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 7
<이산 7 부>
S#1. 궐. 넓은 정자 위. 낮 (6부 엔딩에 이어)
동궁전 상고, 송연을 데려가려 한다.
송연 (박영문에게) 나으리!
박영문 송구하오나, 이 아이는 도화서 다몹니다. 관기가 아닙니다. 대감.
박영문의 제지에 순간 당혹감이 흐르는 좌중.
홍인한 어허, 무엄하구만. 여기가 어디라고 화원 따위가 입을 놀리는가?
박영문 대감! 관기를 들이십시오! 이 아이는..(하는데)
홍인한 : (OL)어허 그래도 이 사람이! 도화서 다모가 관기와 뭐가 달라!
자네 이 자리가 어떤 자린지 몰라 이러는가?
중신1 (불쾌하게)이사람! 별제!
박영문 ....!.....
왕유 (불쾌하다) 관둡시다! 내가 괜한 희롱이나 하는 잡인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럼 이만..(일어서려는데)
보면, 기분 나빠하는 왕유를 의식하는 산.
홍인한 : (얼른 만류하며 OL) 당치 않습니다. 태감. 천한 화원의 말 따위에 어찌 마 음을 쓰십니까? (하고, 동궁전 상고에게) 뭐하는가? 어서 저 아일 데
려가게.
상고 예에 대감!
동궁전 내관들 그대로 송연을 잡아 데려가려는데. 송연, 당혹스런 얼굴로 어쩔 줄을 모른다.
송연 (안된다) 저..저는......(절박, 두렵다) 나으리...! 나으리...!!!
하는데, 그때.
산 잠깐 멈추거라!
순간, 갑작스런 산의 목소리에 멈칫, 놀라 보는 사람들.
보면, 내관들의 잡혀있는 송연도 놀라 보는데.
산 그 아이를 놔주어라!
송연 ....!!....
순간, 갑작스런 산의 말에 놀라는 좌중들.
홍인한, 왕유. 송연....멍하고 놀란 표정으로 산을 보는데.
산 뭘 하고 있느냐? 그 아일 놔주라니까!
상고 (당황) 예, 저하.
송연 ......!.....
내관들, 송연을 놓아준다. 보면, 불쾌한 얼굴로 굳어지는 왕유. 당혹
해하는 대신들. 그러나 산은 표정 하나 바뀌지 않는데.
산 태감! 태감의 처소엔 관기를 들이는 것이 좋겠소.
왕유 ....!....
대신들 당혹. 송연도 놀라 보는데.
산 태감께선 화공을 귀히 여긴다 들었소. 저 아이도 예를 행함은 화공과 다 를 바 없으니 대우를 해주심이 어떻겠소? 다모가 천한 신분이라 하나 맡 은 직분은 분명 관기와 다르오.
송연 ...!....
왕유 (모욕감을 느끼지만 애써 참는)그렇습니까? 청국에선 저런 계집들은 모두 관기와 같은데 조선은 사정이 다르단 말씀이십니까?
산 그렇소
왕유, 모욕감에 입술을 깨물고 산, 심기가 뒤틀렸다는 걸 알지만 무시한다.
산 (내관에게) 상고는 내가 이른 데로(하는데)
왕유 (OL)저하!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습니다.
산 (멈칫, 본다)
왕유 (입가에 차가운 냉소를 머금은 채) 저 계집이 맡았다는 직분이란 게 대체 무엇입니까? 그것이 무엇이길래, 대(大)청국의 태감인 제가 이런 망신을
당하는 것 인지요?
산 ....!....
왕유의 말에 멈칫하는 사람들.
왕유 분명, 관기와는 다른 대단한 소임을 맡았겠지요. 그렇지 않다면 천한 계집 년 때문에 저와 저를 보내신 황제폐하가 능욕당한 것이 되니 당연히 그래 야하지 않겠습니까?
산 (말이 심하다)태감!
홍인한 : (쩔쩔맨다) 태감! 오해가 지나치십니다. 능..능욕이라니
요?
중신1 태감!
왕유의 말에 놀라 사색이 되는 중신들의 얼굴. 감히, 하는 노기 어린 투로 보는 왕유와 그런 왕유를 맞서 바라보는 산.
그리고, 당황해 어쩔 줄 몰라하는 송연. 그때.
박영문 태감! 아뢰옵기 송구스럽습니다만 만약 이 아이에게 남다른 직분이 있다면 오해를 푸시고 관기를 들이시겠습니까?
순간, 박영문의 말에 놀라는 이들.
왕유 (눈빛을 빛내는) 그래? 그대 말은... 저 계집이 정말 특별히 맡은 일이 있 다는 건가?
박영문 (가만, 그러다가)예에 이 아인 그림을 그립니다.
왕유 ...?
송연 ...!...
산 ...!....
그림을 그리다니, 이게 무슨 말인가. 모두 놀라는데.
박영문 분이 낮은 계집이라 큰 소임을 맡진 못했으나 분명 그림을 그릴 줄 아는 아입니다.
송연 (놀란다) 나으리!
산 ....!....
다들 당황.
홍인한 이 사람, 뭐라는 겐가?
왕유 (기막힌) 뭐라? 방금 이 계집이 그림을 그린다 했소?
홍인한 귀담아 들으실 말이 아닙니다. 태감!(하는데)
왕유 (OL손을 내젓고는) 아니오.(하고, 냉소 어려) 계집이 그림을 그린다?
그것도 사대부가 아닌 관청의 천한 다모가?
산 ....!....
송연 (당혹)
왕유 (이죽거리는 느낌) 그래 그만하면 대단하다 할 수도 있겠구나.
허면, 어디 그 솜씰 한번 볼 수 있겠느냐?
박영문 ...!...
송연 (대체 어쩌려고) 나으리!
산 .....!....
대신들 (당혹감 어려 보는데)
왕유 (비열한 냉소가 가득 어려)어떻습니까 저하? 저하께서도 이 계집이 관기 와 다르다 하셨고 이자 역시 그렇다 하니 그것이 저를 능멸하려고 둘러댄 것이 아니라면 능히 이 자리에서 그 재줄 볼 수 있겠지요?
산 ....!!......
송연 ...!.....
왕유 저하! 잠시 소피를 보고 오겠습니다. 다녀와서 저 계집의 그림솜씨를 보도 록 하지요. 만일 저 아이가 정말로 그림을 그릴 줄 안다면 좀 전의 일은 없었던 것으로 하겠습니다. 그리고 저하의 뜻대로 저 아이 대신 관기를 들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왕유 수하와 함께 정자를 내려간다.
송연 ....
산 ..
박영문 ..
홍인한 ...
다모가 그림을 그리다니...말도 안 되는 일이다. 대신들의 낯빛은 어느새 흙빛으로 변하고. 곤혹스러운 산. 그리고, 대체 이게 무슨 일이란 말 인가. 황망한 심정으로 어쩔 줄 몰라 하는 송연의 모습!
홍인한 (격분) 도대체 제정신인가 조공품인 백우포를 잃어 조정이 발칵 뒤집혔네.
이건, 태감이 그 사실을 알기 전에 미리 마음을 달래려고 만든 자리야!
헌데, 천한 다모 때문에 심기를 거스르다니!
박영문 송구합니다 대감!
홍인한 어허!
박영문 망극하옵니다 저하! 심려를 끼쳐드려서 허나 이제는 그림 그리는 것 외엔 다른 방법이 없다고 생각됩니다.
이 산 ..(고개를 끄덕인다)
박영문 너는 내려가서 화구를 챙기고 그림 그릴 채비를 하거라
송연 나으리!
박영문 어서!
송연 (어쩔 수 없는듯 내려간다)
홍인한 저하, 지금이라도 계집을 내주고 사탤 수습하셔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사신단을 농락했다 하여 조정에 큰 화가 닥칠 것입니다.
산 이미 늦었소. 이젠 그리한다 해도 태감이 받아드리지 않을 것이오!
홍인한 저하!
산 (역시 불안하다) 다모가 그림을 그린다니.. 나도 그런 말은 들어본 적이 없네. 책임질 수 있는 말을 한 것인가?
박영문 궐 밖 도화서에서 저 아이가 저하께서 내린 화제를 따라 그린 그림을 보 았습니다.
산 내가 낸 화제(畵題)?
박영문 예. 배운 것 없는 계집 치곤 재주가 있어 보였습니다. 만약 그대로 그려낼 수 만 있다면 태감께서도 이것이 허언이라 할 순 없을 것입니다.
산 (....!...)
박영문 ......
산 (갈등, 그러다가)자신 있는가?
박영문 자신은 없지만 내려가서 준비하겠습니다.
박영문 읍하고 내려간다.
홍인한 (안된다, 펄쩍) 저하, 아니 되옵니다!! 어찌하여 일을 이 지경까지 만들려 하십니까! 저하께서 태감에게 사과하시고 일을 수습하셔야합니다.
산, 굳은 얼굴로 보고
산 :...
S#2. 동. 정자 아래. 낮
내려오는 박영문 화구 준비를 하던 송연이 두려운 얼굴로 다가서며.
송연 나으리, 전 못합니다. 제가 무슨 재주로(하는데)
박영문 (OL)허면, 모화관 태감의 처소로 갈테냐?
