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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산 57

MBC 특별기획드라마

   이 산(李蒜)

                       제 57 부





#1. 산의 서재. 낮 (56부 엔딩에 이어)

                      산, 어의와 함께 있다.

산 : 말해 보게. 무엇이오?
     원빈이 용종을 잃은 까닭이 대체 무엇이란 말이오?
어의 : 살펴 보았으나...
       소신과 내의원 의관들의 시료엔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다만.....사가에서 따로이 들인 탕약에
       마마와 복중의 용종에게
       해가 되는 것이 들어있었던 듯 합니다.
산 : ....!!....
     ..그게 무슨 말이오?
     따로이 사가에서 들인 탕약이 문제라니.
     대체 누가...그처럼 참담한 짓을 벌여 용종을 해하려 했단 말이오?
어의 : .....
산 : 이보시오, 어의!
어의 : 그것은......중전마마께서 올리신 탕약입니다, 전하.
산 : ....!!....(멈칫, 한다)
어의 : .....망극하오나 전하.
       소신, 아무리 살펴 보아도...그것 외엔
       원빈마마께서 사산하신 까닭을 찾을 수가 없었사옵니다..
산 : ...!!...
어의 : ........
산 : ...중전이 올린 탕약이라니?
     허면.....원빈이 사산하여 용종을 잃은 것이
     중전.....때문이란 것이오?
어의 : .....
산 : ....!!....

                      보면 어의, 참담한 얼굴로 뭐라 말을 못하고..
                      그 말에 충격을 받은 산..
                      당혹스럽고 기막힌 느낌..도저히 믿을 수가 없는 말인 것인데..

산 : ....그럴 리가...없소.
     중..전 때문이었다니.....경은....
     경은...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알고 있는 것이오?
     지금 그것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는 것인가 말이오!
어의 : (머리를 조아리며) 전하.....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산 : .....!!!.....
어의 : (머리를 조아린 채)
산 : (충격으로 망연히...그러다가) ...그리 말하는 까닭이 무엇이오?
어의 : ...전하!
산 : 말해 보시오! 경이 그처럼 참담한 말을 입에 담을 때는
     적어도 그만한 까닭이 있을 게 아니오?
어의 : ......

                      산, 충격 어린 매서운 얼굴로 어의를 바라보고...
                      어의, 덜덜 떨며 산을 보는데...
                      그런 어의를 격분한 채 참혹한 심정으로 바라보는 산.

#2. 기방(사가 방 오른쪽). 낮

                      홍국영, 참혹한 얼굴로 술을 마시고 있다.

대수 : (말린다) 영감...이제 그만하십쇼. 너무 과하셨습니다..(하는데)
홍국영 : (손 치우며OL) 비겨라.
대수 : 영감...
홍국영 : 비키라니까!!
대수 : ....!!....

                      대수, 당혹스럽게 보는데...
                      보면 홍국영, 고통스런 격정에 쌓인 채 술을 마시고.

#3. 산의 서재. 낮

                      산이 참혹한 심정으로 앉아 있다. 그런 산의 위로...

어의 (소리) : 중전마마께서 올리신 탕약에....
              원빈마마의 체질과 상극이 되는
              백출이 들어 있었사옵니다.
              필시 이것이...사산의 원인이 되었을 것입니다. 전하.

                      산, 굳어지는 얼굴. 그 위로.

#4. (회상) 산의 서재. 낮

                      산, 어의와 있다.

산 : 허나...그렇다 하여 그것이 중전의 잘못이라곤 할 수 없소.
     약재라면 사가의 의원이 지었을 것이고..
     중전이 그 약재의 세세한 효능까진 몰랐을 것이 아니오?
어의 :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그렇지가 않사옵니다. 전하.
       마마께선 그 사실을 분명 알고 계셨사옵니다.
산 : (...!!...) 뭐어?
어의 : 소신...일전에 그 약재가 원빈마마께 해롭단 것을
       중전마마께 고한 적이 있었사옵니다.
       헌데, 마마께서 다시 올린 탕재에도
       그 약재가 그대로 들어 있었사옵니다. 전하.
산 : ....!!!....
어의 : .......
산 : (말할 수 없는 충격이 어리고...)

#5. 산의 서재(현실). 낮

                      산, 굳은 얼굴로 있다. 믿을 수 없고 착잡한 심정...
                      그런 산의 위로....
                      41부 씬63의 효의의 모습이 떠오른다.

효의 : (E) 신첩에게 다시 기회가 온다면
       꼭 저하께 저하를 꼭 닮은 원손을 낳아 드리고 싶습니다.

                      다시. 56부 씬49의 자신의 부덕으로 인해 용종을 잃었다며
                      자책하는 효의의 안타까운 모습이 스치고.
                      보면 산....이 모든 상황이 혼란스럽고 괴로운 심정인데..

#6. 원빈 처소 앞. 낮

                      효의, 김상궁과 나인들 있다. 김상궁 손에 작은 함 들려 있고.
                      안에서 최상궁이 나온다.

최상궁 :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마마...
         원빈마마께서 기력이 소진해 지금은 뵈올 수가 없다 하셨사옵니다.
효의 : ...그래?
김상궁 : (..허, 기막히다) 뵈올 수가 없다니?
         아니, 지금 그게 무슨 망극한 언산가?
         아무리 힘이 드셔도 중전마마께서 직접 납시셨는데...(하는데)
효의 : (OL) 자넨 나서지 말게...
김상궁 : 마마!
효의 : 원빈이 아직 기력을 찾지 못했다 하지 않는가?
       더욱이 지금은 그 누구도 만나기 어려울 것이야.
       허니, 가져온 것을 내어 주고 그만 돌아가세.
김상궁 : (OL) 하오나, 마마(하는데)
효의 : (OL) 뭘 하는가?
김상궁 : (분한 마음을 애써 누르며, 함을 내 주고)
최상궁 : (받으면)
효의 : 당귀차네. 어혈을 내리는 데 효험이 있다 하니
       원빈한테 올리도록 하게..
       그리고 혹 무슨 일이 있거든
       바로 중궁전에 기별을 하고. 알겠는가?
최상궁 : 예, 마마...

                      효의, 걱정 어린 시선으로 원빈의 처소를 바라보는데.

효의 : 가세.
김상궁 : 예, 마마.

#7. 동. 안. 낮

                      원빈, 소복 차림으로 침소에 앉아 있다.
                      의미심장한 눈빛인데. 그 때, 최상궁이 들어온다.

원빈 : 어찌 됐느냐? 마마께선 돌아가셨느냐?
최상궁 : 예, 마마..

                      원빈..서늘한 시선으로 효의가 주고 간, 함을 바라보며...

원빈 : ...당귀차라니?
       이제 어떤 꼴을 겪게 되실지도 모르고....
       그러고 보면 중전께서도 참, 안쓰러운 분이시로구나.
최상궁 : ......
원빈 : 이것을 두고 새옹지마라고 하는 것일 게다.
       내 위임신인 걸 알게 됐을 땐...
       세상이 모두 끝나는 줄 알았는데...
       이것이 도리어 내게 기회가 될 줄 어찌 알았겠느냐?
최상궁 : ...!!...
원빈 : (냉소 어리는 표정)

#8. 궐. 일각. 낮

                      효의, 김상궁 등과 가고 있다.
                      그러다 문득 멈춰 서는 효의...
                      보면 멀리 산이 대전 후원에 나와 상념에 잠겨 있는 것이
                      보이는데...효의, 그런 산을 안타깝게 바라본다.

효의 : ....그만, 처소로 돌아가자.
김상궁 : 마마...전하를 뵈러 오신 것이 아닙니까?
         어찌 대전까지 납시었다 그냥 가십니까?
효의 : ....생각해보면
       내 무슨 낯이 있어 전하의 용안을 뵐 수 있겠느냐?
김상궁 : 마마....
효의 : .......

                      보면, 효의...굳은 표정의 산을 안타깝게
                      보다 쓸쓸히 걸음을 옮기고...

#9. 동. 대전. 마당. 낮

                      보면 산...그런 산의 위로...

어의 (소리E) : 중전마마께선 그 사실을 분명 알고 계셨사옵니다, 전하.

                      굳어지는 산의 얼굴...
                      산, 이제 이 일을 어찌 하면 좋은가...참담한 심정이 어리는데.

#10. 도화서. 외경. 낮

#11. 동. 대화실. 낮

                      송연, 이천, 탁지수, 초비, 미수, 세모, 네모,
                      시비, 화원1 등 도화서 사람들이 모두 있다.

이천 : 아휴...말도 말거라!
       진연 자리에서 원빈마마께서 쓰러지실 줄 누가 알았겠냐?
       그 바람에 다들 놀라 야단두 아니었다.
미수 : 그럼, 정말 원빈마마께서 사산을 하신 거에요?
       아니, 어떻게 갑자기 그렇게 되실 수가 있어요?
화원1 : 그러게 말이다.
        그래서 지금 궐 안에서 그 원인을 찾느라 난리라는구나!
세모 : 예? 원인을 찾다니요?
탁지수 : 왕실에서 그토록 기다리던 용종을 갑자기 잃었으니
         그냥 넘길 리가 없지 않느냐?
         행여 누가 일부러 해를 가한 것은 아닌지
         조사를 하고 있다는구나.
송연 : .....!.....
네모 : 에이..설마 누가 그런 말도 안 되는 짓을 했겠어요?
       목숨이 서너 개쯤 되는 것도 아닐테고...
이천 : 아무튼, 지금 제일 속상한 건 주상전하실 게다.
       사실 누구보다 왕자아기씨를 기다린 건 주상전하가 아니시냐?
송연 : ........

