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 9
이산 9부 대본
S#1. 궐. 태복시. 낮 (8부 엔딩에 이어)
산이 종사관으로부터 이야기를 전해 듣고 있다.
산 그게 무슨 말인가?
내가 내린 휘지(徽旨)를 받고 저들을 의금부로 옮겼다니!
난 그런 교질 내린 적이 없네. 난 분명 저들을 태복시로 압송하라 명하였 어!
종사관 하지만 분명 저는 저하의 옥인이 찍힌 휘지(徽旨)를 받고....
산, 종사관의 손에서 휘지를 받아든다. 순간...사색이 되는 산.
산 (충격) 어떻게...이럴 수가?
이건 분명...내 옥인과 필적이 아닌가?
산, 당혹감에 어쩔 줄을 모르겠는데. 그때, 등 뒤로 ‘주상전하 납시옵니다’ 하는 소리가 들린다. 산, 놀라 돌아보면. 영조가 내관과 대신들을 대동하고 태복시 마당으로 들어서는데.
산 전하..!
영조 (의아한 얼굴로 본다) 어찌하여 태복시 마당이 이리 조용한 것이냐? 죄인 의 추국은 어찌 되었느냐?
산 .....!!....
영조 죄인들은 모두 어디 있느냐? 아직 좌포청에서 압송하지 않은 것이냐?
산 그...그것이....
영조 (보는데)
산 ......죄인들이....사라졌습니다..
영조 ...!...
산 (입술을 깨문다)
영조, 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기막힌 표정으로 산을 보는데
영조 지금 뭐라 했느냐? 죄인들이 사라지다니...!
산 ...좌포청이 잘못된 휘지(徽旨)를 받고 죄인들을 의금부로 압송했다 하옵 니다.
영조 ....!!....
산 (참담한데)
영조 잘못된 휘지라니?(종사관에게) 대체 이게 무슨 말이냐?
너흰 대역 죄인을 압송하면서 그것이 세손의 휘지인지 확인도 하지 않았 다는 것이냐?
종사관 소신을 죽여주시오소서 전하. 소신, 휘지의 옥인과 필체를 보고
차마 어떤 의심도 하지 못했사옵니다.
영조 휘지를 내 보아라!
종사관 (휘지를 보이면)
영조 (보고는 낯빛이 굳어진다)
산 ......
영조 ..이것이 정녕 니가 내린 휘지가 아니냐?
산 그러하옵니다.
영조 (낮고 매섭게) 내 눈엔 옥인도 필체도 네 것이다.
산 (억울하다. 입술을 깨무는 )
위조된 것이옵니다. 소손의 것이...아니옵니다!
영조 ....!....
산 .......
영조, 짙은 당혹감이 번지는 얼굴로 산을 보고.산, 참혹함을 느끼는데.
S#2. 동. 동궁전. 낮
산, 다급한 얼굴로 뛰어 들어와 침전 안에 있는 인통(印筒)을 열어본다. 보면, 동궁전 상고와 박상궁, 내관들이 쫓아 들어오는데. 보면, 인통 안서 옥인이 나온다. 산, 옥인을 들어본다. 옥인의 판과 손잡이 모두 깨끗한데,
산 누군가 내 침전을 범하고 옥인을 가져갔던 것이냐?
그걸로 거짓 인장을 찍고, 거짓 교서를 꾸민 것이냐?
상고 (당황) 저하.
산 (차가운 얼굴로 내관과 나인들을 본다. 그러다가) ....누구냐?
너희 중 누가 침전에 들어와 옥인을 빼내었느냐?
산의 말에 내관과 나인들 당혹해한다.
상고 (억울, 당황) 당치 않으시옵니다 저하!
소인들이 어찌 그 같은 일을 할 수 있단 말이옵니까? 통촉하여 주시오소 서.
내관 나인들, 일제히 통촉해달라 하는데. 그런 이들을 씁쓸하게 바라보는 산.
산 (외면한다).....나가거라.
상고 망극하옵니다 저하. 통촉하여주시오소서.
산 모두 나가라지 않느냐!!
산의 서슬에 놀라는 상고와 상궁들. 상고, 어쩔 수 없다는 얼굴로 동궁전 상궁에게 눈짓을 하고 물러가는데... 이들이 물러나면 홀로 남겨지는 산.