송연 (멈칫) ...나으리
박영문 도화서에서 그렸던 그림을 다시 그릴 수 있느냐?
송연 ..예..?
박영문 한 점 안에 그걸 다시 그려 내거라! 할 수 있겠느냐?
송연 모..모르겠습니다.
박영문 할 수 있어야 한다.
송연 나으리!
박영문 세손저하께서 한낮 다모인 너한테 자애를 베풀다 큰 곤경에 처하셨다.
지금 니 손끝엔 니 명운만 달린 게 아니야! 세손저하의 권위와 이 나라의 위신이 걸려있다.
송연 ....!!....
박영문 (안료 챙기며) 황색은 무엇을 써 냈느냐?
송연 (떨린다)
박영문 (어허!) 어서!
송연 ...석황을 썼습니다.
박영문 붉은 색은?
송연 소목을 썼습니다.
박영문 소목은 발색이 떨어진다. 천초를 쓰거라. (하고) 또!
송연 ....청색은 석청, 녹색은 동록, 그리고 흑색은 백초상
박영문, 송연의 말에 안료들을 척척 챙겨내고
송연, 두렵고 긴장된 얼굴로 박영문이 챙기는 화구를 바라보는데.
S#3. 궐. 넓은 정자 위. 낮
모두가 자리한 가운데..산, 걱정이 어린 얼굴로 있다.
보면, 긴장되고 떨리는 얼굴로 그런 산을 보는 송연.
박영문 시작하거라.
송연 ...!...
보면, 송연의 앞으로 놓여진 화구와 종이. 그리고 그런 송연을 보고 있는 왕유와 사
람들의 시선.
송연, 너무나 떨린다. 그런 송연의 위로. 태평방 도화서에서 그림을 그리던 광경이
떠오르고.
박영문 (소리)한점 안에 그 그림을 다시 그려 내거라.
송연, 긴장한 얼굴로 놓여진 붓들을 본다. 떨린다. 이 붓..? 아니..저 붓이다. 송연, 마른 침을 삼키며 가장 마음에 드는 붓을 막 집어 드는데. 그때.
왕유 잠깐, 멈추거라.
송연 (멈칫)
왕유의 말에 다들 의아한 얼굴로 보는데.
왕유 그림에 화제가 없으면 되겠느냐? 내 너에게 하날 내려주마.
송연 (당황)...!....
산 (당황)..,
박영문 (당황)
왕유 뭐가 좋을까. 동물? 그래, 영모화(영모화)가 좋겠구나.(하고)잘 듣거라!
몸은 사슴과 같고, 머리는 늑대와 같고 발은 말굽과 같으며 꼬리는 소와 같은 짐숭. 뿔이 하나 돋아 있으나 그 끝엔 살이 붙어있고 온 몸은 다섯 가지의 비늘로 덥힌 짐승. 만약 그런 짐승이 있다면 어떤 형상을 하고 있 겠느냐.
송연 ....!!.....
산 ....!!....
박영문 송구하오나 태감, 그것은(하는데)
왕유 (O.L) 만약 이 계집이 수 백 번 쯤 그렸던 그림이 있다면 이 자리에서 다 시 보이는 게 뭐 그리 어렵겠는가? 설마 그런 눈속임이나 하자고 판을 벌린 것은 아닐 터.
송연 ....!...
박영문 (당황)
왕유 어떠냐? 저하께서도 장담한 재주니 이 정도쯤이야 그려낼 수 있겠지?
송연 ....!!...
산 .....!!...
왕유가 낸 알쏭달쏭한 화제에 술렁이는 대신들. 대체 무엇을 그리란 말인가.
미처 예상치 못한 상황! 산과 박영문의 얼굴에는 엄청난 당혹감이 스쳐 가는데.
그리고 보면...긴장으로 떨려오는 송연의 얼굴. 송연, 두려운 얼굴로 박영문을 보는데. 안타깝게 볼 뿐 어쩌지 못하는 박영문. 그때.
왕유 왜 못하겠느냐?
송연 (산을 본다, 어쩌면 좋은가)
산 (보고)
송연 (이내..마음을 잡는다) ....아닙니다 해보겠습니다.
산 ...!....
왕유 (비웃음)
송연, 떨리는 손으로 붓을 든다. 모두의 긴장어린 시선이 송연에게로 향하는데. 송연, 이내 붓에 먹을 묻혀 그림을 그려나가기 시작한다.
보면, 냉소를 머금은 왕유의 시선. 걱정 가득한 산의 눈빛. 그러나 온 몸의 기를 손끝에 모은 송연은 한 획, 한점 성심을 다해 그림을 그려가기 시작하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홍인한 등, 대신들은 구겨진 표정으로 ‘대체 저게 무엇인가’ 하는데. 순간, 멈칫..하며 자세를 고쳐 앉는 왕유. 표정이 굳어지고.
그런 송연의 손 끝, 눈매를 보는 산의 표정에도 점점 놀라움이 번져간다.
송연의 이마엔 어느새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오고. 산....어떻게 이럴 수가..하는 놀라운 표정으로 송연을 바라보는데. ......이윽고, 송연이 붓을 놓는다.
송연이 그린 그림이 화면 가득 비춰진다. 보면, 송연의 그림을 보며 당혹해하는 대
신들. 그리고 굳은 표정의 왕유. 그런 왕유를 살피는 산.
홍인한 (당혹스럽다) 대체...이게 무엇인지?
왕유 (굳은 표정으로 본다)
홍인한 (딴에는 수습하려고) 송구합니다 태감! 미욱한 것들이 모르고 벌인 실수 니, 부디 너그러이(하는데)
왕유 (O.L.굳은)너는 니가 그린 게 무엇인지 알고 있느냐?
다들, 무슨 말..? 하는 표정으로 보는데.
송연 ...예에 기린(麒麟)입니다.
왕유 ....!...
산 ....!....
중신들, 기린? 기린이 무엇인가..웅성거리는데.
산 기린은 명대의 환관 정화가 서역에서 처음 들여온 것으로 오랫동안 전설 에만 존재했던 영물이오.
하고 산, 송연을 본다. 송연, 그런 산의 눈빛에 긴장하고! 대신들...웅성거리는데.
왕유 (당혹, 설마) 기린에 대해 알고 그린 것이냐? 이 그림에 대해 설명도 할 수 있느냐?
송연 (떨리지만 또박또박).....기린은 예부터 용, 봉황, 거북과 함께 사령(四靈)으 로 숭상되는 영물로 뿔이 하나뿐이라 하여 일각수(一角獸)라 하기도 하고,
다른 짐승을 해치지 않는다 하여 인수(仁獸)라 하였습니다.
뿔이 하나인 것은 위대한 임금 아래 세상이 통일되는 것을 의미하니, 청, 백, 적, 흑, 황의 오색 비늘은 바로 그 임금의 오행과 오덕을 기리는 것입 니다. 그런 까닭에 기린이 출현하면 세상에 성군(聖君)이 나올 길조라고 여긴다 알고 있습니다.
산 ...!....
떨리는 음성이지만 또박또박 제 말을 마치는 송연. 사람들, 모두 그런 송연의 모습에 놀라는데.
왕유 (놀랍고 당혹스런) 역전(易傳)에 기록된 기린의 전설까지 알고 있었단 말 이냐?
송연 .......
왕유 (믿을 수 없다) 기린도는 흔히 그려지는 그림이 아니다. 다모 따위가 알고 있을 리가 없어. 헌데, 니가 어찌 알고 이걸 그려낸단 말이냐!
송연 돌아가신 제 아비가 화공이셨습니다. 전 다만... 어렸을 적 아비의 화첩에 서 본 기억이 떠올라서....
왕유 ....!....
산 .....!....
송연 ........
대신들, 술렁이고..왕유, 졌다. 더 이상 뭐라 할 말이 없는데. 왕유, 자존심이 상해 얼굴이 구겨지고. 그런 왕유를 담담하게 바라보는 산.
그리고 보면... 떨리고 긴장된 얼굴로 그런 산을 바라보는 송연의 모습..!
S#4. 포구일각. 낮
포졸들이 경계를 서고 있는 포구 일각이다. 남사초, 경계를 서고 있는 포졸들을 살피며 은밀히 움직이는데.
S#5. 동. 일각. 낮
남사초 포구 주변을 조심스럽게 살핀다. 그러다 바닥의 흙을 만져보고 절망감이 어
리는 남사초.
남사초 그 많은 백우포가 사라졌는데 바닥에 평차가 지나간 흔적조차 없다니...!
남사초, 기가 막히고 당혹스러운데.
S#6. 궐 일각 넓은 정자 위. 낮
사신단의 연회가 베풀어지던 정자. 보면, 송연이 정자에서 화구를 정리하고
있는데. 송연, 그러다 걱정스런 얼굴로 아래를 내려다 보면 저 아래 산이 왕유, 박영문 신하 등과 있는데.
S#7. 동 정자아래 . 낮
홍인한 (쩔쩔) 괜히 흥취만 깬 듯 하여 송구합니다.
왕유 (형식적으로, 굳은) 아닙니다. 덕분에 좋은 여흥을 즐기다 갑니다.
그럼, 이틀 뒤 회담 때 뵙겠습니다. 저하.
산 .....
왕유, 산에게 목례하고 가면.
