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 3
<이산 3부>
S#1. 거리일각 (낮) - 2부 엔딩에 이어서
당혹스러움과 노여움으로 미간이 떨려오는 영조.
제 눈 앞에 거지꼴로 서 있는 세손의 모습을 믿을 수도 용납할 수도 없는데.
그 때 산이 그런 영조의 앞으로 무릎을 꿇는다.
산 ...용서해주시오소서! 전하
소인이 감히 징을 쳐 어가를 세우는 불충을 저질렀나이다!
영조 왜 네가...왜 네가 여기에 있느냐.
산 전하!!
영조 왜 네가, 그런 꼴로 이 곳에 있느냐고 물었다.
산 ...도...도망을 쳤습니다.
영조 ...뭐라...?
산 전하를 뵙기 위해 안국동에 가던 중 도망을 쳐 이 곳에 왔습니다.
영조 ...!!!...(헉)
영조, 가마를 잡은 손이 떨려온다.
홍봉한, 이제는 다 틀렸구나 절망감이 어려오고.
곁에서 지켜보는 송연과 대수, 떨리는 얼굴로 바라보는데
산 소인, 오늘의 불충으로 죽어도 좋사오나
부디 지극한 제 아비의 충심만은 다시 살펴주시오소서 전하!
영조 ...!...
산 아바마마께서 전하라 하신 그림이 있습니다.
제발 한 번만...한 번만 그것을 살펴주시오소서 전하!
영조 ...네 아비가 전하라 했다니...그게 무슨 말이냐?
네가 언제 네 아비를...(하다가 멈칫한다)
산 ...!......
영조 ...설마...설마 네가
산 ...어젯밤...시민당에서 뵈었습니다.
영조 ...!!...
홍봉한 (안된다) 저하...!!
산 (각오한 바다)
영조 사실이냐? 시민당을 범한 것이 정녕 너였더냐?
산 : 소인을 벌하신다면 달게 받을 것이옵니다. 허나, 그 전에 한 번만 그림을 보아주시오소서. 제발 이것을 보시고 아바마말...살려주시오소서!!
영조의 눈빛이 형형하게 빛난다.
영조 (낮은 쇳소리로) 세손을 끌어내 포박하라!
산 (충격) 전하...!
송연, 대수 놀라고
영조 뭣들 하느냐, 어서 끌어내라니까!
홍봉한 전하! 아직 어린 세손입니다. 부디 자비를 베푸시어...(하는데)
영조 (OL) 좌상은...좌상은 물러서라지 않았더냐!
산 (너무한다) 전하! ... 아바마마가 죽어가고 계십니다!
영조 ...!...
산 뒤주에 갇혀 뼈만 앙상해지셨습니다! 고통으로 숨조차 쉬지 못하셨습니 다!
영조 ...!...
산 소잔, 알고 있습니다. 아바마마께서 소잘 걱정하시듯 할바마마께서도 그러 하지 않으십니까?
...아버지시니까요...할바마마도, 제 아비의 아버지시니까 요!!
영조 ...!...
산 그러실 것을 알기에...아비는...원망조차 하지 않으셨습니다.
영조 ...!...
산 그러니 살려주십시오 할바마마. 제발...제 아비를 용서해주십시오.
영조 ...!...
산 (눈물이 그렁해져서 보는데)
영조 ...그럴 수는 없다. 나는 누구의 아비가 아니다.
나는 이 나라의 임금이다...
산 ...!!...
영조 (금군에게) 이 아이를 포박해 의금부로 압송하라...
그 곳에서 대역죄로 다스릴 것이다.
산 ...!!...
영조의 어명에 금군과 백관들, 황망하게 머리를 조아리며
모두 전하! 전하!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영조 (담담하게) 오냐, 너희들이 못하겠다면 내가 하마.
산 ...!...할바마마...
영조, 표정없이 건조한 얼굴로 가마에서 성큼성큼 내려와 산에게로 온다.
그리고 팔을 잡아 일으켜 세우려는데,
영조 일어나라.
산 할바마마...
바로 그 때, 한 쪽에서 전하! 전하! 하는 외침과 함께 파발마가 달려온다.
영조, 멈칫 그 곳을 돌아보는데 파발마에 탄 의금부 도사, 사색이 된 얼굴로 말에서 내려 무릎을 꿇는다.
도사 전하...세자저하께오서...
영조 ...!...
도사 ...세자저하께오서...돌아가셨사옵니다.
영조 ...!!...
산 ...!!...
순간, 산의 팔목을 잡은 영조의 손에서 스륵, 힘이 빠진다.
무슨 말을 들은 것인가. 그대로 멍해지는 어린 산.
순간, 둘러선 모든 이들에게도 무겁고 서늘한 침묵이 감도는데!
산 ...그게...무슨 말이냐... 돌아가시다니...아바마마께서...돌아가셨다니?
도사 ...망극...하옵니다...저하...
산 ...!!!...
영조 ...언제...더냐?
사령 ...조금 전...신시를 조금 넘겨...
영조 (순간 공허해지는 눈빛) ...!!...
산 그럴 리 없다...! 아바마마께서 돌아가시다니...그럴 리 없어...
산, 그대로 털썩 주저앉아 도리질친다. 산, 망연한 얼굴로 손에 쥔 그림을 내려다보는데. 이럴 수는 없다...이럴 수는 없다...
산 : 아바마마...아바마마...
착잡한 표정으로 그런 산을 보는 영조.
영조, 공허한 시선으로 산을 보다가 돌아서 그대로 가마에 오르는데
홍봉한 (어찌하면 좋은가) 전...하......
영조 ...오늘 세손의 일은 불문에 붙이도록 하라.
홍봉한 ...!...
영조 ...제 아비가...저 아일 살리는구나...
홍봉한 ...!...
영조 (잠시...그러다가) 대궐로 가자
영조의 명에 어가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산, 멀어지는 어가를 멍하니 바라보는데
S#2. 영조의 어가 (낮)
움직이는 어가, 앞만 보며 앉아있는 영조의 모습
이내 붉게 충혈되는 영조의 눈동자로 언뜻, 눈물같은 것이 비치는 듯 한데.
S#3. 거리 일각 (낮)
멀어져가는 어가를 슬픈 눈으로 쫓는 산.
손에 쥔 그림을 내려다보는 산의 눈에 아픈 눈물이 차오기 시작하는데...그 위로
S#4. 몽타쥬
1 세손궁
- 산이 글씨연습을 할 수 있도록 글씨 교본을 만들어주는 사도세자.
산에게 건네주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데
2 궁궐 숲
- 산에게 활 쏘는 자세를 고쳐주는 사도세자.
아버지와 함께 쏜 화살이 과녁에 꽂히자 좋아하는 산
3 궁궐후원
-후원에서 연을 날리는 산. 그런 산을 그리는 사도세자의 뒷모습.
강아지를 잡아 아버지에게 뛰어가는 산의 모습이 보여지는데
S#5. 거리일각 (낮)
산이 쥐고 있는 그림 위로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산 ...소자가 서경을 다 배우면...상을 준다 하지 않으셨습니까? 소자한테...격 구도 가르쳐준다 하지 않으셨습니까?
...아직...아바마마께 활을 잡는 법도 다 배우지 못했는데...
후원에서 키우는 강아지 이름도...지어준다 하셨는데...
...그랬는데...그랬는데......
산, 그림을 움켜쥐며 오열한다.
산 아니되옵니다! 아바마마!! 이렇게 소자를 두고 가시면 아니되옵니다
아니되옵니다...아니되옵니다 아바마마아!!!
산, 고통스럽게 오열하기 시작한다.
그 때, 그 모습을 보던 송연과 대수, 달려와 산을 부둥켜 안는데.
송연 저하...
대수 (엉엉 운다) 울지 마세요!! 울지 마세요 저하.
산 ...나 때문이다... 내가 아바마말 죽게 했어...내가 그랬어...
송연 아니에요...아니에요 저하...
산 ...아아아...아바마마아...아바마마아...
그렇게 끝내 아비를 잃고 통한의 서러운 눈물을 쏟아내는 산.
그리고 그런 산을 두고 점점 멀어지는 영조의 어가. ...거리에 남겨진 세 아이...
피처럼 붉은 노을 아래 울리는 어린 산의 슬픈 오열은 심장을 에일 듯 아프고 저리게 느껴지는데 카메라 그 모습에서 점점 멀어지며...암전된다.
