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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산 51

51회

#1. 도화서. 외경. 낮

                바쁘게 움직이는 도화서 화원들, 다모들.

#2. 동. 일각. 낮

                대수, 이천, 있다. 대수, 경악한 얼굴이다.

대수 : 예에? 저, 정말 중전마마께서 송연일 찾아오셨다구요?
이천 : 글쎄, 그렇다니까 그러네.
대수 : (충격어린)
이천 : 지난번엔 네가 하도 질색을 해서 내 참았지만
       중전마마께서 친히 도화서까지 납시어
       송연일 따로 찾으셨다.
대수 : ....!!....
이천 : 전하께서 송연일 각별히 여기시는 마당에
       마마까지 직접 나서셨으니
       우린 당연히 송연일 후궁으로 들이기 전에
       살피러 오신 거라 생각했지.
대수 : 그래도 어찌 중전마마께서 송연일...
이천 : 그 속내야 우리가 어찌 알겠냐만은
       아무렴 마마께서 아무 의중도 없이
       예까지 걸음을 하셨겠느냐?
       다 작정하신 바가 있으니 나서신 게지.

                대수, 충격어린 얼굴로 멍해지고.
                이천, 그런 대수를 의아한 얼굴로 보는데.

#3. 도성. 일각. 낮

                대수, 멍한 얼굴로 걸음을 옮기는데.
                그 위로.

서장보 (E) : 내가 듣기론
           중전마마께서 의중에 두신 처자가 있는데
           워낙 신분이 미천해
           혜경궁 마마께서 반대하신다 했거든...
           얼핏 듣기론 그게 아마 어느 각사의 다모래지?
이천 (E) : 중전마마께서 친히 도화서까지 납시어
           송연일 따로 찾으셨다.

                다시 그 위로. 48부 씬39의 '만약 그래도
                된다면 전하 곁에 머물고 싶다.'던 송연의 모습이 스치고.
                대수, 당혹스럽고도 착잡한 얼굴로 굳어지는데.

#4. 달호의 집. 마당. 낮

                송연, 마당에서 빨래를 널고 있고,
                달호, 방 안에서 나온다.

달호 : 송연아.
송연 : 아저씨!
달호 : 이 시간까지 도화서에 안 나가고 뭘 하고 있냐?
송연 : 오늘은 도화서 대신 예조 교서관에 들르는 날이라
       천천히 나가도 되요.
달호 : 그래? 참, 너두 봤냐?
       도성에 후궁 간택령이 내려졌더라.
송연 : (멈칫) 예...
달호 : 하긴, 전하께서도 이제 보위에 오르셨으니
       어서 왕손을 보셔야 왕실도 더 든든해지지.
송연 : ........
달호 : (조심스럽게) 근데 송연이 넌 어쩔거냐?
송연 : 어쩌다니요? 뭘요?
달호 : 나랑 막선이도 이제 곧 날 잡을텐데
       나는 이참에 너도 대수랑 혼례를 올렸으면 싶다.
송연 : ....!....
달호 : 너도 알겠지만 대수 그 놈이 너한테 좀 각별하냐?
송연 : ....아저씨.
달호 : 딴 사람은 몰라도 나는 안다.
       괜히 툭툭거리고 실없는 놈처럼 보여도
       이날껏 너 밖에 모르고 지내온 놈 아니냐?
       그러니 웬만하면 이제 모른 척 돌아봐줘라.
송연 : ........
달호 : 이제 어엿하게 정5품 군관도 됬겠다,
       더 늦기 전에 둘이..(하는데)

                그 때. 등 뒤에서.

대수 : (E. 소리) 지금 무슨 말 하는거야? 삼촌!
송연 : (놀라서) 대수야...
달호 : ....!....
대수 : 송연이한테 지금 무슨 얘기한 거야?
       더 늦기 전에 뭐?
달호 : 뭐긴 이놈아... 이제 그만 너희 둘이 혼례(하는데)
대수 : (버럭OL) 삼촌!!
달호 : (흠칫 놀라고)
대수 : 왜 쓸데없는 소린 하고 그래?
       누가 누구랑 혼례를 올리는데?
송연 : (난감하다)
대수 : (송연에게) 너 못 들은 척 해!
       아니, 못 들은거야.
       삼촌이 한 말, 넌 아무것도 못 들은거니까,
       괜히 신경쓰지마! 알았어?
송연 : .....!.....

                대수, 방 안으로 휙 들어가버리고.
                달호, 황당한 얼굴로 '저 놈이!' 하면서 방
                안으로 따라 들어간다.
                남은 송연, 난처한 얼굴로 방 안을 바라보는데.

#5. 동. 방. 안. 낮

                대수, 겉옷을 거칠게 벗어서 바닥에 던지듯 내려놓는다.
                따라 들어오던 달호, 그 서슬에 놀라 멈칫하고.

대수 : 삼촌은 알지도 못하면서 그런 소린 왜 해?
       왜 괜히 나서서 일을 이상하게 만드냐구!
달호 : 이상하게 만들긴 임마, 내가 뭘.
       난 다 널 도와주려고...(하는데)
대수 : (OL) 삼촌!
달호 : 왜? 내가 틀린 말 했냐?
       아닌 말로 네가 송연이 말고
       딴 여자한테 눈길 한 번 준 적 있어?
대수 : (듣기 싫다OL) 아니라니까...
달호 : (OL) 이 놈아! 맘에 품는다고 다 맘인 줄 알어?
       말을 해야지! 말을 해야 송연이도 알 거 아냐?
       사내가 되서 속으로만 끙끙대고
       대체 언제까지 그렇게 못나게 굴 거야?
대수 : (OL) 그만 좀 해...삼촌..!

#6. 동. 밖. 낮

                송연, 마당에 서서 방 쪽을 보고 있고.
                '좋아하면 좋아한다. 왜 속 시원하게 말을
                못하냐!'는 달호의 목소리 들리고.
                대수, 그만하라며 실갱이를 한다.
                송연, 착잡한 얼굴로 얕은 한숨을 내쉬는데.

#7. 산의 집무실(서재). 낮

                산, 채제공, 남사초, 있다.

채제공 : 의금부에서 올라온 서안에 따르면
         도성의 치안이 빠르게 안정을 되찾아 가고 있다 하옵니다.
산 : 그게 정말입니까?
채제공 : 예, 전하.
         역병 또한 수습되어 도성이 평상을 찾아가고 있다하니
         이제 심려를 놓으셔도 될 듯 하옵니다.
산 : (안도하고)
남사초 : 하옵고, 전하.
         규장각 검서관들에 대한 평판이 아주 좋은 듯 합니다.
         새로 맡은 삼사의 일 뿐만 아니라
         육조의 밀린 업무까지 솔선하여
         이들을 경원시하던 육조의 관원마저도
         도움을 청하고 있다 합니다.
산 : (흡족하다) 그래, 저들의 모습이 그간 안일함에 젖어있던
     조정 관원들에게 좋은 귀감이 될 것이네.
남사초 : 그런 듯 하옵니다, 전하.
채제공 : 하온데, 전하.
         이번에 삭직된 노론 중신들은 어찌하실 것이옵니까?
산 : (보고)
채제공 : 정녕, 사직 상소를 모두 처결하실 작정이신지요?
         저들 중 상당수가 마음을 돌리고 있다 들었사온데
         어느 정돈 관용을 베푸심이...(하는데)
산 : (OL) 그 문제는, 제게 따로 생각이 있습니다.
채제공 : 전하! 생각이라 하심은?
산 : 큰 비가 지나고 나야 비로소 땅이 어질어진다 했습니다.
     큰 비가 지났으니 이제 조정에는
     그런 어질고 바른 자들만이 발 붙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채제공 : ..
남사초 : ....!....

                       산, 의지어린 눈빛으로 생각에 잠기고,
                       그런 산을 보는 남사초, 채제공의 시선.

#8. 동. 서재. 앞. 낮

                       남사초, 채제공, 나온다.

남사초 : 헌데, 대감! 이번 후궁 간택에 홍승지의 누이가 내정되었다는
         풍문을 들으셨습니까?
채제공 : 그 얘기라면 나도 들었네...
         혜경궁마마께서 천거를 하셨다더군..
남사초 : 헌데, 전하께선 아직 이를 모르시는 듯 합니다.
채제공 : 그럴 것이네..
         만약 아셨다면 분명 간택령을 윤허치 않으셨을 것이니..
남사초 : 허면, 이 일을 어찌해야 합니까?
         이리 둬도 되는 것입니까?
채제공 : (가만, 그러다가) 우선 지켜보세.
         아직은 소문에 지나지 않는 것이니
         공연히 나섰다가 전하의 성심만 어지러워질 수도 있네..
남사초 : ........

                       채제공, 남사초, 굳은 얼굴로 생각에 잠기고.

#9. 동. 일각. 낮

                       홍국영, 한 쪽에서 젊은 관원 하나와 서서
                       이야기 하고 있다.
                       그 곁을 지나던 나이 든 신료들..
                       홍국영에게 깍듯하게 예를 갖추고.
                       홍국영, 관원과 얘기 중에도 그들에게 담담히 일별한다.
                       실세인 홍국영의 위세가 느껴지고.
                       이내, 관원에게 '자네의 청은 한 번 생각해
                       보겠네.' 하고 돌아서는 홍국영.
                       관원, '잘 좀 부탁한다'며 간절하게 청을 한다.
                       홍국영, 걸음을 옮기는데.
                       그 때, 저만치서 채제공이 온다.
                       홍국영, 채제공에게 예를 갖춘다.

