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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산 45

MBC 특별기획드라마

이 산(李蒜)

          제 45 부




                                기    획     조 중 현
                                제    작     박 창 식
                                프로듀서     고 병 철  장 병 태
                                극    본     김 이 영
                                             에이 스토리
                                연    출     이 병 훈
                                             김 근 홍
                                조 연 출     이 성 준
                                             최 정 규


                   제   작     김 종 학    프 로 덕 션

#1. 궐 대전 앞. 낮

                 마당에서는 즉위식이 준비되고 있고,
                 대전 앞에 송연이 단청공 예닐곱 명과 있다.
                 단청공들 안료가 잔뜩 묻은 앞가리개와
                 이마까지 덮는 머리가리개를 쓰고 있는데...

송연 : 지금부터 대전 단청에 개칠을 할 것입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단청에 사용되는 오방색은
           현세의 강녕과 내세의 기원은 물론
           벽사기복(僻邪祈福)의 뜻까지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즉위식을 앞두고 대전 단청의 벗겨진 부분에
           개칠을 하라는 명이 내려졌습니다.
           시간이 얼마 없으니 모두 서둘러 주십시오.

                  단청공들, 고개를 끄덕이고 이내 움직이기 시작한다.
                  몇몇 사람들은 아찔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마포로 색을 벗겨내고, 바닥에서는 안료를 개기 시작한다.
                  송연, 돌아다니며 하나하나 살핀다.
                  그러다 구석에서 초록색 안료를 개는 단청공 앞에 멈춰 선다.

송연 : 저... 이 빛깔은 조금 탁한 듯한데,
           뇌록을 더 쓰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단청공 : (고개 들지 않고, 낮게) 알겠소.....

                  송연, 어쩐지 시선을 피하는 듯한 단청공을
                  어색하게 보고 돌아서 가는데 보면 단청공.
                  약간 다리를 절고 있다.
                  단청공, 이내 안료가 있는 곳으로 가
                  안료를 고르는 듯 하는데... 그러다 주변을 한번 흘끗
                  의식하는 단청공. 아무도 자신을 보지 않자.. 단청공,
                  이내 어딘가로 걸음을 옮기는데.

#2. 동. 일각. 낮
                  보면, 단청공 다리를 절던 모습은 사라지고..
                  제대로 걸음을 걷는데.
                  보면, 단청공 앞 씬에 나왔던 바로 그 살수다.
                  사내, 눈빛을 빛내며 대전 일각을 탐색하는데...
                  이곳저곳 경계를 서고 있는 금군들을 피하는
                  날렵한 움직임엔 빈틈이 없다.

#3. 동. 일각. 낮
                  사내, 날렵하게 어딘가로 이동해..
                  대전 일각, 기둥 아래 섬돌을 들어내고
                  그곳에 자신의 칼을 숨긴다.
                  사내, 섬돌을 안으로 밀어놓고 막 몸을 돌리려는데..
                  바로 그때 등 뒤에서.

산(E)             거기서 뭘 하는 것이냐?

                  순간, 놀란 사내.. 멈칫 돌아보는데..
                  보면 그곳에 산이 동궁전 상고와 내시들을 거느리고 서 있다.
                  멈칫, 긴장하는 사내 산을 보고
                  산, 그런 사내를 의혹이 어린 얼굴로 보는데..
                  보면 산, 굳은 표정으로

산 : 뭘 하느냐? 여기서 무얼 하고 있었는지 묻지 않느냐?
사내 : ....!........

                  사내, 당혹하지 않은 채 순간 눈빛을 빛내며 산을 보고.
                  그런 사내를 보는 의혹어린 산의 시선.
                  산의 그 모습에서, 44회 엔딩.

사내 : ...
남사초 : (나선다) 네 이놈! 대체 뭣 하는 놈이냐?
              뭣 하는 놈이길래, 감히 인정전을 범한단 말이냐..!

                   사내, 이내.. 당혹감을 거둔 채... 어눌한듯 꾸며대며.

사내 : (조아리며) 소..송구하옵니다
       소...소인은 단청공이온데...
       도화서 화원나리들의 명을 받아
       서까래와 추녀의 단청에 벗겨진 곳을 살피고 있었사옵니다.
남사초 : 그래?
사내 : (긴장)
산 : (보다가, 남사초에게) 이곳 인정전도 보수를 한다 했는가?
     난 그런 내용을 상달 받지 못한 것 같은데...
남사초 : 아니옵니다. 저하.
         단청보수는 선정전과 희경당만 하기로 되어 있습니다.
산 : (사내를 보는데)
사내 : (놀랐다는 듯, 어눌하게) ...이곳이 ....선정전이 아니옵니까? (하는데)
남사초 : (OL)닥쳐라!
         네놈이 지금 뭐라 둘러대는 것이냐?
         (다른 내관들에게)
         궐내를 함부로 배회하다니, 수상한 놈이다.
         어서 이놈을 잡아 내병조로 끌고 가거라!
내관들 : 예..!
사내 : (...!!...) 요..용서해주십시오...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소인은 정말 이 곳이 선정전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러나 사내, 다른 내관들에게 양팔이 잡혀 끌려가게 되는데.
                 바로 그때 산, 사내가 다리를 저는 것을 본다.. 그러다가.

산 : 그냥 두게.
사내 : ...!....
다들 : (멈칫)
남사초 : 하오나 저하....(하는데)
산 : (OL)됐네. 소란 피울 것 없으니
     신분을 확인하고 단청공이 맞으면 그냥 보내주게.
사내 : ....!...
남사초 : (어쩔 수 없다) 예....
사내 : (..!!..엎드려 조아리며...) 망극하옵니다. 저하..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남사초 : 궐은 각별한 조심이 필요한 곳이다.
         다음부턴 실수가 없도록 주의하거라.
사내 : 예 나으리 (하고 산에게) 망극하옵니다..망극하옵니다 저하.
산 : .....

                    사내, 바닥에 코를 박을 듯 조아리며 망극하다고 연발하고
                    산, 그런 사내를 보고는 이내 걸음을 옮겨 간다.
                    산과 남사초... 한쪽으로 사라지면...
                    조아리며 코를 박고 있던 사내...천천히 고개를 들고
                    이내 자리에서 일어서...무릎에 묻은 흙을 털어내는데..
                    사내, 표정 없이 건조한 표정으로 산을 돌아본다.
                    보면, 카메라, 칼이 숨겨진 섬돌을 불길하게 비추는데.....

#4. 동. 일각. 낮

                     산이 남사초와 함께 온다.
                     보면, 대전 마당에서 즉위식을 치를 준비가 갖춰지고 있고
                     한쪽에서 채제공이 관원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채제공, 산을 발견하고 얼른 다가와 예를 갖춘다.

채제공 : 납시었사옵니까? 저하.
산 : 대감께서 노고가 많습니다...
채제공 : 노고라니요? 당치 않으시옵니다, 저하. (하고)
         소신, 즉위식 준비가 차질 없이 이루어지도록
         성심을 다할 것이옵니다..
산 : 고맙소.
채제공 : 망극하옵니다 저하
남사초 : (벅찬 느낌...) 이제 내일이옵니다 저하.
         이제 내일이면, 저하께서 보위에 오르실 것이옵니다.
산 : .........

                     산, 가만....즉위식이 준비되고 있는 마당을 내려다본다.
                     산, 만감이 교차하는 얼굴로 보는데..
                     그러다가 산, 이내 시선을 거두고.

산 : 헌데, 홍집의가 보이지 않는군요.
채제공 : 홍집의는 지금 익위사 관원들과 도성에 나가있습니다.
산 : 익위사들과, 도성에요?
채제공 : 예. 긴히 알아볼 것이 있다며 잠시 말미를 청했습니다.
산 : ......!...

                    산, 무얼까....조금 굳어지는 얼굴인데...

#5. 거리일각. 낮

                     홍국영, 강석기와 함께 한쪽에 몸을 숨기고..
                     어느 집앞을 살피고 있다.
                     보면 집앞에 사내 하나가 중갓을 쓴 사내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강석기 : 저 자가, 대사헌 이정태 대감의 집삽니다.
         그 뿐 아니라, 형판 홍인한과 공조참의 오정수도
         집주름한테 집사들을 보내(자막:오늘날의 부동산 중개업자)
         전답을 거래했습니다.
홍국영 : (생각하는) 그만한 전답이라면 수만 냥에 이를 것인데...
강석기 : ......
홍국영 : 좌세마와 우시직은 이른대로 정후겸 수하의 뒤를 쫓고 있는가?
강석기 : 예. 나으리.
홍국영 : ........

                    보면, 홍국영의 시선에 인사를 하고 헤어지는 두 사람.
                    홍국영, 굳은 표정으로 보는데...

#6. 거리일각. 낮

                    오정호와 변복한 박초 두엇이 가고 있다.
                    이들, 주변을 살피며 경계하는 모습인데..
                    보면, 이들과 조금 떨어진 곳. 역시 변복을 하고
                    그 뒤를 밟고 있는 대수와 서장보.
                    보면, 오정호와 수하들, 한 주막 안으로 들어가는데....
                    몸을 숨긴 채, 그런 이들을 주시하는 대수와 서장보.

