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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산 52

MBC 특별기획드라마


   이 산(李蒜)

                   제 52 부



#1. 대궐. 전경. 밤

             고요한 궁궐. 정적이 흐르고...

#2. 숙창궁. 앞. 밤

             산이 굳은 얼굴로 남사초와 함께 가고 있다.
             산, 어느 새 원빈이 있는 숙창궁 앞에 당도한다..
             보면, 나인들이 그 앞을 지키고 있는데...
             바라보는 산의 착잡한 표정.

#3. 궁중 도화서. 대화실. 밤

             울음을 참으며 그림을 그리던 송연,
             문득, 그리기를 멈추고
             산과의 지난 날들을 떠올린다.
             송연, 어느 새 붓을 놓고 터져 나오는 눈물을 참으려
             두 손으로 입을 막고 울고 있다.
             그런 송연의 위로....36부 #22.

산 : (E) 네가 나를 떠날 수는 있어도
     내가 너를 보내고는
     그렇게는...하루도 견디지 못할거란 생각은 하지 못한 것이냐?

             송연, 아프고 고통스러운 심정....

송연 : ...전..하......

             보면, 송연, 가녀린 어깨를 들썩이며 그렇게 조용히
             숨죽여 우는데 바로 그 때.

산 : ...송연아!

             순간, 송연...멈칫, 한다. 산의 목소리인 것이다.
             송연, 천천히 고개를 돌려 보면....
             산이 그런 자신을 아프게 바라보고 있는데....
             그리고 그런 산의 시선에 들어오는
             얼굴 한가득...눈물이 범벅이 되어 있는 송연의 모습.
             산, 그런 송연을 아픈 얼굴로 망연히 바라보는데.
             카메라...그런 산과 송연을 가만히 비추는데서... 51회 엔딩.
             송연...얼른 자리에서 뛰쳐 일어나 산 앞에 부복한다.
             송연, 이런 모습을 산에게 들켜 버리다니...
             어찌해야 할 지 모르겠다.

산 : ..
송연 : ...
산 : 송연아! 어찌 된 것이냐? 대체 무엇 때문에?
송연 : 소..송구합니다, 전하.

             하고 송연, 고개를 푹 숙인 채 그대로
             산을 비켜 밖으로 나가버리는데...

산 : ...!!...(당혹한 얼굴로 돌아보고)

#4. 동. 밖. 밤

             송연이 터져 나오려는 눈물을 참으며 뛰쳐 나오는데..
             그 때, 산이 격한 감정...급히 뛰어나와
             그런 송연의 팔을 잡아 돌려세운다.

산 : 송연아!!
송연 : ....!!....

             보면, 순간...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남사초와
             박상궁 등 상궁나인들...
             모두 놀란 얼굴이 되는데....

송연 : 저..전하.....!
산 : (송연의 팔을 잡으며) 무슨 일이냐? 말해 보거라.
     대체 무슨 일이길래 이리 울고 있었던 것이냐?
송연 : (당혹스럽고 걱정된다. 사람들 의식하며) 전..하! 놓아주십시오.
산 : 송연아!
송연 : (외면한 채)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소인, 다만...맡은 일이 조금 힘에 부쳐 그런 것뿐이오니
       괘념치 마십시오. 전하..
산 : 지금 그 말을 나더러 믿으라는 것이냐?
송연 : (...!!...) .....전하...!
산 : 무엇이냐? 혹, 나로 인한 것이냐?
송연 : .....!!.....
산 : 내 너에게 꼭 묻고싶은 것이 있었다.
     허니, 말해 보거라.
     네가, 도화서에 남기로 작정한 것은...진정 너의 뜻이었느냐?
     나는 무엇보다 네 진심을 알고싶다.
     그것이 진정 네가 원하는 일이었느냐?
송연 : (...!!!...) .....전..하....
산 : (진실을 원하는 간절한 얼굴로 보고)
송연 : (흔들리는 눈빛으로 바라보는데)

             보면, 남사초, 박상궁..당혹한 얼굴로 마주보며
             다른 궁인들의 시선을 의식하는데...
             그런 가운데, 송연을 안타깝게 보는 산의 시선.

#5. 원빈 처소(효의 처소 반대편 왼쪽). 밤

             원빈이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보면, 그 앞으로 원빈전 최상궁이 있는데..

원빈 : 시각이 얼마나 되었는가?
최상궁 : (눈치를 살피며) 축시를 지나고 있사옵니다. 마마.
원빈 : (입술을 깨물며) ...밖에 있는 나인들을 모두 물리고
       ...반점 후에 침전의 불을 끄게.
최상궁 : 예에?
원빈 : 전하께선 저들이 물러난 후에
       내 처소에 납신 것이네.
       허니, 내일 아침에 나인들에겐 그리 전하게. 알겠는가?
최상궁 : 하오나, 마마!! 나인들에겐 무슨 연유로...(하는데)
원빈 : (매섭다.OL) 지금, 내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못 알아듣겠는가?
       초야를 치르는 밤에
       전하께서 처소를 찾지 않으셨다면,
       아랫것들한테 내 꼴이 뭐가 되겠는가?
       장차, 저들이 날 얼마나 우습게 여기겠는가 그 말이야!
최상궁 : (...!!...) 예...마마. 하명대로 하겠사옵니다.
원빈 : .......

             원빈, 비참해지는 심정...입술을 깨물고....

#6. 궁중 도화서. 밖. 밤

송연 : 그렇습니다. 전하.

             산, 송연을 바라보며...멈칫..놀라는 얼굴이다.

산 : (놀란다)
송연 : ..
산 : 그렇다는 것은
     정녕 이 모든 것이 네 마음을 따른 것이란 말이냐?
송연 : (아프게 외면한 채) ...
산 : 송연아!
송연 : (단호하다) 그렇습니다. 전하.
       도화서에 남기로 한 것은 저의 뜻이었습니다.
       겨우 화원이 되겠다는 소망을 이룰 수 있게 되었는데
       이제 와 그 모든 것을...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리한 것입니다.
산 : ...!...
송연 : 허니, 소인에게...다시는 그 일을...묻지 말아주세요. 전하.
산 : ....!!....
송연 : (걱정이 되어서다) 지켜보는 눈들이 있습니다, 전하.
       제발, 이 손을 놓아주십시오.
산 : ....!!....

             송연, 가슴 아픈 얼굴로 외면한 채고...
             산, 그런 송연을 보며...스르륵..잡았던 팔을 놓아주는데..

산 : 그래...그랬었구나...
송연 : ....!....
산 : (허탈하고 아픈 미소)
     사실 나는....
     난...너 또한 내 마음과 같을 것이라 그리 생각했었다.
     화원이 되는 것이 너에게 어떤 의미인지....내 모르지 않으면서도...
     그러면서도 어리석게 난.....
     네가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 생각했었어.
송연 : ....!!....
산 : 미안하다.
     내가 네게....공연한 것을 물었구나.
송연 : ....!!....

             산, 쓸쓸한 미소를 띤 채 바라보고...
             송연, 그런 산을 안타깝게 바라보는데....

#7. 산의 원탁 집무실. 밤

             산, 들어온다.
             자리에 앉는 산..착잡해지는 얼굴.

#8. 달호의 집. 마당. 밤

             늦은 밤, 텅 빈 달호의 마당으로 들어서는 송연.
             마당 한가운데 멈춰 선다.
             이윽고 마당에 놓인 평상에 앉는 송연.
             송연, 멍하니..눈물 고인 채....
             그런 송연의 위로..

산 (소리.E) : 사실 나는....
              나는...너 또한 내 마음과 같을 것이라 그리 생각했었다..

             이내, 가슴 아프게 눈을 감는 송연.
             눈에서 눈물이 떨어지는데...

#9. 산의 원탁 집무실. 밤

             보면, 산, 가슴 아프고 쓸쓸한 얼굴로 품에서 송연이 주었던
             풍잠을 꺼내 내려다본다.
             그 모습에서 카메라 멀어지며 암전된다.

#10. 거리. 일각. 아침

             홍국영이 탄 초헌이 거리를 지나고 있다.
             집사가 '물렀거라, 도승지 영감 행차시다!' 하는 소리가
             들리고 홍국영의 모습이 나타난다. 숙위소 군관과
             병사들에게 호위를 받고 가는 홍국영.
             백성들, 거리에 부복하고 있는데...
             당당하고 위엄 있는 홍국영의 모습.
             그 때, 한 쪽에서 오던 달호와 막선, 그 모습에 놀라 멈춰 선다.

달호 : 세상에...세상에...똥장군 나으리께서 저리 출세를 하셨네.
막선 : (놀라) 아휴! 똥장군이라니요?
       도승지에, 숙위대장에, 이젠 왕실 외척까지 되셨는데!
       저 양반 호령이면 삼정승도 벌벌 떤다잖아요.

             달호, '그래?' 하며 놀라 홍국영을 보는데.
             그 때, 포졸 한 명이 와서....

포졸 : 뭘 하는가?
       도승지 영감께서 행차하시는데...썩 부복하지 않고!

             달호, 막선, 움찔하고, 포졸, 우악스럽게 달호를 꿇리는데.
             홍국영의 시선에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홍국영 : 잠깐, 멈추거라.

             행렬이 달호와 막선 앞에서 멈춰서고.

