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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산 50

MBC 특별기획드라마


   이 산(李蒜)

                     제 50 부




#1. 혜민서 일각. 낮

                       산, 굳은 얼굴로 급히 가고,
                       그 뒤를 홍국영, 남사초, 채제공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따른다.
                       일각에서 경계를 서고 있던 대수, 강석기, 서장보.
                       산을 보고, 얼른 예를 갖추고.

산 : (대수에게) 지금 당장 광교로 갈 것이니
     마필을 준비하거라!
다들 : (놀라고)
홍국영 : (놀라) 전하...광교라 하심은(하는데)
산 : (OL) 역병이 번지고 있는 상황을 직접 살펴봐야겠네.
채제공 : (..!!..) 전하..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역병 환자들을 직접 대면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옵니다.
         이는 소신들이 살필 것이니 어서 환궁하시옵소서.
남사초 : 그러하옵니다, 전하.
         옥체를 보존하셔야 하옵니다.
산 : (단호하다) 혜민서에도 오지 못한 채
     신음하는 병자들이 넘치고 있단 의관의 말을
     자네들은 듣지 못했는가?!
     내 어찌 저들을 뒤로 한 채 환궁을 할 수 있단 말인가!
홍국영 : 전하...
산 : (결연하다) 어서 마필을 준비하게!

                       대수, 강석기, 서장보, '예, 전하!' 하고 가고.
                       산, 굳은 얼굴로 혜민서의 환자들을 본다.

#2. 도성 일각. 낮

                       급히 말을 타고 달리는 산과 홍국영,
                       남사초, 채제공, 대수, 강석기, 서장보.

#3. 도성 일각. 낮

                       산,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할 말을 잃는다.
                       역병이 퍼져 피폐해진 빈촌.
                       집집마다 앓아 누운 병자들의 모습이 보이고.
                       산, 아파 신음하는 이들을 보며 안타까운 표정이 되는데.
                       보면, 산을 호위하는 이들도 참혹한 광경에 어쩔 줄 몰라 하고.

#4. 동. 다른 일각. 낮

                       산 일행, 안으로 들어서는데...
                       역시 마찬가지. 피폐한 마을의 풍경.

남사초 : 이 곳이 역병이 번지기 시작한 구리개이옵니다, 전하...
         병자의 수가 벌써 수십에 달한다 하옵니다.
산 : ....!!....

                       산, 참담한 광경에 착잡해지는데.

산 : 시세가 이런데도.....
     이 나라 중신이란 자들은....조정을 비우고 있단 말인가...
     백성들이 이리 신음하고 있는데도...
     저들은, 오직 제 자릴 지키는데만 혈안이 되어있단 말인가...
채제공 : (참담한) 망극하옵니다..전하..
다들 : 망극하옵니다....

                       산, 마음 깊은 곳에서 참을 수 없는 울분이 끓어오르고.

#5. 궐. 산의 서재. 낮

                       산, 홍국영, 채제공, 남사초, 어의 및 내의원 의관 2명이 있다.

어의 : 병자들 모두 열이 심하고
       반진이 나타나는 것이 전형적인 습역의 증상이옵니다, 전하.
산 : 저들을 치료할 약재는 있는가?
어의 : 습역에는 강활, 패독산, 길경 등이 특효니,
       서둘러 이를 처방하면 병이 퍼지는 것은 막을 수 있을 것이옵니다.
홍국영 : 허나, 혜민서에 비축된 약재가 모자라고,
         치료할 의관들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산 : (굳어진다. 그러다가) 우선 어의는 듣게!
어의 : 예, 전하!
산 : 내의원 어의인 경을 수장으로 내의원의 의관 20명과 의녀,
     약방 서리 등 100명으로 중앙 지휘반을 구성하고 경기, 충청,
     전라, 강원, 경상도의 각 감영에서 의관 다섯과 의녀 10명씩을
     충원받아 종합 지원반을 만들게.
     그리고 약재는, 전의감과 내의원의 비축량을 모두 배포하고
     경기 감영과 가까운 충청 관아의 약재창에서 징발하도록 하게.
어의 : 예, 전하!
산 : 그래도 부족한 의원은 도성의 사가 의원들을 모두 소집해
     이들 모두를 혜민서에 소속시켜 혜민서 의관의 지휘를 받도록 하게.
     지금 당장!
어의 : 예, 전하! 받들어 시행하겠나이다.
산 : (채제공에게) 역병은 무엇보다 초기에 번지는 것을
     막는 것이 중요합니다.
     허니, 경은 도성의 관아와 향교를 개방해
     그 곳에 병자들을 수용하도록 하세요.
채제공 : 예, 전하...
산 : 역병으로 인해 도성민들이 동요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허니, 소집에 따르지 않는 의원이 있다면
     어명으로 이를 엄히 다스리도록 하고,
     탕폐가 부족하다면 내탕금(자막 : 임금의 사유 재산)을
     풀어 보충하시오!
     지체할 시각이 없으니, 어서 서둘러 주시오!
채제공 : 예, 전하...
어의 : 예, 전하..

                    하고, 채제공과 어의, 서둘러 밖으로 나가면...
                    산, 심각한 얼굴. 홍국영, 그런 산을 살피는데...

산 : 홍승지.
홍국영 : 예, 전하.
산 : 신시에 편전에서 윤대를 열 것이네.
     사직 상소를 낸 중신들에게 모두 그 자리에 참석하란 윤지를 전하게.

                    자막/윤지-임금의 명이 적힌 명령서

홍국영 : (...!!...) 하오나 전하...(하는데)
산 : (OL) 지금과 같은 비상 시국엔 저들이 필요하네.
홍국영 : ...!...
산 : 역병이 돌고 있는 때 조정마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면
     백성들 모두 불안에 떨게 될 것이네.
     우선은 이 일을 해결하는 것이 중요해.
     허니, 모두 불러들이게.
홍국영 : ...!!...

                    산, 굳은 표정으로 보고.....
                    홍국영, 착잡한 표정으로 그런 산을 바라보는데.

#6. 몽타쥬. 낮

                    #1. 길. 달려가는 파발마 5필
                    #2. 관아 마당. 보따리를 들고 모여드는 의관들과 의녀들.
                    #3. 혜민서. 들어오는 내의원 의관들과 의녀, 약방 서리들.

#7. 최석주의 집. 방 안. 낮

                    최석주, 굳은 표정으로 윤지를 보고 있다.
                    그러다가 앞에 앉은 집사에게.

최석주 : 장태우 대감 댁으로 갈 것이니 차비하거라.
집사 : 예, 대감...
최석주 : .......

#8. 장태우의 집. 외경. 낮

#9. 동. 방 안. 낮

                    장태우, 최석주가 있다.

최석주 : 들으셨습니까, 대감? 주상께서 모든 중신들에게
         오늘 신시까지 입궐하란 하명을 내리셨습니다.
장태우 : (서책을 넘기며) 그래...모든 걸 되돌리겠다 하시던가?
최석주 : 그런 하교는 없었습니다.
         허나, 알아보니 시세가 다급한 듯 합니다, 대감.
         전부는 아니더라도, 우선 일을 처리할 신료들은 등청을
         시키는 것이 어떠할런지요?
장태우 : (흘끗, 본다)
최석주 : 우리가 하려는 것은
         주상의 전횡을 막자는 것이지,
         사태를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몰자는 것은
         아니질 않습니까? 허니..(하는데)
장태우 : (OL) 사태를 파국으로 몰고 있는 것은 우리가 아니라 주상이시네.
         잊었는가? 조정 중신을 내몬 것은 주상이야.
최석주 : ...!...
장태우 : 모든 것을 되돌린다는 하교가 떨어지기 전까진
         누구도 궐에 들지 않을 것이네.
         허니, 그리 알고 자네도 이만 돌아가게.
최석주 : 하지만 대감...(하는데)
장태우 : (OL) 이 일에 이만한 대가도 치르지 않을거라 생각한겐가?
         이리 담이 작으니 결국 여태 일을 그르친 게 아니야?
최석주 : ...!...
장태우 : (형형한 눈빛으로 보고, 이내 시선을 거둬 서책으로 향하고)
최석주 : (곤혹스러운데)

#10. 동. 밖. 낮

                      최석주, 밖으로 나온다.
                      굳은 표정엔 근심이 어려 있고...

#11. 동. 방 안. 낮

                      장태우와 민주식이 있다.

장태우 : 그래, 알아 보았느냐?
민주식 : 예, 대감.
         역병이 번지면서 민심이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한성부와 포도청에 관원이 반 수 이상 떨어져 나가
         도성의 치안도 위험한 지경에 이르렀다 합니다.
장태우 : (혀를 찬다. 마음이 편치 않다)
         그러니 임금 하나 잘못 세워
         나라 꼴이 이게 뭐란 말이냐?
민주식 : .....
장태우 : (앞으로 문서를 하나 내민다) 이것을 처분해 도성민들에게
         땔감을 나눠 주거라!
         돌림병을 막자면 우선 물을 끓여 먹어야 할 것이니....
민주식 : (펼쳐보고 놀란다) 대감!....이리 큰 재물을...(하는데)
장태우 : (OL) 죽어 싸 갈 재물도 아닌데 쥐고 있어 무엇하겠느냐?
민주식 : ....!....
장태우 : 백성을 다 죽이자고 벌인 일이 아니다.
         임금을 가르쳐, 장차 저들을 살리자고 벌인 일이야.
         허니, 다른 중신들한테도 전해 얼마씩 내어 놓으라고 하거라.
         명분을 위해서라도 필요한 일이 될 것이니....
민주식 : ...예..대감.
장태우 : 결국 주상께선 물러서시게 될 것이다.
         오늘이 가기 전에
         이젠 다른 도리가 없다는 걸 알게 되시겠지.
민주식 : ...!...
장태우 : .......

