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 6
<이 산 6 부>
S#1. 나루터. 낮 (5부 엔딩)
산. 나루터에서 관료의 이야기를 들으며 조공물목을 검수하고 있는데.
그때 한쪽에서 남사초가 급히 온다.
남사초 저하...! 큰일 났습니다..!
산 (본다)
남사초 저하! 큰일났습니다. 저하 이 일을.....(귀속 말로 뭔가를 얘기한다)
산 (충격 받은 얼굴)
S#2.동. 일각. 낮
산, 남사초와 함께 급히 온다. 보면, 웅성거리며 모여 있는 사람들.
다리 아래로 강물에 시체가 떠 있는데. 순간, 시체를 확인하고 굳어져 사색이 되는 산.
산 ...저건....!
남사초 한내관입니다. 저하
산 .....!.....
남사초 안가에 나타나지 않아 설마 했는데... 그래도 이런 일을 당했을 거라곤.... (흐린다)
산 (분노 어리는) 저들의 짓인가? ...또....저들의 짓인가?
남사초 (안타깝고 참담하다)
산 .....!!....
산, 포졸들이 한내관의 시체를 강에서 건져내는 것을 울분에 찬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산 한 내관의 시신을 봐야겠네.
남사초 (놀라는) 저하!
산 좌포청으로 갈 것이네! 가서 시신을 검시하고, 어떻게 죽었는지 누가 죽였 는지 알아낼 것이야!
산, 분노가 서린 얼굴로 가려는데. 순간 산의 앞을 가로막고 나서는 남사초.
남사초 아니되옵니다, 저하!
산 비키게!
남사초 아니되옵니다. 지금 저하께선 나서시면 안됩니다.
산 (OL) 비켜라! 남내관!
남사초 (OL)저하! 시신을 검시한들 무엇이 있겠습니까? 저들은 분명, 한내관에게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았을 것입
니다. 허면, 무어라 하실 것입니까? 좌포청에 가시면 그 사실이 궐에 알려 질텐데 그땐 어찌하실 작정이십니까?
산 .....!.....
남사초 누구보다 저하께서 잘 아시지 않습니까? 저들은 또, 무엄하게도 저하께서 광증에 걸렸다 할 것입니다! 그것을 빌미로 저하를 음해하려 할 것입니다!
산 뭐라 해도 상관없어 (울분) 저들의 목전에 다 왔었네 이번엔 저들을 잡을 수도 있었어 난 알아야겠네. 누구 짓인지 이번엔 꼭 알아내야해!
순간, 남사초 참담하고 비장한 얼굴로 산의 앞에 무릎을 꿇는다.
남사초 저하!!
산 (당혹) 남내관!
남사초 참으셔야 하옵니다. 지금은 참고 견디셔야 하옵니다 저하!
산 ....!....
남사초 (가슴 아프다) 일을 그르친 소신의 아둔함을 용서치마시 오소서.
고작 이렇게....참고 견디시란 말씀 밖에 드리지 못하는 소신의 불충을 용 서치 마시오소서. 하오나 지금 저들에게 저들이 원하는 걸 주셔선 아니되 옵니다. 마음을 다잡으시고 한 번 더...견디셔야 하옵니다 저하.
산 .....!!....
산, 참혹한 심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는 남사초를 보며 그런 남사초를 고통스럽게 바라보는 산.
S#3. 동. 일각. 낮
나루터 일각. 사람들 웅성거리며 보는 가운데 포졸들이 한내관의 시체를 들것에 옮기고 있다. 시신에 하얀 천이 덮여지고 포졸들 이내 시신을 옮기는데.
보면,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산과 남사초.
산 (착잡한)....한내관에게 식솔이 있는가?
남사초 예...내자와 모친이 있습니다.
산 (미안하고 마음 아프다) 그들을 잘 살펴주게. 그리고...다신 내 앞에서 불 충이란 말을 담지 말게.이제껏 날 살린 건 자네의 충심이었어.
남사초 .....!.....저..하...
산 (고마움이 담긴 쓸쓸한 미소)
산, 착잡한 얼굴로 멀어지는 한내관의 시체를 보다가 이내 걸음을 돌린다.
그때, 산을 따라 움직이려던 남사초. 문득 뭔가를 발견한 듯 멈칫, 하는데.
남사초 저건...!
산 (본다)
남사초 저하, 잠시만 기다려주시오소서.
하고 남사초, 급히 어디론가 간다.산, 의아한 얼굴로 보면.
남사초, 물가 구석진 곳으로 황급히 내려가는데. 보면, 그곳에 물에 젖고 흙이 묻은 채 처박혀 있는 봇짐. 남사초, 눈빛을 빛내며 그것을 들어보는데.
산 (다가와서) 무슨 일인가?
남사초 (봇짐을 보이며) 한내관의 것입니다 저하.
산 ....!!....
S#4. 도화서. 창고. 낮
어둡고 음습한 창고 안. 송연, 밤새 힘들었는지 초췌한 얼굴로 앉아있는데..
보면, 걱정과 두려움이 가득한 송연의 얼굴.
S#5.동. 일각. 낮
이천, 강두치의 앞으로 송연이 그렸던 그림을 내놓는다.
이천 ..이게...그 아이가 그린 것입니다. 보십시오,
분명 파지에 버리는 안료로 그렸습니다.
강두치 (흘끗 보고, 탁자 옆으로 민다)
이천 제발 선처해주십쇼. 도화서 물건에 손을 댈 아이가 아닙니
다.
강두치 (진법도 넘겨보며) 그건 재물조사를 해 보면 알 일이고..
이천 나으리..
강두치 (귀찮고 관심 없다)
이천 (낭패감 어리고)
S#6. 동. 일각. 낮
탁지수가 도화서 잡역부, 서리들과 함께 장부를 놓고 도화서 물품의 수량을 점검하고 있다. 노기 어려 살벌하게 기세등등한 탁지수의 얼굴.
보면, 웅성거리면 한쪽에서 지켜보는 다모들과 화공들. 오다가 그 모습을 보고 얼굴 굳어지는 이천. 큰일이다.
S#7. 동. 창고. 낮
송연, 초조한 얼굴로 서성이고 있는데. 그때, 밖에서 닫힌 문을 여는 듯한 기척.
송연, 움찔..놀라 보는데. 보면, 문이 빼곰히 열리며 고개를 들이미는 이천.
이천 (낮게) 송연아!
송연 (놀란) 나으리!
이천 (주변 살피며, 다급하게) 나와라. 어서.
송연 ....!....예?
이천 (후다닥 들어와서 팔을 잡아끌며) 나오라니까 얼른.
송연 어..어디 가시는데요?
S#8. 동. 일각. 낮
담벼락 일각에 송연과 이천이 쪼그리고 숨어있다.
송연 (당황 ) 예? 도망을 치라구요?
이천 (담벼락 아래 엎드리며) 그래, 날 밟고 올라서서 담을 넘어라.
송연 하..하지만....
이천 (빨리) 지금 탁사용이 재물조살 하구 있다. 거기서 뭐라두 없어졌으면,
넌 큰일나!
송연 그치만, 전 아무것도 안 훔쳤어요.
이천 (답답, 몸 일으키며) 그걸 누가 몰라 이러냐? 여긴 드나드는 사람이 많은 곳이다. 누가 뭐라두 빼돌렸으면 그 덤터길 다 니가 쓰는 거야!
송연 ....!....
이천 전에두 이런 일 때메 화공이 곤장을 맞았다. 화공이 그런데, 다모는 오죽 하겠냐? 매를 맞다가 단매에 죽을 수도 있어!
송연 .....!....
이천 (시간 없다. 다시 엎드린다) 이럴 땐 토끼는 게 상책이다, 송연아.
송연 (망설인다) 그치만..나리...
이천 뭐해. 어서!
하는데, 그때 지척에서 ‘그년은 창고에 있느냐’하는 탁사용의 목소리가 들리는데(크게) 순간, 헉..하고 놀라는 이천. ‘헉’ 하며 엎드린 자세 그대로 마치 황소개구리처럼 몸을 날려 저 앞 풀 섶으로 몸을 숨기는데!
그 결에 놀라고 당황한 송연, 나으리?! 하며 어쩌지도 못하고 이천, 데구르 굴러 처박힌 곳이 아프지만 소리도 못내는 그때.
탁사용 (E) 너..이년. 예서 뭘하는 거냐?
송연 (끝내 들켰구나 하고) ..사용나리.
탁사용 니가 어떻게 밖에...(하다가) 설마, 도망을 치려던 것이냐!
송연 아..아닙니다. 그런 게 아니라..
하면 송연, 풀 섶 쪽을 보는데. 보면, 잔뜩 겁에 질린 채로 모른 척 해 달라 손짓하는 이천. 송연, 아..어쩌면 좋지..싶은데.
