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 54
MBC 특별기획드라마 이 산(李蒜) 제 54 부 #1. 편전. 낮 (53부 엔딩에 이어) 산, 장태우를 비롯한 모든 중신들이 모여 있다. 산 : (태연하게) 과인이 어젯밤 의금부에서 홍승지를 만났소. 헌데 홍승지는, 그것이 자신이 한 일이 아니라 하더군요. 하여, 과인은 홍승지에 대한 수사를 이미 중지하라 했소. 다들 : ....!!.... 장태우 : (기가 막히다) 전하! 이는 천부당만부당하신 말씀이옵니다! 고신도 받지 않은 자가 죄를 자복할 리가 없질 않사옵니까? 헌데, 어찌 전하께선 증험도 없이 수사를 중단하시겠단 말씀이십니까? 산 : 증험을 보이면 되겠소? 장태우 : (멈칫, 본다) 산 : 경들에게 홍승지가 무고하단 증거를 보여주면 되겠냔 말이오. 다들 : ....!!.... 산 : 좋소. 그렇다면 내 바로 오늘 이 자리에서 경들에게 그 증험을 보여주겠소. 장태우 : ....!!.... 다들 : .....!!..... 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술렁이고 당혹해하는 중신들. 보면, 그런 이들을 매섭게 바라보는 산. 장태우 : (당혹) 전하. 증험을 이 자리에서 보이시겠다니... 대체 그것이...(하는데) 산 : (O.L) 호판 이훈석 대감, 예조참판 강학수 영감, 그리고 호조참판 민우태 영감들이 홍승지가 무고함을 입증해 줄 증험들이오. 장태우 : ?? 최석주 : ?? 다들 : ...!!... 산의 말에, 지목받은 신하들, 당혹하고 어리둥절해하고 다들 이것이 무슨 말인가..술렁이는데... 산, 그런 이들을 흔들림 없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중신1 : (당혹스럽다) 아..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전하. 소신들이 홍승지의 무고함을 밝힐 증험이라니요? 그것이 무슨 말씀이신지 알아들을 수가 없사옵니다. 산 : (냉소 어린다) 그렇겠지요. 경들은 그대들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하여, 누가 그대들에게 죽음으로 그 대가를 물으려하는 지 짐작조차 하지 못할테니 말이오. 다들 : ....!!!.... 누가 이들에게 죽음으로 대가를 물으려한다니... 이건 또 무슨 말인가? 편전 안의 중신들...연이은 산의 알 수 없는 발언에 술렁이며 요동치는데... 산 : 앞선 호판 이동수 대감, 박철명 영감, 오태수 영감 등 세 신료를 살해한 것은 홍승지가 아닌 다른 자들이오. 그리고....그들이 다음 표적으로 삼고 있는 것은 바로 경들 중 한 사람이 될 것이오. 허니, 어떻소? 과인이 오늘 밤 경들의 집에서 이 사건의 진범들을 잡아낸다면 무고한 홍승지를 의금부에서 풀어줘도 되겠소? 다들 : ....!!.... 산 : ........ 산, 자신 있고 단호한 태도로 신하들을 응시한다. 보면, 당혹한 채...어쩔 줄 몰라 하는 이들... 그리고 그런 이들을 바라보는 산의 의미심장한 눈빛. #2. 동. 빈청. 낮 들어서는 장태우와 최석주를 비롯하여 산에게 지목된 신하들, 중신1 : (기막히고 당혹스럽다) 대감! 누군가 우릴 죽이려 하고 있다니요? 그것이 대체 무슨 해괴한 소리란 말입니까? 최석주 : 하지만 전하께서 아무 확증도 없이 그 같은 말씀을 하셨을 린 없지 않소. 생각들 해 보시오! 뭔가 짐작이 가는 것이라도 없소? 중신2 : (OL) 없습니다. 지금 주상께선 터무니없는 억지를 쓰고 계십니다. 홍국영이 그 미친놈의 짓이 아니라면 우리가 이런 참담한 일을 겪을 까닭이 대체 뭐란 말입니까? 최석주 : .....!..... 중신1 : 더욱이 우릴 앞세워 그 자가 무고하단 증험을 보이시겠다니.... 이 무슨...(하는데) 장태우 : (OL) 주상의 말을 따르게. 다들 : (놀라 멈칫..보는데) 중신1 : ...하지만 대감...! 장태우 : (서늘한....장담한다) 이 일은 홍국영 그 놈의 짓이 분명하네. 내가 그걸 알고 있어! 허니 주상께서 어떤 얕은 수를 쓰셔서 그 놈을 빼돌리려 하시는 지 두고 보잔 말이네. 다들 : ....!!.... 장태우 : (냉소) ....증험이라.... 그깟 간신배 하날 살리시겠다고 주상께서 스스로 어리석은 무덤을 파고 계시는군. 다들 : ....!!.... 보면, 편전 쪽을 돌아보는 장태우. 서늘한 눈빛...형형하고. #3. 동. 산의 원탁 집무실. 낮 산, 채제공, 남사초가 있다. 남사초 : 전하. 편전에서의 말씀이 진정이십니까? 이것이 홍승지가 벌인 일이 아니라면 정녕, 시해 사건의 진범을 잡을 방도를 찾으셨단 말씀이십니까? 채제공 : 그렇습니다. 정말 뭔가 알아낸 것이 있으신 것입니까? 전하. 산 : ........ 채제공 : (답답하다) 전하.. 산 : (담담하게, 용기 있는 시선 들어) 아니오! 확실한 것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모든 것은 추측이고 지금 내가 하고자 하는 건 모험입니다. 대감. 채제공, 남사초 : ....!!.... 채제공 : (당혹스럽다) 전..하....?! 산 : 허나 나를 믿으세요. 대감. 비록 지금은 모든 것이 추측이고 모험일 뿐이지만 오늘 밤이면 그것이 결코 허언이 아니었음을 모두가 알게 될 것입니다. 채제공 : .. 남사초 : ....!!.... 산 : (결연한 시선으로 바라보는데) #4. 거리 일각. 낮 성문이 열리고...대수와 장보, 석기를 비롯한 숙위군들과 금군들이 빠르게 내달리는데.. #5. 중신1의 집. 뒷마당. 낮 중신1, 굳은 표정으로 집사에게 뭔가를 이야기하면.. 집사, 한쪽에 서 있는 듬직한 체구의 사내들 몇을 이끌고 한편으로 가는데... #6. 동. 앞마당. 낮 중신1이 온다. 보면, 그 앞으로 굳은 표정의 대수, 장보, 석기가 있고. 중신1 : (못마땅한, 이죽거리는) 자네들이 이른대로 집안을 지키는 하인들과 무사들을 내보냈네. 자, 내가 또 뭘 해야 하는가? 대수 : 집사를 시켜, 저들이 모두 도성 밖으로 나갔다는 사실을 집안의 종복들한테 알리라 하십시오. (무명옷을 건네주며) 그리고, 대감께선 신시를 넘기면 이 옷을 입고, 뒤채에 숨어 계십시오. 중신1 : (보자보자 하니까) 뭐어? 지금 나더러 이 무명옷을 걸치란 말인가? 서장보 : (나서며, 위협적으로 쳐다보고) 중신1 : (움찔하는데) 강석기 : 살고 싶으시면, 시키는대로 하시지요, 대감. 보면, 대수와 장보, 석기..잔뜩 긴장한 굳은 얼굴로 보는데. #7. 궐. 일각. 낮 효의가 김상궁 등과 함께 굳은 얼굴로 급히 오고 있는데.. 그 때, 한쪽에서 송연이 오는 것이 보인다. 효의 : 송연아! 송연 : (멈칫, 보고..얼른 예를 갖춘다) 중전마마! 효의 : (화구를 보고) 혹, 숙창궁 원빈한테 가던 길이냐? 송연 : 예, 그렇습니다. 마마. 효의 : 오늘은 그냥 돌아가거라. 송연 : ...예에..? 효의 : 지금, 궐 안에 홍승지의 일로 분란이 있어 원빈의 심기가 편치 않을게다. 허니, 다음에 다시 입궐하거라. 원빈 처소엔 내가 나인들을 보내 그리 전해주마. 송연 : ....!.... 효의 : 나는 급한 일이 있어 이만 가 봐야겠구나! 다음에 또 보자꾸나. 송연 : (당혹한 채..) 예! 마마. 효의, 굳은 표정으로 다급히 가고. 송연, 걱정스런 얼굴로 보는데. 그 위로. 원빈 (소리) : 치우라는 말이 안 들리느냐! #8. 원빈 처소. 낮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으로 탕약 그릇과 쟁반이 내쳐지는데. 보면, 잔뜩 날이 선 채...노여운 숨을 몰아쉬고 있는 원빈. 최상궁 : (두렵다) 마마!! 원빈 : (신경증적인...) 네가 정녕, 죽고싶은 게냐? 