홍인한 (큰일이다) 어쩌자고 왕유의 심기를 건드리셨습니까? 모레 회담까지 사라 진 백우포를 찾지 못하면 그땐 어찌하실려구요?
산 .......
박영문 (죄스럽다) 큰 분란을 일으킨 것 같아 송구스럽습니다. 저하!
홍인한 이를 말인가! 내, 오늘 이 사태를 묵과하지 않을 것이네!
산 그만하시오. 그럴 일이 아니오.
홍인한 그럴 일이 아니라니오 저하? 지금 천 것 하나 때문에 나랏일을 그르치게 되었습니다. 만약 일이 잘못되면, 주상전하께선 이 모든 책임을 저하께 물 으실 겁니다!
송연 ....!....
산 만약 그렇다면 그건 내가 부족한 탓이지 박별제나 저 아이 때문이 아니 오.
송연 : ....!....
홍인한 저하.
박영문 송구하옵니다 저하!
산 오늘 일은 태감이 무례했던 걸세. 자네나 저 아이 탓이 아니니 마음에 담 지 말게.
박영문 (...!...) 망극하옵니다..저하.
산, 정자 위 송연을 본다. 송연, 산이 자신을 바라보자 긴장하는데 산, 그런 송연을 가만 바라보고..두 사람, 잠시 그렇게 서로를 응시.
그러나 산, 끝내 송연을 알아보진 못하고 이내 담담하게 시선을 거두고 가는데.
송연 ....!.....
송연, 안타깝고 아린 얼굴로 멀어져가는 산을 보는데.
송연 ..저..하....
보면, 걱정되고 안타까운 마음에 망연히 선 채로 그렇게 멀어져 가는 산을 바라보는 송연의 모습..
S#8. 동궁전 일각. 낮
동궁전으로 들어서는 산, 쓸쓸한 얼굴로 멈춰선다. 그리고 깊은 생각에 잠긴다. (백우포를 탈취당한 상황, 연이은 사신단과의 마찰 등으로 산은 마음이 복잡합니다.)
그때, 한쪽에서 급히 오던 남사초. 그런 산을 보고 착잡한 얼굴로 잠시 망설이다.
남사초 ..저하..
산 (돌아본다)
남사초 사라진 백우포를 찾는 것은 무리일 듯합니다. 흔적도 남은 것이 없고 도 성에 소문이 퍼지면 사신단에 알려질 수도 있어 좌포청도 조공선이 탈취 당한 것을 숨긴 채 은밀히 찾고 있는 듯 했습니다.
산 .....
남사초 (안타깝다) 저자를 이 잡듯 뒤져도 모자라는 때 참 답답한 노릇입니다..
산 어차피 찾을 거란 기댄 하지 않았네.
남사초 .....
산 (냉소 어려) 결국 나 하날 잡자고 이 같은 일을 꾸미다니! 참 대단한 자들 이 아닌가.
남사초 ....!...
산 난 이제껏 내가 아무것도 아닌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가보네.
이런 형편없는 짓을 해서라도 끌어내야 할 만큼 그렇게 내가 무서운 모양 이야.
남사초 저하...
산 조공품을 잃고선 청국과의 교역협상을 끌어낼 수가 없네. 사라진 백우포 를 찾을 수 없다면 만들어서라도 채워야 해.
남사초 (걱정이 어리고)
산 (착잡해지는데)
S#9. 궐. 대전 침전. 낮
영조, 굳은 얼굴로 대전 내관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영조 (씁쓸하다, 혼잣말) 미욱한 놈... 미치지 않은 걸 보이랬더니, 아둔한 걸 들킨게로군.
내관 ........
영조 (가만, 그러다가) 강화 전함사로 전령을 보낼 것이니 준비하거라.
내관 예...하온데 강화의 전함사라하심은?
영조 모르겠느냐? 동부승지말이다!
내관 아 예에
대전 내관, 물러서 나가면 씁쓸하고 굳은 얼굴로 깊은 생각에 잠기는 영조.
S#10.저자일각. 낮
포졸들이 오가는 사람들을 살피며 수상한 자들은 검문하고 있는 분위기.
보면 담벼락에 찰싹 달라붙은 이천이 눈알을 굴리며 포졸들의 동태를 살피고 있는데.
이천 (큰일이다)이상하네. 포졸들이 왤케 많아...
보면, 뭔가를 숨겼는지 배가 불뚝 나와 있는 이천. 이천, 난처한 얼굴인데..그때 이천의 시선에 반대편에서 역시 걱정스런 얼굴로 포졸들의 동태를 살피고 있는 대수가 보인다. 잘됐다. 이천, 대수한테 살금살금 다가가서.
이천 (반갑게 툭, 치며) 대수야..
대수 (놀란다) 으악! 나으리!
이천 (그 결에 덩달아 같이) 으악! 왜..왜 임마! 뭐..!
그때 포졸들 ‘거기 누구냐’ 하며 돌아본다. 놀란 이천과 대수, 담벼락에 납작 들러붙고.
S#11. 동. 일각. 낮
이천과 대수, 달려와 포졸을 피해 숨는다.
이천 송연이 지금 어디있냐?
대수 송연이는 나으리가 더 잘 아실텐데.. 대궐에 갔잖아요? 수종다모로!
이천 (그 말엔 대꾸도 않고)야 무슨 일이냐? 무슨 사단이 났길래 포졸들이 저 자거리에 저렇게 득실대?
대수 (둘러댄다) 모..모르죠 저야...무슨 일인지..
이천 (쓱..아래 위를 훑어본다)
대수 왜. 왜 그러세요.
이천 혹시, 너 잡을라구 저러는거냐?
대수 (화들짝) 예에? 무슨 큰일 날 소릴! 제가 뭘 어쨌다구 절 잡아요!
이천 근데, 포졸은 왜 피해 다녀!
대수 (당황) ...그..그거는.! 그건...그냥 버릇이 되서 그렇죠
이천 (으이구, 쥐어박는) 그러게 이놈아, 평소에 국법을 지키면서 착하게 좀 살 아. 너 때문에 아주 간 떨어지는 줄 알았잖아!
대수 (아프다. 씨...) 왜 때리구 그러세요.
이천 시끄럽구, 내 한번 봐 줄 테니까! 대신 이것 좀 받아라.
보면, 이천 배에서 종이 뭉치를 가득 꺼낸다.
보면 야한 그림이 잔뜩 그려진 춘화들이다.
놀라는 대수. 으힉, 이게 다 뭔가!
대수 (놀란) 나으리?!
이천 이 춘화들을 넘기러 가야 되는데, 배가 너무 불뚝하잖아. 이러단 포졸들한 테 걸리겠드라구. 그러니까, 니가 요것 좀 나눠서 옮겨다오. 응?
대수 나으리! 이러믄서 저한텐 무슨 국법을 지키라구?
이천 어허, 대신 난 한양의 사내들한테 꿈과 희망을 주잖니!
대수 (나참...기막히면서도. 흘끗 보게 된다) 근데, 이걸 다 나리가 그린 거에 요?
이천 (흐흐)죽이지? 하나 줄까?
대수 아...아니에요. (하고, 그림 품에 넣으며) 근데, 나린 궐에 안 가셨어요? 왜 여기 계세요.
이천 (그림 정리하며) 갔다 나왔다. 진연이 당겨져서 빨리 나왔어.
대수 (반갑다) 그래요? 그럼, 송연이두 나왔겠네요?
대수, 확 밝아지는 표정.
S#12. 달호의 집. 밤
쓸쓸하고 지친 표정의 송연이 사립문을 열고 마당 안으로 들어선다.
S#13. 동. 방안. 밤
송연, 방안에서 봇짐을 풀러 옷가지를 꺼내 부담롱에 넣고 있다. 그러다 보면, 봇짐에서 나오는 곱게 개어 둔 산의 술띠. 안타까운 마음으로 보는 송연.
그 위로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던 산. 내관에게 자신을 놓아주라 말하던 산.
그리고...모든 것이 잘못 되도 그건 자신의 탓이라고 말하던 산의 모습이 떠오른다.
송연, 마음이 아프고 걱정이 어려 어느새 눈물이 고이는데. 그때, 밖에서 ‘송연아!’ 하는 대수의 목소리. 송연, 놀라서 얼른 눈물을 훔치는데.
그때 문이 벌컥 열리며 대수가 상기된 얼굴을 들이민다.
대수 송연아!
송연 어...와, 왔어?
대수 어떻게 된 거야. 진연이 끝나서 빨리 나왔다며? 아까 저자에서 이천나리 가...(하다가, 멈칫) 잠깐만...야, 너 혹시 운 거야?
송연 (당황) 아냐...울긴
대수 뭐가 아냐 임마. 눈이 빨간데!
송연 (이상하다는 듯) 그래? 내 눈이 빨개?
대수 (보다가) ...저할...못 뵜구나!
송연 (멈칫)
대수 (속상한 얼굴로 본다) 바보야. 그렇다구 울어?
송연 (어색하게 외면한다) 아..아냐 그런 거
대수 (안타깝지만, 짐짓 밝게) 으이구, 한심한 놈아. 궐이 얼마나 넓은데 그럼 한 번에 쉽게 뵐 줄 알았냐? 알고 봤더니 순 날루 먹을라구 들었구나?
