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라이프 4
4 회 ㅣ 2005-03-15
2005년 3월 15일 (화) / 제 4 회
S#1 피로연장(전회연결)
한범수 부부와 승필 내외, 승완, 채영 외에 친지들이 모
인 가족
식사자리.
승필 지금부터 아버지의 육순생신을 축하하는 의미로 케잌
커팅이 있겠
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두 분 앞으로 나오세요.
3단 케잌 앞에 선 한범수, 윤태희 여사를 중심으로 가족
들 둘러서고.
한범수 오늘 이렇게 좋은 자리를 마련해준 장남 승필이에게
감사를 표한다.
그리고 이 자리를 빌어 승완이 놈은 철 좀 들고, 승필이
내외는 좋은 소식
있기를 바란다. (박수소리 끝나고, 케잌을 절단하려 칼
을 대는 순간)
일진 (E) 멈추세요!!!
한범수 (케잌 자르려던 손 그대로 멈칫!)
승완네 가족과 하객들, 난데없는 목소리의 주인공을 뜨
악하게 돌아보면,
두둥! 마치 암행어사처럼 아기를 안고 나타난 우리의 카
리스마 일진!
파티장 중앙을 향해 서슴없이 돌진해 들어오고.
승완 ! (아니, 저 여자가 왜 여길! 뭔가 불길한데)
채영 ! (어디서 봤더라, 역시 낯이 익고)
한범수 아,아가씨는 누구요?
일진 정말 너무하시는군요. 하늘이 열리고 땅이 솟아오르고
인류가 시작된 이래로
아무리 삼강오륜이 바닥에 떨어진 지금이지만, 이러시
면 안되죠. 이런 중요한
가족 모임에, 어떻게(!) 하나(!)밖에 없는, 손녀(!)딸을 제
외시킬 수가 있나요?
(하며 안고 있던 아기(우리의 신비!)를 한범수 가슴에
턱! 안기면)
한범수 (얼떨결에 아이 받아 안은 채로) 소,손녀딸이라니?!
일진 이 아이의 이름은 한,신,비! (승완을 촥 째려보며) 조오
기 있는, 이 집,
둘째 아드님의, 숨겨진 딸입니다!
승완 ! (충격+경악)
한범수 ! (아이와 승완을 번갈아보고)
윤태희 ! (놀라서 승완을 보고)
채영 ! (배신감에 확 돌아보고)
승필내외 ! (또다른 배신감에 돌아보는)
승완 (자신에게 집중된 질타의 시선에 헉!) 아,아니에요... 아
니에요. (그러나
믿지 않는 시선들! 점점 불안 해지며) 이,이건, 음모야!
날 함정에 빠뜨리려는
우주인의 음모라구우--!!!!!!
S#2 피로연장 입구(D)
피로연장을 빠져나가고 있는 손님들에게 가족을 대표해
서
꾸벅꾸벅 인사하고 있는 승필.
승필 죄송합니다. 살펴가십시오.
손님들 ‘아직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게 일쳤구만 쯧쯧’
‘둘째가 인물은 인물이야. 키득키득’ ‘한가놈 손주 노래
를 부르더니만
소원 풀었구만’ 등등...수근거리며 피로연장을 빠져나가
는 사람들.
승필 (에이씨...챙피해서 눈 감았다 뜨고는 피로연장으로 들
어가고)
S#3 피로연장(D)
친척들은 다 가고 없는 완전 파장 분위기의 썰렁한 피로
연장이고.
패닉 상태에 빠진 가족들.
한범수 (얼음조각에 이마 갖다 댄 채로 서서 열 식히고 있고)
윤태희 (손수건으로 부채질하며 뒤로 넘어가기 일보직전이고)
현주 (신비 안고 어르며 시무룩해 있고)
일진 (여전히 불청객 특유의 뻔뻔하고 거만한 자세로)
채영 (감정 꾹 누르며 추이를 보고 있는)
모두 다 합쳐 싸~한 시선으로 승완을 노려보는 일동이
고.
승완은 허! 하! 기가막혀서 일진을 노려보고 있는데, 그
뒷통수를 냅다
갈기는 손. 승필!
승필 (이 갈며) 납쁜 자식! 니가 노려보면 어쩔꺼야!
승완 (버럭) 형까지 왜 이래! 처음 본 저 여자 말만 믿구, 가
족인 난 못 믿어?
저 애가 내 애라는 증거가 어딨어!
윤태희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순간 반짝하며) 그건 그
러네.
승완이가 저렇게까지 나오는데, 저 아가씨 말만 믿는다
는 게 좀,
한범수 그럼 저 아가씨가 뭐하러 없는 거짓말을 지어냈겠어!
저 놈도 뭔가
켕기는 게 있으니까 제대루 해명을 못하는 거잖아!
승완 난 억울해요 진짜. 억울하다구요!
한범수 넌 가만 있어 짜샤! (일진에게) 그럼 애 엄마는 누구
요? (설마 하는
눈길로) ...아가씨요?
일진 (비장한 얼굴로) 이 아이의 엄마는 제 동생, 세진입니
다.
채영 ! (세진이? 기억났다! 승완을 확 노려보고)
승완 (헉! 얼른 한손으로 입을 막고)
일진 제 동생은 아이를 위해 정말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았
어요.
S#4 몽타주(D) -> 몽타주 내용은 확정된 것이 아님(이
중 택)
세진이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 일진의 목소리로 이펙트
로 깔리며
일진 (E) 곧 태어날 아기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떳떳한 엄마
가 되도록,
사소한 것 하나에도 최선을 다하는 엄마가 되고자 애썼
지요.
-신부님과 함께 시설에 간 세진, 미혼모들과 인사 나누고
-미혼모와 함께 쓰는 방. 앉은뱅이 책상에 앉아 공부도
열심히 하고
-엄마한테 엽서 쓰고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세진.
-신비가 자라가는 태아사진
-이쁜 아기 용품도 하나씩 사 모으고,
-나름 육아 서적 보며 공부도 하고,
-이쁜 아기 사진을 벽에 군데군데 붙여놓고 보며
-태교 음악 들으며 태어날 아기를 위해 일기나 편지 따
위 쓰거나
아기 모자, 신발 따위 퀼트로 만들며 연신 바늘에 찔려
아얏! 소리질러가며
출산을 준비하는 세진의 모습 가다가
일진 (E) 그랬는데... 그랬었는데 그만...
-신생아실에서 신비와의 만남
-신비와 핸드폰 동영상 찍는 세진.
-환하게 웃고있는 신비와 세진의 모습에서 스틸 걸리며,
서서히 흑백으로 변하는 위로,
일진 (E) (목소리 슬퍼지며)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던 어느
겨울밤... 신비를
낳은 뒤 집으로 오던 길에 갑자기 쓰러진 세진이는...!
S#5 삭제
S#6 동 피로연장(D)
좌중 숙연해진 가운데, 청산유수처럼 이어지는 일진의
구라!
일진 (슬픈 표정으로 고개 숙이며) ...끝내 일어나지 못하
고....
윤태희 (황당해서) 설마...애 엄마가 죽었어요?
일진 ... (대답 안 하고, 고개 외로 튼 채로 눈물만)
현주 (죽었구나!) 세상에...!
일진 동생은, 아이 아빠한테는 말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지
만,
아빠 없이 살아갈 내 조카의 앞날이 너무 불쌍해서....
채영 (웬 신파야? 약간 짜증나는데)
한범수 저런... (붉어진 눈가 손수건으로 꾹 누르며) 꽃다운 나
이에, 불쌍해서 이를
어째. 정말 상심이 크셨겠(다고 위로하는데)
승완 (O.L) 우하하하하하! (터지는 웃음)
일동 (승완을 보고)
승완 (일진에게) 언니, 지금 무슨 신파극 찍어!
한범수 이눔의 자식이. 입 못 다물어?
승완 (모두를 바라보며) 여러분, 이 언니의 말은 모두 샙빨
간 거짓말입니다.
일진 무,무슨 소리, 저는 진실만을 말하고 있습니다!
승완 (O.L) 거짓말! 안타깝지만 언니의 말에는 중대한 오류
가 있어!
일진 오,오류라니?
승완 (예리한 눈빛으로) 내가 세진이를 처음 만난 건 작년 1
월!
이 날을 기준으로, 아이를 낳은 시점을 계산해보면 많이
봐줘서, 10월!
그런데! 아이의 엄마가 사망한 날은 눈보라가 치는 한겨
울밤!
시월에 눈이 옵니까? 아니면, 아이가 십이삭동이란 말입
니까?
일동 (승완을 싸아하게 째리고 있고)
승완 (모르는 채) 이건 절대적으로 거짓말이야! 절대,(하는
순간)
한범수 (승완의 뒷통수를 냅다 갈긴다)
승완 아우 진짜, 왜 그래 아빠! 이제 겨우 진실에 다가섰는데
에!
한범수 진실같은 소리하고 있네? 그러니까, 아이엄마를 처음
만난 1월에 뭔 일이
있긴 있었구만?
승완 그렇지이 일월에 싱가폴에서, (하다가, 흡! 얼른 입을
막고)
한범수 (승완 두들겨 패며) 에라잇~ 이놈아! 이 나쁜 놈아!
어디서 발뺌을 해!
승완 (두 손으로 막으며) 아,아빠! 그런 게 아니라...
채영 ... (부들부들 떨다가, 확 뛰쳐나가고)
승완 어? 채영아! 채영아! (허겁지겁 쫓아나가고)
S#7 동 피로연장 밖 (D)
또각또각 화난 걸음으로 걸어가는 채영이고, 곧바로 뒤
쫓아나오는 승완.
승완 채영아... 내 말 좀 들어봐!
채영 (차갑게 외면하고 가는)
승완 야, 이채영! (붙잡는데)
채영 (확 뿌리치고, 경멸하듯) 너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애
니?
승완 이건 다 오해야! 오해라구!
채영 오해? 니 딸 얼굴이 아주 너랑 국화빵이든데 뭐얼.
승완 구,국화빵은 무슨. 하나두 안 닮았던데에.
채영 안닮기는!!! 빵틀루 찍어내두 그렇게 똑같이는 안나오
겠다.
승완 (울고싶다) 안닮았는데에....
채영 말해봐! 정말 아무 일 없었어!
승완 그,그게,그러니까 얘기하자면 좀 긴데,
채영 허! 길어? 그러니까, 아무 일이 있긴 있었구나? (입술
잘근 씹으며 돌아서고)
승완 채영아... (따라가려는데)
채영 따라오지마. 쳐다보지도 마. 연락은 더더구나 하지 마.
알았어?
승완 ... (미치겠고)
S#8 항대 도서관(D)
서가 앞. 책 하나 꺼내들고 서서 읽고있는 도현인데,
어깨를 툭 치는 손.
창명 열심이다?
도현 (농담이다) 승완이 녀석한테 망신 안 당하려려면 열심
히 내공을 쌓아야지.
