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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산 47

MBC 특별기획드라마

      이 산(李蒜)

                       제 47 부


#1. 도성 전경. 낮

                       사람들로 오가는 분주한 도성 전경.

#2. 주막. 낮

                       술을 마신 사내들 두엇이 막선에게 셈을 치르고
                       주막을 나서고 있다. 막선 '또 들러요' 인사하고 서둘러
                       평상의 술상을 치우는데...
                       그 때, 주막 안으로 사내 두 명이 들어선다.

막선 : (난처하다) 아이고, 오늘은 인제 장사 안하는데....
사내1 : 안 해..? 아니, 왜.
막선 : 오늘 홍살문에 죄인들이 끌려 나와서
       참수를 당한다잖아요?
       다 그거 보러 몰려갈테니, 나도 장사 접고 구경 나설라 그러지.
사내1 : 그래...? 그게 오늘이었나..?
사내2 : 몰랐어? 이따 미시에 줄줄이 끌려나와 목이 잘린다던데.
사내1 : (막선에게) 아, 그럼 얼른 국밥 두 개만 말아줘.
        후딱 먹고 우리도 가서 봐야 되니까.
막선 : 그럼, 금방들 일어나야 되요. 어?
사내1 : 알았소! 알았다니까.

                       사내들, 자리에 앉고 막선, 얼른 앞에 놓인 상을 치우는데.

#3. 도성 일각. 낮

                       사람들이 운집해 있는 홍살문 일각.
                       한 쪽에선 망나니가 칼에 물을 뿜으며 처형을 준비하고 있는데..
                       그 때, 막선이 서둘러 뛰어온다. 하지만 사람들이 너무 많다.

막선 : 아유...늦었네..좋은 자리 다 놓쳤어..

                       하는데, 그 때, 뒤에서 달호가 나타나 막선의 손을 잡아끈다.

달호 : 막선이, 일루 와, 일루.
막선 : (놀라서) 아..아니....
달호 : (앞으로 와서, 옆 사람에게) 나 알죠..? 좀 전에 자리 봐달라고....
사내 : (아, 안다며 고개 주억거리고 비켜주면)
달호 : (막선을 옆에 끌어 세우며) 내가 자네 자리까지 맡아놨네.
막선 : (싫지 않다) ..괘..괜찮은데...
달호 : (히죽, 웃는데)

                       그 때, 한 쪽에서 누군가 '왔다' 하는 소리가 들린다.
                       보면, 홍상범을 비롯한 죄인들이 형장으로 끌려오고 있는데.
                       사람들, 소리를 치며 죄인들한테 돌을 던진다.

달호 : (손가락질하며 거세게 욕한다) 에라! 이, 이 쳐죽일 놈들!
       육시를 할 놈들...! 껍데기를 벗겨서 삼발이에 데쳐 먹을 놈들..!
막선 : (흥분해서) 욕만 하면 돼? 돌을 던져야지, 돌을...
달호 : (좀 당황) 어..?

                       막선, 바닥에서 돌을 줍고..달호도 얼결에 돌을 줍는데..
                       달호, 작은 돌을 줍자..

막선 : 아이구, 그거 갖고 되겠어요?
       (커다란 돌멩이 턱, 쥐어주며) 이렇게 좀 큼직한 걸로 던져요...
달호 : (헉...!...) 아..아니. 그렇다고 어떻게 사람한테 도..돌을...
막선 : (흥분해서, 돌을 던지며) 에이. 천벌을 받을 놈들아..!
달호 : (어쩌지..하다가 작은 돌을 소심하게 던지고는...다시)
       주...죽어라....죽어라....이놈들아....

                       보면, 그렇게 흥분해서 소리를 치는 사람들 속...
                       홍상범을 비롯한 죄인들이 형장에 꿇려 앉혀지고..
                       망나니, 칼춤을 추며...참수를 준비하는데...
                       보면, 한 쪽에 송연과 초비, 미수 등 다모들과
                       이천, 탁지수 등이 나와 그림을 그리고 있다.
                       끔찍해하는 다모들의 표정..
                       그리고 착잡한 얼굴로 바라보는 송연.

#4. 도화서. 마당. 낮

                       이천, 탁지수와 초비, 송연이 돌아오고..
                       박영문과 강두치가 맞는다.

강두치 : 이제들 돌아오는가?
탁지수 : 예, 나으리.
박영문 : 그래..형장을 그리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일텐데...다들 애썼네..

#5. 동. 대화실. 낮

                       초비와 시비, 세모, 미수가 있고...
                       한 쪽에선 이천과 탁지수, 송연이 있다.
                       다모들은 이야기하고 이천 등은 한 쪽에서 그려온 그림들을
                       정리하고 있는데.

시비 : (겁난다) 정말, 목이 뎅강 잘려 나갔어요?
미수 : 말두 마! 얼마나 끔찍했는지 몰라.
세모 : 어뜩해? 다음엔 내가 가야 될텐데...
네모 : 다음에 참수가 또 있대요?
초비 : (OL)당연하지. 옥사에 잡혀온 사람들이 얼만데...
       이제 시작이야. 줄줄이 피 볼 일만 남았다구..
세모 : (OL)안돼. 난 못해. 사람 목 잘리는 걸 어떻게 봐....
초비 : (한심하다) 어떻게 보긴 뭘 어떻게 봐. 눈으로 보면 되지.
       하여간...유난은...

                       그 때, 한 쪽에서 이천이 송연에게...

이천 : 넌 괜찮았냐? 처음이라 놀랐을텐데.
송연 : 예...조금요....
이천 : 근데 어떨 거 같냐? 송연아.
       이번 형문이 얼마나 더 오래갈지 아는 거 없냐?
송연 : 나으리두...제가 그걸 어떻게 알겟어요?
이천 : 아니, 왜..
       그래도 넌 궐 윗분들과 줄이 있으니 뭘 좀 주워들었을 게 아니냐?
탁지수 : 뻔한 일을 송연이한테 물을 거 뭐 있나?
         지금 금상께서 대비마마까지 죽이려고 하는 마당인데.
         누군들 살려두겠어.
이천 : (놀라서) 뭐..? 대비마마를?
탁지수 : 자네 그 소문 못 들었나?
         왜...그 때문에 대비마마께서...자진을 하려 하셨대잖나?
송연 : ...!...

                       탁지수의 말에 술렁이는 사람들.
                       송연도 탁지수의 말을 듣고 놀라는데...

#6. 궐. 산의 서재. 낮

                       산이 홍국영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있다.

홍국영 : 미시에 죄인 홍상범과 이준태, 오인환, 민도식이 참수되었고
         정현준, 박춘석, 이영환은 각각 강화와 영천, 거제도로 유배되었습니다. 전하.
산 : 그래? 알겠네.
홍국영 : 그리고 이제 내일 나머지 죄인들에 대한 추국이 끝나는대로
         옥사에 있는 정후겸과 화완옹주, 홍인한.
         그리고....대비마마에 대한
         전하의 처결을 공표할 것이옵니다.
산 : (대비라는 말에 잠깐 멈칫, 그러다가 굳은 표정으로)
     가정당에 계신 마마의 용태는 어떤가?
홍국영 : 어의의 말론
         다행히 위급한 상황은 넘기었다 하옵니다. 전하.
산 : ........
홍국영 : (살피고)

                       보면, 산....안색이 착잡하게 굳어지는데...

#7. 궐. 일각. 낮

                       산이 남사초와 함께 가고 있다.
                       가다가 멈춰서서 뒤돌아보는 산.
                       산의 뒤로 의관과 의녀들이 탕약을 갖고
                       분주히 오가는 모습이 보이는데...
                       산, 표정이 굳어진다. 그 모습 보며 안타깝게 살피는 남사초.
                       그런 산의 위로.

어의 : 마마께서 극약인...부자를 음독하신 듯 하옵니다. 전하.

#8. 정순 처소. 낮

                       정순, 의식이 없는 상태로 누워있다.
                       보면, 강상궁과 나인들이 참담한 심정으로 곁을 지키고 있고
                       정순, 그렇게 얕은 신음을 내며...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비춰지는데...

#9. 사헌부 집무실. 낮

                       채제공, 홍국영이 있다.

채제공 : 생각할수록 참으로 기막힌 일이네.
         다행히 변고를 막긴 했지만...
         대비마마께서 자진을 하려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필시 전하의 전정에 큰 누가 될 것이 아닌가?
홍국영 : 제가 염려하는 것도 바로 그것입니다.
         내의원과 나인들의 입을 단속하긴 했지만
         새털처럼 가벼운 궐 안의 입을 어찌 다 막을 수 있겠습니까?
         이 사실이 궐 담을 넘어
         도성으로 퍼지는 건 시간 문제일 것입니다.
채제공 : 그래, 그리 되겠지...
홍국영 : (걱정이 어린다)
         그리고 이것이 마마뿐 아니라 혹,
         옥사의 다른 죄인들에게 살 길을 열어 줄 빌미가 되진 않을지....
         전 그것이 걱정입니다. 대감.
채제공 : 이 일이 저들한테 살 길을 열어줄 것이라니?
         그게 지금 무슨 말인가?

                       채제공, 당혹스런 얼굴로 보고...
                       홍국영....걱정으로 굳어지는데....

#10. 의금부 옥사 앞. 낮

                       초췌한 몰골의 홍인한이 옥에서 초조한 얼굴로 서성이며
                       밖을 내다보고 있는데...
                       그 때, 한 쪽에서 홍봉한이 군관 한 사람과 은밀히 오는데...