#7. 주막. 낮

                    오정호와 박초가 들어서면...
                    '어서 오십쇼' 하던 주막의 중노미가 순간, 멈칫한다.
                    오정호와 중노미...시선을 주고받는데...

오정호 : 여기 술상 좀 봐오게.
중노미 : 예...나으리.

                     보면, 조금 긴장된 얼굴로 술상을 들고 오는 중노미.

중노미 : (짐짓, 크게) 뭐 더 필요한 거 없으십니까? (하며 술상을 놓으면)
오정호 : (낮게) 오늘도 아무 기별 없었는가?
중노미 : (낮게) 예 나으리. 없었습니다요.
오정호 : ....!...(알겠다..이내 눈짓)
중노미 : (크게) 예에...잠시만 기다리십쇼. 곧 가져다 드리겠습니다..(가고)
오정호 : (낭패감, 굳어지는데..)

#8. 동. 밖. 낮

                   몸을 숨긴 채 주막을 살피는 대수 등.
                   이들, 박초와 앉아 술을 마시는 오정호를 지켜보는데...
                   오정호는 주막에 와 그저 평범하게 술을 마시는 풍경이다.

서장보 : 별다른 건, 없어 보이는데...
대수 : 예... 그렇긴 한데(흐린다)
서장보 : 답답해 죽겠네. 이번엔 홍국영 나리께서 잘못 짚으신 거 아니냐?
         뭔 꿍꿍이가 있다면 저놈들이 필시 수작을 부리고 다닐텐데...
         어제도 오늘도 맨 술이나 푸고 있잖냐?
대수 : ......

               대수, 뭔가..조금 알 수 없다는 얼굴로 오정호 등을 살피는데...

#9. 정후겸의 집. 낮

               정후겸, 초조한 얼굴로 마당을 서성이고 있는데..
               그때 한쪽에서 오정호가 급히 온다.

오정호 : 영감..
정후겸 : ....!....

#10. 동. 방안. 낮

               정후겸, 오정호와 함께 있다.

정후겸 : 아직까지도, 그 자가 아무 기별을 전하지 않았단 말이냐
오정호 : 예, 영감.
정후겸 : ...!...
오정호 : 아무래도 일이 틀어지는 것 같습니다.
         즉위식이 내일인데, 어떤 연통도 없다니..
         어찌 이럴 수가 있습니까?
정후겸 : ....!....
오정호 : 아이들을 풀어, 그 자의 행방을 찾아보겠습니다.
정후겸 : (OL)가만, (그러다가) 됐다, 나서지 마라.
오정호 : (멈칫..) 영감!
정후겸 : 허언을 할 자는 아니다.
         거사를 치르기 전엔 반드시 통보를 한다 했으니.
         오늘밤, 그 주막의 중노미를 다시 찾아가거라.
오정호 : 하지만 영감(하는데)
정후겸 : (절박한 심정)
         (OL) 지금으로썬, 그 자를 믿는 수밖엔 다른 도리가 없다!
         오늘이 가기 전에 올 것이다.
         오늘 안엔, 분명 우리에게 자신의 계획을 알려올 것이야.
오정호 : ....!....

                 정후겸....초조한 심정이 되는데....

#11. 사헌부 집무실. 밤

            홍국영, 굳은 표정으로 즉위식이 준비된 궐 일각을 바라보고 있다.
            내일이다.. 이제 내일이면... 세손 저하께서 보위에 오르는 것이다..
            허나,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는 홍국영.
            그런 홍국영의 위로.

홍국영 : (마음의 소리.E.) 분명 뭔가가 있다.
         저들이 수십만 냥이나 되는 돈을 끌어 모을 땐 필시 이유가 있는 것이야!
         허나 대체 그것이 뭐란 말인가?

            홍국영, 답답한 표정으로 마당을 보다가.. 돌아서려는데.
            그런 홍국영의 위로.

대수(소리E.) 주상전하께서 돌아가신 게 저하 때문이라니요...

             순간, 홍국영 멈칫한다. 그 위로 회상.

대수 : (E) 보위에 욕심이 나서 아프신 전하를 이용해 대리청정을 하고
           일부러 사가로 내쫓기까지 했다니...
           어떻게 이런 말을 지껄일 수가 있습니까?
           게다가 저할 시해하면 상을 내리겠다니....!
           대체 어느 쳐 죽일 놈이 이런 짓을 한단 말입니까?

             홍국영, 굳어지는 표정...

홍국영 : 설마......!

             홍국영, 굳은 표정으로 즉위식이 준비된 마당을 내려다보는데.

#12. 동궁전. 밤

             산, 서책을 읽고 있는데..
             이때, 밖에서 들리는 동궁전 상고의 목소리

동궁전 상고 (소리) 저하, 홍집의가 알현을 청하옵니다.
산 : (서책을 덮으며) 들라하게

             이내, 안으로 들어서는 홍국영. 예를 갖추고 앉으면...

산 : 어서 오게. 그렇잖아도 자넬 기다렸네.
홍국영 : ....!....
산 : 번암 대감 말로는 익위사 관원들과 도성엘 나갔다던데 무슨 일인가?
홍국영 : 저하. 소신 그 때문에 저하께 아뢸 말씀이 있습니다.
산 : 말해보게. 뭔가?
홍국영 : (망설이고)
산 : (의아한 얼굴로 보는데)
홍국영 : (이내, 결심한다)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저하!
         내일로 예정된 즉위식을 미루심이 어떠하올런지요?
산 : ...!!....
홍국영 : .......
산 : (당혹스럽다) 그게, 무슨 말인가? 즉위식을 미루라니...
홍국영 : .......
산 : 말해보게. 자네가 그런 주청을 할 땐, 까닭이 있을 것이 아닌가?
홍국영 : 지금, 선세자마마의 죽음에 연루되었던 중신들 대부분이
         전답을 팔고 있습니다. 저하.
         하여, 저들은 이미 수십만 냥에 이르는 자금을 확보했을 것입니다.
산 : (당혹스럽다) 뭐?
홍국영 : 마지막까지 저하께서 보위에 오르는 것을 막아야 하는 저들입니다.
         그런 저들이 그 돈으로 하려는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이젠, 동원할 군사조차 모두 잃은 마당에
         저들은 그 자금으로 저하를 위해할 다른 수단을 구하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산 : .....!.....
홍국영 : .......
산 : (굳어진 채) ...확실한 이야기인가?
홍국영 : ...!....
산 : 저들이, 그 자금으로 나를 노릴 살수를 구한 것이 명백한 사실인가 말이네.
홍국영 : 아니옵니다. 모든 것은 아둔한 소신의 짐작일 뿐이옵니다..
         허나 이는 충분히...(하는데)
산 : (OL)됐네. 그만하게. 즉위식을 앞두고 자네의 걱정이 지나친 듯하군.
홍국영 : (...!...) 저하!!
산 : (OL)그것이 명백한 사실이라 해도 미룰 수 없는 것이 즉위식이네.
     헌데 지금, 증험도 없는 심증만으로
     내가 그 같은 일을 하라 주청한단 말인가?
홍국영 : (OL)하오나 저하...(하는데)
산 : (OL)자네 말이 무슨 뜻인진 아네.
     허나, 설사 그것이 사실이라 해도 난, 물러설 수 없네.
     내 대답이 이것뿐일 거라는 건 자네도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홍국영 : (....!....) 저하...
산 : 한시도.... 단 하루도 비울 수 없는 것이 보위네.
     무슨 일이 있어도 내일 즉위식은 예정대로 치러질 것이네.
     허니, 그리 알고 이만 물러가게.
홍국영 : .......
산 : ........

                    홍국영, 안타까운 심정이 되고....
                    산, 그런 홍국영을 의지에 찬 표정으로 바라보는데..

#13. 동궁전. 밖. 밤

                    대수, 초조한 얼굴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데...
                    이때, 굳은 표정의 홍국영이 걸어오는데....

대수 : (다가가며) 나으리.
홍국영 : (본다)
대수 : 동궁전에 드셨단 말씀을 들었습니다.
홍국영 : (착잡하다) 그래.
         내 아무리 생각해봐도 불안한 마음을 떨칠 수 없어
         저하께 즉위식을 미뤄달란 주청을 드리러 갔었다.
대수 : (놀란다) 예...? 즉위식을요?
       그래서요? 저하께서 정말 그리 하신답니까?
홍국영 : (씁쓸) 저하의 성정은 나보다 니가 더 잘 알지 않느냐?
         나례희 때도 기어이 저들 앞에 나선 저하시다.
         뭐라 답을 하셨을진, 뻔한 일이 아니냐?
대수 : 하긴 그렇죠.
홍국영 : (휴..) 어쩌면 저하의 말씀이 맞는지도 모른다.
         즉위식을 앞두고 내가 지나친 걱정을 하는 것일 수도 있어.
대수 : ...!....
홍국영 : 너도 그만 돌아가거라.
         내일은 바쁜 하루가 될 것이니 충분히 쉬어둬야지.

