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 55
MBC 특별기획드라마
이 산(李蒜)
제 55 부
#1. 동. 대전 밖. 낮 (54부 엔딩)
산, 굳은 얼굴로 밖으로 나온다.
보면, 저 앞에...정순이 강상궁 등을 거느리고
서 있는 모습이 보이는데..
그 모습을 보고 당혹해하는 산.
정순 : 오랜만에 뵙는군요, 주상.
산 : ....!!....
정순 : ........
산 : 마마께서 이 곳엔 어인 일이십니까?
정순 : ....!....
산 : 안 들리십니까?
마마께서 이 곳에 어인 까닭으로 오셨는가 물었습니다.
하는데, 바로 그 때...
홍국영 : (E) 전하! 소신이 납시라 청했사옵니다.
산 : (멈칫, 본다)
산..보면 그 곳에 굳은 표정의 홍국영이 서 있는데..
산 : (당혹) 홍승지?
홍국영 : 마마를 오시라 청한 것은 소신이옵니다. 전하.
산 : .....!!.....뭐라구...자네가?
홍국영 : 예, 전하.
산 : .....!!!.....
보면, 홍국영, 담담한 표정으로 산을 보고...
정순, 그런 홍국영의 옆에서 미소 지으며 있는데..
보면, 그런 두 사람을 당혹감 어려 바라보는 산.
#2. 혜경궁 처소 앞. 낮
이상궁이 급히 온다.
이상궁 : (안에 대고) 마마...이상궁이옵니다.
#3. 동. 안. 낮
혜경궁, 이상궁 있다.
혜경궁 : (놀라고 기막힌) 자네...뭐라 했나?
대비께서 지금 대전에 있다니?
이상궁 : 그 뿐이 아니옵니다. 마마.
대비마마를 모시고 온 사람이 다름아닌 홍승지라 하옵니다.
혜경궁 : 뭐어? 그럴리가 있는가?
홍승지가 대체 무엇 때문에 그런 짓을 한다는 게야?
혜경궁, 당혹스럽다. 대체 어찌 된 것인가 의아한데.
#4. 대전. 낮
무거운 침묵이 감도는 대전 안.
보면 그 곳에, 산과 홍국영 있다.
산, 굳은 표정으로 서 있는 홍국영을 응시하고..
홍국영, 서 있는 채 결심이 어린 담담한 얼굴로 그
시선을 감내하고 있는데...두 사람 사이에 긴장이 감돌고...
#5. 동. 밖. 낮
남사초, 박상궁이 서 있고.
그 앞에 정순, 강상궁이 있다.
정순, 담담한 얼굴로 대전을 바라보고 있다.
강상궁 : 마마...바람이 차옵니다.
처소로 돌아가 기다리시오소서.
정순 : (결연한) 아니다. 여기서 기다릴 것이다.
내 주상의 노여움을 풀고자 나선 걸음인데
겨우 이만한 수고를 마다하겠느냐?
강상궁 : 마마...
정순 : .........
정순, 굳은 표정으로 대전을 바라보고.
남사초, 그런 정순을 난처한 표정으로 보는데.
#6. 동. 대전 안. 낮
산, 홍국영 있다. 홍국영, 앉아 있고...
홍국영 : .....
산 : 홍승지!
홍국영 : 예, 전하.
산 : 어찌 된 것인지...까닭을 말해 보라니까!
홍국영 : .......
산 : 내가, 자네를 잘못 보았다...그리 생각하고 싶진 않네.
자네가 이리 한덴 분명 이유가 있을테지.
허니, 말해 보게.
왜 대비마마를 이 곳에 모셔온 것인가?
홍국영 : ...전하의, 전정을 위해서입니다.
산 : ....!!....
홍국영 : ......
산 : 내...전정을 위해서라고?
홍국영 : 예...전하.
산 : (기가 막히다) 나는 자네가 무슨 말을 하는건지 알아들을 수가 없군.
이것이 내 전정을 위한 것이라니..
허면, 무엇인가? 그러자면 이젠 마마를 용서라도 해야 한단 것인가?
홍국영 : 예. 그렇습니다, 전하.
산 : (말도 안 된다) 홍승지...?!
홍국영 : (빠르게. OL) 마마를 용서하시고 가정당의 연금을 풀어주십시오, 전하.
지금 장태우 대감을 견제하고
노론을 쉽게 장악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대비마마를 전하의 사람으로 만드시는 것이옵니다.
하오니....(하는데)
산 : (O.L) 그만하게..!
홍국영 : (O.L) 전하..!
산 : (O.L) 겨우 이런 일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인가?
이러자고 내게 한마디 말도 없이 가정당을 기웃거린 게야?
홍국영 : (전혀 동요하지 않는다) ...
산 : 내, 남내관이 그 곳에서 자넬 봤다 했을 때도 그 말을 믿지 않았네.
아니, 차마 사실일 거란 의심조차 하지 않았어!
헌데...어찌 자네가 이런 기막힌 짓을 할 수 있단 말인가?
홍국영 : (OL) 맞습니다, 전하.
소신, 그동안 가정당에 계신 마마를 뵙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아주 여러 번이었습니다.
산 : ....!!....
홍국영 : 하오나 전하!
소신이 그리 한 까닭은 대비마마를 믿어도 좋을 지
확신을 얻기 위해서였습니다.
혹, 전하께 충심을 다하겠다는 그 말씀이
간교한 술수가 아닌지, 그것을 알아보기 위함이었사옵니다.
산 : (조금 냉소적인) 그래서..무엇인가?
오늘 마마를 모셔온 건....믿어도 좋겠단 확신이 들었다는 건가?
홍국영 : (잠깐 망설이는 듯 하다가) 예..그렇습니다.
산 : .....!.....
홍국영 : 하오니 소신을 믿고
대비마마에 대한 연금을, 거두어주십시오. 전하.
대비마마께선 기꺼이 전하를 위해 힘을 보태고자 하십니다..
그것을 놓치지 마십시오, 전하!
노론 벽파 세력을 장악할 수 있는 대비마마의 힘을...
이젠 전하께서 이용하셔야 하옵니다.
산 : .....!.....
홍국영 : .......
산, 홍국영을 복잡한 얼굴로 바라보고.
홍국영, 마음을 다잡고 의지 어린 눈빛으로 본다.
#7. 동. 밖. 밤
어느새 날이 저물어 가고 있다.
그러나 정순, 아직도 그 자리에 그대로 꼿꼿하게 서 있고...
#8. 동. 안. 밤
산, 홀로 굳은 상념에 잠겨 있는데....
마음의 갈등을 느끼는 산의 모습.
#9. 기방(사가 방 전용. 왼쪽). 밤
홍국영, 대수, 강석기, 서장보 있다.
앞에 술상이 놓여 있는데, 대수, 강석기,
서장보, 굳은 얼굴로 손도 안 대고....홍국영, 담담히
술잔을 들어 마시는데.
홍국영 : 할 말들이 있다더니...술도 마시지 않고 왜들 꿀 먹은 벙어린가?
대수 : (굳은) 저희들, 대비마마의 일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것이 사실입니까? 영감.
홍국영 : 사실이냐니...뭐가 말이냐?
강석기 : 영감께서 전하께
대비마마를 용서하시란 주청을 올렸다는 것 말입니다.
홍국영 : 그래..그랬네. 헌데 그건 왜?
다들 : ....!!....
서장보 : 설마 설마 했는데 어떻게 이럴 수가...
영감!! 이건 말도 안 됩니다!
대비마마는 주상전할 몰아내려 했던 분입니다!
그 분 때문에 저희도 죽을 뻔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닌데..
어떻게 영감께서 이렇게 저희들의 뒷통수를 치실 수 있습니까?
홍국영 : (술을 마시다가 멈칫, 불쾌한 표정)
뒷통수를 치다니? 자네 말이 지나치군!
서장보 : (멈칫)
홍국영 : 나는 자네의 상관이네!
내 이리 자네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린다고
막말을 놓아도 되는 사이가 아니란 말일세!
서장보 : ....!!....(헉)
대수, 석기 : ....!!....(멈칫)
서장보 : ...소..송구합니다, 영감...저는 단지..(하는데)
홍국영 : (O.L) 됐네....그만하게.(하고)
모두, 그 말을 물으려 한 것이라면 이 자린 그만 파하지.
내가 그런 일까지 일일이 자네들한테 설명할 까닭이 없네.
다들 : ....!!....
홍국영, 불편한 얼굴로 일어나 나가고.
다들 그런 홍국영의 모습에 당혹스러운데..
#10. 동. 일각. 밤
홍국영, 굳은 얼굴로 나오는데..대수가 따라온다.
대수 : 영감..영감..
홍국영 : ......
대수 : 송구합니다, 영감...마음 상하셨다면 노여움을 푸십시오.
저희들은 다만...(하는데)
홍국영 : (휴...답답하다OL) 아니다..내, 마음이 격해져
공연히 편한 이들한테 역정을 낸 것이다.
대수 : (...!!...) ....영감....
홍국영 : 너도, 나를 믿지 못하느냐?
대수 : (멈칫)
홍국영 : 말해보거라!