아니 들겠다 했거늘...어찌 이리 성가시게 구는 것이야..! 최상궁 : (OL) 하오나 마마...(하는데) 원빈 : (두렵고 초조하다OL) 오라버니께서 의금부 옥사에 갇혀 계신다! 그런데 지금 내 목으로 탕약이 넘어가겠느냔 말이다..! 원빈, 미칠 것 같다. 답답하고 초조한 마음..가눌 길이 없고. #9. 의금부. 옥사. 낮 홍국영이 있고, 그 앞으로 냉소 어린 장태우가 서 있는데.. 홍국영 : (당혹) 전하께서, 제 무고함을 밝힐 증험을 찾을 거라 하셨다니요? 지금 그것이 사실이란 말입니까? 장태우 : (냉소, 믿지 않는다) 몰랐다는 투로군. 분명 그 방자한 세 치 혀로 뒤에서 온갖 술수를 다 부렸을텐데 말이야.... 홍국영 : (OL) 대감! 장태우 : (OL) 자네가 무슨 수작을 어찌 부렸는지 모르겠지만 고작 그런 말 따위에 넘어가 사특한 간신을 감싸려 드신다면... 주상전하께서도 이미 주군의 자질과 체통을 잃으신 게지. 홍국영 : (격분OL) 말씀을 삼가 하십시오! 대감! 감히 주상전하께 어찌 그런 망극한 말씀을 하실 수가 있습니까? 장태우 : (OL) 닥쳐라! 감히라니...! 네 놈이 감히 누구한테 그 따위 망발을 지껄이는 게야..! 홍국영 : ....!!.... 장태우 : 나는, 너 같은 놈을 뼛속까지 잘 안다. 충심이니 충절이니 떠들어대지만 그건 다 헛소리일 뿐이지. 결국, 네 놈은 임금의 눈과 귀를 가려 조정을 손에 넣자는 것 뿐이야. 하여 기어이 이 나라와 조정과 백성을 도탄에 빠뜨리는 것이 바로, 네 놈 같은 척신들이야! 홍국영 : ....!!.... 장태우 : 허니, 거기서 무사히 나올거란 기댄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내 무슨 수를 써서든 중신들을 살해한 네 놈을 살려두진 않을 것이니! 홍국영 : ....!!.... 장태우 : (돌아서 가려는데) 홍국영 : (OL) 그렇게 말씀하시니....저 또한 무슨 수를 써서든 기어이 여기서 나가야겠단 생각이 드는군요. 대감. 장태우 : (멈칫, 보는데) 뭐라..? 홍국영 : 조금만 기다리십시오. 대감. 여기서 나가게 되거든 저 같은 척신이 그 힘을 어찌 휘두르는지 대감께만은 기필코 그것을 보여드릴 것이니 말입니다. 장태우 : ...!!... 홍국영 : (지지 않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10. 궐. 일각. 밤 산, 금군별장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금군별장 : 안국동 호판의 사가와 청운동 예조참판과 호조참의의 사가에 각각, 숙위군과 금군들이 배치되었습니다. 전하. 산 : 절대 노출되어선 안 될 것이네. 한 치의 실수도 없도록 만전을 기하게. 금군별장 : 예..전하. (나가면) 산 : (남사초에게, 급하게) 시각이 얼마나 되었는가? 남사초 : 해시를 넘기고 있사옵니다. 전하.. 산 : ....!.... 산, 굳은 얼굴로 창 밖을 바라본다. 어쩔 수 없는 불안과 초조함이 밀려오는 산... 그런 산의 위로..(의금부 옥사에서의) 홍국영 (소리.E) : 저를 믿어 주시겠사옵니까? 전하. 그것이 무엇이든 소신이 전하께 올리는 말씀을 믿어 주시겠사옵니까? 전하. 산 : ....!!.... #11. 궐. 대전. 밤 멀리, 인경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는 가운데... 산, 불안하고 초조한 얼굴로...바라보는데. #12. 거리 일각. 밤 음산한 달빛 아래 사람 하나 지나지 않는 어두운 거리의 풍경이 보이고.. #13. 중신1의 집 앞. 밤 멀리 대신1의 집이 내려다보이는 일각. 금군과 숙위소 군관들이 잠복해 경계를 서고 있고. 그 곳에, 몸을 숨긴 강석기와 서장보가 있는데. 서장보 : 정말 전하 말씀대로, 그 놈들이 오늘 밤 호판을 노릴까? 강석기 : (보고) 아무 까닭 없이 이런 명을 내리실 전하가 아니시네... 좀 더 지켜보세... 서장보 : (불안하다) 그래도 그렇지, 몇 시각 째 개미새끼 한 마리 얼씬도 않는 게 아무래도 느낌이 안 좋네. 사방에서 이번 일이 홍승지 영감 짓이라고 수군대는데 이렇게 나섰다가 아무것도 못 건지면 어찌 되는가 말이야. 강석기 : (심란하고) ....! #14. 대전 앞. 아침 산이 있고 그 옆으로 남사초가 있는데 산이 초조한 얼굴로 서성이고 있다. 산, 밤새 한 잠도 못 잔 듯 한데. 이 때, 일각에서 대수와 서장보..강석기가 온다. 산...그들을 보고 산 : 어찌 됐느냐? 대수와 장보, 석기의 표정이 어둡다. 산 : 아무 일도 없었던 것이냐? 대수 : 예..전하.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산 : (난감한...) 옆에 있던 남사초와 대수 일행들, 안타까운 눈빛으로 산을 바라보는데.. #15. 장태우의 사가 방. 낮 장태우가 앉아 있는데 이 때, 밖에서 들리는 민주식의 목소리. 민주식 (소리) : 대감!! 민주식이 방 안으로 들어오고 예를 갖추는데.. 장태우 : 어찌 됐나? 민주식 : 아무 일도 없었다 합니다. 장태우 : (순간 입가에 냉소가 어리고) ...그럴테지.. #16. 산의 원형 탁자 집무실. 낮 산이 있고 그 앞에 장태우가 들어온다. 장태우 : 전하! 산 : 앉으시오, 좌상. 그래, 할 말이 무엇이오? 장태우 : (앉으며) 전하께서 장담하셨던 증험이 입증되지 않았으니 이번 사태의 진상을 소신이 밝혀도 되겠습니까? 산 : 어찌 밝힐 작정이오? 장태우 : 소신은 모든 혐의를 홍승지에게 두고 있습니다. 진상을 밝혀내자면 추국을 해야겠지요. 소신에게 홍승지를 추국하도록 윤허하여 주십시오. 산 : ..... 장태우 : 이제 더 이상 홍승지를 두둔하시면 전하께도 누가 될 것입니다. 결단을 내려 주십시오. 산 : (착잡한데..) 이 때, 밖에서 들리는 남사초의 다급한 목소리. 남사초 (소리) : 전하. 남내관이옵니다. 산 : 들게. 남내관이 들어오고 남사초 : 전하!! 공조참판 이정태 영감이 살해되었다 하옵니다. 남사초의 말에 산과 장태우, 경악하는데.. #17. 도성 일각. 낮 일각에 백성들이 모여 웅성거리고 있고 한쪽에 군사들이 삼엄한 경계를 펼치고 있는데 땅바닥에...흰 천에 덮여있는 시신이 있다. 포도청 소속 포도군관들이 시신 주변을 살피고 있는데 이 때, 대수와 장보, 석기가 급하게 온다. 대수 : (포도청 포교에게) 숙위소 군관 박대수요. 주상전하의 어명으로 시신을 살펴 봐야겠소. 포교가 대수 일행을 안내하고 흰 천에 덮여있는 시신을 보여주는데 대수가 시신을 살핀다. #18. 산의 서재. 낮 산이 있고 그 앞에 대수와 서장보, 강석기가 있다. 산 : 살펴봤느냐? 대수 : 예.. 산 : 있더냐? 대수 : 예. 전하께서 짐작하신 그대로였습니다. 산 : (확신에 찬 표정) ...역시 살주계의 짓이 틀림없다. 내가 호판을 잘못 집었던 것일 수도 있고 그들이 사정에 의해 살주인을 바꾼 것일 수도 있다. 아니면, 미리 위험을 감지한 것일 수도 있고. 대수 : 전하. 그러면 저희들 금군이 호판대감 댁을 지키고 있는 것이 들켜 버린 것인가요? 산 : ...글쎄다. 대수 : 저희들 숙위소와 금군들은 전혀 잠복한 기색을 나타내지 않았습니다. 아주 은밀하게 행동했습니다. 산 : 그건 자네들 생각이지. 아무리 은밀히 행동했다 해도 많은 수의 병사는 그들에게 들키기 쉽다. 대수 : .... 산 : 어쨌든 그들은 조만간 호판의 집을 다시 찾을 것이다. 저간의 노비들에 대한 호판의 가혹한 처사로 보아 그들이 그냥 넘어갈 리가 없다. 허나... 대수 : ... #19. 궐. 일각. 낮 달호, 남사초 있다. 달호 : (놀라) 예? 살..살주계라니요? 정말 그런 무리들이 있단 말입니까? (살주계 : 자막/노비들이 주인을 살해하려고 만든 모임) 남사초 : 그렇네. 