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도의 남자 8
1. 호텔 복도 / 낮
지팡이 더듬으며 걸어가는 선우.
2. 호텔 방 / 낮
꾸벅 인사하는 선우.
선우;안녕하세요. 실습생입니다.
가운을 입고 있는 노식, 선우를 맞는다.
노식;(사투리 없이)어서 와요.
선우;먼저 옆으로 누워 주시겠습니까.
노식, 침대에 옆으로 눕고 선우, 신발을 벗고 침대로 올라간다. 선우, 노식의 목을 만지며
선우;어디가 제일 불편하십니까.
노식;어깨도 결리고 목도 뻣뻣하고....
선우;목 부터 풀겠습니다.
선우, 노식의 뒷목을 잡고 지압하기 시작.
노식;실습생이라고 했죠?
선우;예. 제대로 하려면 2년은 교육을 받아야 한답니다.
노식;어이구 그렇게나요.
선우;네, 그동안은 지역 어르신들이나 운동부 선수들이 부르면 무료로
해 드리구요. 아직은 서투르니까 이해해 주십시오.
노식;공짜로 받으면서 무슨 말을 하겠어. 편하게 해요.
선우;감사합니다.
노식, 벽의 거울을 통해 뒷목을 지압하는 선우를 보고 있다.
선우;누르는 압은 괜찮으십니까?
노식;예. 뻐근하면서 시원하네.
선우;아프면 말씀 하십시오.
노식;그래요.
선우;목소리가 참 좋으십니다.
노식;목소리만 좋습니다. 허허허.
선우;목소리가 귀에 익는데.... 성우는 아니시죠.
노식;성우는 무슨.... 동네 구멍가게 하는 영세상이요.
선우, 노식의 목과 어깨를 주무른다.
노식;........나도 자네만한 아들이 있었는데..... 재작년에 세상을 떴어요.
교통 사고루.
선우;상심이 크셨겠습니다.
노식;말할 수도 없죠.
선우;..........(열심히 지압만)
노식;자네는 어쩌다가 앞을 못 봐요?
선우;......... 저도 사고로 이렇게 됐습니다.
노식;무슨 사고로.
선우;........
노식;교통사고 였나요?
선우;벼랑에서 떨어졌습니다.
노식;저런.... 등산을 갔다가 그리 된 건가.
선우;사고 날 때의 기억은 나질 않습니다.
노식;안됐군. 이제 실습생인 걸 보니 사고 난 게 오래전은 아닌가 봐요?
선우;예.........
노식;.........부모님은 뭘 하시나.
선우;어릴 때 돌아가셨습니다.
3. 복지관 / 낮
지원과 수미 마주 앉아있는.
수미;아버지가 자살한 현장을 하필이면 선우가 직접 봤어요.
지원; !
수미;선우는 아버지가 자살할 이유가 없다고.... 경찰에 낼 진정서를
준비하다 사고를 당했어요.
지원;부모님이 어릴 때 돌아가셨다고 하던데.
수미;어쩌면 다행이죠. 기억이 그렇게 자리 잡은 게. 지금 알면 받아들이 기도 힘들고, 할 수 있는 일도 없잖아요.
지원;그래도 끝까지 침묵할 순 없잖아요.
수미;우리가 얘기하기 전에 선우가 기억해 내겠죠.
내가 이 얘기를 한건 선우를 좀 더 사랑해 달라는 부탁이예요.
지원;.......선우씨 사고는 어쩌다 난 거예요? 뒷통수를 맞았다고 하던데.
수미; !! (섬찟. 수미 표정에 가시가 돋는다)
지원;운동 하다 다친 건가요?
수미;(다그치듯 묻는)선우가 그러던가요? 뒷통수를 맞았다고?
지원;.........
수미;뭐라고 그러면서 그래요?
지원;(말 돌리는)아닌가.... 다른 분이랑 착각을 했나 봐요. 운동하다 야구 공을 뒷통수에 맞아서 실명한 분이 계시거든요.
수미;....... 저희가 알기론 높은 데서 떨어져서 그렇게 됐다고
들었어요. 선우도 사고 순간을 기억 못하구요.
지원;아... 제가 착각을 했나 봐요.
수미;선우는 사고 순간을 기억 못해요. 기억했으면 벌써 얘기했겠죠.
4. 호텔 방 / 낮
선우, 수건으로 얼굴에 땀을 닦는다.
노식;수고했어요. 피곤이 많이 풀렸어요.
선우;예, 수고하셨습니다.
노식;(만 원 짜리 지폐 두 장을 지갑에서 꺼내 선우 손에 쥐어주며)
시원한 거 사드세요.
선우;아닙니다.
노식;성의니까 받아요, 얼마 안 됩니다.
선우;정말 괜찮습니다.
노식;(선우 옷 주머니에 찔러 넣어주며)아들 같은 사람을 만나서 그래요.
선우;........
노식;많이 도와주지 못해 미안하네요. 다음에도 또 봅시다.
선우;............
플래 쉬 백 -- 3부 60씬 진승원 응접실.
노식;도와 주지 못해 미안하네. 서울에서도 한번 보세.
멈춰 서 있는 선우.
선우;혹시 성함 알려주시면 다음번에 오실 때 기억해 놓겠습니다.
노식;공짜 안마 받으러 오는 주제에 이름은 뭐.... 수고했어요.
선우;예, 그럼 천천히 옷 갈아입고 나오십시오.
선우, 공손히 인사하고 나간다.
5. 호텔 복도 / 낮
안경 쓴 노식, 걸어간다. 하우스 키핑 수레를 끄는 메이드 아줌마 인사하고 지나간다. 아줌마, 수레를 두는 코너로 간다. 선우, 서 있다.
아줌마;옷도 좋은 거 입고 멀쩡한 신사야.
선우;.......
아줌마;저런 사람이 공짜 안마나 받으러 다니고.... 있는 사람이 더 하다니 까.
선우;이름은 알 수 없을까요.
아줌마;이런 데 누가 이름을 쓰고 들어 와.
선우;.........
6. 반 지하 방 / 낮
양철 상자에서 사진을 꺼내는 선우. 사진을 이 것 저 것 만져본다. 학생들 일렬로 주르륵 서서 찍은 고교 소풍사진 같은 큰 사이즈 사진은 그대로 놓고 작은 사이즈 사진들을 챙긴다. 가장 자리가 찢어져 있는 사진도 빼고. 진노식, 김경필, 문태주 세 사람 사진도 챙긴다. 한웅쿰 사진을 챙겨 봉투에 담는 선우.
7. 호텔 하우스키핑 코너 / 밤
사진을 보고 있는 아줌마. 선우, 옆에 서 있다.
선우;아까 본 남자 분.... 이 사진 중에 있어요?
아줌마;아는 사람이었어?
선우;아저씨들 셋이 찍은 사진 있을 거예요. 그 중에 있는 한 사람인지
봐주세요.
아줌마 사진 여러 장 계속 넘긴다. 어린 선우와 경필의 사진, 어린 선우와 장일의 사진, 선우 독사진, 경필과 다른 아저씨들 같이 찍은 사진들 수십 장. 아줌마 열심히 뒤진다.
선우;남자 셋이 찍은 사진부터 찾아보세요.