옥인을 내려다보며 참담한 마음을 가눌 길이 없는데..
산 ....세손인가?
이러고도... 이런 내가 세손이란 말인가?
산, 착잡하고 기막힌 심정. 탄식 같은 짧은 숨을 아프게 토해내는데.
S#3. 궁중 빈궁전 마당. 낮
중문이 열리고, 효의와 궁인들이 급히 빠져나온다.
S#4. 궁중후원 일각. 낮
걱정 어린 얼굴로 급히 가는 효의.
그때, 김상궁이 ‘마마’하며 급히 뛰어 온다. 효의, 멈춰 선다.
효의 어찌 되었는가?
김상궁 일이 커지고 있는 듯하옵니다. 세손저하께선 그 같은 휘지를 내리신 적이 없다하나 그것이 워낙 감쪽같아 중신들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 하옵니 다.
효의 (어찌하면 좋은가, 걱정이 어리는데)
그때, 한쪽에서 깔깔깔 하는 여자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효의, 당혹스런 얼
굴로 보면 완옹주가 처소나인들과 후원 한쪽에서 투호를 하고 있는데.그때, 투호의 활을 빼내던 화완, 효의왕후를 발견하고.
화완 마마!
효의 .....
화완 (생글거리며 다가온다) 입궐하셨단 말씀은 들었습니다.
그렇잖아도 문안을 드리러 가려했는데 이리 뵙게 되어 송구합니다.
효의 아닙니다.
화완 다행히 낯빛이 좋아 보이십니다.(하고)
아, 투호를 하던 중이었는데 함께 하시겠습니까?
효의 (당황)
김상궁 (기막힌데)
효의 아니..다음에 하겠습니다. 지금은 혜빈마마 처소에 가던 길이었습니다.
화완 (아쉽다는 듯) 그래요? 허면 다음에 꼭 뵙지요. 그땐 더 재미나는 놀이를 갖고 찾아뵙겠습니다.
효의 ...!...
화완 (생글거리고 예를 갖추고 가면)
김상궁 (기막히다는 듯) 궐이 발칵 뒤집어졌습니다.
소식을 모르지도 않을 텐데 어찌 저런 말씀을....
효의 말을 삼가게. 원래 궐 안 사정엔 관심이 없는 분이 아닌가?
김상궁 하오나...(하는데)
효의 가세.
효의, 김상궁과 나인들과 함께 가면.
화완 갔느냐?
곽상궁 예, 마마.
화완 ..........
화완, 차가운 미소를 머금고 있다.
S#5. 동. 혜빈 처소. 낮
혜빈, 초조한 얼굴로 있는데..그때 이상궁이 안으로 들어와
이상궁 마마, 빈궁마마 입시옵니다.
혜빈 (보면)
효의 (황급히 안으로 들어와)
어마마마, 오늘 좌포청에서 벌어진 일을 들으셨습니까?
혜빈 빈궁!
효의 전해지는 얘기들이 하나같이 황망하여 차마 처소에 있을 수가 없었습니 다. 어마마마...대체 이것이 어찌된 일입니까?
혜빈 일단 진정하고 마음을 추스르세요 빈궁! 좌상과 형판께서 입궐하셨으니
두 분께서 분명 방도를 찾으실 겁니다.
효의 ....!.....
효의, 그러나 어쩔 수 없는 근심이 어리고 빈도 역시 마음을 놓을 수는 없는데.
S#6. 동.영조의 집무실. 낮
영조와 대신들이 앉아있다.
중신1 세손저하께선 그것이 위조됐다 하나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저희 모두 그 휘지를 확인하였습니다. 옥인과 필적이 동궁전에서 나온 다른 교지들 과 한 치의 차이도 없었습니다.
홍봉한 말씀이 지나치시오. 허면 세손께서 지금 거짓을 고한단 말씀이오?
대체 세손께서 무엇 때문에 그 같은 일을 하신단 말이오?
중신2 정황이 그러하지 않습니까? 세손저하께선 분명, 죄인들이 조정중신들과
관계있다 하셨소. 헌데 추국해 진상을 밝힌다던 죄인들은.. 세손저하의 휘 지를 받고 옮기던 중 사라졌으니 대체 이것을 어찌 받아들여야 한단 말씀 이오.
홍봉한 세손저하의 휘지라니! 그것은 가짜라 하지 않았소?