홍국영 : (포졸에게) 내가 아는 잘세. 비켜나게.
포졸 : (멈칫, 얼른) 예..영감.
달호 : 영..감..!
홍국영 : 오랜만이구만, 달호.
         내 자네가 성혼을 했단 소린 들었네만,
         가 보지도 못하고 미안하네..
달호 : (망극해서) 아이구, 당치 않으십니다.
       영감 같으신 분이 어찌 저 같은 것까지 챙기십니까?
홍국영 : (웃으며) 그럴 것 없네.
         우리가 한두 해 본 사이도 아니고
         내 그렇잖아도 일간 자넬 한 번 부르려 했는데 잘 됐네.
달호 : 예에? 저...저를요?
막선 : (역시, 놀라 보는데)
홍국영 : 그래. 이제 일가도 이루었으니
         자네도 번듯한 일을 해야지 않겠는가?
         해서 내 궐에 자네 자릴 하나 마련해줄까 하네.
달호 : (놀라) 예? 궐에요?
막선 : ....!!....
홍국영 : 사람 놀라긴...
         내가 자네한테 그만한 자리도 하나 못 내주겠는가?
         일간, 대수를 통해 알려줄 것이니 그리 알고 있게.
달호 : (연신 조아리며) 감사합니다, 영감! 감사합니다.
홍국영 : (미소 짓고는, 집사에게) 가자.

              홍국영이 탄 초헌, 다시 움직이고.
              달호, 막선, 좋아서 어쩔 줄 모른다.

포졸 : (눈치 살피며) 도승지 영감을 잘 아시는가?
막선 : (나선다) 잘 아냐구요?
       방금....이걸 보고도 물으시오?
       도승지 영감께서 우리 서방님을 궐로 부르신다지 않소?
       이게 어디 그냥 잘 아는 정도겠소?
포졸 : (난처하다) 헛참..이거 좀 전엔 미안하게 됐소.
달호 : (헛기침을 하고OL) 그러니까, 똑바로들 좀 하슈!
       괜히 엄한 사람 힘 쓰게 하지 말고...

              달호, 한껏 의기양양하고..
              포졸, 난처한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 가고..
              막선, 굽신거리는 포졸을 보며 덩달아 어깨가 으쓱한데.

#11. 규장각. 앞. 낮

              노인과 박제가, 서얼들이 오는데..
              한 쪽에서 민주식이 젊은 관원 세 명과 온다.
              노인, 민주식에게 가볍게 예를 갖추고.

노인 : 처음 뵙겠소이다.
       난, 규장각 책임을 맡고 있는 제학 기천익이라 하오.
       새로 부제학이 온단 말을 듣고 기다리고 있었소.
민주식 : (노인을 내려다보며) 반갑네. 난, 민주식이라 하네.
노인 : ....!....
박제가, 서얼들 : (멈칫, 굳어지는데)
민주식 : (냉소 띤 얼굴로 쓱 보고는, 다른 중신들에게) 이만들, 들어가지.

              민주식과 관원들, 안으로 들어간다.
              노인, 박제가, 서얼들, 굳은 얼굴로 돌아보는데.
              민주식 휘하 관원들은 5~6품 청관복이다.

#12. 동. 집무실. 낮

              민주식, 가운데 자리에 앉고. 관원들, 그 주변에 자리한다.
              뒤따라 들어온 노인, 박제가, 서얼들. 그 모습을 보고 굳어지고.
              박제가, 나선다.

박제가 : 송구하지만 일어서 주셔야겠습니다. 영감.
민주식 : (멈칫, 본다)
관원1 : 자네, 지금 영감께 뭐라 했는가?
박제가 : 그 자리는 제학 영감의 자립니다.
         부제학 영감의 자리는 그 아래이니 옮겨 앉으시지요.
민주식 : ....!....
관원1 : 아니, 이 자가...지금 뭐라 지껄이는 게야?
        감히 부제학 영감께 서얼보다 아랫 자리에 앉으라니!
        그 무슨 되먹지 못한 소린가?
박제가 : (OL) 언사가 지나치십니다.
         이 분은 서얼이기 전에 제학 영감이십니다.
         허니, 아랫 자리로 가셔야 함은 물론이고,
         마땅히 존대를 하셔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조정의 법도이고, 위계가 아니겠습니까? 영감.
민주식 : (냉소가 스친다) 조정의 법도? 감히 서얼 주제에...
         네 놈이 나를 가르치려 드는 게냐?
박제가 : (OL) 영감...(하는데)
노인 : (나선다. 낮고 담담한 어투로.OL)
       그렇네. 지금 이 검서관은 자넬 가르치는 것이네.
민주식 : (멈칫, 본다) 뭐라?
노인 : 자네가 조정의 법도를 깨치지 못한 듯 하니 어쩌겠는가?
       허니, 도리 없이 아랫 사람의 가르침이라도 받아야겠지.
민주식 : (벌떡 일어나며OL) 이보시게!
노인 : (OL) 말을 삼가게!
       내 비록 서얼이라 하나 나는 이 곳 규장각의 책임자이고
       자넨 내 명을 받는 부제학이네.
       이 모든 것이 어명에 따른 것임을
       내 자네한테 다시 일러야 하겠는가?
민주식 : ....!....

                      민주식, 분에 찬 얼굴로 노려보고.
                      보면, 노인과 박제가....물러섬 없는 당당한 얼굴로 본다.

#13. 대전. 앞. 낮

                      민주식, 관원들과 있다.
                      그 앞에 숙위소 군관들이 있다.

민주식 : 비켜라! 전하를 뵙고 아뢸 말씀이 있다지 않느냐?
군관1 : 신검을 받지 않고는 대전에 드실 수 없습니다.
        숙위소에 들러 신검을 받고 오셔야 합니다, 영감.
민주식 : (기가 막히다) 규장각에.....숙위소에....
         대체 언제부터 이 나라 조정이
         근본도 알 수 없는 것들이 판을 치는 곳이 되었단 말이냐?
         숙위소 따윈, 내 알 바 아니다.
         허니, 썩 물러서라.
군관 : (난처하다OL) 영감! 이러시면 아니 됩니다.
민주식 : (OL) 난, 그냥 들어갈 것이다.
         허니, 어디 내 털끝 하나라도 건드려 보거라.
군관 : ...!!...

                      하고 민주식, 서슬 퍼렇게 그대로 군관들을 밀치고
                      안으로 들어가려 하는데...그 때.

홍국영 (소리) : 지금 무엇 하는 짓이오!!

                      그 소리에 민주식, 멈칫 돌아보면.
                      한 쪽에서 홍국영이 서장보, 강석기, 대수와 온다.

홍국영 : (군관에게) 대전 앞에서 이 무슨 소란이냐?
군관 : 송구합니다, 영감.
       부제학 영감께서 숙위소 신검을 받지 않으신 채
       대전에 들려 하셔서...(하는데)

                      홍국영, 숙위소 군관의 뺨을 올려붙인다.
                      순간, 다들 놀라 보고.

홍국영 : 대체 일을 어찌 처리하는 것이냐?
         신검에 반발하는 자가 있거든
         끌어내서라도 반드시 신검을 받게 하라 이르지 않았느냐!
군관 : 송구하옵니다, 영감.
민주식 : (굳어지고)
홍국영 : (들으라고 하는 소리다) 전하의 안위를 위해하려는 자들이
         궐 도처에 자리하고 있다.
         그 품에 무엇을 숨겨 전하를 암살하려는지
         어찌 알 수 있단 말이냐!
민주식 : (불쾌하다) 듣자하니, 말씀이 지나치시오, 홍승지.
         암살이라니? 지금 그 말씀은 무엇이오?
         허면, 여깄는 우리 모두가 전하를 위해하려는 모의라도
         꾸미고 있다 그 말이오?
홍국영 : (냉소) 난, 영감께 한 말이 아닌데 그리 들으셨다니 이상하군요.
         정말, 그 품에 뭐라도 감추고 있는 것이오?
민주식 : (기막히다OL) 이보시오, 홍승지!
홍국영 : 감추고 있는 것이 없다면 가서 신검을 받으시지요.
민주식 : (OL) 아니, 난 받지 않을 것이오.
         아무 거리낄 것 없는 내가 무엇 때문에
         이런 우스운 짓거리에 놀아나야 한단 말이오?
홍국영 : (OL) 우스운 짓이라니, 말씀을 삼가시오!
         이는 모두 어명을 따른 것이오!
민주식 : ...!...
홍국영 : 좋소. 영감께서 정히 이리 나온다면
         나 또한 어명의 지엄함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라도
         이 일을 그냥 넘길 순 없겠소이다.
         (하고) 모두, 끌어내라!
민주식 : 뭐, 뭐요...?
홍국영 : (OL) 뭣들 하느냐? 어서 이들을 숙위소로 끌고 가라지 않느냐?
민주식 : ....!!....

                      홍국영, 매서운 얼굴로 보고.
                      대수, 석기, 장보..숙위소 병사들과 함께 중신들을
                      거칠게 끌어낸다.
                      민주식과 대신들, 충격어린 얼굴로 저항하는데.
                      홍국영, 한 치의 흔들림 없는 얼굴로 이들을 본다.

#14. 숙위소. 마당. 낮

                      민주식과 중신들, 숙위소 관원들에게 붙잡혀 있고.
                      대수, 서장보, 강석기. 그 앞에 서서 신검을 한다.
                      위압적인 분위기 속, 중신들의 옷 속까지
                      샅샅이 뒤지고 있는데...보면, 모두 굴욕감을
                      느끼는 표정이다.
                      보면, 한 쪽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는 홍국영.
                      서장보, 중신 하나의 소매춤을 뒤지더니 그 안에서
                      붓통을 꺼낸다. 붓에 달린 장신구(선추)를 만지작거리더니.
                      선추 끝의 뚜껑을 열어보면, 안에 하얀 가루가 들어있다.

대수 : 이건 뭡니까?
관원1 : 상비약이네.
        양반들이 선추에 상비약을 넣고 다니는 것도 모르는가?
서장보 : 상비약인지, 독약인지, 그걸 어찌 알겠소이까?
관원1 : 뭐요?
대수 : 내의원에 맡겨 조살 해 보고 돌려 드리겠소이다.
관원1 : ....허어...(기가 막힌데)

                      대수, 붓통을 한 쪽으로 옮기고, 다시 옷소매를 뒤진다.
                      이걸 보는 민주식, 모멸감에 이를 악물고 홍국영을 노려보고.
                      홍국영, 냉소 어린 얼굴로 그런 민주식을 본다.

