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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도의 남자 8

 


 

1. 호텔 복도 

지팡이 더듬으며 걸어가는 선우.

 

2. 호텔 방 

꾸벅 인사하는 선우.

 

선우;안녕하세요실습생입니다.

 

가운을 입고 있는 노식선우를 맞는다.

 

노식;(사투리 없이)어서 와요.

선우;먼저 옆으로 누워 주시겠습니까.

 

노식침대에 옆으로 눕고 선우신발을 벗고 침대로 올라간다선우노식의 목을 만지며

 

선우;어디가 제일 불편하십니까.

노식;어깨도 결리고 목도 뻣뻣하고....

선우;목 부터 풀겠습니다.

 

선우노식의 뒷목을 잡고 지압하기 시작.

 

노식;실습생이라고 했죠?

선우;제대로 하려면 2년은 교육을 받아야 한답니다.

노식;어이구 그렇게나요.

선우;그동안은 지역 어르신들이나 운동부 선수들이 부르면 무료로

해 드리구요아직은 서투르니까 이해해 주십시오.

노식;공짜로 받으면서 무슨 말을 하겠어편하게 해요.

선우;감사합니다.

노식벽의 거울을 통해 뒷목을 지압하는 선우를 보고 있다.

 

선우;누르는 압은 괜찮으십니까?

노식;뻐근하면서 시원하네.

선우;아프면 말씀 하십시오.

노식;그래요.

선우;목소리가 참 좋으십니다.

노식;목소리만 좋습니다허허허.

선우;목소리가 귀에 익는데.... 성우는 아니시죠.

노식;성우는 무슨.... 동네 구멍가게 하는 영세상이요.

 

선우노식의 목과 어깨를 주무른다.

 

노식;........나도 자네만한 아들이 있었는데..... 재작년에 세상을 떴어요.

교통 사고루.

선우;상심이 크셨겠습니다.

노식;말할 수도 없죠.

선우;..........(열심히 지압만)

노식;자네는 어쩌다가 앞을 못 봐요?

선우;......... 저도 사고로 이렇게 됐습니다.

노식;무슨 사고로.

선우;........

노식;교통사고 였나요?

선우;벼랑에서 떨어졌습니다.

노식;저런.... 등산을 갔다가 그리 된 건가.

선우;사고 날 때의 기억은 나질 않습니다.

노식;안됐군이제 실습생인 걸 보니 사고 난 게 오래전은 아닌가 봐요?

선우;.........

노식;.........부모님은 뭘 하시나.

선우;어릴 때 돌아가셨습니다.

3. 복지관 

지원과 수미 마주 앉아있는.

 

수미;아버지가 자살한 현장을 하필이면 선우가 직접 봤어요.

지원; !

수미;선우는 아버지가 자살할 이유가 없다고.... 경찰에 낼 진정서를

준비하다 사고를 당했어요.

지원;부모님이 어릴 때 돌아가셨다고 하던데.

수미;어쩌면 다행이죠기억이 그렇게 자리 잡은 게지금 알면 받아들이 기도 힘들고할 수 있는 일도 없잖아요.

지원;그래도 끝까지 침묵할 순 없잖아요.

수미;우리가 얘기하기 전에 선우가 기억해 내겠죠.

내가 이 얘기를 한건 선우를 좀 더 사랑해 달라는 부탁이예요.

지원;.......선우씨 사고는 어쩌다 난 거예요뒷통수를 맞았다고 하던데.

수미; !! (섬찟수미 표정에 가시가 돋는다)

지원;운동 하다 다친 건가요?

수미;(다그치듯 묻는)선우가 그러던가요뒷통수를 맞았다고?

지원;.........

수미;뭐라고 그러면서 그래요?

지원;(말 돌리는)아닌가.... 다른 분이랑 착각을 했나 봐요운동하다 야구 공을 뒷통수에 맞아서 실명한 분이 계시거든요.

수미;....... 저희가 알기론 높은 데서 떨어져서 그렇게 됐다고

들었어요선우도 사고 순간을 기억 못하구요.

지원;... 제가 착각을 했나 봐요.

수미;선우는 사고 순간을 기억 못해요기억했으면 벌써 얘기했겠죠.

4. 호텔 방 

선우수건으로 얼굴에 땀을 닦는다.

 

노식;수고했어요피곤이 많이 풀렸어요.

선우;수고하셨습니다.

노식;(만 원 짜리 지폐 두 장을 지갑에서 꺼내 선우 손에 쥐어주며)

시원한 거 사드세요.

선우;아닙니다.

노식;성의니까 받아요얼마 안 됩니다.

선우;정말 괜찮습니다.

노식;(선우 옷 주머니에 찔러 넣어주며)아들 같은 사람을 만나서 그래요.

선우;........

노식;많이 도와주지 못해 미안하네요다음에도 또 봅시다.

선우;............

 

플래 쉬 백 -- 3부 60씬 진승원 응접실.

 

노식;도와 주지 못해 미안하네서울에서도 한번 보세.

 

멈춰 서 있는 선우.

 

선우;혹시 성함 알려주시면 다음번에 오실 때 기억해 놓겠습니다.

노식;공짜 안마 받으러 오는 주제에 이름은 뭐.... 수고했어요.

선우;그럼 천천히 옷 갈아입고 나오십시오.

 

선우공손히 인사하고 나간다.

 

5. 호텔 복도 

안경 쓴 노식걸어간다하우스 키핑 수레를 끄는 메이드 아줌마 인사하고 지나간다아줌마수레를 두는 코너로 간다선우서 있다.

 

아줌마;옷도 좋은 거 입고 멀쩡한 신사야.

선우;.......

아줌마;저런 사람이 공짜 안마나 받으러 다니고.... 있는 사람이 더 하다니 까.

선우;이름은 알 수 없을까요.

아줌마;이런 데 누가 이름을 쓰고 들어 와.

선우;.........

 

6. 반 지하 방 

양철 상자에서 사진을 꺼내는 선우사진을 이 것 저 것 만져본다학생들 일렬로 주르륵 서서 찍은 고교 소풍사진 같은 큰 사이즈 사진은 그대로 놓고 작은 사이즈 사진들을 챙긴다가장 자리가 찢어져 있는 사진도 빼고진노식김경필문태주 세 사람 사진도 챙긴다한웅쿰 사진을 챙겨 봉투에 담는 선우.

 

7. 호텔 하우스키핑 코너 

사진을 보고 있는 아줌마선우옆에 서 있다.

 

선우;아까 본 남자 분.... 이 사진 중에 있어요?

아줌마;아는 사람이었어?

선우;아저씨들 셋이 찍은 사진 있을 거예요그 중에 있는 한 사람인지

봐주세요.

 

아줌마 사진 여러 장 계속 넘긴다어린 선우와 경필의 사진어린 선우와 장일의 사진선우 독사진경필과 다른 아저씨들 같이 찍은 사진들 수십 장아줌마 열심히 뒤진다.

