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 5
<이산 5부>
S#1. 동궁전. 방안. 새벽(4부 엔딩에 이어)
문이 천천히 열리고 칼을 든 자객이 방 안으로 들어선다. 자객, 칼의 날을 세워 이불에 누워있는 산에게로 다가가 칼을 겨눈다. 그러나 아뿔사, 뭔가 이상하다.
보면, 이불 안엔 아무도 없는데, 당황하는 사내.
그때, 사내의 등 뒤로 서늘하고 낮은 목소리가 들린다.
산 누가 보내서 왔더냐?
움찔 놀란 사내, 보면 그곳에 산이 서 있는데. 사내, 당황한 얼굴로 급히 산의 목덜미로 칼날을 겨눈다.
사내 넌, 누구냐?
산 (냉소어린 표정으로 피식 웃는다)
사내 ...!...
산 ..이 방안에 있는 내가 누구겠느냐? 난, 니가 죽여야 할 동궁 이산이다.
사내 ...!!...
사내, 당혹스런 표정으로 산을 보는데. 미동조차 하지 않는 담담한 눈빛으로 그런 사내를 바라보는 산.
사내, 그런 산의 모습에 위압감을 느끼며 압도되는 듯한데.
산 자, 이제 니 차례다.
하며 산, 사내의 앞으로 한 걸음 내딛는다. 그런 산의 모습에 움찔, 저도 모르게 물러서는 자객.
산 널 보낸 자가 누구냐?
사내 ...!!...
산 살고 싶으면 말해라. 그것만 토설한다면 목숨은 보전해 줄 것이다.
사내 (칼을 겨누며)다..닥쳐라!
산 (흔들림 없는 눈빛)
사내 (냉정을 찾은) 주제에 동궁이라고 허세 한번 요란하구나. 지금 네 목숨은 네 칼 아래 있어!
산 ...!!...
순간, 어둠속에서 빛나는 산의 눈빛. 그때, 사내 칼을 세워 산을 향해 내리치는데!
순간, 소매춤에서 담도를 날렵하게 빼들어 사내의 어깨 죽지에 박는 산.
사내, 헉 하고 비명을 지르는데. 때를 놓치지 않는 산. 사내의 팔을 쳐 칼을 떨어뜨리고.
저항하는 사내. 그러나 산의 무예가 그보다는 한 수 위다. 산, 이내 자객을 쓰러뜨리고 사내의 어깨죽지에 박혔던 단도를 뽑아 그의 목에 겨누는데..!
산 이제 니 목숨이 내 칼 아래 있다.
사내 (...!!...) 죽여라.
산 아니, 난 널 죽이지 않을 것이다. 말해라. 널 보낸 것이 누구냐?
사내, 모든 것을 포기한 눈빛으로 클클, 웃는다.
그러다 순간 헉. 하는 사내. 순식간에 눈동자가 풀리며 거품을 물기 시작하는데.
놀라는 산. 황급히 사내의 입에 손을 넣어 보면 극약을 씹어 삼킨 듯 노란 것이 손에 묻어 나오는데.
산 ..안돼...안돼...!!
순간, 경련을 일으키던 사내의 동공이 허공에 멈춘다. 경악한 얼굴로 망연해지는 산.
그때, 문 밖에서 들리는 인기척(투다닥, 도망치는)
산, 사내의 칼을 집어 매섭게 돌아본다.
S#2. 동. 밖. 밤
칼을 들고 ‘거기서라’ 하며 밖으로 뛰쳐나오는 산. 그러나, 어두운 마당. 아무도 보이지 않고..
어디로 사라진 걸까. 산, 참담해지는데.. 그때, 한쪽에서 급히 달려오는 익위사1
익위사1 저하, 무슨 일입니까?
산 자객이다!
익위사1 (놀란다)예..?!
산 ....
산, 분노에 찬 표정. 그 위로 긴박하게 울리는 첩고(궐 안 위기상황에 울리는 북_
S#3. 궐 일각. 밤
긴박한 첩고가 울리는 가운데 다급하게 이동하고 있는 금군들.
S#4. 궐 일각. 새벽
여기저기 환하게 밝혀진 횃불. 금군들이 모두 도열한 가운데 내금위장이 날카로운 눈빛을 빛내며 긴박하게 이야기한다.
내금위장 혼자서 궐의 담을 넘진 못했을 터. 놈을 조력한 자가 아직 궐 안에 있을 것이다. 반드시 잔당을 찾아내야 한다. 알겠느냐?
금군들, 예!하고 대답하고 횃불을 든 금군들이 일사분란하게 흩어지는데.
보면 뒤편엣허 그 못브을 지켜보고 있는 산의 서늘한 표정.
그때 ‘주상전화 납시오!’ 소리와 함께 몇 시종만 데리고 나타나는 영조임금.
영조임금의 갑작스런 등장에 놀라 보는 이들.
영조 대체 무슨일이냐? 자객이라니? 역당이 궐담을 넘어 동궁의 목숨을 노리다 니?
산 ...
영조 대체 금군은 무얼하고 있었단 말이냐? 동궁을 지키는 익위사 놈들은 다 어디 있었던 게야!
영조의 호령에 익위사들 무릎을 꿇고 조아린다.
익위사장 죽여주시오서 전하
익위사들 죽여주시오소서.
영조 (노기가득 어려 보고)
산 .....
S#5. 동궁전 앞. 새벽
영조와 산이 동궁전 앞으로 오고 있다. 동궁전 앞에 멈춰서는 영조. 참담한 얼굴로 산을 바라보다가.
영조 (산에게) 역당의 시체가 안에 있다 했느냐?
산 예
영조 아는 얼굴이었더냐?
산 아니옵니다.
영조 (익위사장에게)시체를 끌어내라.
익위자상 예.
하고 익위사장, 익위사들에게 눈짓하면 안으로 들어가고.
영조 (산에게)상한 덴 없느냐?
산 예, 전하
영조 (착잡한 얼굴로 보는데)
그때, 안에서 황망한 얼굴로 나오는 익위사들. 익위사들 익위사장에게 뭔가 이야기를 전하고 익위사장의 얼굴엔 당혹감이 번지는데.
그런 익위사장을 바라보는 영조와 산, 익위사장, 급히 영조에게로 다가온다.
영조 무슨 일이냐?
익위사장 전하, 침전에 시신이 없다 합니다!
영조 ...?!..
산 ...?!...
영조 그게 무슨 말이냐? 시신이 없다니?
산 ...!...
S#6. 침전 안. 새벽
영조, 급히 문을 열고 산의 침소로 들어오면 시체는커녕 어떤 흔적도 남아있지 않은 깨끗한 침전 안!
보면, 뒤이어 들어오는 산, 당혹감에 하얗게 질려오는데.
산 (혼잣말)이럴수가..
산, 당혹스런 얼굴로 들어와 보면 싸움의 흔적을 찾을 수 없는 방안. 심지어 자객의 피가 묻었던 이불마저 깨끗한데.
영조 (익위사장에게) 어찌된 것이냐?
익위사장 송구하오나, 소신도 알지 못하는 일이옵니다. 전하.
산 (믿을 수 없다)방안에 누구를 들인 것이냐? 도대체 누가 시체를 빼돌렸단 말이냐?
익위사장 누구도 침전엔 가까이 하지 않았습니다. 저하. 철저히 경계하라는 명을 받들어 아무도 들이지 않았사옵니다.
산 ...!!...
영조 (산을 보고)
익위사장 (조심스럽다)..정말.. 역당의 시신이 침소에 있었습니까? 저하
산 ...!!...
익위사장 기십의 익위사들이 경계를 섰습니다. 누군가 시체를 치운다는 것은 불가 능한 일이옵니다. 저하.
산 ...!!...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산, 기막히고 참혹한 심정에 어찌할 바를 모르겠는데.
S#7. 동. 밖. 밤
영조가 안에서 나온다. 굳은 표정의 영조,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 가만히.. 그러다가 동궁전을 한번 돌아보고는 이내 내관들을 향해.
영조 가자.
영조, 가면.. 내관과 나인들 뒤따라가고.
S#8. 동. 안. 밤
침전에 홀로 있는 산. 허탈하고 참담한 심정...산, 굳은 얼굴로 이불을 움켜쥐는데..
S#9. 궐 일각. 낮
궐 안을 살피고 있는 금군들의 모습. 그 위로 자막 영조 47년. 신묘년 9월
S#10. 궐 일각 낮
영조가 후원 일각에서 내금위장으로부터 보고를 받는다.
