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 49
MBC 특별기획드라마 이 산(李蒜) 제 49 부 #1. 궐 일각. 낮 (48부 엔딩에 이어) 최석주를 비롯한 중신들, 굳은 얼굴로 궐로 들어온다. 중신1 : 모두들 편전으로 가서 주상전하께 이 일을 따져야합니다. 중신2 : 그렇습니다. 이는 묵과할 수 없는 중차대한 일입니다. (최석주에게) 아니, 그렇습니까? 대감. 최석주 : (끄덕이다가 앞을 보면) ...... 맞은 편에서 홍국영, 채제공 등과 함께 오는 산. 최석주, 멈칫...산을 보면.... 산, 역시...다가오다가 그들을 발견하고 멈춰 선다. 최석주를 비롯한 노론 중신들을 바라보는 산. 허공에서 부딪히는 이들 각각의 시선. 이윽고 산, 최석주 일행에게 다가온다. 그리고 앞에서 멈춘다. 예를 표한 후 결연한 눈빛으로 산을 보는 최석주 일행. 이들을 바라보는 산의 모습. 산 : (낮고 단호한 어투) 예서 뭘 하는 것이오? 지금이면 각사의 조회가 예정돼 있을 터. 헌데 다들 어찌 이 곳에 모여 있단 말이오? 최석주 : ........ 다들 : ........ 산 : 왜 대답을 하지 못하는 것이요? 최석주 : (굳은)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종사를 살필 책무를 내려놓은 소신들이 어찌 조회에 참석할 수 있겠습니까? 산 : 뭐라구요? 책무를 내려놓다니? 그게 무슨 뜻이오? 최석주 : 소신들 모두 이미 승정원에 사직 상소를 올렸사옵니다. 전하. 산 : ...!... 채제공 : ..!!.. 홍국영 : ...!!... 산 : 지금 뭐라 했소? 이판! 최석주 : .... 산 : (노엽다) 이판! 최석주 : 종사가 도탄에 빠지는 것을 더는 지켜볼 수 없다는 것이 저희, 모든 중신들의 뜻이옵니다. 하여, 이번 대과 결정을 취하해주시지 않는다면 소신들 모두, 조정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거두지 않을 것이옵니다. 전하. 산 : ....!!.... 채제공 : ..!!.. 홍국영 : ....!!.... 그 말에 산...참을 수 없는 노기 어린 얼굴로 최석주를 노려보고. 최석주, 결코 물러서지 않고 담담히 산을 바라보는데. 그 때. 채제공이 나선다. 채제공 : 이판. 전하의 결정에 따를 수 없다면 절차에 따라 주청을 올려야지, 사직 상소라니요? 어찌 그런 망극한 행동을 하는 것이오? 산 : (굳은) 최석주 : 절차를 무시한 것은 우리가 아니라 전하시오. 이천에 달하는 관원을 새로 등용하시겠다니.. 이는 우리 모두에게 조정에서 물러나라는 것과 무엇이 다르단 말이오? 산 : (OL) 맞소. 옳게 보았소. 최석주 : ....!.... 다들 : (멈칫, 놀라 보는데) 산 : 나는 분명 내 뜻을 따를 수 없다면 차라리 조정을 떠나라 했소. 허니, 경들의 뜻이 정 그러하다면 나 역시 경들을 잡지 않을 것이오. 최석주 : ...!!... 최석주를 비롯한, 노론 대신들 모두 놀라 당혹해하고 강경한 산의 태도에 홍국영과 채제공도 놀라는데.. 산, 매서운 얼굴로 당혹해하는 중신들을 바라보고는. 산 : (준엄한 경고다) 허나, 내 경들에게 대과가 열리기 전까진 마지막으로 다시 생각할 시간을 줄 것이오. 다들 : ...!!... 산 : 허니, 이 조정에 발을 붙이고 살고 싶다면 너무 늦지 않게 나를 찾아와야 할 것이오. 다들 : ....!!.... 산 : (홍국영에게, 냉정하게) 이레 뒤 대과가 열리기 전인 진시까지네. 그 시각이 지나면 그 땐 자네가 승정원에 올라온 모든 사직 상소를 남김없이 처결하게. 알겠는가? 홍국영 : 예, 전하! 다들 : ....!!!.... 최석주, 산의 서슬에...당혹해하는 얼굴이고 노론 대신들의 얼굴에도 당황한 빛이 역력한데.. 보면, 결연한 얼굴로 최석주를 응시하던 산. 이내 걸음을 옮긴다. 홍국영, 채제공 등도 뒤를 따르고. 굳은 얼굴로 그런 산을 보는 최석주의 시선. #2. 빈청 (숙위대 집무실 전용/병풍 이용). 낮 최석주와 노론 중신들, 막 들어와 앉는다. 초조한 얼굴로 술렁이는데. 중신1이 앉으며. 중신1 : (조금 불안한 표정으로 들어오며) 대감! 아까 전하의 태도를 보셨습니까? 아무래도 작정을 한 게 분명합니다. 그저 겁을 주려는 게 아니라 정말 이를 빌미로 우리 모둘 내치겠다는 것 아닙니까? 중신1의 말에, 모두들..불안해하는 얼굴. 최석주 : 자중들 하시오! 전하께서 그리 나온다고 정말 우리 모두가 조정을 떠나게 될 것 같소? 천만에요. 임금은 없어도 중신들 없인 버틸 수 없는 것이 이 나랍니다. 다들 : ...... 최석주 : 육조는 물론 각사의 관원 모두에게 뜻을 모으라고 하시오! 대과까진 이레가 남았소! 우리가 사직 상소를 찾으러 가기 전에 결국 주상께서 먼저 우릴 찾아오게 만들어야 하오. 다들 아시겠소? 다들 : ....!!.... 최석주, 결연한 표정으로 바라보는데.. #3. 궐 일각. 낮 이상궁이 나인들을 이끌고 다급히 가고 있다. 보면, 궐 일각....모여서 불안한 얼굴로 웅성거리고 있는 중신들. 이상궁, 그들을 보고는 이내 초조한 얼굴로 걸음을 재촉하는데. #4. 혜경궁 처소. 낮 혜경궁, 효의가 걱정 어려 있고 그 앞으로 이상궁이 있다.. 효의 : (놀라) 정말 조정 중신들이 모두 전하의 뜻에 반해 사직 상소를 올렸단 말인가? 이상궁 : 예, 마마! 그뿐이 아니옵니다. 지금 각사의 낭관들까지 이에 동조하여 사직 상소를 올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옵니다. 혜경궁 : ....!!.... 효의 : 어마마마! 혜경궁 : (기막히다) 조정 중신들이 저들의 힘을 앞세워 주상을 몰아세우려는 것입니다! 아무 기반도 없는 주상을 뿌리채 흔들려는 것이에요! 효의 : ....!!.... 혜경궁 : (이상궁에게) 당장 가서 사가의 아버님을 모시고 오너라! 무슨 수를 써서라도 파국을 막을 방도를 찾아야 할 것이야! 이상궁 : 예, 마마... 이상궁, 얼른 일어나서 나가고. 혜경궁, 효의, 불안하고 걱정 어린 얼굴이다. #5. 산의 서재. 낮 산, 홍국영, 채제공 있다. 산, 서안을 보고 있다. 산 : 이것이 전직 남인과 소론 관료들의 명단인가? 홍국영 : 예, 전하... 향촌으로 낙향한 이들을 불러들인다면, 조정의 공백을 어느 정도는 무마할 수 있을 것이옵니다. 산 : (고개를 끄덕이며) 조정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속히 기별을 넣어 입궐토록 하게. 홍국영 : 예, 전하.. 산 : (채제공에게) 승정원에 올라온 사직 상소는 모두 얼마나 됩니까? 채제공 : 벌써 백여 명에 이른다 하옵니다. 산, 홍국영 : ....!.... 채제공 : 더욱이 한성부와 지방의 아문 또한 이에 동조하고 있다 하니 조정이 마비되는 것은 물론 그 피해가 민생으로까지 확산될까 염려되옵니다. 산 : (굳은) 채제공 : 고작 수십의 전직 관원으로 메울 수 없는 일입니다, 전하. 서둘러 방책을 마련해야 하옵니다. 산, 굳은 얼굴로 옆에 뒀던 서책 하나를 서탁 위에 올려놓는다. 홍국영 : 이것이 무엇이옵니까? 전하. 산 : 승정원 기록을 통해 각사와 궐 밖 아문에서 처결한 사안 중 민생과 직결된 것을 정리한 것이네. 이를 지침으로 우선 급한 일들을 처리토록 하게. 임시방편이긴 하나, 대과를 치르기 전까지 당장의 혼란은 막을 수 있을 것이네. 채제공, 홍국영 : ...!!... 산 : (채제공에게) 저들은 결코 오래 버티지 못할 것입니다. 