창명 은근 상처가 컸구만. (낄낄 웃고는) 점심 안했지?
도현 안했으면. 쏠려구?
창명 쏘지 그럼, 거하게 쏘지 내가.
도현 로또 맞았냐?
창명 오늘 승완이 녀석 아버님 환갑이거든. 같이 가자?
도현 (피식 웃고) 거길 내가 왜 가냐, 남의 가족파티에?
창명 원래 잔칫날은 북적북적하게 모여서 축하하고 그러는
거야.
도현 (웃으며) 내가 가면 그 자식 소금 뿌릴텐데.
창명 설마. 여자 친구두 있는데, 그런 무식한 행동을 하려구.
도현 여자...친구...? (피식) 가족들이랑 터놓고 지낼 정도로
친한가 보네?
창명 싹싹하게 잘하나봐. 우리두 선물 하나 챙겨들구 가자
구.
도현 ...됐다. 가서 그 자식이랑 화해모드나 조성해볼까 했는
데, 축하해주러
갔다가 칼맞겠다 야.
창명 칼을 왜 맞아? (하는데 진동으로 울리는 도현의 핸드
폰)
도현 (받으며, 작게) 여보세,
채영 (F) 나야, 지금 좀 만나.
도현 (힐끔 창명에게 웃어주고는 자리 피하며) 게임 오버, 기
억 안나?
창명 ? (보고)
S#9 달리는 채영의 차 안(D)
화난 표정으로 씩씩대며 운전하고 있는 채영.
핸즈프리로 통화중.
채영 리플레이, 리셋이야.
도현 (F)고맙지만 전의를 상실했다.
채영 나 너 지금 꼭 봐야겠어. (화 오르며) 지금 너 안보면
나 돌아버릴꺼
같단 말이야!
S#10 항대 도서관(D)
채영 (F) 에꼴루 5시까지 나와. 올 때까지 기다릴 테니까 꼭
나와 알았어?!
(탁 끊어버리고)
도현 (꺼진 핸드폰 보며...흐음..한숨) 인생 참, 편하게 산다
이채영.
S#11 달리는 채영의 차 안(D)
터지려는 분노를 삭이며 운전하고 있는 채영.
채영 허! (중간중간 코웃음이 새어나오다가, 이 갈며) 한승
완, 내가 눈이 삐었다.
너 같은 자식한테 양다리를 걸치다니 내가 눈이 삐었어.
너랑은 이제,
(빽) 끝이야 끝!! (하고는 더디게 움직이는 앞차를 향해
빵빵! 신경질적으로
클락숀 울려대는데서)
S#12 달리는 승필의 차(D)
S#13 그 차 안(D)
운전하고 있는 승필이고, 조수석에 아이를 안고 멍..하
니 앉아있는 승완.
뒷좌석에 윤태희, 한범수, 현주, 승완의 뒷통수를 째리
며 앉아있다.
승완 (멍...한 채로) 그만 좀 째려봐요. 뒷통수 까지겠어.
한,윤 (동시에 승완의 뒷머리를 팍! 누르며) 망신망신, 집안
에 개망신.
승완 (확! 돌아보며) 아, 글쎄 나는 억울하다니까!
현주 (아이를 보며, 시무룩하게) 억울하기엔 너무나 확실한
증거가 있잖아요
도련님.
승완 (미치겠는) 너무들 하는 거 아니야 진짜? 뭔가 음모의
냄새가 안나냐구!
현주 (여전히 시무룩하게) 그만하세요 도련님, 유전자 검사
한방이면 들통날껄,
뭘 그렇게 발뺌하세요.
한,윤 ! (순간 눈빛 반짝하며 홱! 고개돌려 현주를 봤다가) !!
(홱! 고개돌려
승완을 노려보는)
승완 (찔끔하지만) 뭐...뭐야 지금, 거,검사를 해,해보자는 거
야?
승필 사시나무냐? 떨긴 왜 떨어 임마! (짐짓 현주에게) 지금
닥터강한테 부탁하면,
검사받을 수 있겠지 여보?
한,윤 !! (홱! 현주쪽을 돌아보면)
현주 (여전히 아이 일로 심드렁하게 한숨처럼) 부탁하면 들
어주겠죠.
한,윤 !! (홱! 승완을 노려보는)
승완 (찔끔하지만) 아, 좋아, 해! 해! 해보자구 어디! 후회들
이나 하지 말어!!
큰소리 뻥뻥치는 승완에서.
S#14 종합병원 외경(D)
S#15 검사실 문 앞(D)
검사실에서 단체로 나오는 가족들, 챙피해서 죽고만 싶
다.
아이를 앞으로 안고, 앞서 걷고 있는 승완.
뒷통수로 느껴지는 가족들의 싸한 시선에 식은땀이 흐른
다.
승완 (더는 못참고, 어떻게든 웃음으로 무마해보려) 저,저기
피를 뽑아서 그런지
허기가 지는데, 우리 어디 가서 불고기나 한판 먹고, (갈
까요?)
가족들 (승완의 머리를 누르고, 다리를 꺾어놓는다)
윤태희 (E) (울듯이) 못살아 내가. 못살아아아아-------!
S#16 승완 집(D)
머리끈 질끈 묶고 끙끙 앓아누운 윤태희이고.
한범수는 어색한 자세로 아기를 안고 얼르며 우유를 멕
이고 있다.
한범수 아, 어디 운동회 나가? 머리끈 당장 풀어!!
윤태희 아후 난 몰라. 앞으로 동네 창피해서 어떻게 돌아다녀?
한범수 창피하긴 뭘, 지금 그게 문제야?
윤태희 뭐라구요?
한범수 애 외가쪽 생각은 안 해? 그 집 부모는 생떼 같은 자식
을 잃었는데....
같은 자식 가진 사람으로서, 그 엄마 생각은 한번 안 해
봤어?
윤태희 (찔끔) ....
한범수 나 회사 가 있는 동안 애 잘 봐!
윤태희 아니 내가 왜 애를 봐요?
한범수 그럼 누가 봐!
윤태희 아, 나도 몰라요! 당신이 보시구랴.
한범수 아, 이런 사람하고는...큰 애들한테 잘 말해서 걔네 호
적에 입적시킬테니,
그때까지는 임자가 좀 고생해!
윤태희 아이구, 걔들이 그런데요?
한범수 안 하면 또 어쩔 거야?
윤태희 사람들이 물어보면 뭐라고 그럴 거야? 하늘에서 뚝 떨
어졌다구 해요?
한범수 아, 그렇게 고생해도 안 생기는 애기, 이렇게 뚝 떨어
져주면, 하늘에 절이라도
해야지 뭘.
윤태희 (홱 일어나며) 이이가 지금 불난 집에 부채질 하나...
한범수 당신 앞으로 얘 앞에서 말조심해! 안 듣는 거 같아도
다 듣구 있어, 알어?
윤태희 (뜨끔)
한범수 어린 것이 지 엄마 그렇게 일찍 여의구, 아, 불쌍하지
도 않아?
윤태희 (억장이 무너진다) ...
한범수 (아이 얼르며) 오이야, 오이야, 내가 바로 니 할애비
다. 니 할머니 참 못났지?
니가 이해해라!
윤태희 어이구, 어이구...
한범수 (얼르며) 그래그래~ 허허허, 고놈 참... 거 보면 볼수
록 승완이놈 어릴 때랑
똑같네.... (얼마나 기다린 손잔가. 속으로는 흐뭇해 죽
고)
윤태희 (슬쩍 보고 싶지만 꾹 참으며) 그럼 지 애빈데 안 닮아
요?
승완 (E) 야, 나 여기서 뛰어내린다!
S#17 술집(N)
창문에 한쪽 다리를 내밀고 서있는 승완.
그 앞 테이블에 앉아 술을 마시는 창명.
승완 우이씨~ 난 장난 아니야, 뛰어 내린다!
창명 (덤덤하게 술 마시며) 그래, 그래라, 천하의 스파이더맨
이
그깟 2층에서 떨어진다고 설마 죽기야 하겠냐
승완 아이 새끼~ 진짜! (아래를 보면 얼마 안 높고)
창명 제발 쫌 뛰어내려라 제발....시험공부도 못하고 맨 날
니 하소연 들어주기두
이제 체력의 한계를 느낀다!
승완 아이 치사한 새끼!
창명 (혼자 술 따라 벌컥벌컥 마시고) 그래, 나 치사한 거 다
아는데,
나 비행교육원 못 들어가면 니가 책임질 거냐?
승완 어후, (기어 내려와 의자에 앉으며 소주 한잔 벌컥 마신
다)
창명 쑈 다 끝났냐? 끝났으면 가자. (일어나려는데)
승완 (O.L) (한숨처럼 푸우우) 세진이가 죽었댄다.
창명 누가 죽어.
승완 세진이 말야 세진이....일진언니 동생, 몰라?
창명 (순간 눈 번뜩!) 일진씨? 일진씨랑 연락이 됐어? 언제?
승완 (자작하며) 연락 안하구 사냐? 첫눈에 필 박혔다며?
창명 무슨 일인지 일 년 동안이나 연락이 끊겼었거든.
근데, 일진씨 동생이 죽었어? 왜. 무슨 일루.
승완 어떤 미친놈 아이를 낳다가 죽었대.
창명 미친 놈? 어떤 미친놈?
승완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킨다)
창명 (농담으로 받고 김새며) 미친 놈.
승완 (쿵! 테이블 위에 눕는다)
창명 그렇지. 다음엔 그 순서지.
승완 (누운 채로) 창명아...나는 왜 늘 이 모양일까?
창명 (성가셔서) 그 모양이 싫으면, 모양을 바꿔보렴.
승완 (상관없이 신세한탄처럼 서글프게) 살아서 채영이 얼굴
을 어떻게 보구,
죽어서 세진이 얼굴은 또 어떻게 보냐. 응?
창명 ? (장난이...아닌가? 심상치가 않아서 보고)
S#18 까페(N)
도현 (병맥주 마시다가 놀라서 멈춘 채로) 누가...죽어?
채영 뭘 모른 척하구 그래? (좀 짜증) 정세진말이야.
도현 (뻥....한 충격이고)
채영 (같잖다는 듯) 왜, 승완이 아일 낳다가 죽었다니까, 가
슴이 쓰려?
입이 벌어지구, 호흡이 멈출 만큼, 그렇게 말도 못할 충
격이야?
도현 확인된 사실이야?
채영 너두 역시 남잔 남자구나. 그딴 저차원적인 속임수에
넘어가는걸 보니.
도현 무슨 소리야?
채영 책임 회피하는데 죽음만큼 더 좋은 위장이 어딨니? 일
저지르구 띨띨한
승완이한테 덤탱이 씌우구 있는 거잖아 그 기집애!
도현 남의 얘기라구 함부루 말하지 마. 전후사정 무시하구,
무작정 넘겨짚는
것도 저차원이긴 마찬가지야.