채제공 : 입궐이 늦군.
홍국영 : (대수롭지 않게) 새벽부터 집으로 찾아 든 자들이 있어
         상대를 해 주느라 그리 됐습니다.
채제공 : (담담히) 정사로도 분주할텐데
         어찌 그런 자들까지 신경쓰는가?
홍국영 : (멈칫) 예?
채제공 : 아직 젊고 혈기에 넘치니
         더 많은 것을 쥐고 싶겠지만,
         그러다 자칫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네.
홍국영 : (무슨 뜻인가 본다)
채제공 : 자네는 전하께서 가장 믿고 아끼는 신하네.
         허니, 그럴수록 더욱 주변과 스스로를 경계하도록 하게.
홍국영 : (슬몃 씁쓸한 미소가 스치고)
         예, 대감. 명심하겠습니다.
채제공 : (걸음을 옮기려는데)
홍국영 : 헌데, 너무 심려치 마십시오.
채제공 : (보고)
홍국영 : 제가 사사로운 마음으로
         전하께 누를 끼칠까 염려하시는 뜻은 알겠으나
         자리나 권세 따위에 흔들릴 것이라면
         이 날까지 전하를 뫼시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채제공 : 홍승지!
홍국영 : (OL) 두고 보십시오, 대감.
         전하에 대한 제 충심을
         오래 두고 보여드릴 것이니...
         제 한 발, 한 발이 모두 전하를 위한 충정임을
         대감께서도 곧 아시게 될 것입니다.
채제공 : .........
홍국영 : 허면,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홍국영, 예를 갖추고 성큼성큼 걸어간다.
                     가는 홍국영을 보는 채제공의 얼굴이 어쩐지 어두워지는데.

#10. 최석주의 집. 앞. 낮

                     초헌과 교자를 탄 노론 중신들이 굳은
                     표정으로 속속 모여들고 있다.

#11. 동. 방. 안(사가 방 전용). 낮

                     최석주와 노론들이 있다.
                     보면, 방 안 가득 침통한 분위기가 가득하다.

중신1 : 혹, 사직 상소를 되돌릴 수 있을까 하여 알아봤지만
        허사였습니다.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 듯 합니다. 대감.
        저희들의 사직 상소가 모두 처결이 됐다 하니
        이젠 궐로 돌아갈 다른 방도가 없는 것 같습니다.
최석주 : ......
중신2 : 이제 어찌하면 좋습니까, 대감.
        정녕 이대로 우리 모두가 물러나야 하는 것입니까?
최석주 : 그럴 순 없지요.
         무슨 수를 써서든 일을 되돌려야 합니다.
중신1 : (기대감 어려OL) 허면, 대감께 무슨 방도라도 있는 것입니까?
최석주 : (피식, 냉소가 번진다)
중신2 : (답답하다) 대감.
최석주 : (허탈, 씁쓸) 답답들 하십니다.
         이제 와 우리에게 남은 방도란 게 있겠습니까?
다들 : ....!!....
중신1 : 허면, 어쩌자는 것입니까?
        모두 다 대전 앞으로 가 무릎이라도 꿇지 않는다면..(하는데)
최석주 : (담담하게OL) 남은 것이 그 뿐이라면 그래야겠지요.
다들 : ....!!....
최석주 : 조정에서 살아남을 방도가 그것 뿐이라면
         기꺼이 주상 앞에 무릎이라도 꿇어야 할 것입니다..
다들 : ...!!!...
최석주 : (참혹한 심정...복잡한 마음으로 시선을 틀고)

#12. 대전. 낮

                     산이 있고, 남사초가 있다.

남사초 : 전하! 지금 합문 밖에 노론 중신들이 몰려 와 있습니다..
산 : ....!!....

#13. 궐. 일각. 낮

                     산이 홍국영, 채제공 등과 함께 오는데...
                     보면, 저 앞으로 최석주를 비롯한 일단의 노론 중신들이
                     대전 앞에서 무릎을 꿇고 앉아 있다...!!
                     산, 굳은 표정으로 이들을 보는데....
                     최석주, 산을 향해 머리를 조아리고....
                     대신들, '전하,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하며....
                     바닥에 머리가 닿을 듯 절박하게 머리를 조아리는데....
                     산, 그런 이들을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14. 동. 대전. 낮

                     산이 최석주와 함께 있다.
                     산, 차가운 눈빛으로 최석주를 바라보고..
                     최석주, 참담한 심정으로 앉아 있다.

최석주 : (입술을 깨물며) 어리석고 불충한
         소신들을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전하.
         이 모든 것은 다만
         이 나라 종사와 조정을 생각하는
         소신들의 충정이었을 뿐....
         결단코 전하의 뜻에 항명하려는 것이 아니었사옵니다.
         부디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전하.
산 : ...글쎄요.
     과인이 통촉해주길 바랐다면
     내가 경들을 불렀을 때 조정을 내팽기지 말았어야 했소.
     나는, 이젠 너무 늦었단 생각이 드는데...
     아니 그렇소?
최석주 : (...!!...) 전하...
산 : (OL) 그 뿐이 아니오.
     정녕 경들이 잘못을 뉘우치고 과인의 관용을 바란다면
     오늘 저 자리에 이 모든 일을 앞서서 지휘한
     경들의 수장이 와 있어야 했소.
최석주 : ....!....
산 : 헌데, 그 자리에
     전 좌상 장태우 대감의 모습은 보이지 않더군요.
최석주 : ...하..하오나 전하! 그것은...(하는데)
산 : (OL) 장태우 대감의 성정엔 차마 할 수가 없는 일이다!
     혹, 그 말씀을 하려는 게요?
최석주 : ...!!...
산 : 과인은 조정을 위해 경들에게 손을 내밀고
     기꺼이 장태우 대감을 만나러 궐을 나섰소.
     헌데, 임금이 나선 길을
     하물며 신하된 자가 나설 수 없단 것입니까?
최석주 : ....!!....
산 : .........

#15. 장태우의 방. 안(사가 방 오른쪽 상석). 낮

                         장태우와 민주식, 최석주가 있다.
                         장태우, 굳어져 있고, 민주식 흥분..그리고
                         최석주, 참담하다.

민주식 : 대체 그것이 무슨 말씀이십니까?
         장태우 대감께서 궐에 들어 전하께 참회를 해야 한다니요?
         어찌 대감께 그런 말씀을 하실 수가 있습니까?
장태우 : .......
최석주 : 이제, 사태를 수습할 수 있는 길은
         그것 뿐이네.
민주식 : (기가 막히다) 대감...!
최석주 : 이를 기회로 주상께서 조정을 장악하신다면
         우리 모두 벼랑 끝에 내몰릴 수 있습니다, 대감.
         허나, 대감께서 나서주신다면
         세간의 이목을 생각해서라도
         전하께서 더는 어쩌시지 못할 것입니다.
장태우 : 주상께서 그리 전하라 하시던가?
최석주 : (멈칫)
장태우 : 나보고 입궐해 무릎을 꿇고 사죄하라고?
최석주 : (OL) 대감..
장태우 : (허, 기막힌 듯..실소를 흘리고)
민주식 : (OL) 대감! 아니 될 일입니다!
         결단코 그리하셔선 아니 될 것입니다.
최석주 : (어찌하면 좋은가..곤혹스럽고)
장태우 : (입술을 깨물며 부르르 떠는데...)

#16. 궐. 혜경궁 처소. 앞. 낮

                         이상궁과 김상궁을 비롯한 나인들, 있다.
                         그 위로.

혜경궁 (E, 노기어린) : 그만하세요, 중전..!!

                         혜경궁의 목소리에 흠칫 놀라
                         처소 쪽을 돌아보는 이상궁과 김상궁.

#17. 동. 처소. 안. 낮

                         혜경궁, 효의, 있다. 혜경궁, 노기어린 얼굴인데.

혜경궁 : 내 송연이 그 아이에 관한 것이라면
         더는 듣지 않겠다 분명히 말했습니다.
         헌데, 어찌 또 다시 그 말을 꺼내는 것입니까?
효의 : (OL) 어마마마.
혜경궁 : (OL) 그 아이 신분으론 처녀단자를 들일 수조차 없습니다.
         그 뿐입니까? 유고(부모 사망)한 자는
         간택령에 응할 수 없도록 국법으로 막고 있어요.
         이것으로도 부족합니까? 중전?
         내 그 아이가 되지 않는 이유를 더 들어야 하는 것입니까?
효의 : 하오나 그 모든 이유보다
       전하의 성심이 가장 중하다 생각하옵니다.
       전하께서 그 아이를 아끼시는 것은
       어마마마께서도 아시는 일이 아니옵니까?
혜경궁 : 나는 중전이 이번 간택을 통해
         주상과 왕실의 위엄을 보여줘야 한다는 내 뜻을
         헤아릴 것이라 믿었습니다.
         헌데, 아무래도 내가 중전을 잘못 본 모양입니다.
효의 : (OL) 어마마마.
혜경궁 : (OL) 간택령이 거둬질 때까지
         당분간 내 처소에 걸음할 것 없습니다.
         문후 또한 받지 않을 것이니 그리 알고
         그만 물러가세요.
효의 : (OL) 어마마마.
혜경궁 : (OL) 밖에 이상궁 있느냐?