내금위장 궐 안을 샅샅이 뒤졌지만 자객이 들었던 흔적은 어디서도 찾지 못했습니다.
영조 (가만, 그러다가)알았다. 그만 물러가거라.
내금위장 예...
내금위장, 물러가면 영조. 굳은 얼굴로 생각에 잠기는데 그때.
화완옹주 (소리) 어찌하여 용안에 수심이 가득하십니까?
영조, 그 소리에 놀라 돌아보면 한쪽에서 상궁들을 거느리고 서 있는 화완 옹주. 화사하고 뚜렷한 이목구비에 붉고 선명한 입술이 매혹적으로 빛나는데.
영조 ...!!...
화완 (짐짓)대체 누굽니까? 또 우리 아바마마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것입니까?
영조 (밝다)..언제 온 게냐?
화완 (다정하게 영조의 팔짱을 끼며)빨리 돌아오라는 서찰을 받자마마 득달같 이 달려왔지요.(하고) 그간, 강령하셨습니까? 아바마마.
영조 (흐뭇하게 웃고)
화완 (미소 짓는데)
S#11. .대전. 침전. 낮
내관, 상혼들이 밖에 서 있고.. 그 위로 화완옹주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S#12. 동. 안. 낮
영조, 화완옹주, 정순왕후가 있다. 화완옹주 이들의 앞으로 호피를 내어놓는데.
정순왕후 (놀란) 정말 금강산에 호랑이를 만났단 말씀이십니까?
화완 네. 동행했던 포수가 아니었다면 큰일날 뻔 했지요.
정순왕후 참! 옹주의 담력도 대단하십니다. 그런데도 금강산 유람을 포기하지 않으 셨습니까?
화완 (미소 짓고)
영조 옹주가 아니라 왕자로 났어야 할 아이네.
영조, 호피를 보며 미소 짓고, 화완 그런 영조를 보며 미소 짓는데.
정순왕후 어쨌든, 옹주가 들어와 그 덕에 전하께서 웃으십니다. 지난 며칠간은 용안 에 수심이 떠나질 않으셨어요.
화완 그렇잖아도 많이 수척해지신 듯 합니다. 무슨 연유로 그러하십니까? 아바 마마. 혹, 세손 저하의 일 때문이십니까?
영조 (...!!...)
화완 (걱정) 입궁하는 길에 들었습니다. 동궁이 심약한 마음에 헛것을 보고 있 다던데.. 그것이 정녕 사실입니까?
정순왕후 (당황하는 표정)
영조 (굳어지는).. 헛것이라니. 누가 그런 소릴 하더냐?
화완 일전에 자객이 들었다며 소란을 피웠다 들었습니다. 헌데, 침소에 시신은 커녕 누군가 침입한 흔적도 없었다구요!
영조 .....
화완 대체 궐 안에 무슨 일이 있는 겁입니까?
무슨 일이기에.. 동궁이 망상을 보고 광폭한 행동을 한다는 기막힌 말들이 있는 것입니까? 아바마마
영조 (굳어지고)
옹주 (걱정스럽게 보는데)
S#13. 동. 일각. 낮
산이 굳은 얼굴로 어디론가 가고 있다.
S#14. 동 일각. 낮
산이 익위사장으로부터 감결(관칙)을 건네받고 있다. 보면, 그 앞으로 고개를 숙인 채 서 있는 대 여섯 명의 익위사들.
익위사장 그날 밤 자경궁의 경계를 섰던 익위사 장인철, 오태수, 남창식은 근식과 월록 6개월을, 태형진, 김치성, 하남석에게는 각각 월록 3개월의 처벌을 내릴 것이옵니다.
산 ...
익위사들 (못마땅한 표정)
산 (피식, 웃고는) 익위는 지금 놔와 놈들 하자는 것인가?
익위사장 (당황)..예에? 무슨 말씀이온지?
산, 차가운 얼굴로 종이를 찢어버린다. 당황하는 이들.
산 모두 파직시키게.
익위사장 저하!
익위사들 (웅성웅성)
익위사장 (당황사릅다)..하노안 저하.. 이번에만 벌써 열 두명의 익위사를 파직시키 셨습니다.
산 이제 열여덟이록룬.
익위사장 ...!!...
산 (담담하게 보는데)
익위사장 저하 명을 거두어조시오소서. 그만한 일로 저를 모두들 파직시 키는 것은 지나친 처삽니다.
산 지금 이것이 지나친 처사라 했는가?
익위사장 (멈칫)
산 ..하긴, 자객과 내통한 자들을 파직한 시킨다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 지나 친 처사지. 허면, 익위사장의 생각은 어떠한가? 역시 들의 목을 치는 것이 좋겠는가?
익위사장 내.. 내통이라뇨.. 당치 않으십니다, 저하!
산 아니면, 자네도 내가 있지도 않은 자객을 만들어 억지를 부리고 있다는 말인가?
익위사장 ...!...
산 (날카로운 눈빛으로 본다)
익위사장 (위압감에 놀란다)..예, 알겠습니다. 이들을 모두 파직시키고 새로우 이누 언을 충원해 올리라 이르겠습니다.
산 새 인원이라..(하고)좋네. 그럼 내친 김에 지금 하지.
익위사장 (당황) ..예?
산 (자리에서 일어서는데)
S#15. 궐. 일각. 낮
산, 군관과 금군청 연무장에서 말을 타고 대련용 장창으로 가창보(말을 타고 긴 창으로 겨루는 대련)를 하고 있다. 매서운 기세로 달려와 합 겨루다 군관1의 말이 멀어지자 다시 말을 돌려 쫓아가 장창을 지르는 산.
이내 군관1, 말에서 떨어지고 그런 군관을 차갑게 내려다보는 산의 눈빛.
이어 목검을 들고 다른 군관과 대련하는 산. 사정을 봐주지 않고 몰아친다. 군관, 몇 합 겨루지도 못하고 나가떨어지는데.
보면, 그런 산의 위세에 눌려 있는 연무장의 군관들.
산, 군관들이 도열해 있는 곳으로 와 또다른 군관2를 지목하며.
산 자네 차렐세(하고) 어디 이번엔 진검을 써보는 건 어떤가?
그 말에 멈칫하는 군관. 익위사장과 당황스런 눈빛을 교환한다. 산, 담담한 표정으로 진검을 뽑아드는데.
익위사장 (당혹) 하오나 저하.. 진검은..(하는데)
산 (검을 뽑아들며)괜찮네. 설마하니 내가 내 수하를 찌르기야 하겠는가?
익위사장 ....!..
산 ....
어찌할까 하는 표정으로 익위사장을 보는 군관.
익위사장,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눈짓을 하면. 군관 역시 진검을 뽑아든다.
이어, 마주하는 두 사람. 군관 산에게 예를 표하고 이어 아슬아슬한 대련이 이어지고 산, 조금씩 밀리는 듯한데.
있는 힘을 다해 공격해오는 군관. 그러나 흔들림 없이 보던 산, 슬쩍 피하면서 동시에 검으로 군관의 팔을 내리쳐 검을 날리고 군관의 목에 검을 겨눈다.
군곤, 고통스레 팔을 붙잡으며 아파하는데.
이윽고 담담하게 칼을 거두는 산.
산 더 없는가?
익위사장 (당혹스러운데)
산 (둘러보고는)정말 끝인가? 설마 충원해 올리겠다는 것이 고작 저들이란 말인가?
익위사장 송구하옵니다 저하. 다시 일러 새로이 무과에 급제한 이들을..(하는데)
산 (OL)됐네. 저런 자들에게 내 목숨을 맡기느니(한쪽에 서 있는 서리들을 가리키며)차라리, 저자, 저자 그리고 저자를 시키게.
익위사장 예...?
당황해하는 익위사장. 웅성거리는 이들.
산 어차피 달포고 버티지 못하고 잘려나갈 터 아무나 들인들 어떤가? 아..셋 이 부족하니, 나머진 저자거리에서 아무나 데려와도 좋구.
익위사장 저하!
산, 더 들을 것도 없다는 얼굴로 나가보리는데.
산이 사라지면 웅성거리며 부상당한 군관을 부축해 움직이는 군관들.