지금은 당장 조정을 떠날 것처럼 야단이지만, 조정과 관직이야말로 사대부가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그것이 위태롭다는 걸 뼈저리게 느낀다면 결국 저들도 흔들릴 것입니다. 채제공, 홍국영 : ....!!.... 산, 결연한 얼굴로 보고... 그런 산을 보는 채제공, 홍국영의 표정. #6. 궐 일각. 낮 홍국영, 대수, 강석기, 서장보 있다. 이들에게 서안을 내민다. 홍국영 : 전하께서 내리신 명소(命召:임금이 신하를 불러올리는 것)네. 사안이 급하니 숙위군을 동원해 서둘러 이를 전하고 저들을 입궐시키도록 하게. 대수, 강석기, 서장보, '예, 나으리!' 하고 서안을 들고 간다. 그런 세 사람을 보는 홍국영의 시선. #7. 궐 앞. 낮 궐 문이 열리고, 대수, 강석기, 서장보를 비롯한 숙위군들이 말을 타고 급히 나간다. 빠르게 내달리는 이들의 모습. #8. 궐 일각. 낮 노인을 비롯한 박제가와 청년 서얼 등... 규장각의 관료들이 등청을 하고 있다. 보면 한 무리의 젊은 참하관(정7품 이하 하급 관원, 녹색 관복)들이 문 앞에 모여 숙덕거리다가 마침 오는 노인 등을 보고 경멸을 담은 못마땅한 표정이 되는데...그들의 시선이 느껴지는 이들. 다들 굳어진다. 박제가 : (참하관들에게) 좀 비켜주시오. 하지만 문 앞에 선 참하관들, 못마땅한 표정으로. 참하관1 : 보다시피, 지금 우리가 여기서 긴한 용무 중이오. 허니, 안으로 들어가려거든, 저 뒷문으로 돌아들 가주시오. 다들 : ...!!... 청년1 : 돌아가라니? 여기 이 분은 정3품 직제학 영감이시오. 그 말에, 참하관들...본다. 피식..입가로 조소들이 번지는데. 순간, 확...열받는 청년 서얼들. 노인 : (담담하게) 돌아가자. 청년1 : 하지만, 스승님..(하는데) 노인 : (낮고 엄하게) 돌아가자니까. 다들 : ....!!.... 노인, 먼저 몸을 돌리고, 마지못해 청년들이 움직이는데 그 때. 참하관1 : 반쪽짜리 서얼들 주제에... 관복을 두른다고, 어디 그 피까지 감춰지나... 다들 : (멈칫) 청년1 : 저, 저 자식이....! (하는데) 노인 : 나서지 마라. 청년1 : 하지만 스승님! 박제가 : (울분을 견뎌내며) 직제학 영감의 말씀이 맞네. 지금 여기서 우리가 분란을 일으킨다면 전하의 입장이 더욱 곤란해지시네. 청년1 : ...!!... 노인 : (담담하게) 이깟 멸시가, 어디 하루 이틀 일이더냐? 분노에 지지 말고, 참고 견뎌라. 우리와 그리고 조정을 위해 전하께서도 그리하고 계신다. 다들 : ....!!.... 노인 : ......... #9. 궐. 누각. 낮 산, 굳은 표정으로 상념에 잠겨 있다. 그런 산의 위로 자신에 맞서기 위해 몰려오던 최석주와 중신들의 모습이 떠오르고..그 위로 다시. 최석주 (소리.E) 소신들 모두, 승정원에 이미 사직 상소를 올렸사옵니다. 전하. 이번 대과 결정을 취하해주시지 않는다면... 소신들 모두, 조정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거두지 않을 것이옵니다..전하. 산, 굳은 표정. 그러나 이대로 물러서진 않을 것이라는 결의가 어리는 얼굴로 입술을 깨무는데... 그 때 보면, 멀리 떨어진 곳... 효의가 김상궁 등을 거느리고 오다가 산을 발견하고 선다. 효의, 산을 바라보다가 눈가가 촉촉해진 채... 이내, 뭔가 마음에 결심이 어리는 얼굴로. 효의 : 이만 가자. 김상궁 : 마마, 이 곳까지 오셔서...전하도 뵙지 않고 가십니까? 효의 : 전하를 뵈러 나선 길이 아니다. 내가 갈 곳은...따로 있어. 김상궁 : (무슨 말인가...보고) 효의 : (마음에 결심이 어리는 표정) #10. 도화서. 대화실. 낮 송연을 비롯한 다모들과 이천, 탁지수 등이 모여 일을 하고 있는데...그 때 안으로 초비가 헐레벌떡 뛰어들어온다. 초비 : 소, 송연아! 큰일났어! 빨리 밖에 나가 봐! 송연 : ...예...? 무슨 일인데요, 언니. 초비 : ..지금 밖에...주, 중전마마께서 납셔계셔! 송연 : ....!!.... 중전이라는 말에 다들 놀라는데... 이천 : 뭐? 중전마마께서 우리 도화서에? 아니, 그게 정말이냐? 초비 : 지금 마당에 별제 나으리들과 함께 계시다니까요..?! 다들 : ....!!!.... 초비 : (송연에게) 빨리 나가 봐! 상궁마마님 말씀이 널 찾아오신거래! 송연 : ....!!.... 중전이 송연을 만나러 왔다는 소리에..술렁이는 사람들. 보면, 송연도 놀라고 당혹스런 얼굴인데. #11. 동. 마당. 낮 송연이 급히 나오고 뒤따라 줄줄이 나오는 다모들과 화원들. 송연, 보면.... 효의가 마당에서 박영문과 강두치의 영접을 받고 있는데... 갑작스런 효의의 출현에 놀라 몸둘 바를 모르고 있는 박영문과 강두치의 모습. 그 때, 문득 시선을 돌리는 효의, 송연을 발견하고. 효의 : 왔느냐? 송연 : (놀라서, 예를 갖춘 채) 중전마마. 효의 : (담담하게 미소 짓고) 송연 : (당혹한 얼굴로 보는데) 보면, 뒤따라 나온 초비와 이천, 탁지수 등도.. 대체 무슨 영문이냐며 술렁거리는데. #12. 동. 소화실. 낮 들어오는 이천, 탁지수, 초비, 세모, 시비, 미수 등. 이천 : 드디어 올 것이 온 거다. 드디어 송연이한테 후궁의 첩지가 내려지려는 게야! 다들 : ....!!.... 초비 : 예에? 후...후궁 첩지요? 이천 : 그래! 아, 그게 아니라면 중전마마께서 친히 도화서까지 납셔서 송연일 찾는 까닭이 뭐겠냐? 후궁이 될 송연일 직접 보시려는 게 아니냐? 다들..술렁인다. 탁지수 : (조금 섭섭함이 어려) 결국...일이 그리 되는군. 세모 : (다모들한테) 웬일이야? 설마, 설마 했는데..정말 송연이가.... 초비 : (눈빛을 빛내며OL) 아니야! 아닐 수도 있어. 시비 : 아니라니, 무슨 말이에요? 언니? 초비 : 아, 그렇잖아. 송연일 보실 거면 궐로 부르셔도 되는데.. 뭐하러 마마께서 여기까지 오셨겠냐구. 내가 볼 땐........송연이 머리채를 잡아 쥐려 오신 거야. 다들 : (헉, 놀란다) 탁지수 : 뭐? 미수 : 말두 안돼! 중전마마께서 어떤 분이신데.... 초비 : (한심하다는 듯) 야, 중전마마는 여자가 아니시니? 세상 어느 여자가 자기 서방 꼬여내는 걸 눈 뜨고 보고 있겠냐구? 게다가, 송연이 처질 생각해봐! 도화서 다모가, 후궁이라니....언감생심 그게 말이 돼? 다들 : (하긴...그게 맞는 말이다 싶은데) 탁지수 : 그럼 뭐냐...지금 송연이가 저 대화실에 갇혀서 마마께 쥐어뜯기고 있단 게냐? 탁지수, 걱정이 되고...모두들...웅성거리는데... #13. 동. 마당. 낮 김상궁을 비롯한 나인들이 밖을 지키고 있고. #14. 동. 대화실. 낮 송연이 긴장한 얼굴로 효의를 안내하고 있다. 송연 : 여기가 제가 일하는 화실입니다, 마마... 효의 : (본다) 송연 : 여기서 도화서 화원 나리들과 다모들이 궐에 올릴 그림과 의궤들을 그립니다, 마마... 효의 : (끄덕이며) 그래? 도화서가 이런 곳이었구나. 보면 효의, 신기한 듯 조심스레 둘러보고.. 보면 송연..긴장한 얼굴로 그런 효의를 살피듯 보는데. 그러다 문득 송연과 시선 마주치는 효의. 효의, 가만 미소 지어 보이고는. 효의 : 한창 바쁠 터인데...내가 공연히 번거롭게 한 건 아닌지 모르겠구나. 송연 : 아닙니다, 마마. 당치 않으십니다.. 효의 :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구나. (하고) 실은, 내 오래 전부터 꼭 한 번 보고 싶었다. 네가 이 곳에서 어찌 일을 하는 지.... 사람들과 지내는 건 어떤지.... 그런 것들이 궁금했었어. 송연 : ...!!... 