                         이상궁, 얼른 들어오고.

이상궁 : 찾아 계시옵니까? 마마.
혜경궁 : 중전께서 일어나실 것이니 뫼시거라!
이상궁 : .....!.....
효의 : 어마마마!
혜경궁 : (OL) 무얼 하는 게냐? 어서 뫼시지 않고!
효의 : ....!!....

                         혜경궁, 차가운 시선으로 보고.
                         효의, 착잡하고 마음 아픈 얼굴이다.

#18. 동. 밖. 낮

                         효의, 이상궁과 함께 나오고.
                         김상궁, 걱정어린 얼굴로 얼른 다가온다.

이상궁 : (조아리며) 송구하옵니다, 마마.
효의 : 아니네. 나로 인한 것이니 자넨 마음 쓰지 말게.
       (하고) 저녁 문후 때 다시 오겠네.
이상궁 : ...!...
김상궁 : 마마, 제발 이제라도 뜻을 거두십시오!
효의 : 자넨, 나서지 말게.
김상궁 : 마마....

                         효의, 착잡한 얼굴로 안을 보고 이내 걸음을 옮기고
                         이상궁과 김상궁, 어찌하면 좋은가..난처한 얼굴인데.

이상궁 : (안타깝다) 내 마마를 모시면서 이리 역정을 내시는 것은 처음 보네.
         그토록 가까우시던 두 분 마마께서 이게 무슨 일인가?
김상궁 : (OL) 제 말이 그 말씀입니다, 마마님.
         이게 다 그 교활한 도화서 다모년 때문이라니까요!

#19. 도화서. 대화실. 낮

                         이천, 탁지수를 비롯한 화원들 있고,
                         미수, 세모, 시비 등 다모들 있다.

탁지수 : 예조에서 어진화사 명이 내려졌다니
         그게 정말입니까? 나으리?
강두치 : 전하께서 보위에 오르셨으니,
         새로 어진을 그리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박별제 나으리께서 지금 수석 화원을 정하고 계시니
         그리들 알게.

                         강두치, 나가고. 다들, 놀라 웅성이고.

이천 : (손을 부여잡고 흥분해서)
       드디어 하늘이 내게 기회를 주시는구나......
탁지수 : 그게 무슨 소린가?
이천 : 무슨 소리긴?
       지금 도화서 안에 어진화사를 할 만한 화원은
       나 밖에 더 있는가?
       승차도 했겠다, 이번 어진화사의 수석 화원은
       분명 내가 될 것이네.
탁지수 : (혀를 차며) 김칫국을 아주 항아리째 들이키는구만...
이천 : 뭐어?
탁지수 : 자네가 아무리 인물화가 된다 해도
         송연이 재주에 비하겠는가?
         더군다나 송연인 지난 어진화사에
         수종 다모로 참여한 경험까지 있으니
         이번 어진화사는 송연이 몫일 것이네.
이천 : ....!!....
세모 : 근데, 나으리. 도성에 후궁 간택령이 내려졌던데
       송연인 거기 참여하는 거 아니에요?
다들 : (놀라고)
시비 : 맞다!!! 그럼, 이제 송연언닌 도화서 그만두는 거에요?
탁지수 : (안된다) 도화설 그만두다니? 그게 말이 되느냐?
         송연이 처지엔 처녀단자도 못 들일텐데.
미수 : 그래두 중전마마께서 찾아오셨잖아요.
이천 : 잠깐! 만약에 송연이가 간택되어 들어가면
       나 밖에 안 남는데...
       그럼, 이번 어진화사는 내 차지로구나...

                   이천, 혼자 좋아서 어쩔 줄 모르고.
                   다들, 송연이가 어찌 되는건가...후궁이냐,
                   어진화사냐 분분한데. 그 때, 송연이 종이 뭉치를
                   들고 들어온다.

송연 : 여기서 다들 뭐해요?
       (이천에게) 무슨 좋은 일 있으세요? 나으리?
이천 : 그래, 네 덕에 나한테 아주 좋은 일이 생기겠다..(흐흐)
송연 : ..??..

                   그 때, 네모가 안으로 들어와 송연에게 온다.

네모 : 송연언니. 박별제 나으리께서 찾으세요.
송연 : 나를?
네모 : 예...
송연 : ........

#20. 동. 소화실. 낮

                   박영문 있고. 송연, 들어온다.

송연 : 찾으셨어요? 나으리.
박영문 : 그래..
송연 : (보면)
박영문 : 예조에서 어진화사 명이 내려진 것은 알고 있느냐?
송연 : 예?
박영문 : 아직 몰랐던 모양이구나.
         닷새 뒤에 어진도감이 설치되고,
         주상전하의 어진을 그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번에 네가 수석 화원을 맡았으면 한다.
송연 : 나으리!
박영문 : 지금 전하께서 추진하시는 일련의 경장들이
         구습과 그로 인한 폐단을 철폐하려는 뜻이니
         네가 어진화사를 맡아 잘 해낸다면
         이 또한 좋은 선례가 될 것이다.
송연 : 망극하옵니다, 나으리..
박영문 : 헌데, 예조에 보고를 올리기 전에
         네게 한 가지 물을 것이 있다.
송연 : (보고)
박영문 : 도화서 안에 네가 후궁 간택에 참여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던데 그것이 사실이냐?
송연 : (당혹)
박영문 : 어찌된 일인지 그것까지 알 필요는 없겠지만
         만약 그리된다면
         어진화사엔 참여하지 못할 것이다..
         허니, 네 뜻을 들어야겠구나..
         이번 어진화사를 너는 어찌 할 것이냐?
송연 : .........

                  송연, 난감한 얼굴로 차마 대답을 못하는데.

#21. 궐. 일각. 밤

                  산, 상념에 잠겨 있다. 조금 떨어진 곳에
                  남사초가 서 있고.
                  그런 산의 위로...

효의(소리) : 신첩, 송연이를 전하의 후궁으로 들일 것이옵니다... 전하...

                  그 위로 회상.

산 : (E) 하지만..중전.
효의 : (E) 누군가 전하의 곁을 지켜야한다면
       신첩, 그것은 전하의 마음에 진정 위로가 될 수 있는
       그런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송연인 전하께 그런 위로가 될 수 있는 아이지요.
       신첩이....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까? 전하!

                  산, 효의의 말을 떠올리며 마음이 복잡해진다.
                  산, 그러다가.

산 : 남내관.
남사초 : 예, 전하..
산 : 자네가 잠시 궐 밖을 좀 다녀와야겠네.
남사초 : ....!....
산 : (보는 표정)

#22. 도화서. 마당. 밤

                  송연이 착잡한 얼굴로 도화서를 나선다.
                  그 때, 등 뒤에서 송연을 부르는 남사초의 소리.
                  송연, 놀라 돌아보는데....

송연 : (놀란다) 나으리...
남사초 : 내 하마터면 헛걸음을 할 뻔 했구나! 지금 나서는 길이냐?
송연 : 예...헌데, 저를 찾아오신 거세요?
남사초 : (미소띠며 보고)
송연 : .......

#23. 궐. 누각. 밤

                  산, 상념에 잠겨 있는데...그 때, 남사초가

남사초 : 전하. 송연일 데려왔습니다.
산 : ....!....

                  산, 보면..송연이 있는데....
                  산, 송연을 깊은 눈으로 보고...
                  송연, 그런 산을 떨리는 시선으로 바라보는데...

#24. 동. 일각. 밤

                  홍국영이 가고 있다.
                  그 때 보면, 한 쪽에 굳은 얼굴로 서 있던 민주식이
                  그런 홍국영을 발견하고.

민주식 : 지금 퇴청하는 길이십니까? 영감.
홍국영 : (멈칫, 보는데)
민주식 : ........
홍국영 : 영감께서 이 시각에 궐엔 무슨 일이시오?
민주식 : (냉소적인)
         무슨 일이겠습니까?
         지엄한 어명을 받잡고 온 것이지요.
홍국영 : (....?!....) 어명이라구요?
민주식 : 예....장태우 대감을 모시고...입궐했습니다...
홍국영 : ...!!...

#25. 동. 누각. 밤

                  산과 송연이 있다.

산 : 낯빛이 안 좋구나...혹, 어디 아픈 데라도 있는 것이냐?
송연 : 아닙니다, 전하.
       그저 며칠 잠을 자지 못해 그런 것 뿐입니다.
       달리 아픈 것이 아니니 심려하지 마세요.
산 : 그래?
송연 : ......
산 : ...실은...일전에
     중전이 대전에 들어 네 얘길 하더구나.
송연 : ....!....
산 : 혹, 너도...알고 있었느냐?
송연 : .....!!.....
산 : ........
송연 : 예, 전하.
산 : ...!...
송연 : 오래 전, 중전마마께서 친히 도화서에 납시어
       소인에게....심중의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산 : ....!!....
송연 : ........
산 : 그래?...그랬었구나..
송연 : .......
산 : 중전이 내게 그런 말을 했었다.
     누군가 내 곁에 있어야 한다면
     그건, 내게 위로가 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그리고 그것이...너라는 걸 알고 있었다고 말이야.
송연 : .....!.....
산 : (한참을 망설이다) 송연아!
송연 : ........
산 : 나는.....네 마음이 어떤 것인지....그것이 알고싶다.
송연 : ....!!....
산 : 만약 그리된다면 너는....