불만 가득한 눈빛으로 웅성거리는데
군관1 (당혹스럽다) 나으리! 익위사를 저자거리에서 데려오라니요? 정말 세손께 서 광증에 결렸다는 소문이(하는데)
익위사장 (OL)어허, 말을 조심하게.
군관1 (찔끔..)
익위사장 (곤혹스러운 얼굴로 산의 뒷보습을 보는데)
S#16. 저자거리. 낮. 일각
수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저자거리다. 도성의 축제라도 벌어졌는지 농악대, 사당패들이 연희를 벌리고 한켠에서는 몸집 큰 황소한마리가 상품으로 놓여진 가운데 거창한 씨름판이 벌어지고 있다. 응원하는 사람들의 함성이 터져 나오고 사이 사이에 씨름판 승부에 내기가 걸린 듯 어음과 돈 꾸러미가 오고 가고 있다.
씨름판 곁에는 높다란 단청 누각이 있다. 그 누각에 장옷을 둘러쓴 화완옹주와 최석주가 차를 마시고 있다. 곁에는 변복을 한 수하들이 멀찌감치 시립해 있고..
최석주 어찌, 이런 곳을 다 오십니까?
화완 저들은 대부분 쇠살주(우시장 중개인)들입니다. 씨름판이 벌어질 때마다 판을 벌여 내기 돈들을 걸지요. 나는, 규방 여인들과 앉아 차나 홀짝이는 건 취향에 맞지 않습니다.
사내들처럼 저런 승부를 벌이는 게 재미나지요(하고, 손짓으로 뒤에 서 있는 수하를 불러 주머니를 건네며) 저 체구가 작은 붉은 띠의 사내에게 열 냥을 걸겠다.
수하, 예 하고 전냥을 받아 가면.
최석주 정말 그 일을 추진하실 작정이십니까?
화완 왜요? 이런 모략은 이판의 취향이 아니십니까?
최석주 아니요. 그보단, 실패하는 것이 제 취향이 아니지요.
화완 (본다)
최석주 일전의 일로, 세손 쪽에서도 잔뜩 경계를 하고 있을 겁니다.
대궐 안팎에 광증이라는 풍문이 이미 떠들고 있으니 잠시 여유를 두심이 (하는데)
화완 (OL)대감! 자심 여우를 두는 사이 그 아이가 스무 살이 되었습니다.
최석주 ....!....
화완 (가만, 그러다가) 난, 이곳에 와서 한번도 돈을 잃어 본 적이 없습니다. 인 간이란 예측하기 쉬운 동물이지요. 탐욕과 공포심을 따라 움직이니까요.
최석주, 화완의 시선을 따라 보면 옹주가 돈을 걸었던 붉은 띠의 사내가 다른 사내를 번쩍들어 패대기를 치고 있다.
화완 이번엔 대감의 취향을 거스르지 않을테니 너무 심려마세요. 허니, 내일 대 전회의에선 꼭 성상의 마음을 움직에 세손이 그 일을 맡도록 해주세요.
최석주 .....
화완 .....
S#17. 궐 후원. 낮
푸른 하늘과 초록빛 싱그러운 나뭇잎들로 가득찬 화면. 보면, 산이 풀 섶 위에 누워 하늘을 보고 있는데 먼 하늘을 응시하는 산의 눈동자는 깊고 쓸쓸하고 그리고.. 지쳐 보인다.
그때 어디선가, 바스락 하는 인기척이 들린다. 놀란 산, 몸을 일으켜 한쪽에 숨는다.
산, 소리가 나는 곳을 매서운 눈빛으로 바라보는데.
보면, 저만치 어린 생각시 하나가 겁에 질린 얼굴로 눈물을 훔치며 오고 있는 것이 보이는데(손에 보자기를 들었을 것) 생각시 어딘가를 찾는 듯 두리번 거리는데 그때.
산 네 이놈.
생각시 (깜짝놀라)엄마야!
산 보아하니 생각시 같은데, 지금 어딜 가는게냐?
생각시 (완전 얼었다)..저..저하...!
산 (무섭게 보는데)
생각시 (납작 엎드린다)저하.. 용서해 주세요...잘못했어요.. 용서해 주세요.
하는데, 그때 생각시의 앞으로 내밀어지는 손수건.
생각시, 놀란 표정으로 보면. 산, 손짓으로 눈물을 닦으라는 시늉을 해 보이는데.. 예...?하고 놀라고 멍해지는 생각시.
그런 아이를 보며 따뜻하게 미소 지어보이는 산.
(시간경과)
산, 생각시와 있다. 생각시 아이는 눈물을 닦으며 어느새 진정이 된 듯하고.
산 (귀엽게 보다가)자, 어디 맞춰볼까? 너.. 소주방을 찾고 있었지?
생각시 예에?
산 뻔하지. 무서운 선배언니가 소주방에 가서 음식을 훔쳐오라 시켰을 거야.
생각시 그걸.. 어찌 아셨어요 저하?!
산 어찌 알긴. 세손 저하가 그것도 모를까!
생각시 (놀랍고 멍하고)
산 자, 이렇게 하자꾸나. 동궁전에 가면 송화다식이 남아있을테니, 그걸 가져 가거라. 허면 나중에 내가 못된 언니들을 찾아 혼쭐을 내주마.
생각시 그치만 그 언니들이 누군지 어찌 아시구요
산 옷자락에 송화가루가 묻은 아이들만 찾으면 되니 걱정 말거라.
생각시, 아 그렇구나 하는 표정이 되고 산, 그런 아이를 귀엽다는 듯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데.
그때 한편에서 오던 남사초. 그런 산의 발견하고.
산도 남사초를 본다. 남사초, 산을 향해 예를 표하면. 산, 따뜻하게 미소 지으며 ‘왔는가’한다.
산 그럼 가보거라!
생각시 예에(물러가고)
남사초 금군청에서 익위사 후보 군관들과 대련을 하셨다지요?
산 (장난스레 절레절레)역시, 궐 안 입들은 당해낼 수가 없어. 맞네. 내, 칼을 들고 객기를 좀 부렸네. 아니 광대놀음을 한판 한 거지.
남사초 (만류하듯)저하!
산 (OL)더 이상, 저들이 올리는 익위사들을 받을 수 없어 그랬네. 이젠 익위 사들이 자객에게 동궁전가지 내주고 있어.
남사초 ......
산 (짐짓 장난스레)하긴, 익위사들 뿐이겠는가? 그날 밤, 그렇게 감쪽같이 시 체를 처리한 걸 보면 저들의 편엔 귀신도 있는 모양이야. ...아는가? 지난 9년동안 내가 깨달은 것은 저들은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세.
남사초 ...저하..
산 (쯔쯔) 걱정말게. 그런 눈으로 볼 것 없어. 나도 맥없이 그냥 죽진 않을테 니..
남사초 ...!...
산, 종이에 싸여진 것을 남사초에게 내민다.
산 그날 밤, 자격한 자객의 입에서 나온 것이네.
남사초 ...!!...
산 극약인 듯 한데, 무엇인지 알 수가 없어. 이것의 출처를 알아보게.
남사초 예, 저하.
산 운이 따른다면, 이것으로 저들의 꼬리를 잡을 수 있을지도 몰라.
남사초 ....!..
산 ......
S#18. 궐 일각. 해질녘
남사초와 산이 걷고 있다.
산 조심하게. 저들이 항상 자넬 주시하고 있을 게야.
남사초 심려마십시오 저하.
산 나무 자신하지 말게. 채제공도 저들의 모략에 빠져 결국 귀양을 갔어.
남사초 .....
산, 그때 바닥에 떨어진 보자기를 본다. 보자기를 주워드는 산.
산 아까 그 생각시가 떨어뜨린 모양이로군.
남사초 (본다)
산 ..봤는가? 고 녀석.. 꼭, 어릴 적 송연이 같았어.
남사초 ...!...
산 (쓸쓸한 미소를 띠며 보자기를 만지작거리는데)
남사초 ...아이를 찾지 못해 송구합니다.
산 ..아니네. 그만하면 충분해. 9년동안 화전민 마을까지 뒤진 자네가 아닌 가?
남사초 ....
산 그날 밤.. 그 아이들 꿈을 꿨네. 송연이와 대수가 날 부르지 않았다면 아 마 눈을 뜨지 못했을 걸세. 이번에도 날 살린 건 .. 그 아이들이었어.
남사초 ...!,,
산 어디에 있는지, 살아있긴 한 건지 그것만이라도 알 수 있다면 좋겠는데..