탁사용 ...발칙한 년..! 죄를 뉘우쳐도 모자랄 판에, 도망을 쳐? 오냐, 내 오늘 니 년한테 본때를 보여주마.(하고, 사령들에게) 저년을 마당으로 끌고 가 매 를 칠 차빌 하게.
송연 ....!....
사령들, 예하고 와 ‘가자’하며 송연의 팔을 잡고 그 와중에 이천, 들킬까봐 몸을 웅크리는데.
송연 (끌려가며, 사용에게)나으리..아닙니다..도망치려던 게 아니에요.
하는데, 탁사용 그런 송연을 분노어려 보다가 가면. 이천, 겁에 질린 얼굴. 쪼그린 걸음으로 겨우 나온다.
S#9. 궐. 개유와. 낮
산과 남사초가 한 내관의 봇짐을 풀어보고 있다. 보면, 그 안에서 가죽으로 만든 작은 주머니가 나오는데. 열어보면, 글이 적힌 천조각이 나온다.
보면, 靘衣避水’(정의피수)라 적혀있다.
남사초 ...백우포에 쓰여진 이건 한내관의 필적입니다.
산 (...!...) 정의피수...검은 옷을 입고는 물을 멀리해야한다...
남사초 (당혹) 이게, 무슨 뜻일까요?
산 이건 파자법일세. 뜻이 없는 듯 하나, 글자를 살피면 의밀 찾을 수 있지. 파자로 남긴 걸 보니, 뭔갈 은밀히 전하려 한 거야.
남사초, 난감한 얼굴로 바라보고. 산, 글자를 보며 굳은 얼굴로 생각에 잠기는데.
그러다 순간, 눈빛을 빛내는 산.
산 ...잠깐...이건....!
남사초 ....?!.....
산, 뭔가를 알아낸 얼굴. 흥분한 표정으로 붓을 드는데.
산 이걸 보게. 검은 옷을 입으면 물을 멀리해야하는 까닭...그건, ('靘'의 ‘靑’ 앞에 ‘삼수 변’을 써넣고) 검은 옷은 물에 닿으면... ('靘'의 ‘色’을 가리고) 이렇게 색이 사라지기 때문이야!
남사초 ....!....
산 자, 이제 무엇이 남았는지 보이는가?
보면, 종이 위에 ‘淸’이란 글자가 확연히 드러난다. 남사초, 놀란 얼굴로 보는데.
남사초 이건, 맑을 ‘청’자가 아닙니까!
산 그래, 한내관이 목숨을 걸고 알리려 한 게 이걸세. 청나라의 청....!
바로 청국과 관계된 일에 위험이 있다는 거야!
남사초 (당혹)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하. 청나라와 관계가 있다면
그렇다면 혹.. 이번 사신단 일에 음모가 있을 거란 말입니까!
산 ....!....백우포에 쓰여진 파자법이라.. 청나라 사신단과 관련 있는 한내관의 암시? 이건 대체 무엇을 암시하는 걸까?
남사초 ......
정적들의 새로운 음모가 목전에 왔음을 알게 된 산. 차갑게 굳어지는 표정으로 백우포 천 조각에 쓰여진 글자를 내려다보는데.
S#10. 깍정이패 소굴 앞. 낮
크고 은밀한 창고 느낌의 소굴 앞. 네다섯의 깍정이패들이 평차를 옮겨와 세워두는 것이 보인다. 보면, 앞으로 십 여대의 평차가 있는데. 그 위로.
대수 (소리)글쎄, 안한다니까.
S#11. 동. 안. 낮
음침하고 어두운 소굴 안. 대수가 패거리의 두목인 깍정이패1과 있다.
깍정패1 (당황스럽다) 뭐 안해?
대수 그래, 안해. 다신 쌈질 안 할거니까 그렇게 알어!
깍정패1 (기막히다) 얌마, 이 일이 어떤 건지 알고 그래? 돈도 돈이지만, 일만 잘 되믄 조정에 우릴 봐줄 든든한 뒷 배가 생긴다구!
대수 글쎄, 뒷배고 앞배고 난 발 뺄 거야. 처음부터 난, 패에 끼는 건 아니라구 했잖아.
깍정패1 이 자식이..! 그래서 발 빼면! 관두면 니가 뭘 할건데.
대수 (머뭇거리다가) ....무과(武科)볼 거야!
깍정패1 뭐어? 무과?
대수 (흠흠...)
깍정패1 (기막혀서 말도 안나온다) 허, 무관이 되겠다고? 니놈이?
대수 ..그....그래. 그러니까 앞으로 나 찾지 말라구. 알았어?
하고 대수, 일어나서 가려는데.
깍정패1 같이 사는 계집 때문이냐?
대수 (멈칫) 뭐?
깍정패1 왜, 고 계집이 홍패(무과에 합격하면 받는 것) 를 받아와야 옷고름 풀어준 대?
대수 (당황) 뭐라는 거야? 지금
하는데, 그때 깍정이패1, 대수의 앞으로 돈꾸러미를 툭 던지다. 많다. 놀라는 대수.
깍정패1 어음까지 들은 오십 냥이다.
대수 ....!....
깍정패1 무관지 개관지, 그게 니놈 대가리로 금방 되겠어? 우선 계집부터 방에 들 어 앉혀야 할 거 아냐. 이걸로 활옷에 족두리라도 씌워줘.
대수 ....!!....
깍정패1 니가 꼭 할 게 있어서 그래. 누이 좋고 매부 좋게 한번만 가자. 어?
깍정이패1, 살피듯 대수를 보고 대수, 갈등이 어리는 얼굴로 돈 뭉치를 바라보는데.
S#12. 달호네 집 앞. 거리. 낮
대수, 돈을 세면서 걸어온다. 엽전을 하나하나 손바닥에 굴리다가..
대수 (에이, 모르겠다) 그래, 딱 한판만 화끈하게 뛰고 접자.
하는데, 그때 달호의 목소리.
달호 얌마! 박대수!
대수, 놀라 보면 저만치 앞에 달호가 씩씩대며 오고 있는데.
달호 (답답) 이놈아, 어떻게 된 거야? 어딜 갔다 이제 기어들어 와?
대수 (은근슬쩍 돈 꾸러미를 감추며) 왜....왜 또 보자마자 잔소리셔?
달호 (으이구!) 큰일났어 이 자식아. 지금 송연이한테 사단이 나게 생겼다구.
대수 (놀란다) ....뭐?
달호 아까 종이 대러 도화서에 갔는데. 일이 터졌댄다.
송연이가 누명을 쓰구 쫓겨나게 생겼대.
대수 ...!....
대수, 충격을 받고 놀라는 표정.
S#13.동. 일각. 낮
송연, 사령들에 의해 끌려온다.보면, 도화서 사람들이 모두 쭉 둘러서 있고.
강두치와 탁지수가 노기 어린 얼굴로 있는데. 미수, 걱정되어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이고. 그때, 뒤따라와 미수의 옆으로 오는 이천.
미수 나리..송연이 좀 살려주세요..
이천 (흑....어쩌면 좋아..나 때문에..)
보면, 사령들에 의해 마당에 꿇려지는 송연.
송연 (절박하다) ...나리 저는 도화서 물건을 훔쳐내지 않았습니다. 도망을 칠려 던 것도 아니에요. 정말입니다, 나리!
탁지수 닥쳐라 이년. 누가 너한테 입을 놀리라 했느냐!
송연 ....!....
탁지수 내 재물조사에서 별다른 것이 없어 널 그냥 쫓아내는 걸로 끝내려고 했 다. 헌데, 도망을 치려던 걸 보니, 니년이 분명 켕기는 게 있는 게야!
송연 ...!...
탁지수 (강두치에게) 보시대로 저년의 죄가 이와 같으니 장 삼십대를 쳐 내치고, 도화서의 기강을 바로잡겠습니다. 나리
강두치 그리하게.
탁지수 들었느냐. 저년에게 장 삼십대를 쳐라!
송연 ....!!....
순간, 장 삼십대라는 말에 술렁이는 사람들. 이천, 안되겠다. 겨우 용기를 내어.
이천 (탁지수에게) 나리...장 삼십대면 죽을 수도 있습니다. 없어진 것도 없는데 한번만 자비를...(하는데)
탁지수 어허, 자네가 나설 자리가 아니네! (하고) 뭣들 하느냐! 어서 저년을 쳐라.
사령들, 송연을 일으켜 형틀에 끌고 가는데.
송연 나리...용서해주세요. 제발...용서해주세요 나리..!
그러나 사령들, 송연을 그대로 형틀에 묶으려하는데. 바로 그때, ‘이게 뭐하는 짓인가’하는 목소리! 사람들, 놀라 돌아보면 그곳에 화공 몇몇을 대동한 박영문이 노기 어린 얼굴로 서 있는데.
박영문 도화서는 예를 행하는 곳이다. 헌데, 여기서 사사로이 매를 치다니 대체 이게 무슨 짓이야?
