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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도의 남자 7

 

 

1. 복지관 복도 

6부 엔딩 연결로...... 꽃다발 들고 걸어가는 장일기타소리 은은하게 흘러나온다.

2. 복지관 일각 

지원기타 친다문 리버선우앞에 앉아있고 장일꽃다발 들고 들어온다지원멈칫하지만 계속 기타연주장일지원 앞에 와서 선다.

 

선우;(누가 왔나.... 싶은 느낌)

지원;....... (기타 연주만)....

 

장일지원 옆에 꽃을 놓고 뒤로 물러서 한 쪽에 앉는다지원을 가운데 놓고 선우와 장일이 양 쪽에삼각형처럼 앉아있는 세 사람.

장일;(지원을 보고..... 선우도 보고)

선우;(눈 감고 듣는)

 

연주가 끝난다.

 

선우;(박수 쳐준다)잘 들었어요.

지원;두 군데 틀렸어요.

선우;점자 수업 끝날 때까지 계실 거예요?

지원;음반 도서실에요.

장일;(말없이 두 사람 빤히 보고 있고)

선우;이따 제가 커피 한잔 살게요.

지원;좋죠.

선우;(장일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장일;..........

지원;이따 뵈요.

선우지팡이로 바닥을 스치며 나간다.

 

장일;저 사람이 그 분인가 부죠.

지원;여긴 왠일이예요.

장일;내가 먼저 물었잖아요.

지원;......네 그 사람 맞아요.

장일;지원씨 궁금해서 왔어요... 아니보고 싶어서 왔어요.

지원;나 지금 일하는 시간이예요.

장일;이것도 일 이었어요?

지원;..........

장일;끝날 때까지 기다릴게요커피는 나랑 마셔요.

지원;선약이 있어요.

 

지원기타 들고 나가는데 장일 지원을 거칠게 잡는다.

 

장일;나보다 저 사람한테 더 친절한 이유가 뭐지동정심인가.

지원;(어이없다는 듯 픽)

 

장일지원을 확 안아 키스하려하는데 지원 장일을 밀치려 실랑이 하면서

기타가 퉁하고 떨어진다.

 

장일;...............

 

지원기타를 둔 채 나간다장일떨어진 기타를 보며 가만히 서 있는데

 

선우(E);헤밍씨 아직 여기 있어요?

 

장일돌아보면 선우가 문가에 서 있다.

 

장일;..............

선우;........다른 분인가...

 

선우아까 앉았던 자리를 더듬어 간다장일선우를 쳐다본다선우앉았던 자리를 더듬는다바닥에 손바닥보다 작은 시각장애인용 탁상시계가 떨어져 있다선우,

옆의 책상과 의자만 더듬더듬.....

 

장일;..........

 

장일움직임 없이 가만히 본다선우다른 쪽만 더듬거리다

 

선우;(장일 쪽을 향해혹시 이 근처에 시계 없습니까?

 

장일바닥에서 시계를 집어 들어 책상에 놓고 버튼을 탁 누른다.

 

(E);오후 4시 30분입니다.

선우;.......고맙습니다.

 

3. 복지관 복도 

선우복도 벽을 손으로 스치며 지팡이 짚으며 걸어간다장일뒤에서 뚜벅뚜벅 선우를 앞질러 가버린다.

 

선우;............

 

장일씁쓸한 표정.

 

4. 복지관 일각 

자판기 커피 마시는 지원과 선우.

 

지원;선우씨도 대학 입시 준비해 봐요점자로도 시험 볼 수 있어요.

선우;그래요난 점역 교정사 시험만 생각했는데.

지원;대입시 꼭 도전해 봐요선우씬 할 수 있어요.

선우;(미소)

지원;정말이라니까.

선우;아깐 누가 같이 있던 거였어요방에 누가 있었죠?

지원;..... 다른 봉사자 한분이 있다 갔어요.

선우;지팡이 소리가 나질 않아서.... 누군데 말없이 있나 했어요.

지원;새로 온 분 같았어요.

선우;......

지원;선우씨... 이런 거 물어봐도 되나 모르지만.... 어쩌다 사고를 당했어 요?

선우;........

 

금줄밝게 웃으며 걸어오는

 

금줄;선우야수업 잘 들었냐.

선우;왔어?

지원;안녕하세요.

금줄;두 사람 너무 얘길 재밌게 하고 있어서 일부러 저기서 기다렸어.

선우;한 시간 더 있다 오지 그랬어.

금줄;알았어더 있다 올게.

선우;농담이야가자.

지원;조심해서 가요커피 잘 마셨어요.

 

5. 장일네 작은 방 

선우앞에 작은 탁상 놓고 앉아서 점자를 열심히 찍고 있다결연한 표정.

(아버지의 죽음부터 자신의 사고까지를 기록하고 있는). 점자들이 찍히며 한글 자막으로 함께 보여줘도 좋을 듯.

 

선우(E);아버지와 진노식 회장또 한 사람이 같이 있는 사진.

그 사진을 잊어선 안된다사진 속 그 사람은 누굴까아버지는 왜 진회장을 만나러 갔을까.

 

밖에서 현관 문 소리 난다.

 

선우(E);난 언제까지 침묵해야 할까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장일(E);선우는.

금줄(E);방에우리도 좀 전에 왔어김선우가 데이트 하느라고 좀 늦었 다.

 

노크소리 나고 학교에서 돌아온 장일문을 연다선우점자 찍던 것 치우려다 다시 놓는다.

 

장일;...... 뭐해.

선우;... 가나다라 연습.

장일;(옆에 앉아서 선우가 찍은 종이 보는)데이트를 했다구?

선우;데이트는 무슨....

장일;어떤 여자야?

선우;자원 봉사 해주는 분이랑 커피 한잔마시고 온 거야.

장일;어떤 사람인데?

선우;학생나랑 동갑이구너랑 같은 학교다영문과래.

장일;사귀어 보지 그래?

선우;나 눈 높다못 생긴 여자 싫어.

장일;못 생겼어?

선우;아직 확인을 못해봤어눈이 안 보이니까 불편한 게 많네.

넌 눈멀지 않게 조심해라.

장일;그 여자는 널 좋아하는 것 같아?

선우;날 안 좋아하는 여자가 어딨겠어.

장일;(웃는)그럼 여자친구로 만들어.

선우;좋은 사람 같은데 맹인 남자친구를 갖게 할 순 없잖아.

장일;맘에 들었다는 소리네선우;............

장일;..........

선우;방을 빨리 못 구해서 미안하다공부하는 데 방해되지?

장일;나야 학교에 있는 시간이 더 많은데 뭐편하게 있어.

선우;고맙다.

장일;고맙긴.

 

두 사람 웃고 있으면서도 불편한.

 

6. 진승원 창고 

용배수건으로 옷에 묻은 흙을 털며 들어온다책상에 놓인 우편물들고지서와 무가(無價)잡지 잡다한 것들그 중 하나를 보는 용배뭐지싶은 표정우표가 붙고 우체국 소인에 제대로 찍힌 봉투수신인 란에 부산 기장군 258- 1 ‘이장일 아버님’ 이라 적혀있다봉투 열어서 읽어보는 용배읽다 놀라 무릎이 풀썩 꺾이며 책상을 짚는다.

 

용배;............