#12. 대전(이천). 낮

                       산, 굳은 표정으로...상념에 잠겨 있는데....
                       갈등과 착잡함이 어리는 산...
                       그 모습이 오래도록 비춰지고.

#13. 도화서. 대화실. 낮

                       박영문, 강두치, 이천, 탁지수를 비롯해
                       송연, 미수, 세모, 시비 등이 있는데...
                       보면, 다들 놀란 얼굴들이고...

시비 : 예에? 초비 언니가요?
이천 : (OL) 나으리, 초비가 습역에 걸리다니요?
       그것이 정말입니까?
박영문 : 애석하게도...
         좀 전에 오라비를 통해 그리 연락 받았네.
송연 : ...

                       모두들 놀라 경악한 얼굴이고...

미수, 세모, 네모 : ...
탁지수 : 아니...어쩌다가...
         나으리! 습역은 돌림병에다
         쉬 낫는 병이 아니질 않습니까?
강두치 : 그러니 걱정 아닌가?
이천 : ..
송연 : ..

                       이천, 송연을 비롯해 모두들 근심어린 얼굴이 되는데...

#14. 도화서. 소화실. 낮

                       이천, 탁지수, 송연, 미수, 세모, 시비 등이 들어온다.
                       다들 어두운 얼굴이다.

미수 : 소문에 역병이 구리개 쪽부터 퍼지기 시작했다더니...
       결국 초비까지 그렇게 됐구나.
세모 : 그럼, 이제 초빈 어떻게 되는거야?
       주..죽는거야?

                       세모의 말에...다들 당황해하는데.

시비 : 주....죽다뇨? 치료를 받고 있는데 죽긴 왜 죽어요?
탁지수 : 넌, 나라 꼴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도 모르느냐?
         도성이 이 지경이 되도
         혜민서는 물론이고 조정에도 이 문젤 해결할
         중신들이 하나도 없다잖냐?
         이제, 병자들이 죽어나가는 건 물론이고
         도성에 역병이 번지는 것도 시간 문제라고 하더라.

                       그 말에....다들 사색이 되는데...

송연 : 저기, 초비 언니가 어쩌고 있나
       제가 한 번 가 볼게요. 나으리.
탁지수 : (놀라서) 쓸데없는 소리 말거라.
         거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간다는 게야?
송연 : 아니에요, 나으리...
       제가 오늘 화피전에 안료를 떼러 가야 하니
       그 길에 다녀올게요..
탁지수 : 안 된다는대도 그러는구나!
         그러다 역병이라도 옮으면 여기 있는 우리 뿐만 아니라,
         도화서 전체에 큰 화가 됨을 모르느냐?
         허니, 다들 괜한 생각 말고 잠자코 있거라!

                       탁지수, 엄히 말하고 가고, 다모들도 술렁이며 흩어지는데.
                       송연, 어쩌면 좋나..걱정이 어리면.
                       이천, 그런 송연을 보다가.

이천 : 송연아, 정말 초비한테 가 볼 참이냐?
송연 : 예..이번 습역은 물만 조심해서 마시면 괜찮다고 들었어요.
       괜찮을 거에요.
이천 : 그...그럼...나도 함께 가자.
송연 : 예에?
이천 : 초비는...한 때 나를 죽자 살자 흠모했던 애가 아니냐?
       이럴 때...들여다보는 게 도리지.

#15. 한성부 관아. 마당. 낮

                       저만치 관아 앞에 병자들이 줄을 지어 있고,
                       그 안에 병자들과 이를 살피는 의관과 의녀들 모습이 보인다.
                       그 앞으로 이천과 송연이 오고. 긴장어린 얼굴의 두 사람.
                       이천, 천으로 얼굴 반을 가리고 있다.

이천 : (막상 가려니 두렵다) ...근데...정말 괜찮을까?
송연 : 그럼요. 걱정 마세요.
       나으린 괴질 병자들 속에서도 살아오신 분이잖아요.
이천 : 그래...
       하기사 너도...청국에서 조선까지 걸어온 체력이니
       우린 아마 무사할 게다. 그지?
송연 : (웃으며) 네에...

                       그 때, '의녀님, 제발 저 좀 봐 주세요.' 하는 초비의 목소리 들린다.
                       놀라 보면, 관아 임시 수용소 문 밖에 얼굴에 반점이 가득 핀
                       초비가 의녀를 붙잡고 늘어지고 있다.
                       놀라는 송연과 이천.

송연 : 초비 언니..!
초비 : (돌아본다) 송연아..?
이천 : 초비야..
초비 : (와락, 반갑다) 나...나으리....!

#16. 동. 병자 임시 수용방(서원 원장실 전용). 낮

                       송연과 초비, 이천이 있다. 초비는 방바닥에 앉아 있고
                       여기저기 환자들이 누워 있다.

초비 : 아침에 일어나 보니 이 꼴이 되 있었어.
       그래서 의원에 갔더니 날더러 역병이라는 거야.(하고)
       그래도 이렇게 와 줘서 정말 고마워, 송연아.
       감사합니다. 나으리.
       전...그냥 이렇게 아무도 없이 외롭게 죽는 줄 알았어요.
송연 : 약한 소리 하지 마세요, 언니.
       언니가 죽긴 왜 죽어요?
초비 : (서럽게 운다) 아냐, 가망 없어. 난 죽을 거야.
       그래서...옛 말이 틀린 거 없다는 건가봐!
       미인박명이래더니....
       내가 이런 꼴을 당하게 될 지 나도 몰랐어!

                       하면서 초비 엉엉...서럽게 눈물을 흘려대고..
                       송연과 이천, 어쩌면 좋나..안타깝게 보는데..
                       그렇게 울다 사레가 들려 켁켁, 기침을 하는 초비.

이천 : (놀라서) 아니, 기침까지 하는 게냐?
       이번 습역은 기침은 없다고 들었는데...
초비 : (켁켁거리며. 무섭다) 저...저는 더 심해서 그런가 봐요.
       보..보세요. 제 말이 맞잖아요? 전 죽는다구요!
송연 : (OL) 언니!
이천 : 잠깐 기다리거라. 내 얼른 가서 의원을 데려오마.

                       이천, 한쪽으로 가고.

송연 : 언니, 걱정 마세요. 아무 일 없을 거에요.
       (손수건으로 입을 닦아주며, 걱정이 되는데)
초비 : (불쌍하고 가련하게) 저기....송연아! 나 부탁이 있는데...
       들어줄 수 있니?
송연 : ..뭔데요, 언니. 뭐든 말씀만 하세요.
초비 : (품에서 서찰을 꺼내며) 이거....박대수 그 분한테 좀 전해줘, 송연아..
송연 : 대수...한테요?
초비 : ....응.....
       이렇게 죽을지도 모른단 생각이 드니까
       그 분 생각이 제일 많이 나더라.
송연 : ....!....
초비 : (생각하면 서글프다)
       알아. 그 분은 나 같은 거 안중에도 없는 거...
       내 이름도...아마 겨우 알고 계실테니까..
       그래도 네가 와 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이렇게 마음이라도 전하고 갈 수 있으니까
       죽어서도 여한은 없을 거야...
송연 : (OL) 어..언니...
초비 : (OL) 꼭...전해줘, 송연아.
       그래줄 수 있지?
송연 : ....!....
초비 : (눈물 가득 어려 보고)
송연 : ..........

                       송연, 초비가 건네준 서찰을 본다.
                       어찌하면 좋은가....난처하고 곤혹스러운데...

#17. 혜경궁 처소. 앞. 낮

                       효의, 김상궁과 나인을 대동하고 온다...
                       이상궁, 예를 갖추고 맞이하는데...

이상궁 : 어서 오십시오, 중전마마.
효의 : 어마마마께서 찾으셨다 들었네.
이상궁 : 예. 마마. 어서 안으로 드시지요...

                       효의, 잠시..처소를 바라보다..이내 안으로 들면...
                       김상궁, 이 때다 싶게 이상궁에게 다가가는데...

김상궁 : 마마님, 대체, 무슨 일입니까?
         무슨 일이길래 혜경궁 마마께서 중전마말...(하는데)
이상궁 : (OL) 자넨, 어찌 그리 윗전 일에 관심이 많은가?
김상궁 : ..(움찔..)

#18. 동. 방 안. 낮

                       혜경궁과 효의가 마주 앉아 있다...