탁지수 ....송구합니다...별제나으리. 다름이 아니오라, 저 아이가 도화서의 규율을 어겨...(하는데)
박영문 (OL)탁사용. 자네가 재물조살 했단 소린 들었네.그래, 무엇이 없어졌는가.
탁지수 예..? 그..그것이 딱히 없어진 것은 없지만...
박영문 (OL)그걸 말이라고 하는가! 없어진 것도 없는데, 매를 친단 말인가!
탁지수 (찔금)
강두치 (나선다) 제가 허락했습니다.
박영문 ....!....
강두치 훔쳐낸 것은 없지만, 저 아이가 발칙하게 도화서에서 그림을 그렸습니다.
하여, 도화서의 위엄을 바로잡고자 그런 것이니 모른 척 넘어가주시지요.
박영문 난 허락할 수 없으니 그만 풀어주게.
송연 ....!...
강두치 (당황) 하, 하지만 제가 이미 허락한 일을...
박영문 (OL) 이곳의 책임자는 자네가 아니고 날세!
강두치 ....!....
탁지수 ....하지만...다모가 규율을 어기고 그림을 그렸습니다 나리.
어찌 이런 일을 그냥(하는데)
박영문 (OL)어허! 그런 규율이 어디 적혀있는가.
탁지수 (멈칫) ...예...?
박영문 말해보게. 다모가 붓을 들어선 안 된단 규정이 어딨는가 말일세.
송연 ....!....
박영문 나는, 다모가 파지에 낙서조차 할 수 없단 말은 들어본 적이 없네.
허니, 그런 규율이 적힌 것이 있으면 가져오게. 그땐 자네들 뜻대로 해줄 것이니.
강두치 ....!....
송연 .....!!....
박영문 (사령에게) 뭣하고 섰는가? 어서 풀어주라니까!
사령들 예, 나으리..
사령들, 송연을 풀어주고. 이천과 미수, 송연아..하면서 달려가는데.
보면, 불쾌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강두치와 눈치 보는 탁지수.
천만다행, 십년감수한 송연...멍한 얼굴로 돌아서 가는 박영문의 뒷모습을 바라보는데.
S#14. 도화서 일각. 낮
이천, 박영문이 있다.
이천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별제나리.
하는데, 그때 이천의 앞으로 박영문이 #9의 송연의 그림을 내민다.
박영문 ...여기 탁자에 이런 것이 있더군. 이게 그 다모 아이의 그림인가?
이천 ....!....(낭패다. 추궁이라고 생각한다) 예...그..그렇습니다.
박영문 (담담한 톤) 이건, 세손저하의 화제(畵題)를 보고 그린 것 같은데...
이천 (무슨 뜻인지 모른다) 예, 하지만 심려 마십시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 록 제가 주의시키겠습니다.
박영문 (가만, 그러다가) 이번 화사(畵事)에 화공을 따라 궐에 들어갈 다모가 모 두 몇인가?
이천 ...다모요? 다모라면, 전부 해서 넷입니다. 헌데...그건 왜 물으시는지요?
박영문 ........
이천 고맙습니다. 별재나으리…
이천, 대답 없는 박영문을 의아하게 보고 박영문, 대답대신 송연의 그림을 담담한 시선으로 바라보는데.
S#15.동. 일각. 낮
다모들의 탈의실.송연이 어지럽혀진 짐을 정리하고 있고 옆에선
미수가 그걸 도와주고 있다.
미수 내가 너 때문에 놀란 거 생각하믄! 하늘이 도왔기 망정이지 어쩔 뻔 했냐.
송연 ...미안해, 걱정시켜서.
초비, 세모 저희끼리 이야기하다.
초비 정리 다 됐으면 밀린 빨래부터 해.
송연 예, 언니.
미수 (으이구 저건 꼭..)
송연 (괜찮다, 하지 말라는 눈짓)
그때, 이천이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다.
이천 송연아! 큰일났다. 진짜 큰일났어.
송연 (....!...) 나으리..?
갑작스런 이천의 등장에 모두 놀라 본다.
미수 (미치겠다) 큰일이라뇨? 나으리. 또 뭔데요!
송연 (무슨 일인가, 걱정 어려 보는데)
이천 널...널 데려가신댄다! 박 별제(別提)께서 이번 화사(畵事)에 널 데려가신 대.
송연 .....!....
이천의 말에, 모두 놀라는데.
송연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화사에 데려가신다니... 그럼....제가...수종다모(隨 從茶母)로 궐(闕)에 간단 말씀이세요?
이천 그래, 그렇다니까! 아니, 니가 어떻게 수종다모가 되냐.
대체 이게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 어?!
미수 (세상에, 그런 말두 안 되는 일이) 송연아..?
송연 .....!!!....
궐에 간다니...송연, 너무나 충격적인 말에 멍해지는데.
S#16. 도화서 밖. 낮
대수와 달호가 도화서를 지키고 서 있는 사령들과 실갱이를 벌이고 있는데. 대수, 금방이라도 문을 부술 듯 서슬이 퍼렇다.
대수 아 글쎄, 볼 일이 있어 온 거니까 말루 할 때 비키라구요. 예?!
사령 야 임마. 너야말로 창자에 구멍 나기 전에 썩 안 꺼져?!
하며, 사령, 들고 있는 창을 움켜쥐는데.
달호 (무섭다) ...대수야. 나랏일 하느라 고생하는 분들한테 이럼 안돼...(잡는데)
대수 (뿌리친다) 아, 좀 놔봐 삼촌! 야, 그래, 그럼 얼른 창자에 구멍내고 문 열 어. 송연이 데리러 왔으니까 비키라구 자식들아!
하면서 대수, 몸으로 사령들을 밀어붙이는데. 그때.
송연 대수야..! 아저씨..!
대수와 달호, 송연의 소리에 놀라 보면.
그곳에 송연이 놀란 얼굴로 서 있는데.
대수 송연아..!!
달호 아이구, 송연아!
보면, 눈물이 그렁한 채 기뻐 어쩔 줄 모르는 얼굴로 보는 송연의 모습.
대수 송연아, 괜찮아? 다친 덴 없어?
송연 대수야....내가 궐에 간대...아저씨, 저 궐에 가요!
대수 ...?....
달호 ...?....
대수 궐이라니...그게 무슨 말이야.
송연 나, 이번 화사(畵事)에 수종다모(隨從茶母)루 뽑혔어...그래서, 궐(闕)에 가! 내가 내일 궐에 간다구 대수야.
대수 .....!....
달호 좋겠다.
S#18. 달호네 집. 방안. 밤
송연, 보퉁이에 짐을 싸고 있다. 대수, 옆에서 그런 송연을 선선한 표정으로 보고 있는데.
송연 (들떠서) 내가 수종다모라니, 꿈인지 생신지 모르겠어. 10년씩 된 애들도 못 하는 건데...어떻게 이런 일이 있지? 어?
대수 (송연이 웃으니 좋다) 하여간, 단순하기는. 장 삼십대 맞고 죽을 뻔한 게 그건 그새 쏙 잊은 거야?
송연 (헤헤, 거린다) 응. 너무 좋아서, 언제 그런 일이 있었나 싶어.
대수 (기막힌 듯 보다가) ...그래두 앞으로 그림은 집에서만 그려.
내가 종이랑 붓은 다 구해줄게.
송연 (피식) 말이 되는 소릴 해. 붓이 얼마나 비싼대.
대수 걱정 마. 내가 담비털, 노루털루 쫙 깔아줄테니까!
송연 (말만으로도 좋다, 웃으며 싸는데)
대수 (보다가) 너...이번에 가면...저할 뵐 수 있을까.
송연 (멈칫)
대수 이왕이면 그러면 좋을텐데...
송연 (가만, 그러다가) 응...먼발치에서라두 뵐 수 있으면....
대수 ......
송연 만약...저할 뵙게 되면 말야. 그럼, 저하께서 날 알아보실까?
9년 전 우리 일...기억하고 계실까?
대수 ....!....
송연 아냐. 못 알아 보셔두 좋으니까.. 뵐 수만 있으면 좋겠다...그지..?
대수 (짠하게 보고)
송연, 대수를 향해 웃어 보이고 다시 짐을 싸는데 대수, 그런 송연을 안타깝게 보다가. 짐짓..장난스레.
대수 ...너 혹시 저하께서 못 알아봐두 원망하지 마라. 그건, 다 니가 못나져서 그런거니까..
송연 어..?
대수 몰랐냐? 너, 어릴 때랑 딴판이야. 한참 못생겨졌다구. 어휴...그땐 그래도 귀여운 맛이라도 있었는데...(끌끌)
송연 ...뭐야? 야, 너 말 다했어?
하면서 송연, 보퉁이로 대수를 때리고 대수, 짐짓 아픈 척 하면서 ‘이것 봐 힘만 세져가지고’ 대거리하는데...두 사람 그렇게 장난하며 밝게 미소 짓는다.