 

펼쳐져 떨어진 편지. <이장일 아버님께난 그날 밤 당신을 보았습니다산 속에서당신이 살인을 하는 걸 목격했습니다지금껏 비밀을 지켜드린 건 당신과 아들이 불쌍해서 그랬소난 돈이 필요합니다. 4월 5일 오전 7성동항 폐 창고 앞

쓰레기통에 3천만 원을 넣어두시오>

 

7. 국밥집 

사람들 가득한 작은 식당국밥과 소주 놓고 앉아있는 용배심란하고 복잡한

표정사람들 떠들고 웃는 속에 우두커니 앉아서 외롭고 고독하다소줏잔을 비운다취기가 돈다테이블엔 김치와 부추무침무채 같은 반찬들.

 

용배;여기 한병 더 줘요.

베레모를 눌러 쓴 광춘들어온다손님 바글바글 자리 없나 둘러본다용배는

출입문과 등지고 앉아있는.

주인;용배씨미안한데 합석 좀 해도 될까?

용배;(무심하게 끄덕)

주인;이리 앉으세요. (새로 물잔 놓아준다)

광춘;나도 국밥이랑 소주.

 

광춘용배 테이블에 앉으며

 

광춘;실례하겠습니.... (... 하며 앞 사람을 본다용배다깜짝 놀라는!

얼른 시선 돌리는데)

주인;소주 먼저. (소주와 잔을 탕 놓아준다)

광춘;........ 난 그냥 다음에 오지 뭐합석해서 불편하시게.....

주인;(국밥 탕 놓아주며)벌써 나왔는데. (나머지 반찬들도 놓아준다)

 

광춘어쩔 수 없이 숟가락을 든다용배광춘은 아랑곳 않고 심란하게 소줏잔

비운다취해 있다광춘도 소주 비운다광춘접시에서 반찬을 먹는데

 

용배;.......그건 제 쪽 반찬인데.....

광춘;아이구죄송합니다. (접시 바꿔주며)무채 새 걸로 드십시오.

용배;(주인에게)여기 한 병 더 달라니까!

 

각자 소줏병 하나씩 놓고 술 마시는 두 사람광춘용배를 살핀다많이 취한 듯 눈이 풀려있다광춘용기와 호기심이 생긴다.

 

용배;..........(한숨을 푹).........

광춘;...........(본다눈이 마주친다)....

용배;(소줏잔 비운다)

광춘;초면에 외람된 말씀이지만....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용배;사는 게 그렇죠 뭐. (일어서며 주인에게)화장실 열쇠 어딨어.

광춘;..........(혼잣말로)괴로워하는 이유가 편지 때문이오?

 

빈대떡 놓여있는 테이블용배와서 앉는다.

 

광춘;(빈대떡 접시 밀며)제가 하나 시켰습니다같이 드시죠.

용배;아닙니다.

광춘;저 혼자 먹긴 많습니다.

용배;(소주 마신다)

광춘(E);(빤히 보는)일면식도 없는 선우 아버지를 해친 이유가 대체 뭐요.

용배;........뭘 그렇게 빤히 봐요.

광춘;(고개 숙이며).... 전 그냥 빈대떡을 드시나 안 드시나 봤습니다.

용배;(퉁명)별 싱거운 사람을 다 봤네.

광춘;싱거우심 양념장은 여기....

용배;이 동네 사슈낯이 익는데....

광춘;흔한 인상이라 그렇지요... .

용배;(한숨과 함께 소주)

광춘;무슨 일로 그렇게 괴로워 하십니까.

용배;(한 대 칠 듯)거참남의 사정이 왜 그렇게 궁금합니까.

광춘;(고개 돌리고 술 마시는)

 

용배한잔 더 비우고 일어서다 비틀하며 푹 꺾이는데

 

광춘;(부축해 일으키며)괜찮으십니까.

용배;비켜! (밀어낸다)

광춘;(용배는 힘이 장사바닥에 풀썩 나동그라지는)......

용배;다 귀찮아 비켜. (술 취한 발걸음카운터로 간다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대충 놓고 문 쪽으로)

주인;(용배 움직임과 동시에다가와 광춘 일으키는)괜찮으세요저 분도

단골인데 약주가 오늘 과하셔서....

광춘;저 사람 오늘밤 살인이라도 하겠소. (기분 나쁜 듯 바지를 탁탁

터는데)

용배;(문 열고 나가려다 벌컥 해 돌아본다)당신 지금 뭐라고 했어.

 

용배무섭게 다가와 광춘의 멱살을 잡는다.

 

용배;지금 뭐라고 했어.

광춘;이거 놔요. (숨이 막혀)컥컥..... 놓으라니까.

 

주인용배를 떼어 놓으려 애쓰는데 역부족이다.

 

용배;지금 나한테 뭐라고 지껄였나고. (죽일 듯이 무섭게 잡고 흔드는데)

당신 오늘 죽어볼래죽어볼래?

광춘;.... ...... 경찰 불러 경찰!

 

용배경찰이란 소리에 광춘을 확 밀쳐 버린다.

 

광춘;(주인에게)아 뭐해 당장 경찰 부르라니까.

 

용배얼른 나가버린다광춘목을 잡고 분이 올라오는 듯.... 용배식당에서 나와 허겁지겁 걸어간다.

 

8. 용배네 거실 

어두운 거실용배거칠게 들어와 현관문을 닫는다안주머니에서 편지를 꺼내 탁자에 놓는다.

 

용배;.........선우 니 놈 농간이냐.

 

9. 진승원 서재 아침

아침 햇살 들어오는 창가신문 여러 개와 김이 올라오는 커피 잔이 놓여있는

책상편지를 보고 있는 노식굳어진 얼굴그 앞엔 어쩔 줄 모르고 서 있는 용배.

 

노식;.......(무서우리만큼 담담)이걸 왜 나한테 가져와요.

용배;............

노식;용배씨가 일 처리를 잘했으면 이런 편지를 왜 받습니까.

용배;섭섭합니다 회장님.

노식;...... 내 앞에서 지금 섭섭하다고 그럤습니까.

용배;.......(움찔)제 말씀은 이걸 제가 어떻게 혼자 처리하냐는...

노식;혼자 처리해야지 나더러 어쩌라구요.

용배;......... (무서움배신감)회장님.

노식;장일이가 서울에서 편하게 공부하잖습니까.

용배;................

노식;그날 누가 본 겁니까.

용배;그런 일 절대 없습니다실수 없게 처리했습니다.

노식;혹시 용배씨가 누구한테 얘기한 거 아닙니까.

용배;아이구 아뇨.

노식;그 사람이랑 짜고 벌인 자작극 아니예요돈 필요해서.

용배;(펄쩍)그런 일은 없습니다회장님 저를 어떻게 보시고 하는 말씀입 니까.

노식;.........

용배;그 아들 녀석이 농간을 부리는 게 아닐까요.

노식;그건 용배씨가 찔려서 하는 생각이지그 녀석이 용배씨를 의심할

이유가 어디 있겠습니까.

용배;..... 그건 그렇네요.

노식;그 친구는 어쩌다 사고를 당한 겁니까눈이 멀 정도면 큰 사고

아닙니까.

용배;.......그건 전에도 말씀 드렸지만.... 전 모릅니다.

노식;(거짓말 느끼는)돈은 구해줄 테니까 그날 약속장소에 나가봐요진짜 누가 나오긴 할 건지.

용배;저도 그 녀석 동태를 좀 살펴보겠습니다.

10. 복지관 일각 아침

선우금줄 걸어온다.

선우;내일부턴 나 혼자 움직여 볼게언제까지 니 시간 뺏을 수도 없고.

금줄;괜찮아 임마.

선우;......나 머리 자를 때 되지 않았어?

금줄;아니아직 괜찮은데.

선우;옷에 뭐 얼룩 묻은 건 없어?

금줄;말끔해.

선우;............

금줄;....(의아한).....

 

선우금줄 걸어간다.

