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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도의 남자 6

 


 

1. 복지관 일각 

5부 엔딩 연결로지원달려온다선우서 있다선우에게 다가가는 지원.

 

지원;........ 안녕하세요.

선우;(소리 나는 쪽으로 서서히 고개 돌리는)

지원;저 기억 하시겠어요?

 

선우지원을 바라본다초점 없는 눈동자지원 쪽을 향해 멈춰있다.

 

지원;..........(대답을 기다리다 점점 이상함을 느끼는)

 

어린 시절 차 안에서 지원을 바라보던 또렷하고 뜨거운 눈동자초점 풀려 지원과 눈을 안 맞춘 채 멍하니 멈춰 있는 선우의 눈동자.

 

선우;..... 저한테 말씀하신 겁니까.

지원;(충격)!!

선우;아직 제 앞에 계세요?

지원;.........죄송합니다제가 착각을 한 것 같아요.

선우;....괜찮습니다.

지원;........(바로 떠나지 못하고).... 제가 도와드릴 일 없나요.

선우;재활 훈련팀이 어딘가요친구가 알아보러 갔는데 오질 않네요.

지원;제가 안내해 드릴게요.

 

지원선우의 왼쪽에 서서 선우의 왼팔을 조심스럽게 잡아 자신의 오른팔을 잡게 한다.

 

지원;제 팔을 잡으세요.

 

선우지원이 이끄는 대로 발을 내딛는다두 사람조심스럽게 걸어간다선우는 지원을 의지해 걷는다지원선우 옆모습을 본다두 사람사람 없는 복도를 걸어간다.

 

지원;여긴 오늘 처음이세요?

선우;.

 

금줄사무실에서 서류 봉투와 접혀있는 지팡이를 들고 나온다. (접혀 있을 땐 30센치 크기)

금줄;선우야..... (옆에 있는 지원을 보며)?

지원;재활 훈련팀을 찾으셔서.....

금줄;미안하다오래 기다렸지.

선우;수미는.

금줄;근처 부동산에방 나온 거 본다고.

선우;....

금줄;수미랑은 이따 집에서 보기로 했고..... (지팡이를 펴며)일단 오늘은

점자 기초랑 보행 훈련만 받으면 된대.

지원;점자 교실은 1층 사무국 옆이예요.

선우;고마워요.

어린 선우(E);고마워.

지원;.......안녕히 가세요.

 

지원걸어간다뒤돌아보면 금줄지팡이를 선우 손에 쥐어준다선우흰 지팡이를 잡는다지팡이로 바닥을 두드려보는 선우선우금줄의 부축을 받으며 지팡이 집고 걸어간다지원선우 가는 것 끝까지 보고 있다.

 

2. 복지관 녹음실 

지원문 열고 들어선다.

 

실장;뭐 놓고 갔어요?

지원;아까 녹음 하던 거 마저 다 하고 가려구요.

 

지원책꽂이에서 책(상실의 시대)을 뽑아들며

 

지원;오늘 새로 등록한 사람 혹시 보셨어요?

실장;......부산인가 기장에서 온 남자?

지원;(반가운)맞아요 거기.

실장;아까 사무국에서 잠깐 봤어가족이 없더라.

지원;(놀람)그럼 고아예요?

실장;아마 그럴 걸사고로 시력을 잃은 것도 최근이고.

지원;무슨 사고로요?

실장;거기까진 모르겠는데.

지원;..........

 

3. 강의실 

빈 강의실혼자 앉아있는 장일책 펴놓고 멍하니핸드폰 벨이 울린다. (1997발신자 번호 안뜸)

 

장일;.....(선뜻 안 받고 있다가)여보세요.

지원(F);장일씨 난데요.

장일;(밝아지는)지원씨!

지원;오늘은 영화 못 볼 것 같아요복지관에서 곧장 과외하는 데로

갈려구요미안해요. (끊는)

장일;지원씨여보세요.

 

장일속상해 벌떡 일어나는데 다시 핸드폰 벨.

 

장일;(바로 받아)여보세요!

4. 용배네 거실 

반찬과 미역젓갈류를 싼 보자기 한아름 놓여있다용배통화 중.

 

용배;장일아너 좋아하는 어리굴젓이랑 밑반찬 좀 만들었다오늘 저녁 밥상에 놔줄게아버지 지금 출발한다.

장일(E);오늘은 안돼요 아버지.

용배;....

장일(F);학교에서 밤 샐 것 같아요.

용배;그럴수록 밥을 잘 먹어야지내가 밥상 차려 놓을테니까 아침에 들어 와서 먹어나 지금 차 시간 맞춰 나간다.

장일;집에 지금 선우가 와 있어요.

용배;(놀람벌컥)선우가 거길 왜 가 있어.

장일;방 구할 때까지 며칠만 있을 거래요어젯밤에 왔어요.

용배;그 녀석이 거길 어떻게 알고 찾아간 거야혼자 오지도 않았을 거

아냐.

장일;친구 둘이 데려왔어요방 구하면 바로 나갈 거예요.

용배;장일아.....그 녀석 앞으로 너한테 엉겨 붙으려는 속셈 아니냐.

그럴 심산으로 서울 간 거 아니야?

장일;아니예요.

용배;내가 전화해서 알아듣게 타이르마거기가 어디라구.

장일;하지 마세요.

용배;도대체 무슨 방을 왜 구한다는거야내가 서울에 올라가서 끌어내야 겠다.

장일;아버지그러다 우리 벌 받아요.

용배;.........

장일;맹인 학교 찾아서 온 거 예요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아버진 제발

모른 척 하세요. (끊는)

 

5. 옷 가게 

예쁜 구두와 옷들 가득한 팬시한 샵수미열심히 옷을 고르고 있다탈의실을

들락거리며 아찔한 미니부터 라인이 그대로 드러나는 옷공주풍 드레스까지야한 하이힐부터 샌들.... 미친 듯 입어보고 신어본다.

 

수미;이걸루 할게요.... 이것두요..... 이건 몇 프로 세일이예요?

 

거울에 비친 모습 맘에 드는 듯 미소 짓는 수미.

 

6. 미용실 

머리 커트중인 중인 수미.

 

수미;(만족스런 미소)

7. 수퍼마켓 

카트를 밀고 가는 수미달뜬 마음장을 보고 있다인스탄트 음식이 아닌 제대로

요리를 할 작정으로 장을 보고 있다조개두부야채고기 등등.... 수미장바구니 들고 같이 물건을 고르는 젊은 부부를 본다다정해 보인다.

 

수미;...............

 

수미의 상상장일수미 다정하게 카트를 끌고 간다장일시식중인 젓갈을 하나 수미에게 먹여준다수미매운 듯 손으로 부채질을 하면 장일 얼른 카트에서 물병을 꺼내 따 준다.

 

수미;(장일보며 미소)

 

카트 앞에 혼자 서 있는 수미미소 짓고 있다.

 

8. 장일네 부엌 

보글보글 끓고 있는 찌개화사한 옷을 입은 수미파를 썰고 있다.

 

수미;아직 배 안고프지?

 

거실에서 실내보행 연습중인 선우와 옆에서 거드는 금줄.

 

금줄;난 배고파 죽어.

수미;조금만 참아집 주인 오면 다 같이 먹자.

 

선우벽을 한 손으로 가볍게 스치며 걸어간다한 손은 앞으로 막고 더듬이 처럼

세워서벽에 붙어 걸으며 앞에 있는 장애물을 피해간다.