 

선우;남자 셋이 찍은 사진부터 찾아보세요.

 

경필 태주 노식의 사진을 보는 아줌마사진보고 갸우뚱.

 

아줌마;이거 한참 옛날 사진 아냐잘 모르겠는데.

선우;(기억 잘 안나는)셋 중에..... 왼쪽..... 아니 오른쪽에 있는 사람.....

아줌마;비슷 한 거 같기도 하고..... 사진엔 안경 쓴 사람이 없고,

아까 그 분은 안경을 쓰고 있었거든.

 

8. 공중 전화 

통화중인 선우.

 

선우;금줄너 지역신문 뒤져서 진노식 회장 사진 좀 찾아봐.

금줄(E);진회장은 왜?

선우;신문에서 못 찾겠으면 진회장 별장에 가서 걸려있는 사진 좀

가져와.

금줄(E);(놀라)사진을 훔쳐오라구?

선우;부탁한다.

 

전화 끊는 선우.

9. 대검찰청 

대검찰청 견학 프로그램출입증 팻말을 목에 건 학생들젊은 검사로 보이는 사람의 안내를 따라 걸어가고 있다장일야심 가득한 얼굴로 둘러보며 걷고 있다.

 

검사;얼마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독사파 사건은 강력부에서 담당 했 었구요이 외에도 형사부공안부특수부등 분야별로 나누어서

수사를 하고 있습니다특히 전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는 큰 사건을

맡을 경우 몇 달동안 거의 집엘 못 들어갑니다.

장일;검찰에서 부서 배정은 어떻게 하는 겁니까지원을 하나요?

검사;그렇습니다다만 어느 한 부서에 지원자가 너무 많으면 적성이나

능력에 따라 적절하게 배치를 하죠학생은 검사가 되고 싶습니까?

장일;그렇습니다.

검사;검사가 되면 제일 먼저 뭘하고 싶은데요?

장일;악덕 사채업자들을 뿌리 뽑고 싶습니다.

검사;데이트 비용 마련 할려구 사채 쓴 거 있습니까.

학생들;(웃고)

장일;그렇진 않습니다.

 

10. 법 정 

장일과 학생들빈 법정을 둘러본다. (법정배치가 2002년부터 변경됐습니다. 98년 배치로 부탁드립니다!)

 

검사;앞에는 판사 세분이 앉으시고검사석은 이 쪽피고인석은 이 쪽입 니다.

 

장일가슴이 벅차다이곳에 서고 싶은 강렬한 욕망.

 

검사(E);검사는 무조건 범죄자만 잡아들인다는 생각은 편협한 겁니다.

억울하게 당한 피해자도 구제해야 하고돈 50만원 때문에 고소 당한 시골할머니의 사연도 놓쳐서는 안되거든요이제 각자

편하게 둘러보세요.

 

장일검사석을 바라본다.

장일의 상상근사한 수트를 입은 장일. (형사재판에선 피고인’, 민사재판에선 피고’ 입니다꼭 피고인으로 해주세요!)

 

장일;국과수 감정의뢰서 결과피고인의 셔츠에 묻은 혈흔이 피해자의

것과 일치하는 등 법정에서 현출된 여러 증거에 비추어 볼 때 이

살인죄의 공소사실은 충분히 인정된다 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아직도 뻔뻔하게 범행을 부인하는 피고인에게는

중형의 선고가 불가피합니다피고인을 무기징역에 처해 주시기

바랍니다.

 

장일판사석을 향해 말을 마치고 피고인석으로 돌아선다죄수복을 입고 피고인 석에 앉아있는 용배.

 

장일; !

용배;(슬픈 눈으로)아들아.... 장일아.....

 

장일놀라 증인석을 보면 말끔하게 차려입은 선우 눈 뜨고 앉아있다.

 

선우;날 뒤에서 친 사람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이 사람 맞습니다.

날 뒤에서 친 후 벼랑으로 굴렸습니다나를 죽이려 했습니다.

 

박수소리에 깜짝 놀라 깨어나는 장일학생들 검사를 향해 박수치고 있다.

 

검사;여러분도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장일;....(어정쩡하게 멍하니 서 있는)

11. 도서관 

책 보고 있는 장일빼곡히 줄 치고 메모한 글씨책 위로 핏방울이 뚝뚝 떨어진다장일얼른 코를 막고 고개를 젖힌다.

 

12. 도서관 화장실 

세수하는 장일좌변기도 문이 다 열려있고 비어있는 화장실장일거울 본다.

 

장일;.............

 

플래쉬 백 4부 -- 장일네 집 화장실연습해 보는 장일.

 

장일;선우가요선우가 어쩌다가요?

 

도서관 화장실장일부드럽게 어이없다는 듯 말하는.

 

장일;내가내가 왜내가 너를 해칠 이유가 뭔데증거라도 있어?

선우야그러지 마난 너를 친 적이 없어난 니 친구잖아.

 

13. 도서관 일각 

세수를 한 젖은 얼굴로 걸어가는 장일지원걸어온다.

 

장일;.........

 

장일말없이 지나간다.

 

지원;.............(돌아본다)

장일;(걸어가다 돌아본다)

 

두 사람눈 마주친다장일먼저 돌아선다장일걸어가는데 핸드폰 벨 울린다.

 

장일;여보세요.

14. 거리 

수미핸드폰으로 통화 중.

 

수미;나 최수민데 너 지금 집에 있니?

장일;아니.

수미;내가 너희 집에 옷을 두고 갔거든너 몇 시에 집에 갈 거야?

장일;늦을거야.

수미;그럼 내일이라도 경비실에 좀 맡겨줄 수 있니?

장일;그래. (끊는)

 

수미둘러본다화려한 네온사인의 거리혼자 걸어간다.

 

15. 진승원 서재 

책상에 수북히 쌓여있는 책들노식책 펼쳐 보고 있다용배목장갑 끼고 상자에서 책을 꺼내 책장에 책을 진열해 넣고 있다. (배달 온 책 진열하는)

 

노식;부모님은 어릴 때 돌아가셨고사고 날 때가 기억이 안 난다고 합디 다.

용배;........그럼 그 녀석 짓은 아닌가요.

노식;낯선 사람이 물어보는데 곧이곧대로 대답을 해주는 게 더 우습지

않습니까.

용배;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인데 굳이 거짓말을 할 필요도 없지 않겠습니 까?

노식;알 수 없지요.

용배;아직도 이 편지를 그 녀석이 보냈다고 생각하세요?

노식;그 놈 짓이거나그날 밤 용배씨를 본 사람이거나편지는 둘 중

하나가 보냈습니다.

용배;아무도 못 봤습니다날도 춥고 비 오는 산속이었어요.

노식;만약 그 놈이라면 돈이 목적은 아니겠죠당연히한번 떠보려는

걸테고.

용배;앞을 못 보는 녀석이 어떻게 떠볼 수 가 있습니까.

노식;누구한테 부탁을 했겠죠.

용배;........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됩니까....

노식;..........