#15. 대전. 낮

                      산과 장태우가 있다. 뒤로는 박상궁이 시립하고 있고..
                      장태우, 굳은 표정이고...산, 그런 장태우를 바라보는데.

산 : 그게 무슨 말이오? 좌상.
     홍승지가 월권을 행하고 있다니요?
장태우 : (OL) 그렇습니다, 전하.
         숙위소 신검의 부당함을 토로하는 중신들을
         무력을 써 끌어낸 것은 일도 아니지요.
         지금, 도승지 홍국영은 조정의 인사까지 제멋대로 쥐락펴락하고 있습니다.
         하여, 인사를 청탁하려는 이들로 그 집 앞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그들이 가져온 재물이 창고에 켜켜이 쌓이고 있사온데
         전하께선 정녕 그것을 듣지 못하셨단 말씀이십니까?
산 : ....!....
장태우 : 지금 도승지 홍국영은
         전하의 신임과 외척이라는 권세를 믿고
         벌써부터 세도를 행하고 있는 것이옵니다.
산 : (OL) 말이 지나치시오, 좌상.
     비록 홍승지가 과한 면이 있긴 하나
     권세를 믿고 폭압을 행할만큼 분별 없는 인사는 아니오.
장태우 : (냉소가 스친다) 전하께서 그리 믿고 계시니
         그 자가 더욱 활개를 치는 게지요.
산 : (OL) 좌상! (하는데)
장태우 : (OL) 지금 조정에는 홍승지의 세도에 대한
         중신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자고 저희 노론 중신들을 다시 받아주신 것이옵니까?
         이것이 전하께서 소신에게 보여 주겠다 장담하신
         바르고 공정한 정사이옵니까?
산 : ...!!...

#16. 산의 서재. 안. 낮

                        남사초가 들어오면 산, 굳은 얼굴로 상념에 잠겨있고..
                        남사초, 그런 산의 안색을 걱정스럽게 살피고.

남사초 : 부르셨습니까? 전하.
산 : 자네도...홍승지에 대해서 들은 것이 있는가?
     홍승지가, 정말 청탁을 받아 조정의 인사에 간여하고 있냔 말이네...
남사초 : 이조와 삼사에 서너 명, 믿을만한 자들을 등용한 것은 사실이오나,
         청탁을 받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닐 것이옵니다. 전하.
         홍승지가 어찌 그런 망극한 일을 하겠사옵니까?
산 : 허면, 좌상이 근거 없는 말을 했단 것인가?
남사초 : 소인의 생각으로는 아마도
         홍승지의 사가에 드나드는 자들이 많아
         말이 와전된 듯 싶사옵니다.
산 : ........
남사초 : 전하.
산 : (굳은) 자넨 가서 번암대감을 뫼셔 오게.
남사초 : 예, 전하.
산 : ...........

                        남사초, 나가고,
                        산, 굳은 얼굴로 생각에 잠긴다.

#17. 동. 빈청. 낮

                        장태우, 굳은 얼굴로 들어온다.
                        보면, 최석주가 서 있는데...

최석주 : 대감...주상전하를 배알하러 가셨다 들었습니다.
장태우 : (못마땅하게) 그러고 보면 자넨
         암탉의 손에만 놀아난 것이 아니라
         궐 안에 건방진 호랑이 새끼까지 키워 놓았더군.
         대체, 그동안 자네가 조정에서 한 일이 뭐란 말인가?
최석주 : ..........(착잡하다, 입술을 깨물고)
장태우 : 이 조정에서 제일 먼저 잘라내야 할 것이
         바로, 홍국영이란 그 놈이네. 알겠는가?
최석주 : 예, 대감. 그렇지 않아도 지금 홍승지의 일을 논의하기 위해
         중신들이 모여 있습니다.
         대감께서도 같이 가시지요.
장태우 : 아니, 나는 잠깐 들를 곳이 있네.
최석주 : ....?....
장태우 : 왕실의 최고 어른이신 대비마마께서 나를 부르시네!
         무슨 일인지 가 뵈어야겠네.
         허긴, 입사를 했으니
         부르시기 전에 먼저 인사를 올렸어야 했는데....
최석주 : 허면, 지금 대비마마를 뵈러 가시겠단 것입니까?
장태우 : 어쩌겠는가, 부르시는데...
최석주 : ...
장태우 : ..흐음..(대비를 만나는 게 뭔가 불편한 듯)
최석주 : ...

#18. 정순 처소. 앞. 낮

                          조용하고 한적한..

#19. 정순 처소. 낮

                          정순과 장태우가 있다.
                          보면, 강상궁이 그 앞으로...다과상을 내어놓는데.

정순 : 됐으니, 이만 물러가보게.
강상궁 : 예...마마..

                          강상궁, 나가면...

정순 : 드세요, 대감.
장태우 : ...예....

                          장태우, 가만, 찻잔을 들어 차를 마신다.
                          정순, 그런 장태우를
                          날카로운 눈빛으로 응시하는데...
                          두 사람 사이에 팽팽한 긴장이 감돈다.

정순 : (본론은 얘기하지 않고 딴청을 한다)
       그래, 어떻습니까? 대감.
       오랜만에 궐로 돌아왔으니 소회가 깊으시겠습니다..
장태우 : 예....
         처음엔 지난날의 궐이 아닌 줄 알았습니다..
         이 곳을 찾는 데 시간이 조금 걸렸지요.
         마마께서 계신 대비전이 이런 후미진 곳으로 옮겨졌을 줄이야
         감히,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정순 : (빙긋이 웃는다)
장태우 : 옹주마마와 숱한 중신들의 목숨을 재물 삼아
         자리를 보전하셨다더니...
         얻으신 터가 겨우 이 곳이었습니까? 마마!
정순 : (냉소) 대감께서도 이젠 노회한 모양입니다.
       기억까지 흐릿해지는 게 아니라면
       내 손에 무엇이 쥐어져 있는 지 아실텐데 말이에요.
장태우 : 예, 알고 있습니다.
         허나, 어쩌면 그것이
         아무 소용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것까지도요!
정순 : (웃는다) 그래요? 과연 그럴까요?
장태우 : 그러니 이렇게 불편한 소신을 부르신 게 아니겠습니까?
정순 : (웃음을 멈춘다)
장태우 : ......
정순 : (슬몃, 다시 냉소가 번진다) 노회했단 말은 취하하지요!
       허나, 시절은 바뀌고, 간사한 사람의 마음도
       결국은 변하게 되어있지요..
       장담하지 마시오! 대감.
       장담하다...내게 고약한 꼴을 당하지 않으셨습니까?
장태우 : ....!!....
정순 : .........

                      정순, 여유 있는 시선, 날카로운 눈빛으로 장태우를 보고
                      장태우, 그런 정순의 시선을 지지 않고 받아내는데...

#20. 혜경궁 처소. 외경. 낮

#21. 동. 안. 낮

                      혜경궁이 조금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고 그 앞에서 효의가 절을
                      올리고 있다. 효의, 이윽고 자리에 앉으면...

혜경궁 : 매일, 처소에 문후를 하러 들렀다 들었습니다.
         내 허락이 있을 때까진 찾지 말라 했거늘...
         어찌 그런 미련한 짓을 하셨습니까?
효의 : 송구하옵니다. 어마마마.
혜경궁 : (가만, 보다가) 중전의 마음이 어찌 되었든....
         이제 궐에 들어 주상을 보필할 사람은 원빈입니다.
         허니, 중전께서도
         마음을 열고 원빈을 아껴주세요.
         내 그 당부를 전해야겠기에 중전을 보자 한 것입니다.
효의 : 예, 어마마마. 명심하겠사옵니다.
혜경궁 : 곧, 원빈이 올 것입니다.
         차라도 마시며 담소나 함께 나누는 것이 좋겠습니다.
         중전께서 원빈에게 이런 저런 좋은 말도 들려주시구요.
효의 : 예, 어마마마.
혜경궁 : (조금 누그러진 얼굴로 보고)
효의 : ........

#22. 혜경궁 처소. 앞. 낮

                      처소 앞. 이상궁과 김상궁이 있다.

이상궁 : (안쪽을 보며) 그래도 마마께서 중전마마의 문후를 받으시니
         참으로 다행이네.
김상궁 : 예..이제야 저도 한시름을 놓겠습니다.
         그치만 송연이 그 계집 때문에
         궐이 또 언제 발칵 뒤집어질지 모르니...참, 큰일입니다..
이상궁 : (OL) 궐이 뒤집어질지 모른다니?
         송연이란 그 아이 문제는 이제 다 해결된 것이 아닌가?
김상궁 : (OL) 해결이 되다니요? 마마!(하고) 혹시 소문 못 들으셨습니까?
이상궁 : 소문?
김상궁 : (OL) 예에! 전하께서 원빈마마와 초야를 치르셔야 할 밤에
         아예 처소엔 납시지도 않으셨다질 않습니까?
이상궁 : ...!...
김상궁 : 헌데, 그게 듣자하니 또 송연이 고 년 때문이었답니다.
         그 날 밤 전하께서 고 년을 만나러 도화서에 납시셨다지 뭡니까?
이상궁 : ...뭐...?

                      하다가 순간, 뭔가를 발견하고 깜짝 놀라는 이상궁.
                      머리를 조아리며.. '마마!' 하는데...그 결에
                      돌아보는 김상궁.
                      보면, 그 곳에 원빈이 김상궁의 얘기를 듣고
                      하얗게 질린 얼굴로 나인들과 함께 서 있다.
                      김상궁도 놀라, 머리를 조아리는데....

원빈 : (얼른 아무렇지도 않게) 어마마마를 뵈러 왔네. 여쭈어주게.
이상궁 : (당혹감 감추며) 예..마마.
         (하고, 안을 향해) 마마, 원빈마마 입시이옵니다.
혜경궁 (소리) : 들라 하게.
이상궁 : 드시지요..
원빈 : ......