중신2 나 대체 그것이 가짜라는 증거가 어딨습니까? 오직 세손저하의 말씀뿐이 지 않습니까?
홍봉한 전하, 누군가 세손저할 음해하려 한 것입니다.
부디 교지가 가짜임을 밝혀 세손저하의 억울함을 풀어주시 오소서.
서둘러 형조에 이 일을 맡겨 그 진위를 밝히셔야 하옵니다.
중신1 (안된다) 형조의 수장은 판서, 홍인한입니다. 왕실의 외척이자 좌상의 일 문(一門)인 형조판서가 일을 맡는 것은 당치 않사옵니다 전하!
홍인한 (표정)
홍봉한 세손저하께선 이 일에 중신들이 연루됐다 하셨소. 정황이 이러한데, 허면 누구를 믿고 이 일을 맡길 수 있단 말이오?
영조, 대신들이 논쟁하는 것을 무겁게 가라앉은 얼굴로 지켜본다.
보면, 그런 영조의 의중을 가늠해보려는 듯 낯빛을 살피는 최석주의 모습.
S#7. 동. 대전 침전. 낮
영조, 굳은 얼굴로 앉아있는데. 그때 밖에서 ‘세손저하 입시옵니다’하는 대전내관의 소리가 들린다. 영조, 보면 이윽고 산이 무겁게 가라앉은 얼굴로 들어온다.
영조, 그런 산을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바라보고 산, 그 시선을 견뎌내는데...
(시간경과)
영조와 산이 있다.
영조 좌포청에서 품신이 왔다. 사라진 죄인들과 저들을 압송하던 군관들의 시체를 천장산 자락에서 찾았다는구나.
산 (담담)
영조 놀라지 않는구나.
산 ......
영조 어째서냐? 니가 한 짓이기 때문이냐?
산 .....!.....
영조 (본다)
산 아니옵니다. 휘지(徽旨)를 위조하고 저들을 빼돌린 자들이 능히 그러리라 짐작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영조 .......
산 ......
영조 짐작이라?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너는 여전히 말과 짐작뿐이로 구나. 그것 말고, 너의 무고함을 밝힐 증거 따윈 하나두 없는 게냐?
산 (뭐라 할 말이 없고)
영조 ......
S#8. 동. 궐 일각. 낮
산, 굳은 얼굴로 오는데..그때 한쪽에서 오던 정후겸과 마주친다.
정후겸, 산을 향해 예를 갖춘다.
산 승정원에서 오는 길인가?
정후겸 예, 저하.
산 자네가 노고가 많겠군.
지금쯤이면 통촉하라느니, 망극하다느니 하는 상소가 빗발칠테니...
정후겸 (미소를 띠고)당치 않으시옵니다, 저하.
산 ......
산, 정후겸을 보다가 이내 담담히 시선을 거두고 간다.
보면, 고개를 숙여 예를 갖추고 그런 산을 바라보는 정후겸의 시선.
S#9.동. 대전 침전. 낮
영조, 복잡한 얼굴로 생각에 잠겨있다. 그러다가..옆에 있는 대전 내관에게.
영 가서 형조판서 홍인한을 들라 전하거라.
내관 예, 전하.
대전 내관 물러가면....영조, 무겁게 가라앉는 얼굴.
S#10. 동.화완옹주 처소. 낮
화완옹주와 최석주가 있다. 화완옹주, 깔깔깔 웃어젖히는데.
화완 좌상도 참 딱한 분입니다.
그래 세손을 위해 고작 찾아낸 쥐구멍이 형판이란 말입니까?
화완옹주, 재밌다는 듯 웃는다.
화완 너무 노회했습니다. 좌상께서도 이제 길을 다와 말에서 내리실 때가 되었 어요. (하고) 형판께선 어찌해야 할지 잘 알고 계시겠지요.
최석주 예. 결국 세손이 보위에 오를 수 없음을 알고 있으니 가문과 자신을 위해 현명하게 대처할 것입니다.
화완 (만족스럽다) 그래야지요.
최석주 다만,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습니다, 마마.
화완 (본다)
최석주 전하께서 어찌하여 이 일을 홍인한에게 일임하셨는지 그 까닭을 알 수가 없습니다.
화완 무슨 말씀이십니까?
