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 59
#1. 대전. 낮 산이 서책을 보고 있는데... 이 때, 남사초가 급히 들고... 산, 의아한 표정으로 남사초를 바라보는데... 남사초 : 전하! 산 : 무슨 일인가? 남사초 : 방금, 숙창궁에서 기별이 왔사온데... 원빈마마께서 혼절하시어 위중하시다 하옵니다. 산 : (경악한) 지금 뭐라 했는가? 원빈이 위중해? 산, 당혹감과 충격을 느끼는데... 남사초, 걱정 어린 얼굴로 본다. 산 :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인가? 혼절이라니? 대체 얼마나 위중하기에 그리 된 것인가? 남사초 :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소신도 내의원에서 의관이 들었다는 얘기 뿐... 자세한 정황은 듣지 못했사옵니다. 산 : 허면, 무엇인가? 원빈의 용태가 어떠한지 아직 그조차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것인가? 남사초 : 송구하옵니다, 전하.. 산 : (걱정 어린) 필시 병약한 원빈이 지난번 석고대죄로 인해 기력이 쇠하여 환우가 생긴 것이 분명하네... 아무래도 안 되겠네... 내 직접 숙창궁에 가 원빈의 상태가 어떠한지 봐야겠네! 산,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남사초, 난감한 얼굴로 보며. 남사초 : (OL) 하오나 전하. 지금 규장각에서 성절사(聖節使 : 중국 황제 탄신을 축하하러 가는 사신단)를 확정하는 회의가 예정되어 있사옵니다. 산 : ....!.... 남사초 : 그간 왕실의 일로 여러 차례 미루어져 청국에서 정한 시한이 이미 지났사옵니다. 숙창궁의 일은 소신이 들어 알아볼 것이오니, 전하께오서는 회의에 참석하시는 것이 좋을 듯 하옵니다. 산 : (갈등 어린) 남사초 : 전하. 산 : (하는 수 없다) 알겠네. 내 회의를 마치고 숙창궁으로 갈 것이니, 우선은 자네가 살피고, 일이 있거든 속히 내게 알리도록 하게. 남사초 : 예, 전하... 남사초, 일어나 예를 갖추고 나가고. 산, 걱정 어린 얼굴로 생각에 잠기는데. #2. 궐문 앞. 낮 궐문으로 관원들이 등청하는 모습 보인다. 그 한 쪽에 숙위소 군관들과 병사들, 그리고 종사관인 강석기가 서 있고. 강석기, 등청하던 중신1을 눈짓으로 가리키면, 숙위소 군관들이 쫓아가서 연행을 한다. 강석기 : 조사할 것이 있으니 숙위소로 함께 가 주셔야겠습니다. 중신1 : 뭐? 강석기 : 데려가라! 숙위소 군관들, '예, 나으리!' 하고 중신1을 끌고 가고. 중신1, 당혹해서 '왜 이러냐'고 항변하는데. 등청하는 관원들, 모두 놀란 얼굴로 본다. 강석기, 등청하는 다른 관원들을 날카로운 눈빛으로 살피는데. #3. 숙위소 앞. 낮 중신1, 끌려 오고. 보면, 다른 노론 중신들도 끌려 오고 있다. 대수, 조사실이 있는 쪽으로 데려가라며 지시하고, 홍국영, 한 쪽에 서서 그 모습을 서늘한 얼굴로 본다. 대수, 이내 홍국영에게 다가오고. 대수 : 말씀하신 노론 중신들을 모두 소환했습니다, 영감. 홍국영 : 저들 중 필시 지난 밤 전하를 시해하려 했던 자들이 있을 것이다. 저들의 사가를 샅샅이 뒤져 수상한 것이 없는지 철저히 살펴야 할 것이다. 대수 : 예, 영감. 홍국영 : 난 결코 이번 일을 묵과하지 않을 것이다. 저들의 뼈를 발라서라도 감히 전하를 암살하려한 죄상을 반드시 밝혀 낼 것이야. 대수 : .....!..... 홍국영, 매서운 눈초리로 끌려 가는 노론 중신들을 노려보고. 그런 홍국영을 보는 대수의 시선. #4. 숙위대장 집무실. 낮 홍국영, 원탁 의자에 청관복을 입은 젊은 관원들 서너 명과 앉아 있다. 홍국영, '자네들이 이번 일로 노론들의 죄를 묻는 상소문을 올려야 한다'며 명을 내리고 있고. 관원들, 알겠다며 고개를 주억이고, 나간다. 홍국영, 이내 자기 자리로 돌아가는데. 그 때, '영감, 영감!' 하는 소리가 들린다. 보면, 달호가 뛰어 들어온다. 홍국영 : 자네가 무슨 일인가? 달호 : (숨을 몰아쉬며) 영감! ..큰...일 났습니다. 홍국영 : 큰 일이라니? 대체 무슨 소린가? 궐에 무슨 일이라도 생긴겐가? 달호 : 그게 아닙니다, 영감! 지금 원빈마마께 아주 큰 일이 났습니다! 홍국영 : 뭐? 원빈마마께 대체 무슨 일이 생겼다는 것인가? 자세히 좀 얘길 해 보게! 달호 : 그게..원빈마마께서 쓰러지셨답니다. 영감! 홍국영 : .....!!.....뭐어? 달호 : 내의원에서 의관이 숙창궁으로 드셨다는데 어찌 된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환후가 생기신 듯 합니다! 홍국영, 이럴 수가..충격 어린 얼굴인데. 달호, 걱정 어린 얼굴로 보다가 깜짝 놀라 조아린다. 보면, 산이 채제공과 안으로 들어온다. 달호, 홍국영, 예를 갖추고. 홍국영 : 전하. 산 : 내 지나가다 자네가 여기 있다길래 들렀네. 헌데 자네 어찌 이 곳에 있는 것인가? 원빈의 용태에 대해 아직 듣지 못한 것인가? 홍국영 : 아니옵니다. 전하. 지금 막 들었습니다. 산 : 허면 무얼 하고 있는 것인가? 어서 가 보지 않고... 홍국영 : 전하... 산 : 나는 규장각에서 있는 성절단 회의를 마치고 들러 볼 것이니.. 자넨 지금 숙창궁으로 가 원빈을 살피도록 하게.. 홍국영 : (갈등 어린) 산 : 홍승지..(하는데) 홍국영 : (OL) 아니옵니다, 전하. 소신 또한 회의에 참석할 것이옵니다. 산 : (놀라) 자네 그게 무슨 소린가? 홍국영 : 그 자리에서 지난 밤 전하를 시해하려 했던 자들에 대한 논의 또한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옵니다. 하오니, 소신 또한 회의를 마친 후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산 : 홍승지... 홍국영 : 심려 마십시오, 전하. 그리 해도 무방할 것이오니, 윤허해 주시옵소서.. 산 : ........ 홍국영, 애써 담담한 얼굴로 산을 보고. 산, 그런 홍국영을 조금 걱정 어린 얼굴로 보는데. #5. 원빈 처소. 낮 원빈, 신열이 끓으며 사경을 헤매고 있고 의관이 그런 원빈을 진맥하고 있다. 의관, 곁에 있는 다른 하급 의관에게 다급한 얼굴로 지시를 내린다. 최상궁, 두려움에 어쩔 줄 모르는 얼굴로 원빈을 살피고. 최상궁 : 마마...정신을 차리시오소서. 기력을 놓으시면 아니 되시옵니다. 마마! 원빈 : (힘겹게) 오라버니는...오라버니는...어디 계시냐? ....오라버니... 오라버니를 불러다오... 최상궁 : 마마... 힘겹게 겨우 숨만 내쉬는 원빈. 홍국영을 찾는 듯 눈빛만은 너무나 간절한데. #6. 효의 처소. 마당 앞. 낮 효의가 나서고 김상궁이 따라 나온다. 김상궁 : 마마...이는 마마께서 거동하실 일이 아닙니다. 효의 : (OL) 그렇지 않다. 어쨌거나, 원빈이 환후를 앓고 있다지 않느냐? 마땅히 어떤가 살펴야한다. 김상궁 : 마마! 효의 : 뭘 하는가? 어서 앞장서라지 않는가? 하는데..그 때, 마당으로 혜경궁과 이상궁이 온다. 혜경궁 : 지금, 어디로 납시는 것입니까? 중전. 효의 : (멈칫, 본다) 어마마마.. 김상궁 : (예를 표하고) 혜경궁 : 혹, 숙창궁으로 걸음을 하시는 거라면.... 그만 두세요, 중전. 효의 : ...!!... 혜경궁 : 원빈은 지금 죄를 받아 근신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리 중전께서 직접 나서 살피실 일이 아닙니다. 효의 : (OL) 하오나, 어마마마. 비록 죄가 있다 하나 환후가 있다는데 이리 그냥 지나치는 것은 너무 가혹한 듯 하옵니다.(하는데) 혜경궁 : (OL) 허나, 그리 해야 합니다. 중전. 설사 그것이 가혹한 일이라 해도 그리 하는 것이, 중전의 일입니다. 