채영 민도현.
도현 어쨌든, 아이를 낳기루 한건 대단한 용기구, 자기 아이
가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조차 모르구 있었던 승완이한테두 책임은 있어.
채영 (노려보며) 이성적이어서 좋겠다 너는.
도현 (좀 웃으며) 어, 좋아. 사는데 편리하거든.
채영 오늘 하루만큼은 내 투정 좀 받아주면 안 되니? 나 지
금 기분이 완전히
망가져서, 쓰레기통에 처박힌 깡통이 된 기분이야. 친구
가, 그 비위 하나
못 맞춰 줘?
도현 분명히 말했지만, 친구로서 나온 거야. 치대지 마.
채영 (눈물 그렁해지며)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이 너밖에
없었어.
도현 ...(가만히 보며)
채영 자존심이구 뭐구 다 접구 연락한 건데, 어떻게 이럴 수
가 있니 나한테.
도현 ...(흐음... 한숨 쉬며, 못 말리겠군...하는 표정)
S#19 거리(N)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어깨동무하고 걸어오고 있는 승
완과 창명.
승완 (비틀비틀거리며 울부짖듯이) 야, 정세진! 너, 임마! 너
꼭 이래야 했냐?
너 이렇게 무책임하게 일 저질러 놓고 가버리면 그만이
냐구?
창명 (울컥하며) 그만해 임마. 이미 가버린 사람이잖아.
승완 진짜 너 너무한 거 아니냐? (두 주먹 불끈 쥐고는 하늘
을 향해 절규하듯)
난 이제 어떡하라구? 나 혼자 어떻게 애를 키워!
창명 (덩달아 눈물이 글썽이고)
승완 (손등 이마에 갖다 붙인 채로 철푸덕 전봇대에 붙으며)
미안하다...
니 맘 몰라줬던 거...,니 생각 해주지 못한 거..(몸 뒤집
어 하늘을 올려다
보며) 어쨋든 애 걱정은 말구 잘 지내....
창명 (안됐어서) 승완아 임마...
승완 (하늘을 올려다보는 채로) 편하냐? 거기는 편해? 잘 있
어 임마! 내가 나중에
기장이 되면, 비행기 타구 한번씩 들러볼게....(눈물 맺히
고)
창명 (어흑... 못 참고 눈물 쏟으며 하늘 향해) 세진씨이....
승완 (하늘을 향해) 야 임마, 정세진! 뭐라 대답 좀 해봐 임
마!
(F.C) 세진의 환하게 웃었던 모습. (1부에서)
승완 (왈칵 눈물 고이며) 씨에라 위스키! 응답해 임마! 왜 응
답을 안해!!!
S#20 달리는 버스 안(D)
창문에 머리 기대고 잠들어 있다가, 퍼뜩! 눈을 뜨는 세
진.
마치 승완의 소리를 듣기라도 한 듯, 멍..한 표정으로 주
변을
둘러보면, 지쳐 잠들어 있는 성당 대학생부 신도들이고.
창밖을 내다보면 성당이 보인다. 크게 기지개를 켜는 세
진.
핸드폰을 열어 시계를 보는데, 핸드폰 액정에 뜬 사진.
앞씬에 나왔던 신비와 함께 찍은 사진!
세진 (가만히 미소 짓고) 아, 보고 싶어 미치겠다...!!!
핸드폰에 대고 쪽쪽쪽! 뽀뽀하는 세진이고.
S#21 성당입구(D)
입구로 들어오는 고속버스, 옆면에는
‘00성당 000를 위한 침묵의 피정’이라고 쓴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S#22 성당 정원(D)
대학생부 신도들, 여행복 차림으로 줄줄이 버스에서 내
리고
밝은 얼굴로 버스에서 내리는 세진, 친구들과 인사를 나
누는데
저만치 신도들을 배웅하는 안드레아 신부를 발견하고
세진 신부님! 안드레아 신부니임!
신부님 ? (돌아보고는 미소로) 오오, 사비나! (반기는데서)
S#23 야외 일각(D)
벤치에 앉은 세진에게 캔 음료 따위 건네는 신부님.
신부님 어때, 무리해서 간 보람이 있었냐?
세진 (밝고 씩씩하게) 그럼요! 신부님 아니었으면 엄두도 못
냈을 거예요!
신부님 좋았지?
세진 (끄덕끄덕) 네. 신비 키우느라 거의 일 년 동안 방구석
에만 틀어박혀
있었잖아요. 간만에 좋은 공기 마시니까 너무 좋드라구
요.
신부님 (신나서) 거봐. 신부님 말 들어 손해볼꺼 하나 없다니
까아?
세진 맞아요. 맞아. 하하.
신부님 자자, 신비가 기다리는데 빨리 가봐야지.
세진 네. 안 그래두 이박 삼일동안 보구 싶어서 죽는 줄 알았
어요.
신부님 잠 안자구 울 때는 뱃 속에 도루 집어넣구 싶대매.
세진 (혀 낼름 내밀고 웃으며) 그땐 그때구요.
신부님 (밝은 세진의 모습이 기특하고, 마음이 환해지는데)
세진 참! 며칠 있다 신비 백일인데, 저녁 드시러 오세요! 다
른 사람은 몰라두
신부님은 오셔야죠. 우리 신비, 생명의 은인인데.
신부님 물론 가야지! (하고는 슬쩍) 어머니두....부를꺼지?
세진 (멈칫하고)
신부님 언제까지 숨길 수만은 없잖니.
세진 안 그래두... 조만간 천안에 한번 가볼 생각 있어요. (마
음 속의 걱정
숨기려는 듯 씩 웃어 보인다)
S#24 표재경의 가게 앞 길(D)
직원1, 검은 정장에 국화로 장식된 커다란 조화 바구니
를 낑낑거리며
들고 오고 있다.
직원1 (눈으로 간판을 찾다가 표재경 가게의 간판에 시선 고
정되고)
S#25 표재경의 가게 주방(D)
표재경, 반찬통에 반찬을 바리바리 싸고 있다.
표재경 으이구 밥이나 해먹고 다니는 건지... 혹시 이 기지배,
혼자 산다구
또 무슨 사고치고 다니는 거 아냐?
주방녀 아휴, 설마요~ (웃고)
표재경 아후, 나는 처녀가 애 낳았다는 소리는 믿어두, 일진
이 그거 별일 없다는
소리는 못 믿겠어!
주방녀 (웃는데) ...
남자 (E) 계십니까?
표재경 ? (보고는) 누구야? 못 듣던 목소린데. (나가고)
S#26 표재경의 가게(D)
주방에서 나오는 표재경.
표재경 누구....(하다가, 국화로 만든 조화바구니를 보고는 흠
칫했다가).....세요?
직원 혹시 정세진양의 모친 되십니까?
표재경 (의아하게 보다가) ...그런데요?
직원 (옷깃을 단정히 여미고 꾸벅 인사하며 화환을 건넨다)
저희 사장님이 보내서 왔습니다. 얼마나 상심이 크십니
까!
표재경 에?
직원 1 늦었지만 둘째 따님 조문 왔습니다. 직접 못 오셔서 죄
송하다고....
아이는 잘 키우겠다고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표재경 (정리가 안 되고 벙..해서) 아,아이라니 무슨....
직원1 한신비양 말씀입니다. 그러니까, 고 정세진양의 따님,
표재경 (말 막으며) 자,잠깐만요. 집을 잘못 찾으신거 아니예
요?
(조심스럽게) 누구...조문을 오셨다구요?
직원1 (고개 숙이며) 고 정세진양의 명복을 빕니다.
표재경 며,명복이라니요. 우리 세진이요?
직원 네... 고 정세진양,
표재경 (버럭) 이보세요! 지금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예요?
세진이가 죽다뇨? 걘 지금 외국에서 공부 중인데...
대체 당신 누구에요?
직원 (난감하고) 아니 저는 그냥 저희 사장님께서 보내서...
(편지 꺼내 건넨다) 저기... 이거.....
표재경 (편지 펴 보는 위로)
한범수 (E) 정세진 양의 명복을 빕니다. 세진양이 남기고 간
아이는 저희가 잘
키우겠습니다. 심려하지 마십시오! 가까운 시일 내에 찾
아뵙겠습니다.
표재경 ! (뒤로 쓰러지며) 세세세....세진아...
주방녀 (놀라 뛰어나오며) 사장니임~...하이고오~ 이게 무슨
날벼락이야!
S#27 자매의 하숙집 마당(D)
세진, 배낭을 메고 밝게 뛰어 들어오는 세진.
세진 (환한 표정으로 크게) 신비, (야! 부르려다가)
얼른 주변을 살피고는, 두 손으로 입 막고는 조용조용
방 쪽으로 가는 세진.
S#28 자매의 하숙방 안(D)
세진 쨘! (문 열고 들어오며) 신비야~ 엄마가 왔다! (멈칫,
둘러보면 아기가 없다)
아기 짐도 싹 없어졌다,
서랍장을 열어보는 세진, 모두 비어있다.
순간 불길한 예감이 싹 스치는 세진
세진 신비야~ 신비야~ (정신없이 밖으로 뛰쳐나가고)
S#29 자매의 하숙집 동네(D)
표재경 (눈물 범벅이 돼서 뛰어오며) 아이고오 세진아아....
세진아아....아이고 내 새끼이... (골목으로 들어서고)
세진 신비야! 신비야아....(거의 미친 듯이 뛰어 골목을 빠져
나오는데)
골목 코너에서 딱 만나는 세진과 세진모!
두 사람 다 눈물 콧물 범벅인데
세진모, 이게 꿈인가 생신가 싶고
표재경 세..세진이니? 세진이야?
세진 (벙...해서) 엄마....?
표재경 (달려와 벌컥 안으며) 아이구 내 새끼 , 아이구 내새끼
(찬찬히 얼굴을 들여다보며 눈물이 흐르고) 그럼 그렇
지...
니가 누구 딸인데....죽긴 누가 죽어!
세진 엄마...(난감한 표정이 되고)
표재경 (딸 머리 쓰다듬다가) 근데, 신비가 누구냐? (에서)
S#30 자매의 하숙 방(D)
표재경 (기겁하며) 뭐어?
세진 (빌듯이) 엄마아~ 나중에 다 설명해 하께 응?
표재경 (기막혀 세진의 이마 짚어보며) 너, 외국 가서 이상한
병균 얻어온 거
아니냐? 말라리아나, 그 뭐냐, 조류독감 같은 거...그런
거 얻어온 거 아니야?
세진 그런 거...아니라니까아.
표재경 근데 왜 자꾸 헛소리를 하니? 애라니, 니가 애가 어딨
어?
세진 (가슴 무너지고) 엄마, 나 아기 있어요, 엄마 손녀딸. 이
름은 한신비구,
표재경 (쿵! 엉덩이 바닥에 붙이며) 뭐...? 소,손녀 딸? (띵...