경필 태주 노식의 사진을 보는 아줌마, 사진보고 갸우뚱.
아줌마;이거 한참 옛날 사진 아냐? 잘 모르겠는데.
선우;(기억 잘 안나는)셋 중에..... 왼쪽..... 아니 오른쪽에 있는 사람.....
아줌마;비슷 한 거 같기도 하고..... 사진엔 안경 쓴 사람이 없고,
아까 그 분은 안경을 쓰고 있었거든.
8. 공중 전화 / 낮
통화중인 선우.
선우;금줄! 너 지역신문 뒤져서 진노식 회장 사진 좀 찾아봐.
금줄(E);진회장은 왜?
선우;아, 신문에서 못 찾겠으면 진회장 별장에 가서 걸려있는 사진 좀
가져와.
금줄(E);(놀라)사진을 훔쳐오라구?
선우;부탁한다.
전화 끊는 선우.
9. 대검찰청 / 낮
대검찰청 견학 프로그램. 출입증 팻말을 목에 건 학생들, 젊은 검사로 보이는 사람의 안내를 따라 걸어가고 있다. 장일, 야심 가득한 얼굴로 둘러보며 걷고 있다.
검사;얼마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독사파 사건은 강력부에서 담당 했 었구요. 이 외에도 형사부, 공안부, 특수부등 분야별로 나누어서
수사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전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는 큰 사건을
맡을 경우 몇 달동안 거의 집엘 못 들어갑니다.
장일;검찰에서 부서 배정은 어떻게 하는 겁니까? 지원을 하나요?
검사;그렇습니다. 다만 어느 한 부서에 지원자가 너무 많으면 적성이나
능력에 따라 적절하게 배치를 하죠. 학생은 검사가 되고 싶습니까?
장일;그렇습니다.
검사;검사가 되면 제일 먼저 뭘하고 싶은데요?
장일;악덕 사채업자들을 뿌리 뽑고 싶습니다.
검사;데이트 비용 마련 할려구 사채 쓴 거 있습니까.
학생들;(웃고)
장일;그렇진 않습니다.
10. 법 정 / 낮
장일과 학생들, 빈 법정을 둘러본다. (법정배치가 2002년부터 변경됐습니다. 98년 배치로 부탁드립니다!)
검사;앞에는 판사 세분이 앉으시고. 검사석은 이 쪽, 피고인석은 이 쪽입 니다.
장일, 가슴이 벅차다. 이곳에 서고 싶은 강렬한 욕망.
검사(E);검사는 무조건 범죄자만 잡아들인다는 생각은 편협한 겁니다.
억울하게 당한 피해자도 구제해야 하고, 돈 50만원 때문에 고소 당한 시골할머니의 사연도 놓쳐서는 안되거든요. 자, 이제 각자
편하게 둘러보세요.
장일, 검사석을 바라본다.
장일의 상상. 근사한 수트를 입은 장일. (형사재판에선 ‘피고인’, 민사재판에선 ‘피고’ 입니다. 꼭 ‘피고인’으로 해주세요!)
장일;국과수 감정의뢰서 결과, 피고인의 셔츠에 묻은 혈흔이 피해자의
것과 일치하는 등 법정에서 현출된 여러 증거에 비추어 볼 때 이
살인죄의 공소사실은 충분히 인정된다 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아직도 뻔뻔하게 범행을 부인하는 피고인에게는
중형의 선고가 불가피합니다. 피고인을 무기징역에 처해 주시기
바랍니다.
장일, 판사석을 향해 말을 마치고 피고인석으로 돌아선다. 죄수복을 입고 피고인 석에 앉아있는 용배.
장일; !
용배;(슬픈 눈으로)아들아.... 장일아.....
장일, 놀라 증인석을 보면 말끔하게 차려입은 선우 눈 뜨고 앉아있다.
선우;날 뒤에서 친 사람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이 사람 맞습니다.
날 뒤에서 친 후 벼랑으로 굴렸습니다. 나를 죽이려 했습니다.
박수소리에 깜짝 놀라 깨어나는 장일. 학생들 검사를 향해 박수치고 있다.
검사;네, 여러분도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장일;....(어정쩡하게 멍하니 서 있는)
11. 도서관 / 밤
책 보고 있는 장일. 빼곡히 줄 치고 메모한 글씨. 책 위로 핏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장일, 얼른 코를 막고 고개를 젖힌다.
12. 도서관 화장실 / 밤
세수하는 장일. 좌변기도 문이 다 열려있고 비어있는 화장실. 장일, 거울 본다.
장일;.............
플래쉬 백 4부 -- 장일네 집 화장실. 연습해 보는 장일.
장일;선우가요? 선우가 어쩌다가요?
도서관 화장실. 장일, 부드럽게 어이없다는 듯 말하는.
장일;내가? 내가 왜? 내가 너를 해칠 이유가 뭔데. 증거라도 있어?
선우야, 그러지 마. 난 너를 친 적이 없어. 난 니 친구잖아.
13. 도서관 일각 / 밤
세수를 한 젖은 얼굴로 걸어가는 장일. 지원, 걸어온다.
장일;.........
장일, 말없이 지나간다.
지원;.............(돌아본다)
장일;(걸어가다 돌아본다)
두 사람, 눈 마주친다. 장일, 먼저 돌아선다. 장일, 걸어가는데 핸드폰 벨 울린다.
장일;여보세요.
14. 거리 / 밤
수미, 핸드폰으로 통화 중.
수미;나 최수민데 너 지금 집에 있니?
장일;아니.
수미;내가 너희 집에 옷을 두고 갔거든. 너 몇 시에 집에 갈 거야?
장일;늦을거야.
수미;그럼 내일이라도 경비실에 좀 맡겨줄 수 있니?
장일;그래. (끊는)
수미, 둘러본다. 화려한 네온사인의 거리. 혼자 걸어간다.
15. 진승원 서재 / 밤
책상에 수북히 쌓여있는 책들. 노식, 책 펼쳐 보고 있다. 용배, 목장갑 끼고 상자에서 책을 꺼내 책장에 책을 진열해 넣고 있다. (배달 온 책 진열하는)
노식;부모님은 어릴 때 돌아가셨고, 사고 날 때가 기억이 안 난다고 합디 다.
용배;........그럼 그 녀석 짓은 아닌가요.
노식;낯선 사람이 물어보는데 곧이곧대로 대답을 해주는 게 더 우습지
않습니까.
용배;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인데 굳이 거짓말을 할 필요도 없지 않겠습니 까?
노식;알 수 없지요.
용배;아직도 이 편지를 그 녀석이 보냈다고 생각하세요?
노식;그 놈 짓이거나, 그날 밤 용배씨를 본 사람이거나. 편지는 둘 중
하나가 보냈습니다.
용배;아무도 못 봤습니다. 날도 춥고 비 오는 산속이었어요.
노식;만약 그 놈이라면 돈이 목적은 아니겠죠, 당연히. 한번 떠보려는
걸테고.
용배;앞을 못 보는 녀석이 어떻게 떠볼 수 가 있습니까.
노식;누구한테 부탁을 했겠죠.
용배;........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됩니까....
노식;..........
용배;회장님.....
노식;그 녀석 눈 먼 거, 장일이 짓입니까.