송연 날루 먹다니. 내가 뭘.....
대수 (쯔쯔) 못난 자식. 내가, 너 이러구 나올까봐 준비해둔 게 있다.
하고, 대수 벌떡 일어서 농짝 서랍을 열어 주섬주섬 뒤진다. 보면, 6부에서 송연을 주기 위해 사두었던 붓이 나오는데. 대수, 흐뭇하게 보는데. 그때.
송연 저기, 대수야.
대수 (천으로 붓을 다시 싸며) 어?
송연 너두 어젯밤에 포구에서 조공선이 털렸다는 거 혹시 알구 있니?
대수 (멈칫).뭐...?
송연 궐에서 들었는데 나와 보니까 사람들은 모르는 거 같아서 넌 포구 사람들 이랑 친하니까 좀 알 거 아냐.
대수 (당황스럽다) 그..글쎄....오늘은 글루 안 나가서 잘 모르겠는데..
송연 그렇구나.
대수 (살핀다) 근데 그건 왜?
송연 (가만, 그러다가) 그 일 때문에 저하께서 큰 책임을 지실지도 모른대 대수 야.
대수 (멈칫, 놀란다)
송연 (다시 걱정이 어리고)
대수 (너무 당황스럽다) ...그게 뭔 소리냐? 송연아. 조공선이 털린 거랑 저하랑 무슨 상관이라구 왜 우리 저하가 그걸 책임져?
송연 이번 사신단의 영접을 저하께서 맡으셨대. 그래서 그 일이 잘못되면 임금 님께서 모든 책임을 다 저하께 묻는다고 하셨대!
대수 ....!!....
대수, 송연의 말에 큰 충격을 받는다. 대수, 어쩔 줄을 모르겠는데...
대수 (허둥지둥, 안절부절 못하며 찾는 척) 어..근데..이게 어디 갔나? 여기가 아닌가? 사..삼촌 방에 뒀나?
송연 어?
대수 저기 나 좀 나갔다 올게.
송연 (왜 저러나, 의아한 얼굴로 보는데)
대수, 정신없는 얼굴로 후다닥 밖으로 나가고.
S#14. 동. 밖. 밤
대수, 밖으로 나온다. 보면, 손엔 붓을 싼 천을 든 채 바라보며 망연자실한 표정.
그런 대수의 위로 6부에서 깍정이패들과 조공선에서 백우포를 훔쳐내던 대수의 모습. 내가 무슨 짓을 한 건가...어떻게 하면 좋은가...!
너무 놀라고 당황한 대수. 가슴이 쿵쾅쿵쾅 뛰어 그대로 터질 것 같은데.
S#15. 궐 전경. 밤
S#16. 동. 화완옹주 처소. 밤
화완옹주와 최석주가 있다.
화완 (짐짓 놀랐다는 듯) 그래요? 지금 제 처지가 어떤 줄도 모르고 다모한테 그런 자애를 베풀었단 말입니까.
최석주 .......
화완 자애로운 우리 세손 덕에 일이 더 쉽게 풀리겠습니다. 왕유의 약이 바짝 올라 있을 테니.. 사실을 넌지시 흘려주기만 해도 알아서 일을 키워 줄 테 지요.
최석주 (건조한 표정으로) 꼭 그렇게까지 하셔야겠습니까?
화완 왜요, 설마 마음이 약해지십니까?
최석주 (냉소) 저는 조정의 중신입니다. 이 일이 조정에 미칠 파급을 생각할 수 밖 에 없지요.
화완 (그래서, 라는 표정으로 본다)
최석주 사신단이 사실을 알게 됐을 땐 일이 어디로 튈 지 얼마나 커질지 예측할 수가 없게 됩니다. 생각지도 못한 큰 화가 조정에 미칠 수 도 있다는 말 씀입니다.
화완 세손을 그냥 두면 더 큰 화가 조정에 닥치게 됩니다. 지금 해야지요.
한번 왕이 되고 나면, 그땐 갈아 치우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최석주 (당황) 마마, 말씀이....
화완 (당황하는 최석주가 재밌다는 듯 깔깔, 웃는다) 알고 있습니다. 지나치지 요.
최석주 ....!....
화완 (웃음을 거두고)어쨌든, 이번 일은 비단 제 뜻만이 아님을 이판께서도
잘 아실 겁니다. 허니, 칼끝에 망설임을 두지 말고 사냥을 끝내세요.
최석주 .....!....
화완, 날카로운 눈빛을 빛내며 최석주를 바라보고 최석주, 조금 피곤한 듯 인상이 굳어지는데.
S#17. 궐. 일각. 낮
산이 급히 사도시(사도시: 궐 안 창고)에 당도하면 앞을 지키던 사령과 서리들이 황급히 예를 갖추고, 산 굳은 표정으로 안으로 들어선다.
S#18. 동. 안. 낮
산이 사령 하나와 있다. 보면 각종 천과 옷감들이 쌓여있는 창고 안이다.
산 남은 백우포의 수량을 파악해놓으라 지시했는데 어찌 된 것이냐?
사령 (쩔쩔맨다) 송..송구하오나 그런 하명은 받지 못했사옵니다.
산 (놀라) 그게 무슨 소리냐? 허면, 종로의 제용감(제용감: 직물의 직조를 맡아보던 관아)에 남아있는 것도 확보 해두지 않았단 것이냐?
사령 (당혹스럽고...)
산 (이럴 수가..! 굳어지는 표정)
S#19. 대궐 빈청. 낮
산, 최석주를 비롯한 중신들과 있다. 팽팽한 긴장이 감도는 집무실 안.
산, 싸늘하게 굳은 얼굴로 이들을 바라보고 있는데.
산 호판대감은 어째서 사도시와 제용감에 남아있는 백우포 수량을 파악하지 않았습니까?
중신1 송구하오나 그곳에 백우포라면 고작 몇 필이 되질 않아서..
산 (O.L) 정해년에 징수한 최상질(最上質)의 것이 스물 다섯 필 남아있소!
중신1 (불편한 얼굴)
산 그건 수원 공창도 마찬가지오. 경인년과 신묘년에 징수한 백우포가 각각 열 두필, 열 네 필이 남아있고 운종가 포목전을 뒤진다면 또 몇 필은 찾 을 수 있을 것이오.
중신들 (불편...)
산 백우포를 채우지 못하면 사신단과의 교역협상을 할 수가 없소. 사안이 이 처럼 중대한 때 대체 경들은 무얼 하고 있는 것이오?
중신2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저하! 그래봐야 저들이 원하는 수량엔 턱없이 부족 한 것을 아시지 않습니까.
산 ....!....
중신1 이미 최상질의 백우포는 전주와 나주에서 모두 징발했습니다.
조선팔도를 다 뒤진다 해도 이제와 150필의 백우포를 다시 채울 순 없습 니다.
산 (기가 막히다) ....그래서 모두 그냥 넋만 놓고 있겠단 것이오?
대신1 그런 것이 아니오라 달리 뾰족한 방도가 없다는 말씀을....(흐린다)
산 ....!....
대신들, 모두 시선을 피한 채 어쩔 줄 몰라 하고. 최석주, 무겁게 가라앉은 얼굴인데. 이토록 비협조적인 대신들을 보며 산은 기막힘과 착잡함에 가슴이 답답해져
오는데. 바로 그때, 동궁내관 급히 안으로 든다.
상고 큰일났습니다 저하.
산 (멈칫, 본다)
상고 지금 모화관에서 전갈이 왔사온데 사신단들이 짐을 챙기고 있다 하옵니 다.
산 (놀란다) ...그게 무슨 말이냐. 저들이 짐을 챙기다니?
내관 전령의 말로는 사신단들이 지금 청국으로 떠난다 하옵니다, 저하.
산 ....!!....
산, 놀라고 대신들도 놀라 웅성거린다. 보면, 굳어지는 최석주의 얼굴.
그리고...당혹감에 어쩔 줄 모르는 산!
S#20. 모화관. 일각. 낮
사신단의 수행원들이 짐을 싸고 있고. 그 한쪽으론 왕유가 심기가 불편한 얼굴
로 앉아있는데.
왕유 (수행원에게) 배는 언제 준비된다 하더냐?
수행원 이제 곧 포구에 당도할 것입니다.
왕유 .........
S#21. 저자거리. 낮
상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술렁이고 있는 저자거리. 보면, 대수가 이상한 저자 분위기를 흘끔거리며 화피전 쪽으로 오는데.
점원 (흘끗 보고) 뭘 드릴까요?
대수 (쭈볏) 그게...사러 온 게 아니라 산 걸 바꾸러 왔는데...
점원 그럼, 다음에 오슈. 지금은 주인어른이 안계시니.
대수 (낭패다)어디 갔수. 내가 좀 급해서 그런데.
점원 급해두 소용없수다 우리 어른만 없는 게 아니유. 지금 운종가 점주들은 죄 포구로 몰려갔으니까.
대수 ...왜...저자에 뭔 일이 있수?
대수, 무슨 일인가...살피는 듯한 표정으로 보는데.
S#22. 포구 일각. 낮
배가 정박해있고 사신단의 짐들이 옮겨진다. 보면 한쪽에서 웅성거리며 걱정스런 얼굴로 보고 있는 상인들. 그 중엔 달호도 끼어 있는데.