홍인한 : (이를 발견하고 넘 반가워서) .....혀..형님....!!
홍봉한 : (....!!....) 이 사람아.....
홍인한 : (으허헉...눈물을 쏟는다) 형..니임......
홍봉한 : (군관에게) 내가 여기 왔다는 건 절대 함구해야 할 것이네.
         알겠는가?
나장 : 예...대감...그럼, 대감 저는.... (뒷쪽으로 간다)
홍봉한 : 그러게..(하고는 착잡한 얼굴로 홍인한을 본다)
홍인한 : (흑흑..눈물을 쏟는데)

                        --시간경과--

홍인한 : 예에? 그...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형님.
         저한테 살 길이 열릴지도 모른다니요?
홍봉한 : 그래. 어쩌면 사람들을 움직여
         자네와 몇 사람의 목숨을 구명할 방도가 있을 것 같네.
         허니, 포기하지 말고 기다리란 말일세.
홍인한 : (...!!...OL) 혀...형님...!!
홍봉한 : (안타까운 얼굴로)
         쯧쯧...그러게 왜 이런 어리석은 짓을 했는가? 이 사람아.
홍인한 : (매달린다OL) 형님만, 형님만 믿겠습니다.
         어떻게든 목숨만 구명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아무래도 좋습니다.
         남은 평생을 유배지에서 썩어도 좋으니
         제발...제발.....목숨만은, 목숨만은..
         제발 살게만 해주십시오. 형님.
홍봉한 : (안타까움 어려 보고)
홍인한 : (눈물을 훔치며 절박하게 바라보는데)

#11. 동. 방 안(사가 방 전용). 낮

                            최석주, 홍봉한과 있다.
                            최석주, 사람들 이름이 써 있는 서찰을 보고 있다.
                            최석주, 굳은 얼굴로...가만...그러다가.

최석주 : 알고 계시겠지만...
         저는 이번 일에 주상전하의 편에 섰습니다.
         그런 제가 이 일에 동참하리라 생각하십니까?
홍봉한 : 그렇네.
최석주 : ...!...
홍봉한 : 자네가 전하의 편에 선 것은
         노론이 입을 피해를 최소한으로 막아내기 위해서지!
         허나, 이번 궐에 침입한 자객 사건으로 모두 허사가 될 마당이니
         어떤 방법이든 강구해야 할 것이 아니겠는가?
최석주 : ....!....
홍봉한 : 이번 대비마마의 일을 공론화한다면 방도가 있네.
         대비마마 문제를 잘만 부풀린다면
         오늘 역적들에게 돌을 던진 민심이
         내일은 인륜을 저버린 패악이라고 전하를 공격할 수도 있다네!
최석주 : ....!!....
홍봉한 : (절박하다) 나는 내 아우와 가문을 지켜야 하네.
         평생을 일궈온 일문에 참수를 당한 역적을 남길 순 없어.
         어떤가? 내가 자네를 도울테니 자네도 나를 도와주게!
최석주 : .....!!.....
홍봉한 : 성균관 유생들을 움직이는 건 내가 하겠네.
최석주 : 유생들을요?
홍봉한 : 대비마마 문제와 관련해서 유생들은 좋은 수단이네.
최석주 : ..
홍봉한 : 유생들이 들고 일어나면 효심이 깊으신 전하께선 결국
         물러설 수밖에 없으실게야!
홍봉한 : 내가 그들을 충동질할테니, 자넨 때맞춰 편전회의에서
         중론을 모아 주상전하를 설득하기만 하면 되네.
최석주 : ....

                            홍봉한, 결연한 얼굴로 최석주를 보고.
                            최석주, 갈등이 어리는 얼굴로 종이에 적힌 것을 내려다보는데...

#12. 집경당. 밤

                            영조의 영상(靈像)이 안치된 곳.
                            보면, 산이 굳은 얼굴로 그 곳에 서서 상념에 잠겨 있는데.

산 : (마음의 소리) 대비마마께서...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하셨사옵니다.
     알고....계시옵니까? 전하.

                            산, 착잡해지는 얼굴....

산 : (마음의 소리.E) 고통스러우셨겠지요...
     살아남아 폐서인이 되는 치욕을 겪느니
     차라리 숨을 끊는 길을 택하려 하신 것이겠지요.
     (고통스럽게) 허나, 그럼에도 소손은...
     멈춰선 아니 된다 믿고 있사옵니다. 전하.
     그것이 임금인 소손이 해야 할 일이라 믿고 있사옵니다.
     소손이 옳은 것이옵니까? 전하.

                            산, 아프고 힘든 얼굴로 영조의 영상을 바라보고...
                            그런 산의 시선에..영조의 영상이 가득...들어온다.

#13. 대전 앞. 밤

                            효의, 대전 앞에서 남사초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효의 : 그래...? 전하께서 선대왕마마의 영상이 안치된
       집경당에 들어계신단 말인가?
남사초 : 예. 마마. 저녁 수라도 거르시고, 쭉 그 곳에 납셔 계시옵니다.
효의 : .......

                            효의, 걱정이 어리는데....
#14. 동. 일각. 밤

                            효의와 김상궁이 걸어온다.

김상궁 : 대비마마의 일로, 주상전하의 심기가 불편하신 듯 하옵니다.
         다른 분도 아닌
         왕실의 최고 어른께서 자진을 하려 하셨으니
         왜 아니시겠습니까?
효의 : (멈칫, 본다) 자네가 그 일을 어찌 아는가?
김상궁 : 어찌 알긴요? 이미 궐 안에 모르는 사람이 없는걸요...
효의 : (휴..걱정이다) 큰일이네...
       이 일이...필시 전하께 공연한 누가 될 지도 모르네....

                            효의, 걱정이 어린 얼굴로 시선을 돌리는데...
                            그 때, 한 쪽에서 송연이 오는 것이 보인다.

효의 : 잠깐..기다리거라.
김상궁 : (멈칫, 보면)

                            그 때, 오던 송연...효의를 발견한다.
                            송연, 얼른 다가와 예를 표하는데...

송연 : 중전마마.
효의 : 오랜만에 보는구나. 헌데, 네가 이 시각에 궐엔 어인 일이냐?
송연 : .......

#15. 효의 처소. (혜빈 처소 전용). 밤

                            효의, 송연, 김상궁, 있다.

효의 : 그래....단청공으로 위장한 살수 때문에 불려 들어온 것이로구나.
송연 : 예. 마마. 처결을 앞두시고
       홍집의 나리께서 마지막으로 확인해야 할 것들이 있다 하셔서요.
효의 : 혹, 이번 일로 도화서가 많이 난처해진 것이냐?
송연 : 아닙니다. 다들 아무 연관이 없으니
       큰 일은 없을 것이라 들었습니다. 마마..
효의 : 그래도 사안이 위중하니
       책임을 아주 면키는 어려울 것이다.
       혹, 어려운 일이 있거든 내게 말하거라.
송연 : (고맙다, 밝게 웃으며) 망극하옵니다, 마마. 망극하옵니다.
효의 : (가만 보다가) 도화서의 일이라면
       늘 그렇게 얼굴에 화기가 도는구나..
송연 : (보고) 예에?
효의 : 언젠가 내 처소에 들인 병풍을 설명할 때도
       그런 얼굴이었다.
       꼭 지금처럼 환하고 아주 생기가 넘쳐 보였지.
송연 : ....!....
효의 : 이런 네가 그림을 그리지 못하게 된다면
       어찌될 지 모르겠구나...
       궐 안의 법도가 지엄하니
       입궁을 하게 된다면 지금처럼 마음껏 하기는 어려울 것인데.....
김상궁 : (무슨 말씀이신가, 멈칫)
송연 : (의아하다) 마마...
       그게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효의 : (이내 미소지으며 담담히) 아니다.
       그림을 그리지 않는 네 모습이 어떨지
       상상이 되질 않아 해 본 소리니 마음에 담지 말거라.
송연 : ...!...

                            보면, 김상궁, 뭔가 짐작이 되는 얼굴로 확 굳어지고.
                            송연, 무슨 말인가 싶어 보는데...

#16. 동. 앞. 밤

                            송연, 천천히 걸어 나온다. 그런 송연의 위로.

효의 (소리.E) 궐 안의 법도가 지엄하니
     입궁을 하게 된다면 지금처럼 마음껏 하기는 어려울 것인데...

                            송연, 그 말이 무슨 뜻인가...당혹스런 얼굴로 가만
                            효의의 처소를 돌아보는데...

#17. 효의 처소 안. 밤

                            효의, 김상궁, 있다.

