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This Blog



  적도의 남자 5

 

 

 

1. 병원 복도 

4부 엔딩 연결로발작하듯 소리치는 선우한 쪽에 피해 서서 두려움 가득한 눈으로 선우를 지켜보는 장일.

 

선우;불 켜불 키란 말이야.

 

남녀 간호사와 의사 달려와 선우를 잡고 제압한다. ‘이거 놔!’ ‘ 선우 계속 소리 지른다선우를 제압하고 팔에 진정제 주사를 찌르려는데 선우주사기를 뺏어 던져버린다.

 

2. 1인용 병실 

작고 초라한 병실 침상에 선우의 손과 발을 묶는 남자 간호사들. (병원에서 난동부리는 환자를 묶는 천이 따로 있음묶여서도 소리 지르는 선우병실 문 창으로 밖에서 지켜보는 장일사지를 다 묶고 선우에게 진정제 주사를 놓는다선우힘이

풀린 듯 점점 잦아든다장일괴로워서 볼 수 없는 듯 후다닥 뛰어나간다.

 

3. 병원 일각 

건물 후면 외진 곳장일 벽을 짚고 기대 울고 있다두렵고 고통스럽다건물 위쪽 어느 창문수미가 내려다보고 있다사랑하는 남자가 울고 있다외롭고 약해 보인다마음 아프면서도 내가 들어갈 자리가 생길 것도 같아 기쁘다장일성급히 눈물을 닦고 걸어간다수미장일이 사라질 때 까지 바라본다.

 

4. 바닷가 시장 

장일빠른 걸음으로 걸어간다눈가에 운 흔적이 남아있다활어와 각종 해산물을 늘어놓고 파는 좌판 시장장일걷다가 주춤해 선다저 만치 보이는 곳용배가 좌판 상인에게 물건 사고 있다용배표정이 밝지는 않다.

 

용배;저 놈이 더 낫네그건 어떻게 해요?...... 둘 다 줘요.

상인;그렇게 많이?

용배;내가 먹나하나는 말리고 하나는 젓갈 담아서 아들한테 보낼라 그러 지.

 

장일마음이 슬프고 안 좋다용배와 마주치지 않게 얼른 걸음을 피하는데

 

용배(E);장일아!

장일;.......(못 들은 척 걸어가는데)

용배;장일아. (붙들어 세우는)니가 여기 웬일이야온다는 기별도 없이.

장일;........

용배;.........무슨 연락이라도 받은거야.

장일;..........선우가 깨어났대요.

용배;나도 들었다그런데 그 녀석 정신이 온전치 않단다.

만나러 가지 마라.

장일;..........

용배;점심 아직 안 먹었음 집에 가서 밥 먹자.

장일;학교에 가봐야 돼요올라가서 연락드릴게요. (가는데)

용배;(장일을 잡으며)장일아.

장일;............

 

용배와 장일마주 본다두 사람뭔가 알고 뭔가를 덮고 있는 불편하고 슬픈

눈빛.

 

용배;너 올해부터 사시 본다고 했잖냐다른 생각하지 말고 공부 열심히

.

장일;........(잡힌 팔 차갑게 놓으며갈게요.

용배;이제 내려오지 말구 공부해아버지가 자주 갈게.

 

장일대꾸 없이 돌아서 간다용배멀어지는 장일을 바라보고 서 있다장일 뒤 안 돌아보고 멀어진다.

 

5. 기차 

달리는 기차장일창밖 보며 굳은 듯 앉아있다.

 

장일;.......다신 안 내려와요.

 

달려가는 기차.

 

6. 1인용 병실 +현실

선우의 꿈--- 창문으로 화사한 봄 햇살 비춰든다선우눈 감은 채 누워있다.

수미꽃을 한 아름(아주 풍성하고 화려한들고 온다.

 

수미;선우야일어나 봐.

선우;....(눈을 뜬다)

 

선우의 시야로 화사한 꽃 한 다발이 들어온다선우일어나 앉는데 선우 손에

묶인 끈이 부드럽게 풀린다수미선우에게 꽃을 안겨준다.

 

선우;(표정 밝은)왠 꽃이야.

수미;봄이잖아오는 길에 샀어.

선우;(꽃향기 맡는)이쁘다.

수미;꽂을 데가 없네... (두리번거리는)

선우;(어딘가 가리키며)저기!

 

수미커다란 투명화병에 꽃을 꽂아 들고 온다.

 

수미;어디다 놓을까.

선우;내가 할게.

 

선우화병을 들고 창가에 올려놓으려다 손에서 놓친다쨍그랑 하고 박살나는

꽃병동시에 --(현실)눈 감고 있던 선우 눈을 번쩍 뜬다화면 갑자기 암전되듯 탁 꺼진다깜깜하다어둠속에서 수미의 목소리만 들린다.

 

수미(E);왜 그래 선우야안 좋은 꿈이라도 꿨어?

 

병실(현실). 창문으론 어슴푸레해 지는 저녁 하늘병실선우손발 묶인 채 누워

있다선우일어나려 하는데 묶여서 움직일 수 없다침상 옆엔 수미.

 

수미;이제 정신 좀 들어?

선우;........수미야.

수미;.

선우;꽃은?

수미;.....무슨 꽃꿈 꿨니?

선우;..........

수미;이거 풀어달라고 할게조금만 기다려. (나간다)

선우;........수미야.

 

빈 병실선우일어나 앉으려는데 묶인 팔이 당긴다점점 분노가 올라오는.

 

선우;꽃 사온 건 어딨어.... 지금이 밤이야 낮이야나는 지금 어딨는거야내 옆에 사람이 있니 없니내 눈이 어떤데눈알이 다 뽑혔니?

보기엔 멀쩡해눈동자만 나갔니꿈에선 다 보이는 데 왜

눈을 뜨면 안 보여수미야!..... 수미야!........ 수미야!.........

 

어두운 병실선우묶인 줄을 끊어버릴 듯이 흔들며 소리 지른다.

 

7. 6인용 병실 

봄 햇살 병실로 비춰든다선우창가를 향해 멍하니 앉아있다선우 뒤에선 큭큭큭 하하하’ 같은 방 환자와 보호자들의 웃음소리. TV에서 나오는 코메디 프로 (미스터 빈이나, Funniest video처럼 대사 없이 눈으로만 보고 웃는 코메디보고 있다선우방의 소음과 무관하게 외로운 행성처럼 동떨어져 있다커다란 가방을 맨 금줄들어온다.

 

금줄;(밝게)선우야.

선우;(창밖만)

금줄;오늘 기분 괜찮냐.

선우;(천천히 금줄에게 고개 돌린다)

금줄;(선우를 보는)

선우;나 만나러 온다고 목걸이 광냈냐엄청 번쩍거린다.

금줄;........(목을 만져 본다티셔츠 안으로 들어가 안 보이는 목걸이를

살그머니 밖으로 꺼내 놓는다)그래멋 좀 부렸다.

선우;.......(다시 창밖으로)

금줄;옷 갈아입자.

 

금줄가방에서 옷을 꺼내 침상 위에 놓아준다선우 손을 끌어다 옷에 닿게 하고선우환자복을 훌렁 벗고 티셔츠를 입는다거꾸로 입는다금줄그대로 둘까 말까 잠시 갈등.

금줄;선우야다시 입어거꾸로 입었어.

선우;............(다시 벗는다)

금줄;그리고 이거..... (선글래스를 손에 주며)쓸래?

선우;(만져본다).......아니.

 

8. 선우 집 

시들어 있는 마당의 작은 화분금줄의 부축을 받으며 걸어 올라오는 선우.