한데)
세진 미안해, 엄마, 근데...일단 우리 신비부터 찾아올게....
응?
(미친 듯이 나가고)
표재경 (쫓아나가며) 세진아, 세진아~
S#31 자매의 하숙집 마당(D)
방에서 후다닥 뛰어나오는 세진이고,
뒤이어 나오는 표재경인데,
이때 대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는 일진,
일진 ! (두 사람을 보고 기겁해서 슬슬 뒷걸음질 치며) 어?
두,두 사람 언제 왔어?
참, 그러고 보니 내가 중요한 일을 깜빡,(했네 하며 얼른
나가려는데)
세진과 표재경, 냅다 뛰어와 일진을 낚아챈다!
S#32 자매의 하숙 방(D)
우당탕 퉁탕, 던져지는 책이며 빗자루며 베개등.
표재경 뭐가 어쩌구 어째?
일진 (요리조리 피하며) 엄마, 왜 나만 갖구 그래에! 그동안
나두 힘들었단 말야..
표재경 (대야 들고 쫓아와 때리며) 니가 더 나쁜 년이야, 언니
가 돼서 너 뭐했어?
동생 간수 하나 못하고... (버럭) 이게 어디 숨긴다고 숨
길 일이야?!
일진 그럼 죽어도 애를 낳겠다고 난리난리를 치는데 어떡
해? (나름 서럽다)
그동안 내가 쟤 수발든 거 소설로 쓰면, 원고지로 일만
팔천 오백장이
나온다니깐...
표재경 말이나 못하면, 말이나!
세진 (말리며) 엄마, 언니 잘못 아니야. 내가 낳겠다고 고집
부린 거라니까아.
때릴려거든 날 때려. 응?
표재경 (더 때리려다 기운 없어 무너지며) 내가 죽어야지, 내
가 죽어야지...
아이고오~ 여보오~ 나 좀 데리고 가요~
세진 울지 마 엄마. 엄마도 혼자서 우리 둘 잘 키웠잖아.
표재경 그래서, 부러워서 따라했냐? 따라 할게 없어서 그걸 따
라 해?
세진 엄마 나는, 아빠 없어두 사랑이 부족하단 생각 한번도
해본 적 없어.
엄마가 우리한테 그랬던 것 처럼, 나두 신비한테 엄마가
돼주고 아빠도
되줄꺼야.
표재경 신비가 나중에라두 지 아빠 찾으면 그땐 너 어쩔래? 남
들 다 있는 아빠,
저만 없다고 울고 주눅들면 그거 어쩔 거야?
세진 내가 더 많이 사랑해주면 되잖아. 남들보다 두배 세배,
아니 그 이상으루
사랑해주면 되잖아.
표재경 (눈물 가득 고여서 보고)
세진 (눈물 흐르고) 누구나 다 있는 아빠가 없는 사람도 세상
엔 많고, 누구나 다
있는 엄마가 없는 사람도 세상엔 많고, 둘 다 없는 사람
도 많아. 하나쯤
더 갖지 못했다고 해서 불행한 건 아니야. 이해시킬게.
노력할게 나.
표재경 아이고오... 불쌍한 년....(세진 감싸 안고)
세진 나 하나두 불쌍하지 않아. 나 잘 살게. .엄마두 그랬잖
아, 우리가 있어서...
행복했다구. 나두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게 잘 살을
게...
표재경 (속상해서 눈물 흘리며) 몸은 어디서 풀었어.
세진 (엄마 눈물 닦아주며) 신부님이 소개해주신 미혼모 시
설에서.
표재경 엄마를 부르지이이!! (너무 속상하고) 그럼 지금 애는
어딨는 거야...
일진 !!!!! (눈물 훔치고 있다가 흠칫!하고)
세진 언니. 신비 누구한테 맡긴 거야?
일진 어...? 그,그게...저기...(머뭇거리며 미치겠는 데서)
S#33 한범수의 거실(D)
모두 모여 거실에 앉아있는 승완네 가족, 가족회의를 하
려고 한다.
보행기에 앉혀져 혼자 잘 놀고 있는 신비
한범수, 카리스마있는 눈빛으로 식구들을 제압하고는 있
지만
신비에게 눈길 한 번씩 주면서 속으로 흐뭇해 죽는다.
윤태희도 승필네 생각해서 최대한 표정관리 중이다.
승필 내외, 괜히 의기소침해지고.
승완은 바늘방석이다, 식구들 눈치만 보는데
한범수 내가 오늘 너희들을 이렇게 불러 모은 것은, 대충 짐작
했겠지만
신비의 문제를 의논하기 위해서다. (하는 데서)
S#34 승완 집 앞 골목길(D)
양손으로 세진과 일진의 손을 잡아끌고 가는 표재경 여
사, 험난한 인생살이를
겪어낸 여장부답게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걸어간다!
표재경 가서 일진이 넌 상황을 해명하고, 세진이 넌 니 새끼
찾아와!
일진 (끌려가며) 엄마아... 저기... 나는 안가면 안될까?
표재경 시끄러! 니가 저지른 일이니까 니가 수습해야 될 거 아
니야!
일진 어차피 그 집서 얜 벌써 죽은 사람이라니까. 그 집 가
면 난리가 날 텐데에.
세진 그러게 왜 그런 말을 했어?!
일진 그래야 다시는 널 안찾지... 아, 이왕 아일 갖다줬으면,
뒷탈이 없어야 될 거
아냐! 엄마만 아니었음 너한테두 끝까지 말 안할 생각이
었어.
세진 언니 땜에 내가 못살아 진짜.
일진 그 집에서두 순순히 자기들이 키우겠다 그러던데 뭐얼.
표재경 (일진 보면)
일진 내가 미리 다 알아봤거드은. 큰 형네 부부가 애가 없드
라구.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잖아. 그 집 가면 우리 신비, 가
족들 사랑 듬뿍
받으면서 자랄 수 있다는 생각에,
세진 (O.L) 우린 사랑 안 주냐? 왜 시키지도 않은 짓을 해,
왜에?
일진 애를 만들긴 둘이 만들었는데, 왜 너 혼자 떠안니? 책임
분담이란 말도
몰라 넌?
표재경 시끄럿! (빌라 건물 턱짓하며) 저 집이 틀림없지? (잡
아끌며) 일진이 너,
이번에도 거짓말이면 아주 죽을 줄 알어! (에서)
S#35 한범수의 거실(D)
한범수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누구 잘잘못을 가리기 전에,
합리적인 결단을 내리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가족들 ...
승완 (눈치보고) ...
한범수 우리가 혼내지 않아도, 승완이 저 놈, 아마 밤에 다리
도 쭉 뻗고
자지 못할 거다....
승완 (더 고개 푹)
한범수 애 엄마가, 원통해서라도 저 놈, 저거 가만히 두겠냐?
승완 아빠, 아들한테 저주를 퍼붓는 것도 아니고, 무슨 말이
그래에.
윤태희 이이는 참, 흉측하게시리.
한범수 그렇다는 얘기야....그래서, 니 엄마랑 내가 내린 결정
인데...
이 애는 큰애 니네가, (하는데)
(E) 벨소리 띵동~
그 소리에 이시간에 누구야? 하며 돌아보는 가족들이고.
인터폰으로 걸어가는 승완.
승완 누구...
하다가 하얗게 질리는 승완.
모니터 속 여자 세진이다!
눈을 의심하며 다가가 보면 틀림없이 세진이다!
승완 (하얗게 질린 채로) 저,저,정세진?
가족들 !!! (순간 돌아보며) 누구?
승필 저,정세진이라면, 죽었다던 아이 엄마 이름 아니야?
순간 머리카락 쭈삣 곤두서는 가족들!
어느 순간 우루루 인터폰으로 모여들고.
모니터로 보이는 세진의 그로테스크한 얼굴!
뛰어오느라 머리 풀어헤쳐져서 더욱! 더! 그로테스크해
보이는
얼굴을 모니터로 바싹 들이밀며,
세진 저....여기가 한승완씨 댁이 아닌가요?
승완 (그대로 쿵! 바닥에 내려앉고)
가족들 승완아! 승완아! (달라붙으며 아수라장이 되는데서)
S#36 중식당 룸 정도(촬영 편한 적당한 장소로 바꿔도
무방)(N)
승완네 가족들, 단정한 차림으로 나란히 앉아 있다.
표재경, 일진, 세진이 들어온다.
일어서는 승완네 가족들, 승완, 세진 고개를 들지 못하
고.
어색하지만 깍듯하게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는 두 가족
들.
그러나 감정은 피차 껄끄럽다
한범수 그럼, 시작해 보시죠!
일진 (일어나며) 일단 양쪽 집안에 심려를 끼쳐드리고 물의
를 일으킨 점,
깊이 반성하고 사과드립니다. (꾸벅 인사하고)
윤태희 (중얼거리며 작게) 이게 사과로 끝날 일이야? 아무리
그래두 그렇지,
어떻게 그런 거짓말을....
한범수 어허... (슬며시 옆구리를 찌르고) ...
윤태희 흠흠...
승완 ... (세진을 노려보는 눈빛)
세진 ... (승완을 노려보는 눈빛)
일진 (예리한 눈빛으로) 2004년, 1월 5일 두 사람은 싱가폴에
서 우연히
여권이 바뀌게 됩니다.
S#37 싱가폴 몽타주
승완과 세진의 싱가폴에서의 여정이 순서대로 펼쳐지
며, 그 위로
-(F.C) 공항에서 승완과 세진이 부딪쳐 여권이 바뀌는
장면(1부 29씬)
일진 (E) 그 작은 우연에서 시작된 필연적인 만남! 즉, 운명
의 장난이 시작됩니다.
-(F.C)경찰서에서 나온 세진과 스파이더맨 승완이 걸어
가는 장면(1부 55씬)
-(F.C)함께 관광을 하는 승완과 세진(1부 59씬)
일진 (E) 본의 아니게 함께 관광을 하게 된 두 사람은, 서로
의 상처를 알게
되고 위로해주게 됩니다.
-(F.C)함께 경비행기를 타는 승완과 세진(1부 71씬)
-(F.C)수영장에서 리조트권 쟁탈전 벌이는 승완과 세진
(1부 75씬)
-(F.C)리조트 문 앞에서 서로 들어가겠다고 씨름하는 승
완과 세진(1부 77씬)
-(F.C)같은 침대에서 일어나며 놀라 소리지르는 두 사람
(1부 82씬)에서
일진 (E) 극의 흐름상, 당연히 리조트에 방은 하나밖에 남아
있지 않았고,
결국 두 사람은 한 방에서, 함께 묵게 됩니다.
S#37-1 동 룸(N)
일진 그 후, 암묵적인 동의하에 하룻밤을 함께 보내게 된 두
사람은,
승완 (손 번쩍 들며) 잠깐! 이의 있습니다.
