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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산 60

#1. 거리. 일각. 밤

                       금군들과 숙위소 군관들, 살벌하게 말을 달리는 모습들이
                       보이고...

#2. 산길. 일각. 밤

                       횃불을 밝혀들고 산 속을 샅샅이 수색하는 숙위소 군관들과
                       금군들의 모습.
                       보면, 그 속에 대수와 석기..서장보도 보이는데.
                       삼엄하고 긴장된 분위기 속, 모두 매서운 얼굴들이고.
                       그 때, 한쪽에서 뭔가 발견한 군관1이.

군관1 : (대수를 향해) 나으리..!

                       대수, 부르는 소리에 급히 오면.

군관1 : (선혈이 낭자한 옷자락을 내보이며) 보십시요!
대수 : ...!!...

                       대수, 옷자락을 보고...나무 등걸에 묻은 피를 본다.
                       보면, 대수의 손에 묻어지는 마르지 않은 붉은 피.

대수 : (...!...) 멀리 가진 못했을 것이다.
       반드시 도주한 놈들을 잡아야한다. 알겠느냐?
군관들 : 예, 나으리!
대수 : (눈빛 빛내며 보고)

#3. 일각. 밤

                       산 일각. 움막같은 곳.
                       도주한 사내1과 몇몇 사람들이 초조한 얼굴로 서성이고 있는데..
                       그 때, 한쪽에서 누군가가 59부에서 욱이와 도주하던 노인을
                       데리고 온다.

사내1, 사람들 : 어르신...!!

                       모두들 놀라 달려와 기진한 노인을 부축하고..

사내1 : (데려온 사람에게) 어찌 된 것인가?
사내2 : 도정천에 쓰러져 계신 것을 모시고 왔습니다.
사내1 : (...!!...) 허면, 성욱이는?
        성욱이 그 사람은 어찌 되었는가?

#4. 거리. 일각. 밤

                       으슥하고 어두운 밤길. 두 사람의 걸음이 보인다.
                       보면, 송연이 욱이를 부축하고 힘겹게 가고 있는데..

송연 : ....조금만...조금만 더 기운을 내세요.
욱 : ......
송연 : 이제 다 왔어요. 조금만 더 가면....(하는데)
욱 : (쿨럭쿨럭, 기침을 하며 피를 쏟아내고 풀썩 쓰러진다)
송연 : (....!!....) 괜찮으세요? 이보세요! 이보세요!
욱 : (혼미한 채..겨우) ....가...가십시오....저는...두고..어서...(하는데)
송연 : (안되겠다) 잠시만요..! 잠시만, 여기서 기다리세요.
       금방 다녀올게요!

                       송연, 결연한 표정으로 급히 가고..
                       보면 욱의 흐려지는 시선에..그런 송연의 뒷모습이 들어오는데.

#5. 주막. 밤

                       송연, 초조한 얼굴로 마당에 서 있고.
                       안에서 막선이 자다 깬 부스스한 얼굴로 나온다.

막선 : 아니, 송연이 아니냐?
송연 : (다급하다) 아주머니, 아저씨는 안 계세요?
막선 : 오늘 숙직이라 안 들어왔지.
       궐이 뒤숭숭해서 내일 저녁이나 되야 들어온다는데...
       근데, 집에 무슨 일 있냐?
송연 : (어째야 하나 망설이는)
막선 : 송연아 (하는데)
송연 : (OL) 아주머니, 저 좀 도와주세요..
막선 : 어?
송연 : 사람이 다쳐서 쓰러져있어요. 지금 빨리 의원을 불러야해요..!
막선 : .....!.....

                       송연, 다급한 얼굴로 보고.
                       막선, 대체 무슨 일인가..싶은데.

#6. 동. 숙위소 앞. 밤

                       산이 남사초 등과 함께 급히 온다.
                       보면, 숙위소 군관들....산을 향해 예를 갖추는데.

산 : 숙위대장은, 안에 있는가?
군관1 : 예..전하.
산 : (보는 표정)

#7. 숙위소. 집무실. 밤

                       홍국영, 대수, 석기, 장보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다.

홍국영 : 날이 밝는대로, 잡혀온 자 모두를 추국할 것이니
         경계를 철저히 하도록 하거라.
다들 : 예, 영감.
홍국영 : 그리고, 도주한 잔당 또한 반드시 모두 잡아들여야 한다.
         저들이 근거를 둔 용동, 청정동 일대를 샅샅이 살피고
         그 식솔들을 모두 잡아들여 놈들이 도주한 곳을 찾아내도록 해라.

                       하는데...그 때, 밖에서 군관 하나가 들어와..

군관 : 전하께서 납시옵니다.
홍국영 : (놀라고)
다들 : (역시 놀라 보는데)

                       보면, 안으로 들어오는 산.
                       대수와 석기, 장보, 예를 갖추고....

홍국영 : (예를 갖추고) 전하.
산 : (걱정 어린 표정으로 보고)
홍국영 : .......

                       (시간 경과)

                       산, 홍국영과 있다.

산 : ..어찌 된 것인가?
     내 분명 자네한테 호당령을 내려 쉬라하지 않았는가?
홍국영 : 송구하옵니다, 전하.
         하오나 소신, 전하를 시해하려 한 대역무도한 자들을
         잡아들이지 못한 채..
         어찌 일신의 안위를 구하고 있겠사옵니까?
산 : ....!....
홍국영 : .......
산 : (안타깝다) ..그래. 내 자네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데...
     그저 편히 쉬어주기만을 바랐던 것이 어쩌면 어리석었던 게지.
홍국영 : (OL) 망극하옵니다. 전하.
산 : (가만, 그러다가) 헌데, 잡아들인 저들이
     정말 이번 사건의 배후인 것은 확실한가?
홍국영 : (멈칫, 보면)
산 : (조금 의구심 어려) 듣자하니, 이상한 것이 있어 묻는 것이네.
     오늘 밤 저들은...숙위소 군관들의 급습에도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았다 들었네.
홍국영 : (당혹스럽다...!!...) 송구하오나 전하..그것을 어찌......
산 : (OL) 들어오기 전 숙위소 군관에게 물었더니 그리 대답하더군.
홍국영 : ...!...
산 : 자넨 어찌 생각하는가?
     그런 저격사건을 주도한 자들이
     저항도 없이 순순히 잡혀들었다는 것이 이상하진 않은가?
홍국영 : (당혹스럽지만OL) 하오나....그 곳에서 저격에 쓰였던 수석총은 물론이고
         수십 점의 병장기가 발견되었습니다. 전하.
산 : (잠시, 그러다가) .....그래....? ...병장기가..말인가...?
홍국영 : 예, 전하.
         소신, 내일이면 저들을 추국하고
         또 달아난 잔당들을 잡아들여.....반드시 저들의 죄상을
         낱낱이 밝혀낼 것입니다.
         허니, 이번 일은 소신을 믿고 맡겨주십시오, 전하.
산 : ...!...
홍국영 : (결연한 표정으로 보는데)
산 : (가만, 그러다가) 알겠네.
     내 처음부터 이 일은 자네에게 모든 전권을 위임했으니
     자네 손에 맡길 것이네.
홍국영 : 망극하옵니다, 전하.
산 : 허나, 너무 무리는 하지 말게.
홍국영 : ...!...
산 : (안타깝다) 대수한테 전해 들었네.
     자네가 곡기도 끊고 몇 날 며칠을 술로만 보냈다고 말이야.
홍국영 : ....!!....
산 : 내 자네의 심정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안타깝게 죽은 원빈을 생각해서라도...
     자네가 마음을 추슬러야 하지 않겠는가?
홍국영 : ....전하...
산 : 허니...나한테 다짐을 해 주게, 홍승지.
     힘겹겠지만..원빈의 일을 잊고
     이젠 그만 기운을 내 줄 수 있겠는가?
홍국영 : (입술을 깨물며) ....망극..하옵니다...전하..
산 : (안타까운 얼굴로 보는데)

#8. 산의 원탁 집무실. 밤

                       산, 채제공, 남사초 들어온다.
                       산, 조금 어두운 얼굴로 자리에 앉는다.

채제공 : 원빈마마의 일로 아직 마음을 추스르지 못했을텐데
         홍승지가 이리 빨리 죄인들을 잡아들일 줄은 몰랐습니다.
남사초 : 그러하옵니다. 전하.
         전하께오서 호당령을 내려 쉴 것을 권했는데도
         그 사이 이리 큰 공을 세우다니...참으로 대단합니다..
산 : (담담하게) 나 또한 그리 생각하네...
     (채제공에게)
     승정원에 명을 내려 홍승지의 공훈을 치하토록 하십시오. 대감.
채제공 : 예, 전하.
산 : 오늘은 그만 물러들 가십시오.
     내 이만 쉬고 싶습니다.

                       채제공, 남사초, 그런 산을 조금 걱정 어린 얼굴로 보고는
                       이내 예를 갖추고 물러나면..
                       산, 뭔가 마음에 걸리는 얼굴로..가만..상념에 잠기는데..
                       그 위로 회상..