                      송연, 착잡한 얼굴로 있다.
                      다들, 고개를 끄덕이다가 그런 송연을 좀 의식하고.
                      그 때, 안으로 강두치 들어와

강두치 : 거, 일들 안하고 여기 모여 뭣들 하는 것인가.

                      강두치의 말에 다들 눈치를 보며 흩어지고..
                      보면 송연. 굳은 얼굴로 묵묵히....

#12. 혜경궁 처소 안. 낮

                      혜경궁이 굳은 얼굴로 있다.
                      그 때, 밖에서 이상궁이 '마마..이상궁입니다.' 하고 들어온다.

혜경궁 : 그래...원빈은 지금 어찌 하고 있다 하던가?
이상궁 : 아직, 기력을 회복치 못하시어
         자리를 보존하고 계시다 합니다. 마마.
         하여, 중전마마께서 친히 당귀차를 들고
         납시셨는데도....안으로 청하시지도 못했다 들었습니다.
혜경궁 : 그래. 그렇겠지..
         천금같은 용종을 잃은 원빈의 그 속이 어떻겠는가?
이상궁 : .....
혜경궁 : 차비하게. 아무래도 내가 가서 처소를 들여다 봐야겠네.
이상궁 : 하오나...마마.
혜경궁 : (O.L) 설사 걸음을 돌린다 해도
         가서 살펴 보는 것이 도리야!
         내 지금 원빈을 위해 달리 무엇을 할 수 있겠나?
이상궁 : ....
혜경궁 : ......

#13. 원빈 처소 앞. 낮

                      혜경궁, 이상궁과 나인들 이끌고 온다.
                      그러다 문득 어딘가를 보고 멈칫한다.
                      보면, 원빈 처소 위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혜경궁 : (놀라) 지금 저 연기가
         원빈 처소의 뒤뜰에서 피어오르는 것이냐?
이상궁 : (역시 놀라서) 제가 가서 살펴 보고 오겠습니다, 마마...
혜경궁 : 아니다.. 내가 직접 가 봐야겠구나.

                      혜경궁, 뒷마당으로 걸음을 하는데.

#14. 동. 일각. 낮

                      최상궁과 나인들이 앞 씬에서 효의한테 받은
                      당귀차를 태우고 있다.
                      보면 옆으로는 함이 있고..나인들, 불을 지펴..
                      그 안에 당귀차를 넣고 있는데...
                      그 때, 혜경궁이 오고.
                      최상궁, 놀라 '마마!' 하고 예를 갖춘다.

혜경궁 : 지금 뭘 하고 있는 것이냐?
         대체 무엇을 태우고 있는 게야?
최상궁 : 마마....
혜경궁 : 어찌 대답을 못하는 것이냐?
         무엇이냐 묻지 않느냐!
최상궁 : (조심스럽게)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이건, 중전마마께서 내리신 당귀차이옵니다. 마마.
혜경궁 : (기가 막히다) 뭐?
이상궁 : ....!....
혜경궁 : 중전이 내린 당귀차를 태우다니...
         어찌 그런 망극한 짓을 하는 것이냐?
         대체 누가 그런 명을 내린 것이냐?
최상궁 : (어쩔 줄을 모르는데)

                      그 때.

원빈 (소리) : 소첩이옵니다, 어마마마...

                      보면, 원빈이 소복 차림으로 온다.

혜경궁 : (놀라서) 원빈!
원빈 : (다가와, 눈물을 머금고) 송구하오나, 어마마마...
       소첩이.....그리 하라 하였사옵니다.
혜경궁 : ....!....
원빈 : (눈물이 뚝뚝 흐르고...)
혜경궁 : (놀라) 원빈...대체 무슨 일이오?
원빈 : .......
혜경궁 : (....!!....말을 해라) 원빈...?!
원빈 : ............

#15. 효의 처소. 낮

                      산, 박상궁 등과 있다.
                      남사초, 나인과 얘기하고 얼른 온다.

남사초 : 전하...지금 중전마마께서
         처소에 아니 계신 듯 하옵니다.
산 : 허면, 어디 다른 곳에 걸음이라도 한 것인가?
남사초 : 예, 전하...
         마마께서 한 식경 전에 수라간으로 납시셨다 하옵니다.
산 : .....!.....

#16. 수라간. 낮

                      효의, 김상궁, 수라간 상궁 있다.
                      그 앞에 말린 미역들이 있다.

효의 : (미역을 살피며) 이것이 울진 고포에서 진상된 미역인가?
수라간 상궁 : 예, 마마.
효의 : 사산을 한 임부는 울혈이 생겨 허로증이 올 수 있다 들었네.
       거기엔 이 미역이 큰 효험이 있다 하니
       매일 원빈의 수라에 올리도록 하게.
수라간 상궁 : 예, 마마.
효의 : 내가 이른 다른 식재들도 모두 들였는가?
수라간 상궁 : 여기 있사옵니다...

                      하며, 한 쪽에 덮어두었던 천을 걷고.
                      보면, 산후 조리에 도움이 될 만한 여러 음식들이 있다.
                      효의, 이것을 하나하나 살피는데.
                      그 때, 조용히 산이 안으로 들어 오고.
                      수라간 상궁과 함께 식재를 살피는 효의를 가만 바라본다.
                      '원빈이 좋아하는 음식은 뭐냐, 수라는 잘 드냐' 등을 물으며
                      식재를 보는 효의를 산, 안타까운 얼굴로 보고.
                      효의, 문득 고개를 돌리다가 그런 산을 보고 놀란다.

효의 : 전하...!
산 : ..........

#17. 동. 일각. 낮

                      산, 효의 있다.

산 : 식재를 살피는 일이라면...수라간에 맡기지 않고
     어찌 중전께서 직접 하는 것이오?
효의 : 사산 또한 산고를 겪은 임부처럼 정성을 다해
       몸을 살펴야 한다 들었사옵니다.
       신첩, 이 나라의 중전으로 그 책무를 다하진 못했지만
       기막힌 일을 겪은 원빈을 도탑게 살피는 것 또한
       신첩이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하옵니다..
산 : .....!.....
효의 : 지금 누구보다 힘들고 외로운 것은 원빈일 것입니다.
       그런 원빈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 수 있다면,
       신첩,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사옵니다.
산 : .......
효의 : 헌데 전하..신첩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어
       찾으셨다 하지 않으셨사옵니까?
       그것이 무엇이옵니까?

                      산, 효의를 가만 바라보는데. 원빈을 살피는
                      효의의 마음이 거짓으로 느껴지지 않는다...이내.

효의 : 전하...
산 : 아니오, 중전.
     아무래도 중전에게 들어야 할 대답은 없는 듯 하오.
효의 : 예...?
산 : 내 공연한 말에 마음이 쓰여
     중전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이 곳까지 찾아온 것이 부끄럽구려...
효의 : (의아하다) 전하....공연한 말이라니요?
       그것이 무슨 말씀이신지요?
산 : .........

                      산, 깊고 안타까운 눈으로 효의를 바라보며 애써 말을 아끼고.
                      효의, 무슨 일인가...싶은데.

#19. 산의 서재. 낮

                      산, 남사초 있다.

산 : 이번 일은 자네가 은밀히 알아봐줘야겠네.
     이대로 두었다간 자칫 중전이 큰 곤경에 처할 수도 있을 것이네.
     허니......

                      하는데....
                      그 때. 밖에서 '전하..혜경궁마마께서 드셨사옵니다.' 하는
                      박상궁 목소리 들리고. 산, 놀라 보면.
                      혜경궁이 급히 들어온다. 보면, 혜경궁...완전 격앙되어 있다.

산 : 어마마마....?!
혜경궁 : 내 지금 원빈 처소에 다녀오는 길입니다..주상.
         헌데, 내 그 곳에서 참으로 기막힌 말을 들었어요...!
산 : ....!!....
혜경궁 : 원빈의 말론.
         복중의 용종을 잃은 것이
         중전이 올린 탕약 때문이라 했습니다.
         이미 어의가 그 같은 사실을 주상께도 고했을 것이라구요..!
산 : (당혹 OL) 어마마마.
혜경궁 : 말씀해 보세요, 주상.
         그것이 사실입니까?
         정녕, 어의가 주상께 그리 말했습니까?
         내가 원빈한테 들은 이야기가 사실이냔 말입니다!
산 : (...!!...) 어마마마. 고정하시옵소서.
     그 일은 지금 조사를 해 알아보고 있는 중이옵니다...
혜경궁 : (...!!...충격) 조사를 해 보다니요?
     허면....그 말이 정녕 사실이었단 말입니까?
산 : (OL) 어마마마. 당치 않으십니다..
     사실이 아닐 것입니다.
     분명, 어떤 오해가 있는 것입니다.
     중전이 그리 할 사람이 아니라는 건...
     누구보다 어마마마께서 잘 아시는 일이 아닙니까?
혜경궁 : (기막히고 멍해져서, 한동안 말도 하지 못하다가)
         그래요.....중전은, 누구보다 내가 잘 알지요.
         아니...내 그렇다 생각했어요.
산 : (당혹) 어마마마?
혜경궁 : 허나 이젠 모르겠습니다. 주상.
         이것이 사실이 아니라면 무엇입니까?
         그럼, 원빈과 어의가 거짓을 고하고 있단 것입니까?
산 : ....!!....
혜경궁 : (기막히고...황망하고)
산 : (어찌 하면 좋은가...난처한데)

#20. 동. 밖. 낮

                       혜경궁...망연한 얼굴로 나온다.

