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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산 48

MBC 특별기획드라마

   이 산(李蒜)

                    제 48 부



#1. 궐 전경. 낮

                        분주한 궐 안 풍경.
                        그 모습 따라 군사 훈련장으로 가면 그 위로
                        훈련을 하는 사내들의 기합 소리가 들리는데.

#2. 동. 내금위 훈련장. 낮

                        수십(60여 명)의 금군들이 대련을 하고 있다.
                        창, 검, 봉 등 각자가 자신 있는 군기를
                        들고 실전을 방불케하는 대련을 펼치는 금군들.
                        보면 그 곳에 홍국영이 금군별장과 함께
                        금군들이 대련하는 모습을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는데...
                        보면 홍국영, 손으로 그 중 몇 명을 가리키며 금군별장에게
                        뭐라 이야기하는 모습. 금군별장,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

#3. 궁궐 일각. 낮

                        궐 안, 무기 창고 일각.
                        수레에 낡은 병장기를 가득 싣고 오는 강석기, 서장보.
                        힘든지 낑낑대는데. 와서 보면, 창고 문이 잠겨있다.

서장보 : 뭐야? 닫혔잖아...
         여기 지키던 금군들 다 어디 갔어?

                        서장보, 황당한 얼굴로 문을 흔들어보는데
                        굳게 잠겨있다. 주변을 둘러봐도 아무도 없고.
                        그 때, 한쪽에서 대수가 온다.

대수 : 나으리!
강석기 : 군기시(병장기 제조, 수리 관청)엔 다녀왔느냐?
대수 : 예, 나으리.
       오전에 맡긴 군기들은 내달쯤 수리가 끝난답니다.
       헌데, 예서 뭐하십니까?
서장보 : 보면 모르냐? 문 닫혀서 허탕치고 있잖냐?
대수 : (보고)
서장보 : (열받아서) 금군 편제가 늦춰져서,
         종일 낡은 군기 수거하고 다니는 것도 열통 터져 죽겠구만
         이것들이 누굴 놀리나? (하며 수레를 걷어차는데)
강석기 : 너무 열 내지 말게..
         듣자하니, 오늘 오군영에 대대적인 무예 훈련이 있다더군.
         아마 다들 거길 갔나 보네..
서장보 : (보고) 뭐..?
대수 : (의아하다) 예에?
       오군영 무예 훈련이라면 봄에나 있는 것이 아닙니까?
강석기 : 홍집의 나리께서 명을 내리셨다네.
         듣자하니, 나리께서 오군영에서 무예가 출중한 자를
         선발하고 계신다는 소문이군.
대수 : ....!!....
서장보 : (당황) 자네 그게 무슨 말인가?
         나리께서 무예가 출중한 자를 선발하신다니..!
         아니, 대체 뭘 하려고 그런 일을 한단 말인가?
강석기 : 낸들 알겠나? (하고, 대수에게) 너는, 뭐 들은 게 없느냐?
대수 : (당황스럽긴 마찬가지) 예, 나으리. 저도 처음 듣는 얘깁니다.
서장보, 강석기 : ...!...
서장보 : 젠장....그런 일을 하면서 우리한텐
         일언반구도 없다니...이럴 수가 있나? 어?
         홍국영 나리 지금 어디 계시냐?
         가서 어찌된 영문인지 알아봐야겠어.

                  서장보, 치밀어오르는 화와 섭섭함을 참을 수 없는 듯
                  수레를 놓고 휙 가버리고...대수, 당황스럽다.
                  보면, 강석기 역시 씁쓸한 얼굴이고...
                  대수, 당혹스러운 얼굴로 두 사람을 보는데.

#4. 동. 금위영 훈련장. 낮

                  또 다른 훈련장. 다른 복색의
                  말을 탄(10필) 금위영 군사들이 기마술을 선보인다.
                  그 중 날렵한 솜씨로 거침없이 말뚝을 베는
                  군사 하나의 모습이 눈에 띄고.
                  이어 펼쳐지는 시사(試射, 활쏘기 시범).
                  앞의 군사가 연달아 과녁을 관통하며 출중한 솜씨를 선보인다.
                  그 모습을 일각에서 지켜보고 있는 홍국영과 금군별장.

홍국영 : (군사를 보며) 검술과 기마술 뿐 아니라
         시사까지도 아주 출중하군요.
금군별장 : 지난 식년시 무과에 급제를 한 자네.
           (서책을 보고) 그간의 공적 또한 금위영 내에서 따를 자가 없네.
홍국영 : (고개를 끄덕인다)
         선별한 자들에 대한 자세한 인적사항이 필요합니다.
         친인척까지 포함해서 신원파악이 확실히 될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금군별장 : 알았네..

                  그 때, 마지막으로 날린 화살마저 정중앙을 관통하는 군사.
                  홍국영,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유심히 살핀다.

#5. 산의 원탁 집무실. 낮

                  산, 채제공, 젊은 낭관들과 회의 중이다.

채제공 : 매년 반복되던 탕폐 부족이
         올해는 국상과 즉위식 등 연이은 의전(儀典)으로
         더욱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전하..
산 : (보고) 몇 년째 계속되는 가뭄과 한파로
     세수가 줄고 있으니 더욱 그럴 것이오.
낭관 : 하여,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올 겨울 도성 빈민에게 내려질 피륙과 구휼미를 감하고,
       전세(田稅)를 늘려 당장 재정을 확충해야 하옵니다.
산 : (굳은) 그게 무슨 말인가?
     어찌 궐 안 재정 문제를 백성들에게 떠넘긴단 말인가?
다들 : (보고)
산 : 내가 살핀 바로는 이러한 재정 악화는
     연산 조 이래 늘어난 쓰임이 그대로 유지되며,
     그 허실이 계속해서 쌓인 탓이네.
     허니, 각사는 물론 사옹원, 내자시, 사재감 등에 실사를 벌여
     그간 방만하게 운영되던 살림을 철저히 감찰하여
     결손을 메워나가야 할 것이네.

                  다들, 고개를 조아리고.
                  산, 굳은 얼굴로 이들을 보고.

#6. 궐 일각(서재) 앞. 낮

                  산이 박상궁, 남사초 등을 거느리고 오는데
                  그 때 한쪽에 굳은 얼굴로 서 있던 홍국영이 산을 향해 예를 갖춘다.

산 : 왔는가?
홍국영 : 전하. 긴히, 아뢸 말씀이 있습니다..
산 : ...그래...?
홍국영 : ........

#7. 산의 서재. 낮

                  산, 홍국영과 있다. 보면 산..홍국영이 건넨 정리된 것을 보고 있는데...

산 : 궐 안에 대전 경계를 담당할 숙위소를 설치하자?
홍국영 : 예. 전하.
         전하께서 보위에 오르신 후에까지도 전하를 해하려는
         참담한 시도가 끊이질 않고 있는 땝니다.
         한시도 궐을 떠나지 않고 전하의 곁에서 전하를 보필할
         군사들이 필요합니다.
산 : 허나, 내 호위는 금군이 맡고 있네.
     굳이 이럴 필요까지 있겠는가?
홍국영 : (단호하다) 있습니다.
         조정 곳곳엔 이미 노론의 뿌리가 깊고
         그것은 금군의 무관들도 마찬가집니다.
         소신이 올린 자들은, 당색이 없는 오군영의 최정예 무관들입니다.
         저들을 곁에 두고 목숨을 걸고 전하를 지킬
         전하의 군대를 만드셔야 합니다.
산 : .......
홍국영 : (단호하다) 다른 모든 것은 소신의 주청을 물리신다 해도
         소신, 이 일만큼은 물러설 수 없습니다.
         부디, 가납하여 주십시오. 전하.
산 : (가만, 그러다가 슬몃 미소) ...자네 화가 난 게로군.
홍국영 : (멈칫) 예에?
산 : (짐짓) 보위에 올려놓느라 그리 애를 썼는데
     대체 속으로 무슨 꿍꿍이를 하고 있는건지...
     자네한텐 아무 말도 없다고 지금 잔뜩 열이 나 있는게야! 아닌가?
홍국영 : (당혹스럽다) ...다, 당치 않으시옵니다. 전하.
         소신은 다만..(하는데)
산 : (담담하게OL) 알겠네. 경계를 강화해야한다는 자네 말은 일리가 있네.
     내 자네 말을 숙고해보지.
홍국영 : ...!...
산 : 허나, 자네가 올린 숙위소 군사의 편제는 가납할 수가 없군.
홍국영 : 예에...?
산 : (서책을 덮으며) 책임을 맡게 될 숙위소 대장이며
     요직인 종사관 모두, 자네가 추천한 자들은 내 맘에 들지 않네.
     내 믿고 맡길 수 있는 다른 이들을 찾아볼 것이니 그리 알게.
홍국영 : 예에? 하오나 전하....그들은 모두 소신이 엄선하여 뽑은 자들이온데..(하는데)
산 : (담담하게 OL) 내 맘에 들지 않는다 했네.
홍국영 : ...!...
산 : (짐짓, 엄한 표정으로 보고)
홍국영 : 예...알겠습니다.
산 : (가만, 바라보는데)

#8. 궐 일각. 밖. 낮

                        홍국영, 굳은 얼굴로 걸어가는데..
                        이 때 맞은편에서 서장보가 온다.
                        그 뒤로 대수와 강석기도 오는데..