 

금줄;그렇지 그렇지이제 이 집에선 고꾸라지는 일 없겠다.

수미;오늘 배운 거야?

금줄;운동신경이 있어서 빨리 익히더라구.

수미;다행이다.

금줄;넌 머리가 좀 달라진 것 같다?

수미;난 10분 단위로 변신해관심 갖지 마.

 

9. 버스 정류장 

장일가만히 서 있다버스 오고 떠나고... 장일버스 여러 대를 그냥 보내며 서 있다표정 어둡다집에 가기 싫은.

 

10. 장일네 거실 

장일들어온다거실 한 쪽에 흰 지팡이 서 있다장일시선 돌린다장일 맞는

수미.

 

수미;늦었네.

장일;(퉁명)어 미안교수님 면담이 갑자기 잡혀 가지구저녁은 먹었어?

금줄;(버럭)안 먹고 기다렸지배고파 환장하겠다.

장일;먼저 먹지 그랬어.

선우;수미가 찌개 맛있게 끓였대밥 먹자.

 

식탁에 둘러앉은 네 사람금줄은 배고팠던 듯 달게 맛나게 푹푹 떠 밥을 먹고

수미는 장일의 의식해 단아하게 먹으면서 장일의 표정을 살핀다선우젓가락으로 접시와 접시사이 빈 공간을 더듬다가 접시를 찾아간다.

 

수미;오른 쪽이 멸치구 왼쪽은 계란말이김치는 멸치 옆.

선우;(멸치를 집는데 몇 번 헛손질)

장일;........(싫고).........

선우;...... (장일에게서 먹는 움직임이 안 느껴진다)장일아 넌 왜 안 먹냐.

장일;먹어야지많이 먹어.

금줄;.... 찌개 죽인다최수미 넌 미모그림요리 다 끝내주는구나.

성격만 이상하구.

장일;(관심 없이 싸늘)

수미;하마트면 완벽할 뻔 했어.

선우;(푹 웃는)

 

선우입에서 뭔가 튄 듯 냅킨 찾으려다 물컵을 건드려 엎는다반찬접시에 물이 쏟아진다장일 순간 인상을 팍 쓰는.

 

선우;내가 뭘 엎었구나.

수미;괜찮아 괜찮아내가 치울게. (선우 손에 냅킨 쥐어준다).

금줄;수미 니가 너무 짜게 해서 선우가 물 섞은 거야.

수미;그래 내가 잘못했다얼른 먹어.

금줄;(찌개 먹으며)... 여기는 소주 한잔 있음 좋은데.

수미;한잔 할래맥주랑 소주 사왔는데.

금줄;좋지이장일우리 한잔 하자.

장일;난 술 잘 못해니들이나 마셔.

선우;장일이 너 술 세잖아소주 두병 반 마시고도 거뜬했는데.

장일;........! 내가?

선우;어제 니가 그랬지우리 같이 술 마신 적도 있다고그래서 기억이

어렴풋이 떠올랐어....

장일;...........

선우;..... 합격 잔치했었잖아.

금줄;했지 했지동네에 이장일 법대 합격 장난 아니게 붙어 있었지.

선우;그날 너 엄청 많이 마시고도 멀쩡했어.

장일;........(뭔가 조여 오는 불안감)그때야 기분이 들떠 있을 때니까.

수미;우리 예상이 맞았네장일이가 옆에 있으니까 기억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잖아.

선우;나한테 예쁜 여자 친구는 없었냐?

장일;(웃으며)글쎄.... 그건 내가 기억이 안 나는데...

 

11. 장일네 거실 

테이블에 맥주 소주 놓여있다오징어 땅콩 안주류 널려있고 술 마시는 네 사람.

 

수미;오늘 방을 몇 개 봤는데 마땅한 게 없어.

장일;제대로 찾아 본거야?

수미;복지관에서 멀지 않아야 하고돈에 맞춰서 구하려니까 많지 않더라 구. .

선우;난 괜찮아아무데나 해.

수미;장일아내일은 니가 선우 좀 복지관에 데려다 줄래?

장일;내가?

수미;금줄이랑 나는 부동산 사무실 돌다가구청에 가서 서류도 좀 해와야

.

금줄;내일만 장일이 니가 선우 좀 데려다 주고 데려오고 해주라.

장일;나도 그러고 싶은데 내일은 수업 때문에....

수미;금요일은 수업 없다며.

장일;..... 맞다내일이 금요일이지그래 내가 해줄게.

선우;미안하다.

장일;미안하긴... 그런 소리 하지 마 임마.

 

12. 거리 아침

흰 지팡이에 선글래스 낀 선우장일의 부축을 받으며 걷고 있다흰 지팡이로

바닥을 톡톡 치며 발걸음 옮겨간다장일오른쪽에 붙어선 선우가 불편하다.

 

선우;사람들이 쳐다보니?

장일;아니.

 

선우턱이 있는 곳을 제대로 인식 못해 발 내려놓으며 휘청한다.

 

장일;(놀라서 선우 붙들며)미안하다미리미리 얘기해 줄게.

선우;아냐내가 서툴러서 그래.

장일;이제 앞으로 한 30미터는 계단이나 턱없다.

선우;어제 재활팀 선생이 그러더라지팡이로 한발 앞에 짚고 한발 가고,

또 한발 짚어보고 한발 가고한 발 앞에 뭐가 있나안전한가 보고 한발을 떼놓으래.

장일;잘하고 있어 지금.

선우;사는 데도 이런 지팡이 있음 참 좋을텐데한발 앞을 알 수 있으면.

장일;..........그러게.

 

오토바이 한 대 굉음을 내며 위협적으로 지나간다선우놀라 장일의 팔을 꽉 잡는다장일선우의 무게감이 실려 오면서 싫은 표정부담스러운 듯 선우를 쳐다본다선우는 장일의 표정을 알 리 없고.

 

13. 복지관 일각 

선우장일 서 있다.

 

장일;정문 앞으로 다섯 시까지 오면 되지?

선우;그래 다섯 시에 정문에서 기다릴게.

장일;이따 보자.

 

선우복도를 따라 걸어간다한 손으론 벽을 스치며 한 손으론 지팡이 두드리며.

장일선우가 걷는 것 괴로운 듯 보다가 돌아선다.

 

14. 캠퍼스 벤치 또는 학생식당

지원책 펼쳐놓고 멍하다다른 생각 중.

플래쉬 백 -- 복지관지팡이 짚고 걸어가는 선우.

 

지원;........(멍하니)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거지.....

장일;(걸어오다 지원보고 반갑게)지원씨.

지원;(깨어나며)?!

장일;수업 없어요멍하니 뭐하고 앉아있어요.

지원;.......있어요. (책을 가방에 넣으며)들어가야지.

장일;기타 사러 언제 갈까요?

지원;기타요?

장일;문 리버 다시 한번 듣고 싶다고 했잖아요오늘 수업 끝나고 갈래요?

지원;그때 내가 말한 사람 기억나요?

장일;누구.

지원;왜 내가 진미회관 앞에서 차 유리 부쉈을 때....

장일;기억나죠그 사람은 왜요.

지원;나 그 사람 만났어요.

장일;(단순 질투어디서요?

지원;어제 시각장애인 복지관에서 만났어요.

장일;그 사람도 봉사하러 온 거 예요?

지원.... 예전에 본 그 사람 분명한데... 그 사이에 맹인이 됐어요.