효의 : 그래서 도리가 아닌 줄 알면서도 와 본 것이다. 아이들을 시켜 알아볼 수도 있었지만 꼭, 내 눈으로 보고 싶었단다. ....도화서가 너에게 어떤 곳인지 네가 과연 이 곳을 떠날 수 있을 지 그것을 말이다. 송연 : ....!!.... 효의 : .......... 송연 : 마마!! 효의 : ........ 송연 : 소, 송구하오나 마마!! 지금 그것이 무슨 말씀이신지요? 제가 도화서를 떠날 수 있냐니? 그것이 무슨..(하는데) 효의 : (OL) 곧, 궐에 후궁 간택령이 내려질 것이다. 그리고 난 그 때 널..... 후궁으로 삼아 궐에 불러들일 것이야. 송연 : ....!!.... 효의 : .......... 송연 : (충격) ...예....? 효의 : ...... 송연 : ..마마...후, 후궁이라니요? 효의 : 궐로, 들어오너라. 송연아. 그 곳에서 네가 전하의 곁을 지켜 드리거라. 송연 : ....!!....마...마....?! 효의 : 전하께선 늘 힘들고 고단한 길을 가실 것이다.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어려운 길을 자청해 갈 분이시지.. 그리고....성심에 품은 큰 뜻만큼 전하께선 늘 많이 외로우실 게야. 송연 : ....!!.... 효의 : 나는 너라면 전하의 그 성심을 위로할 수 있다는 걸 안다. 너라면....내가 채워드릴 수 없는 전하의 마음을 채울 수..있을게야. 송연 : 마..마! 효의 : 물론 내 억지로 네게 이를 강요하진 않을 것이다. 그리된다면 화원이 되겠다는 네 꿈을 접어야 할테니 분명 네게도 힘든 결심이 될 것이야. 송연 : ....!.... 효의 : 하지만 그래도 나는 네가 마음의 결심을 내어주면 좋겠구나. 힘들고 외로운 전하의 곁에서 네가 오래도록 위로가 되어주면 좋겠어. 송연 : ....!!.... 효의 : (촉촉해진 눈가...깊은 눈으로 바라보는데) 송연 : ...... #15. 동. 밖. 낮 효의가 도화서를 나와 천천히 가마에 오른다. 이를 배웅하는 박영문, 강두치 등 도화서 식구들. 효의 : 이만, 돌아가자. 김상궁 : (속상한 마음) ..예...마마... 가마의 문이 내려지고 움직이기 시작하는 가마. 보면, 가마 안 효의... 마음에 어쩔 수 없는 아픔과 서글픔이 느껴진다. 하지만...해야 할 일을 한 것이다... 이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인 것이다.. 효의, 입가로...서글픈 미소가 조용히 번져가고... #16. 도화서. 소화실. 낮 송연, 망연한 얼굴로 혼자 상념에 잠겨 있다. 그런 송연의 위로.... 효의 (E. 소리) 네 결심이 정해지면 내게 알려다오. 허나, 너무 오래 지체되진 않았으면 좋겠구나. 송연, 차마..한 번도 생각하지 못한 엄청난 일... 어찌해야 하는 것인가... 당혹감...알 수 없는 두려움에 멍한 얼굴이 되는데. #17. 궐. 일각. 밤 홍국영, 가는데. 그 때, 한쪽에서 이상궁이 온다. 이상궁 : 혜경궁 마마 처소의 이상궁이라 합니다. 마마께서 영감을 찾으시옵니다. 홍국영 : 마마께서 나를 말인가? 이상궁 : 예, 영감. 홍국영 : ....?!.... #18. 혜경궁 처소. 밤 혜경궁이 있는데... 그 때, 밖에서 '마마, 홍승지 입시옵니다.' 하는 소리 들린다. 혜경궁 : 뫼시게.. 홍국영, 안으로 들어와 예를 갖추고. 혜경궁 : 어서 오게. 홍국영, 무슨 일인가 하는 표정으로 혜경궁을 바라보는데.. (시간 경과) 보면, 홍국영, 놀란 얼굴로 본다. 홍국영 : (당혹) 마마, 지금 그것이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소신의 누이를 후궁으로 입궐시키라니요? 혜경궁 : 자네한테 이른 대로네. 내 이미 마음에 정한 바가 있으니 그리 알고 따라주었으면 좋겠네. 홍국영 : ....!!.... 혜경궁 : ..... 홍국영 : 하오나 마마. 소신은 전하를 지근에서 뫼시는 신하이옵니다. 그런 제가 왕실의 외척이 된다면...(하는데) 혜경궁 : (OL) 모르겠는가? 나는 바로 자네가 주상의 가장 가까운 신하이기에 이런 제안을 하는 것이네. 홍국영 : ...!... 혜경궁 : 내 실은 좀 더 숙고할 참이었지만 이번에 조정이 이리 되고 보니 더 이상 시간을 끌 이유가 없다 여겨지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주상이 힘을 가져야 할 때네. 그러자면, 다른 누구보다 주상의 충신인 자네가 힘을 얻어야 하는 게야. 홍국영 : ....!!.... 혜경궁 : 그 뿐이 아니네. 지금은 왕실의 후사를 잇는 것이 중요한 터! 나는 하루라도 왕자가 탄생되어 주상의 자리가 굳건해져야 한다고 생각하네. 홍국영 : (...!!...) 마마! 혜경궁 : 물론, 그리된다면 자네를 경계하는 자들이 많아질테지. 허나, 나는 자네라면 그 힘과 권세를 주상을 위해 써줄 것이라 믿고 있네. 어떤가? 내 자네의 충심을 믿고 이 일을 그리 처리해도 되겠는가? 홍국영 : (...!!...) 마마... 혜경궁 : (깊은 눈으로 보고) 홍국영 : (당혹감 어려 바라보는데) #19. 동. 앞. 밤 홍국영, 천천히 생각에 잠긴 얼굴로 나온다. 갑작스러운 혜경궁의 제안에 당혹스럽고, 갈등어린 얼굴의 홍국영. 가만, 처소를 다시 돌아보는데. #20. 궐. 대전. 낮 산, 남사초와 있다. 산 : 그래, 사직 상소를 반려하겠다는 중신들은 아직 없는가? 남사초 : 송구하오나, 아직...그런 자들은 없는 것으로 아옵니다, 전하. 산 : .......... 남사초 : 생각보다, 노론 중신들의 결기가 굳어 쉽게 뜻을 꺾진 않을 듯합니다. 전하. 산 : (착잡하다) 그래..그럴테지. 내가 물러설 수 없는만큼 저들도 쉬이 뜻을 꺾으려 들지 않을게야. 이리 맞서지 않고 모두의 뜻을 모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남사초 : ....... 산 : (착잡한 생각 접고, 마음을 잡아야 한다) 남인인, 전 이조판서 한선규와 공조참의 박현오가 돌아왔다 들었네. 내 집무실로 가 그들을 만나볼 것이니 그리 알고 차비해주게. 남사초 : 예, 전하. 산 : ......... #21. 동. 일각. 낮 산, 굳은 표정으로 남사초와 함께 간다. 그 때 보면, 멀리 어딘가로 들어가는 한 무리(4-5명)의 중신들이 보이는데...산, 굳은 표정. 그러다가. 산 : 잠깐, 멈추게. 남사초 : (보면) 산 : (굳은 시선으로 바라보다 무리가 간 쪽으로 간다) #22. 동. 빈청(숙위대 집무실 병풍 전용). 낮 노론 중신 4-5명이 빈청에 모여 웅성거리고 있다. 중신1 : 이제 대과가 코 앞으로 닥쳤습니다. 정말 이러다가 사직 상소가 모두 처결되면 어찌되는 것입니까? 하는데....바로 그 때, 산 : 어찌 경들이 여기 빈청에 있는 것인가? 갑작스런 산의 소리에 놀라는 중신들. 자리에서 일어나 불편한 얼굴로 예를 갖추는데. 산 : 이 곳에 있는 자네들은, 모두 사흘 전 과인에게 사직 상소를 올렸었네. 헌데, 왜 이 곳에 남아있는 것인가? 혹 나도 모르는 사이 상소를 반려한 신료라도 있는 것인가? 다들 : (쭈뼛거리는데) 산 : 모두 나가게! 중신1 : (당혹) 전하...! 다들 : (놀라 보고) 산 : 안 들리는가? 빈청은 조정의 녹을 먹는 중신들이 있어야 할 곳이네. 헌데 그 책무를 저버린 자네들이 무슨 자격으로 여기 있단 말이야? 다들 : ...!!... 산 : 무엇하는가? 정녕 자네들을 끌어내야 하겠는가? 다들 : ....!!.... 다들, 산의 서슬에 당혹해 어쩔 줄 모르고.. 산, 그런 중신들을 매서운 눈으로 바라보는데... #23. 