용배;회장님.....

노식;그 녀석 눈 먼 거장일이 짓입니까.

용배; !! (컥 찔리는펄쩍 뛴다)무슨 말씀이십니까우리 장일이가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지요절대 아닙니다절대로.

노식;다음엔 또 뭐라고 편지를 보내나 지켜봅시다.

 

노식책장 넘기고 있다.

 

선우(E);공짜 안마를 받으러 오는 다른 사람들과 달랐다.

 

16. 반 지하 방 

선우점자 틀을 놓고 쓰고 있다.

 

선우(E);고급스럽고 깨끗한 향이 났고여기저기 더 눌러달라고 엄살을

부리지도 않았다질문이 많았다진노식 회장이 맞다면 왜 날 보 러 온걸까.

 

문 두드리는 수미.

 

수미;선우 있니.

선우;.....(문 쪽을 향해)수미?

 

수미들어온다.

 

수미;선우야 나 오늘 하루 신세 좀 지자중요한 시험이 있어서 왔는데

기숙사를 내일부터 열어준대.

선우;그래.... 그 쪽에서 자.

수미;뭐하고 있었어?

선우;......가나다라 연습.

수미;

 

선우는 더듬더듬 담요와 베개를 내려준다수미세수하고 들어와 한쪽에 앉아

옷을 훌렁 벗고 갈아입는다.

수미;내일 일찍 나갈게여자 친구가 보면 오해할라.

선우;여자 친구?

수미;금줄한테 듣고 복지관 가서 봤어좋은 사람 같던데?

선우;..... 여자 친구 아니야.

수미;널 엄청 좋아해여자가 보면 딱 알아.

선우;좋아하는 사람한테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수미;그 사람의 마음을 받아주는 건 할 수 있잖아.

선우;(쓸쓸한 미소)자라난 하던 거 마저 할게.

수미;(종이 한 장을 보며)이 점들이 글씨가 되는 거야이걸로 그림을

그려도 되겠다.

선우;얼른 자.

수미;선우야너 뒷통수를 맞아서 눈이 먼 거라고 했어?

선우;........그렇게 다치는 사람이 많다길래..... 나도 바위에 뒷머리를 부딪 힌 게 아닌 가 싶어.

수미;그럴 수 있지... 살아난 게 다행이고 기적이야.

선우;내가 살아난 데는 이유가 있겠지?

수미;그럼있겠지.

 

<수미는 점자 종이 한 장을 가져가 그림을 그리다 점자를 해독해 선우가 사고에 대해 모두 기억하고 있음을 알고 충격을 받는다선우는 이미 떠난 후장일에게 말하지 않는다>

 

17. 신문 보급소 

형광등 켜진 썰렁한 사무실산더미처럼 쌓인 신문을 뒤지고 있는 금줄펼쳐보고 던지고 펼쳐보고 던지고여러 명 찍힌 단체사진에서 아주 작게 구석에 나온 진노식의 얼굴을 발견하는 금줄.

 

금줄;(들여다보며 갸우뚱)이건 나두 못 알아보겠네.

 

금줄신문을 던져 버린다.

 

18. 캠퍼스 일각 

걸어가는 지원친구가 부르는 소리.

 

여학생1(E);지원아 잠깐만!

지원돌아본다찰칵사진 찍는 친구에게로 걸어가며 찰칵찰칵찰칵밝게

웃는 게 찍힌다.

 

지원;뭐야.........

친구;캠퍼스 풍경 좀 찍어 오래서이쁜 애를 찍어가야 선배한테 덜 깨져.

지원;벌써 수습 뗐어?

친구;그럼이제 학보사 정식 사진기자야.

지원;사진 이쁘게 나왔음 나 한 장만 줘.

 

밝게 웃고 있는 지원의 생동감 있는 사진(5X7). 지원맘에 든다는 듯 보며 웃는다.

 

19. 공원 벤치 

책 읽어주는 지원. (안도현 연어’) 옆에는 물병.

 

지원;별들이 저렇게 반짝이는 건 누군가 나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뜻 일거야. (목 아픈 듯 잔기침 한번)

선우;오늘은 그만해요.

지원;왜요아직 많이 남았는데.

선우;목이 또 잠기는 것 같은데요.

지원;날계란 잔뜩 준비해 왔어요. (가방 열며)하나 먹고 할게요.

선우;그만해요안 들을래요.

지원;.............

선우;난 지원씨를 위해서 해줄 게 없네요.

지원;있어요해주실래요?

선우;해 드릴게요뭐든.

지원;같이 영화 보러 갈 사람이 없어요.

20. 극 장 

사람 별로 없는 극장스릴러물 영화가 상영 중. (극중 극으로 하나 찍어주시면!)

스크린엔 젊은 여배우 달리고 있다누군가에 쫓기는 듯달리다 어느 고풍스런

대저택 앞에 당도해 문을 여는.

 

지원;(선우 귀에 대고 소근지금 여자가 막 달리고 있어요달리면서

불안한 지 자꾸만 돌아봐요여자는 파란 색 옷을 입었어요.

감독이 일부러 저 색깔을 입혔겠죠긴장감을 줄려구.

선우;남자는 아직 안 따라와요?

지원;네 안보여요여자가 문 앞에 당도했어요여자가 문을 여는데 (화들 짝 놀라 선우 팔을 잡으며)엄마야!

선우;(같이 깜짝 놀란!) 설명을 해줘야지 먼저 놀라면 어떡해요.

지원;(실눈 뜨고 본다)어머 남자가 문을 열고 나왔어요어떻게 된 거지.

선우;뒤에서 따라왔다면서.

지원;무서워서 잠깐 눈 감았는데 그새 뭔가 있었나 봐요.

선우;엉터리.

지원;(또 놀라 선우 잡으며)흐악!

선우;(웃는)

 

21. 캠퍼스 

선우지원 걷고 있다.

 

선우;지원씨 공부 잘했구나이 학교를 다닐 정도면.

지원;우리 학교에도 시각장애인 학생 있어요선우씨도 공부해서 우리

학교 와요내가 과외해 줄테니까.

선우;그래요해볼게요.

지원;화이팅!

선우;지원씨.... 나 부탁이 하나 있는데....

 

22. 옷 가게 

지원티셔츠를 골라 선우에게 대 본다.

 

선우;너무 튀는 색깔 말고 무난한 걸로 골라줘요금줄이 녀석한테 하나 사달랬더니 이상한 색깔을 사다줬어요.

지원;그 분 취향으로 골랐나보네블루 톤이랑 녹색계열로 골라봤어요.

한번 입어 봐요.

 

탈의실로 가는 선우지원선우의 자켓을 탈의실 안 옷걸이에 걸어준다....

탈의실에서 나오는 선우선우와 비슷한 면 자켓을 입은 남자가 새 옷을 들고 탈의실로 들어간다.

 

지원;... 잘 어울려요몸에도 잘 맞아요?

선우;편해요.