산 : (E) 자넨, 어찌 생각하는가?
     그런 저격사건을 주도한 자들이
     저항도 없이 순순히 잡혀들었다는 것이...이상하진 않은가?
홍국영 : (당혹스럽지만.E) 하오나....그 곳에서 저격에 쓰였던 수석총은 물론이고
         수십 점의 병장기가 발견되었습니다. 전하.
산 : (잠시, 그러다가.E) ....그래...병장기가..말인가..?

                       회상을 마친 산..
                       산, 가만...뭔가 마음에 걸리는 듯한 얼굴이 되는데.

#9. 숙위소 앞. 밤

                       대수, 석기, 장보 등 숙위소 군관들 모여있다.
                       그 앞에 홍국영 있다. 홍국영, 군관 하나의 뺨을 거세게 후려친다.
                       다들, 당혹스러운 얼굴로 보고.

홍국영 : (매섭다) 누가 멋대로 입을 놀리라고 했느냐?
         저들이 아무 저항도 하지 않았단 것을
         어찌 전하께 고한 것이야?!
군관1 : (당혹) 송구합니다. 영감. 소인은 그저 전하께서 하문하시기에 (하는데)
홍국영 : (OL) 전하께서 아셔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내가 전할 것이다!
         네 놈이 감히 입에 담을 일이 아니란 말이다!
다들 : .....!!.....
홍국영 : (차갑게) 당장 이 놈을 끌어내 숙위소에서 내치거라.
다들 : (당혹)
군관1 : (무릎 꿇으며) 영감! 용서해주십시오...용서해주십시오. 영감.
홍국영 : (보지도 않고 냉정하게 돌아서는데)
대수 : (보다 못해, 조심스럽게) ...소....송구하오나, 영감...
       그 명은 지나치신 듯 합니다.
홍국영 : (멈칫) 뭐...?
강석기 : (거든다OL) 그렇습니다, 영감.
         양군관은 전하께서 하문하신 일에 답을 올린 것 뿐입니다.
         헌데, 어찌 그만한 일로 삭직까지 하십니까? (하는데)
홍국영 : (OL) 자네들이 나설 일이 아니다.
대수 : (OL) 하지만 영감! (하는데)
홍국영 : (OL. 버럭) 못 들었느냐? 네가 나설 일이 아니라지 않느냐!
대수 : ...!!...
석기 : ...!!...
다들 : (당혹)
홍국영 : 모든 것은 내가 판단한다.
         숙위소에 쓸모없는 것들을 내치는 것도 내가 결정할 일이고
         전하께서 아셔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 역시 내가 고해야 할 일이야..!
대수 : ....!!....
홍국영 : 허니, 너희들도 똑똑히 새겨듣거라!
         앞으로 숙위소에서 행해지는 그 어떤 일도
         함부로 발설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만약 이를 어긴 자가 있다면
         내 절대 용서치 않을 것이니 모두 유념해야 할 것이다. 알겠느냐!
다들 : (눈치 보며) ...예...영감...
홍국영 : (차가운 시선으로 보고)
대수, 석기, 장보 : (어쩔 줄을 모르는데)
홍국영 : 그리고, 서군관.
서장보 : (주눅든 채로 놀라서) 예..영감.
홍국영 : 자넨 나를 따라오게.
서장보 : ...예..? 예....
홍국영 : (가고)
서장보 : (주눅들고 뻘쭘한 채로 쫓아가는데)

                     보면, 남겨진 대수, 석기...
                     이건 아니다 싶다...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에 어두워지는데.

#10. 숙위소. 집무실. 밤

                     홍국영, 서탁 위로 돈뭉치를 내민다.

서장보 : 이게 무엇입니까? 영감?
홍국영 : 받아두게.
         일전에 다친 곳을 살피자면 돈이 필요할 것이니...
서장보 : (놀란다OL) 여..영감. 당치 않으십니다.
         치료며 약재까지 내의원에서 봐 주고 있고...(하는데)
홍국영 : (OL) 그냥 넣어두게...
         내 진작부터 자넬 살피려 했으나
         그간 일이 많아 이제야 마음을 낸 것이니
         공연한 말을 덧붙이지 말게...
서장보 : (...!!...) 영감...
홍국영 : 그리고 자넨 내일, 호군(護軍. 정4품)으로 승차를 할 것이네.
서장보 : (놀라) ..예..?
홍국영 : 뭘 그리 놀라는가?
         자네가 그간 세운 공을 생각한다면, 당연한 것이 아닌가?
서장보 : ....!....
홍국영 : 내 평소 자네를 눈여겨 봐 왔네.
         무예가 뛰어난 것은 물론이고 숙위소 내에서도 신망이 높더군.
서장보 : ...과찬이십니다, 영감...
홍국영 : 숙위소는 주상전하의 안위를 살피는 곳이네.
         하여 은밀히 살펴야 할 일도 많은 법이지.
         헌데, 박군관이나 강군관은
         가끔씩 내 뜻에 반해 다른 생각들을 가지는 듯 해.
서장보 : .....!.....
홍국영 : 허나, 난 자네라면
         숙위소의 일이라면 어떤 것이든
         충정을 다해 나서줄 것이라 생각하는데...
         어떤가? 내 자네를 믿고, 앞으로 막중한 소임을 맡겨도 되겠는가?
서장보 : (당황하다가) ...여부가 있겠습니까, 영감!
         소인, 영감과 전하를 보필하는데 목숨을 바칠 것입니다!
홍국영 : ....!....
서장보 : (벅찬 얼굴로 보고)
홍국영 : (의미심장한 눈으로 바라보는데)

#11. 주막. 외경. 새벽

                 안개 낀 어두운 새벽, 주막 마당이다...

#12. 동. 주막 방(봉놋방). 새벽

                 어깨를 드러낸 채 누워있는 욱.
                 화살을 맞은 부위의 상처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욱, 고통스러운 듯 신음소리를 낸다.
                 의원, 환부에 약초가루를 뿌리고 광목을 덧대 지혈하고.
                 송연, 걱정 어린 얼굴로 이 모습을 보는데.

#13. 동. 마당. 새벽

                 마당에서 사립문 앞으로 나오는 의원과 송연, 막선이 서 있고...

송연 : 괜찮을까요? 상처가 심한 것 같은데...나을 수 있는건가요?
의원 : 다행히 혈을 피해 생명에는 지장이 없을게요.
송연 : (다행이다..안도하는데)
의원 : 헌데...아무래도 활을 맞은 듯 한데..
       대체 어디서 데려온 게요? 혹...포청에 쫓기는 자가 아니요?
송연 : (...!!...)
막선 : (헉...) 예..? 포..포청이요..?
의원 : 내 전에도 모르고 그런 자를 봐줬다가
       큰 곤욕을 치룬 적이 있어 하는 말이오.
송연 : ...!!...
의원 : (불안하다) 아무래도 안 되겠소.
       자칫 이러다 괜한 화를 입게 될 수도 있으니
       당장 포청에 알리는 것이...(하는데)
송연 : (OL) 아..아닙니다.
       저 분은 제가 잘 아는 분입니다.
       화..활이라니요? 당치 않으세요.
       산에서 약초를 캐다 다친 것 뿐인데요.
의원 : (의심스럽다) ...그게, 정말이요..?
송연 : (떨린다. 시선 피한 채) 예.....그럼요..(하고)
       약재와 살피는 법을 일러주시면..
       제가 살필 것이니 염려 마십시오..

                 의원, 조금 의아한 얼굴로 갸우뚱하고..
                 막선은 걱정이 되고....송연, 애써 담담히 보는데.

#14. 동. 송연 방 안(달호 방). 아침

                 붕대를 어깨에 감은 욱이 자리에 누워있고.
                 송연, 얼른 이불을 가져와 덮어준다.
                 그 곁에 의원에서 가져온 약재들과 놋대야, 수건이 있고.
                 송연, 그런 욱을 걱정 어린 얼굴로 본다.
                 그 위로.

의원 (소리.E) : ...아무래도 활을 맞은 듯 한데..
                대체 어디서 데려온 게요?
                혹...포청에 쫓기는 자가 아니요?

                 송연, 얼굴이 어두워진다. 마음에 갈등이 어리는데..
                 그 때...고통스러워하는 욱이의 얕은 신음소리.
                 송연, 이내 마음에 결심을 굳히는 얼굴로 수건을 짜서..
                 욱이의 이마에 올려주는데...정성을 다하는 송연의 그 모습이
                 가만 비춰지며...카메라 암전된다.

#15. 달호의 집. 마당. 아침

                 방에서 나오는 막선, 송연.

막선 : 내가 집으로 옮기자 그래서 서운한 거 아니지?
       장사하는 주막에 다친 사람을 두는 게 좀 그래서...
송연 : (OL) 아니에요, 아주머니.
       처음부터 저희 집으로 왔어야 했는데
       아깐 경황이 없어 그랬던 거에요..마음 쓰지 마세요..
막선 : 그렇게 말해주면 고맙구...
       (그러다가 떠보듯) 근데, 저 사람...아는 사람 아니지?
송연 : 예?
막선 : 눈치가 딱 그런데 뭐...
       송연이 너두 모르는 사람 맞지?
송연 : ..아주머니...
막선 : 아휴...대체 어쩔려구 그래?
       그러다 의원 말대로 괜히 경을 치면 어떡할려고...
송연 : 그래도....저렇게 다친 사람을 그냥 내버려둘 순 없잖아요?
       별 일 없을테니 염려마세요.
막선 : (걱정스럽다) 너두 참...
송연 : ........

