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 4
<이산 4부>
S#1. 세손궁 일각. 낮
무기고를 눈으로 확인한 영조. 충격을 받은 얼굴로 멈춰 선다. 이내, 성큼성큼 내려가 떨리는 손으로 조총을 들어보는데, 참혹한 얼굴을 들어 무기고를 보는 영조. 그리고 그런 할아버지를 당혹스런 얼굴로 바로보는 산.
영조, 천천히 고개를 돌려 산을 바라본다. 영조의 눈빛엔 심난함과 착잡함이 복잡하게 엉켜있는데.
산 (두렵고 떨린다)..전.. 하..
영조 (낮은 어조)신사년 4월, 죽은 네 아비가 역심을 품고 궐 안에 몰래 무기 고를 만들었다는 고변이 있었다.
산 ....!!..
영조 허나, 아무리 미욱한 놈이라 한들 그런 참담한 짓까지 벌였을까 싶어 묻 어둔 일이 있었지. 헌데.. 지금 그것이 바로 니가 지내던 처소에서 나왔구 나.
산 ...!..
영조 왜 이런 것이 세손궁에서 나왔느냐. 네 이바기...너한테 맡아 달라 청이라 도 했더냐.
산 아니옵니다. 전하! 소손은 모르는 일이옵니다.
영조 여긴 세손궁이다! 바로 얼마 전까지 니가 먹고 자던 곳이야! 헌테, 니가 모르면 누가 그걸 안단 말이냐!
산 ..정말.. 정말 모르는 일입니다. 왜 이런 것이 세손궁에 있는 지.. 소손은 모르옵니다. 제발, 믿어주시오소서 전하!
영조 ...!...
산 (절박한)....
영조, 차갑고 서늘한 눈빛으로 산을 바라보고 산, 영문을 알 수 없는 일이 그러나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 느낄 수 있는데, 막막한 두려움이 어찌할 바를 모르는 산, 그 위로.
대신1 (소리) 이는 명백한 역모의 증거이옵니다. 전하
S#2. 영조의 집무실. 낮
영조와 대신들이 있다. 격양되어 떠드는 대신들과 굳은 얼굴로 그것을 듣는 영조의 모습.
대신1 지금 당장 죽은 근친들을 잡아들여 공모한 자들을 밝혀내시오소서. 조종 을 능멸하고 임금을 기망한 역당들을 좌시해선 아니되업니다. 전하.
영조 ....
대신2 그뿐이 아니옵니다! 처소에 무기고가 있는데 기거하는 이들이 몰랐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옵니다. 지난 세손궁의 궁인들을 문초하여 죄상을 밝혀내시오소서. 저들은 분명, 역당의 면면을 알고 있을 것이옵니다!
대신1 참담한 역모의 진상을 밝혀 죄인을 발본색원 하셔야 하옵니다.
부디, 통촉하여 주시오소서. 전하.
대신들 통촉하여 주시오소서!
영조 ......
긴장이 흐르는 대전 안, 부복한 대신들 영조의 하명만을 기다리는 데, 그때.
영조 그래 조종을 능멸하고 임금을 기망한 것들을 좌시하면 아니되겠지?
대신들 ...!...
영조 모두..이른대로 처리하라!
대신들 ...!! 망극하옵니다. 전하.
영조 (굳은 표정)
S#3. 동궁전 앞. 낮
난장판이 된 동궁전 앞. 동궁전의 나인과 내관들이 의금부 나졸들에게 잡혀가고 있다. 그때, 산이 다급한 얼굴로 오다가 이 광경을 보고 놀라는데.
산 멈춰라! 대체 이게 무슨 짓이냐?
군관 비켜 주시오소서 저하. 옛 세손궁의 궁인들은 모두 엄히 취조하라는 주상 전하의 어명이 계셨사옵니다.
산 (...!!..) 저들은 그 무기고와 아무 관련이 없다.
군관 그것은 저들을 문초해보면 알 수 있을 일이옵니다.
산 ...!!....
군관 (금군들에게)뭣들 하느냐. 어서 이자들을 의금부로 압송하라.
산 ...!!...
금군들, 살벌하게 내관과 나인들을 끌고 가고 처소 뜨락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는데, 이 엄청난 사태에 충격을 받아 멍해지는 산.
그때, 한쪽에서 사색이 된 얼굴로 나오는 혜경궁. 그 광경을 보고 당혹해하는데..
혜경궁 (어찌하면 좋은가)세손..
보면, 충격과 두려움에 질린 얼굴로 끌려가는 나인들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산의 모습.
S#4. 의금부. 낮.
금군에게 잡혀 안으로 끌려오는 일단의 선비들과 내관 나인들. 옥사에 끌려가며 내지르는 비명과 항변으로 의금부 안은 아비규환이 되고, 저들의 그 모습 뒤로.
도사 한 놈도 남기지 말고 모두 잡아들여라!알겠느냐!
S#5. 동궁전 안. 낮
난장판이 된 황량한 동궁전 일각. 그 곳에 망연하게 서 있는 어린 산의 모습이 비춰진다.
S#6. 오정남의 집 안. 낮
마당에서 송연이 빨래를 하고 있다. 송연, 이마의 땀을 훔치는데, 그때 여종이 온다.
여종 (놀라)벌써 다했어?
송연 (씩씩) 네. 뭐 더 도와드릴 것 없어요?
여종 (눈치 살피며)..너 들여논 거 알면, 불호령이 떨어질텐데..
하는데 그때, 노복이 오다가 송연을 발견한다.
노복 누가 저 아일 안에 들였어!
움찔, 놀라 보는 송연과 여종
S#7. 동. 밖. 낮
노복 글쎄, 여기 오면 안 된다고 몇 번을 말해!
송연 아저씨..
노복 (답답)또 오면 경을 칠 거라구 했냐 안했냐? 니가 그때 그걸 본 걸 행수 나으리가 아시면..(하다가 아차 싶다)
송연 (무슨 말)..예..?
노복 (둘러댄다)아, 아니다. 아무튼, 다신 발걸음도 하지 마라. 궐로 돌아가는 건 애 저녁에 물 건너갔으니 다신 오지 마!(돌아선다)
송연 (절박한) 아저씨!
S#8. 대수네 집. 낮
송연이 들어오는데, 달호가 마당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송연 아저씨! 퇴궐하셨어요?
달호 왔냐? 넌 또 그 집에 다녀오는 거야?
송연 ..네.
달호 (끌끌)너나 대수나.. 왜 이렇게 미련들하냐.
송연 (머쓱하다. 말리고 있는 씨레기를 주워 담으며)진지 드셔야죠?
얼른 국 끓일게요.
달호 아니다. 다시 들어가야 해. 지금 궐이 아주 발칵 뒤집어졌어.
송연 왜요?
달호 말두 마라. 아무래두 세손께서 기어이 변을 당하지 싶다.
송연 (놀란다),,저하께서 변을 당하신다니..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송연, 놀라서 휘둥그레지는 얼굴.
S#9. 군기시. 낮
각종 병기와 깃발을 만드는 군기시(병기의 제조 등을 관장한 관청)안. 한쪽에서 어린 아이들이 작은 손을 이용해 총열 근방을 마른 걸레로 닦고 잇는데. 보면, 그 안에 끼어있는 대수, 일이 따분하고 힘들다. 눈치를 보며 슬며시 일어난다.
S#10. 동. 일각. 낮
서리 하나가 옆에 총기를 잔뜩 쌓아놓고, 장부와 대조를 하며 정리를 하고 있다. 대수, 슬그머니 서리에게 다가간다.
대수 (작정하고 아부한다)우와, 나으리. 어쩜 이러게 글씨를 잘 쓰세요? 왕희지 두 울고 가겠어요. 완전 명필이세요 명필!
보면, 서리가 적어 내려가고 있는 것은 간단한 한자들인데 서리, 기막힌 표정으로 대수를 보면, 대수 변죽 좋게 웃으면서.
대수 근데, 나으리. 혹시 궐에 심부름 시킬 일 없으세요?
서리 (알만 하다)
대수 제가 이래뵈도 궐 안 지리는 빠삭하거든요. 선평문 아시죠? 애들이 거기 들어서면 열이면 열 다 헤매는데, 저는 눈 감구두 아, 그 옆은 대조전이면 그 다음은 함원전하구 딱.. (하는데)
서리 (OL) 닥치고 가서 총이나 닦어!
대수, 얼근 ‘네’하고 돌아서서는 바로 입을 비죽거리는데 그러다 그만 조총더미를 건드려 우르르 떨어뜨린다.
대수, 놀라 총을 집어보면 총신에 흠집이 났다. 대수, 헉 놀라는데.
서리 뭐야!
대수 (설레박) 전 아니에요 나리. 전 정말 건드리지두 않았는데 얘들이 막 떨어 져서 힘집이 난 거에요!