이상궁 : 마마...
혜경궁 : (결심이 어린다) 중전을 불러오게.
이상궁 : ....!!....
혜경궁 : .....

#21. 동. 안. 낮

                       혜경궁, 효의 있다.
                       혜경궁, 굳고 착잡한 표정으로 보고.
                       효의, 참담한 얼굴로 혜경궁을 본다.

효의 : 어마마마. 당치 않으시옵니다.
       소첩이 일부러 원빈에게 해가 되는 탕약을 들였다니요?
       어찌 그런 망극한 말씀을 하실 수가 있습니까?
혜경궁 : 난 아직....중전이 그리 했다 말하진 않았습니다.
         나 역시 중전이 그처럼 기막힌 일을 벌였다
         믿고 싶지 않아요.
효의 : ....!....
혜경궁 : 허나....약재를 검수한 어의의 말이 그렇다면
         이는 그대로 묵과할 수는 없는 일.
         하여 나는 중전께....
         중전께서 내리신 탕약을 살펴 봐야겠다고
         말씀드리는 것이에요.
효의 : (OL) 어마마마!
혜경궁 : 지금 내의원에서 의관들이
         중전께서 원빈 처소에 내렸다는 그 약첩들을
         살피고 있을 것입니다.
         허니, 조금만 기다리면
         어찌 된 것인지 그 까닭을 알 수가 있겠지요.
효의 : ....!!....
혜경궁 : (착잡한 얼굴로 시선을 외면하고)
효의 : (당혹하고 기막힌데)

#22. 혜경궁 처소 앞. 낮

                       김상궁, 이상궁, 나인들 있다.
                       김상궁, 기막힌 얼굴로 어쩔 줄 몰라 한다.

김상궁 : 마마님...이럴 순 없습니다.
         중전마마께선 이번 일과 무관하십니다.
         헌데 어찌 혜경궁마마께선 중전마마께 저리 하시는 것이옵니까?
이상궁 : (착잡하고)
김상궁 : (미칠 노릇이고...)

#23. 내의원 뜰. 낮

                       내의원 마루에 약재와 처방전을 놓고
                       의원들이 이를 살피고 있다.
                       금군들이 곁에 서서 경계를 하고.
                       한 쪽에서, 내관들과 의녀들이 모여 웅성거리며 이를 보고 있다.
                       그 중에 달호의 모습도 보이고.
                       '대체 무슨 일이냐?'며 수군거리는데.
                       그 때, 한 쪽에서 오던 대수, 달호를 보고 멈춰 선다.

대수 : 삼촌...여기서 뭐해?
달호 : 대수야!
       어떡하냐? 중전마마께 아주 큰 일이 나게 생겼다.
대수 : 뭐어?

                       대수, 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보는데.

#24. 산의 서재. 낮

                       산, 채제공, 남사초와 있다.

채제공 : 지금 내의원에서 약재와 처방전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하옵니다, 전하.
산 : (착잡하다)
남사초 : 전하.
         만약 마마께서 들이신 약재에서
         어의가 말한대로 백출이 섞여 있다면 이를 어찌 하옵니까?
채제공 : 소신 또한 이로 인해
         자칫 왕실과 조정에 큰 분란이 일어날까 염려되옵니다.
산 : ....!....

                       산....굳어지는. 그러다가...

산 : 홍승지를 만나 봐야겠네. 홍승지는 지금 어디 있는가?

                       산...바라보는 표정.

#25. 숙위소. 집무실. 낮

                       홍국영, 굳은 얼굴로 어의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홍국영 : (당혹스럽다) 내 당분간은 숙위소를 찾아선 아니 된다, 하지 않았소?
어의 : (OL) 이미 일이 터졌습니다.
       제가 지금 영감을 찾질 않으면 누굴 찾는단 말입니까?
홍국영 : (휴..답답하다) 약재는 분명 손을 써 놓은 것이오?
어의 : 그거라면 문제없이 해 놓았습니다.
       헌데 전하께서 쉽게 믿으시는 눈치가 아니었습니다.
홍국영 : 뭐라구요?
어의 : 허니, 대책을 세워야합니다. 영감.
       이대로 있다간 자칫 일이 틀어질 수도 있습니다.
홍국영 : 그럼, 이따 유시까지 광교에 있는 기방으로 오시오.
         여긴 보는 눈들이 있으니...(하는데)

                       그 때, 문을 열고 강석기가 들어온다.

강석기 : 영감.
홍국영 : (멈칫, 놀라 보는데) 뭔가?
강석기 : 지금 밖에 주상전하께서 납셔 계십니다.
홍국영 : 뭐....?
어의 : ?

                       홍국영, 당혹해하고 어의도 사색이 되는데...
                       그 때, 문이 열리고 안으로 산이 들어선다.

홍국영 : 전하..
어의 : 전하..

                       산, 멈칫...어의와 함께 있는 홍국영을 보고 굳어지고...
                       홍국영, 그런 산을 보고 당혹해 어쩔 줄을 모르는데...
                       홍국영, '전하.' 하고 예를 표하고..어의도 머리를 조아리며
                       예를 표한다.
                       산, 무슨 일인가...의혹이 어린 얼굴로 홍국영과 어의를
                       바라보는 시선.

#26. 동. 밖. 낮

                       대수와 남사초가 있다.

대수 : 무슨 일입니까? 상선영감.
       뭔 일인데...전하께서 홍승지 영감을 찾아
       친히 숙위소까지 납신 것입니까?
남사초 : 무슨 일이겠느냐?
         지금 궐에 어떤 분란이 있는진...너도 알 것이 아니냐?
         아무래도 원빈마마의 일이다보니
         그 오라비인 홍승지와 따로이 하실 말씀이 있으신 게지.
대수 : ....!....
남사초 : (착잡한 얼굴로 보는데)

#27. 숙위소. 집무실. 낮

                       산, 홍국영 서 있고...
                       산, 홍국영을 굳은 표정으로 보고...홍국영은
                       좌불안석..초조하다.

산 : (앉으며) 자네가 왜 이 곳에서 어의를 만나고 있었는가?
홍국영 : ....!!....
산 : 말해 보게. 내 자네가 어의와 있었던 까닭을 묻지 않는가?
홍국영 : 전하....그...그것은.....
산 : .....
홍국영 : (말을 찾지 못하는데)
산 : ...중전의 일을 물으려 그런 것인가?
홍국영 : (멈칫...)
산 : 중전이 원빈에게 들인 탕약이 잘못 되어
     용종이 사산됐을 지도 모른단 이야길 자네도 들었을테지.
     하여, 그것을 확인하고자 어의를 만났나 묻는 것이네.
홍국영 : ...전...하...
산 : 그래서, 자네의 생각은 어떠한가?
     자네도 정녕,
     중전이 일부러 그 같은 일을 했다 생각하는 것인가?
홍국영 : ....!!....
산 : 자네의 의중을 들려주게.
     난, 자네의 생각을 들어야겠네.
홍국영 : (망설이다, 그러다가)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소신....조사를 통해 그 진위가 밝혀지기 전까진
         뭐라 드릴 말씀이 없사옵니다.
산 : ......
홍국영 : (참담한 심정으로 입술을 깨무는데)
산 : 그래, 역시 자네도 그리 여기고 있었던 게로군.
     허나, 난 중전을 믿네. 홍승지.
     내가 아는 한...중전은 절대로 그 같은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허니, 자네도 공연한 분란에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네.
홍국영 : (당혹스럽다OL) 하오나 전하...(하는데)
산 : (O.L) 물론 어려울 것이네.
     허나, 나를 믿고 그리 해 주게.
홍국영 : ...!...
산 : 만약, 원빈의 사산에 누군가 책임이 있다면
     내 반드시 내 손으로 그것이 누구인지 밝혀낼 것이네.
     허니, 그 때까지 자넨....
     내 말을 믿고 내 뜻을 따라 주었으면 좋겠네.
     그리 해 줄 수 있겠는가?
홍국영 : ....!!....
산 : .........

#28. 동. 일각. 낮

                       산, 굳은 표정으로 안에서 나오면..
                       대수, 석기, 장보 등...예를 갖춘다.
                       산, 묵묵한 얼굴로 인사를 받고 남사초와 가면...
                       대수, 뭔가 마음에 갈등이 이는 얼굴로 산과..
                       숙위소 안쪽을 번갈아 보고...