남사초 ..저하..
산 (쓸쓸하게 미소짓고)
보면, 먼 산으로 넘어가는 해를 바라보는 산의 모습이 더 없이 쓸쓸하다.
S#19. 거리 일각. 밤
저자거리. 늦은 시간이라 인적은 많지 않다. 그때 평차 하나가 채색 물감의 재료를 파는 화피전 앞에 멈춰선다.
S#20. 동. 화피전 앞. 밤
보면, 패랭이를 쓴 수염이 덥수룩한 사내 달호가(얼굴 잘 안보이게)안료와 종이 등을 점포에 내려놓는데. 그때 안에서 물건을 받던 일꾼 중 하나가 힐끗힐끗 자꾸만 달호를 쳐다본다.
일꾼 혹시, 나 모르슈?
달호 (슬쩍 보는)
일꾼 낯이 익은데..우리 어디서 본 적 없수?
달호 글쎄 올씨다. 나같은 뜨내기 안료쟁일 어서 보셨을까?(하고 가게 주인에 게)셈은 담에 와서 합니다.
달호, 서둘러 평차를 이끌고 돌아서는데..
달호 (께름 직한 얼굴)수염을 더 달아야 되나?
달호, 걱정스럽고 불안한 얼굴로 주위를 살피며 평차를 끌고 간다.
S#21. 영조의 집무실 앞. 낮
산이 서 있고, 대전내관이 고한다.
대전내관 전하! 세손저하께서 드셨사옵니다.
긴장한 얼굴로 서 있는 산, 이윽고
영조 (소리)들라 이르라.
산, 보는 표정.
S#22. 동. 안. 낮
문이 열리고 산이 안으로 들어오면 영조가 어좌에 앉아있고 최석주, 홍봉한, 홍인한을 비롯한 당상관 이상 중신들 7-8명이 앉아 있는데. 산, 굳은 얼굴로 들어와 자리에 앉는다.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대전 안.
영조 동궁은 고개를 들어 중신들의 얼굴을 보거라!
산 (당황)
대신들 (의아)
영조 뭣하는 게냐? 어서.
산 (고개를 들어 대신들을 본다)
영조 ...어떠냐? 저들의 생각을 알게쓴냐?
산 (당혹)
영조 (본다)
산 황공하오나 전하. 무슨 말씀이시온지?
영조 ..아직 멀었구나. 니가 장차 어좌에 앉으려면 신하들의 얼굴만 보고도 그 들의 속내를 읽을 수 있어야 해.
산 ...!...
대신들 (당혹)
영조 좋다. 허면, 이번엔 내가 알려주마. ..신하들은 모두, 니가 미쳤다고 생각 한다.
산 ...!!..
순간, 술렁이는 집무실 안.
최석주 전하! 처무당만부당 하옵니다. 전하 통촉하여 주시오소서.
중신들 (일제히) 통촉하여 주시오소서.
굳어지는 산의 표정. 표정 하나 달라지지 않는 영조.
영조 알았으면 이제 중신들의 생각에 답을 주거라. 정녕 니가 미쳤더냐?
산 ...!...
산 아니옵니다.
영조 그래? 그럼 좋다1 허면, 동궁은 니 정신이 온전하다는 것을 저들에게 명 쾌하게 보여주거라.
산 ....!!..
영조 나는 내달에 있을 청국사신단의 접견을 너에게 일임토록 할 것이다.
산 ..!...
영조 지난번 사신단과 마찰을 빚어 청국에서 들어오는 대부분의 물목들이 막혀 있음을 너 또한 알고 있을 것이다. 이번에 그 막힘을 풀지 못하면 도성은 물론 조선팔도까지 그 위해가 가중될 터! 저들이 요구하는 조공물목을 맞 추는 것은 물론 모화관에서의 영접 모두를 너에게 맡길 것이니 동궁은 차 질 없이 진행되도록 하라. 알겠느냐?
산 ...!....
영조의 하명에 당황하는 산.
S#23. 동, 밖. 낮
산, 홍봉한 홍인한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홍봉한 저하! 새옹지마라고, 오히려 일이 잘 되었습니다. 청국사신의 접견을 맡기 신다 함은.. 세손저하께 힘을 실어주려는 것입니다.
홍인한 다행이 이판이 나서 노론의 반발은 무마해주었으니 이 기회를 빌어 반드 시 궐 안팎의 우려를 잠재우셔야 합니다.
산 ....
보면, 멀리 보이는 전각 한쪽에서 그런 산을 지켜보고 있는 최석주
최석주 가세.
최석주의 말에 그를 따라 움직이는 한 무리의 대신들(최석주가 그들의 수장 격임을 느낄 수 있도록)
S#24. 궐. 일각. 낮
산, 신하들로부터 보고를 받고 있다.
산 (다른 대신에게)조공물목은 어찌되었소.
대신1 곧 사자가 당도한다 하옵니다.
홍인한 저들은 명의 화풍을 이어받은 조선의 그림을 값지게 여기니 그에 대비한 사의품도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저하.
산 (끄덕이고)예조에선 어찌 하고 있소.
대신2 예. 우선 기록화를 그릴 도화서의 화원을 서둘러 충원할 것입니다. 하여, 열흘뒤에 있을 화원 취재를 앞당겨 치를 예정이옵니다.
산 (보는 표정)
S#25. 일각. 낮
넓은 공터. 한편에선 화려한 옷을 입은 십 여명의 무희들이 춤을 추고 또 한편에선 다른 무희들이 춤을 춘다. 보면, 잔뜩 긴장한 얼굴로 이들의 얼굴 옷, 춤사위를 쫓는 사람들의 눈, 눈, 눈!
카메라 빠져서 보면 이것은 도화서 화원의 취재기 펼쳐지는 광경이다.
보면, 수 십의 남자들이(화학생도)커다란 천막에 모여 눈 앞에 펼쳐지는 무희들의 화려한 군무를 긴장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고, 한편에서 박영문을 비롯 탁지수와 도화서 화원들이 서서 저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데 그대 하늘 위로 파드득 하고 수십 마리의 새가 날려지고!
모두의 눈, 일시에 그쪽으로 확, 향하는데. 그때 어디선가 그만!하는 호령이 들리고.
당황하는 사람들의 앞으로 촥!촥!촥! 하고 커다란 차양이 연이어 내려지는데!
웅성웅성, 술렁이는 화원 지망생들. 그때, 이들의 모습 위로.
강두치 (소리)지금부터 도화서 화원 취재를 시작하겠다.
(시간경과)
자리에 도열해 앉아있는 생도들 앞으로 다모들이 착착, 종이와 먹, 벼루 붓을 놓아주고 있다. 그 위로,
도화서 부책임자인 사대부 출신 별제(정6품) 강두치가 취재요령을 발표한다. 곁에는 도화서 책임자 별제 박영문이 예조판서인 도화서 제조와 함께 앉아있고 사용 이천, 탁지수 등 화원들과 다모들 작업부들이 도열해 있다.
강두치 도화서는 왕실과 조정의 모든 것을 그림으로 기록하는 곳이다. 반차도와 능행도와 같은 의궤를 그려 왕실의 존엄을 기록하고 전국의 지도 뿐 아니 라, 숱한 건축도와 설계도를 그려 조정과 백성을 위해 봉사하는 곳이 바 로 도화서다.
이같은 중차대한 일을 해내자면 도화서의 화원은 정확하고 빠르게 그림을 그려낼 수 있어야 한다.
긴장한 생도들의 모습.
강두치 지금부터, 한 시작 동안 너희들이 본 것을 빠짐없이 그리도록 해라.
동작, 복식은 물론 무희들의 화잠, 노리개 그리고 마지막에 날린 새들의 머릿수까지! 모두 정확히 그려져야 할 것이다. 지금부터 시작!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붓을 들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는
(시간경과)
빠르고 정교한 솜씨로 그림을 그려내고 있는 생도들의 모습.
저들을 살펴보는 도화서 화원들. 그리고 물을 갈아 먹을 갈며 시중을 드는 다모의 바쁜 모습. 그들 중에 열심히 물을 바꾸어 옮겨주고 잇는 송연의 모습이 보이는데.
송연, 한쪽에서 물통에 새 물을 담고 있는데. 옆에서 물을 담아주던 미수.
미수 (한 사내를 눈으로 가리키며) 저치는 벌써 열 두해 째 낙방이래.