서리 (놀란다) 뭐, 흠집?
서리, 얼른 총을 뺏어 보는데, 어떡하나.. 대수 완전 쫄았다.
그때, 총을 보던 서리 총으로 대수 머리를 툭, 때린다. 아앗, 하는 대수.
서리 이놈아, 이건 흠집이 아니라 표식이야.
대수 네?
서리 군기시에서 만들었다는 표식하고 만든 날짜라구. 무식한 놈. 글자두 모르 면서 궐은 무슨.
대수, 보면 총신에 상징적인 표식과 그 옆으로 ‘임오면 모월’ 이라는 표식이 있다. 대수, 그제서야 살았다는 표정이 되고.
S#11. 동. 밖. 낮
군기시의 서리들이 퇴근을 한다. 보면, 대수가 ‘나으리 궐 심부름엔 꼭 저 박대수를 찾아주세요’하면서 앞 씬의 서리를 졸졸 쫓아 나오는데 귀찮다는 얼굴로 대꾸도 하지 않고 그냥 가버리는서리.
대수 (휴, 실망감이 어린다) 군기시에서 일하믄 궐에 갈 일두 많다더니.
상세어른, 순 거짓부렁쟁이.
대수, 툴툴거리며 돌아서려는데 그때.
송연 대수야!
대수 (놀라 보면, 송연이다)송연아?!
대수, 얼른 송연에게로 뛰어오는데
대수 웬일이야 송연아. 나 보러 온 거야?
송연 큰일 났어. 대수야. 궐에 큰 일이 생겼대. 저하께서 변을 당하실지두 모른 데!
대수 (놀란다)뭐, 우리 저하께서.. 변을 당해?!
S#12. 동궁전. 밤
산, 혜경궁, 홍봉한, 함께 있다.
혜경궁 세손.. 어미한테만은 사실을 말해야합니다. 정말 아바마마께 아무것도 듣 지 못했습니까?
산 (너무한다)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어마마마께서도 정녕 그것이 아바 마마께서 만드신 거라 생각하십니까?
혜경궁 ...!!....
혜경궁, 산의 말을 믿는다. 착잡한 얼굴로 홍봉한을 바라보는데
홍봉한 (심각하다)지금 의금부에선 세손궁의 궁인들이 추국을 받고 있습니다. 허 나, 이것은 정해진 수순일 뿐 저들은 결국 세손저할 추국청으로 끌어내려 할 것입니다.
혜경궁 ...!!...
산 ....!!...
놀라는 혜경궁과 산.
혜경궁 허면, 어쩌면 좋습니까. 한시라도 빨리 무고임을 밝힐 방도를 찾아야하지 않습니까?
홍봉한 (쓴 웃음)무슨 수루요? 저렇듯 버젓이 무기고까지 나온 마당에 무슨 방도 를 어떻게 찾아 무고를 밝힌단 말입니까?
산 ...!!....
홍봉한 (가만, 그러다가 산을 보며) 성상을 뵙고 그 무기고가 돌아가신 사도세자 의 것이라고 말씀하세요.
산 (당혹)..예...?
홍봉한 차라리 모든 것이 사실이라고 고하셔야 합니다. 그것만이 저하께서 살 수 있는 길입니다.
산 ..할아버님...?
혜경궁 (당황)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아버님. 주상전하께서 모든 것이 사실이라 고 고하라니요?
산 (굳어지는)
홍봉한 세손궁에서 무기고가 나온 마당에 몰랐다는 변명이 통할 리가 없습니다. 그러니, 돌아가신 사도세자께서 만드신 것은 분명하나 세손께선 그것이 무기고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하셔야 합니다. 그렇게 선처를 구하는 것 만이 살 길입니다.
혜경궁 ....!....
산 ....!....
홍봉한 (산에게)지체할 시각이 없습니다 저하. 상소를 올려 그리 아뢰고 석고대죄 를 하십시오. 어떡하든 전하의 노여움만은 풀어야합니다.
산 (굳어진 채) 하지만.. 그러면.. 돌아가신 아바마마는 어찌 되시는 겁니까. 그리되면 아바마마께서 정말 역모를 꾸민 것이 되지 않습니까.
혜경궁 ...!....
홍봉한 (답답하다)저하!
산 ..아바마마께서 그러셨을 리가 없습니다. 역심을 품고 그 같은 무기고를 지으셨을 리가 없습니다.
홍봉한 지금, 그런 것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형신을 이기지 못한 이들이 거짓 자 백이라도 하면 어찌 합니까? 저들의 입에서 저하를 고변하는 말이 나온다 면 그땐 모든 것이 끝장입니다, 저하
산 ....!...
홍봉한 (제발) 빈궁마마를 생각하십시오 저하. 저하는 물론이고 이 할애비의 가문 과 빈궁마마의 목숨이 모두 저하께 달려있습니다.
산 ....!...
S#13. 궐. 동궁전. 밤
산, 고통스런 갈등이 가득한 얼굴로 망연히 앉아있다. 그런 산의 위로.
홍봉한 (소리)빈궁마마를 생각하십시오 저하..
산, 보면 앞으로 놓여진 붓과 종이. 산, 괴로운 마음에 입술을 깨무는데.
S#14. 동. 밖. 밤
걸어와 멈추는 혜경궁, 착잡한 얼굴로 그림자로 비치는 산의 모습을 바라본다.
S#15. 동. 안. 밤
들어오는 혜경궁. 얼른 일어나는 산.
자리에 앉는 혜경궁 방바닥을 보면 방바닥엔 아무것도 쓰여지지 않은 백지가 달랑 놓여 있다.
혜경궁 전하께 올릴 글은 쓰셨습니까?
산 아직.. 못했습니다.
혜경궁, 담담한 표정으로 산이 앞에 놓인 종이를 쳐다본다.
가만히 보던 혜경궁
혜경궁 세손은 돌아가신 세자저하께서 역심을 품었다구 생각하십니까?
산 (고개를 젓는다)
혜경궁 허면 할아버지의 말씀을 따르지 않을 생각이십니까?
산 ....!...
혜경궁 세손!
산 .....
혜경궁 어떤 경우에도 세손은 살아남으셔야 합니다. 그리하여 꼭 왕이 되셔야 합니다.
산 허면 어찌하면 좋습니까? 아바마말 욕되게 할 수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어마마마께서 고초를 겪게 할 수도 없습니다. 아바마마도 어마마마도 소 자에게 살아남아 왕이 되라 하셨지만 소잔 어찌하면 그리될 수 있는 것인 지 모르겠습니다.
혜경궁 세손..!
산 궐이 무섭습니다. 할바마마도 무섭습니다 어마마마! 오늘은 어찌하고, 내 일은 또 어찌해야 하는 것입니까? 소자가 어떡해야 살 수 있는 것입니까?
혜경궁 ....!...
산,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그런 산을 가슴 아프게 안는 혜경궁
혜경궁 ...이제 겨우 열 한살인데.. 아직 그저 어린 아이일 뿐인데.. 이 작은 어깨 에.. 어찌 이리 가혹한 짐을 져야한단 말입니까?
산 어마마마.. 울지 마세요.. 소자는 괜찮습니다..그러니 울지 마세요.. 어마마 마..
혜경궁, 산을 품에 앉은 채 숨죽여 오열하고 그런 어머니를 보는 산의 가슴도 아파오는데.
S#16. 영조의 집무실. 낮
영조, 굳은 얼굴로 앉아있는데. ‘전하, 동궁마마 입시옵니다’ 하는 소리가 들린다.
영조, 보면 두려움 가득한 얼굴로 들어서는 산.
영조, 그런 산을 매서운 눈으로 바라보는데.
(시간경과)
영조가 있고, 산이 그 앞에 부복한 채 있다.
영조 좌상의 말이.. 니가 나한테 긴히 할 얘기가 있다 하던데.
산 .....
영조 죄를 .. 자백할 작정이더냐?
산 ....!...
영조 그렇다면 어디 해 보거라. 지금이라도 니가 모든 것을 자복한다면 너와 네 어미의 목숨만은 살려줄 수도 있으니.
산 ....!...
영조 (심장을 뚫을 듯 바라보는데)
산, 그런 영조의 시선을 견디며 고통스럽게 망설인다. 그러다가,
산 소손.. 짓지도 않을 죄를 자복하려 온 것이 아니옵니다.
영조 ....!...
산 무슨 일이 일어도 거짓으로 구차한 목숨을 잇지 않을 것이옵니다.
영조 ...그래?
산 (절실하고 결연한)소손의 아빈, 역심을 품지 않았사옵니다 전하, 아바마마 께선 전하와 이 나라 조정에 끝까지 충심을 다하셨습니다.
영조 ...!..
산 (보는데)
영조 허면,, 그 증거는 어디 있느냐?