                    하는데...그 때, 한 쪽에서 채제공이 급히 온다.

채제공 : (OL) 전하..!
산, 송연 : (멈칫, 보는데)
채제공 : (다가와 예를 갖추고) 전하...
산 : 무슨 일입니까? 대감.
채제공 : 지금 대전에 장태우 대감이 들어있습니다. 전하.
산 : (멈칫, 놀란다) 장태우 대감이요?
채제공 : 예, 전하.
산 : ....!!....
송연 : (무슨 일인가..보는데)
산 : 알겠습니다. 내 곧 그리로 가겠습니다.
     (하고) 송연아! 잠시 내 집무실로 가 기다리거라!
     나인들이 널 그리로 안내해 줄 것이다.
     허니, 그 곳에서 잠시만 기다려다오.
송연 : 예.....
산 : .......

#26. 궐. 대전. 앞. 밤

                    산이 채제공, 남사초와 함께 급히 오고 있다.
                    보면, 장태우...굳은 표정으로 서 있는데...
                    장태우, 산을 발견하고 멈칫..그러다가 이내
                    산을 향해 묵묵히 예를 갖추고...
                    산, 그런 장태우를 바라보는데..

산 : ...오셨소?
장태우 : ...........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히고....

#27. 산의 서재. 앞. 밤

                    박상궁이 있고 그 앞에 송연, 나인이 있다.

박상궁 : (송연에게) 안으로 들거라.
송연 : 예...마마님.

#28. 동. 서재. 안. 밤

                    송연이 집무실 안으로 들어선다.
                    송연...찬찬히 집무실 안을 돌아보는데...
                    한 쪽에 널따란 사방형 탁자, 그 옆의 수많은 상소문과 서류들.
                    방 중앙에 원형 탁자가 있고 서너 개의 고급스러운
                    의자들이 놓여있다.
                    방을 둘러보는 송연. 원형 탁자로 와서
                    가만히 탁자를 쓰다듬어본다...
                    눈가로 쓸쓸함이 비쳐지고....

#29. 대전. 밤

                    산, 장태우와 있다..
                    두 사람 사이에 무거운 긴장이 흐르는데....

산 : 생각보다 더 빨리 찾아오셨소.
     내 경을 꽤 오래 기다려야 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장태우 : .......
산 : 그래, 무슨 말을 할 지 어디 들어봅시다.
     내 경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 지 몹시 궁금하오.
장태우 : ....!....
산 : (의미심장하게 바라보는데)
장태우 : 예, 전하....
         허면, 소신...말씀을 올리지요.
         허나, 이제부터 소신이 올리는 말씀은
         외람되게도 전하께서 기대하시는 것과는 다를 것이옵니다.
산 : (멈칫, 보는데)
장태우 :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소신, 이 자리에 용서를 구하러 온 것이 아니옵니다. 전하.
산 : ....!....
장태우 : 전하의 이번 처결은 그릇된 것이었습니다.
         소신, 그것이 이 나라 조정에서 자행되선 안 될
         독단과 전횡이었단 생각엔 변함이 없습니다.
         하여 전하의 독선에 항명한 것을
         조금도 후회하고 있지 않사옵니다.
산 : .....!.....
장태우 : 그릇된 길임을 알면서
         어찌 선비가 일신의 안위를 위해
         그 기개를 발 아래 떨어뜨릴 수 있겠습니까?
         소신, 그 말씀을 올리고자 이렇게 알현을 청한 것이옵니다.
산 : ...!!...
장태우 : (형형한 눈빛으로 바라보는데)
산 : (슬몃, 입가로 냉소가 번진다) 그렇군요.
장태우 : 허니, 이제 감히 전하의 어명에 맞선 소신에게
         그에 합당한 처결을 내리시지요.
산 : (가만, 그러다가) 처결이라....
     그래요, 그래야겠지요.
장태우 : ....!....

                      산, 그런 장태우를 가만, 보다가 한 쪽에서 교지를 꺼내
                      서탁 위에 내려놓는다.

산 : 살펴보시오. 경이 찾아오면 내리려 했던 교지요.
장태우 : ....!....

                      장태우, 굳은 표정으로 교지를 펼쳐본다.
                      그러다 장태우, 순간...놀라는 얼굴이 되는데..

산 : (담담하게) 보다시피 그건....
     대감을 좌의정에 제수한다는 교지(관원 임명장)요.
장태우 : ....!!....
산 : 대감께서 이번 소요에 권분(사대부들이 재물을 내어 도성민을
     돕는 것)에 나선 것을 알고 있소.
     더욱이 이를 중신들에게 주재하여
     도성민들에게 큰 보탬이 됐다 들었소.
장태우 : ....!....
산 : 비록 나와는 그 뜻을 달리하지만
     나는 대감이 존경받는 조정 대신으로서 백성을 위해 그 지위에
     맞는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소.
     누구보다 솔선수범하여 책무에 성심을 다하는 인재임도 알고 있소.
     허니, 과인의 명을 받들어 조정으로 돌아오시오.
     허면, 내 이번 노론 중신들의 처결에도 얼마간 관용을 베풀겠소.
장태우 : ....!!....
산 : 어떻소? 이만하면 대감의 기대에 합당한 처결이 되겠소?
장태우 : .....!!.....
산 : .......
장태우 : 소신을 회유하시는 것이옵니까?
산 : (하하, 웃는다) 그래요? 그리 보이십니까?
     좋습니다. 허면, 그렇다고 해 두지요.
장태우 : 허나, 전하께서 이리 하신다고
         소신의 생각이 달라지진 않을 것입니다.
         소신, 조정으로 돌아온다면
         지금처럼 또 다시 전하의 전횡과 독단에 맞설 것입니다.
산 : 그리하시오.
     내가 경에게 바라는 것도 바로 그것이니...
장태우 : ...!...
산 : 난 일전에 경에게 분명히 말했소.
     내가 하려는 정치는
     나와 다른 것을 골라내 그것을 내치는 것이 아니라
     나와 다른 것을 조화시켜 대동으로 나가는 것이라고 말이오.
장태우 : ....!....
산 : 경이 경의 신념에 따라 움직이듯
     나 또한 그런 나의 신념에 따라 이 나라를 이끌 것이오!
     허니, 경은 내 곁에 남아
     지금처럼 마음껏 내게 쓴 소리를 하시오.
     그것이 옳다면 기꺼이 그 말을 경청할 것이고
     그것이 그르다면 내 경에게 맞서 내 뜻을 관철시킬 것이오.
     과인은 그렇게 오직 탕평으로
     이 나라를 바른 길로 이끌 수 있다는 걸
     경에게 보여주겠소.
장태우 : ....!!....
산 : (깊은 눈으로 바라보는데)

#30. 숙위소 집무실. 밤

                        홍국영, 채제공이 있다.

홍국영 :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대감.
         전하께서 장태우 대감을 좌상으로 임명하셨다니요?
채제공 : 아마 지금쯤 교지를 내리셨을 것이네.
홍국영 : (OL) 교지라니요? 그럴 순 없습니다, 대감.
         전하께 맞선 자를 처벌은 못하실망정
         좌의정에 올리시다니요?
채제공 : ......
홍국영 : (당혹스러운데)

#31. 대전. 밤

                        홍국영이 산 앞에 서 있다.

산 : 그래, 내가 장태우 대감에게 내린 직첩 때문에 날 찾아온겐가?
홍국영 : 그렇습니다. 전하.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소신, 장태우 대감을 좌상에 중용하신 연유를
         여쭈어도 되겠사옵니까?
산 : 처음부터 그리 할 작정이었네.
     백관(모든 벼슬아치)을 통솔해야 하는 좌상에
     장태우 대감만한 적임자는 없으니까...
홍국영 : (OL) 하오나 전하, 이는 온당치 못한 처사이시옵니다.
         이번 일로 겨우 노론을 몰아낼
         명분을 손에 쥐었사옵니다.
         헌데, 어찌하여 그것을 스스로 버리시려 하십니까?
산 : (담담하게)
     내가 언제 자네한테 조정에서 노론을 모두 몰아내겠다 했는가?
홍국영 : (멈칫, 본다) 전하!!
산 : 만약 그리 생각했다면 자네가 내 의중을 잘못 안 것이네.
     난 처음부터 그리 할 생각이 없었어.
     나는 이번 일을 노론을 몰아내려 벌인 것이 아니네.
     다만 저들을 올바로 쓰고자 그리 한 것이야..
홍국영 : ....!!....
산 : 알고 있네.
     저들을 다시 조정에 들인다면
     그들은 사사건건 내 앞길을 막으려 들 테지....
     허나, 인재를 고루 등용한다 떠들면서
     조정을 온통 내 사람으로만 채운다면
     그것은 바른 정치라 할 수 없네.
     난 쉬운 일, 내 맘에 차는 일만 하겠다고 어좌에 오른 것이 아니야.
홍국영 : 전하.....
산 : 난 저들을 올바로 이끌어
     그 능력을 나라와 백성을 위해 쓰도록 할 것이네..
     힘들고 어렵겠지만 난 기꺼이 힘들고 어려운 길을 갈 것이야!! (하고)
     자넨...그런 내 뜻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 않은가?
     허니, 아무 말 말고 내 결정에 따라 주었으면 좋겠네.
홍국영 : .....!!.....