대수 너도....내가 다른 마음을 먹고
대비마말 두둔하려 한다...그리 생각하느냔 말이다.
대수 : (OL) 그...그렇진 않습니다...영감께서 그러실 리가 없지요.
하지만.....(흐린다)
홍국영 : (보며) 괜찮다...말해보거라.
대수 : (용기를 낸다) 하지만...조금, 예전과 달라지신 것은 사실입니다.
저희를 대하시는 것도 그렇고....
이런 말씀 드려도 될는 지 모르겠지만...
영감 댁으로 숱한 자들이 출사를 바라며 드나든단 소문도...(하는데)
홍국영 : (O.L) 그건, 소문이 아니라 사실이다.
대수 : (놀라서) ....!!...영감....?
홍국영 : 그래...나는 달라졌다.
내 그토록 바라던 권세를 손에 쥐었는데
어찌 변하지 않았겠느냐?
그것을 누리고 써먹자고 이 자리에 올라섰는데...
왜 내가 예전의 홍국영이 그대로여야 하냔 말이다.
대수 : ....!!....
홍국영 : 허나,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내 결단코...전하에 대한 충심만은 변하지 않았다.
알겠느냐?
내가 내 사람을 만들려 하고
이렇게 대비마마를 용서하라 주청드리는 것은
그것은 전부, 전하의 전정을 위한 것이야.
대수 : ....!!....
홍국영 :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나는, 내가 틀렸다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야한다면, 필요한 모든 자들과 손을 잡아
내 이 두 손으로...
전하의 안위를 지키고, 이 나라 조정을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반석 위에 세울 것이다.
대수 : ....!!....
홍국영 : ..........
#11. 대전. 밤
산, 굳은 얼굴로 있다.
보면, 그 곁에 남사초가 있는데...
산 : (시선 안 주고, 낮게) 대비마마께선 어찌하고 계신가?
남사초 : 아직도 대전 앞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전하.
산 : .........
산, 굳은 표정으로 바라보는데...
#12. 대전 앞. 밤
정순, 서 있는데...조금 힘겨운 얼굴이다.
강상궁, 걱정스러운 얼굴로 보다가..
강상궁 : 마마...벌써 술시가 지났사옵니다.
정순 : 괜찮으니...물러 서거라.
정순, 다시 굳은 시선으로 대전을 바라보는데...
그 때, 합문이 열리고 산이 나온다.
정순, 놀란 얼굴로 그런 산을 보고.
산, 굳은 얼굴로 정순을 보고는...이내 시선을 거두고
그냥 지나쳐 가는데...모멸감 느끼는 정순...
하지만 이대로 물러설 순 없다.
정순 : 주상..!
산 : (멈춰 선다)
정순 : 내 주상께 할 말이 있어 왔소.
나는, 주상께 속죄를 하고 내 진정을 알리고 싶어...(하는데)
산 : (OL) 마마의 진정이 무엇인진..
이미 숱한 세월을 통해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그것이 달라졌을 거라 믿지 않습니다.
허니, 이만 돌아가십시오.
정순 : ....!!....
산 : (가려는데)
정순 : (OL) 내가, 필요할 것이오. 주상.
산 : (멈칫)
정순 : 그리고, 언제고 내가 필요한 날이 오면....
난 속죄를 위해서라도....
주저 없이 주상을 위해 나설 것이에요.
산 : (당혹스럽다) 마마...!
정순 :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이것입니다.
언젠간 홍승지처럼 주상도..
이런 내 진심을 믿어주게 될 것이에요.
산 : ....!!....
정순 : (진심을 담은 듯한..간절한 눈빛으로 보고)
산 : (당혹스러운 느낌) ............
#13. 도화서 외경. 낮
화원, 다모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14. 동. 대화실. 낮
박영문, 강두치가 그림을 놓고 무언가 이야기하고 있고
세모, 미수, 시비는 화원들의 그림을 돕고 있다.
이천 등도 일하고...탁지수는 멍하니 무얼
생각하고 있는데....
송연, 초비, 화구를 챙기고 있는데...
초비 : 휴...원빈마마 처소에 들어갈 걸 생각하니...눈앞이 다 깜깜하다.
송연 : 왜요?
초비 : (허..) 왜긴? 야! 넌 그 봉변을 당하고 무섭지도 않니?
송연 : (씨익 웃는다) 무섭긴요?
보니까 원빈마마께서 힘이 약하시더라구요.
하나도 안 아프던데요, 뭘...
초비 : 하여간....넉살은.
송연 : (밝게 웃고는, 옆의 탁지수에게)
저 나으리, 붓 좀 빌려주실 수 있으세요?
탁지수 : (멍..하니 있다가) 어...? 붓...?
송연 : 예, 제 세모필이 낡아서 필선이 잘 안 나와서요...(하는데)
그런 송연을 보는 탁지수...순간 송연의 얼굴 위로...
춘화의 영상이 아른거린다. 탁지수...헉,
놀란다. 나 왜 이래..!
탁지수 : (얼른 외면하며 준다) 여..여깄다.
송연 : (좀 이상하네...) 고맙습니다, 나으리.
하고 송연, 초비와 함께 나가면....
탁지수 : (미치겠다, 머리를 쿵 박으며) 내가 왜 이러지..정말...
박영문 : (놀라서) 이보게, 탁화사! 무슨 일인가?
탁지수 : 아..아닙니다, 아무것도..
세모 : 아까부터 멍하니 계시기만 하구...
진짜 왜 그러세요, 나으리? 어디 아프세요?
미수 : 그러게요..눈 밑도 쾡하시구...
탁지수 : 아니다...그냥....
강두치 : ...아니, 저 사람이..이보게, 탁화사!
하다가 보면....탁지수, 다시 헉..한다.
주변에서 자신을 걱정스럽게 보고 있는 미수, 시비, 세모,
네모의 얼굴 위로 다시 춘화 영상이 어지럽게 펼쳐지는데..
탁지수 : (버럭) 물러나라...!! 대체 나한테...다들 왜 이러느냐....!!
다모들 : ...??...
하며 탁지수..얼굴이 벌개져서 허둥지둥 뛰쳐 나가는데...
보면, 그런 탁지수를 의아하게 보는 이들.
다모들..아니, 우리가 뭘 어쨌다고...기막혀하고..
박영문 : (이천에게) 탁화사가 왜 저러는가?
이천 : 신경 쓰지 마십쇼....나으리. 원래 처음엔 다 저런겁니다..
박영문 : (못 알아 듣는다) 뭐가 말인가?
이천 : (씨익) 그런 게 있습니다....
뭐냐...다들 갸우뚱하고....
#15. 궐 일각. 낮
탁 트인 정자 같은 공간에
십여 명의 귀부인들이 쭉 앉아 있고.
그 앞에 혜경궁, 효의, 원빈 있다.
풍광을 보며 차를 마시는 여자들.
그 앞에 이상궁, 김상궁, 최상궁 등 있고.
혜경궁 : (흐뭇한 얼굴로) 내 오늘 이리 정경부인(정1품 관원의 아내)들을
모신 것은 원빈의 회임을 하례하려는 뜻이니
다들 흔쾌히 즐기도록 하세요.
부인1 : 예, 마마.
소첩들 또한 이리 경하스러운 일로 입궐하여 더없는 광영이옵니다.
(원빈에게) 회임을 감축드리옵니다. 마마.
부인들 모두 '감축드리옵니다, 마마.' 하고 고개를 숙인다.
원빈, 기쁜 마음에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효의, 담담한 얼굴로 바라본다.
부인2 : 얼마나 기다리셨던 원손이시옵니까? 마마.
이제 원빈마마께서 왕실의 대통을 이으실 것이니
그간의 시름을 덜게 되셨사옵니다.
혜경궁 : 이를 말입니까?
내 요즘처럼 마음이 기쁘고 흐뭇한 날이 없습니다.
이 모든 것이 원빈을 후궁으로 들인 덕이니
궐 안에 이만한 복도 없을 것입니다.
원빈 : 망극하옵니다, 마마.
혜경궁과 원빈을 비롯한 부인들, 웃음꽃을 피우고.
그 가운데 효의, 담담한 얼굴로 웃어보지만,
어쩐지 마음이 쓸쓸하다.
#16. 동. 일각. 낮
효의, 김상궁 간다.
김상궁 : 아니, 왜들 저리 원손..원손 그러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다 왕자 아기씨가 아니라
옹주 아기씨가 태어나면 어쩌려구...(하는데)
효의 : (OL) 자네 그게 무슨 소린가?
어찌 그런 망극한 말을 입에 담는 게야?
김상궁 : 송구하옵니다, 마마...
소인은 다만...(하는데)
저만치서 여인네들의 목소리 들린다.
보면, 원빈, 최상궁과 앞씬의 부인들이 있다.
부인들 손에 크고 작은 함들을 들고 있다.
원빈 : 금귤이면 제주에서만 난다는 귀한 과실이 아니오?
부인1 : 예, 마마.
부인2 : 제 것도 좀 봐 주시옵소서. 마마.
함양에서 특별히 들여온 약재이온데
반드시 사내 아이를 잉태하게 하는 효험이 있다 합니다.
원빈 : ...그래요?