산 (멈칫)
영조 나 또한 너와 네 아비의 무고함을 믿고 싶다. 그러니 내게 보여라. 너와 네 아비가 무고하단 증거가 있느냐?
산 ....!... 전..하..
영조 (노가 어려 서탁을 내리친다)고얀 놈! 고작 나를 찾아와 억울하단 억지나 쓰려했단 말이냐. 그래, 무엇이냐? 네 아비도 무고하고 너도 무고한데 노 망난 늙은이가 생사람을 잡는다는 게냐?
산 ....!...
영조, 서늘한 눈빛으로 산을 바라보고 산, 그런 영조의 앞에서 어떤 말도 하지 못하는데.
S#18. 의금부 추국청(궁안. 밤)
잡혀온 이들의 추국을 받고 있다. 대신1이 판의금부사가 되어 형틀에 묶인 이들을 추국한다. 죄인들, 초주검이 되어 있다.
대신1 무기고를 만드는 일에 공모하도록 사주한 자가 누구냐?
죄인 ..무기고라니? 당치않소. 나는.. 모르는 일이오.
대신1 네놈들이 죽은 죄인의 명을 받들었음을 이미 알고 있다. 말해라. 어찌하여 세손궁이더냐!
죄인 (고통스럽게 고개를 젓는다)
보면, 형형한 눈빛을 빛내며 그 모습을 지켜보는 영조.
영조, 굳게 입을 다문 채 추국청의 죄인들을 바라보는데
S#19. 궐 일각. 밤
영조, 후원 일각에서 굳은 얼굴로 상념에 잠겨있다. 그런 영조의 위로
산 (소리)소손.. 짓지도 않을 죄를 자복하러 온 것이.. 아니옵니다.
소손의 아빈, 역심을 품지 않았사옵니다, 전하.
깊은 상념으로 착잡하게 굳어지는 영조의 모습. 그때 한쪽에서 채제공이 급한 얼굴로 오는데.
채제공 전하!
영조 (돌아본다)
채제공 ..하명하신 일에 적합한 자를 찾았사옵니다.
영조 ....!...
S#20. 영조의 집무실. 밤
남사초가 잔뜩 긴장한 얼굴로 앉아있는데 그때 문이 열리는 기척. 남사초, 놀라서 돌아보는데.
보면, 그곳에 서 있는 채제공과 영조의 모습. 남사초, 놀라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머리를 조아린다.
남사초 (당혹, 떨린다)..전하..
영조 (살피듯 보는 표정)
남사초 (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싶은)
영조임금이 자리에 앉으면
영조 앉거라.
채제공 예, 전하
따라서 좌정하는 채제공과 남사초
채제공 입궁 전에, 해미군진의 군관이었다 합니다. 무예가 뛰어나고, 승정원 주서와 함께 내시부 규찰을 맡아 내사를 한 경험도 있습니다.
영조 (본다)
남사초 (긴장)...내시부 상세, 남가 사초라 합니다.
영조 너를 부른 이유를 짐작하겠느냐?
남사초 황공하오나.. 모르옵니다.
영조 세손궁에서 무기고가 나온 것은 알고 있느냐?
남사초 예.. 전하.
영조 그 일을 은밀히 조사해라.
남사초 ....!...
영조 사흘을 줄 것이다. 그동안, 그것이 죽은 사도세자의 무기고가 맞는지 이 일에 세손이 연루된 것인지 밝혀내도록 하라. 할 수 있겠느냐?
남사초 (당혹스러운데)
채제공 하문하셨다.
남사초 ..송구하오나 ..전하.. 소인 전하의 심중을 가늠치 못하였사옵니다. 혹, 세 손저하께서 모략에 빠졌다 생각하시는 것이옵니까?
영조 (가만, 그러다가)그렇지 않다.
남사초 ....!...
영조 세손의 처소에서 나온 무기고는 돌이킬 수 없는 증거다. 허나, 대신들이 말하는 신사년의 고변 또한 소문에 지나지 않아. 나는 다만, 누가 거짓을 말하고 있는지 그 진상을 명명백백히 알고 싶을 뿐이다.
남사초 ....!...
영조 필요하다면, 믿을 수 있는 수하를 쓰도록 해라. 명심해라. 지금부터 닷새 다. 그 안에, 내가 납득할 수 있는 증거를 가져와야 할 것이야.
남사초 (....!...) 예.. 전하. 소인 충심을 다해 전하의 어명을 받들겠사옵니다.
영조 (굳은 얼굴로 본다)
S#21. 궐 일각. 밤
인적이 없는 곳에 남사초가 있고그 앞에 달호를 포함한 세명의 내관들이 서 있다. 모두의 얼굴에 긴장감이 어려있고 달호는 곤혹스런 표정인데.
남사초 ..궐이 어떤 곳인지 너희도 모르지 않을 터. 그것이 누구든, 만약 이 일에 모략이 숨겨져 있다면 이 자리에도 벌써 저들의 눈과 귀가 향해 있을지 모를 일이다.
모두, 긴장하고 두리번거리는 달호는 무섭다.
남사초 허니, 조심스럽고 은밀히 움직여야 한다. 죽는 한이 이어도 오늘 일은 끝 까지 함구해야 할 것이야. 알겠느냐.
내관들 예.
남사초 (두 내관에게) 너는 무기고를 발견한 선공감 서리들의 행적을 추적하고, 너는 도성 밖 사흥으로 움직여라. 무기고가 선 세자마마의 조역이라면 익 위사 가운데 잡히지 않는 이동현과 김주헌을추적해야 할 것이다.
내관들 예, 상세어른.
남사초 서둘러라. 시간이 얼마 없다.
내관들 예.
내관들, 절도 있게 예를 표하고 가면, 그런 이들을 걱정 어린 굳은 표정으로 바라보는 남사초. 그때.
달호 (눈치 살피며) 저.. 상세어르신.
남사초 (본다)
달호 (쭈볏).. 저는 .. 무슨 일로 부르신 것인지..
남사초 자네가 급히 해줘야 할 일이 있네.
달호 (당황) 예에? 제가요? (몹시 비굴하다) 아니.. 이처럼 중차대한 사안에 저 같은 걸 어따 쓰실 라구요? 저는 무예도 못하고 대가리에 든 것도 없는 천하에 제일 한심한 내관이 아닙니까.
남사초 (의미심장하게 보고) 아니. 그렇지 않네. 지금 이 일엔 자네가 가장 적임 자야.
달호 (내가? 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당혹스러운데)
S#22. 거리 일각. 밤
송연과 대수가 걱정스럽게 동구 밖을 서성이고 있다.
대수 (고개 빼고 보며) 해 시두 넘었는데 왜 이렇게 안 와?
송연 (걱정이다) 궐에서 일이 잘못되고 있나봐..
그때, 멀리서 터벅터벅 걸어오는 달호.
대수 어, 삼촌이다!
송연 아저씨!
송연과 대수 얼른 쫓아간다.
대수 삼촌, 어떻게 됐어. 세손저하는 무사하셔 응?
달호 (멍하니) 니 삼촌이 안 무사하시게 생겼다.
대수 (잉..?) 그게 무슨 소리야. (답답하다)궐에 간 일은 어떻게 됐어? 세손저하 는? 우리 저하한테 아무 일도 없냐구, 어!
달호 (보자보자 하니까)이놈이 하나 밖에 없는 삼촌이 큰일 나게 생겼다는데. 아, 몰라! 세손저하라면 끔찍해 아주!
달호, 버럭 소리를 지르러 가고 송연과 대수, 그 서슬에 놀라서 찔끔하는데.
S#23. 대수네 집. 마당
송연, 마당 평상에 앉아 생각에 잠겨 있다. 그런 송연의 위로 2부에서 술띠를 묶어주던 산의 다정한 모습이 떠오른다.
송연 ..저하..
그때, 대수 방안에서 ‘무슨 내관이 그런것도 몰라’ 하며 속상한 얼굴로 신경질을 내며 나온다. 그때, 대수의 눈에 들어오는 송연의 걱정어린 뒷모습.
대수 술띠를 보며 한숨을 내쉬는 송연을 보며 자신도 산의 걱정으로 마음이 답답하고 속상해진다.
S#24. 대전 앞. 밤
산이 대전 앞에서 석고대죄를 하고 있다. 그렇게 어두운 대전 앞에서 홀로 부복한 채 꼼짝도 하지 않는 산의 절박한 모습이 비춰지는데.
S#25. 영조의 집무실(밤)
세손이 석고대죄를 하고 있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상소문만을 살펴보고 있는 영조임금
S#26. 대수의 집 외경. 새벽
S#27. 동. 방. 새벽
새벽이 밝아오도록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달호. 그런 달호의 얼굴에.
S#28. (회상) 궁 일각. 밤.
남사초와 달호가 있다. 달호, 당황한 얼굴이다.