송연 (그래? 하는 놀란 얼굴로 본다)
송연, 물통을 가져와 생도들의 앞으로 놓아준다. 보면, 미수가 가리켰던 이 나이 많은 남자. 다른 사람들의 그림과 확연히 차이 나게 제대로 그려지지 못했는데, 송연 붓을 쥔 채 어쩔 줄 몰라 하는 남자의 모습이 안타깝다.
송연 (슬쩍 주위를 살피며 손으로 찍으면서)감청, 다홍.
남자 (놀라서 보는데)
송연 (능청맞게, 귀엽게, 물통 내려놓으며) 노리개는 호박, 비둘기는 열두마리.
남자 ...!...
그때, 한쪽에서
초비 (낮게) 야, 성송연!
송연 (놀라 보면)
초비 (눈치 살피며, 부라린다)빨리 해라 빨리, 어?
송연 (찔끔)네...
송연, 남은 물통을 생도들의 앞으로 내려 놓고.
S#26. 태평방. 도화서. 낮
도화서 안, 작은 화실. 어두운 방에서 누군가가 조심스레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보면, 여인이 옷을 벗고 있는 그램, 춘화다.
그때 끼이익 문이 열리며 낮게 ‘나으리’하는 소리. 그 소리에 그림을 그리던 이천, 화들짝 놀라 후다닥 그림을 감추고 돌아보는데. 보면 그곳에 서 있는 사람 송연이다.
이천 (놀라며 안도하는)
송연 왜 그러세요.
이천 (그림을 다시 펼친다)어, 그래 일루 좀 와봐라.
송연, 이천의 곁으로 간다. 그러다 이천 앞의 춘화를 본다. 무심히 보다가, 그러다가 헉!놀라는 송연.
송연, 춘화를 보고 너무 놀라 입을 떡, 벌린 채 손가락으로 이천과 그림을 번갈아 가리키며 ‘어,어,어(이게 뭐냐. 뭐하는 짓이냐.. 그런 느낌의)’하는데
이천 (머쓱하다)..좀.. 야하지?
송연 나으리! 도화서에서 춘화를 그리시면 어떡해요? 그러다 윗분들이 아시면 어쩔려구요!
이천 그럼 어떡해. 돈 받은 건 있고, 오늘까진 꼭 끝내야되는데..
하고, 그림 뭉치 건네며
이천 지금 이럴때가 아니고...이거, 찬실돈데 요것 좀 마무리 좀 해다오..
송연 예에? 또요..?!
이천 미안하다.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야.
송연 저번에두 마지막이랬잖아요.
이천 (제발)송연아...
송연 안돼요. 다모인 제가 도화서 그림에 손 댄 게 알려짐녀 전 쫓겨나요. 아시 잖아요.
이천 아, 화공들 보다 니 솜씨가 더 감쪽같은데 그걸 누가 알아.
송연 (절레절레) 안돼요. 그래두 이번엔 정말 안돼요.
이천 정말 이러기냐.
송연 (단호하다)네, 그럼 전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하고, 돌아서려는데.
이천 일년 전, 널 도화서에 넣어준 게 누구였드라?
송연 (으..또 시작이다)
이천 도화서에 종이를 대는 박달호의 부탁으로 내가 널 여기, 도화서에 다모로 취직시켜주었다. 맞느냐?
송연 ..나으리이..
이천 그때 내가 고초가 참 이만저만이 아니었지. 무서운 우리 마누라가 니가 첩실이 아니냐며 몽둥일 들고..
송연 (o.l. 휴...)언제까지 해야 되는데요?
이천 (흐흐)..해 줄거면서 꼭 그러드라.
송연 (미치겠다는 표정이 되고)
S#28. 동. 일각. 낮
송연, 늦었다는 얼굴로 정신없이 뛰어간다.
S#29. 동. 일각. 낮
도화서 안 일각(창고이자 다모들의 탈의실 같은 개념) 초비가 세모등 다른 다모들과 거울을 보며 매무새를 살피고 있는데. 그때 안으로 송연이 뛰어 들어온다.
초비 (째린다)야! 너 자꾸 꾸물댈거야?
송연 ..죄송해요
초비 이번이 두 번째야. 또 한 번 걸리면...알지?
송연 ...네...
송연, 한쪽으로 가 쌓여있는 먹이 잔뜩 묻은 작업용 앞가리개, 서안 받침, 붓 등을 챙기기 시작한다.
초비, 그런 송연을 못마땅한 얼굴로 흘기고는 세모 등에게 ‘가자’하고.. 다모 서너명 이따라 나가면 미수가 빨래를 담고 있는 송연한테로 온다.
미수 내가 좀 거들어 줄게.
송연 ...고마워.
미수 (같이 빨래 챙겨 넣으며, 부럽다)들었어? 쟤들.. 대궐에 들어간데.
송연 (..!!...)뭐? 대궐...?
미수 좀 있으믄 청국사신이 오잖아.
송연 ..!!...
미수 의궤(나라의 의례를 기록한 기름) 제작 때문에 간대. 다음 주에 화원나리 들 따라서 초비네두 들어간대는데,(하고) 좋겠다, 좋겠어.. 누군 궐 구경두 가구..
송연 ....!...
S#30. 동. 일각. 낮
송연과 미수가 빨래를 하고 있다. 그때 송연의 시선으로 멀리 화공들을 따라가고 있는 초비 등의 모습이 보이는데, 송연 그 모습을 부러운 듯 멍하니 보다가.
송연 나는 언쩨쯤 궐에 들어갈 수 있을까..
미수 (기막힌 얼굴로 본다)뭐? 야 꿈깨. 니가 무슨 수로..
송연 (맥 없는 얼굴로 본다)
미수 쟤들은 도화서에만 15년두 넘게 있었던 애들이야. 십년 째 다모 질 하는 나두 한 번도 못 갔는데.. 야, 차라리 모래에 싹이 나길 기다려라.
송연 (머쓱한 미소만..)
미수의 말이 맞다. 송연에겐 불가능한 일이다. 송연, 부러움 가득한 눈으로 멀어져 가는 초비등을 바라보는데.
S#31. 저자거리. 낮
s#16과 같은 저자거리. 사람들 와.. 호기 어린 함성 지르는 가운데 싸움판이 벌어지고 있다. 씨름과 태껸, 격투를 혼합한 듯한 싸움판이다. 덩치가 몹시 좋은 사내가 몸에 청띠를 두르고 있다. 띠를 두른 사내, 술을 벌컥벌컥 들이키고 있는 가운데로 나서는데. 사람들의 환호성은 더욱 커지고. 그때, 진행을 하는 사내가.
사내 자, 홍띠도 얼른 나와.
하는데 보면..있어야 할 의자에 아무도 안 보인다.
사내 홍띠. 홍띠 없어?
사람들.. 소리 잦아든다. 모두의 시선, 홍띠가 있어야 할 자리로 쏠리면. 한쪽에 있던 깍정이패 중 하나가.
깍정패1 뭐야 이놈 어디 갔어?!
S#32. 동. 밖. 낮
대수가 주위를 살피며 살금살금 걸어가고 있는데. 깍정이패 1,2가 달려온다.
깍정패1 야 임마 박대수!!
대수 (깜짝이야)
깍정패2 (다가와 멱살을 잡으며)너 이 새끼. 내빼는 거야 지금?
대수 (어휴..)내빼긴 누가.. 또..똥이 마려서 잠깐 뒷간에 갔다 온 거야.
대수, 히죽 웃는데.
S#33. 동. 안. 낮
홍띠를 두른 대수, 싸움판에 선다. 대수..겁에 질린 얼굴을 보면 엄청난 덩치에 험상궂은 인상의 사내.
대수 어휴,..몸이 참 좋으시네..인상은 더 좋으시구..
사내 (씨익)
대수 (같이 따라 히죽, 웃는데)
그때 사내.,. 대수의 얼굴에 솥뚜껑만한 주먹을 날리는데.
으악!비명을 지르며 쓰러지는 대수.
대수 (완전 엄살)아..아파.. 코..뿌러졌나봐.. 아.. 진짜 아파..
사내, 그런 대수를 냅다 들어 한쪽으로 내동댕이 친다. 대수, 나동그라져 또 데굴데굴 구른다. 사내, 뭐야.. 한심하잖아 하는 표정으로 환호하는 사람들을 보고는 성큼성큼 대수한테 다가서 발을 날리는데.