부인2 : 예...마마..
원빈 : (좋다....그러다 먼발치, 이 곳을 보고 있는 효의를 보고는 들으라는 듯)
다들 이리 살펴주니 고맙소.
오랫동안 왕실에 후사가 없었으니...그간 얼마나 걱정들이 컸겠소?
허나, 내 반드시 이번에 왕자를 생산할 것이니
심려들 마시오.
그 소임을 다할 수 없다면 내 무슨 낯으로 얼굴을 들고 다니겠소?
부인들 : 망극하옵니다..마마.
효의 : ...!...
김상궁 : (허, 기가 막히고)
원빈 : 이리 왔으니....잠시 숙창궁에 들렀다 가시오.
함께 다과라도 합시다.
부인들, '망극하옵니다, 마마.' 하고 입을 모으고.
원빈, 걸음을 옮기면, 부인들, 그 뒤를 따른다.
효의, 착잡해지는 마음을 어찌 할 수가 없고.
김상궁 : 마마, 들으셨습니까? 혹시 저건...마마께 들으라고...
효의 : (애써 담담하게OL) 그만 가자.
김상궁 : 마마...!
효의, 걸음을 옮기는데 마음이 무겁다.
#17. 원빈 처소. 낮
원빈, 송연, 초비, 최상궁이 있다.
방 한 쪽엔 부인들이 놓고 간 선물들이 한가득 놓여 있고
원빈, 송연이 건넨 밑그림을 보고 있다.
송연 : 새로 그린 병풍도의 밑그림이옵니다, 마마.
다산과 풍요를 기원하는 석류를 그렸습니다.
원빈 : ...석류라....
이미 회임을 하였으니 병풍도가 무슨 상관이겠느냐?
알겠으니 마음대로 하거라.
송연 : (....!....) 예...마마...
그 때, 최상궁이 들어와... '마마, 어의 영감이
드십니다.' 한다.
원빈 : 그래...?
어의, 안으로 들고....
송연 : 마마, 허면 저희들은 이만....(하는데)
원빈 : (OL) 아니다. 내 네가 그리는 것을 본다 하지 않았느냐?
거기서 잠시 기다리거라.
송연 : 예..마마....
(시간 경과)
어의, 진맥을 하고 있다. 표정이 어두운데..
원빈 : 내 요즘 악조증(惡阻症 : 입덧)으로 아무것도 들질 못하네.
허니, 내의원에서 들이는 탕약에
이에 대한 약재도 처방을 하도록 하게!
어의 : (조심스럽다)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마마.
악조증을 느낀 지 벌써 수 주째가 된다 하지 않으셨습니까?
원빈 : 그렇네. 헌데 그건 왜 묻는가?
어의 : ....그것이...아무래도 이상한 듯 하옵니다.
그렇다면 분명 지금은 회임을 알 수 있는
척맥이 느껴져야 할 것이온데...
원빈 : 그게 무슨 말인가? 척맥이 느껴지질 않는다니......
(하다가, 송연을 의식하고, OL) 잠시..기다리게...
(하고 최상궁에게 눈짓)
최상궁 : (송연, 초비에게) 너희들은 잠시 나가 있거라!
송연 : 예, 마마님...
초비 : ...........
송연, 초비..물러나면....
원빈 : 말해보게...척맥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게 무슨 뜻인가?
어의 : (망설이고) ....
원빈 : (뭔가 불안한 표정으로 보는데)
#18. 동. 밖. 낮
초비와 송연 나온다.
초비 : 있으랬다, 나가랬다..진짜 변덕하고는...
송연 : 어의께서 들어 계시잖아요.
초비 : 근데 좀 이상하지 않니?
송연 : 뭐가요.
초비 : 너도 들었잖아? 어의께서 척맥 어쩌구 하면서
뭐가 좀 이상하다고 한 거...
송연 : ......
초비 : (궁금하다, 안을 기웃거리며) 뭘까...? 응...?
송연 : (보는 표정)
#19. 규장각(숙위소 오른편 전용). 낮
박제가와 청년1,2 등 규장각 관원들, 서안과
서책을 쌓아 놓고
분주하게 업무를 보고 있다. 모두 상한 곳은 나은 모습이다.
그 때, '주상전하 납시오!' 하는 소리 들리고.
산과 남사초가 들어온다.
다들, '전하!' 하고 예를 갖추고.
산 : 한참 바쁜 때 내가 찾아와
공연히 방해가 된 것은 아닌지 모르겠군..
박제가 : (OL) 아니옵니다, 전하.
산 : 아니라...? 허면, 다들 일은 안하고 놀고 있었단 말인가?
박제가 : (당혹) 저..전하...
산 : (O.L. 껄껄 웃으며) 농일세..나가세! 이왕 방해가 된 거...
다들 나와 함께 술이나 마시세.
다들 : ...??
산 : (미소 지으며 바라보는데)
#20. 궐. 일각. 낮
경치 좋은 곳.
산과 규장각 신하들이 모여 술을 마시고 있다.
산 : 자, 다들 마시고 오늘은 쉬도록 하게.
이제 내일부턴 또 정신없이 바빠질테니 말이야.
다들, 무슨 말인가..보는데.
산 : 오늘 윤대에서 노비 제도에 관한 개혁안이 발표될 것이네.
다들 : ...!!...
산 : 내 이번 개혁안을 통해
노비 제도를 혁파하고 저들을 양인으로 올릴 것이니
분명 조정 중신들 뿐 아니라,
전국의 양반 모두가 크게 반발할 것이네.
다들 각오는 하고 있겠지만...
이번엔, 더 힘든 시간이 될 것이네.
다들 : ...!!...
산 : 허니, 각오들 단단히 해 두게.
서얼들을 등용하더니 이젠, 노비까지 없애려든다며
저들이 아마, 이 미친 임금을 몰아내자 나설 것이니 말이야.
박제가 : (미소) 예...그러겠지요.
허나, 저희들 모두 그 시간을 기꺼운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으니
심려 마십시오, 전하.
산 : ....!....
박제가 : 저희들, 모든 것을 각오하고 있으니..
전하께서도 저희를 믿어주십시오.
저들이 어찌 나온다 해도...
전하의 곁엔 소신들이 있을 것이옵니다.
이, 반 푼짜리 서얼들과
힘 없는 전하의 백성들이...전하를 지켜드릴 것입니다.
산 : ....!!....
다들 : (깊은 눈으로 바라보고)
산 : 고맙네.....
내...자네들이 있어 얼마나 든든한지 모르겠네.
다들 : 망극하옵니다, 전하...
산 : (눈시울 붉어져 바라보는데)
#21. 편전 앞. 낮
노론 중신들이 편전으로 들고 있다.
그 앞에서 대수, 강석기, 서장보가 신검을 하고 있고.
한 쪽에서 장태우가 온다. 불쾌한 얼굴인데.
대수, '송구합니다, 대감.' 하고 예를 갖추고 다가가는데.
그 때.
홍국영 (소리) : 좌상대감은 그냥 보내드리게.
장태우 : (멈칫, 보는데)
보면, 홍국영이 온다. 대수, 물러나고...
홍국영, 장태우에게 예를 갖추고.
장태우 : 신검을 받지 말라니...무슨 꿍꿍인가?
홍국영 : 잘 봐달라는 것입니다. 대감.
오늘 윤대에서 전하께서 무엇을 말씀하실 진...
대감께서도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허니, 부디 마음을 너그러이 가지시어
공연한 말씀은 삼가달란 뜻이지요.
장태우 : (냉소 어린다) 그래서...신검을 면해준다?
자네가 이젠 아주 나와....농을 하자는 게로군.
홍국영 : (OL) 농이라니요? 당치 않으십니다.
저는 진심으로 드리는 말씀입니다, 대감.
장태우 : ...!...
홍국영 : 아시겠지만, 오늘 전하께선
노비 개혁안을 발표하실 것입니다.
헌데, 이번만큼은 대감께서 자중해 주셔야겠습니다.
지난번처럼 노론과 사대부를 들쑤셔...
조정을 파국으로 몰아선 아니된단 말씀이지요.
장태우 : (기가 막힌다) ...재미있군...
자네가 안 된다 하면, 내가 그 말에 따를 것이라 생각하는가?
홍국영 : 예. 그러실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10년 전...대감께서 당하셨던 수모를
다시 겪게 되실테니까요.
장태우 : (멈칫, 한다) 뭐어....?
홍국영 : 제가 대감께 약속드리지 않았습니까?
척신이 되어 힘을 휘두른다는 게 뭔지 보여드린다구요.
장태우 : ....!!....
홍국영 : 허니, 제 손에 쥐고 있는 게 뭔지 짐작되신다면...
부디 자중하시고 몸을 사리시길 바랍니다.
장태우 : ....!!....
홍국영, 차가운 눈빛을 빛내며 보고.
장태우, 당혹감 어린 얼굴로 그런 홍국영을 보는데...
#22. 빈청. 낮
장태우와 최석주를 비롯한 중신들이 있다.
최석주와 중신들, 심각한 얼굴로 이야기하는데..
장태우는 굳은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 있다.
그런 장태우의 위로....