서장보 : 나으리! 여쭐 말이 있습니다.
홍국영 : 뭔가?
서장보 : 오군영을 돌며 군사들을 선별하고 있다는데
         뭘 하시려는 것입니까?
홍국영 : 내가 하는 일을 자네한테 일일이 보고해야 하는가?
         자네들은 몰라도 되는 일이네.

                        홍국영이 조금은 냉담하게 말하고 한쪽으로 가면
                        그런 홍국영의 반응에 벙찐 서장보.
                        대수와 강석기도 놀라기는 마찬가진데..

서장보 : ...대수야...너 들었냐?
대수 : ..
서장보 : 어떻게 이러실 수가 있냐?
         생사고락을 같이 한 우릴 따돌리고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냔 말이야!!
대수 : 홍국영 나으리도 말 못할 사정이 있으시겠지요.
       너무 흥분하지 말고 진정하십시오.
서장보 : 내가 진정하게 됐냐?
         이건...그 뭐냐? 토사구팽.. 그래, 토사구팽이야!

                        -자막-토사구팽

대수 : ...
석기 : ....

#9. 산의 집무실(이천). 낮

                        산, 상념에 잠겨 있는데...그런 산의 얼굴 위로
                        대전까지 침입했던 자객의 모습.
                        그런 자객과 싸워야했던 모습이 떠오르고
                        심란한 산의 얼굴.

#10. 달호의 집 외경. 밤

#11. 달호의 방. 밤

                        송연과 대수, 달호가 있는데..

대수 : (놀란 얼굴로) 정말...막선네하고 혼인을 한단 말이야?
달호 : (괜히 수줍은 얼굴) ..
대수 : 정말이야? 삼촌? 정말 혼인을 하는거야?
달호 : 아...그 자식...그렇다니까!!
송연 : (밝은 얼굴로) ....감축드려요. 아저씨.
달호 : 고...고맙다. 송연아.
       과년한 너희들이..아직 시집, 장가도 못 가고 있는데..
       내가 이 나이에...이거 주책이 아닌지 모르겠다.
송연 : (OL) 주책이라뇨? 그런 말씀 마세요.

                        대수..여전히 미심쩍은 얼굴로 달호를 빤히 바라보는데..

달호 : 너 임마.. 왜 그런 눈으로 봐?
대수 : 정말....막선 아주머니가 혼사를 하겠대?
       삼촌이...그거라는 걸 다 알면서?
달호 : (당황) ...어...
대수 : (갸우뚱)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이상하네.
달호 : (버럭) 이상하긴 뭐가 이상해?
       내관들도...다 혼례 치르고 사는 거 몰라?
대수 : 아..그거야...돈 있고 권세가 있으니 그렇지.
       삼촌이야 개털인데...막선 아주머니가
       무슨 맘을 먹고 삼촌이랑 혼사를 하냐고?
송연 : (대수의 옆구리를 쿡 찌르며) 그만 좀 해.
       (달호를 보고)
       그래, 혼례는 언제 올리기로 하셨어요?
달호 : ..으응.. 그냥...냉수 한 사발 떠 놓고 대충 하는거지 뭐.
송연 : (OL) 말도 안되요.
       아는 사람들 다 불러서 잔치를 해야죠.
       혼례는 대수하고 제가 알아서 준비할께요.
       아, 그리고 제가...신방에 둘 병풍을 선물할께요.
달호 : 헉! ..고맙다, 송연아!

                        미소띤 얼굴로 달호를 보는 송연.
                        대수는 여전히 이해가 안 간다는 얼굴인데..

#12. 송연의 방. 밤

                        송연이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림을 그리던 송연,
                        문득 고개를 들고 상념에 잠기면
                        어린 자신을 데리고 도망을 치던 달호의 모습이
                        떠오르고..
                        그 동안 자신을 거두고 키워준 달호에 대한 고마움으로
                        애틋한 미소를 짓는다.

#13. 달호의 방. 밤

                        달호와 대수가 누워 있는데..달호,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달호 : 자냐?
대수 : 아니..
달호 : 저기..난 말이다. 아무래도 막선네 주막으로 합쳐야 될 거 같은데..
       그럼 송연이하고 너..달랑 둘만 살게 되잖아?
대수 : ...
달호 : 그래서 하는 말인데..너도 이 참에 혼례를 치르는 게 어떠냐?
대수 : ..혼례?....누구랑?
달호 : 누구긴 누구야? 송연이지.
       너 임마, 송연이 맘에 두고 있잖아.
대수 : ...
달호 : 속만 태우지 말고..이 참에 네 색시로 만들어 버려.
       막말로 사내 구실 못하는 나도 장가를 가는데
       네가 부족한 게 뭐냔 말이야?
대수 : (심란한데) ...

#14. 도화서 외경. 낮

#15. 동. 대화실. 낮

                         강두치, 이천, 탁지수를 비롯한 화원들과
                         송연, 초비, 미수, 세모, 시비 등 다모들 모두 모여있다.
                         그 앞에 박영문이 서 있다.

박영문 : 모두 모였는가?
강두치 : 예, 나으리..
박영문 : 방금 예조에서 사람이 다녀갔네.
         얼마 전 있던 국상과 즉위식에 대한 공을 치하하여
         화원들에 대한 승차가 결정됐네.

                         모두 놀란 얼굴이고.
                         탁지수, 불안하지만 기대어리고.
                         이천, 긴장된 얼굴이다.

이천 : (마른 침을 삼키고) 그게...누굽니까? 나으리.
박영문 : 이번에 승차될 화원은...
         탁사용과, 이사용 자네네!
이천 : 예에?

                         순간, 모두들 놀라고.
                         탁지수, 이천, 두 사람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데.
                         옆에선 화원들 두 사람에게..축하한다는 인사를 건넨다.
                         다모들도 감축한다는 인사를 전하는데..

박영문 : 두 사람 앞으로 나오게.

                         이천, 탁지수, 앞으로 나가면.

박영문 : (직첩을 내리며) 두 사람 모두 종8품인 화사로 영전되었네.
         앞으로 도화서 일에 더욱 성심을 다하도록 하게.
탁지수, 이천 : 예, 나으리.. 명심하겠습니다.

                         탁지수, 이천, 감격에 겨운 얼굴이고.

#16. 도화서. 소화실. 낮

                         이천, 탁지수와 함께 들어오며..

이천 : (직첩을 보며, 감격) 종8품 화사 이천.
       이게 얼마만에 승차냐?
       내가 도화서에 들어온 지가 벌써 십 년이 넘었으니...

                         이천, 벅차올라 직첩을 가슴에 껴안는데.

탁지수 : 사람이 촌스럽게...
         뭘 이만한 일에 호들갑을 떨고 그러나... 이화사!
이천 : 이화사?
탁지수 : 그래..자넨 이화사..!
이천 : 흐흐...자넨 탁화사!

                         이천과 탁지수..웃음을 주체못해 어쩔 줄 모르는데..
                         이 때 송연이 화구를 한아름 들고 들어온다.
                         이천과 탁지수..얼른 웃음을 거두고
                         송연의 눈치를 살핀다.

이천 : (송연을 보고) 너도 큰 공을 세웠는데..
       우리만 포상을 받아서...미안하구나..
탁지수 : ..강별제 나으리 말이
         포상을 하고싶어도 예조에 전례가 없다더구나.
송연 : (물건을 내려놓으며) 전 괜찮아요.
       다모인 제가 화원이 된 것만으로도 큰 상인걸요.
이천 : 근데..넌 이제 어찌 되는거냐?
송연 : 뭐가요?
이천 : 전하께서 보위에 오르셨는데 아무 소식이 없냔 말이다.
       소문엔 네가..전하의 후궁이 된다는데...
송연 : 어머머! 에이, 나으리 농담두...
       (장난기 있게) 글쎄요. 호호호...곧 기별이 오겠죠, 뭐....(깔깔)

                         송연이 한쪽으로 가 버리면...이천과 탁지수,
                         송연이 장난을 치고 간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이천 : 가긴 갈 모양인가 보네.
       (히죽 웃으며) 송연이가 후궁이 되면...난 날개를 다는거지.
       별제 자린 따논거나 다름이 없네.
탁지수 : 자네가 왜?
이천 : 모르는가? 내가 송연이 스승 노릇을 한 걸!
       송연이가 알게 모르게...나한테 배운 게 많다네.

                         이천이 한쪽으로 가면..탁지수, 떨떠름한 얼굴로
                         그런 이천을 보는데..

#17. 궁궐 전경. 낮

#18. 편전. 낮

                         산과 채제공, 최석주, 홍국영을 비롯한 대신들이 있고.