 

금줄;계단은 아홉 개다아홉 개 올라서면 마당이야.

선우;여기서 부턴 나 혼자 할 수 있어.

 

선우옥탑마당으로 올라온다.

 

금줄;광춘 아저씨랑 수미는 장 보러 갔어집에 먹을 게 하나도 없다구.

 

선우한걸음 두 걸음평상에 무릎이 팍 부딪힌다선우아픈 듯 얼굴을 찌푸린다.

 

금줄;괜찮아? (따라가 붙들어 주는데)

선우;혼자 할 수 있다니까.

금줄;......그래그럼.

선우;(더듬거리며 방 쪽으로)

금줄;잠깐만 있어난 아저씨랑 수미한테 갔다 올게.

 

9. 선우 방 

선우방에 들어온다더듬어 본다책상과 옷장 모든 게 그대로바닥에 앉는다.

멍하다.

 

용배(E);선우 집에 있니...... 선우야....

선우;누구세요.

용배(E);집에 있구나나다 장일이 아버지.

 

선우긴장한다경계심.

 

10. 옥탑 마당 

용배떡을 싼 보자기를 들고 서 있다방문 열리는 소리가 난다.

 

용배;병원에 들렀더니 너 퇴원했다고 하길래.... 가래떡 좀 사가지고 왔다.

 

선우조심스레 걸어 나와 용배가 서 있는 방향에서 살짝 다른 쪽으로 비껴 바라본다.

 

용배;몸은 좀 어때.

 

선우더듬거리며 평상 쪽으로 걸어온다.

 

선우;괜찮아요.

용배;(긴장)....장일이도 니 걱정을 하던데....

선우;장일이가요?

용배;기억 나?

선우;.... 같은 반 친구였는데.

용배;.........(더 얘기가 나오길 기다리는데)

선우;(의심)아저씬 여길 어떻게 아셨어요장일이가 우리 집 가르쳐 줬어 요?

용배;이웃사촌인데 왜 몰라내가 너 통닭도 사다주고 그랬잖아.

선우;........

 

플래쉬 백 -- 2선우 방선우가 문 벌컥 열자 깜짝 놀라는 용배.

 

선우;(머리 아픈 듯 감싸 쥔다)

용배;괜찮아?

선우;(머리 잡고 숨소리만)으흐......

선우야.... 너 어디 기도원이라도 들어가야 하지 않겠니.

선우;(머리 잡은 채 힘들게)아버지한테 물어보고 갈게요.

용배;아버지?

선우;.... 아버지는 제가 어릴 때 돌아가셨죠제가 좀 다쳐서 자꾸

깜빡깜빡해요...

용배;......선우야..... 그럼 쉬어라. (목이 메는...죄책감 측은함이 섞여 힘들 다)

선우;..... 우세요?

용배;(찬합통 문 앞에 갖다놓는데 눈물 참으려 목이 멘다)떡은 문 앞에

놨다출출할 때 먹어라.

 

용배성급히 걸어간다눈물 숨기며계단을 빠르게 내려가는 용배용배 멀어지는 소리 들린다.

 

선우;.........왜 우세요 아저씨..

 

11. 바닷가 

걸어가는 용배눈물이 흐른다두려움과 죄책감에 다리가 휘청 할 것 같다멈춰 서서 바다를 향해

 

용배;죄값은 다 내가 받겠습니다우리 장일이는 지켜주시오... 내가 빕니 다죽으라면 죽겠습니다우리 장일이는 용서해 주세요.

 

햇살 비끼는 바다 앞에서 초라하고 아픈 아버지.

 

12. 세미나 실 

헌법 학회 세미나 룸 302‘ 붙어있는 복도자신감 있는 장일의 또랑또랑한

목소리 들린다.

 

장일(E);미국 연방 최고법원의 경우 소극적 안락사는 환자 본인의 적극적 이고 확실한 의사표시를 조건으로 허용한다고 돼있습니다.

 

학생들과 나이 지긋한 교수앉아서 경청 중장일연단에 서서 이야기 중앞에 놓인 장일의 노트와 자료물 두툼한 묶음엔 빼곡이 메모가 되고 줄이 쳐 있다칠판에는 <clear and convincing evidence>라 쓰여 있고 밑줄 두 개 쳐져 있다.

 

장일;1990년에 나온 크루전(Crusen)판결을 예로 들어 보면 환자의 치료 거부권을 인정하면서도 환자 본인이 그걸 원했다는 (칠판 가리키 며)‘분명하고 확실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이런 증거가 없는 한환자의 보호자가 치료중단을 원해도 주정부가 이를 불허 한 것은 합헌이라고 판결했습니다생명의 중요성 쪽에 무게를

실어줬다고 할 수 있죠.

 

13. 선우 방부엌 

선우더듬거리며 부엌으로 나온다갈증 난다더듬더듬 뭔가를 찾는 선우물병은 한 쪽 구석에.

 

장일(E);결국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기본으로 두고 있다고 봅니다나아질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해도함부로 타인의 생명을 거두는 일은

허용할 수 없다는 겁니다저도 이 판결을 지지합니다. (박수소 리)

 

선우더듬거려 간장병 (1리터나 500ml)을 잡는다간장병보다 조금 옆에 떨어져 있는 생수병선우간장병 뚜껑을 열어 급하게 입에 갖다 대려다 ’ 하며 내려놓는다선우수도를 틀어 물을 마신다한참을 들이킨 후 숨을 돌린다.

 

선우;.....(절망스런)........

금줄(E);퇴원이야 했지만 이제부터가 걱정이네요.

 

14. 옥탑 마당 

장바구니에서 생필품 꺼내놓는 수미식빵라면과 김참치캔 등등과 바로 먹을 수 있는 김밥 도너츠 등을 꺼내 평상에 올려놓는다.

 

광춘;수술해서 눈을 뜰 확률도 있긴 있대잖아확률이 아주 낮아서 그렇 지수술비가 많이 들어서 그렇지.

수미;수술을 하건 뭘 하건 서울로 보내야 할 것 같아.

광춘;아무런 연고도 없는데앞도 안 보이는 게 가서 어떻게 살라고.

수미;그럼 방구석에서 저렇게 살다 죽어살길을 찾아야 할 거 아냐.금줄;기억이 어디서부터 멈춰있는지 모르겠어어떻게 사고가 났는지도

모르고아버지도 어릴 때 돌아가신 걸로 알고 있어.

수미;..........

광춘;(한숨)에휴 더 잘 된건지 못 된건지.

금줄;그게 무슨 말씀이예요.

광춘;아니다그래도 선우 앞으로 들어놓는 적금이랑 보험이 있어서 살았 다적금통장이랑 보험 나오는데 눈물이 왈칵 솟더라.

금줄;잠깐.... (찬합 보자기 보고)저건 뭐지아까 없었는데....

수미;누가 다녀 갔나본데. (방으로)선우야누가 찾아 왔었니?

선우;..............

수미;아래층 아줌만가?

금줄;이장일 이 자식은 친구가 저 모냥이 됐는데 코빼기도 안 비치냐.

 

15. 선우 방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있는 선우.

 

수미(E);이장일 다녀갔어.

금줄(E);언제?

수미(E);선우 소리 지르고 난리치던 날그날 병원에서 왔었어.

선우;..........!

금줄(E);선우는 그런 말 없던데.

수미(E);아는 척은 못하고 갔나 부지그날 난리도 아니었잖아.

 

플래쉬 백 -- 4병원 복도선우장일의 팔을 두 손으로 붙들고

 

선우;선생님 나 안과에 좀 데려다 줘요부탁합니다 나 좀 도와주세요.