정순 : (슬몃, 냉소가 번진다.E.) 노회했단 말은 내 실언인 것 같습니다.
허나....시절은 바뀌고 사람의 간사한 마음이란 것도...
결국은 변하게 되어있지요.
허니, 너무 장담하진 마십시오, 대감.
그 때도 그리 장담하시다...
내게 고약한 꼴을 당하지 않으셨습니까?
장태우 : ....!!....
장태우, 참담해진다...그런 장태우의 위로.
홍국영 (소리.E) : 제 손에 쥐고 있는 게 뭔지 짐작되신다면...
부디 자중하시고 몸을 사리시길 바랍니다.
장태우, 굳어지는 표정....입술을 깨무는데...
#23. 산의 집무실(서재). 낮
산이 굳은 표정으로 서안을 내려다보고 있다.
그 때, 채제공이 들어와.
채제공 : 전하...윤대에 납실 시각이옵니다.
산 : ........
#24. 편전. 낮
산을 비롯한 노론 중신들 모두 자리해 있고.
홍국영, 그 앞에서 교지를 읽고 있다.
중신들의 얼굴은 모두 굳어져 있는데....
홍국영 : 이렇듯 백성들의 뼈를 깎는 폐단으로 노비 제도만한 것이 없다.
하여 과인은.....
노비에 대한 수탈과 그 가혹함이 지극한 추쇄를
기해년 3월 정오일을 기해 엄히 금하고
추쇄도감 또한 폐지할 것이다.
순간, 모든 대신들의 얼굴에 확연한 당혹감이 번진다.
중신1 : 전하! 이는 천부당만부당 하옵니다.
추쇄도감은 500여 년을 이어 온 나라의 법제이옵니다.
헌데 어찌 이를 한 번에 폐하시려 하옵니까? 전하!
중신2 : (OL) 더욱이 이는 국법을 어기고
사사로이 도망한 노비를 잡아들이는 것이온데,
이를 폐하신다면, 전하 스스로 국법의 지엄함을
능멸하시는 것이 될 것이옵니다.
부디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전하.
중신들 모두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하고 엎드리고.
산 : (냉소) 아직 교지의 반도 읽지 않았는데 경들이 이리 요란하니
오늘 안으로 이 윤음을 반포할 수나 있을 지 모르겠소.
다들 : .....!!.....
산 : 홍승지는 들어가게.
홍국영 : 예, 전하.
홍국영, 자리에 앉고.
산 : 오늘 윤지는 추쇄만을 금하고자 반포한 것이 아니오.
과인은 일정 기한 이상을 채운 노비들은 공납만 낸다면
모두 양인으로 올려 그 노적을 없앨 것이오.
또한, 노비의 신분을 1대에 한정하여
장차, 이 나라에서 노비가 사라지도록 할 것이오.
다들 : ....!!!....(경악)
장태우 : (굳어지고)
중신1 : 전하, 노비를 없애다니요?
어찌 그런 망극한 말씀을 하시옵니까?
이 나라는 엄연한 반상의 법도 위에 세워진 나라이옵니다.
중신2 : (OL) 전하, 소신들, 그 같은 어명은
결단코 받들 수 없사옵니다. 부디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다들 : 통촉하여 주시옵소서..(하는데)
산 : (무시하고, 홍국영에게) 먼저 궐에 속한 내노비와
각 관아에 속해 있는 공노비, 그리고 관노비들을
모두 철폐하고, 저들의 노적을 없앨 것이니
이 같은 윤음을 반포하도록 하게.
홍국영 : 예, 전하.
대신들, 기막힌 표정으로 크게 동요하고 술렁인다.
중신1 : (OL) 전하! 이건 전횡입니다! 그럴 순 없사옵니다.
중신2 : (옆의 장태우에게) 대감...뭐라 말씀을 좀 해 보십시오.
어찌 좌상이신 대감께서 아무 말씀도 않으십니까?
장태우 : .......
홍국영 : (보는 표정)
장태우 : (홍국영을 본다)
홍국영 : (응시하는데)
장태우 : (이내 결심을 굳힌 듯. 담담하게)
전하, 신 좌상 장태우, 전하께 한 말씀 올리겠사옵니다.
산 : 해 보시오.
장태우 : 소신....이 자리에서 아무리 주청을 올린다 해도
노비 제도를 혁파한다 하신다는 전하의 뜻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 사료되옵니다.
그것이 맞사옵니까?
산 : 그렇소.
장태우 : 전하의 뜻이 정히 그러하시다면.....도리가 없겠군요..
산 : ....!....
다들 : (이게 무슨 말인가..싶은데)
장태우 : 모두들 일어나게.
산 : ...!...
홍국영 : (멈칫, 본다)
장태우 : (엄하고, 낮게) 무엇들 하는가? 어서 일어나라지 않는가?
장태우의 말에..신하들..일어선다.
산, 당혹해한다.
장태우 : 허면, 소신들은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전하.
산 : 앉으시오, 좌상! 지금 이게 무슨 무엄한 짓이오?
장태우 : 소신들을 내치시는 것은 전하시옵니다.
신하의 의견을 경청하지 않는 주군께
저희가 더 이상 무슨 말씀을 올릴 수 있겠사옵니까?
산 : (OL) 좌상...!!
장태우 : (OL) 전하께선, 이 나라 양반과 중신들 모두를
적으로 돌리셨습니다.
허니 이 파국에 대한 책임은...
전하께서 지셔야 할 것입니다. (하고) 가세..
산 : ...!!...
장태우, 예를 갖추고 나가면..
네 다섯의 신하를 제외한 중신들이 모두 장태우를 따라
나가고..갑작스런 사태에 당혹하고 기막힌 산.
그리고 남사초, 채제공....홍국영의 시선.
#25. 편전 밖. 낮
장태우가 굳은 얼굴로 가는데..
홍국영이 급히 온다.
홍국영 : 대감...! 대감...!
장태우 : (옆의 사람들에게) 먼저들 가 있게.
사람들 가면...
홍국영 : 지금 이게 무슨 짓입니까, 대감.
제가 한 말을 잊으신 것입니까?
장태우 : 잊다니?....그 귀한 충고를 내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이것이 자네 충고에 대한 내 대답이네, 홍승지.
홍국영 : ....!!....
장태우 : 무엇을 쥐고 있든....어디 자네 마음대로 해 보게.
내 한 번 당한 수모인데...두 번은 못 당하겠는가?
홍국영 : (OL) 대감...!
장태우 : 자넨 아마도, 손에 쥔 그것을 대비한테서 얻었겠지.
헌데.....강직하신 주상께서
자네의 그 술수를 얼마나 기뻐하실 진 모르겠군.
홍국영 : ....!!....
장태우 : (서늘하게 보고 가고)
홍국영 : (당혹감...낭패감이 밀려오는데)
#26. 편전. 낮
산, 텅 빈 편전 어좌에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곁에선 남사초와 채제공이 착잡한 표정으로 있는데..
채제공 : 전하....
산 : (착잡하다) 결국...또 다시 파국이 시작되겠군요.
산, 굳은 표정으로 편전 안을 바라보고....
#27. 숙위소. 밤
홍국영,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손에는 정순한테 건네 받은 서찰이 있고..
홍국영, 마음에 갈등을 느끼는 표정인데...
그 때...
정순 (소리.E) : 어찌 아직도 그걸 손에 쥐고 있는 것인가?
홍국영, 멈칫 보면...정순이 있는데..
놀라는 홍국영.
(시간 경과)
앉아 있는 정순과 홍국영. 상석에 정순왕후.
정순 : (당혹스럽다) 그래서 무엇인가?
자넨 지금, 그 상소를 쓰지 않겠단 것인가?
홍국영 : 저는 마마께...당장 이것을 써 장태우 대감을 몰아내겠다
말씀드린 적은 없습니다.
정순 : (멈칫, 보는데)
홍국영 : 제가 이것을 써 장태우 대감을 몰아낸다면
그 순간 저는 마마께...제 치부를 넘기는 것이 되겠지요.
아마 그 사실을 아신다면....
전하께서 저를 용서치 않으실테니 말입니다.
정순 : ...이보게, 홍승지..(하는데)
홍국영 : (O.L) 허니, 그것을 쓴다면
그것은 돌이킬 수 없는 마지막 순간일 것입니다.
정순 : ....!....
홍국영 : 전하께서 용납하지 않으신다면...
저 또한 마마를 도와드릴 순 없을 것입니다.
허니, 전하의 성심을 움직이실 방법은...
아무래도 마마께서 찾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정순 : ....!!....
#28. 정순 처소(가정당). 밤
정순,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홍국영 (소리.E) : 전하께서 끝내 용납하지 않으신다면..
저 또한 마마를 도와드릴 순 없을 것입니다.
정순, 입가로 냉소가 번진다.
정순 (마음의 소리) : 그래....그렇다면, 내 무슨 수를 써서든
주상의 마음을 움직여야겠지.
정순 : 강상궁..
강상궁 : 예..마마.
정순 : 가서, 이판을 모셔오게.
강상궁 : 예, 마마..
정순 : ..........
#29. 원빈 처소. 외경. 밤
원빈 처소 밖의 조용함...