#16. 궐. 전경. 낮

#17. 동. 일각. 낮

                 이상궁이 급히 간다.

#18. 혜경궁 처소. 낮

                 혜경궁과 효의가 있다. 그 앞으로 이상궁이 있는데.

혜경궁 : 그래? 정말 홍승지가 간밤에
         역당의 무리들을 잡아들였단 말이냐?
이상궁 : 예...마마.
         하여 지금 의금부에 죄인들이 하옥되어 있다 하옵니다.
혜경궁, 효의 : ...!!...
혜경궁 : 들으셨습니까? 중전.
         내 이럴 줄 알았습니다.
         홍승지가 주상을 위해 큰 일을 해낼 줄 알았어요.
효의 : 예..어마마마..
혜경궁 : (다행이다)
         홍승지가 원빈의 일로 상심이 클 듯 하여 근심이 많았는데..
         내가 생각이 짧았던 것 같습니다. 아니 그렇습니까?
효의 : (역시 다행이다. 미소로 답하고) 예, 어마마마.
혜경궁 : 그리 되면 조정도 안정을 찾을 것이니...
         이제 중전께서도...다음 후궁 간택을 준비하셔야겠습니다.
효의 : (멈칫, 놀란다) 예에...? 후궁 간택이라니요? 어마마마.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원빈이 변을 당한 지 아직 채 보름도...(하는데)
혜경궁 : (O.L) 알고 있습니다. 내 어찌 그것을 모르겠습니까? 중전.
효의 : ...!...
혜경궁 : (착잡하다) 원빈의 일은 나 또한 애석하고 원통합니다.
         허나 그렇다 하여..후궁의 자릴 한 시도 비워둘 순 없습니다.
         지금 왕실에 후사를 보는 것보다 더
         시급한 일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효의 : ....!....
혜경궁 : 하루라도 빨리 왕자를 보아
         주상의 전정과 이 나라 왕실을 굳건히 세워야 할 땝니다.
         허니 중전께선...내 뜻을 가납하고
         후궁 간택을 서둘러주세요.
효의 : ....!!....

#19. 효의 처소. 낮

                        효의와 김상궁이 있다..
                        효의, 굳은 표정. 상념에 잠겨있는데...

김상궁 : 마마...낯빛이 안 좋으십니다.
         혹....혜경궁마마께서 이르신 간택령 때문이십니까?
효의 : .......
김상궁 : (살피고)
효의 : ...그래...어마마마의 말씀은 백 번 지당하신 것이지만
       내 어쩐지..죽은 원빈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구나.
김상궁 :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마마.
         하루라도 빨리 왕자아기씨를 보아
         국본이신 세자저하를 세워야...
         전하의 전정도 굳건해지실 것이 아닙니까?
효의 : 그래...그렇지.
       원빈에겐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는 응당 그리해야 할 일이야.
김상궁 : 헌데 마마...이번엔 어쩌실 것입니까?
효의 : 어쩌다니, 무얼 말이냐?
김상궁 : 그러니까 제 말은...
         설마 이번에도...송연이 그 아일 후궁으로 천거하실 것인지..
         그것을 여쭙는 것입니다..
효의 : ....!....
김상궁 : (살피듯 보고)
효의 : (생각에 잠기는데)

#20. 궐. 일각. 낮

                        홍국영이 숙위소 군관들을 대동하고 어딘가로 가고 있다.
                        매서운 눈빛..기세등등한 홍국영의 모습.
                        보면, 한쪽에서...장태우가 오다가 그런 홍국영을
                        불안한 듯 바라보는데...그 때, 한쪽에서 중신1,2가 온다.

중신1 : 들으셨습니까, 대감?
        홍국영이 지난번 저격사건의 죄인들을 잡아들였다 합니다.
장태우 : (굳은)
중신2 : 어쨌든 홍국영이 진범을 잡아들였으니
        우리 노론 벽파의 무고함이 밝혀진 것이나 진배없습니다.
        이제야 먹구름이 겨우 걷힌 듯 합니다.
장태우 : (냉소) 먹구름이 걷히다니?
         어찌 그리들 아둔한 소리를 하는겐가?
중신1 : (놀라) 대감. (하는데)
장태우 : (OL) 이제...더 큰 비가 쏟아질 것이네.
         원빈마마의 일로 주상의 성심을 잃었던 홍승지가
         그런 큰 공을 세우고 다시 돌아왔으니...
         더욱 거칠 것 없이 날뛸 것이란 말이네.
중신들 : ....!!....
장태우 : ......

#21. 정순 처소. 낮

                        정순과 홍국영이 있다. 강상궁이 차를 놓고.

정순 : 됐네. 그만 나가보게.
강상궁 : 예, 마마.

                        강상궁, 나간다.

정순 : (차를 들며) 감축하네, 홍승지.
       이리 빨리 역당들을 잡아들였으니,
       주상께서도 자네의 공을 분명 크게 치하하실 것이네.
홍국영 : (건조하다) 망극하옵니다. 마마.
         저들의 죄상이 모두 입증되진 않았으니
         아직 마음을 놓을 수는 없는 일이지만....
         어찌되었든 마마께서 주신 서안이
         이번 일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정순 : 다행한 일이로군.
       허면, 어떤가? 이제 내 충심을 조금이나마 믿을 수 있겠는가?
홍국영 : 송구하오나
         누군가를 믿는다는 말은...그리 쉽게 할 수가 없는 것이
         아니질 않습니까?
정순 : ...!...
홍국영 : 다만...마마께서 전하의 전정과 또 소신에게
         큰 보탬이 되어주신 것만은 사실이지요.
정순 : (...!!...) 그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로군..
       어쨌든, 내가 필요하다니 말일세.
홍국영 : ......
정순 : 난 이번처럼 언제라도 기꺼이 자네를 도울 것이네.
       허니, 언제든 필요할 땐 나를 찾아주게.
홍국영 : ....!....(잠시 생각)
정순 : (의미심장한 눈빛, 바라보는데)
홍국영 : (뭔가 결심하는 듯..) 그렇다면 마마...제가 지금
         마마께 한 가지 도움을 청해도 되겠사옵니까?
정순 : ....!....
홍국영 : 실은 소신...마마께서...앞으로 있을 소신의 일에
         힘을 더해주셨으면 하는 일이 있습니다.
정순 : (순간 눈빛을 빛내고) 무엇인가?
       내 할 수 있다면 힘껏 도울 것이니 어서 말을 해 보게.
홍국영 : ........

#22. 산의 서재. 낮

                  산, 홍국영 있다. 산, 놀란 얼굴로 본다.

산 : 자네 지금 그게 무슨 말인가?
     원빈의 마지막 원을 들어주고 싶다니?
홍국영 : ....
산 : 이보게..홍승지.
홍국영 : .....어젯밤 전하께오선...
         소신에게 원빈마마를 생각해서라도
         마음을 추슬러야 한다 당부하셨사옵니다.
         소신 또한, 허망하게 가신 마마와
         불초한 소신을 이처럼 아껴주시는 전하의 성은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하루라도 빨리 이 모든 것을 딛고
         일어설 것이옵니다..
산 : ....!....
홍국영 : 하오나 전하...소신, 그리 하기 위해
         원빈마마의 마지막 원을 이뤄드리고 싶사옵니다.
산 : .....!!.....
홍국영 : 마마께오선 충심으로....왕자마마를 생산해...
         전하의 성은에 보답하고 싶어하셨습니다.
         허나, 끝내 그것을 이루지 못한 한으로...
         눈조차 감지 못하셨사옵니다..전하.
산 : ....!!....
홍국영 : 소신...원빈마마의 그 마지막 모습이 마음에 남아....
         끓어오르는 원통함에 잠조차 이룰 수가 없사옵니다.
         하오니, 부디.....
         원빈마마의 후사를 이을 수 있도록
         전하께서 윤허해주시옵소서.
산 : (당혹) ...자네 지금, 원빈의 후사라 했는가?
홍국영 : (단호한 결심이 어리는) 예...전하...
산 : ....!!!....

#23. 궐. 일각. 낮

                      홍국영, 굳은 표정으로 간다.
                      지나던 관원들 모두 홍국영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
                      홍국영, 담담히 지나치는데 어딘가를 보고 멈칫 멈춰선다.
                      보면, 멀리 효의가 김상궁과 나인들을 이끌고 가는 모습 보인다.
                      홍국영, 그런 효의를 싸늘하게 지켜보고.

#24. 산의 서재. 낮

                      산, 어두운 얼굴로 상념에 잠겨있다.
                      그 위로.

산 (소리E) : 후사를 잇다니...대체 어찌 말인가?

#25. (회상) 동. 산의 서재. 낮

                      산, 홍국영 있다.