S#5 도성 전경
넓게 펼쳐지는 한양 도성의 모습.
S#6. 도성일각 (낮)
여느 때와 다름없는 바쁘고 평온한 일상이 펼쳐지는
도성 안의 풍경이 비춰지고
S#7. 청계천변 일각 (낮)
개천 근처 공터에서 격구놀이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
그 옆으로 대수가 대,여섯 명의 아이들을 둘러 세워놓고 막대기로 땅바닥에 그림까지 그려가며 한껏 거만한 얼굴로 제 무용담을 떠벌리고 있는데
대수 그 때 의금부 나졸이 달려들어서 시민당에 같이 간게 누구냐 주리를 틀고 시뻘건 인두루 내 궁둥이를 막, 지지는 거야.
아이들 (헉, 무섭다)
대수 그치만 내가 누구냐. 천하의 박대수가 그깟 일에 입을 나불댈 수 있어?
죽어두 난 모른다구 버텼지!
아이1 에이 인두루 지지는데? 그럼 어디 엉덩이 좀 봐봐.
대수 (당황) 어...?
아이1 정말 그랬으믄 자국이 있을 거 아냐?
대수 그...그건...(하다가) 이 자식이 근데 누구한테 궁둥이를 까라는 거야?
야, 너 까불지 마라 어?! 난 세손저하의 동무야. 저하께서 대수야,
넌 이제 나의 둘도 없는 동무다, 하셨다구!
아이1 (움찔)
대수 그러니까 니들 앞으로 조심해.
세손께서 왕이 되시믄, 난 동무니까 그 다음이 되는 거랴구.
아이2 그럼...영의정이 되는 거야?
대수 영의정...? (흠...뭐 그럴 수도) 그래, 영의정!
아이들, 우와, 하고 대수 한 껏 으쓱해지는데 그 때
아이3 (소리)치. 영의정같은 소리하구 있네.
대수, 뭐야, 하는 얼굴로 돌아보면 옆에서 격구를 하던 아이들이 키들거리고 있는데
아이3 세손이 왕이 되긴 무슨 수로 왕이 되냐. 좀 있음 폐위되서 사약을 받을 거라던데.
대수 ...뭐어?
아이4 맞아, 그럴 거래. 태구네 아부지가 액정서 별감이잖아.
벌써 세손한테 사약으로 내릴 부자탕까지 다 만들었대.
대수 ...!!...
대수, 놀라고 아이들 술렁거리는데
대수 (당황) 우...웃기지마. 임금님께선 세손저할 다 용서하셨어.
그래서 금군들이 나두 풀어준 거란 말야.
아이3 너나 웃기지마. 우리 아버지가 그러는데 세손은 궐에두 못돌아가구 사가 에서 죽을 거랬어.
대수 ...!...
아이3 그르니까 니가 정말 세손저하의 동무라믄 너두 홍살문에 끌려가서 끽, 하 고 목이 잘릴걸?
대수 (흠칫 놀란다)
아이3, 득의만만한 표정으로 대수를 골리고 대수는 놀라 겁을 먹는데
S#8. 오정남의 집 앞 (낮)
장태성과 송연이 서 있다. 장태성, 걱정 가득한 얼굴이고 송연도 잔뜩 주눅이 들어있는데 그 때, 한 쪽에서 오정남이 온다.
장태성 행수 어른.
송연 (본다)
오정남, 장태성과 송연을 보고는 불쾌하다는 듯 헛기침을 하고는 안으로 들어가버린다.
장태성 행수어른
송연 ...!!...
S#9. 동. 방안 (낮)
오정남, 장태성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오정남 내가 생각시를 들인 것은 조정에 줄을 대기 위함이었네.
헌데, 세손을 돕다 궐에서 쫓겨나다니. 그게 어디 가당키나 한 일인가?
장태성 송구합니다. 나으리.
오정남 저 아이가 세손의 끄나풀이었다는 게 알려지면 나 또한 목숨을 내놔야 할 판이야.
장태성 하오나 세손께선 장차 보위에 오르실텐데 설마하니 그 일로 변을 당하시 겠습니까.
오정남 (끌끌) 이런 딱한 사람을 봤나. 사도세자를 죽게 한 노론대신들이 그 아들 이 살도록 내버려둘 것 같은가?
장태성 ...!...
오정남 지금, 세손이 나가 있는 안국동으로 어명이 내려졌네.
그것이 무엇이겠는가. 폐세손을 시킨다는 교지야!
S#10. 동 밖 (낮)
밖에서 듣고 있던 송연, 놀라 입을 막는다. 폐세손이라니!
송연 ...저...하...
S#11. 거리 일각 (낮)
영조의 교지를 전하는 승지와 내금위 군관, 병사들이 가고 있다.
무섭고 긴장된 얼굴들이다.
S#12. 홍봉한의 집 마당 (낮)
노복들과 상궁 나인들이 두려운 얼굴로 술렁이는 가운데 승지가 영조의 어명을 전하고 있다.
승지 혜빈 홍씨와 세손은 나와 주상전하의 어명을 받으시오!
문이 열리고 혜빈이 하얗게 굳은 얼굴로 나온다.
S#13. 동 뒷마당 (낮)
산이 뒷마당 한 편에 있는 개 집 앞에 앉아있다. 성견 한 마리가 밖의 소란에 놀랐는지 컹컹 짖으며 으르렁 거리는데 보면, 그 뒤로 새끼 강아지들이 낑낑대고 있다.
산 괜찮다! 저들은 네 새끼들을 해치러 온 것이 아니야.
산,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개의 목덜미를 쓰다듬어 준다.
산 미안하구나. 나 때문에 놀라게해서...
산, 안심시키려는 듯 개를 부드럽게 어루만져주는데. 그 떄 한 쪽에서 내시감이 헐레벌떡 달려온다.
내시감 저하! 궁에서 사람이...(하는데)
산 호들갑 떨지마라. 나도 알고 있다.
내시감 ...!...
산, 담담한 얼굴로 일어선다.
S#14. 동 방안 (낮)
산, 혜경궁과 마주 앉아있다. 침통하게 가라앉은 분위기
혜경궁 그저 입궁하라는 하명만 계셨습니다.
산 ......
혜경궁 지금으로선 어떤 것도 알 수가 없습니다. 세손을 용서해주시려는지...아니 면...(하다가) 그만 일어나 차비를 하세요.
들어오라 하셨으니 가서 전하를 뵈어야지요.
산 (가만, 그러다가) 가지 않겠습니다.
혜경궁 ...!...
산 할바마마께 용서를 구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어마마마가 바라시는대로 아 바마말 대신해 그 자리에 오르진 않을 것입니다.
저는 절대로...절대로 왕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혜경궁 ...!!...
산 ......
혜경궁, 깊은 상처로 원망이 서린 어린 아들을 가슴아프게 바라본다. 그러다가
혜경궁 나는...세손을...왕으로 만들려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살리려는 것 뿐입니 다...
산 ...!...
혜경궁 보위에 올라 어미의 가문을 지켜달란 말이 아닙니다. 임금이 되어 천하를 호령할 권세를 누리라는 것도 아닙니다... 왕이 되지 못하면...죽어야 합니 다! 모르시겠습니까? 그것이 세손의 운명입니다.
산 ...!...
혜경궁 ...나는...그 때... 세자께서 세손을 살리려고 눈을 감으셨다고 믿습니다.
산 ...!...
혜경궁 분명 그러셨을 것입니다. 그런 분이셨으니까요. 누구보다, 당신 자신보다 세손을 아끼셨으니까요. 이 어미를 미워하는 건 아무래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돌아가신 저하께선 세손이...반드시 살아주길 바라실 겁니다.
산 ...!...
혜경궁 허니, 그 마음을 아신다면 보위에 오르셔야 합니다. 아시겠습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왕이 되어 살아 남으셔야 합니다.
산 ...!!...
충격을 받은 산. 그런 산 위로
사도세자 (소리)......가야한다...산아. 넌, 살아야 해...
S#15. 회상. 휘령전
사도세자의 손을 잡고 있는 산.
사도세자 (소리) 괜찮으냐...너는 무사하더냐?
산 (목이 메인다) ...예...예...아바마마...
사도세자 (소리) : ...제발...너까지 잃을 순 없다. 그러니 어서 돌아가!