지원;그 위에 이것도 한번 걸쳐 봐요. (아웃도어 하나를 입어보게 하는)

... 이것도 좋다.

선우;그냥 티셔츠만 할게요.

지원;요건 내가 선물해 주면 안돼요세일하는데.

선우;안돼요.

 

탈의실에서 남자 새 옷 입고 나와 거울 앞에 서고 선우탈의실로 들어간다지원다른 옷들 들춰보고 있고 선우 금방 나온다자켓을 팔에 걸치고 입어본 티셔츠는 손에 들고.

 

지원;내가 선물하면 안돼요?

선우;안돼요. (바지 뒷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낸다)

 

카운터에서 옷이 든 포장 봉투를 건네받고 선우와 지원 나가는데 문 뒤에서 남자가 따라 나와 버럭 소리 지른다.

 

남자;거기 소경너 이리 와.

 

남자선우 팔에 든 자켓을 매섭게 잡아챈다주머니에서 지갑 확인하고.

 

남자;이게 어디서 도둑질을 할려구.... (선우 자켓 집어던지며)5천 원짜리

싸구려 걸어놓고 옷이 바뀐 척 가져가려는 수작이잖아.

선우;...... 아 죄송합니다촉감이 비슷해서...

남자;눈 똑바로 떠봐 새꺄너 소경 짓 하면서 도둑질하는 놈 맞지?

의심 안 받게 여자 끼고 다니면서.

지원;이보세요자켓이 바뀐 건 사과드립니다그런데 말씀이 너무 지나치 신 거 아닙니까?

남자;경찰 부를까이 자식 주민 번호치면 절도 전과 여러 개 나올 걸.

지원;입 닥쳐.

남자;?

지원;지금부터 한마디만 더하면 가만 안둬우리도 사과했으니까 당신도 사과해.

남자;오늘 운 좋은 줄 알아봉사 짓 그만하고 꺼져 새꺄.

남자선우를 밀친다선우휘청하며 넘어진다.

 

지원;!

 

지원주먹으로 남자를 있는 힘껏 친다.

남자;이게 어디서.......(지원을 거칠게 밀쳐버린다)

지원;! (넘어지고)

선우;(바닥을 더듬으며)지원씨!

남자;오늘 운 좋은 줄 알아이 거지들아.

 

지원벌떡 일어서 가다 가방에서 날계란을 꺼내 남자에게 던진다.

 

남자;! (돌아보는데)

 

지원계란을 하나 더 꺼내 남자의 이마에 명중시킨다.

 

남자;이게 미쳤나!

 

지원계란을 가방에서 꺼내 남자에게 던지고 또 던진다.

 

지원;너 오늘 내가 닭으로 만들어 버린다이 재수없는 놈아.

 

선우무슨 일이 눈앞에 펼치지고 있는 지 몰라 애타게 지원씨지원씨외치는데 남자지원의 머리를 세게 친다지원, ‘’ 하며 선우의 발밑으로 나가 떨어진다.

 

선우;(확인하며)지원씨!

 

선우지팡이를 칼처럼 휘두르며 남자를 때린다.

 

선우;이 여자한테 함부로 하지 마!

 

남자선우에게 주먹을 날리는 데 선우 감으로 피하고 남자를 한 대 친다나가

떨어지는 남자선우지팡이로 남자를 치는데 남자때리는 지팡이를 잡아 부러뜨려 버린다.

23. 도로 

달리는 버스 안사람 별로 없다나란히 앉아있는 선우와 지원선우기분 안 좋다지원 옆에는 계란 묻은 쇼핑백두 사람 말없이 앉아있다서로 미안하고 속상한.

 

지원;미안해요.

선우;......내가 미안하죠.

 

지원가방 안을 더듬어 이어폰을 꺼내 하나 귀에 끼고 하나를 선우의 귀에 끼워준다.

 

선우;.............

지원(E);왜 이렇게 가슴이 아프지눈 맑은 연어가 말했다.

나도 그래 뭔가 가슴에 자꾸 사무치는 것 같아..

은빛 연어는 목이 메인다사무친다는 게 뭐지?

아마 내가 너의 가슴속에 맺히고 싶다는 뜻일거야.

 

달리는 버스두 사람 말없이 앉아있다지원선우의 손을 잡는다.

 

선우;...............

지원;선우씨.

선우지원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지원 선우에게 키스한다버스 창으로 햇빛 비추고 두 사람 키스계속.... 버스는 달린다.

 

24. 갤러리 

그림 보고 있는 마희정과 윤주수미도 좀 떨어진 곳에서 그림 보는 중한 손엔 그림 그린 것 모아 둔 화첩을 들고 있다.

 

희정;이거 어떠니.

윤주;좋은데?

희정;사두면 좀 오를까?

윤주;엄마는 그림 보는 눈이 없으니까 엄마 보기에 영 아니다 싶은 걸로

사봐그럼 오르겠지.

희정;니가 정상으로 돌아와서 엄마는 너무 기뻐.

윤주;유학 갈 거야경영학 공부하러.

희정;그래그건 양보했다유학가서 금발머리 신랑이나 데려오지 마.

윤주;돈 많은 집 아들이면 좋아할 꺼면서.

희정;아냐결혼은 한국 사람이랑 해야 돼.

윤주;지지리 궁상 한국 남자랑재벌2세 영국 남자랑 누가 좋아.

희정;재벌 2세 영국남자가 널 왜 좋아하겠어영어도 못하는 걸.

윤주;엄마랑은 3초 이상 대화가 안돼.

한 쪽에선 그림 보고 있는 수미저만치서 소곤거리며 웃고 때리는 희정 윤주

모녀를 부러운 듯 곁눈질두 모녀의 백과 구두옷까지 유심히 훑는 수미그림 보는 척 하며 다가온다.

희정;이 정도 갤러리가 딱 좋은 것 같아.

윤주;아냐 좀 더 커야 돼하우스 콘서트 할 정도로 하려면 천장도 더

높아야 하고.

희정;하나를 짓는 게 나을까적당한 걸 인수해서 개보수를 하는 게 나을 까.

윤주;중요한 건 소프트웨어 아니겠어신인작가들을 발굴하고 키워서

계약을 하는 게 더 큰 재산이 될 거야.

희정;그 생각은 나도 했어잘난 척 하지 마.

윤주;(시계 보며)이제 슬슬 가야되지 않어?

 

수미다가오며 화첩을 일부러 열리게 한다툭 떨어지며 그림들이 와르르 바닥에 퍼진다화려한 꽃그림동양적인 묘한 색채로 그려진 여자 그림.....

 

수미;(얼른 앉아 그림을 줍는다)

 

윤주도 함께 앉아 그림을 집어 준다.

 

수미;감사합니다.

희정;늦겠다가자.

 

모녀간다수미아쉽다.

 

25. 레스토랑 

고급 레스토랑희정윤주 앉아있다장일걸어온다.

 

희정;여기!

 

장일와서 인사한다.

 

희정;어서 와앉아요우리 딸은 오늘 처음 보나?