장일;.......(부들부들 떨며 가만히 서 있는)

 

눈 감은 선우에게 장일의 떨림이 전해진다선우의 팔을 통해 전해져 오는 미세한 떨림을 느낀다.

 

선우;안과가 어딨냐니까.

 

장일경직된 채 계속 떨고 있다선우화가 나는 듯 장일을 밀쳐버린다.

선우 방생각에 잠겨 가만히 앉아있는 선우.

 

선우(E);.......왜 그런거냐 장일아우리는 친구였는데..... 날 죽이려고 한

이유가.... 뭐야.....

 

16. 서울 장일네 거실 

전화벨 울린다장일방에서 나와 전화 받는다.

 

장일;(전화받는)여보세요.

수미(F);밤늦게 미안하다나 최수미야.

장일;........여기 전화번호는 어떻게 알았어.

수미(F);선우한테 니가 적어 준 거 있던데.

장일;...... 웬일이야.

 

17. 학교 미술실 

유화물감 잔뜩 묻은 앞치마 두르고 있는 수미물감 군데군데 묻은 낡은 유선전화로 통화중.

 

수미;그날 병원에서 봤니선우가 앞을 전혀 못 봐.

저대로 두면 안될 것 같은데 여긴 제대로 된 재활원이나 복지관이

없잖아대도시로 가야할 것 같은데...... 너 혹시 서울에 아는 데

없니.

18. 서울 장일네 거실 

장일불쾌하고 불안하다.

장일;내가 그런 걸 어떻게 알겠냐전혀 몰라.

수미(F);그래도 혹시나 했지..... 미안하다.

장일;........선우는 어때?

수미;기억이 오락가락이야니 이름은 기억하는 데 언제부터 친구였는지 는 몰라.

장일;내 이름은 기억해?

수미;친했었단 기억만 남아 있나봐.

장일;........(맘 아픈)......

수미;이장일.

장일;........그래.

수미;(따뜻하게)선우 다친 거너무 속상해 하지 마살다보면 피할 수도막을 수도 없는 일들이 생기잖아그건 우리 힘으로 어쩔 수 없어.

장일;(듣고 있는)

수미;돌이킬 수 없는 일로 괴로워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야지금부터

마음 추스르고 갈 생각을 해야지속상해 하지 말고 힘내.

장일;그래....

수미;밤 늦게 전화해서 미안하다.... 잘 자. (끊는)

장일;...........

 

장일수화기 내려놓으며 한숨죄책감과 동시에 안도감.

19. 선우 옥탑마당 

선우힘없이 벽 보고 돌아 누워있다금줄선우 보고 앉아서

 

금줄;너 숲속에 아버지랑 같이 만든 별장 기억 나니?

선우;........(생각하는)

금줄;거기 땅 주인 할아버지가 이젠 그걸 좀 빼달래그래도 너 누워있는

동안 많이 봐준 거야.

선우;.......있었던 것 같아....산 속 집.....

금줄;가서 버릴 거랑 놔둘 거만 알려줘우리가 나중에 정리할게.

 

20. 숲 속 

선우금줄의 부축 받아 걷고 있다선우호흡 크게 하며 걷는다.

 

금줄;그래도 거긴 기억에 남아있어서 다행이다.

선우;.......나무 냄새도 기억 나.

금줄;너 여기 자주 왔었어나랑도 한판 붙었지내가 일방적으로 터지긴 했지만.

선우;.......(걸음이 느려진다)

금줄;왜 그래.......

선우;.......아버지랑 만나기로 했었어기억 나아버지랑 만나기로 했었어!

 

선우달리기 시작한다.

 

금줄;위험해! (따라가는)

선우달려가다 나무뿌리에 발이 걸려 푹 넘어진다.

(플래쉬 백 -- 1뛰어가다 뭔가에 걸려 자빠지는 선우.)

현재숲 속엎어진 채 미동 없는 선우.

(플래쉬 백 -- 1매달린 경필을 보는 선우)

-- 플래쉬 백 몽타주. (몽타주는 연출과 편집담당께서 알맞은 걸로 선택해주세요)

1) 2용배네 거실.

용배;경찰서엔 언제 갈꺼니.

선우;내일이라도 당장 가야죠.

 

2) 2선우 방유서를 찾는 선우.

 

선우;없어졌어........

 

3) 3진승원 일각.

 

장일;내일 경찰서 갈 때 같이 가자너 혼자 가는 것보단 두 사람이 가면 좀 낫겠지내가 내일 아침에 너희 집으로 갈게.

 

4) 3선우네 옥탑.

 

장일;아버지 일은 잊어버리자.

 

5) 3숲속.

 

장일;........ 가지 마 선우야. (무릎 꿇는)이렇게 부탁한다.

장일;내가 너희 아버질 죽였다.

장일;선우야내 실수로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치자그러니 날 용서해 줘경찰서 가지 마라.

 

걸어가는 뒤에서 달려와 선우를 치는 장일.

현재숲 속얼굴에 흙과 나뭇잎 가루가 묻은 채 눈에 눈물이 그렁해지는 선우.

 

금줄;괜찮어?

선우;.............

금줄;..........선우야..........

선우;(숨이 점점 거칠어진다)

금줄;...... .... 너 다쳤어?

선우;으아아......

 

선우미친 듯 발작하듯 소리 지르며 뒹군다금줄 놀라서 어쩔 줄 모르고.

숲속선우견딜 수 없다모든 기억이 다 돌아왔다소리 지르다 실성한 듯 웃다가.

21. 진승원 서재 

노식의아한 얼굴로 차실장을 본다.

 

노식;아들이라고?

차실장;아들을 만나러 간다고 했답니다그래서 유럽 미팅 일정을

연기 한거구요.

노식;아들을 만나러 어디로?

차실장;거기까진 알아낼 수 가 없었습니다수행비서와 둘이서만 조용히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노식;.........

 

22. 진승원 마당 

용배차를 광이 나게 닦고 있다노식나온다.

 

용배;(공손히 인사한다)오랜만에 내려오셨네요.

노식;앞으론 서울에서 지내는 날이 더 많을 겁니다여긴 용배씨가 신경 좀 써줘요.

용배;걱정마십시오 회장님. (뒤를 보며)차 실장님은......

노식;내려올거야.

용배;. (차 문을 열어준다)

노식;(차에 탄다용배가 문 닫으려는데)장일이는 학교 잘 다니구요?

용배;공부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노식;그 아이는 어떻게 됐나간신히 목숨은 부지했다고 했었지?

용배;...............

노식;요샌 어디서 뭐하고 지내나.

 

23. 바닷가 도로 

달리는 차차실장은 조수석에뒷좌석엔 노식.

 

차실장;서울 사옥 부지로 적당한 곳을 강북에 한 곳강남에 두 곳 알아

보고는 있는데 원하는 조건에 딱 맞는 곳은 없습니다그래서

일단은 임대가능한 곳도 함께 알아보고 있습니다.

노식;(멍하니 딴 생각에 잠겨있다)

 

급정거 하며 덜컹 한다.

 

차실장;저런 저 미친 녀석...

 

노식앞을 보면 인도에 멍하니 서 있는 선우와 차도에 나와 택시를 잡은 금줄이 보인다택시를 잡아놓고 금줄인도에 있는 선우를 데리러 간다선우더듬거리며 오는데 서 있던 택시 쌩하니 가버린다금줄택시를 향해 발길질을 하고 선우는 탈진한 듯 힘없이 멍하니 서 있다.

 

노식;...........(선우를 본다)

 

차 움직여 간다노식선우에게 계속 시선사랑했던 여자의 아들이다약혼녀 은애의 포근한 웃음소리 번진다.