신료들을 살해한 자들은 바로 노복들의 살주계였네. 달호 : (겁난 얼굴) 세상에....아니..어떻게 그런 일이... 남사초 : 특히 이번에 죽은 신료들은 노비들에 대해 가혹하기로 악명이 높았다 하네. 결국, 참다 못한 저들이 제 울분을 터뜨린 게지. 달호 : 헌데 전하께선 대체 그걸 어찌 아셨답니까? 의금부 조사에서도 그런 말은 없지 않았습니까? 남사초 : 그러게 말이네. 전하께선 처음부터 이를 아셨던 듯 한데, 대체 어찌된 영문인지 나도 모르겠네... #20. 거리. 밤 인적 없는 거리에 적막감이 감도는데.. #21. 중신1의 집 밖. 밤 집 일각에 몸을 숨긴 채 매복을 하고 있는 대수와 석기의 모습. #22. 동. 방 안(이천). 밤 어두운 방. 보면.... 방 가운데 발이 내려있고. 안쪽에 갓을 쓴..사내 하나가 좌정해 있다..! 사내는 서장보인데..긴장한 얼굴로 앉아 있는 서장보의 옆에는 칼이 놓여져 있다. #23. 집 일각. 밤 초조하게 숨어서 지키고 있는 대수와 석기. 이리저리 둘러보는 대수의 초조한 얼굴 위로 회상.. #24. 궐. 산의 서재(회상). 낮 산과 대수, 서장보, 강석기가 있고. 산 : 숙위소 군사와 금군을 움직이면 놈들에게 파악되고 말 것이다. 대수 : 허면 저희들만이.. 산 : (OL) 그래. 이번엔 호위병사 없이 너희들만이 해결해야 한다. 아무도 모르게... 할 수 있겠느냐? 대수 : 예..전하. 소신들이 잡겠습니다. 산 : 지금까지 저들이 한 짓으로 보아 노비라고 만만히 볼 세력이 아니다. 무예 또한 출중한 듯 하니 각별히 조심하거라. 서장보 : 예..전하. 심려 마십시오. 강석기 : 명심하겠습니다. #25. 다시 집 일각. 밤 생각에서 깨어나는 대수. 대수 : 오늘이 사흘쨉니다. 정말 놈들이 나타날까요. 강석기 : (보고) 좀 더 기다려 보자. 대수 : (불안하다) 혹, 저들이 오늘도 안 나타나게 된다면...(하는데) 강석기 : (낮고, 빠르게OL) 잠깐! 대수 : ....!!.... 강석기, 대수 보면...대신 집의 대문이 끼익..조심스레 열린다. 누가 나오는 것일까..그러나 보면 문만 조금 열린 채 아무 기척이 없는데... 순간 대수, 강석기...의심의 눈빛 번뜩이고.. 대수 : (낮게) 오고 있어요. 강석기 : ..그래. 대수 : 그럼 약정한대로 강군관님은 침입자를 잡으세요. 저는 도망치는 자를 쫓아 저들의 근거지를 알아내겠습니다. 두 사람 숨죽인 채..칼집에 손을 얹은 채 중신1 집을 주시하고. 그 때..어둠 속에서 조심스럽게 나타나는 복면을 한 사내 셋. 이들, 날렵하게 중신1의 집으로 접근해 안으로 들어가는데. #26. 동. 마당. 밤 사내 셋, 종복 하나와 긴장한 채 온다. 종복 : 사랑채에 대감마님이 계시네.. 사내들 : (긴장 어린) 사내1 : (굳은) 내가 처리하고 오겠네..! 사내 둘, 고개를 끄덕이고. 사내1, 품에서 칼을 꺼내들고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긴다. #27. 동. 방 안(이천). 밤 어두운 방. 보면.... 소리 없이 방문이 열리고, 복면 쓴 사내1이 들어온다. 보면, 어두운 방 가운데 발이 내려있고. 안쪽에 갓을 쓴..사내 하나가 좌정해 있다..! 사내1, 그것을 보고 흠칫...놀라는데..그 때. 서장보 : 어서 와라. 그렇잖아도 기다리고 있었다. 사내1 : ....!.... 서장보 : (일어나 발을 거둬 모습을 드러낸다) 사내1 : (칼을 움켜쥐며) 누...누구냐, 넌....! 서장보 : (일어서며) 나는 숙위소 군관 서장보라고 한다. 그리고 아마도 넌.... 호판대감이 보낸 노비 추쇄꾼에게 잡혀 목숨을 잃은 이 댁 막심이란 노비의 오라비겠지. 사내1 : ....!!.... 서장보 : (안타깝다) 칼을 버리고 순순히 포박을 받아라. 난, 힘없는 놈들한테 칼을 쓰자고 무예를 익힌 것이 아니야. 사내1 : ....!!.... 서장보 : (강하지만 간절한 눈빛) 뭘 하느냐? 어서! (하는데) 사내1 : 다..닥쳐라...!! 하면서 순간 사내1, 그대로 칼을 세워 장보를 향해 달려들고. 장보, 들고 있던 칼을 빼들지 않고 사내1의 공격을 몇 번 피한다. 그러다 순간 팔 쪽을 조금 베이고. 이내 칼을 빼지 않은 채 칼집으로 사내1의 공격에 맞선다. 장보의 공격에 얼마 버티지 못하고 쓰러지며 칼을 놓치는 사내1. 결국, 장보의 손에 팔이 꺾이고... #28. 담장 너머 일각. 밤 도주하는 사내. 대수가 사내를 쫓아가는데... #29. 산길 일각. 밤 도주하는 사내. 대수가 멀찍이 떨어져서 사내를 뒤쫓고 있다. #30. 동. 마당. 밤 환하게 불이 밝혀진 마당. 장보에 의해 포박된 사내1이 끌려 나온다. 변복을 한 채 일각에 서 있던 중신1, 충격 어린 얼굴로 이 모습을 보고. 사내1, 그런 중신1을 보고 분에 찬 눈빛으로 사내1 : 네 이 놈! 내 네 놈을 절대 용서치 않을 것이다! 내 기필코 죽은 내 누이의 원한을 갚아주겠다!! 중신1 : ..네 놈이 감히... 사내1 : (이를 갈며) 사내1, 끌려가며 몸부림친다. 그 때, 한 쪽에서 강석기에 의해 끌려오는 다른 사내2와 종복. 사내1. 두 사람의 모습 보고 이내 절망 어리고. #31. 산의 원탁 집무실. 밤 산, 금군별장 있다. 금군별장 : 숙위소 군관 박대수로부터 저들의 근거지를 알아냈다는 기별이 왔습니다! 산 : 당장 숙위군과 금군을 보내 근거지를 토포하도록 하게.. 금군별장 : 예, 전하... 금군별장, 예를 갖추고 나가려는데.. 산 : 별장영감! 금군별장 : (보면) 산 : 그 곳에 모인 자들은 모두 노복들일 것이네. 무기를 들었다 하나, 어차피 저들의 힘으론 관군에 맞설 수 없을 것이니 최대한 무력은 삼가 해, 다치는 자들이 없도록 하게. 금군별장 : 예, 전하...! 금군별장, 나가고. 산, 굳은 표정으로 생각에 잠긴다. #32. 도성 일각. 밤 대수, 강석기, 서장보를 비롯한 숙위군과 금군별장과 금군들이 말을 타고 달린다. #33. 동. 일각. 밤 산자락 일각에 허름한 움막들이 있고 종복들이 우왕좌왕 칼을 들고 뛰쳐 나오는데. 보면, 이미 숙위군과 금군들에 의해 포위되어 있다. 당황한 채 그들을 향해 칼을 세워 든 종복들. 금군별장 : 너희들 중 오늘 밤 공격에 나선 자들 모두 이미 금군에게 붙잡혔다. 다들 : ...!!... 금군별장 : 칼을 버리고 투항해라! 직접 살해에 가담한 자들이 아니면 목숨만은 살려줄 것이라는 어명이 계셨다. 허니 더 이상, 죄를 짓지 마라. 다들 : ...!!... 종복들, 두려움에 떨리는 얼굴로 갈등하는데. 칼을 든 채..그런 이들을 바라보는 대수, 강석기, 서장보. #34. 동. 일각. 낮 산, 채제공, 박상궁 등을 이끌고 가는데... 그 때, 한 쪽에서 장태우와 최석주를 비롯한 노론 중신들이 급히 온다. 격앙된 얼굴의 이들. 산을 보고 멈춰 서 예를 갖추고. 산, 그런 중신들을 태연한 얼굴로 본다. 산 : 이리 급히 입궐한 것을 보니 벌써 소식을 들은 것 같군요. 다들 : ....... 장태우 : (굳은) 그러하옵니다. 전하. 산 : (OL) 허면, 길게 말할 것도 없겠군요. 지난 밤 숙위소 군관과 병사들이 신료들을 살해한 살주계 계원들을 잡아들여 이미 모든 자백을 받아냈소. 다들 : .....!!..... 산 : 이만하면 경들에게 약속한 증험이 된 듯 한데 어찌들 생각하시오? 내 약조대로 진범을 잡아들였으니....이제, 홍승지를 풀어줘도 되겠소? 다들 : ...!!... 장태우 : ....!.... 산 : (채제공에게) 대감. 당장 의금부에 일러 홍승지를 방면하라 하십시오. 채제공 : 예, 전하. 다들 : ...!!... 장태우, 분한 얼굴로 이를 악무는데... 산, 그런 장태우를 굳은 얼굴로 바라보고... #35. 최석주의 집. 방 안. 낮 민주식, 최석주 앉아 있다. 아직 상한 모습의 민주식, 당혹스러운 얼굴이다. 민주식 : 대감.