                       산, 깊은 눈빛으로 홍국영을 바라보고,
                       홍국영, 착잡한 얼굴로 바라보는데.

#32. 산의 서재. 앞. 밤

                       혜경궁이 이상궁 등을 거느리고 산의 집무실
                       앞으로 오고 있다.
                       보면, 박상궁..놀란 얼굴로 다가와 혜경궁에게
                       예를 갖추는데.

박상궁 : 마마...
혜경궁 : 주상을 뵈러 왔네. 고해주게.
박상궁 : 송구하오나 마마..전하께선 지금 대전에 들어 계시옵니다.
혜경궁 : 대전에?
박상궁 : 예...마마...
혜경궁 : 그래, 알겠네.

                       하고, 혜경궁, 걸음을 돌리려는데..그러다 뭔가 이상하다.

혜경궁 : 헌데, 어찌하여 집무실에 불이 밝혀진겐가?
박상궁 : 예에?
혜경궁 : 주상께선 대전에 계시다 하지 않았는가?
         헌데, 어찌하여 집무실의 불을 끄지 않았느냔 말일세.
박상궁 : (...!!...당혹해하고) 저..그...그건...(흐리고)
혜경궁 : (의아한 얼굴로 보는데)

#33. 동. 안. 밤

                       산의 서재(집무실) 안.
                       보면, 송연이 원형 서탁 앞의 의자에 앉아(산의 자리)
                       잠이 들어 있다.
                       그 때, 문이 벌컥 열리고 혜경궁이 굳은
                       표정으로 들어서는데..
                       순간...잠을 자고 있는 송연을 보고 경악하는 혜경궁...!!
                       뒤따라 들어온 이상궁과 박상궁도 그 모습에
                       놀라 경악하는데.
                       그 때, 기척을 느끼고 몸을 일으키는 송연.
                       순간, 자신의 앞에 혜경궁이 서 있는 것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
                       어쩔 줄 몰라하며 예를 갖추는데...

혜경궁 : (노여움 가득 어려) 네가 감히...거기서 무얼 하고 있는 것이냐?
송연 : ....마마...
혜경궁 : 여긴 주상의 집무실이다!
         네가 앉은 그 자린, 임금의 어좌야!!
         헌데, 네가 감히 거기서 무얼 하고 있었는가 묻질 않느냐??
송연 : ....!!....마..마...

                       송연, 혜경궁의 말에 놀라고 경악한다. 몰랐던 것이다..
                       송연, 황급히 혜경궁 앞에 무릎을 꿇는다.

송연 : 송구하옵니다, 마마...용서해주십시오..
       소인은 다만 아무것도 모르고..(하는데)
혜경궁 : (OL) 닥쳐라!!
송연 : ....!!....마마...
혜경궁 : (상궁들에게) 여봐라! 이 계집을 끌어내라.
송연 : ....!!....
혜경궁 : 뭣들 하느냐? 어서 이 아일 끌어내라지 않느냐..!!
이상궁, 박상궁 : 예..마마..
송연 : ....!!....마마...

                       이상궁, 박상궁, 송연의 팔을 잡고 끌어내고..
                       송연..당혹한 얼굴로 '마마, 마마!' 하며
                       끌려 나가는데..
                       기막히고 어이없는 혜경궁. 참을 수 없는
                       노기가 어려 그런
                       송연을 바라보고.

#34. 동. 앞. 밤

                       송연, 바닥에 무릎이 꿇려진다.
                       보면, 혜경궁...그런 송연을 매서운 눈빛으로 바라보는데.

혜경궁 : 방자하고 무엄한 것.
         네가 감히, 왕실의 존엄함을 어찌 알고
         이처럼 방자한 행실을 일삼는게냐?
         어찌 너같은 것이 감히...네 감히..그래서...그동안
         주상과 중전을 조종해 왕실에 들어올 수작을 부렸던게야?
송연 : .....!!.....
혜경궁 : (생각할수록 기막히다)
         그래서 네 년 때문에 중전이 내게 맞서고 있었던 것이냐?
         한 번도 내 뜻을 거스른 적 없는 중전이
         이런 네 년을 후궁에 앉히자고 나와 척을 지고 있다는 것이야?
송연 : ....!!....
혜경궁 : 네가 어떤 사특한 짓으로 중전의 마음까지 얻었는진 모르겠다만
         나는 너를...왕실에 들일 수 없다.
         허니,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똑똑히 듣거라.
송연 : ....!....
혜경궁 : (차갑고 매섭게 바라보는데)

#35. 궐. 일각. 밤

                       산이 남사초와 함께 오고 있다.

#36. 산의 집무실(서재). 앞. 밤

                       산이 집무실 쪽으로 오고 있다.
                       보면, 어느 새 정리된 집무실 앞.
                       이상궁과 박상궁이 서 있는 것이 보이는데..
                       산, 이상궁을 보고 놀란 얼굴이 된다.
                       두 사람, 산을 보고 예를 갖추면.

산 : (이상궁에게) 어마마마께서 와 계시는가?
이상궁 : 예, 전하. 지금 안에서 기다리고 계시옵니다.
산 : ....!!....

#37. 동. 산의 집무실(서재). 밤

                       산, 긴장하고 당혹한 얼굴로 안으로 들어서면..
                       보면, 혜경궁이 굳은 표정으로 원탁 의자에 앉아 있다.

산 : 어마마마...
혜경궁 : 어서오세요, 주상...
산 : ...!...

                       산, 당혹스런 얼굴로 주위를 살피듯 보면..

혜경궁 : (담담하게) 혹, 그 아일 찾고 계신 것이라면...
         내가 돌려보냈습니다. 주상.
산 : ...!...
혜경궁 : (부드럽게) 이런 시각에 다모 아이가
         주상의 집무실에 들어 있는 것은
         공연한 구설이 될 수 있는 일이 아닙니까?
         하여, 돌려보낸 것이니
         따로 하실 말씀이 있으시거든 나인을 보내 전하도록 하세요..
산 : ....!....
혜경궁 : 앉으세요, 주상. 내 주상에게 긴히 할 말이 있어 온 것이니.
산 : 예..어마마마.

                       산, 앞 자리에 앉으면...

혜경궁 : 도성에 후궁 간택령이 내려진 걸 주상께서도 아시겠지요?
산 : (...!...) 예...
혜경궁 : 하여, 지금 사대부 규수들의 처녀단자가 들어오고 있지만
         사실 난 이미 마음에 정해 둔 규수가 있습니다.
산 : ....!....
혜경궁 : 나는 이번에 왕실에
         홍승지의 누이를 후궁으로 들일 것입니다.
         허니, 주상께서도 그리 알고 계세요.
산 : (놀란다) ...홍승지의 누이라니요? 어마마마! 그것은..(하는데)
혜경궁 : (OL) 주상이 뭐라 말씀하실지 알고 있습니다.
         허나, 나는 홍승지가 외척이 된다 하여
         쉽게 전횡을 휘두를 사람이라 생각진 않습니다.
산 : (OL) 하오나, 어마마마...
     홍승지는 소자의 가장 측근에 있는 신료이옵니다.
     그런 홍승지를 외척으로 삼는 것은 온당한 처사가 아닙니다.
혜경궁 : (OL) 아니요. 그렇지 않아요.
         홍승지는 주상의 전정에 세운 공이 큽니다.
         설마 주상께서 그걸 모른다 하시진 않겠지요?
         더욱이 그 규수 또한 용모와 품행이 반듯하여
         내 마음에 아주 흡족했습니다.
산 : 어마마마...
혜경궁 : 만사에 공평을 기하려는 주상의 뜻을 내 어찌 모르겠습니까?
         허나, 그것이 치우쳐
         공신에게 그에 합당한 상을 내리지 않는 것은
         또한 주군이 취할 바가 아니지요.
산 : ....!....
혜경궁 : 다행히 이번 일이 잘 마무리되었다 하나
         민심이 동요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나는 그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주상께서 반드시 어좌와 왕실의 지엄함을
         만백성에게 보여줘야 한다 생각합니다.
         후궁을 간택하는 것은 내명부의 일입니다.
         주상께서 나서실 순 없는 일이지요.
         허니, 왕실과 종사의 앞날을 생각하신다면
         공연한 생각은 거두시고...
         이 일만큼은 주상께서 내게 양보를 해 주셔야겠습니다.
산 : ...!!...
혜경궁 : (단호한 눈빛으로 보고)
산 : (당혹스러운데...)

#38. 동. 밖. 밤

                      혜경궁이 나온다.

혜경궁 : (박상궁에게) 아까 있었던 일은, 주상께는 함구해야 할 것이네.
         알겠는가?
박상궁 : (조아리며) 예...마마...
혜경궁 : (이상궁에게) 가세..

                      혜경궁, 움직이고...

#39. 동. 집무실. 안. 밤

                      산, 착잡한 얼굴로 상념에 잠겨 있는데..
                      그런 산의 위로..