산 : 오늘은 과인이 구상해 온 새로운 관제에 대해
     경들의 견해를 묻고싶소.
     (홍국영을 보고) 발표하라.
홍국영 : 예..전하.
         전하의 호위를 전담할 숙위소란 부대를 새로이
         창설하기로 하였습니다.
         이는 그동안 전하를 시해하려는 불순한 음모가 끊임없이
         지속되어 왔으며 앞으로도 그러한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아래
         내금위를 비롯한 오군영에서 무예가 출중한 자들을 선별하여
         전하의 호위를 담당하는 특별 부대를 만드는 것입니다.
         숙위소는 앞으로 전하의 안위를 위해 모든 호위를 전담하게
         될 것이며 모든 대신들은 숙위소를 거쳐야 전하를
         알현할 수 있습니다.

                         홍국영의 발표에 최석주를 비롯한 대신들, 놀라는 기색인데..

산 : (최석주를 보고) 경의 생각은 어떻소?
최석주 : 예, 전하! 소신 옳다고 생각하옵니다.
         저간의 사건으로 보건대 어떤 형태이든 전하의 안위를 위해서는
         필요한 직제라 생각되옵니다.
         하온데...숙위소는 어느 부서에 속하는 것입니까?
산 : 숙위소는 육조 어디에도 속하지 않소.
     과인이 직접 관할하겠소.
최석주 : 아, 예..(끄덕인다)
산 : 그럼 숙위소를 이끌 숙위대장을 발표하겠소.

                         다들 긴장된 얼굴로 산을 바라보는데..

산 : 숙위대장의 직위는 정3품 당상관에 해당되며....그 수장은
     사헌부 집의인 홍국영을 도승지로 승차시켜 그 직을 겸직시킬 것이오!

                         산의 발표에 모든 대신들 경악하고
                         홍국영마저 놀라는데..

#19. 궐 빈청. 낮

                         들어오는 최석주와 채제공..

최석주 : 전하께서 홍국영을 총애하시는 것은 알지만
         사헌부 집의에서 정3품 당상관인 도승지와 숙위대장이라니요?
         이런 파격적인 인사로 인해 궐 안의 위계가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채제공 : (심각한) ..
최석주 : 더구나 홍국영은 전하의 즉위와 함께
         노론 벽파의 숙청을 단행한 장본인이요.
         그런 사람한테 그 같은 무소불위의 권한을 준다는 건
         말이 안 됩니다.
         전하의 이 같은 결정은 큰 반발을 초래할 것입니다. 대감.
채제공 : ..
최석주 : ..
채제공 : 내가...전하께 이판의 뜻을 한 번 전해보겠소.
최석주 : 그럼 대감을 믿겠습니다.

                         최석주가 굳은 얼굴로 나가면..채제공의 심란한 얼굴.

#20. 궐 일각. 낮

                         서장보가 흥분한 얼굴로 한쪽으로 가는데
                         일각에 대수와 강석기가 있다.

서장보 : 너 들었냐?
대수 : 뭘요?
서장보 : ..홍집의 나으리...아니..이젠 영감이지..
         홍국영 영감이 오군영에서 군사들을 선별한 이유 말이다.
대수 : (놀라고) 영감이라뇨?
       홍국영 나으리가 영감으로 승차를 하신 것입니까?
서장보 : 그래.
         이번에 도승지로 승차하셨네!
대수 : 예에? 도승지요?
서장보 : 게다가 이번에
         주상전하의 호위를 전담할 숙위소란 부대가 새로 만들어지는데
         홍국영 도승지 영감이 숙위대장을 겸직하신대.
석기 : (놀라고) ...그럼 전하를 호위할 부대를 만들면서
       우리를 빼놨단 말인가?
장보 : 그래!! 내 뭐랬나!!
       우리만 토사구팽 당했다니까!!
       가자! 가서 왜 우릴 버렸냐고 따져보자고!!
대수 : ..
석기 : ...

#21. 도승지 겸 숙위대장 집무실 앞. 낮

                         대수와 장보..석기가 기다리고 있는데..
                         이 때 숙위소 관원 하나가 나온다.

관원 : 영감께서는 바쁘셔서..만날 시간이 없다 하시오.

                         관원이 한쪽으로 가버리는데..

서장보 : 뭐야!! 이젠 우릴 만나주지도 않는거야?
         대수야!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
         권력을 손에 잡더니..사람이 달라져도 이렇게 달라질 수가 있는거야?
대수 : 그럴 리 없습니다.
       그 어른은 절대 그럴 분이 아니예요.
석기 : (OL) 아니긴 뭐가 아니야.
       직접 보고도 그런 소리하냐?
대수 : ...

#22. 혜경궁 처소. 낮

                         혜경궁, 홍봉한, 효의 앉아 있고,
                         홍국영 및 그의 모친과 누이가 혜경궁에게 절을 올리고 있다.
                         혜경궁의 시선이 홍국영의 누이에게 와 닿는다.
                         찬찬히 훑어보듯 유심히 살펴보는 혜경궁.

혜경궁 : 자네 모친과 누이라 하였는가?
홍국영 : 예, 마마.
혜경궁 : 자네 내자 또한 데려오지 그랬는가?
         자네가 이번에 도승지와 숙위소 대장을 겸직하게 되었으니...
         자네의 내자 또한 곧 정3품 숙부인이 될 것이 아닌가?
         한 번쯤 입궐하여 궐의 법도를 익혀두는 편이 좋을텐데...
홍국영 :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마마...
         제 내자는 지병이 있어 경기도 가평에서 요양 중이옵니다.
혜경궁 : 저런... 그런 사정이 있었는가? (효의 보는) 중전...
효의 : 예, 어마마마.
혜경궁 : 내의원에서 의원을 하나 뽑아 가평으로 보내
         숙부인의 병을 살피라 하세요.
효의 : 예, 그리 하겠사옵니다.
홍국영 : 마마,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혜경궁 : 고마워할 사람은 바로 나일세.
         자네의 충심이 없었더라면
         주상께서 보위에 오르지 못하실 뻔하지 않았는가?
홍국영 : 망극하옵니다.
혜경궁 : 자네의 집안일은 앞으로 나와 중전이 알아 살펴줄 것이네.
         자네는 아무 걱정 말고
         지금처럼 성심을 다해 주상을 보필해주게나.
홍국영 : 예, 마마!
혜경궁 : ..

                         흐뭇한 얼굴로 홍국영을 보는 혜경궁.

#23. 궐 일각. 낮

                         효의와 김상궁이 있다.
                         효의의 말에 깜짝 놀라는 김상궁.

김상궁 : 예? 지금 당장 송연일 불러오란 말씀이시옵니까?
효의 : 난 지금부터 대전에 들 것이네.
       허니, 자넨 지금 바로 도화서에 가서 송연일 불러오게.
김상궁 : 하오나 마마, 왜 그 아일 대전으로...
효의 : (OL) 지난번에 내가 한 말을 벌써 잊었는가?
       전하께 왕자를 낳아드릴 후궁이 필요하다 하지 않았는가?
김상궁 : 마마, 정녕 그 아일 전하의 후궁으로 올리실 생각이시옵니까?
         왜 하필 그 아일...

                         김상궁은 못내 답답한 표정.
                         그러나 효의는 이미 굳게 결심한 듯 담담하기만 하다.

효의 : 뭘하고 있는겐가? 어서 도화서로 가래두?
김상궁 : (할 수 없이) 예... 마마...

#24. 혜경궁 처소. 낮

                         혜경궁과 홍봉한 앉아 있고.

홍봉한 : 마마... 실은 소신이 마마의 의중을 하나 여쭙고자 하옵니다...
혜경궁 : 제 의중이라니요? 아버지.
홍봉한 : 마마께선 홍국영의 누이를 어찌 보셨사옵니까?

                         이에 잠깐 홍국영의 누이를 회상하는 혜경궁.
                         영리해 보이는 얼굴이며, 고운 자태 등을 회상하는데.

혜경궁 : 그만하면 빼놓을 곳 없이 참한 낭자로 보았습니다만...
홍봉한 : (OL) 소신의 생각도 그러하였사옵니다. 마마.
혜경궁 : ..
홍봉한 : 마마.
혜경궁 : 예. 아버지.
홍봉한 : 마마께선 혹 그 낭잘 주상전하의 후궁으로 들일 의향은 없으시옵니까?
혜경궁 : (놀라는) 주상의 후궁으로요?
홍봉한 : 예. 마마...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아무래도 이제 더 이상은
         중전마마께 원자아기씨를 기대하실 수 없을 듯 하옵니다.
혜경궁 : ...
홍봉한 : 더 늦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후궁을 들이셔야 하옵니다.
         홍국영은 주상전하의 치세에 꼭 필요한 인물일 뿐 아니라
         마마와 같은 풍산 홍씨 출신입니다.
         후궁을 들이기에 그의 누이처럼 적합한 인물이 없을 듯 하옵니다만...
혜경궁 : (한숨) 아버님 말씀이 옳습니다.
         사실 저도 전부터 후궁을 들일 것을 고심하고 있었어요.
         허나... 중전이 가여워서 쉽게 말을 꺼낼 수가 없었습니다.
홍봉한 : (OL) 마마! 하오나...!
혜경궁 : (OL) 일단은 기다려 보세요. 중전은 마음이 곱고 현명한 사람입니다.
         내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아도
         분명 의중에 담고 있는 생각이 있을겝니다.
         조금 더 기다려줘야 해요.