김상궁 : 마마. 입궁이라니요?
         설마 기어이 저 계집을 후궁으로 들어앉히실 작정이십니까?
효의 : 전하께서 보위에 오르셨네.
       전하의 전정을 위해서도
       왕실의 후사를 보는 것이 시급한 일이야.
김상궁 : 마마! 당치 않으십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후궁 간택령을 내리십시오.
         도성에 세도가의 규수들이 차고 넘치는데
         어찌 저런 천한....(하는데)
효의 : (엄하게 OL) 김상궁, 말을 삼가하게.
       송연이는 누구보다 예와 기품이 곳곳한 아이야.
김상궁 : ...!...
효의 : 그리고 무엇보다
       전하께서 마음으로 아끼시는 아인데
       어찌 세도가의 규수에 비하겠는가?
       나는 이미 마음을 정했고 그 방도도 이미 찾아두었네.
       허니, 얼마 후 궐이 평온해지면 전하를 뵙고 말씀드릴 것이야.
김상궁 : (...!!...) ....마마...!
효의 : (마음을 굳힌 결연한 얼굴인데)

#18. 의금부 옥사 외경. 밤

#19. 동. 옥사 안. 밤

                            화완이 상하고 초췌한 몰골로 망연히 앉아 있다.
                            그 때, 보면...밖에서...
                            '됐으니 이만 물러가 보거라' 하는 목소리가 들리는데..
                            화완, 초점 없는 눈으로 맥없이 돌아보다가...
                            순간, 멈칫한다. 보면, 그 곳에...혜경궁이 와 있는데....
                            화완, 놀라는 얼굴.
                            보면, 혜경궁, 담담한 얼굴로 그런 화완을 보고...
                            이내 옥사 안으로 들어서는데.
                            화완, 당혹스럽고 모멸감 어린 얼굴로 외면한다.

혜경궁 : (착잡한) 많이 상했소.......옹주.
화완 : (....!!....) ...무엇입니까?
       내 이런 꼴을....구경이라도 하러 오신 겁니까?
혜경궁 : .......
화완 : 왜요? 그래야 속이 시원하실 것 같았습니까?
       제 이런 꼴을 보니 이제 후련하십니까?
혜경궁 : ......옹주....
화완 : 돌아가십시오.
       이만하면 실컷 보셨을테니, 그만 가시란 말입니다.
혜경궁 : .......
화완 : .........
혜경궁 : 그래요....내 옹주의 참담한 얼굴을 보려고 왔습니다.
         옹주의 말대로 이 모습을 봐야
         후련할 거 같아서요.
화완 : ...!...
혜경궁 : 헌데, 아닙니다.
         생각처럼 그리 마음이 편칠 않아요.
         내 그토록 원하던 일이었지만
         막상 이런 꼴을 하고 있는 옹주를 보니
         그저 옹주가 한 일이 한스럽고
         또 내가 품은 원망이 다 무엇이었나 속절없을 뿐입니다..
화완 : ....!....
혜경궁 : 비록 폐서인은 되겠지만...
         옹주는 옹주의 예우를 받아 목숨만은 보존할 것입니다.
         허니...남은 여생을 부디 속죄하며 살아가세요.
         그리하면 옹주의 마음이나마 편해질 것이니....
화완 : .....!.....
혜경궁 : (착잡하게 보다 돌아서려는데)
화완 :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려 오기 부린다)
       속죄요? 내가 무엇을요?
       나는 빌 것도, 속죄할 것도 없습니다.
혜경궁 : ....
화완 : 고작 그런 잘난 척을 하러 오셨습니까?
       속죄해라! 그러면 용서받을 것이다?
혜경궁 : .....!.....
화완 : 아니요. 나는 아무 일 없었던 듯이 여기서 걸어나갈 것입니다.
       저 뿐이 아니지요.
       옥사에 갇힌 이 모두가 그리될 것이에요.
혜경궁 : 옹주...!
화완 : (오기가 서려) 모르고 계셨습니까?
       다른 분도 아닌 마마의 아버지이신 홍봉한 대감이 나서서
       우릴 구명하고 계시질 않습니까?
혜경궁 : ....!....뭐...뭐라구요?
화완 : 이제 아시겠습니까?
       궐 안 어디에도 주상전하의 편은 없습니다.
       이것이 지금의 주상전하이십니다..
       이것이 지금 주상전하의 처지시란 말입니다.
       우리가 사라진다고 전하의 전정이 열릴 것이라 생각하셨습니까?
       천만에요.
       우리가 흘린 피가 마르기 전에
       주상전하께서도 피를 흘리며 쓰러지게 될 것이에요!
혜경궁 : .....!!.....

                            혜경궁, 충격을 받은 얼굴로 싸늘해지고...
                            화완, 그런 혜경궁을 지지 않으려는 악다구니를 담은
                            눈빛으로 쏘아보는데...

#20. 동. 옥사 밖. 밤

                            혜경궁, 떨리는 얼굴로 나온다.
                            이상궁이 그런 혜경궁에게 다가와

이상궁 : 마마, 괜찮으시옵니까?
혜경궁 : 당장 사가의 아버님을 모시고 오너라!
이상궁 : 마마. 이 시각에 말씀이시옵니까?
혜경궁 : 뭣하고 있는게냐! 당장 모셔오라지 않느냐?
이상궁 : ...!...예에.
혜경궁 : (떨려오는데)

#21. 혜경궁 처소. 밤

                            혜경궁, 홍봉한, 있다.

혜경궁 : (앉으며) 말씀해보세요. 대체 무슨 일을 하고 계신 것입니까?
홍봉한 : 마마....
혜경궁 : 제가 처소만 지키고 있으니
         아무것도 모를거라 생각하셨습니까?
         그래서 숙부님으로도 모자라
         아버님까지 이러시는 것입니까?
홍봉한 : (....!!....) 주..죽여주시오소서. 마마..
         소신은 다만....아우의 목숨이라도 구명해보고자...(하는데)
혜경궁 : (OL) 아버지!
홍봉한 : .......
혜경궁 : 아버님께서 어찌 이러실 수가 있습니까?
         대체, 대체 주상을 어찌 보시려구요?
         어서 말씀하세요.
         대체 무슨 일을 꾸미고 계시는 것입니까?
홍봉한 : (괴롭다)
혜경궁 : (잔뜩 노여운 얼굴로 보는데)

#22. 산의 집무실(영조 때). 밤

                            산, 남사초가 있다.
                            서탁 위에 엄청난 양의 상소가 쌓여져 있고.
                            산, 상소 하나를 읽다가 서탁에 탁..하고 내려놓는다.
                            산의 얼굴이 참혹하게 굳어지는데...

산 : 인륜과 천륜을 저버린 패악무도한 처사라.....
남사초 : 전하...
산 : 모두가 같은 말들을 떠들어대고 있군...
     모두가 한 목소리로....
     내가 임금이 되자마자
     전횡을 휘두르고 종사를 파탄낸다 떠들고 있어....

                            남사초, 참혹해하며 어쩔 줄을 모르고...
                            산, 참담한 마음을 달래려는 듯...입술을 깨무는데..

#23. 주막 앞. 낮

                            대수, 강석기, 서장보, 주막 쪽으로 오는데.
                            막선, 밖에서 말린 시래기를 들고 급히 주막으로 들어가다가
                            대수를 본다.

막선 : 조카...이 시간에 어쩐 일이야?
대수 : 아주머니가 저 걱정되서 집까지 찾아 오셨다길래
       일부러 왔죠.
서장보 : 오늘 한 잔 거하게 팔아드리겠습니다.
막선 : 아휴...근데 이를 어째? 오늘은 자리가 없는데...
대수 : 예에?

                            막선, 고갯짓으로 주막을 가리키고.
                            보면, 주막의 평상이고 봉놋방이고 유생들이 가득하다.
                            삼삼오오 모여앉아 심각하게 얘기를 하고 있고.
                            강석기, 서장보, 대수, 깜짝 놀라는데.

대수 : 이게 다 뭡니까?
막선 : 몰랐어..? 여긴 유도 아니야...
       지금 흥인문 앞에 유생들이 쫙 깔렸어...

                            강석기, 서장보, 대수, 무슨 일인가 싶어 당혹스러운데.

#24. 도성 일각. 낮

                            대수와 강석기, 서장보, 급히 달려와 본다.
                            흥인문 앞에 유생들 수십여 명이 모여있다.
                            모두 통촉하여 달라며 읍소하고 있는데..
                            그 광경에 당혹감이 번지는 세 사람....

#25. 대전 앞. 낮

                            남사초, 박상궁 등 앞에 있고.
                            홍국영과 채제공이 급히 온다.

채제공 : 전하께선 안에 계신가?
남사초 : 방금 서재로 가셨습니다.
         헌데, 무슨 일이십니까...
홍국영 : (....!....) 큰일났습니다.
         아무래도 일이 커질 듯 싶습니다...
남사초 : 일이 커지다니...그게 무슨 말인가?

                            남사초, 당혹스런 얼굴로 보고.
                            홍국영과 채제공의 표정, 굳어지는데...

#26. 궐. 산의 서재. 낮

                            산, 홍국영, 있다. 산, 놀란 얼굴이다.

산 : 자네 지금 뭐라 했나?
     진천과 원산의 유생들이 흥인문 앞에 모여있다니?
홍국영 : 그뿐이 아니옵니다, 전하.
         충청 일대의 유생들 또한 계속해서 도성으로 올라오고 있습니다.
산 : ...!!...
홍국영 : 대비마마께서 자진하려 하셨던 일이
         저들에게 빌미가 된 것입니다.
채제공 : 저간의 사정을 전혀 모르는 그들은 대비마마와 관련하여
         처결이 지나치다며 그 부당함을 성토하고 있사옵니다. 전하.
산 : ...
홍국영 : 저들은 대비마마 건을 이용하여 이번 처결을 뒤집으려
         술수를 쓰고 있는 것입니다. 전하!
산 : .....!!.....

                            산, 충격이 어린다. 기막히고 당혹스러워 어쩔 줄 모르겠는데...