혜경궁 : 내 오늘 예조에 일러
         후궁 간택령을 내릴 길일을 찾으라 하였습니다.
         허니, 예조에서 날을 잡는대로 후궁을 간택할 것이니
         중전께서도 그리 알고 계세요.
효의 : (당혹스럽다) 하오나, 어마마마.
       조정의 일과 도성에 퍼진 습역으로 흉흉한 때에
       후궁 간택령이라니요?
       지금은 때가 아닌 듯 하옵니다.
혜경궁 : (OL) 알고 있습니다.
         내 그리하여 더욱, 간택령을 내리려는 것이에요.
효의 : ....?!....
혜경궁 : 지금 조정의 노론 벽파 일과 역병으로 인해
         민심이 동요한다 들었습니다.
         허니, 이럴 때일수록 백성들에게
         조정은 물론 이 나라 왕실이 굳건하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아시겠습니까? 중전.
         두려움에 떨고 있는 백성들에게
         아무 탈 없이 평온이 유지되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나는, 지금 간택령을 서둘러 내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효의 : ...!...
혜경궁 : 그리고, 이번 후궁 간택령에선 궐 예법에 따른
         가례 절차를 밟아
         도승지 홍국영의 누이를 빈으로 들일 것입니다.
         허니, 중전께서도 그리 알고 계세요.
효의 : (당혹한) 어마마마!!!
혜경궁 : ......
효의 :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어마마마.
       도승진 이미 큰 권력을 쥔 신료이옵니다.
       헌데 그런 자를 왕실의 외척으로 삼으시다니요?
       외척에겐 힘을 실어주지 않는 것이
       왕실의 지엄한 법도가 아니옵니까?
혜경궁 : (못마땅하다) 그래서, 중전께선 왕실의 외척을 염려하시어
         보잘 것 없는 그 다모 아일 후궁으로 들이자 하신 것입니까?
효의 : 어마마마....
혜경궁 : 사가의 내 아버님 또한, 왕실의 외척이셨으나
         영의정을 제수 받아
         오랫동안 선 대왕전하는 물론, 지금의 주상까지
         조정에 충성을 다하고 계십니다.
         허니, 난, 홍승지의 누이를 간택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
         여기지 않아요.
효의 : ....!....

                        효의, 당혹스런 얼굴로 혜경궁을 바라보면...
                        혜경궁, 이미 맘을 굳건히 정한 듯 단호한 표정인데..

#19. 동. 밖. 낮

                        효의, 당혹스러운 얼굴로 처소를 나서고 있다..
                        김상궁, 그런 효의를 의아해 바라보는데...

김상궁 : 마마, 괜찮으시옵니까?
효의 : ....
김상궁 : 마마.
효의 : 자네, 당장 숙위소에 기별을 넣어
       홍승지를 내 처소로 들라 하게.
김상궁 : 예에? 홍승지를요?

                        효의, 당혹감 어려 혜경궁 처소를 되돌아 보면..
                        김상궁, 그런 효의를 의아한 듯 바라보는데...

#20. 효의 처소. 낮

                        효의, 굳은 얼굴로 앉아 있는데...
                        이 때, 밖에서 '마마, 홍승지 입시옵니다.'
                        하는 김상궁 목소리가 들리고.

효의 : 들라 하게.

                        문이 열리고 홍국영,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서는데..

홍국영 : (예를 갖추곤) 찾으셨습니까? 중전마마.
효의 : 어서 오게...그리 앉게.
홍국영 : (앉으면)
효의 : 바쁜 사람을 이리 오라 해 미안하네.
홍국영 : 당치 않으시옵니다, 마마.
효의 : 실은, 내 한 가지 확인할 것이 있어 자넬 불렀으니
       내 말에 거짓 없이 사실을 고해 주게.
홍국영 : (무엇인가....의아함 어려 보는데)
효의 : 방금 처소에서 어마마말 뵙고 오는 길이네.
       어마마마의 말씀이
       자네 누이를 후궁으로 들일 것이라 하시던데
       자네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는가?
홍국영 : ....!....
효의 : (굳은 표정으로 보는데)
홍국영 : 예...마마. 그러하옵니다.
효의 : ....!....
홍국영 : ......
효의 : ...무엇인가?
       혹 자네가 그리 해 달라 어마마마께 청을 올린 것인가?
홍국영 : 당치 않으시옵니다, 마마.
         소신, 차마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나
         소신의 누이를 귀히 보신 혜경궁 마마께서
         망극하옵게도 그 같은 결정을 하신 것이옵니다.
효의 : 그래? 그것이 정녕 사실인가?
홍국영 : 소신, 뉘 안전이라고 거짓을 고하겠습니까?
효의 : (조금 안도 어린) 그래, 내가 공연한 걱정을 했군.
       알겠네. 자네 말이 그렇다면, 믿겠네.
홍국영 : 망극하옵니다, 마마..
효의 : 허면, 자넨 어마마마께 뭐라 말씀 드렸는가?
       말씀에 따를 것이라 그리 답했는가?
홍국영 : ...그것은...너무도 갑작스런 일이라
         아직 그 어떤 답도 드리질 않았사옵니다.
효의 : 그렇다면, 어마마마께 그 뜻을 거두시라 말씀드리게.
홍국영 : (멈칫, 본다)
효의 : 자네처럼 전하를 가장 가까이에서 뫼시는 신하라면 더욱 그러하지.
       자칫, 한순간에 권세를 믿고 전횡을 휘두르다
       전하의 전정에 누가 될 수도 있음이야..
홍국영 : ....!!....
효의 : 게다가, 난 따로이 뜻한 바가 있네.
       난, 후궁으로...송연일 생각하고 있었어.
홍국영 : (놀란다) 송연이라면?
         혹, 그 도화서의 다모 아일 말씀하시는 것이옵니까?
효의 : 그래...전하를 지근에서 모신 자네니,
       그 아이에 대한 전하의 심중을 모른다 하진 않겠지.
홍국영 : ...!...
효의 : 허니, 어마마마껜
       자네가 나서 이 일을 물려달라 말씀 드려주게.
       자네가 간곡히 아뢴다면
       어마마마께서도 자네의 깊은 충심을 헤아려
       더는 권하지 않으실 것이야!
홍국영 : ....!....
효의 : 어떤가? 내 뜻을 따라줄 수 있겠는가?
홍국영 : .....!.....

                      홍국영, 당혹감과 복잡함이 뒤엉킨 얼굴이고...
                      효의, 그런 홍국영을 담담하지만 결연한 얼굴로 바라보는데...

#21. 궐. 대전. 낮

                      산이 남사초와 함께 있다. 뒤에 박상궁이 서 있다.
                      산, 굳고 긴장 어린 표정이고...
                      남사초, 그런 산의 안색을 걱정 어려 살피고 있는데.

산 : 시각이 얼마나 되었는가?
남사초 : 이제 곧 신시가 될 것이옵니다, 전하..
산 : ........

#22. 동. 일각. 낮

                      편전 앞에 홍국영, 채제공, 있다.

채제공 : (난처) 윤대에 입궐하라는 통문은 모두 전했는가?
홍국영 : (굳은 표정..) 예, 대감.
채제공 : 헌데 신시가 다 되어 가는데
         어째서 아무도 나타나질 않는단 말인가?
홍국영 : 저들은, 나타나지 않을 것입니다, 대감.
채제공 : (기막히고 당혹스럽다)
         이건, 주상전하의 지엄한 어명이었네.
         저들이 왕명을 우습게 여기지 않고서야
         시국이 이러한 때 어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홍국영 : (입술을 깨무는데)

                      그 때, 한쪽에서 산이 남사초와 궁인들을 이끌고 온다.
                      홍국영, 채제공, 예를 갖추고.

산 : 곧 윤대가 시작될 것인데 왜 이 곳에 나와 있는 것이오?
홍국영 : ........
채제공 : .......
산 : (그 표정에서 직감한다)
     무엇인가? 저들이 아무도 나타나지 않은 것인가?
채제공 : 전하....
산 : 말해보게, 홍승지. 그런 것인가?
홍국영 : 그러하옵니다, 전하.
         지금 편전 안엔 남인과 소론 출신의 중신들 뿐
         노론 벽파 중신은 그 누구도 어명을 따르지 않았습니다.
산 : ....!!!....

                       산, 굳어지는 얼굴로 안을 바라보는데.

#23. 동. 안. 낮

                       산, 들어와 보면 편전 안에 중신 예닐곱만이
                       앉아 있다가 참담한 얼굴로 예를 갖춘다.
                       보면, 텅 비어 썰렁한 느낌을 주는 편전 안.
                       이 모습을 충격 어린 얼굴로 바라보는 산.
                       산, 기막히고 곤혹스런 얼굴로 입술을 깨무는데.....

#24. 장태우 사가 앞. 낮

                       장태우의 집 앞으로 초헌과 교자를 탄
                       최석주를 비롯한 노론 중신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다.
                       보면, 마당 안에서 이들을 맞이하는 민주식의 모습이 있고.

#25. 동. 서원 원장 방 안. 낮

                       장태우와 최석주, 민주식을 비롯한 노론 중신들이 모여 있다.

장태우 : 모두들 그간 노고가 많았네.
         이제 되었네.
         이만하면, 주상께서도 더는 어쩔 수 없다는 걸 깨달으셨을 것이야.

                       장태우, 형형한 눈빛을 빛내며 이들을 보고..
                       모두의 얼굴엔 결연한 긴장이 감도는데...

#26. 정순 처소. 낮

                       정순이 강상궁으로부터 이야기를 전해 듣고 있다.

정순 : (담담하게) 그래? 정말 편전에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단 말이냐?
강상궁 : 예, 마마. 그러하옵니다.
정순 : 그래. 결국 이리 될 줄 알고 있었다.
       장태우 그 자라면 능히
       노론 중신들의 결집을 이끌어 냈을테니....
강상궁 : .....
정순 : (가만, 그러다가) 생각보다 때가 더 빨리 왔구나...
강상궁 : 마마, 그것이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때가..오다니요?
정순 : 내가 기다리던 때가 무엇이겠느냐?
       바로, 이 지긋지긋한 가정당에서 나가는 것이지.
강상궁 : 마마...?
정순 : (의미심장한 눈빛을 빛내고)

#27. 편전. 밤

                        어둠과 정적에 휩싸인 편전 안.
                        산, 참담함과 분노가 서린 얼굴로 어좌에 앉아 있고.
                        자리에 앉은 채제공과 홍국영, 그리고
                        중신들 모두 참담한 얼굴들인데...