윤주;얘기는 많이 들었어요나 박윤주예요.

희정;올해 졸업반인데 삼수하고 들어가서 한참 누나야.

윤주;(엄마 째려보는)

 

샐러드 서빙된다포크 나이프 두쌍씩 4스푼 버터나이프 등등 복잡하게 놓여있다장일옆에 놓인 포크와 나이프 보고 어리둥절한데

 

희정;난 여기테이블 세팅이 제일 맘에 들더라. (장일에게)바깥 쪽 꺼부터 쓰면 돼.

장일;.

희정;계속 밥 한번 사야지 생각은 있었는데 공부하는 시간 뺏을까봐....

장일;괜찮습니다...

희정;연수원 다니는 선배 중에 이 누나 소개해줄만한 사람 없을까?

윤주;그만해.

희정;인물은 좀 빠져도 되니까 착하고 성실한 사람이면 돼.

윤주;그럼 엄마랑 결혼하던지. (벌떡 일어나 나간다)

장일;(당황해서 돌아보면)

희정;괜찮아스테이크 나오면 다시 올거야.

장일;...............

희정;내 주변에 근사한 집 딸들 많아장일군이 사시 패스만 하면 내가

매일 줄 세워서 선보여 줄 수 있어.

장일;전 엄청난 집에 가서 기 죽어 사는 사위는 되고 싶지 않습니다.

희정;장일군이 기죽을 사람도 아니잖아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결혼하라 는 건 아니고날 지탱해 줄 인맥 풀에서 사랑하는 여자를 찾으란 거야.

장일;(딱 끊는)너무 먼 훗날의 일이라서요그때 가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레스토랑 밖 야외 테이블혼자 앉아 잡지보고 있는 윤주장일나온다.

 

장일;들어 오시라는데요.

윤주;엄마 때문에 수업 빼먹고 나온건 아니죠?

장일;아닙니다.

윤주;장학금 준건 준 거구내 맘대로 오라 가라 하는 건 아니지.

장학금이 무슨 마이낑(선수금)도 아니구선배 알아 볼 필요 없어요.

장일;저도 그렇게 한가하지 않습니다.

윤주;맘에 드네이 친구.

장일;얼른 와서 식사하세요그래야 빨리 끝날 것 같습니다.

윤주;! (들어간다)

 

26. 진승원 

금줄살금살금 걸어 들어온다이리저리 둘러보는벽에 걸린 진노식 회장의 사진을 본다. ‘우수기업인상’ 같은 트로피 들고 꽃다발을 든 노식의 웃는 얼굴맨 가장자리에 걸린 제일 작은 사진(얼굴만 크게 나온 사진액자를 몰래 떼는 금줄벽에서 잘 안 빠진다금줄 낑낑 대는데 문 열리는 소리금줄얼른 커다란 화분 여러개 놓인 뒤로 숨는다용배분무기와 걸레를 들고 온다.

용배화분 이파리에 물을 칙칙 뿌린다숨어 있는 금줄에게 물이 떨어진다.

 

금줄;(숨 죽인 채)..........

 

실내 어딘가에서 전화소리용배분무기를 놓고 얼른 달려간다금줄얼른 나와 액자를 죽어라 뺀다.

 

용배(E);아 예 실장님.... 따로 연락 없으셨는데요... ...

알겠습니다.

 

용배문을 열고 나오는데 금줄 얼른 액자를 들고 후다닥 나간다용배걸레로

화분을 닦고 돌아서다가 이가 빠진 액자를 보고 갸우뚱 한다.

 

용배;여깄던 사진이 어디 갔지....

 

용배다른 사진의 새 액자를 가져다 말끔하게 걸어놓는다.

 

27. 호텔 일각 

팩스로 들어오는 노식의 사진노식의 사진을 보는 메이드 아줌마옆엔 선우 서 있다.

 

아줌마;.... 이렇게 보니까 알겠네이 사람 맞아.

선우;.......확실해요정말 이 분이었어요?

아줌마;맞아안경 쓰고 분명해아니 신문에도 나는 유명한 사람이 왜

공짜 안마를 받으러 왔대?

선우;............

 

28. 복지관 일각 

햇살 비춰오는 창가에 앉아 있는 선우점자를 찍고 있는 선우.

 

선우(E);진노식은 날 주시하고 있다내 아버지를 쳤을지 모를 그의 팔과

주먹을 내가 만졌다강한 사람이다나 때문에 그녀가 위험해 질

수도 있다.

 

29. 수영장 

장애우 운동시간 2PM~3PM’ 안내문 붙어있다눈을 감고 있는 힘껏 수영해 가는 선우쉬지 않고 끊임없이지원와서 두리번거리다 소리치는

 

지원;선우씨!

선우소리를 못 들었는지 수영을 멈추지 않는다지원지켜본다선우미친 듯 끝없이 수영을 계속.

선우수영을 멈추고 숨이 차 헉헉 댄다지원앞에 가서 선다선우계속 숨만 헉헉.

 

지원;이제 좀 시원해요?

선우;.......(고개를 드는)

 

30. 복지관 

쥬스 놓고 앉아있는 지원과 선우.

 

지원;선우씨 수영 엄청 잘한다나도 좀 가르쳐 줘요.

선우;강습타임 때 와서 배워요.

지원;달리기만 좋아하는 줄 알았더니 수영도 엄청 좋아 하나봐요.

선우;물 속에선 지팡이가 필요 없어도 되니까요.

지원가방에서 봉투를 하나 꺼내며

 

지원;........나 선우씨한테 선물이 있어요손 내 봐요.

 

지원봉투에서 사진을 꺼내 선우 두 손에 놓아준다밝게 웃고 있는 지원의 모습.

 

선우;........(조심스레 만져보는)사진인가봐요?

지원;.

선우;무슨 사진이예요?

지원;예쁜 풍경사진.

선우;어떤 풍경인지 설명해 줘요.

지원;.......나무가 있고 햇살이 좋은 날인데...

선우;헤밍씨 사진 아니예요?

지원;......아닌데.

선우;(사진을 쓰다듬어 본다)맞네헤밍씨 사진.

지원;웃으면서 막 걸어오는데 친구가 찍은 사진이예요어떤 모습인지

상상이 가죠?

선우;이걸 왜 나한테.....

지원;그냥 주고 싶었어요.

선우;고마워요.

지원;사진 뒤에 오늘 날짜 써드릴게요.

 

지원펜을 꺼내 사진 뒤에 쓰려다 멈칫잠시 선우를 본다사진 뒤에 쓰는 지원.

지원(E);선우씨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내 옆에 있어달라고 말해줄래요?

한지원’ 이란 이름도 덧붙여 쓴다.

 

지원;썼어요책 사이에 넣어둘게요.

 

지원점자책 사이에 끼워 선우에게 준다.

 

선우;헤밍씨.

지원;오늘은 무슨 책 읽어 드릴까요.

선우;이제 나도 웬만큼 점자를 짚으니까 책 읽어주는 건 됐어요.