효의 : (OL) 어마마마... 혜경궁 : 엄히 다스려야 할 때는 사정과 예외를 두어서는 안 되는 법입니다. 또한 이는 왕실의 법도를 저버린 원빈이 달게 치러야 할 벌이기도 하구요. 효의 : ....!!.... 혜경궁, 단호한 눈빛으로 보고, 효의, 난처한 얼굴로 보는데. #7. 규장각. 집무실(숙위소 우측 전용). 낮 산, 홍국영, 채제공, 박제가, 청년1,2 등 모여 있다. 산 : 이번 성절단은, 향후 청국과의 관계를 결정짓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네. 하여, 저들의 눈치를 살피며 부당한 요구를 무조건 수용할 것이 아니라, 우리 쪽에 시급한 외교 사안을 해결하는데 더 크게 주력해야 할 것이네. 다들 : (표정) 산 : ...살펴본 바론.... 의주와 회령, 경원 등지에서 시행되는 개시(開市)에서 청국 상인과 관원들의 횡포가 심해... 그 지역 백성들의 고초가 심하다 들었네. 박제가 : 그렇습니다, 전하... 하여, 그간 청국에 유리하게 정해졌던 개시(-자막)에 관한 준칙을 다시 개정할 것을 요구하는 게 시급할 것입니다. 산 : (고개를 끄덕이고) 홍국영 : 허나, 한 가지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쪽 역관들의 횡포입니다, 전하.. 산 : (보고) 홍국영 : 이들이 청국을 오가며 무역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그 대가로 자신들의 뒷배를 봐 주는 노론에게 뇌물을 상납하고 있는 것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채제공 : (OL) 홍승지. 이 자리의 논점은 사신단에 관한 것이네.. (하는데) 홍국영 : (OL) 전하! 소신이 살핀 바에 따르면 지난 밤 전하를 시해하려 한 자들이 사용한 조총은 청국에서 들여온 수석 총이었습니다. 현장에 떨어진 반궤(조총에 쓰이는 부품)를 화기감에 보내 이미 확인을 했사옵니다. 이는 필시 노론에 줄을 댄 역관이 밀반입한 것이 분명하옵니다, 전하. 역관들에 대한 조사를 윤허해 주시옵소서.. 산 : ...... 채제공 : ...... 박제가 : ...... 산 : ....으음, 그렇소? 홍국영, 결연한 얼굴로 보고. 채제공, 박제가 등 조금 당혹스러운데. 산, 그런 홍국영을 보는데 어쩐지 마음에 걸리는 듯 하고.. #8. 도성. 일각. 낮 대수, 숙위소 군관들과 중신1의 집을 수색하고 있다. 의심스러운 물건이나 서책, 서찰 등을 모두 압수해 가고 있다. 집사와 노복들, 두려운 얼굴로 바라보고 있고. 보면, 숙위소 군관들의 서슬이 퍼렇다.. #9. 저자. 일각. 서가. 낮 송연, 이천, 탁지수, 서가에서 화첩을 살피고 있다.(모두 사복 차림) 송연....그러다 문득..뭔가 이상한 것을 느끼는 송연. 보면, 사내 하나(욱)가 얼른 고개를 돌리고.... 송연, 조금 의아한 얼굴로 사내를 보는데. 욱, 주인에게 책값을 계산하고 서가를 나서고 송연, 가는 욱의 뒷모습을 보는데.. 그러다 순간..뭔가 스치는 얼굴이다. #10. 동. 앞. 낮 욱, 밖으로 나오는데. 송연이 '잠시만요!' 하고 따라 나온다. 욱, 멈칫 멈춰 서고. 송연 : 지난 밤 그 분 맞죠? 연화방 샛길에서 절 도와주셨던.... 기억..안 나세요? 욱 : (당황한 얼굴로 어색하게 외면한 채인데...) 송연 : 그 땐 감사했습니다. 제대로 인사도 못 드렸는데...여기서 뵙네요. 욱 : 인사라니요? 할 일을 한 것 뿐이니... 마음 쓰지 마십시요. 송연 : (조금 어색한데..그러다가 사내가 든 책을 보고) 헌데 그 화첩을 사신건가요? 욱 : 그렇습니다...헌데 왜? 송연 : 아니에요...저도 마침, 명나라 화첩을 찾던 중이였거든요.(하고) 아무튼...그 일은 정말 감사했습니다...그럼... 하고 돌아서려는데.. 욱 : 저...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송연 : (돌아본다) 예? 욱 : (화첩을 내민다) 필요하실 듯 한데...가져가십시오. 송연 : 이걸....저한테 주신다구요? 욱 : 예... 송연 : (당혹스럽다) 하지만...(하는데) 욱 : (O.L) 전 그저 하릴없이 서가에 들렀다가 화첩을 집어든 것입니다. 저보단 댁같은 화원께 더 필요하실 것이니.... 사양치 마시고 받아주십시오. 송연 : (멈칫, 한다. 그러다가 조심스럽게) ...제가 화원인 걸....어떻게 아세요? 욱 : ...!!...(조금 당혹) 송연 : (의아한 얼굴로 보는데) 그 때, 이천이 '송연아..이리 좀 와 보거라.' 하는 소리 들리고. 송연, 보면. 이천 : (서가 안에서) 여기 와서 이 화첩 좀 봐다오. 송연 : 예, 나으리! 잠시만요! 송연, 다시 옆을 보는데. 사내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 서가 앞에 놓인 단 위에 사내가 들고있던 화첩만이 놓여있다. 놀라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송연. 사내가 놓고 간 화첩을 들어 보며 어찌 된 건가 싶어 의아하고 당혹스러워지고... #11. 동. 일각. 낮 욱, 천천히 걸어온다. 다른 사내 하나가 기다리고 있고. 사내1 : 벌써 몇날 째 주변을 맴돌기만 하고.... 어찌 말을 하지 않는 것인가? 그제야 가만 고개를 들어 서가를 바라보는 사내.. 어린 시절 헤어졌던 송연의 동생 욱이다. 욱, 가만 서가의 송연의 모습을 살피는데. 사내1 : 자네 누이도 한동안 자네를 찾아 헤맸다 들었네. 허나, 자네 양부모가 자넬 노비로 팔아 넘기고 죽었다 둘러댔다 하니... 지금이라도 자네가 나선다면 얼마나 기뻐하겠는가? 욱 : ......... 사내1 : 이보게....욱이... 욱 : (담담한 어조로, 옅은 미소 어린 채) 아닙니다. 이대로라면, 저는 또 언제 죽을 지 모를 목숨이 아닙니까. 사내1 : ....!.... 욱 : 이 나라의 법도와 왕조에 반하는 생각을 품고 있는 저희들입니다. 언제 무슨 일이 닥칠지 모르는데...누이 앞에 나설 순 없습니다. 전 그저.....이리 먼발치에서라도 누이를 본 것으로 족합니다. 사내1 : (착잡하고) 욱 : 이만 가시지요..오늘, 회합이 있는 날이니 지금쯤 다들 모여 계실 겁니다. 욱, 담담한 표정으로 선선한 미소를 지어보이는데... #12. 거리. 일각. 낮 이천, 탁지수, 송연 돌아온다. 송연, 가만..생각에 잠긴 표정... 그 위로...화원께 필요한 듯 하니 가져가시라 하던 욱의 모습과...어쩐지 아련하게 보던 표정이 스쳐 지나간다. 누굴까...대체 누구길래...그런 느낌인데...그 때. 탁지수 : 저게 다 뭔가? 하고 보면, 저만치 양반집 앞으로 압수한 물품들이 수레에 옮겨지고. 사람들, 무슨 일인가 싶어 구경하는데. 그 때, 안에서 대수가 나온다. 이천 : (알아보고) 저건 대수가 아니냐? 송연아. 송연 : (보고) 이천 : 대수야! 얘, 대수야! 대수 : (멈칫, 돌아보고..알아보고 밝아져 급히 다가온다) 탁지수 : (놀라) 아니, 이 사람! 숙위소 종사관 나으리신 거 같은데 어찌 하대를 하는가? (대수에게) 송구합니다, 나으리. 대수 : (미소) 이천 : 거, 사람...소심하긴. 염려말게! 우린 아주 막역한 사이니까... (보란듯이) 안 그러냐, 대수야? 탁지수 : (헉, 뭐..대수야..?) 대수 : (웃고는) 예, 나으리. 헌데, 이 시간에 여긴 어쩐 일들이세요? (송연에게) 어디 가는 거야? 송연 : 응, 화학생도들 수업에 쓰일 화첩이 필요해서 서가에 갔다 오는 길이야...근데 무슨 일 있어? 대수 : (조심스럽다) ..그게... ...실은...어젯밤에 전하께서 미행을 나서셨는데 거기서 전하를 암살하려는 시도가 있었어. 송연 : ....!!....(놀란다) 이천 : 그게 정말이냐? 아니, 어쩌다가....(하는데) 송연 : (O.L) 전하는? 대수야! 