홍국영 : 전하..!
         저들을 모두 잡아들이시옵소서.
         감히 어명을 거역하고
         백성을 볼모로 삼아 참담한 망동을 저지른 자들이옵니다.
         저들 모두를 잡아 대역죄로 다스리셔야 하옵니다.
산 : (착잡하게) 허면, 저들 모두를 잡아들여 참수라도 하란 말인가?
     그것이, 파탄에 이른 조정을 살릴 수 있는 길인가?
홍국영 : 전하...!
산 : (담담하게) 일어들 나게. 차비를 갖추고, 궐 밖으로 나갈 것이니.

                        산의 말에 모두 놀란다.

채제공 : 전하, 궐 밖으로 나서신다니요?
         어디로 가시려는 것이옵니까?
산 : (담담하게) 저들이 내가 있는 곳으로 올 수 없다면
     내가 저들이 있는 곳으로 가야겠지요.
채제공 : 전하!!
홍국영 : 저들이 있는 곳으로 가시겠다니요?
         전하, 그것이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허면, 정녕 저들이 원하는대로
         모든 것을 되돌리겠단 말씀이십니까?
산 : (굳은 표정, 대답하지 않고)
홍국영 : 전하....!
산 : .......

#28. 장태우의 집. 마당. 밤

                        민주식이 다급히 마당으로 들어서고 있다.

#29. 동. 방 안(서원 원장실). 밤

                        장태우와 최석주를 비롯한 노론 중신들이 모여 있고
                        민주식이 그 앞에서

민주식 : 지금 전하께서 이리로 납시고 계신다 합니다!
다들 : ....!....

                        그 말에 다들 놀라는데...
                        보면, 동요 없는 장태우의 얼굴.

최석주 : ...대감...
장태우 : (슬몃, 입가로 번지는 냉소)

#30. 동. 집 앞. 밤

                        장태우의 집 앞.
                        장태우, 최석주를 비롯한 이들 모두 나와 서 있는데..
                        그 때, 한쪽에서 산을 태운 연이 홍국영,
                        채제공, 대수, 장보, 석기 등 숙위소 군사들과 함께 온다.
                        연이 도착하고, 산..연에서 내리면.
                        모두 그런 산을 향해 '전하!' 하며 머리를 조아리는데...
                        그런 이들을 굳은 표정, 차가운 얼굴로 바라보는 산.

산 : 편전에선 보기 힘든 경들을
     이 곳에 오니 모두 만나게 되는구료...
다들 : ........
산 : (차갑게 보고)
다들 : (조아리며, 불편하게) 망극하옵니다. 전하..
산 : ......

                        산, 이내 차가운 시선으로 장태우를 보고
                        장태우, 담담한 얼굴로 산을 본다.
                        장태우를 제외한 모든 중신들, 긴장 어려 당혹해하고...
                        홍국영과 채제공 등도 굳은 표정으로 이들을 바라보는데..
                        보면, 마치 전선(戰線)처럼 팽팽한 기운이 감도는 이들의 모습.

#31. 동. 마당. 밤

                        대수, 장보, 석기 등을 비롯한 숙위군들 긴장한 채
                        경계를 서고 있는데...
                        최석주와 노론 중신들이 웅성이며 모여 있고
                        한쪽에는 떨어진 채 홍국영과 채제공이 있다.

홍국영 : 전하께선 대체 장태우 대감에게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 것입니까? 대감.
채제공 : 그것이 무엇이든 고심 끝에 내리신 결단이실 것이네.
         허니, 믿고 기다려 보세.
홍국영 : (답답하고)
채제공 : (걱정이 어리는데)

#32. 동. 방 안(서원 원장실). 낮

                        산, 장태우가 있다.
                        긴장과 정적이 감도는 방 안. 그러다가.

산 : (담담하게) 이리 많은 중신들이 모여 있는 걸 보니
     이대로 궐을 대감의 집으로 옮겨도 상관이 없을 듯 싶군요.
     아니 그렇습니까? 대감..
장태우 : 망극하옵니다, 전하.
         소신들, 다만...전하께서 바른 정사를 펼치시길 바라는
         충정 때문일 뿐, 어찌 다른 마음이 있겠사옵니까?
         부디,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전하.
산 : 그래요? 도탄에 빠진 백성을 볼모 삼고
     조정을 내팽개친 것이, 모두 나를 생각하는 충정 때문이라구요?
장태우 : (OL) 그렇사옵니다, 전하.
         지금 조정을 채운 남인과 서얼들을
         물리신다면 저희들은 모두 조정으로 돌아갈 것이며
         충심을 다해 전하께서 선정을 베푸시도록 보필할 것이옵니다.
산 : 그러니 결국 내가 뜻을 꺾기 전까진
     본때를 보일 것이다, 그 말이로군요.
장태우 : 망극하옵니다, 전하.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산 : (피식, 씁쓸한 미소가 번지고)
장태우 : (흔들림 없는 표정인데)
산 : (착잡하게) 그래요. 대감의 말이 맞습니다.
     대감의 말대로, 이번엔 과인이 틀렸어요.
장태우 : ....!....
산 : 과연, 이 나라는 임금의 것이 아니더군요.
     이제껏 이 나라를 지탱해온 것은 사대부이고
     그대들 노론 중신들 없인
     내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그 어떤 것도
     할 수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장태우 : ....!....
산 : 내가 한참이나 어리석었소.
     이번에 좌상에게 정말 큰 가르침을 받았소이다.
장태우 : (조아리며) 전하!
산 : (가만, 그런 장태우를 보다가 서안을 하나 서탁 위에 올려놓는다)
장태우 : (보면)
산 : 보시오. 이것이, 좌상의 가르침에 대한 내 대답이오.
장태우 : ....!....

                      장태우, 산을 바라보면....
                      산, 담담한 표정으로 보고...
                      장태우 이어, 입가로 번지는 득의만만한 미소.
                      장태우, 서안을 들어 펼쳐보는데...
                      그런 장태우를 바라보는 산.
                      보면, 이내 장태우의 얼굴..조금 굳어지더니..
                      당혹감이 어려 오는데...

장태우 : (당혹) 저..전하...이, 이것은?
산 : 내일 발표될 교지요.
     이처럼 대단한 경들을
     그저 밀어붙이면 따라오리라, 생각하고 있었으니
     내가 아둔했던 게요.
     하여 이번엔 좀 더 구체적으로 내 뜻을 일러주러 온 것이오.
장태우 : ...!!...
산 : 내 경에게 약조한대로
     무산된 대과는 닷새 후 다시 치러질 것이오.
장태우 : 전하....!
산 : 허나, 이번은 그때완 다를 것이오.
     이번 대과에 뽑힌 자들은
     모두 파격적으로 정7품과 8품의 관직에 등용될 것이며
     그 중 성적이 우수한 자들은 또한 바로 그 자리에서
     청요직에 서용될 것이오.
     그 뿐이 아니오!
     거기 이른대로 이번 대과에 응시하지 않는 소과 합격자들은
     모두 그 죄를 물어...
     앞으로 있을 대과에 10년간 응시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오.
     허니, 어떻소?
     과연 이런대도 이번에도 전국의 유생들이
     대감의 뜻을 따라 과거를 포기할 것 같소?
장태우 : (...!!...) 전하...!
         이는 천부당만부당한 처사이시옵니다!
         정녕 이대로 이 나라 조정을 두 동강 내려 하시옵니까? 전하!
산 : (OL) 맞소.
     말이 나온 김에
     난 이번 기회에 조정을 정말 두 동강을 내 볼 참이오.
장태우 : ....!....전하....?!
산 : 내 그대들 없이 조정을 꾸려보니
     또한 새로이 알게 된 것이 있었소.
     그건, 조정에 아문과 관료의 수가 지나치게 많다는 것이오.
장태우 : ....!!....
산 : 살펴보니 그것은 폐주 연산군 이래 늘어난 아문과 관료의 수가
     시대가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그대로 유지되었기 때문이오.
     그간 그토록 절용을 강조하였으나
     소용이 없던 것이 바로 이 때문이었소.
     하여 난, 그간 방만하게 운영되온 관제와 조직을 새로이
     일신하여 대폭 축소하고 작고 효율적인 조정을 만들어
     모든 것을 연산군 이전으로 돌릴 것이오.
장태우 : ....!!!....
산 : 각 아문은 소임을 면밀히 살펴 존폐를 결정할 것이며
     상호 유사한 기능은 서로 통폐합하고 각조의 낭관 이상 관원은
     상호 교류시켜 폭넓은 안목을 키울 것이오.
     예컨대 사헌부와 사간원, 홍문관과 규장각 등 삼사의 관원은
     물론 의금부와 포도청, 한성부와 육조의 관원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상호 교차하여 업무를 수행토록 할 것이오.
장태우 : ...
산 : 관원들 또한 불필요한 직위나 직무가 있다면
     관직을 없애거나 중임토록 할 것이니
     이젠 경들이 조정으로 돌아온다 해도
     조정에 남은 자리가 채 반도 되지 않을 것 같소.
장태우 : ....!!!....