가족들 ? (승완에게 시선 고정되고)
승완 (일어서며) 암묵적인 동의라뇨? 절대 아닙니다. (그 위
로)
S#38 호텔룸(승완의 버전/N)
(*센토사 리조트룸과 달라도 무방)
마치 환상처럼 몽롱한 분위기.
샤워를 하고 나온 세진, 젖은 머리칼을 휙 나부끼며 뇌쇄
적인 눈길을 보낸다.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 기댄 채로, 승완을 바라보는 세진.
세진 거기... 소파는 춥지 않아? (한 손으로 침대를 톡톡 두
드리며) 이리 와.
승완 (흠칫 움츠리며) 야... 왜,왜 그래 너? (하는 데서)
S#39 동 룸(N)
승완 물론, 유혹을 물리치지 못한 건 제 잘못이지만...
세진 (벌떡 일어나며) 야!
가족들 (놀라 세진에게 시선 고정되고)
세진 저 말은 절대 사실이 아닙니다!
승완 야, 아니긴 뭐가?
일진 (승완 보며, 짐짓 검사인 양 근엄하게) 한승완씨, 앉으
세요!
승완 네? (둘러보면)
가족들 (얼른 앉으라고 눈짓)
승완 (머쓱해서 앉고)
세진 물론, 저 역시 제 실수를 인정합니다만...
S#40 호텔룸(세진의 버전/N)
역시 환상처럼 몽롱한 분위기.
문 안에 들어서자마자 갑자기 야수처럼 돌변하며 세진
을 홱! 돌아보는 승완.
승완 너.... 오빠 못 믿어? (시선은 세진에게 둔 채, 손만 뒤
로 돌려 슬며시
문을 걸어 잠그고는 점점 세진을 향해 다가오는)
세진 왜,왜 그래 너....왜 그래에!!! (하며 뒷걸음질 치는 세진
의 얼굴에서)
S#41 동 룸(D)
세진 그러니까 먼저 시작한 건 엄연히 승완입니다!
승완 (뻥....어이없다는 듯) 야, 정세진!
세진 왜? 한승완! (지지 않고 맞서면)
승완 너 자꾸 거짓말 할래?
세진 너야말로 좀 솔직해지시지?
승완 (버럭) 야! 경비행기 타면서 설렜다던 게 누구지?
가족들 ! (승완을 보고)
세진 (지지 않고) 달빛 어쩌구 하면서 달콤한 멘트 날린 게
누군데!
가족들 ! (세진을 보고)
승완 그거야, 미안하니까 배려하는 차원에서 한 말이지이!
가족들 (승완을 보고)
세진 배려할 거면 끝까지 매너를 지키시지이. 남자가 쪼잔하
게 이제와서 말을
뒤집냐?
가족들 (세진을 보는데)
승완 (버럭) 야!
세진 (지지 않고) 왜에?
한범수 (더 크게 버럭) 야, 너희 둘 나가!
승완,세진 네?
한범수 나가라구, 정신 없으니까...
S#42 동 밖(D)
밖으로 쫓겨난 세진과 승완.
그 뒤로 쾅! 문 닫히는 소리 들리고.
씩씩거리며 노려보다가 휙 서로 등돌리고 서는 세진과
승완.
승완 (생각할수록 화난다. 홱 돌아보며) 야, 너 진짜 무서운
애다!
세진 (돌아보며) 뭐?
승완 누가 허락도 없이 남의 애를 낳으라고 했냐? 이건 범죄
야.
것두 형량이 딥따 센...
세진 (발끈해서) 내가 내 애를 낳는데, 왜 남의 허락을 받아
야 되는 건데?
승완 뭐? 내가 어떻게 남이야? 그래두 명색이 애 아빤데!
세진 책임을 회피하고 도망간 게 누군데!
승완 도망가긴 누가 도망가, 싱가폴에서 그런 건, 내가 미안
하다고 분명히
사과했잖아....하지만 이건 아니지....임신한 걸 알았으
면 그때 나한테 말해
줬어야 되는 거 아니냐? 어떻게 애를 안고 나타나서 이렇
게 사람 뒤통수를
치냐?
세진 뭐? 뒤통수?!
승완 가족 앞에서 날 바보루 만들었잖아! 너 때문에 난 사랑
도 잃고, 가족의
신뢰도 잃었단 말이야!
S#43 동 안(D)
일진 (호소하듯) 이럴 때 여러분이 산모의 가족이었다면, 언
니였다면 어떻게
하셨겠습니까? 제 행동에 잘못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
은 돌을 던지세요!
가족들 (차마 돌을 던지진 못하고, 간장병, 소스병 등을 쥔 손
이 움찔하고)
S#44 동 밖(D)
승완, 세진, 벌 받는 아이들처럼 문 옆에 쪼그린 채 암담
하게 앉아 있다.
승완 (정면 보는 채로) 그래서, 이제 앞으로 어떡할 건데?
세진 어떡하긴. 신비를 도루 데려가서 내가 키워야지.
승완 데려가서는? 어떻게 키울 건데?
세진 (호기롭게) 그야 물론 복학도 하고! (했다가) 싶은데,
신비 키울라면 힘들겠지
아마? 그럼 그냥 한동안은 아르바이트나 해야! (했다가)
겠는데, 아르바이트
하는 동안 신비는 누가 봐주지?
승완 (질려서) 야... 너 진짜 세상 즉흥적으로 산다.
세진 뭐?
승완 아니, 혼자 애를 낳아 키울 생각이었으면 뭔가 중장기
인생 플랜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
세진 아니 니가 왜 새삼스럽게 내 걱정을 하냐? 걱정 마세
요! 내 인생, 그리구
내 딸 인생, 제가 알아서 하구요, 제가 책임져요! 한승완
씨!
S#45 동 안(D)
한범수 어쨌든 죄송합니다. 다 제가 아들놈 잘못 가르친 부덕
의 소칩니다.
표재경 아니, 아닙니다! 우리 딸년도 잘한 건 없는데요 뭐.
윤태희 (한범수 쿡 찌르며 소곤거리는) 아니 왜 그게 우리 승
완이만의 잘못,
한범수 (쓰...자르고) 아직 창창한 나이의 세진양이 아이 때문
에 발목 잡혀서야
되겠습니까. 신비는 저희가 알아서 잘 키우겠습니다
표재경 네? (어이없고) 아니, 누가 아이한테 발목 잡힌데요?
윤태희 그쵸... 사실 발목 잡힌 걸로 치자면 우리 승완이죠.
표재경 (기분 상하고)
한범수 마침 우리 큰 아들 내외가 아이가 없으니, 얘들 호적
에 올리게 할
생각입니다. 그렇지, 승필(아? 하려고 보면)
승필 ... (삐져서 고개 숙인 채로 눈길 피하며 슥 일어나 나가
고)
현주 ....(역시 시무룩해서 일어나 나가고)
일진 아니, 얘기 중에 어딜...화장실이라도...?
한범수 허허허, 원래 저러니까 신경쓰지 마십시오.
(하고는 몰래 찌릿! 저런 놈을 봤나...)
윤태희 솔직히 승필이네한테는 좀 가혹한 처사긴 하죠.
표재경 잘됐네요. 그럼 아이는 저희가 데려가겠습니다.
한범수 (윤태희 째리며) 그건 안됩니다!
세진 (E) 글쎄, 애는 내가 키운다니까!!!
S#46 동 밖(D)
세진 왜 자꾸 같은 말 반복하게 해, 니가 상관할 일 아니잖
아!
승완 아부지가 그렇게는 못 하시겠단다!
세진 (발끈) 왜?
승완 이렇게 다 알게 된 이상, 형네 호적에 올리시겠대.
세진 허, 아니 왜 내 아이를 니네 형네 호적에 올리냐? 무슨
상관 있다구?
승완 상관이 왜 없어? 한국 의료기술과 과학기술이 인정한
생물학적 아버지,
나! 한승완이의 형인데!
세진 넌 신비한테 권리 없다니까!
승완 나한테는 알 권리도 기회도 주지 않았으면서 무슨 권리
이!
니 맘대루 낳아서 기른거잖아!
세진 사실을 말했으면? 니가 그때 알았으면, 낳으라고 했겠
냐?
승완 (당황) 그,그건....
세진 거봐, 아니잖아. 오히려 더 지우라고 펄펄 뛰었을 걸.
승완 (쩝. 할말 없고) ...
세진 그게 바로...내가 키워야 하는 이유야. 그리구 나, (입
술 앙 다물고
눈물 참으며) 이제, 신비 없으면... 죽어!
S#47 동 안(D)
표재경 애 떼어놓고 사는 엄마는 살아도 사는 게 아니죠! 아기
는 저희가 키웁니다!
세진이 걔, 신비 없으면 못 사는 앱니다. 저도 그 맘 잘
알구요! 이 댁에
누가 되지 않게 잘 키울 테니, 걱정 마세요!
윤태희 (열 받고) 아니 이보세요, 아니 우리는 뭐 좋아서...
한범수 (씁~! ) 당신은 가만히 있어!
윤태희 (한범수를 째려보고)
한범수 저기.. 세진 어머님....아무리 그래도 이 아기는 저희
한씨 자손이 아닙니까.
그러니 당연히 저희가 키워야지요!
표재경 그 집 자손이라니요, 그 집만 핏줄이 있습니까? (팔뚝
불끈 내밀며)
우리도 핏줄 있어요!
한범수 네?
표재경 호주제도 폐지된 마당에 한씨는 무슨 한씹니까? 우리
신비는 엄연한
정씨예요, 정신비!
한범수 아니, 그래도 이 나라는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가 있고
법도가 있는 겁니다!
표재경 악법이니까 청산된 거 아닙니까! 아기를 우리가 키우
는 거 법적으로
아무 하자 없어요!
한범수 허참, 아니 왜 이렇게 말귀를 못 알아들으세요?
표재경 뭐예욧?
S#48 동 밖(D)
바늘방석이 되어 밖에서 엿듣던 세진과 승완, 울상이 되
어 서로를
쳐다보는데
한범수 (E) 아, 우리는 절대 양보 못합니다!
표재경 (E) 그럼 우린 포기할 것 같습니까?
한범수 (E) 양쪽 다 포기 못하면 그럼 어쩌란 말입니까!
표재경 (E) 제 말이요! 대안을 찾아보잔 말입니다!
한범수 (E) (버럭) 아, 그럼 둘이 키우라고 그러시든가요!
표재경 (E) (지지 않고 버럭) 네에, 그 방법밖에 없겠네요!
한범수 (E) 그럼, 당장 결혼시킵시다!
표재경 (E) 네에, 그렇게 합시다!
승완,세진 ....겨,결혼? (뻥...한채로 마주보며) 결호오오오온--
?!
(다시 시선 정면으로 돌리며) 이건 말도 안돼~!!!!
(문 탕! 열고 안으로 들어가고)
S#49 동 안(D)
후다닥 튀어들어오던 승완과 세진, 멈칫 서서 보면.