최석주 전하께선 이처럼 중차대한 일을 세손의 외척인 홍씨일문에 선선히 맡기실 분이 아닙니다. 심중에 어떤 의중을 갖고 계신 지 가늠하기가 어렵습니다.
화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무엇이면 어떻습니까? 형판이 우리 사람이고, 모 든 것이 우리 뜻대로 될 거라는 게 확실한 마당이 아닙니까?
최석주 ......
화완 공연한 걱정 마세요. 고립무원입니다.
지금 세손의 곁엔 누구하나 믿을 사람이 없게 되었어요.
최석주 ......
S#11. 동. 동궁전. 낮
산, 착잡한 얼굴로 옥인을 내려다보며 생각에 잠겨 있는데...
그때, 밖에서 동궁전 상궁이 ‘전하, 빈궁마마 입시옵니다’하는 소리가 들린다.
산, 놀라는데...문이 열리고...이어 안으로 들어오는 효의.
효의 손에 매작과가 담긴 찬합을 들고 있다.
산 (놀란다) ...빈궁....
효의 ...저하....
산, 놀라고 당황한 얼굴. 효의 그런 산을 수줍게 미소 지으며 바라보는데..
산 어찌 된 것이요? 사가에 피접을 나가있지 않았소?
효의 어제 입궐했습니다. 저하. 돌아와 연통을 드리려 했으나 공연히 번거롭게 해드리는 것 같아...
산 (OL)번거롭다니, 당치않소
효의 .....
산 (미안하다) 미안하오. 나가 있는 동안 안국동에 기별 한번 넣지 못했구료.
효의 개의치 마셔요 저하. 신첩이 병약해 오랫동안 곁을 비워 송구할 뿐입니다.
산 (미안한 얼굴로 보고)
효의 실은..이것을 드리려고 찾아뵈었습니다.
그러다가 효의, 산의 앞으로 매작과가 담긴 찬합을 내민다.
산 이것이 무엇이오?
효의 매작과입니다. 저하께 올리려고 사가에서 만들어 봤습니다.
산 ....!....
효의 괜찮으시면...한번.....(부끄럽게 흐린다)
산, 효의의 마음 씀이 고맙다. 산, 하나를 들어 먹어본다.
효의 (살핀다) 자실만..하신지요?
산 (끄덕인다) 맛이 있소.
효의 ....!....
산 ........
효의 (마음이 아프다) 여러 가지로 불편하신 때...
신첩, 고작 이런 것 밖에 해드릴 수 없어 송구합니다. 저하.
산 무슨 말씀이오? 고맙소. 빈궁에게 이런 솜씨가 있는 줄은 미처 몰랐소.
효의 ...실은, 사가에서 다모 아이의 도움을 받아 만든 것입니다.
산 (멈칫, 본다)
효의 초상화를 그리는 화원을 따라 온 도화서 다모아이가 있었는데 그 아이의 도움을 받았지요
산 .....!....
효의 .........
산 (송연이 떠올라 마음이 아프다)...그랬소?
효의 .....
산 ...도화서 다모라....그래서 빛깔이 이렇게 그림처럼 고왔구료.
하며 산, 가만 바라본다. 그러다 이내 송연을 생각하며 걱정스레 그늘지는 산의 얼굴.
S#12. 저자거리 일각. 낮
정후겸, 오정호가 걸어오면서
정후겸 (오정호에게) ....넌 어찌 생각하느냐?
오정호 무엇, 말씀이십니까?
정후겸 이번 일은..세손답지가 않았어.
오정호 (본다)
정후겸 이날 껏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말을 아끼고 몸을 사린 세손이다.
깍정이패라면 다른 방법으로도 잡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 밤에 좌포청의 군사를 동원할 만큼 무리할 이유가 없었어.
오정호 (본다)
정후겸 분명, 다른 무언가가 더 있을 것이다. ...알아 보거라.
오정 예.
정후겸, 차가운 눈빛을 빛내는데.
S#13. 색주가 외경. 낮
적당한 규모의 기와집 전경.
S#14. 동. 창고. 낮
작은 창문이 고작인 어두운 창고 안. 송연이 긴장한 얼굴로 이곳저곳을 살피고 있는데. 보면, 웅크리고 있던 여자 중 하나가.
여자 (답답하다) 그래봐야 소용없어. 우린 좋아서 이러고 있는 줄 아니?