                      산의 말에..장태우의 얼굴에 당혹감이 번지고...
                      산, 그런 장태우를 결연한 표정으로 바라보는데..

산 : 알겠소? 이것이 내가 깨달은 것이오.
     좌상의 말대로 그처럼 대단한 것이 이 나라 사대부라면
     나는, 그대들이 다신 이 같은 전횡을 부릴 수 없게 해야 한다는 걸
     뼈저리게 알게 되었단 말이오.
장태우 : 전하...!
산 : 나를 가르친다 했소?
     좋소! 나 또한 무엇이 신하의 도리이며
     무엇이 이 나라 사대부의 도리인지
     그리고, 그것을 다하지 않으면 어찌 되는지
     경들에게 똑똑히 보여주겠소.
장태우 : ....!!!....
산 : ........

#33. 동. 마당. 밤

                      최석주를 비롯한 중신들, 사색이 된 얼굴로
                      '대체 이게 무슨 말이냐!'며 웅성이는데..
                      그 때, 안에서 산이 나온다.
                      모두들, 당혹한 와중에 '전하!' 하며 산에게
                      예를 표하는데..
                      산, 그런 이들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산 : (홍국영에게) 자네는 승정원에 일러
     지금 이른 것을 어명으로 반포토록 하게..
홍국영 : 예, 전하..
다들 : ....!....
산 : ........

                      산, 최석주를 비롯한 이들을 남겨둔 채
                      차가운 얼굴로 나서면 뒤따르는 홍국영 등.
                      보면, 중신들..사색이 된 얼굴로...

중신1 : (최석주에게) 대감, 들으셨습니까?
        안에서 전하께서 하시는 말씀을 들으셨냔 말입니다..
최석주 : .......

                      최석주, 곤혹스런 얼굴로 장태우가 있는
                      방 안을 보는데.

#34. 동. 안. 밤

                      장태우, 석상처럼 굳어진 채 산이 준 서안을
                      손에 쥐고
                      부르르 떨고 있는데..
                      그런 장태우의 위로..

산(E.소리) : 나를 가르친다 했소?
             좋소. 나 또한 무엇이 신하의 도리이며
             무엇이 이 나라 사대부의 도리인지
             그리고, 그것을 다하지 않으면 어찌 되는지
             경들에게 똑똑히 보여주겠소.

                      장태우, 치밀어 오르는 노기를 참지 못하는 얼굴로
                      그대로 거칠게 서탁을 내리치는데...

#35. 궐. 산의 원탁 집무실. 낮

                      산, 채제공, 홍국영, 있다.
                      홍국영, 서안 하나를 내민다.

홍국영 : 시급히 업무를 이관해야 할
         각사의 아문들을 정리한 것이옵니다.
산 : (서안을 펼쳐 보며)
홍국영 : 우선, 포도청의 업무를 의금부로 이관해
         도성의 치안을 살피도록 하였고
         한성부의 일은 형조와 숙위소 군관에게 당분간 일임토록
         했습니다. 대과를 통해 인원이 충원되는 대로..
         이는 다시 조정이 될 것이옵니다. 전하.
채제공 : 또한 업무가 중복되던
         상서원과 교서관을 통합하도록 하였고
         소임이 없던 종친부와 제용감의 관원들을
         이조와 호조로 배속시켜 대과를 준비토록 하고 있사옵니다.
산 : 알겠습니다.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모쪼록 만전을 기해주십시오.
채제공 : 예, 전하.
홍국영 : 예, 전하.

                      산, 신중한 얼굴로 서안을 자세히 살핀다.
                      그런 산을 보는 홍국영, 채제공의 시선.

#36. 궐. 일각. 낮

                      홍국영의 지시에 따라, 각사의 집기들이 옮겨지고
                      채제공이 일각에서 관원들을 모아놓고 지시를 내리는 모습.

#37. 산의 원탁 집무실. 낮

                      산이 집무실에서 서안에 수결을 하는 모습 등이
                      분주하게 비춰지고.

#38. 궐. 일각. 낮

                      보면, 황급히 입궐하는 중신들의 모습이
                      곳곳에서 보여지고....

#39. 동. 일각. 낮

                      합문 앞.(정전 앞)
                      양사의 젊은 대간들이 몰려나와
                      '전하!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옵니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하며 읍소를 하는데...

#40. 대전. 낮

                      중신들의 목소리 들려오고.
                      산, 남사초 있다.

산 : 양사(사헌부, 사간원)의 관원들이
     모두 합문 밖에 모여 있단 말인가?
남사초 : 예, 전하.
         모두 이번 어명을 거둬 달라 주청을 올리고 있사옵니다.
산 : ...!...

#41. 궐. 일각(정전 앞). 낮

                      중신들 모두 엎드려 읍소를 하고 있는데.
                      그 앞에 산, 남사초와 궁인들 이끌고 와서 선다.

산 : 여기서 뭣들 하는 것인가?
다들 : 전하..
사간원1 : (결사적이다) 전하....
          과거에 갓 입격한 자들을 정7,8품의 요직에 등용하시다니요?
          이제껏 조정에 이런 일은 없었사옵니다..!
          더욱이, 수백 년 이어져 내려온 나라의 관제를
          한 번에 바꾸려 하시다니....
          이는 절대로 불가한 일이옵니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사간원2 : 전하...
          이처럼 막중한 국사는 양사 대간들의 합의를 거쳐야
          하는 일이옵니다.
          그것이 이 나라의 법도이옵니다...!
          헌데, 어찌 전하께선 이처럼 참담한 독단으로...
          이 나라 종사를 도탄에 빠뜨리려 하시옵니까?
산 : (싸늘하다) 물론, 난 법도를 지켜 그리하려 했네.
     허나, 자네들 양사의 대간들이 모두 사직을 하고
     궐을 비운 탓에 그리할 수 없었을 뿐이야.
다들 : ...!!...(당혹해하는데)
산 : 잊었는가.
     자네들은 이미 사직 상소를 냈네.
     뿐인가..? 돌아와 직무를 수행하라는
     어명을 거역한 것도 바로 자네들이야.
     헌데, 이제 와 자네들이 무슨 자격으로
     내 처결에 이처럼 방자한 말들을 덧붙인단 말인가?
다들 : (당혹스럽다) 전하....!
산 : 물러들 나게.
     자네들은 더 이상 이 나라 중신도
     양사의 대간들도 아니니..
     이 곳에서 더 소란을 피운다면
     내 자네들을 모두 끌어내 그 죄를 물을 것일세!

                     산, 서슬 퍼런 눈으로 바라보는데....

#42. 최석주의 집. 방 안. 낮

                     최석주, 중신 1,2와 중신들이 모여 있다.
                     다들, 당혹스러운 얼굴인데..

중신1 : 들으셨습니까, 대감?
        전하께서 합문에 모인 양사의 대간들을 모두
        끌어내셨다 합니다.
최석주 : .....!.....
중신2 : 뿐이 아닙니다.
        사직 상소를 낸 관료들 모두
        더 이상 중신이 아니니
        누구도 궐에 들여선 아니된단 하명이 있었다 합니다.
        어찌하면 좋습니까? 대감!
        시세가 이와 같은데
        누구 하나 궐에 들어가...이를 막을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중신1 : 우리가 스스로 발등을 찍은 꼴이 된 것입니다...
        어명대로 조정이 통폐합되고,
        대과에서 새로 관원이 충원되면
        이제 우리 노론의 설 자리는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대감...

                 중신들 1,2 참담한 얼굴이고.
                 최석주, 참담한 얼굴로 인상을 찌푸리는데.

#43. 규장각. 집무실. 낮

                 산, 박제가, 청년 1,2, 노인이 있다.

박제가 : (놀라) 그게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전하!
         이제, 소신들이 삼사(사헌부, 사간원, 홍문관)의
         업무를 관장해야 한다니요?
산 : 이른대로네.
     삼사의 업무는 하루도 쉴 수가 없네.
     허니, 이 일을 규장각 검서관인 자네들이 맡아주어야겠네..
박제가 : 하오나, 전하...
         어찌 규장각 검서관인 소신들이
         삼사의 업무를 감당할 수 있겠사옵니까?
노인 : (OL) 전하...소신들 전하의 명이라면
       무엇이든 따를 각오가 되어 있사옵니다.
       하오나, 이번 일은 이리 처결할 일이 아닌 듯 하옵니다.
산 : 그게 무슨 말입니까?
     이리 처결해선 아니 된다니?
노인 : 삼사는 소임을 떠나
       언로(임금에게 백성의 뜻을 전하는 것)를 넓히는데
       그 뜻이 있사옵니다.
       더욱이 전하께서 조정 중신들과 마찰을 빚고 있는 때,
       소신들이 이를 맡는다면
       전하께서 언로를 막았다는 구설에 오를 수도 있사옵니다.
박제가 : (OL) 그 뿐이 아니옵니다.
         저희들 모두, 전하께서 중용하시어
         이 자리에 있게 된 것이옵니다.
         그런 저희들에게, 언로를 맡기신다 함은...
         자칫, 이치에 어긋나는 처사가 될 수도 있사옵니다.
산 : (가만, 보다가 빙그레 웃는다OL) 바로 그거네!
     바로 그렇게 하면 되는 것이야!

                     산의 그 말에, 다들 무엇인가..멈칫하는데.