남사초 무기고에서 수백정의 조총이 발견되었단 말을 기억하는가?
달호 (겁먹은 표정)네...
남사초 발견된 그 조총들은 신형화기라 좀처럼 보기 힘든 귀한 것이네. 그런 무 기를 구하자면 밀거래를 통했을 것이야. 허니, 밀거래하는 자들을 추적하 면 무기고의 조총을 사들인 배후도 찾을 수 있을 걸세.
달호 ...그런.. 데요?
남사초 자네가, 바로 그 밀거래꾼들을 찾아야 하네.
달호 (경악)예에? 제가요? 아니, 무슨 수로 그런 일을 한답니까?
남사초 난, 자네 재줄 잘 알고 있네. 투전판, 기방, 밀조장, 병술집. 저자 뒷골목 에 대해 자네만큼 잘 알고 있는 내관은 없지. 안 그런가?
달호 (당황)그..그거야 그렇지만.. 그거랑 밀거래 꾼 찾는 거랑 무슨 상관이 있 답니까? 아, 무슨 방도가 있어야 소인이 나서도 나설 게 아닙니까?
남사초 그 방도는 자네가 알아서 궁리해보게
달호 (황당)네? 나으리.. 제발, 전 빼주십쇼.
남사초 허면, 목숨을 내놓겠다는 건가?
달호 예?
남사초 (엄하게)명령에 대한 불복은 죽음으로 죄를 묻는 내시부의 규율을 잊었는 가? 기어이 빠지겠다면 난 규율로서 죄를 물을 걸세. 허니, 이 자리에서 죽기 싫다면 알아서 해.
달호 (헉...!!)
S#29. 달호의 방. 새벽
달호, 뒤척이다 벌떡 일어난다.
달호 (생각할수록 너무한다)죽기 싫어두 알아서 해라. 방도도 니가 알아서 찾아 라. 대체, 나 혼자 뭘 어떻게 알아서 하라는거냐구.
달호, 답답해 미치겠는 얼굴인데. 그때, 옆에서 코를 드르렁 골면서 ‘세손저하..안돼요’ 어쩌구 잠꼬대를 하는 대수. 달호, 문득 그런 대수를 보며 어떤 생각이 드는 표정인데.
S#30. 저자거리 일각. 낮
달호, 저자거리에서 왈패 하나를 만난다.
달호 너 요새 왈패 짓 손 씻고 하고 집주름한다며?
왈패1 하여튼 똑같이 귀는 두갠데 도성 소식은 어떻게 거기로만 들어가나 몰라.
달호 (씩 웃으며 슬쩍)근데 어디서 조총 좀 구할 데 없나?
왈패1 (화들짝)조총? 아니, 그건 어따 쓸려구?
달호 건 알거 없고.. 구할 수 있어? 없어?
왈패1 에이 안돼..! 나한테 그런 줄이 어딨다구.
달호 그럼, 누구한테 있는데
왈패1 글세 광통교 정가 정돈믄 몇 다리 건너 구할 수 있을 지도 모르지.
달호 광통교 정가?
S#31. 주막. 봉놋방. 낮
너댓명의 왈패들이 투전을 하고 있는데 그때 문이 열리며 달호가 안으로 들어온다.
달호 아이고, 눈이 핏발 선거 봐. 자넨 또 날밤 샜구만?(슬쩍 자리를 잡는다)
왈패2 언구력 떨려거든 가. 가보잡이 판이야, 지금.
달호, 씩 웃으며 전낭을 툭툭친다. 제법 묵직한 소리에 왈패들 서로 눈칫을 하고 달호, 변죽 좋게 ‘자자, 패 돌리라’고 하면서 왈패 중 하나를 힐끗 본다.
S#32. 동. 밖. 낮
송연과 대수가 몰래 숨어서 안을 살피고 있다.
송연 (긴장된 얼굴)이제 가면 될 것 같애 대수야.
대수 어, 넌 여깄다가 반점 지나믄 주모한테 알려. 알았지?
송연, 고개를 끄덕인다. 대수, 숨을 한번 몰아쉬고는 돌아서 뛰어 가는데.
S#33. 포청. 낮
나졸들 어이없는 얼굴로 어딘가를 보고 있다. 보면, 대수가 바닥에서 통사정을 하고 있다.
대수 제발 우리 삼촌 좀 잡아다주세요. 네? 투전판 간다구 나가선, 벌써 나흘째 라구요.
포졸 (귀찮다)도성에 불법 투전판이 어디 한둘도 아니고..
대수 (얼른)네거리 주막에 봉놋방이에요. 여기서 멀지도 않아요 나리!
보면, 포졸들 움직이기 귀찮다는 얼굴로 서로 보는데.
대수 (털썩 주저앉는다) 삼촌이란 인간이 투전에 미쳐 하나 밖에 없는 조카 밥 까지 굶기고.. 아이구 아이구. .내 팔자야..
(눈치 살피며 엉엉) 아부지, 어머니, 왜 저만 두고 먼저 가셨어요. 엉엉.
S#34. 주막. 봉놋방. 낮
달호와 왈패들 투전히 한참이다. 왈패2. 마지막 패를 받더니 얼굴이 완전히 구겨진다.
달호 왜, 일장 통곡이라도 들어왔어? (놀리듯 제 패를 보여주며) 미안해서 어쩐 대.. 난 삼팔돗대가보!
왈패2,3들 기분 나쁜 얼굴로 패를 집어던지고 달호, 판돈을 쓸어온다.
정가 난 고만 빠져야겠네. 거, 사흘 샌 등잔 값이나 받아갑시다.
달호 기다리슈. 방값에 국밥 값까지 챙겨줄테니..
왈패2 (탁 놓고 일어나며) 하여튼 고자새끼가 끼더니, 에이 재수 옴붙었네.
달호 (멈칫) 뭐? 고자새끼?
왈패2 (젠장)구실 못하는 한을 투전판에서 푸는 거야 뭐야. (일어나 가는데)
달호 ..뭐 이자식아, 구실을 못해? 야, 너 거기 안서? 너 오늘 내 손에 뒤져볼 래, 어?!
왈패3 (붙잡아 말린다) 아, 왜 그래. 저 새끼 저러는 게 한두번 이어야지!
내가 낀판에서 잃기만 하면 저 소리라고!
하는데 그때 들이닥치는 주모.
주모 아이구 일났어! 포청에서 포졸들이 나왔어!
달호와 사람들, 놀라는 표정
S#35. 거리일각 낮
왈패들과 정가 도망을 치는데, 골목으로 들어서는 이들. 그때 뒤에 선 정가의 손을 달호가 확 나꿔채는데.
달호 일루 오슈.
정가 ....!...
달호, 정가를 데리고 한쪽으로 숨는데. 그때, 다른 쪽에서 나머지 왈패들이 간 곳으로 우르르 몰려가는 나졸들.
S#36. 일각. 낮
달호와 정가, 담벼락 아래 멈춰서서 숨을 몰아쉰다.
정가 고맙수
달호 서로 돕고 사는 거지 무러.(하고 옆 전 몇 닢 주며)참, 여기 개평 받으슈
정가 (받으며 뚫어져라 본다)
달호 뭐 그렇게 보슈.
정가 꿍꿍이가 뭐요.
달호 (움찔) 꿍..꿍꿍이라니.
정가 투전판부터 이상했수다. 다른 패들하군 기를 쓰고 붙으면서 공연히 나한 텐 져주는 것 같고.
달호 눈치챘수?
정가 바라는 게 뭐요.
달호 (망설이다가)형씨를 통하믄 조총을 구할 수 있다 들었는데.
정가 (멈칫)
달호 부탁이오. 제발, 나한테 조총 하나만 구해주슈!
정가 (발뺌한다)..조총이라니.. 큰일날 소리 마슈. 난 그런 거 모르오.
달도 그러지 말구 한번만 도와주슈. 형씨두 아까 그 개불상놈을 봤잖소. 내 기 어이 그놈 숨통을 끊을 거유. 조총으로 확 갈겨야 내 속이 시원할 거 같 아 이런다니까.
정가 (난처하다, 살피 듯 보는데)
달호 말이라믄 절대 새내지 않을테니 걱정마슈. 조총이믄 뻔할 뻔자 밀 거래루 구할텐데 죽을 작정이 아닌 담에야, 내가 그걸 입 밖에 내겠소?
정가 (어떻게 해야하나.. 망설이는 얼굴)
달호 (제발.. 하는 얼굴로 본다)
S#37. 대수네 집. 낮
송연, 대수, 초조하게 밖을 보며 서 잇는데. 그때, 달호가 온다.
대수 삼촌!
S#38. 동. 방안. 낮
대수와 송연, 달호가 있다.
대수 어떻게 됐어? 나 잘했지?
달호 그래. 포도총 포졸들이 아주 딱 맞춰 왔드라!