최석주의 집. 방 안(사가 방. 좌측 상석). 낮 앞 씬의 중신들이 최석주와 있다. 중신들, 불안과 초조함이 가득한 얼굴들인데. 중신1 : 그 뿐이 아닙니다, 대감. 지금 궐엔 향촌에 있던 남인과 소론들이 속속 당도하고 있습니다. 최석주 : ...... 중신2 : 이리 넋 놓고 있을 일이 아닌 듯 합니다, 대감. 이러다 대과가 치러져 관료들이 보충된다면 우린 모두 조정에서 내쳐질 수 있습니다. 최석주 : (OL) 답답한 소리 마시오. 조정의 일이 아이들 소꿉장난이오? 그런 피라미들이 조정에 들어와 대체 무얼 할 수 있단 말이오? 그런 식으로 조정을 꾸릴 수 없다는 건 주상도 알고 있는 일이오! 중신1 : 하지만, 무슨 수를 써서든 머릿수는 채울 수 있질 않겠습니까? 최석주 : 그래서 영감의 말은 무엇이오? 이제 와 무릎이라도 꿇자는 게요? 중신1 : 아무리 허울 뿐이라 해도 상대는 임금입니다. 나는 다만 최악의 사태는 막는 것이..(하는데) 최석주 : (OL) 그만하시오! 지금 연기를 피하자고 불 속으로 뛰어들 참이오? 여기서 물러서면 우리 노론 벽파의 앞날은 없소! 헌데, 어찌 그런 아둔한 말씀을 하시는 게요! 모여든 이들...찔끔하지만..그러나 여전히 불안이 어린 채 어쩔 줄 몰라 하는데.... 그런 이들을 못마땅하게 보는 최석주. 그러나 마음 한편, 불안함이 감도는 것은 마찬가진데... #24. 동. 마당. 밤 최석주, 굳은 표정으로 상념에 잠겨 있다. 그런 최석주의 위로..결연하던 산의 모습. 산 : (E) 나는 분명 내 뜻을 따를 수 없다면, 차라리 조정을 떠나라 했소. 허니, 경들의 뜻이 정 그러하다면 나 역시 경들을 잡지 않을 것이오. 최석주..불안이 어린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25. 정순 처소. 외경. 밤 정적에 쌓인 정순의 처소 앞. 강상궁과 나인들이 그 앞을 지키고 있는데... #26. 동. 안. 밤 보면, 정순이 굳은 표정으로 있고 그 앞으로 최석주가 있다. 최석주를 냉랭한 시선으로 보는 정순. 정순 : 내 분명 이리 찾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말했거늘.. 무엇이오? 이젠 내 하명 따윈 우스운 게요? 최석주 : 당치 않으십니다. 소신이 어찌 감히 그런 참담한 마음을 품을 수 있겠습니까. 다만. 정순 : ...... 최석주 :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전 그것을 마마께서도 아셔야 할 것 같아 그 말씀을 전하러 온 것입니다. 정순 : 중요한 결정이라니? 무슨 말이오? 최석주 : 지금 주상이 저희 노론을 압박해오고 있다는 것은 마마께서도 들어 알고 계시겠지요. 정순 : (그런데, 하는 표정으로 보면) 최석주 : 어떻게 해서든 중신들을 단속해 뜻을 모으고 있긴 하지만 이대로라면, 언제 저희 모두가 와해될지 모를 지경입니다. 허나, 백 년을 이어온 노론이 이제 와 여기서 주상 앞에 무너져 내릴 순 없지요. 하여 전....이번 일의 방도를....창녕에서 찾을 것입니다. 정순 : (알아듣지 못한다) 그게 무슨 말이오? 방도를 창녕에서 찾다니? 하다가 순간, 뭔가 생각이 미치는 듯 멈칫하는 정순. 정순 : 잠깐...창녕이라면...... 최석주 : 흔들리는 노론을 규합하고 그 힘을 하나로 모으자면... 그것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정순 : 이판....! 지금...그 얘긴....그 자를......!!! 최석주 : 예, 마마... 전 좌상 장태우 대감을 도성으로 모실 것입니다. 정순 : ....!!!.... 최석주 : ........ 순간, 장태우라는 말에 충격을 받는 듯 당혹해하는 정순. 그리고 그런 정순을 굳은 표정으로 보는 최석주. 보면, 뭔가...어떤 숨겨진 사연과 비밀이 있는 듯 한데... #27. 서원 전경. 낮 대규모의 서원이다. 당당하게 세워진 여러 채의 전각이 보이고. #28. 동. 전각 안. 낮 선비들이 모여 성현에게 올리는 제사를 지내고 있다. 공자를 모신 위패가 보이고, 위패를 향해 향을 피우고 절을 올리는 선비들. 그들 중 맨 앞에는 초로의, 눈빛이 형형한 장태우가 있다. #29. 동. 전각 밖. 낮 제사를 마친 장태우 및 선비들이 밖으로 나오면, 쭉 늘어서 서 있던 젊은 유생들이, 일제히 장태우에게 공손히 절을 한다. 장태우, 유생들의 인사를 받으며 앞으로 나아가는데, 그 때 한쪽에서 민주식이 다가가 아뢴다. 민주식 : 대감! 관찰사(자막 : 각 도 행정의 절대적 권한을 가진 종2품 벼슬) 윤대철이 와 있습니다.. 장태우 : (그 말에 흘끗 본다) 보면, 한켠에 수하들을 거느리고 굳은 얼굴로 서 있는 관찰사. 장태우, 그런 관찰사를 쓱 보고는 무시한 채 지나쳐 가려는데... 당혹해하는 관찰사, 그 앞으로 가...무릎을 꿇는다..! 보면, 표정 없이 담담하게 그런 관찰사를 보는 장태우. 관찰사 : (참담하다. 머리를 조아리며) 소인을 용서해주십시오, 대감. 장태우 : (가만, 보다가 건조하게) 용서라니....무엇을 말인가? 관찰사 : (절박하다) 대감! 장태우 : 사대부들이 학문을 강론하고 명현(明賢)을 제사하는 서원엔 세를 징수하지 않는 것이 이 나라의 오랜 법도고 관례네...아닌가? 관찰사 : 맞습니다, 대감. 하오나, 소인이 이 곳 서원에 세를 징수하려 한 것은 다만, 도성에서 내려온 어명이 그러하여...(하는데) 장태우 : (차갑다OL) 그래서 다만 주상의 명을 따른 것 뿐이다? 관찰사 : 대감! 모든 것을 되돌릴테니 제발 노여움을 풀어주십시오. 일대의 사대부와 아전은 물론 관민들까지 누구 하나 제 영을 따르지 않아 소인, 허수아비가 되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장태우 : 그릇이 그것밖에 안 되는 위인이라면 그런 꼴을 당하는 게 당연한 게지. 관찰사 : 대감! 장태우 : 임금이 그릇된 길을 가면 목숨을 걸고라도 그 길을 바로 잡아주어야 하는 것이 사대부가 할 일이네. 헌데 틀린 하명을 받고도 그저 공적에 눈이 멀어 그 명을 받들려 든다면 자넨 관찰사라는 막중한 직책을 맡을 자격이 없는 게야. 관찰사 : 대감....용서해주십시오...대감.... 장태우, 차가운 얼굴로 관찰사를 일갈하고 가면.. 민주식, 냉소 어린 표정으로 보고..따라 간다. 그 때, 문득..자리에 멈춰서는 장태우. 굳은 표정이 되는데.. 민주식, 그 시선 따라 가면. 그 앞에, 최석주가 서 있다. 최석주 : (예를 갖추고)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간, 강녕하셨습니까? 대감. 장태우 : ....!.... 민주식 : (놀라 보고) 최석주 : .......... 보면, 장태우와 최석주... 두 사람의 불편한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히고. #30. 동. 방 안(사가 방 전용-우측 상석). 밤 장태우와 최석주가 있다. 장태우 : 늙은이 안부나 묻자고 나선 걸음은 아닐테고.... 그래, 자네가 여기까지 찾아온 이유가 무엇인가? 최석주 : ...그것은 아마 대감께서도 아시겠지요? 지금 조정이 어떤 지경에 처해있는진 누구보다 대감께서 잘 아실테니까요.... 장태우 : (가만, 본다) 최석주 : ....... 장태우 : (냉소가 번진다) 그러게 내 뭐라 했나? 결국, 이리 될 거라 하지 않았나? 제 아무리 왕실의 윗전이라 한들 어찌 나라의 종사를 한낱 계집의 손에 쥐어주려 들어! 최석주 : (참담하다, 하지만) 도성으로, 돌아와 주십시오. 