그래서, 전하께선 무사하신거야? 대수 : 어...다행히 큰 일은 없었어. 근데 암살을 시도한 자를 아직 잡지 못해서 궐이 어수선해... 송연 : ....!!.... 대수 : 너무 걱정하지마, 송연아. 그 놈이 어떤 놈이든 꼭, 내 손으로 잡아낼 거니까. 송연 : ....!!.... 대수 : (결연함이 어리고) 송연 : (걱정이 어려 보는데) #13. 궐. 전경. 낮 그 위로... 남사초 (소리) : 주상전하 납시오.. #14. 동. 경연장. 낮 경연이 열리는 자리. (용인 세트장 내 규장각 세트) 보면, 산, 채제공, 장태우, 최석주를 비롯한 중신들이 자리해 있다. 채제공 : 오늘 경연에서 살필 것은 노자 17장에 나온 '태상(太上)'에 대한 담론이옵니다. 산 : (가만 본다) 시작하십시오.. 채제공 : (고개 조아리고) 태상 부지유지 기차 친이예지 기차 외지 기차 모지 신부족언 유불신언.. (太上 不知有之 其次 親而譽之 其次 畏之 其次 侮之 信不足焉 有不信焉) 이상적인 정치란 백성이 권력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것이니, 다스리는 자의 가장 큰 덕은 백성을 믿는 것이라는 뜻이옵니다. 산 : 맞소! 무릇 가장 높이 우러르고 살펴야 하는 것이 백성의 뜻이니, 다스리는 자는 가장 아래에서 오직 백성의 뜻을 쫓아 이를 따라야 할 것이오. 과인은 다스림에 세 차례가 있다 알고 있는데.. 호판께선 그 세 차례가 뭐라 알고 계시오? 중신1 : (딴 생각하다가.. 멈칫 당혹하고) 산 : 왜 말을 못하는 것이오? 호판? 중신1 : (뭘 묻는지 몰랐다) ..송..구하옵니다, 전하... 산 : (짐짓) 설마, 아무 생각이 없는 것이오? 다들 : (당황해하고) 중신1 : ...아..아니옵니다, 전하..소신은 다만..(하는데) 산 : (OL) 참 놀라운 일이군요. 조정의 당상관이라는 사람이 그런 걸 답하지 못하다니 말입니다. 중신1 : (더욱 당혹스럽고) 산 : (다른 신하를 보며) 허면, 공판께 다른 걸 묻겠소. 백성을 다스리는데 임금과 조정 중신들이 마음에 두어야 할 한 글자가 무엇이겠소? 중신2 : (갑자기 당혹스러운데) 장태우 : (보다 못해 나선다) 전하...그것은...(하는데) 산 : (OL) 난 좌상에게 물은 것이 아닙니다. 장태우 : (멈칫) 산 : (중신2를 보며) 공판! 중신2 : (당혹) ...한..글자라...하셨사옵니까? 산 : 그렇소. 중신2 : (망설이다가) 하늘의 지극함을 이르는 천(天)자가 아니겠사옵니까? 산 : (OL) 틀렸소. 형판은 무어라 생각하시오? 중신3 : ...바른 뜻을 새겨야 하니, 정(正)이라...(하는데) 산 : (OL) 아니오! 다들 : ...!!... 산 : 백성을 다스리는데 가장 마음에 두어야 할 한 글자는 바로 청렴할 염(廉)자요. 재물에 청렴하고, 여색에 청렴하고, 직위에 청렴하면 어찌 백성이 따르지 않을 수 있겠소? 청렴으로 위엄을 세우고 강직하면, 하지 못할 일이 없고 되지 않을 일이 없을 것이오. 헌데도 경들처럼 이 한 비결을 모르는 자들이 넘쳐나니, 이 나라 조정에 부정과 비리가 횡행하고 아첨과 교만이 가득한 것이오! 다들 : .......... 산 : (보고) 장태우 : 전하... 소신, 전하께 한 말씀 아뢰어도 되겠사옵니까? 산 : 무엇이오? 장태우 :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지금은 경연보다는 조정의 현안을 살피심이 옳지 않겠사옵니까? 산 : 현안이라....무엇을 말이오? 좌상? 장태우 : 지난 밤 전하를 시해하려는 참람한 변고가 있었사옵니다. 마땅히 이에 전념해 살피셔야 할 때 어찌 전하께오선 이 모든 것을 숙위대장에게 맡겨두시고 경연이나 하고 계신단 말이옵니까? 산 : 그러니까 경의 말은, 누군가 임금을 죽이겠다 나섰는데 어찌 한가롭게 담론이나 하고 있느냐...그 말이오? 장태우 : ..... 산 : 좋소! 무얼 하고 있냐고 물으니 답을 드리지요, 좌상. ......과인은 지금 정무를 보고 있소. 장태우 : ...!!...??? 산 : 아시겠소? 과인은 지금, 종사를 바로 이끌기 위해, 이 나라 국사를 책임져야 할 경들의 소양을 가르치고 있단 말이오. 이것이 한가로이 시간을 허비하는 것으로 보이시오? 장태우 : (OL) 하오나 전하...(하는데) 산 : (O.L) 물론 어젯밤 참으로 기막히고 망극한 일이 일어난 것은 맞소. 하여, 그렇다 해서 과인이 종사를 팽개치고 과연 누가 나를 죽이려 하는가, 그것에만 골몰해야 그것이 옳은 것이겠소? 장태우 : ....!!.... 산 : 아니, 그렇지 않소. 하여 난, 그 일을 숙위소와 숙위대장에게 일임했소. 내 그러자고 저들을 곁에 두는 것이니 말이오. 하여 과인은 오늘, 이 자리에서 경연을 마칠 것이고 미시엔, 다시 예정된 윤대를 열 것이며 신시부턴, 규장각 검서관들과 청국과의 무역에 필요한 개시의 준칙을 어찌 마련할 것인가 논의할 것이오! 그리 하는 것이..... 이 나라 종사를 책임진 임금이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하는데.... 어떻소? 좌상께선 그런 과인의 생각이 틀렸다 보시오? 장태우 : ....!!....(맞는 말이다) 최석주 : .......(역시 맞는 말) 다들 : ....!!.... 중신들, 당혹스러운 얼굴로 눈치를 살피고. 보면 산..그런 이들을 단호하고 위엄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데... #15. 숙위소. 마당. 낮 마당 한 쪽에 서책과 총검이 들어있는 궤짝들이 있다. 홍국영, 대수, 강석기와 함께 이를 살피고 있다. 홍국영 : 이것들이 전부 노론 중신들의 사가에서 나온 것이냐? 대수 : 예, 영감. 저들 중 상당수가 사사로이 병장기들을 수렴하고 있었습니다. 홍국영 : (굳은) 지난 밤 저격에 쓰인 총포와 같은 것은 없었느냐? 대수 : 아직 찾아내지 못했사옵니다. 홍국영 : (흠..이내 서책을 보며) 저것은 무엇이냐..? 강석기 : 노론 중신들의 집사들이 기록하던 목록인데, 출처가 명확치 않은 재물들이 많습니다. 홍국영 : 필시 뒷배를 봐 주고 있는 자들에게서 챙겨낸 뇌물일 것이다. 당장 형조에 알리고, 여죄가 없는지 더욱 철저히 조사하거라. 대수, 강석기.. '예, 영감!' 하고 간다. 홍국영, 노여운 얼굴인데. 그 때, 한 쪽에서 최석주가 온다. 홍국영, 예를 갖추고. 최석주 : 아주 분주한 듯 하군. 홍국영 : 대감께서 이 곳까진 어인 일이시옵니까? 최석주 : 대비마마께서 자넬 찾으시네. 괜찮다면 잠시 나와 함께 걸음을 하는 것이 어떻겠는가? 홍국영 : 송구하오나 지금은, 지난 밤 저격 사건으로 경황이 없으니 다음에 찾아 뵙겠다 전해주십시오.(하는데) 최석주 : (OL) 바로 그 일 때문이네.. 홍국영 : ....!.... 최석주 : 마마께오서 자넬 찾으시는 것은 그 일에 대해 자네에게 이를 말이 있으시기 때문이네.. 홍국영 : .....!!..... #16. 정순 처소. 낮 정순, 홍국영, 최석주 있다. 정순, 서탁 위에 서안 하나를 내민다. 정순 : 한 번 살펴보게. 홍국영 : 이것이 무엇이옵니까? 마마? 정순 : 주상을 시해하려 했다는 자들이 있다 하여 내 따로 알아보았네. 아마 자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네. 홍국영 : ...!!... 정순 : 노론의 목을 조인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네. 명분도 없이 섣불리 움직일 자들이 아니라는 것은 자네도 잘 알지 않은가? 홍국영 : (굳은) 그럼, 마마의 말씀은 이 일이 노론과는 무관하다는 것이옵니까? 정순 : (OL) 그래. 난 분명, 그리 생각하고 있네. 홍국영 : 허면, 대체 누가 이런 참람한 짓을 꾀했단 말입니까? 정순 : 지금 도성에...임금을 부정하고 왕조에 반하는 무리들이 모여 회합을 갖고 있다는 말이 떠돌고 있네. 