송연 근데, 이게 정말 세손저할 돕는 일이에요 아저씨? 어떻게 돕는 건데요?
달호 (당황)..어?
대수 그러니깐, 내 말이. 괜히 삼촌 투전판에서 수작 피는데 나랑 송연일 써먹 은 거 아냐?
달호 (꿀밤)이놈이, 삼촌한테 수작이 뭐야, 수작이
대수 그럼 자세히 말을 좀 해줘! 무슨 일인지.
달호 아 글쎄, 비밀스럽고 중차대한 일이라 말 못한다니까. 괜히 알려고 들지 마. 많이 알면, 다쳐.
송연 ..세손저한 어떻게 되시는 거에요? 아저씨. 그것만 말씀해 주세요. 아저씨 이 일만 잘 되면, 아무 일 없으신 거에요?
달호 그게..(망설이다)솔직히 말하면 아직은 모른다. 그자가 조총을 구해 와야 알 수가 있어.
송연 ...!!..
대수 조총? 그건 왜?
달호 (안되겠다. 외면하고) 아, 몰라. 니들은 더 알거 없구. 절대 입 놀리면 안 된다는 거나 명심들 해. 알겠어.
대수 (너무한다)삼촌!
송연 (걱정이 어리는데)
S#39. 궐 일각. 낮
남사초가 일각에서 채제공을 만나고 있다.
남사초 내일이면 실마리를 풀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채제공 최대한 빨리 서두르게. 추국청에서 혹독한 형신이 이어지고 있네. 누군가의 입에서 고변이라도 흘러나온다면 모든 것이 소용없어질 수도 있어.
남사초 ..예, 나으리.
S#40. 대전 앞. 낮
산이 대전 앞에서 석고대죄를 하고 있다. 오랫동안 먹지도 자지도 못해 상할 대로 상한 산의 모습.
산, 그대로 까무룩 정신을 잃을 듯 지쳐있는데. 그때 한쪽에서 동궁전 내시 하나가 다급한 얼굴로 달려온다.
내시 저하! 큰일났사옵니다 저하
산 (겨우 고개를 들어 보는데)
내시 의금부에서 전언이 왔사온데.. 추국청에 끌려운 자들이 입을 열었다 하옵 니다. 저들은 모두 세손저하를 역당이라 자복한다 하옵니다.
산 ...!!..
S#41. 영조의 집무실. 낮
영조가 차갑게 굳은 얼굴로 앉아있고 대신들 모여 불같이 성토를 하고 있는데(그들 중에는 최석주도 있을 것)
대신1 죄인 최무한, 이기철이 죽은 사도세자의 지시에 따라 신사년, 평양, 의주, 함경 등지에서 조총 80자루와 화포 45포, 탄환 350환을 수집하고 궐 안 에 무기고를 지었음을 자복하였습니다. 전하.
대신2 또한, 저들이 하나같이 동궁마마이신 세손께서 이 같은 거병범 궐의 모의를 알고 있었음을 고변했사옵니다.
대신1 세손저하를 추국하시오소서 전하. 죄인은 끌어내어 역모의 진상을 밝히시 오소서!
대신3 통촉하여 주시오소서, 전하!
대신들 통촉하여 주시오소서
참담하게 일그러지는 영조의 얼굴
S#42. 혜경궁 처소. 낮
홍봉한과 혜경궁이 있다.
홍봉한 (절망)이젠.. 다..끝났습니다. 마마..
혜경궁 (각오했던 바나, 고통스럽다)
S#43. 궐 일각. 밤
합문 밖. 대신들이 몰려와 세손을 추국하라며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S#44-45. 영조의 집무실. 밤
세손을 추국하라는 대신들의 외침이 들리는 가운데 굳은 얼굴로 어좌에 앉아잇는 영조.
채제공 (걱정이 어린)...
영조 (굳은 표정)...
S#46. 거리 일각. 낮
#22의 내관 중 하나가 어디론가 가고 있다. 주변을 살피고 의식하며 몸을 움직인다.
S#47. 일각. 낮
은밀하고 으슥한 느낌이 드는 곳. 남사초와 #22의 내관 둘이 미복차림으로 있다.
내관1 선공감의 관원들은 의심스러운 것이 없었습니다. 행적은 물론 누군가와 내통한 흔적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남사초 (다른 내관에게) 익위사들은 어찌 되었느냐.
내관2 김주헌은 달포 전 지병으로 죽었고, 이동현은 행방이 묘연했습니다. 헌 데..
남사초 (본다)
내관2 그 자의 집을 뒤지던 중 이것이 나왔습니다.
하고 내관2, 남사초의 앞으로 수결한 어음 한 장을 내미는데.
남사초 이건, 수결한 어므이 아니냐?
내관2 예.
남사초 이천냥이라.. 엄청난 거금이로구나.
내관2 지금 그 출처를 알아보고 있습니다.
남사초 (신중한 얼굴로 생각에 잠기는데)
S#48. 주막일각. 낮
달호가 국밥 한 그릇을 앞에 놓고 긴장어린 얼굴로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남사초가 와서 옆에 앉는다. 화들짝 놀라는 달호.
남사초 어찌 됐나?
달호 그게.. 오늘 중으로 주막에 기별을 준댔는데 아직 소식이 없습니다.
남사초 (가만, 그러다가) 일어나게.
달호 예..?
S#49. 주물전 앞. 낮
남사초와 달호가 숨어서 길 건너 주물전을 조심스럽게 살피고 있다.
달호 저기가, 정가가 하는 주물전입니다.
남사초 (보다가) 가세.
달호 예..?
남사초 앉아서 기다릴 시간이 없네. 가서 놈을 잡아와야해. (간다)
달호 (당황스럽다)상세어르신..!
달호, 아니 어쩜 좋아.. 하면서 어쩔 줄을 모르는데.
S#50. 동. 안. 낮
남사초가 주물전 뒤편, 마당으로 조심스럽게 들어선다. 보면, 마지못해 뒤꽁무니에 붙어있는 달호. 그때 정가가 점포에서 나와 황급히 창고쪽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이는데
S#51. 동. 안. 창고. 낮
정가, 뭔가 잔뜩 겁먹은 얼굴로 창고 안으로 들어오더니 나무상자를 열어 뭔가 문서같은 걸 하나 집어넣는다. 그때, 등 뒤에서.
남사초 (E) 니가 정학천이냐?
정가 (흠칫)
정가, 움찔 놀라 돌아보는데. 보면 그곳에 서 있는 남사초와 박달호.
달호 (머쓱하게 손을 들며) 나.. 날세.
정가 ..!.. 이런 젠장.
남사초 묻는 말에 순순히 답하면 상하지 않을 것이다. 허니..(하는데)
순간, 정가 옆에 있는 쟁기를 남사초와 달호를 향해 던진다. 놀라 피하는 두 사람. 정가, 그 겨를에 창고에서 도망치려 하는데.
바로 그때, 어디선가 날아든 표창이 정가의 목덜미에 꽂힌다. 헉, 하는 외마디 비명을 내지르며 나동그라지는 정가. 남사초, 놀란 얼굴로 표창이 날아온 곳을 바라보는데.
순간, 누군가 재빨리 도망치는 모습.
S#52. 동. 밖. 낮
남사초, 급히 뛰어나온다. 보면 담을 타고 도망치는 복면의 사내. 남사초, 날렵한 솜씨로 표창을 날리지만, 그러나 사내는 그래도 담을 넘어 도망쳐 버리는데.
S#53. 동. 안. 낮
달호가 사색이 된 얼굴로 피를 흘리는 정가를 안고 있다.
달호 이보게..이보게.
그때 안으로 들어오는 남사초.
남사초 어찌 됐는가.
달호 주..죽은 것 같습니다.
남사초 ...!...
정가의 시신을 보는 남사초의 얼굴에 낭패감이 어린다. 그때, 남사초의 눈에 들어오는 바닥에 나뒹구는 나무상자.
남사초, 다가가 상자를 들어 열어보는데. 순간, 뭔가를 발견한 남사초, 놀라는 얼굴
남사초 ...이.. 이건..!
달호, 남사초가 집어든 것을 보면 앞씬과 같은 수결된 어음인데.
달호 이건, 수결된 어음이 아닙니까 어르신.
남사초 (굳은 표정)
S#54. 대수네 집. 낮
대수, 마당에서 세수를 하고 닦고 있는데. 그때 안으로 달호가 들어온다. 보면, 피 묻은 옷.
대수 (놀란다) 삼촌, 뭐야..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다친거야?
달호 (넋이 나가 있다. 도리도리)
대수 ..맞다. 오늘 조총 만나러 간댔지. 어떻게 됐어, 잘 됐어?
달호 (도리도리)아니..
대수 뭐..? 그럼 세손저한?! 저한 어떻게 되시는 건데.