대감. 도탄에 빠진 종사를 구하고 이 나라 노론들을 한 뜻으로 묶을 수 있는 건... 대감뿐이십니다. 장태우 : 암탉을 앞세워 나를 몰아세울 땐 언제고 이제 와 다 죽게 생겼으니 돌아와 자네들을 살려달라? 최석주 : 대감!! 대감께선 이 나라 노론의 수장이셨고, 또 지금도 그러하십니다. 정녕 이대로 이 나라 종사가 주상의 손에 넘어가는 것을 보고만 계실 것입니까? 장태우 : (차가운 얼굴로 보고) 최석주 : (절박한 심정이 되어 바라보는데) #31. 도성 일각. 낮 과거를 위해 상경한 유생들과 호객 행위를 하는 상인으로 번잡한 저자의 풍경. #32. 주막. 일각. 낮 막선이 평상에 앉아 찬거리를 다듬는데 달호가 무우단을 짊어지고 와 털썩 내려놓고는.. 달호 : 무우단 다 옮겼네. 또, 뭐 할까? 막선 : 아유, 됐어요. 인제 앉아서 좀 쉬어요. 달호 : 쉬다니? 좀 있으면 유생들이 밀려올텐데... 내 나가서 봉놋방 좀 닦아 놓을께.. 하며 구석에 있는 걸레를 주워드는데 막선 : (짠하게 본다) 달호 : 왜, 이거 말고 다른 거 해? 막선 : 아니에요. 그냥, 좋아서 그래요, 좋아서. 달호 : (보면) 막선 : 그래요....이러고 사는거지, 뭐. 세상 어느 사내가 댁처럼 이렇게 날 위해주겠수? 달호 : ..막선이. 막선 : (눈물을 훔치는데) 달호 : 미안하네...내, 자네한테 해 줄 게 이런 거 밖에 없어! 막선 : 그런 소리 말어요. 이런 거 밖에 없다니? 내 젊은 나이에 청상이 돼서 주모질 하고 먹고 살면서 이리 아껴주고 대접해주는 사낸 한 번도 없었수! 그냥, 내 옆에 누워서 꼭 안아주기만 해요. 나는, 그래도 좋을 거 같으니까. 달호 : 막선이.... 가슴이 벅차는 달호, 막선의 손을 잡고... 서로를 보는 두 사람. 어느 새, 눈빛이 뜨거워진다. 달호, 그대로 막선의 입에 입을 맞추려하고.. 막선, 부끄러운 얼굴로 눈을 감는데..그 때. 대수 : 삼촌..!! 소리에 헉, 놀라는 달호와 막선. 대수가 이천과 함께.. 막선, 구석에 있던 광주리를 들고 허둥지둥 나간다. 달호 : ...어, 와..왔냐...? 달호, 걸레를 들고 어쩔 줄 몰라하는데... 대수 : (왜들 저러지, 멀뚱멀뚱 보고) 이천 : ... #33. 동. 봉놋방. 낮 이천과 달호, 대수의 앞에 술상이 있고.. 이천이 달호에게 술을 따라준다. 이천 : ...자네도 장가를 들고 이젠 우리 대수, 아니...나으리 혼례만 남았구만. 대수 : 거 참, 그냥 편하게 대하시라니까 왜 자꾸 그러세요? 이천 : 아무리 그래도...그게 어떻게 그렇게.....종5품 종사관 나으리한테... 달호 : (OL) 아이구, 그러지 마십쇼. 이 놈 성격 모르십니까? 나으리께서 그러시면 저희가 다 불편합니다. 이천 : (눈치 보며) 그..그런가? 그럼, 정말 예전처럼 대해도 되겠나? 대수 : 예. 그럼요, 당연하죠! 전처럼 편히 대수야, 그러세요. 이천 : 그래..내 그럼, 다 널 위해...그렇게 하마. 대수야. 대수 : 예, 나으리...! 이천, 히죽 웃고..대수와 달호도 웃는데... 이천 : 아무튼 이제 대수 너도 장가를 들어야지. 대수 : 장가는요? 제가 무슨...(흐리는데) 이천 : 아, 그럼...네가 나이가 벌써 몇인데. 달호도 혼례를 치르고 이제 송연이도 후궁이 되어 궐에 들어갈텐데 그럼 혼자 살 작정이냐? 그 말에 멈칫, 놀라 보는 달호와 대수. 달호 : 예...? 아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송연이가, 후궁이 되다뇨? 이천 : 자넨, 아직 모르나? 우리 도화서에선 다들 그렇게 알고 있는데.. 달호 : 대수야....이게 무슨 말이냐? 대수 : (불편한, 이천에게)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 나으리. 이천 : (멈칫) 어..? 대수 : (정말 그렇게 알고 있는 거다) 송연이가...처지가 그런데...어떻게 후궁이 됩니까? 다들 모르시는 것도 아니면서... 왜 자꾸 그런 말들을 하세요? 이천 : 그게 우리도 그렇게 생각했는데...아, 얼마 전에 도화서에(하는데) 대수 : (OL) 아, 글쎄, 그런 말씀 마시라니까요..?! 이천 : (찔끔) 대수 : 나으리야 그냥 농 삼아 그러시는 건지 몰라도 그게 송연이한테 상처가 되는 말일 수도 있다구요! 그러니까...공연한 소리로 송연이 마음만 심난하게 만들지 마시라구요! 이천 : (찔끔해서..) ...예...나으..리. 달호 : (눈치를 살피고) 대수 : (마음이 불편한데) #34. 궐 외경. 밤 #35. 동. 산의 서재. 밤 산, 홍국영, 채제공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산 : 내일 치러질 대과 준비는 어찌 되어 가고 있는가? 홍국영 : 문과 과장 여섯, 무과 과장 넷으로 나누어 차질 없이 준비하였사옵니다. 채제공 : 하오나 전하. 주 부처인 이조와 병조 중신들의 공백이 커 선별 과정에는 여유를 두셔야 할 듯 하옵니다. 산 : 그래야겠지요. 이천에 달하는 관원을 뽑는 일이 결코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저들의 소양과 학식을 면밀히 살펴야 할 것이니 부디 만전을 기해주십시오. 홍국영, 채제공, '성심을 다하겠사옵니다.' 하고 조아리고. 그런 두 사람을 보는 산. #36. 동. 일각. 밤 산, 홍국영, 채제공, 가는데. 그러다, 저만치 가는 송연을 발견한다. 순간, 멈칫 놀라는 산. 그러다가. 산 : 자네들 먼저 독서당으로 가게. 곧 뒤따라가겠네. 홍국영, 채제공, '예, 전하.' 하고 예를 올리고 가고. 산, 이내 송연이 있는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산 : 송연아! 송연 : (멈칫, 놀라 본다) 전하! 산 : (미소) ...... 송연 : ....!.... 문득 가다가 돌아보는 홍국영의 시선에 그런 둘이 보이고. 산과 송연, 서로를 보며 미소를 짓는데. #37. 동. 일각. 밤 산과 송연이 있다. 산 : 많이 늦었구나! 송연 : 예...대과 준비 때문에 예조에 들었는데 관원 나으리를 기다리느라 시간이 좀 지체되었습니다. 산 : (이유를 알겠다) 나로 인해 공연히 너까지 애를 먹는구나. 대과 준비 때문에, 도화서도 일이 많을 것이다. 송연 : 애를 먹다니요? 당치 않으십니다! 나라에서 주는 녹을 받는데 당연한 일이지요. 산 : (미소 지으며 보는데) 송연 : 하온데, 전하. 용안이 어두우십니다. 산 : 그래? 송연 : 예. 얼마 전 뵜을 때보다 더 수척해지신 거 같기도 하구요. 혹, 옥체가 불편하신 것입니까? 산 : (OL) 아니다. 아마, 요즘 수라를 자주 걸러 그리 보이는 모양이로구나. 송연 : (놀라) 예에? 수라를 거르시다니요, 전하! 산 : (선선히 보며) 정사를 살피다 보니 자꾸 때를 놓치게 되는구나. 송연 : 그래두, 그러시면 안됩니다, 전하. 아무리 바쁘셔도 먼저 옥체부터 돌보셔야지요. 그러다 옥체가 상하시면 어쩌시려구.. 어떻게 수라를 거르십니까? 산 : (빙긋이 웃고) 송연 : 전하! 산 : 이상하구나! 궁인들이 볼멘소릴 할 땐 그리 불편하더니 어쩐지 네 잔소린 듣기가 좋다. 송연 : (...!!...) 전하! 산 : (따뜻하게 보며) 염려 말거라. 오늘 저녁 수란, 꼭 챙길 것이다. 이제 됐느냐? 송연 : 약조...하시는 거죠? 산 : 그래, 약조하마. 송연 : (다행이다, 밝아지고) 산 : (좋은 얼굴로 미소짓는데) #38. 달호의 집. 앞. 밤 대수, 생각 많은 얼굴로 집 앞을 서성이고 있다. 그 때, 저만치 송연이 오는데...