 

지원(E);삶이란 기다림만 배우면 반은 안 것이나 다름없다는데.

 

11. 녹음실 

책 읽는 지원마이크 앞에 놓고 열심히 읽고 있다신경숙 깊은 슬픔

 

지원;우리는 태어나서부터 뭔가를 기다리지.

받아들이기 위해서 죽음까지도 기다리지떠날 땐 돌아오기를오늘 은 내일을넘어져서는 일어나기를나는 너를.

 

물 마시며 나오는 지원아픈 듯 목을 만진다.

 

실장;너무 무리하는 거 아냐.

지원;(잠기거나 쉰 목소리)아뇨 괜찮아요.

실장;뭐가 괜찮아 목이 잠겼는데.

12. 음반 도서실 

선우, CD 반납한다.

 

실장;김선우씨가 도서 대출 1위네요매달 1위한테는 상이 있어요.

(서랍에서 봉투를 꺼내 선우 손에 쥐어준다)

선우;이게 뭡니까?

실장;연주회 티켓이예요두 장이니까 가고 싶은 사람이랑 가세요.

선우;감사합니다.

실장;(장부 보며)보자.... 신청하신 건 아직 완성이 안됐네요.

선우;언제쯤 될까요.

실장;지금 한지원씨가 열심히 작업 중인데 너무 무리해서

목이 확 갔어요.

선우;........

실장;김선우씨가 신청한 건 기를 쓰고 녹음하더라구요.

선우;...........

 

13. 거 리 

약국봉지를 든 지원걸어가다 멈춰 선다시선 닿는 곳엔 선우혼자 걸어간다.

지원선우에게 시선을 두고 걸어간다선우어떤 가게(카페)에 문 열고 서서 뭔가 묻고 다시 나온다. (선물 가게를 찾고 있는선우옆 가게로 들어가는.

 

지원;............

 

지원선물 가게 밖에 서서 유리창을 통해서 안을 본다선우뭔가 물어보는 모습지원가게로 들어간다.

 

14. 선물 가게 

보세 옷이나 악세사리 등을 파는 팬시 샵지원들어온다가게 안에 서 있는

전신거울에 지원이 비치고 선우는 거울 바로 앞에 서 있다.

 

선우;목에 두를 수 있는 예쁜 스카프 같은 거..... 찾는데요선물 할 거거 든요.

주인;받으시는 분 나이대가....

선우;저랑 동갑이요.

지원;..............

주인;이건 어떠세요. (지원에게)편하게 보고 계세요.

지원;(고개 끄덕)

선우;(만져보며)감촉은 좋은데 무슨 색깔이예요?

주인;은은한 회색이요.

선우;이거 말고 좀 밝고 화사한 색으로 주세요.

주인;받으시는 분 얼굴이 흰 편인가요?

선우;...........

지원;............

주인;이건 핑크톤의 화사한 색이예요.

선우;(만져보며)아주 예뻐야 하는데.....

주인;아주 예쁜 색이예요.

선우;(미소)그걸로 표장해 주세요.

 

주인선우에게 쇼핑백을 건네준다선우나가고 지원도 머리끈 하나 들고 천 원짜리 한 장 놓고 따라 나온다.

 

15. 거 리 

선우한손엔 쇼핑백한 손엔 지팡이 걸어간다횡단보도선우 혼자 서 있다.

파란 불로 바뀌는 데 소리가 나질 않는 신호기선우건너가지 않는다건너편의 사람들 걸어와 선우 옆을 스쳐간다선우당황해 두리번거린다차들 지나가고지원선우 근처에 와서 선다시각장애인용 버튼을 눌러준다다시 녹색불로 바뀐다신호음이 난다선우횡단보도로 나선다지원선우에 발맞춰 천천히 걸어간다.

 

16. 복지관 일각 

선우걸어간다지원좀 떨어져서 뒤따라 걷고 있다음반 도서실로 들어가는

선우지원도 어디쯤에서 멈춰 선다선우빈 손으로 나온다떨어져 서 있는

지원을 스쳐 지나간다.

 

17. 점자 교실 

빈 교실선우앉아 점자를 천천히 짚어간다스카프를 한 지원 들어온다.

 

지원;선우씨.

선우;(고개 돌리며 미소)

지원;나 이뻐요선우씨가 준 스카프 했는데.

선우;잘 어울려요.

지원;내가 얼굴이 좀 흰 편인데 이 색깔 너무 잘 어울려요.

선우;목 많이 아파요?

지원;약 먹었더니 괜찮아요선우씨연주회 같이 가요.

선우;아뇨그거 지원씨 친구랑 같이 가라고 드린 거예요.

지원;난 선우씨랑 가고 싶은데그날 내가 집 근처로 갈까요?

선우;아뇨그럼 공연장에서 만나요.

지원;공연 시작이 3시니까 2시쯤 만나서 커피 한잔 하고 들어가요.

선우;(웃는)좋아요.

 

18. 대학 스터디 룸 

장일과 명식을 포함학생들 6명 정도 앉아서 스터디 중이다오래 앉아 있었는 듯

옆에는 김밥우유빵 등이 놓여있다장일몸이 안 좋은 듯 얼굴이 창백하다.

이마에 식은 땀딴 생각에 빠져있다.

 

명식;판례 요약본만 외우는 건 웃겨어렵더라도 판례 전문(全文)을 읽어 야 소수의견도 알고 나름의 논리를 배울 수 있지.

학생1;그 많은 걸 어떻게 다 읽어그냥 이번 달까지 헌법 2회독(헌법

책을 두 번 떼는 것)이나 끝내자.

명식;우리한텐 독한 놈 이장일이 있잖냐전문 읽고 정리해 온대.

 

플래쉬 백 4-- 거리어린 장일을 부축하는 지원.

 

지원;무슨 속상한 일이 있는지 모르지만.... 술 마신다고 해결되는 건

없어요얼른 집에 가서 푹 자고 일어나요낼 아침에 해장국 한

그릇 비우면 기운 펄펄 날거예요.

장일;(눈물이 날 것 같은)

 

대학 스터디 룸.

 

장일;..........(멍하니)

명식;이장일.

장일;(퍼뜩 깨는)어디까지 했지?

명식;너 오늘 왜 그래어디 아프냐식은 땀까지 흘리네.

장일;(땀 닦는다)

 

19. 장일네 거실 

용배가방을 들고 들어온다.

 

용배;장일아..... 선우야........ 선우 없냐.

 

용배이 방 저 방 문 열고 뒤지기 시작작은 방으로 들어간다단촐한 선우의

세간옷 걸려있고 앉은뱅이 작은 책상에 휴대용 CD플레이어와 점자를 찍은 종이가 여러 장 놓여있다.

거실장일 들어온다거실에 놓인 커다란 가방을 보고

 

장일;..... 아버지 오셨어요?

 

장일작은 방으로 들어가 본다용배점자 찍힌 종이를 막 들춰본다한 장이 쑥 빠져 떨어지기도 하고.

 

장일;(들어와 뺏는왜 남의 물건을 만지고 그러세요.

용배;내 말이 틀렸니이 녀석 계속 눌러 붙어 있잖아.

장일;방 알아보고 있대요.

용배;(두리번 두리번 하다 선우의 짐 가방을 뒤진다)

장일;뭐하시는 거예요!

 

용배선우의 옛날 수첩을 꺼낸다펼쳐본다.

용배;이 녀석 눈 감고도 글씨는 쓰지?

장일;왜 그러시는데요.

용배;요즘 무슨 짓을 하면서 이 집에 붙어있는지 내가 좀 알아야겠다.

장일;나오세요빨리.

 

거실로 용배를 끌고 나오는 장일.