 

24. 바닷가 낮 (회상)

빛바랜 화면처럼 긴 생머리에 얌전한 원피스(블라우스에 스커트나)차림의 은애,

양산을 쓰고 걸어간다양산 밖으로 머리카락볼 한 쪽이 살짝 살짝 보인다좀 떨어져서 걸으며 그녀를 보고 미소를 짓는 20년 전의 노식사랑에 빠져 있다.

 

노식(E);은애난 추위를 많이 타가을에도 춥고 봄이 와도 추웠어.

그런데 이상하지은애를 만난 후 부턴 춥지가 않아.

나 같은 놈이 어떻게 은애처럼 고운 여자를 만났을까...

25. 음대 연습실 낮 (회상)

노식과 은애피아노 앞에 나란히 앉아있다은애를 따라 오른 손으로만 건반을

짚어가는 노식도레미... 파는 다시 엄지손가락으로 바꿔서 솔라시도.

 

노식(E);은애를 위해서 뭐든 다 하고 싶은 마음은애가 날 떠나지 않을까 두려운 마음.... 영원히 내 옆에 두고 싶은 욕심난 요즘 감기몸 살을 앓는 것 같아.

 

태주반가운 얼굴로 뛰어 들어온다.

 

태주;!

노식;(돌아본다)내 고향 후배 문태주야서울 상대 나온 녀석인데

내가 많이 의지하고 있지.

태주;(공손히 인사한다고개 들어 은애를 보고 미소)

 

26. 공 원 낮 (회상)

책을 가슴에 껴안은 은애와 자전거를 놓고 서 있는 문태주얘기하며 즐겁게 웃고 있다은애깔깔 웃다가 가볍게 태주의 팔을 친다태주맞은 팔이 아픈 듯이 과장되게 잡고 찡그린다은애 더 웃는다노식걸어오다 씁쓸하게 멈춰서 있다.

노식;.............

 

27. 진승물산 낮 (회상)

불조심’ ‘전기절약’ 문구 붙어있는 옛날 건물계단 한 켠은애와 마주 서 있는

태주.

 

은애;....... 아이가 생긴 것 같아요.

태주;...... (내가 사랑하는 여자가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가졌다).....

내가 형한테 말씀드릴게요.

은애;안돼요얘기하면 안돼요.

태주;불안해 하지 말아요 은애씨.

은애;난 그이가 너무 싫어요. (고개를 숙이고 운다)

 

태주은애를 도닥 거려주는데 은애 태주에게 안기며 운다멀리 서서 바라보고

있던 노식돌아선다눈에는 눈물이 그렁.

 

28. 바닷가 도로 

달리는 차노식감정이 북 받쳐 힘들다.

 

노식;잠깐 좀 세워주겠나.

 

서 있는 차노식바다 보며 서 있다.

 

노식;........

 

차실장거리를 두고 서 있다가 다가간다.

 

차실장;바람이 찹니다 회장님.

노식;.......차실장.

차실장;예 회장님.

노식;살면서 제일 맘 에릴 때가 언제였나.

차실장;.........글쎄요..

노식;.........

차실장;회장님은 언제셨습니까.

노식;...... 난 없어.

차실장;........

노식;그런 건 기억에서 지웠어.... 사는 데 걸리적 거려서 말이야.

출발하지.

 

노식차로 천천히 걸어간다.

 

29. 옥탑 마당 

커텐을 친 창문잠겨 있는 문금줄문 잡아당기고 두드리며 소리친다.

 

금줄;선우야 문 좀 열어너 이상한 마음 먹은 거 아니지너 안에서 뭐하는 거야너 이럴거면 나 침낭 갖다놓고 이제부터 여기서 잔다!

 

수미커다란 망치를 들고 올라온다.

 

수미;비켜.

 

금줄이 비켜서면 수미망치로 문고리를 내려친다.

30. 선우 방 

벽에 기대 시들은 식물처럼 가만히 앉아있는 선우수미곰팡이 핀 식빵을 집어던진다말라비틀어진 사과도 집어던지고.

 

수미;너 이렇게 굶어 죽을 거야?

금줄;선우야너 왜 이러냐니가 기억 못하는 모양인데 너 엄청 쎈 놈이 었어이러구 있는 거 안 어울려.

선우;(말없이 가만히)

수미;이렇게 죽을거면 왜 깨어났어.

금줄;선우야제발 이러지 마라?

선우;.............

31. 옥탑 마당 

광춘올라온다금줄방에서 나온다.

 

광춘;선우는 어떠냐.

금줄;산에 갔다 엎어진 후로 이상해졌어요.

광춘;쯔쯔쯔....

금줄;아저씨는 점쟁이 맞아요이렇게 사람 인생이 홀라당 뒤집히는

일은 아저씨가 맞혀야 되는 거 아냐비껴가게 했어야죠.

광춘;(한 대 칠 듯 눈 부라리는)이 자식 보게....

금줄;간판 떼요 당장.

광춘;끔찍한 불 주사 한방은 누구나 맞는 게 인생이야.

금줄;누구나 살다가 저런 사고를 당한다구요?

광춘;선우는 팔자가 뜨거워서 미리 세게 맞은 거지누구나 한번은 겪는 다너도 좀 더 살아봐라 언젠간 당할테니.

금줄;악담을 하세요.

광춘;넌 여자 때문에 세 번은 크게 울 꺼다.

금줄;그만 하시라구요.

광춘;마흔살 넘으면 성인병도 올 거다.

수미;(방에서 나오며 버럭)시끄러!

금줄;악담한 거 당장 취소하세요.

광춘;취소! (방으로 들어간다)

수미;서울에서 이장일을 불러올까봐친한 친구가 와서 다독여주면 정신 좀 차릴지도 모르잖아.

 

32. 선우 방 

선우는 이불 쓰고 누워있다광춘들어와 앉는.

 

광춘;죽을 작정이냐그래 잘 생각했다살아서 뭐하겠냐팔다리 멀쩡 하고생긴 거 멀쩡하고널 아끼는 사람들이 수시로 드나들면서

챙겨주는데 살아서 뭐해죽는 게 낫지.

선우;............(꼼짝 않는)

광춘;경찰에 진정서 낸다고 뛰어다니던 거 생각 안나아버지가 억울하게

죽었다고 날뛰다 넌 절벽에 쳐 박혀 눈이 멀었다정말 우연한 사고

맞나?

선우;...........(일어나 앉아 광춘을 향해)우연한 사고가 아니면요아저씨 뭐 알고 있어요내가 어떻게 사고가 났나 혹시 아세요?

광춘;사고 당한 니가 모르는 걸 내가 어떻게 아냐우연한 사고라 치자,

그럼.

선우;.........

광춘;선우야 그래도 인생은 모른다꺼진 불도 다시 봐야하는 게 인생이 야열흘 붉은 꽃이 없는 게 인생이야모든 건 지나간다끝이라고 느낄 때 뭔가 반드시 있다인간 스스로 포기만 안 하면.

선우;.............

광춘;(빤히 쏘아보다 귀에 대고 소곤거리는 느낌으로)........기억 안 나는 척 하는 거지? (하곤 선우 표정을 본다)

선우;..........(표정 변화 없다)

광춘(갸우뚱)

선우;나가요.

광춘;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게 없다고영원히 할 수 없는 건 아니다.

명심해라.

선우;나가라니까.

광춘;아이고 무서라간다. (일어서 나가는)기억이 돌아오면

이 억울한 사정을 점자를 배워서라도 써야할 꺼 아니냐.

 

광춘나가는 척 문 닫다가 살짝 열고 선우를 훔쳐본다선우멍하니 그대로 있다광춘갸우뚱.