#29. 숙위소. 집무실. 낮

                       홍국영, 참담한 심정. 그런 홍국영의 위로.

산 (소리.E) : 만약, 원빈의 사산에 누군가 책임이 있다면
              내 반드시, 내 손으로 그것이 누구인지 밝혀낼 것이네.
              허니, 그 때까지 자넨
              내 말을 믿고 내 뜻을 따라 주었으면 좋겠네.
              그리 해 줄 수 있겠는가?

                       홍국영, 마음에 갈등이 이는 복잡한 얼굴이고.

#30. 정순 처소. 낮

                       정순이 최석주와 있다.

정순 : (자못, 흥미롭다는 듯) 그래요?
       해서, 지금 이 모든 화살이 중전한테 꽂혀있단 말입니까?
최석주 : 예, 마마.
정순 : 하지만 중전은...
       어의의 말을 듣고 원빈에게 문제가 되는 약재를
       빼고 다시 약을 올렸다 하지 않았습니까?
최석주 : 허나, 남은 탕재에서
         이미 문제의 약재가 나왔다 합니다.
         그러니, 그 같은 변명이 통할 리가 있겠습니까?
정순 : ....!....
최석주 : 더 두고 봐야겠지만
         결국 일이 그리된다면...궐이 분란에 휩싸일 것입니다.
         정황이 이렇다면 중전마마께선...폐서인으로
         내쳐질 수도 있는 것이 아닙니까?
정순 : .....!!.....폐서인이라.....
최석주 : ......

                       정순, 뭔가 생각을 하는 듯..눈빛..의미심장해지는데..
                       그 때, 밖에서 강상궁이 '마마, 강상궁이옵니다.' 한다.

정순 : 들게...
강상궁 : 마마...그 자가 당도했습니다..
정순 : 그래, 알겠다...잠시 기다리라 하거라.
       (하고, 최석주에게)
       이판..이판께서 지금부터 해 주셔야 할 일이 있습니다.
최석주 : ....?!....
정순 : (보는 표정)

#31. 동. 밖. 낮

                       최석주, 밖으로 나오면...
                       밖에 중인 복장을 한 사내 하나가 서 있다.
                       사내, 나인을 따라 들어가고...
                       최석주, 묵묵한 시선으로 그런 사내를 바라보는데...

#32. 동. 처소 안. 낮

                       정순, 사내와 있다.

정순 : 어서 오너라..
       내 너에게 긴히 물을 것이 있어 불렀다.
사가 의원 : 예, 마마.
정순 : (의미심장한 표정)

#33. 산의 서재. 낮

                       산, 대수와 있다.
                       산, 대수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 놀라는 얼굴인데.

산 : 뭐? 홍승지가 대수 너한테 어의의 뒤를 살펴 보라 했다고?
대수 : 예. 그렇습니다. 전하.
산 : ...!...
대수 : 분명 홍승지 영감께선
       누군가 원빈마마를 상하게 하려는 걸
       눈치 채셨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 마마의 처소를 맡고 있는 어의영감을
       살피라 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산 : ....!....
대수 : 저 또한 이 일에 중전마마께서 개입됐다는 말은 믿지 않습니다.
       제 생각으론, 어의영감을 문책해 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전하.
       어쩌면 아까 홍승지 영감께서
       어의영감을 찾으신 것도
       그러고자 하신 것이 아니겠습니까? 전하.
산 : .....!.....
대수 : ......
산 : 대수야. 지금 당장 가서, 서군관과 강군관을 데려오너라.
     저들과 함께, 네가 오늘 어의의 뒤를 살펴야겠다.
대수 : 예? 뒤를 살피다니요? 전하.
       의심이 간다면 지금 당장 잡아다가..(하는데)
산 : (O.L) 아니, 어의를 잡아다 고신을 한다면.
     일이 더욱 커질 것이다.
     또한, 그런 식으론
     그 자가 입을 열 거란 보장도 할 수가 없어.
대수 : ...!...
산 : 만약, 어의한테 혐의가 있다면
     분명 이는 그 자 혼자 벌인 일이 아닐 것이다.
     나는 그 자가...누구와 이런 참담한 일을 벌였는지
     그걸 알아내야겠다.
대수 : ....!!....
산 : 그리고, 이 일은 홍승지한텐 함구하거라! 대수야.
대수 : 예...?
산 : 원빈의 일이니, 이건 홍승지의 일이라고도 할 수 있다.
     홍승지가 나섰다간 공연한 구설에 오를 수도 있으니
     이 일은, 반드시 내 손으로 해결할 것이다.
대수 : ...예, 전하!
산 : ............

#34. 궐. 일각. 밤

                       궐 문 쪽...
                       어의가 불안한 얼굴로 퇴청을 하고 있다.

#35. 기방 앞. 밤

                       홍국영이 기방으로 당도한다.
                       집사가 나와 홍국영을 맞는데..
                       홍국영, 고개를 끄덕이고 매향을 찾는다.
                       이 때, 모퉁이에서 매향이 나오다가 홍국영을 보고 반색한다.
                       집사는 들어가고..

매향 : 영감...
홍국영 : (매향에게) 유시가 지나 누군가 날 찾아올 것이네.
         허면, 사랑채의 맨 끝 방으로 모시게.
매향 : 예...
홍국영 : (전낭을 쥐어주며) 말이 새나가지 않아야 할 것이네.
매향 : 심려 마십시오, 영감.
홍국영 : ......

#36. 거리. 일각. 밤

                       어두운 밤길을 홀로 걸어가는 어의.
                       주위를 살피며 걸음을 재촉하는데.
                       그런 어의의 뒤를 쫓는 시선.
                       보면, 대수, 강석기, 서장보가 나타나는데.

#37. 동. 방 안(사가 방 오른쪽). 밤

                       홍국영, 기방 안에 앉아 있다.
                       홀로 앉아 술잔을 기울이는 홍국영...
                       굳은 표정에...초조함이 어리고....

#38. 기방. 마당. 밤

                       어의, 집사의 안내를 받으며 가고 있다.
                       (매향이 있는 기방의 그 집사 아닙니다... 같은 기방 아님.)

#39. 어느 기방 대문 앞. 밤

                       어의가 기방 안으로 들어가면...
                       세 사람, 모습을 드러낸다.

강석기 : (장보에게) 내가 대수와 함께 살펴보고 올테니
         자넨, 밖을 지키게.
장보 : 알겠네.
강석기 : 가자.
대수 : 예..나으리.

                       석기와 대수..움직이고..
                       서장보, 굳은 얼굴로 주변을 살핀다.

#40. 동. 방 안(사가 방 왼쪽). 밤

                       문이 열리고, 어의가 들어선다.
                       순간, 앞을 보더니 어의...헉..하고 놀라는데.

#41. 동. 마당. 밤

                       강석기, 대수가 급히 들어선다.
                       주위를 살피는데. 한 쪽에서 집사가 온다.

대수 : (집사에게) 방금, 이 곳으로 온 나으리께서
       어느 방으로 들어가셨소?
집사 : .........

#42. 동. 일각. 밤

                       사내 둘에게 끌려 가고 있는 어의.
                       공포에 질린 얼굴인데..
                       사내들, 주위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긴다.
                       이내, 문득 멈춰 서고.
                       보면, 서장보가 문을 지키고 있다.
                       이들..낭패감이 어리는데.
                       그 중 하나가 소매춤에서 수리검을 빼들면.

사내1 : 잠깐, 아무도 다쳐선 안 된다고 하셨네.
사내2 : (난감한데)
사내1 : 후원으로 난 문 쪽으로 돌아가세.

                       사내들, 어의를 끌고 서둘러 돌아서는데.
                       그 때, 이들을 발견한 서장보.

서장보 : 거기 웬 놈이야!

                       사내들, 멈칫 멈춰 선다.
                       서장보, 몇 걸음 옆으로 옮겨 살펴보면
                       재갈이 물린 어의의 모습이 보인다. 놀라 칼을 빼들려는데.
                       그 때, 그런 서장보를 향해 날아드는 수리검.
                       서장보, '헉' 가슴 쪽을 움켜쥐고 쓰러지고.
                       사내들, 어의를 끌고 서장보를 지나쳐
                       황급히 문을 빠져 나간다.

#43. 동. 방 안(사가 방 왼쪽). 밤

                       대수, 강석기, 문을 활짝 열고 들어서는데.
                       어의의 갓만이 바닥에 떨어져 있을 뿐 아무도 없다.
                       직감적으로 일이 잘못됐음을 느끼는 두 사람.
                       그 때, 밖에서...여자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44. 동. 일각. 밤

                       대수, 강석기, 급히 나와 보면.
                       서장보, 가슴을 움켜쥐고 쓰러져 있고..
                       기생들이 겁에 질린 얼굴로 이를 보고 있다.
                       서장보의 손 사이로 피가 솟구치고.

대수 : 나으리!!
강석기 : (수리검을 보고 경악하고) 이보게..괜찮은가?
서장보 : (힘겹게) 놈들이 어의영감을 데리고 저 쪽으로 갔네..
         어서 쫓아가게! 어서!
강석기, 대수 : ...!!...