달호 (옆의 상인에게) 대체, 사신단들이 왜 갑자기 도성을 떠난다는 거야?
아직 갈라믄 한참 남았잖아?
상인 (불안) 소문 못 들었어? 조정에서 조공품으로 줄 백우포가 사라졌대.
그걸 알고 저런대나봐.
달호 (놀란다) 뭐..?
상인 나라꼴이 어찌 이 모양인지. 세상에 조공품을 도둑질 당하다니, 그게 말이 되?
달호 (걱정) 그럼 이번에 청국이랑 한다든 교역협상은 어떻게 되는 거야?
의주랑 회령에서 다시 개시를 한다구 했잖아.
상인 (걱정이다) 저렇게 가는데 제대루 됐겠어?
달호 아니 그럼 린 어뜩하라구? 교역이 풀려야 물건이 돌고, 물건이 돌아야 장사치가 먹구 살지...!
걱정이 어리는 달호, 상인들 속에 섞여 멀리 짐을 싣고 있는 포구의 배를 보는데.
S#23. 궐 일각. 낮
산, 융복으로 갈아입고 급히 나오고 있다. 남사초가 쫓아온다.
남사초 (만류한다) 영접의 책임을 맡은 중신들만 보내십시오. 제아무리 청국이라 하나 상대는 태감이옵니다. 일국의 세손이신 저하께서 나서실 일이 아닙 니다.
산 지금은 그런 것을 따질 계제가 아니네. 내가 조정 안 누굴 믿고 이 일을 맡길 수 있겠는가?
남사초 ....!.....
산 ......
산, 다급하고 굳은 얼굴로 나서는데.
S#24. 모화관 앞. 낮
모화관 앞에 당도한 산과 중신들. 그러나 보면, 굳게 닫혀있는 모화관.
산, 당혹스런 얼굴인데. 그때 한쪽에서 홍봉한이 급히 온다.
홍봉한 저하! 어찌하면 좋습니까? 사신단이 이미 모화관을 떠난듯 합니다.
산 ...!....
홍봉한 이미 한 점 전에 양화진 포구로 배가 들어와 저들의 짐을 모두 실어 날랐 다 합니다.
산 : ....!!....
산, 이럴 수가. 절망감 어려 보는데. 보면 뒤편...역시 당혹해하는 중신들의 모습.
산 양화진으로 가야 겠습니다.
홍봉한 하오나 저하..이미..(하는데)
산 배가 이미 떠났다면 쫓아가서라도 저들을 돌려세워야 합니다! (금군별장 에게) 양화진으로 기발을 보내게 내 곧 뒤따라 갈 것이니.....
하는데, 그때 등 뒤에서.
정후겸 (소리)러실 필요 없습니다. 저하
산, 갑작스런 소리에 멈칫, 돌아본다. 보면 그곳에 정후겸이 몇몇 신하들과 서
있는데. 놀라는 산. 그리고 신하들.
정후겸 (부드럽고 담담한 태도로)저들은 아직 도성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제가 잠시 말미를 청했으니 우선은 심려를 놓으셔도 됩니다, 저하.
산 ...자...네는....
정후겸, 산을 보고 천천히 예를 갖춘 후.
정후겸 신, 정후겸 세손저하께 문후 드리옵니다. 그간 강령하셨습니까.
산 ...!....
서로를 보는 두 사람.그런 두 사람의 위로 3부, 산을 대신해 경서를 외워가던 어린 정후겸.
그리고 또렷하게 제 이름을 말하던 어린 정후겸이 회상되는데.
산, 당혹스럽고 굳은 표정으로 정후겸을 보고 정후겸, 그런 산을 보며 여유 있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이는데.
S#25. 궐 일각. 낮
최석주가 홍봉한 홍인한을 비롯한 신하들과 있는데
그때 대신 1,2를 포함한 몇몇 신하들이 안으로 급히 들어온다.
중신1 대감! 강화에 있던 승지 정후겸이 돌아왔다는 말이 사실입니까.
홍인한 그렇소.
중신2 아니, 전함사에 수장으로 내려가 있던 정후겸이 무슨 연유로 갑자기 도성 에 돌아왔답니까.
홍인한 아마, 주상전하께서 불러올리신 것 같소.
중신1 ...예? 전하께서요?
홍인한 승지 정후겸은 이태 전 청국에 유학을 가 이름을 날리고 오지 않았소?
그때 태감 왕유와도 교분을 두텁게 쌓았던 모양이오 승지가 그 친분으로 일단 왕유를 주저앉힌 게지요.
중신들...그렇구나...웅성이고.홍봉한 홍인한의 표정은 불편하다.
보면 한쪽에서 표정 없는 담담한 얼굴로 이들을 보고 있는 최석주의 모습.
S#26. 동. 영조의 집무실. 낮
영조와 정후겸, 그리고 산이 있다. 무거운 긴장감이 가라앉아 있는데.
정후겸 마침 그때 제가 탄 배가 양화진에 당도하여 떠나던 왕유를 만날 수 있었 습니다. 반점만 지체되었어도 돌이키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영조 .......
산 ......
영조 그래, 저들이 원하는 건 무엇이라더냐? 조공품을 잃은 건 전례가 없는 일 이니 이걸 빌미삼아 더 많은 걸 뜯어내려 할 테지.
정후겸 (가만, 그러다가) 인삼 300근, 화문석 150장, 표피 80장, 황모필 50개를
증하하고 거기에 초주지와 염석을 새로 조공물목에 포함시켜 달라 했습
니다
영조 ....!!....
산 ....!....
영조 (노기가 어린다) 그건 처음 약조한 조공품의 곱절이 아니냐!
정후겸 그것이 싫다면 예정대로 백우포 150필을 내놓으라 했습니다.
허나 그것은 지금으로썬 불가능한 일이 아니옵니까?
산 ...!....
정후겸 하오나 그 대신 회령 안포 의주에서의 개시를 다시 열도록 하고
회령은 그 규모를 감안하여 쌍개시(雙開市: 1년에 두 차례 여는 개시)를 하기로 약조하였습니다.
영조 ....!.....
산 .....!....
정후겸 저 많은 조공품을 닷새 안에 거둬들이자면 운종가의 점포를 징발할 수 밖 에 없고 그렇게 되면 도성의 상권은 마비될 것입니다. 허나, 우리 쪽에서 먼저 뼈아픈 실책이 있었으니 막힌 교역을 풀자면 당분간 그것은 우리가 감수해야 할 것입니다, 전하.
산 .....!.....
영조, 정후겸의 말에 다른 도리가 없다는 것을 안다. 착잡하게 굳어져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영조. 무거운 침묵에 휩싸이는 집무실. 그 안에서 영조의 차가운 눈빛을 견뎌내는 산. 아무 말도 없는 영조의 모습은 독설을 내뱉던 순간보다 오히려 더 강하게 산을 압박해오는데...
S#27. 대궐 일각. 낮
정후겸이 최석주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최석주 그래, 어찌 되었는가?
정후겸 신하된 도리는 다하되 일은 그르치지 않았습니다.
최석주 (가만, 그러다가) 그만 가보게. 자네 수양어머니가 아마 화가 많이 나셨을 걸세 어쨌든, 옹주마마께서 보시기엔 자네가 나서 세손을 구한 꼴이 된 걸 테니...
정후겸 (담담하게) 예...
정후겸, 선선한 표정. 그 위로.
화완 (소리)썩, 나가라지 않느냐!
S#28. 대궐 화완옹주 처소. 낮
보면, 장짓문으로 내동댕이쳐지는 화각 소함. 그러나 정후겸의 표정은 눈썹 하나 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슬몃 미소를 짓는데.
화완 (기가 막히다) 발칙한 놈! 웃는 게냐?
정후겸 예. 이제야 궐에 돌아왔다는 실감이 나서요
화완 (OL)닥쳐라! 너한테 이런 뒷 통수나 맞자고 널 양자로 삼은 줄 아느냐?
니가 나서 세손을 구하다니! 내가 내 손으로 세손의 충견을 키운 게냐!
정후겸 어머니! 전하께서 위급할 때마다 절 찾으시는 건 제가 한번도 실망을 드 린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허면, 제가 어머닐 실망시켰던 적은 있었습니 까?
화완 ....!....
정후겸 세손 하나 떨궈내자고 조정을 위태롭게 할 순 없지 않습니까? 폐 세손의 논의가 필요한 것이라면 이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사신단이 돌아가는 것 보단 도리어 이편이 나을 수도 있지요. 운종가의 강제징발이 시작된다면 도성 밖 성난 민심이지금 당장 전하의 눈 앞 에 보일테니까요.
화완 ....!....
정후겸 (담담하고 선선한 표정으로 바라보는데)
S#29. 저자 거리 일각. 낮
운종가의 저자에서 조공품의 강제징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보면, 여기저기서 몸싸움이 벌어지고. 상인들..강력하게 항의하는데.
상인1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딨소? 조공품은 나라에서 잃어놓고, 왜 엄한 덤터길 우리한테 씌운단 말이오?
관원 글쎄, 조정에서 돈을 주고 사간다지 않는가?