혜경궁 (E. 소리) : 그 아일 찾고 계신 것이라면
                   내가 돌려 보냈습니다, 주상.

                      그 위로 다시...

혜경궁 (E. 소리) : 후궁을 간택하는 것은 내명부의 일입니다.
                   주상께서 나서실 순 없는 일이지요.
                   허니, 왕실과 종사의 앞날을 생각하신다면
                   공연한 생각은 거두시고
                   이 일만큼은 주상께서 내게 양보를 해 주셔야겠습니다.

                      산, 착잡한 느낌..마음이 복잡하고...

#40. 거리. 일각. 밤

                      어두운 밤길을 송연이 혼자 걸어오고 있다.
                      보면, 두 눈 가득...눈물이 맺혀있는 송연...
                      아픈 얼굴로 멈춰서..천천히 궐을 향해 돌아보는데...
                      보면, 어두운 밤. 황량한 바람이 이는 곳에...
                      홀로 서 있는 한없이 작고 여린 송연의 모습.
                      송연의 그 모습이 오래도록 비춰지며...암전된다.

#41. 동. 일각. 낮

                      장태우와 최석주를 비롯한 노론 중신들이
                      입궐하고 있다.
                      보면, 한 쪽에서 오는 홍국영과 남사초, 그 모습을 보고.
                      굳어지는데...

남사초 : 결국 저들이 다시 조정으로 돌아오는군..
홍국영 : ......
남사초 : 자넨 어찌 생각하는가?
         난 저들을 다시 받아들인 게 아무래도 마음에 걸리네.
홍국영 : 저 또한 그렇습니다.
         조정에 조화를 이루겠다는 전하의 뜻은 옳으나
         저런 자들에게 과연 그 뜻이 닿기나 할런지 모르겠습니다..
남사초 : ........

                      가는 노론 대신들을 보는 남사초, 홍국영의 얼굴이
                      걱정으로 어두워지는데.

#42. 편전. 앞. 낮

                      대수, 강석기, 서장보를 비롯한 숙위 군관들이 있고.
                      안으로 들어가려는 대신들, 몸 수색을 받고 있다.
                      숙위 군관들, 이들의 옷자락과 물건들을 철저히 살피는데.
                      그 곁에 서서 이를 지켜보는 홍국영.
                      그 때, 한 쪽에서 민주식, 장태우가 온다.
                      홍국영, 예를 갖춘다.

홍국영 : 송구하오나, 편전에 드시기 전에
         숙위소 군사들의 신검(몸 수색)을 받으셔야 합니다.
         불편하시더라도 협조해주십시오.
장태우 : (언짢은 얼굴로 보고)
민주식 : 홍승지. 지금 좌상 대감께 그 무슨 무례한 언사요?
         당장 물러서시오.
홍국영 : (OL) 이는 어명으로 내려진 것입니다.
         좌상 대감뿐만 아니라
         이조참의께서도 받으셔야 하니 잠시 기다리시오.
민주식 : 뭐라구요?

                      하는데, 장태우가 저지한다.

장태우 : 나서지 말게.(하고)
         ...자네가 바로 이 해괴한 숙위소란 걸 만들었다는
         그 홍국영인가?
홍국영 : ....!!....
장태우 : (냉소 어린다) 오래 기른 개는 주인 목소리까지 흉내를 낸다더니
         자네가 그 짝이로군.
홍국영 : ....!!....
다들 : (놀라 보는데)
홍국영 : (애써 누르며) 대감. 송구하오나 언사가 지나치신 듯 합니다.
장태우 : (OL) 감히 내가 누군 줄 알고 망발을 지껄이느냐....그런 뜻인가?
홍국영 : (당혹OL) 대감...(하는데)
장태우 : (끌끌..하며 OL) 후궁 간택이 끝나면
         이젠 안방까지 올라 앉을 것이니
         머지않아 곧, 폭군 흉내까지 내겠구만...
홍국영 : ....!!....

                      홍국영, 차오르는 분을 어쩌지 못한 채 노려보는데.

#43. 궐. 일각. 낮

                      홍국영, 분에 겨운 얼굴로 성큼성큼 걸어간다.
                      그러다 우뚝 멈춰 서는데.
                      그 위로.

정순(E) : 장태우 대감 말이네.
          자네만 좋다면...
          내가 나서 장태우 그 잘....
          다시 창녕으로 돌아가게 해 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를 악무는 홍국영. 그 위로.

#44. (과거) 숙위소 집무실. 낮

                      홍국영, 정순, 자리에 앉아있다.
                      홍국영,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정순, 담담하고 여유있는 얼굴로 그런 홍국영을 본다.

홍국영 : 그 말씀이...무슨 뜻이옵니까?
         그것은 혹, 마마께서
         장태우 대감의 치부라도 쥐고 계시다는 것입니까?
정순 : 10년 전 그 자를 조정에서 물러나게 한 것은 나였네.
       자네라면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 아닌가?
홍국영 : ....!!....
정순 : (담담하고 호의어려)
       장태우 대감은 결코 가벼이 볼 사람이 아니네.
       내가 그 자를 가장 먼저 창녕으로 보낸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지.
       허니, 자네가 진정으로 주상의 전정을 생각한다면
       한시라도 빨리 그 자를 돌려세워야 할 것이네.
홍국영 : .....!.....
정순 : ......
홍국영 : 소신에 대한 분이 아직 남아계실 터인데
         마마께서 이리 하시는 까닭이 무엇입니까?
정순 : (미소) 그 또한 자네가 모르지 않을테지.
       허나, 오해는 말았으면 좋겠네.
       나는 진심으로 주상께 도움이 되어드리고 싶은 것이니 말일세.
홍국영 : (정순을 가만, 본다. 그러다가)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거절하겠습니다. 마마.
정순 : (멈칫..)
홍국영 : 장태우 대감이 전하의 전정에 누가 된다면
         소신의 손으로 그 자를 조정에서 몰아낼 것입니다.
         마마의 힘까지 빌릴 일은 없을 것이니
         다시는 이런 공연한 걸음은 하지 않는 것이 좋으실 듯 합니다.
정순 : (이내 냉정을 되찾은 얼굴로 보며) 그래?
홍국영 : 예...마마..
정순 : (담담하게) 알겠네! 자네의 뜻이 그렇다면 도리가 없지.
       허나, 마음이 바뀌면 언제든 찾아오게.
       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니....
홍국영 : ....!....

                  홍국영, 굳은 얼굴로 정순을 보고.
                  정순, 담담한 시선으로 그런 홍국영을 바라본다.

#45. 동. 일각. 낮

                  홍국영, 굳은 얼굴로 대전 쪽을 돌아본다.
                  마음에 갈등이 어리는 얼굴인데.

#46. 규장각(숙위소 집무실 전용). 낮

                  산이 박제가, 청년1,2와 있다.

산 : 허면, 자네 말은 무엇인가?
     삼남에 암행어사 열 명을 파견한 것이 지나쳤다는 것인가?
박제가 : 예, 그러하옵니다. 전하.
         어사들은 지방관의 부정을 수사하는 일을 맡고 있으나
         근자에는 오히려 이들의 부패가 심해져
         암행어사가 아니라 탐관어사란 말이 떠돌고 있사옵니다.
산 : 탐관어사라니? 어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청년1 : 저들이 비록 당하관이라 하나
        종2품 관찰사에 상응하는 권한이 부여되고 있사옵니다.
        하여 지방관과 결탁하여 또 하나의 권력 노릇을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하옵니다.
산 : (....!!....) 알겠네...
     내 이를 다시 살피고 재고해보라 하겠네.
다들 : 망극하옵니다, 전하...

                  하는데, 그 때, 밖에서...남사초, '전하, 소신
                  남내관이옵니다.' 하는 소리. 산, 돌아보는데.

#47. 독서당. 낮

                  산이 남사초와 들어온다.

남사초 : 미시에 어진화사가 예정되어 있었사온데.
         납시질 않아 뫼시러 간 것이옵니다.
산 : 그래. 내 잠시 잊고 있었네.
     (하고) 참, 남내관....오늘 퇴궐하거든..송연이한테 다시...

                  하는데..그 때, 밖에서..박상궁이 들어와.

박상궁 : 전하, 어진화사를 맡은 도화서 화원이 당도했사옵니다.
산 : 들라 하라.

                  산, 보는데..그 때,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서는 사람.
                  보면, 다름아닌 송연인데..
                  송연을 보고 놀라는 산, 그리고 남사초.

산 : 송연아!!
송연 : (예를 갖추고) ...전하. 문후 드리옵니다.
       소인....주상전하의 어진화사를 맡은
       도화서 화원, 성가..송연이라 하옵니다.
산 : ....!!....
송연 : (담담한 눈빛으로 산을 보는데)

#48. 주막. 낮

                  막선이 술상을 내 온다.
                  보면, 이천...술을 받아 콸콸 따라 마시는데...
                  달호, 그런 이천을 안쓰럽게 보고 있다.