용배; !! (컥 찔리는, 펄쩍 뛴다)무슨 말씀이십니까. 우리 장일이가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지요. 절대 아닙니다, 절대로.
노식;다음엔 또 뭐라고 편지를 보내나 지켜봅시다.
노식, 책장 넘기고 있다.
선우(E);공짜 안마를 받으러 오는 다른 사람들과 달랐다.
16. 반 지하 방 / 밤
선우, 점자 틀을 놓고 쓰고 있다.
선우(E);고급스럽고 깨끗한 향이 났고, 여기저기 더 눌러달라고 엄살을
부리지도 않았다. 질문이 많았다. 진노식 회장이 맞다면 왜 날 보 러 온걸까.
문 두드리는 수미.
수미;선우 있니.
선우;.....(문 쪽을 향해)수미?
수미, 들어온다.
수미;선우야 나 오늘 하루 신세 좀 지자. 중요한 시험이 있어서 왔는데
기숙사를 내일부터 열어준대.
선우;어, 그래.... 그 쪽에서 자.
수미;뭐하고 있었어?
선우;응......가나다라 연습.
수미;
선우는 더듬더듬 담요와 베개를 내려준다. 수미, 세수하고 들어와 한쪽에 앉아
옷을 훌렁 벗고 갈아입는다.
수미;내일 일찍 나갈게. 여자 친구가 보면 오해할라.
선우;여자 친구?
수미;금줄한테 듣고 복지관 가서 봤어. 좋은 사람 같던데?
선우;..... 여자 친구 아니야.
수미;널 엄청 좋아해. 여자가 보면 딱 알아.
선우;좋아하는 사람한테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수미;그 사람의 마음을 받아주는 건 할 수 있잖아.
선우;(쓸쓸한 미소)자라. 난 하던 거 마저 할게.
수미;(종이 한 장을 보며)이 점들이 글씨가 되는 거야? 이걸로 그림을
그려도 되겠다.
선우;얼른 자.
수미;선우야. 너 뒷통수를 맞아서 눈이 먼 거라고 했어?
선우;........그렇게 다치는 사람이 많다길래..... 나도 바위에 뒷머리를 부딪 힌 게 아닌 가 싶어.
수미;그럴 수 있지... 살아난 게 다행이고 기적이야.
선우;내가 살아난 데는 이유가 있겠지?
수미;그럼. 있겠지.
<수미는 점자 종이 한 장을 가져가 그림을 그리다 점자를 해독해 선우가 사고에 대해 모두 기억하고 있음을 알고 충격을 받는다. 선우는 이미 떠난 후. 장일에게 말하지 않는다>
17. 신문 보급소 / 밤
형광등 켜진 썰렁한 사무실. 산더미처럼 쌓인 신문을 뒤지고 있는 금줄. 펼쳐보고 던지고 펼쳐보고 던지고. 여러 명 찍힌 단체사진에서 아주 작게 구석에 나온 진노식의 얼굴을 발견하는 금줄.
금줄;(들여다보며 갸우뚱)이건 나두 못 알아보겠네.
금줄, 신문을 던져 버린다.
18. 캠퍼스 일각 / 낮
걸어가는 지원. 친구가 부르는 소리.
여학생1(E);지원아 잠깐만!
지원, 돌아본다. 찰칵. 사진 찍는 친구에게로 걸어가며 찰칵, 찰칵, 찰칵. 밝게
웃는 게 찍힌다.
지원;뭐야.........
친구;캠퍼스 풍경 좀 찍어 오래서. 이쁜 애를 찍어가야 선배한테 덜 깨져.
지원;벌써 수습 뗐어?
친구;그럼. 이제 학보사 정식 사진기자야.
지원;사진 이쁘게 나왔음 나 한 장만 줘.
밝게 웃고 있는 지원의 생동감 있는 사진(5X7). 지원, 맘에 든다는 듯 보며 웃는다.
19. 공원 벤치 / 낮
책 읽어주는 지원. (안도현 ‘연어’) 옆에는 물병.
지원;별들이 저렇게 반짝이는 건 누군가 나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뜻 일거야. (목 아픈 듯 잔기침 한번)
선우;오늘은 그만해요.
지원;왜요, 아직 많이 남았는데.
선우;목이 또 잠기는 것 같은데요.
지원;날계란 잔뜩 준비해 왔어요. (가방 열며)하나 먹고 할게요.
선우;그만해요. 안 들을래요.
지원;.............
선우;난 지원씨를 위해서 해줄 게 없네요.
지원;있어요. 해주실래요?
선우;해 드릴게요. 뭐든.
지원;같이 영화 보러 갈 사람이 없어요.
20. 극 장 / 낮
사람 별로 없는 극장. 스릴러물 영화가 상영 중. (극중 극으로 하나 찍어주시면!)
스크린엔 젊은 여배우 달리고 있다. 누군가에 쫓기는 듯. 달리다 어느 고풍스런
대저택 앞에 당도해 문을 여는.
지원;(선우 귀에 대고 소근) 지금 여자가 막 달리고 있어요. 달리면서
불안한 지 자꾸만 돌아봐요. 여자는 파란 색 옷을 입었어요.
감독이 일부러 저 색깔을 입혔겠죠. 긴장감을 줄려구.
선우;남자는 아직 안 따라와요?
지원;네 안보여요. 여자가 문 앞에 당도했어요, 여자가 문을 여는데 (화들 짝 놀라 선우 팔을 잡으며)엄마야!
선우;(같이 깜짝 놀란!) 흡! 설명을 해줘야지 먼저 놀라면 어떡해요.
지원;(실눈 뜨고 본다)어머 남자가 문을 열고 나왔어요. 어떻게 된 거지.
선우;뒤에서 따라왔다면서.
지원;무서워서 잠깐 눈 감았는데 그새 뭔가 있었나 봐요.
선우;엉터리.
지원;(또 놀라 선우 잡으며)흐악!
선우;(웃는)
21. 캠퍼스 / 낮
선우, 지원 걷고 있다.
선우;지원씨 공부 잘했구나. 이 학교를 다닐 정도면.
지원;우리 학교에도 시각장애인 학생 있어요. 선우씨도 공부해서 우리
학교 와요. 내가 과외해 줄테니까.
선우;그래요. 해볼게요.
지원;화이팅!
선우;지원씨.... 나 부탁이 하나 있는데....
22. 옷 가게 / 낮
지원, 티셔츠를 골라 선우에게 대 본다.
선우;너무 튀는 색깔 말고 무난한 걸로 골라줘요. 금줄이 녀석한테 하나 사달랬더니 이상한 색깔을 사다줬어요.
지원;그 분 취향으로 골랐나보네. 블루 톤이랑 녹색계열로 골라봤어요.
한번 입어 봐요.
탈의실로 가는 선우. 지원, 선우의 자켓을 탈의실 안 옷걸이에 걸어준다....
탈의실에서 나오는 선우. 선우와 비슷한 면 자켓을 입은 남자가 새 옷을 들고 탈의실로 들어간다.
지원;와... 잘 어울려요. 몸에도 잘 맞아요?
선우;네, 편해요.
지원;그 위에 이것도 한번 걸쳐 봐요. (아웃도어 하나를 입어보게 하는)
와... 이것도 좋다.
선우;그냥 티셔츠만 할게요.
지원;요건 내가 선물해 주면 안돼요? 세일하는데.