#27. 동. 방 안. 낮

                            어둡고 음침한 방 안.
                            보면, 그 안에 핏기 없이 파리한 얼굴의 정순이...
                            죽은 듯...시체처럼 누워있다.
                            초점 없이 공허한 시선이 천장에 꽂힌 채...
                            눈동자조차 움직이지 않는 정순.
                            그렇게 죽음처럼 무서운 적막이 처소 안을 감돌고 있는데...
                            그 때, 밖에서 강상궁이 '마마, 강상궁이옵니다.' 한다.
                            정순, 그러나 역시 눈동자에 미동조차 없는데...
                            이윽고 안으로 들어서는 강상궁.

강상궁 : 마마....알고 계시옵니까?
         지금 재야의 노론들과 유생들이....
         마마를 구명하러 나섰다 하옵니다..
         이번 일로 모두들 주상전하의 가혹한 처사를
         앞다퉈 읍소하고 있다 하옵니다. 마마.
정순 : .......
강상궁 : 마마. 이제 마마께서 살 길이 열리셨습니다.
정순 : .......
강상궁 : 마마! 소인의 말을 듣고 계시옵니까?

                            강상궁, 안타깝게 보지만...
                            그러나 정순,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28. 동. 사헌부 집무실. 낮

                            홍국영과 대수, 석기, 장보가 있다.
                            다들 격분하고 흥분한 얼굴인데...

대수 : 왜 이러고 계십니까? 나으리.
       지금이라도 당장 군사를 끌고 나가
       저 정신나간 유생들을 잡아들이십시오.
서장보 : 금군이 아니면 저희라도 나설 것이니
         제발 허락만 해 주십시오. 나으리.
강석기 : 맞습니다. 두고 볼 일이 아닙니다...
         이대로 두었다간 민심까지 흔들릴 것입니다...
홍국영 : (답답하고 화가 난다) 자네들까지 답답하게 왜 이러는가?
         이건 그리 대처할 일이 아니야!!
대수 : 나으리...?!
홍국영 : 이미 도성엔 모든 말들이 퍼졌네.
         아무것도 모르는 유생들은
         전하께서 대비마마를 추국해 자진까지 하게 했다 믿고 있어.
         이럴 때, 무력을 써...저들을 진압해 어쩌겠다는 것인가?
         그리되면, 전하께선
         지난날, 인목대비를 몰아낸 폭군 광해군과 다를 바 없다는
         오명을 쓰게 되시네.
         알겠는가? 그리되면 순식간에 민심이 흔들리고
         저들은 그것을 이용해
         지난날 광해군을 몰아냈듯..그렇게 주상전하의 보위를 흔들수도 있단 말이네.
다들 : ....!!!....
홍국영 : 내가 생각이 짧았네.
         이런 일이 있을 줄 예상했어야 했는데...

                            홍국영, 원통하고 답답하고...
                            홍국영의 말에 모두들....걱정이 어리는데...

#29. 궐 밖. 밤

                            밤이 늦도록 떠날 줄 모르는 유생들.
                            그 수는 낮보다 더욱 많고...
                            보면, 백성들, 몰려나와 수군거리며 그 광경을 지켜보며..
                            '대비마마께서 추국을 견디다 못해 자진을 하려 하셨다네.'
                            '세상에...어찌 그럴수가 있나.' 하며 웅성거리는데....

#30. 의금부 옥사 안. 밤

                            옥사 안까지 유생들의 읍소가 들린다.
                            보면, 홍인한과 갇힌 죄인들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홍인한 : 이 소리가 들리십니까?
         이제 됐습니다. 이젠 우리한테도 살 길이 열릴 수도 있습니다...

                            홍인한, 흥분해서 어쩔 줄 몰라하고...
                            다들 그 말에 웅성거리며 화색이 깃드는데...
                            보면, 구석진 곳 한편에 있는 정후겸.
                            입가로..싸늘한 냉소가 번진다.

정후겸 : ...공연한 일에 진을 빼지들 마십시오.
         이런다고 결국 달라질 것은 없을테니...
홍인한 : 뭐? 아니, 달라질 게 없다니...그게 무슨 말인가?
정후겸 : 주상전하는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입니다.
         대비마마를 치려했을 땐
         이미 이만한 일쯤은 각오했을 것이란 말입니다.
홍인한 : (듣고싶지 않다) 대전에 자객을 들이자 한 것은 자네니
         자네야 별 도리가 없겠지.
         허나, 우린 다를걸세.
         대비마마와 우린 살아남을 것이니 두고보란 말이야.
정후겸 : (씁쓸한 냉소가 번지는데)

#31. 산의 집무실. 밤

                            굳은 표정으로 상념에 잠긴 산....착잡하고..

#32. 정순 처소. 밤

                            어두운 정순의 처소.
                            정순, 창백한 얼굴로 홀로 앉아....있다.
                            그런 정순의 위로...

강상궁 (E. 소리) 지금 재야의 노론들과 유생들이
       마마를 구명하러 나섰다 하옵니다.
       마마, 이제 마마께서 살 길이 열리셨습니다.

                            보면, 서늘한 정순의 얼굴...
                            그런 정순의 입가로 알 듯 말 듯한 허망한 냉소가 번지는데...

#33. 빈청. 낮

                            최석주, 들어오는데.
                            노론 중신들이 모여서 웅성거리고 있다.

중신3 : 통문 받으셨습니까, 대감...
        주상전하께서 유시에 편전회의를 여신다 합니다.
최석주 : 받았소.
중신4 : 예판께서는 어찌 하고 계십니까?
최석주 : 우리와 뜻을 함께 하실 것이오.
         허니, 다들 그 자리에서
         반드시 이번 일을 상달해야 함을 유념하시오.

                            중신들, 모두 '알겠다.'며 고개를 주억거리고.
                            최석주, 굳은 얼굴로 본다.

#34. 궐 일각. 낮

                            산, 굳은 얼굴로 남사초, 박상궁과 나인들을 이끌고 간다.

#35. 편전. 낮

                            최석주, 홍봉한, 채제공, 홍국영을 비롯한
                            중신들, 모두 자리에 앉아있고.
                            다들 긴장어린 얼굴인데.
                            그 때, '주상전하 납시오' 하는 소리가 들린다.
                            이내 안으로 들어와 어좌에 앉는 산.
                            굳은 표정으로...중신들을 내려다보고.
                            편전에 긴장이 감도는데....이윽고 이들을 바라보던 산..

산 : .....내게 할 말이 많은 얼굴들이군요.
다들 : ....!....
산 : 그래, 하고싶은 말이 무엇입니까?
     그 입들에서 무슨 말들이 쏟아져 나올 지
     어디 한 번 들어봅시다..

                            산, 매서운 눈빛으로 이들을 내려다보고..
                            최석주를 비롯한 모든 이들의 얼굴에..
                            두려운 긴장이 서리는데..

#36. 정순 처소. 낮

                            정순이 당의를 입고 있다.
                            그 때, 안으로 강상궁이 들어오다가 소스라치게 놀라는데...

강상궁 : 마마! 무...무엇을 하고 계시는 것이옵니까?
정순 : ........
강상궁 : 마마...

                            그러나 정순, 대답 없이 형형한 눈빛을
                            빛내며 머리에 장식물을 꽂아넣고..

#37. 편전. 낮

                            산과 중신들이 있다.

산 : (끓어오르는 노기를 누르며)
     그래서 무엇입니까?
     경들도 이 기막힌 상소처럼 내 모든 처사가 가혹하다는 것이오?
중신3 : 아뢰옵기 망극하오나 전하.
        이미 역모를 주도한 죄인 아홉이 사사되었고
        이로 인해 삭직된 자 또한 서른 명이 넘사옵니다.
        헌데도 아직 의금부에 갇힌 죄인들이
        수십에 이르니 어찌 과함이 없다 할 수 있사옵니까?
산 : 저들은 모두 임금을 시해하려 한 대역죄인이오!
     대역죄인을 대역죄로 다스리는 것에 어찌 과함이 있단 말이오?
     허면, 공판께선
     저들의 죄가 대역이 아니란 말씀이오?
중신3 : 전하. 소신의 말은 그것이 아니옵고..(하는데)
최석주 : (OL) 허면, 가정당에 계신 대비마마의 일은 무엇이옵니까? 전하.
산 : (멈칫, 본다)
최석주 : 지금 도성엔
         추국의 참담함을 이기지 못한 대비마마께서
         자진을 하려 하셨다는 흉흉한 말이 떠돌고 있사옵니다.
산 : ....!!....
최석주 : 전하. 진정 대비마마를 추국하시고
         그로 인해 마마께서 자진하려 하신 것이 사실이옵니까?
산 : 대비마마께서 지난날 선대왕마마를 기망하고
     국본인 나를 시해해 종사를 능멸하려 했소.
     이미 나도, 경들도,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 아니오..!
최석주 : 허나, 그렇다 하여
         왕실의 어른이신 대비마마를 추국하고
         자진으로 몰아가신 것에 대한 변명이 될 순 없습니다. 전하.
산 : ....!....
최석주 : 이 나라 조선은, 공맹의 도위에 세워진 나라이옵니다.
         헌데, 만백성의 어버이이신 전하께서...
         이처럼 참담한 처사를 일삼으신다면....
         어찌 무지한 백성들에게 효를 가르치고...
         어찌 저들에게 충심을 가르치실 수 있겠사옵니까?
산 : (OL) 닥치시오. 이판!!
최석주 : ...!!!...
모두들 : ...!!!...
산 : 대비마마의 일은 마마 스스로의 문제요.
     이 일과는 아무 연관이 없소.
     허니, 대비마마의 일은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마시오.
     더구나 그 일로 권당을 하고 있는 유생들은 내 단호히 처리할 것이니
     경들은 그리 아시오.
중신1 : 하오나 전하!!
산 : 또한, 나는 모든 것을 국법에 따라 합당한 처결을 하고 있소.
     이번에 거병범궐과 연관된 대역죄인들은
     그 어떤 이유로도 용서할 수 없을뿐더러 그에 합당한 벌로
     엄중히 단죄할 것이오.
     그러니 더 이상 이 문제를 거론치 마시오. 아시겠소?
최석주 : (놀라며) 하오나 전하.
모두들 : .....!!.....