S#16. 홍봉한의 집 일각 (낮)
산, 자신을 염려하며 애태우던 아버지를 떠올리며 눈물을 떨구는데
산 : ...아바마마......아바마마......
S#17. 거리일각 (낮)
송연이 정신없이 뛰어온다. 송연, 지나가는 행인을 잡고
송연 여기 좌의정대감 댁이 어딘지 아세요?
하는데 그 때
대수 (소리) 송연아!
송연 (돌아본다) 대수야...
S#18. 거리일각 (낮)
혜경궁과 산이 탄 가마가 지나가고 있다.
S#19. 가마 안 (낮)
산이 착잡한 얼굴로 가마에 앉아있다. 산, 답답한 마음에 창문을 열어 밖을 보는데
보면, 연도에 늘어선 백성들의 모습. 산, 무심히 그들을 보다가 문득 멀리서 가마행렬을 쫓아오는 대수와 송연을 발견하는데..두 아이를 보고 놀라는 산.
산 ...송연아...대수야......
산, 고개를 돌려 안타깝게 아이들을 바라보는데
S#20. 거리일각 (낮)
행렬이 지나가면 흩어지는 사람들
하지만, 송연과 대수는 눈물이 그렁한 채 움직이지 못하는데
대수 (훌쩍) ...그만 가자 송연아...
송연, 차마 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얼굴로 겨우 몸을 돌리는데...
돌아서는 송연과 대수. 송연, 그러다 안타까운 얼굴로 돌아보는데
순간, 놀라는 송연.
송연 ...저...하!!!
대수, 송연의 말에 놀라 본다.
보면, 저만치 먼 곳에서 산이 이 곳을 향해 뛰어오는 것이 아닌가.
대수 (와락, 반갑다) 저하...!
산 (뛰어와) ...송연아!! 대수야!!
송연 ...!!.
대수 ...!!...
산 다행이다. 이렇게 너흴 보구 갈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괜찮으냐? 그 일로 상한 덴 없느냐?
송연 네에 괜찮아요. 저흰 아무렇지두 않아요 저하!
대수 저하는요? 아까, 무서운 얘길 들었어요. 궐루 가시면 큰 일을 당하실거라 구...
산 ...!...
대수 아니죠 저하? 다 거짓부렁이죠. 아무 일 없으신 거죠?
산 ...그래 내 걱정을 말거라. 아무 일도 없을 것이다.
산, 아이들을 안심시키려 애써 웃어보지만 송연과 대수는 그렇지 않음을 알고 있는데
산 ...이게...마지막이겠구나
송연 ...!...
대수 ....!!..
산 이대로 궐로 들어가면...다신 너흴 보지 못할테니... 처음으로 마음을 나눴 던 동무들이었다.
산, 저도 모르게 코끝이 찡해오는데
송연 저희가...갈게요 저하!!
산 ...!...
송연 저하께서 못나오시면 저희가 궁으로 갈게요.
산 ...!...
대수 그래요, 송연이랑 제가 갈게요 가서, 저희가 저할 지켜드릴게요...!
산 ...대...수야!!
송연 그러니까 저하! 꼭, 궁에서 기다려주세요.. 무슨 일이 있어두 갈테니까
저희가 갈 때까지...그 때까지 꼭...무사히 계셔주세요.
산 ...!!...
산, 송연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안다. 산, 한없이 고마운 마음으로 순수한 눈빛을 빛내는 두 아이들을 바라본다. 그러다가 아이들의 앞으로 새끼손가락을 내미는 산.
송연 ...!..
대수 ...!...
산 (미소 지으며) 그럼, 동무끼리 약속을 하자꾸나
송연 ...!..
대수 ...!...
송연과 대수, 눈물이 글썽해진 얼굴로 손을 내민다. 그렇게 또 한 번 약속을 하는 아이들.
산 동무와의 약속이니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져도 지키겠다.
너희가 올 때까지 살아 기다릴 것이니 너희도 나를...꼭, 만나러 와다오.
송연 (금새 눈물을 쏟을 것 같은 얼굴로 끄덕인다)
대수 (울먹) 이번엔 죽어두 지켜요! 암만 주리를 틀어두...고추를 떼두...꼭 지킬 거에요...!
산 ...!...
산, 눈물이 그렁해진 눈으로 아이들을 바라보며 웃는다.
그렇게 함께 손가락을 건 채 기약없는 이별을 하는 세아이들의 모습.
S#21. 궐 전경 (밤)
S#22. 동 영조의 집무실 (밤)
영조와 혜경궁, 산이 있다. 무겁게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절을 올리는 혜경궁과 산. 그런 두 사람을 담담한 시선으로 보는 영조.
영조 앉거라
혜경궁과 산, 자리에 앉는다.
영조 (혜경궁에게) 사가에서 지내는 것이 수고로웠던 게로구나. 낮빛이 안좋다.
혜경궁 (당황) 망극하옵니다, 전하. 성상의 자애로운 보살핌으로 무탈히 지냈사옵 니다. 저희 모자...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것만도 전하의 하해와 같은 성은 이옵니다.
산 ...!...
영조 그래? 정말 그리 생각하고 있었더나?
허면, 세손을 어떠하냐? 네 생각도 에미와 같으냐?
산 ...!!...
영조, 산을 바라보는데, 산, 갈등이 어리는 얼굴로 대답하지 않는다.
혜경궁, 그런 산이 초조한데
혜경궁 신첩이 올린 말씀이 사가에서 세손과 나눈 이야기옵니다 전하!
영조 (잠시...그러다가) 빈궁은 잠시 나가있거라. 내 세손과 할 얘기가 있으니.
혜경궁 ...!...
산 ...!...
혜경궁 (걱정스럽지만, 어쩔 수 없다) 예...전하...
혜경궁, 잘 견뎌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산을 보고는 나간다.
혜경궁이 나가면, 영조와 산 사이에 흐르는 긴장감.
영조 ...용포를 다시 걸쳤구나. 일전에 보니, 너에겐 무명적삼도 꽤나 잘 어울리 던데.
산 ...!...
영조, 산을 서늘한 시선으로 보다가 한 편에 놓인 상소를 하나하나 탁자 위에 올려놓는다. 긴장된 얼굴로 그것을 보는 산.
영조 (상소를 올려놓으며) 이것이 뭔지 아느냐? 니가 세손의 자격이 없다는 상 소들이다. 하기사, 지엄한 어명을 어기고 만백성 앞에서 누태까지 부렸으 니 누군들 그리 생각하지 않겠느냐
하며 영조, 한 무더기의 상소를 집어 탁상 위로 우르르 떨어뜨린다. 놀라는 산.
영조 오늘 밤 이 상소들에 비답을 내려야 한다. 자...뭐라 하면 좋겠느냐?
산 ...!!...
영조 (본다)
산 ...그 말씀은...소인의 청대로 비답을 내리시겠단 말씀이십니까
영조 네 말이 그럴 듯 하다면
산 ...!...
영조 (본다)
산 (생각한다, 그러다가) ...소를...가납하지 않는다...하여주시옵소서...
영조 ...어째서냐?
산 ...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영조 ...!...
산 반드시 살아...효를 다하고...동무들과의 의리를 지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영조 (가만...그러다가) ...그럴 듯 하지가 않다.
산 ...!...
영조 니가 차고 앉아있는 그 자리는 장차 보위를 물려받을 국본의 자리다.
니가 살고 죽는 것은 다만 니 사정일 뿐이지 그걸 봐주자고 자질도 없는 널 세손에 둔다면 그건 장차 종사를 망치고 백성을 죽이는 길이 아니겠느 냐?
산 ...!...
영조 (보는데)
산 ...허면...보여드리겠습니다
영조 ...!...
산 소인이...용포를 입을 자격이 있다는 것을
주상전하와 저들 앞에 입증해보이겠습니다. 그러면 되겠습니까?
영조 ...!...
산 (결연한 얼굴로 보는데)
영조 (냉소 같은 것이 스쳐간다) ...맹랑하구나!! 참으로 맹랑해...
산 ...!...
영조, 의중을 알아차릴 수 없는 차가운 미소를 띈 채 산을 바라본다.
그런 영조의 시선을 견뎌내느 산, 두렵고 떨리는 마음인데
S#23. 궐 일각 (낮)
혜경궁 처소의 상궁이 다급한 얼굴로 가고 있다.