 

33. 호텔 소연회장 

VIP 고객초청행사 디자이너 부띠크 패션쇼가운데 작은 런웨이가 있고 양쪽으로 앉아있는 우아한 사모님들 중에 마희정과 윤주도모델들 의상은 매우 화려하고 섹시하다워킹하는 모델들 보며 희정윤주 귀에 대고 소곤소곤.

 

희정;나 저거 한 벌 해야겠어.

윤주;안 어울려 하지 마.

희정;........(모델이 입은 아주 섹시한 옷 가리키며)그럼 저거는?

윤주;(뜨악하는 표정으로 희정을 본다)

희정;(손가락 딱!)저거!

 

한 쪽에 꾸며진 피팅 룸삼면 전신경이 서 있고 융단이 깔린 럭셔리한 공간샴페인 잔 들고 서 있는 윤주희정피팅룸에서 섹시한 옷을 입고 나온다.

 

희정;어떠니.

윤주;(무덤덤)토할 것 같아. (샴페인 마시며 가 버린다)

희정;.....(민망) 66사이즈가 너무 타이트하게 나왔다.

 

다과 테이블에 서서 샴페인 마시는 희정과 윤주윤주손으로 안주 덥석덥석 집어 먹으며 샴페인 원 샷하고 지나가는 샴페인 또 마신다희정돌아다니며 여자들과 사교적으로 인사하는.

 

희정;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사모님.

여자;와주셔서 영광이죠주말에 라운딩 갔다 진회장님 뵜어요.

희정;얼굴 못 본 지 한참 됐어요컨트리클럽을 하나 더 인수했거든요.

여자;얘기 들었어요축하드립니다.

희정;언제 한번 차 드시러 오세요덴마크에서 근사한 티포트를 공수해

왔는데 맘에 드시면 선물로 드릴게요.

여자;어머나 꼭 가야겠네요.

윤주;시장 물건이랑 비슷해요.

여자;아 그럼 백 프로 내 취향이네호호호....

희정;(따라 웃으며 윤주 째려보는)호호호....좀 칼라풀 하거든요.

여자;마여사혹시 펀드 투자에도 관심 있어요?

희정;(솔깃)

 

34. 선우 방 

어둡게 커텐을 친 방이불과 요헝크러져 있고 정성스레 밥상 차려져 있다선우책상에 앉아있다앞에는 경필과 함께 찍은 사진 액자들사진을 보듯이 앉아있다선우일어나 나가려다 밥상에 걸려 엎어지며 밥국과 반찬들 물주전자 홀랑 쏟아진다.

 

선우;.............

 

35. 옥탑 마당 

봄 햇살이 눈부시다빨랫줄엔 이불호청과 셔츠들이 걸려있다커다란 고무 다라이에 빨래를 넣고 발로 밟는 금줄선우는 햇빛 받으며 평상에 앉아 먼 곳으로 시선. (선우는 어떤 계획도 세울 수 없다다만사고순간과 아버지에 대한 것들을 기억 못하는 척 해 용배와 장일을 안심시켜야 한다고 느낀다)

 

금줄;빨래 또 없어빤스나 양말 빨 거 있음 다 내 놔빵꾸났다고 부끄

러워 하지 말구. (열심히 밟는)

선우;........장일이가 걱정할텐데.

금줄;(비누거품 묻은 발로 뛰어나온다)지금 뭐라고 했어.

선우;장일이가 걱정할거라구.

금줄;장일이 기억 나?

선우;기억 나지 그럼나랑 제일 친한 친구였잖아.

금줄;(반가운)그래 맞아걔 법대 붙은 것도 기억 나?

선우;(미소)그래대단하네... 지금 몇 학년이지?

금줄;벌써 2학년 이지.

선우;편지를 써야겠어장일이한테.

 

금줄편지지와 볼펜을 들고 선우 옆에 앉아있다.

 

선우;장일아 잘 지내지.

금줄;(받아 적는)장일아... ... .........

선우;난 잘 지내니가 걱정할까봐 몇 자 적는다.

금줄;...(열심히 받아적는)....몇 자... 적는다.

선우;내가 좀 다쳐서 그동안 연락을 못했다괜찮으니까 걱정 안해도 돼.

너 법대 합격했다면서축하한다장일아넌 앞으로

대단한 인물이 될 거야..... 잘 지내또 쓸게널 자랑스러워하는

선우가.

금줄;.......(맘에 좀 안 들지만..... 받아 적는)

선우;우체국 문 닫기 전에 부쳐줘.

금줄;(편지지를 잘 접으며)오케이.

 

금줄편지를 들고 후다닥 뛰어 내려간다금줄이 뛰어가는 소리 멀어진다.

 

선우;이런..... 제일 중요한 말을 빼먹었구나....

 

햇빛 드는 옥상에 홀로 앉아있는 선우.

 

선우;장일아..... 난 모든 걸 기억한다니가 왜 그랬는지알 것 같아.

난 널 용서할 수 없어죽는 날까지.... 너를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

 

선우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다화사한 봄 햇살 아래 빨랫줄에 걸린 이불호청이 바람에 펄럭인다.

 

36. 캠퍼스 

장일바쁘게 걸어간다지원뿌루퉁한 얼굴로 걸어가는 게 보인다.

 

장일;지원씨.

지원;........ 안녕하세요.

장일;무슨 일 있어요화난 것 같네.

지원;교양 필수 하나가 골치 아파요현대사회와 복지론.

장일;왜요.

지원;대리출석 했던 게 걸려가지구....

장일;(웃는)F 준대요?

지원;에프 받기 싫으면 직접 발로 뛰어서 리포트를 써오래요.

보육원 재활원 다 돌아다녀야 돼요시간 왕창 뺏기겠어.

장일;내가 한지원이라고 하고 대신 나가줄까요?

지원;.

장일;그럼 나랑 커피 열 번 같이 마시기.

지원;커피 마심 잠 안와요.

장일;싫다는 소리죠?

지원;당연하죠요샌 왜 도서관 안 와요.

장일;나 찾았어요?

지원;찾은 것 까진 아니구.

장일;법대 도서관에 있었어요스터디 모임이 많아서나 궁금했어요?

지원;궁금하진 않았구..... 술 취해서 길바닥에 뒹구는 사람 있음

얼굴은 확인해 봤어요.

장일;(미소)

지원;또 봐요. (간다)

장일;고마워요.

지원;(뒤돌아보지 않고 걸어가면서 손만 들어 보이는)

 

장일걸어가는데 포스터 하나 눈에 들어온다. <영화 동아리 시네마 클럽’ 주최

8주간의 고전 영화 회고전 -- 로마의 휴일카사블랑카애수젊은이의 양지다이얼 M을 돌려라닥터 지바고에덴의 동쪽 -- >

37. 영문과 사무실 앞 

2학년 우편함에서 ‘Moon river 한지원 앞’ 이라 쓰인 봉투를 꺼내는 지원봉투 뒷면엔 법학과 이장일’. 지원봉투를 열어보면 고전영화 회고전’ 티켓이 들어있다간단한 쪽지 한 장과.

 

장일(E);매주 목요일 저녁 여섯 시두 달 중에 하루는 시간이 나길 바라 면서!

지원;..............

 

38. 소강당 또는 다목적 강의실 

영사기에서 나오는 불빛드문드문 앉아있는 학생들영화 상영 중장일옆 자리 비어있다장일 무릎에는 캔 커피 두 개 놓여있다영화 끝나고 자막 올라간다.

장일커피 하나를 빈자리에 놓고 일어선다.