 

장일;왜 이러세요무슨 일 있어요?

용배;...........

장일;무슨 일 있죠?

용배;아니다넌 이 시간에 왜 집에 있어.

장일;몸이 안 좋아서 일찍 왔어요.

용배;몸이 왜 안 좋은데?

장일;별 거 아녜요.

 

20. 반 지하 방 

작은 창문이 있는 방얼룩지고 장판도 들떠 있다곰팡이 얼룩져 있는 벽.

 

금줄;아후.... 방바닥은 다시 깔아달라고 해야겠어.

사람 살 데가 아니야지금은.

선우;여기로 하자니까.

금줄;니가 여길 못 봐서 다행이다.

선우;(미소)못 보는 게 좋을 때도 있네.

금줄;........선우야.... 이제 아버지가 들어준 적금이랑 보험옛날 집 전세금

거의 다 까먹었다.

선우;........돈 벌면 돼.

금줄;니가 어떻게?

선우;안마랑 지압 배우잖아.

금줄;난 니가 그거 안 했음 좋겠는데.

선우;그럼 당장 내가 뭘 해서 돈을 벌어영원히 안마만 할 건 아니니까 걱정 마.

 

21. 장일네 거실 

선우와 금줄들어온다용배거실에 앉아있다 일어선다.

 

금줄;안녕하세요.

선우;........?

금줄;(선우에게)장일이 아버지 오셨어.

선우;안녕하셨어요.

용배;그래저녁은 먹었냐.

금줄;먹고 들어오는 길입니다.

용배;장일이는 몸살이 났는지 일찍 잔다.

금줄;공부를 너무 심하게 해서 그래요.

용배;선우는 나랑 얘기 좀 하자.

 

찻잔 놓고 선우와 용배 앉아있다용배선우를 빤히 본다.

 

용배;재활 교육은 받을만 하고이젠 너 혼자 생활할 만큼은 된거냐.

선우;점점 나아지고 있어요.

용배;선우야이런 말 야박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널 위해서도 이제

독립을 해야지언제까지 여기서 얹혀 지낼거야.

선우;죄송합니다.

용배;장일이 공부하기도 힘든데 니가 여기서 지내면 챙겨줄 수도 없고

신경쓰이고 미안할 거 아니냐.

선우;그럼요이해합니다.

용배;지금 돈이 모자란 거냐제대로 안 알아본 거냐.

 

금줄부엌에서 나오며

금줄;말씀 중에 죄송한데요선우 여기서 지낸지 보름도 안됩니다선우가 장일이한테 해준 걸 생각하면 여기서 삼년을 지내도 모자라요.

용배;?

선우;금줄넌 빠져.

금줄;장일이를 위해서 선우가 억울하게 덮어쓴 게 한두 갠 줄 아세요?

용배;억울한 게 뭔데선우 너이 녀석한테 무슨 얘길 한거냐.

금줄;선우가 무슨 소릴 해요옛날 기억도 확 지워진 애가.

용배;억울하게 뭘 덮어썼는데누구한테 그 딴 소리를 하고 자빠졌어.

금줄;선우 아니었음 장일이가 지금 대학생활이나 제대로 하고 있을 것

같으세요?

선우;그만해.

금줄;깡패들이 서울로 해꼬지 하러 간다는 걸.....

선우;그만하라니까!

 

창백한 얼굴의 장일방에서 나온다.

 

장일;무슨 일이야왜 이래.

용배;아니다.

장일;무슨 일이냐구.

금줄;선우한테 나가라고 독촉하시잖아.

장일;(용배에게)그러셨어요?

선우;아냐금줄이 오바하는 거야금줄너 나 좀 보자. (일어선다)

금줄;(못마땅한 듯)....... (선우 부축해 방으로)

장일;(피곤한 듯)아버지...... 들어 가 주무세요제발.....

 

22. 장일네 또 다른 방 

수미가 썼던 방용배누워서 심란한 듯 뒤척뒤척..... 하다가 구석 어딘가로

시선손을 뻗어본다여성용 샘플 화장품 병이 나온다.

 

용배;.........

 

용배일어서 여기저기 뒤지는데 옷걸이에 걸려있는 장일의 옷들 사이에서 여성용 블라우스와 하늘거리고 레이스가 달린 야한 원피스를 하나 발견한다.

23. 장일 방 

문 벌컥 열고 들어와 누워있는 장일한테 옷을 던지는 용배.

 

용배;이런 미친 녀석.

장일;.......(일어나 앉는)

용배;여자 때문에 병 난거냐그년이 여기서 먹고 자고 했어?

장일;아버지 제발 좀.....

용배;내가 너 꼬드기지 말라고 그렇게 타일렀는데그게 작정을 했나보다.

장일;...........!

용배;내가 알아듣게 말을 했는데도발칙한 년 같으니라고.

장일;지원씰 만나셨어요?

용배;너 혹시 책임질 짓이라도 한거냐.

장일;(버럭)지원씨를 만나셨나구요아버지가 지원씨 만나셨어요!

 

장일울고 싶다아버지를 한 대 치고 싶다.

 

24. 장일네 작은 방 

장일과 용배의 다투는 소리 희미하게 들려온다. ‘아버지 도대체 왜 이러세요왜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하세요’ ‘너야말로 왜 이러냐니가 지금 여자랑 분탕질이나 칠 때야’ ‘아니예요 아니라니까요.’ 선우점자틀 앞에 놓고 열심히 점자를 찍고 있다.

 

선우(E);날 경계하고 불편해 한다아들 공부에 방해될까봐 우려하는 것 이상의 경계심일아 너희 아버지에 대한 나의 의심이 진실인거 냐.

 

25. 계단 강의실 

강의중인 계단강의실인상 좋은 증년남자교수 강의 중칠판엔 Kitsch 라 쓰여있다지원콤팩트 거울 보며 거울보고 있다손목시계도 보고약속에 대한 설렘.

 

교수;키취에 대한 견해는 사람마다 달라요오늘 한 시간 얘기해서 끝날 얘기가 아니란거지키치가 예술이고 예술이 키치다.....

고급예술처럼 보이는 싸구려가 키치다....

 

장일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 지원 옆으로 걸어간다빈자리에 앉는다.

 

지원;..........

강사;방금 들어온 학생은 뭐지.

장일;교수님오늘 하루 청강하게 해주십시오좋아하는 사람이 이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학생들;(........ .........)

교수;저 학생을 위해서 오늘 수업 여기까지.

 

학생들 주섬주섬 나가고 지원도 가방 챙긴다.

 

장일;미안해요아버지가 지원씨 만난 거 모르고 있었어요사과할게요.

지원;괜찮아요.

장일;사과 받아준다는 뜻으로 오늘 나랑 같이 영화보고 저녁 먹어요.

지원;약속이 있어요가볼게요.

장일;(잡는다)....... 지원씨.....

지원;.........아버지 일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장일;화 풀었음 좋겠어요.

지원;화나지 않았어요아버지도 이해되고.... 장일씨도 힘들겠다 싶어요.

장일;내가 불쌍하다 그 소린가요?

지원;......

장일;맞아요공부 하나 잘하는 거 빼곤 난 변변한 게 없어요아들이

최고인 줄 아는 홀아버지에 돈도 빽도 없는 집안내가 검사가 되면

개천에서 난 용일 거예요.

지원;그런 얘기 안 해도 돼요.

장일;개천에서 탈출하고 싶어서 공부했고용이 되고 싶어서 또 공부해요.

용이 되면 지원씨한테 든든한 남자로 서고 싶어요.

지원;그런 얘기 부담스러워요난 그냥 장일씨랑 친구면 좋겠어요.