허니, 그것을 한 번 알아보게. 홍국영 : ....!!....(서안을 내려다보는데) 최석주 : ...... 정순 : 헌데..원빈의 환후는 어떤가? 내 아침나절에 잠시 다녀왔는데 상태가 위중한 듯 하던데...괜찮은 것인가? 홍국영 : .....!!.....(정순이 다녀왔다는데 대해 놀란다) 정순 : ...... 최석주 : ....... #17. 숙위소. 집무실. 밤 홍국영, 굳은 얼굴로 앉아 있다. 홍국영, 정순이 준 것을 내려다보는데... 그 때, 대수가 들어온다. 대수 : 영감. 최상궁을 불러왔습니다. 홍국영 : (..!!..) 어서 들이게. 대수, 나가면. 바로 최상궁이 들어온다. 홍국영 : 그래, 마마의 용태는 어떠하신가? 최상궁 : 아침나절보다 더욱 위중해지셨습니다. 영감. 홍국영 : (놀란다) 뭐어...? 더 위중해지시다니... 대체 상태가 어떠하신 것인가? 최상궁 : 신열이 내리지 않으시고 온 몸에 경련을 일으키고 계시옵니다. 지금은 허성(虛聲)까지 있으시니 이를 어찌 해야 좋을 지 모르겠습니다, 영감.. 홍국영 : ....!!.... 최상궁 : 더욱이 시세가 이런데도 내전에선 대비마마 외엔 아무도 찾지 않으셨사옵니다. 왕실의 윗전이신 대비마마께서도 걸음을 하셨는데 중전마마께선 당연히 오셔야 하는 것 아니옵니까? 홍국영 : (....!!....) 위중하다는 기별은 드렸는가? 최상궁 : (OL) 예, 영감. 아침나절에 올렸는데도 겨우 상궁 나인 하나 보내셨사옵니다. 어찌 이러실 수가 있단 말이옵니까? 홍국영 : ...!!... 그 때, '마마님, 마마님!' 하는 소리 들리고. 나인 하나가 급히 들어온다. 나인 : 마마님...큰일났사옵니다.. 최상궁 : ....!!.... 홍국영 : ....!!.... #18. 산의 서재. 밤 산, 급히 들어와 자리에 앉고, 뒤이어 남사초가 급히 들어온다. 산 : 어찌 되었는가? 원빈의 용태에는 차도가 있는가? 남사초 :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아직 의식조차 찾지 못하고 계신다 하옵니다. 산 : 그게 무슨 말인가? 의관은 대체 무엇을 하고 있기에 그리 더 위중해졌단 말인가? 남사초 : 그것이...신열이 너무 높아 내의원 의관들 또한 방도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하옵니다. 산 : 방도를 찾을 수 없다니? 허면 이대로 원빈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말인가? 남사초 : ....... 산 : .....!!..... #19. 원빈 처소 앞. 밤 홍국영, 최상궁, 나인과 함께 급히 처소로 온다. 그 때, 안에서 '마마..마마...' 하는 어의의 다급한 목소리 들린다. 멈칫 놀라는 홍국영, 불안한 얼굴로 처소를 바라보는데. 홍국영 : ...마마....! #20. 동. 처소 안. 밤 홍국영, 급히 뛰어 들어오고. 원빈, 끊어질 듯 겨우 얕은 숨만 내쉬고 있다. 홍국영, 그 모습에 멍해진다. 의관 : (다급히 옆의 내의녀에게) 어서 구명환을 준비해라. 어서...!! 홍국영, 경악과 충격... 홍국영 : ...어찌 된 것이오? 의관 : 영감...! 홍국영 : 안 들리시오? 마마께서 어찌 된 것인가 묻지 않소..!! 의관 : (미치겠고) 홍국영, 원빈을 부여잡고.... 홍국영 : (원빈을 붙잡고) 마마! 소인이옵니다. 눈을 떠 보시오소서, 마마!! 원빈 : ........ 홍국영 : (간절하고 절박하다) 이대로 숨을 놓으시면 아니 되시옵니다. 마마! 제발 정신을 차리시옵소서... 마마!! 원빈 : (힘겹게 눈을 뜨고) ...오라버니..... 홍국영 : 마마!! 원빈 : (두려움...) ....아무래도 저는...틀린 듯 합니다. 홍국영 : (OL) 당치 않으십니다, 마마!! 그리 약한 말씀을 하셔선 안 됩니다. 사실 수 있습니다..마마께선..마마!!(하는데) 원빈 : (눈물이 흘러내린다) 아니요....차..라리...잘 되었...습니다. 이리..사느니....이처럼....수모를 겪고 사느니....차라리...죽는 것이.... 나아요, 오라버니.... 홍국영 : ....!!....마마! 하면서 원빈, 심한 기침을 토해내고.. 홍국영, 그 모습 보며 하얗게 질려온다. 홍국영 : 마마...!! 원빈 : (헐떡거리며 하악, 하악..가뿐 숨..) 홍국영 : (옆의 의관과 의녀에게) 마마께서 왜 이러시는가? 뭐라도 해 보게...어서 뭐라도 해 보란 말이네...!! 원빈 : (절박하게.....홍국영의 손을 온 힘을 다해 잡으며) ...왕자를....낳아드리고 싶었습니다...오라버니.. 저는....전하와...그리고...오라버니를 위해.... 다만.....왕자를 낳아 기쁘게......... 하다가 순간...고개를 떨구는 원빈. 홍국영, 멈칫...하는데... 보면...제 손을 움켜 쥔 원빈의 손이 스륵...풀린다. 홍국영 : ....마마...? 원빈 : ......... 홍국영 : ......!!!...... 홍국영, 머릿속이 하얘진다. 몸의 피가 다 빠져나가는 것 같은...멍함...홍국영, 눈물이 고인 눈동자에 붉은 핏발이 선다. 홍국영 : 마마....아니 되옵니다....마마....마마아..!!! 홍국영, 원빈을 잡고 고통스럽게 절규하는데....!! #21. 동. 앞. 밤 산, 남사초와 박상궁 등을 이끌고 온다. 그 때, 안에서 최상궁과 홍국영의 '마마!!' 하는 통곡소리와 오열소리를 듣는다. 산, 충격 어린 얼굴로 그대로 멈춰 서고. 남사초 : 전하.. 산 : .....!!!!..... 산, 이게 어찌 된 일인가...경악하고. #22. 동. 처소 안. 밤 산, 안으로 급히 들어온다. (안의 사람들은 오열하며 산이 들어온 걸 모르는 상태일 것) 보면, 홍국영, 원빈을 품에 안은 채 고통스럽게 오열하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산... 충격과 당혹....안타까움에 어찌 할 바를 모르는데... #23. 효의 처소. 마당. 밤 효의, 착잡한 표정으로 서 있다. 보면...굳은 표정..상념에 잠긴 얼굴인데.. 그 때, 한 쪽에서 김상궁이 다급히 온다. 김상궁 : 마마...큰일났사옵니다. 효의 : 큰 일....이라니?? 김상궁 : (어쩌면 좋냐) ...숙창궁의 원빈마마께오서..... 여...영면하셨다 하옵니다, 마마... 효의 : (충격...!!...) ....뭐어....?! 효의, 충격으로 하얗게 질려오고.... #24. 궐. 일각. 밤 혜경궁이 이상궁 등과 함께 가고 있다. 혜경궁의 얼굴도 충격으로 사색이 되어있는데.... 그 때, 한 쪽에서 급히 오던 효의. 효의 : 어마마마..! 혜경궁 : 중전.. 효의 : (눈물 가득 어려) 원빈의 부음을, 들으셨습니까? 혜경궁 : (안타깝고 기막히고) 내 너무 기막히고 황망하여 믿을 수가 없습니다. 중전. 아침나절까지만 해도... 분명, 기력이 있다 들었습니다. 헌데 어찌 이리...허망하게 갈 수 있단 말입니까? 효의 : .......!!....... 효의, 안타까운 마음에 눈가에 눈물이 가득 고이고... #25. 산의 서재. 밤 산이 참혹한 심정으로 앉아있다.. 원빈을 잡고 오열하던 홍국영을 떠올리며 안타까운 산의 모습... 그 때, 밖에서 남사초가 '전하, 남내관이옵니다.' 한다. 산 : 들어오게.. 남사초, 들어오면... 산 : 내시부의 습(襲 : 시신에 수의를 입히는 것)은 끝났는가? 남사초 : 예, 전하. 곧 관렴(棺殮 : 입관하는 것)이 있을 것이라 하옵니다. 산 : (착잡하다) ...그래?... 남사초 : ....... 산 : ...내...진작 원빈을 찾았어야 했는데.... 이처럼 기막힌 일을 겪게 될 줄 내 짐작조차 못했네. 남사초 : .... 산 : 궐에 들어와...1년도 안 되어 이리 허망하게 짧은 생을 마감하다니..... 모든 것이 내 불찰이네. 내가 좀 더 살뜰히 원빈을 살폈어야했는데... 