                       대수, 뛰쳐나간다.
                       보면, 서장보, 피가 멈추질 않는다.
                       힘겨운지 정신을 놓으려 하고...

강석기 : (안고 보며) 이보게! 정신 차리게.
         이보게, 장보!

                       서장보, 쿨럭 기침을 하는데 피를 토해낸다.
                       강석기, 그런 서장보를 충격 어린 얼굴로 보고.

#45. 도성. 일각. 밤

                       대수, 정신없이 뛰어간다.
                       이내 큰 사거리에 이르고 주변을 살펴보는데
                       모두 인적 없이 텅 비어있다.
                       초조한 얼굴로 인상을 찌푸리는 대수.

#46. 기방. 마당. 밤

                       매향이 앞 씬에서 어의를 납치한 사내들을 안내하고 있다.

#47. 기방. 방 안(사가 방 오른쪽). 밤

                       홍국영, 격분한 얼굴로 사내1의 뺨을 후려친다.

홍국영 : 아무도 다쳐선 아니 된다, 하지 않았느냐?
         헌데 어찌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든 것이야!
사내1 : 송구합니다, 영감.
        하지만 달리 도리가 없었습니다.

                       홍국영, 미칠 것 같다..

홍국영 : 얼마나 다쳤느냐?
         생명엔, 지장이 없는 것이냐?

                       홍국영, 절박한 얼굴로 보는데....

#48. 산의 서재. 밤

                       산, 대수 있다.

산 : (벌떡 일어난다) 지금 뭐라 했느냐?
     서군관이 부상을 당했다니?
대수 : (참담하고)
산 : ....!!....

#49. 내의원(소화실 소품 전환). 밤

                       산, 대수, 강석기, 서장보, 의관 있다.
                       서장보, 가슴께에 붕대를 감은 채 누워있고.
                       그 위로 핏기가 어려 있다.

의관 : 다행히 피는 멎었지만,
       출혈이 심해 상태를 더 두고 봐야 할 듯 하옵니다. 전하.
산 : 의식은 언제쯤 돌아오는 것인가?
의관 : 황공하오나 그것도 지금으로썬 알 수가 없사옵니다. 전하.
산 : (착잡하다)

                       그 때. 홍국영이 급히 들어온다.
                       홍국영, 산에게 예를 갖추고.
                       이내 서장보를 보는데..참담해진다.

대수 : 영감.....
강석기 : 영감......
홍국영 : 뭐라 하느냐? 서군관은 살아날 수 있다 하더냐?
산 : (착잡하게) 아직, 알 수가 없다 하네.
홍국영 : 전하!
산 : ...이 일엔 필시....누군가 개입이 되어 있는 것이네.
     누군가 중전을 모해하려고
     이 같은 일을 꾸민 것이야.
홍국영 : ....!!....

                       산, 굳은 표정...용서할 수 없는 마음으로
                       누워있는 장보를 바라보고
                       이를 지켜보는 홍국영의 눈빛...참담함으로 흔들려온다.

#50. 음담 집. 방 안(달호 방). 낮

                       밤새 그림을 그렸는지
                       어지럽혀진 음담의 방 안. 보면, 음담..봉두난발을 하고
                       붓을 들어 서책 위에 붓으로 뭔가를 써 내려간다.
                       그리고는..

음담 : 이만하면, 돈 떼먹었단 소린 안하겠지.

                       하고 음담, 한 쪽에 놓여진 엽전 다발을 본다.
                       음담, 흐뭇하다...돈다발을 봇짐에 넣고..
                       봇짐을 꽁꽁 동여매는데....

#51. 동. 일각. 낮

                       음담, 봇짐을 들고 사립문 밖을 살핀다.

음담 : 설마 쥐새끼들이 들이닥치는 건 아니겠지?

                       음담, 한 쪽만 고개를 빼고 살피다가
                       이내, 살며시 나서려는데.
                       그 때, 뒤에서 '나으리.' 하는 소리 들린다.
                       음담, 흠칫 놀라 보면, 바로 뒤에 송연이가 있다.

음담 : 아니..우리 이쁜이가 웬일이냐?
       오늘은 오는 날도 아닌데....
송연 : 그냥요...
       근데, 나으린 어디 가시는 길이세요?
음담 : ..어? 나..나는, 가만 있기가 답답해서 바람을 좀 쐴까하고..
       그럼, 또 보자, 이쁜아.

                       하고 음담, 서둘러 가려는데...
                       송연, 음담의 봇짐을 본다. 그러다가.

송연 : 저, 나으리.
음담 : (돌아본다) 어...?
송연 : 바람 쐬러 가는 길이시면, 저도 같이 가도 될까요?
음담 : 어...? 이..이쁜이 너도?
송연 : 예....

                       음담, 허허..좀 난처하다..싶은데....
                       송연, 그런 음담을 향해 밝게 웃어 보이고.

#52. 거리. 일각. 낮

                       송연, 저자에서 물건을 사고 있다.
                       짚신, 누비옷을 사고 값을 치른다.

#53. 주막. 일각. 낮

                       음담, 주모에게 술 한 병을 받아든다.

음담 : 이쁘게 생긴 처자 하나가 날 찾거든
       모른다 하게...
주모 : 예....

                       음담, 사립문 쪽으로 나서는데.
                       그 때, 안으로 송연이 들어온다.
                       음담, 멈칫 놀라고.

송연 : 나으리. 어디 가세요?
음담 : ...그..러니까....이제 바람도 쐴 만큼 쐤으니 돌아가려고...
송연 : (보퉁이를 내밀며OL) 그럼, 이것도 가져가세요.
음담 : 이게 뭐냐? 이쁜아?
송연 : 줄행랑 놓으시는데 필요한 거요.
       지금 도성을 떠나려고 하시는 거잖아요?
음담 : !!!!

                       음담, 헉..놀라고. 송연, 슬몃 미소를 지으며 보는데..

#54. 나루터. 일각. 낮

                       음담, 송연, 멀리 나루터가 보이는 곳에 앉아있다.

음담 : 내가 내뺄 걸 알고 있었냐?
송연 : 예. 처음부터요.
       휙 사라질 거라고 나으리 얼굴에 쓰여 있잖아요?
음담 : 거, 참......멋지게 사라질라 그랬는데...
송연 : (미소 지으며 보고는) 고맙습니다, 나으리.
       나으리 덕분에 많이 배웠어요.
       그림도 그렇고, 이것저것 아무튼 많이요.
음담 : 많이 배웠어? 정말?
송연 : 예...
음담 : 근데 왜 여즉 이러고 있냐?
       얼른 때려 쳐. 때려치고 마음을 채우러 가.
송연 : 그럴 수가 없어요..
       너무 늦었고....또 이젠 너무 멀리 와 버려서요.
음담 : (쯔쯔) 그러는 사이에 더 늦어지고 더 멀어지지..
송연 : ....!....

                       음담, 이내 품 안에서 그림 하나를 꺼낸다.
                       보면, 무덤 그림이다.
                       송연, 의아한 얼굴로 보는데.

음담 : (그림을 가리키며) 요건 내 마누라.
       그리구 요건 이쁜이랑 똑 닮은 내 딸내미다.
       어떠냐? 이쁘지?
송연 : ....!....
음담 : 그림에 미쳐 살다 석삼년 만인가?
       내 어느 날 고향엘 갔더니 역병으로 다 죽었드라고....
송연 : 나으리...!
음담 : 내...얼굴이라도 간직하려고
       그림을 그리려 했는데...
       임금님 용안은 눈 감고도 척척인데
       어찌 내 마누라, 내 새끼 얼굴은......아른아른 생각도 나지 않더라..
송연 : ....!!....
음담 : 우리 이쁜인 아직 모르겠지만....
       소중한 사람 곁에서
       아껴주며 정 나누고 살 수 있으면 그게 전부다.
       그림이고 재주고 그건 다, 그 다음이야.
송연 : (눈물이 핑 돌고) ...예, 나으리...
음담 : (히죽 웃고는, 그림 보며) 근데, 정말 이쁘지 않냐?
송연 : (이내 미소 지으며) 예...

                       음담, 그림을 보고는 씩 웃고.
                       송연, 그런 음담을 애틋한 시선으로 본다.

#55. 음담의 집. 마당. 낮

                       탁지수, 이천, 집안을 정신없이 살펴본다.
                       이천, 충격 어린 얼굴.

이천 : 없네... 안 계셔! 스승님이 사라지셨네!
탁지수 : (불안하다) 그럴 리 없네!!
         허면 왜 수업료를 석달 치나 미리 받아 가셨겠나?
         잠깐 밖에 나가신 것일 수도 있으니
         내 나가보고 오겠네...

                       이천, 느낌이 안 좋다. 방 안으로 들어가는데.

#56. 동. 방 안(달호 방). 낮

                       이천, 방 안을 뒤진다.
                       낡은 붓이며 서책들만 가득하다.

이천 : 쓸만한 붓은 죄 안 보이는 게 짐 싸들고 튄 게 분명해...