                    하고, 홍국영... 앞서 가려는데...

대수 : ..저, 나으리...
홍국영 : (멈칫 본다)
대수 : (망설이는 얼굴)
홍국영 : 왜? 무슨 할 말이 있는 것이냐?
대수 : (자신 없는 얼굴로) 예....
홍국영 : 뭐냐. 말해 보거라.
대수 : 저...그게.......실은 좀 이상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홍국영 : 이상한 것..?
대수 : 예...
홍국영 : 뭐냐? 말해보거라.
대수 : 그게...근데.....
       이상하다면 이상하고...또 아니라면 아닐 수도 있는건데...
홍국영 : 헛참 이놈.. 명줄 짧은 놈은 기다리다 벌써 숨넘어갔겠다.
         대체 무슨 얘긴데 그리 뜸을 들이느냐?
대수 : ...저...그러니까 그게요...
홍국영 : (보는 표정)

#14. 궐. 동궁전. 밤

                       산, 홀로 상념에 잠겨있다. 그런 산의 위로.

홍국영 : (E) 마지막까지 저하께서 보위에 오르는 것을 막아야 하는 저들입니다.
         그런 저들이 그 돈으로 하려는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이젠, 동원할 군사조차 모두 잃은 마당에
         저들은 그 자금으로 저하를 위해할 다른 수단을 구하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산, 착잡해진다. 굳은 표정으로 상념에 잠기는데..

#15. 궐. 일각. 밤

                     송연, 서까래와 기둥을 살피며...
                     초지인 모면지를 펼쳐놓고 단청에 필요한
                     출초(出草:단청 문양 밑그림 작업)작업을 하고 있다.
                     보면, 송연..붓을 잡고 하나하나 세심하게
                     정성을 다하는 모습인데..
                     이때, 지나가던 산이 그런 송연을 발견하고 멈춰선다.
                     산, 밤늦도록... 그렇게 성심을 다하고 있는
                     송연의 모습을 가만...바라보는데.....
                     그때 문득, 고개를 돌리는 송연.
                     송연, 저만치 서 있는 산을 보고 놀라는데..

송연 : 저하!!
산 : (가만 미소 짓고)
송연 : ....!....

#16. 동. 다른 일각. 밤

                     산과 송연이 걸어가고 있다.

산 : (짐짓, 장난스레) 도화서엔 일할 사람이 너밖에 없는게냐?
     이 시각까지 또 혼자만 일하고 있구나!
송연 : (당황) 아닙니다. 저하.
산 : 아니긴.. 내가 볼 땐 늘 그렇던데.
     너를 이토록 부려먹는 도화서 화원이 누구냐?
     내 임금이 되면 제일 먼저 그 자부터 혼을 내줘야겠어..
송연 : (놀라서) 예에? 부려먹다니요? 아닙니다, 저하.
       도화서엔 그런 화원 나린 없으세요.
산 : (하하, 웃는다) 농담이다...농담.
송연 : (휴...) 농담이라도 그런 말씀 마세요. 저하!
       오늘 일은, 전부 제가 자청한 것인데요.
산 : (멈칫 본다)
송연 : (미소) 정말이에요 저하.
       저하의 즉위식에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서 얼마나 기쁘고 좋은데요.
산 : ....!....
송연 : (말갛게 보며 미소 짓는데)

                산, 그런 송연이 고맙다..그러나 산...문득 시선을 돌리며..

산 : 저 돌기둥이 기억나느냐 송연아.
송연 : (보면)
산 : 저긴 십사년 전, 너와 대수랑 함께 금군의 눈을 피해 숨었던,
     바로 그 돌기둥이다.
송연 : ...!....

               송연, 그렇구나..하는 표정으로 보면....

산 : 그때 너희들과 같이 숨어 있으면서 많이 무섭고 떨렸는데..
     지금 내 마음이 꼭 그때 같구나.
송연 : ....!....
산 : 나를 위해 일하는 것이 기쁘고 즐겁다 했지?
송연 : ...!....
산 : 헌데..나는 잘 모르겠구나.
     내가 과연 그런 마음을 받아도 되는 사람인지...
     그런 자격이 있는 임금이 될 수 있을지....
     아바마마와 할바마마께 드린 약조를 내가....지킬 수 있을지 말이다.
송연 : 저하....
산 : .........

             산, 착잡하고 두려운 마음으로 가만, 다리 아래를 내려다본다.
             송연, 그런 산을 가만.. 먹먹하게 바라보다가.

송연 : 기억나세요 저하?
       그때...저하께서는 저와 대수와 손가락을 걸고 약조하셨어요.
       저희가 만나러 올 때까지 살아계실 거라구요.
       살아서 꼭, 보위에 오르실거라구요.
산 : ...!...
송연 : 저하께선, 아무것도 아닌 저희와의 약조도
       평생을 걸고 지켜주신 분이세요.
       허니, 선 세자마마와 대행대왕 전하께 드리신 약조도
       저하께선 평생을 걸고 반드시 지켜내실 거에요.
산 : ...!...
송연 : (밝게) 두렵다니요? 당치 않으세요 저하.
       제가 믿는 저하의 마음을 어찌...저하께서 믿지 못하세요?
산 : ....!....

              송연, 한없이 미더운 얼굴로 산을 바라보고,
              산, 그런 송연을 고맙고 먹먹한 눈길로 바라보는데...

#17. 사헌부 집무실. 밤

              홍국영, 서성거리며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다가 자리에 앉는다.
              생각에 잠기는 얼굴. 그 위로
              좀전 동궁전 앞에서 대수와의 만남이 떠오르는데..

#18. (회상) 궐 동궁전 앞. 밤

              홍국영, 대수와 이야기하고 있다.

홍국영 : (E) 같은 주막?
대수 : (E) 예 나으리. 어제도 오늘도
       정승지의 수하들이 같은 주막을 들렀다구요.
홍국영 : (의아하다)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구나.
         그것이, 뭐가 이상하다는 것이냐?
대수 : 가는 길에, 분명 다른 주막들도 많았습니다.
홍국영 : (멈칫) 뭐..?
대수 : 그러니까 제 말은요. 정말, 목을 축일거면
       왜 기어이 도성 밖에 외진 수내 천까지 가느냐 그 말이죠.
       그것도 며칠씩 연달아서 말입니다.
홍국영 : ....!....
대수 : (자신 없지만) 그래서... 전 혹시나....
       놈들이 거기서 무슨 꿍꿍이를 꾸미는 게 아닌가 싶어서요.
홍국영 : (뭔가 이상하다.. 의혹이 어리는데)

#19. 사헌부 집무실. 밤

              벌떡 일어나는 홍국영. 대수와의 일을 떠올리며 생각에 잠겨있다.
              이내, 뭔가 의혹이 가득한 얼굴로 시선을 트는데.

#20. 주막. 앞. 밤

               주모가 나와 문을 닫으려는 듯 등롱을 끄고 있다.

#21. 동. 주막 마당. 밤

               오정호와 박초들이 술상을 놓고 앉아있고
               한편으로는 두 어상 정도 손님들이 더 남아있는데
               그때, 주모 안으로 들어오며

주모 : 장사 끝났수다.

               주모의 말에 사람들 웅성거리며 마저 술잔을 들이키고 일어서는데

박초1 : 아무래도 틀린 듯 싶습니다.
오정호 : (낭패감이 어리는데)

               오정호, 어찌하면 좋은가.. 낭패감 어리는 얼굴.
               그때, 한편에서 홀로 앉아 술을 마시던 어떤 사내 하나.
               사내, 상 위에 돈을 올려놓고 일어서서 나가는데.
               사내가 가면, 중노미 '안녕히 가십쇼' 하고.
               상을 치우려고 자리로 오는데
               상 위의 돈을 집어넣고 상을 치우려던 중노미.
               보면, 사내가 앉았던 상 밑으로 서찰이 하나
               놓여져 있는 것이 보이는데.. 보면, 어떤 작은 표식...
               놀라는 중노미..!

#22. 동. 밖. 밤

               오정호와 박초가 나서는데 중노미가 서찰을 들고 뛰쳐나온다.

중노미 : 나으리..!
오정호 : (멈칫, 돌아본다) 뭐냐?
중노미 : 여기, 기별이 와 있습니다!
오정호 : ...!....

               오정호, 놀란 얼굴로 서찰을 받아든다.
               보면, 어디선가... 그런 오정호를 관찰하는
               듯한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지는데...

#23. 도성 일각. 밤

               어두운 거리를 급히 가는 오정호 일행.
               그때...

박초1 : (뭔가 느끼고) 미행이 있습니다.
오정호 : ....!....
박초2 : (멈칫, 돌아보려는데)
오정호 : 돌아보지 마라.
박초1,2 : ....!....
오정호 : 필시 나를 쫓는 것일게다.
         (서찰을 박초1에게 주며) 넌 먼저 가 이걸 영감께 전하거라.
박초1 : 예.

                오정호, 긴장어린 눈빛으로 뒤를 의식하는데...