                      원빈, 미소를 띠우며 이상궁과 김상궁을 보고는
                      걸음을 옮긴다. 그러나, 섬돌에 걸음을 옮겨 놓은 순간...
                      두 상궁을 힐끗 본다. 얼굴이 굳어지는 두 상궁.

#23. 동. 안. 낮

                      효의와 원빈, 혜경궁이 있다.
                      원빈이 뭔가 즐거운 이야기를 했고, 혜경궁, 웃는다.

혜경궁 : 정말 사가에서는 춘분에 내린 비로
         그 해 농사의 길흉을 점친단 말입니까? 원빈.
원빈 : 예, 어마마마.
       춘분 전에 땅에 작은 항아리를 심어
       그 무렵 내리는 비의 양을 보고 이를 살피는 것입니다.
       하여, 소첩, 처소의 후원에 이를 심어 살폈사온데
       올해 농사는 크게 흥할 듯 하옵니다.
혜경궁 : (웃으며) 그래요?
         참으로 다행한 일입니다.
         이리 원빈이 덕으로 백성들의 형편을 살피니
         내 참으로 든든합니다.
효의 : (원빈을 보고) 소첩도 그러하옵니다. 어마마마.
원빈 : (공손히 고개를 숙이며) 망극하옵니다.
혜경궁 : (흐뭇한 얼굴로 두 사람을 보며)
         이리 두 사람이 함께 있는 것을 보니 내 마음이 흡족합니다.
         원빈에게는 모든 것이 어렵고 낯설 것이니
         부디 중전이 잘 이끌어 모쪼록 우애있게 지내세요..
원빈 : (효의에게 공손히)
       소첩, 성심을 다해 중전마마를 따르고 모시겠사옵니다.
효의 : 자네가 그리 말해주니 고맙네.
       허나, 지금은 무엇보다 왕실의 후사를 잇는 것이 중요한 때니
       자네는 전하를 잘 보필해야 할 것이네.
원빈 : (조금은 어두워지고)
효의 : (의아하다)
혜경궁 : 원빈...어째서 말이 없는 것이요?
원빈 : (조심스럽다)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소첩 또한 그리 하고 싶사옵니다.
       하오나, 전하께 소첩이 많이 부족한 듯 하옵니다.
효의 : .....!!!.....
혜경궁 : 그게...무슨 말이오? 원빈.

                        혜경궁, 효의, 당혹스러운 얼굴로 보고.
                        원빈, 어두운 얼굴로 시선을 떨군다.

#24. 동. 밖. 낮

                        효의, 원빈이 나오고.
                        원빈, 효의에게 예를 갖추고 움직이려는데.

효의 : (굳은 표정) 자네, 잠시 나 좀 보세.
원빈 : ....?!....

                        효의, 굳은 얼굴로 원빈을 보고.
                        이상궁, 김상궁, 최상궁, 무슨 일인가 싶어 보고.

#25. 효의 처소. 낮

                        효의, 원빈, 있다.
                        효의, 꾸짖는 것은 아니고 위엄 있게 타이르는 투로 말한다.

효의 : 전하께서 처소에 들지 않으신 것을
       어찌 어마마마께 고한 것인가?
       그것이 공연한 분란이 될 수도 있음을 몰라 그런 것인가?
원빈 : 송구하오나
       소첩, 다만, 어마마마께서 까닭을 물으시기에
       감히 거짓을 아뢸 수가 없었사옵니다. 마마.
효의 : (OL) 왕실에 들어온 이상,
       무엇보다 가리고 살펴야 할 것이 바로 말이네.
       헌데, 어찌 왕실의 여인이 되어
       마음의 말을 다 주워 담으려 하는 것인가?
원빈 : 송구하옵니다, 중전마마.
효의 : 내 오늘 일은 자네가 아직 법도를 몰라
       저지른 실수라 여기고 그냥 넘어갈 것이네.
       허나, 다신 이런 일이 없도록 유념 또 유념해야 할 것이네.
원빈 : (마음 상하지만, 깍듯하게) 명심하겠사옵니다, 중전마마.
효의 : ........

                         원빈, 고개를 떨구고,
                         효의, 그런 원빈을 조금 걱정어려 바라보는데...

#26. 도화서. 대화실. 낮

                         이천과 탁지수..송연 등 화원들이 그림을 그리고 있고
                         한 쪽에선 다모들이 있고
                         이 때, 그림을 그리고 있던 이천.
                         그리던 그림을 찢어버리면서..

이천 : 아냐!! 이건 아니야!!

                         탁지수와 송연..그리고 다모들, 놀란 얼굴로
                         이천을 보는데..

탁지수 : 자네 왜 이러나?
이천 : (손으로 머리를 감싸쥐고 괴로운 표정) 이건 쓰레기야!!
       쓰레기!!

                         이천이 갑자기 밖으로 나가는데..
                         다들 놀라고 의아한 눈빛인데..

탁지수 : (송연을 보고) 이화사가 왜 저러는지 아느냐?
송연 : 모르겠습니다.
탁지수 : 내 생각엔 어진화사에 떨어진 것 때문에
         충격을 받아 저러는 듯 싶구나.
         (혀를 끌끌 차면서..)
         사람이 제 능력 이상으로 욕심을 부리면 저리 되는 것이다.
송연 : ...

#27. 도화서. 소화실. 낮

                         송연이 들어오고 앉아 있는 이천에게 다가간다.

송연 : ..나으리.
이천 : ....
송연 : 송구합니다.
이천 : 뭐가 송구하다는 것이냐?
송연 : 저 때문에 나으리께서 어진화사를 맡을 기회를 놓쳐 버리셨잖아요.
이천 : (고개를 젓는다.OL)
       아니다. 아냐! 송연아, 그게 아니야!
송연 : ...?
이천 : (괴로운) ..난 헛살았다. 헛살았어.
       그동안 내가 그린 그림은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쓰레기였단 말이다.
       이제 난...어찌 살아야 할 지..
       무슨 목표로 살아야 할 지 모르겠구나.

                         이천..다시 머리를 감싸쥐고 괴로운데..

송연 : ???

#28. 음담 선생 집. 마당. 낮

                         이천이 마당 일각에 무릎을 꿇고 있다.
                         이 때, 마당으로 들어서는 음담.

음담 : 뭔가?
이천 : 저를 제자로 받아 주십시오.
음담 : 제자?
       내가 뭐라고 제자를 둔단 말인가?
       난 가르칠 게 없네. 돌아가게.

                         음담이 방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이천 : (OL) 스승님! 저는 스승님께서 저를 받아주실 때까지
       이 자리에서 꼼짝도 않겠습니다.
음담 : 그거야 자네 맘대로 하게.

                         음담이 방으로 들어가버리는데..

이천 : ....!!

                         (시간 경과)

                         밤이 되고..어두워진 마당에 여전히 무릎을 꿇고 있는
                         이천.
                         무릎이 저린 지..고통스러운 표정인데..

이천 : ..스승님!!
음담 : ..
이천 : 스승님!!

#29. 동. 방. 안. 밤

                         방 안엔...음담이 그리던 그림이 널려 있고..
                         쓰러진 술병들.
                         음담이 잠들어 있다. 코를 골면서 자고 있는 음담.

#30. 동. 마당. 아침

                         이천이 여전히 무릎을 꿇고 있는데..
                         밤새 추위 때문에...파랗게 질린 얼굴이 초췌하다.
                         이 때, 방 안에서 나오는 음담.

이천 : ...!!

                         음담, 마당으로 나와서 이천을 바라보는데..

음담 : 내게 배우고 싶은 게 뭔가?
이천 : 스승님 그림에서 저는 자유로운 영혼을 봤습니다.
       저의 억눌린 정신을 스승님께서 일깨워 주십시오.
음담 : ..그만 일어나게.
이천 : ....!!

                         자리에서 일어나는데...다리가 저려서 어쩔 줄 모른다..
                         고통을 참으며 음담을 본다.

음담 : 내 제자가 되려면 버려야 할 것이 많은데 감당할 수 있겠나?
이천 : (OL) 스승님! 뭐든 말씀만 하십시오.
       스승님이 버리시라는 것은 모두 버리겠습니다.
음담 : 따라 오게.

                         음담이 집 밖으로 나가려고 하면..이천이 그런 음담을
                         가로막고..

이천 : 어디로 가시는 겁니까?
음담 : 우선 자네 몸과 혼에 찌들어 있는 세속의 욕망부터
       씻어야겠네.
이천 : ...?....욕망??

                         음담이 밖으로 나가면..이천, 멍한 얼굴로 음담을 보는데..

이천 : 세속의 욕망..욕망...욕망..
음담 : (E) 뭐하는가?
이천 : (얼른 따라가며) 예!! 스승님!!

#31. 편전. 앞. 낮

                         편전 앞에 남사초가 있고.
                         홍국영이 궐 일각에서 걸어온다.
                         그 때, 남사초가 홍국영을 발견하고.

남사초 : 윤대에 드는 것인가?
홍국영 : 예....

                         하고 홍국영, 안으로 들려는데..

남사초 : 홍승지! 잠깐 기다리게.
홍국영 : (멈칫, 보면)
남사초 : 오늘은 돌아가는 것이 좋겠네.
홍국영 : ...?!...
남사초 : (난처한데)
홍국영 :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돌아가라니요?
남사초 : 실은, 오늘 윤대에 자네를 들이지 말라는 전하의 하명이 계셨네.
홍국영 : 예에...?!
남사초 : (난처한데)
홍국영 : 저를 들이지 말라 하셨다니요?
         대체, 무엇 때문에 그 같은 하명을 하셨단 말씀이십니까?

                         남사초, 난처한 얼굴이고.
                         홍국영, 당혹스러운 얼굴로 남사초를 보다가
                         이내 편전 쪽으로 시선을 주는데. 그 위로.