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홍승지가 의금부에서 풀려날 것이라니요? 최석주 : (보고) 이미, 무고가 밝혀진 마당이네. 달리 이를 막을 방도가 없지 않은가? 민주식 : 하..하지만, 그 자가 절, 상하게 한 것은 분명 사실이 아닙니까? 헌데 어찌 그 죄까지 덮어질 수 있단 말입니까? 최석주 : (답답OL) 죄라니? 자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겐가? 전하께선 그것이 규장각 사건에 대한 수사였다고 하셨네. 홍승지가 그리 한 것은 자네가 그 일을 사주했다는 의혹이 있기 때문이라는 게야! 민주식 : ....!!.... 최석주 : 허니, 이제 어찌할 것인가? 홍승지가 나온다면 자네를 잡아들일 것이 뻔한데 대체 이 일을 어찌 수습할 것인가..그 말이네! 민주식 : ....!!.... 보면, 민주식...사색이 되는데.... #36. 의금부 옥사 일각. 낮 의금부 도사에 의해 옥사 문이 열리고, 홍국영이 나온다. 도사를 비롯한 나장 모두 고개를 숙이고. 홍국영, 담담한 얼굴로 이들을 보고 이내 앞을 보면. 대수와 장보, 석기와 숙위소 군관들이 모두 서서 기다리고 있다. 모두 홍국영에게 '영감!' 하며 예를 갖추는데.. 홍국영, 그런 이들을 죽...바라보는데.... 홍국영 : 고맙네. 이리들 와 줘서.. 대수 : (감격 어린) 영감... 강석기 : ...!... 서장보 : ...!... 홍국영 : 전하를 뵈어야겠다. 지금 어디 계시느냐? 대수 : 대전에 계십니다. 그렇잖아도 지금 영감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홍국영 : ....!!.... #37. 산의 원탁 집무실. 낮 산, 홍국영이 있다. 관복을 입은 홍국영, 산에게 허리 굽혀 절을 한다. 그런 홍국영을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산. 홍국영 : 전하. 산 : 어서 앉게. 홍국영 : (자리에 앉는다) 산 : (안타깝다) 잠깐 사인데도 많이 상했군. 홍국영 : 아니옵니다. 전하. 불초한 소신으로 인해 전하께 심려를 끼쳐 송구할 뿐이옵니다. 산 : (이내 따뜻하게 보며) 정말...그리 생각했는가? 가장 아끼는 신하라더니.... 옥사에 가둬 고초를 겪게 한 것이 밉지는 않고? 홍국영 : 밉다니요?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전하. 전하께오서 소신을 위해 어찌 나서 주셨는지 이미....다 들어 알고 있사옵니다. 불초한 소신, 전하의 하해와 같은 성은에 어찌 보답을 해야 하는 것이옵니까? 산 : ....!.... 홍국영 : (눈빛이 떨려오는데) 산 : (담담하게) 자네와 나 사이에 어찌 그런 말을 하는가? 나 또한 자네를 위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 뿐이네. 홍국영 : 전하... 산 : (미소를 지어 보이고) 홍국영 : (그러다가) 하온데, 전하. 소신, 한 가지 여쭐 것이 있사옵니다. 산 : 뭔가..? 말해 보게. 홍국영 : 이번 일이 살주계의 소행임은 어찌 알아내신 것이옵니까? 산 : (빙그레 웃으며) 어찌 알긴, 그건 자네가 일러주지 않았는가. 홍국영 :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예에? 그것을 소신이 일러드리다니요, 전하. 산 : 정말 모르겠는가? 홍국영 : ...?!... 산, 그런 홍국영의 앞으로 서책을 하나 내민다. 보면 노비계안(奴婢計案)이라고 적혀 있는데.. 산 : 이제 알겠는가? 바로, 이것이네. 자네가 대수를 통해 내게 전해 준, 이 서안을 보고 알 수 있었던 게야. 홍국영 : ....!!.... 산 : ......... #38. (과거) 산의 서재. 밤 산, 서책을 한 장 넘겨 손으로 짚어가며 면밀히 살피는데 점점 놀라는 얼굴의 산. 대수, 그런 산을 의아한 얼굴로 보고. 보면 산....순간..뭔가 생각하는 듯...굳은 표정으로 시선을 돌리는데.... 그 위로. 산 (소리.E) : 자네가 준 그 서책엔 도성 안 노비 문제에 관한 실태가 낱낱이 적혀 있었지. 난 바로 거기서.... 죽임을 당한 신료들이 모두 노비에 관한 처사가 가혹했으며 한 때, 저들이 추쇄도감(노비의 추쇄를 맡은 관아)에 몸을 담았음을 알 수 있었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시신들을 확인하러 갔었네. #39. (과거) 의금부 시체실(익위사 집무실 전용). 밤 작은 창고 같은 곳에 살해된 중신들의 시신이 침상 같은 곳 위에 놓여 있고 흰 천이 덮여 있다. 산, 대수 있고. 황급히 흰 천을 들춰 시신의 팔 부분을 살피는 산. '又' 자가 새겨져 있는데 획이 비뚤어져서 잘못 써져 있다. 산 : (놀라) 그래, 이것이었어! 대수 : ....?!.... 산 : (시신의 팔을 가리키며) 알고 있느냐, 대수야. 이번에 살해된 중신들의 팔엔 모두 이렇게...또 '又' 자가 새겨져 있었다는 걸 말이다. 대수 : ....!....예...전하. 그건 저도 들어 알고 있었습니다. 산 : (다른 시신 팔을 보여주며) 헌데, 이걸 봐라. 이건 언뜻 보면 '又' 자처럼 보이지만 아니다. 이건 계집 '女' 자야! 대수 : 예...?! 대수, 그 말에 팔을 본다. 그러고 보니..'又' 자처럼 생긴 글자 위로 마치 실수처럼 획이 뻗쳐져 있는데.... 산 : 이제 알겠느냐? 의금부에선 비슷한 글씨로 보이니 이것이 다른 글씨라곤 미처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이야. 대수 : 전하.....이게 계집 '女' 자와 '又' 자라면.... 산 : (OL) 그래. 맞다, 대수야. 이건, 노비 '奴' 자다. 대수 : ....!!.... 산 : 신료들을 죽인 자들이 남기려 한 뜻은 바로 이것이었을 것이다. 이들 모두는 바로 노비 때문에 죽임을 당한 것이야. 대수 : ....!!.... 산, 굳은 얼굴로 서탁 위에 올려진 홍국영의 서책을 들어본다. 이를 보는 산의 눈빛이 빛나는데... #40. 산의 원탁. 낮 산, 홍국영이 있다. 산 : 이제 알겠는가? 내가 저들의 다음 표적을 예상할 수 있었던 건 바로 자네가 내게 준, 이 서책 때문이었네. 허니, 자네가 방도를 일러준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홍국영 : ...전하....! 산 : (미소..) 애썼네. 자넨 옥사에 갇혀서도 참으로 대단한 공을 세웠어. 홍국영 : (부끄럽다) 망극하옵니다, 전하. 산 : (다시 짐짓) 허나....그렇다 하여 이조참의 민주식의 일까지 두둔하는 것은 아니니 오해는 말아야 할 것이야. 홍국영 : ....!.... 산 : 자네의 뜻을 모르는 것은 아니나 그 일을 처리하는 방식에는 분명 지나침이 있었네. 홍국영 : 알고 있습니다, 전하. 매사 신중을 기하라 하셨던 전하께 씻을 수 없는 불충을 저질렀으니 그 죄를 면할 길이 없다는 걸 알고 있사옵니다. 산 : 정말 그리 생각하는가? 홍국영 : 그러하옵니다. 소신, 그에 대한 벌이라면 어떤 것이든 달게 받을 것이옵니다. 산 : 자네가 그리 말한다면 할 수 없군. 허면, 내 그에 대한 벌로 자네에게 이번 일을 모두 마무리할 전권을 주겠네. 홍국영 : (...!!...) 예에? 산 : 뭘 그리 놀라는가? 지금, 내가 주는 벌을 달게 받겠다 하지 않았나? 홍국영 : 전하....?! 산 : 내 자네를 믿을 것이니 규장각 사건의 처결과 서안으로 올린, 이 노비 개혁안과 관련된 모든 일을 자네가 맡아 처리해보게. 내 생각으론, 자네 죄를 벌할 방도는 이것뿐인 듯 한데, 어떤가? 할 수 있겠는가? 홍국영 : (감격하여) ..전하...!! 