#30. 동. 안. 밤
원빈이 어의로부터 직접 진맥을 받고 있다. (의녀는 없고)
보면 원빈, 불안하고 초조한 얼굴인데...
원빈 : (제발) ....어떤가?
어의 : (굳은 표정)
원빈 : (...!!...) 이번에도...맥이 잡히질 않는가?
어의 : 그러하옵니다. 마마.
원빈 : .....!!.....
어의 :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마마.
오늘까지도 이렇다면, 아무래도 회임을 하신 것은 아닌 듯 하옵니다.
원빈 : (OL) 그..그럴 리가 없네.
내 분명 악조증을 느끼고, 환경(環經 : 월경)도 멎었었네.
회임을 한 것이 아니라면 어찌 그럴 수가 있단 말인가?
어의 : 그것은 아마도...마마께서 위임신(僞姙娠 : 상상임신) 증상을
느끼신 듯 하옵니다.
원빈 : ...뭐라...? 위..임신....?
어의 : (난처하고)
원빈 : (참혹하고 기가 막힌데....)
그 때, 밖에서 최상궁이 급히 들어와..
최상궁 : 마마...혜경궁마마께서 납시옵니다.
원빈 : (....!!!....) 뭐...? 어마마마께서...?!
원빈, 놀라 보는데..혜경궁이 안으로 들어선다.
원빈, 당혹하고 놀라 얼른 자리에서 일어서는데..
혜경궁 : 아닙니다, 앉아 계세요...원빈.
원빈 : (OL) 하오나 어마마마..(하는데)
혜경궁 : (OL) 글쎄, 앉아 계시라니까요.
회임을 했을 땐 그리 급히 일어나면 안 된다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원빈 : .....예...어마마마..
혜경궁 : (미소 지으며 자리에 앉고) 마침, 어의가 와 있었군요.
어의 : (표정) 마마....
혜경궁 : 내 그렇잖아도 자넬 불러 원빈의 용태가 어떤 지 물으려 했네.
그래....어떤가? 복중의 용종은 잘 자라고 있는 것인가?
어의 : ...!...
원빈 : ...!!...
어의 : (난처하다) 마마......그것이......
혜경궁 : (표정을 보고, 불안) 왜 그러는가? 혹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것인가?
어의 :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마마...(하는데)
원빈 : (O.L, 안 된다) 어의영감!!
그 말씀은 내가 어마마마께 올릴 것이니
영감께선 이만 나가보시오.
어의 : .....!!.....
혜경궁 : (무슨 일인가...싶고)
원빈 : 무얼 하고 있소? 이만 나가보라 하지 않소?
어의 : 예...마마...
어의, 난처한 얼굴로 일어서 물러간다.
혜경궁, 왜 그러는가...의아한 표정이 되는데..
혜경궁 : 원빈, 대체 무슨 일입니까?
혹, 복중의 용종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 것입니까?
원빈 : (입술을 깨문다..갈등)
혜경궁 : 원빈....?!
원빈 : 아니옵니다. 어마마마. 그럴 리가 있겠사옵니까?
복중의 용종은 무사합니다.
다만 어의의 말론..소첩의 몸이 병약해
그것이 좀 걱정이라는 그런 말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혜경궁 : .....그래요....?
원빈 : 예, 어마마마.
혜경궁 : (좀 이상하고 의아하다는 표정이 되고)
원빈 : (초조한 얼굴로 눈치를 살피는데)
#31. 동. 외경. 밤
원빈의 처소. 그 위로.
홍국영 (소리) : 회임이 아니라니요? 마마.
#32. 동. 원빈 처소 안. 밤
홍국영과 원빈이 있다. 보면, 원빈, 눈물을 뚝뚝 흘리는데..
홍국영 : 그래서, 지금 그 말씀이 무엇이십니까?
회임이 아니란 어의의 말을 듣고도...
혜경궁마마께 거짓을 아뢰셨단 말씀이십니까?
원빈 : 아까는 저도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차마 어마마마께 사실을 말씀드릴 수가 없었어요.
홍국영 : ....!!!....(기막히고 허탈한데)
원빈 : 오라버니...그러니 오라버니께서 제발 저를 도와주세요.
무슨 수를 써서든 어의의 입을 막아..
이 사실을 숨겨주십시오.
홍국영 : (OL) 사실을 숨겨달라니요? 마마!
이는, 그렇게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회임은, 다음에도 하실 수가 있습니다.
허니, 어서 사실을 고하고....(하는데)
원빈 : (O.L) 그럴 순 없습니다, 오라버니!
홍국영 : ....!!....
원빈 : 그리 되면, 다들 제게 뭐라 하겠습니까?
모두들, 제가 일부러 회임을 꾸며댔다 수군거릴 것입니다.
혜경궁마마와 주상전하의 총애를 받기 위해..
일부러 거짓을 꾸며댔다구요!
중전께선 또 어쩌시구요?
보란 듯 저를 조롱하실 것이 뻔한 일이 아닙니까?
홍국영 : 마마......
원빈 : (OL) 이미 어마마마께 거짓을 고했다 하지 않았습니까?
그 사실을 아시면...저를 용서치 않으실 겁니다, 오라버니..
홍국영 : ....!!....
원빈 : 시간이 조금 흐른 후...
사산(死産)되었다 하면 될 것입니다.
허니, 제발 오라버니께서 나서서 저를 좀 도와주세요.
홍국영 : ...!!...
원빈 : (간절하고 절박하게 보고)
홍국영 : (착잡하고 난처한데)
#33. 동. 밖. 밤
홍국영, 착잡한 얼굴로 나온다.
홍국영, 어찌하면 좋은가...갈등이 어리는데...
#34. 도성 외경. 낮
바쁜 도성 풍경...
#35. 주막. 낮
대수, 달호, 있고. 안에서 막선이 음식을 가득 싼
보퉁이 두 개를 들고 나와 내민다.
막선 : 아니, 어딜 가는데 이렇게 음식을 바리바리 싸들고 가?
어디 좋은데 꽃구경이라두 가나?
달호 : 자네도 참...여자한테 차인 놈이 무슨 신바람이 들어 꽃구경을 가?
대수 : (버럭) 삼촌!
달호 : (상관없이 막선의 어깨를 쓱 감싸 안고)
그런 건 우리처럼 촉촉한 사이끼리 가는 거지...
막선 : (흐뭇, 웃고) 그런가?
대수 : (맘에 안 든다) 아우..내가 진짜 말을 말지...
(하고 돌아서다가 문득) 참, 삼촌 조심해야겠드라...
달호 : 뭘 조심해?
대수 : 벌써 궐 안에 소문이 쫘하던데?
궐 여기저기 기웃거리면서 혼자도 꽃구경 다닌다고...
달호, 흠칫 놀라는데.
대수, 픽 웃고는 '다녀올게요.' 하고 나간다.
막선 : 저게 무슨 소리야? 궐에서 무슨 꽃구경?
(그러다가) 혹시 당신! (하는데)
돌아보면, 달호, 벌써 내빼고 없다.
막선, '어딜 갔냐!'며 눈에 불을 켜고 찾고.
#36. 동. 다른 일각. 낮
강석기, 서장보 있고. 대수 온다.
대수 : 나으리!
서장보 : 가져왔냐?
대수 : 예, 여기요... 근데 어딜 가시는 거에요?
서장보 : (좀 머쓱한 얼굴)
강석기 : 저번에 호판 댁에서 잡은 살주계의 집에 간다는구나.
이 친구가 그 노비를 잡고 내내 걸려했다.
대수 : 예?
강석기 : 추쇄로 여동생을 잃고
홀어머니만 계신데, 몸이 안 좋으시다는구나.
대수 : ....!....
서장보 : (심난하다) 뭐...노비 팔자야 다 그렇지만
내일 참수까지 당한다니 마음이 영 그렇다.
전하께서 노비 제도를 혁파하신다는데
그 좋은 세상도 못 보고 가니....
세 사람, 조금 숙연해진다.
#37. 동. 어느 마을 일각. 낮
허름한 초가집들이 있는 어느 마을.
대수, 강석기, 서장보 들어선다.
서장보 : (주위를 둘러보며) 여기 어딘 거 같은데...
그 때. 어디선가 장독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깨지고..
'안 됩니다..그건 안 됩니다..' 하는 여자 소리가 들린다.
세 사람, 뭔가 보는데...
저만치 있는 집 안에서 사내 두엇이 보퉁이를 들고 나오고.
무슨 일인가 싶어 달려가 보는 세 사람.
보면...노파가 마당 가운데 주저앉아 울고 있다.
엉망이 된 집 안의 모습. 세 사람..당혹스러운데.
대수 : 무슨 일이십니까? 예..?!
노파 : (한스럽다) 아들놈이 신공(身貢 : 자막/노비에게 부과되는 세금)을
갚지 못했다고 추쇄꾼들이 들이 닥쳐
....집안에 남은 걸 다 들고 갔소.
내일이면 형장으로 끌려 갈 아들 놈..
마지막으로 죽이라도 먹여 보내려 했는데
그마저도 못하게 됐으니...(서럽게 눈물을 쏟고)
다들 : ....!!....