                          혜경궁, 생각할수록 효의가 가엾다. 한숨 쉬는데.

#25. 산의 집무실(이천). 낮

                          산이 있고, 효의가 들어온다.
                          상소문 읽다가 내려놓는 산.

산 : 어서 오시오. 중전.
효의 : 송구하옵니다. 정사를 보시는데 신첩이 방해가 된 것은 아닌지요?
산 : 아니오. 그렇지 않아도 잠시 바람이나 쐬려던 참이었소.
     중전이 이리 와 주었으니 함께 후원으로 나가면 되겠구려.

                          산은 당장 일어날 기색이고, 효의는 좀 당황해한다.
                          곧 송연이가 올 것이니 대전을 나가선 안된다.

효의 : 전하... 실은 신첩이 다과상을 준비하였사옵니다.
산 : 그러셨소? 그럼 함께 다과상부터 드십시다.

                          곧 다과상이 들어온다.
                          산과 효의가 함께 차를 마시는데,
                          그 때 남사초가 들어온다.

남사초 : 전하! 지금 밖에 송연이가 들어있사옵니다...
산 : (놀라는) 송연이가?
효의 : ... 실은 제가 들라하였사옵니다, 전하.
산 : 중전이 말이오?
효의 : 예. (남사초 보며) 어서 송연일 들라하게.
남사초 : 예, 마마.

                          송연이가 들어와 인사한다.
                          송연, 어찌된 영문인지 모른 채 불려왔기에 좀 당황스럽고.

효의 : (다정하게) 와 주었구나... 그리 서 있지 말고 어서 자리에 앉거라.
송연 : 예, 마마.
효의 : (산을 보는) 전하! 송연이가 그동안 전하를 위해
       많은 공을 세우지 않았습니까?
       헌데 공신첩을 내릴 수도 없고 품계를 올려줄 수도 없으니
       하다못해 직접 얼굴을 맞대고 고맙다는 말이라도 전하고 싶었습니다.
산 : 그랬구려... (새삼스럽게 송연이 보며 웃는)
     그러고보니 내가 너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는 걸 잊은 것 같다.
     정말 고맙구나, 송연아.
송연 : (당황한) 망극하옵니다, 전하.

                          잠자코 조용하게 웃으며 산과 송연을 지켜보는 효의.

#26. 익위사 훈련장. 낮

                          대수를 비롯해 서장보, 강석기...익위사 관원 복장으로
                          병장기를 손보고 있는 중인데..
                          보면, 다들 기가 한풀 꺾인 듯한 표정이다...
                          순간, 서장보.. '에이, 열통 터져!' 하면서 활을 냅다 팽개치고
                          벌떡 일어서는데..
                          대수, 강석기, 더는 뭐라 할 수 없는 난처한 표정인데..
                          이 때, 숙위소 사병 하나가 와서..

사병 : 나으리 지금, 숙위대장께서 찾으십니다.

                          순간, 대수, 강석기...의아한 얼굴인데..

서장보 : (시비조) 그 바쁜 분이 우릴 왜 보쟤?
사병 : (당황한) ..예...?
서장보 : (작심한 듯) 야...가자.
         인연을 끊더래도...이유나 따져 봐야지.

#27. 숙위대장 집무실. 낮

                          홍국영, 있는데...
                          이 때, 서장보, 강석기, 대수 들어서는데...

홍국영 : 어서들 오게.(하는데)

                          서장보와 대수..석기, 굳은 얼굴로 말이 없다.

홍국영 : (씩 웃으며) 내가 숙위대장과 도승지로 승차했는데
         감축한다는 말도 없는가?
장보 : (떨떠름하게) ....감축드립니다.
대수 : 경하드립니다, 영감.
석기 : 경하드립니다.
홍국영 : 헛참..이거 엎드려 절 받기네만
         어찌됐던 고맙네.
대수 : (참을 수 없고)
       영감께 드릴 말이 있습니다.
홍국영 : 뭔가?
대수 : 저희한테 어찌 이러실 수가 있습니까?
홍국영 : ...
대수 : 전하의 호위를 전담한다는 숙위소를 만들면서
       어떻게 저희를 빼놓을 수가 있냔 말입니다!
강석기 : 저 또한 영감의 처사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저희는 전하를 보필하기 위해
         목숨까지 바쳤습니다.
         그런 저희를 빼고 어떻게 전하의 호위를
         운운할 수가 있단 말입니까?
홍국영 : (입가에 미소만 띠고 듣고 있는데)

                          홍국영, 그제사 앞에 놓였던 교지를 들어보이며...

홍국영 : 이게 뭔 줄 아는가?
모두들 : (의아한 표정)
홍국영 : 자네들한테 전하는 전하의 교지일세.
         자. 직접 보게..

                          홍국영이 교지를 각자에게 주면..

홍국영 : 뭣들 하는가.. 어서 보라니까??

                          대수와 서장보..강석기..조심스럽고 긴장된 얼굴로 보는데..
                          대수와 장보..석기, 경악한다..

#28. 동. 앞. 낮

                          서장보, 대수, 강석기가 믿기지 않는 얼굴로
                          급히 나오는데...

서장보 : 야, 대수야!
         너...나 좀 꼬집어 봐라!
대수 : 예에..?
서장보 : (OL) 뭘하구 섰어? 나 좀 꼬집어보라니까...

                          그러자, 대수, 강석기..모두 서장보 옆구릴 비틀듯이 꼬집고...
                          순간, 서장보... '으악!' 하면서 비명을 냅다 지르는데...

서장보 : (환호하며) 꿈이 아니야...생시라구...생시!!
대수 : 나으리..!!

                          세 사람 와락 껴안고 감격에 겨워...어쩔 줄 모르는데..

#29. 저자거리 일각. 낮

                          익위사 복장의 대수가 어디론가 정신없이 달려가고 있다.

#30. 주막. 마당. 낮

                          달호와 막선이 분주하게 일을 하고 있다.
                          주막에는 손님들로 꽉 차 있고
                          이 때 대수가 주막으로 뛰쳐 들어온다.

대수 : 삼촌!!
달호 : 어..네가 이 시각에 웬일이냐?
대수 : 삼촌!!
달호 : 웬일이냐니까?
대수 : (달호에게 다가가서 교지를 주는데)
달호 : 이게 뭐냐?
대수 : 직접 봐.

                          달호가 교지를 펴 보는데...달호..경악한다..

달호 : ...이..이게 정말이냐? 정말이야?
대수 : (눈물이 핑돌고 고개를 끄덕이는데)
달호 : (대수를 와락 안고) 대수야!!
대수 : 삼촌!!

                          이 때 막선이 다가오고..

막선 : 왜들 그래요? 뭔 일 있어요?
달호 : 이봐, 막선이.
       우리 대수가...숙위군관으로 승차했네.
       종5품 군관이 됐다고!! 이걸 봐! 이걸! (보여준다)
막선 : 예? 종5품요? (놀라 교지를 본다)
달호 : 그래!!
       (손님들을 향해) ..이보시오들!!
       여기..내 조카가 종5품 숙위군관으로 승차를 했소!!
       내 오늘 술값, 밥값은 안 받을테니 맘껏들 드시오!!

                          손님들 와하고 술렁이고..대수를 향해..
                          감축한다고 인사말을 건넨다..대수..고개를 숙이며
                          인사들을 하는데...

#31. 도화서. 마당. 낮

                          익위사 복장의 대수, 급히 들어오고..두리번거리다..
                          이천과 눈이 마주치는데..

이천 : (호들갑) ..아이고, 이게 누군가?
       대수 아닌가?
대수 : 어..이사용 나으리.
이천 : (씩 웃고) ..이사용?
       자네가 아직...도화서 돌아가는 사정을 모르는구만.
       이보게, 대수.
       나...승차했네..이사용이 아니라..이화사야..이화사!...흐흐.
       종8품이지.
대수 : 감축드립니다. 화사 나으리.
이천 : 고맙네.
       헌데..자넨...아직도 우세만가?
       종9품?
대수 : 예에..저..실은.. 저도 이번에 승차를 했습니다.
이천 : 승차? 뭘로?
대수 : 숙위소라고...전하의 호위를 전담하는 부서가 생겼는데
       거기 군관입니다.
       종5품입니다.
이천 : (허걱 놀란다) ..조..조...종5품? 그...그게 정말인가?..입니까?
대수 : ..예..이화사 나으리.

                          이 때, 화구를 들고오던 초비가 대수를 보는데.