달호 (어떡하면 좋으냐..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젓는다)
대수 ...!!..
S#55. 영조의 집무실. 낮
영조가 남사초가 있다. 창백한 안색의 영조와 굳은 표정의 남사초. 영조는 수결한 어음을 한 장 보고 있는데.. 남사초 그 앞으로 다른 것을 한 장 더 내민다.
남사초 이것과 이것이.. 바로 익위사 이동현과 죽은 정학천의 집에서 나온 어음입 니다.
영조 ...
남사초 보면, 돌아가신 세자젛의 수족이었던 이동현과 죽은 장학천이 조총 80자 루를 거래하고 주고 받은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영조 ...!!..
남사초 이렇듯 위험한 거래의 증표를 왜 보관하고 있었는지.. 그것은 납득하기 어 려우나 어쨌든 이것으로 저를 간에 조총이 거래되었다는 것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영조 그렇다면.. 결국 추국청에서 나온 고변이 사실이란 말이더냐?
남사초 (착잡) 송국하옵니다. 전하.
영조 ...!!..
영조, 굳은 얼굴로 남사초가 건넨 어음을 바라보는데.
S#56. 궐 일각. 낮
어딘가로 이동하는 수십 명의 금군들!
S#57. 대궐 금호문 밖. 낮
산이 밖으로 나오면 금군들이 살벌하게 도열해 있다.
군관 지금 의금부로 가셔야 합니다 저하.
산 ...!!..
S#58. 대궐 금호문 밖. 낮
대궐문 앞에 웅성거리며 모여 있는 수많은 백성들, 군졸들이 지키고 있는 문안을 들여다보며 수근 거린다.
열린 문 사이로 사람들이 끌려가는 모습이 보인다. 약간 뒤로 의금부로 이송되고 있는 산의 모습도 보인다. 그런 사람들 틈에 끼어 이송되는 산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송연 ...저.. 하...!
S#59. 영조의 집무실. 낮
영조, 굳은 표정으로 앉아있고
S#60. 대수네 집. 마당. 낮
송연이 ‘대수야 큰일났어’하며 황급히 안을 뛰어 들어온다. 하고 보면, 마당엔 아무도 없고. 그때, 방안에서 대수의 목소리가 크게 울리는데,
대수 (소리)그런 게 어딨어! 조총 파는 사람 만나면 다 된댔잖아. 조총 파는! 그럼 세손저할 도울 수 있댔잖아.
송연 .....!.....
S#61. 동. 방안. 낮
대수 길길이 날 뛰고, 달호, 사색이 되어 그런 대수의 입을 틀어막는다.
달호 얌마, 조용히 못해? 조총 얘긴 비밀이랬잖아!
대수 (입을 막힌 채)으어어어.. 삼..초.. 미워..
S#62. 동. 밖. 낮
송연이 멍한 얼굴로 밖에 서 있다.
송연 ..조...총..
그런 송연의 위로, 3부 64씬 회상
S#63. (회상) 오정남의 집. 마당. 낮
송연, 조심스러운 얼굴로 뒷마당으로 둘러선다. 그때 보면, 일각에서 노복과 장정 몇 명이 상자에다가 조총을 담고 있는데.. 어? 저게 뭐지, 하는 표정으로 보는 송연.
그때 노복, 송연을 발견하고 흠칫 놀란다.
노복 (당황해서) 예서 뭐하는 게야!
소리에 다른 장정들, 송연을 본다. 얼굴들이 굳어져선 얼른 조총들을 감추는데,
S#64. 대수네 집. 방안. 낮
그때 문이 벌컥 열리며 송연이 안으로 들어온다.
송연 아저씨! 조총만 구하면 되는 거에요?
보면, 대수의 입을 틀어막고 있던 달 호, 무슨 말인가 하는 표정으로 보고, 대수도 입이 막힌 채 놀라 보는데.
송연 말씀해주세요 아저씨. 조총만 있으면 되나요? 그럼 세손저할 구할 수 있 는 건가요?
달호 ...뭐..?
송연 제가 조총이 어딨는지 알아요. 제가, 조총을 봤어요!
달호대수 ...?
S#65. 거리일각. 낮
종이를 손에 쥐고 정신 없이 뛰어가는 달호.
S#66. 궐 일각. 낮
달호, 남사초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보면, 남사초 종이에 그려진 총을 보고 놀라는 얼굴인데.
남사초 이건...!
달호 예, 상세어른. 이게 그 조총입니다!
남사초 (당호) 이걸 정말, 송연이 그 아이가 봤단 말인가.
달호 예. 서소문에 있는 행수 오정남 집에서 분명이 봤답니다.
남사초 ...!!..
달호 분명, 총을 밀거래 하고 있는 게 분명합니다. 헌데, 신형조총이면, 무기고 에서 나온 바로 그것이 아닙니까.
남사초 ...!!..
S#67. 대전 앞. 낮
달려오는 남사초, 마주 오는 채제공 마주친다.
채제공 급하게 무슨 일인가?
남사초 대감 전하께서는?
채제공 전하께선 세손저할 친국하기 위해 의금부로 가셨네.
남사초 ...!!.. 그게 언젭니까 영감.
채제공 왜 그러는가. 무슨 일이 있는 겐가?
남사초 (조급한 얼굴로 침을 삼키며)
S#68. 오정남의 집 앞. 낮
달호가 포도청의 포졸들을 대동하고 ‘바로 여기요’하면서 오정남의 집 안으로 들이닥치고 있다. 보면, 어디선가 그런 달호를 지켜보는 듯한 시선이 느껴지는데.
S#69. 의금부 앞. 낮
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서는 영조의 모습. 나졸과 대신들 머리를 조아리는 가운데 내관들과 함께 첝천히 안으로 들어가는 영조. 보면, 서늘하게 빛나고 있는 영조의 눈빛.
S#70. 동. 추국청 마당. 낮
대신과 금군들이 도열해 있는 긴장감 넘치는 추국청 안, 보면, 산이 굳은 표정으로 마당 한 가운데에 서 있는데. 그때, ‘주상 전하 납시오’하는 소리와 함께 영조가 안으로 들어온다.
멈칫, 보는 산. 보면, 모두들 고개를 조아리는 가운데 영조가 굳은 표정으로 들어와 의자에 앉는다.
자리에 앉아 마당에 서 있는 산을 내려다보는 영조. 그리고 묵묵히 그 시선을 감내하고 있는 산.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추국청 안이다.
영조 판의금부사는 시작하라.
대신1 예, 전하.
하고, 대신1 자리에서 일어선다.
대신1 세손을 앞으로 뫼셔라.
산 ...!!..
영조 (표정)
보면, 산 의금부 나졸들에 의해 형들 앞으로 잡혀 나오는데.
대신1 지금이라도 죄를 자백한다면 고된 형신은 받지 않을 수 있습니다.
산 (가만..)
대신1 할 말이 없으십니까.
산 (입술만 꼭 깨문다)
보면, 그런 산을 내려다 보는 영조의 표정없는 얼굴.
대신1 (슬몃 냉소 어리며) 형틀에 앉혀 추국을 시작하라.
산 ...!!..
나장들, 대신1의 말에 산을 형틀에 앉히는데. 바로 그때,
영조 잠깐, 멈춰라.
영조의 말에 멈칫, 놀라 보는 사람들. 보면, 영조 담담한 얼굴로 그러다가.
영조 아직 확인하지 못한 것이 있으니 판의금부사는 잠시 추국을 멈춰라.
산 ...!!..
대신1 (당황) 전하.. 확인하지 못한 것이 있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영조 지금 당장, 세손궁의 무기고에서 나왔다는 그 조총을 가져 오너라.
산을 바라보며 표정 없이 굳어있는 영조의 표정.
(시간경과)
화면 바뀌면 추국청 마당으로 와르르 쏟아지는 수십 정의 총들. 보면, 이것을 보고 있는 영조. 성큼성큼 내려와 금군의 칼을 뽑아 들고는 그 칼로 바닥에 어떤 문양을 그린다. 사람들, 모두 의아한 얼굴로 보는데.
영조 이것은 표식이다. 군기시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화포엔 반드시 이 표식과 제작된 날짜가 찍히게 되어있지.
하고 영조, 사람들을 둘러본다.
영조 판의금 부사는 총을 들어 보라.
대신1 (쭈볏거리는데)
영조 총을 들어보라니까 뭣하는게야?
대신1, 두려운 얼굴로 총을 들어보는데.
영조 어떠냐. 총신에 이 표식이 보이느냐?
대신 그..그러하옵니다. 전하.
영조 그래. 보인다면 그것은 군기시에서 만든 총이로구나..(하고) 허면, 그 총을 만든 날짜는 언제냐.
대신1 예..?
영조 총신을 보아라. 무어라 새겨져 있느냐!