내 마음에 다른 뜻이 있어 결국 그리 하질 못한 것이야. 남사초 : ......전하.... 산 : .. 남사초 : ... 산 : 결국...그 힘든 짐을 홍승지한테만 지게 했으니... 남사초 : ......... 산 : ....홍승지는 어찌 하고 있는가? 남사초 : 여전히....숙창궁 원빈마마 처소에 머물러 있다 하옵니다. 산 : (안타깝고) #26. 원빈 처소. 밤 어두운 원빈의 처소 안. 보면, 홍국영이...망연한 표정으로 앉아있다. #27. 동. 밖. 밤 홍국영, 표정 없이 처연한 얼굴로 터벅..터벅 걸어 나온다. 그러다 멈춰 서...어두운 처소를 바라보는 홍국영. 그런 홍국영의 위로.... 궁에 들어오던 날..원빈의 모습...기뻐하던 자신. 왕자를 낳겠다던 원빈의 모습이 떠오른다. 회상을 마친 홍국영, 눈물이 가득 고여 오는데.... 그런 홍국영의 위로 다시.... 그리고 마지막 순간...자신을 용서해달라며... 왕자를 낳고 싶었다던 회한 어린 마지막 말이... 아프게 회상되는데.... 홍국영 : ....마마... 홍국영, 풀썩 무릎을 꿇고..이내 치밀어 오르는 아픔을 이기지 못한 채..눈물을 쏟아낸다. 홍국영 : ..마마! ...불초한 소신을 용서하시옵소서..... 마마를 지켜드리지 못한.... 이 못난 오라비를......용서하시옵소서...마마...... 홍국영, 두 눈에서..아픈 눈물이 흘러내리며.. 두 손을 바닥에 대고...머리를 숙인 채...어깨를 들썩이며 아프게 소리내어 흐느끼고. 카메라...그런 홍국영의 처절한 모습에서...멀어지며 암전된다. #28. 도화서. 전경. 낮 화구와 수레를 이끌고 오가는 다모와 서리들의 모습 보이고. #29. 동. 마당. 낮 송연, 이천, 탁지수, 박영문, 강두치, 초비, 미수, 세모, 시비, 네모, 화원1 등 화원과 다모들 모두 모여있다. 박영문 : (모두의 앞에 서며) 지난 며칠간 원빈마마의 장례 절차로 다들 수고 많았네. 다행히 별 탈 없이 잘 마무리 되었으니 이제 다들 평상으로 돌아가 맡은 바 소임에 충실하도록 하게. 알겠는가? 다들 : 예, 나으리.. 강두치 : 그간 밀린 도화서 일을 나눠야하니 이화사와 탁화사는 나를 따라오도록 하게. 이천, 탁지수 : 예, 나으리.. 박영문 : 어, 감사용은 나 좀 보게. 박영문, 강두치, 이천, 탁지수, 감사용 등 나가고. 다모들만 남자... 초비 : 이제 한시름 놨다. 국상 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자기 얼굴을 만지며) 어우...이 피부 상한 것 좀 봐. 미수 : 그래두...난 좀 맘이 그렇다. 아직 한참 젊으신데 너무 빨리 가신 거 같아서 원빈마마가 좀 가엾기두 하구... 송연 : (착잡하다) 초비 : 솔직히 뭐 자업자득이지... 잘못해서 벌 받다가 그렇게 된 거 아냐? 시비 : 너무해요, 언니. 돌아가신 분한테... 초비 : (좀 무안..그러나 내가 뭘 하는 얼굴이고) 세모 : 하긴..나도 혼전(위패를 모시는 전각)에서 본 주상전하 모습이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는 거 있지? 되게 슬퍼보이시더라... 네모 : 그래, 그래! 나도 그렇드라! 송연 : .....!!..... 다모들, 어두운 얼굴로 안됐다, 가엾다 등의 말을 주고받고. 송연, 착잡해지는데. #30. 주막. 마당. 낮 대수가 있고 옆으로 달호가 있는데.... 막선이 평상에 앉아 이것저것 음식을 싸고 있다. 대수 : 번번히 죄송해요, 숙모. 막선 : 아유, 그런 말 말아. 내가 남이야? 대수 : (머쓱하게 웃는데) 달호 : 그나저나 홍승지께서 이거라도 드시고 기운을 좀 차리셔야 할텐데 말이다.. 대수 : 어떻게든, 그렇게 하시게 해야지. 장례 치르는 내내 퀭한 얼굴로 다니시는데... 속이 상해서 보질 못 하겠드라. 달호 : 왜 아니시겠냐? 마마께서 그렇게 갑자기 허망하게 가시다니.. 그 속이 다 타서 새까매지셨을 거다. 막선 : (휴..OL.) 그러게 말이유! 마마께서 그리 가시는 바람에 속은 내 속도 다 탔수. 국상이 났다고 술을 팔 수가 없으니 원.... 그냥 손님이 뚝..(하는데) 달호 : (기가 막히다. O.L) 뭐어! 지금 이 와중에 그런 소리가 나와? 막선 : (OL) 아니..나랏일은 나랏일이고 내 목구멍은 내 목구멍이지.... 달호 : (눈을 부라리며OL) 이 여편네가 그래도..철딱서니 없는 소리 할래? 못 들었어? 지금 이 나라의 기둥이신 홍승지 영감께서 쓰러지시게 생겼다니까!! 대수 : (달호의 말 들으며 걱정이 어리는데) #31. 대전 앞. 낮 남사초, 박상궁 등이 있고. 홍국영, 관복 차림으로 천천히 온다. 남사초 : (안타깝다) 홍승지... 홍국영 : (담담히, 건조하게) 전하께서 찾아계신다 들었습니다. 남사초 : 그렇네...어서 들게.. 홍국영 : ........ #32. 대전. 낮 산, 자리에 앉아있고. 홍국영, 들어와 산에게 허리 굽혀 절을 한다. 그런 홍국영을 연민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산. (홍국영, 이 씬에서 울먹이지 마세요..) 산 : 어서 앉게... 홍국영 : (자리에 앉는다) 산 : (안타까운 시선으로 보고) 내 분명 하명을 내려 며칠 쉬다 오라 전했거늘... 어찌 하루도 쉬지 않은 채 입궐하고 있는 것인가? 홍국영 : 소신, 맡은 바 책임이 있어 이를 다하려는 것 뿐이옵니다. 허니, 소신의 일은 괘념치 마시옵소서. 전하. 산 : (OL) 그리 할 수가 없네. 자네가 이리 애써 견디려 하는 것이 내게 얼마나 큰 마음의 짐이 되는 지...자네가 어찌 모른다 할 것인가? 홍국영 : ......... 산 : (앞으로 윤지를 내려주며) 자, 받게.. 호당(관원에게 휴가를 주고 공부를 하게 하는 것)령일세... 홍국영 : ....!.... 산 : 지금 자네가 살펴야 할 것은 나와 이 나라 조정이 아니라 바로 자네 마음일세... 허니, 지금은 아무 말 말고 내 뜻을 따르도록 하게. 홍국영 : ...... 산 : 미안하네. 홍승지. 이런 말들로 자네의 마음에 아무 위안도 되지 않겠지만... 원빈을 더 살뜰히 살피지 못한 내 부덕을 용서하게. 홍국영 : ...!...(울컥) 전하! 산 : (안타깝게 보고) 홍국영 : (끓어오르는 슬픔을 애써 참으며...) 망극...하옵니다....전하.... 산 : ......... #33. 숙위소 앞. 낮 강석기, 대수가 있고. 한 쪽에서 홍국영이 천천히 걸어온다. 두 사람, 착잡한 얼굴로 '영감.' 하고 예를 갖추고. 홍국영, 그런 이들을 건조한 무표정으로 바라본다. 강석기 : 며칠 사이 어찌 이리 수척해지셨습니까? 영감. 홍국영 : ....... 대수 : (안타깝다) 너무 애통해하지 마십시오, 영감. 마마께서 허망히 가신 것은 원통한 일이지만.. 전하께오서 친히 명을 내리시어 그래도 성대한 국상이 치러졌으니 마지막 걸음은...편안하셨을 것입니다. 홍국영 : (차갑게 굳어진 채OL) 아니...그렇지 않네.. 마마의 마지막이 어땠는 진...내가 잘 알고있네.. 대수, 강석기 : (멈칫..무슨 뜻인가) 홍국영 : (서늘하다) 성대한 국상이라.... 그것이 대체 무슨 소용이 있는가? 마마께선 원통한 마음에... 차마 눈조차 감지 못하셨는데... 이제 와 그런 것 따위가 어찌 위로가 될 수 있겠냔 말이네.. 대수, 석기 : ...!!... 홍국영 : ....... #34. 궐. 일각. 낮 효의, 김상궁과 가고 있는데.. 멀리 내관과 사령들이 원빈 처소에서 짐을 내오는 모습이 보인다. 효의 : 지금 저들이 뭘 하고 있는 것인가? 김상궁 : ...숙창궁에 소거령이 내려져.. 원빈마마의 처소를 비우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마마. 효의 : 소거령이라니...벌써 말인가? 효의, 안타까움 어려 보고... #35. 원빈 처소 앞. 낮 내관들이 짐들을 옮기고 있고. 최상궁과 나인들 있고 그 앞에 효의와 김상궁이 있다. 