산 : 내 처결에 부당한 점은 없는가?
     그것이 이치와 법도에 맞는 것인가?
     그것을 살피고 잘못된 것이 있다면
     이를 간하는 것이 바로 자네들의 일이네.
     헌데...자네들은 이미 그것을 하고 있지 않은가?
다들 : ...!...
산 : 내가 등용했다 하여
     난, 자네들이 그 책무를 방기할 거라 생각지 않네.
     아는가?
     그 믿음이 있기에 나는 자네들에게 그 막중한 책무를
     맡기려 하는 것이야.
     허니, 지금처럼 자네들 규장각 검서관들은 앞으로도 기탄없이
     내게 쓴 소리를 해 주게.
     알겠는가?
다들 : ....!!....전하....
산 : (깊은 눈으로 보고)

#44. 도성. 일각(흥화문 앞 또는 태안 성문 앞). 낮

                     흥화문을 지나려는 행인과 우마차, 수레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대수, 서장보, 금군들과 서서 검문을 한다.
                     서장보, 지나는 사람들의 용모와 호패를 살피고.
                     대수, 금군들과 우마차와 수레의 짐을 살피는데.
                     그 때, 한쪽에서 강석기 온다.

서장보 : 왔나?
강석기 : (늘어선 사람들 보며) 보아하니 오늘도 종일 굶었겠구만.
서장보 : (지친 얼굴) 짬이 없어 뒷간도 겨우 다녀왔네.
         뭔 놈의 사람들이 이렇게 밀려드는 건지...
         도성 경계 사흘 만에 진이 다 빠지게 생겼네.
강석기 : (보고)
대수 : (강석기 보고, 와서) 오셨어요, 나으리..
강석기 : 그래.. 오늘은 자네가 들어가 쉬게..
         내가 교대해 줄테니....
대수 : (OL) 아닙니다, 나으리.
       (서장보에게) 전 괜찮으니 나으리께서 들어가십시오..
서장보 : 너도 벌써 사흘째 집에도 못 들어갔잖냐?
         가서 옷도 갈아 입고, 밥술이라도 뜨고 와라.
대수 : 나으리...

                     강석기, 대수의 어깨를 툭툭 치고는
                     우마차가 있는 쪽으로 가고.
                     대수, 어쩐지 미안한 얼굴로 강석기와 서장보를 보는데.

#45. 달호의 집. 마당. 낮

                     막선이 부엌에서 물을 한 사발 들고 나와
                     방 안으로 들어간다.

#46. 동. 방 안. 낮

                     막선, 안으로 들어오면,
                     대수, 밥을 정신없이 먹고 있고,
                     달호, 그 모습을 보고 있다.

막선 : (물을 올려주며) 물도 좀 마셔가면서 먹어, 조카..
       그러다 체하겠네..
대수 : 예, 아주머니... (하고 물을 마시고)
달호 : 그러니까 네 말은 낮에는 궐을 지키고,
       밤엔 흥화문이며 도성 경계를 하고 다닌다 그 말이냐?
       한성부 관원 대신에?
대수 : 어...
       도성 치안이 엉망이라 다들 꼼짝도 못해.
달호 : 하긴 포도청이고 어디고 죄 텅텅 비었으니
       오죽 하겠냐? (하다가) 참...내 정신 좀 봐라.

                     하고 달호, 문갑에서 서찰을 꺼내 대수한테 건넨다.

달호 : 자, 이거 받아.
대수 : 이게, 뭔데.
달호 : 몰라. 송연이가 저 없을 때 너 오면 주라고 하더라.
대수 : (놀라서) 송연이가?
달호 : 어...왜, 초빈가 하는 그 도화서 처자 있지.
       그 처자가 너한테 주는거래.
대수 : (멈칫, 한다) ..그...그래....?

                     대수, 조금 실망이 어리는 얼굴..
                     착잡한 얼굴로 서찰을 내려다보는데...

#47. 동. 마당. 낮

                     대수, 마루에 앉아 신을 신고 있고
                     막선, 달호, 마당에 서 있다.
                     막선, 한쪽에 놓아둔 보자기 내민다.

막선 : 이거 가서 사람들이랑 나눠 먹어...
대수 : (일어나) 고맙습니다. 잘 먹을게요.
달호 : 근데 꼭 벌써 가야하는 거냐?
       곧 송연이 들어올 시간인데
       기다렸다 얼굴이라도 보고가지 그러냐?
대수 : (멈칫, 굳어지고) 느...늦었어. 그만 가 봐야 돼...
       (막선에게) 가 볼게요..

                     대수, 굳은 얼굴로 걸음을 옮기고.

달호 : 이상하네..저 놈.
막선 : 왜요, 뭐가?
달호 : 딴 때 같았음
       아무리 늦어도 송연인 보고 간달 놈인데...왜 저렇게 서둘러 나가지..

                     달호, 의아한 얼굴로 보고...

#48. 동. 앞. 낮

                     대수, 걸어오는데. 그 때, 저만치 송연이 온다.
                     대수, 그런 송연을 보고 멈칫 멈춰서고.
                     송연도 조금 굳어지는데.
                     두 사람...잠시 어색한 분위기. 그러다 이내 송연이 밝게.

송연 : 대수야.
대수 : (어색하다)
송연 : ...집에...들른거야?
대수 : 어...
송연 : (어째야 하나 망설이다 이내 용기 내서)
       근데 왜 벌써 가?
       여기서 안 부딪쳤음 얼굴도 못 볼 뻔 했잖아?
대수 : .......
송연 : (미소 지으며, 툭 친다) 뭐야?
       오랜만에 와서 얼굴도 안 보고 갈려 그런거야?
       안 그래두 오늘쯤 숙위소로 네 옷이랑 챙겨갈려 그랬는데
       게으름 피우다 한 발 늦었다...그지..?
대수 : ...송연아....
송연 : (일부러 더 밝게) 근데, 들고 있는 건 뭐야?
       막선이 아줌마가 뭐 챙겨주신 거야..?
       에이..너 그래서 이제 난 필요 없다 그거구나?
       아줌마가 다 챙겨주시니까.
       뭐야..치사하게, 이러기야?
대수 : (가만, 그러다가) 내가 한 말...많이 신경 쓰이니?
송연 : (멈칫한다) 어...?
대수 : 괜찮아...그거 때문에 일부러 이럴 거 없어..
송연 : ...!...
대수 : 바보야...이러지 말고 차라리 화를 내.
       왜 쓸데없는 소리 해서
       사람 불편하게 하냐고..차라리 화를 내라구.
송연 : ....!....대수야...(하는데)
대수 : 그 서찰 말이야....
       .....그게 네 대답이니.
송연 : (멈칫한다)
대수 : ...나한테 준, 서찰 말이야....
       너는 나한테 그런 맘 털끝만치도 없으니까
       그냥 그 처자랑 잘해봐라...그런 뜻이었어?
송연 : (당혹스럽다) 아, 아니야! 대수야..
       그런 게 아니라..지금 초비 언니가..(하는데)
대수 : (아프게 외면한다OL) 됐어..그만해도 돼.
송연 : ...!...
대수 : 괜찮아...신경 쓸 거 없어.
       네가 뭐라고 할 지...몰랐던 거 아니니까.
송연 : ...!...대수야.....
대수 : 나, 이만 갈게...
       당분간 못 들어올거야..
       짐이랑 다 챙겨가니까...숙위소 찾아오고..그러지마.
       불편한데...안 그래도 돼.
송연 : ...!...

                     하고 대수, 송연을 두고...한쪽으로 간다.
                     보면 송연...그런 대수를 가슴 아프게 바라보는데..

#49. 숙위소. 집무실. 밤

                     홍국영, 생각에 잠긴 굳은 얼굴인데...
                     그런 홍국영의 위로..

효의 : 그렇다면, 어마마마께 그 뜻을 거두시라 말씀드리게.
홍국영 : (멈칫, 본다)
효의 : 자네도 왕실의 외척이 어떤 자리인지 잘 알 것이네.
       그 자린, 임금의 척신이 나설 자리가 아니네.
       자네처럼 전하를 가장 가까이에서 뫼시는 신하라면 더욱 그러하지.
       자칫, 한순간에 권세를 믿고 전횡을 휘두르다
       전하의 전정에 누가 될 수도 있음이야..

                     장면 바뀌고,

혜경궁 :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주상이 힘을 가져야 할 때네.
         그러자면, 다른 누구보다
         주상의 충신인 자네가 힘을 얻어야 하는게야.

                     굳어지는 홍국영의 얼굴.
                     그러다 홍국영, 이내 뭔가 결심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서는데...

#50. 혜경궁 처소. 밤

                     혜경궁이 있고, 홍국영, 예를 표하고 앉는다...

혜경궁 : 어서 오게.
         내 그렇지 않아도 자네 누이의 일로
         자넬 부르려던 참이네.
홍국영 : ...!...
혜경궁 : 그래, 어떤가?
         내 자네의 충심을 믿고, 자넬 왕실의 외척으로 받아들여도 되겠는가.
홍국영 : ......
혜경궁 : ......
홍국영 : 예....마마....
         소신, 미천한 소신의 누일 후궁으로 삼으시겠단,
         마마의 뜻을 따르겠사옵니다.
혜경궁 : ....!....
홍국영 : ......
혜경궁 : 그래, 자네가 그리 결심을 해 주었다니 고마운 일이네.
         내 그동안 자네가 그 일을 망설이는 듯 하여..
         노심초사 하고 있었어.
홍국영 : 외람되오나...
         소신...처음엔 그같은 하명을 거두어 달라 아뢸 작정이었사옵니다.
         허나, 소신....이번에 조정의 파국을 겪으며
         마마의 말씀처럼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주상전하께서 힘을 가지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혜경궁 : ...!...
홍국영 : 소신, 마마의 뜻대로
         이 일을 계기로 전하께 더 큰 힘이 될 수 있도록
         분골쇄신 할 것이옵니다.
         이젠, 소신이 나서
         감히 지존이신 주상전하를 욕되이 하고
         전하의 전정에 누가 되는 자들은
         결단코 그 누구도 용서치 않을 것이옵니다.
혜경궁 : ....!....
홍국영 : (결연히 보는데)

#51. 산의 원탁 집무실. 낮

                       산, 채제공, 남사초 있다.