지원;점자로 안 나온 책들이 더 많잖아요.

선우;점자로 나온 책들만 읽기도 바빠요이제 나 말고 다른 사람 도와주 세요.

지원;그럼 국어 영어 과외 해드릴까요?

선우;사진 선물 고마워요.

 

선우점자책을 들고 걸어 나간다.

 

지원;........(왜 저러나 싶고)

 

31. 광춘 거실 

비닐장갑을 끼고 편지를 쓰고 있는 광춘.

 

광춘(E);진노식 회장님.

 

32. 허름한 상가 

(공사가 중단된 곳 상가나화장실 비품 두는 창고를 자물쇠로 잠그는 광춘. ‘고장’ 이라 쓴 종이 붙여놓는다.

 

광춘(E);현금으로 1억을 이민용 가방에 담아 아래 주소의 화장실 창고로 갖다 두십시오.

 

33. 진승원 서재 

비닐에 말린 열쇠 하나와 편지편지를 읽고 있는 노식.

 

광춘(E);영원한 비밀로 묻어드리겠습니다약속드립니다만일 나의 뒤를

캐거나 해코지 할 시엔 비밀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닙니다.

노식;.......(흔들림 없는 표정)

 

34. 멤버쉽 와인 바 

고급스런 와인 바진노식브랜디 잔 놓고 앉아있다.

차실장서류 봉투 하나 들고 온다.

 

차실장;태국에서 온 팩스입니다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노식;수고했어차실장도 앉아라한잔 받아.

차실장;아닙니다.

노식;한 잔 해.

 

술잔 놓고 앉아있는 두 사람.

 

노식;차실장은 참 오래 봐도 한결같아처음엔 뚝뚝하고 쌀쌀 맞아서

뭐 저런 녀석이 다 있나 싶었는데입도 무겁고 추진력 있고차실장 아니었음 우리 회사 여기까지 못 왔다.

차실장;과찬이십니다.

노식;앞에서 살살거리고 비위 맞추는 놈들은 꼭 뒤에서 칼을 꽂지.

난 그래서 친절한 사람들을 경계해.

차실장;술김을 빌어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노식;해라.

차실장;회장님이 말단 직원에게 까지 친절하게 대하는 거 전 반대입니다잘해주면 기어오르는 게 다반사거든요그래서 전 용배씨가 마음 에 안듭니다.

노식;맘에 안 들면 다리라도 부러뜨려 보던가.

차실장;......

노식;후배 중에 믿을만한 어깨들 있나.

차실장;있기야 합니다만....

노식;가끔 술도 사고 용돈도 주고 챙겨 놔사람 일 어떻게 될지 모르니 까.

차실장;무슨 일이 있으신 겁니까....

노식;용배씨한테 심부름을 하나 시켰는데 멍청하게 탈을 냈어.

그걸 좀 수습해야 겠다.

 

35. 반 지하 방 

어둠 속에서 자신이 찍은 점자 종이를 손으로 짚어가는 선우한 장을 넘기는데 다음 장을 짚다가 이상하다방바닥을 더듬어 본다.

 

선우;한 장이 어디 갔지.....

 

선우온 바닥을 더듬으며 찾는다.

 

36. 미술 실기실 

수미 혼자 있는 실기실점자로 찍힌 종이 놓고 러프하게 스케치 해보는 수미점자들을 크게 작게 그려보며 우주 공간에서 떠다니는 것처럼.

 

37. 복지관 일각 

점자교실 기웃거리는 지원점자선생과 학생들 앉아있다선우 보이지 않는다.

 

지원;...............

지원음반도서 대출 장부를 본다대출반납도서명이 빼곡이 적혀있는 장부.

김선우란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

 

38. 반 지하 방 앞 

문 두드리는 지원.

 

지원;선우씨..... 선우씨 없어요?

창문으로 들여다본다비어있는 방.

 

39. 한강 고수 부지 

하염없이 걷고 있는 선우.

40. 반 지하 방 앞 

기다리는 지원.

 

41. 한강 고수 부지 

해가 기운다걷고 있는 선우산책하고 자전거 타는 행인들붉게 퍼지는 노을 보며

 

행인1;어머 저 노을 좀 봐....

행인1;.... 너무 이쁘다.

선우;...........(말없이 걸어간다)

 

42. 도서관 

장일서가에서 책을 찾고 있다옆을 보면 지원책 수레에서 책을 끌고 지나간다.

장일고개를 빼고 다시 보면 다른 여학생.

 

장일;...........

 

43. 반 지하 방 앞 

수퍼마켓 봉지를 든 장일 걸어오다 지원이 서 있는 걸 본다.

 

장일;(걸음 잦아드는데)

 

지원서 있다장일과 다른 방향에서 선우 걸어온다지원을 못 느낀 채 집으로 들어간다.

 

지원;.................

지원선우 집으로 들어간다.

 

장일;...............

 

44. 반 지하 방 

선우탈진한 듯 방바닥에 뻗어 있다.

 

지원(E);선우씨.....

 

지원들어온다선우누워 있는 채로 움직이지 않는다.

 

지원;무슨 일 있어요?

선우;........

지원;요 며칠 복지관도 안 나오고 왜 그래요?

선우;결석했다고 집에 찾아온 거예요?

지원;걱정 돼서요.

선우;이제 나 안 돌봐줘도 된다고 얘기했잖아요.

지원;저녁은 먹었어요간짜장 곱빼기 어때요?

선우;생각 없어요.

지원;그래도 먹어요.

선우;맹인 도와주면서 천사라도 된 양 뿌듯한 겁니까.

지원;........선우씨 왜 이러는지 나 알 것 같은데....

선우;그만합시다.

지원;.......뭘요.

선우;서로 잠깐 설레고 좋았으면 됐잖아요.

지원;............

선우;이제 봉사는 그만해 줘도 돼요.

지원;선우씨한테는 봉사활동 이상이었어요선우씨 내 첫사랑이거든.

선우;..............

지원;진미회관 앞에서 자동차 유리 깨던 여학생 기억나요?

그게 바로 나예요.

 

플래쉬 백 1부 -- 선우와 지원차 유리 깨는.

 

지원;그 눈동자가 맘에 남아있었어요... 이름도사는 곳도 모르지만 그냥

잘 지내기를..... 그리고 언젠가 다시 볼 수 있기를 나도 모르게 기대 하고 있었어요선우씨 내 첫사랑이예요

선우;(뜻밖의 고백에 당황...그러나 곧 마음을 다지고나는 그때의 김선우 가 아니예요바로 내 옆에 있어도 볼 수가 없는데.

기적처럼 눈을 뜬다 해도 난 거리에서 헤밍씨를 알아볼 수 없어요.

지원;내가 알아보면 되죠선우씬 그냥 그 자리에 서있으면 돼요.

선우;날 더 초라하게 만들지 말아요.

지원;.......내가 지금 얼마나 용기를 냈는지... 선우씬 잘 알잖아요.