효의 : 궐에 남고자 하는 자는 김상궁에게 옮기고 싶은 처소나 각사를 말하도록 하게. 또한, 출궁하고자 하는 자가 있다면 내 이를 금하지 않을 것이니 그리 알고 뜻을 정하도록 하게.. 최상궁을 제외한 나인들 모두 '망극하옵니다, 마마.' 하고 조아린다. 효의, 원빈의 처소를 착잡한 얼굴로 보다가 돌아서는데. 보면, 한 쪽에서 홍국영이 온다. 홍국영, 처소가 치워지고 있고, 그리고.. 그 곳에 효의가 있는 모습에 순간..차갑게 굳어진다. 그런 홍국영을 담담히 보는 효의.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히고... 이내 홍국영, 굳은 얼굴로 효의한테 예를 갖춘다. 효의 : .....원빈 처소에 소거령이 내려 잠시 들렀네.. 홍국영 : ....... 효의 : 홍승지. 원빈의 일은...참으로 애통하게...(하는데) 홍국영 : (O.L) 이처럼 빨리 처소를 치우시다니... 마마께선 정말.... 생전의 원빈마마가 마뜩치 않으셨던 모양입니다. 효의 : (멈칫, 한다) 김상궁 : (뭐냐..놀라고) 홍국영 : ...... 효의 : (당혹스럽다) 홍승지...(하는데) 홍국영 : (O.L) 저는..잘 모르겠습니다, 마마. 원빈마마의 그 일이..... 이렇게 죽음으로 죄를 물어야 할 만큼.... 그처럼 참담한 잘못이었는지 말입니다... 효의 : ....!!.... 홍국영 : ....... 효의 : 죽음으로 죄를 묻다니..... 자네, 지금 그게 무슨 말인가? 홍국영 : (OL) 원빈마마께서......이처럼 허망히 돌아가신 까닭은... 마음에 얻은...병 때문이었습니다. 마마. 그처럼 간곡히 용서를 청했지만... 중전마마께선 끝내 노여움을 풀지 않으셨고... 원빈마마께오선...그 고통과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여... 이처럼 허망히 눈을 감으신 것입니다. 마마께선 정녕.... 그것이 아니라 하실 수 있사옵니까? 효의 : .....홍승지...!! 홍국영 : ..... 효의 : 내, 누이를 잃은 자네의 슬픔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네. 나 또한 그 일에...애통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어! 허나, 아무리 그렇다 한들.... 자네의 지금 그 말은 너무 지나친 게 아닌가? 홍국영 : (OL) 송구하오나....지나친 것은 소인이 아니라 마마셨습니다. 소신, 이 자리에서.....불경죄로 다스려진다 하여도 그 말씀만은 올려야겠습니다. 효의 : ....!!.... 홍국영 : 원빈마마께서 부덕한 실조를 하신 것은 분명 사실이옵니다. 소신, 그것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옵니다! 하오나 그것은.... 하루 빨리 회임하고자 바라는 충심에서 빚어진 실수였습니다. 그것이 잘못이라는 걸 알았을 때... 차마 밝히지 못하신 것은.... 다만, 연세가 미령하신 원빈마마의 나약함 때문이었습니다! 효의 : ...!... 홍국영 : 감히 용서를 바란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저...조금의 자애를 바란 것 뿐이었습니다. 그런 원빈마마의 처지와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려 주셨다면... 마마께선....죽어가는 원빈마마를... 한 번이라도 찾아주어야 하셨습니다! 헌데 마마께선 그조차 하지 않으셨습니다...! 효의 : ....!!.... 홍국영 : ....다른 사람이었다 해도... 정녕 마마께서 그리 하셨겠사옵니까? 원빈마마께오서... 소신의 누이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 해도...... 마마께서 정녕 그리 하셨겠느냔 말입니다!! 효의 : .....!!!..... 홍국영 : (원망이 가득 담겨진 눈으로 효의를 바라보는데) 효의 : ..........(당혹스럽다) 홍국영, 효의를 보는 눈에 원망이 가득 서려있고... 그런 홍국영을 보는 효의, 당혹스럽고 착잡한데. #36. 궐. 효의 처소. 낮 들어오는 효의, 김상궁. 효의, 어두운 얼굴이고. 김상궁, 격앙된 얼굴로 어쩔 줄 몰라 한다. 효의 : (말없이 자리에 앉는다) 김상궁 : (따라 앉으며) 마마...어찌 이럴 수가 있습니까? 어찌 도승지가 마마께 그런 망극하고 방자한 말을 지껄일 수 있단 말이옵니까? 효의 : ........ 김상궁 : 이는 절대 묵과하셔선 안 됩니다. 전하께 고하셔서 엄히 그 죄를 물으셔야 하옵니다, 마마..! 효의 : (OL) 나서지 말게. 김상궁 : (OL) 마마! 효의 : (착잡한) .....홍승지는 누이를 잃었네. ....나를 원망하는 마음이 드는 것은....어쩌면 당연한 것일 게야. 김상궁 : (OL) 마마..그리 넘기실 일이 아니옵니다! 홍승지는...원빈마마의 죽음이 마치 마마의 탓인냥 몰아세웠습니다! 저런 자를 그냥 두었다간... 자칫 마마께 화가 될 수 있음을 어찌 모르십니까? 효의 : .......... 김상궁, 불안하고 걱정스러운데. 효의, 애써 마음에 담지 않으려는 듯 착잡한 시선을 돌리고. #37. 동. 방 안(사가 방 오른쪽). 밤 홍국영, 홀로 앉아 술을 마시고 있다. 옆으로는...홍국영이 마신 듯한 술병이 여러 병 널려 있고.. 홍국영, 잔뜩 취한 얼굴..손조차 가누기 힘든 채로.. 술잔이 넘치도록 콸콸..술을 부어 마신다. 격한 감정과 슬픔에 휩싸인 채..눈에 핏발이 서 있는 홍국영... 그런 홍국영의 위로... 앞 씬...처소를 치우는 곳에 있던 효의의 모습... 그리고...58부, 효의의 앞에 죄를 빌던 원빈의 참혹한 모습이 떠오르는데... 홍국영, 눈동자에 핏발이 서린다. 그 위로... 홍국영 : (마음의 소리) ...소신이...지나치다 하셨습니까? 이런데도..... 정녕 소신이 지나치다 하실 것이옵니까? 중전마마... 홍국영, 눈빛에 마치 광기가 어리듯... 격한 분노의 감정을 누를 수가 없고... 다시 술을 들어..마시는 홍국영의 모습이 오래도록 비춰진다. #38. 동. 일각. 새벽 남사초가 가는 모습이 보인다. 지나가던 내관들이 남사초에게 인사를 하고.. 남사초, 그 인사를 받고..간다. #39. 대전 앞. 새벽 박상궁과 나인들 있는데, 남사초가 온다. 남사초 : 노고들이 많네. (하고) 전하께오선 아직 기침 전이신가? 박상궁 : 아니옵니다. 상선영감. 전하께서 지난 밤에 또 침소에 들지 않으셨습니다. 남사초 : (놀란다) 뭐어....? 또 말인가? 박상궁 : ...... 남사초 : (큰일이다 싶다) 허면, 지금 어디에 계신가? 집무실에 계신 것인가? #40. 산의 서재. 새벽 산이 집무실에서 책상에 가득 놓여진 서안들을 살펴보고 있다. 불이 그대로 밝혀진 채로... 보면, 시간이 얼마나 됐는 지 가늠조차 하지 못하는 듯 집중한 채 서안을 살펴보고...수결을 하는 산의 모습. 그 때, 밖에서... 남사초가 '전하, 남내관이옵니다.' 하는 소리가 들리고 그제서야 멈칫, 하는 산. 산, 고개를 들어...창 밖을 보고는...아차..싶은 표정이 되는데... 남사초,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서면.. 산, 불을 끄고 있다. 산 : ...왔는가?(하고) 내 또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있었군. (미소) 이거 또, 자네의 잔소리를 듣게 생겼어.... 남사초 : (걱정된다) 전하!! 어찌하여 또 집무실에서 밤을 지새우신 것이옵니까? 산 : 함경과 삼남에서 올라온 옥안(자막/獄案 : 재판 때에 쓰이던 조서)을 살피느라 그리 되었네. 남사초 : 전하! 지난 밤에도 침소에 드시지 않으셨사옵니다. 이 달에 들어서만 벌써...(하는데) 산 : (정리하고 일어서며OL) 알겠네. 