채제공 : 관아와 향교에 수용되어 있던 역병 환자들의 증세가
         점차 차도를 보이고 있다 하옵니다. 전하.
         더욱이 새로운 역병 환자의 수도 줄어들고 있다 하니
         큰 고비는 넘긴 듯 하옵니다.
산 : (안도하고) 참으로 다행한 일입니다, 대감.
채제공 : 예, 전하.
         허니, 이제 역병은 내의원에 맡기고,
         각사의 관원들은 모두 대과 준비에 전념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산 : 그리 하도록 하십시오.
     대과가 이제 이틀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이번 대과는 반드시 예정대로 치러져야 할 것이니,
     성심을 다해 준비토록 하십시오.
남사초 : (걱정이다) 하오나..이번엔 과연...유생들이 움직일런지요, 전하..
         만약 저들이 이번 대과마저 무산시켜 버린다면
         이는 조정과 전하의 전정에
         씻을 수 없는 타격이 될 것이옵니다.
산 : ....!....

                       산, 남사초의 말이 틀리지 않다. 걱정이 어리고..
                       채제공, 남사초, 모두 근심어린 표정으로
                       그런 산을 바라보는데..

#52. 주막. 낮

                       막선, 걸레를 주워 들고 평상을 닦고 있다.
                       그러다 늘어지게 기지개를 하는데.
                       그 때, 달호가 들어오고.

막선 : 왜 벌써 나왔어요?
       오늘은 점심 넘어서나 시작할 참인데...
달호 : 대과가 코 앞이니 자네 준비하는 거 거들려고 나왔지.
       (주변을 둘러보며) 헌데 어째 이리 휑한가?
막선 : 준비는 무슨...
       내가 한 번 당하지, 두 번 당하나?
달호 : 그게 무슨 말인가?
막선 : 이번 대과도 황 될거란 소문이 벌써 자자한데 못 들었어요?
달호 : 뭐?

#53. 도성. 일각. 낮

                       달호, 걱정이 어린 얼굴로 거리를 살피며 걸어온다.
                       보면, 한산한 도성 길...

달호 : 진짜 한산하네.....정말...이번 과거도 또 황 될려나....

                       달호, 걱정이 되고...

#54. 최석주의 집. 마당. 낮

                       최석주, 초조한 얼굴로 서성이고 있고...

#55. 장태우의 집. 방 안. 낮

                       장태우와 민주식이 있다.

민주식 : 너무 심려치 마십시오, 대감.
         성균관은 물론, 전국의 서원에
         대감의 의중이 전달되었으니....
         이번 대과도 무사히 치러질 순 없을 것입니다.
장태우 : 장담할 일이 아니네.
민주식 : ....!....
장태우 : 평생 출사를 바라며 글을 읽는 저들이네.
         주상의 의중이 단호하시다는 걸 안 이상.
         분명.....흔들리는 자들이 생겨날게야.
민주식 : 대감!
장태우 : ............

#56. 도성. 일각. 낮

                       달호, 터덜터덜 걸어오는데.
                       그 때, 저만치서 이천이 온다.

달호 : 나으리!
이천 : 자네가 여기서 뭘 하는가?
달호 : 대과가 무산될거란 소문이 돌길래
       함원전 쪽을 둘러보고 오는 길입니다.
       헌데, 유생들은 커녕 오가는 사람도 없으니
       일이 또 잘못됐지 싶습니다.
이천 : 함원전이라니?
       자네 이번 대과의 과장이 바뀐 거 몰랐는가?
달호 : 예?
이천 : 역병 때문에 그리 되었네. 춘당대 쪽으로 가 보게.
       내일 내가 나가야 할 과장이라 지금 다녀오는 길인데
       유생들이 몰려들어서 난리도 아니었네.
달호 : ....!!!....

#57. 도성. 일각. 낮

                       달호, 정신없이 뛰어오고.
                       보면, 주막이며 거리마다 유생들이 넘쳐난다.
                       달호, 흠칫 놀라 '막선이!' 하고는 다시 뛰어간다.

#58. 대전 앞. 낮

                       홍국영, 급히 걸어오고.
                       그 때, 한쪽에서 채제공이 온다.
                       홍국영, 예를 갖추고.

채제공 : 대전에 드는 길인가?
홍국영 : 예, 대감.
         전하께 급히 아뢸 것이 있습니다.
         대감께서도 함께 드시지요.
채제공 : (무슨 일인가 보는데)

#59. 대전 안. 낮

                       산, 홍국영, 채제공 있다.

홍국영 : 춘당대와 어차고, 춘명당 인근 등
         과장 일대에 유생들이 몰려들고 있다 하옵니다..
산 : 그게 정말인가?
홍국영 : 예, 전하...
         더욱이 흥화문 밖으로 상경하는 유생들의 행렬이
         계속되고 있다 하니
         이번 대과는 예정대로 치를 수 있을 듯 하옵니다.
산 : ...!!...

#60. 도화서. 낮

                       분주한 도화서의 모습.
                       다모와 화원들이 화구와 종이를 챙기고 있다.

박영문 : 곧 무과가 시작될 것이니, 어서 서두르게.

                       사람들 바삐 움직이고 그 속에 보이는 송연의 모습.

#61. 문과 과장. 낮

                       시관들이 자리에 앉아 있고.
                       한쪽에 이천, 송연, 탁지수, 미수, 기록화를
                       그릴 준비를 하고 있다.
                       그 때. '주상전하 납시오!' 하는 소리가 들린다.
                       시관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고.
                       한쪽에서 산이 채제공, 남사초, 박상궁 등을
                       이끌고 들어온다.
                       보면, 과장에 유생들이 가득 차 있다.
                       산, 유생들을 바라보는 눈빛.

#62. 무과 과장. 낮

                       각종 병기와 마필이 준비되어 있는 무과 시험장.
                       화원과 세모, 시비 등 다모들 한쪽에 있다.
                       홍국영과 대수, 강석기, 서장보가 앞에 있고.
                       이 곳 과장 역시, 응시생들로 가득한데.
                       보면, 다행이다. 벅찬 얼굴로 안도하며
                       서로를 보는 홍국영과 대수, 석기, 서장보 등...

#63. 문과 과장. 낮

                       산이 어좌에 앉아 있고.
                       채제공이 그 앞에 선다.

채제공 : 전하... 과거를 시작하도록 하겠사옵니다.
산 : 그리 하게...
채제공 : (앞을 향해) 시제를 내리도록 하게.

                       이내, 과장 앞에 있는 시제가 주루룩 열리고
                       유생들, 시제를 보고 일제히 붓을 들어 써
                       내려가기 시작한다.
                       이를 바라보는 산의 시선.

#64. 장태우 사가. 방 안. 낮

                       장태우, 최석주, 민주식을 비롯해 노론 중신들 있다.
                       보면, 장태우, 눈을 지그시 감고 있고...
                       모두 참담함에 굳은 얼굴들인데...

중신1 : 대감, 대체 이젠 어찌 되는겁니까?
        보란듯이 대과가 열리질 않았습니까?
        이제 겨우 시작입니다.
        이건 주상의 선전포고에 불과할 뿐
        이보다 더한 일이 분명 생길 것이 아닙니까?
장태우 : .......
중신2 : (OL) 맞습니다, 대감.
        정녕, 우린 이리 맥없이 앉아
        주상의 전횡을 지켜만 봐야 하는 것인지
        ...달리 방도는 없는건지...
        뭐라 말씀을 해 주십시오...대감!
        이제 우린 어찌해야 하는겁니까? 예에? 대감...
장태우 : ..........
모두 : ...!...
최석주 : (굳은 얼굴로 보는)

                       장태우, 미동 없이 눈을 감고 있고...
                       모두 그런 장태우를 참담한 표정으로 바라보는데...

#65. 숙위소. 앞. 일각. 낮

                       홍국영, 오고 있다...
                       그러다 순간, 멈칫...멈춰서고 마는데...
                       보면, 정순...강상궁과 나인을 대동하고 서 있다...
                       허공에서 부딪치는 두 사람의 시선...
                       홍국영, 이내 당혹감 어린 얼굴인데...

홍국영 : (당혹해서) 마마....
정순 : (담담히) 그리 놀랄 것 없네...
       내 자네한테 긴히 할 말이 있어서 찾아온 것이니.
홍국영 : ...!...
정순 : ......보는 눈들이 있는데, 날 이리 세워 둘 참인가...
홍국영 : (냉소 어린다)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소신은 마마께 어떤 말씀도 들을 것이 없사옵니다.
         허니, 이만 처소로 돌아가시지요..
정순 : ...!!...
홍국영 : (냉정하게 돌아서려는데)
정순 : (OL) 장태우 대감 말이네.
홍국영 : (멈칫, 본다)
정순 : (부드럽게) 자네만 좋다면...
       내가 나서 장태우 그 잘....
       다시 창녕으로 돌아가게 해 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
       내가 자네를 도와 주상께 힘이 되어 드려도 되겠는가?
홍국영 : ....!!....