초비 : 정말 승차하셨어요?
대수 : 예...어쩌다 보니...그렇게 됐네요...
초비 : ..어머..너무...너무..잘됐다...경하드려요...
대수 : 고맙습니다.
       저기 근데요.
초비 : 말씀하세요.
대수 : (두리번거리며) 송연인 안 보이네요.
초비 : 송연이 궐에 들어갔어요.
대수 : 궐에요? 무슨 일로요?
초비 : 전하를 뵈러 갔다고 하던데.....
대수 : 전하요?

                          대수..맥이 탁 풀리는 느낌인데..

대수 : ..저...그럼..

                          대수..이천과 초비한테 인사를 하고
                          돌아서는데...

초비 : ..어머...안 그래도 잘생겼는데..
       종5품으로 승차라니..너무 멋있다.
       그죠...이화사 나으리.
이천 : ..그...그렇구나.

#32. 대수 집. 앞. 일각. 밤

                          대수, 이제나 저제나 서성대며 기다리는데..
                          이 때, 저만치 송연이 오고..대수..다가가는데..

대수 : 송연아!
송연 : ....대수야...?

#33. 동. 마당. 밤

                          송연과 대수가 들어오고...

송연 : ...뭐하러 기다려? 날두 추운데....
대수 : (히죽) 어..그냥...근데...왜 이렇게 늦었어..
송연 : 궐에 들어가서 전하와 중전마마를 뵙느라구...
대수 : 왜...? 무슨 일 있어..?
송연 : 아..아니.
대수 : .....(빤히 송연을 보는데)
송연 : ......
대수 : ...저기 송연아..
송연 : ...무슨 할 말 있어?
대수 : 나....승차했어.
송연 : ..뭐..?
대수 : 나..오늘 숙위군관으로 승차했어.
송연 : (놀라고) 정말?
대수 : 어...종5품이야.
송연 : (감격한) ..뭐라구? 대수야! 잘됐다. 정말 잘됐어, 대수야!
       달호 아저씨도 아셔?
대수 : ..어...
송연 :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대수야. 너 정말 대단해...정말.
대수 : (겸연쩍게 웃는)..뭘...
       저기...송연아..
송연 : 어..
대수 : 나 너한테 할 말이 있는데..
송연 : 뭔데? 말해.
대수 : (할까 말까 망설이는데)...
송연 : (...?) 뭔데 그래?
대수 : 저기... 아니다...담에 할게..
송연 : 뭔데 그래?
대수 : ..담에..담에 말할께..

                       대수, 얼른 한쪽으로 가는데...
                       송연이 의아한 얼굴로 그런 대수를 보고..

#34. 집 앞 일각. 밤

                       마당에서 나온..대수..

대수 : 어휴..이 바보같은 놈.
       말도 못하냐, 말도 못해!!

                       대수..자책을 하듯이 자신의 머리를 쥐어 박는데...

#35. 궐 전경. 낮

#36. 동. 일각. 낮

                       산이 채제공, 홍국영 등과 가고 있다.
                       그러다 문득 보면, 멀리 한쪽에서 관복을
                       입은 젊은 관료 두엇이 궐 안의 사령들과 함께
                       서책을 옮기는 등 허드렛일을 하는 것이 보이는데.

산 : (의아) 잠깐 기다리게...

                       산의 말에 멈칫 서는 이들. 보면.

산 : 저들은 이번에 새로 이조에 들어간 좌랑들이 아닌가?
채제공 : (보고는) 예....맞습니다. 전하.
산 : 이 시각이면 이조의 좌랑들은 속아문 회의에 들어있을 시각이 아닌가?
     헌데....저들이 왜 저 곳에서
     사령들과 저런 허드렛일을 하고 있는 것인가?
채제공, 홍국영 : ....!....
산 : (홍국영에게) 가서, 저들을 불러오게.
홍국영 : 예, 전하.

                       홍국영, 급히 관원들이 있는 곳으로 간다.
                       산, 굳은 표정으로 지켜보는데..
                       이내 홍국영이 관원들과 함께 온다.
                       산의 앞으로 와서 조아리는 관원들.

관원 1,2 : 전하...
산 : 그래, 어서 오게.
     자네들은 이번에 이조좌랑에 임명된 우정남과 오정태지. 맞는가?
관원1 : 예, 전하..그러하옵니다...
관원2 : 그러하옵니다. 전하.
산 : 헌데, 왜 자네들이 이런 시각에 여기서 허드렛일을 하고 있는가?
     지금은 속아문 회의에 들었어야 할 시간이 아닌가?

                       산의 물음에 대답하지 못하고 쭈뼛거리는 관원들.

홍국영 : 뭘 하는가. 전하께서 하문하고 계시지 않는가?
관원1 :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소신들은 회의에 참석할 자격이 없다 하여
        이 곳에 나와 있었습니다. 전하.
산 : (멈칫, 본다) 뭐..?
홍국영, 채제공 : (당혹스러운데)
산 : ...자격이 없다니? 대체 그게 무슨 말인가?
관원1 : ...송구하오나...
        다만, 노론이 아닌 남인 출신의 좌랑들은 참석치 말라는
        하명만 전달받았을 뿐 소신들도 그 까닭은 듣지 못했사옵니다.
산 : .....!!.....
관원2 : (참담한 마음이다) 허나, 나라의 녹을 먹는 자로
        조정에 나와 몇날 몇일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차마.....망극한 마음이 들어...
        이렇게 사령들의 일이라도 돕고 있는 중이었사옵니다, 전하..
산 : ....!!!....

                       홍국영, 채제공...기가 막혀오고,
                       산, 굳은 얼굴에 노기가 어리는데...

#37. 동. 일각. 낮

                       산, 남사초와 함께 굳은 표정. 거친 걸음으로 가는데.

#38. 동. 시강원 집무실. 낮

                       이조참판 주재 하에 육조의 신임낭관 다섯이
                       모여 회의를 하고 있다.
                       그 때, 밖에서 남사초 '주상전하 납시오.' 하는 소리가 들리는데.
                       그 소리에 놀라는 관원들. 자리에서 일어서고.
                       문이 열리고 산이 안으로 들어오는데...
                       모두들 당혹한 얼굴로 예를 갖추며... '전하' 하면..
                       산, 굳은 표정으로 이들을 둘러보고는.

산 : 어째서, 이 곳엔...자네들뿐인가?
     어째서 새로 임명된 남인 출신의 관료들은
     하나도 보이질 않는 것이야?
다들 : ....!!....

                       산, 매서운 얼굴로 이들을 바라보는데...

#39. 궐. 산의 서재. 낮

                       산, 홍국영, 채제공, 남사초가 들어온다. 산이 자리에 앉으면.

채제공 : 이조뿐이 아니었습니다. 전하.
         알아보니, 육조와 삼사 모두
         새로 임명된 소론과 남인 출신들은 철저히 배제되고 있었습니다.
산 : .....!.....
홍국영 : 그뿐이 아닙니다, 전하.

                       하면서 홍국영, 산의 앞으로 뭔가를 내민다.
산 : 이게 뭔가?
홍국영 : 오늘 사헌부와 사간원, 양사에서 넘어온 것입니다.
         전하께서 새로이 임명하려 하신 정5품 이하의 관료들에 대해
         모두 임명을 동의할 수 없다며
         수결을 거부하고 나섰습니다.
산 : ...!...
홍국영 : 저들은 서경권(자막 : 임금이 임명을 하려는 관원에 대해
         가부를 결정하는 것)을 악용해...사실상, 노론이 아닌
         다른 당색의 등용을 막아서려는 것입니다. 전하.
산 : ....!!....

                       산, 굳은 얼굴로 홍국영이 건네준 것을 본다.

산 : (냉소가 번진다) 마지못해 임명을 동의한 하급관료들은
     자신들의 힘으로 철저히 조정에서 배제시키고
     청요직 자리엔 아예 처음부터 한 자리도 내어주지
     않겠다는 게로군...

                       산의 말에 굳어지는 채제공과 홍국영.

산 : (홍국영에게 돌려주며) 양사에 다시 내려보내게.
홍국영 : ...!...
채제공 : 하오나 전하. 저들의 대답은 마찬가지일 것이옵니다.
산 : 알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쉽게 이뤄지리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조정을 장악한 노론들이
     그리 쉽게 자신들의 자릴 내놓을 리가 없지요.
     허나, 저들이 끝내 이리 나온다면
     저 또한, 다른 생각이 있습니다.
홍국영, 채제공 : ...!...
산 : (굳은 표정, 생각에 잠기는데)

#40. 궐. 일각. 낮

                       최석주가 대신들을 거느리고 오고 있다.
                       보면 한쪽에 도열해 있던 이들이 예를 갖추는데.

#41. 빈청. 낮

                       최석주와 대신들이 있다.