장일; !

지원;나도 깜짝 놀랐어요사고로 그렇게 됐나 봐요.

장일;지원씨이제 리포트 쓸 만큼 봉사 다니지 않았어요?

시간 너무 뺏기는 거 같은데 그만 하지.

지원;녹음 봉사는 재밌어요계속 할 생각인데또 봐요!

 

지원걸어간다장일기분 안 좋다.

 

15. 수미 방 

선우 데리고 서울 가요며칠 있다 올게’ 쪽지 크게 붙어있다광춘한껏 차려입고 서 있다.

 

광춘;(무선전화 들고 서 있다)말만한 가시나가 이틀 밤을 나가서 자고....

연락도 한 통 없고.... (전화에)아 여보세요거기 복지관이 서울

어디 붙어있습니까.

16. 기차 역 플랫폼 

표를 들고 서 있는 광춘카메라(필름 카메라)를 목에 걸고 여행복 차림으로 서 있는 힘 좋아 보이는 아줌마 무리 서너 명이 중 뚱뚱한 아줌마 하나계속 힐끔거리며 광춘을 본다일행 두 명에게 뭐라 속닥 함께 쳐다본다광춘이들의 시선 의식하고 있다.

 

광춘;(으쓱괜히 머리를 한번 쓰다듬고 옷깃을 턴다)

 

광춘유혹적인 눈초리로 스윽 한번 시선 줬다 바로 거둔다.

 

광춘;..... (혼자 폼 잡고 서 있는데)

여자(E);이 사기꾼!

광춘; !

여자;나한테 천만 원에 부적 판 점쟁이 맞지남편 바람기 잡고장사 대 박난다고 꼬드겨서.

광춘;... 아니 무슨 오해가 있으신 것 같은데....

여자;오해는 무슨 오해너 오늘 잘 만났다당장 경찰서로 가!

광춘;사람 잘못 보신 것 같습니다.

여자;엉터리 점쟁이 최광춘이 맞잖아.

광춘;(펄쩍)누가 들음 진짜로 알겠습니다전 차 시간이 급해서 이만.

 

광춘달아난다아줌마들 쫓아간다.

 

여자;거기 서!

 

광춘요리조리 피해서 달려간다.

광춘;.... 패를 한 번 떼보고 나왔어야 하는건데.

기차역 일각광춘여자들한테 잡혀 있다이마엔 땀이 번들.

 

광춘;아니..... 이보쇼.... 바람피는 여자가 여사님 보다 젊고 이쁘고 착한 데여사님네 식당 밥이 드럽게 맛이 없는데.... 낸들 어쩌라구요.

이참에 우리 삼백짜리 부적 한 장 더 하고 제대로 한번 해봅시다.

여자;(잡아 끌며)경찰서 가자니까.

광춘;내 참 드러워서뱉어내면 되잖아.

여자;당장 내 놔.

광춘;지갑에 천만 원 넣고 다니는 미친놈 봤어요내가 부쳐드린다니까.

여자;그걸 어떻게 믿어.

 

아줌마세 명 광춘을 벽에 밀치고 양팔을 붙든다뚱뚱 아줌마 목에 걸고 있던

카메라(필름 카메라)로 광춘의 사진을 찍는다범죄자 사진 찍듯이 정면으로 찍고

 

여자;옆으로 돌려.

 

왼쪽 측면으로도 찍고.

 

여자;뒤집어.

 

광춘 오른 쪽 측면으로도 찍고.

 

광춘;이게 이게 지금 뭐하는 짓입니까인권유린이요 인권유린.

여자;돈 안갚기만 해일간지에 사진으로 도배를 해버릴테니까.

정면으로 한방 더.

 

사람들 지나가면서 이상하다는 듯 본다광춘쪽팔린다양 옆의 아줌마 어깨동무를 하고 친구들과 사진 찍는 것처럼 김치~’

 

17. 광춘네 거실 

머리 아픈 듯 이마를 괴고 앉아있는 광춘.

 

광춘;........ 하아...... 이게 다 수미 년 때문이야그 년 찾으러 서울

갈 생각만 안했어봐이런 사단이 왜 나나냐고!

 

광춘머리 잡고 괴로워하다가 굳음 결심을 한 듯 깊은 호흡 한번서랍에서 편지지를 꺼내고 그 위에 볼펜을 탁 놓는다.

 

광춘;............

18. 진승원 창고 

장일에게 가져갈 반찬과 가방 책상에 놓여있다용배작업복을 벗고 잠바를 걸치는데 차실장 들어온다.

 

용배;실장님이 웬일이십니까.

차실장;야외테이블 다섯 개만 준비하세요지금 회장님 손님들 오실 겁니 다.

용배;.......지금요서울 가려던 길이었는데...

차실장;이보세요지금 평일 낮 네 시예요.

용배;오늘은 아들놈한테 꼭 좀 가봐야 할 일이 있는데.

차실장;야외 테이블 바로 손봐서 정리해주세요.

용배;......알겠습니다.

차실장;(나가려다)용배씨 혹시 진회장님 먼 친척이라도 되십니까.

용배;아닌데요.... 왜 그러시는지....

차실장;장일 군이 너무 특별대우를 받는 것 같아서요서울 집 만들어

주느라 제가 아주 골머리를 썩었거든요. (나간다)

 

용배기분 나쁘다반찬과 가방을 보며 주춤거리다 창고 문을 열고 야외테이블을 꺼내기 시작한다.

 

19. 점자 교실 

색안경을 쓴 선생앉아있다시각장애인 몇 명점자수업 중선우는 맨 뒷자리에 앉아 있다왼손 검지로 점들을 만져보고 있다.

 

선생;왼쪽부터 세로로 1,2,3. 오른쪽부터 세로로 4,5,6....

여섯 개 점들의 위치와 방향을 익히세요.

 

선우눈을 감았다 떴다하면서 집중하고 있다올록볼록 흰 점이 가득한 점자들.

선우하나도 모르겠다절망스럽다.

 

선생(E);옆으로 손가락을 쭉 따라가 보세요. 2번 점 하나만 있는 것도

있고, 4번 점 하나만 달랑 있는 것도 있죠(시옷)하고

(리을)은 한 점이예요점의 위치를 외워야 돼잘 짚어보세요.

 

선우답답한 듯 책을 탁 덮는다.

 

지원(E);바보 같은 생각은 그만둬.

20. 음반 도서실 

선우창가 자리에 앉아 귀에 이어폰 꽂고 있다손바닥만한 CD플레이어 연결돼 있고 눈 감고 듣고 있는.

 

지원(E);그는 큰 소리로 말했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배의 방향이나

제대로 잡아라아직도 행운이 있을지 모르니 말이다."

파도에 져선 안돼난 지기 위해서 바다로 나온 게 아니야.

(노인과 바다 헤밍웨이)

 

도서목록과 대출인 장부 놓여있고 CD와 테잎이 가득한 대여 프론트.

지원창가 자리에 앉아있는 선우를 보고 있다선우무심코 고개를 지원 쪽으로

돌린다지원 들킨 듯 얼른 고개를 숙이고 장부를 보는 척..... 그러다 아차!

하고 다시 선우 쪽으로 시선선우일어서 다가온다프론트 데스크를 확인하느라 더듬는 선우의 손.

 

선우;오디오 도서 대출은 어떻게 합니까.

지원;여기서 하시면 돼요.

선우;(귀를 쫑긋.......)