상인1 (돈 꾸러미를 들어 보이며) 돈? 쥐꼬리만큼도 안 되는 이 고린전 말이오?
이걸 주고 물건을 다 가져가면, 앞으로 우린 뭘 먹고 산단 말이오!
보면, 징발 대상이 된 점포마다 아비규환이 되고 있는데.
S#30. 도화서. 대 작업실. 낮
송연, 초비, 세모, 미수등 다모들이 한켠에서 물품을 정리하고 있고.
한쪽에선 박영문이 탁지수, 강두치, 이천과 회의를 하고 있는데.
탁지수 조공품의 징발 때문에 저희 도화서도 피해를 보고 있습니
다. 다해서, 초주지 서른 장과 황모필 열 자루가 비었습니다,
별제나으리.
박영문 나라가 어려운 때니 파지가 나지 않도록 아껴 쓰게.
강두치 (끌끌하며, 탁지수에게) 오다보니, 궐 앞까지 상인들이 모여들어 난리가 났더구만.
이천 이번 일이 다 세손 저하탓이라구 수군거리던데요.
송연 ....!!....
강두치 듣자하니 그렇다더군. 백우포를 잃은 것도 그렇고, 사신단 영접에 여러모 로 미숙하셨던 모양이야.
강두치와 탁지수의 말에, 박영문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우고 한쪽에서 일을 하고 있는 송연은 걱정으로 어쩔 줄을 모르는데...
S#31. 대궐 문 앞. 낮
상인들이 격분한 얼굴로 모여 궐 앞에서 너무한다며 읍소를 하고 있고.
S#32. 동. 일각. 낮
산, 궐 밖에서 들려오는 상인들의 외침을 착잡한 얼굴로 듣고 서 있다.
곁에는 안타까운 얼굴로 남사초가 세손상궁(박상궁)과 있는데.
남사초 저하...
산 .......
S#33. 궐 다른 일각. 낮
혜빈이 이상궁들과 함께 착잡한 얼굴로 서 있다.
그런 혜빈에게도 바깥에서 들리는 백성들의 소란이 들리는데. 그때, 한쪽에서 강상궁들을 거느리고 오던 정순왕후, 그런 혜빈을 보고.
정순왕후 혜빈.
혜빈 (돌아본다) 마마! 어쩐 일이시옵니까?
정순왕후 혜빈은 어찌하여 나와 있습니까? 이런 소란을 들어 무엇하려구요?
혜빈 (착잡한데)백성들의 원성이 너무 커서요. 마음이 무겁습니다.
정순왕후 혜빈 백성은 쉽게 잊습니다. 이 일도 금방 지나 갈 것이니 너무 마음 쓰 지 말아요.
하며 정순왕후, 짐짓 따뜻하게 혜빈의 손을 잡아주는데.
S#34. 동. 대전 집무실. 낮
대전 안. 굳은 표정으로 앉아있는 영조.
S#35. 대궐 문 앞. 낮
상인들, 여전히 부복한 채 항의를 하고 있는 궐 앞.
보면 그 와중에 섞여 사람들을 선동해가며 누구보다 열심히 소리치고 있는 달호가 보이는데.
달호 보시오! 교역만 손꼽아 기다렸더니 남은 건 텅 빈 평차요! 물건이 없는데 개시가 열린들 무슨 소용이오? 조정이 각다귀처럼 백성 것을 앗아가니
이게 무슨 징발이오? 이건 수탈이오, 수탈!
사람들, 달호의 말에, 옳소..하며 와..박수를 치는데.
그때, 한쪽에서 두리번거리며 급히 오던 대수. 그런 달호를 보고 부른다.
대수 삼촌!
달호 (멈칫, 본다) 대수야..?
대수 (다가와서) 뭐야, 여기서 뭐해?
달호 뭘 하긴 임마. 운종가를 마비시킨 조정에 맞서 궐기를...(하
는데)
대수 (OL)시끄럽구, 나 따라와. 내가 해결해 줄 테니까.
달호 (놀라는) 어...?
S#36. 깍정이패 소굴. 낮
6부에 나왔던 깍정이패1이 소굴 근처 으슥한 곳에서 소변을 보고 있다. 그때, 그런 깍정이 패의 얼굴로 쓰여 지는 검은 보 자기!
S#37. 산 일각. 낮
깍정이패1의 얼굴에서 보자기가 확 벗겨진다.
보면, 깍정이패1, 땅 속 깊이 파진 구덩이에 이미 반쯤 묻혀진 상탠데..!
보면, 그런 깍정이패를 잡을 듯 노려보고 있는 대수. 그리고 옆에는 열심히 삽으로 거적위에 흙을 담고 있는 달호가 보이는데.
대수, 그런 깍정이패의 얼굴 위로 돈 꾸러미를 던지고.
대수 자, 니 놈한테 받은 돈 돌려준다. 그러니까, 말해. 빼돌린 백우포, 어딨어?
깍정패1 글쎄, 몇 번을 말해! 난 그냥 돈 받고 운반만 해준거라니까!
대수 삼촌, 부어.
달호 어..? 어...그래.
달호, 시키는 대로 하긴 하지만 마음이 약하다. 거적에 담긴 흙을 눈을 질끈 감고 깍정이 패한테 붓는데. 모른다며 발악하는 깍정이패. 보면, 흙에 묻혀 얼굴만 남은 상태.
대수 자, 이래두 몰라?
달호 (안쓰럽다, 얼굴을 털어주며) 이보게 그냥 불게! 자네 이러다 고태골로 가 는 수가 있어.
깍정패1 아, 몰라! 몰라서 말 못하는 걸 어쩌라구!
대수 (눈이 벌개진다) 오냐! 니가 버틴다 이거지? (하고) 삼촌, 다 부어.
달호 (시껍) 얌마, 이걸 다 부으면 죽어!
대수 그러니까 부으라구!
달호 (헉..!) 야! 너 미쳤냐? 정말 사람을 죽일 셈이야?!
대수 그래, 저 새끼가 안 불면 여기 묻을 거야? 뭐해, 얼른 부으라니까!
깍정패1 (덜덜).....
달호 안 해, 못해 임마! 어떻게 사람을(하는데)
대수 (OL)비켜, 그럼 내가 해.
하며 눈이 벌개진 대수, 그대로 달호를 확 밀치고 흙이 담긴 거적을 들어 그대로 깍정이패1에게 들이 붓는데. 와르르 쏟아지는 흙!
달호 안돼 대수야!!
깍정이패1 (으아악) 살려줘! 난 몰라, 진짜 몰라!
순간, 깍정이패1의 얼굴 위로 쏟아지던 흙이 멈춰지고. 대수, 멍한 얼굴로 거적을 툭 떨어뜨린다.
달호 (놀라서 얼른 다가와) 야 이 미친놈아! 돌았냐? 환장했어?!
하고, 놀란 달호..얼른 깍정이패1한테 다가가 괜찮냐며 얼굴을 털어주는데.
그런 두 사람을 멍한 표정으로 보고 있는 대수.
대수 ....이 자식 정말 모르나봐 어떡해! 나 이제 어떡해 삼촌!!
대수, 그대로 하늘이 노래지는 것 같은데.
S#38. 도화서. 일각. 밤
송연이 미수와 창고에서 안료를 정리하고 있다.송연, 수심이 가득한 얼굴인데.
보면, 미수 송연의 옆에서 작은 나무함에 흰색 안료 가루를 몰래 담고 있다.
미수 송연아, 너두 이거 좀 담아줄까?
송연 (멍하니, 있다가) 어?
미수 이거 말야. 호분.
송연 호분? 그건 흰색 안료잖아. 그걸 왜?
미수 이게, 가루가 고와서 얼굴에 찍어 발르믄 그만이더라구. 누렇게 변색 된 옷 있으면, 잿물이랑 같이 담가두면 감쪽같이 흰색 물도 들구.
송연 조심해, 그러다 들키면 어쩔라구.
미수 흰색 안료는 나으리들두 잘 안 쓰잖아, 걱정마.
송연 (어쩔려구...그런 표정으로 본다)
S#39. 도성일각. 밤
송연이 걸어오고 있다.보면, 멀리 궐 앞...아직도 부복한 채 모여
있는 상인들. 송연, 안타까운 표정으로 보는데.
그때 한쪽에서 달호가 송연을 부른다.
달호 송연아!
송연 (놀라 본다) 어, 아저씨
달호 송연아! 큰일 났다. 지금 대수가!
송연 ....?!....
S#40. 포청 앞. 밤
대수, 포청 앞에서 포졸들과 시비가 붙었다. 대수, 막무가내 이판사판으로 들러붙고 있는데.
대수 글쎄, 나 잡아가라구. 내가 범인이야! 내가 조공선에서 백우포를 훔쳤다 구!
포졸들, 그런 대수가 기가 막히는데.
포졸 이 미친놈이...야, 썩 꺼지란 말 안 들려?!
대수 안 들려, 못가. 아, 뭐해! 얼른 잡아 처넣으라니까!
하면서 대수, 포졸들한테 완력을 쓰려하고. 그러자 포졸들, 이런 미친놈..하며 육모방망이로 대수를 두드려 패는데. 대수, 으악..아프다. 바닥에 굴러 비명을
지르는데.