장일;처음엔 나한테 왜 친절했습니까.

지원;.........

장일;술 취해서 뻗은 날 왜 일으켜 줬어요그것도 동정심이었나.

지금 그 맹인한테 하듯이?

지원;동정심 아니예요.

장일;............

지원;장일씨를 도와준 것도 동정심 아니었고지금 그 사람한테도 동정심

아니예요.

장일;그럼 사랑이라도 됩니까.

지원;........

 

지원가방을 들고 나간다장일책상에 걸터앉는다눈물이 그렁 맺힌다장일가만히 앉아있다.

 

26. 공연장 로비 앞 

공연장 로비선우구석에 서 있다사람들 공연장으로 종종걸음 치며 들어간다뛰어 들어오는 사람도 있고.

 

선우;............(손목시계 눌러본다)

(E);오후 2시 40분입니다.

선우;...........

지원(E);공연이 3시에 시작이니까 우린 2시쯤 만나서 커피 한잔 하고

들어가요.

 

사람들 들어오며 통화하는 소리 얘기하는 소리선우신경이 곤두선다. ‘미안 미안 나 지금 도착했어이 앞 도로 다 엉켜있어’ ‘사고가 엄청 크게 났어

 

안내방송(E);중앙순환도로에서 발생한 7중 교통사고로 심한 정체가 발생 했습니다공연을 15분 후에 시작하겠사오니 관객여러분께선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다시 한 번 알려드립니다중앙순환 도로에서 발생한..........

 

선우로비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다불안하다멀리서 앰블런스 소리가 들려온다.

사람들 뛰어 들어가고선우를 툭 치고 들어가기도 하고.

 

선우;지금 이 앞에서 사고가 났나요?.... 사람들 많이 다쳤어요?

 

27. 거리 

버스 안지원손잡이 잡고 서서 창 밖 계속 내다보며 발 동동기사 옆으로 가서

 

지원;아저씨좀 내려주실래요?

지원내려서 뛰기 시작한다차를 막혀 있는 거리지원계속 달려간다.

 

28. 공연장 앞 

사람들공연장으로 들어가기 바쁘고멀리서 여러 대의 경찰차 소리 호루라기

소리앰블런스 소리 들린다선우불안하다당황해 있는선우지팡이를 더듬어 계단을 내려간다선우내려간 후 다른 쪽에서 숨이 차게 뛰어오는 지원둘러본다공연장 로비로 들어간다지원로비를 둘러본다아무도 없다안내데스크로 가 숨찬 호흡 가다듬으며 물어보는 지원. ‘혹시 여기 티켓 맡겨놓은 거 없나요.... 시각장애인 남자 분 계신 거 못 보셨어요.....’ 지원밖으로 나온다둘러보다 뛰어간다지원이 사라진 후선우 걸어온다공연장 문 앞에 서 있다불안하고 안절부절 힘들다.

 

선우;...........

 

지원서 있는 선우를 보고 달려온다.

 

지원;선우씨!

선우; !

지원;미안해요차가...(너무 막혀서........)

선우;(와락 껴안는)

지원;............

선우;괜찮은 거죠안 다친 거죠?

지원;........괜찮아요.

선우;다쳤는데 거짓말 하는 거 아니예요?

지원;말짱해요.

선우;(안도의 한숨.........).....

지원;(선우의 안도감에 따뜻한)..... 연주회 놓쳐서 어떡하죠.

선우;다른 거 다 놓쳐도 괜찮아요 이제.

지원;...........

선우;.........(미소)

지원;그럼 시시한 연주회라도 볼래요? (선우 팔을 끌어 공연장 로비로)

 

지원선우의 팔을 끌고 로비로 들어온다.

 

선우;어디 가는 거예요?

지원;걱정 말구 따라와요어릴 때 여기서 콩쿨 해봐서 잘 알아요.

 

29. 공연장 내 연습실 

창이 있는 작은 방피아노 한 대 놓여있다지원선우 팔을 잡고 들어온다.

지원피아노 근처의 의자에 선우를 앉힌다.

 

지원;... 선우씨는 여기 앉아요.

 

지원피아노 앞에 앉는다........ 건반 몇 개 눌러본다.

 

선우;.........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 연주하는 지원선우미소로 듣는다지원피아노 치다가 선우를 보며 미소선우피아노 가까이 다가가 선다.

 

선우;(연주에 맞춰 노래하는)가끔 두려워져....

지원;.........

선우;(노래 계속)지난 밤 꿈처럼 사라질까 기도해.

매일 너를 보고 너의 손을 잡고 내 곁에 있는 널 확인해.

창 밖에 앉은 바람 한 점에도 사랑은 가득한 걸.

널 만난 세상 더는 소원 없어바램은 죄가 될테니까.

바램은 죄가 될테니까....

 

30. 호수 공원 

선우자전거 타고 있다. 2인용 자전거앞자리엔 지원이 타고 있다선우신나게 페달을 밟는다햇살 따스한 공원두 사람의 자전거 씽씽 달리고 있다.

 

지원(E);선우씨 오늘 우리 어디까지 가볼까요?

선우(E);끝까지 달려 봐요.

지원(E);세상 끝까지?

선우(E);세상 끝까지.

31. 운동장 

텅 빈 운동장달리고 있는 선우전력질주신나게 달린다. 100미터 앞에 지원이 서 있다.

 

지원;맘 놓고 달려요 선우씨더 빨리 더 빨리!

선우눈 감고 달리는데 방향이 직선으로 안 나가고 기울어진다.

 

지원;.... .... 그 쪽 아닌데....

 

지원선우가 달리는 쪽으로 뛰어간다두 사람 간격을 두고 달려간다둘 다 신난 얼굴선우지원과 부딪혀 넘어진다지원한테 선우가 깔려있는두 사람 미묘하고 달콤한 긴장키스를 할 듯 말 듯.... 선우지원의 얼굴을 더듬어 본다.

 

지원;............

선우;내가 상상한 것보다 예뻐요.

 

두 사람 가까이 있는 채로 멈춰있다....... 두 사람 얼굴과 얼굴 사이에 난 틈으로

빛이 들어와 퍼진다두 사람 묘한 긴장으로 멈춰있는데 선우가 먼저 몸을 돌려 일어나 앉는다.

 

지원;............

 

32. 진승그룹 회장실 

태국 리조트 조감도나 이미지 사진 크게 걸려있다진노식계약서에 싸인 한다.

태국과 합작 투자 리조트 건설 서류외국인 회장도 계약서에 싸인 한다악수하는 두 사람.

 

노식;(자신감만족스러운 미소)

 

진승그룹과 외국 임원진들 앞에 두고 소감 발표하는 노식.

 

노식;제 오랜 꿈이 드디어 이루어졌습니다일찍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도 나고... 만감이 교차합니다춥고 배고프던 어린 시절에 전 늘 꿈을

꿨어요따뜻한 곳에 근사한 쉴 곳을 만들어 많은 사람이 찾아오게

하자.... 살다가 지칠 때 떠오르는 포근한 곳을 만들자....

차 실장뒤에 서서 흐뭇하게 보고 있다가 얼른 핸드폰 받으며 나간다.

 

차실장;여보세요.

용배(F);차실장님 접니다회장님은 언제 내려오십니까.

차실장;이번 주까진 서울에 계실 것 같은데 왜 그러십니까.

용배(F);회장님께 드릴 말씀이....

차실장;저한테 말하세요.

용배(F);그게 좀........

 

마희정종종 걸음으로 달려온다불안정하고 울음이 터질 것만 같은 표정차실장전화를 끊는다.

 

차실장;(의아)사모님.....