#24. 동. 일각. 밤

                서장보와 강석기가 조심스럽게 누군가의 뒤를 쫓고 있다.
                보면, 앞으로 오정호 무리들이 보이는데...

강석기 : 눈치챈 것 같네.
서장보 : 안되겠군. 다음 골목에서 기습하세.
강석기 : ....!....

                두 사람, 골목으로 접어드는 오정호 무리들을 보고
                조심스럽게 움직이는데.

#25. 동. 일각. 밤

                서장보와 강석기, 재빨리 몸을 움직여 골목에 들어선다.
                순간 멈칫,하는 강석기.

강석기 : (당혹) 잠깐....! 한놈이 사라졌네..
서장보 : ...뭐...?!

                보면, 정말... 저 앞으로 보이는 것은
                오정호와 박초2 뿐이다.

서장보 : (확, 열이 솟구친다) 이...저놈들이....! (나서려는데)
강석기 : (손으로 막는다) 소용없을 걸세.
         우리가 찾는 건, 이미 그 놈 손에 있을거야.
서장보 : (....!....) 젠장.. 당했군.
강석기 : 아니 아직은 아니네...

                강석기, 의미심장한 얼굴로 돌아보는데...

#26. 동. 일각. 밤

                박초1, 조심스럽고 은밀하게 걸음을 옮긴다.

#27. 동. 일각. 밤

                길목에 우마차 한 대가 서서 길을 막고 짐을 싣고 있다.
                보면, 박초1이 그 곳으로 들어서는데...
                박초1, 낭패감 어리는 표정.

박초1 : 길을 이렇게 막고 있으면 어쩌는가? 썩 비키게.

                하면, 어둠 속에서 짐을 싣던 남자가... 짐을 내려놓고
                '아이구 죄송합니다' 하면서 다가오는데..
                박초1, 못마땅한 표정으로 본다. 순간, 그런 박초1의 얼굴을
                가격하는 남자. 보면, 변복한 대수다.
                대수, 얼른 박초1을 우마차에 싣고 주변을 살핀다.

#28. 정후겸의 집. 외경. 밤

#29. 동. 방안. 밤

                 정후겸, 오정호와 있다. 정후겸, 경악한 얼굴인데.

정후겸 : 그게 무슨 말이냐? 서찰을 빼앗기다니...!!
오정호 : (참담하다) 미처 다른 매복이 있을거란 걸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소인을 죽여주십시오 영감.
정후겸 : (망연해진 채) 세손 쪽의 짓일 것이다.
         그 서찰은 분명 세손의 손에 들어갔을 것이야!!
오정호 : (참담하고)
정후겸 : (....!....) 서찰의 내용은? 그것은 확인했느냐?
오정호 : 못했습니다.
         영감께 전하기 전에, 제가 어찌 먼저 그것을 볼 수 있겠습니까?
정후겸 : ....!!....

                 정후겸, 당혹감에 망연해진다...

정후겸 : 그럼...무엇이냐?
         우린 지금 저들이 무엇을 쥐고 있는지조차 알 수가 없단 말이냐?
오정호 : (참혹하고) .........

                정후겸, 어찌하면 좋은가...입술을 깨무는데...

#30. 동궁전. 밤

                산, 굳은 얼굴로 앉아있는데...
                홍국영이 그 앞으로 서찰을 내민다.

홍국영 : 이것이, 정승지 수하의 몸에서 나온 서찰입니다 저하.
산 : (굳은 표정으로 서찰을 펴든다)
홍국영 : 그 서찰에 의하면
         저들은 내일 즉위식 때 살수를 써 저하를 시해한다고 했습니다.
산 : ....!!....

               산, 굳은 표정으로 서찰을 읽어내려 간다.
               참혹한 심정이 되고..
               홍국영, 그런 산을 안타깝게 바라보는데...

산 : (참담하고 씁쓸하다) ....목숨만은.....
     내 그래도, 저들의 목숨만은.....구명해주려 했었는데...
홍국영 : (착잡하다) 저하..
산 : (참혹한 심정이 어려, 눈을 감는데)
홍국영 : 정승지를 지금 당장 잡아들이겠습니다 저하.
산 : (OL) 아니, 그냥 두게.
홍국영 : (멈칫) ...예...?
산 : 못 알아들었는가?
     저들이, 내일 계획대로 일을 시행하도록 그냥 두란 말일세.
홍국영 : (당혹) 하오나 저하....(하는데)
산 : (OL)이 서찰대로라면
     정승지 쪽은 살수와 연락이 닿을 방도가 없네.
     그것이 무슨 뜻인가?
     내일 내 목숨을 노릴 살수는...
     자신의 계획이 발각된 걸 아직 모른단 말일세.
홍국영 : (...!...) ..저하...!
산 : 이제 무슨 뜻인지 알겠는가?
     이 일에 연루된 자 모두를 잡자면 이 서찰만으론 부족하네.
     자네말대로 저들이 수십만 냥의 돈을 구했다면
     그건 필시, 살수에게 전해졌을 터...
     그 자를 산 채로 잡아야만 관련된 자 전부를 잡아낼 수 있을 것이네.
홍국영 : ....!.....
산 : (착잡하다) ....이젠, 끝낼 때가 됐네..
     죄 없는 아바마말 죽음으로 몰고
     끝내 나까지 죽여 이 나랄 제 손에 넣으려던 자들을
     한꺼번에 몰아낼 때가 됐어.
홍국영 : ....!....
산 : .........

                산, 굳은 표정... 심난한 얼굴로 서찰을 내려다보는데...

#31. 궐 전경. 아침(즉위식 날)

                궐 전경이 부감으로 비춰지고.

#32. 혜빈 처소. 앞. 아침

                산이 효의와 함께 김상궁 등을 거느리고 오고 있다.

이상궁 : (다가서며, 조아린다) 저하....!
산 : 어마마마께, 고해주게.

                산, 보는 표정.

#33. 동. 안. 낮

                혜빈, 자리에 앉아 있고.
                산, 효의, 절을 올리고 자리에 앉는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혜빈, 감격어린 얼굴이다.

산 : 소자 어마마마께 문후 여쭈옵니다.
효의 : 밤새 강녕하셨사옵니까? 어마마마.
혜빈 : 강녕하다마다요. 내 평생 이리 설레고 벅찬 아침은 처음인 듯합니다.
산 : (보고)
혜빈 : (어느새 눈물 어리고) ..세손.
       오늘이, 세손이라 부르는 마지막 날이로군요.
       이것이....세손한테 받는 마지막 문후에요.
산 : 어마마마..
혜빈 : (산의 손을 잡고, 눈시울 붉어져) 고맙습니다 세손.
       그 모진 고초를 견뎌내고 이리 장성하시어 보위를 이으시니...
       이 어미는 그저 한없이 고맙고 또 고마울 따름이에요.
산 : 어마마마.
효의 : (눈물어려) 어마마마.
혜빈 : 이젠 죽어서도 선 세자저할 뵐 수 있겠지요.
       이젠 저승에 계신 세자저하께서도 죄 많은 이 에미를 용서해 주시겠지요.
산 : ....!.....
혜빈 : 되었습니다.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세손이 이리 보위에 오르게 되었으니
       이제 난 죽어도... 아무런 여한이 없어요
산 : ....!....
효의 : (뭉클하고)
혜빈 : .........

                혜빈, 감격과 회한겨운 눈물이 흘러내리고,
                산, 효의, 눈물 어려 바라보는데...

#34. 동. 빈청. 아침

                홍인한, 급히 들어온다.
                불안하고 초조한 모습이 역력한데.
                보면, 중신 1,2등 노론 대신들이 모여서
                불안한 얼굴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홍인한 : 이보시오, 공판.
중신1 : (보고)
홍인한 : (걱정돼 죽겠다) 밤새 한숨도 못 잤소이다.
         대체, 어찌 되어가고 있답니까?
         이제 한식경 후면 즉위식인데...
         대체 일이 어찌 돌아가는 것입니까?
중신1 : 나도 모르겠소. 그걸 알면 이러고 있겠소?
홍인한 : 만약 이러다 아무 일 없이 세손이 보위에 오르면 어찌 되는 것입니까?
         그...그땐. 우린 모두... 정말 끝이 아닙니까?

                   중신들, 홍인한, 모두 불안과 공포가 어리는데...

#35. 화완 처소 안. 낮

                   화완, 정후겸 있다. 화완, 완전 경악한 얼굴.