홍국영 : 소신....왕족이신...은언군마마의 장자를
         원빈마마의 양자로 들이고자 하옵니다. 전하.
산 : (...!!...) 은언군? 은언군의 장자라면.....담을 말하는 것인가?
홍국영 : 예, 전하.
산 : ....!!....
홍국영 : 소신, 그토록 간절히 후사를 바라셨던
         원빈마마의 마지막 원을...입후(入後 : 양자를 들임)를 해서라도
         이루어드리고 싶사옵니다.
         하여 구천을 떠도는 마마의 넋이나마
         위로할 수 있도록 부디..윤허해주시옵소서..전하.
산 : (갈등 어린다)
홍국영 : (간절하게 보고)
산 : 알겠네..
     자네의 뜻을 그토록 간곡하니...내 숙고해보도록 하겠네...
홍국영 : 망극...하옵니다, 전하...
산 : ........

#26. 산의 서재. 낮

                      산, 대체 어찌해야 하나...
                      갈등 어린 얼굴로 생각에 잠기고...

#27. 정순 처소. 낮

                      정순, 최석주와 있다.

최석주 : 지금 은언군마마의 장자라 하셨습니까, 마마?
정순 : 그렇습니다.
       내 미처 거기까진 생각지 못했는데...
       홍승지가 뜻밖에 그리 말을 하더군요..
최석주 : ....!....
정순 : 지금은 왕실에 후사가 없는 땝니다.
       이런 때 은언군의 장자가..원빈의 양자가 된다함은
       무슨 뜻이겠습니까?
       이대로 후사가 없게 된다면
       장차, 그 아일...세자로 내세울 수도 있게 되는 것입니다.
최석주 : ...!!...
정순 : 홍승지가 주상께 주청드리겠다 했으니,
       곧 이 일이 수면에 떠오를 것입니다.
       허니, 이판께선...모두의 뜻을 모아
       홍승지의 편이 되어주셔야 할 것입니다. 아시겠습니까?
최석주 : (당혹스럽다) 하오나 마마..
         소신, 한 가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마마께서 이처럼 홍승지에게 힘을 실어주시려는
         까닭이 무엇이십니까?
정순 : .....까닭이요...?
최석주 : 예, 마마.
정순 : ...그것이 무엇이겠습니까?
       우리는 여차하면, 홍국영이를 노론 벽파의 선봉장에 앉혀야 할
       것입니다.
최석주 : (놀란다) 예...?
정순 : 아시겠습니까?
       결국 대세가 그리 될 수 밖에 없다면..
       우린 홍국영이에게 더 큰 칼자루를 쥐어주고....
       그 뒤에서 원하는 것을 얻어내면 된다는 말입니다.
최석주 : ...!...

                     정순, 의미심장한 눈빛을 빛내고,
                     최석주, 불편한 시선으로 그런 정순을 본다.

#28. 궐. 내수사 창고. 일각. 낮

                     창고 앞에 수레가 있고.
                     사령들이 안에서 물건을 꺼내 잔뜩 싣고 있다.
                     관원 하나가 비단, 호피, 종이 등의 물건을 골라 옮기도록
                     지시를 하고 있고. 숙위소 군관 하나가
                     그 곁에 서서 이를 지켜보고 있다.

숙위소 군관 : 저 안쪽에 있는 것은 무엇인가?
관원 : 충청도에서 진상된 최상질의 인삼입니다.
숙위소 군관 : 그것도 내어오게.
관원 : (난처하다) 하지만
       저 인삼은... 혜경궁마마의 처소에 올려야 하는 것이라..(하는데)
숙위소 군관 : (OL) 이건, 숙위대장 홍승지 영감의 명이네.
              헌데두 자네가 정녕 안 된다 할 것인가?
관원 : ...!!....(당황)
숙위소 군관 : (위압적으로 보고) 어찌 하겠는가? 못 주겠는가?
관원 : 아..아닙니다...내어 드리겠습니다..

                     보면, 관원...인삼을 내어오라 명을 내리고..
                     보면, 조금 떨어진 곳.
                     서늘한 눈빛으로 보고 있는 홍국영, 그리고 그 옆의 서장보.

홍국영 : 가세..
서장보 : 예..영감...
홍국영 : ..........

#29. 거리. 일각. 낮

                     금군들과 숙위소 군관들이 삼엄하게 오가는 모습이 보이고.
                     도화서를 가는 길인지 화구통을 메고 오던 송연.
                     조금 걱정 어린 얼굴로 군사들을 보는데....
                     그녀와 엇갈려 변복을 한 민주식이 지나친다.
                     뭔가 쫓기는 듯한 민주식의 모습이다. 서로 못 보고...

#30. 거리. 어느 큰 문 앞. 낮

                     포졸들이 오가는 사람들을 살피며 수상한 자들을
                     검문하고 있는 분위기다.
                     용모파기를 들고 사람들을 철저히 살피는데.
                     송연, 줄을 서서 긴장 어려 보는데...
                     그 때, 누가 등 뒤에서 친다.
                     송연, 흠칫 놀라고..뒤에 서 있던 이천, 탁지수, 덩달아 놀란다.

이천 : 아니, 송연아...뭘 그리 놀래느냐?
송연 : 죄송해요, 나으리.. 갑자기 기척을 내셔서..
탁지수 : 이화사 실없는 거야 어제 오늘 일도 아닌데.. 별 일이구나..
이천 : 그러게 말이네.
       괜히 나까지 놀라서 배지도 않은 애 떨어질 뻔 했네...
송연 : (어색한 미소, 그러다가)
       헌데, 나으리...어젯밤에 도성에 무슨 일이 있었나요?
탁지수 : 나도 잘 모르겠다..
         근데, 사방에 숙위소 군관과 금군들이
         득실대는 걸 보니...잡범이나 잡자고 그런 것 같진 않구나.....

                     송연, 걱정이 어린 얼굴로 앞을 보면.
                     어느새 앞의 사람이 가고, 송연의 차례가 오고.

군사 : 도화서 사람이오?
송연 : 예...그렇습니다.
군사 : (살피듯 보고)
송연 : (떨리는 얼굴로 애써..시선을 외면하는데)

#31. 도화서. 마당. 낮

                     박영문과 강두치가 군관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고..
                     보면, 한쪽에서 초비, 미수, 시비, 세모, 네모, 송연 등 다모들과
                     감사용 등 화원 일부가 모여있다.

미수 : 무슨 일인데..저렇게 별제 나으리들까지 나서신 걸까?
초비 : 못 들었어? 어젯밤에 수상한 사람을
       건평방 도화서 근처에서 봤다는 말이 있잖아.
시비 : 그래요?
송연 : ....!!....
세모 : 송연이 넌 혹시 못 봤니? 너 어제 늦게까지 남아 있었잖아.
송연 : 아...아니요....전...못 봤어요..
초비 : 무슨 일인진 몰라도
       저렇게 숙위소 군관들까지 나선 걸 보니까
       큰 일은 큰 일인가보다...
송연 : ....!!....
초비 : (목을 빼고) 근데..박대수 나으린...안 오셨나?
송연 : (걱정이 어리고)

#32. 동. 소화실. 낮

                     송연, 문을 열고 들어온다.
                     자리에 앉아 붓을 들고 일을 하려하는 송연...
                     그 위로...

초비 (소리) : 못 들었어...? 어젯밤에..수상한 사람을..
              건평방 도화서 근처에서 봤다는 말이 있잖아..
세모 (소리) : 송연이 넌 혹시 못 봤니..? 너 어제 늦게까지 남아 있었잖아.

                     송연....초조한 마음....일이 손에 잡히질 않고..

#33. 훈련장. 낮

                     과녁이 놓여있고, 박제가 홀로 서서 활을 쏘고 있다.
                     지난번보다 자세는 나아졌으나,
                     과녁의 화살들은 아직 중앙에서 빗나가 있다.
                     그 때, '예서 혼자 뭘 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소리 들리고.
                     보면, 산이 남사초와 온다.
                     박제가, '전하!' 하고 예를 갖추고.

산 : 매일 수련하라 했으나
     자네가 이리 연무장에 나와 있을 줄은 몰랐네.
     어떤가? 이젠 좀 인이 박히는가?
박제가 : 예..전하. 이제 숙위소 군관들과 겨루어도
         뒤짐이 없을 것 같사옵니다..
산 : (피식OL) 사람...허풍하고는...
     저리 과녁판이 훤히 보이는데 자네가 지금 임금을 능멸하는겐가?
박제가 : (미소) 망극하옵니다, 전하.
산 : (웃고는) 참...자네 이번에 확정된 성절사의 명단은 보았는가?
박제가 : 인원과 규모만 헤아렸을 뿐,
         그 명단은 아직 보지 못하였사옵니다.
산 : 허면, 아직 모르고 있겠군.
     내 이번 성절단을 이끌 서장관에 자네를 올렸네.
박제가 : (놀란다) 예?
산 : 듣자하니 자네가....백탑파라 하는 자들과 모여
     청국의 문물에 심취해 있다던데...아닌가?
박제가 : (당혹) ..전하....전하께서 그것을 어찌....
산 : (미소OL) 걱정말게.
     자네를 탓하려는 것이 아니니...
박제가 : ....!....
산 : 남내관, 이번 사신단에 내정된 자들이 모두 규장각에 들어있는가?
남사초 : 예, 전하...
         사시에 들어 알현을 기다리고 있사옵니다..
산 : 그만 가세.
     자네와 함께 청국에 갈 길동무들을 소개해 줄 것이니...
박제가 : ...??...

                     산, 알 듯 말 듯한 미소를 짓고.
                     박제가, 당혹스러운 얼굴이다.