희정;회장님은?

차실장;지금 말씀 중이시죠그런데 무슨 일 있으십니까?

희정;(차실장의 팔을 잡으며)차 실장.......나 지금 졸도하기 직전이야.

33. 도로 

달리는 차 안마희정손수건을 손에 꼭 쥐고 부들부들 떨고 있다.

 

희정;이럴 순 없어이럴 순 없어.

노식;부르르 할 거 없어윤주 인생은 윤주 꺼야.

희정;피 안 섞인 자식이라고 말 함부로 하지 마요!

노식;피 한방울 안 섞였어도 윤주 내 자식이야당신이야 말로 함부로

내뱉지 마.

 

34. 작은 교회 

텅 빈 교회웨딩드레스 차림의 윤주앉아있다넋나간 표정윤주의 등 뒤로 마희정 달려온다진노식희정 뒤에서 천천히 걸어오고.

 

희정;나쁜년!

 

윤주눈물이 그렁한 눈으로 희정을 본다.

 

희정;.........?

윤주;좋은 남자야 엄마부모님 마음 아프게 하지 말라고 오늘 안 왔어.

영원히 날 안보겠대.

희정;.... 차인거야그 놈 한테 까였어?

윤주;엄마가 원한 결과잖아.

희정;뭐 그런 미친놈이 다 있어헤어질 꺼면 미리 포기할 것이지.

윤주;포기가 말처럼 쉬워나도 못하는 걸 왜 그 사람이 못했다고 화를 내.

희정;그 자식 집이 어디야말해내가 가서 대가리부터 아작아작 짓밟아

놓을 테니까숨통을 똑 끊어 버릴거야.

노식;그만 해.

희정;뱀 같은 자식나한테 복수할려고 이랬어니가 반대해서 니 딸

엿 먹는 거 봐라.

노식;그만 하라니까.

희정;엿 먹으니까 맛있냐.

윤주;(버럭)어쨌든 엄마 뜻대로 됐잖아요!

희정;뭐가 잘났다고 내 앞에서 큰 소리야드레스도 이런 싸구려를 입고 어디서 니가 큰소리야! (면사포 쓴 윤주 등짝을 한 대 갈기는데

눈물이 푹 솟는다내가 너 이딴 드레스 입고 시집가는 꼴을 봐야겠 니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노식;당신 이리 와진정해.

희정;여보...... (노식한테 안겨 우는)

노식;(다독이며)괜찮다이제 다 제자리로 돌아왔다당신 인생도 당신

맘대로 안됐는데 자식 인생을 욕심내면 쓰나.

희정;오늘 결혼식은 해프닝이다없던 일이야친구들한테 밥 사면서 입막음 해이거 소문나지 않게알았어?

윤주;(눈물이 나면서도 어이없는 듯 픽)

희정;(버럭)울다 웃지 마 이 기집애야뭐 잘났다고 웃어차인 주제에!

윤주;(엄마한테 부케 던지며)차였다는 소리 좀 그만해.

희정;차인 주제에죽도록 사랑했던 미친놈한테 까인 주제에!

 

윤주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울고 희정은 윤주를 껴안는다노식도 두 사람 안으며 도닥도닥..... 세 사람정이 느껴진다.

 

35. 미술실 

수미열심히 그림 그리는 중수채화앞에 놓인 비단천과 꽃들로 정물화 그리는 중여학생 하나 다가와 팔짱끼고 삐딱하게 서서 그림을 보고 있다.

 

여학생1;우리 학교에선 니가 대표로 나간다며전국 대학 미전.

수미;.

여학생1;교수들한테 뭘 준거야.

수미;(픽 웃으며 그림만 열중)이름 학번 다 떼고 그림으로만 심사했는데 요.

여학생1;그림에 니네 아버지 부적이라도 붙였나보다재수없어.(가는데)

 

수미돌아본다갖고 놀 듯 부드럽게 물어본다.

 

수미;너 이름이 뭐니.

여학생1;........(인상 팍 쓰는이게 어디서 선배한테.

수미;시기하고 질투할 시간에그림이나 열심히 그리란 말 안할게.

넌 백 년 동안 그려도 나처럼 될 수 없으니까.

여학생1;얘 좀 봐.....

수미;재능은 없고 샘은 많고 난 너 같은 애들이 제일 불쌍해넌 그냥

나 같은 천재를 질투하고 부러워하면서 살아. (웃는)

여학생1;(물감 푼 물통을 들어 수미 얼굴에 끼얹는다)

36. 수미네 집 앞 

최광춘 신점’ 간판을 보고 서 있는 수미먼지와 때가 끼어있는 간판사진에도 얼룩져 얼굴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다머리 끝이 채 마르지 않고 옷이 얼룩진 수미처연하게 보고 서 있는데 광춘 걸어온다.

 

광춘;뭐하냐.

수미;저거 떼자요샌 손님도 없잖아.

광춘;아픈 데를 찌르면 좋아?

수미;뭐가 아픈데저거 때문에 평생 돌 맞고 산 내 생각은 안 해?

광춘;나한테서 태어난 건 니 팔자야누굴 원망해.

수미;술이나 한잔 하자. (집으로 들어간다)

 

37. 수미 방 

작은 소반에 맥주와 오징어 땅콩 놓여있다맥주 마시는 두 사람.

 

수미;학교 대표루 전국 대학 미전에 나가게 됐어. 3등 안에

들면 유학갈 수 있어난 1등 할거야.

광춘;.......(지그시 보며)활활 타오르는 불기운이 들었어될거다.

수미;나 유학가면 이거 접고 서울로 가요가서 최광춘이란 이름도 바꿔.

광춘;과거를 세탁하고 싶다 이거냐.

수미;유학 가서 빈 손으로 돌아오지 않을거야그러니까 이거 다 팔고

서울 가.

광춘;서울 가서 내가 뭘 먹고 살아.

수미;옛날에 드나들던 극단 있잖아거기 가서 판소리장구 가르쳐.

광춘;하이구야.... 서울에 잘난 사람 쌔고 쌨는데.

수미;유일한 장점이 뻔뻔한 거 아니예요가서 비비고 붙어있어.

광춘;이거 다 팔아봤자 서울에 전세 하나 변변한 거 못 구해.

수미;그럼 여기서 계속 엉터리 점쟁이 짓 하겠다구.

광춘;그게 속 편하지.

수미;(버럭)당신 내 아버지 맞아나는 당신 딸 맞아요? (눈물이 왈칵)

날 위해서 그거 하나 못해줘내가 받은 거라곤 그림 그리는 재주 하나 밖에 없는거야엄마는 도망가고 아버지란 사람은 이렇고?

난 정말 가진 게 그렇게 없는 애야.....

광춘;..........

수미;내 사주는 어떤데아무한테도 사랑 못 받고 그림만 그리다 죽어요?

광춘;(일어서 나가는)유학이나 가고 말해.

수미;반드시 간다니까!

광춘;울지 마복 나간다니 말대로 할게다 팔고 서울 갈게.

 

광춘문 꽝 닫고 나간다수미눈물 계속 흐른다벽 한 켠 숨어있듯 붙어있는

장일의 그림.

 

38. 장일네 거실 

전화벨이 울린다장일부엌에서 물잔 들고 나오다 유선 전화 받는다.

 

장일;여보세요.

지원(F);거기 김선우씨 계신가요.

장일;......(지원이라 느끼는).... 어디십니까.

지원(F);복지관에 있는 한지원이라고 하는데요선우씨 계시면 좀 바꿔주 시겠어요.

장일;............

 

장일, CD뒤적거리는 척 하며 서 있다선우통화중이다미소 머금고.