순간, 대수 사내의 발을 잡아 내동댕이 친다. 사내, 씩씩거리며 일어나 대수를 향해 주먹을 날리는데. 대수, 아주 가볍고 날렵하게 그런 사내의 주먹을 피한다. 당황하는 사내. 그런 사내를 보고 씨익, 웃는 대수
대수 내가 엄살이 심하거든. 맞으면 너무 아파서.. 그래서, 절대루 한 대 이상 은 안 맞아.
사내 ....!.. 으하하 제법이구나.
괴성을 지르는 대수에게 달려드는데, 순간 눈빛을 빛내는 대수, 가볍게 피하고 전광석화처럼 돌려차기로 사내를 쓰러뜨리는데.
S#35. 동. 방안. 밤
달호, 대수의 코에 된장을 바르며 툴툴거리고 있다.
대수 아야.. 좀 살살해!
달호 하여간 엄살은. 아주 참깨방정 들깨방정 다 떨어라 이놈아.
대수 (코를 움켜쥐고)엄살 아냐.. 얼마나 아픈데...
달호 일루와. 아직 더 발라야 돼.
대수 아.. 됐어 안할래. (하고,훌쩍거리며)..나 싸운 거 송연이한텐 비밀이다 삼 촌 어?
달호 송연이 보긴 챙피한 건 아냐?
대수 (풀 죽은 얼굴로 일어나 옷을 추스린다)
달호 제발 정신 좀 차려라. 고생고생 하다가 한양에 온 지 이제 겨우 일년이다. 빨리 자리 잡아야지. 날 따라 장사라두 나서든가.
대수 그건 푼돈 벌이두 안되잖아?
달호 그래서 푼돈 싫어 쌈질이냐? 송연이가 도화서에서 일해 겨우 먹고 사는데 넌, 허구 헌날 미안하지도 않아?!
대수 (울컥) 그러니까 송연이 고생 안 시킬라구 돈 벌라는 거잖아?
달호 그래서 깍정이패랑 어울리면서 쌈질이야?
대수 잠깐이야. 돈 좀 생기면 관둘거라구. (하고 일어선다)암튼, 난 나갈테니까 오늘 일 송연인 모르게 해줘.
달호 알게하믄 어쩔 건데?
대수 그랬단 봐. 그 수염 개털이라구 나발불테니까.
달호 헉!(수염을 만진다)
대수 (절레절레)삼촌이 고잔 거 알믄 주막 막선이 충격이 클거야.!
달호 뭐? 야!박대수! 야아.. 안되지 그건..(씨)나쁜 놈. 그리고 이거 개털 아닌 데.. 비싼 말총털인데..
대수 그러시던지(하며 세게 문 닫고 나오는데)
문에 부딪히는 달호, 수염을 신주단지처럼 어루만진다.
S#36. 동. 밖. 밤
대수, 낄낄대며 문을 열고 나오는데 순간, 놀란 얼굴로 멈칫, 한다.
대수 송연아!
보면 송연이 속상한 얼굴로 서 있는데. 대수, 얼른 얼굴을 가리고 코에 묻은 된장을 털어내는데.
송연 ..너 또 싸운거야?
대수 ...!...
송연 (속상하고 실망스럽다)
S#37. 동. 뒷마당. 밤
송연, 화로에 불을 붙이고 탕기에 약을 담는다. 그때 한쪽에서 쭈볏거리며 나타나는 대수. 대수, 면목이 없는 얼굴인데.
대수 뭐해?
송연 ..약, 또 골병 들기 전에 먹어 둬야지.
대수 ...!...
송연 .....
대수 있잖아 송연아. 오늘은 진짜 내가 싸울라 그런 게 아니거든? 나는 못 하 겠다구 말할려구 간건데..
송연, 대꾸 없이 탕약기를 든다. 그러다가 순간, 아얏.. 하면서 탕약기를 떨어뜨리는데.
송연 (팔목을 움켜쥔다)아..
대수 (놀라서)송연아, 괜찮아?!
송연 어.. 그냥 팔목이 시큰거려서 그래.
대수 (송연 손목 보면, 벌겋다)..야! 이게 뭐야 벌겋게 다 부었잖아. 도화서에서 또 밤새도록 그림 연습했지?
대수, 얼른 옷을 찢어 물에 적신 뒤 송연의 팔목에 감는다.
송연 괜찮다니까.
대수 (속상하다)바보야. 그러니까 뭐랬어! 내가 먹어살릴거니까, 도화서 다모 때려치랬잖아.
송연 ..어떻게? 왈패짓하면서?
대수 ...!...
송연 너 무과 공부는 포기한 거야?
대수 ...!...
송연 너야말루 내가 뭐랬니? 한양오믄 암 생각 말구 공부만 하랬잖아. 이제 서 책 몇 권만 보면 되는데 이게 뭐니? 난 몰라도 넌 대궐에 갈 수 있잖아. 무과만 급제하면 세손저하하구 했던 약속두..(하는데)
대수 (자신이 부끄럽고, 송연한테 미안하고 그런 마음에) 그놈의 약속 타령 좀 그만해, 이 바보야.
송연 (멈칫)
대수 약속? 무슨 약속. 궐에 돌아간다는 약속? 다시 만나자는 약속? 그게 언제 일인데! 벌써 9년전이야. 모르겠냐? 세손저한 우릴 잊어두 벌써 잊었을거 라구!
송연 대수야!
대수 (OL)그러니까, 너두 그만 정신차려! 다모하면서 혹시나 궐에 갈 수있을까 김치국 마시지 말라구. (손목 보이며)이런 바보 짓, 당장 때려치란 말야!
송연 ....!...
대수 (속상하다. 에잇, 일어서는데)
송연 그래.. 니 말이 맞아. 니 말대로 저하께선 우릴 잊으셨을 지도 몰라.
대수 ...!...
송연 그치만.. 그래두 난.. 꼭 한번 만이라두 저할 뵙고 싶어 대수야!
대수 ...!...
송연 철없는 아이 때 일이라구 해두...우릴 동무라고 불러주셨으니까! 이건 동 무끼리 하는 약속이라구 하셨으니까!
저하께선 잊으셨다구 해도.. 그래도 난 꼭 지키고 싶어.
대수 ...!!....
S#38. 거리일각. 밤
씩씩대며 나오는 대수. 이 모든 것이 속상하고 화난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기 자신한테 제일 화가 많이 나는 대수. 돌부리를 걷어찬다.
대수 박대수. 등신.. 바보새끼..
S#39. 달호의 집. 방안. 밤
송연, 보자기를 풀고 있다. 보면 차곡차곡 개어진 천들 사이에 곱게 개어져 있는 술띠. 9년 전, 산이 자신의 팔에 매주었던 술띠다. 가만이 그 술띠를 매만지는 송연. 예전에 어릴 적 세손이 술띠를 매어주던 모습이 떠오른다.
산 내 이름은 산이다. 한번 불러 보거라.
그날의 산의 숨결이 느껴지는 듯 그리운 마음이 된다.
S#40. 개유와. 밤
산, 개유와에서 서책을 읽고 있다. 그러나 문득 생각시가 두고간 보자기를 본다. 그러다가 어떤 생각에 잠기는 산, 9년전 헛간에서 옷 갈아입다가 상처 난 팔과 어깨로 인해 부끄러워하던 송연의 모습이..
송연 저.. 사..산아. .망극하옵니다 저하, 소인이 죽을죄를..
산, 쓸쓸한 표정으로 생각시가 두고 간 보자기를 가만 내려다보는데.
S#41. 궐 일각. 낮
남사초가 황급히 가고 있다.
S#42. 궐 일각. 낮
산, 남사초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남사초 말씀하신 독약의 출처를 찾았습니다. 저하.
산 ...!...
(시간경과)
산 ..도화서..? 아니 대체 그게 무슨 말인가? 자객이 먹은 극약이 어찌 그림 을 그리는 도화서에서 나올 수 있단 말인가?
남사초, 종이에 싼 것을 내민다. 산, 그것을 열어보면 안에 노란 결정체가 들어있는데.
산 이게 뭔가?
남사초 웅황입니다.
산 웅황..?
남사초 예. 웅황은 원래 그림을 그릴 때 쓰는 안료인데.. 그 양이 지나치면, 치명 적인 독이 된다 하옵니다. 시중 화피전에서도 구할 수 없고 도성에선 오 직 도화서에만 소용된다 들었습니다.