                       이내 허탈한 얼굴로 털썩 주저앉는 이천.
                       그런 이천의 눈에 구석에 있는 서책 하나가 눈에 든다.
                       가져와 보면. 표지에 '춘화완성'이라고 쓰여있다.

이천 : ...춘화..완성..?

                       이천, 한 장씩 넘겨보면 춘화들과
                       인체를 자세히 묘사해 놓은 그림들이 있다.
                       완전 심봤다...눈빛이 번뜩이는 이천.
                       그 때, 밖에서 탁지수가 들어온다.
                       이천, 놀라 얼른 서책을 품에 감추고.

탁지수 : 안 보이네!!
         근방을 다 뒤져봐도 찾을 수가 없네!!
이천 : 내..뭐라 했는가? 사라지신 것 같다 하지 않았나?
탁지수 : (분하다) 허면 뭐란 말인가?
         그 사기꾼이 우리가 낸 수업료를 들고 날랐단 말인가?
이천 : (흠흠)
탁지수 : 이건 말도 안 되네!
         그 돈을 내고 배운 게
         (자세를 취하며) 고작 이딴 거 하나라니...!!
         (그러다 이천을 보고 불끈) 이게 다 자네 탓이네!
이천 : ....!....
탁지수 : 싫단 사람 억지로 끌어들인 사람은 자네니,
         자네가 책임지게!
         자네가 내 돈 물어내란 말이네!
이천 : 이 사람이! 제 발로 찾아온 사람이 누군가?

                       탁지수, 멱살을 잡으며 '돈 물어내라!' 하고.
                       이천, 그 결에 서책이 떨어질까 '놓으라!'며 버티는데.

#57. 궐. 일각. 낮

                       남사초, 급히 가고 있다.

#58. 대전. 낮

                       산, 박상궁이 내민 금대를 두르고 의관을 정제하고 있다.
                       그 때, '전하, 소인이옵니다.' 하는 남사초 목소리 들리고.
                       남사초, 급히 안으로 들어온다.

남사초 : 전하! 내명부에서 기별이 왔사온데
         지금, 혜경궁마마의 명으로 감찰상궁들이
         모두 궐 밖으로 나갔다 하옵니다.
산 : 뭐...? 아니....
     어마마마께서 왜 그런 명을 내리셨단 말인가?
남사초 : 그것이....마마께오서 감찰상궁을 동원해
         중전마마의 사가에서 약을 올린 자를 잡아들이시려는 듯 하옵니다.
산 : ....!!....

#59. 도성. 일각. 낮

                       의원 집에서 금군들이 의원과 사환들을 끌고 간다.
                       의원, 왜 이러냐며 하소연을 해도 소용이 없고.
                       감찰상궁들, 약재와 처방전을 면밀히 살피고.
                       사람들, 대체 무슨 일인가 웅성거리며 본다.
                       보면 그 무리들 속에 막선도 '아니, 대체 무슨
                       일이래..' 하며 걱정 어린 눈으로 보고 있는데.

#60. 혜경궁 처소. 낮

                       산, 혜경궁과 있다.

혜경궁 : 맞습니다, 주상.
         내가 감찰상궁에게 저들을 잡아들이라 그리 명을 내렸습니다.
산 : 어마마마!
혜경궁 : 이미 궐 안에 원빈의 사산에 대한
         흉흉한 소문들이 떠돌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원빈은 물론 중전도
         공연한 분란에 휩싸이고 있단 말입니다.
산 : 하오나, 어마마마.
     이번 일의 진상은 소자가 밝혀낼 것이옵니다.
     더욱이 이는 종사에 관한 일이오니(하는데)
혜경궁 : (OL) 아니오, 주상.
         나는 그리 생각지 않습니다.
         이번 일은 엄연히 내명부의 일입니다.
산 : .....!.....
혜경궁 : 후궁과 회임에 관한 모든 일은
         내명부에서 맡아 관장하는 것이 궐 안의 법도가 아닙니까?
         이미 내의원의 조사에서
         중전이 들인 약재에 백출이 들어 있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이런 때 시간을 지체한다면 분란만 커짐을 어찌 모르십니까?
산 : 어마마마...
혜경궁 : (OL) 중전을 위해서라도
         한시 빨리 진위를 명백히 밝혀내야 합니다.
         허니, 주상께서 진정 중전을 생각하신다면
         공연한 생각은 거두시고 물러서 계세요.
         그리 하시는 것이 왕실의 앞날을 위한 길입니다.
산 : ...!!...
혜경궁 : (단호한 눈빛으로 보고)
산 : (당혹스러운데...)

#61. 효의 처소. 낮

                         효의, 굳은 표정으로 앉아있고..그 앞에 김상궁.

김상궁 : (울며) 이럴 순 없습니다. 마마.
         다른 분도 아닌, 마마를 의심하다니요.
         어찌 이런 망극한 일이 있을 수 있습니까?
효의 : 울음을 그치게..그리 소란을 떨 일이 아니야.
김상궁 : 마마....
효의 : (마음을 잡으려 애쓰고...)

#62. 대전 앞. 낮

                         산이 굳은 표정으로 오는데...
                         보면 남사초가 있다.

남사초 : 전하...
산 : (착잡하다, 말이 없고)
남사초 : (망설이다가) 미시부터..규장각에서 검서관들이
         전하를 기다리고 있사옵니다..
         어찌할까요?
산 : (가만, 그러다가) 오늘은 미루게...내일 다시...(하는데)

                         그 때, 등 뒤에서..

효의 : 그리하시면 안 됩니다. 전하.

                         소리에 멈칫 보면...효의가 있는데...

산 : (놀라) 중전..
효의 : (남사초에게, 담담하게) 전하께선 규장각으로 납실 것이네.
       허니, 그리 알고 잠시만 기다려주게..
남사초 : ....!!....
산 : .....!!.....
효의 : (가슴 아픈 얼굴..눈물을 머금고 보고)

#63. 대전. 낮

                         산과 효의가 있다.

산 : 중전!
효의 : 송구하옵니다, 전하...
       신첩의 부덕함으로....전하께 이 같은 심려를 끼쳐 드리다니...
산 : 그런 말 마시오. 중전.
     내 중전의 무고함을 알고 있는데
     어찌 그런 망극한 말씀을 하시는 게요?
효의 : (...!!...) 전하....
산 : .....
효의 : 전하. 그렇다면 신첩, 전하께 한 말씀 올려도 되겠사옵니까?
산 : 말씀하시오, 중전.
효의 : 전하께서 정녕 신첩의 무고함을 믿어 주신다면
       이번 신첩의 일은
       어마마마의 말씀대로 내명부에 맡겨 주시옵소서.
산 : 중전...!
효의 : 신첩, 벌써 몇 날째 이 일로....
       전하께서 시급한 국사를 돌보지 못하고 계시다 들었사옵니다.
       하오니 이 일은 내명부에 맡겨두시고
       전하께서는 정무를..(하는데)
산 : (OL) 당치 않소! 내 중전이 곤경에 처한 것을 알고 있는데,
     어찌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정무를 볼 수 있겠소?
효의 : (OL) 아니요. 그리하셔야 하옵니다.
       그것이 이 나라의 임금이신 전하께서 하셔야 할 일입니다.
산 : ...!!...
효의 : 신첩...전하께서 신첩의 무고함을 믿어주시는 것만으로도
       이미 족하옵니다. 전하.
       신첩의 마음은
       이미 그것으로도 충분함을 어찌 모르시옵니까?
산 : ....!!....중전.
효의 : 하오니, 모든 것은 내명부에 맡기시고
       전하께선 국사를 살피시오소서.
       이렇게 간청드리옵니다. 전하.
       부덕한 신첩이
       더 이상 전하와 왕실에 죄를 짓게 하지 마시옵소서.
산 : ...!!...
효의 : (눈물 가득 어려 산을 바라보는데)

#64. 궐. 일각. 낮

                      홍국영, 어두운 얼굴로 오는데.
                      한 쪽에서 장태우가 온다.
                      홍국영, 예를 갖추고 그냥 지나치려 하는데.

장태우 : 이젠...자네의 그 힘으로 중전마마까지 잡으려는 겐가?
홍국영 : (멈칫, 보고)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대감.
장태우 : 듣자하니, 중전마마께서 원빈마마께
         해를 끼치는 약재를 내렸다더군.
         허니, 이대로 일이 잘 풀린다면
         곧 자네 손에 중궁전까지 거머쥐게 되었으니 하는 말이네.
홍국영 : (OL) 말을 삼가십시오. 대감!
         지금 그런 말로 소인을 음해하시는 겁니까?
장태우 : 음해라니? 난 사실을 말했을 뿐이네...
         더욱이 자네가 가진 힘이라면
         능히 그리 몰아붙일 수 있지 않은가?
홍국영 : (OL) 대감!!(하는데)
장태우 : (OL) 사람이 권력을 잡으면 왜 달라지는지 아는가?
         그건 바로...필요에 따라 얼마든
         쉬운 길, 편한 길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네.
         결국, 힘이 그걸 할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이야.
         그러니 권력 앞엔 장사가 없는 법이고
         누구나 그 요물을 손에 쥐면...변하기 마련인 게지.
홍국영 : ....!!....
장태우 : 내 눈엔 자네가 가는 길이 훤히 보이네. 홍승지.
         자네가 아무리 발버둥친다 해도
         자넨 세도가의 길을 갈 것이고...
         결국 그 길에서....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허망한 꼴을 보게 될 게야.
홍국영 : ....!!....