범수,재경 (서로 팽팽하게 맞서 있다가, 두 아이를 확! 쳐다보
며) 결혼해 니들!
승완,세진 (하얗게 질린 채로 울상이 되는데서)
승완 (E) 야, 나 여기서 뛰어내린다!
S#50 아까 그 술집(N)
또 다시 창문에 한쪽 다리를 내밀고 서있는 승완.
그 앞 테이블에 앉아 창명, 내공이 쎄져서 담담하다.
창명 (계란말이 먹고 있다가) 너 아직두 안 뛰어 내리구 거깄
냐?
승완 나 장난 아니야, 정말 뛰어 내린다!
창명 아 짜식 진짜, 엄청 뜸들이네. (입 속에 음식 우물우물
씹으며 일어나서는
승완을 떨어뜨리려 하며) 내가 도와줄게.
승완 엄맛! (창명에게 달라붙으며) 죽을 뻔 했잖아 짜샤!!
창명 (털썩 앉으며) 죽을 용기 없으면, 부모님이 시키는 대
루 결혼해.
결혼해서 니가 저지른 일, 당당하게 책임져.
승완 책임? 허, 책임을 남자만 지란 법 있냐? 남자는 무조건
가해자, 여자는
무조건 피해자, 이런 억울한 경우가 어딨냐구!
창명 아 그러게 짜식아 니가 농부냐 짜식아? 왜 씨를 뿌리구
다녀 짜식아.
승완 (터지며) 임신의 책임을 남자에게만 떠맡기는 건 남성
차별이야!
창명 그건 또 무슨 궤변이냐?
승완 막말루, 성공가도를 달리는 여자들한테 애 낳아달라구
하면, ‘여자가 애
낳는 기계냐?’ 깃발 들구 투쟁하잖아! 그뿐이냐? 낳기 싫
어지면 마음대루
지워버리기두 하잖아!
창명 그래서?
승완 남자한테는 아무런 실질적인 권리가 없는데, 왜 책임
만 져야 되는 거냐?
게다가 나는 아무 것도 몰랐단 말이야!!
S#51 포장마차(N)
함께 국수를 먹고 있는 일진과 세진이고.
세진 그러니까 너만 입 다물구 있었으면 아무 일두 없었잖
아!!!
일진 그건 일종의 사기야. 아 애아빠두 자기 핏줄이 어느 집
구석에서
자라구 있는지 알아야 될꺼 아니야!
세진 (나무젓가락 우지끈 분지르며 이 갈듯) 나 혼자 주체
적, 자발적으루 해결
할려구 했단 말이야. 너 땜에 이게 뭐야, 뒤늦게 발목 붙
잡는 것처럼!
일진 자발 같은 소리하구 있네. 그럼 니 꽃다운 나이는 어떻
게 할래? 가능성으로
똘똘 뭉친 니 인생은 어떡할꺼야? 애 때문에 너만! 니 인
생만! 말려두 되는
거야?
세진 (버럭) 그렇다구 원치 않는 결혼을 하냐?
S#52 아까 그 술집(N)
창명 아, 니들은 서로간의 합의두, 사랑두 없었잖아. 완전 사
고였잖아!
그러니까 공동의 책임을 지란 말이야 짜식아!
승완 그렇다구, 사랑하지두 않는 사람이랑 결혼을 하냐구우!
창명 같이 사고 친 거 보니까 아주 싫은 건 아니였구만 뭐얼!
승완 아주 싫지 않은 거 정도룬 결혼이 성립 안 돼!
결혼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의 동지적 결합이
란 말이야!
서로 같은 곳을 보고 함께 의지하면서 살아가는 친구 같
구, 동지 같은
관계여야 한다구!
S#53 포장마차(N)
일진 (버럭) 아이 인생은 생각 안 하냐?
세진 부모가 되는 데두 자격이 있는 거야. 미성숙한 부모들
땜에 아이가
잘못 성장할 수두 있는 일이잖아!
일진 그럼, 아이를 나눠 갖던가!
세진 죽을래?
일진 (짜증) 아씨, 그러니까 철들 때 까지만 함께 키우란 말
이야! 나중에 아이
스스루 인생을 선택할 수 있게!
S#54 아까 그 술집(N)
승완 (아이처럼 뗑깡 부리듯 사지육신을 흔들며 울듯이) 아
아아아, 싫어.
싫어어어---아이 인생만 인생이냐? 내 인생두 인생이야.
S#55 포장마차(N)
세진 (역시 울고 싶은 심정으로) 아아아----나는 정말 그 철
딱서니랑 같이 살기
싫단 말이야! 덜컥 결혼했는데, 나중에 진짜 내 운명의
상대가 나타나면
어떡해. 그땐 어떻게 하냐구우---!
일진 (짜증나서 째리며) 그렇게 잘 아는 기집애가,
S#56 아까 그 술집(N)
창명 (역시 짜증나서 째리며) 그렇게 잘 아는 새끼가,
S#57 아까 그 술집 + 포장마차(N)
일진,창명 (동시에 버럭) 사고를 치냐!!!!!!! (소리치는 데서)
S#58 도현의 차 안(N)
끼이이익----급정거를 하며 위태롭게 멈춰서는 도현의
차!
도현 !!! (운전대에 머리 박고 있다가, 놀란 가슴으로 번뜩 고
개 들어보면)
창문 앞으로 스윽 일어나는 일진! 바닥에 쓰러져있는 사
람을
일으켜 세우는데, 헤드라이트 불빛에 비치는 사람, 세진
이다!
도현 !!! (놀라서 얼른 벨트 풀고 내리고)
S#59 거리(N)
놀란 표정으로 차안에서 내리는 도현이고,
도현 (일단은 살피며) 괜찮으세요?
일진 (꾸벅) 죄송합니다. 동생이 좀 취해서...
세진 (취해서) 죄송함...다. (꾸벅 인사하다가) 어? 싱가폴!
일진 ! (도현을 보며) 싱가폴? (세진을 보며 표정 일그러지
며) 또오?
(세진을 퍽퍽 때리며) 이 눔의 기집애가 도대체 싱가폴에
서 뭔 짓을 하구
온 거야 도대체가아.
세진 아으 씨, 아퍼어어!
도현 (보다가 픽 웃으며) 살아있었네요? 죽은 줄 알구 놀랬
었는데.
세진 어? 내가 죽었었는지 어떻게 알았어요?
도현 (웃어주고는) 아참, 괜찮아요? 다행히 부딪힌 거 같진
않은데,
다친 덴 없어요?
세진 다쳤습니다. 예에...다쳤어요. (가슴을 탕탕 치며) 마음
을 심하게 다쳤어요.
도현 (받아주며) 저런. 어쩌다가.
세진 꽃다운 나이에, 결혼하거든요 저.
도현 ! (놀라서 보고)
세진 시간 되시면 결혼식장에 참석하셔서,
도현 자리를 빛내 달라구요?
세진 아뇨. 제 손 좀 잡구 도망가 주세요.
도현 (뻥....!하고)
일진 (뻥...! 했다가, 쥐어박듯이 작게) 이 기집애가 주책이
야 주책.
세진 (상관없이) 영화, 졸업 보셨죠! 혹시 못 보셨어요? 못
봤구나아.
그럼 런 어웨이 브라이드는요. 봤어요?
도현 봤는데 가물가물 하네요. 다시 한 번 빌려 볼께요.
세진 (꾸벅 인사하며) 청첩장 보내겠슴다아....
도현 (웃고는 뒷주머니에서 메모지와 볼펜꺼내 자기 핸드폰
번호 적으며) 혹시
모르니까, 이상 있으면 일루 연락주세요. (하며 일진에
게 메모 내밀고)
일진 (탁! 잡아채가며) 이상이 있었으면...좋겠네요. (오묘하
게 웃고)
도현 (부담스럽다) 그럼... (차로 오르고)
일진 (흐믓하게 바라보는)
S#60 달리는 도현의 차 안(N)
운전하고 있는 도현이고.
저만치 일진과 함께 어깨동무 하고 씩씩하게 걸어가고
있는 세진의 모습.
피식 웃는 도현. 아무리 생각해봐도 재밌는 인연, 귀여
운 아가씨다.
S#61 채영의 오피스텔 안(N)
현관문을 열어주는 채영이고, 들어서는 도현.
채영 (반갑게) 왔어?
도현 (다짐받듯, 확인시키듯) 남자 아니구, 친구다?
채영 (예쁘게 째리고는, 도현 컴퓨터 쪽으로 끌고 가며) 이쪽
이야.
도현 (컴퓨터 앞에 앉으며) 어디가 어떻게 이상한데?
채영 레포트 쓰구 있는데 신경질 나게 자꾸 다운되잖아. 바
이러스 먹었나?
도현 한번 보자구 어디. (컴퓨터에 집중하고)
채영 (그 모습 흐믓하게 보고)
도현 (시선은 컴퓨터에 둔채, 마우스 움직여보며) 남자 아니
랬다?
채영 (상관없이) 남자들 기계 고치는 모습 참 근사해.
이럴 때 정말, 남자친구의 필요성이 느껴지거든?
도현 (그저 피식 웃으며) 너는 타구 난거 같다 아무래두.
채영 (생긋 웃고는) 뭐, 음료수 좀 갖다줄까? (주방 쪽으로
움직이려는데)
도현 (느닷없다 싶게 불쑥) 승완이 곧 결혼하겠드라?
채영 (정지되고, 어떤 충격으로 확! 돌아보며) 승완이가, 뭘
해? (에서)
S#63 자매의 하숙집 마당(N)
비틀거리는 세진을 부축해서 들어오는 일진이고.
방에서 집에 갈 채비하고 나오는 표재경.
일진 어,엄마...(얼른 세진 바로 세워놓고, 옆구리 찔러서 눈
치주고는)
세진 ...! (엄마 보고는, 얼른 흐트러진 모습 바로 하고) 가,가
려구요?
표재경 ... (말없이 보다가, 움직이며) 가게 좀 정리해놓구 다
시 올꺼야.
저 물건 결혼문제 결론 봐야지.
세진 엄마 나느은, (결혼하기 싫다)
일진 (얼른 막아서며) 신비는? 자?
표재경 아빠 집에 두구 왔다.
세진 ! (보고) 엄마가 데려온다며어.
표재경 공부하는 학생들, 많은 집이야. 민폐 끼치지 말구 당분
간 아빠 집에 둬.
올라와서 찾아다 줄게. 간다. (나가고)
세진 (미안하고, 속상해서 엄마 뒷모습 바라보며) ...
일진 (얼른 따라가 보라고 세진을 툭,치는)
세진 ... (가만히 뒤 따르고)
S#64 자매의 하숙집 근처 동네 길(N)
무표정한 얼굴로 앞서 걷고 있는 표재경이고.
가라앉은 표정으로 뒤 따르고 있는 세진.