산, 그런 홍국영을 향해 따뜻하게 미소 지어 보이고. 홍국영, 감격 어린 얼굴로 산을 보는데... #41. 숙위소 대장실. 낮 민주식, 다급히 들어온다. 손에 서안 하나를 들고 있다. 홍국영이 의아해서 본다. 홍국영 : 부제학 영감. 여긴 어쩐 일이시오? 민주식 : (비굴하다) 홍승지! 의금부에서 풀려났단 얘긴 들었소. 그래, 어디 상한 곳은 없으시오? 홍국영 : (냉소 어린) 예...염려 해 주신 덕에요. 민주식 : 그렇소? 천만 다행이오. 마침, 잘 됐소. 내 이번 일로 긴히 올릴 상소문이 있어 입궐했는데 이것을 홍승지가 승정원에 좀 올려주시겠소? (상소문 내밀고) 홍국영 : (받아서) 이번 일에 관한 상소라니...뭡니까? 민주식 : 알고 있겠지만 지금 홍승지가 의금부에서 나온 것을 두고 중신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소. 하여 내 그것을 막기 위해 직접 나서려는 것이오. 홍국영 : (기막힌 듯) ...영감께서 저를 위해서요? 민주식 : 그렇소. 비록 홍승지가 나를 해하려 했으나 나는 그것을 하등 문제 삼지 않는다는 것이오. 사실 내가 그만한 오해를 살만 하지 않았소. 홍국영 : (피식, 냉소가 어리는데) 민주식 : 허니, 홍승지도 나에 대한 오해들이 있다면 그만 푸는 것이 어떻겠소? 홍국영 : (냉소) 그런 염려라면 안하셔도 됩니다, 영감. 오해라니요? 저는 영감에 대해 어떤 오해도 품고 있질 않습니다. 민주식 : (반색) 저..정말이오? 홍국영 : (OL) 예. 그렇습니다. 영감께서 규장각 관원들을 다치게 한 것은 오해가 아니라 사실이지 않습니까? 민주식 : (...!!...당혹 OL) 이..이보시오, 홍승지! 홍국영 : (OL) 저한테 당하시고 얼마 후 영감께서 경원으로 사람을 보내셨더군요. 아마도, 도망친 깍정이패들이 그 곳에 숨은 게지요? 민주식 : ....!!!.... 홍국영 : 참 딱하십니다, 영감. 목숨을 부지하고 싶으셨다면 어디서 지푸라기라도 찾고 계셨어야지요. 제가 이미 그 곳으로 관군을 보냈는데 겨우 이런 상소문을 쓰느라 진이나 빼고 계셨습니까. 민주식 : .....!!!.....뭐라구...? 모..목숨이라니. 자..자네 지금....뭐라는 것인가? 홍국영 : .......... 홍국영, 서늘한 얼굴로 보고 가고... 민주식...당혹감으로 부들부들 떨며 그런 홍국영을 바라보는데. #42. 사가 외경. 낮 그 위로. 장태우 소리. 장태우 (소리E.) 듣기 싫으니, 그만 나가라지 않는가? #43. 동. 사가 방 안. 낮 장태우와 민주식이 있다. 민주식, 엎드려 벌벌 떨고..장태우, 노기가 가득한데. 민주식 : ...대감......! 장태우 : 규장각 사건을 일으킨 것이 자네였다니! 자네가 나를 속이고 어찌 감히 그런 일을 꾸밀 수 있단 말인가? 민주식 : (OL) 용서해 주십시오, 대감! 저는 다만, 모든 걸 이 나라 조정을 위해..(하는데) 장태우 : (OL) 닥치게!! 자네의 그 아둔한 짓 때문에 우리 노론 벽파 전체가 궁지에 몰리게 됐네. 이제 홍국영이 그 놈이 이를 빌미로 거칠 것 없이 우릴 몰아세울 것이란 말이네! 민주식 : (엎드리며)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대감! 제발 살려주십시오. 소인의 충심은 대감께서도 잘 아시지 않사옵니까? 제발 이번 한 번만...(하는데) 장태우 : (차갑다 OL) 아니, 그럴 수 없네. 민주식 : (OL) 대감!! 장태우 : (OL) 죄를 지었다면 그 대가를 치러야 하는 법. 더욱이 난 자네 한 사람 때문에 노론 벽파 전체가 궁지에 몰리게 내버려 둘 순 없네. 허니 내 손으로 자넬 끌고 가기 전에 자네가 직접 주상을 찾아 가게. 민주식 : (...!!...) 대감! 장태우 : (OL) 더는 자네 얼굴을 보고 싶지 않으니 그만 나가게. 민주식 : (OL) 너무 하십니다. 대감. 평생을 대감을 모셨습니다. 헌데 저한테 어찌 이러실 수가 있으십니까? 장태우 : (밖을 향해) 밖에 아무도 없느냐? 당장 이 놈을 끌어내라. 민주식 : ....!!.... 소리에, 집사와 건장한 노복이 들어와 민주식을 끌어낸다. 민주식.. '대감!' '대감!' 하면서 끌려 나가는데... 장태우, 입맛이 쓰다. 장태우 : ....홍국영이...이 놈..... 장태우, 노기로 입술을 깨무는데.... #44. 숙위대장 집무실. 낮 홍국영, 들어온다. 서탁 위에 상소문을 내려놓고 보는데 냉소가 어린다. 그 위로. 앞 씬의 옥사를 찾아와 독설을 퍼붓던 장태우의 모습이 스친다. 장태우 : (E) 나는 너 같은 놈을 뼛속까지 잘 안다. 충심이니 충절이니 떠들어대지만 그건 다 헛소리일 뿐이지. 결국, 네 놈은 임금의 눈과 귀를 가려 조정을 손에 넣자는 것 뿐이야. 하여 기어이 이 나라와 조정과 백성을 도탄에 빠뜨리는 것이 바로, 네 놈 같은 척신들이야! 홍국영 : ....!!.... 보면, 그런 장태우를 떠올리는 홍국영. 이제...그대로 두어선 안 되겠다는 결심을 굳히는데... #45. 정순 처소 앞. 낮 강상궁 등이 지키고 있는 처소. 그 때...이 쪽으로 오는 홍국영. 강상궁, 그런 홍국영을 보고 놀라..얼른 예를 갖추는데. 강상궁 : 영감....! 홍국영 : 마마께 내가 왔다고 고해 주게. 강상궁 : ....!.... 홍국영 : (의미심장한 눈빛) #46. 동. 안. 낮 홍국영과 정순이 다과상을 놓고 있다. 여유 있는 표정의 정순과 굳은 표정의 홍국영. 보면 두 사람 사이에 침묵, 긴장이 감도는데... 정순 : 차부터 들게. 자네 얼굴이 많이 상한 듯 하여 내 일부러 기운을 보해주는 차를 내라 했네. 홍국영 : (가만, 그러다가) 먼저 확인부터 해야겠습니다. 마마. 마마께서 쥐고 계신 그것이 정말 장태우 대감을 몰아낼 만한 근거가 되는 것입니까? 정순 : (슬몃, 미소가 번진다) 홍국영 : ....... 정순 : (담담하게 한 편에서 서안을 하나 꺼내 서탁에 놓는다) 홍국영 : .....!..... 정순 : 어디, 자네 마음에 흡족할 지 살펴 보게. 홍국영 : ....!!.... 홍국영, 굳은 표정으로 서안을 펼쳐 본다. 보면 홍국영의 얼굴, 놀라움으로 굳어지는데... 홍국영 : 이...이건...! 정순 : 그건, 정해년에 장태우 대감이 올린 상소네. 홍국영 : ......!......이것을...장태우 대감이요? 정순 : 그렇네. 장태우 대감은 젊은 시절 한 때 치기에 젖어 선 대왕마마께서 황형이신 경종 전하를 독살하려 했다는 참담한 내용의 상소를 익명으로 올린 적이 있었지. 헌데, 당시 승정원의 우승지를 맡고 계시던 내 친척 어른께서 이것을 손에 넣었고 그것이 장태우 대감의 것임을 알아냈었네. 홍국영 : ....!!.... 정순 : 이제 알겠는가? 10년 전 내가 장태우를 몰아낼 수 있었던 건 바로 이 때문이었네.. 홍국영 : .....!!..... 정순 : 그만하면 흡족한 얼굴이로군. 마음에 든다면 가져가게. 이제 그건 나보단 자네한테 더 필요할 것 같으니 말일세. 홍국영 : .....!!..... 정순 : ...... 홍국영 : 원하시는 것이 무엇이십니까? 정순 : 원하는 것이라니? 정순 : 마마께서 이리 하실 땐 분명 바라시는 것이 있으실 텐데요. 정순 : (미소.OL) 난 다만, 자넬 돕고 싶은 거라 말하지 않았나. 홍국영 : (OL) 마마...(하는데) 정순 : (O.L) 괜찮다면...내 그것은 차차, 얘기하도록 하겠네. 우선은 주상에 대한 내 충심이 진심이라는 걸 자네가 먼저 믿을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홍국영 : ....!!.... 정순 : ....... #47. 동. 일각. 낮 달호가...정순 처소 밖에서 안을 기웃거리고 있다. 보면 달호의 시선에 화사한 상궁 하나가 들어오는데.. 달호 : 곱다....참 고와..... 궐에 돌아오니..