선우;(쓸쓸하게)천사놀이는 이제 그만해요.

지원;선우씨 마음의 눈까지 닫힌 사람이었어요그래요그럼.

내가 착각을 하고 있었나봐요. (일어서는)

선우;..............

 

45. 반 지하 밖 

어디쯤에 몸을 숨긴 채 서 있는 장일지원이 선우 집에서 힘없이 나오는 걸 본다.

 

장일;...........

 

46. 반 지하 방 

멍하니 앉아있던 선우이게 아니다 싶은.

 

선우;헤밍씨!

 

선우일어난다벽 모서리에 세워놓은 지팡이를 찾아든다.

 

47. 반 지하 밖 

저만치 멀어지고 있는 지원장일보고만 있다선우걸어 나온다성급한 마음으로 지팡이 탁탁.

 

선우;헤밍씨.

 

선우걸어가는데

 

장일;선우야.

선우; ! (의외 놀란장일아.

장일;어디 가?

선우;너 방금 여기서 나온 여자 분 못 봤니?

장일;봤어나오자마자 이 앞에서 마을버스 타더라.

장일지원 쪽을 돌아본다지원천천히 걸어서 멀어지고 있다.

 

48. 반 지하 방 

장일방을 둘러본다흐트러짐 없이 깨끗한 방물 컵도 달랑 하나.

 

장일;미안하다이제서야 와보네수퍼에서 과일 좀 사왔어싱크대 앞에

둘 게.

선우;그래.

장일;지내긴 어때?

선우;편해복지관도 가깝고.

장일;복지관 안 나간다며너 찾는 전화 집으로 왔었어.

선우;살다 보면 땡땡이 칠 때도 있는 거지.

장일;그 사람 때문이냐?

선우;...........

장일;방금 나간 사람맞지?

선우;.......그래.

장일;나 그 사람 알아우리 학교 영문과 한지원.

선우야너 그 사람 위해서도 마음 접어라.

선우;무슨 소리야.

장일;그 사람 연애나 할 만큼 여유롭지 않아아버지 사업이 기울어서

가족들이 흩어져서 힘들게 산대학교도서관에서 힘들게 책 나르는

거 자주 봤어.

선우;넌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

장일;인문대 퀸카라고 인기 많은 사람이야지금 보고 나도 놀랐다.

선우;...........

장일;선우야내가 널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함에 더 이러는 지도 모르 겠는데... 난 너 상처받는 거 싫다그러니까 이쯤에서 맘 정리해.

선우;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할게.

장일;정 그 사람 만나고 싶다면 눈부터 떠.

선우;........

장일;지팡이 짚고 그 사람 의지해서 다니지 말고눈 뜨고 만나라구.

선우;장일아.

장일;그래.

선우;나는 죽을 수도 있었는데왜 눈만 멀어서 살아났을까.

장일;............

선우;차라리 죽어 없어지는 게 낫지아무것도 할 수 없고보이지

않고..... 그런데 숨은 붙어있어서 먹고 싶은 것도 있고손잡고

싶은 여자도 있어난 왜 이런 벌을 받는걸까.

장일;나도 모르지.... 미안하다.

선우;(픽 웃으며)뭐가 미안한데.

장일;도와 주지 못하는 거.

선우;뭘 도와주고 싶은데 니가.

장일;......

선우;(버럭)뭘 도와주고 싶냐니까!

장일;너랑 그 여자는 서로에게 짐이 될 뿐이야이제 그만 둬.

선우앞으로 당겨 앉으며 장일을 한 대 친다장일옆으로 나가 떨어진다선우장일을 더듬어 깔고 앉아 멱살을 잡는다.

 

선우;너한테 짐이 되는 것 보단 낫잖아내가 그 여자한테 짐이 되는 게안 그래? (한 대치며)? (또 한 대)나 그 사람 사랑해내 여자 로 만들고 싶어서 나 눈을 뜰 거야니 말대로 눈을 뜰거야!

 

선우장일을 때린다힘껏 두들겨 패다 싱크대 쪽으로 가서 과일 봉지를 장일에게 쏟아버린다와르르 굴러 떨어지는 오렌지와 토마토장일일어나 선우를 밀쳐버린다.

 

49. 거 리 

입가에 피 닦으며 걸어가는 장일.

 

50. 지원네 동네 

핸드폰으로 통화중인 장일.

 

장일;잠깐 얼굴 보고 싶어서 왔어요안 나와도 좋아요나 그냥 30분만

있다 갈게요.

 

장일낡고 초라한 연립주택에 불 켜진 방을 보고 서 있는데 지원천천히 걸어온다초췌한 얼굴눈이 부어있다.

 

장일;(반가운 마음에)지원씨!

지원;.........

장일;.......(눈 보고)울었어요?

지원;우리 술 한 잔 할래요.

장일;왜 운겁니까.

지원;마음이 아파서요.

장일;........

지원;(눈물이 그렁)

장일;(도닥이고 싶은 마음에 자신도 모르게 안는데)

지원;(무안하지 않을 정도로 밀어낸다)

장일;(자신을 밀어내는 지원의 손이 기분 나쁘다)

지원;아니예요가세요술은 다음에 마셔요. (돌아간다)

장일;..............

 

51. 장일네 거실 

장일 혼자 술 마신다벨 소리화난 듯 쾅쾅 문 두드리는 소리.

 

장일;........누구야.

수미(E);나야 최수미문 좀 열어.

장일문 열어준다수미한껏 들이 댈 기세로 들어선다.

 

수미;내가 옷을 사 달랬니나가는 길에 경비실에 던져 놓는 게 그렇게

힘들어?

장일;(술 취해서 다운된)........미안하다. (방 가리키며)가져 가.

수미;너 그러는 거 아냐.

장일;옷은 일부러 두고 간 거지한 번 더 올려구.

수미;내가 널 좋아해서?

장일;아니야?

수미;난 니가 불쌍해나랑 비슷해서.

장일;내가 너랑 비슷해?

수미;그래우리는 닮았어.

장일;(같잖다는 듯 픽 웃는)술이나 한 잔 해라.

수미;촌스럽게 말하면 신분상승미치도록 원하잖아너는 공부로 나는

그림으로.

장일;(웃는)넌 개천에서 난 용이 되면 행복할 거 같니?

수미;넌 아냐?

장일;그래서 넌 나하고 다르다는 거야앞으론 나에 대해서 다 아는 척

하지 마. (말끝내자 마자 술을 들이붓듯 마시는)

수미;(걱정으로 술잔 뺏는)넌 이게 맹물인줄 알아그렇게 들이 붓단 몸이

버터내질 못한단 말야죽을려구 그래!!

장일;(보다가)...너도 참 불쌍하다... 내가 왜 좋아?

수미;누굴 좋아하는데 이유가 있을까?

장일;(지원에 생각 미치는)그래...누굴 좋아하는데 이유가 없지.

아니 어쩜 모든 게 이유지그 사람이 거기 있는 거그 사람이 나를 보고 웃어준 거....