송연, 대수를 발견하고. 송연 : 대수야! 대수 : (놀라 본다) 어, 지금 오니? 송연 : 응. 근데 추운데 왜 나와 있어? 대수 : 왜 나오긴? 언제 오나 기다리고 있었지. 송연 : (툭 치며) 으이구, 어련히 알아서 잘 올까봐. (하고) 들어가자. 대수 : ........ #39. 동. 마당. 밤 송연, 화구통을 평상에 놓고..그 앞에 대수, 앉는다. 대수 : 그럼, 지금 궐에서 전하를 뵙고 온 거야? 송연 : 어... 근데, 얼굴이 많이 어두우셨어. 걱정이 많으신 것 같기두 하구... 대수 : 왜 안 그러시겠냐? 요즘 궐이 얼마나 어수선한데... 송연 : (한숨을 내쉬고) 대수 : (가만, 보다가) 근데...어제, 이천 나릴 뵜는데 이상한 말씀을 하시더라. 송연 : (보고) 뭐? 대수 : 아니, 네가 후궁이 되네, 어쩌네 말도 안되는 소릴 하시더라구.... 도화서에서도 다들 그런다던데. 너...신경 많이 쓰이지? 송연 : (당혹, 애써 감추며) 아냐! 그냥, 괜히들 하는 말인데 뭐... 대수 : (사람들이 그러는 게 섭섭하다) 아무튼....네 속은 알지도 못하면서 다들 정말 생각도 없이 왜 그러나 몰라. 송연 : (가만, 생각에 잠기는) 대수 : ........ 송연 : (안 보고) .....대수야.. 대수 : 어? 송연 : .....근데.....그래도 되는걸까? 대수 : .....뭐가....? 송연 : 만약에...만약에, 그럴 수 있다면 말이야... 내가 감히... 전하 곁에...머물러도 되는걸까? 대수 : (멈칫, 본다) 송연 : (고개를 들어 보는데 눈가 조금 붉어있고) 실은 나 말이야, 대수야.... ...그래도 된다면...그럴 수만 있다면... 그렇게...하고 싶어... 매일.....곁에서 뵙고 싶고... 수라는 챙겨 드셨는지...살펴 드리고 싶고... 오늘 하루는 어떠셨는지...힘든 일은 없으셨는지.. 묻고 싶고 듣고 싶고.....위로도...해 드리고 싶어... 대수 : ....!!.... 송연 : ....근데, 그러면....안 되는 거겠지? 감히 내 주제에 이런 맘 꿈도 꿔선 안 되는 거잖아! 대수 : ....!!!....송..연아... 송연 : ........ 보면, 송연, 어느 새 눈물이 고이고, 대수, 그런 송연을 마음 아프게 보는데. 송연, 이내 얼른 눈물을 훔치고 웃어 보이며. 송연 : ...미안해..내가 너 잡고 괜한 말 한다. 그만 들어가자, 춥다... (하고 일어서는데) 대수 : (아프게) 송연아.. 너 이제....그만 하면...안되니? 송연 : (멈칫, 본다) 어? 대수 : 안 되는 일인 거...너도 알잖아? 송연 : ...!... 대수 : 그러니까....그렇게 평생 전하의 등만 바라보는 거... 이제, 그만 두면....안돼? 송연 : (당혹) 대수야! 대수 : 나는...... 나는...네가 그렇게...아픈 게 싫어. 알아? 그런 널 보고 있으면 가슴이 터질 것 같아서...미칠 것 같다구.. 송연 : (....!....) 바보야..왜 그래..나 괜찮아..그러니까..(하는데) 대수 : 괜찮긴 뭐가 괜찮아... 내가 아는데..네 맘이 어떤지..내가 다 아는데, 이 바보야..! 송연 : ....!.... 대수 : ....나는, 안 되니...송연아. 너한테...나는 정말...안 되는 거야? 송연 : (멈칫) ....대...수야! 대수 : (아프게 외면하며) 그래, 네 맘 알아. 전하에 대한 마음..바뀔 수 없다는 것도... 넌 절대, 그럴 수 없다는 것도 다 알아. 그치만...그대로.... 그냥 네 옆엔....내가 있으면 안돼? 송연 : ....!!.... 대수 : .......... 송연, 오랜 시간 묻어둔 대수의 마음을 알고... 놀라고 당혹한 마음...어쩔 줄을 모르고.... 대수, 그런 송연을...아프고 안타깝게 바라보는데... #40. 송연의 방(달호 방 전용). 밤 보면, 송연, 멍한 얼굴...어찌하면 좋은가...마음이 아려오고. #41. 동. 마당. 밤 대수...착잡한 얼굴..안타까운 얼굴로 방을 바라보고.. #42. 산의 서재. 밤 산, 상소문을 열심히 살펴보고 있다. 그 때, '전하, 남내관이옵니다.' 하는 소리 들리고. 이내 남사초가 온다. 남사초 : 전하...저녁 수라를 드실 시간이옵니다. 어찌 할까요? 산 : 지금은 번거로우니 수랏간에 일러..(하는데) 그 위로. 송연 (소리) 약조...하시는 거죠? 산, 이내 슬몃 미소가 번지고. 산 : (상소문을 덮으며) 알겠네. 지금 침전으로 갈 것이니 그리 올리라 하게.. 남사초 : 예, 전하... 남사초가 나가면 산, 가만, 송연을 떠올린다. 마음이 따뜻해져 오는 산...미소가 머금어지고... 산의 그 모습에서 카메라 멀어지며..암전된다. #43. 거리 외경. 밤 한산한 거리. #44. 주막. 밤 막선이 의아한 얼굴로 주막 밖에 나와 살피고 있다. 보면, 한산한 거리. 막선 : 거 참, 이상하네. 지금쯤이면 주막에 유생들이 몰려야 될 텐데...어떻게 된 거야? 하는데, 그 때, 한쪽에서 달호가 뛰어온다. 막선 : 그래, 알아봤어요? 달호 : ...새터골부터 용천골까지 다 가봤는데 죄 마찬가지야. 우리만 손님이 없는 게 아니더라구. 막선 : 그래요? 봉미골 화천댁 주막도? 달호 : ..글쎄, 그렇다니까. 막선 : 대체, 이게 무슨 조화 속인지 모르겠네.. 아니, 내일이 대관데... 그럼 유생들은 죄 어디 있단 거야? 달호 : 거 참....다들 문 여는 시간에 맞춰 올라 그러나... 막선 : 아, 그게 말이 되는 소리에요? 막선, 이상하고..달호도 의아한 얼굴로 보는데.. #45. 도화서. 마당. 아침 박영문, 다모와 화원 모두를 모아놓고 이야기 중인데... 박영문 : ..알다시피, 오늘 치러질 대과는 과장이 열 개로 나뉘어 있네. 해서, 여느 대과보다 분주하고 바쁜 하루가 될 걸세. 힘들겠지만 모두 최선을 다해주게. 모두 : 예... 박영문 : 지금부터 호명할테니 잘들 듣게... 화원 이천, 다모 초비, 함원전 과장.. 화원 이주한, 어차고 과장... 모두들, 진지한 얼굴로 경청을 하는 모습 보여지고... #46. 과장 일각. 아침 차양이 처지고 자리가 만들어지고 하는 등.. 과거 시험장이 준비되는 모습. #47. 과장 앞. 아침 이천, 탁지수를 비롯해 화구통을 맨 송연, 초비가 오는데.. 보면...과장 앞으로 십여 명의 유생들이 줄을 서 있고... 탁지수, 무심히 보다...이내...의아한 듯한 표정인데... 탁지수 : (이천에게) 이보게...좀 이상하지 않나? 이천 : ....뭐가 말인가? 탁지수 : 곧 대과가 치러질 진신데.. 어째서 유생들이 저들 뿐인가 말일세. 이천 : (그제사) 어, 그러구보니...그러네... 초비 : (답답하다는 듯) ..이렇게들 모르실까? 원래 과장엔 막판에 몰려요. 탁지수 : (알지만) 그래도 이건 좀 심한 거 같은데... 송연, 왠지..걱정 어린 표정으로 바라보고. #48. 다른 과장 앞. 아침 대수, 강석기, 서장보가 당혹한 얼굴로 서 있는데... 보면, 덩그러니 병장기만 있는..텅 빈 무과 과장. 서장보 : 뭐야? 벌써 진시가 다가오는데 왜 이렇게 과장이 썰렁해? 강석기 : ...아무래도 무슨 문제가 생긴 것 같네. 대수 : 문제요? 강석기 : 이 곳 뿐이 아니네. 다른 무과 과장에도 응시생들이 보이질 않아. 대수 : (놀란다) 예에? 이게 무슨 말인가....모두들 당혹스러워하는데... #49. 산의 서재. 낮 산, 막 채비를 끝내고 나서려는데... 남사초...당혹한 얼굴로 급히 들고... 남사초 : 전하.. 산 : (보는) 무슨 일인가? 남사초 : 전하, 아무래도 과장에 일이 생긴 것 같습니다. 산 : 그게 무슨 말인가? 과장에 일이 생기다니.. 산, 의아한 얼굴로 남사초를 바라보는데... 