                       산, 노여움에 얼굴이 굳어지고...
                       대전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데....바로 그 때.
                       '전하.....대비마마께서 입시이옵니다...' 하는
                       내관의 소리가 들리는데.
                       순간, 대비라는 말에 모두들 놀라고 당혹해한다.
                       산, 당혹한 얼굴로 멈칫..보는데...
                       보면....창백한 얼굴로 강상궁의 부축을 받으며
                       편전 안으로 들어서는 정순...!
                       산, 그런 정순을 경악한 얼굴로 보는데...

정순 : (강상궁의 팔을 놓으며) 됐다...물러서거라..

                       강상궁, 물러서면...
                       정순, 담담한 표정으로 산을 바라보는데...

산 : (당혹) ..대비마마.
정순 : (가만, 산을 본다. 그러다가) 주상, 내명부가 편전에 나와 심히 송구합니다.
       허나....나로 인해 궐에 분란이 일었단 말을
       듣고 차마 가만있을 수 없어 이리 편전까지 걸음을 하였습니다.
산 : ....!!....
정순 : ........

                       정순의 말에...일순 긴장되는 편전.
                       무슨 일인가...다들 당혹한 표정으로 바라보는데...
                       정순, 그들을 담담하게 본다. 그러다가 이내..

정순 : 이판.
최석주 : (멈칫, 보면)
정순 : 내....밖에서 듣자하니
       나조차 알 수 없는 참으로 괴이한 말이 들리더군요.
최석주 : (당혹) 마마...?
정순 : 내가 추국을 받고 자진을 하려 했다니....
       대체 이판께선 어디서 그런 말씀을 전해 들으신 것입니까?
최석주 : ...마마!!...
산 : ....!!....
정순 : 어디서 어떻게 그런 말이 와전된건진 모르겠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오.
다들 : .....!!!.....
정순 : 내가 며칠 혼절하여 의식을 잃은 것은
       사가에서 들여온 약을 잘못 들어 그런 것이었소.
       헌데, 자진이라니요?
       선대왕전하의 국상 중인 때,
       대비인 내가 어찌 그런 불경한 짓을 할 수 있단 말이오?
산 : ....!!....
최석주 : ...!!...
정순 : 또한, 추국이라니? 그런 일은 없었소.
       주상께선 죄를 받아 마땅한 나를
       오히려 불편함 없이 지낼 수 있도록 살펴주고 계시오.
       주상의 성은이 이처럼 망극한 마당에
       어찌 그런 참담한 언사를 입에 담는 것이오?
다들 : .....!!.....
정순 : 내 이 자리에서 경들에게 똑똑히 고하겠소.
       궐 안팎에 떠도는 말들은
       모두 금상을 모해하려는 자들이 꾸며낸 거짓이오.
       허니, 다시는 이처럼 참담한 언사로
       조정을 어지럽히지 마시오. 아시겠소?
다들 : ....!!....
산 : ...!!!...

                     보면, 정순...매서운 눈빛으로 중신들을 보고...
                     이어 시선을 돌려 산을 바라보는데...
                     그런 정순을 바라보는 산...당혹감에 어쩔 줄을 모르는데..

#38. 편전 앞. 낮

                     중신들, 충격 속에 웅성거리며 모여있고..
                     그 속에 최석주와 홍봉한이 있다..

홍봉한 : (기막히다) 이게 대체 어찌된 일이오? 이판!
         다른 분도 아닌 대비마마께서 나서서
         이 일을 덮고 가시려 하다니요?
최석주 : (굳은)
홍봉한 : (허허. 참..) 내 불충을 저지르면서까지
         아우를 구명하려 했건만....
         틀렸소. 이젠, 다 틀렸단 말입니다.
최석주 : ....!....

                     홍봉한, 당혹감에 어쩔 줄 모르고,
                     정순의 의중을 알 수 없는 최석주,
                     굳어진 표정으로 돌아보는데....

#39. 정순 처소 안. 낮

                     정순, 강상궁의 부축을 받으며 자리에 앉는다.

강상궁 :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마마...
         편전에선 어찌 그 같은 말씀을...(하는데)
정순 : (OL) 그 입, 다물거라! 지금은 아무 말도 듣고싶지 않다.
강상궁 : ....!....(조아리고)
정순 : .........

                     정순, 가만...앉은 채...눈빛을 빛내고...

#40. 산의 집무실. 낮

                     산, 역시 정순의 의중을 알 수 없어...
                     당혹스러운 얼굴인데...
                     보면, 그 곁엔 홍국영이 서 있다.

홍국영 : 전하...

                     산, 가만 그러다가 마음을 다잡고 교서를 내밀며.

산 : 이 일은 내가 처리할 것이니
     자네는 죄인들에 대한 처결을 공표하게..
홍국영 : 예, 전하...

                     홍국영, 교서를 들고 나가고.
                     홀로 남은 산, 굳은 얼굴로 생각에 잠긴다.

#41. 의금부 옥사 마당. 낮

                     홍인한, 정후겸 등 옥사의 죄인들이
                     의금부 나장들에 의해 모두 끌려나오고 있는데
                     홍인한을 비롯한 죄인들의 얼굴엔 불안이 서려 있고....

#42. 추국장. 낮

                     죄인들이 모두 끌려나와 추국장 가운데 꿇려 앉혀지고.
                     그 앞에 채제공, 홍국영, 선다.
                     공포에 벌벌 떠는 홍인한과 죄인들.
                     정후겸, 체념한 듯 담담한 모습인데.

홍국영 : (교서를 읽는다) 병신년 신축일, 죄인 이태석은 직을 파하고,
         고금도로 유배 후 사사를 명한다!

                     중신1, 경악하는 얼굴인데.
                     나장들에게 가차 없이 끌려 나가고.

홍국영 : 죄인 오인철은 직을 파하고
         강화로 유배 후...사사를 명한다...!
중신2 : (고개를 떨구고..)
홍국영 : 죄인 홍인한은 직을 파하고,
         여산에 유배 후 사사를 명한다!
홍인한 : ....!!!....

                     홍인한, 이럴 순 없다, 뭔가 잘못됐다, 발악하며 끌려나가고...
                     그리고 이내...홍국영, 정후겸의 앞에 선다.
                     두 사람, 서로를 보는 시선. 그러다가 홍국영..이내.

홍국영 : 병신년 신축일........죄인 정후겸은 직을 파하고
         경원에 유배 후......사사를 명한다!
정후겸 : ....!....
홍국영 : 병신년 신축일, 죄인 김귀주는 흑산도에 유배시킨다!
김귀주 : ....마마..

                     홍국영, 굳은 표정으로 정후겸을 보고...
                     정후겸, 흔들리지 않는 얼굴로 이를 감내해내는데....

#43. 도성 일각. 낮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는 가운데...
                     홍봉한, 정후겸 등 여러 죄인들이 수레를 타고 귀양을 간다.

#44. 일각. 낮

                     소복을 입고...허름한 초가 앞에 멈춰서는 화완.
                     그 옆에는 지키는 금군과 곽상궁이 있을 뿐인데...
                     주변이 온통 가시로 울타리가 쳐진 곳...
                     그 곳을 보는 화완의 위로....

홍국영 (소리) 죄인 화완옹주는 폐서인하여, 서녀로 강등하고
       교동에 위리안치를 명한다.

                     마당 가운데 홀로 선 화완옹주.
                     그대로 주저앉더니 이내 서럽게 눈물을 쏟아내는데...
                     카메라...그런 화완의 모습에...천천히 멀어지며..암전된다.

#45. 궐 전경. 밤

                     한바탕 회오리가 휩쓸고 간 궐 뜨락으로...
                     스산한 바람이 불어..괴괴한 적막을 더하고 있다.

#46. 정순 처소 외경. 밤

                     역시 교교한 정적에 쌓인 정순의 처소 앞.
                     강상궁과 나인 몇이 그 앞을 지키고 있는데...

#47. 동. 안. 밤

                     정순이 담담한 얼굴로 탕약을 마시고 있다.
                     이내, 탕약 그릇을 내려놓는 정순. 그리고는...

정순 : 그래서 무엇입니까?
       어찌하여 편전에 들어 그 같은 말을 고했는가?
       내 진위를 묻는 것입니까?

                     보면, 정순의 앞으로 최석주가 있는데...