 

39. 도서관 

책 보고 있는 장일장일 옆에 살그머니 들어와 놓이는 자판기 컵장일기대감으로 확 돌아보면 졸린 눈의 명석이 서 있다.

 

장일;.......(기대했다 풀이 죽는)

명석;뭐야 실망한 표정이네일부러 생각해서 뽑아 온건데.

장일;고마워 형.

명석;우편함 봤냐너한테 편지 와 있던데.

장일;진짜?

 

장일후다닥 뛰어나간다.

 

40. 법학과 사무실 앞 

복도 위의 형광등 깜빡깜빡 거린다장일기대감으로 달려온다. 3학년 우편함에서 편지를 찾는 장일장일흰 봉투 하나를 꺼낸다글씨는 보는 순간 표정이 굳는다.

법학과 이장일’ 보내는 사람엔 친구 김선우라 적힌 볼펜 글씨.

 

장일;................

 

장일잠시 어쩔까 주춤주춤.... 편지를 뜯어 읽는다.

 

선우(E);장일아 잘 지내니.

 

장일긴장 가득한 얼굴로 읽기 시작하는표정이 점점 누그러진다.

 

선우(E);널 자랑스러워하는 선우가.

 

장일편지를 구겨 가방에 푹 찔러 넣는다왔던 복도로 걸어간다표정 슬프다.

 

금줄(E);이장일나 금줄이다선우가 불러주고 내가 대신 썼어.

너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나봐선우는 아직도 널

제일 친한 친구로 생각하고 있어한번 내려와 주라.

41. 서울 진노식 저택 

노식과 윤주골프 클럽들고 들어온다거실 응접실엔 희정은쟁반에 티세트 근사하게 차려놓고

 

희정;표정을 보니까 오늘 성적 괜찮았나봐?

윤주;엄마가 안 나가니까 떠드는 사람도 없고 공도 잘 맞더라구요.

(티 세트보고 퉁명)뭐야또 산거야.

희정;이리와서 차 한잔 하세요오늘은 영국에서 온 애들로 꾸며봤지.

노식;한잔 합시다윤주도 이리 와 앉아.

 

희정너무 즐거워하며 차 따른다.

희정;오늘은 밀크티티는 잉글리쉬 브랙퍼스트로 내렸어.

노식;(맛 보고)설탕 좀 더 타라.

희정;(설탕 넣어주며)당신 광산 개발엔 관심 없어요고회장 댁 아는 분이

인도네시아 무슨 광산에 투자해서 큰돈을 벌었나봐요.

노식;사업은 내가 알아서 할 문제고당신은 내가 갤러리 하나 만들어

준댔잖아.

희정;문태주라는 한국 사업가가 있는데 그 사람 능력이나 네트워킹이

끝내준대요.

노식;..........

희정;우리도 그 사람한테 줄 좀 대봐요투자하겠다고 해요.

노식;사업 얘기는 그만 합시다.

희정;아니 왜 남들은 정보가 없어 못하는 걸 마다해요그 사람이 그렇게

사업수완이 뛰어나다는데.......

노식;(잔을 집어던진다박살이 난다)그만 하랬지.

희정!

노식;떠도는 말 몇 마디 듣고 투자를 해라 마라..... 어디다 감히.

희정;(운다)으흐흐흑.....

윤주;쯔쯔쯔..... 엄마야.... 지금 우나.

희정;하나 깨지면 이 세트는 다 버린거나 마찬가진데.... 이걸 구하느라고

얼마나 고생했는데.... 왜 하필 이걸 던져요차라리 유리창을 부수 지.

노식;.....(난처하다는 듯 윤주를 보면)

윤주;아니꼽지만 달래주이소.

노식;내가 잘못했어새로 사줄 테니까 울지 마라.

희정;시끄러워요두 사람 내 앞에서 사투리 쓰지 마흑흑.....

윤주;이거 마저 깨버린다. (접시랑 포트 집어 드는데)

희정;(버럭)! (뺏는)미쳤어.

노식;그릇은 새로 사요다신 사업 어째라 하는 얘긴 내 앞에서 하지

말고. (자리를 뜬다)

 

42. 보육원 

아이 하나를 업고또 하나는 안고 얼러주고 있는 지원한 손에 책을 들고 보는

지원.

 

지원;얘들아낮잠 잘 때 안됐니좀 자자언니 아르바이트 가야 돼.

언니 돈 벌러 가야 돼좀 자자.

 

지원등에 무거운 사내 아이 하나를 태운 채 엎드려 걸레질 하는 중.

한 명 더 달려와 등에 탄다.

지원;! (푹 뻗어 버린다)

 

43. 도서관 

장일의 시선으로 보여지는 지원지원한 쪽 구석에 북 카트를 놓고 그 옆에 쪼그리고 앉아 피곤한 듯 하품지원일어서 나간다장일북 카트로 다가온다지원기지개 켜며 걸어오는데 장일책을 꽂고 있는 게 보인다.

 

지원;...........

 

한 쪽 바닥에 놓여있는 장일의 가방장일열심히 책을 꽂고 있다카트거의 다 비어있다장일책을 다 꽂고 간다.

 

44. 소강당 또는 다목적강의실 

드문드문 앉아있는 학생들장일영화보고 있다오드리헵번 주연의 로마의 휴일살그머니 들어와 옆에 와서 앉는 지원.

 

장일;(놀람반가움미소)

영화 계속 되는데 지원 눈감고 있다고개장일 어깨에 툭영화 끝나고 자막 올라간다학생들일어서 나간다장일잠든 지원이 깰세라 그대로 앉아있다.

 

45. 수미 방 

벽거울 아래 예쁜 구두 놓여있다내일 입을 옷을 꺼내놓고 백도 맞춰놓는 수미.

스케치들이 가득한 벽 한 쪽 구석다른 그림에 덮혀 반쯤 가려진 장일의 얼굴 스케치가 보인다.

 

금줄(E);이장일 많이 바쁜가한번 내려와 달라고 편지에 썼는데 소식이

없네.

수미(E);내가 직접 만나서 얘기해 볼게선우를 위해서 한번 내려와 달라 고.

 

46. 소강당 또는 다목적강의실 

학생들 몇 명 없는 강당다른 영화가 상영 중이다자이언트나 에덴의 동쪽.

눈뜨는 지원장일의 어깨에 기대 있다깜짝 놀라 고개 든다.

 

장일;잘 잤어요?

지원;.....(침 흘렸나 입을 닦는)

장일;침 안 흘리고 잤으니까 걱정 마요.

지원;........(영화로 시선...놀라는)!?

장일;왜요.

지원;로마의 휴일에 제임스 딘이 나오네요.....

 

장일웃는다지원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운지원잠이 덜 깨 어벙벙한.

47. 기 차 

달리는 기차곱게 꾸민 수미가방에서 콤팩트를 꺼내 거울을 본다어떤 기대감.

 

48. 캠퍼스 

수미걸어간다오늘 자신의 옷과 머리가 맘에 든다자신감 있게 걸어가는 수미.

지나가는 남학생에게 묻는.

 

수미;법대 건물은 어느 쪽인가요?

 

수미건물 앞에서 기다린다학생들이 나온다그 중엔 밝은 표정의 장일웃으며

걸어 나와 명석과 손짓하고 헤어진다.

수미;이장일.

장일;(멈칫.... 돌아본다)

수미;오랜만이야.

장일;.......여긴 웬일이야.

수미;전시회 볼 게 있어서 왔다가 한번 들러봤어너한테 할 얘기도

있고.

장일;(손목시계 보며)뭔데.

수미;바빠?

장일;얘기해.

수미;여기서좀 조용한 데서 차근히 하고 싶은데.