산 (소리) : 윤대를 시작하겠소.

#32. 동. 편전. 안. 낮

                         장태우, 최석주, 홍봉한, 채제공, 민주식 등을 비롯한
                         대신들, 모두 자리해 있다.

채제공 : 송구하오나 전하! 도승지 홍국영이 아직 입시를 하지 않았사온데..
산 : 홍승지는 오늘 윤대에 참석치 않을 것이오.
다들 : ...!!...

                         뭔가. 다들 술렁이는데...

산 : 오늘 윤대에서는 도성의 물가가 치솟는 문제에 대해 논의할 것이오.
     허니, 먼저 호판께서 말씀해 보시오.
중신1 : 예...전하...

                         보면, 산...굳은 표정으로 채제공의 옆 자리..빈 곳을
                         바라보는데....

#33. 숙위소. 앞. 낮

                         대수, 강석기, 서장보, 경계를 서고 있는데.
                         그 때, 홍국영이 걸어온다.
                         세 사람, 의아한 얼굴로 홍국영을 본다.

서장보 : 영감!
홍국영 : (보고)
대수 : 윤대에 드신다며 나가지 않으셨습니까?
       헌데, 왜 이리 금방 돌아오시는 것입니까?

                         홍국영, 대답 없이 굳은 얼굴로 그냥 안으로 들어간다.
                         세 사람, 의아한 얼굴로 보는데...

강석기 : 왜 저러시나? 대전에서 무슨 일이 있으셨나?

                         대수, 강석기, 서장보,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갸우뚱하는데.

#34. 숙위소 집무실. 낮

                         홍국영, 천천히 들어와 자리에 앉는다.
                         그 위로.

남사초 (소리.E) : 전하께서 따로 찾으시기 전까지
                  당분간 윤대에 들지 말라는 전하의 명이시네..

                         홍국영, 대체 무슨 일일까..전하께서 왜
                         그런 명을 내리신 것인가..
                         당혹스럽고 씁쓸하다. 굳은 얼굴로 이내 이를 악무는데.

#35. 도화서. 마당. 낮

                         박영문과 강두치, 그리고 화원들이 모여 있는데..
                         그 앞에 탁지수가 있고.

박영문 : 그게 무슨 소린가? 이화사가 연락이 안 된다니?
탁지수 : ..집에도 아무 기별이 없이 안 들어오고 있답니다.
강두치 : (박영문을 보고) 뭐 잘못된 게 아닐까요?
박영문 : 그럴 리가 있나.. 좀 더 기다려 보세.
강두치 : (탁지수를 보고) 그럼, 이화사가 하기로 했던 기기(器機)
         도형 그림 정리를 탁화사, 자네가 해야겠네.
         다모들 데려가서 얼른 끝내게.
탁지수 : 예..나으리.

                         두 사람, 한 쪽으로 가면..

탁지수 : 이 인간은 대체 어디로 도망을 간 거야?!!

#36. 도화서. 대화실. 낮

                         탁지수, 초비, 송연, 미수, 세모, 시비,
                         창고 정리를 하고 있다.
                         다모들, 종이들을 한 쪽으로 옮기고.
                         탁지수, 장부를 들고 이를 살핀다.
                         초비, 종이 뭉치를 바닥에 내려놓으려 하자..

탁지수 : (초비에게) 그 주본지는 어람용에 쓰이는 귀한 것이니
         제일 위쪽에 올려놓거라.
초비 : (올리려 하는데 키가 안 닿는다) 나으리...좀 도와주세요.
탁지수 : (귀찮다) 장부를 살피는 것이 안 보이느냐?
초비 : 그게...손이 닿질 않아서요.
탁지수 : (하는 수 없이) 너는, 남들 다 클 때 뭐했느냐?

                         초비, '다들 귀엽다 그러는데...' 하며 입을 내미는데.
                         탁지수, 초비의 종이를 낚아채서 올려 놓으려다가
                         다른 것을 잘못 건드려 우당탕 떨어뜨린다.
                         떨어진 종이 뭉치에 정통으로 머리를 맞은 탁지수.
                         다모들, 고소하다는 듯 웃는데.
                         탁지수, 왜 웃느냐며 신경질을 내는데.
                         그 때. 최상궁이 들어온다.

최상궁 : 여기...다모 성송연이란 아이가 있느냐?
다들 : (놀라 송연을 보고)
송연 : .........마마님, 접니다.
최상궁 : (송연을 보고) 네가 성송연이냐?
송연 : 예, 마마님.

                         송연, 무슨 일인가...의아한 표정으로 보는데...

#37. 동. 마당. 낮

                         최상궁, 나인들을 이끌고 가고.
                         송연, 그 뒤를 따라간다.
                         뒤에서 이를 지켜보는 탁지수, 초비, 미수,
                         세모, 네모, 시비..

미수 : 이번엔 또 원빈마마야?
       아니, 무슨 송연이가 동네 멍멍이도 아니고...
       마마님들께선 왜 이리 송연일 찾으시는 거야? 어?
초비 : (끌끌) 이번엔 진짜...송연이가 머리채를 뜯기러 가는구나.
세모 : 뭐어?
다들 : ....!....
초비 : 송연이가 전하와 그렇고 그런 사이란 걸
       궐 안에 모르는 나인들이 없을텐데...
       원빈마마라고 모르시겠니?
       내 장담하는데 이번엔 분명 송연이 머리채가 죄 뜯겨서 돌아올걸?
시비 : 난 이제 송연언니 그만 부러워할래요.
       맨날 여기저기 불려가고...고생하고...
탁지수 : (OL) 그러게 말이다.
         송연이 인생은 어찌 저리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는겐지...
네모 : 송연아! 제발 살아서 돌아와라.

                         가는 송연의 뒷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도화서 사람들.

#38. 원빈 처소(효의 처소 반대편 전용). 낮

                         원빈이 굳은 표정으로 앉아있는데..
                         그 때. '마마, 최상궁이옵니다.' 하는 소리 들리고.

원빈 : 들어오거라.

                         이내, 문이 열리고 최상궁과 송연이 들어온다.

원빈 : 자넨 나가보게.
최상궁 : 예, 마마.

                         최상궁, 나가고.
                         송연, 원빈을 긴장어린 얼굴로 보는데.

원빈 : 거기 앉거라!
송연 : ..예, 마마.. (하고 앉고)
원빈 : 듣던대로 아주 곱구나...
송연 : (무슨 말인가 보는데)
원빈 : 넌 나를 처음 보겠지만
       난 너에 대해 아주 많은 말을 들었다.
송연 : ....!....
원빈 : 그 중엔, 참으로 기막힌 말도 있더구나.
       중전마마께서 너를 후궁에 들이려 하셨다는데
       그것이 사실이냐?
송연 : (당혹) ...마마...그것은...(흐리는데)
원빈 : (OL) 왜? 대답하기가 곤란한 것이냐?
송연 : 마마...(하는데)
원빈 : (OL) 허면, 전하께서 내가 궁에 들어오던 지난 밤
       너를 찾으셨다 하던데...
       어떠냐? 그것이 사실이냐?
송연 : ....!!....
원빈 : 나는 고작 아랫것들의 입방아에나 오르고자
       궐에 들어온 것이 아니다.
       헌데, 일국의 후궁인 내가
       너로 인해 위신이 말이 아니게 되었다.
       나만 지나가면 숙덕이는 소리에 귀가 다 아플 지경이야!!
송연 : ....!....
원빈 : 하여, 내 사실을 알고자 널 부른 것이다.
       허니, 나를 능멸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반드시 이 자리에서 사실을 고해야 할 것이다. 알겠느냐?
송연 : ....!....

                      송연, 난감한 얼굴로 어찌할 줄을 몰라 하는데.
                      그 때, 문이 벌컥 열린다.
                      원빈과 송연, 놀라 보면....효의가 들어온다.

효의 : (노여운 채) 대체 이게 무슨 짓이오? 원빈.
원빈 : (놀라 일어선다) 마마...!
송연 : (역시 일어서며) 중전마마..!
효의 : 송연이 너는 그만 돌아가거라.
송연 : 마마..
효의 : (OL) 돌아가 있으라 하지 않느냐?
송연 : (하는 수 없이) 예, 마마...

                      송연, 일어나 나가고.
                      효의, 노한 얼굴로 원빈을 보고,
                      원빈, 당혹스러운 얼굴로 그런 효의를 보는데.

#39. 동. 밖. 낮

                      송연, 안에서 나오고.
                      약사발을 든 김상궁, 그런 송연을 못마땅한 듯 보고.
                      송연, 시선을 피해 고개를 떨군 채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40. 동. 안. 낮

                      효의, 원빈과 있다. 효의, 상석에 앉고..

효의 : 저 아이가 어찌 자네 처소에 있는가?
원빈 : 마마.....(하는데)
효의 : (OL) 대체 이게 어찌 된 일이냐 물었네!
원빈 : 송구하오나..
       저는 중전마마께서 이리 노여워하시는 까닭을 모르겠사옵니다.
효의 : 뭐...?
원빈 : 중전마마께서도 저 아이와 전하에 대해
       궐 안에 떠도는 소문을 들으셨을 것이 아니옵니까?
       하여, 그것이 사실인지 알고 싶었을 뿐이옵니다.
       전하를 보필하자면 제가 어찌해야 할 지 알아야겠기에(하는데)
효의 : (OL) 듣기 싫네!
       자네가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건가?
원빈 : 마마....
효의 : (OL) 뭐라 둘러대도, 자네가 한 짓은 투기에 지나지 않네!
       내 그리 살피고 조심하라 일렀거늘
       이제 갓 입궐한 자네가 어찌 이런 망극한 짓을 한단 말인가?
원빈 : (억울하다) 투기라니요? 마마.
       당치 않으시옵니다.
       어찌 그리 말씀하시옵니까?
효의 : (엄한 얼굴OL) 내 자네가 이런 줄도 모르고,
       손수 탕약까지 다려 왔으니...(하고)
       아무래도 안 되겠네. 내 자넬, 엄히 가르쳐야겠어!
원빈 : ....마마....
효의 : 내일부터, 내훈(인수대비가 지은 내명부 지침)을 들고 내 처소로 오게.
       자네가 아녀자의 도리를 깨치지 못한 듯 하니
       내 직접 자넬 가르칠 것이네. 알겠는가?
원빈 : ....!!....