지원;집으로 가져가실 거죠필요하심 씨디 플레이어나 카세트 플레이어 도 빌려드릴 수 있구요.

선우;(손가락으로 가리키며)......헤밍웨이헤밍웨이 작품 녹음 하신 분

맞죠?

지원;네 맞아요.

선우;(웃으며)잘 들었습니다.

지원;어떤 거 빌리시게요?

선우;목록을 좀 알고 싶은데.

지원;잠깐만요. (글씨로 된 목록을 건네려다)아참! (점자 북을 펼치며)

여기요. (손을 갖다 책에 대준다)

선우;.............

지원;......? (아차!)

 

책상 한켠 두 사람 나란히 앉아있다지원목록을 불러주고 있다목이 쉬어라 열심히지원 옆 노트엔 선우가 고른 것 적은 메모. <톨스토이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지원;알렉상드르 뒤마 몽테크리스토 백작토스토 예프스키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죄와 벌막심 고리끼 어머니펄벅의 대지빅톨 위고 레미 제라블노틀담의 꼽추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니코스 카잔차키 스 그리스 인 조르바.

선우;그거요 조르바.

지원;오케이. (노트에 메모하고다음은 한국 소설로 넘어갈까요?

선우;아뇨 소설은 세 권이면 됐어요인문교양 쪽으로는 어떤 책들이 있 죠?

지원;(자료 넘기며)..... 철학 개론철학 입문서양 사상사로마 그리스 신화도 있구요.

선우;그거요.

지원;로마 그리스 신화도.

선우;혹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나 한비자 같은 책도 있습니까.

지원;(선우를 다시 보는!)....그런 책은..... 아직은 없는 걸로 알고 있어요.

선우;........(아쉬운).... ...

 

프론트 데스크지원선우에게 오디오 CD 네 장을 준다.

 

지원;아까 말씀하신 건 희망도서로 올려놓을 게요.

선우;감사합니다.

 

선우지팡이 더듬으며 걸어 나간다.

 

21. 캠퍼스 일각 

느리게 걷고 있는 장일시계를 본다. 430.

 

선우(E);그래 다섯 시에정문에서 기다릴게.

 

명석장일에게 달려오며

 

명석;너 마침 잘 만났다.

장일;....왜요?

명석;스터디 스케줄 얘기 좀 하자구.

장일;(손목 시계 본다갈등하는).....

명석;잠깐이면 돼니가 없음 이거 못 짜지.

장일;그래요.

 

노트와 형법 민법 책 놓고 페이지 넘기며 일정표 짜는 장일과 명석.

장일몰두해 있다.

 

22. 복지관 앞 어스름

선우혼자 지팡이 잡고 서 있다정문을 알리는 차임벨 소리 울려 퍼지고그 앞을 지나는 사람들 힐끗 선우를 보고 스쳐간다선우시각장애인용 손목시계의 버튼을 누른다.

 

시계음(E);오후 다섯 시 40분입니다.

장일(E);정문 앞으로 다섯 시까지 오면 되지?

 

선우공중전화 버튼을 더듬어 버튼을 누른다. 011 778 ....누르다 #을 잘못 누른다신호가 가지 않는다선우버튼을 새로 누르는데

 

(F);고객이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정문 앞선우기다린다해가 점점 기운다.

 

시계음(E);오후 여섯 시 20분입니다.

 

지원정문을 나서다 선우를 본다선우지팡이로 더듬거리며 차도 쪽으로 나온다.

 

선우;(어설프게 손을 뻗어택시!

 

승용차들쌩쌩 지나쳐 가고한발 떨어진 곳에서 보고 있던 지원 달려온다.

 

지원;제가 잡아 드릴게요.

선우; ?

지원;저예요 헤밍웨이.

선우;감사합니다.

지원;어디까지 가세요.

선우;한성 아파트 3차 갑니다.

지원;택시!

 

장일저만치서 걸어오다 지원이 선우를 택시에 태우는 모습을 본다두 사람이 탄 차출발한다.

 

장일;...........

 

23. 도 로 어스름

달리는 택시뒷좌석의 두 사람선우는 긴장해 있다.

 

지원;납치 하는 거 아니니까 걱정 말아요.

선우;댁이 그 근처세요?

지원;거기서 마을버스로 조금 더 가요.

선우;.......

지원;아직 혼자 차 탈만큼 훈련 안 받으신 것 같던데.

선우;친구가 오기로 했는데 일이 생겼나 봐요약속에 늦는 녀석이 아닌 데.

 

달리는 택시뒤로 장일이 탄 택시 따라간다.

24. 아파트 단지 

택시에서 내리는 선우와 지원곧 뒤따라 장일이 탄 택시 좀 떨어진 곳에 와서 선다.

 

선우;여기서부턴 제가 할게요.

지원;엘리베이터 층만 눌러드릴게요.

 

25. 엘리베이터 

1층 엘리베이터 안선우와 지원서 있다.

 

지원;(버튼 누르며)7저 갈게요.

 

지원내린다선우와 마주 보고 서 있다엘리베이터 문천천히 닫히는데 지원자기도 모르게 손을 흔든다.

 

선우; (지원을 본 것처럼 미소로 목례)

지원;(놀라 손 차렷)

 

엘리베이터 문 스륵 닫혀버린다.

 

26. 아파트 단지 

장일들어가지 않고 화단에 서 있다지원아파트 현관에서 나온다.

 

장일;지원씨.

지원;장일씨가 여기 웬일이예요?

장일;여기 웬일이예요?

장일;저 여기 살잖아요.

지원;........

장일;지원씨는 여기 웬일루........

27. 베이커리 겸 카페 

찻잔 놓고 앉아있는 지원과 장일장일뭔가 물어보고 싶은 데 타이밍을 보고

있는 표정.

 

장일;여기서도 과외 해요?

지원;그건 아니구.... 그 분 모셔다 드렸어요.

장일;그 분?

지원;진미회관 앞 그 분.

장일;그 사람을 왜요.

지원;약속한 친구가 안 왔다고 혼자 택시를 잡고 있잖아요아직 혼자

다닐 만큼 훈련이 안된 분인데.

장일;원래 그렇게 오지랖이 넓은 사람이예요?

지원;..........

장일;아님 그 사람한테 관심이라도 있는 건가.

지원;.......장일씨는 지금껏 누굴 도와주거나 도움 받아본 적 없어요?

 

플래쉬 백 -- 1학생부실. (어린 선우와 장일)

 

선우;이장일너 지금껏 누굴 도와줘 본 적도 없고도움을 받아 본 적도

없구나.

장일;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

선우;너 무지 외로운 놈이구나친구 해주까?

 

카페장일멍하니 앉아있다.

 

지원;장일씨도 복지관에 한번 와 봐요그럼 내 마음 이해되실 거예요.

장일;난 나중에 검사가 돼서 더 많은 사람을 돕고 싶어요당장에 맹인

한 사람 길 안내해주는 그런 봉사 말고.

지원;그러세요.

 

유리창 밖집에서 나온 듯 지갑 하나만 든 수미커다란 수퍼마켓 봉지를 들고 지나가다 베이커리 유리창 너머로 장일과 지원이 마주 앉아있는 게 보인다두 사람 진지하게 얘기하는 모습.

 

수미;............

 

수미질투와 증오의 눈으로 두 사람 바라보다 간다.

 

장일;저녁 먹고 가요.

지원;과외하러 가야 돼요.