                       홍국영, 대체 뭔가...알 수 없는 의혹 어려
                       정순을 바라보고
                       정순, 그런 홍국영을 의미심장하게 바라보는데...

#66. 혜경궁 처소. 낮

                       혜경궁, 홍봉한과 있다.

홍봉한 : ...이것이 예조에서 올린 길일(吉日)이옵니다, 마마!
혜경궁 : (보고는) 알겠습니다.
         모든 것은 아버지께 맡길 것이니...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해 주세요.
홍봉한 : 예..마마..
혜경궁 : ........

#67. 효의 처소. 낮

                       효의, 김상궁과 있다.

김상궁 : 마마, 드디어 후궁 간택령이 내려질 날짜가 정해졌다 하옵니다.
         들으셨사옵니까?
효의 : 그래, 방금 어마마마 처소의 이상궁으로부터 연통을 받았네.
김상궁 : 마마...대체 어찌하실 작정이십니까?
         정말 혜경궁 마마께 맞서
         송연이 그 아일, 후궁으로 들이실 것입니까?
효의 : .....
김상궁 : 마마! 지금이라도 뜻을 거두시옵소서.
         그리되면 마마께선, 혜경궁 마마의 노여움을 사시고
         눈 밖에 나실지도 모릅니다.
효의 : ......

                       김상궁, 절박한 얼굴로 보지만...
                       효의, 이미 결심을 굳힌 듯 담담한 얼굴인데.

#68. 도성. 일각. 낮

                       금군의 경호 아래 예조 관원이...후궁 간택령 방을
                       '쫙, 쫙' 붙이고 있는데...
                       순간...뭔가 싶어 하나 둘 몰려드는 백성들...
                       보면, 무리 중엔 달호와 막선, 보이는데...

달호 : (의아한) 뭐야, 금혼령?
막선 : ...세상에, 중전마마께서 소생이 없으시니,
       결국, 후궁 간택령이 내려졌나 보네.
달호 : 그나저나 금혼령이면 우린 어찌 되는거야?
막선 : ...예...?...(피식) 어쩌긴요? 나라에서 못하게 하면 하는 수 없지...
달호 : ...뭐가 어쩌구 어째?

                       막선, 그런 달호를 밉지 않게 보고...
                       백성들, 저마다 삼삼오오 모여 웅성거리는데...

#69. 숙위소. 훈련장. 일각. 낮

                       서장보, 강석기, 대수가 있다..
                       보면, 대수, 의아한 표정인데...

대수 : ...소문이라니요?
강석기 : ...얼마 전 나인들 말을 우연히 들은건데...
         ...후궁 간택령은 형식적인거고,
         이미, 홍국영 나으리 누이가 후궁으로 내정됐다지 뭔가?
서장보 : (의아한 표정)
대수 : (놀라) 그래요?
서장보 : ..거 이상하네...
강석기 : ...이상하다니, 뭐가 말인가?
서장보 : ...내가 들은 소문하고 좀 달라서 그러지...
대수, 강석기 : ....!....
서장보 : ..내가 듣기론,
         중전마마께서 의중에 두신 처자가 있는데
         ...워낙 신분이 미천해
         혜경궁 마마께서 반대하신다 했거든...
강석기 : 미천하다니...
         후궁이라면 아무나 들일 수 없는 것이 법도가 아닌가?
         대체 얼마나 미천하길래 그런 말이 돈다는겐가?
서장보 : ...그거까지야 내가 알 수가 있나?
         얼핏 듣기론 그게 아마, 어느 각사의 다모래지...
강석기 : (망설이다) 잠깐 다모라면 혹시,
대수 : ....?!....

                        순간, 대수..뭔가 이상하다. 의혹이 어리는 얼굴이 되어.

대수 : 잠시만요. 나으리..
       방금 뭐라 하셨습니까?
       중전마마께서 의중에 두고 계신 처자가...다모...라구요?

                        대수, 바라보는 표정.

#70. 도성. 일각. 낮

                        송연, 백성들 무리에 섞여 후궁 간택령 방을 보고 있다...
                        보면...송연...어딘가 모르게 착잡한 표정인데...

#71. 궐. 일각. 낮

                        효의, 김상궁과 나인을 대동하고 가고 있다...
                        보면, 효의...뭔가 결연한 표정인데...

#72. 대전. 낮

                        산, 상소문을 검토하고 있는데...
                        이 때, 밖에서 들리는 남사초의 목소리.

남사초(소리) 전하! 중전마마께서 뵙기를 청하시옵니다.
산 : 뫼시게.

                        효의가 안으로 들어와 예를 갖추고 앉으면...

산 : 어서 오시오. 중전.
     대전까진 어인 일이오?
효의 : ....
산 : .......
효의 : 신첩, 전하께 긴히 아뢸 말씀이 있어
       번거로우실 것을 알면서도 이리 찾아 뵈었습니다. 전하.
산 : (미소) 번거롭다니 당치 않소.
     그래, 내게 긴히 할 말이 있다니...무엇이오?
효의 : ....전하.
       오늘 진시에....어마마마께서 도성에
       후궁 간택령을 내리셨사옵니다.
산 : (멈칫한다) 뭐라구요?
효의 : .....
산 : (당혹스럽다)
     아니...헌데...어찌 그 같은 일을 나에겐 이제사 알리는 것이오.
     아무리 그것이 내명부의 일이라 하나
     내게 미리 언질 정도는 주었어야 하지 않소?
효의 :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조정이 어지럽고 국사가 바쁜 때이온지라
       어마마마께선 공연히 전하의 성심을 어지럽힐까..
       저어되어 그리하신 것이옵니다..
산 : (난처하고)
효의 : ....전하.
       지금은 어느 때보다...후사를 이어
       왕실을 튼튼히 하고..전하의 보위를 굳건히 하는 것이
       중요한 때이옵니다.
       하여, 후궁을 간택해 왕실의 대통을 잇고자 함이니
       부디 전하께서도 이를 윤허하여 주십시오.
산 : (효의가 마음에 걸린다) 중전께서도 그리하겠다 하신 일이오?
     혹, 어마마마께서...(하는데)
효의 : 당치 않으시옵니다, 전하.
       그리하자 주청드린 것은, 신첩이었사옵니다.
       허니, 공연한 근심으로 부디 성심을 어지럽히지 마십시오.
산 : .....
효의 : .....
산 : 그래..알겠소.
     어마마마와 중전의 뜻이 그렇다면...
     내 더 이상 아무 말 없이 이 일을 두 분께 맡기도록 하겠소.
효의 : 망극하옵니다. 전하.
산 : .....
효의 : 그리고...전하....
       신첩, 전하께..이 일과 관련하여...
       한 가지 간곡한 청이 있사옵니다.
산 : 무엇이오, 말해보시오.
     내 중전의 청이라면 무엇이든 들어 드리겠소.
효의 : .......
산 : 중전....?
효의 : 전하...
       실은 신첩, 이번에
       후궁으로 들일 규수를 이미 마음 속에 정해두었사옵니다.
산 : 그래요? 그것이, 누굽니까?
효의 : ....송연...입니다, 전하.
산 : (멈칫한다)
효의 : .......
산 : (놀라서) 중전!!
효의 : 신첩, 송연이를 전하의 후궁으로 들일 것이옵니다. 전하.
산 : ...!!...

                     순간, 산...놀라 당혹한 얼굴로 효의를 바라보고...
                     효의, 그런 산을 결연한 표정으로 바라보는데...
                     산, 놀랍고 혼란스런 얼굴로 효의를 본다.

효의 : 송연이는 예와 기품이 단아한 아이입니다.
       비록 그 신분은 미천하다 하나
       전하의 후궁이 되기에 모자람이 없는 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허니, 그 아일 후궁으로 들일 수 있도록
       전하께서도 윤허하여 주십시오.
산 : ....!....
효의 : (담담한 눈빛으로 바라보는데)

                     산, 그런 효의 말에 당혹스럽다...
                     어찌 말을 해야 할 지 모르겠는데...

산 : 허나...중전.
효의 : 누군가 전하의 곁을 지켜야 한다면
       신첩, 그것은 전하의 마음에 진정 위로가 될 수 있는
       그런 사람이어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송연인...전하께 그런 위로가 될 수 있는 아이지요.
       신첩이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까? 전하.
산 : ....!!....
효의 : .......
산 : .......
효의 : 부디 안 된다 하지 마십시오.
       신첩을 생각해 그러실 수 없다 말씀하시지 마십시오. 전하.
산 : ....!....
효의 : 겨우 이것뿐입니다.
       부족한 신첩이 전하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란
       고작, 이런 것 뿐입니다.
       하오니 전하. 정말 신첩을 위하신다면
       전하를 위해
       신첩이 할 수 있는 것을 하도록 그리 해 주십시오.
산 : .....!!.....
효의 : ..........

                    효의, 눈물 어려 있지만..미소 띤 얼굴.
                    깊은 눈으로 산을 바라보고...
                    산, 그런 효의를 보며 뭐라 말할 수 없는
                    마음의 복잡함을 느끼는데...
                    산의 그 모습에서 엔딩.

.이산 

.영화 & 드라마 대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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