화완 : 세... 세손이 그 자의 서찰을 가져갔다니?
       대체 그게 무슨 말이냐?
정후겸 : .....
화완 : (완전 두려움에 질려서)
       허면, 우리의 계획을 세손이 모두 알지도 모른다는 것이 아니냐?
       말해 보거라! 허면 이제 우린 어찌 되는 것이냔 말이다?
정후겸 : (입술을 깨물며) 그잘, 찾아내겠습니다.
화완 : 뭐..?!
정후겸 : 그잘 찾아내, 어떻게든 거사를 중단하도록 하겠습니다.
         허면 최악의 사태는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거사만 중단된다면 세손도 우리의 죄를 입증하진 못할 것입니다.
화완 : 어떻게 말이냐?
       그잘 만날 방도가 없는데... 대체, 무슨 수로 찾겠다는 것이야?
정후겸 : (완전히 몰린 느낌) 할 것입니다 어머니!
         무슨 수를 써서든 찾아낼 것입니다.
화완 : ...!...
정후겸 : (격정을 참지 못하는 얼굴로 입술을 깨물며 벌떡 일어선다)

#36. 동. 궐 일각. 낮

                   정후겸, 굳은 얼굴로 무관 복장의 오정호와 이야기를 한다.

정후겸 : 분명, 궐 안 어딘가에서 있을 것이다. 찾아라.
         알겠느냐?
         반드시 그잘 찾아, 저들이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
오정호 : 하지만 즉위식 때문에 금군과 익위사 관원들의 경계가 삼엄합니다.
         그리 쉽게 움직일 수가... (하는데)
정후겸 : (OL) 움직일 수 없다면, 여기서 앉아 죽길 기다릴 테냐?
오정호 : ....!....
정후겸 : (차가운 얼굴로 보고)
오정호 : 아... 알겠습니다 영감
정후겸 : ...!...

                   오정호, 예를 표하고 한쪽으로 간다.
                   정후겸, 초조한 얼굴로 어쩔 줄 몰라하고...

#37. 궐. 일각. 낮

                   무관 복장을 한 오정호가 무예별감 복장을
                   한 박초 몇 명과
                   긴박하게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다.

오정호 : 너하고 넌, 선정전과 인정전 쪽으로...
         그리고 너하고 넌 경회루와 자정전 쪽으로....

                   하며... 오정호.. 초조하고 긴장어린 표정으로 이야기하는데...

#38. 동. 일각. 낮

                   홍국영, 대수와 서장보 강석기 등을 비롯한
                   익위사 관원들을 모아놓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홍국영 : 오늘, 즉위식에서 세손저할 겨냥한 암살기도가 있을 것이네.
다들 : ....!....
홍국영 : (긴장한 눈빛으로 보고)

                   모두의 얼굴에 굳은 긴장이 어리는데...

#39. 도화서 대화실. 낮

                   박영문, 강두치, 탁지수, 이천을 비롯한 화원들과
                   송연, 초비, 미수, 세모, 시비 등 다모들, 모두 모여 있다.

박영문 : 모두 모였는가?
강두치 : 예, 나으리...
박영문 : 내 방금 예판 대감을 뵙고 오는 길인데
         대감께서 이번 즉위식 준비에 아주 만족해 하셨네.
다들 : (놀라고)
박영문 : 즉위식 준비에 책임을 맡은 탁사용과
         다른 화원들 모두 수고 많았네.
탁지수 : (감격) 제 소임을 다했을 뿐입니다. 나으리
이천 : (허, 기가 막히고)
박영문 : 이제 곧 대전에서 즉위식이 열리네.
         허니, 모두 마지막 남은 의궤도 작업에도
         최선을 다하도록 하게.

                   모두, '예, 나으리' 하고. 박영문, 강두치 간다.
                   이천, 충격 어린 얼굴로 멍하게 있는데.

이천 : 이.. 이게 뭔가?
       분명 나도 즉위식을 맡아 준비했는데..
       어째서 별제나리께선 자네 이름만 콕, 꼬집어 칭찬을 하시는게야?
탁지수 : (거들먹거린다) 그래서, 내 미리 말해두지 않았나?
         총책임자는 분명히 나라고.. (하고)
         내 승차해도 자네 공은 잊지 않을테니 너무 서운해 말게
이천 : (휙 노려보고) 뭐, 뭐야?
탁지수 : 참, 송연이 니가 내 대신 단청공들에게 내려진 명을 좀 전하거라
         난 의궤도 준비로 바빠서...
송연 : 예.. 나으리.

                   탁지수, 이천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주고 가고.
                   이천, '저 인간이' 하면서 쫓아간다.
                   송연, 그 모습 보고 미소 짓는다.

#40. 대전 일각. 낮

                   송연, 단청공들과 서 있다.
                   단청공들, 일을 마쳤는지 사다리와 도구들 들고 있다.

송연 : 오늘 안까지 선정전과 희정당 단청 개칠을
       모두 마무리해야된다는 하명이 계셨습니다.
       힘드시겠지만 모두 성심을 다해주세요...

                   단청공들, 알았다며 흩어지고,
                   송연, 그런 단청공들을 보다가 뭔가 좀 의아한 얼굴이다.
                   그러다, 곁을 지나는 단청공 하나에게 말을 건네는데.

송연 : 한 분이 안 계신 듯한데, 어디 가셨나요?
       왜, 다리가 좀 불편하신 분이요.
단청공 : (둘러보고) 모르겠소. 방금까지 여기 있었는데...
송연 : ...?...

                   단청공, 가고, 송연, 어디로 간 걸까.. 의아한 얼굴로 보는데..

#41. 궐. 일각. 낮

                   인적이 없는 곳. #1과 같은 장소다.
                   보면, #1에서 살수 사내가 칼을 숨겼던 섬돌이 밖으로 조금 빠져있는데....

#42. 궐 일각. 낮

                   금군들이 긴장어린 표정으로 지나가고 있다.
                   보면, 잠시 후... 풀섶에서 살수 사내가 몸을 드러낸다.
                   사내, 주변을 살피더니, 이내 날렵하게 중문을 열고 안으로 사라지는데.
                   그 위로.... 울려퍼지는 아악소리.

#43. 대전 마당. 낮

                   화려한 깃발을 든 사령들이 자리에 서고,
                   혜빈, 화완 등 왕족들 예단 좌우로 자리해 있고.
                   그 아래로 최석주, 정후겸, 채제공, 홍국영,
                   홍인한, 홍봉한을 비롯한 모든 대소 신료들이
                   아래의 자리에 앉아 있다.
                   한쪽에서 도화서 사람들, 의궤도를 그릴 준비를 하는데.
                   그때, '주상전하 납시오' 하는 소리 들리고.
                   대신들을 비롯한 대전에 자리한 모든 사람들이 시립한다.
                   구장복을 입은 산과 효의가 위엄 있는 모습으로 들어서고.
                   예단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좌우의 대신들 모두들 고개를 숙여 예를 갖추고.
                   그런 산을 감격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혜빈.
                   송연 또한, 떨리는 눈빛으로 산을 바라보는데.
                   보면, 조금 긴장이 어린, 결연한 눈빛의 위엄어린 산의 모습.

#44. 궐 일각. 낮

                   무예별감과 서리 복장으로 변복한 박초들이 궐 일각을 살피고 있다.
                   그때, 한쪽에서... 부스럭... 하는 인기척이 들린다.

박초1 : (손을 들어 멈추라는 표시)
박초들 : (무기를 잡으며 긴장하는데)
                   
                   박초1 조심스럽게 다가서며... 풀섶을 헤치는데.
                   그러나 아무도 없다. 박초1 낭패감 어리는데..
                   그때, 박초들의 등 뒤로 겨누어지는 칼날들..!
                   박초들... 놀라 보면...
                   그곳에 서장보를 비롯한 익위사 관원들이 매서운 눈빛을 빛내며 서 있는데.

서장보 : ...쥐새끼처럼... 뭘 그렇게 찾으시나... 어..?
박초1 : ...!!...
서장보 : 뭣들 하는가? 이놈들을 모두 잡아들이게!
익위사들 : 예...!
박초1 : ...!!!...

#45. 궐 일각. 낮

                   대전 뒤편으로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대수와 익위사 관원들.

#46. 궐 일각. 낮

                   대전 다른 편. 반대편에서 움직이는 강석기와 익위사 관원들.
                   이들.. 긴장 어린 채 숨죽이며... 접근해 들어가는데...

#47. 동 일각. 낮

                   산, 예단 위에서 중신들을 내려다본다.
                   모두 그런 산을 우러러 보고.
                   그때, 대전내관이 도승지에게 옥새를 전하고,
                   도승지, 맨 앞에 자리한 최석주에게 이를 전한다.
                   최석주, 천천히 예단으로 올라와 서고.

최석주 : (옥새를 전하며) 조선의 새 임금이신
         주상전하께 어보(御寶)를 전합니다.
산 : ....!!....

                   모두들 긴장어린 얼굴로 산을 본다.
                   이윽고 산,
                   옥새를 받아들어 모두를 향해 서서 옥새를 들어 올리는데..!
                   그 위로 바로 오버랩 되는 대수의 목소리.

#48. 동 일각. 낮

                   추상과도 같은 대수의 목소리.

대수 : 멈춰라..!!!

                   대수, 날카로운 눈빛을 빛내며 칼을 겨눈다.
                   보면, 다른 익위사들도 칼날을 움켜쥐고 있는데..
                   보면, 얼굴이 보이지 않는 남자 하나가 움찔, 놀라 뒤로 물러선다.
                   남자, 놀라서.. 다른 편으로 움직이려 하면..
                   그때, 반대편에서 나타나는 강석기와 다른 익위사들.
                   이들, 물샐 틈도 없이 그 앞을 막아서며...
                   남자를 향해 칼을 겨누는데...!