 

선우;지압 실습 갔다가요집에 와서 쉬었어요지원씨는요? (웃는)

안 피곤해요?

장일;..........

선우;아뇨짐도 몇 개 안되고 친구랑 옮길 수 있어요걱정하지 마요.

전화도 빨리 놓을게요그래요... 잘자요... 먼저 끊어요... 먼저 끊으 라니까알았어요. (미소)잘자요. (끊는다)

장일;연애하네 김선우.

선우;너 옆에 있었구나...

장일;아버지가 한 말 신경 쓰지 말고 편하게 있어.

선우;적당한 거 나와서 내일 옮길거야그동안 신세 많이 졌다 장일아.

장일;신세는..... 내일 학교 갔다 와서 옮기는 거 도와줄게.

선우;짐 가방 몇 개나 된다고.... 복지관 가는 길에 옮기면 돼바로

근처라 나도 다니기 편해졌어.

장일;요즘도 그 분 매일 복지관에서 봐?

선우;매일까진 아니고.

장일;나 솔직히 니가 상처받을까 걱정돼 선우야.

선우;.........

장일;그 사람너한테 순간적인 감상으로 그러는 건 아닌지...

선우;상처 받겠지이미 좋아하고 있으니까.

장일;...........

선우;어짜피 받을 상처라면 미리 땡겨 받을 필요는 없잖아.

어짜피 나중에 아플건데 지금은 이대로 있고 싶어.

장일;.....그래.... 좋을 대로 해라.

 

39. 진승원 서재 

책상에 수북히 쌓인 만 원짜리 다발(3천만 원)을 꺼내 상자에 담고 있는 용배.

브랜디 잔 놓고 앉아있는 노식용배그 옆에서 서 있다.

 

노식;어떤 놈인지 반드시 얼굴을 확인하고 와요.

용배;알겠습니다.

 

40. 폐창고 주변 아침

가방 들고 걸어오는 용배모자를 푹 눌러썼다커다란 쓰레기통 안에 가방을 놓고 간다멀리서 숨어서 보고 있는 광춘용배가 돈 가방 놓고 떠나자 움직이기 시작한다광춘어시장 상인들이 입는 긴 비닐 앞치마에 작은 끌대를 끌고 간다일부러 멀리 돌아 주변을 살피는데 용배 어느 한 곳에 숨어서 신문 읽는 척하며 가방 놓은 곳을 주시한다.

 

광춘;............(멈칫.... 다른 데로 돌아간다)

 

시간경과해가 기운다용배주변을 둘러본다아무도 없다광춘도 멀리서 빵 먹으며 용배를 지켜보고 있다용배주변 살피며 쓰레기통 안에서 가방을 꺼내 들고 간다광춘멀리서 따라간다용배공중전화에서 전화를 한다.

 

용배;안 나왔습니다.....지금껏 지켜보고 있었는데 수상하게 얼씬거리는 사람도 하나 없구요.

광춘;.........(숨어서 듣는.... 잘 안 들리는 듯 귀를 세우고)

용배;돈 가방은 제가 그대로 갖고 왔습니다회장님 차 트렁크에 넣어

놓겠습니다...... 회장님.

광춘;........(혼잣말)회장님....?

 

41. 진승원 낮 (늦은 오후)

진노식의 차 서 있다용배가방을 들고 마당으로 걸어온다운전석 문을 열고

트렁크 스위치를 누른다용배차 트렁크에 돈 가방을 넣는다광춘문 밖에서 숨어서 보고 있다용배한 켠에 놓여있던 마른 걸레를 집어 들어 차를 닦는다.

잠시 후차 실장과 진노식 나온다용배고개 숙여 인사한다.

 

용배;.........

노식;(용배를 슬쩍 보고 시선 거두는)

 

차 실장 노식에게 문 열어주고 노식차 탄다차 움직여 나간다광춘몸을 숨겨

차가 멀어지는 걸 본다.

 

광춘;..............

 

42. 반 지하 방 오후

옷과 이불 작은 서랍장과 소반점자책 몇 권이 전부인 단촐한 방선우벽을 더듬으며 방향을 익히고 있다.

 

금줄;며칠 혼자 지낼 수 있겠어?

선우;그럼얼른 가 봐고생했다.

금줄;밥은 싱크대 옆 쟁반에 차려놨다속옷은 서랍에 다 있고.

선우;내가 애냐걱정 말고 가.

금줄;(두고 가기 짠한)..... 금방 올게 임마. (나간다)

 

금줄 나가고 문 닫는 소리가 들리고선우벽에 기대앉는다오후의 넘어가는

밝은 햇살 창문을 통해 내려온다.

 

선우;......갔냐?

 

고요하다.

 

선우;.......아무도 없어?

 

선우고개를 숙인다눈물이 나는 듯 가만히... 선우를 비추는 오후의 밝고 따스한

햇살.

 

지원(E);선우씨.

 

선우고개 들면 가방을 매고 수퍼 봉지를 든 지원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다고무장갑과 세제와 두루마리 화장지를 꺼내놓는다선우가 끼어들 새 없이 조잘조잘 밝게 말한다.

 

지원;(밝게)부자 되고 잘 풀리라고 가루비누랑 두루마리 화장지 사왔어요.

만약 이 집에서 복권 당첨 되면 나랑 반띵!

선우;헤밍씨..

지원;수퍼 앞에서 친구 분 만났어요그 분은 왜 맨날 목걸이를 그렇게

걸고 다녀요그래서 별명이 금줄이예요? (가방에서 점자 참고서

세권 꺼내 주며)일단 국어 영어 국사 참고서만 가져왔어요.

매일매일 읽고 공부하세요제가 자주 검사하고 스티커 붙여드릴게 요.

선우;숨 좀 돌리고 말해요여긴 왜 온 거 예요.

지원;왜 왔겠어요.

 

형광등이 켜진 방지원가방에서 책 여러 권 꺼내며

 

지원;오늘은 어떤 거 읽어줄까요.

선우;그거 한 번 더 듣고 싶은데헤밍웨이 노인과 바다지금 있어요?

지원;(책 꺼내며)있죠.

 

형광등이 탁 나간다.

 

지원;?

선우;왜요?

지원;불이 나갔어요.

선우;.......

지원;기다려요내가 형광등 사다가 갈아줄게요. (일어서는데)

선우;(잡는)앉아요내일 내가 갈게요여자한테 형광등 갈게 하면 내

체면이 뭐야.

지원;.......그럼 이제 뭘하죠?

선우;난 어둠 속에서도 책 읽는 남자잖아요.

 

선우점자를 더듬어 책을 읽는다선우의 손끝에 오톨도톨 닿는 점자들. (한용운 해당화’)

 

선우;당신은 해당화가 피기 전에 오신다고 하였습니다봄은 벌써 늦었습 니다봄이 오기 전에는 어서 오기를 바랐더니봄이 오고 보니 너무

일찍 왔나 두려워합니다.....

 

플래쉬 백 -- (선우 지원 멜로 씬 들)6부 야유회 지원을 안고 가는 선우.

7부 피아노 방 노래하는 선우. 7부 공원 자전거 타는 두 사람.

 

선우(E);너에게 이 시를 보낸다니 옆에 있는 게 행복하고니 옆에 있는

게 두려운 나는널 만나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깊은 터널에 갇혀 앞이 보이지 않는 시간너와 함께 터널의 끝 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우리 둘만 아는 길우리 둘만

아는 시간너도 나와 같은 마음이라면 말해줘난 길을 떠날거 야넌 여기 남아도 난 너를 새겨서 가는 길이 외롭진 않을 것이 다그는 그녀에게 편지를 썼다.