#34. 규장각 제조 집무실. 낮

                     산, 남사초, 박제가 들어온다.
                     보면, 그 곳에 청년1(유득공) 그리고 58부의 백탑파 사내들
                     및 이덕무가 있다.
                     모두, 산에게 예를 갖추고.

박제가 : (놀라) 아니, 자네들은...
이덕무 : (미소) 오랜만일세, 초정(박제가의 호)..
박제가 : (산을 보고) 전하...혹 소신과 함께 성절사로 간다 한 이들이...
산 : (OL) 그렇네...바로 이들이네.
박제가 : ...!...
산 : 어떤가..?
     이만하면 힘들고 먼 길이지만...그리 무료한 여정은 아닐 듯한데...
박제가 : (감격) 전하...!
산 : (미소 짓고)
사내1 : 송구하옵니다, 전하.
        일전엔 감히 전하를 몰라 뵈옵고
        불경죄를 저지른 소인들을, 죽여주시옵소서.
산 : (OL) 그럴 것 없네.
     그리 농을 치는 것이 실은 내 못된 취미라네..
     (제가를 보며) 이 사람도 그같은 일로 크게 당했었지...
박제가 : (멋쩍다) 전하..
산 : (미소 짓는데)

#35. 밖이 보이는 어느 방 안 또는 정자. 낮

                     산과 박제가..백탑파들이 있다.
                     산, 이들의 앞으로 망원경을 내어놓는다.

산 : 지난번 동지사를 통해 들여온 천리경이라는 것이네.
     ...혹 이것에 대해 아는 자가 있는가?
박제가 : 천리경이라면 경오년에 관찰사 정두원이 명나라에서
         들여온 서구의 문물이라 알고 있습니다.
산 : 그렇네.
     사물을 크게 볼 수 있는 유리 두 개를 덧대어
     천 리 밖에 있는 것도 볼 수 있도록 만든 것이지..
     이리 간단한 물건으로 멀리 떨어진 것을
     가깝게 볼 수 있다니 참으로 유용하지 않은가?
다들 : (보고)
산 : 비록 우리가 명나라를 추숭하고 있으나,
     나는 필요한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 받아들여야한다 생각하네..
     허니, 청국의 문물 뿐 아니라
     그 곳을 통해 들어온 서구의 다양한 서책과 기예들까지...
     효용이 있는 것이라면 모두 들여오도록 하게.
     나는 자네들처럼 깨어있는 젊은이들이
     큰 곳에 나가 많은 것을 배우고....
     그것을 이 나라 조선을 위해 써 주길 바라고 있네.
다들 : 망극하옵니다, 전하...
산 : (보고)
이덕무 : 전하께오서 그리 말씀해주시니
         소신들 모두...참으로 감읍할 따름이옵니다...
         하오나, 전하..
         송구하옵게도 소신은....
         전하의 그 말씀을 그대로 받들 수는 없을 것 같사옵니다.
산 : ....!!....
다들 : (놀라 본다)
산 : ..내 말을 받들 수 없다니, 그건 무슨 뜻인가?
박제가 : (당황) 이보게, 형암(이덕무의 호)!
         자네 주상전하께 그 무슨 망극한 언사인가? (하는데)
산 : (OL) 괜찮네. 나서지 말게. 말해보게!
     내 그 까닭을 알고싶으니...
이덕무 :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이는 소신...전하의 의중을 가늠할 수가 없어 드리는 말씀이옵니다..
산 : 내 의중을..가늠할 수 없다..?
이덕무 : 예...
         지금 전하께오선 새로운 학문과 그것을 숭상하는 자들을
         역당으로 몰아 탄압하고 계시옵니다.
         헌데, 소신들에게는.... 청국으로 가 새로운 문물을 배워오라 하시니
         대체 전하의 성심은 어디에 닿아 계시는 것이옵니까?
산 : (당혹스럽다) 탄압이라니...
     나는 지금... 자네가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군.
     대체 내가 지금... 누구를 역당으로 몰아 탄압을 하고 있다는 것인가?

             이덕무, 굳은 얼굴로 보고.
             박제가와 유득공 등 사내들, 난처한 얼굴로 어찌할 줄 몰라한다.
             보면 산, 그런 이덕무를 당혹감 어려 보는데.

#36. 동. 일각. 낮

             산, 굳은 얼굴로 나오면.
             밖에 있던 남사초, 조심스런 얼굴로 다가오고.

남사초 : 전하...
산 : 당장 가서 금군별장을 들라하게.
남사초 : 예, 전하...

             남사초, 급히 가고.
             산, 복잡한 얼굴로 생각에 잠긴다.

#37. 산의 원탁 집무실. 낮

             산, 금군별장과 있다.
             금군별장, 탁자에 서책 서너 권을 놓는다.

산 : 이것이 지금, 의금부에 잡혀온 자들의 집에서 나온 서책들인가?
금군별장 : 예, 전하.
산 : (서책을 가져와 보는데, 멈칫 굳어진다)
     이것은 천주학(자막...)에 관한 책들이 아닌가?
금군별장 : 그러하옵니다. 전하.
산 : 허면, 무엇인가?
     이번에 홍승지가 잡아온 자들이 모두 천주학도들이란 말인가?
금군별장 : 예, 전하...추국을 통해 저들이
           불순한 사상을 품고 있었음이 드러났사옵니다.
산 : 천주학에 관한 것이라면 나도 이미 알고 있네.
     물론 그 서책에는....
     조상을 부정하고 사람은 모두 평등하다 하여.....
     이 나라 왕조와 조정에 반하는 불온한 내용이 있다는 건 아네.
     허나, 그것만으로 저들이...역모를 꾀했다 할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금군별장 : 그렇지 않사옵니다, 전하.
           홍승지가 저들의 근거지에서 수십 정의 조총을 찾아낸 것은
           전하께서도 알고 계시는 것이 아니시옵니까?
           이는 명백한 역모의 증험이옵니다. 전하!
산 : ....!!....

             산, 아무래도 마음에 걸리는 듯
             굳은 얼굴로 서책을 들어보는데.

#38. 숙위소 앞. 낮

             강석기, 어두운 얼굴로 있고.
             그 때, 한쪽에서 대수가 보퉁이를 들고 온다.

강석기 : 어딜 다녀오는겐가?
대수 : 그간 신검에서 압수한 것 중
       내의원에서 살피도록 한 것을 찾아온 것입니다.
강석기 : 허면, 자네도 서군관은 못 본 것인가?
대수 : 예, 나으리. 저도 어제 오늘 통 뵙지 못했습니다.
       궐에도 안 계시는 것 같고
       대체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르겠습니다.
강석기 : (의아한데)

             그 때, 한쪽에서 남사초가 '대수야!' 한다.
             두 사람, 남사초에게 예를 갖춘다.

남사초 : 마침 숙위소에 있었구나...
대수 : 무슨 일이십니까? 상선영감!
남사초 : 어서 대전으로 가 보거라.
         전하께서 지금 자네들을 급히 찾고 계시니...
대수 : ..!!..
석기 : ....!!....

#39. 산의 서재. 낮

             산, 대수, 강석기가 있다.

산 : 어서오게. 숙위소에 일이 많아 경황이 없을 줄 알았는데
     다행히 궐 안에 있었군.
대수 : 예, 전하.
       하온데....소신들을 찾으신 연유가 무엇이옵니까?
강석기 : (보고)
산 : 두 사람이 홍승지의 일로 알아봐줘야 할 일이 있네.
대수, 석기 : ....!....
강석기 :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전하.
         홍승지 영감의 일이라니, 무슨 말씀이신지요?
산 : 내 아무래도 홍승지가 도를 지나쳐 실수를 하는 것이 아닌지
     염려가 되네...
대수, 석기 : ....!....
산 : 지금 홍승지는 원빈의 일로 마음이 혼란할 때네.
     하여, 자칫 격한 감정에 싸여..
     시비를 분간치 못할 수도 있다는 말이네.
대수, 석기 : ...!...
산 : 난, 이번에 잡아들인 역당의 일에
     몇 가지 이상한 것이 있다고 생각하네.
     홍승지는 그 자들의 집에서 조총이 나와
     그것이 명백한 증험이라 하지만.....
     난 처음부터 오히려 그것이 이상했어.
대수 : (의아하다) 바로 그 점이 이상하다니요? 전하..
산 : ...저들은 그 날 밤...
     분명 어떤 저항도 하지 않았다 했다.
     헌데 이상하지 않느냐?
     조총과 같은 병장기를 두고도...
     어째서 저들이 이를 사용하지 않았단 말이냐?
대수, 석기 : ...!...
산 : 이 일엔 분명 다른 무언가가 숨겨져있는 것이다.
     다만 홍승지는 지금.....그것을 살펴 볼 여유가 없는 것이야.
     허니, 두 사람이 나를 위해.....
     몇 가지를 알아봐줘야겠네.
대수, 석기 : ....!!....
대수 : 소신들이 무엇을 하면 되는 것이옵니까? 전하.
산 : (보고)

#40. 의금부. 국문실. 밤

                       고신 기구들이 잔뜩 있고.
                       나장들이 사내 둘의 주리를 틀고 있다.
                       사내들, 고통스럽게 신음소리를 쏟아내고.
                       홍국영, 그 모습을 보고 있다.