선우;안돼요.
탈의실에서 남자 새 옷 입고 나와 거울 앞에 서고 선우, 탈의실로 들어간다. 지원, 다른 옷들 들춰보고 있고 선우 금방 나온다. 자켓을 팔에 걸치고 입어본 티셔츠는 손에 들고.
지원;내가 선물하면 안돼요?
선우;안돼요. (바지 뒷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낸다)
카운터에서 옷이 든 포장 봉투를 건네받고 선우와 지원 나가는데 문 뒤에서 남자가 따라 나와 버럭 소리 지른다.
남자;야! 거기 소경. 너 이리 와.
남자, 선우 팔에 든 자켓을 매섭게 잡아챈다. 주머니에서 지갑 확인하고.
남자;이게 어디서 도둑질을 할려구.... (선우 자켓 집어던지며)5천 원짜리
싸구려 걸어놓고 옷이 바뀐 척 가져가려는 수작이잖아.
선우;...... 아 죄송합니다. 촉감이 비슷해서...
남자;눈 똑바로 떠봐 새꺄. 너 소경 짓 하면서 도둑질하는 놈 맞지?
의심 안 받게 여자 끼고 다니면서.
지원;이보세요. 자켓이 바뀐 건 사과드립니다. 그런데 말씀이 너무 지나치 신 거 아닙니까?
남자;경찰 부를까? 이 자식 주민 번호치면 절도 전과 여러 개 나올 걸.
지원;입 닥쳐.
남자;뭐?
지원;지금부터 한마디만 더하면 가만 안둬. 우리도 사과했으니까 당신도 사과해.
남자;오늘 운 좋은 줄 알아. 봉사 짓 그만하고 꺼져 새꺄.
남자, 선우를 밀친다. 선우, 휘청하며 넘어진다.
지원;!
지원, 주먹으로 남자를 있는 힘껏 친다.
남자;윽! 이게 어디서.......(지원을 거칠게 밀쳐버린다)
지원;악! (넘어지고)
선우;(바닥을 더듬으며)지원씨!
남자;오늘 운 좋은 줄 알아, 이 거지들아.
지원, 벌떡 일어서 가다 가방에서 날계란을 꺼내 남자에게 던진다.
남자;윽! (돌아보는데)
지원, 계란을 하나 더 꺼내 남자의 이마에 명중시킨다.
남자;이게 미쳤나!
지원, 계란을 가방에서 꺼내 남자에게 던지고 또 던진다.
지원;너 오늘 내가 닭으로 만들어 버린다. 이 재수없는 놈아.
선우, 무슨 일이 눈앞에 펼치지고 있는 지 몰라 애타게 ‘지원씨! 지원씨! 외치는데 남자, 지원의 머리를 세게 친다. 지원, ‘악’ 하며 선우의 발밑으로 나가 떨어진다.
선우;(확인하며)지원씨!
선우, 지팡이를 칼처럼 휘두르며 남자를 때린다.
선우;이 여자한테 함부로 하지 마!
남자, 선우에게 주먹을 날리는 데 선우 감으로 피하고 남자를 한 대 친다. 나가
떨어지는 남자. 선우, 지팡이로 남자를 치는데 남자, 때리는 지팡이를 잡아 부러뜨려 버린다.
23. 도로 / 낮
달리는 버스 안. 사람 별로 없다. 나란히 앉아있는 선우와 지원. 선우, 기분 안 좋다. 지원 옆에는 계란 묻은 쇼핑백. 두 사람 말없이 앉아있다. 서로 미안하고 속상한.
지원;미안해요.
선우;......내가 미안하죠.
지원, 가방 안을 더듬어 이어폰을 꺼내 하나 귀에 끼고 하나를 선우의 귀에 끼워준다.
선우;.............
지원(E);왜 이렇게 가슴이 아프지? 눈 맑은 연어가 말했다.
나도 그래 뭔가 가슴에 자꾸 사무치는 것 같아..
은빛 연어는 목이 메인다. 사무친다는 게 뭐지?
아마 내가 너의 가슴속에 맺히고 싶다는 뜻일거야.
달리는 버스. 두 사람 말없이 앉아있다. 지원, 선우의 손을 잡는다.
선우;...............
지원;선우씨.
선우, 지원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지원 선우에게 키스한다. 버스 창으로 햇빛 비추고 두 사람 키스, 계속.... 버스는 달린다.
24. 갤러리 / 낮
그림 보고 있는 마희정과 윤주. 수미도 좀 떨어진 곳에서 그림 보는 중. 한 손엔 그림 그린 것 모아 둔 화첩을 들고 있다.
희정;이거 어떠니.
윤주;좋은데?
희정;사두면 좀 오를까?
윤주;엄마는 그림 보는 눈이 없으니까 엄마 보기에 영 아니다 싶은 걸로
사봐. 그럼 오르겠지.
희정;니가 정상으로 돌아와서 엄마는 너무 기뻐.
윤주;유학 갈 거야. 경영학 공부하러.
희정;그래, 그건 양보했다. 유학가서 금발머리 신랑이나 데려오지 마.
윤주;돈 많은 집 아들이면 좋아할 꺼면서.
희정;아냐. 결혼은 한국 사람이랑 해야 돼.
윤주;지지리 궁상 한국 남자랑, 재벌2세 영국 남자랑 누가 좋아.
희정;재벌 2세 영국남자가 널 왜 좋아하겠어. 영어도 못하는 걸.
윤주;엄마랑은 3초 이상 대화가 안돼.
한 쪽에선 그림 보고 있는 수미. 저만치서 소곤거리며 웃고 때리는 희정 윤주
모녀를 부러운 듯 곁눈질. 두 모녀의 백과 구두, 옷까지 유심히 훑는 수미. 그림 보는 척 하며 다가온다.
희정;이 정도 갤러리가 딱 좋은 것 같아.
윤주;아냐 좀 더 커야 돼. 하우스 콘서트 할 정도로 하려면 천장도 더
높아야 하고.
희정;하나를 짓는 게 나을까, 적당한 걸 인수해서 개보수를 하는 게 나을 까.
윤주;중요한 건 소프트웨어 아니겠어. 신인작가들을 발굴하고 키워서
계약을 하는 게 더 큰 재산이 될 거야.
희정;그 생각은 나도 했어. 잘난 척 하지 마.
윤주;(시계 보며)이제 슬슬 가야되지 않어?
수미, 다가오며 화첩을 일부러 열리게 한다. 툭 떨어지며 그림들이 와르르 바닥에 퍼진다. 화려한 꽃그림, 동양적인 묘한 색채로 그려진 여자 그림.....
수미;(얼른 앉아 그림을 줍는다)
윤주도 함께 앉아 그림을 집어 준다.
수미;감사합니다.
희정;늦겠다. 가자.
모녀, 간다. 수미, 아쉽다.
25. 레스토랑 / 낮
고급 레스토랑. 희정, 윤주 앉아있다. 장일, 걸어온다.
희정;여기!
장일, 와서 인사한다.
희정;어서 와. 앉아요. 우리 딸은 오늘 처음 보나?
윤주;얘기는 많이 들었어요. 나 박윤주예요.
희정;올해 졸업반인데 삼수하고 들어가서 한참 누나야.