수미;(질투)나 갈게다신 이 집에 발 안 들여 놓을 테니까 걱정말구.

(일어나는데)

장일;그 사람도 나처럼 이럴까좋아해주는 누가 옆에 있는데있건 말건 그냥 귀찮고 싫을까제발 내 옆에서 꺼져 이러구 싶을까 (술 마시 는데)

수미;(술잔 뺏어 장일의 얼굴에 뿌린다)너 나한테 함부로 하면 안 돼.

장일;?

수미;........

장일;말해 봐말하라구!

 

장일수미를 밀친다수미눈물이 주르륵 주르륵 흐른다.

 

장일;................

 

장일수미의 눈물 자신의 상심과 같다장일수미를 덮치듯 안으려 키스한다.

수미밀치려 하다 더 꽉 장일을 껴안고 눈물을 흘린다장일외롭고 아프고 뜨겁게 수미를 안는다.

 

52. 장일 방 아침

옷을 벗은 채 누워 있는 장일과 수미잠들어 있는 장일장일 옆에서 포근한 수미잠든 장일의 얼굴을 미소로 보고 있는 수미수미장일의 얼굴을 조심스레 쓰다듬는데.... 장일수미 쪽으로 팔을 뻗어 안으며

 

장일;지원씨........가지 마요...

수미;..........

장일;지원씨....

 

53. 아파트 단지 아침

수미나온다비가 내리고 있다.

 

수미;.........

 

빗속으로 뛰어나간다.

플래쉬 백 -1 거리뛰어가는 수미에게 우산을 씌워주는 장일.

 

장일;어짜피 가는 길인데 씌워 드릴게요.

우산 쓰고 걸어가는 어린 수미와 장일.

 

비 오는 거리비 맞으며 혼자 걷고 있는 수미.

54. 실기 시험장 아침

여성 누드모델 앉아있다상반신은 그대로 노출엉덩이 부분은 투박한 천으로 가리고 다리도 노출돼 있다스케치 중인 학생들.

비에 젖어 몸에 붙은 옷수미그림 그리고 있다눈물이 그렁한 눈그림 그리는 데 눈물이 뚝 떨어진다눈물 흘리며 미친 듯 붓을 놀리는 수미.

 

55. 시장통 상가 옥상 

광춘망원경으로 내려다보고 있다용배가방가게에서 커다랗고 까만색의 이민용 가방을 들고 나온다망원경 보는 광춘입가에 미소망원경을 내려놓는다.

 

광춘;(엄지와 검지를 싹싹 비비며)1! (짜릿한)

56. 반 지하 방 

햇빛이 스며드는 방멍하니 앉아있는 선우더듬어 계란 묻은 봉지를 잡는다.

 

57. 복지관 일각 

지원이 골라준 셔츠를 입은 선우실망한 표정으로 걸어 나온다.

 

실장(E);지원씨 이제 봉사 그만 두겠다고 했어요그렇게 열심히 하더 니.....

58. 캠퍼스 

봄의 활기와 분위기가 물씬 넘치는 활기찬 캠퍼스손잡고 걷는 캠퍼스 커플반팔 티셔츠로 농구하는 남학생들지팡이를 짚은 선우걸어간다.

나무가 많은 숲길 (연대 동문 쪽 숲길 같은)로 걸어오는 선우그루터기나 벤치에 앉는다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바람에 나뭇가지 흔들리는 소리웃고 지나가는 여학생들멀리서 자전거 타고 지나가는 학생들.

 

선우;...........

선우가만히 앉아있다.

 

59. 강의실 

지원멍하니 창 밖 내다보며 앉아있다.

 

60. 캠퍼스 

선우앉아있는 곳 근처 길로 지원 지나간다.

 

선우;...........

지원힘없이 고개를 숙이고 가느라 선우를 못 보고 지나간다해가 점점 기울어 간다.

법전과 가방을 든 장일걸어가다 어둠속 벤치에 선우가 앉아있는 것 본다.

선우일어선다걸어간다가운데 차도를 두고 장일이 평행선으로 걷고 있다.

 

장일;...........

선우;............

장일;..............

 

61. 으슥한 거리 

인적 뜸한 횡단보도신호등 깜빡거린다멀리서 폭주족 오토바이 소리 들려오고

휭휭 지나간다선우주춤거리다 오토바이 서 너대 지나간 후 길을 건너는 데 계속 달려오는 오토바이 한 대 선우를 살찍 치면서 지나간다선우지팡이 놓치고 구른다따라오던 다른 오토바이 선우의 지팡이를 박살내고 가버린다선우다리가 아파서 쩔쩔..... 간신히 바닥을 더듬어 지팡이를 찾는데 부러져 있다비가 흩뿌리기 시작한다.

비 맞으며 빈손으로 걸어가는 선우절룩거린다바지에 피가 배어 나와 운동화까지 젖는다선우흐흐흐.... 미친 사람처럼 웃기 시작한다.

 

62. 반 지하 방 

쫄딱 젖은 선우들어와 엎어진다바지와 양말에 피가 흥건하다.

 

선우;...........

선우갑자기 일어나 방바닥과 벽을 더듬어 본다스위치가 눌려 불이 켜진다욕실 쪽 한 쪽 구석에 쿤과 문태주가 서 있다.

 

선우;헤밍씨?.... 헤밍씨 없어요누가 있는 것 같은데.....

;..........(태주를 본다)

태주;.........(굳은 얼굴로 선우만 주시)

 

선우벽을 대충 더듬어 보고 실망한 듯 털썩 주저 앉는다.

 

선우;...........(체념아버지.........

태주;...........

선우;나 그냥 눈 감고 편하게 살게날 그냥 바보로 만들어 줘요.

아버지도 장일이도 다 지워줘나 좀 멍청히 편하게 살게

도와달라구.

 

선우울분이 북받치는 듯 집기를 집어던지고 깨부순다책을 집어던진 게 쿤에게 가서 맞는다움직임 없이 가만히 서 있다선우컵도 집어던지고 벽거울도 손으로 깬다.

 

선우;내 방에 거울을 왜 걸어 왜!

 

선우의 손피가 번져가는데 태주뒤에서 달려들어 선우의 두 팔을 꺾는다.

 

선우;(경악)누구야!

 

선우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힌다미친 듯이 팔을 뿌리치고 아무거나 집어들어 던진다선우소반을 들어 던지려하자 쿤 선우를 걷어 차 풀썩 주저앉게 만든다태주선우의 멱살을 무섭게 잡아 끌어올린다.

 

선우;(가쁜 숨 헉헉).....누구야......

태주;..........

선우;누구야장일이냐.

태주;나는 니 아버지다.

선우; !

태주;이제부터 내가 니 인생을 바꿔줄거야.

 

태주에게 멱살 잡혀있는 선우강렬하게 선우를 보고 있는 태주두 사람 모습에서. 


.적도의 남자 

.영화 & 드라마 대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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