그만하고 일어나겠네. 그리 하면 되겠는가? 남사초 : 전하!! 지금이라도 침전에 드시어 잠시 침수를 청하시옵소서. 산 : (미소OL) 자네 또, 공연한 소릴 하는군. 지금이면 눈을 떠, 정무를 시작해야 할 시각이네. 모름지기 임금이란 자가, 눈 부릅뜨고 있어야 할 시각에 잠을 청해서야 되겠는가? 남사초 : (OL) 하오나 전하...(하는데) 산 : (OL) 소용없으니 그만하게. 내가 그런 일엔, 예외를 두지 않는다는 걸 모르는가? 모든 만사는....한순간의 나태함에서 무너지는 법이라네. 남사초 : (휴.....저 고집엔 도리가 없다) 산 : (미소) 그래, 오늘 날씨는 어떤가? 쾌청한가? 산, 밝은 표정으로 보는데.... #41. 숙위소 앞. 낮 대수, 강석기, 서장보, 숙위소 군관들 있다. 다들 과녁을 준비하고 수레에 가득 담은 활과 화살을 옮기고 있다. 서장보, 아직 회복되지 않은 듯한 모습으로 한 쪽에 앉아서 참견을 하는데. 서장보 : 거 빨리 빨리 좀 해라!! 진시면 다들 몰려올텐데 그렇게 굼떠서 언제 다 차빌 해놀 거야? 숙위소 군관들, '예, 나으리!' 하고 움직이고. 강석기, 대수, 화살을 옮기다가 서장보의 참견을 피곤한 듯 보며. 강석기 : 저 친구 누가 부른건가? 대수 : 전 아닙니다, 나으리. 서장보 : 거기 강군관, 박군관..두 사람 지금 잡담하는 거야? 강석기 : (차라리 피식 웃고) 대수 : (서장보에게) 아직 다 낫지도 않으셨으면 대체 여긴 왜 나오신 겁니까? 나으리! 서장보 : 뭐야? 지금 그 말투는 내가 나온 게 불만이라 이거냐? 대수 : 그게 아니라...(하는데) 그 때, '주상전하 납시오!' 하는 소리 들리고. 보면, 산이 남사초, 채제공, 박제가, 청년1,2 등 규장각 관원들이 온다. 모두 관복 대신 활을 쏠 수 있는 연무복 차림을 하고 있다. 숙위소 군관들, 산에게 예를 갖추고. 산 : (서장보를 보고) 좀 더 쉬지 않고 어찌 벌써 나온겐가? 서장보 : 이제 괜찮습니다, 전하. 심려 마시옵소서. 산 : 그렇다면 다행이로군. 여기 있는 관원들을 모두 가르치자면 내 힘으론 부족하겠다 싶었는데... 박제가를 비롯한 규장각 관원들, 그 말에 당혹하고. 다들 영문을 모르는 얼굴이다. 박제가 : 전하...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어찌 이 곳에 납시신 것이옵니까? 산 : (보고) 박제가 : 혹 숙위소 군관들의 시사(試射 : 활쏘기 시범)가 있는 것이옵니까? 산 : (미소) 아닐세... 오늘 이 활은 자네들이 들 것이네.. 다들 : .....!!..... 산, 알 듯 모를 듯 미소를 짓고. 규장각 관원들, 무슨 말인가 싶은데. 대수, 강석기, 서장보는 슬몃 미소가 스친다. #42. 동. 일각. 낮 규장각 관원들, 활을 들고 사대에 서 있다. 모두 활을 잡아본 일이 없는 것인지 쩔쩔매고 있다. 산, 채제공, 남사초, 한 쪽에 서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대수, 강석기, 서장보를 비롯한 숙위소 군관들, 규장각 관원들을 곁에서 가르쳐주고 있는데.. 박제가, 화살을 날려보지만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고. 이내 시범을 보이는 강석기. 정확한 자세로 시위를 당겨 화살을 날리면 깨끗하게 날아가 과녁의 중앙에 명중한다. 다들, 그 모습에 조금 놀라운 듯 보고. 서장보도 그 곁에서 힘겹지만 청년1의 어깨를 붙잡아 자세를 교정해 준다. 청년1, 시위를 당기다 힘이 부족해 놓치고, 그 바람에 팔꿈치로 서장보의 환부를 건드린다. 서장보, '억' 소리를 내며 무릎이 꺾이고. 놀라 어쩔 줄 모르는 청년1. 그 모습에 다들 웃고. 이내, 산이 직접 앞으로 나아가 청년1을 살펴준다. 다들 힘든 기색이 역력하지만, 어쨌든 최선을 다하려 하고. #43. 궐. 일각. 낮 야외 정자 같은 곳. 산, 채제공, 남사초, 박제가를 비롯한 규장각 관원들과 대수, 강석기, 서장보가 자리해 있다. 그 앞에 상이 차려져 있고..다들, 식사를 하고 있다. 규장각 관원들, 힘든 지 수저도 제대로 못 든다. 산, 그 모습에 슬몃 미소를 짓고. 산 : 다들 죽겠다는 얼굴들이로군. 다들 : (표정) 박제가 : 송구하오나 사실 그러하옵니다. 소신들 모두 평생 서책에만 파묻혀 살아온 문관들이옵니다. 하여, 이제껏 한 번도 활을 들어 본 적이 없는지라 이리 갑자기 활을 쏘는 것이 고되옵니다. 산 : 그런가? 박제가 : 예...전하. 산 : (짐짓) 그렇다면, 내일 다시 해야겠군. 다들 : (당황) 박제가 : 예에? 산 : 남내관! 오늘 규장각 검서관들이 모두 몇 순을 쏘았는가? 남사초 : 10순(50발)이옵니다, 전하.. 산 : 서너 식경은 족히 있었던 듯 한데 고작 10순이란 말인가? 강군관! 자네 혹 예전에 나와 함께 몇 순을 쏘았는지 기억하는가? 강석기 : 예, 전하! 사흘동안 모두 120순을 쏜 것으로 기억하고 있사옵니다.. 더욱이 절반 이상을 관중하지 못하면 집에 돌아가지도 못했사옵니다.. 다들, 허걱..놀라고. 대수, 강석기, 서장보, 슬몃 미소를 짓고. 산 : (농조로) 이거 지레 겁을 먹고 줄행랑을 놓을지도 모르니, 감시를 더 철저히 해야겠군... 박제가, 다들 : (당혹) ...!!... 산 : 걱정들 말게. 매일 하다 보면 인이 박힐테니. 내 세손 시절 익위사들도 그리 가르쳤다네. 박제가 : 저...전하....(하고) 검서관들 : (사색이 되고) 대수, 석기, 장보 : (그 모습에 피식 웃는데) 산 : (하하, 웃는다) 농일세... 자네들은 문관이니 그리 하진 않을 것이야. 허나, 그렇다 해도 매일 10순의 화살을 쏘아야 할 것이니.. 그리들 알게. 서장보, 강석기, 대수..미소를 짓고. 산 : 글을 읽어 정신을 바로 세우듯 몸도 함께 닦아야 하네. 책상물림으로 서책에만 묻혀 있다 보면 자칫 문약해져 권도를 이루지 못할 수도 있지.. 허나 난, 자네들이 지용을 겸비하여 이 나라 조선을 올바른 길로 이끌어주길 기대하고 있네. 내 뜻을, 알겠는가? 일동 : 예, 전하. 산, 규장각 관원들을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규장각 관원들, 그런 산의 뜻에 수긍하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44. 산의 서재. 낮 산, 서책을 보고 있다. 그 때, '전하...숙위소 종사관 박대수 입시이옵니다.' 하는 남사초 목소리 들리고. 대수가 들어온다. 대수 : 전하... 산 : 어서 오너라. 대수 : (앉고) 산 : 그래...홍승지가 어찌 지내고 있는 진, 알아보았느냐? 대수 : 예, 전하. 홍승지 영감께서 연화동에 있는 기방에 계셨습니다. 그 곳에서 며칠 째 곡기도 끊으시고 모주(謨酒)만 하고 계신다 하옵니다. 산 : ....!!.... #45. 기방. 밤 불조차 밝히지 않은 어두운 방 안. 홍국영, 술상을 앞에 놓고 홀로 앉아 있다. 온통 어지러운 방....보면, 홍국영... 헤쓱해진 얼굴에 퀭한 모습이고... 두 눈은..흡사 광기 같은 것이 어려 있는 듯... 서늘하게 빛나고 있는데... 그런 홍국영의 모습이..위험하게 느껴지고.... #46. 궐. 숙위소. 집무실. 밤 대수, 강석기, 서장보...서안들을 살피고 있다. 서장보 : (서안을 툭 내려놓고) 귀찮다! 귀찮어... 영감께서 안 계시니 의욕도 없고 맘도 심난한 게...영, 일도 손에 안 잡히네. 강석기 : 자네까지 이러면 어쩌는가? 해야 할 일은 산더미가 아닌가? 대수 : (OL) 그나저나 큰일입니다. 전하께서도 홍승지 영감 일로 걱정이 많으신 듯 한데... 저희가 영감께서 계시는 기방에 한 번 가 보는 게 어떨까요? 서장보 : 그래.. 그게 좋겠다...(하는데) 그 때. (E) '그럴 필요 없네.' 하는 소리 들린다. 보면, 홍국영이 관복을 입고 안으로 들어온다. 모두, 놀라 '영감!' 하고. 