대수 : 다 끝났다.... 넌, 포위됐어....!

                   보면, 얼굴이 보이지 않는 뒷모습의 남자를 바라보는
                   대수의 이글거리는 눈동자.

#49. 대전 앞. 낮

                   산, 예단 위에 서 있고.
                   도승지, '국궁사배' 하고 외친다.
                   하면... 중신들, 산을 향해 네 번 절을 올린다.
                   보면, 모두의 얼굴에... 두려움과 공포가 서려 있는데...
                   그 모습을 위용이 넘치는 얼굴로 내려다보는 산.
                   이내 도승지, '산호'를 외친다.
                   중신들, '천세, 천세, 천세'를 외치고.
                   대전 앞을 울리는 대신들의 목소리.
                   보면, 혜빈과 효의... 송연... 채제공, 홍국영,
                   남사초 등의 얼굴 벅차오르고...
                   도승지 다시 '재 산호'를 외치면.
                   대신들, '천천세, 천천세, 천천세'를 외친다.
                   산이 드디어.... 보위에 오른 것이다....!

#50. 편전 안. 낮

                   모든 대신들이 시립해 있다.
                   노론 중신들의 얼굴.... 두려움이 가득한 얼굴들인데...
                   그때, '주상전하 납시오' 하는 동궁전 상고의 소리 들리고.
                   모두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내 곤룡포를 입은 산이 그 사이로 걸어 들어온다.
                   산, 이내... 천천히 어좌에 앉고...
                   굳은 표정으로... 중신들을 내려다본다.
                   보면, 중신들... 오금이 저린 얼굴로 고개를 조아리고 있는데..
                   산, 그런 이들을 천천히 바라본다. 그러다가...
                   이내 그 정적을 깨는 산의 목소리...!

산 : ...과인은, 사도세자의 아들이오.
대신들 : ....!!!....

                   산의 말에, 순간 경악하는 모두.
                   채제공, 홍국영조차 놀란 얼굴이고.
                   산, 결연한 눈빛으로 이들을 본다.

산 : 다시 한 번... 경들에게 말하겠소.
     과인은... 사도세자의 아들이오.
다들 : ....!!....
산 : 대행대왕 전하께서 종사를 위해
     비록 과인을 효장세자의 양자로 입적시키셨으나
     사람의 근본은 둘일 수 없으며
     나는 오래전 이미 이러한 뜻을 선 대왕께 고하고
     선 대왕마마의 윤허를 받았소.
대신들 : ....!!....
산 : 하여 이 자리에서 과인은
     사도세자의 아들임을 분명히 할 것이고
     또한 이 자리에서
     과인의 모후인 혜빈 홍씨를 혜경궁으로 존숭할 것이며
     이미 지난날 모든 억울한 누명을 벗으신
     사도세자를 부인하고 능멸하는 자는
     반드시 그 죄값을 물어 대역죄로 다스릴 것이오.
중신들 : (일제히) 망극하옵니다, 전하..
산 : .........

                   중신들 두려운 마음으로 산의 앞에 머리를 조아리고..
                   산, 그런 이들을 위엄어린 표정으로 내려다보는데...

#51. 빈청. 낮

                   정후겸과 홍인한, 중신1,2등 노론 벽파 중신들이
                   사색이 된 얼굴로 앉아있다..
                   이들의 얼굴... 모두 두려움에 질려 망연자실한데..

홍인한 : 이제 남은 것은 피바람뿐입니다!
         이제 조정은 쑥대밭이 될 것이고
         우린 모두 살아남지 못할 것입니다!
중신1 : (정후겸에게) 어찌 이럴 수가 있나?
        자네만 믿고 모든 걸 맡겼는데
        고작 돌아오는 것이 이런 것이란 말인가?
정후겸 : (참혹한 얼굴로 입술을 깨무는데)
중신1 : 이리 될 줄 알았으면,
        차라리 처음부터 몸을 피할 것을...
중신2 : (OL) 이제와 후회해봤자 무슨 소용입니까?
        다 끝났습니다. 이제 우린 전부 죽은 목숨이란 말입니다..

                    그 말에, 다들 절망스러운데.
                    홍인한, 벌떡 일어난다.

홍인한 : 이리 맥 놓고 앉아 목을 내놓을 순 없소.
         난 지금이라도 몸을 피할테니 그리들 아시오.

                    홍인한, 거칠게 나가고.
                    다들, 두려움에 가득한 얼굴로 어찌할 줄을 모른다.
                    정후겸, 참담한 얼굴로 씁쓸한 냉소를 띄우는데...

#52. 홍인한의 집. 방안. 낮

                    홍인한의 노복들, 짐을 싸고 있고..
                    홍인한 그 곁에서 똥줄이 타는 얼굴로 전전긍긍해하는데.

홍인한 : 다 가져갈 필요 없다.
         서둘러야 하니 귀중한 것만 챙겨 담아라. 알겠느냐?
노복 : 예.. 대감마님...
                    그때, 안으로 집사가 황급히 뛰쳐 들어온다.

집사 : 대감마님, 큰일 났습니다.
홍인한 : (무슨 일인가, 놀라 보는데)

#53. 동. 집 앞. 낮

                    홍인한이 집사와 함께 뛰쳐 나온다.
                    보면, 집 앞을 에워싸듯 지키고 있는 금군들.
                    홍인한... 흠칫 놀라는데....

홍인한 : (금군에게) 뭔가... 이게 뭐하는 짓인가?
금군군관 : 개의치 마십시오. 대감.
           금상전하의 즉위식 이후
           자칫 혼란해질 도성 치안을 위해
           금군이 나온 것 뿐입니다.
홍인한 : ...!!...

                    홍인한, 질린 얼굴로 본다.
                    이것은 분명... 옴싹달싹 못하도록 잡아두려는 것이다.
                    홍인한, 이제 다 틀렸다는 얼굴.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털썩 주저앉고 마는데..
                    놀란 집사가 '대감마님' 하면서 부여잡고...

홍인한 : (망연한) 끝났다.... 다... 끝났어.....

#54. 궐. 화완 처소. 낮

                    화완이 굳은 표정으로 앉아있다.
                    보면, 참혹한 표정으로 그 앞에 앉아있는 곽상궁.

곽상궁 : (어찌하면 좋으냐) 마마....
화완 : ........

                    그러나 화완, 망연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화완, 깊은 회한이 서리는 얼굴로 눈을 감고.

#55. 정순처소(옮겨진 곳). 외경. 밤

                    조용한 뜰이다

#56. 동. 방안. 밤

                    정순이 담담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있고
                    그 앞으로 강상궁이 있다.

정순 : ...사도세자의 아들이라?
       그래 맞는 말이지.
       그 아인, 누가 뭐래도 죽은 사도세자의 아들이지
강상궁 : (두렵다) 마마....
정순 : (냉소가 어린다) 그래. 이러라고.... 날 살려 여기에 둔 것이로군...
       제 놈이 보위에 앉는 것을 지켜보라고...
       그러라고... 날.... 여기에 살려둔 것이야...
강상궁 : ...마마...

                    눈빛을 빛내는 정순...
                    정순의 입가로... 씁쓸하고도 차가운 미소가 번지는데...

#57. 궐. 일각. 밤

                    누각.
                    산, 굳은 표정으로 상념에 잠겨 있는데..
                    그때 한쪽에서 홍국영이 온다.

홍국영 : 전하...!
산 : (멈칫, 돌아본다)
홍국영 : 하명하신 일을 모두 차질 없이 처리했사옵니다.
산 : 그래... 알겠네..
홍국영 : ....!....
산 : (담담히 시선을 거두고) 이제... 때가 되었군.
홍국영 : ....!....

                    산, 표정 없이 담담한 얼굴로 먼 산을 바라보는데.

#58. 정후겸의 집 앞. 밤

                    정후겸이 굳은 표정으로 온다.
                    보면 정후겸의 집을 지키고 있는 금군들.
                    그리고... 금군별장.
                    정후겸, 금군별장을 보고 얼굴이 굳어지는데.

정후겸 : (의연하고 담담한) 내 집까지 납시셨소?
금군별장 : (굳은 표정으로 볼 뿐, 말이 없는데)
정후겸 : 도망치는 일 따윈 없었을텐데....
         괜한 걸음을 하셨소, 별장.
금군별장 : ...!...
정후겸 : (보는데...)

#59. 동. 일각. 밤

                    정후겸 집안의 작은 누각 같은 곳.
                    보면, 정후겸 홀로... 착잡한 표정으로 서 있는데...
                    가만... 그러다가
                    정후겸, 품에서 뭔가를 꺼내든다.
                    보면, 작은 약봉지. 그 안엔 극약인 듯한 가루가 담겨져 있는데....
                    정후겸, 표정 없는 담담한 얼굴로 내려다본다.
                    바로 그때. 등 뒤에서.