최석주 : .......
정순 : (냉소가 어린다) ..못 뵌 사이...많이 아둔해지신 모양입니다. 이판.
       어찌 그런 뻔한 것을 물으십니까?
최석주 : 마마...(하는데)
정순 : (OL) 살고자 그런 것입니다.
최석주 : .....!!.....
정순 : 진위 따윈 없습니다.
       나는 진심으로 금상의 충복이 되어
       금상의 발에 엎드릴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편전에 든 것이에요.
최석주 : (....!!!....) 마...마.....?!
정순 : 한 번 죽어보니 알겠더군요. 이판.
       살아남는 것보다,
       끝까지 살아남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최석주 : ....!!....
정순 : 나는, 이 자리를 지키고
       이 자리에서 끝까지 살아남을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금상의 충복이 되야 한다면...예...그래야지요...
       죽으려고 못할 짓이 없는데
       살기 위해 못할 짓이 있겠습니까?
최석주 : ....!!....
정순 : 허니, 앞으론...이리 나를 찾는 일도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이판.
       내 금상에게 공연한 일로
       이런 내 진심을 오해받고 싶진 않으니까 말이에요..
최석주 : ....!!....
정순 : (형형한 눈빛을 빛내며 보는데)

#48. 궐 일각. 밤

                        산이 굳은 얼굴로 상념에 잠겨 있다.
                        그런 산의 위로...

정순 : (E) 내 이 자리에서 경들에게 똑똑히 고하겠소.
       궐 안팎에 떠도는 말들은
       모두, 금상을 모해하려는 자들이 꾸며낸 거짓이오.
       허니, 다시는 이처럼 참담한 언사로
       조정을 어지럽히지 마시오. 아시겠소?

                        산, 다시 생각해도..그런 정순의 의중을 이해할 수 없다.
                        무엇인가..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그 때, 한쪽에서 오는 홍국영, 그런 산을 바라본다.
                        홍국영, 굳은 표정..그러다 이내 뭔가 결심한 얼굴로.

홍국영 : 전하...
산 : (돌아본다)
홍국영 : .......

#49. 궐 서재. 밤

                        산이 홍국영과 있다. 산, 홍국영의 말에 경악한 얼굴이다.

산 : 자네, 지금 그게 무슨 말인가?
     대비마마에 대한 처결을 미뤄야한다니?
홍국영 : 아뢴 그대로입니다. 전하.
         지금 대비마마에 관한 처결을 결정하시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옵니다. 허니, 이를 물려주시옵소서.
산 : 이보게, 홍집의..(하는데)
홍국영 : (OL) 전하께서 무어라 말씀하실지 소신 알고 있사옵니다.
         소신 또한, 이런 주청을 드리는 것이
         가슴이 터질 듯 고통스럽습니다.
         허나, 전하께서 보위에 오르신지 이제 채 한 달도 되지 않았습니다.
         이런 때, 선대왕전하의 정비를 내쳤다는 오명을 안고
         가시는 것은 전하의 전정에 누가 될 뿐이옵니다.
산 : (OL) 그만하게.
     내 그것을 두려워했다면 일을 여기까지 몰고 오지도 않았을 것이네.
     모르겠는가?
     내 끝내 선대왕전하의 교서를 시행하지 않았던 것은
     이 일을 내 손으로 끝내야 했기 때문이네.

홍국영 : 알고 있습니다. 소신, 어찌 그것을 모르겠습니까?
         허나, 대비마마께선 정치를 하셨습니다. 전하.
         하오니 전하께서도 정치를 하셔야 하옵니다.
산 : ...!!...
홍국영 : 어제는 나에게 칼을 들이대던 자가
         오늘은 동지가 되는 것이 정칩니다.
         어제는 나를 위해 죽어줘야 할 자가
         오늘은 나를 위해 살아주어야 하는 것이 정칩니다.
         정녕 전하께서 그것을 모른다 하실 것이옵니까?
산 : ....!!....
홍국영 : 대비마마껜 이제 아무것도 남지 않았습니다..
         허니, 다신 쉽게 전횡을 휘두르지 못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대비마만 남겨두셔야 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그리하는 것이
         전하의 전정을 위한 길이 되었음을 잊으셔선 아니되옵니다. 전하.
산 : ....!!....

                      홍국영, 결연한 표정으로 산을 보고....
                      산, 그런 홍국영을 당혹감 어려 바라보는데....

#50. 동. 밖. 밤

                      홍국영, 착잡한 심정으로 서재를 나서고...

#51. 동. 서재 안. 밤

                      산, 굳어진 표정...착잡한 얼굴로 상념에 잠기는데...

#52. 정순 처소. 밤

                      늦도록 잠을 이루지 못하는 정순...
                      정순 또한...복잡한 상념에 잠긴 채...
                      허망한 듯...망연한 시선으로 허공을 응시하고 있다.

#53. 마을 전경. 낮

                      허름하고 낡은 초가가 모여 있는 외딴 향촌의 모습이 보인다.

#54. 강가. 일각

                      둔턱 저 멀리 포졸 둘이 경계를 서고 있는 가운데,
                      누군가 낚싯대를 드리우고 낚시를 하고 있다.
                      보면, 무표정한 얼굴의 정후겸인데...
                      담담한 듯한 모습 속엔 처연함이 깃들어 있다.

#55. 동. 일각. 낮

                      낚싯대를 든 정후겸이 포졸들과 함께 오고 있다.
                      보면, 그 앞에...궐에서 나온 듯한 관원들이 서 있는데..
                      순간, 멈칫하는 정후겸. 뭔가를 직감하는 얼굴이다.
                      그러나 이내 담담한 표정으로 그들을 보고
                      유배 처소의 마당 안으로 들어서는데..
                      그 때, 뒤돌아선 채 담담한 얼굴로 서 있던 사내가
                      돌아본다. 홍국영이다.

홍국영 : (담담하게) 이제 오십니까? 영감.
정후겸 : ........
홍국영 : ........

#56. 정후겸 유배지. 방 안(달호방 전용). 낮

                      초라한 안주거리가 놓인 소반을 놓고 마주앉은 두 사람.
                      홍국영이 정후겸의 술잔에 술을 따라준다.

홍국영 : 집에서 빚은 송화줍니다.
정후겸 : (가만, 마시고는) 향이 좋군....
홍국영 : ......
정후겸 : .......
홍국영 : ...낚시를 다녀오셨다 들었습니다..
정후겸 : 그래. 그랬네.
         이 곳에 와 죽...포구에서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었지.
홍국영 : .....
정후겸 : 아는가?
         그러다보니, 번잡한 마음이 달래지더군.
         어쩌면, 나를 낳아준 내 친아비처럼
         그렇게 평생을 어부로 살았어도
         나쁘지 않았을거란 생각도 들었어...
홍국영 : ....!....
정후겸 : (그러다 피식) 내가 쓸데없는 말을 하는군.
         이젠, 조정을 쥐고 흔들 권세를 얻은 자네한텐
         공연한 소리로 들릴테니 말일세.
홍국영 :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사람의 인생이란 것이
         어부로 살아도 한평생, 만인지상의 권세를 누리며 살아도
         똑같은 한평생일 뿐이지요.
         눈 떴다, 감으면, 똑같이 꿈처럼 흩어지고 말 인생인데...
         어부로 산들, 임금으로 산들,
         따지고 보면 뭐 그리 유별한 게 있겠습니까?
정후겸 : (담담하게 미소 짓고)
         그렇다 해도 자넨 권세가 좋겠지. 아니 그런가?
홍국영 : 예. 어차피 다를 게 없다 해도
         전, 한바탕 신나게 놀아보고 갈 작정입니다.
정후겸 : ..........

                       정후겸, 가만..그러다가 남은 술을 들이킨다.
                       그리고는.....

정후겸 : 술은, 이제 그만해야겠네.
         자네가 가져온 것이...이 술만은...아닐테니 말이야..
홍국영 : .....!.....
정후겸 : (떨리지만, 당당하게 보고)
홍국영 : (착잡하다) ....영..감....
정후겸 : (담담한 미소) 그래도, 자네가 와 줘서 고맙군.
         내, 자네가 보고 있다면...
         오기가 생겨서라도....
         초라하게 죽진 않으려 애쓸테니 말이야...
홍국영 : ...!...
정후겸 : .......

                       정후겸, 처연한...그러나 당당함을 잃지 않으며 홍국영을 보고.
                       홍국영, 그런 정후겸을 안타깝게 바라보는데.

#57. 동. 밖. 마당. 낮

                       마당 가운데 사약이 담긴 소반이 놓여져 있고..
                       문이 열리면...정후겸이 정갈한 흰 옷을 입고
                       밖으로 나온다. 보면, 그런 정후겸의 시선에
                       들어오는 사약 그릇.

#58. 다른 유배지. 낮

                       도승지와 십여 명의 의금부 군사들이 도열한 가운데...
                       중신1이 서 있다..

#59. 다른 유배지. 낮

                       또 다른 유배지.
                       홍인한도 사약을 받고 있다.
                       홍인한, 소반 위의 사약 그릇을 보고 끌려가지
                       않으려 버티고 있는데...

홍인한 : 사..살려주시오..제발, 살려주시오....
도승지 : (군사에게) 뭣하는가? 어서 끌어내라! 어명을 받으시오!
홍인한 : (절박하게 버틴다)

                       홍인한, 처절하게 버티는 모습....

#60. 흑산도

                       망망대해의 절해고도에 유배되어 있는 김귀주.

김귀주 : 마마..