중신1 : 주상께서 오늘 갑자기 육조 낭관들의 회의 자리에
        납시었단 말씀을 들으셨습니까?
최석주 : (담담하게) 들었소.
         그 자리에 남인들이 모두 빠진 것을 보고
         크게 역정을 내셨다지요.
         허나, 다들 크게 동요할 것 없습니다.
         그렇다 한들, 주상께서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노론은 이 나라 조정의 근간이고
         이 나라 사대부의 뿌립니다.
         이 나라는 임금이 아닌, 사대부가 지탱해왔습니다.
         사대부 없이 임금 혼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이제 주상께서도 아시게 될 것입니다.
다들 : ....!!....

                       그렇다. 모두의 얼굴에 자신감, 결연함이 내비쳐지고.
                       최석주의 표정...담담한데....

#42. 궐. 규장각. 앞. 낮

                       어느덧 마무리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규장각 앞.
                       산이 담담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는데...
                       그 때 한쪽에서 홍국영이 온다.

홍국영 : 전하, 찾아계시옵니까?
산 : 그래..어서 오게(하고) 이제 규장각 공사가 마무리 되는군.
     내 자네한테 제일 먼저 보여주고 싶어 불렀네.
홍국영 : ...!...
산 : ....어떤가?
     이렇게 바쁘고 위급한 때
     도서관 따위나 짓고 있는 내가 못마땅했을텐데...
     막상 보니, 더 한심해 뵈는가?
홍국영 : (당혹스럽다) 전하..
산 : (슬몃, 웃고는) 아니라고는 안하는군.
     (하고) 따라나서게. 나와 함께 갈 곳이 있으니.
홍국영 : 헌데, 어디로 가시려는 것인지요? 전하.
산 : 이제 곧 노론 중신들이 한 목소리로 나를 압박하려 들걸세.
     조정과 도성 뿐 아니라
     향촌 구석구석까지 이 나라를 장악하고 있는 건
     임금이 아니라, 자신들 노론 사대부라는 걸
     내게 보여주려 할테지...
     허나 내게도 다른 생각이 있다 하지 않았나?
     내 오늘 자네한테 그것을 보여줄 것이네.
홍국영 : ...!...
산 : ........

#43. 노인의 집. 마당. 낮

                        노인, 길게 엮은 새끼줄을 들고 지붕 위를 오가고 있다.
                        이엉이 날아가지 않도록 이엉 위에 새끼줄을 덧입혀
                        처마와 붙들어 매는 것인데. 그 때.

산 (소리) 또 새로 실험하는 것이라도 있는 것이오?

                        그 소리에 돌아보는 노인.
                        보면, 마당으로 미복을 한 산이 홍국영,
                        대수, 장보, 석기와 함께 들어선다.

산 : 노공께서는 참, 여전하시오.
     어찌 그 높은 곳에 올라가 계시오?
노인 : (놀라) 네 놈이...여긴 어쩐 일이냐?

                        기겁을 하는 홍국영과 장보, 석기.
                        대수, 이젠 익숙하다는 듯 웃는데.
                        산, 빙긋이 미소를 지으며 본다.
                        노인, 의아한 얼굴로 보고...

#44. 동. 다른 일각. 밤

                        변복 차림의 대수와 장보, 석기 등이 경계를 서고 있는데..

#45. 동. 노인의 방 안. 밤

                        산, 노인, 홍국영이 있다.

노인 : 네 놈이 한동안 뵈질 않길래 고태골로 갔나 했더니...
       다행히 여즉 죽지 않고 살아있구나.
산 : (미소) 그러게 말이오.
     내가 보기보단 명줄이 꽤 긴 모양입니다.
노인 : (피식, 웃고는) 헌데, 달고 온 이 놈은 또 뭐냐?
홍국영 : (당혹스러운데)
산 : (웃으며) 내 수하요.
노인 : 수하...? (쓱 본다)
홍국영 : (당혹스럽지만, 인사하며) 처음 뵙겠소.
노인 : (심드렁하게) 그 놈...눈빛이 예삿 놈이 아니로군.
홍국영 : ...!...
산 : ...!...
노인 : (이내 시선을 거두고)
       근데, 네 놈 주제에 수하라니. 뭔 말이냐?
       그러고 보니 입고 있는 입성이 번드르르한 게..
       뭐냐, 그 새 조정에 출사라도 한 게냐?
산 : 출사라....뭐, 그 비슷하오.
     실은, 내가 이번에 조정에서 꽤 중책을 맡았소.
노인 : (대수롭지 않게OL) 중책은 무슨, 네 놈 주제에....
       어디, 종9품 참봉 직이라도 하나 건진게냐?
홍국영 : (옆에서 지켜보기 당혹스럽다) ..이보시오. 지금 말씀이..(하는데)
산 : (OL) 됐네. 나서지 말게. (하고는)
     야박하긴. 종9품이 뭐요?
     거 돈 드는 일도 아닌데 쓰는 김에 좀 더 쓰시오!
노인 : (끌끌 혀를 찬다) 전답 꽤나 있는 티를 내더니...
       뭐냐? 어디 돈 좀 찔러주고 낭청(정7품) 자리라도 얻어낸 게냐?
                         -자막- 낭청
산 : (흠...) 그게....낭청보다도 좀 높소.
노인 : (기가 막히다) 뭐야....?
산 : (능청스럽게) 내가 일전에 뭐랬소?
     내 집이 대대로 좀 산다지 않았소이까?
노인 : (허..기가 막힌데) ..헛참..
산 : 실은, 내 이번에 주상께서 새로 지으신 규장각에서
     꽤 높은 자릴 맡았소.
     그 때문에 노공을 찾은 것이오.
     어떻소, 이 참에 내가 일하는 것도 볼 겸
     내일쯤, 궐 구경을 한 번 나서지 않겠소?
노인 : (OL) 됐다...치워라. 아, 그깟 궐 구경은 무슨..
산 : (짐짓OL) 내 듣자하니 그 규장각이란 곳에...
     청국에서 진귀한 서적이 이만권이나 들어온다 하던데....
노인 : (멈칫, 한다) ..!!!
산 : 내 이름을 대고 들어오면
     그 책들을 몰래 한 번 볼 수도 있을텐데....
     어떻소? 그런데도 정말 싫소?
노인 : ...

                     노인, 능청스런 산의 말에...흠...갈등이 어리고..

산 : ...

                     산, 보면 이내 장난기를 거둔 모습..
                     깊은 눈으로 그런 노인을 바라보는데...

#46. 혜경궁 처소 앞. 밤

                     이상궁, 나인들 서 있고.
                     효의가 김상궁과 나인들 이끌고 들어온다.
                     이상궁, 예를 갖추고.

효의 : 어마마마를 뵈러 왔네. 고해주게.
이상궁 : 예, 중전마마..
         (안에 대고) 마마...중전마마께서 드셨사옵니다.

                     효의, 가만 처소 안을 바라보고.

#47. 동. 방 안. 밤

                     혜경궁, 효의 앉아있다. 혜경궁, 놀라고 당혹한 얼굴로
                     효의를 보는데..

혜경궁 : 지금 뭐라 하셨소? 중전.
         도화서의 그 다모 아일....후궁으로 들이자니요?
효의 : (결심한 바다) 전하께서 보위에 오르시고
       지금은 어느 때보다 왕실에서 원자를 보는 것이
       시급한 일일 것이옵니다.
       하여 이 같은 주청을 드리는 것이오니...부디..(하는데)
혜경궁 : (OL) 듣기 싫습니다. 그만하세요, 중전..!
효의 : ...!...
혜경궁 : 다른 사람도 아닌, 천한 다모 아이라니요?
         내가 중전을 잘못 보았습니까?
         왕실 내명부의 위엄을 지켜야 할 중전께서
         그런 천한 아일 후궁으로 들이자니....
         어찌 그런 망극한 말씀을 입에 담을 수 있단 말입니까?
효의 : 어마마마...
혜경궁 : (OL) 그만하라지 않습니까..!
효의 : ...!...
혜경궁 : 내 그렇잖아도 왕실의 후사를 잇는 문제로
         마음이 무거웠지만
         중전이 걸려 선뜻 결심을 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헌데, 중전께선 마음으로 그처럼 기막힌 생각을 품고 계셨단 말입니까?
효의 : ....!....어마마마....
혜경궁 : 됐습니다.
         후궁을 들여 후사를 잇자는 중전의 뜻은 알았으니
         이제 그 문제는 내가 알아서 처리할 것입니다.
         허니, 그리 알고 이만 돌아가 보세요.
효의 : (당혹스럽고)
혜경궁 : (불편한 얼굴로 시선을 트는데)

#48. 효의 처소. 방 안. 밤

                        효의, 착잡한 얼굴로 있고...
                        김상궁,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김상궁 : 마마....그러게 제가 뭐라 말씀드렸습니까?
         당치도 않은 일이라 하지 않았습니까?
효의 : 어차피, 쉽게 허락하시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김상궁 : 마마..
효의 : ...허튼 결심으로 입 밖에 낸 말이 아니다.
       허락하실 때까지...다시 찾아뵙고 말씀 드릴 것이야.
김상궁 : 마마....?!
효의 : ........