사방팔방이 아주 꽃 천지로구나.. 하고 있는데..그 때, 한 쪽에서 가던 남사초. 남사초 : 이보게, 남내관! 달호 : (헉, 놀라서) 나, 나으리. 남사초 : 자네, 여기서 뭘 하고 있는가? 달호 :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남사초 : (안을 보고는) 자네 설마...대비전 상궁들을 훔쳐보고 있었는가? 달호 : 아, 아닙니다...아닙니다, 나으리. 남사초 : (OL) 아니긴! 이 사람이, 경을 치려고 작정을 했는가? 아무리 사가에서 지내다 왔어도 그렇지 명색이 내관인 자네가 이 무슨 추태란 말이야? 달호 : 용서해 주십시오, 나으리..저는 그냥...상궁마마님이 하두 곱길래.. 남사초 : (OL) 그래도 이 사람이...! 내 아무래도 자넬 매를 쳐 가르쳐야겠구만. 닥치고 따라 오게. 달호 : (OL) 나으리! 남사초 : (OL) 뭘 하는가. 어서 (하고 잡아끄는데..그러다 뭔가를 보고 멈칫...한다) 보면, 남사초의 시선에..처소에서 나오는 홍국영이 보이는데.. 남사초 : (놀라) 아니...저 사람은.....! 달호 : (때는 이 때다. 그 결에, 얼른 슬금슬금 도망을 가고) 보면, 남사초...그것도 모른 채 당황해 홍국영을 보고.. 남사초의 시선에..굳은 표정으로 가고 있는 홍국영. 남사초, 무슨 일일까? 왜 홍승지가 이 곳에? 하는 표정이 되는데. #48. 정순 처소. 낮 정순, 앉아 있는데...그 때, 안으로 강상궁이 들어온다. 정순 : 그래, 홍승지는 돌아갔느냐? 강상궁 : 예...마마. 헌데 마마. 정말 홍승지를 믿으셔도 되는 것입니까? 만약 그 자가 그 서찰만 받고 마마를 외면하면(하는데) 정순 : (O.L) 아니,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강상궁 : ....!.... 정순 : 홍국영이는 나와 거래를 주고받은 사실을 절대로 주상께 고할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느냐? 난, 장태우의 치부를 넘겨주는 대신 이제, 내 손에 홍국영의 치부를 쥔 것이야. 강상궁 : ....!.... 정순 : .......... #49. 대전. 낮 산, 남사초와 있다. 산 : 그게 무슨 말인가? 홍승지를 시켜 가정당에 말을 전한 것이 있냐니.. 남사초 : 아니시옵니까? 산 : 아니, 난 그런 적이 없네. 헌데 그런 것은 왜 묻는 것인가? 남사초 : (당혹스럽다) 산 : 이보게, 남내관. 남사초 : (당혹스럽다) 아니옵니다. 좀 전에 가정당에서 홍승지가 나오는 것을 본 듯 하여 아뢴 말씀이온데...아마도 소신이 잘못 본 듯 하옵니다. 산 : 홍승지가 가정당을 찾았다고? 남사초 : 예...전하.... 산 : 아니, 난 그런 명을 내린 적이 없네. 그리고 그렇다면, 자네 말대로 아마 경황 중에 잘못 본 것이겠지. 홍승지가 아무 까닭도 없이 가정당을 찾을 리가 만무하지 않은가? 남사초 : 예...전하. 아마도 소신이 잘못 본 듯 하옵니다. 산 : .......(의아하고) 남사초 : (마음에 걸리고) ....... #50. 도성 일각. 낮 이천, 술병을 하나 가슴에 꼭 안은 채 거리를 걸어가고 있다. 입구를 막은 종이를 살짝 걷어서 냄새를 맡아보고는 황홀한지 감탄사를 내뱉고는 얼른 다시 덮는다. 이내, '스승님, 조금만 기다리십시요!' 하면서 신나는 얼굴로 얼른 걸음을 재촉한다. #51. 음담의 집 앞. 낮 이천, 오는데. 그 때, 누군가 음담의 집을 기웃거리고 있다. 이천, 조심스럽게 다가가 툭 치며 '예서 뭐 하슈?' 하는데. 허걱 놀라 돌아보는 사내...탁지수다. 이천 : (놀라) 아니, 탁화사! 탁지수 : (흠흠) 와..왔는가? 이천 : 오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도화서 쉬는 날이라고 집에서 밀린 잠이나 잔다던 사람이 여기서 뭘 하는 게야? 탁지수 : (흠..헛기침) 거 보면 모르나? 스승님을 뵈러 왔네! 이천 : 뭐어...? 스...승님? 탁지수 : (모른 척, 안을 향해) 스승님...스승님! 이천 : (....!!..헉...) #52. 동. 안. 마당. 낮 탁지수, '스승님!' 하면서 들어서는데 이천, '어딜 들어가!' 하면서 탁지수의 뒷덜미를 붙잡고. 이천 : 스승님이라니? 아니, 지금 어따대고 스승님이라는 건가? 저 분은 내 스승이시네! 탁지수 : 이거 놓게. 아, 이거 놓으라니까! 이천 : 못 놓네! 치사하게 이게 무슨 짓인가! 어? 탁지수 : 치사하다니? 치사하게 혼자 그림을 배우려고 한 건 자네야! 하면서 이천과 탁지수, '놔라, 못 놓는다' 실랑이를 벌이는데..그 때. 송연 (소리) : 오셨어요? 나으리들! 그 소리에 이천, 탁지수, 놀라 보면. 송연이 안에서 화구통을 들고 나온다. 이천 : 송..연아! 탁지수 : 송연아!!! 송연 : (생글거리며 보고) 이천과 탁지수...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어안이 벙벙해지는데..그 때.... 음담 : (웃음 가득) 가자...이쁜아! 이천, 탁지수 : (헉, 놀란다. 동시에) 스승님...! 음담 : (쳐다도 안 본다) 송연 : (난처하다) 나으리두 참. 자꾸 왜 그러세요. 제 이름은 성, 송연이라니까요. 음담 : 그러니까...성, 이쁜이... 그래, 매화도를 배우고 싶다고? 송연 : 예...나으리... 보면, 탁지수와 이천..뭐..? 하는 기가 막힌 얼굴인데.. 이천 : 스승님, 송연이도 받아주신 겁니까? 음담 : (완전 무시하고, 송연에게) 가만 있자, 매화도라면 어디가 좋을까? 그래! 여기서 좀만 가면 나지막한 산이 하나 있으니 거기로 가서 그리면 되겠구나. (화구통 뺏어들며) 가자, 이쁜아.(발걸음 가볍게, 가고) 송연 : (쫓아가며) 나으리...저는, 성가 송연입니다. 하는데..보면 그 모습, 멍하니 보고 있는 탁지수와 이천. #53. 어느 곳(경치 좋은). 낮 음담, 이천이 가져온 술을 마시며 멀리 한 쪽에서 그림 그리는 송연을 흐뭇하게 보고 있다. 그 때. '스승님!' 하는 소리 들리고. 음담, 인상 찌푸리며 보면.. 탁지수와 이천이 무릎을 꿇고 앉아 있다. 음담 : 아, 참! 나 진짜 귀찮게 하지 말고 가라니까! 안 들리냐? 난 우리 이쁜이하고 오붓하게 둘이만 있고 싶다고! 이천 : (결연하다OL) 스승님! 전 못 갑니다. 제자로 받아주실 때까지 여기서 한 발짝도 못 움직입니다. 탁지수 : (OL) 저도 그렇습니다. 저도 스승님이 계신 곳이라면 지옥 끝까지라도 쫓아 갈 것입니다. 이천, 탁지수, '제발 절 제자로 받아주십시오!' 하고는 또 둘이서 왜 따라하냐며 티격태격한다. 음담, 그 꼴을 지켜보다가 이내 머리를 한 대씩 내리친다. 음담 : 어쩌다 이런 팔푼이들이 꼬여서는... 알겠다. 그럼 내 특별히 가르쳐줄테니 얼른들 배우고 썩 돌아가라. 알겠냐? 이천, 탁지수 : (반색..!!) 예, 스승님...!! (시간 경과) 종이가 펼쳐지고 음담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일필휘지로 뭔가를 그려나가는 음담. 보면 양 옆의 이천과 탁지수. 눈을 부릅뜨고 이를 지켜보는데..... 특히, 경이에 찬 얼굴로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애쓰는 탁지수. 그러다 탁지수...뭔가..점점 이상하다는 얼굴이 된다. 점점 황홀경에 빠지는 이천. 그리고 점점 경악에 차 오는 탁지수. 보면, 음담이 춘화를 그리고 있는 것이다..! 탁지수 : 스승님....이건, 추...춘화가 아닙니까? 이천 : 아 좀, 가만 있게. 스승님께서 그리시는데 어딜 나서는가? 탁지수 : 가만 있으라니... 이게 그럴 일인가? 음담 : 왜, 이상하냐? 탁지수 : 당연하지요! 춘화는 정도(正度)를 걷는 화원이 그려선 안될 사특한 그림이 아닙니까? 