S#24. 혜경궁 처소 (낮)
혜경궁이 상궁으로부터 이야기를 전해듣고 있다.
혜경궁 어찌됐느냐
상궁 지금 전하께오서 세손저하의 처분에 관한 교지를 내리신다 하옵니다.
혜경궁 ...!...
S#25. 편전 (낮)
영조와 산, 대신들이 있다. 산, 긴장된 얼굴로 부복해 있는데.
보면, 승정원의 승지가 영조의 교지를 읽어내려가고 있다.
승지 이렇듯 세손은 죄인을 비호하고 참람한 행실로 왕실의 존엄을 훼절시켰으 니 그 죄가 가히 막중하다 할 것이다.
산 ......
승지 허나, 이는 세손이 아직 미령한 탓에 비롯된 실조이며 이로인해 나라의 국본까지 흔들 수는 없는 법. 진나라의 육기가 주처의 개과를 도왔듯 과 인도 세손을 치죄하는 대신 큰 중책을 맡기어 이를 교화의 본으로 삼을 것이다. (잠시 망설인다) 하여...오늘부터 과인은 세손을...동궁이라 칭하고
그에게 세자의 책무를 맡기고자 한다.
산 ...!!!...
순간, 모든 대신들의 얼굴에 확연한 당혹감이 번진다.
대신1 전하...!
대신2 망극하오나 전하, 이는 천부당만부당하옵니다.
영조 (OL) 승지는 계속하라
대신1 막중한 죄를 지은 세손이옵니다. 부디,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전하!!
대신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영조 (OL) 승지는 계속하라지 않느냐.
대신들 전하...!
승지 (어쩔 수 없다) 교지에 따라...오늘부터 세손은 그 거처를 동궁인 자경궁 으로 옮길 것이며 세손의 교육을 담당하는 강서원을 시강원으로 격상시키 고 호위를 담당하는 위종사 또한 세자익위사로 고쳐 부르게 하라.
승지가 교지를 읽어내려가는 동안 오직 홍봉한만이 안도하는 표정이 되는 가운데,
대신들의 통촉해달라는 말이 빗발친다. 그런 가운데 당혹감과 놀라움에 어쩔 줄 모르는 산.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지켜보는 영조는 눈썹하나 까딱하지 않는데.
S#26. 궐 일각 (낮)
어디론가 황급히 가는 대신들.
보면, 합문 밖에 모여 통촉해달라, 한 목소리를 내는 대신들.
S#27. 궐 다른 일각 (낮)
산이 내시 상궁들을 거느리고 가고 있다.
뒤에 짐을 진 나인과 시령들이 따라오고 있는데 보면, 저 앞에 보이는 동궁전.
산, 긴장된 얼굴로 멈춰서 본다.
내시감 그만 가시지요 세자저하!!
산 ...!!...
그렇다. 오늘부터 나는 세자다. 동궁전을 바라보는 산, 두려운 마음을 다잡으려 입술을 깨무는데
S#28 동궁전 앞 (새벽)
아직 어둠이 가시지도 않은 새벽. 나인을 거느린 동궁전 상궁이 침소를 향해
상궁 동궁마마 동궁마마 세자저하!
하는데, 그 때 내시감이 온다.
내시감 무슨 일인가.
상궁 오늘부터 시선 (세자가 왕의 수라를 살피는 것)을 하셔야하니 인시에는 기침을 하셔야 하옵니다.
내시감 벌써 축시부터 기침하시고 수랏간으로 가셨네.
상궁 (놀란다)
S#29. 낙선당 (세손이 공부하는 처소) (낮)
산이 시강원 교수들과 함께 시험을 보고 있다.
교수1 책을 보지 않고 암기하는 배강으로 하겠습니다. 맹자의 혜양왕 상편을 암 송해보십시오.
산 왕왈 유불원천리이래 역장유이이오국호
맹자대왈 왕 하필왈이 역유인의이이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보는 교수들. 한자 한자 또박또박 총명하게 외워가는 산.
S#30. 몽타쥬
산, 아침 - 익위사들과 무예를 익히고 있는 모습.
산, 늦은 밤 _ 홀로 나와 배운 무예를 연마하고
산, 낮 - 악공들로부터 가야금을 배우고,
산, 새벽 - 새벽이 밝아오도록 무릎꿇고 앉아 책을 읽는데
S#31. 대수의 집 외경 (낮)
S#32. 동 헛간 (낮)
눈을 질끈 감은 대수의 얼굴이 화면 가득 클로즈업 된다. 대수, 으아아!! 비명을 지르며 사타구니를 향해 손에 든 식칼을 내리치는데!
잠시 후 대수가 앉아있는 나무통 아래로 뚝뚝...떨어지는 물방울.
보면, 덜덜 떨고 있는 대수의 다리 위로 벌린 사타구니 바로 앞에 찍혀있는 살벌한 식칼. 대수, 무서워서 차마 제대로 찍지 못한 것이다.
대수, 통 아래로 떨어지는 물을 만져보는
대수 씨...뭐야...오줌이잖아... (이런 자신이 한심하고 속상하다) 이 등신...겁쟁 이...
S#33 동 마당 (낮)
박달호가 마당에서 빨래를 널고 있는데
그 옆을 식칼을 든 대수가 졸졸 따라다니고 있다.
대수 제발, 좀 따줘 어?! 내 손으론 무서워서 도저히 못하겠다니까
달호 (귀찮다) 기어나간다구 지랄을 할 땐 언제구. 너 때문에 내시부에서 내 꼴 이 뭐가 됐는지 알아.
대수 그르니까...다시 들어간다구.
달호 (답답)궁이 어떤 덴데 니 맘대로 들락날락 해. 백번 죽었다 깨봐라 어디...
대수 (칼을 마구 휘두르며) 안돼!! 난 궐에 들어가야 된단 말야!!
달호 (헉, 맞을 뻔 했다) 이게! (쥐어박으며) 그러다 니 삼촌 모가지 먼저 따겠 다, 이눔자식아!
대수 (아프다, 씨...) 그러니까 내 고추 좀 따줘어!!!
S#34. 오정남의 집 앞 (저녁)
노복이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는데 보면, 송연이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있다.
노복 (놀란) 아니, 여태 여기 있었던 거냐?
송연 (힘들지만, 밝게) 네.
노복 벌써 며칠 째냐? 이런다구 화를 푸실 행수님이 아니야.
송연 그치만 다른 도리가 없는 걸요. 저는...대궐루 꼭 돌아가야 해요.
송연, 맑은 눈빛을 반짝인다.
S#35. 궐 낙선당 앞 (밤)
영조가 낙선당 쪽으로 걸어오고 있는데 안에 불이 밝혀져 있고 산이 글읽는 소리가 들려온다. 멈춰서 보는 영조의 표정.
S#36. 동 안 (밤)
산이 시강원 교수들과 석강을 하고 있다.
산 공자가 말하기를 정치란 경제 군사 그리고 백성들의 신뢰다. 자공이 묻기 를 만약 이 세 가지 중에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어느 것을 먼저 버려야 하겠습니까?
하는데, 그 때 문이 열리고 영조가 안으로 들어온다 멈칫 놀라는 산과 교수들.
‘전하’ 하면서 일어서려는데
영조 일어설 것 없다. 계속 하라.
산 ...!...
교수들, 당혹해하며 자리에 앉고 산도 긴장한 얼굴로 앉는다.
영조 세자는 하던 것을 마저 하라.
산 ...예...(하고, 마른 침을 삼키고는) ...군사를...버려라.
영조 (보는 시선)
산 또 만약, 그 두 가지 중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무엇을 버려야 하겠습니까. 경제를 버려라. 예부터 백성이 죽는 일을 겪지 않는 나라가 없었지만 백성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나라가 설 수 없는 것이다.
영조 (교수에게) 논어의 안연편이로구나.
교수1 예.
영조 (산에게) 무엇에 관한 것이냐?
산 (긴장) ...정치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 관한 것입니다.
영조 (끄덕인다) 그래?
영조 허면, 정치란 무엇이냐?
산 정치의 정은 곧 바를 정이며 또한 뿌리 정이옵니다.
즉, 정치란 뿌리를 바르게 하여 나무를 잘 자라게 하는 것입니다.
영조 ...!...
산 (긴장 어려 보는데)
영조 그래...그런 생각을 했구나!