윤주;(엄마 째려보는)
샐러드 서빙된다. 포크 나이프 두쌍씩 4개, 스푼 버터나이프 등등 복잡하게 놓여있다. 장일, 옆에 놓인 포크와 나이프 보고 어리둥절한데
희정;난 여기테이블 세팅이 제일 맘에 들더라. (장일에게)바깥 쪽 꺼부터 쓰면 돼.
장일;예.
희정;계속 밥 한번 사야지 생각은 있었는데 공부하는 시간 뺏을까봐....
장일;괜찮습니다...
희정;연수원 다니는 선배 중에 이 누나 소개해줄만한 사람 없을까?
윤주;그만해.
희정;인물은 좀 빠져도 되니까 착하고 성실한 사람이면 돼.
윤주;그럼 엄마랑 결혼하던지. (벌떡 일어나 나간다)
장일;(당황해서 돌아보면)
희정;괜찮아. 스테이크 나오면 다시 올거야.
장일;........예.......
희정;내 주변에 근사한 집 딸들 많아. 장일군이 사시 패스만 하면 내가
매일 줄 세워서 선보여 줄 수 있어.
장일;전 엄청난 집에 가서 기 죽어 사는 사위는 되고 싶지 않습니다.
희정;장일군이 기죽을 사람도 아니잖아.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결혼하라 는 건 아니고, 날 지탱해 줄 인맥 풀에서 사랑하는 여자를 찾으란 거야.
장일;(딱 끊는)너무 먼 훗날의 일이라서요. 그때 가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레스토랑 밖 야외 테이블. 혼자 앉아 잡지보고 있는 윤주. 장일, 나온다.
장일;들어 오시라는데요.
윤주;엄마 때문에 수업 빼먹고 나온건 아니죠?
장일;아닙니다.
윤주;장학금 준건 준 거구, 내 맘대로 오라 가라 하는 건 아니지.
장학금이 무슨 마이낑(선수금)도 아니구. 선배 알아 볼 필요 없어요.
장일;네, 저도 그렇게 한가하지 않습니다.
윤주;맘에 드네, 이 친구.
장일;얼른 와서 식사하세요. 그래야 빨리 끝날 것 같습니다.
윤주;콜! (들어간다)
26. 진승원 / 밤
금줄, 살금살금 걸어 들어온다. 이리저리 둘러보는. 벽에 걸린 진노식 회장의 사진을 본다. ‘우수기업인상’ 같은 트로피 들고 꽃다발을 든 노식의 웃는 얼굴. 맨 가장자리에 걸린 제일 작은 사진(얼굴만 크게 나온 사진) 액자를 몰래 떼는 금줄. 벽에서 잘 안 빠진다. 금줄 낑낑 대는데 문 열리는 소리. 금줄, 얼른 커다란 화분 여러개 놓인 뒤로 숨는다. 용배, 분무기와 걸레를 들고 온다.
용배, 화분 이파리에 물을 칙칙 뿌린다. 숨어 있는 금줄에게 물이 떨어진다.
금줄;(숨 죽인 채)..........
실내 어딘가에서 전화소리. 용배, 분무기를 놓고 얼른 달려간다. 금줄. 얼른 나와 액자를 죽어라 뺀다.
용배(E);아 예 실장님. 네.... 따로 연락 없으셨는데요. 네... 네...
알겠습니다.
용배, 문을 열고 나오는데 금줄 얼른 액자를 들고 후다닥 나간다. 용배, 걸레로
화분을 닦고 돌아서다가 이가 빠진 액자를 보고 갸우뚱 한다.
용배;여깄던 사진이 어디 갔지....
용배, 다른 사진의 새 액자를 가져다 말끔하게 걸어놓는다.
27. 호텔 일각 / 낮
팩스로 들어오는 노식의 사진. 노식의 사진을 보는 메이드 아줌마. 옆엔 선우 서 있다.
아줌마;응.... 이렇게 보니까 알겠네. 이 사람 맞아.
선우;.......확실해요? 정말 이 분이었어요?
아줌마;맞아. 안경 쓰고 분명해. 아니 신문에도 나는 유명한 사람이 왜
공짜 안마를 받으러 왔대?
선우;............
28. 복지관 일각 / 낮
햇살 비춰오는 창가에 앉아 있는 선우. 점자를 찍고 있는 선우.
선우(E);진노식은 날 주시하고 있다. 내 아버지를 쳤을지 모를 그의 팔과
주먹을 내가 만졌다. 강한 사람이다. 나 때문에 그녀가 위험해 질
수도 있다.
29. 수영장 / 낮
‘장애우 운동시간 2PM~3PM’ 안내문 붙어있다. 눈을 감고 있는 힘껏 수영해 가는 선우. 쉬지 않고 끊임없이. 지원, 와서 두리번거리다 소리치는
지원;선우씨!
선우, 소리를 못 들었는지 수영을 멈추지 않는다. 지원, 지켜본다. 선우, 미친 듯 끝없이 수영을 계속.
선우, 수영을 멈추고 숨이 차 헉헉 댄다. 지원, 앞에 가서 선다. 선우, 계속 숨만 헉헉.
지원;이제 좀 시원해요?
선우;.......(고개를 드는)
30. 복지관 / 낮
쥬스 놓고 앉아있는 지원과 선우.
지원;선우씨 수영 엄청 잘한다. 나도 좀 가르쳐 줘요.
선우;강습타임 때 와서 배워요.
지원;달리기만 좋아하는 줄 알았더니 수영도 엄청 좋아 하나봐요.
선우;물 속에선 지팡이가 필요 없어도 되니까요.
지원, 가방에서 봉투를 하나 꺼내며
지원;........나 선우씨한테 선물이 있어요. 손 내 봐요.
지원, 봉투에서 사진을 꺼내 선우 두 손에 놓아준다. 밝게 웃고 있는 지원의 모습.
선우;........(조심스레 만져보는)사진인가봐요?
지원;네.
선우;무슨 사진이예요?
지원;예쁜 풍경사진.
선우;어떤 풍경인지 설명해 줘요.
지원;음.......나무가 있고 햇살이 좋은 날인데...
선우;헤밍씨 사진 아니예요?
지원;......아닌데.
선우;(사진을 쓰다듬어 본다)맞네, 헤밍씨 사진.
지원;웃으면서 막 걸어오는데 친구가 찍은 사진이예요. 어떤 모습인지
상상이 가죠?
선우;이걸 왜 나한테.....
지원;그냥 주고 싶었어요.
선우;고마워요.
지원;사진 뒤에 오늘 날짜 써드릴게요.
지원, 펜을 꺼내 사진 뒤에 쓰려다 멈칫. 잠시 선우를 본다. 사진 뒤에 쓰는 지원.
지원(E);선우씨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내 옆에 있어달라고 말해줄래요?
‘한지원’ 이란 이름도 덧붙여 쓴다.
지원;썼어요. 책 사이에 넣어둘게요.
지원, 점자책 사이에 끼워 선우에게 준다.
선우;헤밍씨.
지원;네. 오늘은 무슨 책 읽어 드릴까요.
선우;이제 나도 웬만큼 점자를 짚으니까 책 읽어주는 건 됐어요.
지원;점자로 안 나온 책들이 더 많잖아요.