이천 : 이번에도 또, 어진화사에 탈락하다니...
       아무래도..도화선, 내 길이 아닌 듯 허이...
달호 : 기운내십쇼, 나으리...
       그래도 나으리께선 도성의 남정네들을
       사흘이 멀다 하고 쌍코피를 흘리게 만드시는
       춘화계의 솔거가 아니십니까?
이천 : (허허, 웃는다) 그렇지. 내 한 땐, 그리 불리기도 했었지.
       헌데, 한동안 그마저 손을 놓았더니
       이젠 춘화마저 그려지질 않는다네...
       난 재능이 없네...난 무..쓸모하네..난 쥐새끼만도 못한 인간이야!
       (크헉...상에 엎드리고)
달호 : (난처하다OL) 나으리...
막선 : (곁에서 보면서 끌끌...하는데)

#49. 거리. 일각. 낮

                  이천, 쓸쓸한 얼굴로 걸어가고 있는데...
                  휑, 하며 바람이 분다. 이천, 춥다...옷깃을 여미며
                  몸을 사리는데..그 때, 한 쪽에서 날아오는 타다 만 종이 한 장.
                  이천, 무심히 보다가 이내 들어 보는데..
                  보면, 불에 타다 만 춘화다.
                  이천, 순간...그것을 보고 헉, 놀라는 얼굴인데.
                  보면, 저 앞...작은 초가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이 보인다.

#50. 동. 음담선생의 집. 낮

                  음담이 웅크리고 앉아 춘화 종이를 넣고 불을 피우고 있다.
                  그 때, 안으로 씩씩거리며 들어오는 이천.

이천 : 이보시오..나 좀 봅시다.
음담 : (흘끗 보고는) 나 말인가?
이천 : 그렇소..! 지금, 대체 뭘 하는거요?
       (그림을 들어 보이며) 이 춘화를 태우다니, 제정신이냐, 그 말이오!
음담 : (무심하게) 그게 밖으로 날아갔었나?
       (하면서 손에서 쓱, 잡아 채 불 속에 도로 넣는데)
이천 : (OL) 아니, 이 사람이 그래도...!
       아, 지금 뭐 하는 짓이냐니깐요?
       이게 얼마나 귀한 그림인데...! 이건, 춘화계의 솔거께서 그리신
       귀한 춘화란 말이오.
음담 : (멈칫, 본다) 자네가 이 그림을 아나?
이천 : 그..그렇소.
음담 : 어떻게..?
이천 : 그...그건.....
음담 : (얼굴을 바짝 대고 본다)
이천 : (왜 이러나..물러서는데)
음담 : 자네구만. 이 춘화를 그린 것이.
이천 : (놀라서) 예..?
음담 : (끌끌) 그대로야..면상이 딱, 내가 생각했던 그대로구만.
이천 : (대체 무슨 말인가..싶은데)
음담 : (한 쪽에서 그림을 들어 보이며)
       재주는 있지만...이 춘화엔 억압이 보이네.
이천 : 예...?
음담 : 역시, 생긴대로 말귀도 못 알아 먹는구만.
       자네 춘화엔 욕망이 억눌려 있다 그 말이네.
       뭐랄까...마치 거대한 맷돌이나 솥뚜껑 같은 것에...
       짓눌려 있다고나 해야 할까..?
이천 : (헉..) 매..맷돌.....이요?
음담 : 그 무게에 눌려 욕망이 터질 듯 터지지 못하니
       세상을 움직일 재주를 갖고도...구실을 못하는게지...
이천 : ....!!....

                      하고 음담, 무심하게 이천을 보고는 평상에 놓여진
                      다른 그림들을 챙겨 안으로 들어가는데.
                      이천, 무슨 말인가..멍하니 그러다가..
                      문득 보면, 평상 바닥에 떨어진 그림 한 장.
                      이천, 뭔가 하는 표정으로 보면. 춘화다.
                      순간, 이천...눈이 휘둥그레지는데....

이천 : ....아....아니....이....이건......!!

                      순간, 마치 광명이라도 본 듯....눈이 풀리고
                      다리에 힘이 쭉 빠지는 이천. 충격을 받은 얼굴로...
                      음담이 들어간 곳을 보는데.

#51. 궐. 일각. 낮

                      대수, 강석기, 서장보가 있다.

대수 : (다가와서, 기운 없다) 저, 오늘은 일이 있어..
       잠시 집엘 다녀오겠습니다..
강석기 : 그래, 그리 하게.
대수 : (꾸벅 인사를 하고 가면)
서장보 : 아무래도 이상하지?
강석기 : 뭐가 말인가.
서장보 : 대수 저 녀석 말이야...요 며칠 어깨를 축 늘어뜨린 게...
         평소랑 다르잖아?
강석기 : 하긴, 나도...그리 생각하고 있었네.
서장보 : 저게 다...양기를 발산 못 해 저런 것이네.
강석기 : 뭐..?
서장보 : 아, 나이 꽉 찬 놈이 옆에 기집이 없으니...저렇게 되는 거라고...
강석기 : 사람 참...말 하는 거 하구는..
서장보 : 그 송연인가 하는 처자와 확 혼례를 올리면 되겠더만
         뭐 때문에 저러구 있나 몰라...
강석기 : .......

#52. 관아. 일각. 낮

                      대수가 의관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그 때, 한 쪽에서 보퉁이를 들고 오던 초비,
                      그런 대수를 발견하고..

초비 : (놀라서) 바...박대수 나으리...!
대수 : (멈칫, 돌아보는데)
초비 : (멍한 얼굴로 보고)
대수 : ......아...안녕..하세요?
초비 : ...!!...

#53. 동. 일각. 낮

                      대수와 초비가 있다. 초비, 떨리고 좋아 어쩔 줄 모르는
                      얼굴이고 대수, 어색하고 무안한 표정으로 있는데..

초비 : 그렇다고...이렇게 절...만나러 와 주실 줄은 몰랐어요.
대수 : 이제, 몸은 좀 괜찮아졌어요?
초비 : 예..! (하다가, 아차..아픈 척 해야지) 아뇨....
       아직 어지럽고 기운도 없어요..제가 좀, 많이 연약하거든요.
대수 : 근데, 집에 돌아가는 거였어요? 아직 아픈데?
초비 : (보퉁이 감추며) 도..돌아가긴요? 아직 한참 쉬어야 되는데요.
대수 : 그렇구나..(무심히 시선 돌리는데)
초비 : (망설이다가) 제가 드린 서찰...보신거죠?
대수 : (잠깐, 그러다가) 아.. 예에.
초비 : (확, 밝아진다OL)

#54. 효의 처소. 외경. 낮

                      김상궁, 처소를 쳐다보며 서성대고 있는데...
                      보면, 뭔 일인가 싶어 궁금한 얼굴이고...

#55. 효의 처소. 낮

                      효의와 송연이 있고...
                      보면, 효의...놀란 표정인데...

효의 : (놀라) 허면, 네가 어진을 책임지는
       수석 화원이 되었단 말이냐?
송연 : 예. 마마.
효의 : 하지만 이번 간택에 궐에 들어오자면....
송연 : (OL)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마마.
       이것이...마마께서 소인에게 내리신 하문에 올리는
       소인의...답입니다.
효의 : .....!!.....
송연 : 마마께서 제게 물으셨지요.
       궐에 들어오자면 도화서를 떠나야 하는데...
       소인이 과연 그리할 수 있겠냐구요.
효의 : ...!...
송연 : 소인, 마마의 황감한 말씀을 듣고
       생각하고 또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소인이 남아야 할 곳은 도화서이고
       평생 그 곳에서 화원으로 살길 원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효의 : (믿을 수 없다.OL) 아니, 난 그 말을 믿지 않는다.
       네 마음은 내가 잘 알아.
송연 : (OL) 마마..
효의 : 무엇이냐? 무엇이 너를 그 같은 생각을 하게 한 것이냐?
       말해 보거라.
송연 : 그런 것은 없습니다, 마마.
       이 모든 결정은 소인이 생각해 내린 것입니다.
효의 : 송연아....
송연 : 아뢰옵기 망극하오나 마마.
       마마께선, 소인이 도화서에 남길 원한다면
       그리 해도 좋다 하질 않으셨사옵니까?
효의 : ....!....
송연 : 하오니 부디, 소인의 간곡한 뜻을
       마마께서 살펴주십시오.
효의 : ....!!....
송연 : .........

#56. 궐. 문. 앞. 낮

                     송연, 어두운 얼굴로 천천히 궐에서 나온다.
                     눈가 붉어져 있지만, 그러나 울지 않으려 한다.
                     그 때, 한 쪽에서 '송연아!' 하는 대수의 소리가 들리는데...
                     송연, 멈칫 보면...대수가 땀이 범벅이 되어 서 있다.