#49. 정순 처소(가정당) 외경. 밤

#50. 동. 안. 밤

                        정순과 강상궁이 있다...
                        보면, 강상궁 은밀히 정순에게 뭔가 전하는 듯 한데..

정순 : (담담하게) ...후궁 간택이라?
강상궁 : 예, 마마...
         분명 중궁전에서 그런 말이 흘러나왔다 하옵니다..
정순 : ....중전이 어려운 결심을 했구나..
       하기사...원자를 낳지 못하고 있으니...
       중전으로서도 달리 어쩔 도리가 없었겠지..
강상궁 : .....
정순 : 알겠다..(하고)
       넌 앞으로 중궁전을 잘 살펴보고....
       조금이라도 움직임이 있거든 나에게 알리거라.
강상궁 : 예..마마...
정순 : (씁쓸한 듯) 그게 무엇이 됐든...
       ...아직 내가 이 궐에서....쓸모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어야지...
       그렇게 해서.....
       무슨 수를 써서든....이 지긋지긋한 가정당에서...벗어나야 해....

                         정순, 뭔가 결연한 얼굴에 눈빛이 빛나고...

#51. 노인의 집 외경. 낮

#52. 노인의 집. 마당. 낮

                         대수(숙위군관 복장)가 숙위군 서넛과 마당에 있고..
                         옷을 차려입은 노인이 마루에 걸터앉아 신을 신고 있는데..

대수 : 거 참, 꾸물대시기는...좀 빨리빨리 하실 수 없소?
노인 : 보채지마라, 이 놈아! 너도 늙으면 나처럼 굼떠진다.
       (하고, 흘끗 보고는) 근데...넌 꼴이 그게 뭐냐?
대수 : 내 꼴이 뭐 어때서 그러시오?
노인 : 그 옷 말이다...종복 놈이...그 차림새가 뭐냔 말이야?
대수 : (그제야..아..싶은데)
숙위군1 : 이보시오, 노인장. 말씀을 삼가시오.
          이 분은, 주상전하를 보필하는 숙위소의 종사관 나으리시오.
노인 : (멈칫, 본다) 뭐어?

                         노인, 그게 뭔 말이냐...하는 표정으로 보면..
                         대수, 이제야 알았느냐..하는 짐짓..거들먹거리는 표정으로
                         노인을 보고...노인, 영문을 알 수 없는 표정이 되는데.

#53. 궐. 일각. 낮

                         박제가를 비롯한 서얼 청년들이(앞회에 나왔던 노인의 제자)
                         웅성거리며 모여 있다. 모두들...잔뜩 긴장한 얼굴들인데..
                         그 때 한쪽에서 오는 노인.
                         청년 중 하나, 노인을 발견하고.

청년1 : 스승님..!
노인 : ...!...

                         노인 보면....다들 노인 쪽으로 오는데...

노인 : 어찌된 게냐? 너희들도 모두 입궐한 것이냐?
청년1 : 예...스승님께서 오신단 말씀을 듣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노인 : ....!....
청년1 : (박제가에게) 인사드리게. 우리 스승님이시네.
박제가 : 처음 뵙겠습니다. 박가, 제가라 합니다.
노인 : (보면)
청년1 : 저와 성균관에서 수학했던 동학입니다.
        이 친구도 저희와 같은 반쪽짜리 서얼이지요.
노인 : ...!...
박제가 : (담담하게 미소짓는데)
노인 : 헌데...너흰 무슨 일인지 알고 있느냐?
       주상전하께서...이 곳으로 부르셨다니...
       대체 이게 어찌된 영문이냐?
박제가 : 그것이 어찌된 영문인진,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노인 : ...!!..
박제가 : (긴장한 표정으로 보는데)

#54. 궐. 규장각 앞. 낮

                         박제가와 노인, 그리고 서얼 청년들이 규장각 앞에 있다.

박제가 : 이 곳은 주상전하께서 새로이 만드신
         왕실 도서관...규장각입니다.
         노공과 그리고 자네들이 오늘 이 곳에 온 까닭은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주상전하께선 이 곳의 책임을...저희, 서얼들에게 맡기셨습니다.

                         박제가의 말에 다들 놀란다.

청년1 : 이보게, 자네 그게 무슨 말인가?
        이 곳 규장각의 책임을 우리가 맡게 되다니?
박제가 : 들은대로네.
         자네들과 난, 오늘부터 정5품 검서관이 되어
         실무를 맡게 될 것이고
         그리고 노공께선 정3품 직제학이 되어
         이 곳의 책임을 맡게 되실 것입니다.
다들 : ....!!....

                         다들, 무슨 말인가...놀라고 경악한 얼굴로 보는데.

청년1 : (대체 이게 무슨...) 스승님.....?!
노인 : (놀랍지만, 차분히) ...정녕, 그게 사실인가?
박제가 : 예....그렇습니다....
         오늘부터 이 곳 규장각의 총책임자는
         바로, 영감이십니다..
노인 : ....!!!....

                         박제가의 말에...모두들 놀라고 당혹해하는데..

노인 : (굳은 표정) ....난, 이해할 수가 없군.
       자네가 날 놀리는 게 아니라면, 금상전하께서 정신이 나가신겐가?
       정3품, 직제학이라니?
       대체 주상전하께서 나 같은 것을 어찌 아시고?

                         하는데...그 때 등 뒤에서.

산(소리) : 내 경에 대핸, 알만큼 안다 여기는데....
           내가 틀린 것이오?

                         그 말에 다들 멈칫한다.
                         보면, 박제가...얼른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예를 표하며... '전하!' 하는데....
                         그 말에 놀라 돌아보는 이들.
                         보면, 한쪽에...산이 홍국영, 채제공 등과
                         함께 서 있는데..
                         순간, 앞에 선 용포 차림의 산을 보고
                         노인도 청년 서얼들도 모두 놀라고 경악한 얼굴이 된다.
                         전하라니...이게 무슨 말인가...
                         그리고...저 용포는.....!!!
                         보면, 순간 모두의 얼굴에...당혹과 경악이 번지는데...

청년1 : (낮게, 멍하니) 스승님......저....저..친구는.........
노인 : ...!!...
산 : ........

                         그 때...

홍국영 : (엄하게) 이보시오! 주상전하께 예를 갖추지 않고....
         다들 무얼 하고 섰는가?
다들 : ....!!!....

                         홍국영의 말에...다들 그제서야 무엇인지 실감이 나는 듯..
                         두렵고 망연한 얼굴들이 된다.
                         이들 모두, 그 자리에 무릎을 꿇으며...
                         전하....하며 고개를 조아리는데....
                         보면, 담담한 미소를 띤 채 이들을 바라보는 산.

#55. 궐. 대전 외경. 낮

#56. 동. 산의 집무실(이천). 낮

                         청년 서얼들과 노인, 산, 홍국영이 있다.

청년1 : 마...망극하옵니다, 전하!
        감히 전하를 몰라 뵙고
        그처럼 참담한 언사를 일삼았던 소인들을 죽여주시오소서...

                         그 말에, 노인 빼고 다들 '죽여주시오소서!' 하는데..

산 : 당치 않네. 방자했던 것을 따지자면
     처음부터 신분을 속이고 자네들을 희롱한 내 잘못이 더 크지.
     허나, 이해해주게.
     내 그대들의 뜻을 알자면....달리 다른 도리가 없어 그리한 것이니.

                         산의 말에..다들 어쩔 줄 모르는 망극한 얼굴로...
                         '망극하옵니다. 전하!' 하는데...
                         산, 담담히 이들을 보고...이내 노인을 바라본다.

산 : 내 경에겐 특히 많이 미안한 마음이오.
     본의 아니게 결례를 했소.
노인 : (담담하게) ...당치 않으시옵니다, 전하.
산 : 아니, 그렇지 않소.
     사가에서 내가 경과 맺은 인연은
     스승과 제자의 것이 아니었소?
노인 : ....!....
산 : (가만, 보는데)
노인 : 전하....사가에서의 연을 말씀하시니
       소인, 감히 전하께 외람된 말씀을 올려도 되겠사옵니까?
산 : 무엇이오? 말해보시오.
노인 : 앞으로 저희가 출사하여 뜻을 펼칠 수 있는 날이
       과연 며칠이나 되옵니까?
산 : ....!....
노인 : 저희들은 미천한 서얼입니다.
       이 나라 조정 중신들과 사대부들이
       결코 이 일을 좌시하지 않겠지요.
       저들은 오늘이라도 당장 벌떼처럼 들고 일어날 것이고
       허면, 저희의 뜻도...오늘로 끝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산 : ...!!...

                          노인의 말에, 일순 굳어지는 다른 이들의 모습.
                          모두 맞는 말인 것이다.