장일;내일 하겠다고 전화해요.

지원;(어이없는왜요.

장일;맹인 집 찾아주러 여기까지 올 시간은 있고 나랑 저녁 먹을 시간은 없어요?

지원;오늘 왜 이래요화나기 전에 갈게요. (일어선다)

장일;(손을 확 잡는다)당장에 학비 벌기도 힘들어 하면서 봉사는 무슨

허영이예요?

지원;(손을 확 뿌리치고 나간다)

장일;..........(화나고....질투.......)

 

장일가만히 앉아있다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낸다.

 

28. 장일네 거실 

쌩한 표정으로 통화중인 수미.

 

수미;선우 무사히 왔어 걱정 안해도 돼.

장일;난 아직 학굔데 오늘 밤새야 할 것 같아어쩌지.

수미;..........

장일;여보세요?

수미;할 수 없지 뭐수고해라.

 

전화 내려놓는 수미.

 

수미;일부러 이래.

선우;?

수미;아냐 아무 것두.

선우;.......장일이?

수미;학교에서 일이 있음 복지관 사무실로 전화하면 되잖아정문에 있는

사람한테 못 간다고 전하고 택시 좀 잡아줘라이랬어야지.

선우;다른 분이 도와줬다니까괜찮아.

금줄;(화장실에서 나오며)나쁜 새끼야선우가 자길 위해서 해준 일은

다 까먹었어그 새끼도 절벽에서 떨어졌나봐.

선우;그만해.

금줄;내가 이 말은 안하려고 했는데..... 너 예전에 장일이 만들어준 독서 대랑 목침 있지그거 지금 경비아저씨가 쓰더라.

수미;!

선우;............

금줄;이장일 합격 기원 인두로 쓴 거 있지이름은 칼로 파서 지워버렸어.

경비실에 있길래 이거 뭐냐고 했더니 쓰레기통에 누가 버린 걸

주워다 쓰는 거래.

선우;............ 너 장일이한텐 그런 얘기 하지 마라.

금줄;당연하지 임마.

수미;(흘려듣다가 갑자기 번쩍선우를 본다)선우야.... 너 그건 기억하고 있네사고 나기 얼마 전의 일일 텐데.

선우;.........(아차 싶은).... 그건 기억이 나네.

금줄;이장일 옆에 있으니까 술술 떠오르나 부다몇 달만 여기 있음

어쩌다 사고가 났는지도 다 떠오르겠어.

 

29. 도서관 

자리 많이 비어있는 도서관장일앉아있다외로워 보인다책은 펼치지도 않고 가만히 앉아있다일어선다.

 

30. 악기사 

기타를 고르고 있는 장일다양한 기타들 만져보고 어설프게 손가락으로 튕겨본다예쁜 기타를 하나 고른다미소 짓는 장일.

 

31. 장일네 거실 

쌩한 표정으로 앉아 스케치하는 수미귀에 이어폰 꽂고 앉아있는 선우몰입해 듣고 있다부엌에서 나온 금줄선우 앞에 물컵 놔주며

 

금줄;테이블 위에 물컵 놨다.

선우;(못 듣는)

금줄:(이어폰 한 쪽 빼고)여기 물잔 있다구.

선우;그래.

금줄;(선우의 이마 만져본다)너 왜 이렇게 뜨거워이 자식 열 있네.

수미;그래? (선우 이마 만져본다)진짜.... 아까 찬바람 맞고 오래 서 있어 서 그래.

선우;괜찮다니까.

금줄;너 오늘은 방에 들어가서 자.

수미;난 내일 내려가야 하는데.... 괜찮겠어?

선우;오빠 멀쩡하다니까얼른 들어가서 짐이나 싸.

 

32. 장일네 수미 방 

장일의 다른 계절 옷들과 책장이 있는 방행거에 나란히 걸려있는 장일의 자켓과 셔츠그 사이에 같이 걸어놓은 수미의 옷들수미짐 가방을 싸고 있다쇼핑백도 여러 개수미행거에서 옷을 내려 가방에 넣다가 멈춘다걸려있는 장일의 자켓 소매 한 쪽을 원피스 어깨에 걸쳐놓는다마지막 한 쪽도장일이 수미의 어깨를 안고 있는 듯하게.

 

수미;장일아..... 선우가 점점 기억을 되찾고 있는 것 같아.

혹시 그게 두려운 거니.

33. 지원네 동네 새벽

신문배달 오토바이 달려간다낡은 연립주택 근처또는 놀이터자다 깬 듯한 부스스한 지원추리닝에 가디건 걸친 차림으로 뛰어나온다어느 구석에 술에 취한 장일앉아있다옆엔 기타 케이스.

 

지원;장일씨이 시간에 왠일이예요.

장일;........미안해요지원씨가 너무 보고 싶어서 집에 갈 수가 없었어요.

지원;어디서 이렇게 마신 거예요지금 몇 신 줄 알아요?

장일;저기가 집이예요?

지원;..........

장일;겨울엔 춥겠다내가 나중에 돈 벌어서 으리으리한 집에서 살게 해줄 게요.

지원;어제 저녁엔 장일씨 집 앞이었잖아집에 안 들어간 거예요?

장일;집에 가기 싫어요날 괴롭힐려구 일부러 쳐들어 온 것 같아.

지원;누가요.

장일;한지원씨.

지원;..........

장일;..............나만 좋아해주면 안되나.

지원;취했다... 어서 일어나요.

장일;선물. (기타를 안겨준다)

지원;.........

장일;이 기타는 나한테만 들려줘야 해지원씨가 부르는 문리버도 나만

들을 거야.

장일벽에 기대 눈을 감는다지원난감하다.

 

34. 장일집 작은 방 아침

이부자리 펼쳐져 있고 선우누워있다.

 

수미;선우야너 오늘은 복지관 가지 마내가 전화해 놨어.

금줄;그래약 사다 줄테니까 약 먹고 쉬어.

선우;갈 수 있다니까.

수미;눈도 안 보이면서 아프기 까지 해봐이장일이 널 얼마나 짐스러 워 하겠니.

선우;..........

금줄;약 사올게 선우야.

수미;넌 부동산에 시간 약속했어?

금줄;했지약만 사다주고 바로 나갈거야.

 

35. 아파트 단지 아침 (?? )

걸어가는 수미와 금줄수미가방을 들었다.

 

금줄;오늘은 괜찮은 방이 나왔음 좋겠네.

수미;서둘러서 아무거나 잡진 마이장일김선우한테 빚 많은 애잖아.

이 정도는 해줘야지.

금줄;내 말이!

두 사람 걸어 나간 후 택시 한 대 들어오고 용배내린다보따리 가득 들고.

 

36. 아파트 엘리베이터 앞 아침

용배버튼을 누른다용배 기다리고 서 있는 뒤로 비틀거리는 장일을 가까스로

부축하는 지원.

 

지원;다 왔어요이제 혼자 들어 갈 수 있죠?

장일;지원씨우리 한잔만 더 해요집에 들어가기 싫다니까.

용배; ?! (돌아본다)

장일;(지원을 안다시피)우리 다른데 가요한지원 우리 다른 데 가자.

지원;(손 떼놓으며)왜 이래요.

용배;.............장일아.......

지원;(깜짝 놀라고)

장일;..........(게슴츠레 고개 들어본다)

 

37. 장일네 거실 

용배장일의 따귀를 때린다.

 

장일;.........