대수 : 어..어떻게 된 거야?
       어진화사를 하다니?.....네가 왜...네가 왜 그걸 하냐구?
송연 : ...대수야...
대수 : 그럼 이번 후궁 간택에 들어갈 수 없는 거 몰라?
       어진화사에 참여하면 전하께선
       네가 그냥 도화서에 남겠다고 생각하실 거란 말이야..
송연 : ..그거야, 대수야.
대수 : (멈칫, 본다) 뭐..?
송연 : 난, 궐에 안 들어가...도화서에 남을 거야.
대수 : ...송연아...
송연 : 그럴 거야. 그럴 거라고, 말씀...드렸어.
대수 : ....!!....
송연 : ........
대수 : (무겁게) 왜.....
송연 : ......
대수 : 왜 그랬어?
송연 : 대수야.
대수 : 안 들리니? 왜 그랬냐고 묻잖아, 이 바보야..!
송연 : ...!!...
대수 : 평생 전하만 바라봤잖아?
       전하의 곁에 있을 수만 있다면
       다른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그랬었잖아?
       도화서도...네가 왜 들어갔는데?
       전하를 만나려고, 혹시라도 그럴 수 있을까, 그런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잖아?
       근데, 이제 와서 이게 무슨 짓이야?
       전하도 바라시고, 중전마마께서도 도와주신다는데..
       왜 그러냐고! 이 바보야!
송연 : 그럴 수가 없었어...
대수 : ....!....
송연 : 모르겠니? 그럴 수가 없었다구...
       내가...내가 어떻게 감히...전하를 모시니?
       보잘 것 없는 다모인 내가 어떻게 궐에 들어가?
       나 때문에, 혜경궁마마도, 중전마마도 힘들어 하셔...
       그렇게 되면, 나 때문에...전하께서 힘들어지신다구...
대수 : 송연아...
송연 : (아프게 눈물을 삼키는데)
대수 : .....그럼....너는...?
송연 : ....!....
대수 : 다른 일, 다른 사람 다 집어치우고..
       ..너는 괜찮아? ...네가 괜찮겠냐구, 이 바보야..
송연 : ........
대수 : 이렇게 돌아서자마자 울면서
       벌써두 이렇게 후회하면서...
       평생 멀리서 전하 등만 바라보며 살 자신 있어?
송연 : ...!!...
대수 : .........

                  송연, 대수의 그 말에...눈에서 눈물이 후두둑 떨어진다.
                  보면 대수, 그런 송연을 가슴 미어지게 바라보는데...

#57. 궐. 산의 서재. 낮

                  산, 원형 탁자에 앉아 있다. 그 곁에 남사초가 있고.
                  착잡한 얼굴로 어딘가를 응시하는 산.

남사초 : 전하...아뢰옵기 송구하오나...
         한 가지 여쭈어도 되겠사옵니까?
산 : (보면)
남사초 : 소신...중전마마께서
         송연일 후궁으로 들이려 하신단 말을 전해 들었습니다.
         혹, 그것이...사실이온지요?
산 : (가만, 그러다가) 사실..이었었네.
     결국....그리 될 순 없게 되었지만 말이네..
남사초 : (멈칫, 본다) 그리 될 수 없게 되었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전하.
산 : (쓸쓸하게) 아까 독서당에 든 송연일...자네도 보지 않았나.
     그것이...그 아이의 대답일걸세.
     송연인....아까 내게....입궁을 하지 않겠다 그리 말한 것이야.
남사초 : ....!!....
산 : .........
남사초 : 외람되오나 전하.....정녕 그리하셔도 좋은 것이온지요?
산 : (본다) 무슨 말인가?
남사초 : 소신, 벌써 십수 년이 넘게 전하를 뫼셔왔습니다.
         소신, 송연이에 대해....
         전하께서 품고 계신 성심을 짐작하고 있사옵니다.
산 : ....!....
남사초 : .......
산 : 그래, 자네의 짐작이 맞네.
     허면, 어찌 하겠는가?
     내가 그 아이와 도망이라도 칠 수 있게..자네가 날 도와주겠는가?
남사초 : (당혹) 전하....
산 : (쓸쓸하게 웃으며) 아는가?
     내 가끔은...그저, 저자의 평범한 사내로 태어났다면 어땠을까...
     그런 생각을 해 볼 때가 있다네.
남사초 : ...!...
산 : 성실하게 땀을 흘려 땅을 일구고
     소박한 집 한 칸에 은애하는 이와
     내 뒤를 이어줄....아이들을 낳아...서로 아껴주며 살 수 있다면...
     사내로 태어나...그만한 한평생도 없을 것이다..그런 생각을 해.
남사초 : ....!....
산 : 허나...난 이 나라 왕실과 조정을 생각해야 하는 임금이지...
     임금이, 무엇인 줄 아는가?
     그건, 참....보잘 것 없는 사내로 살아야 하는 것이라네...
남사초 : 전하....
산 : .........

#58. 홍국영의 집(기와집). 마당. 아침

                홍국영, 긴장한 얼굴로 있다.
                보면, 집 밖으로 화려한 가마와 수많은 군졸들이
                기다리고 있는데...별감 4, 상궁 2, 나인 4,
                금군 10, 군관 2(말탄),
                적관복 1, 청관복 2, 서리 2(짐꾼), 가마꾼 8명.
                그 때, 안에서 화려한 대례복 차림의 원빈이
                상궁 2명의 시중을 받아 나온다. 수군거리며 이를
                보는 수십 명의 군중들..

홍국영 : (감격스럽다) 마마....!
원빈 : ....!!
홍국영 : ..........

#59. 대궐. 정문. 낮

                원빈이 탄 화려한 가마가 대궐로 들어오고 있다.
                수많은 호위 군졸들이 뒤를 따르는 당당한 행렬.
                대례복 차림의 원빈 또한 화려하고 당당하고....

#60. 달호네 집. 마당. 낮

                달호와 막선의 혼례가 치뤄지고 있다.
                사람들이 모여 떠들썩하게 두 사람을 축하해주고 있다.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채, 헤벌쭉 웃고 있는 달호와 막선.
                보면, 그 모습 보며 서로 웃는 이천, 강석기, 서장보.
                그리고...대수, 그런 달호를 웃으며 보다가...
                문득 고개를 돌리면...한켠, 송연이 초비, 미수 등과 웃으며
                이야기를 하고 있다. 대수, 괜찮은걸까... 살피는 얼굴로
                송연을 보는데...송연, 대수와 눈이 마주치면..
                아무렇지도 않은 듯 밝게 웃어 보인다.

#61. 산의 집무실(서재). 앞. 밤

                불이 켜져있는 산의 집무실.
                남사초가 초조한 얼굴로 서 있는데,
                그 때, 이상궁이 다급히 다가온다.

이상궁 : 어찌된 것입니까? 상선어른.
         오늘이 초야인데....
         어찌 전하께서 아직 숙창궁에 납시질 않으신 것이옵니까?
남사초 : ......
이상궁 : 무슨 일이 있어도...오늘
         숙창궁으로 납시라는 혜경궁마마의 말씀이 계셨습니다.
남사초 : (난처한) 알겠네. 기다리시게.
         내가 들어가 전하께 고하고 오겠네.

#62. 동. 서재. 안. 밤

                      산, 상소문을 읽으며 열중해서 일하고 있는데,
                      그러다 문득, 착잡함이 어리는 산.
                      그 때, 밖에서 '전하, 소신이옵니다.' 하는 남사초 소리.
                      산, 보면...남사초가 안으로 들어온다.

남사초 : 전하...
산 : (보면)
남사초 : 밤이 깊었사옵니다. 이만 숙창궁으로 납시시지요.
산 : (눈빛 가라앉는)
남사초 : (눈치 살피며) 전하...
산 : ...알았네...차빌 하게.
남사초 : .....예, 전하.

#63. 도화서. 대화실. 밤

                      송연이 어두운 도화서에 홀로 앉아 있다.
                      송연, 채색이 되지 않은 그리다 만 산의 어진에
                      가만히 붓을 들어 채색을 하고 있는데....
                      그런 송연의 눈에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붓에 색을 묻혀 조심스럽게 그려가기 시작하는 송연.
                      그런 송연의 붓놀림 위로....
                      산과의 지난 날이 하나, 둘...스쳐 간다.
                      어린 시절의 만남...
                      납치된 자신을 구하러 와 주었던 산..
                      다정하고 따뜻하게 대해주던 산의 모습....

#64. 궐. 일각. 밤

                      산이 굳은 얼굴로 남사초와 함께 가고 있다.
                      산, 어느 새 원빈이 있는 숙창궁 앞에 이르렀다.
                      보면, 나인들이 그 앞을 지키고 있는데...
                      바라보는 산의 착잡한 표정.

#65. 도화서. 대화실. 밤

                      산과의 지난 날들을 떠올리던
                      송연, 어느 새 붓을 놓고 터져 나오는 눈물을 참으려
                      두 손으로 입을 막고 울고 있다.
                      그런 송연의 위로....36부 #22.

산 : (E) 네가 나를 떠날 수는 있어도
     내가 너를 보내고는...
     그렇게는...하루도 견디지 못할 거란 생각은 하지 못한 것이냐?

                      송연, 아프고 고통스러운 심정....

송연 : ...전..하......

                      보면, 송연, 가녀린 어깨를 들썩이며 그렇게 조용히
                      숨죽여 우는데, 바로 그 때.

산 : ...송연아!

                      순간, 송연...멈칫, 한다. 산의 목소리인 것이다.
                      송연, 천천히 고개를 들어 보면....
                      산이 그런 자신을 아프게 바라보고 있는데....
                      그리고 그런 산의 시선에 들어오는
                      얼굴 한가득...눈물이 범벅이 되어 있는 송연의 모습.
                      산, 그런 송연을 아픈 얼굴로 망연히 바라보는데.
                      보면,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 위로
                      고요한....정적이 흐른다.
                      카메라...그런 산과 송연을 가만히 비추며...엔딩.

.이산 

.영화 & 드라마 대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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