영조의 표정이 한결 부드러워진다. 산, 그런 영조의 모습이 당혹스러우면서도 기쁜데
영조 그럼, 네 말 대로 뿌리가 바른 정치를 하자면 어찌해야하느냐?
산 (조금 들떠서) 백성을 다스리는 임금이 덕을 갖춘 성군이 되어야 합니다.
소인도 아바마마의 유지를 받들어 그런 성군이...
영조 ...!!...
순간, 아차 싶은 산. 영조의 얼굴이 굳어지고 시강원 교수들의 얼굴에도 당혹감이 번지는데
영조 (굳어진 안색) 그래? 니 아비가 너한테 성군이 되라 하더냐?
산 ...!!...
영조 (가만, 그러다가) ...좋다. 그럼 성군은 무엇이냐?
산 (두렵다) 백성의 마음을 살피는 임금이...성군이옵니다...
영조 백성의 마음은 무엇이냐?
산 ...그...그것은...
영조 : (본다)
산 ...가난 없이...배불리 먹는 것입니다.
영조 허면, 그것을 위해 임금이 제일 먼저 해야할 것이 무엇이냐?
산 (망설이다가) ...과도한 세금을 줄이고 제도를 정비하는 것입니다.
영조 틀렸다.
산 ...!...
영조 무엇이냐?
산 (자신없다) ...백성을 수탈하는 수령을 감시하고...형벌을 가볍게...
영조 틀렸다.
산 (어쩔 줄을 모르겠다) ...허면...그것은...과도한 국역 징발을 줄여 생업에 전념하도록...
영조 (못마땅) 다 틀렸다. 임금이 제일 먼저 해야 할 것이 뭔지도 모르면서
세손의 자격을 보이겠다 떠들었더냐?
산 ...!...
영조 (무섭게 보다가) 알아오너라.
산 ...예...?
영조 사흘을 줄 것이니 답을 찾아오너라.
찾지 못하면, 네 놈이 떠벌린 허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야.
산 ...!!...
시강원 교수들, 놀라 술렁이는 가운데 영조, 당혹해하는 산을 매서운 눈으로 바라보는데
S#37. 낙선당 밖 (밤)
산, 충격을 받은 멍한 얼굴로 돌계단을 내려온다. 그 위로
영조 (소리)임금이 제일 먼저 해야할 것이 뭔지도 모르면서 세손의 자격을 보 이겠다 떠들었더냐?
산, 어찌하면 좋은가. 두려움 어린 얼굴로 돌아보는데
S#38 개유와 (세손의 독서하는 곳. 책으로 가득한 방) 안 (새벽)
산, 정신없이 서책을 뒤지고 있다. 동이 트고 있는데... 보면, 밤새 살폈는지 옆으로 수북히 쌓여있는 서책들.
산 아니야...이것도 아니야...
그 위로 회상
영조 (E) 사흘을 줄 테니 대답을 찾아오너라. 찾지 못하면 네놈이 떠벌린 허언 에 대한 책임을 져야할 것이야.
산, 착잡한 얼굴로 서책을 덮는다. 그러다 산, 문득 어떤 생각이 드는 표정.
산 ...그래...그 답이 서책 따위에 있을 리가 없다...
S#39. 사헌부 (낮)
산, 사헌부 장령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장령 (의아) 백성들이 올린 언문상소를 보시겠단 말씀이십니까?
산 그렇소! 신사년에 올라온 것을 전부 보여주시오!
장령 전부면 수 천 부나 되옵니다 저하. 더욱이 내용이 조악하고 과장된 것이 많아 전하께도 모두 올리지 않는 것이온데...
산 상관없소. 모두 볼 것이니, 전부 내어오시오!
S#40. 동궁전 방 안 (낮)
산이 사헌부에서 가져온 수 천 장의 상소들을 보고 있다.
옆에선 내시감이 그런 산의 표정을 살피며 수발을 들고 있는데 산, 심각하고 안타까운 얼굴로 상소를 보는데 그러다 뭔가 생각에 잠기는 산.
S#41. 낙선당 일각 (낮)
시강원 교수들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
교수2 (못마땅) 주상전하 앞에서 사도세자의 일을 입에 올리다니 참으로 미욱한 세손이 아닙니까?
교수1 (한심하다) 그렇게 지각이 없으니 일전에도 그런 누태를 부린 것이 아니 겠나? 전하께서 내린 난문도 결국 해결하지 못할 게야.
보면, 곁에서 담담한 표정으로 서책을 챙기고 있는 체재공.
S#42. 낙선당 (낮)
채제공과 산이 공부를 하고 있다.
채제공 물무비피 물무비시 자피칙불견 자지칙지지 (하고 본다)
산 (멍하니 다른 생각에 잠겨있다)
채제공 (엄하다) 저하!
산 (아차) 송구합니다. 잠시 다른 생각을...
채제공 (못마땅하다는 듯, 헛기침을 한다)
산 (망설이다가) ...저, 한 가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채제공 무엇입니까?
산 도성엔 여리꾼이라고 점포에서 호객을 하는 댓가로 돈을 받는 아이들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헌데, 어찌하여 아이들이 그런 일을 합니까?
채제공 대부분 고아나 거지 아이들이 그런 일을 합니다. 그렇게라도 벌어야 입에 풀칠을 하니까요.
산 : ...!...
채제공 것은 어찌하여 물으십니까?
산 아닙니다. 백성들의 상소를 읽다보니 그 아이들이 지금 가여운 일을 겪고 있어서...(흐린다)
채제공 (가만, 그러다가) 백성을 가여이 여기는 마음은 임금이 갖춰야 할 귀한 덕목이지만, 지나치면 정에 기울게 되니 또한 경계하셔야 하옵니다.
산 그렇지만...(하는데)
채제공 (냉정하다) 또한 지금 저하께서 하셔야 할 일은, 소신과 함께 대학을 독하 는 것입니다.
산 (주눅이 든다) ...예...
채제공 (의미심장하게 본다)
S#43. 동궁전 외경 (새벽)
그 위로 아침을 알리는 파루가 울리고
S#44. 동 방 안 (새벽)
산, 피곤한 얼굴로 상소들을 살펴보고 있다.
산 ...벌써 시각이 이리 되다니...큰일이다. 아직 답을 찾지 못했는데...
산, 초조한 마음이 된다. 그러다 뭔가 마음에 남는 듯 보았던 상소더미를 쳐다보는데 안타까운 미련이 남는 얼굴로 보는 산. 산, 그러나 쉽게 마음을 접을 수가 없다.
이윽고 산, 뭔가 결심한 얼굴로 한 장의 상소를 꺼내드는데
S#45. 동궁전 뜰 앞 (낮)
혜경궁, 나인들이 들고 있는 상의 밥상보를 들어본다. 보면, 보리밥에 간장, 나물 두어 가지 놓인 상차림인데
혜경궁 이것이 세손이 들이라 한 낮것 상이냐?
상궁 예. 반드시 여염집 백성들이 먹는 밥과 찬으로 똑같이 준비하라 이르셨습 니다.
혜경궁 (가만, 그러다가) 가보거라.
상궁 예.
상궁, 나인들 물러서면
홍봉한 (걱정) 사흘 째 침소에도 안드셨다는데 저런 것을 젓수시고 탈이라도 나 면 어찌하시려고
혜경궁 ......
홍봉한 저런다고 해결이 되겠습니까? 대체 전하께선 무슨 의중으로 이러시는 건 지...
혜경궁 (담담하게) 처음부터 세손을 내치려고 작정하신 걸 수도 있지요.
홍봉한 (당혹) 마마...그런 말씀을 어찌 그리 태평하게 하십니까?
혜경궁 ...이 궐에서 세자가 어떤 일을 겪게 될지 잘 아시지 않습니까?
이제 겨우...작은 돌부리 하나를 만났을 뿐인걸요...
홍봉한 ...!...
혜경궁 (안타까운 모정이 담긴 시선으로 본다)
S#46. 동궁전 방 안 (낮)
산, 앞 씬의 밥상을 놓고 식사를 하고 있다.
차마 입으로 넘기기도 힘든 거친 음식이지만 꾸역꾸역 참고 먹고 있는 산의 모습.
S#47. 동 일각 (낮)
산, 구역질을 하고 있다. 옆에선 나인들이 사색이 되어 있는데
상궁 뭣들 하느냐. 어서 어의를 불러라!