홍국영 : 잠시 멈추거라.
나장들 : 예, 영감! (하고 비켜서면)
홍국영 : 그만 죄를 자복하거라.
         허면, 고통스러운 형신은 멈출 것이니....
사내1 : (힘겹게) 대체...뭘 자복하란...것이오...
홍국영 : (서탁 위에 있는 서책을 턱짓으로 가리키며)
         네 놈들의 집에서 나온 것이다.
         이런데도 자복할 것이 없다는 것이냐?
사내1 : 그 서책은 천주학의 교리를 담은 것일 뿐이오.
        학문에 뜻이 있는 선비라면...누구나 이런 서학(西學 : 서양에서 들어온
        학문)에 대한 책을 보고 있음을 모르시오?
홍국영 : 그래.
         이런 서책이라면 나도 보았지.
         허나, 한 자 한 자 모두 왕실과 조정을 부정하는
         불온한 말들로 가득하여
         내 그 자리에서 내던져버렸다!
사내들 : ...!!...
홍국영 : 헌데, 네 놈들은 이것을 탐독했을 뿐 아니라..
         감히 주상전하를 시해하려는 대역무도한 죄를 저질렀어!
사내1 : 당치 않소...
        인애와 자비를 가르치는 것이 천주학이오.
        헌데, 어찌 우리가 그런 참혹한 짓을 한단 말이오?
홍국영 : (OL) 닥쳐라!
         감히 그런 해괴한 변명으로 발명을 하려는 것이냐?
사내들 : ....!....
홍국영 : (나장들에게) 뭣들 하느냐?
         이 놈들이 죄를 자복할 때까지 고신을 하거라.

                       나장들, '예, 영감!' 하고 다시 주리를 틀고.
                       사내들, 고통스러운 듯 비명을 지르고.
                       홍국영, 냉정한 얼굴로 이 모습을 지켜보는데.

#41. 궐. 일각. 밤

                       홍국영이 걸어온다.
                       그 때, 한쪽에 서장보가 있고.
                       홍국영을 보고 얼른 다가와 예를 갖춘다.

홍국영 : 이른 것은 어찌 되었는가?
서장보 : 숙위소 군관들을 말씀하신 곳들에 은밀히 심어두었습니다.
홍국영 : 단서나 정보가 될 만한 것들은 모두 수렴해두게.
         무슨 수를 써서든 도망간 잔당들을 모두 잡아들여야 할 것이야.
서장보 : 예, 영감.
         조금이라도 수상한 것이 있으면
         가차없이 잡아들일 것이니 심려 마십시오.
홍국영 : ........

#42. 저자. 일각. 밤

                       오가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저자 거리.
                       한쪽에 변복을 한 서장보와 사내들 대여섯 명이 있고.
                       서장보의 지시에 따라 사내들이 흩어진다.
                       서장보, 예리한 시선을 빛내며 사람들을 살피고.

#43. 주막. 밤

                       사람들이 평상에 앉아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
                       한쪽에 서장보와 변복한 군관 둘이 앉아있다.
                       보면, 술을 마시고 떠들어대는 사람들.

사내1 : 양진사 같은 분을 잡아가다니...벼락을 맞을 놈들이지....
        아, 그 분이 얼마나 좋은 분인데
        그런 분이 역모를 꾀했다는 게야?
        나라 꼴이 어찌 될라는 건지...
        홍국영인지 개국영인지 하는 그 놈이
        아주 나라를 말아먹고 있는 거라구...

                       사내1, 속상한 얼굴로 술을 벌컥벌컥 들이키고...
                       보면, 장보...한쪽에서 그런 사내를 굳은 표정으로 보는데..

#44. 동. 일각. 밤

                       앞씬의 사내1, 거나하게 취해서 비틀거리며 나온다.
                       그러다가...담벼락 앞에 서서 바지춤을 내리려는데
                       누군가 그런 사내의 뒷덜미를 덥썩 잡고.
                       사내1, 흠칫 놀라 보면. 사내 둘과 서장보 있다.

사내1 : ...누..구요...?

                       하는데..그 때, 서장보..눈짓하면..
                       군관들, 사내1의 배에 주먹을 날린다. 억, 하며 쓰러지는 사내1.

서장보 : 이 놈이 죽을려고 환장을 했나?
         홍국영인지 개국영인지라니?
         감히 숙위대장 영감을 어디 동네 멍멍이한테 갖다대?
사내1 : (으으...신음하며 뒹구는데)
서장보 : 역당을 비호하는 걸 보니 뭔가 아는 놈일 것이다.
         데려가거라.
군관들 : 예, 나으리.

                       변복한 군관들...사내1을 일으켜 데려가고..
                       장보, 어디서 까불고 있어..하는 표정으로 이내 따라가는데..

#45. 달호의 집. 외경. 낮

                       조용한....

#46. 동. 마당. 낮

                       송연이 한쪽에서 탕약을 다리고 있다.
                       송연, 조금 걱정 어린 얼굴로 안쪽을 바라보고...

#47. 동. 송연 방 안(달호 방). 낮

                       보면...자리에 누워있는 욱...힘겹게 눈을 뜬다.
                       혼미한 상태로..비춰지는 방 안의 풍경...
                       그러다 욱...여기가 어딘가 싶어 놀라 몸을 일으키는데.
                       순간, 상처 부위에 통증이 오고 '헉' 하며 신음소리를 내뱉는다.
                       그 때, 송연이 탕약을 들고 안으로 들어오다가.

송연 : (놀라) 깨어나셨네요?
욱 : (놀란다)
송연 : 괜찮으세요..? 이제 정신이 좀 드세요...?
욱 : (당혹스럽다) ...어찌 된 겁니까?
     제가 왜 이 곳에....
송연 : 기억 안 나세요?
       건평방 가는 길에 피를 흘리면서 쓰러져 계셨어요.
       때마침 발견을 해서 다행이지
       안 그랬음 정말 큰 일 날 뻔했어요..
욱 : ...!!...
송연 : 아무튼 정말 다행이에요...이틀을 꼬박 혼절해 있었거든요. (하고)
       어서 이 탕약부터 드세요...의원의 말론....(하는데)
욱 : (O.L 외면하며)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송연 : (멈칫)
욱 : 공연한 일로 폐를 끼쳤습니다. 죄송합니다.
     저는...이만 가 보겠습니다..
송연 : ...!...
욱 : (몸을 일으켜 일어서려는데, 그러다 윽..하며 풀썩 주저앉으며 탕약 그릇을
      엎는다)
송연 : (놀라서) 안돼요! 아직 움직이면 안 된다구요.
욱 : (아픈 것을 겨우 참으며) ...가야합니다...가겠습니다..
송연 : ..왜요, 쫓기는 몸이라서요?
욱 : (멈칫...!!....)
송연 : (침착하게) 무슨 일인진 모르겠지만...
       도성에 금군들이 깔려있어요.
       이렇게 나섰다간 열 걸음도 떼지 못하고 잡힐거에요.
욱 : ...!!...
송연 : (담담하게, 탕약 그릇을 쟁반에 올려놓으며)
       탕약을 다시 가져올게요.
       그러니까 여기서 나가고 싶으시거든.....
       우선 탕약부터 마시고 기력을 찾으세요.
욱 : ....!!....
송연 : .......

                     송연, 담담하지만 깊은 눈으로 욱을 보다가 이내
                     일어나 밖으로 나가고...
                     욱, 망연한 얼굴로 그런 송연을 보는데...

#48. 달호의 집. 외경. 낮

                     아무도 보이지 않는. 조용한.

#49. 동. 송연 방 안(달호 방). 낮

                     욱과 송연이 있다.
                     욱, 탕약을 마시고..송연, 그릇을 받아 쟁반에 담는다.
                     말 없는 송연. 그리고..그런 송연을 바라보는
                     욱의 흔들리는 시선.

송연 : 그럼 쉬세요.

                     하고, 송연, 일어서려는데..