 

지원선우를 보고 있다.

선우;오늘은 여기까지.

지원;찡한데요이 책 제목이 뭐예요?

선우;나온 지 오래된 책인데... (겉표지 만지며)제목은 점자가 눌려서

짚이질 않네요.

지원;다음에도 마저 읽어주세요나 이 책 너무 맘에 든다.

 

지원가방에서 스티커를 꺼내 점자 책 표지에 잔뜩 붙여준다창문으로 보이는 두

남자의 발지원은 스티커 붙이느라 정신없어 인식하지 못한다.

 

43. 동네 

가로등 아래 서 있는 태주와 쿤. (쿤은 15년 이후부터 한국어를 쓰는 게 좋을 듯)

 

태주;내 아들이 이런 데서 살고 있다는 거..... 어떻게 생각해?

;.......(어깨를 으쓱)

태주;영어랑 불어는 자네가 가르쳐검도랑 펜싱도아니 가르칠 수 있는

건 뭐든 다 가르쳐 여자 꼬시는 방법까지.

;(웃는)I'll try. You gonna see him tonight?

태주;오늘은 돌아가지손님도 계신데.

 

44. 광춘네 거실 

광춘편지지 앞에 앉아있다.

 

광춘뭔가 있어.....

 

진노식 회장님께’ 라 쓰는 광춘.

 

광춘(E);당신이 죽이라고 시킨 겁니까?

45. 안마 수련원 실습실 

(안마수련원은 별도의 기관임그러나 복지관 내에 있다고 설정해도 무방할 듯)

옆으로 누워있는 시각장애인 선생의 목을 지압하는 선우.

 

선생;힘을 좀 더 빼고손목 그렇게 쓰면 관절 다 버려요.

실습실 한 켠선우힘든 듯 이마에 맺힌 땀을 닦는다선우 손에 물병을 쥐어주는

지원선우물병에 닿은 지원의 손을 살며시 잡는다.

 

지원;...............

 

선우지원을 앉혀놓고 뒤에서 지압해 준다뒷목을 누르는 선우의 손가락.

 

선우;제대로 하려면 2년은 배워야 한대요아직 서툴러요.

지원;.........

선우;다음 주부터 실습 나가요형편 어려운 어르신들이 공짜로 안마 받으 러들 오신대요.

지원;(안마하는 선우의 손을 잡아 멈춘다)

선우;.........

지원;난 선우씨가 안마 안했으면 좋겠는데.

선우;경험이라고 생각해요좋든 싫든 지금 내가 해야 할 경험.

지원;어쩌가 사고가 난 거예요왜 앞을 못 보게 됐어요.

선우;........뒷통수를 맞았어요.

지원;뭘루요야구공축구공아님 누구한테?

선우;나중에 얘기할 날이 있을 거예요.

 

선우지원을 두고 가버린다.

 

46. 화실 

수미런닝셔츠 하나만 걸치고 미친 듯 그림에 몰두해 있다몸 여기저기 물감이

묻었다금줄맥주 캔 들고 들어온다.

 

금줄;.... 근사한데!

수미;내가그림이?

금줄;둘 다.

수미;목 말라빨리 내놔.

 

맥주 마시며 앉아있는 두 사람.

 

수미;선우는 잘 있지?

금줄;그럼옮긴 집이 반 지하라 좀 안됐어내가 이장일이라면 나가지

못하게 잡았을텐데.

수미;너 내려올 때 옷 갖다달라는 걸 깜빡했다이장일네 집에 옷

두고 왔는데.

금줄;작품 내러 서울 간다며그때 가서 찾어.

수미;......그러지 뭐.

금줄;너 그리고 서울 가면 그 여자 좀 만나봐 줄라.

수미;그 여자?

금줄;선우가 좋아하는 여자가 있어.

수미; ?

 

47. 복지관 

CD 정리하는 지원과 실장수미들어온다두리번거리다 데스크로 시선.

수미지원을 본다지원밝게 웃으며 무거운 걸 번쩍 번쩍 들고 소매로 이마에 땀을 닦고.... 털털한 모습.

 

금줄(E);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선우를 좋아하는 여자가 있어내가

보기엔 그 사람도 진심 같고 좋은 여자 같은데.... 그래도 여자가 보면 좀 더 낫지 않겠어.

지원;실장님이것두요복사본 스무 개.

수미;...........

 

플래쉬 백 -- 5캠퍼스장일과 웃으며 걸어가는 지원.

지원;음반 도서 찾으시나요?

수미;....

지원;(두툼한 장부 갖다 주며)여기서 목록 찾으심 돼요.

수미;.......(뒤적이는 척)여기서 봉사활동 하려면 어떡하면 되나요.

지원;(반갑게)신청서만 써주시면 돼죠봉사하시게요?

수미;하고는 싶은데 시간이 될지.....

지원;일단 하겠다고 마음먹음 어떻게든 돼요.

수미;...... 여기서 봉사를 왜 하세요?

지원;.........글쎄요....

수미;선우 때문에 하시나요.

지원;........

 

음료수 두고 마주 앉은 지원과 수미.

 

수미;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예요늘 밝고 어디서나 기죽지 않고 한마디로

대장같은 애였어요그러던 선우가 사고로 저렇게 돼서 너무 가슴이

아파요그리고 지금은 여기서 한 번 더 바닥으로 떨어질 까봐 걱정 이구요.

지원;.........

수미;선우를 갖고 노는 게 아니었음 좋겠어요.

지원;전 지금 좀 당황스러운데요....

수미;저 선우 여자친구 아니예요괜히 떠볼려고 이러는 거 아니니까 오해 마세요선우는 댁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어요지금 선우한테 유일 한 위로이자 희망이 댁이 아닐까 생각해요선우 곁을 떠나지

말아주세요.

지원;...........

수미;선우를 더 많이 사랑해 주세요.

48. 진승원 서재 

노식편지를 보고 있다. ‘진노식 회장님께당신이 죽이라고 시킨 겁니까?

 

광춘(E);당신이 죽이라고 시킨 겁니까회장님 편이 돼 드리겠습니다.

비밀을 지켜드리는 댓가를 잊으시면 곤란합니다현금 1억을

준비해 주십시오다시 연락 드리겠습니다.

노식;.......

용배;어떻게 이런 일이.....

노식;....그 녀석은 지금 어딨습니까.

용배;서울에서 재활원에 다니고 있습니다이제 혼자 얼추 찾아다닐 수

있는 모양입니다.

노식;진정서 낸다고 뛰어다니던 건 기억을 못한다구요.

용배;.

노식;없애요.

용배;......!

노식;없애요그 놈도.

용배;회장님 전 못합니다목에 칼이 들어와도 못합니다더 이상 죄 짓기 싫습니다아니 무서워 죽겠습니다.

노식;다음 편지는 장일군 한테 갈 것 같지 않습니까.

용배;..........

노식;일단 겁만 주던가.... 그 다음에 날아올 편지를 보면 그 녀석과 연관 이 있는지 없는지 알 거 아닙니까.

용배;전 자신 없습니다회장님.... 도와주십시오.

노식;...........나더러 없애 달라는 말인가.

용배;(고개 조아리고만 있는)

노식;............

 

49. 호텔 복도 

무궁화 3개 정도의 호텔 또는 모텔어두운 복도걸어가는 선우어느 방문 앞에 멈춰서 벨을 누른다.

 

50. 호텔 방 

문을 여는 노식선우꾸벅 인사한다.

 

선우;안녕하십니까실습생입니다.

 

인사 하고 고개 드는 선우의 얼굴에서. 


.적도의 남자 

.영화 & 드라마 대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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