산 ...!...
남사초 거기서 웅황을 빼돌린 자를 찾아내면 이번 사건의 배후를 밝힐 수 있을 것입니다.
산 (가만, 그러다가)그건 무리네. 도화서엔 기밀과 관련된 도면이 많아 경계 가 삼엄하네. 아무도 몰래 들어간다는 건 불가능햐.
남사초 ...!...
산 (어찌하면 좋은가.. 굳은 표정이 되는데)
S#43. 도화서. 화실. 낮
송연, 화실에서 이천이 시킨 찬실도를 그리고 있다. 집중해서 그림을 그리던 송연, 그러다 문득 헉.. 한다.
송연 어쩌지? 또 늦었네! 이번에 걸리믄..
놀라서 벌떡 일어나 황급히 정리하는 송연.
S#44. 동. 일각. 낮
송연, 숨을 헐떡이며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는데 초비가 너 오늘 딱 걸렸다는 표정으로 손가락 세 개를 척, 펴보인다. 송연.. 아.. 죽었다..는 표정이 되는데.
초비 이번이 세 번째야! 벌칙은 알고 있겠지?
송연 ...!...
초비 이거 보이지?
송연 보면, 산더미 같은 빨래
송연 ...이걸.. 전부 다요?
초비 아니. 저것두.
송연, 보면 다른 한편에 또 산더미 같은 빨래. 송연, 입이 떡 벌어지는데.
초비 참. 도화서 우물물은 때가 잘 안지더라. 전부다 꼭, 청계천 맑은 물로 빨 아와야 한다. 알겠니?
송연 (죽었다.)
S#45. 도화서. 회의실. 낮
박영문이 강두치 탁지수 이천을 비롯한 화공들과 함께 회의를 하고 있다.
박영문 이번화사의 수중화원은 탁사용이 맡도록 하고 담당 화공을 꾸려 소용될 물품을 차질 없이 준비토록 하시오.
탁지수 예.. 나으리.
박영문 그리고 강별제는 진법도와 관련된 기록을 찾아주시고
강두치 (떨떠름하게)..예에.. (사대부 출신인 강두치는 중인 화원출신 박영문밑에 서 부책임자로 있는 게 늘 수치스럽고 못마땅하다)
그때 한쪽에서 도화서 서리가 사색이 되어 들어오는데.
서리 별제 나으리! 별제 나으리! 큰일났습니다.!!
무슨 일인가, 보는 사람들.
박영문 무슨 일인가?
서리 어서, 어서 나와보십시오. 큰일 났습니다. 지금 밖에..
사람들 (보는 표정)
S#46. 동. 일각.낮
박영문과 화원들이 밖으로 급히 나온다. 모두들 당황하고 사색이 된 얼굴들.
이들, 밖으로 나와 황급히 허리 굽혀 머리를 조아리며 일제히 ‘저하!’하는데.
보면, 저들의 앞에 남사초와 내관들, 시위금군들을 거느린 산이 서 있는데!
위엄 있는 얼굴로 저들을 내려다보는 산의 모습.
S#47. 동. 밖. 낮
금군들이 경계를 서 있고.. 조금 떨어진 곳, 이천을 비롯한 화공, 다모 서리들이 모여 안을 살피며 웅성거리고 있다. 세손이 도화서로 오다니 실로 엄청난 일인 것이다.
이천 대체 이게 어찌된 영문입니까? 세손께서 친히 우리 도화서에 납시다니요.
탁지수 (안을 살피며)낸들 알겠소?
초비 (들뜨고 영문을 모르겠는 표정을 보고)
보면 미수, 긴장하고 들뜬 얼굴로 다모들 속에 섞에 보다가 문득 생각이 난 듯.
미수 근데 시비야! 너 송연이 못봤니?
시비 (절레절레)아뇨. 못 봤는데요?
미수 (두리번)기집애.. 이런 좋은 구경을 놓치구 어딜 간 거야?
미수, 두리번거리는데.
S#48. 동. 회의실. 낮
산이 박영문, 강두치와 있다.
강두치 저하께서 친히 이곳까지 친림해주시니 소신들 감읍하여 몸들 바를 모르겠사옵니다.
화원들의 표정
산 도화서에서 제작하는 의궤는 행차의 중요한 보고서가 되네. 이번 청국사 신의 진연엔 누구보다 자네들의 노고가 클 것이야. 하여, 주상전하를 대신 하여 어식을 하사하고자 온 것이네.
강두치 저하. 참으로 더 없는 영광이옵니다.
산 도화서 수장인 박별제는 명하여 도화서의 식솔들을 모두 모이라 하게. 화 공은 물론 모든 관원들이 어식을 하사 받을 것이네.
박영문 예.. 저하.
산 (표정)
S#49. 동. 일각. 낮
도화서 건물의 경계를 서고 있는 금군들. 그때 한쪽에서 남사초가 온다.
남사초 이보게들 자네들도 가서 어식을 좀 들게.
금군들, 눈치를 본다.
남사초 괜찮네. 세손저하께서 하명하신 일이야.
금군들 그 말에 움직이면, 남사초 한쪽에 몸을 숨기고 있던 한내관에게 눈짓을 한다. 한내관, 조심스럽고 민첩하게 안료창고로 들어가고.
S#50. 동. 일각. 낮
산, 박영문 강두치 등을 거느리고 도화서 안을 둘러보다 서안 위에 있는 그림 앞에 멈춰 선다. 김시의 ‘동자견려도’다.
산 김시의 ‘동자견려도’ 인가.
강두치 예 그렇습니다. 화학생도의 모사 수업을 위해 꺼내두었습니다. 중국의 절 파 화풍을 익히기 위함이지요.
산 (가만 보다가)화면을 대각으로 나누었을 때 아랫부분에 치우치고 나머지 는 여백을 강조했네. 준법은 부벽준을 주로 사용하였고, 절파가 아닌 거 같은데.
강두치 (못 알아듣는다)..예,..?
박영문 (나선다) 예, 절파가 아닌 마하파의 화풍입니다.
강두치 (당황) 소..송구합니다 저하.
산 ....
산, 선선히 보다가 움직여 다른 그림 쪽으로 향하는데..
S#51. 청계천변 일각. 낮
송연이 하천에서 빨래더미를 쌓아놓고 빨래를 하고 있다. 이마에는 땀이 비오듯 흐르지만, 보면 아직 한참이나 남아있는 빨래들. 송연, 저도 모르게 휴.. 하고 한숨이 나오는데 그때 한쪽에서 미수가 온다.
미수 송연아!
송연 (본다) 어, 미수야?
미수 으이구, 이 한심아. 여태 벌 빨래 하는 거야?
송여 (헤, 웃는다)응, 이제 다 해가
미수 (옆에 쪼그리고 앉아서) 그러게 초비 눈 밖에 나지 말랬잖아. 도화서 뒷마당에선 초비가 법이라니까?
송연 (씩, 웃고는)근데 여기까진 웬일이야?
미수 (아,맞다)맞다 야, 지금 도화서에 큰일났어!
송연 큰일?
미수 어! 세손서하가 오셨거든.
송연 (멈칫)
미수 세손께서 납시다니.. 누가 생각이나 했겠니? 별제 나으리, 사용 나으리 전부 사색이 되시구..(하는데)
송연 미수야! 그게 무슨 말이야? 세손 저하께서 오시다니? 어딜?
미수 어디긴. 도화서라니까.
송연 ...!...
미수 말두 마. 그것때메 도화서가 완전 발칵 뒤집혔어.
송연 ...!...
송연의 표정, 그대로 멍해지는데
S#52. 거리일각. 낮
송연, 숨이 턱에 차도록 정신없이 뛰어가고 있다.
송연 ..저하.. 세손 저하!
S#53. 도화서. 일각. 낮
남사초가 온다. 산, 보면 가마에 오르고 있는데.
남사초 (다가가 낮게) 한 내관이 안료창고에 무사히 들어갔습니다.
산 ...!...
산,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S#54. 도화서 앞. 낮
송연, 숨이 턱에 닿도록 뛰어든다. 그때 밖으로 나오던 이천 그런 송연을 보는데.
이천 송연아?
송연 나으리! 저하는요? 세손 저하는 어디 계세요?
이천 저하의 행차라믄 벌써 궐루 떠났지. 왜, 넌 못 본 게야?
송연 ...!...