송연 아니요, 분명 도망칠 방법이 있을 거에요.
그때 밖에서 열쇠 따는 소리가 들린다. 송연, 놀란 얼굴로 얼른 자리에 앉는데.
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오는 중갓 쓴 사내와 건장한 사내 둘 이 안으로 들어온다.
중갓이 여자들을 살핀다. 송연, 떨리는 얼굴로 숙이는데
중갓 (송연 쪽을 보다가, 다른 여자들 가리키며)
저년이랑 저년, 데려 나와.
송연 ....!....
사내의 말에 남자들, 여자 둘을 데리고 나간다.
이윽고 문이 닫히면 떨리는 얼굴로 돌아보는 송연.
송연 (두렵다)...저 사람들은 어디루 가는 거에요?
여자 쟤들은 여기 온 지 꽤 된 애 들이야. 와서 보름 쯤 지나면 저렇게 색주가 로 보내진데. 그때 쯤 되면 너처럼 용쓰고 도망칠 기운도 안 남으니까.
송연 ....!....
여자 그러니까 너도 괜히 힘 빼지마.. 길어봐야 닷새야...
닷새만 지나면 너도..몸은 얼마든지 팔아도 좋으니. 밥 한 덩이만 먹었으 면 좋겠다 싶을 거야.
송연 ....!!....
여자의 말에, 송연 겁이 덜컥 난다.
두려운 마음 어쩔 줄 모르겠는데...
S#15. 깍정이패 소굴. 낮
남사초, 대수, 달호가 폐허가 된 깍정이패 소굴을 둘러보고 있다.
달호 여기도 안 온 모양입니다 나으리.
남사초 .......
대수 (미칠 것 같다) 대체 어디루 내 뺀거야? 벌써 이틀 짼데....
달호 (걱정어려) 혹시, 그새 도성을 빠져나간 건 아닐까요?
대수 (놀라 보는데)
남사초 포졸들이 경계를 서고 있으니 쉽게 빠져나가진 못했을 거네.
어딘가 깊이 숨은 모양이니...제 발로 기어 나오게 해야지.
대수 ....?!......
남사초 .........
S#16. 거리일각. 낮
누군가 담벼락에 ‘모군’이라 쓰여 진 방을 붙이고 있는데.
주위를 흘끔흘끔 살피며 방을 붙이는 사람...달호다.
S#17. 주막일각. 낮
남사초가 주막의 주모에게 돈을 건네고 있다.
남사초 그럼, 방을 보고 온 자가 있으면 봉놋방으로 안내해주게.
주모 예, 알겠습니다..
남사초 ......
S#18. 동. 봉놋방. 낮
남사초와 대수, 이야기를 하고 있다.
대수 정말 놈들이 정말 나타날까요?
남사초 서너 해는 족히 숨어야 할 놈들이니 분명, 고향인 해미로 가려할게다.
헌데 해미라면 닷새 뒤에 있는 뱃길이 전부가 아니냐?
그런 때, 내일 당장 해미로 떠날 광부를 모집한다는 방을
보면 놈들도 솔깃할 게다. 하루라도 빨리 여길 떠나고 싶을테니까.
대수 .....!.....
그때, 문이 열리며 달호가 안으로 들어온다
달호 저 왔습니다.
남사초 그래, 방은 다 붙였는가?
달호 예, 홍화문 담벼락까지 빠짐없이 붙였습니다..그리고..
이번 일에 필요할 거 같아 이것도 챙겨왔습니다.
하며 달호, 남사초의 앞으로 비장하게 작은 나무 상자함을 내민다.
남사초, 뭔가..하는 얼굴로 열어보면 갖가지 모양의 수염들이 쭉 붙어있는데.
남사초 아니, 이게 뭔가?
달호 (은밀하고 비장한 투로)..제...수염들입니다.
남사초 (..??...) 자네...수염...? 아니..근데 이건 왜.....
대수 (답답) 이게 다 뭐야 삼촌. 지금 장난해?
달호 (버럭) 장난이라니 이놈아! 지금 송연이 목숨이 달렸는데!
놈들이 행여 알아보면 어쩔꺼냐? 혹시 모르니까 변장을 해야 할 거 아냐?
대수 (왜 이러냐...) 삼촌....
달호 (딴에는 심각)저도 바꿔 달테니 나으리도 하나 붙이시지요.