S#18. 달호의 집 외경. 새벽
S#19. 동. 마당. 새벽
송연이 마루, 제 옆에 놓여진 보퉁이를 풀어보고 있다.
보면, 그 안에 곱게 개어진 산의 술띠.
송연 그립고 설레는 마음으로 그것을 보고는 이내 다시 곱게 개서 넣는다.
보퉁이를 들고 일어서는 송연. 이제 가는 것이다. 송연, 마냥 가슴이 뛰고.
S#20. 궐 일각. 낮
청국 사신을 맞을 준비를 하는 분주한 궐 안 풍경.
1. 수랏간. 음식을 만든다.
2. 악공들, 악기를 점검하는 그림.
3. 모화관에 차일이 쳐지고, 상들이 운반된다.
금군들 경계를 강화하는 모습 등이 비춰지고.
S#21.동. 대궐 일각. 낮
분주한 궐로 입궁하고 있는 도화서의 화공단들.
박영문, 이천을 비롯한 화공들과 사령들. 초비 세모 그리고 송연.
보면, 송연 들뜬 얼굴로 주변을 연신 두리번거리는데.
초비 (정말 못마땅) 저런 게 수종다모라니 기가 막혀서 정말.
세모 쟤...그냥 둘 거야?
초비 걱정하지마. 다 생각이 있으니까.
보면,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송연 설레임 가득한 얼굴로 궐 안을 돌아보고.
S#22. 동. 대궐 다른 일각. 낮
멀리 분주히 오가는 내관들, 악공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산과 남사초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남사초 (절박, 걱정) 이제 내일이면 사신이 당도합니다 저하.
산 .....
남사초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이제라도 모든 경계병을 바꾸고
사신영접을 맡은 중신들을 갈아 치우셔야 합니다. 저들 중...누가 무슨 일 을 꾸밀지, 알 수 없는 노릇이 아닙니까.
산 ....아니...그럴 순 없네.
남사초 저하!
산 영접을 담당한 중신들은 청국과의 외교에 노련한 자들이네.
그들 없인..사신단과의 회담을 마칠 수 없어.
남사초 .....!.....
산 지난 번 사신단과의 마찰로 청국과의 교역이 막혀.. 그 모든 폐해를 도성 안 상인들이 떠안았네 허울뿐이라 해도...난 이 나라의 동궁이네.
내 목숨을 부지하려고, 저들을 볼모로 잡을 순 없어.
남사초 하오나 저하...(하는데)
산 (OL) 다른 방법이 있을 게야.
남사초 ....!....
산 그것 말고도...분명 다른 방법이 있을 걸세.
남사초, 걱정 가득한 얼굴로 보고 산, 굳은 표정으로 생각에 잠기는데.
S#23. 동. 집무실. 낮
산과 최석주 홍봉한 홍인한 등을 비롯한 대신들이 있는데. 대신들...모두 당황해하는 얼굴이다.
대신1 대체,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하. 사신단의 영접 일정을 모두 바꾸시겠 다니요.
산 들은 대로요. 사신단과의 회담, 시찰, 그리고 진연과 관련된 일정을
모두 바꾸란 말이오.
대신들, 웅성거리는데. 최석주는 표정의 변화가 없다.
산 살펴본 결과 경들이 올린 안(案)들은 늘 해왔던 구태를 벗어나지 못했소.
내 생각으론, 진연은, 첫날 여독을 풀며 즐기는 게 좋고 시찰은 늘 해오던 사간원, 승문원이 아닌 홍문관, 전함사, 영조사로 바꾸는 것이 낫소.
대신1 하오나 저하, 사신이 오는 것은 내일입니다! 당장 진연만 하더라도 일정을 앞당기는 것은 무리..(하는데)
산 (OL)진연의 가장 큰 문제는 수랏간 일터, 내 그곳 담당 설리를 통해 문제 가 없을 것이란 확답을 받았소.
산의 말에, 대신들...충격을 받는데.
산 (여유 있게) 또, 모화관에서 하던 회담도 이번 기회에 다른 곳으로 장소를 바꿔볼 참이오.
홍인한 (눈치를 살피며)...허면...그건 어느 곳을 의중에 담고 계신지...
산 ....그것은 차차 일러 주겠소. 사신관의 일정을 봅시다.
대신들 ....!!....
산의 말에 술렁이는 대신들 보면, 최석주의 입가로 슬몃 씁쓸한 냉소가 번지는데(뒷통수를 한대 맞았다는 느낌이다)
산, 그런 대신들을 바라보며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S#24. 동. 화완옹주 처소. 낮
최석주와 화완옹주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최석주 (담담하고 건조한, 깍듯이) 그뿐이 아닙니다. 조공품의 하역을 양화진이 아닌 서강으로 바꾸고 사신단의 경계도 어영청에 이관했습니다. 분명, 뭔 가를 알고 있는 겁니다.
보면, 입가에 묘한 미소를 띈 채 차를 마시는 화완옹주.
화완 (찻잔을 내려놓으며) 역시 만만히 볼 아이가 아닙니다. 고작 내시 몇을 데 리고 그걸 눈치채다니..참으로 총명한 아이가 아닙니까.
최석주 이렇게 되면 그날 번을 서는 금군들이 바뀌어 일을 추진하기가 어렵습니 다, 마마. 이번 일은 이쯤에서 접으시는 것이..(하는데)
화완 (OL) 차를 한 잔 더하시겠습니까.
최석주 (난감해서) 마마..
화완 세손이 이토록 일을 크게 벌리는 까닭이 뭐겠습니까.
최석주 (본다)
화완 모르기 때문입니다. 무엇이 숨통을 조일지 모르니 이것도 막아보고 저것 도 막아보려는 게지요.
최석주 ......
화완 (차를 따르며) 허니, 여유를 가지세요! 이판대감 역풍은 역풍대로 바람을 즐길 줄 아셔야지요.
최석주 .....!....
여유로운 미소를 띠며 눈빛을 빛내는 화완.
S#25. 영조의 집무실. 낮
산, 영조와 독대를 하고 있다.
영조 듣자하니, 니가 중신들 약을 바짝 올렸더구나.
산 .......
영조 그건 나만 잘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너도 꽤나 소질이 있는 듯 해.
산 ..송구하옵니다..전하.
영조 (보다가)니 말대로 니가 광증이 아니라면 중신들이나 골려먹자고 일부러 변덕을 부린 건 아닐 테고 (매섭다)....니가 뭘 하는 건지 알고는 있는 게 냐?
산 (....!....)
영조 (본다)
산 예. 잘 알고 있사옵니다. 허나, 소손의 판단이 문제가 있다 여기신다면 (하는데)
영조 (O.L) 아니, 그렇게 말하진 않았다. 설사 그렇다 해도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을 작정이야.
산 ....
영조 난, 사신단의 일을 분명 너한테 일임했다. 죽을 만들든 밥을 짓든.. 그건 니가 알아서 할 일이지.
산 .....!....
영조 허나, 알아는 두거라! 이런 난리법석을 피우고도 니가 죽을 내놓으면
저들은 니 앞에서 보란 듯이 상을 엎을게다 니가 일을 크게 만든 만큼
그 책임도 혹독하게 치르게 될 게야.
산 .....!!....
영조 (보는 표정)
S#26. 동. 대궐 안 도화서 외경. 낮
S#27. 궐안 도화서 대 작업실. 낮
각종 화구를 보관해둔 곳. 송연, 뭔가를 찾듯 두리번거리는데.
송연 대체 안료가 어딨다는 거지?
그러다 송연, 문득 뭔가를 발견하는 얼굴. 보면, 한쪽에 보기에도 화려하고 귀해 보이는 화구들이 보관되어 있는데.
상아주척(상아로 만든 자), 밀화주척(호박의 종류인 밀화로 만든 자),를 비롯 기이한 모양으로 조각된 단계연(청나라 최고급 벼루) 등 진귀한 물건들을 보며 휘둥그레지는 송연.
송연 : 없는 게 없네...상아주척..밀화주척....세상에...단계연두 있어!
그러다 송연, 화구함 하나를 발견한다. 조심스레 열어보면 담비털 붓, 세모필, 사향노루 털등 붓 수 십필이 대중소로 갖춰져 있는데.
송연 ...이게 사향노루털 붓이구나. 이렇게 귀한 게..정말 있다니...!
송연, 조심스럽게 손끝을 가져가보는데 그때, 문이 벌컥 열리며 초비가 안으로 들어온다.
초비 야, 여태 꾸물거리니? 아주, 안료 찾다가 애 셋은 낳구 오겠네.
송연 (놀라서 얼른) 찾는 중이에요, 뭐가 어딨는지 잘 몰라서요.
초비 (짜증) 빨리 찾아서 갖구 나와. 진연(進宴)이 내일로 당겨져서 난리났어, 지금.
송연 (놀란다) 예? 진연(進宴)이 당겨져요?