장일;약속이 있어.

수미;........ (서운)

장일;뭔데할 얘기가.

수미;선우를 보러 한번 내려와 줬음 좋겠어.

장일;........

수미;친한 친구가 와서 다독거려 주면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장일;......많이 좋아진 거 아니야나한테 편지도 보냈던 데.

수미;편지 보낼 만큼 좋아졌음 앞으로 영원히 안 볼거야?

장일;.........

수미;니가 며칠 같이 있어주면 기억이 돌아오는 데 도움이 될거야.

장일;시간 내볼게.

수미;고마워.

장일;그래. (가는데)

수미;........차 한잔할 시간도 없는 거야.

장일;약속이 있어서.

장일바쁘게 걸어간다수미우두커니 서 있다.

 

49. 캠퍼스 일각 

지원걸어 나온다장일달려간다.

 

장일;지원씨.

지원;수업 안 들어갔어요?

장일;지원씨 만난다고 수업 빨리 끝내 달랬어요.

지원;나 오늘도 바쁜데.

장일;시간 많이 안 뺏을게요배고프죠?

장일지원의 등을 따뜻하게 떠밀며 걸어간다옆에서 웃으며 걸어간다. (장일무서운 현실에서 회피해 지원 옆에서 따뜻하게 있고 싶은 마음 강렬하다)

몇발짝 떨어진 데서 장일을 바라보고 있는 수미장일지원 옆에서 너무 포근하게 웃고 붙어서 간다두 사람 멀어진다수미질투심과 서러움이 솟는다.

 

50. 기 차 

달리는 기차멍하니 앉아있는 수미쓸쓸한 얼굴마스카라가 번져 있다손에는

맥주 캔 하나수미맥주 캔 천천히 찌그러뜨려 버린다.

 

51. 선우 옥탑 마당 

금줄애벌레처럼 평상의 침낭에서 자고 있다선우죽도를 들고 위 아래로 공중에서 내려치기 하고 있다수미올라온다선우가 처음으로 움직이고 있다.

 

선우;(인기척에)누구야.

수미;(평상에 와 앉으며)이제야 김선우 같구나....

선우;(대꾸없이 연습만)

수미;.........서울 가자 선우야.

선우;.......(멈춘다)

수미;우리가 언제까지고 니 옆에 있어줄 수도 없잖니.

선우;...............

수미;넌 지금 제일 바라는 게 눈 뜨는 거지내가 원하는 걸 가질 수 없을 땐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걸 해야 돼그러다 보면 또 다른 길이 나 와그게 나한테는 그림이었고.... 선우;........그래 가자.

수미;(뜻밖이다)선우야.......

선우;나도 살 길을 찾아야지.... 서울 가자.

수미;정말이지? (선우 껴안으며)잘 생각했어고마워 선우야.

금줄;(눈 뜬다일어나려다 침낭 째 바닥으로 떨어진다)

수미;(도닥 도닥잘 생각했어.

선우;...............

수미;금줄니가 내일 올라가서 선우 지낼 방을 좀 구해.

금줄;(버둥거리며)내가 서울을 어떻게 알고 방을 구해.

수미;좋아 그럼 다 같이 올라 가여관에다 짐 풀고 방 구해보자.

선우;장일이 서울에 있잖아.

수미;..........그런데 왜?

선우;장일이한테 얘기 좀 해 봐방 구할 때 까지 며칠만 신세 지겠다고.

수미;(의외란 표정)정말?

선우;.

수미;(잘됐다 싶은)그래그럴게!

 

52. 장일네 거실 

수화기 들고 서 있는 장일표정이 굳어 있다한참을 굳어서 듣기만 하다가

 

장일;........당연하지당연히 우리 집으로 데리고 와야지방 구할 때까지 걱정말고 지내어려워 말고 오라고 해.

장일전화 내려놓는다고개 숙인 채 가만히........

 

53. 선우 집 앞 

커다란 짐 가방을 들고 메고 나오는 금줄역시 큰 가방을 든 수미선우를 부축해

걸어간다선우걸어가다 한번 집 쪽을 돌아본다.

 

선우;마지막으로 한번 보고 싶어.

수미;...........

금줄;..........

수미;대문은 촌스러운 파란색녹이 좀 슬어있고... 신문사절 붙어있고...

선우;박씨 아저씨네 목련은 다 졌어?

수미;아직 꽃잎 몇 개 남아있어지금 너희 집 마당으로 햇빛이 가득해.

선우;(미소)

금줄;담벼락에 소변 금지 낙서는 거의 다 지워져가고.

수미;너희 집 마당에서 보이는 산에는 초록색 물이 확 올랐어.

 

세 사람 걸어간다따스하고 아름다운 과거의 환영들 스쳐간다웃으며 걸어오는

경필의 모습과장난치듯 달려가는 어린 시절 선우와 장일행복한 과거의 환영과 스치면서 걸어가는 세 사람동네에서 점점 멀어져 간다.

 

지원(E);당신을 만났을 때 저는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였어요만약 제가 다시 힘을 차렸다면 그건 오직 당신을 위해서예요당신과 관련 한 모든 감정과 의지를 되살렸어요.

 

54. 복지관 교육실 

창가에 비추는 햇살창가 앞 책상에 앉아 소리를 내어 책을 읽는 지원.

(낭독봉사자 교육을 받는 과정책을 읽고 성우에게 코멘트 듣는자세한 상황은 안보여 주는 게 좋을 듯)

 

지원;저는 당신께 아무것도 감추지 않으려고 해요만약 저에 대한 당신의

마음이 변하신다면 그건 당신에겐 더 잘된 일이 될 거라고

믿어요그럼 저는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면 되겠죠.

 

55. 장일 아파트 단지 

멀리 베란다에서 지켜보고 있는 초조한 표정의 장일금줄과 수미의 부축을 받으며 걸어오는 선글래스 낀 선우.

 

지원(E);그러나 만약 당신이 변하지 않으신다면..........

제가 처음 가졌던 사랑으로 당신을 지켜 드리겠어요당신이

명하지 않는다면 난 결코 곁눈질하지 않을 거예요.

나도 당신을 사랑합니다. 1846년 1월 16일 당신의 엘리자베스 바레트 브라우닝.

(E); 초인종 소리

 

56. 서울 장일네 거실 

긴장 가득한 표정으로 현관 앞에 서 있는 장일초인종 소리 한 번 더 난다.

떨리는 손으로 문을 여는 장일.

 

장일;.........선우야.

선우;(반갑게 웃는)장일아!

장일;(포옹하며)짜식.... 오랜만이다.

선우;장일아.... 너 장일이 맞냐?

장일;그래 임마내 목소리 모르겠어?

선우;야 이 자식 그새 인물 훤해 진 것 좀 봐.

 

금줄과 수미가방 내려놓는다수미둘러본다사랑하는 남자의 공간이다.

 

수미;집이 참 좋네....

금줄;(부엌으로 달려가며)난 물 좀 마실게.

장일;냉장고 채워놨어다 꺼내먹어.

수미;

장일;수미 넌 저 쪽 방 쓰면 돼금줄너 선우랑 같이 잘래?

거실에서 잘래?

선우;거실에선 내가 잘게그래야 화장실 쓰기도 편하고.

장일;피곤할텐데 샤워하고 빨리 자밀린 얘기야 내일부터 하면 되지.

수미;방 빨리 구해볼게너한테 폐 끼칠까봐 선우 엄청 걱정해.

장일;폐라니.... 이 정도는 친구로서 당연히 해줘야지.

선우;고맙다 장일아.