S#55. 거리 일각. 낮
백성들 읍한 가운데 지나가는 산의 가마행렬. 그때 저 멀리서 송연이 뛰어오는데..!
송연, 큰 거리로 나와 보면 그러나 이미 저 멀리 멀어지고 있는 산의 가마. 그 모습에 눈물이 핑돈다.
송연 ...저...하,,,!
S#56. 가마 안. 낮
아무것도 모른 채 담담하게 생각에 잠긴 산의 모습.
S#57. 거리 일각. 낮
멍하니 하염없는 시선으로 사라져가는 산의 가마를 바라보는 송연.
만날 수 있었는데.. 만날 수 있었는데.. 송연의 멍한 눈에 눈물이 그렁하게 맺혀오는데.
송연 ..저..하.. 저에요... 송연..이에요.. 만날 수 있었는데.. 저할 뵐 수 ..있었는 데..
안타까움을 머금은 눈빛으로 산의 가마를 쫓는 애틋한 송연의 시선. 안타까움과 그보다 더 간절한 그리움에 송연의 눈시울은 뜨겁게 붉어져 온다.
S#58. 도화서 외경. 밤
S#59. 동. 일각. 밤
송연을 비롯한 다모들이 수박을 들고 있는 가운데.
박영문, 강두치, 탁지수, 이천 등이 수북이 쌓인 화학생도들의 그림을 하나하나 보고 있다.
강두치 그림들이 영 시원치 않구만.
탁지수 이번 취재엔 화제가 너무 까다로웠습니다.
이찬 그래도 이번 생도들은 영광이지요. 세손 저하께서 친히 내신 화제가 아닙 니까.
송연 ...!..
송연 이찬의 말에 문들 놀라 그림들을 본다. 한쪽으로 쌓여지는 그림을 가만, 바라보는 송연의 모습.
S#60. 동. 일각. 밤
송연, 아무도 없는 도화서 안을 정리하고 있다. 그때, 송연의 눈에 들어오는 족자. 송연, 가만히 펴보면 취재에 나온 화제다.
인서트>
화제를 보는 송연의 위로.
이천 (소리)세손 저하께서 친히 내신 화제가 아닙니까.
송연 (나즈막히)‘부용화만개 옥향잔포의’ 붉은 연꽃 활짝 피면.. 무명 저고리엔 옥색향기가 남아..
송연 아련한 표정이 된다. 그런 송연의 위로.
S#61. (회상) 2부
산과 함께 도망치던 송연. 창고 안. 다친 송연의 팔에 옥색 술띠를 메어주던 산의 모습.
S#62. 도화서 화실. 밤
송연, 화실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파지에 쓰다 버린 물감으로 자신의 팔에 술띠를 메어주던 산의 모습을 그려나가고 있는 송연의 모습.
S#63. 동. 일각. 밤
탁지수가 퇴청하고 있다. 그때 문득 보면, 화실 한쪽에서 불빛이 새어나오는 것을 보고는.
S#64. 동. 화실. 밤
송연, 화실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그때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며 앞으로 탁지수가 들어온다.
놀라 벌떡 일어나는 송연. 탁지수, 안에 있던 것이 다모임을 확인하고는.
탁지수 예서 뭘 하는..
하다가 순간, 멈칫하는 탁지수, 보면 송연이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을 보고는 경악을 하는데. 하얗게 질리는 송연. 탁지수, 송연의 그림을 들어보고는
탁지수 네 이년!! 지금 이게 뭣하는 짓이냐!
송연 나으리 용서해주세요.. 저..전 버리는 파지와 안료가 아까워서..(하는데)
탁지수 (OL) 닥쳐라!감히 다모년 따위가 그림을 그리다니. 네 년이 죽고 싶어 환 장을 한 게냐?
송연 ...!!.
S#65. 동. 일각. 밤
도화서 서리들에 의해 끌려다오는 송연. 이천을 비롯한 화원과 다모들이 놀라몰려든다.
송연 나으리, 제발 용서해주세요.나으리..
이천 (놀라 다가와) 이보게 탁사용, 대체 무슨 일인가.
탁지수 이년이 귀한 안료와 세모필을 훔쳐내 그림을 그리고 있었소.
이천 (헉..!!..)
송연 훔친 것이 아닙니다 나리. 분명 못쓰는 것들입니다.
탁지수 닥쳐라! 뭣들 하는가? 당장 이년을 가두고 재물조사를 하게.
사라진 종이와 안료가 있는 지 조사하여 결손이 있다면 모두 이년에게 책 임을 물을 것이야. 어서끌고가라.
송연 ...!...
S#66. 동. 창고. 밤
송연, 서리들에 의해 창고에 갇힌다. 서리들, 송연을 바닥에 내 팽겨치듯 던져 놓고 그대로 나가 문을 걸어 잠그는데.
송연 (문을 두드리며) 나으리...! 용서해주세요.. 나으리! 나으리!!
이제 어찌하면 좋은가. 송연, 두려움에 어쩔 줄 모르는데.
S#67. 달호의 집. 방 안. 밤
대수, 방안에서 서책을 보고 있다. 하지만 뭐가 뭔지 도무지 모르겠다는 얼굴.
대수 (하..한숨을 쉰다)차라리 매를 맞는 게 낫겠다..
대수, 답답한 얼굴에 방안에 벌렁 드러눕는다.
S#68. 양화진, 깍정이패 소굴. 밤
대수, 깍정이패의 은신처 쪽으로 온다. 그때, 안에서 나오는 중갓을 쓴 사내와 깍정이패1(두목) 두 사람 뭔가 은밀한 이야기를 나누는 듯 하고
대수, 뭐지.. 하는 표정으로 보는데. 이내, 한쪽으로 사라지는 중갓 사내.
깍정이패1, 양반의 뒤에 대고 ‘살펴가십시오 나리’ 인사하는데 그때.
대수 누구요.
깍정패1 (놀라 본다)어, 왔냐?
대수 (보는 표정)
S#69. 최석주의 집. 방안. 밤
최석주 S#68의 중갓 사내로부터 은밀히 이야기를 전해듣는 분위기. 사내가 앉으며
남자 대감! 하명하신대로 깨끗이 처리했습니다. 다시는 모습이 나타나지 않을 것입니다. 내일 아침이면.. 강 어귀에 떠오를테니까요.
최석주 (전낭 하나를 툭 던지고)애썼다. 이제 그만 가 보거라.
남자 네..
남자 물러가면, 최석주 서탁 위에 놓은 화초를 가위로 자른다.
최석주, 담담한 표정으로 난을 살피는 표정.
S#70. 대궐 전경. 밤
S#71. 개유와. 밤
산이 남사초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산 ...!...
남사초 ..이제 어찌할까요.
산 (가만, 그러다가) 그 자를 은밀히 잡아들이게.
남사초 ...!...
산 내일 청국사신에게 바칠 조공물목을 검수하기 위해 궐 밖 포구에 나갈 것 이네. 그때 내가 직접 그 자를 볼 것이야.
남사초 하오나 저하..(하는데)
산 (OL)됐네! 저들의 배후를 알기 위해 9년을 기다렸어. 이번엔 결코 놓치지 않을 걸세.
남사초 ...!...
산 .....
S#72. 일각. 낮
미복 차림의 남사초.. 주막에 앉아 있다. 남사초, 긴장한 얼굴인데.
S#73. 나루터. 낮.
나루터에 배가 정박해 있고 금군들이 경계를 서고 있는 가운데 산이 옮겨지는 물목들을 지켜보고 있다. 그러면서 나루터 한 켠으로 시선을 돌리는 산, 긴장하고 초조한 얼굴인데.
S#74. 동. 일각. 낮
남사초, 기다리는 한내관이 나타나지 않자 답답한 얼굴이 된다. 남사초, 초조한 얼굴로 일어나 주모에게 ‘얼마요’하고 묻는데.
그때 밖에서 ‘아니 사람이 죽었데’ ‘시체가 발견되었데’ 하는 소리가 들리는데 놀란 얼굴로 돌아보는 남사초.
S#75. 나루터 낮.
산, 나루터에서 관료의 이야기를 들으며 조공물목을 검수하고 있는데. 그때 한쪽에서 남사초가 급히 온다.
남사초 저하, 큰일났습니다..!
산 (본다)
남사초 저하! 큰일났습니다.. 저하 이일을..(귀속 말로 뭔가를 얘기한다)
산 (충격 받은 얼굴에서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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