욱 : ...왜...그러셨습니까?
송연 : (멈칫)
욱 : ...제가 쫓기는 사람이란 걸 알면서...
     왜 저를 관아에 발고하지 않고...(흐리는데)
송연 : ....!!....
욱 : ......
송연 : (가만, 그러다가) ...모르겠어요, 저도..제가 왜 그랬는지.
욱 : ....!....
송연 : .....그냥 나쁜 분일 거 같지 않았어요.
       아마 무슨 말 못할 사정이 있으신 거겠죠...
욱 : ....!!....
송연 : (말을 돌린다. 밝게) 근데, 사시는 곳이 어디세요?
       그걸 몰라서 댁에 알려드리질 못했어요.
욱 : ....!!....
송연 : 식솔들이 걱정을 많이 할텐데...
       어딘지 알려주시면 제가 이 곳에 있다고 전해드릴게요...(하는데)
욱 : (OL)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송연 : (멈칫)
욱 : .....저는....식솔이...없습니다.
송연 : ...!...
욱 : ....오래 전에 다 잃고...저 혼잡니다....
송연 : ....!!....
욱 : 아주 어렸을 때...부모님을 모두 여의고...
     하나뿐인 누이와 함께 지냈다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누이와도 결국 헤어지게 됐지요...
송연 : ....!!....
욱 : ...그리고 그 누이는....
     ....제가...이미....죽은 줄...알고 있구요.....
송연 : ....!!....
욱 : (눈빛이 흔들려온다)
송연 : (잠시 멍해진다. 그러다가 외면하며) ...죄송합니다.
       제가 공연한 걸 물어서...
욱 : 아닙니다....아주....오래 전 일인걸요....
송연 : (어쩐지 마음에 남고) .........
욱 : (다시 마음을 추스르고) 그럼 전...이만 가 보겠습니다..
송연 : (놀란다) 예..?
욱 : (담담하게) 탕약을 마시면 가도 좋다 하지 않으셨습니까?
     더 이상 폐를 끼쳐드릴 순 없습니다.
송연 : (당혹스럽다OL) 안돼요. 그 몸으론 움직일 수가 없다구요.
욱 : (O.L. 결연하다) 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송연 : ....!!....
욱 : 제가 가지 않으면 끝까지 절 기다릴 사람들입니다.
     저 때문에 그 사람들까지 위험에 처하게 할 순 없습니다.
     제가 가서......먼저 떠나라고 말을 전해야 합니다.
송연 : ...!!...
욱 : (절박하게 보고)
송연 : (당혹스러운데)

#50. 동. 마당. 낮

                      욱, 힘겹게 문을 나온다. 하얗게 질린 얼굴..
                      겨우 고통을 참고 있고..송연, 그 모습을 안타깝게 보는데..

욱 : (눈물이 어린다) ....감사했습니다...
     다시 뵐 순....없겠지만....
     제가 믿고 있는 상제님께...늘...곁을 지켜주실 것을...
     빌고...또...빌겠습니다....
송연 : ....!!....
욱 : (눈물이 어린 채 보다가 돌아서고)
송연 : (안타깝게 보는데, 그러다가OL) 말만 전하면....
       말만 전하면 되는 건가요?
욱 : (멈칫)
송연 : 말씀해주세요.
       먼저 떠나라고...그 이야기만 전하면 되는 거에요?
욱 : (당혹스럽다) ...그..그건...(하는데)
송연 : 그럼, 제가 갈게요.
욱 : (OL) 안됩니다...그건..위험해요...(하는데)
송연 : (OL) 저한테도.... 동생이 있었어요.
욱 : (멈칫)
송연 : ....아주 어릴 때 헤어진 동생인데....
       나도 그리곤.....동생을 잃었어요...
       몇 해가 지나서 겨우 찾아갔는데....
       역병을 앓아....죽었다는 이야기만 들었죠.
욱 : ....!....
송연 : (깊은 후회와 아픔이 어린다) .....내가...어리석고 나빴어요...
       좋은 집에서...잘 자라게 해 주고 싶어 그런 거였는데..
       그럴 줄 알았다면....
       절대로...절대로....보내지 않는 거였는데...
욱 : ...!!...
송연 : (눈물 맺힌 채, 그러나 밝게) 누이가 있다고 하셨죠?
       동생이 이렇게 살아있다는 걸 알면...
       그 누이가 정말 기뻐할 거에요....
       그러니까 이렇게 가지 말아요.
       어떻게든 살아남아서........꼭 누이를 다시 만나요.
       내가...도와줄게요...
욱 : ....!!....
송연 : (눈물 어린 채..그러나 밝고 결연한 얼굴로 바라보는데)

#51. 대전. 낮

                      변복을 한 채 서 있는 산. 갓을 쓴다.
                      그 때, 남사초 들어오는데, 그 모습 보고 놀란다.

남사초 : 전하...
산 : (굳은) 따라 나서게...
     지금 나와 갈 곳이 있네...
남사초 : ....!....

#52. 도성. 일각. 낮

                      송연, 긴장어린 얼굴로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한 무리의 금군들이 곁을 지나가고.
                      송연, 길 한쪽으로 잠시 비켜선다.
                      금군들이 지나가면 떨리는 얼굴로 보고..
                      이내, 손을 펼치면 안에 나무로 만든 십자가가 있다.
                      그 위로.

욱 (소리) : 이걸 가져가면 제가 보냈다는 것을 알아볼 것입니다.

                      송연, 이내 십자가를 꼭 쥔다.
                      떨리지만 마음을 다잡고 다시 걸음을 옮기는데.

#53. 궐. 일각. 낮

                      홍국영, 서장보 있다.

홍국영 : 지금 뭐라 했는가?
서장보 : 이틀 전에 화살을 맞은 자를 치료한 의원을 찾아냈습니다. 영감.
홍국영 : 그게 어딘가?
서장보 : ........

#54. 산. 일각. 낮

                      송연, 산길을 헤매고 있다.
                      어디선가 그런 송연을 지켜보는 듯한 시선이 느껴지고.
                      난감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는 송연.
                      그 때, 누군가...뒤에서 송연의 입을 틀어막는다.
                      송연, 헉..놀라는데. 사내1, 송연을 이끌어 한쪽으로 몸을 숨긴다.

송연 : ....!!....
사내1 : 조용히 하시오.

                      송연, 놀라 보면.
                      저만치 한 무리의 금군들이 가는 모습 보이고.
                      사내1, 금군들의 모습이 사라지자 그제서야 송연을 풀어준다.
                      송연, 당혹스러운 얼굴로 숨을 몰아쉬며 사내1을 보고.
                      사내1, 경계어린 눈초리로 보며.

사내1 : 누구요..대체 누군데...이 곳을 배회하는 것이오?
        (하다가...송연의 손에 쥐어진..십자가를 보고)
        이...이건......
송연 : .....!.....
사내1 : 어찌 된 것이요? 어찌 처자가 이것을...(하는데)
송연 : 혹...박원해라는 분이십니까?
사내1 : (....!!!....) 나를...아시오...?
송연 : ....!....

#55. 움막. 낮

                      송연, 사내1이 있다.
                      사내1, 이야기를 전해 듣고 당혹해하는데...

사내1 : 올 수가...없다구요?
송연 : 지금은 그 분이 거동하기가 어려우십니다.
       해서...먼저 이 곳을 떠나란 말씀을 전해달라 하셨습니다..
사내1 : ....!!....
송연 : (보고)
사내1 : (안타깝다) 알겠습니다.
        (그러다가) 헌데...처자께선...도화서 화원이라 하셨습니까?
송연 : 예...그렇습니다.
사내1 : (혼잣말 하듯) 결국...그리로 간 것이군요.
송연 :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하고) 예?
사내1 : ...허면 욱이, 그 사람은 지금 상태가 어떤 것입니까?
송연 : (멈칫)
사내1 : 활을 맞았다 들었는데..소생할 순 있는 것입니까?
송연 : (망연하게, 그러다가) 예... 곧 차도가 있을....것입니다.
       (그러다가) ....헌데.....저어..
       그 분 성함이....욱이라....합니까?
사내1 : 성욱이요?
송연 : .....방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성욱이라고요? 성이 성씨고....이름이..?
사내1 : 예에.. 욱이요.
송연 : (멈칫..)
사내1 : ??
송연 : ..허면..혹..
사내1 : ...
송연 : (망설이다가) ..어릴 때..홀로 된...
사내1 : (당혹스럽다) ....아직 모르고 계셨습니까?
송연 : ....!....???
사내1 : 욱이 그 사람이....아무 말도 하지 않았단 말입니까?
송연 : (.....!!!.....) 그게..무슨 말씀이세요...?
       말을 하다니....그게 무슨...
사내1 : ..그럼..
송연 : ...
사내1 : 욱이 그 사람이 처자의 동생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까?
송연 : (헉) ..예???

                       송연, 멍한 얼굴...흔들리는 눈빛으로 보고.

#56. 산길. 일각. 낮

                       송연, 황급히 뛰어 내려오고 있다.
                       거친 산길을 정신없이 헤치며 가는데..그런 송연의 위로..

사내1 (소리) : .....성가...욱이라 합니다...그 사람...이름이...성욱...

                       송연, 눈물이 차오른다. 그 위로.

#57. 움막(회상). 낮

                       송연, 사내1 있다. 송연, 믿을 수 없는 얼굴로 보며.

송연 : ....지...지금....뭐라 하셨어요....?
       그 아이가......성욱.....이라...구요?
사내1 : 그렇습니다. 그 사람이 바로 20년 전
        산음 땅으로 보내진...화원님의 남동생입니다.
송연 : .....!!.....
사내1 : ..........
송연 : (멍해져오는...차마 믿기지 않는다)
       ...그...그럴 리가 없어요...
       욱이는....그 때 분명...죽었다고....
사내1 :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그건 욱이 그 사람을 맡아 키우던 양부들이..
        좀 자라자 노비로 팔아넘기곤...
        찾아 온 화원님께 그리 둘러댄 것입니다.
송연 : ....!!!....
사내1 : (한쪽에 둔 봇짐에서 그림을 꺼내준다)
        이것을 기억하십니까?

                       보면, 다 헐어 너덜너덜해진 그림 한 장.
                       바로...1부에서 어린 송연이 욱에게 줬던 그 그림이다.
                       (부친과 모친의 얼굴이 그려진 것일 것)
                       송연, 이럴 수가...충격어린 얼굴로 멍해지고.