S#28. 동. 도화서 소 화실. 낮
송연, 안료를 챙겨서 뒤뚱거리며 들고 들어오면 화실 안은 화구를 정리하는 다모들, 의궤를 놓고 상의하는 화공들의 모습으로 몹시 분주한데.
이천 진연이 내일 치뤄지면, 저흰 언제 퇴궐합니까? 원랜, 나흘 뒤가 아닙니까?
탁지수 진연이 끝나면 할 일이 없으니. 다음날 바로 나가야겠죠.
이천 (아쉽다) ...거참, 이번엔 궐 구경 좀 실컷 하려했더니..
안료를 내려놓으며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던 송연, 놀란다.
송연, 조심스럽게 한쪽에서 종이를 정리하고 있는 세모한테 온다.
송연 저기...세모야.
세모 (흘끗) 왜?
송연 진연 때 우린 어디에 있어? ....혹시...세손저하를 가까이서 뵐 수 도 있니?
세모 화공나리들이 여기저기서 그림을 그리시니까 세손저하 계신 곳에도 가고 그래.
송연 ....!!....
세모 근데, 그건 왜?
송연 어. 아냐..아무것도.
송연, 마음이 들뜨는데. 그때 초비가 와서.
초비 안료 찾아왔어?
송연 네.
초비 그럼, 붉은 안료 발색해 놔. 그 정돈 할 수 있지?
송연 네, 그럼요!
송연, 씩씩하게 대답하고 안료를 가져간다. 보면, 그런 송연을 보며 눈짓을 주고받는 초비와 세모.얄밉게 미소 짓는 품새가 뭔가 골탕을 먹일 작정인 것이다.
하지만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송연은 열심히 안료를 개기 시작하는데.
S#29. 궐 일각. 낮
최석주와 홍봉한 홍인한등의 신하들이 도열해 있는 가운데. 한쪽에서 산이 온다.
산 사신단은 어디쯤 왔소?
최석주 이제 곧 모화관으로 당도할 것입니다.
산 ....!.....(드디어..시작이구나)
대신들 (본다)
산 ...갑시다.
산, 움직여 가고..대신들 그런 산을 따라 움직이는데.
S#30. 모화관. 낮
산과 대신들 모화관 앞에 서 있고 사신단을 대동한 대표 태감(환관) 왕유가 온다.
왕유, 산에게 예를 갖춰 인사를 한다.
산 먼 길 오느라 노고가 많았소. 도성으로 오는 여정이 갑자기 바뀌어 혹, 불 편하진 않았소?
왕유 아닙니다. 처음 보는 개성의 풍광에 취하다 보니 어느새 도성이었습니다.
산 (미소 지으며) 역시, 여행을 즐기는 태감께선 좋아하실 줄 알았소.
왕유 예..? 아니, 제가 여행을 즐기는 걸 저하께서 어찌 아십니까?
사람들 다들 보면.
산 태감이 여러 나라를 여행하고 쓴 <무국도지>를 읽었소. 특히, 부처가 났 다는 천축(인도)은 읽는 것만으로도 마치 그곳에 가 있는 듯 했소이다.
왕유 (좋아한다) 세손저하께서 제 책을 다 보셨습니까?
산 (미소 짓는) 그것도 아주 흥미롭게 봤소. 궁금한 것이 많은데 진연으로 자 릴 옮겨 후일담을 청해도 괜찮겠소?
왕유 (허허, 웃는다) 물론이지요. 여부가 있겠습니까?
왕유, 대단히 흡족해 하고 대신들의 표정에 당혹스러움이 번진다.
산은 여유 있는 미소를 띠며 왕유를 안내하는데.
S#31.궐. 도화서 일각. 낮
송연, 도화서 한쪽 마당에 놓여진 커다란 항아리에서 물을 떠 단지에 담고 있다. 보면 송연의 옆으로 쭉 놓인 작은 단지들. 그때 이천, 가다가.
이천 송연아, 서둘러라. 시간 다 됐다.
송연 예, 나으리!
송연, 열심히 물을 담는다.그러다 문득 물에 비친 자신을 보는 송연.
그런 송연의 위로.
세모 (소리)화공나리들이 여기저기서 그림을 그리시니까 세손저하 계신 곳도 가고 그래.
송연, 떨리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매무새를 만져보는데.
S#32. 동. 일각. 낮
초비와 세모, 그리고 다른 다모 둘이 안료를 놓고 당황한 표정들을 짓고 있는데.
그때, 안으로 들어오는 송연. 초비, 송연을 보고.
초비 야, 너 안료에 무슨 짓을 한 거야!
송연 (놀란다) 왜요....무슨 일 있어요?
송연, 단지를 놓고 얼른 다가와 보고는 깜짝 놀란다.
송연 (믿을 수 없다)....이게...어떻게 된 거지?
초비 이건 붉은색이 아니라 암홍색이잖아! 암홍색은 의궤엔 못 써. 그 정도도 모르니?
송연 아니에요. 전, 분명 붉은색 안료를 갰어요.정말이에요.
초비 붉은색 안룐 너만 만졌어. 니가 아니면, 그럼 이게 누구 짓이겠어?
송연 .....!....
세모 (짐짓) 어떡해. 붉은색 안료는 꼭 있어야 되잖아?
송연 (어떡하지....)
초비 (송연에게) 다시 만들어.
송연 예..? 하..하지만 곧 진연이...
초비 그래! 곧 진연이 시작되니까 당장 가서 만들어 오라구! 너 때문에 진연 화 살 전부 망칠 셈이야?!
송연 ....!!....
S#33. 동. 일각. 낮
화실, 송연이 안료를 찾아 미친 듯이 개고 있다.
송연 어떡해...미쳤어 성송연..바보, 어떡해....
보면, 열린 문틈으로 그런 송연을 보고 있는 초비와 세모. 두 사람, 돌아서면서.
초비 붉은색 안룐 넣어뒀지?
세모 어.
초비 새파란 게....진연 화사가 어떤 자린데 감히 거길 넘봐. (가고) 가자.
두 사람, 가고. 보면 열심히 안료를 개는 송연의 절박한 모습.
S#34. 동. 일각. 낮
박영문을 비롯한 모든 화공들과 사령들, 초비 세모 등의 다모가 준비를 마치고 마당에 모였다.
탁지수 (사령에게) 한번 진연이 시작되면 진연장 안으로 들고 나는 것이 불가능 하니 진분과 사기대접이 충분한지 살펴 보거라
잡역부 예. 나리.
그때, 이천 둘러보다가.
이천 근데, 송연이가 안 보인다. 송연인 어딨냐?
박영문 (본다)
초비 그게...배앓이를 하길래 아무래도 무리일 듯하여 쉬라 했습니다.
이천 (놀란다) 배앓이? 이상하네. 방금까지두 멀쩡했는데.
초비 .......
탁지수 그 아이가 없어도 괜찮겠느냐?
초비 (당연하다) 그럼요 나리.늘 저희 넷이 해오던 일이라 아무 문제없습니다.
박영문 (담담하게) 차비가 끝난 듯하니 그만들 가세.
사람들, 예..하고 대답하고 박영문이 움직이면 짐을 들고 움직이는데.
S#35. 동. 일각. 낮
비지땀을 흘리며 안료를 개는 송연. 그때, 멀리서 진연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아악(雅樂)이 들려온다. 놀라는 송연.
송연 어떡해. 벌써 시작됐나봐!
송연, 개던 안료를 챙긴다. 송연, 마음이 너무 급하다.
S#36. 동. 도화서 일각. 낮
송연, 안료를 챙겨들고 궐 안 도화서 마당으로 뛰어온다.
하지만 텅 비어 있는 마당! 사색이 되는 송연. 그때, 한쪽에서 나오는 사령 하나.
송연 저기요, 화사단들은 모두 진연장에 갔어요?
사령 그래, 아까 갔다.
송연 (...!..) 그럼 안료는요. 붉은색 안료는 여기 있는데 어떻게...
사령 글쎄다. 안료가 빠졌단 말은 없었는데. 아까 다 챙겨갔어.
송연 ....!....
사령 (가려는데)
송연 저..그럼, 전 어디로 가야 되요? 진연장 어디로 가면...
사령 진연장? (하고) 이젠 거긴 못 들어가는데...?
송연 예...?!
사령 진연이 한번 시작되면 아무도 못 들어간다. 몰랐냐?
송연 ....!!....
S#37. 동. 진연장. 낮
진연이 열리고 있는 궐 일각. 악공들 음악을 연주하고 화공들 그림을 그리고
영조와 정순왕후, 혜빈의 모습도 보인다. 그리고 그곳에 자리한 산의 모습.
S#38. 동. 일각. 낮
송연, 경계를 서고 있는 금군에게 사정하고 있다.
송연 전 도화서 다모에요. 사정이 있어 늦은 거니 제발 들여보내주세요.