용배;너 지금 제 정신이냐니가 지금 제 정신이냐구.

너 편하게 공부시키려고 애비는 진회장 밑에서 개처럼 기고 있는데

밤새 술이나 처먹고 여자 끼고 들어와사람새끼면 뭐라고 말이라도 해봐 이 자식아.

장일;...........누가 아버지더러 개처럼 기라고 했어요?

용배;뭐야.......

장일;왜 스스로 진회장의 개가 돼서 나를 이렇게 힘들게 만드세요.

용배;진회장님 아니었음 니가 이렇게 좋은 집에서 학비 걱정없이

공부할 수 있겠니.

 

방 안 쪽선우숨 죽이고 앉아있다.

 

용배(E);이 집을 누가 해준건데 여기다 선우 녀석을 불러들여니가 받아 주니까 눌러 붙어 있는거 아냐.

장일(E);나라고 좋은 줄 아세요.

용배(E);이 녀석 어딨냐당장 나가라고 해.

장일(E);맹인학교 갔어요점자 배우러.

용배(E);선우 내보내고 아까 그 기집애도 만나지 마.

장일(E);이러실 거면 가세요아버지도 선우도 다 지겨워요.

선우;................

 

서러움 가득한 용배의 표정터지려는 울음을 참고 있다.

 

용배;이 애비가 널 위해서 지옥을 갔다 왔는데 내가 지겨워....?

장일;(눈물 나는).... 지겨워요너무 죄송한데 정말 지겨워요.

 

38. 도로 

한강을 건너는 택시달리는 택시 안용배서러운 듯 울고 있다흑흑..... 소리 내 흐느낀다소매로 계속 눈물 닦는다.

 

39. 장일네 부엌 

장일식탁에 앉아있다물병과 쥬스병 놓여있다방금 일어난 듯 머리가 헝클어진 선우귀에 이어폰 꽂은 채 더듬거리며 들어온다.

 

장일;(놀람 당황)너 집에 있었니.

 

선우듣지 못하고 들어와 식탁 의자에 앉는다.

 

장일;...........선우야.

선우;(못 듣고)

 

장일, CD플레이어에 꽂힌 이어폰 잭을 뽑는다지원의 책 읽는 목소리 흘러나온다.

(지원(E);어느 날인가 돈 많은 남자가 와서 1년 동안 신어도 닳지 않을 튼튼한

가죽 장화를 만들어 달라고 했습니다난 그 사람의 등 뒤에 죽음의 천사가 있는 걸 발견했습니다나 외에는 아무도 그 천사를 보지 못했 지만 날이 저물기 전에 그 남자의 영혼이 그의 곁을 떠나리란 것을 난 알았습니다.)

장일;(지원 목소리 인식 못하고 소리 흐르는 위로)선우야.

선우;(그제야 장일을 인식한 척 놀라는)너 언제 왔어.

장일;좀 전에아버지도 다녀가셨는데..... 몰랐어?

선우;몰랐어오셨음 말하지 인사라도 하게.

장일;복지관에 간 줄 알았지방문도 잠겨있던데.

선우;그랬나.

장일;수미랑 금줄은?

선우;수미는 내려갔고금줄은 방 보러 나갔어.

장일;.........(선우를 이상하다는 듯 본다..... 지원의 목소리를 인지하는)....

지원(E);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나는 이 질문 중에 또 한 가지의 해답을 찾을 수 있었........

장일;(스톱 버튼 누른다)

선우;나 듣고 있는데.

장일;술이나 한잔 할래.

선우;(웃으며)대낮부터?

 

40. 거실 

클래식 흐른다창가로 환한 햇살이 들어온다얼음잔과 맥주와 양주병 놓여있다많이 비어있다장일마시고 잔 내려놓는다과일과 치즈과일 깎는 칼이 놓여있다장일취기가 돈다.

 

장일;이젠 너. (맥주 양주 거칠게 섞어 따른다)

선우;나만 마시고 있는 거 아냐눈이 안보이니까 알 수 가 있어야지.

장일;(머리를 한 대 치며)이 새끼..... 내가 널 속일 까봐?

선우;(온순하게 잔을 들어 마신다)

장일;(칼로 과일 조금 베어 물고 테이블에 툭 던진다선우를 빤히 보는)

선우;(술 마시는)

장일;선우야.

선우;.

장일;우리 집 보이냐방이 세 개화장실 두 개넓고 좋다.

선우;(미소).... 좋은 것 같아.

장일;내가 너 서울 오라고 할 때 왔으면 좋았잖아너도 지금쯤 대학생이

돼 있겠지여자친구도 사귀고 도서관에서 밤도 새고.... 우린 옛날처 럼 단짝친구로 서로 의지하면서 지낼텐데....

선우;니가 나한테 그랬었어?

장일;그래 임마내 말 들었음 이렇게 소경이 돼서 나타나진 않잖아.

선우;난 이게 끝이 아니라고 생각할래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딱 하나 빼곤 없지만.

장일;그 하나가 뭔데.

선우;내 인생 이게 끝이 아니라고 믿는 거.

장일;(웃으며)고난을 박차고 일어서라빛나는 내일이 증언하리.

선우;니 책상 앞에 붙어있던 거네.

장일;지금 당장 눈을 뜰 수 있다면 제일 먼저 하고 싶은 게 뭐야.

선우;니 얼굴을 보는 거.

장일;..........?

선우;니가 지금 내 앞에 있잖아.

장일;너 지금 나 놀리냐?

선우;술이나 더 마셔.

장일;좋지. (술잔 2개에 술을 섞어 따르다 문득멈춘다.

선우를 본다)너 기억하는 구나.......내 방 책상 앞에 붙어있던 촌스런

문구.

선우;니가 말하니까 묻혀있던 기억이 떠오르나봐.

장일;너 혹시 보이는 거 아냐보이면서 안 보이는 척 연기하는거지?

선우;취했다그만 마시자. (일어서는데)

장일;(멱살을 잡고)........너 나한테 말 안하고 있는 거 있지.

선우;........

장일;말해말해 어서.

선우;......사실은......

장일;........(죽일 듯이 긴장으로 쏘아보는데)

선우;나 사실은 한강 유람선 타보고 싶다너한테 미안해서 말 못하고

있었어.

 

장일두려움과 긴장이 안에서 폭발하듯 갑자기 선우를 때린다선우장일을 밀친다테이블로 엎어지는 장일술잔이 바닥에 떨어진다장일소파에 앉아있는 선우를 손으로 때리다 쿳션을 들어 닥치는 대로 팬다선우맞고만 있다.

 

장일;옛날 김선우 어디갔어나한테 싸움 가르쳐주던 옛날 김선우 어디

갔냐구.

선우;(웅크린 채 계속 맞고 있는)

선우(E);아버지는 진노식 회장을 안다아버지는 진회장 별장에 갔다.

아버지가 죽었다장일이가 장학금을 받고 서울로 온다.

 

장일술 취해 뻗어있다창가로 깊게 쓰며드는 햇살선우장일을 등지고 창밖을 향해 서 있다.

 

선우(E);진정서 제출을 장일이가 말렸다경찰서에 가는 나를 장일이가

뒤에서 치고 벼랑으로 굴렸다나는 살아났고 앞을 볼 수 없다.

난 널 용서할 수 없다.

41. 남성복 명품매장 

진노식수트 입고 서 있다점원무릎 꿇고 앉아서 바짓단을 바로 해주고 있다.