#61. 정후겸의 유배지 초가 마당. 낮

                       정후겸, 궐을 향해 절을 한다.
                       보면, 홍국영이 관원들을 뒤로 한 채
                       착잡한 얼굴로 보고 있는데...
                       재배를 마친 정후겸...
                       이내, 담담한 얼굴로 사약 사발이 놓인 소반 앞에
                       무릎을 꿇는데...
                       가만, 사약을 내려다보는 정후겸.
                       이미 오래 전부터 준비하고 각오한 죽음이다.
                       보면, 모든 것을 체념하고 받아들인 모습.
                       정후겸의 입가로 언뜻..허망한 미소 같은 것이 번지는 듯한데.
                       정후겸, 이내 사약 그릇을 들어 입가로 가져간다.
                       보면, 안타깝게 바라보는 홍국영.
                       순간, 툭....하고 사발이 떨어지고...
                       정후겸, 속이 뒤틀릴 듯...끓어오르는 고통을 참으려
                       눈을 감고 이를 악 무는데...
                       그런 정후겸의 입가로 붉은 피가 새어나오고..
                       홍국영, 착잡한 얼굴로 외면한다.
                       이내, 정후겸...풀썩 쓰러져...그대로 절명하고...
                       홍국영, 안타까운 얼굴로 그런 정후겸의 시신을 보는데..

홍국영 : ...시신을...수습하게...
관원 : 예....

                       수습되는 정후겸의 시신을 보는 홍국영.
                       그런 홍국영의 뒤로...붉은 노을이 번져가고....

#62. 교동 유배지. 일각. 낮

                       소복을 입고 서 있는 화완.
                       곽상궁이 지키고 선 가운데...
                       기울어가는 해를 바라보며, 처연한 눈물을 흘리고 있고..

화완 : ...꼭...갚아줄 것이다.
       내 오늘 그 아이의 죽음을.....
       반드시 저들에게........죽음으로 갚아줄 것이야.....
곽상궁 : ...마마.....

                       화완, 먼 하늘을 보며...고통스런 눈물을 흘리고..

#63. 정순 처소. 밤

                       무거운 침묵이 감도는 정순의 처소 안.
                       보면 그 곳에, 산과 정순이 있다.
                       두 사람, 잠시 그렇게 서로를 보며, 아무 말이 없는데..
                       그러다가.

산 : 다행히...낯빛이 나아보이십니다.
정순 : 고맙습니다. 주상.
       모든 것이, 주상의 망극한 성은 때문입니다.
산 : .......
정순 : ........
산 : 홍집의가 찾아와 그런 말을 하더군요.
     마마께선 정치를 하신 것이니
     저 또한, 마마를 살려두는 정치를 하라고 말입니다.
정순 : ....!!....
산 : .........
정순 : 정치를 한 것이라니요? 당치 않습니다.
       나는 다만, 지난 내 죄를 참회하고
       진심으로 주상 앞에 속죄를 하고자 하는 것이에요..
산 : .....
정순 : 내 진정을, 믿어주세요. 주상.
       내 그래야 한다면, 이 자리에서 주상 앞에 무릎을 꿇고..(하는데)
산 : (OL) 아니요. 그러실 필욘 없습니다..
정순 : ....!....
산 : 믿지 않습니다.
     저는 마마의 말씀도, 마마의 진심도 믿을 수가...없습니다. 마마.
정순 : .....!.....
산 : 허나, 마마께서 처하신 상황은 잘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든 살아남으시려는
     마마의 깊은 속내는...잘 알고 있지요.
     하여, 마마께선
     섣불리...다른 생각은 품지 못하실 것이라는 걸 말입니다..
정순 : ....!!....
산 : 끝내 그리될 것입니다..
     저는 보위를 지킬 것이고
     제가 살아있는 한...
     마마께선 그 어떤 것도 다시 시작하실 수 없을 것입니다.
     허니, 살고자 하는 마마의 뜻을 이루시려거든
     오늘, 제가 한 말을 단 한 순간도 잊으셔선 아니 될 것입니다.
     아시겠습니까?
정순 : ....!!....
산 : ........

                       정순, 당혹감....조금 두려움 어린...참담한 심정으로 보고.
                       산, 그런 정순을 동정 없는 냉혹한 시선으로 응시하는데.

#64. 궐 전경. 밤

#65. 동. 서재. 밤

                       산, 채제공과 있다.

채제공 : 방금 전, 죄인들의 처결이 모두 끝났다는 파발이 당도했습니다..
산 : (받아 본다)
채제공 : ............
산 : (가만, 그러다가) 알겠습니다...
     애쓰셨습니다, 이만 퇴청하세요. 대감...

                       하고, 산, 서탁의 상소문을 다시 펼쳐드는데...

채제공 : 전하, 해시가 다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만 침전에 드시지요.
         보위에 오르신 후
         하루도 두 시각 이상 잠을 이루시질 않으셨습니다.
산 : (미소 짓는다) 이제 그만 익숙해지셔야지요.
     매일이 이런 날들일텐데..
     벌써 그런 말씀으로 진을 빼시려 하십니까?
채제공 : ...전하...
산 : (가만, 그러다가) 아십니까? 대감.
     오늘의 처결은, 또 다른 시작이 될 것입니다...
     나를 향해 칼을 겨눌 자들은 다시 생겨날 것이고.....
     그들에 맞서
     나는 평생을 두 손에 피를 묻히며 살게 되겠지요...
채제공 : 전하...
산 :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이다)
     허나, 결코 두려워하진 않을 것입니다.
     아파하지도, 고통스러워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나는 다만....내가 할 수 있는 일만 생각하며
     내 백성에게 좋은 것을 주려 애쓰는
     그런 임금이 될 것입니다.
채제공 : ....!....
산 : .........

                       보면, 산의 얼굴에 결연한 결심이 어리고.

#66. 영우원. 낮

                       동이 터 오는 아침 하늘을 등진 산이
                       사도세자의 묘소를 참배하고 있다.
                       그 곁은 남사초가 지키고 있는데...

산 : (마음의 소리E.) 지켜봐 주십시오. 아바마마.
     이제 소자를 지켜봐 주십시오.

                       산, 결연한 모습으로 그렇게 한없이
                       사도세자의 묘소를 바라보고....
                       산의 그런 모습에서 카메라 점점 멀어지면서 암전된다.

#67. 달호네 집. 마당. 낮

                       대수가 마루에 걸터앉아 신을 신고 있고
                       그 앞에 달호와 송연이 있다.

달호 : (흐흐흐) 드디어, 오늘이로구나.
대수 : 뭐가....
송연 : (미소) 뭐긴 뭐겠어?
       너 오늘 승차하는 날이라구 그러시는거지.
달호 : 대수야...드디어 우리 가문에 정6품 금군 군관나리가 나오시는구나.
대수 : (당황) 뭐...? 정6품...?
       어휴...삼촌. 내가 지금 제일 말직인 정9품인데
       무슨 재주로 세 품씩이나 승차를 하겠어.
달호 : 아. 안될 건 뭐 있어. 네가 이날껏 세운 공이 얼만데..
대수 : 아무튼, 제발 김칫국 너무 마시지마.
       그러다 체하면 약도 없다. 어?
달호 : (치) 얌마. 그 김칫국 나만 마셨냐?
       솔직히, 너두 은근히 그럴거라고 생각하고 있잖아.
대수 : ...내....내가 뭘...
달호 : (흐흐흐) 너, 오늘 승차할 거 때문에 밤새 뒤척인 거
       내가 모를 줄 아냐.
송연 : 대수가, 그랬어요...?
대수 : (당황) 아, 아냐.. 그거야. 잠자리가 불편해서...(하는데)
달호 : 웃기고 있네. 내 동네 멀쩡하던 잠자리가 왜 갑자기 불편해.
       그게 임마..다 네가 속으론 은근히 바라는 게 있으니까..(하는데)
대수 : 아. 몰라. 삼촌은 알지도 못하면서 그래..맨날.

                       하고 대수, 창피한 얼굴로 휙 나가버리는데...

송연 : 저도 가 볼게요. 아저씨.
달호 : 어..그래라...오늘 일찍 들어와라.
       대수 저 놈 승차하는데 우리끼리 모여 잔치라도 해야지.
송연 : (밝게) 네....그럴게요...

#68. 거리 일각. 낮

                       대수, 툴툴거리면서 가고 그 옆에 송연이 있다.
                       송연, 괜히 우스운 듯 피식거리는데.

대수 : 왜..왜 웃어?
송연 : (재밌다..) 밤새 잠도 못 자고 설쳤다며....
대수 : 야, 아니라니까. 너까지 정말 왜 그래...
송연 : 으이구, 바보야. 그게 뭐 어때서 그래....당연한거지.
대수 : 어...?
송연 : 솔직히 아저씨 말씀이 틀린 거 하나 없지 뭐.
       네가 이제까지 전하 곁에서 세운 공이 얼만데.
       그러니까 괜히 부끄러워할 거 없어.
       넌, 승차할 자격 충분해.
       그리고 누구보다 전하께서 그걸 제일 잘 아시잖아....
대수 : ....!....
송연 : (짐짓, 밝게)
       근데, 이젠 정말 나두 너한테 나으리라구 불러야 되는 거 아냐?
대수 : 얌마...나으린 무슨...우리끼리.
송연 : 그래두, 엄연히 법도가 있는데.....한 번 해 볼까?
       (하고, 꾸벅 예를 표하며) 저, 박대수 나으리.
대수 : (당황) 야아..하지마, 하지마!
송연 : 어때, 공손했어?

                       대수, 에이 참..난처해하고..
                       송연, 그런 대수를 보며 기분 좋다. 밝게 웃는데.

#69. 궐. 산의 집무실(영조 때). 낮

                       산이 홍국영과 있다.
                       보면 홍국영, 당혹스런 말을 들은 듯....곤혹스러워하며.