금군 어허! 썩 꺼지지 못하겠느냐. 뭣들 하는가. 어서 끌어내게.
금군들, 송연이를 끌어내려한다.
송연 나리. 제발 부탁드려요. 꼭 가야해요...꼭 들어 가야해요..!
S#39. 동. 일각. 낮
송연, 다른 곳으로 뛰어온다 보면, 역시 살벌하게 지키고 있는 금군들.
송연, 다른 곳으로 또 뛰어온다. 하지만 마찬가지! 송연, 가까이 다가설 엄두조차 낼 수 없는데. 절망감이 어리는 송연.
보면..멀리 담 너머로 아악 소리가 들려오는데. 송연, 안타까운 마음에 눈물이 글썽해지는데..
송연 저하....!
S#40. 진연장. 낮
진연이 한창인 가운데, 왕유와 담소를 나누며 미소 짓는 산.
S#41. 동. 일각. 낮
그토록 그리고 바랬던 일인데...담 너머 산을 두고도 만날 수 없는 안타까움에
송연은 가슴이 저려오고.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걸음조차 뗄 수가 없는데.
송연 (눈물이 글썽해진다) ...마지막일지도 모르는데... 다신...궐에 못 올 지두 모르는데.....
송연, 먹먹하고 아픈 마음에...눈물로 눈앞이 흐려진다. 아악이 울리는 가운데 홀로 쓸쓸하게 남겨진 송연의 안타까운 모습이 오래도록 비춰지고.
S#42. 저자일각. 낮
화피전 앞에 대수와 달호가 있다. 두 사람 붓을 고르고 있는데.
달호 (쭉 보면서) 이게 담비털이고, 이게 노루털, 그리고 이건..우이단봉털이다.
대수 우이단봉털?
달호 어, 소 귓구멍 털.
대수 (으힉) 뭐? 소 귓구멍털? 어휴..그걸 드러워서 어떻게 써. 정말 별걸 갖고 다 붓을 만드네.
달호 근데, 정말 살려고? 얌마, 이게 얼마나 비싼건데.
대수 (전낭 툭툭 치며) 걱정마, 두둑하니까.(하고, 상인에게) 이거 다 하믄 얼마 유?
대수의 밝은 표정.
S#43. 주막. 낮
대수와 달호가 주막에서 국밥을 먹고 있다. 대수, 그러면서 흐뭇한 얼굴로 연신 붓을 꺼내보는데.
달호 그렇게 좋냐?
대수 어. 송연이가 이거 보믄 까무러칠꺼야, 그지?
달호 (끌끌) 으이구, 이놈아. 그런 거 살 돈 있음 한 푼이라두 아껴.
모아서 빨리 혼인을 하라구!
대수 (가만, 그러다가) 송연인, 이걸 더 좋아할 거야.
달호 뭐?
대수 (머쓱하게 히죽)...송연인 그럴 맘 없어 삼촌. 알잖아?
달호 (본다, 그러다 끌끌) 으이구...야, 니가 고자냐? 고자야?
대수 어?
달호 멀쩡한 사내자식이 말야. 좀 배포를 갖고 적극적으로 여잘 후려야...(하는 데)
그때 갑자기 밥상 앞으로 툭 내밀어 지는 밥주발. 보면 주막 주모 막선이 달호의 앞으로 쓱, 주발을 밀어주며 은근한 시선을 던지는데. 달호, 그런 막선의 시선을 얼른 피하며 코를 박고 국밥을 떠 먹는다. 막선, 좀 섭섭해 하며 가면.
대수 (기막힌 듯) 뭐야, 나더런 사내가 적극적으루 어쩌구 하더니...
달호 (코를 박고 국밥 먹으며) ...난...고자잖아....
대수 (아차, 싶고)
달호 (흑...처량 맞다)
그때, 주막 안으로 들어오는 깍정이패1과 패거리들.깍정이패1, 대수를 발견하고.
깍정패1 (다급) 야, 박대수!
대수 (본다)
깍정패1 (급히 와서) 잘 만났다. 너, 오늘 밤 시간 되냐?
대수 ...오늘 밤?
달호, 뭐냐는 얼굴로 보고. 대수도 의아한 표정으로 보는데.
S#44. 나루터 일각. 밤
늦은 밤. 인적이 없는 포구.나루 한쪽에 커다란 배가 정박해 있고 그 앞을 포졸들이 지키고 있는데. 보면, 으슥한 곳 어디서 모습을 드러내는 대수와 깍정이패들.
대수 어떻게 된 거야. 사흘 뒤에 양화진에서 보자며.
깍정패1 그렇게 됐어.(계속 주시)
대수 근데..뭐야. 설마..저 배를 털자는 건 아니지?
깍정패1 맞아. 저 밸 털거야!
대수 (기가 막힌다) 뭐? 야, 미쳤냐? 저건 나랏배야! 포졸들이 지키구 섰는데 무슨 수로...
깍정패 (O.L) 걱정마. 비켜 줄 거야.
대수 (멈칫) 뭐?
깍정이패1 긴장된 얼굴로 주시하고..대수도 멍한 얼굴로 보는데, 보면 잠시 후, 정말 포졸들이 주변을 의식하며 어딘가로 사라지는데. 놀라는 대수.
깍정패1 가자.
대수 ....!!....
S#45. 동. 일각. 밤
깍정이패들이 배에서 백우포(면포의 일종)를 빼내 평차에 싣고 있다. 조심스럽고 민첩하게 움직이는 이들. 대수, 아무래도 안 되겠다.
대수 (깍정이패1) 잠깐만, 난 못하겠어. 이건, 나라의 조공선이잖아.
깍정패1 절대 뒷탈 없을테니까 걱정마.
대수 어떻게!
깍정패1 말했잖아. 조정에 뒷배가 있다구.
대수 그래두 난 못해. 돈 돌려줄테니까..(하는데)
깍정패1 (이죽거리는) 얏마! 기집이랑 삼촌 목숨도 생각 해야지!
대수 (멈칫) 뭐?
깍정패1 넌 볼 걸 이미 다 봤어. 니가 여기서 발을 빼면, 나야 그렇다쳐도 조정에 그분들이 가만있겠어?
대수 (멱살을 잡으며) 뭐, 이 자식아!
대수, 분노에 차 깍정이패의 멱살을 잡지만 그러나...어찌할 수는 없는데.
S#46. 궐. 일각. 밤
산이 남사초와 함께 있다.
남사초 아직까진 수상한 기운을 감지하지 못했습니다. 사신영접도 무리 없이 진 행되고 있고 어쩌면 저하께서 모든 일정을 바꾸자 저들이 혼란을 느끼고 포기한 것이 아닐까요?
산 ..그럴 수도 있겠지만 아직까진 안심해선 안되네.
남사초 예, 말씀하신 대로 어영청에 대한 경계를...(하는데)
산 (멈칫) 잠깐.
남사초, 산의 소리에 조용히 하면.한쪽에서 들리는 바스락, 거리는 소리.
보면, 5부에서 나왔던 어린 생각시가 손을 삐죽이 들면서 모습을 드러내는데.
생각시 저에요, 저하.
산 (....!...) 아니 너는...
생각시 (머쓱한 얼굴로 긁적이고)
산 (당황한 얼굴로 보는데)
S#47 .동. 궐 안 도화서 일각. 밤
송연, 맥없는 얼굴로 화실 안에서 짐을 정리하고 있는데. 한쪽에서 짐 정리하던 초비와 세모가 눈짓을 하고는 송연에게로 온다.
세모 니가 안료를 망쳐서 우리가 십년감수 한 거 알지?
송연 ....네...죄송해요...
세모 그래두 초비가 널 생각해서 아팠다구 둘러댄거니까 고마운 줄 알아. 안료 를 망쳤다구 했음 당장 쫓겨났을 거야.
송연 ....네, 고맙습니다...언니..
초비 고마운지 알면.. (붓을 와르르 쏟아부으며) 이것 좀 빨아놓을래? 그리구, 우린 내일 먼저 태평방으로 갈테니까 남아서 정리 좀 싹하구 나오구.
송연 ......네.....
S#48. 동. 일각. 밤
송연, 어두운 밤. 우물가로 붓통을 들고 나온다.
S#49. 동궁전 앞. 밤
산이 생각시와 함께 걸어가고 있다.
생각시 (송구해 미치겠다) 정말 저 혼자 가두 되는데...
산 에이, 그러다 또 길을 잃을려구?
생각시 송구합니다 저하. 내일 자수심사가 있는데요, 경훈각 옆에 있는 우물물을 마시면 쉬운 시제를 뽑는다구 해서요.
산 (귀엽다) 참, 니 이름은 무엇이냐? 벌써 두 번이나 보았는데 네 이름도 모 르는구나.
생각시 송희여요. 남송희.
산 송희?
생각시 예, 저하.
산 (가만...그러다가) 송희라....내 동무와 이름이 비슷하구나.
생각시 저하께 동무가 있으셔요?