사내1 : 그 친구의 짐에서 제가 챙겨둔 것입니다.
송연 : .....!!!.....
사내1 : ...그 때 헤어지던 날 화원님께서....
        강보 속에 이 그림을 넣어주시고.....
        여기에...양친의 이름과 누이의 이름을 적어주셨다 들었습니다.
        ......욱이 그 친구는....
        하루도 이 그림을 보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송연 : ....!!....

                       송연, 가만 그림을 어루만지는데 그대로 눈물이 가득해진다.
                       어떻게 이럴수가...가슴에서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오르는 듯
                       고통스럽게 저려오는데.

#58. 일각. 낮

                       송연, 눈물을 흘리며 정신없이 뛴다. 그 위로.
                       1부의 헤어지던 날 그림을 주는 모습이 떠오른다.
                       어린 송연...그림을 그려보이고...

송연 : (E) 어때, 욱아. 아부지랑 어머니랑 닮았니?

                       송연, 동생을 짠하게 보다가 다른 파지를 펼치고 붓에 물감을
                       묻힌다.

송연 : (E) 자...이번엔 우리 욱이 차례. 이건, 누나가 가질거야.
       예쁘게 그려서..맨날 맨날 볼려구.
       밥 먹기 전에두 보구 자기 전에두 보구...
       그래야 나중에라두 욱이 보믄 누나가 알아보지.

                       눈물이 그렁하게 맺혀 망연해지는 송연. 눈물이 북받쳐 오른다.
                       송연, 하염없이 눈물을 흐르고.

#59. 궐. 일각. 낮

                       대수, 석기, 돌아온다. 그 때, 한쪽에서 장보가 급히 온다.

서장보 : 둘 다 대체 어딜 갔다 이제 오는건가?
         내가 얼마나 찾았는지 아는가?
강석기 : (좀 날이 선 듯) 자네가 어찌 우리에게
         그런 소릴 하는지 모르겠군.
         자네야말로 대체 뭘 하고 다니길래 통 볼 수가 없는건가?
대수 : (말리듯) 나으리...
서장보 : 어휴, 됐네...지금은 그런 거 따질 때가 아니니 그만하세.
         그보다 대수야, 큰일났다.
대수 : 예에?
서장보 : 아무래도 송연이 그 처자한테..일이 생길 것 같다.

                       강석기, 놀란 얼굴로 보고.
                       대수, 무슨 말인가 당혹스러운데.

#60. 달호 집 근처. 낮

                       송연, 정신없이 뛰어온다.
                       저만치 집이 보이고...힘겹게 숨을 몰아쉬는 송연.
                       눈물 어려 바라보는데...
                       그러다 송연, 천천히 걸음을 떼어 놓으려는데...
                       그 때...등 뒤에서 '거기, 멈추거라.' 하는 소리가 들린다.
                       송연, 멈칫 보고.
                       보면, 송연의 등 뒤로 나타나는 홍국영과 군관들 그리고...막선.
                       송연, 순간...놀란다. 알 수 없는 불안함이 엄습하는데.

막선 : (미안하다) 송연아.
송연 : 아주머니...
홍국영 : 박내관의 내자에게 다 들었다.
         네가 이틀 전...수상한 사내를 데려와 치료를 했다고.
송연 : ....!!!....
홍국영 : 듣자하니 그 자가 활을 맞았다고 하더구나.
         너는 몰랐겠지만...
         그 자는 전하를 시해하려 한 역당의 잔당이다.
         그 자가 지금 어디 있느냐?
송연 : ....!!....

                       홍국영, 굳은 표정으로 보고.
                       송연, 충격에 흔들리는 눈으로 보는데...

#61. 일각. 낮

                       산, 텃밭을 가진 한 집에서...농부인 듯한 사내와
                       이야기를 하고있다.

산 : ...그래요...? 정말 이 가삼(家蔘 : 일반 가정에서 심어 가꾼 삼)
     이란 것이, 인삼이나 산삼에 비해 효능이 떨어지지 않는단 말이오?
농부 : 거 참, 속구만 사셨나...
       효능으로 따지자면 비싼 인삼이나 산삼에 비할 바가 아니라니까요...
산 : 헌데 그리 좋은 것이면...
     더 많이 길러 팔 생각을 하지 않고...
     어찌 이런 작은 텃밭만 일구고 있소.
농부 : ...왜겠습니까..
       도성 시장이야 한다하는 큰 상인들이 죄 쥐고있는데..
       우리같은 무지랭이들이 무슨 재주로 좌판을 벌인답니까.
       그러다 딱 맞아 죽기 십상이지요...
산 : ....!....

                       산, 가만..생각에 잠기는 듯 하다. 그러다가.

산 : (능청스럽게) 거, 어디 한 뿌리만 좀 줘 보시오.
     내 한 번 먹어보고 그 말이 정말이라면...
     이걸 내다 팔아 돈벌이가 되게 해줄테니..
농부 : 예...? 선달님께서요...?
산 : ...거 참, 속고만 살았나...어서 한 뿌리 줘 보라니까요..?
농부 : (당혹스러운데)
산 : (미소 지으며 보고)

#62. 일각. 낮

                       산, 남사초와 나오며..

산 : 운종가와 이현, 그리고 칠패 일대의...상황에 대해 알아보게.
     시전 상인들과 도고들로 인한 폐해가...여전히 심한 모양이네.
남사초 : 예...전하..
산 : 가세...

                       하고 방향을 트는데..

남사초 : 전하, 궐로 가지 않으시옵니까.
산 : 아직 들를 곳이 남았네.

#63. 일각. 낮

                       거지들이 모여 사는 움막같은 곳.
                       남루한 차림의 거지들이 줄을 지어 있고.
                       앞에서 사내 두엇이 가마솥에서 밥을 퍼서
                       이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조금 떨어진 곳..경계를 서는 변복한 내관들이 있고.
                       보면 산,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데....
                       산, 의아한 얼굴이다.

산 : ...남내관! 저 곳에서 저들한테 밥을 나눠주는 사람들이 누군가?
     차림을 보니 관원같진 않은 것 같은데..
남사초 : 소신이 알아보고 오겠습니다..
산 : 아닐세...내가 직접 물을 것이니 가서 저 자들을 데려오게.
남사초 : 예...전하..
산 : (보는 표정)

                       (시간 경과)

                       일각. 조금 떨어진 곳.
                       산, 밥을 퍼 주던 이들과 있다.

산 : ....허면 자네들의 주인이...
     제 가산을 모두 털어 이제껏 저들을 살피고 있었단 말인가?
사내1 : 예...저흰 원래 모두 양진사 어른 댁 종노미였습니다..
        헌데...어르신께서..가산을 정리해...
        저들을 살피기 시작하면서...
        저희들도 모두 면천을 시켜주셨고...
        하여...그 은혜에 조금이라도 보답하려고..
        이렇게 어르신의 일을 돕고 있는 것입니다..
산 : ...잠깐....양진사라면....
     혹, 이번에 역모의 혐의를 받아 의금부에 잡혀간
     그 양진수를 말하는 것인가.
사내1 : 예...그렇습니다, 나으리...
산 : ....!!....
사내1 : (울분) 저희 주인 어르신 같은 분한테 역모의 혐의라니요...
        세상에 이런 기막힌 일도 없을 것입니다..

                       산, 사내들의 말에...충격을 받는 얼굴인데..

#64. 주막. 낮

                       달호, 막선한테 길길이 뛴다.

달호 : 그래서, 송연일 고해바쳤단 말이야..? 어..?
막선 : 고해바친 게 아니라...(하다가) 그럼 어떡해요? 내가 죽게 생겼는데..
달호 : (OL) 야, 이 여편네야! 죽게 생겼어도
       딱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뗐어야지..!
막선 : (OL) 어떻게 잡아떼?
       홍승지 영감이 군사까지 데리고 와서 역당이 어딨냐고 묻는데...!
달호 : (미치겠다) 어휴...미치겠네...
       그래서 송연인 지금 어디로 갔어? 송연인 어떻게 됐냐구...!

#65. 동. 일각. 낮

                       남사초, 내관 하나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남사초, 놀라는 얼굴인데...
                       그 때, 한쪽에서 산이 온다.
                       남사초, 그런 산을 보고 어쩔 줄 몰라하는데..

산 : (말 고삐를 잡으며) ...가세. 급히 알아봐야 할 것이 있네.
남사초 : (당혹해하고)
산 : 뭘 하는가. 남내관....
남사초 : 전하....
산 : 왜 그러는가...무슨 일이 있는 것인가.
남사초 : 전하...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지금 속히 궐로 환궁하셔야 할 듯 싶사옵니다.
산 : 속히 환궁을 하라니...무슨 말인가.
     혹, 궐에 일이라도 생긴 것인가..
남사초 : ...그것이...
         지금 송연이가...의금부에 잡혀와 있다 하옵니다..전하.
산 : (멈칫, 놀란다) 뭐어...?
남사초 : ........
산 : .....자네....지금 뭐라 했는가....
     송연이가....의금부에 잡혀오다니.....!!

                       산, 기막히고 당혹스런 소식에 충격을 받는데....
                       산의 그 모습에서 엔딩.

.이산 

.영화 & 드라마 대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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