참고로 요건 담비털이고,요건 털 중의 털이라는 쪽제비 꼬리털 수염입니 다. 뭘로 하시겠습니까?
남사초 (허허, 난처하고)
달호 (요거, 아니면 요거...? 하면서 심각하게 들어 보이는데)
S#19. 색주가. 마당. 밤
춘화남이 안으로 들어오면 사내들이 맞는다.
춘화남 들고 있던 보자기에 싼 것을 저들에게 내주며.
춘화남 아주 귀한 춘화다. 비싸게 내다 팔 것이니 잘 보관해라.
사내 예. 어르신.
춘화남 그리고, 내일 귀한 분이 올테니 준비를 잘 해 두거라. 반반한 계집도 불러 오고.
사내 예.
S#20. 동. 창고. 밤
송연, 주변을 살핀다.정말..도망갈 곳은 어디 에도 없는 것 같다.
송연, 망연한 마음에 눈물이 글썽해지는데..
송연 ....대수야.....아저씨.......
S#21. 주막일각. 밤
대수, 어두운 주막 평상에 앉아 안타까운 눈빛으로 송연의 화구통을 내려다 보고 있다. 걱정스러움에 애가 타는 대수의 얼굴.
대수 송연아......이 바보야....대체 어딨는 거야?
대수, 고개를 드는데, 어느샌가 눈가 붉어진다. 아프게 차오르는 눈물을 주먹으로 억세게 닦아보지만, 멈추질 않는다.
S#22. 궐. 일각. 밤
산, 누각에 홀로 서서 생각에 잠겨있다. 송연을 떠올리며 아프고 힘들어지는 마음. 그 위로.
대수(E) 저하, 송연인 무사할테니..심려 말고 돌아가세요 저하.
그 위로 회상.
산 ....!.....
대수 (E)....돌아올 겁니다. 제가 꼭 찾겠습니다....
그러니 저하께선 어서 궐로 돌아가세요.
산 (E) 대수야....
대수 (E) ...약속하셨잖아요...저희가 갈 때까지..꼭 무사히 계실거라구..
산, 대수의 말을 떠올리며 착잡한 마음 어쩔 줄 모르는데.
S#23. 달호의 집. 마당. 낮
텅 빈 달호의 집 마당. 보면, 밖에서 미수가 안을 살피며 송연을 부른다.
미수 송연아....송연아....
하지만 아무도 대답이 없고.
미수 다들 어딜 간 거야?
미수, 이내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돌아서 가는데.
S#24. 도화서. 일각. 낮
이천이 미수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천 (화들짝) 뭐? 송연이가 없어?
미수 예. 아프다는 애가 어딜 간 건지 모르겠어요..
이천 설마..얘가 내가 부려먹는다고 어디로 내 뺀 건가?
미수 예...?
이천 아, 아니다. (하고) 미수야, 우리 송연이 얼루 사라진 건 아니겠지?
얘! 난 송연이 없으면 안 된다. 큰일 나.
하는데 그때 한쪽에서 초비가 세모, 시비와 함께 온다.
초비 이천 나으리. 화공들께선 다들 화실로 모이시랍니다.
이천 지금?
초비 예, 궐에서 누가 나오셨대나봐요.
이천 궐에서? 어, 그래 알았다.
하고 이천 한쪽으로 사라지면...
초비 (세모와 시비에게) 니들은 얼른 송연이 짐 정리해서 빼.
세모와 시비, 알았어 하고 한쪽에서 송연의 짐을 꺼내는데.
미수 야, 지금 뭐하는 거야.
초비 보면 모르니. 걘, 도화서 그만 둘 거니까 친절하게 짐 챙겨주잖아.
미수 그게 무슨 말이야. 송연이가 무슨 도화설 그만둬!
초비 그럼, 내일은 나올 수 있대?
미수 (난처한데)
초비 내일까지야. 그 다음도 안 나오면 이번엔 서방님이 아무리 난리쳐도 안 될테니까.
미수 (당황) 뭐..뭐야? 서방님이라니...?
세모 있잖아, 이천나리.걔가 나리 첩실인 거 누가 모를 줄 아니?
그래서 그 뒷배루 도화서에 들어온 거 아냐?
미수 야, 말이면 단 줄 알아? 멀쩡한 앨 어따 찍어 붙이는 거야? 어?!