서장보 : 이......이런...쳐 죽일 놈들.....!!
강석기 : (착잡하고)
대수, 강석기, 서장보, 그 모습에 안타까운데.
#38. 산의 집무실(서재). 낮
원형 탁자에 앉은 산 앞에 대수, 석기, 장보가 와 있다.
산 : 그게 무슨 말이냐?
내 분명 추쇄를 금하는 것은 물론
노비에게 내려진 신공을 걷는 것 또한 금하라 했거늘...
어찌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단 말이냐?
대수 :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전하.
전하의 윤지가 반포된 후
오히려 보란듯이 그런 일들이 더 자행되고 있었습니다.
산 : ....!....
강석기 : 이번 살주계로 나선 자들 뿐만 아니라,
추쇄로 도망간 노비들 모두에게 그리하고 있었습니다.
하여, 그들을 찾지 못하면
식솔이나 이웃에게까지 신공을 물리고 있었습니다. 전하.
산 : ...!!...
#39. 규장각(숙위소 전용 오른쪽). 낮
홍국영, 박제가, 청년1,2 등 자리에 앉아 있는데.
보면, 그 앞에 상소문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그 때. '주상전하 납시오.' 하는 소리 들리고.
산과 남사초가 들어온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고.
산 : 각사와 조정의 상황은 어떠한가?
박제가 : 육조의 일은 남인과 소론들이 맡고 있고,
삼사는 저희 검서관들이 살피고 있사옵니다.
홍국영 : 하온데...승정원으로 전국에서
매일 수백 통이 넘는 상소가 쏟아지고 있사옵니다.
산 : (쌓여 있는 상소문 보고) 붓을 들 기운이 있는 양반이라면..
죄다 상소문을 올리고 있는 게로군.
홍국영 : .....!.....
다들 : (착잡한데)
산 : 편전 회의는 어찌 되었는가?
홍국영 : 진시로 예정되어 있사옵니다.
하오나 전하!
노론 중신 누구도 들지 않을 것이옵니다.
허니 편전에는 납시지 않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산 : 아니네.
나는 그 자리에 갈 것이네..
단 한 명의 신료가 든다 해도 편전 회의는 매일 열 것이네.
홍국영 : ....!....
산, 단호하고 의지 어린 눈빛으로 보고.
그런 산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홍국영, 박제가, 청년1,2.
#40. 장태우의 집. 마당. 낮
노론 중신들 대여섯이 서서 웅성이고 있고.
그 때, 안으로 장태우가 들어온다.
모두, '대감.' 하고 예를 갖추고.
장태우 : (위엄 있는 얼굴로) 모두 모였는가?
#41. 궐. 일각. 낮
산, 굳은 표정으로 가고.
그 뒤를 따르는 홍국영, 채제공, 남사초, 박상궁 등.
이내 편전 앞에 멈춰 선다.
남사초 : 주상전하 납시오.
편전을 바라보는 산의 결연한 표정.
#42. 편전 안. 낮
산이 들어선다. 그러다 문득 멈춰 서는데.
조금 놀라는 산의 얼굴.
뒤따라 들어오던 채제공, 홍국영도 놀란다.
보면, 최석주를 비롯한 노론 중신들이 반 수 쯤
있는 것이 아닌가...!
최석주 : 전하.
산 : ....!!....
홍국영, 채제공 : ....!!....
최석주, 산을 바라보고....
산, 이게 어찌 된 일인가..의아하고 당혹스러운데.
#43. 장태우의 집. 방 안(사가 방 왼쪽). 낮
장태우를 비롯한 노론 중신들 몇몇 있다.
장태우, 당혹스러운 얼굴이다.
장태우 : 그래서 무엇인가?
이판이 공판과 함께 중신들을 이끌고...
지금 편전에 들어 있단 말인가?
중신1 : (난감하다) 예, 대감...
장태우 : ...!!...
장태우, 이내 격하게 서탁을 거세게 내리치고...
노기 어린 얼굴로 이를 악무는데.
#44. 산의 서재. 낮
산, 최석주, 원탁 의자에 앉아 있다.
산 : 내 오늘 편전에서 경들의 얼굴을 볼 거라 생각하지 못했소..
최석주 : .....
산 : 어찌 된 것이오, 이판.
최석주 : 소신이 등청을 한 것은
조정의 파국을 피할 방도를 주청드리기 위해서이옵니다.
산 : (보고)
최석주 : 이번 개혁안에서
양반들의 "사노비를 철폐한다" 하신 내용을 철회해주십시오.
하오면...저희 노론 또한 "추쇄도감 폐지"와
"관노비의 혁파"를 받아들이겠사옵니다.
산 : (OL) 이판! (하는데)
최석주 : 전하께서 그리 해 주신다면,
저희가 나서 사대부들의 반발을 막아 세우고,
관원들 모두 궐로 돌아와 종사에 임할 것이옵니다.
산 : ..........
최석주 : ..
산 : ......
최석주 : 전하! 천하에는 두 가지 저울이 있사옵니다.
그 하나가 시비(是非)의 저울이고,
다른 하나는 이해(利害)의 저울이옵니다.
전하께서 추진하시는 경장은 분명 옳은 것이나 (자막/경장 : 개혁)
그 편중이 지나치시면,
만백성의 뜻을 하나로 모을 수 없습니다.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도록,
차근차근 시행해야 나라가 혼란에 빠지지 않을 것입니다. 전하.
산 : ....
최석주 : ...
산 : (가만 본다) 이것이 이판이 내게 내미는 타협안이오?
최석주 : 예, 그렇습니다..
그리고 또한 이것은, 대비마마의 뜻이기도 하옵니다. 전하.
산 : (당혹) ...뭐..라구요?
최석주 : 저를 불러..노론 중신들을 설득하라 하신 것은
대비마마셨습니다, 전하.
저들이 저리 움직인 것은....
이것이 대비마마의 뜻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산 : ....!!....
최석주 :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소신의 간곡한 뜻을 가납하실 수 있으시겠사옵니까? 전하.
산 : ....!!....
최석주, 담담한 얼굴로 산을 보고.
산, 당혹스러운 표정인데.
#45. 동. 서재 앞. 낮
천천히 걸어 나오는 최석주.
그러다 가만, 대전을 돌아본다.
#46. 동. 서재 안. 낮
산이 있고 그 앞에 홍국영이 있다.
홍국영 : 이판의 청을 가납하시옵소서, 전하.
소신 또한 그리 하는 것이 옳다 생각하옵니다.
산 : 홍승지!
홍국영 : 지금 도성은 물론 전국 곳곳에서
노비들에 대한 수탈이 자행되고 있사옵니다.
반발하고 나선 전국의 양반들을 쉽게 막을 수 없습니다. 전하.
이대로 폐해가 계속된다면,
그 고초는 모두 힘 없는 백성들이 떠안게 될 것이옵니다!
산 : .....!.....
홍국영 : 시간을 두시옵소서.
지금 당장 양반들의 재산인 사노비까지 혁파하시어
무고한 희생을 키우기보다,
순서를 두고 이를 시행하심이 옳을 듯 하옵니다.
산 : .....하여 무엇인가?
이판의 뜻을 가납하고...대비마마를 연금에서 풀어주란 것인가?
홍국영 : (간절하다) 전하.
대비마마는 소신이 지켜볼 것이옵니다.
결단코 전하께 누가 되지 않도록 소신이 막아설 것이니,
부디 소신을 믿고...
전하께오선 우선 이번 사태의 파국을 막으시옵소서.
산 : .........
홍국영, 간절한 얼굴로 보고.
산,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는 것인가 마음이 착잡해지는데.
#47. 장태우의 집. 외경. 밤
#48. 동. 방 안(사가 방 왼쪽). 밤
장태우와 최석주가 있다.
장태우 : 그래....역시 생각했던 대로
대비의 입김이 작용했던 것이로군....
최석주 :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대감.
저희 중, 대감의 방도를 따르는 것을
염려하는 자들이 많았던 것입니다.
장태우 : 내 방도에 따를 수 없다?
최석주 : 이미 한 번 전하와의 힘겨루기에서 밀린 저흽니다.
또 다시 그런 방도로 맞선다면, 결과는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허니 차라리 살을 버리고 뼈를 취하는 편이 낫지요.
장태우 : ....!....
최석주 : 대감께서 너무 오래 조정을 떠나 계신 탓에
시세를 놓치고 계신 듯 하여 드리는 말씀입니다.
노론을 이끌고 주상께 맞서자면,
대감께서도 이제 정치를 하셔야 합니다.
장태우 : (O.L) 그렇다면 그 정치는 자네가 모시는 그 암탉한테 물어보게.
최석주 : 대감!
장태우 : (OL) 난 정치 따윈 하지 않네.
오직 내 신념에 따라 행할 뿐이야.
최석주 : 허나, 그로 인해 자칫 노론 전체에
큰 화가 미칠 수도 있습니다. 대감.
세월만큼 조정도 변한 것을...
이제 대감께서도 받아들이셔야 할 것입니다..
장태우 : .....!.....
최석주, 담담한 얼굴로 보고.
장태우, 절대 인정할 수 없다는 얼굴로 매섭게 보는데.