표재경 ... (문득 걸음 멈추는)
세진 ... (멈추고 보는)
표재경 ... (적당한 곳에 털썩 앉는)
세진 ... (보다가, 엄마 옆으로 가서 가만히 앉는)
표재경 (불쑥) 결혼,(사이) 할래?
세진 (본다)
표재경 말해 봐. 니 의견 존중해줄게. 할래 결혼?
세진 ...엄마 먼저 말해봐. 엄마 의견, 존중해서 결정할게.
표재경 나는...(뭔가 말하려다가 관두고) 시키구 싶어서 시키
는 거 아니야.
세진 (보며)
표재경 솔직한 심정으루, 니 딸년은 그냥 그 집 줘 버리구, 내
딸년은 새 출발 시켜
행복하게 살게 하구 싶어.
세진 ...(엄마 마음 알기에 심장이 쓰리고)
표재경 다행히 그 댁 어른들, 상식은 지킬 줄 아는 사람들인
거 같구, 뭣보다 신비를
이뻐하는 거 같 길래, 그렇게 맘 먹은 거야.
세진 ... (속상하고)
표재경 서울루, 천안으루, 세여자가 돌려 키우는 거보다는 할
머니, 할아버지 사랑
듬뿍 받구 자랄 수 있을꺼 같아서, (속상해서 울먹여지
며) 똑똑한 우리 딸
공부 포기 안해두 될꺼 같아서, 그렇게 맘 먹은 거라구.
세진 미안해 엄마...잘못했어...
표재경 (속상해서 등짝 한 대 퍽! 패며) 어이구, 헛똑똑이! 똑
똑한 척이나 하지
말지이.
세진 (맞는 채로 눈물 차오르며)
표재경 죽구 못 살아서 하는 결혼두 살다보면 틀어지는 법인
데, 니가 뭐가 모자라서
이런 결혼을 해, 내가 뭐가 아쉬워서 이런 결혼을 시키
게 만들어어!
세진 (속상해서 아이처럼 뚝뚝 떨어지는 눈물 손등으로 닦아
내며)
S#64-1 채영의 오피스텔 앞(N)
걸어와 멈춰서는 승완.
승완 ... (불 켜진 채영의 창문을 바라보며) 채영아....
차마 들어가지도, 부르지도 못한 채 가슴만 쓰린
승완의 모습 위로,
채영 (E) 내가 뭐랬어?
S#65 채영의 오피스텔 안(N)
드라이버 하나 들고, 아예 컴퓨터 오픈시켜 놓고는 부속
품 들여다보고
있는 도현이고,
채영 (기막히고, 화나서) 그 기집애 그거 다 쑈라구 했지?
일 저지르구 처리불능
상태가 되니까, 띨띨한 승완이한테 덤탱이 씌우는 거라
구 했잖아 내가!
도현 무작정 넘겨짚는 것도 저차원이긴 마찬가지라구 했지
내가?
채영 그래서, 본인이 직접 그래? 결혼하겠다구?
도현 그러던데?
채영 그 기집애, 정말 꽃뱀 아니야? 근데 넌 어떻게 갤 만났
어?
도현 (웃으며) 내 차루 뛰어들더라구 느닷없이.
채영 영악한 기집애. 그것두 쑈일꺼야 분명히.
도현 쑈가 아니라 인연이지. 이상하게 자주 만나지드라구.
인연이 아니라 운명인가?
채영 운명은 무슨! 하숙방하구 자췻방이 모여 있는 동네니
까 당연한 거지!
도현 질투 하냐?
채영 뭐? (기막혀서) 내가 누굴?
도현 (컴퓨터 박스 덮고, 드라이버로 나사 조이며) 글쎄? 누
굴까? 시덥잖은 인연을
운명이라고 말하는 날까, 아님 널 놔두구 결혼을 하겠다
는 한승완일까?
채영 ...(보고)
도현 (작업 완성!) 다 됐다! (흡족한 표정으로 컴퓨터 툭툭
쳐주고는) 니 맘 속에
누가 더 크게 자리 잡았는지 나두 궁금하다 야.
채영 ... (자신도 잘 모르겠고)
S#66 채영의 오피스텔 앞(N)
여전히, 그 자리에 서서 채영의 창가를 바라보고 있는 승
완.
어느 순간, 무거운 발길을 돌리려는데, 건물 안에서 나오
는 채영.
승완 (저도 모르게) 채영아....
채영 ! (승완을 발견하고는 멈칫, 굳고)
승완 채영아. (다가가려는데)
뒤이어 건물 안에서 나오는 도현!
이번엔 승완이 멈칫 굳고.
채영 (싸늘하게 외면하며, 도현에게 친절 넘치는) 도현아 오
늘 너무너무 고마워.
도현 (웃으며) 고맙긴 뭘. 별 것도 아니었는데.
채영 별 것도 아니긴. 밤새 해 논 영문학 숙제를 그냥 날릴
뻔했는데.
승완 (그런 두 사람을 보며 비참해지는 모습 위로)
채영 (E) 근데 그냥 가서 어떡하니? 그러지 말구 저녁 먹구
가라. 내가 금방
차려줄게.
도현 됐어. (승완 쪽 보며) 손님두 온 거 같은데, 집에 가서
먹지 뭐.
채영 (승완은 완전 없는 사람 취급하며) 그럼, 내일 같이 저
녁 먹자.
승완 (한숨 쉬고는) 채영아.
채영 (완전 무시!) 그럼 이따 저녁에 전화할게? 잘 가?
승완 채영, (부르려는데)
싸늘한 바람 일으키며, 돌아서서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채영.
승완에게는 눈길 한번 주지 않는다.
승완 무참해지는데.
도현 결혼한다며?
승완 (싸나운 표정으로 홱! 돌아본다)
도현 그럼 이제, 이 쪽으루 발걸음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승완 누가 그럽니까? 내가 결혼한다구.
도현 아니야? 그럼 저쪽을 정리하던가. 저 쪽은 꽤나 힘들어
보이던데.
승완 허! 이젠 아주 이쪽저쪽 다 만나구 다니는구만? (해놓
고는)
왜요, 다리 하나가 놀구 있으니까 심심해요? 양다리 아
님 인생이
심심해서 못 사나부죠?
도현 남 욕할 처지가 아닌 거 같은데?
승완 뭐라구요?
도현 이런 식이라면 너나, 채영이나, 나나 다를꺼 없잖아?
안 그래?
우리는 애매모호, 너는 우유부단, 그 정도의 차이인가?
승완 (노려보고)
도현 울리지 마라. 나는 내가 울 지언정 여잘 울리진 않아.
(웃으며 차로 가고)
승완 (노려보는 채로 서서)
S#67 채영의 오피스텔 안(N)
침대에 인형 따위 안고 누워있는 채영,
생각지 않았던 승완의 결혼 소식에 머릿 속이 복잡하고.
채영 (어느 순간 벌떡 일어나 앉더니) 결혼을 해? 니가 날 놔
두구?
웬지 분해서 벌떡 일어나 냉장고 쪽으로 향하던 채영.
걸음 멈추더니, 문득 창가로 가서 슬쩍 커텐을 열어보는.
(인써트) 승완이 있던 자리가 텅 비어있는 거리.
채영 ... (어쩐지 기분 이상하고)
S#68 거리(N)
침울한 표정으로 혼자 걷고 있는 승완.
도현에게 자존심 상하고, 채영에게 상처받아 엉망인 기
분.
도현 (E) 울리지 마라. 나는 내가 울 지언정 여잘 울리진 않
아.
승완 ...(뒷머리 박박 긁으며 미치겠고)
S#69 달리는 도현의 차 안(N)
운전하고 있는 도현이고.
도현 (E)(마음의 소리)어느 쪽이든 확실히 정리해라 한승완.
너 같은 자식 때문에 우리 엄마 같은 사람들이 평생을 울
구,
결국 나 같은 인간이 탄생하는 거야.
도현, 쓰게 피식 웃는데, 잘 안 웃어진다.
포기하고 표정 어두워지는.
S#70 자매의 하숙집 동네(N)
혼자 야경을 바라보며 앉아있는 세진.
표재경 (E) 죽구 못 살아서 하는 결혼두 살다보면 틀어지는 법
인데, 니가 뭐가
모자라서 이런 결혼을 해.
세진 ...(엄마 때문에 속상하고 맘 아픈)
아이처럼 훌쩍훌쩍 눈물 닦아내는 세진의 모습에서 F.O
S#71 한범수의 집 외경(D)
한범수 (E) 뭐? 결혼을 못해?
S#72 한범수의 집 주방(D)
승완 (비장미가 느껴진다) 나는 아직 스물두 살이야 아빠.
한범수 그래서.
승완 아직 공부도 더 해야 하구, 가끔 미팅두 나가야 하구,
좋아하는 여자친구두
있고, 이 모든 젊음의 특권을 포기하기엔 내 청춘이 너
무 가엾잖아.
한범수 누가 너더러 사고 쳐서 애기 만들어 오랬냐?
승완 사고는 한 번으루 끝내야지. 지금 결혼 하면 일생일대
의 사고라니깐.
한범수 잔말 말구 결혼해. 나는 내 손녀딸이 반쪽짜리 집안에
서 크는 거 싫어!
승완 아빠아...(입술 울먹이며 한범수 다리에 매달리는데)
윤태희 (안방에서 외출복 차림으로 신비를 안고 나오며) 승완
아. 오늘 니가 신비
좀 봐야 겠다.
승완 (기겁하며) 내, 내가 왜? 나 학교가야 돼에!
윤태희 아, 오후수업이잖아. 엄마가 오늘 동창회 약속이 있어
서 그래.
(아기 덥썩 안기며) 부탁한다? (살랑살랑 나가고)
승완 (아이를 안고 당황해서) 어,엄마. 엄마!
한범수 거 참 잘됐다. 오늘 하루 신비랑 지내면서, 내가 니 아
빠다, 니가 내 딸이다,
얼굴도 익히고 좀 친해져봐. (나가고)
승완 아빠. 아빠! 아직 얘기 안 끝났잖아.
이때, 출근차림으로 이층에서 내려오는 승필과 현주.
승완 (현주에게 귀엽게 씨익 웃으며) 혀...형수님.
현주 (시무룩) 죄송해요. 오후진료까지 환자들이 꽉 차서.
(나가고)
승완 (형수 쪽 턱짓하며 붙잡아달라고) 형...혀엉.
승필 너 그러는 거 아니야 임마. (아이 갖고 유세떨지 말라
는 뜻)(나가고)
승완 아우 씨, 뭘 또 그러는 게 아니야아! (돌아버리겠고)
S#73 한범수의 집 앞(D)
승필의 차 쪽으로 걷고 있는 현주이고.
묵묵히 뒤 따르는 승필인데,
현주 (우뚝 멈춰서는)
승필 (멈칫! 서면)
현주 (확 돌아보며) 당신, 도련님이랑 형제 맞아?
승필 왜 그래 또오. 유전자 검사에 맛들였어?