#65. 사가. 어느 방(사가 방 오른쪽). 낮

                      민주식이 은신하고 있는 곳.
                      민주식과 최석주가 있다.

최석주 : 그래...어떤가? 이젠 마음의 결심이 섰는가?
민주식 : (가만, 그러다가. 씁쓸)
         결심이라니요?
         어차피 홍국영이의 손에 끌려가 개죽음을 당할 목숨이었습니다.
         지금 제게 달리 어떤 길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최석주 : ....!!....
민주식 : 허니...한 가지만 확실히 약조를 해 주십시오.
         정말 때가 되면, 제가 다시 신분을 회복할 수 있는 것입니까?
최석주 : 그건
         이제부터 자네가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겠지.
민주식 : ....!....
최석주 : (앞으로 서찰을 내민다) 살펴보게.
민주식 : 이것이 무엇입니까? 대감.
최석주 : 마마께서 자네한테 하명하신 일이네.
민주식 : ...!!...

#66. 동. 대화실. 낮

                      송연, 박영문이 이야기하고 있다. 몇몇 화원과 다모들 일하고..

박영문 : 그리 됐구나.
         장령 나으리께서 도성으로
         아주 돌아오신 게 아닌가 생각했는데...
송연 : .........
박영문 : 어디로 간다는 말씀도 없으셨느냐?
송연 : 예, 나으리.
박영문 : 알겠다.
         그리고 참, 원빈마마 처소의 병풍도는 어찌 되고 있느냐?
송연 : 마무리 중이니 곧 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박영문 : 허면, 너무 서두르지 말거라.
송연 : 예?
박영문 : 이번 일로 중전마마까지 곤경에 처하셨으니
         당분간 도화서에 따로이 명이 내려오지 않을 것이니
         천천히 살피는 편이 나을 듯 하구나...

                      송연, 중전이 곤경에 처했단 말에 무슨 소린가 싶고.

#67. 동. 소화실. 낮

                      초비, 병풍도를 살피고 있고.
                      송연, 안으로 들어온다.

초비 : 왔어?
소연 : 예, 언니.
       헌데 혹시 중전마마에 대한 얘기 들으신 거 있으세요?
       마마께서 이번 일로 곤경에 처하셨다 하던데...
초비 : 너 몰랐어?
       원빈마마께서 사산을 하신 게
       중전마마께서 내리신 탕약 때문이라고 난리두 아니잖아!
       따로 드신 탕약은 그것 뿐이라나봐...
송연 : 예?
초비 : 헌데 좀 이상하지 않니?
       그 때, 병풍도 때문에 입궐했을 때
       무슨 다른 탕약도 드시는 것 같았는데...
       왜 중전마마만 갖고 난린지....
송연 : ....!!....
초비 : 왜 기억 안 나?
       그 때, 우리 갔을 때 무슨 사가에서 들인 탕약이라고
       드시러 간댔잖아?
송연 : ...!!...

#68. 동. 밖. 낮

                      송연, 굳은 얼굴로 나온다. 그런 송연의 위로..
                      56부...탕약 이야기를 하던 원빈과 최상궁의 모습이 떠오르고
                      송연, 당혹한 얼굴로 돌아보는데...

#69. 효의 처소. 낮

                      김상궁이 착잡한 얼굴로 처소에서 나온다.
                      보면 처소 밖 출입문 앞을 지키고 있는 감찰상궁들의
                      모습. 김상궁....이 일을 어쩌면 좋은가...답답하고
                      속이 상한데...
                      김상궁, 보다가 돌아서려는데..그 때, 소란이 들린다.
                      '마마를 뵈야 한다' '썩 물러가라지 않느냐' 하는.
                      김상궁, 뭔가 하고 보는데.

#70. 동. 일각. 낮

                      송연이 문 앞에서 감찰상궁들과 실갱이를 하고 있다.

송연 : 제발 부탁드립니다. 마마님!
       중전마마를 뵈야 합니다.
감찰상궁 : 뭣들 하느냐? 어서 이 년을 끌어내라 하지 않느냐?
송연 : ....!!....

                      하는데 그 때...

김상궁 : (OL) 그만들 하지 못하겠는가?
다들 : (멈칫, 놀라 보면)
김상궁 : (굳은 표정으로 보고)
송연 : ....!!....
김상궁 : (송연에게) 무슨 일이냐? 네가 여긴 왜..(하는데)
송연 : 중전마마께 아뢸 말씀이 있습니다. 마마님.
       원빈마마의 탕약에 관한 일입니다.
김상궁 : ....!!....
송연 : .....
김상궁 : (위엄 갖춰) 이 아인, 중전마마께서 아끼시는 도화서의 화원이네.
         급한 일이 있어 들른 것이니 모두 물러서게.
감찰상궁 : 하지만..
김상궁 : (OL) 어허, 물러서란 말이 안 들리는가?
감찰상궁 : ....!....
송연 : .......

#71. 동. 처소 안. 낮

                      송연과 효의가 있다. 효의, 놀란 얼굴.

효의 : 뭐....? 그게 정말이냐?
       정말 원빈이 사가에서 들인 다른 탕약을 마셨다는 것이냐?
송연 : 예. 그렇습니다. 마마.
효의 : ....!....
김상궁 : ....!!...마마...!
효의 : .....!.....
김상궁 : 마마, 어찌 이럴 수가 있습니까?
         사가에서 들인 다른 탕약도 있는데
         어찌 그것은 숨긴 채 마마의 것만 문제 삼는단 말입니까?
효의 : (송연에게) 대체 네가 그걸 어찌 아는 것이냐?
       아는대로 소상히 말해보거라, 송연아.
송연 : 일전에 병풍도를 그리러 처소에 들었을 때
       원빈마마께서 그 곳에 납시었습니다.
       소인, 그 때 원빈마마께서 홍승지 영감이 보낸 익모초 달인 물을
       드신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마마.
효의 : (멈칫, 한다) 잠깐, 송연아....
       방금 뭐라 했느냐...익모초..라 했느냐.
송연 : 예, 중전마마. 소인, 분명 그리 들었습니다.
효의 : ....!!....

                      효의, 송연의 말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된다.
                      그러다가...

효의 : 익모초라니...그럴 리가....
       정말, 홍승지가 회임을 한 원빈한테
       익모초를 들였단 말이냐?
송연 : ....?!....
효의 : (당혹감이 번지는데..)

#72. 규장각(숙위소 집무실 전용). 밤

                      산, 규장각 관원들과 있다.
                      분위기 낮게 가라앉아 있는데....

박제가 : 태종 년간 설치되었던 신문고가 근자에 들어
         더욱 유명무실해지고 있사옵니다. 전하.
         백성의 고충을 직접 듣고 널리 살피는 것 또한
         정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오니
         이를 다시 부활시키심이 옳을 듯 하옵니다.
산 : .........

                      산, 아무 말이 없고..그런 산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관원들, 착잡한 시선을 서로 교환한다.
                      그 때 문득, 산...그것을 느끼고..

산 : 미안하네. 내가 잠시...다른 생각을 했군...(하는데)
박제가 :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전하.
         오늘은 이만 파하심이 어떨런지요?
         용안이 너무 어두우십니다.
산 : (씁쓸한 미소) 아닐세. 계속들 하게..
다들 : (굳은 표정으로 시선을 교환하고)
산 : (마음을 다잡으려 애쓰는데)

#73. 궐. 일각. 밤

                      효의가 김상궁과 함께 온다.
                      굳은 표정...그 어느 때보다...매서운 눈빛의 효의.

#74. 원빈 처소 앞. 밤

                      효의가 오면...최상궁이 나와 맞는다.

효의 : 내가 왔다 고하게.
최상궁 :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마마..지금은..(하는데)
효의 : (O.L. 낮고 엄하게) 원빈한테 고하라 했다!
       두 번 말하게 하지 말라!
최상궁 : ....!!....
김상궁 : (세게 나가는 효의의 모습에 역시 놀라고)
효의 : (굳은 표정으로 바라보는데)

#75. 동. 처소 안. 밤

                      원빈이 냉소 어린 얼굴로 자리에 앉아있는데..
                      문이 열리고 효의가 들어온다.
                      효의, 굳은 표정으로 원빈을 보고..

원빈 : 용서하십시오. 마마.
       소첩, 몸이 불편하여 자리를 보존하고 있사옵니다..
효의 : 됐네....

                      하고 효의, 자리에 앉는다.
                      효의의 시선에 한 쪽에 놓여진 소반 위의 빈 탕약 그릇을 본다.
                      효의, 눈빛...차가워진다.