대신1, 당혹스런 얼굴로 총신을 보는데.. 순간, 하얗게 굳어지는 대신의 얼굴.
영조 언제냐.
대신1 (대답하지 못한다) 그.. 그것이..
대신1 대답하지 못하고, 추국장 안은 술렁인다. 산도 당혹스런 얼굴로 보는데.
영조, 그대로 성큼성큼 내려와 대신1의 들고 있는 총을 뺏어 든다.
보면, 총신에 선명하게 새겨진 글자.
영조 임오년, 유월! 지금 너희가 보고 있는 것은 바로 그때 만들어진 삼안총이 다. 알겠느냐! 사도세자가 흉거한 것은 오월인데 그 총은 모두 유월에 만 들어진 것이란 말이야! 그렇다면 무엇이냐! 죽은 귀신의 짓이 아니라면 누군가 세손을 모함하기 위해 군기시의 총을 빼돌렸고 거짓으로 무기고를 꾸몄다는 게 아니냐!
순간, 술렁이는 추국청, 무슨 말인가.. 놀라는 산.
그때 영조, 용포 소매에서 서책같은 장부를 하나 꺼내들어 떨고 있는 판의금부사 앞으로 내던진다.
영조 이것은, 군기시의 화포일지다. 거기에도 임오년 유우러, 조총을 제작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알겠느냐, 바로 이것이 세손이 무고하다는 증거다!
산 ...!!..
엄청난 영조의 말에 술렁이는 사람들! 대체 이게 어찌된 일이란 말인가. 산, 놀랍고 망연한 얼굴로 영조를 바라보는데 그때.
영조 죄인을 끌고 오너라!
순간, 영조의 말에 한쪽에서 끌려나오는 오정남.
영조 바로 저자가 군기시에서 조총을 빼돌려 밀거래한 자다. 누군가 저자한테서 총을 밀매해 그것으로 죄 업슨 세손을 옭아매려 했어.
산 ...!!..
영조 나는 결코 오늘의 일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저놈의 뼈를 발라서라도 역당을 찾아내 조종을 기망하고 감히 나와 국본인 세손을 능멸한 죄를 죽음으로 물을 것이야!
산 ...!!..
영조 금군별장은 또 들어라.
금군별장 예, 전하!
영조 지금 당장 판의금 부사 이진철을 끌어내 하옥하라. 내 저놈이 앞장 서 세손을 능멸한 죄를 물을 것이다.
대신1 전하...통촉하여 주시오소서..! 전하.
대신2 (나선다)전하, 판의금 부사는 다만..(하는데)
영조 이놈도 끌어내라.
대신2 (멈칫) 전하..!
영조 (앞서서 성토했던 대신들을 찍으며) 저놈도, 저놈도, 모두 끌어내 하옥하라.
지목당해 질려오는 대신들.
영조 저들의 관직을 모두 삭탁하고 다신 전폐를 밟지 못하게 할 것이다. 감히, 국본의 지엄함에 도전한 죄를 결단코 용서치 않을 것이다.
영조의 영에 의해 대신들이 억울함을 외치며 끌려가고. 그렇게 추상같은 영조의 호령에 순식간에 쑥대밭이 되는 추국청 안.
보면, 그런 아비규환 속에 멍한 얼굴로 서 있는 산. 그리고.. 그런 산을 바라보는 영조의 눈빛.
S#71. 동. 밖. 낮
영조 일행이 추국청에서 나온다. 보면, 멀리 한 켠에 서서 이편을 보고 있는 남사초의 모습. 그때, 그런 남사초를 발견하는 영조.
영조, 의미심장한 눈으로 그런 남사초를 보는 시선을 거둔다. 보면, 안도하는 얼굴로 멀어지는 영조의 행렬을 바라보는 남사초.
S#72. 대수네 집. 방안. 밤
남사초와 달호, 대수 송연이 있다.
남사초 (달호에게, 끌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함구하란 명을 어기고 이놈들과 일을 도모했다니 말이 되는가?
달호 (머쓱하다) 그래두.. 결국 그래서 일이 해결되지 않았습니까?
좋은 게 좋은 거라구, 한번만 눈 감아 주십쇼 상세어른.
남사초 (기막히지만, 피식 웃고는) 참, 대책 없는 사람일세 자네도.
달호 (머쓱하게 웃고)
남사초 (송연, 대수에게)이번 일에 너희들의 공이컸다. 특히 송연이 니가 아니었 다면 저하께선 큰 곤욕을 치르실 뻔 했어.
송연 (활짝)저희가 저하께 도움이 되었다니 정말 다행이에요.
남사초 (미소)
대수 치.. 그럼 뭐해. 우리가 도왔다는 걸 저하께선 까맣게 모르실텐데.
송연 모르시면 좀 어때.
대수 그래두, 동무들이 이렇게 든든하게 버티구 있단걸 아시면 더 좋잖아.
달호 으이구, 이놈아! 그놈의 동무 소린 좀 작작해. 니가 어떻게 세손저하 동무 가 돼!
대수 왜 이래! 진짜 나한테 동무라고 하셨다니까.
달호 (입 틀어 막으며)닥치지 못해? 불경죄루 목 달아나, 이놈아!
대수 (입 막힌 채 바둥바둥) 도무라서.. 도무라는데.. 내가 뭐..
달호와 대수, 또 티격태격하고. 옆에서 그 모습을 보며 웃는 송연. 남사초도 그런 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미소 짓는다.
S#74. 동. 밖. 밤
달호와 대수 티격태격하는 소리가 즐겁게 울리는 마당. 그러나 보면, 사릿문 너머로 안을 살피는 듯한 불길한 시선이 느껴지는데.
S#75. 모처. 외경. 밤
S#76. 동. 방안. 밤
3부, 59씬과 같은 곳. 얼굴이 보이지 않는 사내와 그 앞으로 앉아있는 갓을 쓴 양반이 보인다.(최석주의 모습)
사내 다들 생각들이 짧았네. 여우 사냥이 아니라 범사냥이었어.
최석주 .....
사내 내 특별히 자넬 찾은 것은, 실수가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네. 일이 더 커 지기 전에 책임지고 수습하게. 말이 새어나올 일들은 모두 막아야 할 것 이야.
최속주 ...예, 알겠습니다. 대감.
보면, 담담하고 서늘한 최석주의 표정.
S#77. 의금부 일각. 밤
의금부 옥문 앞을 지키고 있는 나졸들의 모습. 마침 문밖으로 들어오는 의금부 군관1. 이때 안으로부터 급박한 소리가 들려온다.
나졸1 (E)나으리!나으리! 큰일났습니다. 큰일났습니다 나으리!
군관1 ??
S#78. 동. 옥사 안. 밤
뛰어들어오는 군관1 나졸이 가리키는 곳을 보면 옥사 안. 옥안에서 나오는 나졸2
나졸2 나으리! 죽었습니다요. 죽었어요! 한식경까지도 멀쩡했었는데..
군관, 화급히 뛰어들어가서 보면.. 어두운 곳 한켠, 구석진 곳에 웅크린 채 거품을 물고 쓰러져 있는 오정남.
S#79. 궐 전경. 낮
S#80. 동궁전. 낮
산이 남사초와 함께 있다. 남사초로부터 이야기를 전해들은 산, 놀라는 얼굴인데.
산 자네가, 송연이와 대수를 어찌 아는가?
남사초 ....
산, 놀라고 반색이 되는 표정.
(시간경과)
남사초로부터 이야기를 전해들은 산, 놀라고 감동받은 얼굴인데.
남사초 하여, 송연이 그 아이가 아니었다면 그 일도 해결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저하.
산 (...!!..) 그랬구나.. 송연이와 대수가 날 위해서 그토록 애를 쓰고 있었어..
남사초 .....
산 꼭, 다시 만나자.. 했는데... 그 아이들을 만날 때까지 살아있겠노라...약조 했는데..
남사초 (본다)
산 (불현 듯) 지금 그 아이들은 어디에 있는가? 도성에 있는가?
남사초 예, 저하.
산 허면, 그곳까지 나를 안내해줄 수 있겠는가? 오늘 궐을 나가 성균관에 들 르네. 그럼 그 아이들을 볼 수 있을 것이야.
남사초 ...!!..
산 (들뜨는 얼굴)
S#81. 거리일각. 낮
달호와 대수가 좌판에서 뭔가를 사고 있다. 누군가의 시선이 그런 달호와 대수를 쫓는 느낌. 달호, 시덥잖은 농담이라도 하는 지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웃어대고 있는데. 달호, 이내 값을 치르고 어딘가로 걸어간다. 그런 달호를 쫓는 발걸음들.
S#82. 거리 일각. 낮
달호, 무심한 얼굴로 걸어가다 갑자기 대수의 손을 잡고.
달호 뛰어, 대수야!
대수 어..?!