현주 아니 같은 뱃속에서 나온 형제가 어떻게 이렇게 다르냐
아.
승필 저 자식이 나랑은 많이 다르지. 철도 없고, 생각도 좀
짧고,
현주 그게 아니구, 당신은 5년간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이,
어떻게 이제 막 청소년기를 벗어난 도련님은 한큐에 되
냐구.
승필 ! (쿵! 가슴에 사무치고, 조용히 뒤돌아 가는)
현주 어디가.
승필 혼자 버스 타구 갈게. (손으로 입을 막고는 흑! 뛰어간
다)
S#74 한범수의 거실(D)
신비와 마주 앉은 채로 멀뚱멀뚱 바라보고만 있는 승완.
아기 보는 게 뭔지 도통 모르는 얼굴이다.
신비 (방긋 웃는다)
승완 웃지마 임마. 정들어.
신비 (아아앙--갑자기 울음을 터뜨린다)
승완 (당황해서) 야, 너 왜 그래? 자,잘못했어. 오빠가, 아니
아빠가,
잘못했어.
그래두 울음 멈추지 않자, 우왕좌왕 당황하는 승완.
낼름 전화수화기부터 잡고는 퍽퍽퍽 버튼 누른다.
승완 엄마? 언제 와? (얼굴 사색되며) 뭐? 밤에 들어 와? 그
런 게 어딨어!
오후까지 들어온다며어! (울고 싶다) 아우 진짜! 나 이번
에두 수업 빠지면
학점 빵구 난단 말이야아! (절규하는데서)
S#75 항대 교정 일각(D)
활기차게 교정을 누비고 있는 학생들.
항공대답게 죄다 남학생들이고.
키득거리며 뭔가를 구경하며 지나가고 있는 학생들.
그들의 시선이 향하는 곳에 승완!
한 손에 우유병 들고, 갑옷처럼 멜빵 포대기로 신비를 안
고 등장!
승완 아우 씨...쪽팔려. (한 손으로 얼굴 가리고는 강의실 쪽
으로)
S#76 항대 강의실(D)
배낭형 포대기에 아기를 업고 나타난 승완,
강의실 안 학생들 경악을 하며 우루루 몰려든다
동기1 푸하하하~ 야, 한승완, 스타일 쥑~인다!
승완 아, 시끄러! 가서 공부들 해!
동기2 누구냐, 니 애기냐?
승완 이것들이 진짜.... 형네 애기야... 조카, 니들 조카 몰
라?
동기1 조카? (신비 주위로 몰려들며) 와 진짜 예쁘다!
근데 여긴 어떻게 데리고 왔냐?
승완 아, 오늘 식구들이 갑자기 급한 볼일이 생겨서...
동기2 으응~ (돌아서려다) 킁킁킁~ 야, 근데 무슨 시큼한 냄
새나지 않냐?
동기1 킁킁킁~ 아 진짜....이게 무슨 냄새지?
승완 (킁킁거리다, 신비 기저귀를 슬쩍 만져보면 물컹~)
(버럭 오버하며) 야야 자식들아, 니들 자리로 가!
니들 시커먼 얼굴 보면, 애 자다가 경기 일으켜! 빨리이
~
(학생들 하나 둘 자리를 뜨면, 슬그머니 일어나 살금살
금
밖으로 나가려는데)
창명 (강의실로 허겁지겁 들어오며 가방 번쩍 치켜든다) 야,
한승완!
니 딸내미 기저귀 가방이다!
승완 (커억!)
학생들 따알? (놀라 돌아보고)
창명 아 새끼, 챙겨갈래면 확실히 챙겨 가든가....니네 형수
가 전해달라더라!
승완 너 이 새끼...죽었으...(창명 끌고 나가고)
창명 어? 왜에...(끌려나가고)
학생들 (어리둥절하다가 따알? 하면서 경악과 함께
제각각 푸하하 폭소를 터뜨리는데서)
S#77 다른 빈 강의실(D)
책상에 보온병, 휴대용 분유케이스 등이 올라와 았다
신비에게서 젖병을 떼어내는 승완, 신비 입 주변을 가제
수건을
닦아준다. 옆에서 눈치만 보고 있는 창명, 승완 삐져있
다.
창명 야, 미안하다니까! 니가 신비를 학교에 데리고 갔다기
에
애들한테두 그냥 다 말한 줄 알았지...
승완 됐다, 내 딸인 거 사실인데 뭐...가, 수업있잖아...
창명 알았어....아참, 이거 (주머니에서 메모지 꺼내준다)
승완 (받으며) 뭔데?
창명 형수님이 혹시나 실수할까봐 적어놓으셨데...
승완 (보면)
@ 우유온도는 손등에 한 방울 떨어뜨려서
따뜻한 느낌이 나는 정도의 온도가 적당!
@ 아기 기저귀는 수시로 갈아주세요!
@ 우유를 먹고 난 뒤에는 반드시 트름을 시킨다!
승완 트름?
창명 ?
승완 야, 애기두 트름을 하냐?
창명 그런 소리 못 들었는데...
승완 그렇지? 애기가 무슨 트름이야! 드럽게...
창명 그러게 트름이 뭐 나오랜다고 나오는 거냐?
승완 그치....아, 미치겠네...
창명 그래두 이렇게 써줄 때는 이유가 있는 거 아닐까?
승완 (난감하고) 아후... (신비 안고 둥가둥가 흔들며)
자, 신비야, 아빠 따라해 봐! 커어억~
신비 (말똥말똥) ...
승완 따라하라구~ (가래 뱉듯이) 커어억~
신비 (말똥말똥) ...
승완 아후...잘봐아~, 아빠가 딱 한번만 더 시범을 보일게...
커어억~
창명 (진지하게) 야, 시범이 너무 후진 거 아니냐?
승완 ...
(M) 밝은 음악 시작되며
S#78 몽타주(D)
-강의실
신비를 안고 흔들어주며 수업을 듣고 있는 승완
신비, 부산스레 움직이다 승완의 교과서가 손에 집히
자
부욱 찢고. 야! 소리치다가 쏠리는 시선에 흐으...웃는
승완.
-강의실 밖
울고 있는 신비이고, 그런 신비를 안고 열심히 흔들어주
는 승완.
너무 힘들어서 가만히 의자에 가 앉으면 으앙~ 다시 우
는 신비
승완, 다시 일어나 흔들며, 힘들어 죽겠고
-화장실
신비를 배낭포대기로 안고 들어오는 승완
승완도 소변기에 서는데, 소변을 보던 옆의 남학생 신비
와 눈이 딱
마주치고는 눈이 휘둥그레지고, 꺄꺄~ 웃는 신비.
승완 가만히 신비의 눈을 가려주고.
-학생식당
주방 아줌마한테 아기 트름 시키는 법을 배우고 있는 승
완.
신비를 안고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주는데, 어깨가 뜨
끈! 해서
보면, 신비 우유를 토해냈고. 인생을 포기한 듯 표정
멍....해지는 승완.
-교정일각
신비의 토 때문에 얼룩진 셔츠는 어깨에 걸치고,
책가방과 기저귀 가방 두개를 들고 신비는 등에 업고,
퀭한 눈으로 강의실이동 중인 승완. 광인이 따로 없고.
이때 승완의 머리카락을 확! 잡아당기는 신비.
아아악! 비명을 지르는 승완에서.
S#79 야외 일각(D)
벤치에 앉아 세진을 기다리는 채영.
세진, 다가온다.
세진 (옆에 털썩 앉으며) 오랜 만이다?
채영 (보고는) 오랜만은, 일 년만이지.
세진 내 핸드폰 번호는 어떻게 알았냐?
채영 도현이.
세진 (고개 갸웃) 난 그 사람한테 전화번호 알려준 적 없는
데?
채영 니네 언니가 도현이한테 작업 들어왔다던데?
세진 (이씨...눈 질끈 감으며 혼잣소리로) 정일진. 너 죽었어.
채영 언니나 동생이나다 진짜. 니넨 자매가 어쩜 그렇게 똑
같니?
것두 유전이니? 집안 내력이야?
세진 뭐? (울컥 화 솟지만, 누르고) 됐고, 할말 있으면 빨리
하구 찢어지자.
채영 너, 승완이 놔 줘.
세진 내가 언제 갤 감금시켰냐?
채영 (카랑카랑한 목소리) 애를 무기루 잘 나가는 청춘에 안
다리 걸었잖아.
세진 내가 안다리를 걸든, 바깥다리를 걸든 니가 무슨 상관
인데.
채영 난 고등학교 때부터 승완이 친구야. 친구로서, 승완이
의 첫사랑으로서,
승완이가 불행해지는 거 두구만 볼 수 없어.
세진 듣기엔 그럴싸하다. 어쨌든 충고 고맙다. (일어나려는
데)
채영 좋은 말루 할 때, 아이 데리구 조용히 사라지는 게 좋
을 꺼야.
세진 (본다)
채영 승완이가 너랑 결혼할 꺼 같아? 걔 너랑 결혼 안해.
설령 강압에 못이겨 결혼한다 한들, (보며) 걘 절대 나
못 잊어.
그건 니가 더 잘 알잖아.
세진 (보고)
채영 사랑 없는 결혼, 그거 참 비참한 거야. 알맹이 빠진 허
깨비랑 몇 년이나
살 수 있을꺼 같아? (표정 살벌해지며) 몸 가는 데 마음
간다구 착각하는
모양인데, 그거 아니거든? 너는 절대 승완이 마음, 잡을
수 없어.
세진 (기분 상하고)
채영 (노려보는데)
울리는 세진의 핸드폰.
세진 (받는) 어, 승완이니?
채영 ! (순간 보고)
세진 (채영 들으라는 듯 큰소리로) 만나자구? 지금 당장? 어
딘데 지금.
(다정다정!) 아니야. 너 피곤할텐데 내가 너 있는데루 갈
게....어어...(끊고)
들었지? 그럼 난 약속 있어서 먼저 간다! (가고)
채영 (분해서 부들부들)
S#80 공원 정도의 야외 일각(D)
뛰어오고 있는 세진.
뭔가를 발견하고는 흠칫! 기겁하며 멈춘다.
하루 종일 아이를 보느라, 얼굴이 누렇게 뜬 승완!
머리를 봉두난발 한 채 지친 표정으로 서있다.
세진 신비야! (얼른 달려가 신비를 안는데) 야, 너 기저귀 안
갈았지?
승완 (멍....한 시선 돌려 세진을 보는)
세진 이게 뭐야아. 애기 감기 걸리게! 기저귀 하나 꺼내봐.
승완 (멍....한 채로) 우리, 결혼하자.
세진 뭐?
승완 결혼하자구.
세진 (뻥....해서 보고)
승완 (터지며) 결혼하자! 당장 결혼하자구우-----!
절규하는 승완에서 4부 엔딩.
(*5부에 전회 연결 없이 바로 다음 씬으로 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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