산 괜찮다...소란떨 거 없다.
상궁 마마 아니되옵니다 (하고) 어서 내의원에 기별하라니까.
나인들 뛰어가고, 상궁, 산의 입을 닦은 수건을 받아 한 쪽으로 급히 가는데
홀로 남은 산, 참담하다.
산 ...모르겠다... 백성의 음식을 먹고, 저들의 상소를 살펴도...도저히...모르겠 어......
산, 눈물이 글썽해지는데
S#48. 영조의 집무실 (낮)
영조가 있고, 그 앞에 산이 굳은 얼굴로 앉아있다.
영조 ...그래, 답을 찾았느냐
산 (착잡하다)
영조 말해보거라
산 (망설이다가) ...백성을 위해 임금이 해야 할 첫 번 째 일은...
영조 (본다)
산 힘없는 백성이 돈이 없어 양반의 노비가 되는 것을 막는 것입니다.
영조 (가만 보다가) ...틀렸다.
영조 한 번의 기회를 더 주마. 네가 말한 모든 것이 다 임금이 해야할 일이지 만 가장 첫 번 째 일은 아니다. 자, 마지막이다. 말해라.
산 (참담하다)
영조 말해보라니까.
산 ...모르...겠습니다...
영조 ...!...
산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모르겠습니다...전하...
영조 (보다가) 고작 이런 답을 하려고 동궁전에 들어앉았더냐?
산 ...!...
영조 약속을 지키지 못했으니 용포를 벗거라.
산 (충격) 전하...! 한 번만, 하루만 더 말미를 주시오소서...허면...
하는데, 영조, 산의 앞으로 물목대장을 하나 던진다. 멈칫 보는 산.
영조 그것은 왕실의 재산을 관리하는 내탕고의 물목대장이다.
산 ...?!...
영조 그 곳 전수 말이 니가 동궁전에 배속된 내탕금을 모두 써버렸다더구나.
말해라. 그 돈을 어디에 썼느냐.
산 (당황) 전하...
영조 용채가 두둑하게 생기니 좋더냐? 그래서, 동궁전에 앉자마자 내탕금부터 흥청망청 써 제낀게야?! 대체 삼천냥이나 되는 거금을 어디다 탕진한 게 야!
산 (너무나 당혹스럽다) ...그...그건...(차마 말하지 못하는데)
영조 쓸모 없는 놈.
산 ...!...
영조 너는 더 이상 동궁이 아니니 날이 밝는대로 이 궐을 나가라.
산 ...전하...!
영조 못들었느냐, 당장 그 용포를 벗고 나가라니까!
산 ...!!...전하...!
S#49. 대전 앞 (낮)
혜경궁이 대전 앞에 부복하고 읍소하고 있다.
혜경궁 전하...아직 나이어린 세자이옵니다. 부디, 한 번만 자애를 베푸시어 세손 을 용서해주시오소서.
S#50. 영조 집무실 (낮)
영조, 대신들과 함께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 중에는 채제공도 있는데, 혜빈의 읍소가 들리는 가운데 대신들, 난처한 얼굴이지만 영조는 건조한 얼굴로
영조 경중의 호구를 늘릴 방법은 찾아내었느냐?
S#51. 동궁전 방 안 (낮)
산, 참담한 얼굴로 앉아있다. 그런 산의 위로
사도세자 (소리) ...한 가지만...약속해다오...꼭...성군이 되거라...
그 위로 회상
송연 저희가 갈게요.
대수 그래요, 송연이랑 제가 갈게요. 가서, 저희가 저할 지켜드릴게요...!
산 ...대...수야!!
송연 그러니까 저하...꼭, 궁에서 기다려주세요. 무슨 수를 써서라두 갈테니까 요. 저희가 궁으로 갈 때까지...그 때까지 꼭 무사히 계셔주세요...
산, 눈물이 글썽해진다. 산, 안타까움에 눈물이 툭 떨어지는데
S#52 동궁전 앞 (낮)
처소의 나인과 상궁들이 훌쩍거리며 서 있는데 그 떄 한 쪽에서 사색이 된 혜경궁이 급히 온다.
혜경궁 세손은...세손은...어디 있느냐?
상궁 좀 전에 가마를 타고 나가셨습니다.
혜경궁 ...!...
혜경궁,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다. 그대로 주저앉는 혜경궁.
혜경궁 ...세손...아니됩니다...세손...
S#53. 궐 일각 (낮)
심각한 얼굴로 서성거리며 뭔가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영조 임금.
이 때 대전내시가 급하게 달려온다. 그리고 영조 임금에게 문서를 전한다.
영조 ...
대전내시 전하! 전하!
영조 ...
대전내시 전하 하명하신대로 세손 저하가 사용했던 내탕금 삼천냥의 내역을
알아왔습니다.
영조 그래 (대전내시가 건네는 문서를 받아 훑어본다)
대전내시 : ...
영조 (읽다가 흠칫 놀란다) 아니 이것은
대전내시 ?
영조 당장 사헌부로 가자.
대전내시 예 전하.
영조임금과 대전내시, 급하게 사헌부로 간다.
S#54. 궐 일각 (낮)
산이 탄 가마가 가고 있다.
보면, 저 앞에 돈화문이 열려있고 산, 눈물이 글썽해진 얼굴로 그 곳을 바라보는데
산 (마음의 소리)아바마마...어마마마...못난 소자를 용서해주세요...
산, 가슴아픈 얼굴이 되는데 산이 탄 가마 막 돈화문을 빠져나가려 한다. 그 때.
내시감 (소리)가마를 멈추시오!
산의 가마. 갑작스런 소리에 멈춰서는데.
무슨 일인가, 돌아보는 산. 보면 내시감이 뛰어와서
내시감 (동궁전 내시감에게) 가마를 돌려, 사헌부로 가시오.
산 ...사헌부라니. 그게 무슨 말이냐.
내시감 전하께서, 세자저할 급히 찾으시옵니다.
산 ...!!...
S#55 사헌부 일각 (낮)
사헌부의 사령과 대신들이 모여 상소를 뒤지고 있다.
그 앞에는 영조가 굳은 얼굴로 서 있는데
S#56 동 일각 (낮)
영조와 산, 대신들이 있다. 산, 죽을 죄를 지은 마냥 이야기한다.
산 ...그렇게 도성에는 호객을 해서 겨우 먹고 사는 여리꾼들이 있었는데
지난 5월에 있었던 조치로 그것이 금지되면서 여리꾼들을 데리고 있던 상 인들이 쓸모없어진 아이들을 청국에 판다는 상소였습니다.
영조 ...!...
산 ...대부분 부모도 없는 가엾은 아이들이었는데... 겨우겨우 언문으로 써낸 글이...무서움에 떨고 있었습니다. 해서...그러면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오늘이 청국으로 갈 배가 들어오는 날이라기에...
다급한 마음에...(흐린다)
영조 ...그래서, 그것 때문에 네 멋대로 내탕금을 썼단 말이냐?
산 (죽을 죄를 지었다) 내년에 쓰일 내탕금을 쓰지 않고 모으면 충당이 될 거라 생각했었습니다.황공하옵니다 전하!! 소인이 죽을 죄를 지었습니 다...
영조 ...!...
산 (고개를 들지 못하는데)
영조 (무섭게 사헌부 관헌들을 보며) 너희들은 이처럼 중대한 사안을
어찌하여 나에게 상달하지 않았단 말이냐?
대사헌 황공하옵니다 전하. 언문상소는 그 문장이 조잡하고 해독이 불가능한 것 들이 많아...
영조 한심한 놈. 소위 언관이란 것들이 백성의 말을 알아먹지 못한다는 걸 자 랑이라고 떠드는 게냐?
대신들 (참담해지는데)
영조 지금 당장 상소를 받았던 언관을 파직하고 운종가로 가 여리꾼을 넘긴 상 인들을 모두 잡아들여라. 알겠느냐!
대신들 예...
대신들, 머리를 조아리고 물러가는데 영조 보면, 여전히 떨고 있는 산.
영조 : (가만, 그러다가 내시감에게) 세자를 데리고 그만 처소로 물러가거라.
내시감 예...? 예...전하...
산 ...!!...
영조, 일어서 가려는데 산, 당혹스럽다.
산 (당혹스럽다) ...하오나 전하...
