 일이 있어 널 보게 되니.. 다행이다.
송연 ...!...
산 헌데, 가져왔던 것은 무엇이냐?
송연 유지입니다. 저하. 다모들한테 여기에 나례희에 쓸 밑그림을 그려보라는 하명이 내려져서요.
산 그래?
송연 예, 저하.
산 그것 참 잘된 일이로구나!
송연 (미소 짓는데)
산 (가만, 그러다가)대수를 통해 내게 보낸 그림을 보았다. 알고 있느냐?
니가 그렇게 혼쭐을 낸 덕에 내가 아주 정신이 바짝 들었단다.
송연 예에?
산 힘없고 어린 다모들도 이리 애쓰고 있는데 저하는 대체 뭘 하시는 거냐?
개유와에서 처 박혀 이 무슨 한심한 짓이냐?
나한테 그런 뜻으로 보낸 그림이 아니었느냐?
송연 (당혹)아, 아닙니다 저하! 제가 어찌 감히.
전 다만 저하께 감사한 마음을 전하려고...(하는데)
산 (하하, 웃는다)넌 여전하구나! 내가 하는 농은 하나두 알아듣질 못해..
송연 (붉어진다)예...?
산 세손이 이리 나쁜 것이야! 가장 가까운 동무와도 농을 주고 받기가 어려 우니 말이야.
송연 저하!
산 너는 내가 가장 아끼는 동무다 송연아! 허니 나와 있을 땐, 너도 날 그리 편하게 대해다오. 난 니가 나한테도 편하게 장난을 걸어주면 좋겠어!
산 ....!... 저하
산 (미소)그래도 너와 대수가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이 답답한 궐 에서 너흴 만나면 내가 비로소 숨을 쉬고 있다는 생각이 드니 말이야.
송연 ...저하!
산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송연을 바라보는데)
S#57. 홍국영의 초가집 마당. 낮
홍국영이 마당을 서성거리며 상념에 잠겨 있는데.. 이때 마당으로 들어서는 대수.
대수 나으리!
홍국영 알아봤느냐?
대수 예... 예조판서 이건태 대감은 내일 있을 나례희에 총책임을 맡고 있다 했 습니다.
홍국영 나례희?
대수 예.. 지금 나례희 준비 때문에 궐 안이 난리법석입니다. 우리 익위사들도 정신이 없구요.
홍국영 ...나례희라...
대수 전 이번이 첨인데 나례희에선 불꽃놀이도 한다면서요?
홍국영 (순간 홍국영의 얼굴이 굳어지는데)....?
S#58. 궐 일각. 낮
김귀주, 관원 하나와 서 있다. 관원, 김귀주에게 작은 주머니 두 개를 내민다.
꺼내 보면 둘 다 흑색화약이 들어있다.
김귀주 어떻게 다른가?
관원 예. 이것은 불꽃놀이에 쓰이는 화약입니다. 염초의 비율이 적어 화력이 약 하기 때문에 이런 폭죽에나 쓰이는 것이지요.
김귀주 (다른 주머니 보이며)허면, 이것이 무기로 쓰이는 화약인가?
관원 예, 영감. 이건, 염초의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극히 소량으로도 큰 폭 발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김귀주 알겠네.(주머니를 챙기며)이건 나한테 주고 자넨 그만 물러가보게.
관원 예...
하고, 관원 돌아서 가면.. 김귀주, 의미심장한 눈빛을 빛내며 화약이 담긴 주머니를 내려다 보고..
이때 김귀주 앞으로 오는 산.
산 여기서 혼자 뭐하는 것이오?
김귀주 (당황하는데)...저하...
산 (김귀주가 들고 있는 화약 주머니를 보고)그건 뭐요?
김귀주 ...이건...
김귀주의 당황하는 눈빛.. 그런 김귀주를 바라보는 산의 시선에서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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