#49. 궐. 일각. 낮
금군별장 있고.
관원 둘에게 이야기를 한다.
금군별장 : 오늘 미시에 홍살문에서
살주계 중 살해에 가담한 자들의 처형이 있을 것이네.
자네들이 저들의 압송을 맡도록 하게.
관원 '예, 영감.' 하고.
금군별장, 돌아서는데, 멈칫 놀란다.
보면, 산과 남사초가 있다. '전하!' 하고 예를 갖추고.
#50. 옥사. 낮
옥사 안에 살주계로 잡힌 사내1이 있다.
망연한 얼굴의 사내1.
그 때, 옥사의 문이 열리고 금군별장이 들어온다.
금군별장 : 나오거라!
사내1 : ....!....
#51. 궐. 일각. 공터. 낮
궐 공터에 산, 남사초가 있다.
마당에 멍석이 깔려 있고 그 위에 상이 있다.
상에는 상보가 덮여져 있고.
그 때. '전하, 소신이옵니다.' 하는 소리 들리고.
산, '들게.' 하면. 금군별장이 사내1과 들어온다.
금군별장, 사내1을 들이고 나가고.
사내1, 산을 보고 당혹과 충격에 어찌 할 줄 모르고.
이내 부복하고 '전하!' 하며 엎드리는데.
산 : (착잡하게 보다가) ....일어나 앉거라.
사내1 : ...!...
남사초 : 뭘 하느냐. 전하께서 하명하시지 않느냐?
사내1 : (망설이다가 주저하며 겨우 자리에 앉는데)
산 : 남내관...
하면 남사초, 멍석 위에 놓인 소반의 상보를 연다.
보면 소반 위에 죽 그릇과 반찬이 놓여져 있는데..
놀라는 사내1...
산 : ....이건....
네 어미가 너에게 마지막으로 만들어주려 했던
음식이다....들라....
사내1 : ....!!...저...전하...
산 : (연민이 느껴져 가슴이 아프다)
사내1 : ...아..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소인의 어미는 무사한 것이옵니까?
산 : 염려 말라.
네 어미는 무탈하니...
사내1 : ....!!....
산 : 내....네 어미에게 널 돌려보내 줄 수 있다면
몇 번이고 그리하고 싶지만...
국법을 어기고 사람을 죽였으니...그리 해 줄 순 없을 것 같다.
사내1 : .....!!.....
산 : 허나...내 너에게...이것만은 약조해주겠다.
네 어미는 무사할 것이고...
너로 인해 가혹한 신공을 당하지도..
또 억울한 수탈을 당하는 일도 없을 것이야.
사내1 : ...저..전하...!!
산 : 따지고 보면 이것이 어찌 너의 잘못이겠느냐.
널 그리하도록 내몬, 이 임금이 못난 탓일게다.
사내1 : ....!!....
남사초 : (숙연해지고)
산 : 허나, 내 살아있는 한....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할 것이다.
수탈에 고통 받는 노비도...
그로 인해 칼을 드는 이도 없게... 그리 할 것이야.
하여..네가 다시 태어나는 세상에선...
수탈도 고통도 없이 살 수 있도록
내 한평생....그리 애쓰겠다.
사내1 : (눈물이 흐른다) 저..전하...망극하옵니다...
정말 그리 될 수만 있다면..
소인,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전하..
산 : ....!!....
보면 사내...고개를 떨구며 흐느끼고..
그런 사내를 보는 산과 남사초의 눈시울이...
뜨겁게 붉어진다....
#52. 동. 다른 일각. 낮
산, 착잡하게 굳은 얼굴로 나온다.
산 : (남사초에게) ........가정당에..내 기별을 전하게.
남사초 : ...예...전하..
산 : ......
#53. 궐. 내전 일각. 낮
정순이 강상궁과 나인들을 거느리고 걸어가고 있다.
의미심장한 눈빛. 위풍당당한 모습...
그 때, 보면...멀리서 굳은 표정으로 이를 바라보는 산.
#54. 정순 처소(바뀐 곳, 옛날 정순 처소). 낮
정순이 바뀐 처소의 마당으로 들어선다.
보면, 처소를 지키는 금군들과 나인들이 쭉 늘어서..
일제히 마마..하며 고개를 조아리는데..
보면, 정순..득의만만한 눈빛으로 저들과
새로운 처소를 바라보는데.....
강상궁 : (벅차다) 마마...
정순 : .........
#55. 도화서. 마당. 낮
화원들과 잡부들이 바쁘게 움직이는데..
초비가 두리번거리며, 뭔가를 찾고 있다.
초비 : 대체 또 어딜 가신거야?
#56. 동. 대화실. 낮
다모들 모여 있는데..초비가 툴툴거리며 들어온다.
초비 : 니들 이화사 나리랑 탁화사 나리 못 봤니?
시비 : 아뇨. 못 봤는데요.
초비 : 의궤 그릴 게 산더미처럼 쌓여있는데 또 얼루 내빼신거냐구, 진짜...
#57. 음담의 집 앞. 낮
이천과 탁지수가 음담의 집 앞에 있다.
탁지수 : (망설여진다) 아무래도 난 돌아가야겠네..
춘화라니....! 난....그럴 수 없네.
이천 : 이 사람아...춘화도 제대로 그리면 예술이 된다니까 그러네.
스승님의 그림을 못 봤나..!
탁지수 : 그..그래도 난 못하겠네.
이천 : 아, 그럼 가든가..
이천, 팔을 확 놓고 들어가고..
탁지수 : (아..미치겠다. 그러다가) 이보게, 이화사.
이천 : 왜..!
탁지수 : 가..같이 가세. 이왕 온 거...인사라도 드리고 가야지.
이천 : (그럼 그렇지...씨익, 웃는다) ...하여튼..밝히기는.
#58. 동. 방 안. 낮
텅 빈 방 안. 밖에서 이천의 '스승님, 저흽니다!'
하는 소리가 들리는데..
그러다 잠시 후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오는 이천과
탁지수. 보면 음담이 없자 의아한데.
탁지수 : 아니, 어딜 가신 겐가..?
이천 : 이상한데..분명히 오늘 오라 하셨는데..
그러다 이천, 보면 서탁 위에 종이가 한 장 놓였다.
뭔가 하고 보는 이천, 그리고 탁지수.
그러다 이천...기가 막힌데..
이천 : 이게 뭐야.....(하고) ...금일(今日) 자..습(自習)...?!
탁지수 : ...뭐어..? 자습...?!
이천 : (허...입이 떡 벌어지고)
#59. 마을 일각. 낮
음담이 만면에 웃음을 띤 채 술병을 들고 오고 있다.
보면 저 앞에 송연이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음담..아, 너무 좋다.
음담 : 이쁜아..!
송연 : (돌아본다) 나으리..!
음담 : (신나서 총총, 오면) 가자, 얼른.
송연 : 근데, 제가 댁으로 가서 배우면 되는데...
왜 또 여기서 보자고 하셨어요?
음담 : 그게...우리 집은 학습 여건이 나빠서 말이다.
집에 쥐새끼가 두 마리 있거든....
송연 : 예....?
음담 : 가자....이쁜아...
#60. 교외 일각. 낮
경치 좋은 곳 일각.
송연이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그 때, 뒤에서 음담이 온다. 음담, 가만 송연의 그림을 보다가.
음담 : 그만하면 됐다.
송연 : (멈칫, 놀라) 나으리!
음담 : (히죽거리며) 자, 자....이제 그만하면 됐으니까.
오늘은 나랑 술이나 마시며 놀자, 이쁜아.
송연 : 예...?
음담 : (술병을 내밀며) 아, 뭐해....얼른 (하는데)
송연 : (OL) 저 나으리...전 그림을 배우고 싶습니다.
화고에서...나으리께서 그리신 매화도와 묘작도는 물론,
궐에 올리신 의궤까지 모두 보았습니다.
어찌 하면 그런 그림을 그릴 수 있는지, 가르쳐 주십시오.
음담 : (끌끌) 더 배워 뭐에 쓰게?
네 매화도는 이미, 네 것으로 충분히 봐 줄만한데.
송연 : ....!!....
음담 : (술병을 들며) 자, 자..얼른.
왜...내가 한 잔 따라주랴?
그래, 그러지 뭐..(하며 술잔을 들어 따르는데)
송연 : 송구하지만, 나으리.
전, 그저 봐 줄만한 그림을 그리려는 게 아닙니다.
음담 : ..그래?
허면 어떤 그림을 그릴건데?
이왕지사 시작한 일..조선 최고의 화원이라도 되 볼라구?
송연 : ....!!....
음담 : 그런다고....마음이 채워지겠냐?
송연 : (멈칫) ...예...?
음담 : 내 보기에 지금 네 마음은 그림으로는 채워지지 않겠구나!
송연 : ...
음담 : 술잔은 술로 채워야 하듯이...
사람 마음은 마음으로 채워야지.....
송연 : ...
음담 : (갑자기 껄껄 웃으며) 우리 이쁜이 텅 빈 마음이....이깟
그림들로 채워지겠냐 그 말이지...낄낄...
송연 : ...!!...