 

희정;내 남편 멋있네그걸루 해요. (점원에게)타이랑 셔츠는 다른 것

좀 보여주세요.

노식;양복은 지난달에도 새로 산 게 있는데.

희정;이번 달에 중요한 계약 있잖아요그때 입으라고 내가 주는 선물.

노식;선물은 내가 줘야 하는 거 아냐커피잔도 새로 사줘야 하고.

희정;은애가 누구예요?

노식;..........!

희정;슬픈 꿈이라도 꾸는 지.....흐느끼는 목소리로 은애야.... 어데가나...

이러더라구 어젯 밤에.

노식;........

희정;나야 결혼도 했었고 애도 둘 달 고 와 당신이랑 살고 있지만....

잠꼬대로 딴 여자 이름 부르는 게 기분 좋진 않더라구.

노식;(타이 다른 색깔 대보며)이거 괜찮아?

희정;옛날 약혼녀예요?

노식;......별 걸 다 묻는다.

희정;당신은 내 맘대로 옷 입힐 수 있는 내 남편이야꿈속에서도 잊지

마요.

노식;알았어.

희정;사무실로 들어갈 거예요?

노식;데이트 약속이 하나 있어.

 

42. 소규모 공연장 

(Kbs홀도 괜찮음)불 꺼진 객석무대에선 피아노 한 대와 윤주리허설 중.

윤주;(노래... 헨델의 울게 하소서)

 

불 꺼진 객석에 혼자 앉아있는 진노식눈 감고 노래 듣다가 끝나면 박수쳐준다.

객석으로 다가오는 윤주.

 

윤주;바쁘실텐데 뵙자고 해서 죄송해요.

노식;아니야 덕분에 노래 잘 들었다.

윤주;(노식 옆에 앉는다)노래는 졸업연주회 까지만이예요앞으론 그냥

취미로만 할거예요.

노식;엄마랑 아직 한참 더 싸워야겠구나.

윤주;부탁이.... 아니 드릴 말씀이 있어서 뵙자고 했어요.

노식;경영학을 공부하겠다는 거그건 이미 나도 찬성했는데.

윤주;저 결혼 한다구요.

노식;...........?

윤주;성악과 선밴데 엄마가 반대해요가난한 집 장남에 음악하는 남자라 구요난 이 사람 없인 못 살 것 같아요우리끼리 결혼하려구요.

노식;그 남자가 널 낳아준 엄마보다 소중하냐.

윤주;........내 인생이 엄마꺼는 아니니까요.

노식;그 남자는 니꺼가 될 거 같으냐.

윤주;..........

노식;그 남자가 니 인생이 돼서도 안된다.

윤주;회장님은 누군가를 미칠 듯이 사랑해 본 적 있으세요?

노식;사랑.... 그거 아무것도 아니다.

윤주;..........

노식;사랑에 너무 많이 기대지 마라그 사람이 변하지 않을거란,

니가 변하지 않을꺼란 생각은 하지 마.

윤주;그 사람도 나도 안 변할 것 같은데요.

노식;그래서 사람들이 다친다그렇게 믿어서.

윤주;..............

 

43. 선우네 옥탑 

태주와 쿤마당에 서 있다텅 비어있는 방과 쓰레기 나뒹구는 마당태주쓸쓸하게 바라본다뒤에 말없이 서 있다.

 

44. 옛날 회사 사무실 밤 (?)

장부와 영수증 잔뜩 쌓아두고 뭔가 정리하고 얘기중인 노식과 태주.

 

태주;이건 10년 계획으로 멀리 보고 가는 게 맞아요단기간에 이익을

보려고 하면 다른 걸 놓치실 거예요.

노식;내 생각도 그래그렇게 하자.

 

문 열리고 도시락을 싸든 은애 들어온다태주밝아지는 얼굴.

 

노식;일하는 데 그런 건 왜 싸들고 와일 방해되게태주보고 싶어 왔나.

 

45. 옛날 회사 일각 

(5부 노식의 회상과 다른 시각으로마주 보고 서 있는 태주와 은애.

 

은애;....... 아이가 생긴 것 같아요어떡하죠.

태주;...... 내가 형한테 말씀드릴게요.

은애;안돼요얘기하면 안돼요.

태주;불안해 하지 말아요 은애씨.

은애;난 그이가 싫어요. (고개를 숙이고 운다)

 

태주도닥 거려주면 은애 태주에게 안긴다멀리서 보던 노식돌아서 간다.

 

은애;그 사람은 날 사랑하지 않아요언제나 나 보다 일이 먼저,

돈이 먼저예요.

태주;형님은애씨 정말 많이 사랑하고 있어요.

은애;아이를 가졌다고 말하면 당장 지우라고 할 거예요.

태주;그렇지 않아요.

은애;그 사람은 나한테 마음을 준 적이 없어요계속 나 혼자만 바라보고

있었어요.

태주;그래서 내가 뭘 어떻게 도와주면 됩니까.

은애;차라리 내가 문태주씨를 죽도록 사랑했으면 좋겠네요.

태주;은애씨.... 나한테 너무 잔인한 거 아닙니까.

은애;(눈물 닦으며 돌아서 간다)

태주(E);은애씨를 처음 본 날부터 난 매일이 행복이고 매일이 지옥이었는 데내 앞에서 어떻게 그렇게 잔인한 말을 합니까.

 

태주눈물이 그렁.

 

46. 옛날 회사 사무실 

형사들 들이닥쳐 구속영장을 내보이며 태주를 끌어낸다.

 

형사;문태주씨 맞습니까횡령과 배임 혐의로 긴급체포 합니다.

태주;(믿기지 않는뭐요?!

 

형사들태주를 끌고 나간다.

 

태주;진노식 사장님 좀 만나게 해주세요. (부르는)형님!

47. 선우네 옥탑 

서 있는 태주와 쿤은 옆에서 불어로 통화 중. (태주는 시간을 거치며 자신감있고겉으론 시니컬하고자신의 마음을 숨기는 데 프로가 됨)

 

; (불어)미스터 문과 나는 한국에서 좀 더 머물 것 같습니다.

아마도........(태주를 보면)

태주;그건 나도 모르지내 아들을 찾을 때 까지.

;.......(불어로그건 지금 확정할 수 없습니다죄송합니다.(전화끊고)

태주;눈이 멀어서 떠났다는 게 사실이야?

;........ I‘m afraid so.

태주;..............

 

48. 선우네 동네 낮 (??)

비닐장갑 낀 손으로 편지를 우체통에 넣는 광춘편지를 넣고 장갑도 얼른 벗어 주머니에 넣는다가방 든 수미걸어온다.

 

수미;뭐해.

광춘;아 깜짝이야이노무 가시나뭐하다 이제 와.

수미;(의심)..... 편지 부쳤어?

광춘;편지는 무슨 편지를 부쳐!

수미;.......이상한 짓 하지 마벌써 옛날 일이야.

광춘;생사람 잡지 마내가 뭘 어쨌다구.

수미;화실 들렀다 갈게요. (가는)

광춘;선우는 어떻게 하고 있냐.

수미;잘 있어요.

 

49. 장일네 거실 

외출에서 돌아온 금줄뻥한 얼굴로 서 있다술병 술잔 널브러져 있다.

장일머리를 잡으며 방에서 나온다.

 

금줄;선우랑 술 마셨냐.

선우;(말없이 물병 들어 마시는)

금줄;술 마시고 씨름했어이게 무슨 난장판이야...