초비 그래? 그럼, 우리가 들은 건 뭔데? (흉내) 난 우리 송연이 없으면 안 된 다.
미수 야....그..그건...
초비 손 바닥으루 하늘을 가려라. 그런 애 때문에 우리까지 싸잡아서 욕을 보 는 거라구. 알아?
미수 (당황스럽고)
초비 (못마땅한 표정)
S#25. 동. 일각. 낮
홍인한이 박영문과 강두치의 안내를 받으며 굳은 표정으로 오고 있다.
홍인한 화공들은 모두 모였는가?
강두치 예...형판 대감..
홍인한 ........
S#26. 동. 일각. 낮
홍인한이 보고 있는 가운데. 화공들이 모여 탁자에 앉아있다.
화공들 앞으로는 확대경이 하나씩 놓여져 있고강두치가 이야기한다.
강두치 지금 자네들 앞에 돌려지는 두 장의 필체를 비교해보게.
그것이 같은 사람의 필적인지 아닌지
살펴보고 의견을 내면 되는 것이네.
화공들, 무슨 일인가 싶어 술렁인다. 이천, 옆에 앉은 탁지수에게 말을 붙인다.
이천 (낮게) 지금, 이걸 보고 모사한 건지 아닌지 살피라는 건가?
탁지수 (귀찮다) 방금 듣고도 묻는가?
이천 근데, 이건 휘지인데... 왜 우리더러 휘질 살피라는 것인가?
설마, 누가 휘질 모사했다는 건가?
탁지수, 귀찮다. 대답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휘지를 살핀다.
이천, 이내 무안해져서 확대경을 괜히 만지작거리는데...
S#27. 동. 일각. 낮
화원들,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나온다. 이천, 뒤늦게 고개 갸우뚱거리며 나온다.
그때 마침 나오던 조사용에게 말을 건네는 이천.
이천 이보게, 조사용. 자넨 뭐라 했는가?
조사용 그건 왜 물으시나?
이천 자네야 딱 보면 진짠지 아닌지 알잖나?
그림하구 필적 모사야, 도화서에선 자네 따를 자가 없으니...
조사용 (좀 굳어진다) 거 괜한 소리 말게.
이천 괜한 소리라니? 자네가 지난번 임진일기를 복각할 걸 보고 혀를 내둘렀 네. 그냥 쓱 보기만 하고는 진본과 다름없이 모사를 하지 않았나?
조사용 (정색을 하며) 거, 사람...실없는 소리 말라는 대두 그러네.
조사용, 얼른 돌아서 성큼성큼 간다.
이천 거참...칭찬을 해줘도 지랄이네...
이천, 황당한 얼굴로 가는 조사용을 보는데.
S#28. 주막. 낮
사람들로 북적이는 주막. 보면, 대수가 초조한 얼굴로 그 앞을 서성이는데.
S#29. 동. 봉놋방. 낮
달호, 봉놋방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고.. 한쪽에선 남사초가 심각한 얼굴로 앉아있는데 그때 대수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온다.
그 결에 놀라 파다닥 깨는 달호. 얼른 침을 닦는다.
남사초 어찌되었느냐?
대수 (초조하다)아무래도 안 나타날 모양입니다.
남사초 유시까진 아직 시간이 남았다 너무 초조해 말거라.
대수 함정인 걸 눈치 챘을 지도 모릅니다.
혹시, 방을 기웃거릴 지도 모르니 홍화문으로 나가봐야 겠어요.
남사초 그럼, 같이 가보자. 난 광통교 쪽으로 가보마.
달호 (주섬주섬) 어, 그럼..저도...
남사초 아니네. 혹시 모르니 여기 남아있게.
대수 그래 삼촌. 기억하지? 한 놈은 얼굴이 넙대대하고 눈이 째지고,
한 놈은 눈이 크고 콧구멍도 큰 놈이야.
달호 어...그...그래..
대수 가시죠.
S#30. 거리 일각. 낮
대수, 은밀히 숨어 오가며 방을 살피는 사람들을 본다.
그러나 찾는 깍정이패는 보이지 않는 듯 초조한데.
S#31. 주막. 낮
주모가 손님들이 비우고 간상을 치우고 있다.
그때, 주막 안으로 깍정이패2 ,3이 들어온다. 주변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들어오는 두 사람.