선우;점자로 나온 책들만 읽기도 바빠요. 이제 나 말고 다른 사람 도와주 세요.
지원;그럼 국어 영어 과외 해드릴까요?
선우;사진 선물 고마워요.
선우, 점자책을 들고 걸어 나간다.
지원;........(왜 저러나 싶고)
31. 광춘 거실 / 낮
비닐장갑을 끼고 편지를 쓰고 있는 광춘.
광춘(E);진노식 회장님.
32. 허름한 상가 / 낮
(공사가 중단된 곳 상가나) 화장실 비품 두는 창고를 자물쇠로 잠그는 광춘. ‘고장’ 이라 쓴 종이 붙여놓는다.
광춘(E);현금으로 1억을 이민용 가방에 담아 아래 주소의 화장실 창고로 갖다 두십시오.
33. 진승원 서재 / 낮
비닐에 말린 열쇠 하나와 편지. 편지를 읽고 있는 노식.
광춘(E);영원한 비밀로 묻어드리겠습니다. 약속드립니다. 만일 나의 뒤를
캐거나 해코지 할 시엔 비밀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닙니다.
노식;.......(흔들림 없는 표정)
34. 멤버쉽 와인 바 / 밤
고급스런 와인 바. 진노식, 브랜디 잔 놓고 앉아있다.
차실장, 서류 봉투 하나 들고 온다.
차실장;태국에서 온 팩스입니다.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노식;수고했어. 차실장도 앉아라. 한잔 받아.
차실장;아닙니다.
노식;한 잔 해.
술잔 놓고 앉아있는 두 사람.
노식;차실장은 참 오래 봐도 한결같아. 처음엔 뚝뚝하고 쌀쌀 맞아서
뭐 저런 녀석이 다 있나 싶었는데. 입도 무겁고 추진력 있고, 차실장 아니었음 우리 회사 여기까지 못 왔다.
차실장;과찬이십니다.
노식;앞에서 살살거리고 비위 맞추는 놈들은 꼭 뒤에서 칼을 꽂지.
난 그래서 친절한 사람들을 경계해.
차실장;술김을 빌어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노식;해라.
차실장;회장님이 말단 직원에게 까지 친절하게 대하는 거 전 반대입니다. 잘해주면 기어오르는 게 다반사거든요. 그래서 전 용배씨가 마음 에 안듭니다.
노식;맘에 안 들면 다리라도 부러뜨려 보던가.
차실장;......
노식;후배 중에 믿을만한 어깨들 있나.
차실장;있기야 합니다만....
노식;가끔 술도 사고 용돈도 주고 챙겨 놔. 사람 일 어떻게 될지 모르니 까.
차실장;무슨 일이 있으신 겁니까....
노식;용배씨한테 심부름을 하나 시켰는데 멍청하게 탈을 냈어.
그걸 좀 수습해야 겠다.
35. 반 지하 방 / 밤
어둠 속에서 자신이 찍은 점자 종이를 손으로 짚어가는 선우, 한 장을 넘기는데 다음 장을 짚다가 이상하다. 방바닥을 더듬어 본다.
선우;한 장이 어디 갔지.....
선우, 온 바닥을 더듬으며 찾는다.
36. 미술 실기실 / 밤
수미 혼자 있는 실기실. 점자로 찍힌 종이 놓고 러프하게 스케치 해보는 수미. 점자들을 크게 작게 그려보며 우주 공간에서 떠다니는 것처럼.
37. 복지관 일각 / 낮
점자교실 기웃거리는 지원. 점자선생과 학생들 앉아있다. 선우 보이지 않는다.
지원;...............
지원, 음반도서 대출 장부를 본다. 대출, 반납, 도서명이 빼곡이 적혀있는 장부.
김선우란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
38. 반 지하 방 앞 / 낮
문 두드리는 지원.
지원;선우씨..... 선우씨 없어요?
창문으로 들여다본다. 비어있는 방.
39. 한강 고수 부지 / 낮
하염없이 걷고 있는 선우.
40. 반 지하 방 앞 / 낮
기다리는 지원.
41. 한강 고수 부지 / 낮
해가 기운다. 걷고 있는 선우. 산책하고 자전거 타는 행인들, 붉게 퍼지는 노을 보며
행인1;어머 저 노을 좀 봐....
행인1;와.... 너무 이쁘다.
선우;...........(말없이 걸어간다)
42. 도서관 / 낮
장일, 서가에서 책을 찾고 있다. 옆을 보면 지원, 책 수레에서 책을 끌고 지나간다.
장일, 고개를 빼고 다시 보면 다른 여학생.
장일;...........
43. 반 지하 방 앞 / 밤
수퍼마켓 봉지를 든 장일 걸어오다 지원이 서 있는 걸 본다.
장일;(걸음 잦아드는데)
지원, 서 있다. 장일과 다른 방향에서 선우 걸어온다. 지원을 못 느낀 채 집으로 들어간다.
지원;.................
지원, 선우 집으로 들어간다.
장일;...............
44. 반 지하 방 / 밤
선우, 탈진한 듯 방바닥에 뻗어 있다.
지원(E);선우씨.....
지원, 들어온다. 선우, 누워 있는 채로 움직이지 않는다.
지원;무슨 일 있어요?
선우;........
지원;요 며칠 복지관도 안 나오고 왜 그래요?
선우;결석했다고 집에 찾아온 거예요?
지원;걱정 돼서요.
선우;이제 나 안 돌봐줘도 된다고 얘기했잖아요.
지원;저녁은 먹었어요? 간짜장 곱빼기 어때요?
선우;생각 없어요.
지원;그래도 먹어요.
선우;맹인 도와주면서 천사라도 된 양 뿌듯한 겁니까.
지원;........선우씨 왜 이러는지 나 알 것 같은데....
선우;그만합시다.
지원;.......뭘요.
선우;서로 잠깐 설레고 좋았으면 됐잖아요.
지원;............
선우;이제 봉사는 그만해 줘도 돼요.
지원;선우씨한테는 봉사활동 이상이었어요. 선우씨 내 첫사랑이거든.
선우;..............
지원;진미회관 앞에서 자동차 유리 깨던 여학생 기억나요?
그게 바로 나예요.
플래쉬 백 1부 -- 선우와 지원. 차 유리 깨는.
지원;그 눈동자가 맘에 남아있었어요... 이름도, 사는 곳도 모르지만 그냥
잘 지내기를..... 그리고 언젠가 다시 볼 수 있기를 나도 모르게 기대 하고 있었어요. 선우씨 내 첫사랑이예요
선우;(뜻밖의 고백에 당황...그러나 곧 마음을 다지고) 나는 그때의 김선우 가 아니예요. 바로 내 옆에 있어도 볼 수가 없는데.
기적처럼 눈을 뜬다 해도 난 거리에서 헤밍씨를 알아볼 수 없어요.
지원;내가 알아보면 되죠. 선우씬 그냥 그 자리에 서있으면 돼요.
선우;날 더 초라하게 만들지 말아요.
지원;.......내가 지금 얼마나 용기를 냈는지... 선우씬 잘 알잖아요.
선우;(쓸쓸하게)천사놀이는 이제 그만해요.
지원;선우씨 마음의 눈까지 닫힌 사람이었어요? 그래요, 그럼.