음담 : (빤히 본다) 그럴 리가 없는데.... 탁지수 : 뭐...뭐가 말입니까? 음담 : (이천한테) 이 놈...음탕한 거 아주 좋아하게 생겼는데 왜 이러냐? 탁지수 : 예....?! #54. 원빈 처소. 낮 원빈, 최상궁 있다. 원빈 : 그래? 그 다모 계집이 지금 들어 있단 말이냐? 최상궁 : 예, 마마... 원빈, 차가운 눈빛을 빛내고. #55. 동. 원빈 처소 일실(익위사 집무실 전용). 낮 송연, 초비, 있다. 송연, 연화도를 그리고 있고. 초비, 수종을 해 주고 있다. 완성된 한 폭이 옆에 놓여 있고, 반 정도 그린 그림에 채색을 하고 있는데. 그 때, '원빈마마 납시오' 하는 소리 들리고. 원빈, 최상궁 들어온다. 송연, 초비, 얼른 일어나 예를 갖추고. 원빈 : 입궐하였으면 응당 먼저 처소에 들를 것이지 어찌 바로 이리로 온 것이냐? 송연 : 송구하옵니다, 마마...소인은 다만....(하는데) 원빈 : (OL) 됐다. 천한 다모가 어찌 궐 안의 예법을 알겠느냐? 송연, 초비 : ...!... 원빈 : (그림을 보고) 헌데 이게 무엇이냐? 도화서에서 그림을 그려 온 것이냐? 송연 : 마마..! 원빈 : 내 분명 입궐하여 그리라 했거늘 지금 네가 감히 나를 능멸하는 것이냐? 송연 : 아니옵니다. 마마. 처소에 들지 말라는 중전마마의 하명이 있어 그로 인해 시간이 지체될까 도화서에서 그리고 있었던 것 뿐이옵니다. 원빈 : (OL) 듣기 싫다! 이 병풍도는 내 처소에 들이는 것이다. 허면 응당 내 뜻에 따라야 하거늘.... 어찌 네가 감히 내 말을 가벼이 여기는 것이냐? 게다가, 이 그림은 또 무엇이냐? 네가 지금 연꽃을 그리는 것이냐? 송연 : 예, 그렇습니다. 마마. 하는데....순간, 원빈, 화가 난 얼굴로 옆에 있던 안료를 들어 그림에 쫙 부어버린다. 송연, 초비, 당혹스러운 얼굴로 보고. 송연 : 마마..!!?! 원빈 : (OL) 발칙한 년. 설마설마 했더니.. 네가 정녕 나를 우스이 여기는 게로구나! 송연 : ....마마, 그게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원빈 : (OL) 연꽃은 더러운 진흙에서 피는 꽃이다. 네가 나를 능멸하려 드는 게 아니면 어찌 회임을 기원하는 그림에 이런 망극한 뜻이 담긴 그림을 올릴 수가 있단 말이냐! 송연 : ....!!.... 원빈 : (매섭게 노려보고) 송연 : (이내 마음을 다잡고) 이 그림이 마마의 마음에 들지 않으시다면 다시 그려 올리겠사옵니다. 허나, 연꽃에 대한 마마의 말씀은 잘못된 것이옵니다. 연꽃은 진흙 속에서 자라나 깨끗한 꽃을 피워 청순과 고결을 뜻하옵니다. 더욱이 예로부터 다산과 부귀를 상징...(하는데) 순간, 원빈...그대로 송연의 뺨을 내리친다. 모두 경악하고. 송연 : .....!!..... 원빈 : (분에 겨워) 닥쳐라! 하찮은 다모 주제에 네가 감히 내게 훈계를 늘어놓는 것이냐? 송연 : (기막힌 얼굴로 그대로 있고) 원빈 : 당장 이 아일 내쫓아라! 그리고 이 사실을 어마마마께 알려... 하다가 원빈, 순간....가슴께를 붙잡더니.. 헛구역질을 한다. 최상궁 : (놀라) 마마...! 괜찮으시옵니까? 원빈 : (힘든 얼굴로 돌아서 구역질을 하고) 송연, 초비 : ....!!.... #56. 일각. 낮 혜경궁이 이상궁과 함께 다급히 가고 있다. 혜경궁 : (마음이 급하다) 어의는 불렀다 하더냐? 이상궁 : 예, 마마. 지금 숙창궁에 들어 있다 하옵니다. 혜경궁 : ...!!... #57. 대전. 낮 산, 남사초 있다. 산 : (놀란 얼굴로) 자네 지금 뭐라 했는가? 원빈한테 태기가 있다니? 그게 정말인가? 남사초 : 그렇습니다. 전하. 지금 그 일로 어의가 숙창궁에 들어 있다 합니다.. 산 : ....!!.... #58. 궐 일각. 낮 홍국영, 관원들과 가고 있다. 모두 홍국영의 말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예를 갖추는데. 그 때, 한 쪽에서 달호가 뛰어 오고. 홍국영을 보더니 급히 다가온다. 달호 : 영감, 들으셨습니까? 지금 어의가 원빈마마 처소에 들어 계신다 합니다. 홍국영 : (놀라) 그게 무슨 말인가? 마마께 환우라도 있으신 것인가? 달호 : 그게 아니라 마마께 태기가 있으신 듯 합니다. 영감! 홍국영 : 뭐어... 태기? 달호 : 예, 영감! 숙창궁에 있는 내관에게서 분명 그리 들었사옵니다. 감축드립니다, 영감.. 홍국영 : ....!!.... 곁에 있던 관원들 모두 '감축드린다' 조아리고. 홍국영, 떨리는 얼굴인데. #59. 원빈 처소(혜경궁 처소 오른쪽). 낮 원빈, 자리에 앉아 있고. 효의, 혜경궁, 곁에 있다. 의녀, 원빈의 진맥을 하고 있고 발을 친 방 뒤쪽에 어의가 의관과 함께 엎드려 부복하고 있다. 의녀, 진맥을 마치면 어의에게 다가가 뭔가 이야기한다. 혜경궁 : (흥분) 그래, 어떤가? 원빈이 회임을 한 것이 맞는가? 어의 : 회임을 읽을 수 있는 척맥이 아직 미약하여 좀 더 지켜봐야 하겠습니다만... 원빈마마의 여러 말씀으로 미루어보건대 태기가...맞을 듯 하옵니다. 다들 : ....!!.... 혜경궁 : 이리 빨리 왕손을 회임하다니... 참으로 장합니다, 원빈!! 원빈이 참으로 큰 일을 해냈어요! 원빈 : 망극하옵니다. 마마. 효의 : 애썼네...원빈... 원빈 : 마마... 혜경궁, 기쁨에 어쩔 줄 모르고. 원빈, 역시 흥분과 기쁨에 떨려온다. 효의,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원빈을 본다. #60. 동. 밖. 낮 김상궁, 속상한 얼굴로 눈물을 찍고 있다. 그 때, 안에서 효의가 나오는데... 효의 : (담담하게) 그만 가세. 김상궁 : (얼른 눈물 감추며) 예..마마. 효의 : 헌데, 자네...울었는가? 김상궁 : 아, 아닙니다. 효의 : 왜 그러는가? 대체 무엇 때문에 그러는 게야? 김상궁 : 분하고 원통하고 속이 상해 그렇습니다. 마마. 마마께서 얼마나 간절히 바라시던 용종이십니까? 헌데 하늘도 무심하시지.... 어떻게 이렇게 원빈마마껜 한 번에...... 효의 : ...!!... 김상궁 : (속상해 눈물을 찍는데) 효의 : (가슴 아프다) 그런 말 말게!! 누구라도, 원손을 낳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다행한 일이 아닌가? 김상궁 : 마마....! 효의 : ....... #61. 원빈 처소. 낮 원빈, 홍국영 있다. 홍국영 : 감축드립니다, 마마!! 부디 왕자 아기씨를 낳으시어 원손을 이으시옵소서. 원빈 : 예, 오라버니. 내 반드시 그리 할 것이니 염려 마세요. 홍국영 : (기쁜 얼굴로 보고) 원빈 : 헌데 그리하자면. 오라버니께서 한 가지 약조를 해 주셔야겠습니다. 홍국영 : 약조라니요, 마마. 원빈 : 다신 먼저와 같은 일을 겪으셔서는 아니 될 것입니다. 내 그로 인해 얼마나 노심초사 했는 지 모릅니다. 홍국영 : 마마... 원빈 : 이 궐 안에 내가 믿고 의지할 곳은 오라버니 뿐입니다. 더욱이 이제 왕자를 낳으면 오라버니께서는 장차 보위를 이을 이 나라 국본인 원자의 외숙부가 되시는 것입니다. 허니 나와, 뱃속의 용종을 오라버니께서 굳건히 지켜주셔야 합니다. 홍국영 : 심려 마십시오, 마마. 소신, 목숨을 바쳐 마마와 원손마마를 지켜드릴 것이옵니다. 허니 마마께서는 무탈히 왕자 아기씨를 낳으실 수 있도록 전심을 다하시옵소서. 원빈 : 예, 오라버니. 그 때. '주상전하 납시오.' 하는 소리 들리고. 홍국영, 원빈, 놀라는데. 산, 이내 안으로 들어온다. 홍국영, 원빈, 일어나 예를 갖추고. 산, 자리에 앉는다. 홍국영 : 전하... 산 : 자네도 와 있었군! 홍국영 : 예, 전하... 마마의 회임을 감축드리옵니다.. 산 : 고맙네. 그리고 원빈에게도 고맙소. 