당혹스런 얼굴의 홍국영, 들어온다... 홍국영 : ..전하!! 산 : (의아한) 과장에 문제가 생기다니...대체 무슨 말인가? 홍국영 :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아무래도 과장엔 납시지 않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전하. 산 : ..뭐...? 홍국영 : ...(당혹한 표정) 산 : 무슨 일인가? 말해보게. 홍국영 : 전하.... 저어... 산 : (OL) 이보게, 홍승지...! 홍국영 : (곤혹스럽고) 산 : ...!...(불안한데) #50. 과장. 안. 낮 홍봉한, 채제공을 비롯해 대신들, 당혹한 얼굴로 서 있고... 한쪽에 자리잡고 앉은 이천, 탁지수, 초비, 송연 역시.. 당혹감 어린 얼굴인데.. 이 때, 과장으로 산이 남사초, 홍국영과 상궁 나인을 대동하고 들어서는데... 순간, 멈칫...서는 산. 경악한 얼굴인데.. 보면, 넓은 과장엔 고작 십여 명의 응시생만이 자릴 잡고 있는데... 기막히고 당혹스러운 산.. 대체 이게 어찌된 일이란 말인가. 산 : 이게 어찌된 일인가? 진시를 넘긴 지가 언젠데....어째서 과장에 유생들이 보이질 않는 것인가? 다들 : ........ 보면 다들, 참담한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산 : (홍국영에게) 다른 과장은 어떤가? 알아보게. 다른 곳은 어떤지...상황을...(하는데) 하는데, 그 때...산의 뒤에서 들리는 누군가의 목소리... 장태우 (소리) 다른 곳은, 살피지 않으셔도 되옵니다, 전하! 산, 갑작스런 소리에 멈칫, 돌아본다. 그 곳에 장태우와 민주식이 있고. 놀라는 산. 그리고 채제공, 남사초, 홍국영. 장태우 : 다른 과장 모두 이 곳과 같은 형편이니... 사람을 보내실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전하.. 산 : ...!!... 산, 눈 앞에 나타난 장태우를 보고...당혹해하는데.. 보면 장태우, 그런 산을 보고 천천히 예를 갖춘 후. 장태우 : 신, 장태우, 주상전하께 문후 드리옵니다. 그간 강녕하셨습니까? 산 : ...!!... 산, 당혹스럽고 굳은 표정으로 장태우를 보고. 장태우, 노회한 미소를 지으며 여유로운 얼굴로 산을 보는데. #51. 숙위소. 일각(숙위대장 집무실 일각 전용). 낮 강석기, 서장보, 대수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대수 : ...전 좌상...장태우 대감이요? 강석기 : 그래, 아마 자넨 모르겠지만 한 때 노론을 이끌던 수장으로 조선 팔도에 그 이름을 모르는 자가 없는...대단한 사람이네. 학문이라면 이 나라에선 따를 자가 없어 사대부들이라면 당파를 떠나 하나같이 존경하는 마음이 깊다 들었어. 대수 : 그래서 뭡니까? 이번 대과가 파행된 것이 전부 그 사람 때문이란 말입니까? 강석기 : 그래.....듣자하니 장태우 대감이 전국의 유생들에게 통문을 돌려 이번 대과에 응시하지 말라 했다더군. 대수 : (OL) 마..말두 안됩니다.. 아니, 아무리 그렇다고 이럴 수가 있습니까? 이건, 나랏일입니다. 나라의 대과라구요! 서장보 : 그깟 대과가 문젠가? 저 영감탱이가 나섰으니 팔도의 유생들은 아마 죽으라면 죽는 시늉까지 했을 걸세. 대수 : ...!!... 대수, 기막히고 놀란 얼굴이고.. 강석기와 서장보, 답답해져오는데... #52. 궐. 일각. 낮 홍국영, 남사초, 채제공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남사초 : (당혹) 장태우 대감은 이미 오래 전 조정을 떠나.. 창녕으로 낙향을 하지 않았습니까. 헌데, 그런 분이 대체 무엇 때문에....(하는데) 홍국영 : ...무엇 때문이겠습니까.. 대비마마께서 뒷방으로 물러나셨으니.. 이제, 궐로 돌아와...우두머리 노릇을 하겠다는 것이지요. 남사초, 채제공 : ...!... 홍국영 : 일이...생각보다 힘들어질 것 같습니다. 장태우 대감이라니..... 이제..노론은 물론... 이 나라 사대부들이 결집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입니다. 남사초, 채제공 : ....!!.... 홍국영 : (걱정과 불안이 어리고...) #53. 궐. 대전. 낮 차가운 긴장이 흐르는 대전 안. 보면, 산이 장태우와 독대를 하고 있다. 산, 굳은 표정으로 장태우를 응시하고... 장태우, 형형한 눈빛을 빛내며 그런 산을 바라보는데. 산 : ...그래서, 대감이 나서 유생들을 막아 세웠단 말이오? 장태우 : 예....아뢰옵기 송구하오나 그렇습니다, 전하. 이번 대과는 분명 도와 예에 어긋난 처사이니 이에 응하는 것은 선비된 도리가 아니기 때문이지요. 산 : 도와 예에 어긋났다? 과인이 말이오? 장태우 : ........ 산 : 허면, 그대들은 어떻소? 자신들과 다른 당색은 모두 배척하고 이 나라 조정을 한 가지 당색으로만 채우려는 그대들의 행동은 도와 예에, 맞는 것이오? 장태우 : (OL) 예, 그렇습니다, 전하. 산 : ...!... 장태우 : 흑이 있으면 백이 있고, 음이 있으면 양이 있듯 옳은 것이 있으면 그른 것이 있는 법이지요. 그른 것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버려야 하는 것입니다. 전하. 지금 이 나라에서 종사를 이끌어나가는데 옳은 생각을 가진 것은 노론입니다. 그건 선 대왕마마께서 이미 누차에 걸쳐 공표하셨습니다. 선 대왕마마의 뜻은 바로 이 나라 종사를 바르게 지키기 위함인 것이었습니다. 전하께서는 정녕 선 대왕마마의 뜻을 저버리려 하십니까? 산 : 아니오. 선 대왕마마의 뜻이라 할 지라도 그른 것은 버릴 수 있소. 나는 종사를 이끌어 나가는데 가장 필요한 것이 조화라고 생각하오! 음악처럼 5음을 조화시키고 늙은이와 젊은이를 조화시키고 남녀를 조화시키는 것. 바른 정치란 그런 것이오. 나와 다른 것을 골라내 그것을 내치는 것이 아니라 나와 다른 것을 조화시켜 대동으로 나가는 것이 그것이 이 나라가 가야 할 바란 말이오! 선 대왕마마의 진정한 뜻도 그런 것이요. 장태우 : .....!..... 산 : 허니, 똑똑히 들으시오. 대감이나 중신들이 어떻게 나와도, 나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오. 대과는 이레 후 다시 열릴 것이고 이 나라 조정에 남인과 서얼들을 중용하겠다는 내 결심은 결코 달라지지 않을 것이오. 장태우 : .....!..... 산 : ..... 장태우 : 그렇다면....그 대과는 또 무산되겠지요. 산 : (...!!...) 뭐라구요? 장태우 : 만백성의 어버이이신 주상전하께서 이토록 그릇된 어심에 물들어 계시니, 어찌하겠습니까? 임금에게 바른 길을 비추는 것이 신하의 도리일 것이니 소신들 또한, 목숨을 걸고 그것을 막아서야 하지 않겠습니까? 전하. 산 : (...!!...) ....대감!! 장태우 : 물론 전하께선 이 나라의 지존이십니다. 허나, 이 나라는 임금의 것이 아닙니다. 전하. 이 나라 조선은 지난 400년 간 사대부의 손으로 지켜졌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입니다. 허니, 이제 와 전하께서 그것을 뒤엎으려 하신다면 소신들, 전하께 무엇이 진정한 선비의 정신인지 보여드려야겠지요..... 산 : ....!!.... 장태우 : ........ 보면 산, 치밀어 오르는 노여움을 누르며... 