원빈 : (못마땅한 채)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마마.
       급한 용무가 아니시면
       다음에 다시 찾아주시면 어떠하올런지요?
효의 : 왜, 나를 마주하고 있기가 불편한가?
원빈 : (허, 기가 막히다는 듯) ...송구하오나..그렇습니다, 마마.
       마마께서 잘못 내리신 탕약으로
       용종을 잃었습니다...그런 제게 어찌...(하는데)
효의 : (OL) 그래...? 자네가 용종을 잃은 것이
       내가 내린 탕약 때문인가?
원빈 : (도전적인 태도에 좀 눌리고 기막히다) 마마..?
효의 : 그렇다면, 나와 생각이 좀 다른 게로군.
       난, 자네가 용종을 잃은 적이 없다 알고 있는데 말이야.
원빈 : (멈칫, 한다)
효의 : ......
원빈 : 마마....그것이 무슨 말씀이십니까?
       용종을 잃은 적이 없다니....(하는데)
효의 : (한 쪽에 놓인 탕약 그릇을 들어 보며)
       익모초 달인 물을 마신 게로군.
원빈 : (멈칫, 하는데)
효의 : 그리 놀랄 것 없네..
       익모초라면 나도 아주 잘 알고 있는 것이지..
       지난 십수 년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들어왔으니...
       이젠 냄새만 맡고도 알 지경이 되었으니 말이네.
원빈 : ....!!....
효의 : 내가 왜 익모초 달인 물을 그토록 오래 마셔왔는지 아는가?
       바로 자네와 같은 이유네.
       자네처럼 하루 빨리 회임을 하고 싶어서였어.
원빈 : ....!!....
효의 : 허니, 그런 자네라면 분명 알고 있었을 것이네.
       이 익모초가
       회임을 하게 하는 덴 효험이 있지만
       회임을 한 후론 태아를 유산시킬 수도 있어,
       반드시 이를 끊어야 한다는 것을 말이야.
원빈 : ....마...마마....?!
효의 : 아이를 가진 산모라면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을
       자네가 몰랐을 리 없고...
       또 약을 들인 사가의 의원이라면
       더더욱 그 같은 상식을 모르지 않았을 터..!
       헌데....놀랍게도 자넨...용종을 잃기 전날까지
       사가에서 들여온 이 익모초 달인 물을 마시고 있었네.
       허니....그 까닭이 무엇이겠는가?
       그건 바로 자네가....용종을 잉태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가?
원빈 : ...!!...
효의 : 일전에 자네가 회임을 의심하냐며 역정을 냈던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던 게야!!
원빈 : (파랗게 질려서) 마마...당치 않으십니다!!
       제가 회임을 하지 않았다니..
       어찌 그런 참담한 말씀을 하실 수 있습니까?
효의 : (O.L) 그렇다면 진맥을 해 보면 되겠군.
원빈 : ...!...
효의 : 내 여기 오기 전 내의녀를 만나 물었더니
       자네가 그 날 하혈을 한 것이 진짜였다면..
       맥을 짚어보면 알 수 있을거라 하더군.
       그처럼 많은 피를 흘렸다면...
       삼칠일이 지나기 전까진
       맥을 통해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야.
원빈 : ....!!....
효의 : 허니, 어찌하는 것이 좋겠는가? 원빈.
       내가 지금이라도 이 자리에서
       내의녀를 불러 자네를 진맥하는 것이 좋겠는가,
       아니면...자네가 스스로
       자네의 위임신 사실을 윗전에 고하겠는가?
원빈 : ....!!!....
효의 :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는데)

#76. 동. 밖. 밤

                     최상궁, 바들바들 떨고 있는데...
                     안에서 효의가 나온다.

효의 : (굳은 표정으로, 김상궁에게) 가세.
김상궁 : 예..마마...
효의 : ......

                     효의, 굳은 표정으로 가면..
                     최상궁, 사색이 되어 안으로 뛰어 들어가는데.

#77. 동. 안. 밤

                     최상궁, '마마!' 하면서 뛰쳐 들어오면
                     원빈, 사색이 되어...덜덜 떨고 있다.
                     끝났다..이제 모든 것이 끝난 것이다...

원빈 : 오라버닐......오라버닐 찾아오거라!!
최상궁 : 마마..
원빈 : (발악) 뭣 하느냐!! 어서 오라버닐 모셔오라지 않느냐..!!!

#78. 정순 처소. 밤

                     정순이 있고, 그 앞으로 홍국영이 있다.
                     앞으로 찻상이 있고...

홍국영 : 무슨 일로 소인을 보자 하신 것인지요?
정순 : 걱정이 많은 모양이네....낯빛이 많이 안 좋군....
홍국영 : ....!....
정순 : 내 자네가 그리 상한 것을 보니 마음이 편칠 않군.
       (찻잔을 들며) 들게....마음을 다스리는 데 좋은 차니..
홍국영 : (O.L) 마마, 송구하오나 하실 말씀이 있다면..
정순 : (O.L) 자네답지 않게 어리석은 짓을 했더군.
       그런 식으로 원빈의 위임신 사실을
       숨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가?
홍국영 : (멈칫, 보면...!!...)
정순 : (찻잔 내려놓으며 담담히 보고)
홍국영 : ...마마.....?!
정순 : 내 사가의 의원 하나를 불러 물었더니
       자네가 얼마 전...한 약재상을 통해
       익모초를 구해 원빈 처소에 올렸다 하더군.
       듣자하니, 그 약재상이란 자가
       그 대단한 홍승지 영감 댁과 거래를 했다며
       이곳 저곳에 자랑삼아 이를 떠벌린 모양이야.
홍국영 : ....!!....
정순 : 자넨 이미 도성 모두의 주목을 받고 있는 사람이네.
       그걸 알았다면...
       일을 그리 허술하게 하진 말았어야지.
홍국영 : ...!!!...
정순 : 생각해 보게.
       장차 주상께서 이 일을 알게 되신다면
       어찌 되시겠는가 그 말이야.
홍국영 : ....!!....
정순 : ......
홍국영 : (입술을 깨문다) 그래서 무엇이십니까?
         지금 그것으로 소인을 협박이라도 하시겠단 것입니까?
정순 : (웃는다) 협박이라니? 당치 않네.
       내가 무엇 때문에 자네한테 그리 하겠는가?
홍국영 : ....!!....
정순 : 나는 분명 주상을 도울 것이라 했네. 홍승지.
       주상의 곁엔 누구보다, 자네처럼
       충심을 다하는 유능한 신하가 있어야 하지.
       허니....이제 내가 주상을 돕자면
       어찌 해야 하겠는가?
       바로 홍승지 자네를 도와야하지 않겠는가?
홍국영 : .....!!.....
정순 : .........

#79. 동. 일각. 밤

                     홍국영, 참담한 심정으로 나온다.
                     정순의 처소를 돌아보는데....

#80. 동. 방 안. 밤

                     정순, 여유있는 미소를 띠고 있고..

#81. 동. 일각. 밤

                     숙위소 앞. 최상궁이 초조하게 서성이고 있는데..
                     그 때, 한 쪽에서 홍국영이 온다.

최상궁 : 영감...!
홍국영 : (본다)
최상궁 : 어딜 다녀오시는 것입니까? 지금 큰일이 났습니다. 영감!
홍국영 : 큰일이라니?

#82. 원빈 처소. 밤

                     홍국영, 경악한 얼굴로 원빈과 있다.

홍국영 : 중전마마께서 모든 걸 아셨다니요? 마마!
         대체 그것이 무슨 말씀이십니까?
원빈 : 마마께서 내가 위임신한 사실은 물론
       사산에 대한 모든 걸 알고 계셨습니다. 오라버니.
       제 입으로 사실을 고하지 않으면
       이를, 마마께서 직접 알리겠다 하셨습니다.
홍국영 : ...!!...

#83. 궐. 일각. 밤

                     홍국영, 다급한 얼굴로 뛰어 오고 있다.

#84. 대전 앞. 밤

                     남사초와 박상궁, 나인들 있는데...
                     홍국영이 급히 온다.

남사초 : (놀라서) 이보시게..홍승지....?!
홍국영 : (절박하다) 전하를 뵈러 왔습니다.
         고해 주십시오, 영감!
남사초 : ....?!....
홍국영 : (절박하고)

#85. 대전. 밤

                     산이 굳은 표정으로 앉아있는데..
                     그 때, 밖에서... '전하, 홍승지가 알현을 청하옵니다.'
                     산, 그 말에 멈칫 본다.
                     산....가만 그러다가....

산 : 들라 하게.

                     보면.....문이 열리고 안으로 홍국영이 들어온다.
                     홍국영, 전하...하고 들어오다가.
                     순간 소스라치게 놀라는데..
                     보면, 산의 옆에 자리한 효의의 모습..!!
                     효의, 차가운 시선으로 홍국영을 바라보고 있는데...
                     그런 효의를 보고 심장이 멎을 듯 놀라는 홍국영.

홍국영 : 마...마....
효의 : 어서 오시게...홍승지.
홍국영 : .....!!!.....

                     홍국영, 사색이 되어 효의를 본다.
                     보면, 그런 두 사람을 굳은 시선으로 보는 산.
                     산의 그 모습에서...엔딩.

.이산 

.영화 & 드라마 대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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