                     효의, 차가운 얼굴로 보고 일어나 나간다.
                     따라 일어서는 원빈, 모멸감과 억울함에 눈가 붉어진다.

#41. 동. 밖. 낮

                     효의, 나오는데..
                     보면, 홍국영이 굳은 얼굴로 서 있다.
                     효의, 멈칫..그런 홍국영을 보는데..
                     홍국영, 굳은 얼굴로 효의에게 예를 갖춘다.

홍국영 : 마마...
효의 : 자네가 내 영을 어기고 누이를 궐에 들였을 땐
       그만한 덕을 깨우쳐 보낸 것인 줄 알았네.
       헌데, 내 아무래도 자넬 잘못 본 것 같네.
홍국영 : ...!!...

                     효의, 홍국영을 차갑게 보고 가면...
                     홍국영, 착잡한 표정이 되는데...

#42. 원빈 처소. 낮

                     들어오는 홍국영.
                     원빈, 분하고 억울한 마음에 눈물을 흘리고.

홍국영 : (앉으며) 마마..
원빈 : 전 제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라버니.
       흉흉한 소문에 마음이 쓰여 알아보려 한 것인데
       그게 뭐가 그리 잘못된 것이옵니까?
홍국영 : .......
원빈 : 내훈을 가져와 가르침을 받으라니요?
       어찌 저한테 그런 하명을 하실 수 있습니까? 오라버니.
       그깟 다모 아이 하나 불러들인 것이
       아랫것들 앞에서 이런 망신을 당할만큼
       그런 대죄란 말입니까?
홍국영 : 마마...
원빈 : (분하다) 투기를 하는 것은 제가 아니라 중전마마십니다.
       필시 후궁으로 들어온 제가 못마땅해 저러시는 게
       분명합니다, 오라버니...
홍국영 : ........

                     원빈, 분이 풀리지 않아 눈물을 쏟고.
                     홍국영, 그런 원빈을 착잡한 얼굴로 본다.

#43. 편전. 앞. 낮

                     산, 남사초, 박상궁과 나인들 이끌고 온다.
                     편전 앞에 채제공이 있고.
                     채제공, 산에게 예를 갖춘다.

산 : 왜 나와 계십니까, 대감.
채제공 : 아뢸 말씀이 있사옵니다, 전하..
산 : 무엇입니까? 말씀해보세요.
채제공 : 지금 편전에 홍승지가 들어 있사옵니다.
산 : 홍승지가 들어 있다니요?
남사초 : ....!....
산 : (남사초에게) 자네, 홍승지에게 당분간 윤대에 들지 말라는
     내 명을 전하지 않은 것인가?
남사초 : 아니옵니다, 전하.
         소신, 분명 전했사옵니다.
산 : ......

                     산, 굳은 얼굴로 편전을 보는데.

#44. 편전. 안. 낮

                     장태우를 비롯한 노론들, 다 모여 있고
                     홍국영도 자리에 있다.
                     그 때, '주상전하 납시오!' 하는 소리와 함께
                     산이 들어온다. 모두들 예를 표하고.
                     산, 그 가운데에 있는 홍국영을 굳은 표정으로 본다.
                     이내 어좌에 앉는 산.
                     홍국영, 일어나 옆에 놓았던 서안을 산 앞에 올린다.

홍국영 : 오늘 윤대에서 논의할 사안들이옵니다. 전하.
산 : (담담하게) 홍승지.
홍국영 : (보고) 예, 전하.
산 : 자넨 나가 있게.
홍국영 : ....!!!....

                     산의 말에 대신들, 모두 술렁이고.

홍국영 : (당혹OL) 하오나, 전하..(하는데)
산 : (OL) 그리하도록 하게.
     내 하명을 받았다 들었네.
     허니, 당분간 윤대는 들지 말게.
홍국영 : ...!!...
다들 : ...!!...

                     홍국영, 극심한 당혹감과 섭섭함을 느끼고...
                     산, 그런 홍국영을 굳은 얼굴로 본다.
                     대신들, 모두 홍국영을 보며 웅성이고.
                     홍국영, 이내 더는 어쩌지 못하고 예를 표하고 나가고.
                     산, 가는 홍국영을 착잡한 얼굴로 보는데...

#45. 동. 밖. 낮

                     홍국영, 굳은 표정으로 나온다.
                     짙은 모멸감과 서운함에 이를 악물고 편전을 바라보는데.

#46. 숙위소 집무실. 낮

                     대수, 강석기 있는데.
                     그 때, 서장보가 급히 들어온다.

서장보 : 자네들 들었나?
강석기 : 뭘 말인가?
서장보 : 전하께서 홍승지 영감을 편전에서 나가라 하셨다네.
대수 : 예에?
강석기 : ....!....
대수 : 아니, 전하께서 뭐 때문에 그리하신단 말입니까?
서장보 : 왜, 일전에 중신들 끌어낸 것 때문에
         전하께서도 많이 노하신 모양이더라...
대수 :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편전에서 나가라 하실 필요까진 없는 거 아닙니까?

                     대수, 서장보, 강석기, 당혹스런 생각에 잠기고.

#47. 편전. 앞. 낮

                     홍국영, 울분을 참으며 서 있다.
                     윤대가 끝나고 중신들이 나오고.
                     중신들, 그런 홍국영을 보며 웅성인다.
                     장태우, 홍국영을 냉소 띤 얼굴로 보고 지나치는데.
                     그 뒤를 따르던 민주식, 이내 멈춰 선다.

민주식 : 자고로 가을이 깊으면, 열매가 떨어지기 마련이지요.
홍국영 : (...!...보고)
민주식 : 헌데, 홍승지께선
         채 여름도 못 보고 땅에 떨어지게 생기셨습니다.
홍국영 : ....!!....

                     민주식, 냉소어려 보고.
                     홍국영, 분에 찬 얼굴로 이를 악문다.

#48. 산의 원탁 집무실(동궁전). 밖. 마당. 밤

                     홍국영, 남사초 있다.
                     홍국영, 격앙된 얼굴이다.

홍국영 : 전하를 뵈야겠습니다. 고해주십시오.
남사초 : (난처하다) 지금은 번암대감께서 들어계시네.
         허니, 다음에 다시 오게.
홍국영 : (그대로 무릎을 꿇고) 전하...홍승지이옵니다..
남사초 : 이보게..
홍국영 : 전하...소신, 전하를 배알하기를 청하옵니다..
         부디 윤허하여 주십시오...

#49. 산의 원탁 집무실. 밤

                     산, 채제공과 있다.
                     '전하, 소신,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하는
                     홍국영의 목소리 들리고. 산, 채제공, 굳은 얼굴로 있다.

채제공 : 전하..
산 : (담담한 시선을 들어 보는데)

#50. 동. 밖. 낮

                     홍국영, 무릎을 꿇고 앉아있고..
                     절대 움직이지 않을 결연한 기세.
                     남사초, 난감한 얼굴로 보는데.
                     그 때, 안에서 채제공이 나온다.
                     홍국영, 채제공을 보고.

채제공 : 들어가 보게.
홍국영 : ...!!...

#51. 산의 원탁 집무실. 밤

                     산과 홍국영이 있다.
                     홍국영, 감정이 다스려지지 않는 착잡한 얼굴이고..
                     산...그런 홍국영을 담담하게 바라보는데..