포졸들, 별 미친 놈 다 보겠네, 하며 안으로 들어가면. 대수...안 된다. 다시 일어나 문을 두드리는데.
대수 야! 나 잡아가! 안 들려?! 내가 범인이야! 서강 조공선에서 백우포 훔친 썩을 놈이 나라구!
그때, 한쪽에서 사색이 된 얼굴로 달호와 함께 오던 송연. 문을 두드리며 절규하는 대수를 보며, 그 자리에 멈칫 서고 마는데...대수의 모습에 울컥, 눈물이 솟구치는 송연.
송연 ...대수야!
순간, 대수. 멈칫 놀라 본다. 보면, 송연이 두 눈 가득 눈물을 머금은 채 서 있는데.
대수 ...송..연아!
송연 (울컥, 한다. 마음 아프고 안타깝다) 바보야.....왜 그랬어! 왜 그랬어 바보 야!
대수 ....!....
송연 (속상하고 대수의 마음을 알 것 같아 안타깝다)
대수 (고개를 푹 떨군다) 내가 죽일 놈이야 송연아.
송연 .....!......
대수 박대수! 이 등신 바보새끼. 약속은 고사하구 뒤에서 저하한테 해꼬지나 하 구.
송연 대수야!
대수 어뜩하냐? 송연아! 그 놈두 백우포가 어딨는지 정말 모른대는데 우리 저 하 나 때문에 이제 어뜩해 송연아?
송연 ...!....
아프고 속상한 대수...눈물이 왈칵 솟구치고 그런 대수를 보는 송연, 안타까운 마음에 어쩔 줄을 모르겠는데.
S#41. 궐. 일각. 밤
산, 궐 일각 정자에 홀로 서서 생각에 잠겨 있다.
산, 착잡한 마음을 가눌 길이 없는데. 그때 산의 등 뒤에서.
영조 (소리)궐 담은 높다. 예서 이런다고, 니가 한 짓이 똑똑히 보이
겠느냐?
산 (놀라서 돌아본다)전하..!
영조 (차갑게 바라보다가) 갈 데가 있으니, 따라 오거라.
산 ....!....
S#42. 저자거리 일각. 밤
이리저리 종이와 쓰레기들이 나뒹구는 황량한 저자일각. 보면, 그곳에 미복 차림을 한 영조와 산이 수행 내관과 금군 몇을 데리고 미행을 하고 있는데.
보면, 이들의 시선에 텅 빈 주막. 주인이 나와 맥없는 얼굴로 등롱을 끄는 것이 보인다.
영조 이제 제대로 보이느냐? 이게 지난 며칠 동안 니가 한 짓이다.
산 .....!....
영조 어좌란 무서운 것이지! 이렇듯 혀끝만 가지고도 수 천 수만의 백성을 살 릴 수도 죽일 수도 있으니...
산 ......
영조 허나, 백성은 물이고 임금은 배다. 아무리 왕이라 해도 물이 요동치면 배 는 뒤집어지게 돼 있어.
산 .....!....
영조 궐 안 중신들이 들쑤시는 거야 어찌되든 상관없다. 허나, 만약 저들이 요 동친다면 난 니가 가라앉도록 내버려둘 참이다.
산 ....!....
영조, 굳은 표정으로 황량한 저자를 바라보고 산, 착잡한 얼굴로 그런 영조를 바라보는데.
S#43. 달호네 집. 마당. 새벽
송연, 마당에서 빨래를 하고 있다. 걱정 가득한 얼굴인데. 그때, 방에서 달호
가 하품을 하며 나온다.
송연 일어나셨어요?
달호 그래...넌 언제 깬 거야?
송연 .........
달호 (알겠다) 한숨도 못 잔 게구나.
송연 대수는요?
달호 밤새 끅끅대면서 울더니 좀 전에 잠든 거 같더라.
송연 (걱정이다)
달호, 마당에 놓인 평차의 덮개를 연다. 보면, 황색 우포가 가득 실려있는데.
달호 난, 나가봐야겠다. 어젯밤에 포목전에서 황우포 뗀 게 있으니 그거라도
내다 팔아야지.
송연 ..네
달호 (짐 정리하며, 휴) 이 황우포가 백우포루 둔갑하면 얼마나 좋겠냐?
아 질루만 따져두 황우포가 백번 나은데 떼놈들은 왜 꼭 하얀 우포만 찾 는 건지..
송연 .......
달호, 끌끌 혀를 차며 평차를 끌고 나서려는데.
그런 달호를 보며 시선을 거두려던 송연. 순간, 멈칫 한다.
송연 아저씨, 잠깐만요!
S#44. 도화서. 일각. 새벽
송연, 안료창고에서 뭔가를 찾아낸다.
보면, #38에서 미수가 챙기던 호분인데. (호분은 조개껍질을 하얗게 만들어 빻아
서 쓰는 흰색 안료입니다)순간, 그런 송연의 위로.
달호 (짐 정리하며, 휴 N) 이 황우포가 백우포루 둔갑하면 얼마나 좋겠냐?
아, 질루만 따져두 황우포가 백번 나은데 떼놈들은 왜 꼭 하얀 우포만 찾는 건지.
송연, 혹시나 하는 마음에 떨리는 얼굴이 되는데.
그때, 창고 안으로 들어오는 박영문. 송연을 보고.
박영문 (의아) 이 시각에 예서 뭘 하는 게냐.
송연 ....!....나으리...
S#45. 궐. 동궁전. 낮
산이 박영문, 남사초와 함께 있다. 보면, 산의 앞으로 황우포 몇 필과 상자에
담긴 호분이 놓여져 있는데.
남사초 아니, 대체 이것이 무엇인가?
박영문 이것은 조개를 빻아 만든 호분이라는 것으로 도화서에선 흰색을 내는 안 료로 쓰이는 것입니다.
산 ....!....
남사초 허면, 이 황우포는 무엇인가? 대체 왜 이런 걸 저하께....
그때, 박영문 산의 앞으로 책 한권을 내민다. 규전총서(閨全叢書)라 되어 있다.
박영문 규방에서 쓰이는 기술이 담긴 규전총서라는 책입니다. 여기엔 호분이 염 료로도 쓰인다고 나와 있습니다.
산 (.....!.....) 염료라면....염색을 해보잔 뜻인가? 이 황우포를 백우포로?
박영문 (그렇다)그렇습니다.
남사초 (당혹스럽다) 하..하오나 저하. 본시 염색이라 하면 흰 천을 다른 색으로 물들이는 것이 아닙니까? 황색천을 흰색으로 염색한다는 것은 들어본 적 조차 없습니다.
산 허나, 가능하기만 하다면 시도해볼만한 일이지.
남사초 (놀란다)예...?
산 황우포는 본시 백우포에 버금가는 좋은 천이네. 원랜 세종 대왕때까진 황 우포를 조공했지만 그로 인해 관민의 수탈이 심해 협상 끝에 당시 남아돌 던 백우포로 조공물목이 바뀌었지. 그러는 사이 백우포의 값이 뛰고 그 양이 귀해진 반면 황우포는 도성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천이 되었네.
남사초 ....!....저하.
산 염색이란 그게 무엇이든 색을 입히는 것이네. 흰천을 치자와 감색으로 물 들이듯 황색도 흰천으로 물들이는 것이 가능할 지도 모르네.
우리에겐 흰색천이 흔해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았을 뿐이야.
남사초 .....!.....
산 (굳은 얼굴로 황우포를 만져본다) 다만...천에 염료를 썼을 때 그 재질이 어찌 될 것인지...
박영문 소신이 걱정하는 바도 바로 그것이옵니다
산 ...!....
산, 굳어지는 표정. 그러다 뭔가 결심을 굳히는 표정으로 서탁 위에 놓인 것들을 바라보는데.
S#46. 도화서. 일각. 낮
안료 창고에서 호분을 꺼내 나르고 있는 사령들, 다모들.
이천 흰색 안료인 호분은 모두 밖으로 나르라는 분부다. 알겠느냐?
하고, 이천...무심하게 호분 나르는 것을 보다가.
이천 이상하네. 잘 쓰지도 않는데 왜 이렇게 양이 비지? (살핀다) 안료 통이 어 디 뒤루 떨어졌나?
미수, 뜨끔해져서 허연 제 얼굴을 쓱쓱 손으로 닦고.
S#47. 동. 마당. 낮
마당에 다모들이 쭉 늘어앉아 조개껍데기를 잔뜩 쌓아놓고 빻고 있다.
초비 (툴툴) 대체 200냥이나 되는 호분을 어디에 쓸려구 이걸 다 빻으라는 거 야?
초비, 힘들다. 대충대충 하려는데. 송연, 그 모습이 답답하다. 얼른 그릇을 뺏
어들고.
송연 그렇게 하면 곱게 안 갈아져요. 제가 할게요.
초비 ...?....(뭐냐 이건...)
송연 (열심히 빻는다)
S#48. 궐. 일각. 낮
마당 한켠. 감색, 치자색으로 물든 천이 내 걸린 세답방 일각.
산이 세답방 최고 상궁을 만나고 있다.
산 어떤가, 가능하겠는가?
상궁 (잘 모르겠다) 서속(기장과 조)의 줄기를 태워 만든 잿물을 쓰 면 좋지만...흰색염색이란 저희도 처음 해보는 것이라서 뭐라 말씀드리기 가 어렵습니다.