홍국영 : (좀 당황한) 하오나 전하.
         공과가 분명한 마당에 익위사 관원들의 승차를
         이리 결정하시는 것은....(하는데)
산 : (OL) 자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아네.
     허나, 내 따로 생각이 있어 그런 것이니
     더 묻지 말고 그대로 처리해주게.
홍국영 : (....!....)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성심에 다른 생각이 있으시다니요? 전하...

                       하는데..그 때, 밖에서 남사초가 들어와.

남사초 : 전하, 영조사(건축과 보수를 맡은 기관)의 판관이 들어있사옵니다.
산 : (반색이 되어) 그렇잖아도 기다리고 있었네. 어서 들라하게.
남사초 : 예....

                       하면, 안으로 영조사 관원이 들어온다.

산 : (홍국영에게) 나는 급한 용무가 있네.
     허니, 자넨 이만 나가...그 일을 처리하게.
홍국영 : (좀 당혹스럽지만) 예..전하..

                       보면 산...안으로 들어온 영조사 관원이 가져온
                       건물의 설계도를 보며

산 : 그래, 어떤가? 공사 진척은 잘 되고 있는가?
영조사 관원 : 예에. 전하.

                       산, 조금 달뜬 얼굴로...영조사 관원의 설명을 듣고
                       홍국영, 그런 산을 좀 당혹한 얼굴로 보다가...
                       이내 돌아서 나가는데..

#70. 동. 밖. 낮

                       홍국영이 나오면, 그 때 오던 채제공이.

채제공 : 전하를 뵙고 오는 길인가?
홍국영 : 예. 대감.
채제공 : 헌데 무슨 일인가? 자네 낯빛이 좋질 않군.
홍국영 : ....그것이....
         저는 아무리 생각해도 전하의 의중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대감.
채제공 : 무슨 말인가? 전하의 의중을 이해할 수 없다니?
홍국영 : 전하께서 북원 뒤편에 규장각 건물을 지으라 하신 걸 알고 계십니까?
채제공 : 그래...알고 있네.
         역대 선왕전하들의 어제와 어필을 따로 보관하시고자
         그리하신다 들었네. 헌데, 그것이 뭐가 이상하다는 것인가?
홍국영 : 지금 전하께선 다른 어떤 것보다, 그 일에 매달려 계십니다.
         제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바로 그것입니다.
채제공 : ...!...
홍국영 :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왕권을 안정시키기 위해
         방도를 강구하셔야 할 땝니다.
         헌데, 그런 와중에 고작, 규장각이라니요?
         그런 일이라면, 영조사에 맡겨두어도 될 것이 아닙니까?
채제공 : (흠...그렇긴 하다)
홍국영 : 그 뿐이 아닙니다.
         이번, 익위사 관원들의 승차 건만 해도 그렇습니다.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인사를 하셨습니다..
채제공 : 대체, 뭐가 어찌 되었는데 그러는가?

#71. 익위사 훈련장. 일각. 낮

                       승차를 알리는 방이 붙어 있고,
                       그 앞에서 익위사 관원들이 모여 웅성거리고 있다.
                       보면 그 속에 강석기와 서장보도 보이는데....
                       그 때 한쪽에서 대수가 그런 이들에게 다가온다.

대수 : 나으리..
강석기 : (보고) 왔는가.
서장보 : (쓱 보는데, 표정이 안 좋다) 왔나.
대수 : 예..
강석기 : 감축하네. 자네도 한 품계 승차를 했더군..
대수 : 예...? (하다가) 아...예..고맙습니다. 나으리. (하는데)
서장보 : (순간 버럭 짜증내는) 감축이라니?
         아, 겨우 품계 하나 오른 게 축하받을 일인가?

                       서장보, 휙 하니 가버리고, 보면 난처한 듯한 강석기.
                       대수는 어리둥절한데...

강석기 : 이해하게. 이번 인사 때문에 내심 서운한 모양이니.
대수 : 서운하시다뇨. 그럼, 우시직 나리께선 승차를 못하신 겁니까?
강석기 : 아니네. 나랑 저 친구도 자네처럼 한 품계씩 승차했네.
대수 : ....!....

                       그 때 다른 익위사 관원 하나가 다가와서...

익위사 : 거 참, 이상하네...자네들처럼 공을 세운 익위사도 없는데...
         겨우 품계 하나 올려주고 끝내다니...
         꽤 섭섭하겠구만.
대수 : (좀 머쓱하고 난처한데)

#72. 주막. 방(달호 방). 낮

                       대수, 서장보, 강석기, 셋이서 술마시고 있다.
                       서장보는 술잔 기울이며 심기가 불편하다.
                       강석기는 내색 안하지만 역시 조금은 불편하고,
                       두 사람 눈치 보고 앉아있는 대수.

서장보 : (약간 술 취한) 솔직히 이게 뭔가?
         ....노정태랑 이만수가 두 단계나 품계가 올랐는데
         아, 우리가 고작 이런 꼴이라니...
         그게 말이 되는가 말이야?
강석기 : 그만하게.
         자네, 처음부터 승차를 바라고 전할 뫼셨는가?
서장보 : (벌컥) 내가 꼭 뭘 바라서 이러나?
         아닌 말루, 그래두 몸 바쳐 충성을 했을 땐
         윗전이 좀 알아주길 바라는 게 인지상정 아닌가?
         그게 그렇게 틀린 거냐고?

                       하면서 서장보, 술을 벌컥벌컥 따르는데..

대수 : (말리며) 나으리. 취하셨습니다. 그만 하세요.
서장보 : 대수 너도 좀 말해봐라.
         우리야 그렇다쳐도 너는 억울한 게 있을 거 아니냐?
         아, 네가 목숨 바쳐 전할 구한 게 어디 한두 번이냐고? 어?
대수 : (당혹스럽다) 나으리......

                       서장보, 에이..속상한 얼굴로 벌컥벌컥 술을 들이키고..
                       보면 강석기도 잠자코 술만 마시고 있다.
                       그런 두 사람 보며 난처한 대수...

#73. 익위사 훈련장. 낮

                       대수가 혼자 활을 쏘고 있다.
                       그 때 익위사 훈련장에 나타나는 누군가의 걸음..
                       이윽고 그런 대수의 뒤로.

산 (E. 소리) 관중이 적은 걸 보니, 마음이 흐트러졌구나.
대수 : (놀라 본다) 전하..
산 : (미소 지으며 보는데)

#74. 궐 서재 안. 낮

                       서재로 산이 대수와 들어오며.

산 : 네가 활터에 남아있을 줄은 몰랐다.
     난, 지금쯤이면...네가 우시직, 좌부솔과 함께...
     어디 기방에서 화가 나 취해있을 줄 알았지...
대수 : (당황) 예..?
산 : (짐짓) 오늘 발표된 승차 말이다.
     분명, 너와 두 사람이....불만이 많을텐데....아니냐..?
대수 : (당혹스럽다) 저...전하...그, 그건.....
산 : 당연하겠지, 왜 아니겠느냐?
     나 같으면, 은혜도 모르는 주군은 섬길 수 없다며
     당장 때려치고 나갔을 것이다.
대수 : ....!!....
산 : (담담하게 웃는데)
대수 : (망설이다가) 저...전하.
       혹시 어찌된 까닭인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산 : (보면)
대수 : 다른 관원들도 모두 두, 세 품계씩 승차를 하는데
       어째서 강석기, 서장보, 두 나리께선
       겨우 그 정도 승차밖에 못하셨는지...
       사실은 저도 그게 잘 납득이 안 갑니다.
산 : (빙그레 웃으며) 너는 아니구?
대수 : (당혹) 예...?
산 : 네가 그간 내 목숨을 구해준 것이 얼만데
     사실 따지고 들자면 제일 억울한 건 네가 아니냐?
     나라면 임금이고 뭐고, 예전처럼 주먹을 날렸겠다..
대수 : (헉) 아닙니다! 전하...전 아닙니다!!
       정말입니다. 제 진정을 모르십니까?
       그런 승차나 하자고 전하를 모신 것이 아닙니다.
산 : (담담하게 보고)
대수 : 전하....
산 : (가만 그러다가) 가자, 대수야. 내 너한테 보여줄 것이 있다.
대수 : ....??....

#75. 궐 일각. 낮

                     토목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건물 앞.
                     보면..그 앞으로 산이 대수와 함께 온다.
                     산, 보면 조금 벅찬 얼굴로 그것을 보고..
                     대수, 대체 무엇 때문에 오자 한 것일까... 의아한데.

산 : 보이느냐?
대수 : 예....?
산 : 이 곳이다, 대수야!
     이제 곧....이 곳에서...모든 것이 새로 시작될 것이야.
대수 : ...?!...
산 : ...아직은 때가 아니다.
     내가 어떤 말도 해 줄 수 없는 것은...그 때문이야.
     하지만, 나를 믿고...조금만 기다려 줄 수 있겠느냐.
대수 : 전하...?!

                     산, 가만...토목 공사 현장을 바라보며.

산 : 머지않은 일이다.
     곧, 그 날이 올 것이야!
     그리고 그 때가 되면
     내, 너와 홍집의에게 제일 먼저 알려줄 것이다.
     내가 품은 뜻을
     내가 너희와 함께 이루고 싶은 꿈을 말이다.
대수 : ....!!....

                     산, 밝은 얼굴로 대수를 보고...
                     이내 토목 공사 현장을 다시 바라본다.
                     그런 산을 바라보는 대수의 모습.
                     그리고...벅차고 결연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산.
                     산의 그 모습에서 엔딩.

.이산 

.영화 & 드라마 대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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