장태우를 노려보고 장태우, 흔들리지 않는 표정. 형형한 눈빛을 빛내며 그런 산을 응시하는데. #54. 궐. 일각. 낮 민주식이 한쪽에서 중신들과 모여 뭔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러다 문득 보면, 한쪽에서 홍국영이 굳은 얼굴로 가는 것이 보이는데..민주식, 중신들에게 '잠시만' 하고는 홍국영에게 다가온다. 민주식 : 처음 뵙겠습니다. 영감. 홍국영 : (멈칫, 보면) 민주식 : 전, 창녕에서 장태우 대감을 모시던 전 이조참의 민주식이라 합니다. 홍국영 : (...!...불편하게) 도승지...홍국영이오. 민주식 : 알고 있습니다. 이 곳 도성에선 나는 새도 떨어뜨리시는 영감이신데... 그 존함이야 저 향촌의 창녕 바닥에서도 모르는 자가 없지요. 홍국영 : (빙긋이 웃으며) 그렇소? 헌데 난 영감의 존함이 처음인 듯하니 아마 영감께선...그닥, 이름을 날릴만큼 큰 재주가 없으신 모양입니다. 민주식 : (어쭈, 이것 봐라 싶지만. 하하 웃고는) 예...그렇습니다. 저야, 그저 모든 게 일천할 뿐이지요.(하고) 종종 뵈올 듯 하여...이리 결례를 무릅쓰고 인사를 올렸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도승지 영감. 홍국영 : ...!... 민주식 : (의미심장하게 보고) 홍국영 : (굳은 채 보는데) #55. 궐. 산의 서재. 낮 산이 있는데 홍국영, 채제공, 남사초가 들어온다. 채제공 : (산 앞에 와서) 전하. 지금 승정원에 사직 상소가 산처럼 밀려들고 있습니다. 육조는 물론, 각사 아문의 하급 관료들까지 모두 이 일에 동조를 하고 있는 듯 합니다. 산 : ...!!... 남사초 : 그 뿐이 아닙니다, 전하. 저들 모두가 사직 상소를 낸 후 등청을 거부하고 있어 각사의 모든 업무가 차질을 빚고 있다 하옵니다. 산 : (당혹스럽다) 이조와 호조의 공백이 가장 크다 들었네. (홍국영에게) 남인 출신 호조 관료들은 어찌된 것인가? 지금쯤이면 궐에 당도해야 하는데 왜 이리 지체되는 것인지 알아 보았는가? 홍국영 : 지금 숙위소 군관들을 보내 알아보고 있는 중입니다, 전하.. 산 : (답답하고 초조해지는데) #56. 거리 일각. 낮 말을 달려 가는 대수, 장보, 석기. #57. 역참 일각. 낮 말을 타고 달려 온 대수, 강석기. 이내 멈춰 서고. 저만치 역참이 보인다. 대수 : 이 곳 역참을 지나친 관료들이 없는지 알아보고 오겠습니다. 강석기 : 난, 주막과 여각으로 가 보겠네. 하는데...그러다 대수, 멈칫한다. 대수 : 잠깐만요, 나으리. 강석기, 보면..멀리 한 양반 사내가 관원들에게 잡혀 가는 모습이 보이는데... 대수 : 저기 저 분은 제가 직접 전하의 명소를 전한 양대천 나으리십니다.. 강석기 : 뭐어? 아니...헌데 왜 저 분이 관원들한테 잡혀간단 말인가? 대수 : ...!!... #58. 궐. 산의 서재. 낮 산, 홍국영, 채제공과 있다. 산 : 뭐...? 도성으로 올라오는 관료들을 지방 관아에서 막아세우고 있었다고? 홍국영 : 예...일대에 호패가 위조된 사례가 있다며 지나는 이들을 모두 철저히 검문한 뒤 말도 안 되는 구실을 붙여 잡아들이고 있다 했습니다.. 허나, 이는 명분일 뿐 지방 관아가 저들과 결탁해 관료들이 도성으로 오는 것을 일부러 지체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산 : ....!!.... 채제공 : 전하, 지금 문제는 그 뿐이 아닙니다. 저들이 모두 입궐한다 해도 고작 이조와 호조의 일만 관장할 수 있을 뿐입니다. 각사와 아문의 일은 손을 쓸 수가 없는 지경입니다. 산 : 지금, 궐 안과 도성의 사정이 어떤지 내가 직접 보고 확인해야겠네. 다들 차비하게. #59. 빈청 일각(숙위대 집무실 전용). 낮 노론 중신들의 회합 장소. 보면, 최석주, 민주식을 비롯한 이들이 모여 있고 그 앞으로 장태우가 앉아있는데.. 장태우 : 조정이 파국으로 치닫게 되면 결국 피해를 입는 것은 죄없는 무지한 백성들이지. 허나, 어찌하겠는가? 모든 것이, 나이 어린 주상의 혈기에서 나온 치기와 독단 때문인 것을.... 다들 : ...... 장태우 : 임금의 전횡이 이 나라에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이제 곧, 주상도 알게 되실 걸세. 장태우, 눈빛을 빛내며 모인 자들을 보고.. 보면, 모두의 얼굴에 결연함이 깃들어 있는데... #60. 포도청 앞. 낮 사내 몇몇이 앞을 지키는 포졸들과 실갱이를 하고 있다. 사내1 : 제 집에 도적이 들었다니까요! 저 뿐이 아닙니다. 저희 동리만 벌써 세 집이...(하는데) 포졸 : (OL) 글쎄, 몇 번을 말해야 알겠나? 지금 그 일을 처리할 나리들이 아무도 없다지 않는가? 사내1 : 사람이 없다니요? 그게 말이 됩니까? 대낮에 버젓이 도적놈이 활보하는데 포도청에서 이리 넋 놓고 있어도 되는거냔 말입니다! 보면, 그 곳을 지나가는 대수와 서장보, 강석기. 걱정이 어린 얼굴로 바라보고. #61. 혜민서 앞. 낮 혜민서 앞. 수많은 병자들이 몰려 있다. 의녀와 내의원이 나와 순번을 주는데 끝이 없다. 다들 기침을 하고 가쁘게 숨을 몰아 쉬며 얼굴에 붉은 발진이 있는데. 그 때, 보면...이 곳으로 오는 산과 홍국영, 남사초, 채제공. 산, 길게 늘어선 병자들을 보고 굳은 표정이 되는데... 홍국영 : ...백성들의 치료를 맡고 있는 이 곳 혜민서 또한....상황이 심각합니다, 전하. 관료들은 모두 사직 상소를 냈고... 심지어 의관들 중에서도...이에 동조하는 자들이 나서고 있다 합니다. 산 : ....!.... 산, 착잡해지는 얼굴. 헐벗고 힘겨워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 가슴이 아파오는데... 그 때, 멀리서 그런 산을 발견한 혜민서 주부(의관)가 놀라 산을 본다. #62. 혜민서 집무실(도화서 소화실 전용). 낮 들어서는 산 일행. 의관 : 전하...!! 산 : 노고가 많네... 의관 : (다급하다) 어찌, 이런 곳에 납시셨사옵니까?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이만 환궁하시오소서..전하. 이 곳에 지체하시는 것은 위험하시옵니다. 산 : 위험하다니...그게, 무슨 말인가? 의관 : 도성에 습역(겨울철 전염병)이 번지고 있는 듯 하옵니다. 지금 이 곳에 몰려있는 병자들은 모두 습역을 앓고 있는 자들이옵니다. 산 : (...!!...놀란다) 다들 : ...!!... 역병이 돌고 있다는 말에 놀라 보는 산. 당혹스러운데. 산 : 도성에 습역이 돌고 있다니? 헌데, 어찌 그 일을 이제야 알리는 것인가? 의관 : 이미, 사흘 전 병세가 의심스러워, 이 사실을 혜민서 제조께 알렸으나 그것이 전해지지 않은 것이옵니다. 전하. 산 : ...!... 의관 : 광교와 구리개를 중심으로 병이 급히 번지고 있사온데 이에 대처할 인력과 의관들이 턱없이 부족해 대책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오니 어서 서둘러 환궁하셔야 하옵니다. 전하..! 산 : ...!!!... 산, 그 말에 당혹과 충격으로 흔들리고... 홍국영, 남사초, 채제공 모두 충격어린 얼굴로 본다. 이 일을 대체 어찌해야 하는가... 혼란스런 눈빛으로 당혹해 어쩔 줄 몰라하는 산. 산의 그 모습에서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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