살수(E) 설마... 끝이라 생각하고 계신 것입니까?
정후겸 : ...!!...

                    정후겸, 갑작스런 소리에 놀라 돌아본다.
                    보면,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이.
                    바로.... 살수인 사낸데...
                    정후겸, 충격을 받은 듯... 크게 놀란다.

정후겸 : 자... 자네는?
사내 : (담담한 표정으로 보고)
정후겸 : ....!!....

                    대체 이게 어떻게 된 것인가....
                    정후겸, 놀란 얼굴... 당혹한 채 사내를 바라보는데....

#60. 궐. 익위사 훈련장 전경. 밤

                    대수, 강석기, 서장보를 비롯한 익위사들 도열해 있고.
                    그 앞에 홍국영이 있다.

홍국영 : 이제, 모든 것이 끝났네.
         주상전하의 즉위식도 무사히 끝났고
         궐도... 평상을 되찾았네.
         이 모든 것은 자네들의 공이네.
다들 : ...!...
홍국영 : 오늘 주상전하께선
         그간 강화되었던 궁의 경비체계를 해체하란 명을 내리셨네.
         허니, 모두들 이만 돌아가
         그동안 쌓인 노독을 풀도록 하게.

                    다들 홍국영의 말에 웅성거린다.

대수 : 하오나, 나으리.
       그렇다고 저희 모두가 궐을 비우는 것은... (하는데)
홍국영 : (OL) 걱정 말게.
         전하께서 계시는 대전의 경비는 금군들이 맡고 있으니. (하고)
         자네들 모두를 쉬게 하라는 건...
         전하의 어명이시네.
         모두들 전하께서 자네들한테 내리는
         첫 하명을 거역할 셈인가?
익위사들 : ....!....
홍국영 : (미소띤 채 바라보는데)

#61. 궐. 익위사 집무실. 밤

                    홍국영, 대수 서장보 강석기 등과 함께 있다.

서장보 : (받으며) 이게 뭡니까? 나으리..
홍국영 : 뭐긴, 돈 아닌가?
         내 쥐꼬리만한 녹봉에서 나온 거금 닷 냥일세
모두들 : ...!...
홍국영 : 이 돈으로 탁배기 한 사발씩 하고 푹들 쉬게
대수 : ..정말, 그래두 됩니까?
       금군들도 궐 밖으로 많이 빠져나가 있는데...
서장보 : (돈을 낼름 받으며) 고맙습니다. 나으리. (하고)
         거참... 아무튼 우세마 너도 소심해서 큰일이다.
         아, 살수도 잡았겠다.
         놈들은 다 금군이 지키고 있겠다 뭐가 걱정이냐?
대수 : (하긴.. 그렇긴 한데)
홍국영 : 우시직의 말이 맞다.
         걱정 말고, 돌아가 푹 쉬거라.
강석기 : 근데, 나으리께선 같이 안 가십니까?
         저희와 함께 가시지요.
홍국영 : 아닐세. 난, 내병조에 들러
         오늘 잡아들인 그 살수를 취조해야 하네.
다들 : ....!....
홍국영 : (표정)

#62. 정후겸의 집. 외경. 밤

#63. 동. 방안. 밤

                    정후겸과 사내가 있다.
                    사내, 건조하고 담담한 표정이고...
                    정후겸, 굳은 표정.. 당혹스러운 채 보는데.

정후겸 : 저들한테 잡힌 것이 아니었는가?
         대체 이게 어찌된 영문인가?
         자네가 어떻게 이 곳에 있는가?
사내 : 어찌된 영문인지는 영감이 아니라 제가 물어야 할 질문이지요.
정후겸 : ....!....
사내 : 오늘 세손이 죽었어야 할 자리에 군사들이 미리 당도해있더군요.
       아마, 어리석게도 영감 쪽에서 실수를 한 듯한데...
       아닙니까?
정후겸 : ....!!....
사내 : ..........

정후겸 : 자네가 남긴 서찰을, 저들에게 탈취당했네.
         자네와 연락을 할 길이 없어 도리가 없었네.
사내 : 그러셨겠지요.
       그럴 줄 알고 있었으니까요.
정후겸 : (멈칫, 본다) 알고 있었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사내 : 영감의 수하들은 미행을 당하면서도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하더군요.
       참, 보기 딱할 정도로 아둔한 자들이었지요.
정후겸 : ...!!...
사내 : .......

정후겸 : 대체, 그게 무슨 말인가?
         알면서도 일부러 그런 서찰을 남기다니!
         허면, 자넨 처음부터 그 서찰이 세손의 손에 들어가게 할 작정이었단 말인가?
사내 : 예, 그렇습니다 영감.
정후겸 : ....!!!....
사내 : ........
정후겸 : (기가 막히다)
         그럼 자넨, 애초부터 세손을 죽일 마음이 없었던 게로군
         무엇인가? 작정하고 나를 농락한 겐가?
사내 : (피식, 웃는다)
       아니요. 받아야 할 남은 돈이 있는데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정후겸 : (멈칫, 본다)
사내 : (냉소 어려) 저는 세손이 임금이 되기 전에
       숨을 끊어드리겠다 약조한 적은 없습니다.
       어쨌든, 영감께 화가 미치기 전에
       목숨을 끊으면 되는 것이 아닙니까?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을 때 말입니다
정후겸 : 무슨 뜻인가?
         그럼 자넨 혹시 처음부터 이럴 작정이었단 말인가?
         저들의 경계를 늦추려고 일부러?
사내 :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저는 실패할 일은 시작하지도 않는다구요.
정후겸 : ....!....

                    정후겸, 놀란 얼굴로 사내를 보고..
                    사내, 그런 정후겸을 담담한 표정으로 응시하는데..

#64. 궐. 일각. 밤

                    내병조 외경.

#65. 동. 옥사 마당. 밤

                    홍국영이 내병조 관원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보면, 옥사 안으로는 한 사내가 참혹한 몰골이 되어 쓰러져 있는데...

홍국영 : 그게 무슨 말이요?
         살수의 혐의를 찾는 것이 어려울 지도 모른다니?
내병조관원 : (난처한듯) 오늘 익위사 관원들이 잡아온 자는
             액정서 별감 이승훈과 정진태 그리고 상서원(자막:나라의 옥새, 인장을 담당하는 관청)
             서리인 정복태 김조인이란 잡니다.
             알아보니 벌써 수대 째, 액정서와 상서원의 일을 맡아본 성실한 자라 합니다.
             그리고 그 밖의 자들도 신분이 확실한 궐 안 사람들입니다.
홍국영 : (기가 막히다) 지금 그것을 말이라고 하는 것이요?
         그것이 어찌 저 자가 무고하단 증거가 될 수 있소?
내병조관원 : 그 뿐이 아닙니다. 무예별감을 제외하고는
              그들은 병장기도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나으리.
홍국영 : (...!!...) 병장기를 지니지 않았다니? 그럴 리가 없소.
내병조관원 : (OL) 없었습니다.
             서리들의 몸에선 어떤 무기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나으리.
홍국영 : ....!!....
내병조관원 : 더욱이, 저리 물고를 당하면서도
             한사코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 버티고 있습니다.
홍국영 : ..
내병조관원 : 물론 더 추궁을 해 보겠습니다만
             아무래도 입을 여는 덴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홍국영 : ...!!...

                     홍국영, 당혹스러운 얼굴로 안을 보면
                     참혹하게 망가진 채 쓰러져 신음하고 있는 한 남자.
                     홍국영, 대체 이게 어찌된 것인가.. 낭패감 어려.. 남자를 바라보는데...

#66. 동. 일각. 밤

                     살수 사내가 단청공으로 위장해 궐문에 있다.
                     금군들, 사내가 건넨 출입패를 보고 있는데...

금군1 : 그래서, 단청보수 때문에 지금 들어가야 한단 말이냐?
사내 : 예 나으리
       도화서 화원 나으리들 말씀이
       오늘 안엔 꼭 마쳐야 한다 하셔서요
금군1 : (어떻게 하나.. 생각하는 듯 하고)
사내 : 송구합니다. 술시 전에 들어왔어야 하는데
       보시다시피 이놈 다리가 이 모양이라서 늦었지 뭡니까?
금군1 : (출입패를 건네주며) 알았다. 들어가 보거라.
사내 : (받아들고) 예 고맙습니다, 나으리.

                     사내, 금군을 향해 꾸벅.. 인사를 하고 절뚝이며 안으로 들어간다.
                     안으로 들어가는 살수의 표정.

#67. 달호의 집. 외경. 밤

#68. 동. 방안. 밤

                     대수와 달호가 있다.