음담, 송연을 한 번 보고는 이내 히죽 웃고는
술을 따라 마신다. 송연, 그런 음담을 당혹스러운
시선으로 보는데.
#61. 궐 외경. 밤
고즈넉한 궐...
#62. 산의 서재. 밤
산이 집무실에서 서안을 보고 있는데...
그 때...
혜경궁 (소리) : 아직도 정무를 보고 계십니까?
산 : (놀라서) 어마마마..
혜경궁 : (안쓰러운 얼굴로 보는데)
(시간 경과)
원탁 의자에 산과 혜경궁이 앉아 있다.
산 : 기척도 없이 오셔서 놀랐습니다.
혜경궁 : 기척이 없었다니요? 상궁이 말을 넣었는데
주상께서 열중하신 탓에 듣지 못하신 겁니다..
산 : 그랬습니까? 어마마마.
혜경궁 : 오늘은 이만 처소로 돌아가세요.
매일 이리 고단하시어 어찌 하십니까?
산 : 이것만 마치고 그리 하겠습니다. 어마마마.
혜경궁 : (가만, 그러다가) 대비전의 일은..정말 그리 처리해도 되겠습니까? 주상.
산 : (멈칫, 본다)
혜경궁 : 내 실은 그 일로 마음이 어지러워 잠이 오질 않아
밖을 나선 것입니다.
다른 사람도 아닌 대비를 두둔하고 나서다니...
내가 홍승지를 잘못 본 것이 아닌가 마음이 쓰여요.
산 : (역시 걱정되지만, 안심시키려고)
그 일이라면, 크게 심려치 마십시오. 어마마마..
홍승지가 아무런 대비도 없이...
섣부른 행동을 했을 리가 없질 않습니까?
혜경궁 : (휴...걱정이고)
산 : (안심시켜주려는 듯 미소 지어 보이고)
#63. 정순 처소(옛날 정순 처소). 밤
정순, 최석주와 있다.
최석주 : 감축드립니다, 마마..
정순 : 이제 고작, 내 자리로 돌아온 것 뿐입니다.
감축이라니, 당치 않아요.
최석주 : ......
정순 : 어쨌든 이번엔...이판께서 큰 일을 하셨습니다.
물론 앞으론 더 많은 일을 하시겠지만요.
최석주 : ....!....
정순, 담담한 표정으로 한 쪽에서 전낭을 꺼내
최석주의 앞으로 내민다.
최석주 : 이것이 무엇이옵니까? 마마.
정순 : 그것으로 사람들의 눈에 띠지 않는 외진 곳에...
사가를 하나 마련해주세요.
최석주 : (당혹스럽다) 사가라니요? 마마...
허면, 전처럼 궐 밖에 밀가(密家)를 만드시겠다는 것입니까?
정순 : (하하, 웃는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자중하고 또 자중해, 주상의 마음을 얻어야하는 납니다.
그런 분란을 만들 수는 없지요.
최석주 : ....!....
정순 : 그것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는...
내 대감께 차차 말씀을 드리지요...
비록 지금은 아니겠지만....
시간이 흐르면 시절은 또 변하기 마련 아닙니까?
허니, 언제고 그런 때를 대비해...
다른 준비는 해 두어야겠지요.
최석주 : ....!....
정순 : .......
#64. 민주식의 사가. 방 안(사가 방 오른쪽 전용). 낮
종복들 두엇이 서책 등을 싸고 있다.
민주식, 초조한 얼굴이다.
민주식 : 그것들까지 다 쌀 것 없다.
내 곧 다시 돌아올 것이니...
종복들 '예, 영감.' 하는데.
그 때. 밖에서 집사가 급히 들어온다.
집사 : 영감마님...큰일 났습니다.
잠시 나와 보십시오..
민주식 : 무슨 일이냐?
집사 : ....!....
#65. 동. 마당. 낮
민주식, 나오는데.
보면, 금군별장과 나졸들이 있다.
민주식, 경악한 얼굴이고.
금군별장 : 죄인 전 이조참의 민주식을
규장각 검서관들을 피습한 혐의로
의금부로 압송하라는 주상전하의 어명이시오.
민주식 : ....!....
금군별장 : 뭣들 하느냐? 어서 포박해라!
나졸들 와서 민주식을 포박하고.
민주식, 충격 어린 얼굴인데.
#66. 도성 일각. 낮
인적이 드문 거리.
포박당한 민주식이 금군들에 의해 끌려가고 있다.
앞서 가는 금군별장. 민주식, 절망스러운 얼굴인데.
그 때, 민주식 곁의 금군 하나가 갑자기 목을 붙잡더니
이내 풀썩 쓰러진다.
보면, 쓰러진 관원의 목덜미에 장침이 박혀있고.
민주식, 놀라고. 다른 금군 병사들 모두 놀라는데.
금군별장 : 혼침(자막 : 기절시키는 약재를 묻힌 침)이다!
어느 쪽인지 살펴라!
그 순간, 어디선가 날아와 정확하게 금군
병사들과 금군별장의
목에 박히는 장침. 모두 연이어 쓰러진다.
겁에 질린 민주식. 그 때, 복면의 사내 둘이 나타난다.
민주식 : 누, 누구냐? 너희들은!
복면 사내 : 따라오시오.
민주식 : ...!!...
민주식, 당혹스러운데...
사내들, 그런 민주식을 이끌고..
민주식, 이들을 따라 산길을 도망쳐가기 시작하는데...
#67. 궐. 일각. 낮
효의가 김상궁과 가고 있다.
#68. 궐. 일각. 낮
어의가 한 쪽에서 급히 나오는데..
보면 효의와 김상궁이 있다.
어의 : 마마...
효의 : 왔소?
어의 : 이 곳 내의원까진 어인 걸음이신지요?
효의 : 잠시 지나던 길에 생각이 나 들른 것이오.
실은, 내 며칠 전 사가에서 약재를 들여와
그것을 내의원에 보냈었소.
그 약재를 원빈에게 내려도 좋을 지 알아 봐 달라고 말이오.
알고 계시오?
어의 : ...!!...예...마마...
효의 : 그래, 어떻소? 그 약재가 회임을 한 원빈의 기력을 보하는데
도움이 되겠소?
어의 : (난처하다..어찌 해야 하는가)
효의 : (대답을 기다리는 얼굴로 보는데)
그 때, 등 뒤에서...
홍국영 : 그것은 아니 될 듯 싶습니다. 마마.
효의 : (멈칫, 본다)
어의 : (놀라 보는데)
홍국영 : (예를 갖추고)
효의 : 홍승지...
홍국영 : 송구하오나 마마.
그 약재는 지금 원빈마마껜 맞지 않을 듯 하옵니다.
효의 : ....그래? 어째서인가?
홍국영 : (잠시.....그러다가) 어의의 말론, 그 약재에 들어있는
백출이 마마의 체질과 맞지 않아,
원빈마마껜 해가 될 수도 있다 했습니다.
(하고, 어의에게) 그렇지 않습니까?
어의 : (당혹. 이게 무슨 말인가) 예에....?
효의 : (어의에게) ...그렇소...?
어의 : (당혹스럽다, 어찌 해야 하는가)
홍국영 : (어의를 보고)
어의 : (망설이다가) 예...마마...그러..하옵니다.
효의 : ....!....
홍국영 :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보고)
효의 : 알겠네...내가 그것은 미처 몰랐군.
허면 약재를 다시 들이라 하겠네.
홍국영 : 망극하옵니다, 마마...
어의 : (난처하고)
효의 : (좀 의아함 느끼는 얼굴로 어의를 보고)
#69. 동. 일각. 낮
홍국영, 어의와 있다.
어의 : 그게 무슨 말씀이시오? 원빈마마의 위임 사실을 알리지 말라니요?
홍국영 : 말씀 드린 대롭니다.
내 영감께서 그리 해 주실 거라 믿고 있겠습니다.
어의 : 하, 하지만 영감..그럴 수는 없습니다.
분명 복중에 용종이 아니 계신데..
어찌 회임인 척 할 수가 있단 말입니까?
홍국영 : (O.L) 그것은 내가 해결할 것입니다, 영감..
어의 : ....!!....
홍국영 : 모든 것은 내가 책임을 집니다.
영감껜 어떤 문제도 없을 것이라 내가 약조 해 드리지요.
허니, 제 말씀을 따라....그리 해 주셨으면 합니다...
어의 : .....!!.....
하는데 그 때.
산 : 책임을 진다니...자네가 무엇을 말인가?
그 말에 순간, 놀라 멈칫하는 홍국영과 어의.
홍국영, 놀라 보면...그 곳에 산이 있는데..
보면 산, 굳은 표정으로 홍국영을 보고 있다.
홍국영 : (당혹) 저..전하...!
산 : 자네 이 곳에서, 어의와 무슨 얘길 하고 있는 것인가?
홍국영 : ....!!....
산 : 말해 보게.
내가 지금 들은 그 말이 무슨 뜻인가 말이야.
홍국영 : ....!!....
산 : ........
보면 홍국영, 당혹한 얼굴로 어쩔 줄을 모르고..
굳어진 채..그런 홍국영을 바라보는 산.
산의 그 모습에서...엔딩..이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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