달호, 대수를 데리고 도망치기 시작한다. 순간, 이들을 쫓던 놀란 사내들, 당혹해하며 칼을 뽑으로 달호를 쫓아가는데.
S#83. 대수네 집 앞. 낮
누군가의 시선이 집 안을 살피는 불안한 느낌. 보면, 그 시선으로 마당에서 빨래를 하고 있는 송연의 모습이 보이는데.
S#84. 동. 마당. 낮
송연이 마당에 빨래를 널고 있다. (커다란 무명 이불 빨래 같은 것) 보면, 그런 송연에게 조금씩 다가서는 발걸음과 날선 칼날! 하지만 송연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있는데.
송연, 이불을 널고 막 돌아서려는데, 그때 누군가 송연의 입을 틀어막는다. 헉, 하고 놀라는 송연!
그때, 낯선 이의 살벌한 칼날이 송연이 있는 곳을 내리친다. 쫙, 하고 찢어지는 무명이불. 그러나 그 자리엔 송연이 보이지 않고!
S#85. 산길 일각. 낮
급히 산길을 헤쳐 도망치고 있는 달호와 송연, 대수!
보면, 저 멀리 뒤에서 이들을 무섭게 쫓아오는 낯선 인물들!
S#86. 대수네 집 앞. 낮
남사초가 산을 모시고 대수의 집 쪽으로 온다. 대수의 집 앞으로 당도하는 산의 가마. 보면 그 안에서 내리는 산.
남사초 여깁니다 저하.
산 ...!!..
떨리고 설레는 얼굴로 집을 바라보는데.
S#87. 동. 마당. 낮
보면, 엉망진창 전쟁터처럼 폐허가 되버린 집안. 이리저리 뒹구는 집기들..
그때 안으로 들어온 남사초와 산, 놀라는 표정이 되는데,
남사초 아니..대체 이게 무슨..!
산 (당황스러운데)
남사초 이보게, 달호. 달호 안에 있는가!
그러나 안에선 아무 기척이 없고 순간, 불길한 기운을 감지하는 남사초와 산.
S#88. 동. 방안. 낮
남사초, 달호의 이름을 부르며 문을 연다.
남사초 이보게 달호!
그러나.. 보면 역시 엉망이 된 방 안. 뭔가 문제가 터진 것이다.
산, 엉망이 된 방을 보며 불안감이 엄습해 오는데.
산 ..송연아.. 대수야..
S#89. 나루터 일각. 낮
사람들을 태우고 막 나루를 떠나려는 배. 그때, 보면 멀리서 달호와 송연 대수가 뛰어오는데.
달호 잠깐만! 잠깐만 기다려주시오!
그때, 넘어지는 송연.
대수 송연아!
달호, 대수가 부르는 소리에 급히 달려와 송연을 들쳐 업는다. 그렇게 다시 결사적으로 배를 향해 달려가는 달호와 대수. 하지만 배는 나루를 떠나 출발하는데.
S#90. 대수의 집. 방안. 낮
산, 걱정스럽고 착잡한 얼굴로 방 안을 서성거릳며 둘러본다. 그런 산에 눈에 들어오는 송연과 대수의 옷가지. 산, 아이들의 옷가지를 만지작거리며 착잡해진다.
남사초 저하..
산 제발 무사해야 할텐데... 내 동무들한테.. 아무일도 없어야 할텐데..
남사초 ...!!..
산 (걱정과 안타까움으로 눈물이 맺혀오고)
S#91. 강 일각(석양)
강가를 흘러가는 나룻배가 비춰지고.
S#92. 배 위(석양)
보면, 배위에 타고 있는 사람들 속에 지친 얼굴로 앉아있는 달호와 대수가 보인다.
대수 (걱정스럽다)삼촌, 우리 어디루 가는거야?
달호 (휴..)글쎄다.. 배를 탔으니 일단 화진포까진 가봐야지.
대수 근데 그 사람들이 누구야 삼촌. 누군데 우릴 죽일라구 그런거야.
달호 (착잡하다) 아무래두 저번 세손저하 일루..(하다가)아니다. 관둑자.
대수 (뭐냐 도대체)삼촌..
달호 그만 눈이나 붙여. 갈길이 멀다.
하고 달호, 등을 기대고 눈을 감는다. 대수, 그런 달호를 보다가 슬그머니 일어나는데.
보면, 다른 곳 송연이 망연한 얼굴로 멀리 강물을 바라보고 있는데.
대수 송연아.
송연 (돌아본다)
대수 (옆으로 보면)
송연 저기 봐. 대수야.. 도성이 요만해 보여.
대수 (본다)
송연 ..저하께선.. 우리가 이렇게 도망치구 있는 걸 아실까.
대수 ...!!..
송연 꼭 궐로 가겠다 약조했는데.. 저하께 작별인사두 못하구 와버렸어.. 그지?
하고 보면, 송연의 눈가엔 눈물이 가득한데.
대수 바보야! 지금이라도 인사하면 되잖아.
송연 어...?
대수 (소리친다)저하!
송연 ...!!..
대수 저하! 들리세요? 저에요, 대수에요!
송연 ...!!..
대수 저하! 송연이하구 저, 도성을 떠나요. 듣고계세요? 저희.. 간다고요! 그치 만 돌아올거에요. 전할 만나러 꼭 올거라구요!
송연 ...!!..
대수 자, 너두 해. 얼른!
송연 (망설인다, 그러다가.)저하! 송연이에요! 저도 꼭 돌아올게요 저하. 돌아와 서, 저하랑 했던 약속 꼭 지킬게요. 그러니까.. 저하두 저희를 잊어버리면 안돼요. 동무 송연이하구 대수, 잊어버리면 안돼요!
대수 ...!!..
대수와 송연, 복받치는 얼굴로 보는데. 보면. 점점 멀어지는 도성의 모습. 대수와 송연, 그 모습에 울컥 해지는데
대수 저하..
송여 저하..
대수 (울컥한 마음에 악을 쓰듯)저하..저하..저하..!!
보면, 송연과 대수.. 안타깝고 절실한 마음으로 멀어지는 도성을 향해 산을 부른다. 아이들의 목소리.. 멀어지는 배와 함께 점점 잦아드는데.
S#93. 동궁전. 밤
어두운 동궁전 침소 위로 대수와 송연이 저하..저하.. 하면서 부르는 소리가 나지막하게 울린다. 순간, 누군가가 헉.. 하며 번쩍 눈을 뜨는데.
S#94. 동궁전 외경. 밤
S#95. 동. 안. 밤
보면, 무섭도록 고요한 적요가 흐르는 침전 안. 성인이 된 산이 식은 땀을 흘리며 잠에서 깨어나는데
산 ..내가 또 그 아이들 꿈을..
산, 머리가 아픈 듯 이마를 감싸 쥔다. 바로 그때, 뭔가 이상한 기운을 느끼는 듯한산. 하지만 이내 담담한 듯 무심한 표정이 되는데.
S#96. 동궁전 일각. 밤
음산한 달빛 아래 누군가가 조심스러운 발걸음을 움직이고 있다.
S#97. 동. 일각. 밤
세자익위사들이 지키고 있는 동궁전 앞. 그때 어디선가 인기척을 느끼는 두 명의 세자익위사. 두사람, 서로 눈짓을 교환하더니 이내 조심스럽게 동궁전 앞을 떠나는데. 익위사들이 사라지면, 그때, 조심스럽게 동궁전 뜨락으로 들어서는 칼을 든 복면의 사내.
사내, 불꺼진 동궁전 침전을 향해 가는데.
S#98. 동. 방안. 밤
어두운 방안. 사닝 이불을 덮고 누워있다.
S#99. 동. 복도. 밤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기는 자객.
S#100. 동. 방안. 밤
문이 천천히 열리고 칼을 든 자객이 방안으로 들어선다.
자객, 칼의 날을 세워 이불에 누워있는 산에게로 다가가 칼을 보면, 이불 안엔 아무도 없는데 당황하는 사내.
그때, 사내의 등 뒤로 서늘하고 낮은 목소리가 들린다.
산 누가 보내서 왔더냐
움찍 놀란 사내, 보면.. 그곳에 산이 서 있는데. 사내, 당황한 얼굴로 급히 산의 목덜미로 칼날을 겨눈다.
사내 넌, 누구냐.
산 (냉소어린 표정으로 피식 웃는다)
사내 ...!!..
산 .. 이 방안에 있는 내가 누구겠느냐. 난, 니가 죽여야 할 동궁.. 이 산이다.
사내 ...!!..
사내, 당혹스런 표정으로 산을 보는데. 미동조차 하지 않는 담담한 눈빛으로 그런 사내를 바라보는 산. 보면, 짙은 눈썹아래 매섭고 날카로운 눈 빛을 빛내며 서 있는 청년 이산, 산의 그 모습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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