달호 : 그래서, 그 때 니가 탁 들이닥쳐서 그 살수 놈을 잡았다 그 말이냐?
대수 : 나 혼자 한 게 아니라, 익위사 관원들이 전부 (하는데)
달호 : (OL) 어쨌든 니가 이번에도 또 공을 세웠다, 그 말 아니냐?
대수 : 뭐, 말하자면 그렇긴 한데...
달호 : 그럼, 이제 넌 어떻게 되는거냐? 어?
대수 : 어떻게 되다니 뭐가?
달호 : 아, 그간 쌓은 공이며, 이번 일이며..
       저하께서 보위에 오르시는데 일등공신은
       누가 뭐래도 너, 박대수잖냐?
       그럼, 공신록이며 포상이 줄줄이 내려질 거 아니냐구?
대수 : 으이구.... 됐어. 내가 그런 거 바라구 저할 모신 줄 알아?
달호 : 임마. 너는 안 바라도 저하께선 주시겠지!
       하다못해, 승차라도 시켜주실 거 아냐?
대수 : (조금 쭈뼛하며) 그게.. 홍국영 나리 말씀으론 그럴 수도 있다고 하는데..
달호 : (OL) 그치? 그렇대지?
대수 : (머쓱하고 부끄럽다) 어휴.. 몰라.. (하고, 말 돌린다)
       근데 송연인... 송연인 아직 궐에서 안 나왔어?
달호 : 몰라. 올 때 되면 오겠지, 지금 그게 대수냐?
       그래서 승차는 어디까지 시켜주신대냐? 8품, 7품?
대수 : (허, 기가 막힌데) 삼촌....

#69. 궐 내 도화서 문 밖. 밤

                      송연, 궐 안 도화서에서 나온다.
                      이제 일이 다 끝난 듯.. 안쪽을 한 번 둘러보고는...
                      송연, 전각 모퉁이를 돌아 나간다.

#70. 동. 일각. 밤

                      송연, 옷가지가 든 봇짐과 화구통을 들고 총총히 걸어오고 있다.
                      그러다 송연, 문득 보면.. 저 멀리...
                      단청공으로 변복한 살수가 지나가는 모습이 보이는데...

송연 : (알아보고) 어.. 저 분은....

                      보면, 급히 어디론가 가는 사내.

송연 : (의아한 듯) 어딜 다녀오신 거지....

                      송연, 가만 그러다가 이내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걸음을 옮긴다.
                      그러다 순간.. 멈칫하는 송연.

송연 : 잠깐... 저 분... 다리가.....

                      송연, 뭔가 이상하다. 당혹스런 얼굴로 돌아보는데.

#71. 동. 집경당. 밤

                      영조의 영상(靈像)이 안치된 자정전 일각.
                      보면, 산이... 쓸쓸한 표정으로 그 앞에 앉아있다.
                      산, 영조의 영상을 바라보며.. 이내 눈가가 촉촉이 젖어드는데...
                      그 때, 한 쪽에서 동궁전 상고가 다른 내관과 함께...

동궁전 상고 : 전하..
산 : (멈칫, 본다)
동궁전 상고 : 시각이 많이 지체되었사옵니다. 전하.
              이만, 대전으로 드시지요.
산 : ....!....

                      산, 가만... 먹먹한 얼굴로 영조의 영상을 바라보고.

#72. 동. 대전 앞. 밤

                      산이 동궁전 상고와 내관 등을 거느리고 대전 앞으로 온다.
                      보면, 다른 상궁과 내관, 나인들이 그 앞에 서서.
                      머리를 조아리며 일제히 '전하' 하는데.
                      산, 이들을 보고 그리고 대전을 본다.
                      이제.... 대전의 주인은... 이 나라의 임금은 자신인 것이다.
                      산, 가만... 대전을 바라보는데..
                      보면, 멀찍이 떨어진 곳.
                      누군가의 시선이 그런 산을 불길하게 응시하는 듯한데..!

#73. 궐 전경. 밤

                      으슥하게 깊어진 밤.
                      순라군들이 궐을 돌고 있는 모습이 보이고..
                      이들이 사라지면...
                      어디선가 누군가의 걸음이 날렵하게 움직인다.

#74. 동. 대전 앞 일각. 밤

                      금군들이 지키고 있는 대전 앞문.
                      그 때, 어디선가 갑자기 표창이 휙, 휙, 날아들어 금군들을 쓰러트린다.
                      순식간의 일! 남은 금군 둘이 놀라 칼을 빼드는데..
                      순간, 사내가 비호처럼 날아들어 단칼에 금군 둘을 밴다.
                      모두 급소를 정확하게 당한 듯... 그대로 절명하는 이들.

#75. 동. 일각. 밤

                      동궁전 상고와 상궁나인들이 지키고 서 있는 대전 앞.

#76. 동. 영조의 집무실. 밤

                      산, 집무실 안에서 담담한 표정으로 서책을 읽고 있다.
                      그러다 문득 산, 어떤 기척을 느꼈는지..
                      조금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보는데.

#77. 동. 밖. 밤

                      살수 사내... 마지막 살아 남은 동궁전 상고의
                      목을 칼로 그어 숨을 끊는다.
                      헉,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는 동궁전 상고.
                      보면... 마당엔... 다른 내관들과 상궁나인들이
                      모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데...!
                      달빛을 받아 더욱 서늘하게 비춰지는 사내의
                      칼날에서 시뻘건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다.

#78. 동. 집무실 안. 밤

                      산, 서책을 덮으며 밖을 본다.

산 : 밖에... 무슨 일이냐?

                      그러나, 밖에선 아무런 대답이 없다.

산 : (...!!...) 여봐라, 밖에 아무도 없느냐?

                      그러나 역시, 밖에선 어떤 기척조차 없다.
                      순간, 위험을 감지하는 산.
                      산, 일어나 한쪽에 걸린 칼을 빼들고 문 옆에 바짝 붙어 선다.
                      산, 불안과 공포가 엄습하는 얼굴.
                      산, 칼을 움켜쥔 채.. 조심스럽게 방문을 여는데..

#79. 동. 밖. 밤

                      산,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선다.
                      보면, 칠흙같이 어두운 밤.
                      무서운 정적이.. 대전 앞마당을 감싸고 있는데...
                      밖으로 나서는 산.
                      순간, 보면... 마당에 모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내관과 상궁들.
                      산... 경악할 듯 놀라고 마는데...
                      보면, 동궁전 상고가 겨우 숨이 붙어 몸을 꿈틀대고 있다.
                      산, 뛰쳐 내려가 안아 일으키며.

산 : 어찌된 것이냐? 이게 어찌된 것이냐?
동궁전 상고 : (겨우) 저... 전... 하....
산 : ....!!....

                      바로 그 때, 뒤쪽 대전 안에서 이상한 기척이 난다.
                      흠칫 돌아보는 산.
                      아무도 없는 공간이다.
                      산, 순간적으로 몸을 날려 대전 안으로 뛰어 들어간다.

#80. 집무실 안. 밤

                      뛰어 들어오는 산.
                      아무도 없다. 그러나 무언가 살기 같은 것이 느껴진다.
                      산, 조심스럽게 곁방 쪽을 살핀다.
                      바로 그 때, 산의 등 뒤로 다가서는 그림자.
                      발소리조차 나지 않는 살수. 칼을 들어 산을 내리치려 하고.
                      순간 산, 기척을 느끼고 몸을 날려 간신히 사내의 칼날을 피하는데...!
                      산, 몸을 굴려 칼을 피하는데..
                      순간, 사내 놓치지 않고 그런 산에게 칼을 내리친다.
                      겨우 막아내는 산.
                      산, 순간... 사내의 발목을 쳐 쓰러트리고..
                      사내, 그 결에 억.. 하고 넘어지는데.
                      산, 순간... 겨우 일어나 몸을 추스린다.
                      보면 살수 사내도 역시 몸을 일으켜 산을 향해 칼을 겨누는데...

사내 : (여유있게) 제법 무예를 익혔다더니... 허명은 아닌가 봅니다.
산 : ....!!....
사내 : ......
산 : (칼을 세우며) ...넌.....누구냐?
사내 : ..........
산 : 말해라. 누구냐? 누가 보낸 것이냐?
사내 : (냉소 어린다) 어차피 죽는 마당에
       그건 알아 뭣하시겠습니까? 전하.
산 : ...!...

                      순간, 사내.. 칼날을 세우고 산을 향해 지쳐 들어온다.
                      산, 사내의 칼날을 막아내는데...
                      이어, 벌어지는 산과 사내의 혈투..!
                      산, 사내가 내두르는 칼날을 겨우 막아내지만..
                      그러나, 사내의 칼, 너무 빠르다.
                      제 아무리 검술의 달인인 산이라 해도..
                      도저히 막아낼 수가 없는데...!
                      정신없이 몰아쳐 오는 사내의 칼을 겨우 막아내던 산.
                      그러나 순간, 사내의 칼에 산.. 손목이 베이면서...
                      산의 칼, 사내의 칼에 의해 저 멀리 내동댕이쳐진다.

산 : ....!!....
사내 : .......

                      산, 손을 움켜쥔 채 당혹스런 얼굴로
                      멀리 떨어진 칼을 바라본다.
                      보면, 살수... 그런 산을 보며 담담하고
                      건조한 표정으로 칼을 겨누는데...!
                      사내의 칼날 앞에 치명적 위기에 몰린 산..!
                      산의 그 모습에서 엔딩.

.이산 

.영화 & 드라마 대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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