장일;몰라기억 안나. (다시 방으로 가다방은 구했어?

금줄;아니 아직....

장일;(방으로 들어간다)

 

50. 강의실 앞 복도 

학생들과 함께 지원나온다.

 

용배;저기......한지원 학생됩니까.

지원;(돌아본다)

51. 카 페 

마주 앉아있는 지원과 용배.

 

용배;한지원 양도 좋은 학교 다니는 학생이니까 내 말 이해 할 거예요.

우리 장일이.... 큰 인물이 되야 할 놈 이예요지금은 공부를 해야

할 때지여자친구 껴안고 뒹굴 때가 아니란 겁니다.

지원;(불쾌한)뭔가 오해를 하고 계신 것 같은데요... 장일씨랑은 그냥 학교 친구예요.

용배;그냥 학교 친구가 같이 밤새 술 마시다 아침에 남자네 집으로 들어

오나요.

지원;.........(기분 상하고)

용배;우리 장일이가진 것 없는 애비 만나 불쌍하게 자란 놈이예요.

공부할 수 있게 좀 도와줘요.

지원;잘 알겠습니다전 수업이 있어서요. (일어서는데)

용배;꼬드겨 흔들지 말고찾아와도 만나주지 말아요.

52. 캠퍼스 일각 

지원밝지 않은 표정으로 걸어간다걸어오던 장일지원을 보고 반가운 듯 환하게 웃는데 지원무시하고 지나친다.

 

장일;.........

 

53. 복지관 앞 

관광 버스 서 있다지원버스로 올라온다선우창가 쪽에 혼자 앉아있다지원선우와 통로를 사이에 둔 옆자리에 가서 앉는다선우이어폰 끼고 있다.

 

지원;.........(가만히 보고 있는데)

선우;(이어폰 빼고)헤밍씨?

지원;......어떻게 아셨어요?

선우;좋은 냄새가 나서요. (미소)

54. 유원지 

스티비원더 가발을 쓴 선글래스 시각장애인, Part time lover를 신나게 립씽크 하고 있다지원과 다른 봉사자들시각장애인 웃으며 박수치고 있다.

 

지원;(둘러본다 누군가를 찾는 눈길).........

 

멀리 떨어진 곳선우혼자 앉아있다지원소리친다.

 

지원;거기서 혼자 뭐해요.

선우;(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 돌리는)

지원;오세요이제 게임할 건데.

선우;(관심 없는 듯)이따 갈게요.

 

지원내려오다 경사진 비탈에서 돌에 걸려 발을 삐끗하며 구른다.

 

지원;!

선우;(벌떡 일어난다)

지원;(발목 잡고)아흐....

선우;괜찮아요?

지원;(아픈 거 억지로 참으며)......

선우;안 괜찮은 것 같은데.

지원;갠찮다니까요. (일어서는데)아흐... (하며 주저앉는)

선우;(지원의 발목을 조심스레 더듬어 만져본다)발목을 다친 것 같은데요나한테 엎혀요.

지원;아니예요괜찮아요.

선우;못 걷잖아요.

지원;좀 있으면 괜찮아 질거예요.

선우;엎히라니까....

지원;괜찮다니까.

선우;불안해서 그래요내가 앞을 못 보니까.

지원;.......

 

지원머뭇거리자 선우지원을 들어 안는다지원깜짝 놀라고.

선우;난 지금 헤밍씨 다리가 됐어요헤밍씨는 내 눈이 돼줘요. (지원을 업은 채 걸어 올라간다)

지원;..........

선우;이대로 쭉 올라가요?

지원;나무가 있어요세 발짝 앞에서 오른 쪽으로.

선우;하나 둘 셋...(오른 쪽으로 비껴간다)

 

평지로 나온 선우.

 

지원;왼쪽으로......네 이제 쭉 가요. (촬영장 동선에 맞게 대사 해주심 됩 니다)

 

지원선우 목에 두 손을 두른 채 선우 얼굴을 바라본다.

 

지원;.............

 

선우나무에 쾅 부딪힌다.

 

지원;!

선우;똑바루 좀 해요앞은 안 보고나만 쳐다보고 있었던 거 아냐?

지원;(발끈)내려줘요.

선우;정말 내려줘요?

지원;.

선우;그럼 난 앞으로 갈 수 가 없는데지팡이 놓고 왔잖아요.

지원;그럼 계속 가요.

선우;앞이나 잘 봐요.

지원;어어.... 다섯 걸음 앞에 또 나무.

 

선우지원을 업고 나무 사이로 걸어간다봄 햇살 비치는 숲.

 

지원;......무겁죠.

선우;무겁네요.

지원;힘 주고 있는데.

선우;힘 준게 이 정도예요?

지원;내려 줘요.

선우;누구 맘대로.

 

지원을 안고 걸어가는 선우.

 

55. 점자 교육실 

손가락으로 점을 짚어가는 선우.

 

선우;...제 이름은 김... ....우입니다....

 

점자 기구를 사용해서 점을 찍고 있는 선우.

 

점자선생;(만져본다)이젠 김선우씨 영어 점자도 잘하시네.

 

56. 음반 도서실 

CD를 반납하는 선우.

 

지원;열심히 들으시네요.

선우;발목은 다 나았어요?

지원;이제 말짱해요고마워요.

선우;제가 신청한 건 아직 안 왔나요?

지원;...... 우선은 많이 알려진 작품 위주로 선정을 하고 있어서요.

선우;..... 수고하세요.

선우나간다지원잠시 갈등하다 따라 나간다.

 

지원;저기요.

선우;(돌아보면)

지원;방법이 없는 건 아니예요.

 

57. 공원 벤치 

따뜻한 햇살이 퍼진다벤치에 나란히 앉아있는 선우와 지원지원책 읽어 주고 있다지원 옆엔 책이 여러 권 쌓여있고 물병도 두어개.

 

지원그가 말했다벼랑 끝으로 오라그들이 대답했다우린 두렵습니다.

그가 다시 말했다벼랑 끝으로 오라그들이 왔다그는 그들을

밀어버렸다그리하여 그들은..... 날았다!

선우;.............

지원;우리를 벼랑 끝으로 내몬 건 우리가 날개를 가진 존재란 걸 깨닫게

하기 위해서다. (선우를 본다)

선우;(미소)

58. 강의실 앞 

커다란 꽃다발을 들고 서 있는 장일신경 쓴 듯 깔끔하게 차려입었다학생들 우르르 나온다지원 보이지 않는다.

 

59. 복지관 일각 

장일꽃다발 들고 아무도 없는 복도를 걸어간다흰 지팡이 든 시각장애인 걸어온다.

 

장일;여기 음반 도서팀이 어딥니까.

장애인;(장일이 가는 직진 방향으로 가르쳐 주고)

 

장일걸어가는데 걸어가는 쪽과 다른 방향에서 기타소리가 난다문리버장일,

소리를 따라간다장일의 발길이 머무는 곳문이 열린 작은 방에 지원이 기타를 치고 있다그 앞에는 선우 혼자 앉아있다.

 

지원;(기타치며 선우를 보며 미소 짓고)

선우;(입가에 잔잔한 미소)

 

장일걸어 들어간다지원장일이 걸어오는 걸 본다잠시 멈칫하다가 계속 연주.

장일꽃다발 들고 와 지원 앞에 와서 서는데서. 


.적도의 남자 

.영화 & 드라마 대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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