산 그럼, 나도 너처럼 동무가 있지.
생각시 그 동무는 이름이 뭔데요?
산 송연이란다, 성송연. 그 동무도 너처럼 생각시였어.
생각시 (놀란다) 그럼 나인이신가요? 어느 방에 계신데요? 소주방이요?
산 아니.
생각시 그럼, 세답방이요?
산 아니.
생각시 어딘데요 저하..말씀해주세요.
산 .....나도 모른단다.
생각시 ...??....
산 (가슴이 아릿하다).....어디에 사는 지, 무얼 하는 지도 몰라. 참 많이 보고 싶은 동문데....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 지...그것도 모른단다.
생각시 (눈동자 똘망똘망하게 굴리며 보고)
산 (미소 지어 보이는데)
S#50. 동. 일각. 밤
우물가에서 붓을 빨고 있는 송연.
S#51. 동. 일각. 밤
산과 생각시가 오고 있다. 멀리 우물이 보인다.
산 다 왔다. 저 우물이야.
S#52. 동. 일각. 밤
산과 생각시가 우물이 있던 곳으로 온다. 그러나 보면..그곳에 송연은 없다.
산 자, 어서 마시거라.
생각시 예, 저하.
생각시, 우물 쪽으로 가 두레박을 퍼올리면 귀여운 듯 그것을 보던 산, 그때 문득 바닥에 떨어져 있는 작은 붓을 발견한다. 그 붓을 들어보는 산. 무얼까...보는 느낌.
S#53. 동. 일각. 밤
붓통을 들고 도화서로 가는 송연의 모습.그 모습에서 카메라 점점 멀어지고.
S#54. 나루터 일각. 낮
수 십 명의 포졸들이 나루터를 경계하고 있는 가운데 사람들이 모여 무슨 일인가 웅성거리며 구경하고 있는데.
S#55. 동. 배 안. 낮
포졸들이 경계를 서고 있는 배 위. 포도청 종사관이 올라와 보면, 배 안은 텅텅 비어있다. 곤혹스러움, 낭패감으로 굳어지는 종사관의 얼굴.
S#56. 궐. 일각. 낮
산, 당혹감이 가득한 얼굴로 홍인한과 함께 간다.
산 ...대체 그게 무슨 말이요? 서강에 정박한 조공선에서 백우포가 사라지다 니!
S#57. 대궐 안 빈청. 낮
산, 격한 얼굴로 문을 열고 들어오면 잔뜩 격앙된 채로 웅성거리다 딱, 멈추는 대신들. 대신들, 산을 보고 머리를 조아리지만 그러나 그 얼굴들엔 불만이 가득한데.
산, 저들의 분위기를 느끼지만 무시하려 애쓴다. 그런 산을 보는 최석주의 시선.
산 어찌된 것이오? 조공선이 탈취 당하다니.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소?
경계를 맡은 한성부는 대체 무얼 하고 있었단 말이오?
대신1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저하. 이는 한성부만을 탓할 일은 아니라 사료되옵 니다.
산 (멈칫, 본다)
대신1 이번에 조공선이 정박한 서강은 늘 조공품을 하역하던 양화진과 달리
드나드는 배가 많아 경계가 어려운 곳입니다. 포구를 서강으로 옮기지만 않았어도 이 같은 불상사는 없었을 것입니다.
산 허면, 모든 것이 나의 책임이란 말이오?!
대신1 망극하옵니다. 저하.
산 .....!.....
최석주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옵니다 저하. 신시(申時)에 사신단과의 첫 회담이 있습니다.
산 .....!.....
최석주 거기서 왕유는 분명 조공품을 확인하려 들 것인데 이번에 잃은 백우포는 청국에서 가장 중히 여기는 조공품입니다. 만약, 그것이 사라졌다는 걸 안 다면 절대로 가만있지 않을 것입니다.
산 ....!....
산, 당혹감에 어쩔 줄을 모르고. 최석주 표정 없는 건조한 얼굴로 그런 산을 바라보는데.
S#58. 동. 궐 안 도화서 대 작업실 . 낮
송연, 쓸쓸한 얼굴로 화실 안으로 들어온다.
어지럽게 널려진 안. 송연, 세상에....휴...한숨을 한번 쉬고 씩씩하게 팔을 걷어 부친다.
송연 힘내자, 성송연!
이내 빗자루를 들고 씩씩하게 쓸기 시작하는 송연.
S#59. 동. 궐 일각. 낮
산, 남사초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산 자넨, 지금 서강에 나가 어젯밤 일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게.
남사초 예, 저하.
산 내가 생각이 짧았네. 한내관이 남긴 천 조각에도 의미가 있다는 걸 알았 어야 했는데. 한내관이 파자를 한 것이 백우포라는 것을 깊이 생각 못했 네!
하고 보면, 산의 손에 들려진 #4의 천조각.
산 ....저들이 준비한 것이 바로 이거였어. “파자에 나오는 청나라 백우포!
남사초 (굳어진다) 당장 목전에 닥친 회담은 어찌하실 겁니까?
산 연회를 열어 미룰 것이네.
남사초 연회요?
산 그래. 왕유는 제 집에 수 십 명의 화공을 둘 만큼 그림에도 조예가 깊은 사람이네. 회담을 연기하는 것이 시급하니 화공을 불러 연회를 열고 왕유 에게 그림을 그려 줄 작정이네. 우선은 그자의 마음부터 미리 달래둬야 해.
남사초 .....!.....
산 (긴장으로 굳어지는 표정)
S#60. 동. 궐 안 도화서 집무실. 낮
박영문이 도화서 안에서 혼자 의궤들을 넘겨보고 있는데. 그때, 안으로 동궁전 상고가 급히 들어온다.
상고 여기 도화서 책임자가 누굽니까?
박영문 (보는 표정)나요
동궁전 세손저하께서 지금 급히 찾으십니다.
박영문 세손저하께서요?
S#61. 궐안 도화서 대 작업실. 낮
송연이 도화서 안을 치우고 있는 그때 안으로 박영문이 들어온다.
박영문 다른 다모들은 어디 있느냐.
송연, 갑작스런 박영문의 소리에 놀라 본다.
송연 (조아린다) 별제 나리.
박영문 어째서 너 혼자냐? 다른 아이들은 모두 퇴궐한 게냐?
송연 예..나으리.
박영문 (낭패란듯 )헛참 이걸 어쩐다?
송연 (걱정스러운듯 보고)
박영문 (낭패다. 그러다가) 너 혹시 의궤 말고 산수화를 수종해 본 적이
있느냐?
송연 산수화는 아니고...이천 나리께서 그리시는 초상화를 한번 수종해보았습니 다.
박영문 (어쩔 수 없다) 화구를 챙겨 따라오너라.
송연 예..?
박영문 시간이 없다. 서둘러라.
송연 ....!....
S#62. 일각. 낮
박영문과 송연이 급히 가고 있다. 가면서.
박영문 산을 그리려면 여섯 가지 먹색이 있어야 한다. 무엇이냐?
송연 (겨우 쫓아가며) 예. 건묵, 습묵, 흑묵, 백묵, 그리고 농묵,
담묵입니다.
박영문 흑묵과 백묵이 분명하지 못하면 음양의 밝은 운이 없어지고 농묵과 담묵 이 희미하면 원근감이 사라진다. 내가 그림을 그리는 동안, 넌, 먹이 그 여섯 가지 색채를 정확히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할 수 있겠느냐?
송연 (어쩌면 좋나)
박영문 (멈춰서) 할 수 있냐고 묻지 않느냐?
송연 ...노력..하겠습니다 나리.
박영문 지금 가는 곳은 청국 사신단이 오는 중요한 연회다.
자세히 듣진 못했지만... 반드시 최고의 그림을 그려내야 한다 들었다.
허니, 절대 한 치의 실수도 없어야 한다. 알겠느냐?
송연 ....!.....
S#63. 동. 일각. 낮
궐 일각. 풍광 좋은 한적한 정자. 금군 몇이 경계를 서고 있는 가운데
그곳에 산이 동궁전 내관들과 함께 있는데. 산은 정자에 서서 굳은 얼굴로 멀리 연못을 바라보고 있는데.
S#64. 동. 일각. 낮
한쪽에서 박영문과 함께 급히 오는 송연. 조심스럽게 박영문을 따라오는 송연..설마 그곳에 산이 있을 줄은 꿈에도 알지 못하는데. 정자 아래로 당도하는 박영문과 송연. 동궁전 상고, 그런 박영문을 보고 ‘오셨는가’ 하고 이내 정자 위를 향하여.
상고 세손저하, 도화서 박별제가 당도하였사옵니다.
송연 ....!!!.....
동궁전 상고의 말에 순간, 놀라는 송연. 세손저하..라니...! 이게 무슨 말인가.