영조 ...오늘 니가 한 것이...바로 정치다......잘 했다!!
산 ...!!...
영조, 산을 깊은 눈으로 바라보다가 이내 돌아서 간다. 산, 그런 영조의 말에 그저 멍해질 뿐인데.
S#57. 영조의 침전 (밤)
영조, 채제공과 독대하고 있다.
영조 애썼다. 니가 아니었다면 자칫 큰 우를 범할 뻔 했구나.
채제공 망극하옵니다 전하...(하고)헌데, 동궁마마께 내리신 질문에 대한 답은 듣 지 않으셔도 되시옵니까?
영조 (보다가) 너는 그 답을 알고 있는 눈치구나.
채제공 송구하오나...백성을 다스리는 임금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그것은 저들 을 긍휼히 여기는 마음을 갖는 것이 아니옵니까?
영조 그래...저들을 아끼는 마음. 그 마음으로 저들에게 좋은 것을 주려 애쓰는 마음. 그것이 정치다.
...세손은, 제가 이미 그 답을 알고 있다는 걸 모르는 게지.
채제공 ...!...
영조 (생각에 잠기는 표정)
S#58. 동궁전 방 안 (밤)
산 눈에 눈물이 글썽하게 맺혀오는데
산 ...아바마마...
이제 막 한고비를 넘긴 어린 산. 이것이 내 운명이란 것이구나.
S#59. 궐 일각 (밤)
동궁전 내시감이 주변을 살피면서 어디론가 황급히 사라진다.
S#60. 일각 (밤)
동궁전 내시감이 무릎을 꿇고 앉아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전해 받는 사람의 얼굴을 보이지 않는다.
남자1 애썼다. 그만 물러가거라.
내시감 네
내시감이 몸을 낮춰 나간다. 보면, 넓은 방 안 십 여 명의 갓을 쓴 사내들이 앉아있는데 (역시 얼굴을 보이지 않게)
남자2 성상의 마음이 자꾸 세손에게 기우는 듯하니 어쩌면 좋습니까
남자1 걱정할 일이 아니네. 어차피 모든 것이 계획한 대로 되고 있지 않은가.
남자들 ......
남자1 중요한 건, 이번 거사일세. 결국 그 아비에 그 아들이란 걸 보신다면 성상 의 마음도 달라지시겠지.
S#61. 오정남의 집 앞 (낮)
오정남이 노복과 함께 오다가 뭔가를 발견한다.
오정남 저게, 무엇이냐.
노복 (놀란다) 쟤가 기어이...!
보면, 집 앞에 송연이 쓰러져 있는데!
S#62. 궐 앞 일각 (낮)
달호가 남사초와 함께 퇴청을 하고 있는데 달호, 궐 밖에서 쪼그리고 앉아있는 대수를 보고 질겁한다.
달호 으힉! 저 놈이 또...(숨는다)
남사초 왜 그러는가.
달호 (빼곰히 보며) 말두 마십쇼. 저놈이 고추를 따달라며 어찌나 난리를 치는 지.
남사초 아니, 아직두 그러구 있단 말이야?
달호 (무섭다) 종이에 둘둘 말고 있는 게 저게 식칼입니다요.
아휴...저게 어디 시정 왈패지 (하고) 저는 저 뒤로 돌아가겠습니다 (후다 닥 가버린다)
남사초, 도망가는 달호와 앉아있는 대수를 기막히다는 듯 보는데 보면, 잠시 후 대수가 툴툴거리며 일어선다.
대수 (칼을 손에다 툭툭치며)왜 이렇게 안 나와.
하는데, 그 때 갑자기 뒤에서 나타난 남사초가
대수의 사타구니를 와락 움켜쥔다.
대수 으아악...!!!
남사초 (장난기 어린) 어떠냐, 이렇게 아픈데두 정말 내관이 될테냐?
대수 (털썩 주저앉아) 으앙...으아아앙...!!
남사초 (당황스럽다, 둘러보며) 아니...그렇게 세게 치지두 않았는데...
대수 (떠나가라 울어 젖힌다) 아이구...나죽네...으앙...으아앙......
S#63. 도성 주막 일각 (낮)
남사초가 주막거리에서 대수와 국밥을 먹고 있다.
대수, 아직도 눈물을 뚝뚝 흘리며 그런데도 밥은 꾸역꾸역 잘 먹고 있다.
남사초 거참! 사내놈이 엄살하구는...
대수 (가득 넣은 채) 엄살 아이에여...어마나 아파따구요...
(주먹으로 눈물 닦는다)
남사초 (그 모양이 귀엽다) 정말 내관이 될 작정이냐?
대수 (끄덕끄덕)
남사초 아픈 거야 그렇다쳐두 평생 고자라구 놀림 당할텐데...
대수 (치..) 그깟거 없으면 뭐 어때요? 고추 달았다구 사낸가요?
평생 지킬 여자 하나랑 목숨 걸고 섬길 주군...
그게 있어야 진짜 사내지.
남사초 (어허, 요놈 봐라) ...그게 정말 니 생각이냐?
대수 (헤...) 실은 어서 주워들었어요. 그치만 제 생각이 그래요 (헤헤, 웃는다)
남사초 (가만...그러다가) 포부는 가상하다만 그런다구 내시부에서 널 다시 받아 주진 않을 게다.
대수 (휴...) 그러니깐 이렇게 사정드리는 거잖아요.
남사초 사정한다고 될 일이 아니야.
대수 (징징) 상세어르신...
남사초 대신...정 궐로 들어오고 싶다면 이렇게 하는 건 어떠냐?
대수 (눈이 번쩍) 어떻게요?
S#64. 오정남의 집 행랑방 (낮)
이마에 수건을 올려놓고 홀로 누워있는 송연. 송연, 잠시 신음하더니 이내 정신을 차리는데 보면, 알 수 없는 행랑방
송연 여기가...어디지...?
송연, 의아한 얼굴로 둘러본다.
S#65 동 마당 (낮)
송연, 조심스러운 얼굴로 뒷마당으로 둘러선다. 여기가 어디지...그런 얼굴.
그 때 보면, 한 쪽에서 두런두런 이야기 소리가 들리는데 송연, 소리가 나는 곳을 찾아간다. 그 때 보면, 일각에서 노복과 장정 몇 명이 상자에다가 조총을 담고 있는데 어...? 저게 뭐지. 하는 표정으로 보는 송연.
그 때 노복, 송연을 발견하고 흠칫 놀란다.
노복 (당황해서) 예서 뭐하는 게야!
소리에 다른 장정들, 송연을 본다. 얼굴들이 굳어져선 얼른 조총들을 감추는데
송연 (놀란다) 저...저는 그냥...여기가 어딘가 해서...
장정 (경계한다) 저 아인 뭐냐?
노복 (둘러댄다) 괜찮습니다. 이 댁 아이에요.
하고 노복, 당황해 있는 송연한테로 온다.
노복 정신이 좀 드냐?
송연 예.
노복 (뒤에 장정들을 의식하며) 그럼 얼른 가거라.
송연 저, 행수 나으리는...
노복 글쎄 얼른 가라는데두!
송연 ...!...
S#66. 궐 일각 (낮)
사규삼을 차려입은 십 여 명의 어린 양반 자제들이 내관의 안내를 받아 궐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S#67. 낙선당 (낮)
산이 시강원 교수들과 있다.
교수1 오늘은 특별히 향촌의 동몽교관과 동몽들을 불러 세자저하와 토론을 하는 자리를 만드셨습니다.
산 (알겠다, 하는 표정)
교수1 토론 전에 먼저 그간 익히셨던 사서와 대학을 고강으로 시험을 치르셔야 합니다.
산 고강이라면, 경서가 기록된 생을 뽑아 나온 것을 암송하는 시험입니까.
교수1 예. 처음이시니 까다로우실 것입니다.
산 허면, 지난 석강 때 강했던 주서는...
교수1 오늘 고강에서는 사서와 대학만 다루고 주서와 같은 삼경은 다루지 않을 것입니다.
산 (알겠다는 표정)
S#68. 경현당 (낮)
영조와 시강원의 모든 교수들이 도열하고 한 쪽으로는 동몽들이 입시한 가운데
한 편에서 시강원 교수2가 경서통을 가지고 나온다. (통 안에는 대나무 쪽으로 만든 생이 들어있다)
교수2 나온 것을 그 즉시 암송하고 주해까지 하셔야합니다.