산 일단 시도해 보게.
상궁 예, 저하.
산 .......
S#49. 몽타쥬.
1. 저자에서 황우포가 실려지고
2. 도화서 다모들, 호분을 빻고.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 송연의 모습
3. 나인들. 단지 위에 틀을 만들어 재를 올려놓고 잿물을 내리고.
4.세답방 마당 그늘에 좍좍 황우포가 널려지는 광경.
5. 긴장된 얼굴로 널려진 황우포를 바라보는 산의 모습 등.
S#50. 궐. 영조의 집무실. 낮
영조, 정후겸과 이야기 하고 있다.
정후겸 오늘 사시(巳時)에 모화관에서 회담을 마친 뒤 사신단의 전별연을 열 것이옵니다.
영조 조공품은 차질 없이 준비되었느냐.
정후겸 예. 이미 사신단의 확인을 마쳤고 지금 양화진에서 선적되고 있습니다.
영조 마지막까지 차질이 없도록 각별히 유념하도록 하거라.
정후겸 예, 전하.
영조 (굳은 표정)
S#51. 공창일각. 낮
공창의 문이 열리면, 안에 가득 들어있는 조공품들.
관원의 지시에 따라 인부들이 물품을 평차에 실어 나르는데.
S#52. 궐 밖. 일각. 낮
가마를 탄 정후겸과 최석주 등의 중신들이 모화관으로 향하는 모습.
S#53. 포구 일각. 낮
나루터 일각. 배 위로 사람들이 조공품들을 실어 나르
고 있다. 이내 짐이 다 실려지고 관원이 배 짐칸의 여닫이 문을 닫으려는
데. 그때 어디선가 말을 탄 사령이 ‘잠깐 멈추시오’ 하며
급히 달려오는데. 사령을 보는 사람들의 표정.
S#54. 모화관. 일각. 낮
정후겸 등이 모화관 앞으로 당도한다. 헌데 보면, 한쪽에 연(연: 임금이 타는 가
마)이 세워져 있는데. 의아한 얼굴로 보는 이들.
중신1 아니, 저건...연이 아닙니까.
정후겸 ...!....
최석주 (정후겸에게) 어찌 된 것인가? 주상전하께서 납신다 하셨던가?
정후겸 (당혹) 아닙니다, 그런 말씀은 없으셨습니다.
최석주 허면...저건.....!
정후겸 .....!....
S#55. 동. 안. 낮
산, 왕유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왕유, 불편하지만 어쩔 수 없는 미소를 띠
고 있고 산, 그런 왕유를 보며 여유 있게 미소 짓는데.
그때 안으로 들어오는 정후겸과 최석주. 두 사람, 뜻 밖에 산을 발견하고 놀라 멈
춰 서는데.
정후겸 저하!
산 (여유 있는) 어서 오게.
정후겸 ....!....
산 (본다)
정후겸 (흔들리지 않는다) 송구하오나 저하. 이곳엔 어인 일로?
산 태감에게 조공품인 백우포를 전달하러 왔네. 너무 늦은 게 아닌가 걱정했 네만 다행이 아직 전별연이 열리지 않았더군.
정후겸 ....!....
산, 담담하고 선선한 눈빛으로 정후겸을 응시한다.
예상치 못하게 산에게 일격을 당한 정후겸. 그러나 정후겸 또한. 눈썹 하나 흔들리지 않는 표정으로 그런 산을 바라보는데.
S#56. 달호의 집. 마당. 낮
대수가 풀이 죽은 얼굴로 마루에 걸터앉아 있는데 그때 안으로 송연이 헐레벌떡 뛰어 들어온다.
송연 대수야!
대수 (놀라 본다)
송연 (숨을 헐떡이며) 이제 됐어, 해결됐어. 저하께서 백우포를 전부 싣고 모화 관으로 가셨어.
대수 그게 무슨 말이야? 저하께서 백우포를 싣고 가시다니!
송연 (천을 들어 보이며) 봐, 이거 보이니? 조공선에서 봤던 그 백우포랑 똑같 지?
대수 ....?!....야! 너 대체, 이걸 어디서 구한 거야?
송연 (환하게 웃는다) 만들었어
대수뭐 만들어?
송연 (벅차고 기쁜 얼굴로 보는데)
대수 (무슨 말인지 도대체 모르겠고)
S#57. 궐. 영조 집무실. 낮
산이 영조와 독대하고 있다.
영조 염색이라? 어찌 그런 생각을 했더냐?
산 도화서 화공들의 간언이 있었습니다.
영조 (가만, 본다)
산 .......
영조 그래 애썼다. 허나, 잘했다는 것은 아니다.
산 ....!....
영조 넌 불을 막기 위해 미리 아궁일 고치고 굴뚝을 세우기보단 수염을 그을리 고 옷섶을 태우며 요란하게 불을 껐다. 너로 인해 잠시나마 풍상을 겪었 던 백성들의 고초를 잊지 말거라.
산 예. 명심하겠습니다 전하.
영조 (보고)
산 .......
S#58. 대궐 일각. 낮
화완옹주, 정후겸과 있다.
화완 젊고 총명한 자들의 약점이 뭔지 아느냐?
정후겸 .......
화완 제 힘과 지략을 과신한 나머지 적을 얕본다는 것이다.
정후겸 .......
화완 오늘 일로, 회합이 곧 소집될 것이다.니가 해명해야 할 것이 많을 게야!
정후겸 (담담한) 예, 잘 알고 있습니다.
S#59. 대궐 다른 일각. 낮
정후겸 걸어온다. 그때 보면, 한쪽에서 산이 오는데.
마주치는 두 사람. 정후겸이 산에게 예를 표하면 산, 그런 정후겸을 보고 이내 선선한 표정으로 간다.
산이 가면 고개를 들어 보는 정후겸. 정후겸, 그저 한방 먹었다는 느낌으로 미
소 지을 뿐.. 크게 동요하지 않는 모습인데.
S#60. 달호의 집. 마당. 밤
대수, 마당에 쪼그리고 앉아 백우포를 보고 있다. 정말 큰일 날 뻔 했다. 대수, 코를 훌쩍이는데. 보면 한쪽에서 그런 대수를 보며..다행이다 미소 짓는 송연. 송연, 따뜻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안도하는 얼굴로 돌아서고.
S#61. 저자거리 일각. 낮
상인들에게 징발했던 물품들이 되돌려 지고 있다 저자의 점포들은 활기를 찾아가는 모습인데. 보면, 한쪽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는 산. 그때, 남사초.
남사초 저하, 이만 가시지요.
산 ......
산, 참으로 다행이다. 안도하는 얼굴로 돌아서는데.
산의 그 모습에서 카메라 점점 멀어지며 암전된다.
S# 62 도화서 일각. 낮
박영문이 황급한 얼굴로 나온다. 보면, 산이 서 있는데.
박영문 저하!
박영문을 보며 웃어 보이는 산.
산 이번 일엔 무엇보다 도화서의 공이 컸네. 그래서 자네이 공을 치하하기위 해 이렇게 왔네.
박영문 황공하옵니다 저하! 제게 과분한 말씀을..
산 아닐세. 자네의 공이네 자네가 호분을 들고 오지 않았더라면 해결할 수 없었을 거네 내 그것을 잊지 않을 것이야.
박영문 송구하오나 저하. 호분으로 황우포를 염색하려한 것은 소신의 생각이 아 니옵니다.
산 그래?
그럼 어떻게 그런 방법이 있음을 알게 된 것인가?
박영문 : 실은, 일전에 저를 도와 그림을 그렸던
그 다모아이가 일러준 것입니다.
산 ....!....
S#63. 도화서 사무실(별제 집무실)
- 시간경과
산, 박영문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산 그래? 그렇게 된 것이로군.
박영문 .....
산 어린 다모아이가 재주가 많은 모양이네. 일전에 연회에서 그린 그림도 필 묵이 섬세하고 기세가 있었어.
박영문 소신도 그리 생각하옵니다.
산 (가만, 그러다가) 참...그때 그 아이가 내가 낸 화제를 따라 그림을 그렸다 고 하지 않았던가.
박영문 예, 저하.
산 어떤 것인지 궁금하군. 혹, 지금 볼 수 있겠는가?
박영문 예, 한번 찾아보겠사옵니다.
하고, 박영문 한쪽으로 가 서랍 속에서 송연의 그림을 찾아 가져온다.
박영문 이것이옵니다, 저하.
산, 박영문이 내민 그림을 받아본다. 그러다 순간....멈칫, 놀라는 산.
보면 그 그림은 어린 소년이 무명 저고리를 입은 어린 소녀의 팔에 술띠를 묶어주는 그림인데..!
산 ...
박영문 ..
산 ....이게 정말, 그 다모 아이가 그린 그림이란 말인가.
박영문 예, 저하.
산 ....!!....
산 ...자네, 혹시 그 아이의 이름을 알고 있는가? 아이 이름이...무어라 하던 가?
박영문 송연이라 하옵니다 저하! 성송연!!
산 ....!!....
송연이라는 박영문의 말에 순간, 멈칫하는 산.
떨려오는 산의 두 눈동자! 그 모습에서 엔딩.
.이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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