장일;고맙긴 임마.... (선우를 주시하는)

금줄;(부엌에서)선우야너 목마르댔지물 갖다줄까?

선우;내가 갈게.

 

선우걸어가다 거실 바닥에 놓은 가방에 걸려 넘어진다수미얼른 일으켜 준다수미선우 손을 이끌어 부엌으로데려간다.

 

장일;.........

57. 장일 방 

장일책상에 앉아 책장 넘기는데 안 들어온다책을 덮는다문 쪽을 본다고요하다.

 

58. 장일네 거실 

소파에서 담요 덮고 자고 있는 선우장일문소리 안 나게 살짝 문을 열고 나온다부엌으로 발소리 나지 않게 가는데

 

선우;..... 안 잤어?

장일;(깜짝)곧 시험이라.... 넌 왜 아직 안 자?

선우;몸은 피곤한데 잠이 안 오네.

장일;자리가 떠서 그런 가 보다우유라도 한잔 줄까.

선우;아냐 괜찮아.

 

따뜻한 김이 올라오는 우유탁자에 놓는 장일.

 

장일;마셔.

선우;.......(마셔도 될까 하는 의심)...

 

장일옆에 앉아 선우 손에 잔을 대 준다.

선우;장일아..

장일;그래.

선우;요즘은 빚쟁이들 안 찾아오니.

장일;이젠 그런 일 없어걱정 마.

선우;우리가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지?

장일;........(긴장 불안).... 글쎄....

선우;마지막으로 본 데가 어디야?

장일;...... 시장에 있는 고깃집인가삼겹살에 소주 한잔 했던 거 같은데.

선우;(웃으며).... 우리가 술도 같이 마셨어?

장일;기억에 전혀 없어?

선우;없어.... 내가 너 학비랑 생활비 보내주겠다고 큰소리 쳤는데....

도움도 못 주고 이런 꼴로 나타나서 미안하다.

장일;미안하긴그런 소리 하지 말구 우유나 마셔.

선우;(우유를 조금 마시는 척 하는)아직 뜨겁다 식혀서 마실게.

장일;선우야..... 어쩌다 사고가 났는지도 전혀 기억 안나니.

선우;........그냥 어렴풋이 떠오르는 건.....

장일;..........

선우;그날 엄청 추웠다는 거그거 밖에 없어.

장일;...... (안심하는데)

선우;장일아내가 혹시 경찰서 간다고 했었니?

장일;잘 모르겠는데.

선우;내가 경찰서 간다고 하다가 사고가 난거래사람들이 날 속이는 것

같아.

장일;괜찮아 선우야누가 널 속인다고 그래. (도닥 거려주는)

걱정 말고 푹 자. (담요 덮어준다)

선우;(눕는다)너도 잘자라.

장일;그래 그래.....

 

그날 밤의 세 사람수미 방밖에서 들리는 소리를 들으며 결을 세우고 앉아있다장일방으로 들어와 방바닥에 푹 주저앉는다선우무표정하게 누워있다.

59. 비행기 인서트 

60. 기내 

퍼스트 클래스. (유럽→ 서울문태주와 쿤앉아있다쿤은 책을 읽고 태주는 생각에 잠겨 있다승무원 다가와 비어있는 잔에 샴페인을 따라준다.

 

; What does he look like?

태주;날 많이 닮았어아주 미남이지.

;(웃는)

태주;아들을 데리고 미국으로 갈 생각이야.

; and?

태주;세상 최고의 남자로 만들어 줄거야. (손에 들고 있는 샴페인을 마신 다)

 

61. 장일네 거실 이른 아침

수미냉장고에 붙은 쪽지를 본다.

 

장일(E);시험 때문에 나 먼저 나간다미안저녁에 맛난 거 먹자.

수미;장일인 아침 일찍 나갔나봐.

 

소파에 누워있는 선우.

 

선우;나가는 소리 들었어.

 

토스트 기에서 튀어나오는 빵식탁에는 금줄쨈과 버터를 발라 선우에게 준다앞엔 과일과 주스 놓여있다.

 

금줄;커피는 오른 쪽에 놨다. (선우 손을 잡아서 대주며)여기.

 

수미집을 둘러보고 있다거실에 있는 오디오 옆 클래식 CD들을 집어 들어서 보고 장일 방으로 들어간다반듯하게 정돈된 방수미책상을 손바닥으로 쓰다듬어 본다수미방을 나와 식탁으로 걸어오며.

 

수미;이 정도 집이면 전세도 엄청 비쌀텐데....

금줄;진노식 회장이 장학금 줘서 서울 온 거잖아그거 모르고 있었어?

수미;장학금은 장학금이고.... 설마 집 까지 해줬을까.

선우;........집이 좋아?

금줄;엄청 커새 아파트고.

수미;이 동네서울 중에도 비싼 동넨데....

금줄;걔네 아버지 또 사채 써서 집 해준 거 아냐그리구 보니 돈은

언제 갚은거지그날 이후로 땡보가 학교로 찾아 온 적도 없잖아그 독사 같은 놈이.

선우;...................

수미:(선우의 표정을 본다)커피 마셔 선우야.

선우;............(못 듣는)......

 

62. 복지관 정문 

정문임을 알려주는 차임벨 소리바람을 타고 울려 퍼진다금줄과 수미선우를 잡고 걸어온다.

 

수미;소리 들리지여기가 정문이다.

 

선우표정 쓸쓸하다울리는 벨소리 들으며 문으로 들어간다.

 

63. 복지관 녹음실 

작은 부스에서 녹음중인 지원상실의 시대 (무라카미 하루키읽는다.

 

지원;미도리의 죽음이 내게 가르쳐 준 것은어떠한 진리도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을 치유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64. 복지관 일각 

복도 창가에 기대 서 있는 선우. (또는 복지관 마당 벤치) ‘재활 훈련팀’ ‘점자 도서팀’ ‘녹음도서 자원 봉사팀’ 안내판 벽에 화살표와 함께 붙어있다.

 

지원(E);우리는 그 슬픔을 실컷 슬퍼한 끝에 거기서 무엇인가를 배우는 길밖에 없으며그리고 그렇게 배운 무엇도 다음에 닥쳐오는

예기치 않은 슬픔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지원선우가 서 있는 앞으로 걸어간다지원앞에 혼자 서 있는 남자 앞을 스쳐가며 힐끗 본다창가 쪽으로 비스듬히 서서 창밖을 향하고 있는 시선.

 

지원;...........(어디서 봤더라)........

 

지원걸어간다뭔가 줄에 걸린 듯 느린 걸음으로 걸어간다지원복도를 빠져나오다 문득 멈춰 선다.

플래쉬 백 -- 1차 유리를 내려치는 지원부서진 앞 유리창으로 눈이 마주친 선우와 지원.

 

선우;(지원 옆을 스쳐가며)고마워.

 

복지관.

 

지원; (반가움 놀람)!!!

 

지원달려온다선우서 있다선우에게 다가가는 지원.

 

지원;........ 안녕하세요.......

선우;(소리 나는 쪽으로 서서히 고개 돌리는)

지원;저 기억 하시겠어요?

 

선우지원을 바라본다초점 없는 눈동자지원 쪽을 향해 멈춰있다.

 

지원;..........(대답을 기다리다 점점 이상함을 느끼는)

 

어린 시절 차 안에서 지원을 바라보던 또렷하고 뜨거운 눈동자초점 풀려 지원과 눈을 안 맞춘 채 멍하니 멈춰 있는 선우의 눈동자.

 

선우;..... 저한테 말씀하신 겁니까.

 

선우를 보고 놀라 굳은 지원의 표정에서!

 


.적도의 남자 

.영화 & 드라마 대본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