송연, 믿을 수 없는 놀라운 눈으로 보면 정자 위, 천천히 몸을 돌려 아래를 바라보는 산. 순간, 송연...심장이 멎을 듯 그 자리에 굳어버리고 만다.
저하다!...그토록 그리던 세손저하께서 여기 계신다! 산을 바라보며 놀라 멍해지는 송연.
송연 (멍한 채로, 웅얼거리듯) ...저..하....
송연, 그만 그 자리에 돌처럼 굳어지는데.
상고 어서 따라오시오!
박영문 예..
하고 박영문 동궁전 상고를 따라 가려는데,
보면 송연이 멍하니 서 있다.
박영문 뭘 하고 섰는게냐?
송연 예..? 예.....
박영문, 굳은 얼굴로 정자로 올라가고, 송연 두근거리는 심장을 겨우 진정시키고
박영문을 따라 올라가는데...
S#65 동. 일각. 낮
산이 정자에 있고. 보면 산의 앞으로 동궁전 상고를 따라 박영문과 송연이 온다.
고개를 조아린 채 떨리는 얼굴을 하고 있는 송연.
산 왔는가?
박영문 예. 찾아계시옵니까? 저하.
산 이 자리가 어떤 자린진 동궁전 상고를 통해 들었을 것이네. 자네의 붓끝에 중한 회담이 걸려있네. 부디, 성심을 다해주게.
박영문 예, 저하.
산, 긴장된 얼굴로 박영문을 보다 문득, 그 옆에 서 있는 송연이 들어온다. 산, 가만..송연을 본다. 고개를 숙인 채 송연...떨린다.
산 ....이 아이는.....누군가?
송연 ....!!!....
박영문 저를 수종할 도화서 다몹니다.
산 .......
산, 송연을 다시 본다. 송연...가슴이 떨려오는데. 그러나 산은 송연을 알아보지 못한다. 산, 이내 시선을 거두고...역시...나를 알아보지 못하시는구나...!
송연, 순간..가슴이 먹먹해져 오는데...그때.
상고 저하! 태감 왕유가 오고 있습니다!
산 ....!......
산, 놀란 얼굴로 돌아본다. 보면, 저편으로 왕유와 그를 수행하는 이들이 오고 있는데.
산 (동궁전 상고에게) 실수가 없도록 만전을 기하게.
상고 예, 저하.
산의 시선, 굳은 얼굴로 왕유 쪽을 향해 내려가고.
송연은 안타까운 얼굴로 그런 산을 조심스레 바라보는데.
박영문 (급하다) 어서 차비하거라!
송연 (멍)......
박영문 대체 정신을 어디다 둔게냐?
송연 (깜짝, 조아린다) 소..송구합니다. 나으리
박영문 (보다가) 조금만 실수도 있어서는 안될터.. 할 수 있겠느냐?
송연 : 예...?
박영문 세손저하의 말씀을 너도 들었을 것이다. 이런 중요한 자릴 너로 인해 망 칠 순 없으니 자신이 없거든 돌아가란 말이다.
송연 ....!....
박영문 (보는데)
송 ....아닙니다, 나으리. 할 수...있습니다. 해보겠습니다.
박영문 (보고)
송연 (마음을 다지는데)
(시간경과)
1. 화면가득 종이가 펼쳐지고, 화구가 준비되고, 먹이 갈려지는 모습.
2. 보면, 정자 위 연회 자리. 산과 왕유, 송연 박영문을 비롯 홍인한과 중신 몇 몇이 자리해 있는데.
3. 박영문 붓을 들어 먹을 묻히고, 긴장한 얼굴로 그걸 보는 송연. 박영문, 붓으로 먹을 찍어 종이에 그으면, 송연 마른 침을 꿀꺽. 박영문, 잠시 멈칫. 놀라는 송연. 잘못된 걸까!
박영문 (낮게) 됐다. 이 채색을 유지하거라.
송연 ....!....예....
박영문, 붓으로 먹을 묻혀 다시 신중한 필치로 선을 긋는다.긴장한 얼굴로 보는 산.
어디 한번 볼까..하는 표정으로 살피는 왕유.
이윽고 박영문...빠른 필치와 놀라운 솜씨로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아름다운 산수화를 그려나간다. 보면, 그런 박영문을 보는 산의 시선.
그리고...벼루에 물을 담다가 떨리는 눈으로 그런 산을 바라보는 송연. 송연의 마음은 안타깝게 아려오는데.. 순간, 집중 못하는 송연을 느끼고 멈칫, 눈빛을 보내는 박영문. 박영문이 멈추자 보는 산.
송연, 당황. 얼른 다시 정신을 차리고 먹을 갈고. 산은 이내 무심히 시선을 거둔다.
보면, 당황해하며 먹을 가는 송연을 보는 왕유의 시선.그리고...보면...
마음을 다 잡고 먹을 가는 송연은 저리고 아픈 마음에 그 눈가가 점점 붉어져 오는데.
(시간경과)
드디어 한 폭의 산수화가 완성되었다. 박영문, 그림을 산에게 올린다.
산, 그림을 들어본다. 그런 산을 바라보는 송연의 시선.
산, 만족한 얼굴로 그림을 보고는 그것을 왕유에게 건넨다.
산 어떻소. 마음에 드시오?
왕유 (그림을 보고 흡족하다) 산이 절로 푸르고 구름도 절로 희니.
이토록 아득하고 수려한 청산백운은 일찍이 본 적이 없습니다. 저하.
산 .....!......
산, 다행이다. 미소를 짓다가..문득 시선을 느낀다. 보면 송연이 자신을 보고 있다. 두 눈 가득 안타까운 눈물이 맺혀있는데! 자신과 눈이 마주치자 당황한 듯 고개를 숙이는 송연. 산, 뭔가, 하는 느낌인데. 그때.
왕유 조선에 가면 다섯 가지 흥취가 있다하더니 그 말이 사실이었습니다.
홍인한 (나선다) 다섯가지 흥취요?
왕유 예. 경치가 좋고, 그림이 좋고, 또 음악과 맛이 좋고 (송연을 보며) 저렇 듯...계집까지 좋다 들었지요..
왕유의 말에, 모두 멈칫 한다.당황하는 박영문의 표정. 그리고 산.
그러나 아직까진 영문을 모르는 송연.
중신1 (허허, 웃는다) 태감께서 저 계집이 눈에 드셨나 봅니다.
송연 ...?!....
홍인한 조선에 오셨으니, 다섯 가지 흥취는 모두 알고 가셔야지요.
오늘 저 계집을 태감의 처소로 보내겠습니다.
왕유 (흐뭇해하고)허허..
송연 (대체..이게 무슨 소린가)
송연, 영문을 몰라 당혹해하고 박영문은 굳어진다.
그리고..이런 분위기가 불편한 산.
홍인한 (내관에게) 저 계집을 데려가 차빌 시키게.
상고 예.
하고 동궁전 상고, 송연에게
상고 (송연에게)일어나거라!
하는데. 송연, 당황스럽고 떨린다. 이게 무엇인가.
송연 (박영문에게) 나으리!
박영문 송구하오나, 이 아이는 도화서 다몹니다. 관기가 아닙니다. 대감.
박영문의 제지에 순간 당혹감이 흐르는 좌중.
홍인한 어허, 무엄하구만. 여기가 어디라고 화원 따위가 입을 놀리는가?
박영문 대감 관기를 들이십시오! 이 아이는..(하는데)
홍인한 (OL)어허 그래도 이 사람이! 도화서 다모가 관기와 뭐가 달라!
자네 이 자리가 어떤 자린지 몰라 이러는가?
중신1 (불쾌하게)이사람! 별제!
박영문 ....!.....
왕유 (불쾌하다) 관둡시다! 내가 괜한 희롱이나 하는 잡인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럼 이만..(일어서려는데)
보면, 기분 나빠하는 왕유를 의식하는 산.
홍인한 (얼른 만류하며 OL) 당치 않습니다. 태감. 천한 화원의 말 따위에 어찌 마음을 쓰십니까? (하고, 동궁전 상고에게) 뭐하는가? 어서 저 아일 데려 가게.
상고 예에 대감!
동궁전 내관들 그대로 송연을 잡아 데려가려는데. 송연, 당혹스런 얼굴로 어쩔 줄을 모른다.
송연 (안된다) 저..저는......(절박, 두렵다) 나으리...! 나으리...!!!
하는데, 그때.
산 잠깐 멈추거라!
순간, 갑작스런 산의 목소리에 멈칫, 놀라보는 사람들. 보면, 내관들의 잡혀있는 송연도 놀라 보는데.
산 그 아이를 놔주어라!
송연 ....!!....
순간, 갑작스런 산의 말에 놀라는 좌중들. 홍인한, 왕유. 송연....멍하고 놀란 표정으로 산을 본다. 보면, 한 점 흐트러짐 없는 눈빛의 산. 두 사람, 그 모습에서 엔딩.
.이산 ↲
.영화 & 드라마 대본 ↲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