홍국영 : (보다 못해 나선다) 무례하오.
         주상전하 앞에서 어찌 그런 망극한 언사를 할 수가 있소?
산 : (OL) 아닐세. 다 맞는 말이니 그럴 것 없네.
홍국영 : 전하...
산 : 경의 말이 맞소.
     분명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이오.
     저들은 분명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 나를 막아서려 하겠지요.
     허나.....그리하여
     그 뜻이 오늘 꺾인다면
     나는, 내일 다시 그 일을 시작할 것이고
     다시 내일....그 뜻이 꺾인다면
     다음날...나는 또 쉬지 않고 그 일을 시작할 것이오.
노인 : ....!....
다들 : ........
산 : 아무것도 장담할 순 없소.
     허나, 썩은 조정을 바꿀 때까지
     그대들이 품은 뜻을 마음껏 펼칠 날이 올 때까지
     하루도, 한 순간도 쉬지 않고
     나는 싸울 것이오.
     이것이 경의 질문에 대한 내 대답이오.
     허니, 어떻소?
     그대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건 고작 이런 다짐뿐이지만
     과인의 이 다짐을 믿고
     그대들의 힘을 보태줄 수 있겠소?
다들 : ....!!....
노인 : 망극하옵니다, 전하!!
다들 : 망극하옵니다...전하.
산 : .........

                         서얼들, 산의 말에 북받치는 얼굴로 머리를 조아리고..
                         홍국영도 벅찬 얼굴로 산을 보는데...
                         그리고 보면, 결연한 얼굴로 이들을 바라보는 산.

#57. 궐 일각. 낮

                         최석주, 굳은 얼굴로 오고 있는데...
                         그 때 한편에서 중신들이 온다.

중신1 : (조보를 보여주며)
        이걸, 보셨습니까? 대감.
        아니....새로 지은 규장각의 관원들을 서얼들로 채우겠다니...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습니까?
최석주 : .........

                         보면 최석주, 굳은 얼굴로 보는데....

#58. 편전. 낮

                         산과 중신들이 모여 있다.
                         편전에 팽팽한 긴장이 감도는데...

최석주 : 서얼들이라니요? 전하. 이는 불가한 일이옵니다.
         반상의 법도가 엄연하거늘...
         어찌 전하께선 그 법도를 거슬러
         한낱 서얼들에게 그처럼 망극한 중책을 내리려 하시옵니까?
산 : ......
최석주 : 이는 천부당만부당한 일이옵니다.
         부디, 통촉하여 주시오소서, 전하.
다들 : 통촉하여 주시오소서...

                         산, 굳은 얼굴로 보다가.

산 : 내가 그럴 수 없다면 어찌하겠소?
최석주 : (멈칫) 전하...!
산 : 경들이 뭐라 해도 소용이 없을 것이오.
     서얼들을 규장각에 등용키로 한 내 결심엔 변함이
     없을 것이니 그리 알고 그만들 물러가시오.
다들 : ....!!....
최석주 : 전하!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이것은 독단이고 전횡입니다!
         종사는 임금 홀로 하는 것이 아니옵니다.
         이 나라에 엄연히 종사를 이끌어가는 중신들이 있사온데...
         어찌 전하께선 이 나라의 종사를 홀로 펼치려 하시옵니까?
산 : 내가 종사를 혼자 하려 했다? 재미있군요.
     그리 하려 한 것은 과인이 아니라
     여기 있는 경들이 아니오?
최석주 : ...!...
산 : 눈이 있다면 경들의 옆을 보시오!
     모두가 그대들과 같은 당색을 가진 노론 벽파들 뿐이오.
     난 그런 그대들에게 자리를 열어달라 했소.
     그대들 옆에, 뜻을 달리해도
     능력이 있는 남인과 소론 그리고 서얼들을 조금 끼워달라고 말이오.
     헌데 그것을 거절한 것이 누구요?
     바로 지금 나에게 혼자 정치를 하려 한다 손가락질 하는
     그대들이 아니오?
다들 : ....!!....
산 : 독단과 전횡이라 했소?
     그렇소.
     과인은 더 이상 경들의 독단과 전횡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오.
     허니, 과인의 결정을 따를 수 없다면
     언제든 경들이 차고앉은 그 자리에서 물러나도록 하시오.
     이 나라엔 경들을 대신해 편전을 채울 인재들이
     얼마든지 있소. 아시겠소?
최석주 : (당혹) 전하....!!
산 : .........

                             산의 말에..모두의 얼굴에 당혹감이 번지고..
                             산, 그런 그들을 결연한 표정으로 바라보는데..

#59. 동. 서재. 낮

                             들어오는 산, 채제공, 홍국영.

채제공 : (걱정이 어려) 전하.
         노론 벽파 중신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만약 저들이 전하의 이런 처사에 맞서
         뜻을 규합한다면
         조정이 마비되고 종사가 어지러워질 것입니다.
홍국영 : 허나, 잠시 잠깐 그리된다 해도
         시작부터 물러설 순 없다 생각합니다. 대감.
산 : 그건, 홍승지의 말이 맞습니다.
     만약 저들이 끝내 이 일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저들은 편전에서 내가 한 말이 결코 허언이 아님을
     알게 될 것입니다.
채제공 : ....!....

                             채제공, 놀란 얼굴로 보면..
                             산, 의지어린 굳은 표정으로 바라보는데...

#60. 거리 일각. 낮

                             거리에 방이 붙고..사람들 웅성거리며 보고 있는데..
                             그 때 지나가던 막선, 무슨 일인가..하고
                             사람들 사이에 껴서 방을 본다.

막선 : 무슨 내용인데 다들 몰려있는 거야?

                             막선, 뭔가 하는 얼굴로 빼꼼히 보는데....

#61. 주막. 낮

                             달호, 막선의 주막을 정리하고 있는데..
                             그 때 막선이 신나는 얼굴로 들어온다.

막선 : 아이고, 대박 났네...이제 우리 주막 대박 났어...!
달호 : ...아니, 대박이라니...다짜고짜 그게 무슨 말이야..?
막선 : 내 지금 흥화문에 붙은 방을 보고 오는 길인데...
       주상전하께서 이번 과거에
       무려 이천 명...! 이천 명을 뽑는대요!
달호 : (헉, 놀란다) 뭐....이, 이천 명?
막선 : 내 살다 살다..한꺼번에 이천 명씩이나 뽑는단 방은 또 처음이네.
       그럼...조선 팔도의 양반네들이 죄 도성으로 몰려올테고...
       이제 우리 주막은 대박나는 일만 남았다 이거에요...
달호 : ....!....

                             막선, 좋아 죽고...달호, 세상에..이천 명이라니..
                             믿을 수 없는 얼굴이 되는데....

#62. 도화서 대화실. 낮

                             도화서 화원들과 다모들 모두 모여 있다.
                             다들 놀란 얼굴이고.

이천 : (탁지수에게) 아니, 그게 무슨 소린가?
       이번 과거 때문에 우리 도화서가 일을 치르게 생겼다니...
       좀 자세히 좀 말해보게..
탁지수 : 여태 말했는데, 아직도 못 알아들었나?
         주상전하께서 이레 뒤 열리는 과거에서 이천 명을 뽑으신다네.
         허니, 과장에 수천 아니 수만 명이 몰려들게 아닌가?
다들 : ....!!....
탁지수 : 과장이 열 개로 늘어날 거란 말까지 있으니
         그걸 다 그리자면 우리만 죽어나게 생겼다 이 말이네...

                             탁지수의 말에 다들 웅성거리는데....

이천 : 헌데..전하께선 왜 그런 명을 내리셨단 말인가?
       자그마치 이천 명의 합격자라니?
       이건 무슨....조정을 싹 갈아 치우겠다는 것도 아니고...(하는데)
탁지수 : (OL) 이런 답답하긴....
         내가 여태 한 말이 바로 그거지 않나...!
         지금 전하께선 노론 벽파 중신들한테
         조정을 갈아엎겠단 선전포골 하신거란 말일세.
이천 : (놀란다) 뭐....??

                             탁지수의 말에...모두 놀라 보는데...
                             보면, 송연도 걱정이 어리는 얼굴로 바라보고...

#63. 궐. 일각. 낮

                             최석주를 비롯한 중신들, 굳은 얼굴로 궐로 들어온다.

중신1 : 모두들 편전으로 가서 주상전하께 이 일을 따져야합니다.
중신2 : 그렇습니다. 이는 묵과할 수 없는 중차대한 일입니다.
        (최석주에게) 아니, 그렇습니까? 대감.
최석주 : (끄덕이다가 앞을 보면)...

                             맞은 편에서 홍국영, 채제공 등과 함께 오는 산.
                             최석주, 멈칫...산을 보면....
                             산, 역시...다가오다가 그들을 발견하고 멈춰선다.
                             최석주를 비롯한 노론 중신들을 바라보는 산.
                             허공에서 부딪히는 이들 각각의 시선.
                             이윽고 산, 최석주 일행에게 다가온다.
                             그리고 앞에서 멈춘다.
                             예를 표한 후 결연한 눈빛으로 산을 보는 최석주 일행.
                             이들을 바라보는 산의 모습에서 엔딩.

.이산 

.영화 & 드라마 대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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