내가 착각을 하고 있었나봐요. (일어서는)
선우;..............
45. 반 지하 밖 / 밤
어디쯤에 몸을 숨긴 채 서 있는 장일, 지원이 선우 집에서 힘없이 나오는 걸 본다.
장일;...........
46. 반 지하 방 / 밤
멍하니 앉아있던 선우, 이게 아니다 싶은.
선우;헤밍씨!
선우, 일어난다. 벽 모서리에 세워놓은 지팡이를 찾아든다.
47. 반 지하 밖 / 밤
저만치 멀어지고 있는 지원. 장일, 보고만 있다. 선우, 걸어 나온다. 성급한 마음으로 지팡이 탁탁.
선우;헤밍씨.
선우, 걸어가는데
장일;선우야.
선우; ! (의외 놀란) 장일아.
장일;어디 가?
선우;너 방금 여기서 나온 여자 분 못 봤니?
장일;봤어. 나오자마자 이 앞에서 마을버스 타더라.
장일, 지원 쪽을 돌아본다. 지원, 천천히 걸어서 멀어지고 있다.
48. 반 지하 방 / 밤
장일, 방을 둘러본다. 흐트러짐 없이 깨끗한 방. 물 컵도 달랑 하나.
장일;미안하다, 이제서야 와보네. 수퍼에서 과일 좀 사왔어. 싱크대 앞에
둘 게.
선우;그래.
장일;지내긴 어때?
선우;편해. 복지관도 가깝고.
장일;복지관 안 나간다며. 너 찾는 전화 집으로 왔었어.
선우;살다 보면 땡땡이 칠 때도 있는 거지.
장일;그 사람 때문이냐?
선우;...........
장일;방금 나간 사람, 맞지?
선우;.......그래.
장일;나 그 사람 알아. 우리 학교 영문과 한지원.
선우야, 너 그 사람 위해서도 마음 접어라.
선우;무슨 소리야.
장일;그 사람 연애나 할 만큼 여유롭지 않아. 아버지 사업이 기울어서
가족들이 흩어져서 힘들게 산대. 학교도서관에서 힘들게 책 나르는
거 자주 봤어.
선우;넌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
장일;인문대 퀸카라고 인기 많은 사람이야. 지금 보고 나도 놀랐다.
선우;...........
장일;선우야, 내가 널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함에 더 이러는 지도 모르 겠는데... 난 너 상처받는 거 싫다. 그러니까 이쯤에서 맘 정리해.
선우;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할게.
장일;정 그 사람 만나고 싶다면 눈부터 떠.
선우;........
장일;지팡이 짚고 그 사람 의지해서 다니지 말고, 눈 뜨고 만나라구.
선우;장일아.
장일;그래.
선우;나는 죽을 수도 있었는데, 왜 눈만 멀어서 살아났을까.
장일;............
선우;차라리 죽어 없어지는 게 낫지.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보이지
않고..... 그런데 숨은 붙어있어서 먹고 싶은 것도 있고, 손잡고
싶은 여자도 있어. 난 왜 이런 벌을 받는걸까.
장일;나도 모르지.... 미안하다.
선우;(픽 웃으며)뭐가 미안한데.
장일;도와 주지 못하는 거.
선우;뭘 도와주고 싶은데 니가.
장일;......
선우;(버럭)뭘 도와주고 싶냐니까!
장일;너랑 그 여자는 서로에게 짐이 될 뿐이야. 이제 그만 둬.
선우, 앞으로 당겨 앉으며 장일을 한 대 친다. 장일, 옆으로 나가 떨어진다. 선우, 장일을 더듬어 깔고 앉아 멱살을 잡는다.
선우;너한테 짐이 되는 것 보단 낫잖아. 내가 그 여자한테 짐이 되는 게. 안 그래? (한 대치며)응? (또 한 대)응? 나 그 사람 사랑해. 내 여자 로 만들고 싶어서 나 눈을 뜰 거야. 니 말대로 눈을 뜰거야!
선우, 장일을 때린다. 힘껏 두들겨 패다 싱크대 쪽으로 가서 과일 봉지를 장일에게 쏟아버린다. 와르르 굴러 떨어지는 오렌지와 토마토. 장일, 일어나 선우를 밀쳐버린다.
49. 거 리 / 밤
입가에 피 닦으며 걸어가는 장일.
50. 지원네 동네 / 밤
핸드폰으로 통화중인 장일.
장일;잠깐 얼굴 보고 싶어서 왔어요. 안 나와도 좋아요. 나 그냥 30분만
있다 갈게요.
장일, 낡고 초라한 연립주택에 불 켜진 방을 보고 서 있는데 지원, 천천히 걸어온다. 초췌한 얼굴, 눈이 부어있다.
장일;(반가운 마음에)지원씨!
지원;.........
장일;.......(눈 보고)울었어요?
지원;우리 술 한 잔 할래요.
장일;왜 운겁니까.
지원;마음이 아파서요.
장일;왜........
지원;(눈물이 그렁)
장일;(도닥이고 싶은 마음에 자신도 모르게 안는데)
지원;(무안하지 않을 정도로 밀어낸다)
장일;(자신을 밀어내는 지원의 손이 기분 나쁘다)
지원;아니예요. 가세요. 술은 다음에 마셔요. (돌아간다)
장일;..............
51. 장일네 거실 / 밤
장일 혼자 술 마신다. 벨 소리. 화난 듯 쾅쾅 문 두드리는 소리.
장일;........누구야.
수미(E);나야 최수미. 문 좀 열어.
장일, 문 열어준다. 수미, 한껏 들이 댈 기세로 들어선다.
수미;내가 옷을 사 달랬니? 나가는 길에 경비실에 던져 놓는 게 그렇게
힘들어?
장일;(술 취해서 다운된)........미안하다. (방 가리키며)가져 가.
수미;너 그러는 거 아냐.
장일;옷은 일부러 두고 간 거지? 한 번 더 올려구.
수미;내가 널 좋아해서?
장일;아니야?
수미;난 니가 불쌍해. 나랑 비슷해서.
장일;내가 너랑 비슷해?
수미;그래, 우리는 닮았어.
장일;(같잖다는 듯 픽 웃는)술이나 한 잔 해라.
수미;촌스럽게 말하면 신분상승. 미치도록 원하잖아. 너는 공부로 나는
그림으로.
장일;(웃는)넌 개천에서 난 용이 되면 행복할 거 같니?
수미;넌 아냐?
장일;그래서 넌 나하고 다르다는 거야. 앞으론 나에 대해서 다 아는 척
하지 마. (말끝내자 마자 술을 들이붓듯 마시는)
수미;(걱정으로 술잔 뺏는)넌 이게 맹물인줄 알아! 그렇게 들이 붓단 몸이
버터내질 못한단 말야! 죽을려구 그래!!
장일;(보다가)...너도 참 불쌍하다... 내가 왜 좋아?
수미;누굴 좋아하는데 이유가 있을까?
장일;(지원에 생각 미치는)그래...누굴 좋아하는데 이유가 없지.
아니 어쩜 모든 게 이유지. 그 사람이 거기 있는 거, 그 사람이 나를 보고 웃어준 거....
수미;(질투)나 갈게. 다신 이 집에 발 안 들여 놓을 테니까 걱정말구.