산 : 앉게..
홍국영 : (자리에 앉는다) .....
산 : 그래, 내게 할 말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홍국영 : ....!!....
산 : (가만, 바라보는데)
홍국영 : (와락, 섭섭하다) 전하, 소신이 아뢸 말씀이 무엇인지....
         정녕, 그것을 모르시어
         소신에게 물으시는 것이옵니까?
산 : .......
홍국영 : (감정 격해져서)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전하.
         어찌하여 소신을 편전에서 내치신 것이옵니까?
         어찌하여 소신을 윤대에서 나가라 하신 것이옵니까?
산 : (담담하게) 내가 그리한 까닭을 모르겠는가?
홍국영 : 예, 전하. 소신은 모르겠사옵니다.
         외람되오나 만약 소신에게 잘못이 있어
         이를 벌하려는 것이라면.....
         이리 하실 것이 아니라
         차라리 소신을 불러 꾸짖으셔야 하는 것이 아닐런지요?
         소신, 전하께 그리 해 주시길 기대하는 것이
         정녕 그릇된 것이옵니까?
산 : (OL) 아닐세. 자네 말대로 자넬 꾸짖을 거라면
     따로 불러서 일렀어야겠지.
홍국영 : ....!....예?
산 : 허나, 내 그리하지 않은 것은
     마땅히 자넬 질책할 일이 없어서였네.
홍국영 : ....!!....
산 : (담담하게 보는데)
홍국영 : (당혹스럽다) ...하, 하온데...어찌(하는데)
산 : 내가 요 며칠 자넬 편전에 들지 말라 한 것은
     자넬 벌하려는 게 아니라 보호하기 위함이었네.
     그걸 몰랐는가?
홍국영 : ....!!....
산 : .......
홍국영 : ....전..하!!
산 : 일전에 자네가 노론 중신들의 신검을 엄히 하여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알 것이네.
     물론, 그 일은 보기에 따라서는 지나쳤다고 볼 수도 있네.
     허나, 알아보니 그 외에 것들은...
     자네가 정도에 어긋나게 처리한 것이 하나도 없더군.
홍국영 : ...!...
산 : 허나, 자네가 편전에 든다면
     잔뜩 약이 올라 있는 노론 벽파 중신들이 자넬 몰아세울 것이고
     난, 다만 자네가 저들의 공연한 입방아에 오르는 걸
     원치 않아 자넬 내보낸 것이네.
홍국영 : ....!!....
산 : (담담한 미소) 어떤가?
     이만하면 내가 자넬 굳이 편전에 들지 말라 한 까닭을
     납득할 수 있겠는가?
홍국영 : ...!!...
산 : .......
홍국영 : 소..송구하옵니다, 전하...
         소신....전하의 그런 깊은 성심을 미처 알지 못하고
         이처럼 망극한 언행을 저질렀습니다.
         소신이 아둔하였습니다.
         미욱하고 어리석은 소신을 부디 용서해주십시오, 전하.
산 : (OL) 아닐세.
     내 자네가 마음을 다치기 전에 미리 언질을 주었어야 했는데
     그저, 말하지 않아도 총명한 자네가
     내 뜻을 다 알아줄 거라 생각한 걸세.
     다 내가 부족했던 것이네.
홍국영 : (....!!....) 전하....
산 : 이왕 말이 나온 김에 내 한 마디만 더 하겠네.
홍국영 : ...!...
산 : (따뜻하게) 자네는 내가 마음으로 깊이 아끼는 신하일세!
     내 그것을 자주 말하지 않아도
     자네가 그것을 알아 주었으면 좋겠어.
     그리고, 그런 마음이 있기에
     난 자네가 공연한 구설에 오르는 것이 싫네!
     이왕이면 공명하고 정대한 처사로
     나보다 더 많은 이들의 칭송을 받았으면 좋겠어...
홍국영 : ....전하...!
산 : 궐 안 중신 모두와 이 나라 만백성이 자넬 주시하고 있네.
     허니, 앞으로 그리하자면
     자네의 처신에 좀 더 신중과 조심을 기해야 할 것이네..알겠는가?
홍국영 : 예...전하....
         소신, 전하의 그 말씀을 잊지 않겠사옵니다.
산 : (미소 지으며 보고) 고맙네.
홍국영 : (감격에 차 오르는데)
산 : (짐짓 장난스럽게) 그나저나 내 며칠 자넬 쉬게 해 줄 참이었는데....
     이리 찾아왔으니 도리가 없군.
     자넬 이리 보니 다시 부려먹고 싶어지니 말이야.

                     하고, 홍국영의 앞으로 서안 하나를 내미는데..

산 : 살펴 보게.
홍국영 : 이것이...무엇이옵니까? 전하.
산 : 다음 달 윤대에서 발표할 윤지네.
홍국영 : (살펴본다, 그러다가 놀라는데) 전하....이것은.....
         노비 제도를 혁파하시겠다는 윤지가 아니옵니까?
산 : 그렇네. 나는 조정이 안정을 찾는대로
     곧, 이 나라의 노비 제도를 개혁할 것이네.
홍국영 : ...!...
산 : 지금 팔도에는 양반의 수탈에 견디지 못해
     도망간 노비들이 넘친다 들었네.
     헌데도 양반들은 이들을 추쇄(도망한 노비를 쫓음)하고
     이웃과 일가에게 밀린 신공을 받아내니
     어찌 이를 묵과할 수 있겠는가?
홍국영 : ..전하...
산 : 하여, 나는 잔인한 노비 추쇄를 금할 뿐 아니라
     노비 제도 자체를 혁파하여 그들의 신분을 양인으로 올릴 것이네.
     그리 한다면, 그들의 신분이 달라져
     저들에 대한 양반들의 가혹한 수탈을 막을 수 있을 것이야.
     그러면 나라의 살림도 안정이 될 것 아닌가?
홍국영 : 하오나, 노비는 양반들의 재산입니다.
         저들이 결코 쉽게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옵니다.
산 : (담담히) 언제 우리에게 쉬운 일이 있었는가?
     그런 이유로 물러선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야...(하고)
     신분의 굴레에 갇혀
     평생을 수탈 속에 신음해 온 노비들 또한
     내가 살펴야 할 소중한 내 백성들이네...

                       산, 결연한 눈빛을 빛내고.
                       그런 산을 보는 홍국영의 시선.

#52. 민주식의 집. 외경. 밤

#53. 동. 방. 안(사가 방 안 전용). 밤

                       민주식과 노론 중신 몇몇이 있다.

민주식 : 조정에 등용된 서얼들로 인해
         대감들께서 곤란한 일이 아주 많으시다 들었습니다.
중신1 : 이를 말인가?
        감찰이다, 보고다, 해서 사사건건 간섭하려 드니
        서얼 주제에 주상의 신임을 믿고 날뛰는 꼴이
        가관도 보통 가관이 아닐세.
민주식 : 허나, 이건 겨우 시작일 뿐입니다.
         대감들께서도 보시지 않았습니까?
         결코 서얼 뿐이 아닐 것입니다.
         주상께선 분명 다른 걸로, 우리 숨통을 조여 오실 것입니다.
중신2 : 허면, 어찌 하면 좋겠는가?
민주식 : 주제를 모르고 날뛰면 어찌 되는 지 보여줘야지요.
중신들 : ....!....
민주식 : 우리 노론이 백 년을 공들여온 조정입니다.
         허니, 잡초들이 더 무성해지기 전에
         그 뿌리를 도려내야 할 것입니다.
중신들 : ....!!....

                  민주식, 서늘한 눈빛을 빛내는데.

#54. 궐. 일각. 낮

                  송연, 초비가 온다.

#55. 독서당. 낮

                  송연, 초비, 어진을 그릴 준비를 하고 있다.
                  거의 다 완성되어 있는 어진의 밑그림.
                  송연, 그 위에 흰 비단을 펼치고,
                  초비, 곁에서 안료를 준비하고 있다.

초비 : 지난번엔 너 혼자 들었는데
       벌써 밑그림이 완성됐으니
       이젠 비단에 옮겨 그리기만 하면 되겠다.
송연 : (가만, 미소를 짓고) 네.. 오늘은 언니가 많이 도와주세요.
초비 : 걱정마. 내가 이래뵈도 도화서 최고의 수종 다모 아니니?
       (하며 준비된 안료를 살피다가, 순간 놀란다) 어머..어떡해...
송연 : 왜 그러세요?
초비 : (당혹) 흉배에 쓰일 금가루가 없어!
       도화서에 놓고 왔나봐...
송연 : (침착하게) 궐 안 도화서에 있을 거에요...
       제가 가서 가져올게요.
초비 : (OL) 아냐! 화원인 네가 자릴 비우면 어떡하니?
       내가 갔다 올게!

                  초비, 정신없이 급히 나가고.
                  송연, 그런 초비를 보다가 이내 다시 비단에
                  비치는 밑그림을 살핀다. 옅게 비치는 산의
                  모습을 먹먹한 얼굴로 가만, 손으로 쓸어보는데.
                  그 때, '주상전하 납시오.' 하는 남사초의 목소리 들리고.
                  보면, 문이 열리고 산이 안으로 들어선다.
                  송연, 얼른 고개를 조아리는데...
                  보면,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어색한 침묵..
                  산, 그런 송연의 모습을 담담히 바라보다가
                  어진 위에 깔린 비단을 보고.

산 : 벌써...채색을 마무리 하려는 것이냐?
송연 : (멈칫, 그러다가) 예, 전하.
       배알하여 그리는 것은 오늘로 끝을 맺게 될 것이고
       어진은 내달이면 완성될 것이옵니다.
산 : (쓸쓸한) 그래?
     공연히 나로 인해 일을 서두른 것은 아닌지 모르겠구나..
송연 : ...!!...
산 : 생각보다 어진 작업이 빨리 끝나 묻는 것이다.
     독서당에 드는 것이 불편하여 그런 것이냐?
송연 : (OL) 다..당치 않으시옵니다. 전하.
산 : (바라보고)
송연 : ........
산 : 혹, 일전의 일이 마음에 쓰여 그런 것이라면
     애쓸 것 없다, 송연아.
송연 : ...!...
산 : 내 너의 뜻을 알았으니 전처럼 널 다시 편히 대할 것이다.
     허니, 너도 그리해줬으면 좋겠구나.
송연 : ....!....

                  산, 가만,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이내 어좌에 앉고.
                  송연, 마음 아픈 얼굴로 그런 산을 보다가 시선을 떨구는데.

산 : 시작하거라.
송연 : 예, 전하.

                  송연, 애써 마음을 다잡고 가만, 붓에 먹을 찍고.
                  그런 송연을 바라보는 산의 눈빛이 조금 떨려온다.
                  화면 바뀌면...
                  밑그림을 따라 비단 위에 윤곽선을 비롯한,
                  곤룡포의 흉배 문양이 섬세하게 그려져 있다.
                  초비, 금가루를 아교에 개어 니금(泥金)을 만들고 있고,
                  송연, 붓에 니금을 묻혀 섬세하게 흉배에 채색을 한다.
                  금빛 찬연한 색이 비단에 닿아 빛을 내고.
                  그런 송연의 손길을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산.
                  송연, 이내 고개를 들면, 두 사람, 시선이 마주치고.
                  산, 가만, 미소를 지어 보인다.
                  송연, 차마 산을 더 바라보지 못하고 시선을 내려
                  다시 채색을 하는데, 마음 끝이 아려온다.
                  어느 새 붉어지는 송연의 눈가.
                  산, 그런 송연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그렇게 마주 서 있지만, 닿을 수 없는 거리에서
                  서로를 바라볼 수 밖에 없는 두 사람...
                  그 안타까운 모습이 오래 비춰진다.

#56. 동. 앞. 밤

                  남사초, 박상궁, 나인들과 있는데...
                  이 때, 혜경궁, 굳은 얼굴로 이상궁, 나인들을 대동하고 온다..
                  남사초, '마마!' 하면서 예를 표하는데...