대수 : 영감!! 괜찮으시옵니까? 홍국영 : (차갑고 건조하게) 무엇이 말이냐? 대수 : 예? 아니, 그러니까...(하는데) 홍국영 : (OL) 지금 당장, 숙위소 군관들은 물론 금군에게도 기별을 넣게. 시급히 처리해야 할 일이 있으니 모두 모이라고 말이네! 강석기 : 영감... 홍국영 : 뭘 하고 있는가? 어서 서두르게! 세 사람, 홍국영의 서슬에 놀라 '예, 영감!' 하고 나가고. 홍국영, 서늘한 눈빛을 빛낸다. #47. 산의 서재. 밤 산, 채제공 있다. 산 : 지금 뭐라 하셨습니까, 대감? 이 시각에 홍승지가 입궐을 했단 말입니까? 채제공 : 예, 전하. 하온데...지금 숙위소 군관들과 금군들을 모두 모아 궐 밖으로 나설 것이라 하옵니다. 산 : 무엇 때문에 말입니까? 채제공 : 그것이...지난번 전하를 저격하려 했던 역당의 무리를 잡아들일 것이라 하옵니다. 산 : ...!!!...뭐라구요..? #48. 숙위소. 집무실. 밤 홍국영, 정순이 건넸던 서안을 본다. 그 위로. 정순 (소리.E) : 지금 도성에...임금을 부정하고 왕조에 반하는 무리들이 모여 회합을 갖고 있다는 말이 떠돌고 있네. 허니, 그것을 한 번 알아보게. 홍국영, 서안을 꽉 쥐는데. #49. 어느 마당. 일각. 밤 최석주, 어둠 속에서 초조한 얼굴로 서 있는데.. 그 때, 한 쪽에서 나타나는 검은 그림자. 민주식이다. 민주식 : 대감. 최석주 : 왔는가? (하고) 그래, 마마께서 이른 것은 어찌 되었는가? 민주식 : 예, 심려 마십시오.. 모든 일은, 차질 없이 준비되어 있을 것입니다. 최석주 : ....!.... 민주식 : ........ #50. 궐. 일각. 밤 숙위소 군관들과 병사들 그리고 금군들이 모두 도열해 있다. 홍국영, 그 앞에 서고. 홍국영 : 오늘 해시 용동 인근에서 역당의 무리들이 회합을 할 것이다. 이들은 지난번 전하를 시해하려 했던 대역무도한 죄인들이다.. 다들 : ...!!... 홍국영 : 저항한다면 가차없이 목을 베도 좋다. 한 치의 사정도 두어서는 안 될 것이다! 참혹한 역도의 무리들을 반드시 한 놈도 빠짐없이 모두 잡아들여라. 알겠느냐! 모두, '예, 영감!' 하고 입을 모으고. 홍국영, 결연한 시선으로 본다. #51. 궐문. 밤 궐문이 열리고. 말을 탄 숙위소 군관들과 금군들 수십이 무서운 기세로 달려나간다. #52. 도성. 일각. 밤 산 아래 자리잡은 그리 크지 않은 규모의 집. 사내 서너 명이 그 앞에 서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문을 두드리면. 이내, 문이 열리고 사내1이 나온다. 사내들 들어가면, 주변을 살피고 얼른 다시 문을 닫는다. #53. 거리. 일각. 밤 어두운 밤거리. 인적이 드문 길을 누군가 걸어가고 있다. 보면, 욱이다. 욱, 그러다 길 한 쪽에 몸을 웅크리고 거적 위에 앉아있는 젊은 여자와 남매를 본다. 욱, 이내 다가가서 품에서 엽전을 꺼내 몇 개를 그 앞에 내려 놓고. 아이들을 따뜻하게 보고 다시 걸음을 옮기려는데. 그 때, 어디선가 급히 말을 달리는 소리가 들린다. 돌아보면, 저만치서 대수, 강석기, 서장보를 위시로 한 말을 탄 군사들이 무서운 속도로 내달려 앞에 보이는 사거리에서 길을 꺾어 간다. 욱, 한 쪽으로 몸을 피했다가 다시 걸음을 옮기려는데. 순간, 멈칫...군사들이 간 쪽을 보는데...불안한 듯 눈빛이 흔들린다. 순간 욱...걸음을 돌려 샛길로 뛰어가기 시작하는데..! #54. 일각. 방 안(이천 세트). 밤 앞 씬의 사내들이 들어갔던 집 방 안이다. 방 안에 사내들 십여 명이 모여 있다. 나이가 꽤 지긋한 노인도 있고.. 사람들 앞에 서책을 하나씩 놓고 있고. 앞에는 천으로 가려놓은 석상인 듯한 물건이 있다. 그 때, 밖에서 '접니다, 욱입니다!' 하는 다급한 목소리 들린다. 욱, 황급히 안으로 뛰어 들어오고. 사내1 : 무슨 일인가? 욱 : (숨을 몰아쉬며) 군사들이... 지금 군사들이 들이닥치고 있습니다. 모두 어서 피하셔야 합니다. 다들 : ....!!!!!.... #55. 동. 마당. 밤 사내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욱과 사내1이 '뒷문으로 나가 오른쪽 갈림길로 가십시오!' 하며 안내를 하고. 그 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 들리고. '문을 열어라! 문을 열어라!' 하는 소리 들린다. 모두, 충격어린 얼굴로 어찌 할 줄 모르고. #56. 동. 대문 앞. 밤 홍국영, 대수, 강석기, 서장보 등 숙위소 군관들과 금군들이 앞에 있다. 홍국영 : 부셔라..! 군관들 : 예..! 군관 둘이 도끼로 문을 내리찍고. 순식간에 파해지는 문. 군사들 안으로 몰려 들어간다. #57. 동. 마당. 밤 군사들이 들이닥치고... 순간, 마당에서 우왕좌왕하던 이들... 사색이 되는데...칼을 들이대는 군사들. 누군가 도망치려 하면..순간 칼에 베이고... 홍국영, 그 모습 냉정하게 지켜보는데..그 때, 한 쪽에서 대수가. 대수 : 여기 뒷문이 있습니다. 영감! 홍국영 : (달려와 보고) 잔당들이 도주를 했다. 반드시 놈들을 찾아내 모두 잡아들여야 할 것이다. 알겠느냐? 군사들, 예...하고 흩어지고. 홍국영, 매서운 눈빛을 빛내는데. #58. 산길. 밤 사내1과 욱이가 뛰어가고 있다. 욱...뒤를 돌아보면, 노인이 뒤쳐져 있다. 노인, 힘겹게 숨을 몰아쉬고.. 욱, 안되겠다... '어르신!' 하고 쫓아가 부축한다. 사내1 : 뭘 하는가? 욱 : 먼저 가십시오..제가 모시고 가겠습니다. 그 때, '저기다!' 하는 소리 들리고. 뒤를 돌아보면, 군사들이 몰려온다. 사내1, 어쩔 수 없이 몸을 피하고. 욱이도 사력을 다해 움직이는데. 그 때, 뒤쪽에서 화살이 날아들어 욱의 옆을 스친다. 욱, 흔들리는 눈빛으로 뒤를 돌아보면 순간...노인을 향해 화살이 날아들고... 그대로 몸으로 가로막는 욱의 어깨에 화살이 꽂히는데..! #59. 도화서. 대화실. 밤 화원으로는 송연이 혼자 의궤를 그리고 있다. 보면 한쪽에서 미수, 시비, 세모, 네모 등 다모들..일이 끝난 듯 앞치마를 벗고 있는데.. 초비 : 아직 안 끝났니? 우린 지금 나갈건데... 송연 : 먼저들 가세요. 전 아직 일이 남아서요. 초비 : (쯧..) 안됐다....이럴 땐, 너 화원인 거 하나도 안 부럽다니까! 난 바빠서 이만.. 송연 : (미소 짓고) #60. 도화서 밖. 밤 도화서 밖의 구석진 곳 담벼락 아래.. 누군가의 힘겨운 발이 그 곳으로 향하고 있다. #61. 동. 일각. 밤 송연이 화실의 문을 잠그고 나선다. 송연, 휴...힘든지 잠깐 한숨을 내쉬고 이내 밝은 표정으로 나서는데.... #62. 동. 밖. 밤 송연이 밖을 지키는 사령들한테 밝게 인사를 하고 나온다. 송연, 어두운 길을 걸어가는데.... 그러다 순간 송연, 뭔가 이상한 것을 느끼는지 멈칫한다. 뭘까..잘못 들었나 하는 표정... 그 때, 순간..어둠 속에서 누군가의 신음 소리가 들린다. 놀라는 송연, 소리가 나는 곳으로 가 보는데... 보면 그 곳에...피투성이가 된 욱이가 쓰러져있다. 놀라는 송연. 송연 : ....저기요. 여..여보세요, 괜찮으세요...? 하고 송연, 얼굴을 보면...일전에 마주쳤던 바로 그 사내다. 송연, 놀라고... 송연 : ...이 사람은.....! 욱 : (신음) 송연 : ..이봐요! (상처들을 보며 놀라며) 눈 좀 떠 봐요. 여기 좀 도와주세요. 송연, 피투성이가 된 욱이를 안아 일으키고 도움을 청할 곳이 없나, 둘러보며 절박하게 소리치는데. 송연 : 누가 좀 도와주세요...아무도 안 계세요..? 여기 사람이 다쳤어요....여기 좀 도와주세요...!! 송연, 심하게 다친 욱이를 바라보며 놀라는데..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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