(일어나는데)
장일;그 사람도 나처럼 이럴까. 좋아해주는 누가 옆에 있는데, 있건 말건 그냥 귀찮고 싫을까. 제발 내 옆에서 꺼져 이러구 싶을까 (술 마시 는데)
수미;(술잔 뺏어 장일의 얼굴에 뿌린다)너 나한테 함부로 하면 안 돼.
장일;왜?
수미;........
장일;말해 봐. 왜? 말하라구, 왜!
장일, 수미를 밀친다. 수미, 눈물이 주르륵 주르륵 흐른다.
장일;................
장일, 수미의 눈물 자신의 상심과 같다. 장일, 수미를 덮치듯 안으려 키스한다.
수미, 밀치려 하다 더 꽉 장일을 껴안고 눈물을 흘린다. 장일, 외롭고 아프고 뜨겁게 수미를 안는다.
52. 장일 방 / 아침
옷을 벗은 채 누워 있는 장일과 수미. 잠들어 있는 장일. 장일 옆에서 포근한 수미. 잠든 장일의 얼굴을 미소로 보고 있는 수미. 수미, 장일의 얼굴을 조심스레 쓰다듬는데.... 장일, 수미 쪽으로 팔을 뻗어 안으며
장일;지원씨........가지 마요...
수미;..........
장일;지원씨....
53. 아파트 단지 / 아침
수미, 나온다. 비가 내리고 있다.
수미;.........
빗속으로 뛰어나간다.
플래쉬 백 -1 부. 거리. 뛰어가는 수미에게 우산을 씌워주는 장일.
장일;어짜피 가는 길인데 씌워 드릴게요.
- 우산 쓰고 걸어가는 어린 수미와 장일.
비 오는 거리. 비 맞으며 혼자 걷고 있는 수미.
54. 실기 시험장 / 아침
여성 누드모델 앉아있다. 상반신은 그대로 노출, 엉덩이 부분은 투박한 천으로 가리고 다리도 노출돼 있다. 스케치 중인 학생들.
비에 젖어 몸에 붙은 옷. 수미, 그림 그리고 있다. 눈물이 그렁한 눈. 그림 그리는 데 눈물이 뚝 떨어진다. 눈물 흘리며 미친 듯 붓을 놀리는 수미.
55. 시장통 상가 옥상 / 낮
광춘, 망원경으로 내려다보고 있다. 용배, 가방가게에서 커다랗고 까만색의 이민용 가방을 들고 나온다. 망원경 보는 광춘, 입가에 미소. 망원경을 내려놓는다.
광춘;(엄지와 검지를 싹싹 비비며)1억! (짜릿한)
56. 반 지하 방 / 낮
햇빛이 스며드는 방. 멍하니 앉아있는 선우. 더듬어 계란 묻은 봉지를 잡는다.
57. 복지관 일각 / 낮
지원이 골라준 셔츠를 입은 선우. 실망한 표정으로 걸어 나온다.
실장(E);지원씨 이제 봉사 그만 두겠다고 했어요. 그렇게 열심히 하더 니.....
58. 캠퍼스 / 낮
봄의 활기와 분위기가 물씬 넘치는 활기찬 캠퍼스. 손잡고 걷는 캠퍼스 커플. 반팔 티셔츠로 농구하는 남학생들. 지팡이를 짚은 선우, 걸어간다.
나무가 많은 숲길 (연대 동문 쪽 숲길 같은)로 걸어오는 선우. 그루터기나 벤치에 앉는다.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바람에 나뭇가지 흔들리는 소리. 웃고 지나가는 여학생들. 멀리서 자전거 타고 지나가는 학생들.
선우;...........
선우, 가만히 앉아있다.
59. 강의실 / 낮
지원, 멍하니 창 밖 내다보며 앉아있다.
60. 캠퍼스 / 낮
선우, 앉아있는 곳 근처 길로 지원 지나간다.
선우;...........
지원, 힘없이 고개를 숙이고 가느라 선우를 못 보고 지나간다. 해가 점점 기울어 간다.
밤. 법전과 가방을 든 장일, 걸어가다 어둠속 벤치에 선우가 앉아있는 것 본다.
선우, 일어선다. 걸어간다. 가운데 차도를 두고 장일이 평행선으로 걷고 있다.
장일;...........
선우;............
장일;..............
61. 으슥한 거리 / 밤
인적 뜸한 횡단보도. 신호등 깜빡거린다. 멀리서 폭주족 오토바이 소리 들려오고
휭휭 지나간다. 선우, 주춤거리다 오토바이 서 너대 지나간 후 길을 건너는 데 계속 달려오는 오토바이 한 대 선우를 살찍 치면서 지나간다. 선우, 지팡이 놓치고 구른다. 따라오던 다른 오토바이 선우의 지팡이를 박살내고 가버린다. 선우, 다리가 아파서 쩔쩔..... 간신히 바닥을 더듬어 지팡이를 찾는데 부러져 있다. 비가 흩뿌리기 시작한다.
비 맞으며 빈손으로 걸어가는 선우. 절룩거린다. 바지에 피가 배어 나와 운동화까지 젖는다. 선우, 흐흐흐.... 미친 사람처럼 웃기 시작한다.
62. 반 지하 방 / 밤
쫄딱 젖은 선우. 들어와 엎어진다. 바지와 양말에 피가 흥건하다.
선우;...........
선우, 갑자기 일어나 방바닥과 벽을 더듬어 본다. 스위치가 눌려 불이 켜진다. 욕실 쪽 한 쪽 구석에 쿤과 문태주가 서 있다.
선우;헤밍씨?.... 헤밍씨 없어요? 누가 있는 것 같은데.....
쿤;..........(태주를 본다)
태주;.........(굳은 얼굴로 선우만 주시)
선우, 벽을 대충 더듬어 보고 실망한 듯 털썩 주저 앉는다.
선우;...........(체념) 아버지.........
태주;...........
선우;나 그냥 눈 감고 편하게 살게. 날 그냥 바보로 만들어 줘요.
아버지도 장일이도 다 지워줘. 나 좀 멍청히 편하게 살게
도와달라구.
선우, 울분이 북받치는 듯 집기를 집어던지고 깨부순다. 책을 집어던진 게 쿤에게 가서 맞는다. 쿤, 움직임 없이 가만히 서 있다. 선우, 컵도 집어던지고 벽거울도 손으로 깬다.
선우;내 방에 거울을 왜 걸어 왜!
선우의 손, 피가 번져가는데 태주, 뒤에서 달려들어 선우의 두 팔을 꺾는다.
선우;(경악)누구야!
선우,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미친 듯이 팔을 뿌리치고 아무거나 집어들어 던진다. 선우, 소반을 들어 던지려하자 쿤 선우를 걷어 차 풀썩 주저앉게 만든다. 태주, 선우의 멱살을 무섭게 잡아 끌어올린다.
선우;(가쁜 숨 헉헉).....누구야......
태주;..........
선우;누구야, 너. 장일이냐.
태주;나는 니 아버지다.
선우; !
태주;이제부터 내가 니 인생을 바꿔줄거야.
태주에게 멱살 잡혀있는 선우. 강렬하게 선우를 보고 있는 태주. 두 사람 모습에서.
.적도의 남자 ↲
.영화 & 드라마 대본 ↲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