혜경궁 : 주상께서 독서당에 계시다 들었네. 고해주게.

#57. 독서당. 밤

                  산과 혜경궁이 마주 앉아 있다.

혜경궁 : 주상...대체 어쩌자고 이리 하시는 것입니까?
         아직 원빈의 처솔 한 번도 찾지 않으시다니요?
         왕실에 후궁을 들인 까닭을
         주상께서 정녕 몰라 이러시는 것입니까?
산 : ........
혜경궁 : 헌데, 내 알아보니 그보다 더욱 기막힌 것이 있더군요.
         그 날, 주상께서 초야를 치르지 않은 것이 그 도화서의..(하는데)
산 : (듣고싶지 않다, OL) 어마마마.
혜경궁 : (멈칫, 보면)
산 : 소자, 어마마마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 것인지
     잘 알고 있사옵니다.
     그리고 다신 그 일로 어마마마의 심기를 불편케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니 더는 심려하지 않으셔도 되옵니다.
혜경궁 : ....!....
산 : (가만, 그러다가) 소자, 오늘 밤......원빈의 처소에 들를 것입니다.
     그것이, 이 나라의 임금으로
     소자가 해야 할 일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허니, 부디 더는 아무 말씀도 말아주십시오, 어마마마..
혜경궁 : ...!...
산 : (착잡한 얼굴로 시선을 트는데)

#58. 원빈 처소. 앞. 밤

                  원빈, 상기된 얼굴로 나와 있고...
                  산이 밝지 않은 표정으로 남사초, 박상궁 등과 함께 온다.
                  산, 시선을 외면한 채..착잡한 얼굴로 처소로 들어가고...
                  원빈, 밝은 얼굴로 따라 들어간다.
                  보면, 남사초, 안타까운 얼굴로 처소를 올려다보는데....

#59. 궐. 일각. 밤

                  노인, 박제가를 비롯해 청년 1,2가 가고 있다.
                  일각에서 멈춰 서는 일행. 이내 일별을 하고.
                  '살펴 가십시오, 스승님.' '내일 보세.' 등의 인사말을 건네며
                  헤어지는데...
                  이 때, 그들을 은밀히 지켜보는 시선 느껴지고...

#60. 도성. 거리. 밤

                  어둠이 짙게 깔린 밤거리. 인적 없이 적막한데.
                  박제가가 청년 1,2가 간다.

청년1 : 이거 괴괴한 게 밤손님 만나기 딱 좋은 분위기로구만.
박제가 : 그 손님도 눈이 있으면,
         우리같은 빈털터리 서얼들은 사양할걸세...
청년1 : (웃으며) 자네 말이 맞네...
        되려 돈 몇 푼 쥐어줄지 모르니 난 눈 크게 뜨고 찾아봐야겠네...

                  박제가와 청년들 웃고. 이내 갈림길이 나오면.

청년1 : 우린 이 쪽 방향이네..
박제가 : 조심히 들어가게..

                  박제가, 청년들과 일별하고 걸음을 옮기는데.
                  그러다 인기척에 문득 뒤를 돌아본다.
                  보면, 사내 서넛이 서얼들이 간 쪽으로 가는 것이 보인다.
                  박제가, 무심히 다시 걸음을 옮기는데, 순간 멈칫 멈춰 선다.
                  아무래도 이상한 생각이 드는데.

#61. 동. 다른 일각. 밤

                  박제가, 어두운 밤길을 급히 가고.
                  그 때, 어디선가 둔탁한 몽둥이 소리와 신음 소리가 들린다.
                  급히 달려간다.

#62. 도성. 거리. 밤

                  박제가, 급히 달려와 보면,
                  청년 1,2들이 사내들에게 몽둥이세례를 받고
                  쓰러져 있다. 놀라는 박제가.

박제가 : 뭣들 하는 짓이냐?

                  사내들, 놀란 얼굴로 박제가를 보고.
                  청년들, 피범벅이 된 얼굴로 신음을 토해내는데.

박제가 : 네 놈들은 누구냐? 대체 누가 보낸 것이냐? (하는데)

                  바로 그 때, 박제가의 뒷덜미를 내려치는 몽둥이.
                  박제가, 이내 앞으로 고꾸라지고.
                  뒤에 서 있던 사내. '이 놈도 처리해라!' 하면,
                  사내들, 쓰러진 박제가를 끌고 간다.

#63. 노인의 집. 방. 안. 밤

                  노인, 방 안에서 서책을 쓰고 있다.
                  그 때, 밖에서 뭔가 툭!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고.

노인 : 누구냐? 밖에 누가 왔느냐?

                  그러나 아무 소리도 없고.
                  노인, 의아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64. 동. 마당. 밤

                  노인, 나와 보면 아무도 없다.
                  그러다 뭔가 이상해서 마당 뒤쪽으로 돌아가 보면,
                  아무도 없다. 갸우뚱하며 방 안으로 들어가는 노인.
                  잠시 후 나타나는 괴한 두 명. 서로 눈짓을 하고 사라진다.

#65. 도성. 거리. 밤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져 있는 박제가.
                  이내, 힘겹게 눈을 뜬다. 주변을 둘러보면 아무도 없고.
                  곁에 청년 1,2가 쓰러져 있고. 청년1, 힘겹게 쿨럭거린다.
                  박제가, 몸을 일으켜 다가간다.

박제가 : (청년1에게 흔들며) 자네 괜찮은가?
청년1 : (힘겹게) 난 괜찮으니...자넨 어서 스승님께 가 보게.
박제가 : ....!!....
청년1 : 필시 그 놈들이 스승님께도 갔을 것이네.
        스승님이 위험하시네!!
박제가 : ....!!!....

#66. 노인의 집. 밤

                  노인의 집이 불길에 휩싸여 있고.
                  사람들, 놀란 얼굴로 서서 이 모습을 보고 있다.
                  안에서 장정 몇몇이 노인을 데리고 밖으로 나오고.
                  '정신을 차려보라' 하는데, 노인,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다.
                  그 때, 힘겹게 몸을 이끌고 오던 박제가.
                  불길을 보고 경악하고. 이내, 사람들에 둘러싸인 노인을 보고
                  '영감..!!' 하고 소리치는데.
                  박제가, 뛰어가 노인을 부둥켜안는다.

박제가 : 영감!! 정신 차리십시오!! 정신 차리십시오, 영감!!
노인 : .........
박제가 : (절박하게 주위 사람들에게)
         뭣들 하시오. 어서 의원을 불러주시오...!!

#67. 궐. 일각. 낮

                  남사초, 다급한 얼굴로 간다.

#68. 산의 서재. 낮

                  산, 홍국영, 남사초 있다.

산 : (벌떡 일어서며) 제학과 검서관들이 변고를 당했다니?
     그게 대체 무슨 말인가?
남사초 :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지난 밤 검서관들이 괴한에게 피습을 당했다 하옵니다.
         그 뿐이 아니라, 제학 영감의 사가에는 누군가
         불을 질렀다 하옵니다, 전하.
산 : ....!!!....
홍국영 : 한 날 한 시에 규장각의 서얼 관원들만을 골라
         이 같은 일이 자행되었습니다.
         이는 필시, 전하께서 서얼을 등용하신데 대한
         불만을 품은 자들의 소행입니다, 전하.
산 : ....!!....

                  산, 참혹한 심정....

산 : 저들은 지금 어디 있는가?
남사초 : 사가의 의원에 있다 하옵니다.
산 : 당장 내의원으로 데려오게!! 그리고 어의를 들라 하게!
     내 직접 저들을 봐야겠네.
남사초 : 예, 전하...

                  남사초, 급히 나가고.
                  산, 충격어린 얼굴로 어쩔 줄 몰라 하는데...

#69. 궐. 일각. 낮

                  산, 다급한 얼굴로 남사초 등과 함께 가고 있다.

#70. 내의원. 병실(익위사 집무실 전용). 낮

                  박제가, 청년 1,2,3이 자리에 누워 있다.
                  박제가와 청년들, 여기저기 붕대를 감고 있는데.
                  모두 몰골이 처참하도록 망가져 있고....
                  그 때, 산과 남사초가 급히 들어온다.
                  모두, '전하!' 하고 예를 갖추고.
                  산, 박제가와 청년들의 모습에 놀라는데.

산 : ....자...네들.......
박제가 : 전하.....
다들 : 전하......
산 : ....!!....

                  산, 이들의 참혹한 모습에 충격, 그리고...
                  가슴이 미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끼는데..

산 : 직제학 영감은....영감께선 어디 계시는가.

                  산, 절박한 얼굴로 바라보는데.

#71. 동. 내의원. 다른 방. 낮

                  보면, 상처투성이의 노인, 의식을 찾지 못한 채 사경을 헤매며
                  누워 있다.
                  곁에 어의와 내의원 의관이 서서 어두운
                  얼굴로 얘기를 하는데. 그 때, 안으로 들어서는 산.
                  놀란 의관들, 얼른 '전하..' 하며 머리를 조아리는데..
                  산, 누워 있는 노인을 보며 충격이 어린다.

산 : ...영감....!

                  산, 기막히고 당혹스런 느낌...
                  어떻게...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산 : (어의에게) 어찌 된 것인가?
     아직도 의식을 찾지 못한 것인가?
어의 : ...예...전하...
산 : 어떤가. 치료할 방도는 있겠는가....
어의 : (차마 대답하지 못하고) ...
산 : 이보시오!
어의 :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제학 영감께선
       독한 연기를 너무 많이 들이마셔서
       소생하시기....어려울 듯 하옵니다, 전하.
산 : ....!!....

                  어의의 말에 놀라는 산, 그리고 남사초 등.
                  보면, 산...충격과 경악에 찬 얼굴로 노인을 바라보는데...
                  산의 그 모습에서, 엔딩.

.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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