산 (긴장된 표정)
교수, 산에게 경서통을 내민다. 천천히 생을 뽑아드는 산.
‘주서, 무일’ 이라고 나온다. 순간, 산의 얼굴에 당혹감이 서리는데. 그 위로
교수1 (소리)오늘 고강에서는 사서와 대학만 다루고, 주서와 같은 삼경은 다루 지 않을 겁니다.
산, 당혹감에 어쩔 줄을 모르고 영조, 그런 산을 보는데 조금 술렁이는 좌중.
그런 산을 보며 시선을 교환하는 시강원교수 1,2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의 분위기를 느끼고 안타깝게 세손을 보는 채제공
영조 주서는 강하지 않은 것인가.
교수2 (난처하다는 듯) 직전에 독하시어 아직 어려움이 있으신 듯 하옵니다.
영조 (산에게) 못하겠느냐?
산 (당황) ...아닙니다.
산, 기억을 되짚으려 눈을 감는다.
산 (천천히) 주공 왈, 오호 군자...소기무일
영조 ......
산 (조금씩 머뭇댄다) 선지...가색지간난 내일...칙지...소인...지의 상소인...... (결국 막힌다)
산, 더 이상 잇지 못하고 입술을 깨무는데 담담한 표정으로 그런 산을 보는 영조.
그러다가
영조 (동몽교관을 향해) 동몽들 중엔, 혹 익힌 아이가 없는가.
동몽교관 다들, 겨우 소학만 떼었을 뿐입니다.
하는데, 그 때 어디선가.
정후겸 (소리)소인이 한 번 해보겠습니다.
좌중, 갑작스런 소리에 본다. 보면, 맑고 하얀 얼굴에 깊은 눈이 빛나는 소년, 정후겸이 있다. 산, 그런 정후겸을 당혹감 어려 보는데
영조 그래, 어디 해보거라.
정후겸 상소인 궐부모 근로가색 궐자 내불지가색지간난 내일 내언 기탄
부칙 매궐부모왈 석지인 무문지
영조 주해도 할 수 있느냐
정후겸 (담담한 표정으로) 예에
영조 (후겸에게) 해보거라
정후겸 군자는 먼저 노동의 어려움을 알고 그 다음에 편안함을 취해야 비로서 백 성들이 무엇을 의지하며 살아가는가를 알게 된다. 오늘날, 부모는 힘써 농 사짓건만 그 자식들은 편안함을 취하여 함부로 옛날 사람들은 아는 것이 없다 말한다는 뜻입니다.
세손 ......
막힘없이 답하는 어린 정후겸의 총명함에 사람들의 입에서 탄식이 절로 새어나온다. 산도 그런 정후겸을 놀란 얼굴로 바라보고
영조 (정후겸에게) 네 이름이 무엇이냐?
정후겸 정가 후겸이라 하옵니다.
영조 정후겸? 세손과 같은 또래인 듯 한데 벌써 무일편을 외우고 있다니 기특 하구나.
정후겸 황공하옵니다 전하. 중요한 부분은 세자저하께서 송하시었고
소인은 다만, 서설을 덧붙였을 뿐입니다.
정후겸, 겸손한 얼굴로 고개를 조아리고 영조, 그런 정후겸을 흡족한 얼굴로 본다.
산, 참담한 기분이 들면서도 저토록 총명한 아이는 누굴까
정후겸에게 호기심을 느끼는데
S#69. 동 일각 (낮)
영조와 산이 있다. 영조, 시강원 교수와 이야기를 하는데
영조 그 아이를 회강 때 입시시켜 세자와 함께 수학케 하라.
교수2 예 전하.
영조 (산에게) 곁에 두면 좋은 본이 될 것이다.
산 명심하겠사옵니다.
하는데, 그 때 한 쪽에서 대전 내시감이 다급한 얼굴로 뛰어온다.
내시감 전하...전하! 큰일났사옵니다.
영조 무슨 일이냐?
내시감 방금 전, 선공감에서 기별이 왔사온데...
영조, 산 보면
내시감 세자저하께서 동궁전으로 거처를 옮긴 뒤 세손궁을 수리하던 중 수상한 것이 발견됐다 하옵니다...
영조 수상한 것이라니?
산 (의아하게 보는데)
내시감 (산을 의식하며) 저...그것이...
영조 ...!...
내시감 ...조...조총이...
산 ...!...
내시감 조총과 칼이 가득한 무기고가 세손궁에서 나왔다 합니다...
영조 ...!!...
산 ...!!...
S#70. 영조의 집무실 (낮)
대신들, 황망한 얼굴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그 때 문이 벌컥 열리면서 노기를 가득 띈 영조가 안으로 들어온다.
영조 대체 그게 무슨 말이냐! 세손궁에서 무기고가 나오다니?
대신1 전하, 이것은 죽은 사도세자 소행이 분명하옵니다.
영조 ...!...
대신2 신사년에 있었던 흉흉한 소문을 기억하십니까? 전하.
사도세자가 역모를 꾸미기 위해 궐 안에 무기고를 짓고 있으며 이것이 사 실이라고 나경언 또한 고변하지 않았습니까?
영조 ...!!...
대신1 현데 그 무기고가 세손궁에서 나왔습니다. 그것이 무슨 뜻이옵니까?
지금 세자저하 또한 그 역모와 내통했다는 증거가 아닙니까?
영조 ...!!...
대신2 전하, 세자저하를 불러 진상을 밝히시오소서.
당장 추국청을 열어 참람한 역당의 잔당을 뿌리뽑아야 하옵니다 전하!
영조 ...!!...
대신들 (일제히)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전하...!
영조 (무섭게 굳어지는 얼굴)
S#71. 궐 일각 (낮)
산, 사색이 된 얼굴로 어디론가 뛰어간다.
S#72. 세손궁 일각 (낮)
산, 숨을 헐떡이며 세손궁으로 온다. 보면, 보수작업으로 이리저리 파헤쳐진 세손궁 일각. 푹 꺼진 땅 밑으로 칼과 조총 등 군기가 가득 숨겨져 있는데!
대체 이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산, 당혹감에 어쩔 줄을 모르겠다.
산 (도저히 영문을 알 수가 없다) ...이것이...다 무엇이냐... 어째서 이런 것들 이 여기 있는 게냐...!
하는데, 그 때 나인과 금군들 전하, 하면서 머리를 조아린다.
산, 놀라 돌아보면 금군과 내관들을 대동한 영조가 형형한 얼굴로 성큼성큼 걸어오는 것이 보이는데!
산 ...!...
무기고를 눈으로 확인한 영조, 충격을 받은 얼굴로 멈춰 선다.
이내, 성큼성큼 내려가 떨리는 손으로 조총을 들어보는데 참혹한 얼굴을 들어 무기고를 보는 영조.
그리고 그런 할아버지를 당혹스런 얼굴로 바라보는 산. 영조, 천천히 고개를 돌려 산을 바라본다.
영조의 눈빛엔 심난함과 착잡함이 복잡하게 엉켜있는데
산 (두렵고 떨린다) ...전...하...
영조 (낮은 어조) 신사년 4월, 죽은 네 아비가 역심을 품고 궐 안에 몰래 무기 고를 만들었다는 고변이 있었다.
산 ...!...
영조 허나, 아무리 미욱한 놈이라 한들 그런 참람한 짓까지 벌였을까 싶어 묻 어둔 일이 있었지. 헌데...지금 그것이 바로 니가 지내던 처소에서 나왔구 나.
산 ...!...
영조 왜 이런 것이 세손궁에서 나왔느냐. 네 아비가...너한테 맡아 달라 청이라 도 했더냐
산 아니옵니다 전하! 소손은 모르는 일이옵니다.
영조 여긴 세손궁이다! 바로 얼마 전까지 니가 먹고 자던 곳이야!
헌데, 니가 모르면 누가 그걸 안단 말이냐!
산 ...정말...정말 모르는 일이옵니다. 왜 이런 것이 세손궁에 있는 지...소손을 모르옵니다. 제발, 믿어주시오소서 전하!
영조 ...!...
산 (절박한) ......
영조, 차갑고 서늘한 눈빛으로 산을 바라보고
산, 영문을 알 수 없는 이 일이...그러나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 느낄 수 있는데.
막막한 두려움에 어찌할 바를 모르는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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