왕실을 위해 참으로 큰 일을 해냈소. 원빈 : (감격 어린) 망극하옵니다. 전하. 원빈, 홍국영, 감격스러운 얼굴이고. 산, 그런 원빈을 담담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62. 궐 일각. 낮 송연, 초비, 우물가에서 안료가 튄 붓과 그릇들을 씻고 있다. 송연, 참담한 얼굴이다. 초비 : (마음 안 좋다) 괜찮아? 송연 : 예? 초비 : 아까 원빈마마한테 맞은 거 말야. 괜찮냐구. 송연 : (이내 담담하게 뺨을 만지며) 벌써 아무렇지도 않은데요, 뭐.... 마음에 두지 마세요. 초비 : 아무튼, 너 앞으로 고생길이 훤하겠더라. 처음부터 트집 잡을 때부터 내 알아 봤어. 이젠, 회임까지 하셨으니 얼마나 더 기고만장 할 거야? 송연 : 저기, 언니... 초비 : 왜? 송연 : 언니 먼저 가세요.. 남은 건 제가, 마저 정리하고 갈게요. 초비, 그래...혼자 있고 싶겠지 싶은 마음에 '그렇게 해, 그럼.' 하고 일어나고. 혼자 남은 송연, 가만 생각에 잠긴다. #63. 궐 일각. 낮 산이 남사초, 박상궁 등과 오고 있다. 그러다 산..이 쪽으로 오는 송연을 발견하고 멈칫, 하는데.. 송연 : 전하... 산 : 도화서 일로 입궐한 것이냐? 송연 : 예, 전하. 원빈마마의 처소에 올릴 병풍도를 그리고 있습니다. 산 : ....!.... 송연 : (잠시 그러다가) 마마께서 회임을 하셨다 들었습니다. 감축드립니다. 전하. 산 : ...!!... 송연 : ....... 산 : (쓸쓸해진다) 감축한다? 그래, 이는 분명 왕실의 큰 경사니....감축 받을 일이지. 송연 : .....!..... 산 : 헌데, 내 어쩐지 너한테만은 그런 말을 듣고 싶지가 않구나.. 송연 : ....!!.... 산 : (쓸쓸하게 보다가) 가자.. 산, 송연을 두고 지나쳐 가고.. 송연, 멍해지는 얼굴...산을 아프게 돌아보는데... #64. 정순 처소 앞. 밤 강상궁과 나인들 있다. 그 때, 최석주 오고. 최석주 : 마마께서 찾으셨다 들었네. 고해 주게. 강상궁 : 예, 대감... 강상궁, '마마, 이판대감께서 드셨습니다.' 하고. 최석주, 굳은 얼굴로 처소를 본다. #65. 동. 안. 밤 정순, 최석주 있다. 최석주 : 다신 처소에 걸음을 하지 말라 하신 마마께서 어인 일로 소신을 찾으신 것이옵니까? 정순 : 특별한 까닭이 있어 오시라 청한 것은 아닙니다. 그저 내 신변에 작은 변화가 있어 대감께도 알리는 것이 도리일 듯 하여 뵙자 한 것이지요. 최석주 : 변화..라니요? 마마. 정순 : 난.....내일이면, 가정당을 나가 이 나라의 대왕대비가 있어야 할 처소로 돌아갈 것입니다. 최석주 : 가정당을 나가신다니? 지금 그것이 무슨 말씀이십니까? 마마. 정순 : (미소 짓고) 아, 참..그리고 나 뿐 아니라 장태우 대감의 신변에도 아마 곧 작은 변화가 있을 것입니다. 대감. 최석주 : ....!.... 정순 : (의미심장하게 보는데) #66. 장태우의 사가 방 안. 낮 장태우, 중신1,2 있다. 장태우 : 지금 뭐라 했는가? 의금부에 잡혀 있는 살주계들이 풀려날 것이라니? 대체 누가 그리 처결한 것이란 말인가? 중신1 : 홍승지가 내린 명이라 합니다, 대감. 장태우 : ....!!.... 중신1 : 살해에 직접 나선 자들만 참수를 하고 그 근거지에서 잡아 들인 자들은 가벼운 형벌만 내리고 방면한다 하니 어찌 이럴 수가 있습니까? 대감! 장태우 : ....!!.... #67. 산의 원형 탁자 집무실. 낮 산, 장태우와 있다. (산, 여유 있게...) 산 : 그래서, 경의 말은 무엇이오? 과인이 홍승지에게 부여한 권한이 너무 크다. 그것이오? 장태우 : (OL) 그렇습니다. 지금 홍승지는 전하께 받은 전권으로 조정에 독단과 전횡을 휘두르고 있사옵니다. 산 : 독단과 전횡이라? 이를테면 무엇이오? 장태우 : 홍승지는 얼마 전 신료들을 살해한 살주계 노비들을 장형과 도형만 내린 채 풀어주려 하고 있사옵니다. 이는 분명 국법을 능멸하고..(하는데) 산 : (O.L) 과인이 그리 하라 하명했소. 장태우 : (멈칫) 산 : 허니, 좌상께서 하실 말이 그것이라면 그건 홍승지의 독단이 아닌 과인의 독단이오. 장태우 : (OL) 전하! 산 : 물론, 저들은 죽어 마땅한 참담한 죄를 저질렀소. 허나, 주인을 살해한 자들을 죽음으로 다스려야 한다면 가혹한 수탈과 추쇄로 노비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양반 관료들은 어떻소? 그들도 합당한 죄를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오? 장태우 : 전하!! 이는 당치 않은 말씀이시옵니다. 이 나라는 반상의 법도 위에 세워진 나라입니다. 양반이 그 재산인 노비를 처분하는 것은 국법이 정한 이치가 아니옵니까? 산 : (OL) 그렇소. 대감의 말이 맞소. 해서 난 이 참에 작정하고 그 국법을 바꿔 볼까 하오. 장태우 : ....!!.... 국법을 바꾸신다니...무슨 말씀이십니까? 허면 노비의 추쇄를 금지시키겠단 것이옵니까? 산 : (OL) 아니오. 내 겨우 그 정도에 작정한다는 말까지 내뱉었겠소. 장태우 : ..허면 대체 무엇을? 산 : (OL) 난, 이 나라에서.... 노비를 없앨 것이오! 대감. 장태우 : ..??? 산 : ......... 장태우 : 전하!! (충격으로 할 말을 잃고) 산 : (당당하고 여유 있다) 물론 어렵고 힘든 싸움이 되겠지요. 노비는 양반들의 재산이니... 분명 이 나라의 모든 양반들이 모두 죽을 각오로 과인과 싸우자 덤빌 것이오. 장태우 : (눈을 질끈 감는다) 산 : (굳은 의지에) #68. 대전. 낮 산, 굳은 얼굴로 있다.. 그런 산의 위로... 장태우 (소리E.) : 홍승지에게 너무 많은 것을 쥐어 주지 마십시오. 전하. 전하께서 무엇을 하시든 결국 그 자가 전하의 전정을 그르치게 될 것이니 말입니다. 산, 진지한 진심이 어린 장태우의 말이... 마음에 남는다. 굳은 표정..생각에 잠기는데. 그 때...밖에서 남사초가.. '전하, 남내관이옵니다..' 산 : 들게. 남사초, 당혹한 얼굴로 안으로 들어. 남사초 : 전하. 산 : 그래, 무슨 일인가? 남사초 : (망설이고) 산 : 남내관....? 남사초 : 전하....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지금 밖에서 대비마마께서 알현을 청하고 계시옵니다. 산 : (멈칫, 놀란다) 뭐어?! 산, 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당혹스러운데. #69. 동. 대전 밖. 낮 산, 굳은 얼굴로 밖으로 나온다. 보면, 저 앞에...정순이 강상궁 등을 거느리고 서 있는 모습이 보이는데.. 그 모습을 보고 당혹해하는 산. 정순 : ....오랜만에 뵙는군요, 주상. 산 : ....!!.... 정순 : ........ 산 : ....마마께서 이 곳엔 어인 일이십니까? 정순 : ....!.... 산 : 안 들리십니까? 마마께서 이 곳에 어인 까닭으로 오셨는가 물었습니다. 하는데, 바로 그 때... 홍국영 : 전하! 소신이 납시라 청했사옵니다. 산 : (멈칫, 본다) 산..보면 그 곳에 굳은 표정의 홍국영이 서 있는데.. 산 : (당혹) 홍승지... 홍국영 : 마마를 오시라 청한 것은 소신이옵니다. 전하. 산 : .....!!.....뭐라구...자네가....? 홍국영 : 예...전하... 산 : .....!!!..... 보면, 홍국영, 담담한 표정으로 산을 보고... 정순, 그런 홍국영의 옆에서 미소 지으며 있는데.. 보면, 그런 두 사람을 당혹감 어려 바라보는 산. 산의 그 모습에서..엔딩.
.이산 ↲
.영화 & 드라마 대본 ↲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