깍정패2 (방을 보여주며) 여기, 모군 방을 보고 왔는데...
주모 저쪽 봉놋방으로 가보슈.
깍정패 긴장한 얼굴로 서로 눈짓을 교환한다.
S#32. 동. 봉놋방. 낮
달호, 방바닥에서 늘어지게 자고 있다. 보면, 아교가 조금 녹아내려 바닥에 찐득
하게 달라붙은 것이 보이는데...그때, 밖에서
깍정패1 (소리) 계시오?
그 소리에 늘어지게 코를 골다가 파다닥 깨어나는 달호.
얼른 일어난다.
달호 뉘..뉘시오?
보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는 깍정이패2와 3.
깍정패2 여기..해미로 가는 광부를 모집한다는 모군 방을 보고 왔는데...
순간, 놀라는 달호. 그런 달호의 위로.
대수 (소리)한 놈은 얼굴이 넙대대하고 눈이 째지고, 한 놈은 눈이 크고
콧구멍도 큰 놈이야.
달호, 얼른 두 사람의 얼굴을 살핀다. 두 사람의 입술과 눈을 번갈아 살피는 달호.
그런 달호의 위로.
달호 (마음의 소리)한 놈은 얼굴이 넙대대하고 눈이 째지고 한 놈은 눈이 크 고... 콧구멍도 크고.
달호, 헉...놀란다. 바로 그놈들이다! 순간, 당황하는 달호. 어쩌면 좋은가..지금은 나 혼잔데!
깍정패2 (의아) 주모가 이리로 가라던데, 아니오?
달호 아, 아니오. 맞소. 내가 그 모군 방을 붙였소.
그 말에 깍정이패2,3 서로 눈짓하고 안으로 들어오는데. 달호, 어찌하면 좋은가..눈에 띄게 긴장한다.
깍정패2 근데, 정말 해미로 가는 배가 있는 거유?
달호 아 ..있지. 그럼 배도 없이 사람을 구할까봐?
깍정패3 (둘러보며) 근데, 다른 사람들은 다 어딨수?
달호 ....사, 사람들? 사람들이라면 버,,벌써 포구에 가 있지.
깍정패2 (....!....) 그럼, 어서 서두릅시다.
달호 예..?
깍정패2 아, 벌써 다들 포구로 갔다면서요. 유시도 다 됐고 더 올 사람도 없을 듯 하니 가자구요.
달호 (헉, 어쩌면 좋은가) 그..그럽시다, 까짓 거...갑시다.....(어쩔 줄 모르는 얼 굴로, 두리번)
깍정패2 뭐하슈?
달호 보..봇짐 찾수.
깍정패3 여깄잖소.
하면서 깍정이패3 구석의 짐을 준다.
달호 (아..어쩌면 좋은가) 거깄소..? 하하..거깄었구만..
(다시 시간 끈다) 근데...내 행감은 또 어딨나?
달호, 어쩌면 좋은가..왜 이리 안 오나..하는 쩔쩔매는 표정으로 초조하게 수염을 만지는데. 그때, 아교가 녹아 얼굴에서 조금 밀려나는 달호의 붙인 수염.순간, 그런 달호를 보고 멈칫 하는 깍정이패2.
깍정패2 잠깐...형씨 수염이....
달호 ...??....
하는 얼굴로 만져보다. 달호, 헉 놀란다. 순간, 확 굳어지는 깍정이패2,3.
깍정패2 이 자식....뭐야 이거...!
하면서 깍정이패2, 달호의 멱살을 확 움켜쥔다.
깍정패2 야, 너 뭐야. 뭔데 가짜 수염을 달고 있어..!
달호 그..그게요 내가 고, 고자라서....
깍정패 잠깐, 이거 혹시..우릴 잡으려는 함정 아냐?
달호 ....!!....
깍정패2 (확 굳어진다) 도망치자.
깍정이패2,3 두려운 시선을 교환하고 그대로 달호를 바닥에 패대기치고 밖으로 뛰쳐나간다.
달호 안돼! 안돼 이놈들아!
S#33. 주막 앞. 낮
대수 낭패감 어린 얼굴로 돌아오는데 그때 주막에서 깍정이패2, 3이 뛰쳐나온다.
대수 (놀란다) 어...너 이 자식들..!
깍정이 ....!!.....
깍정이패들 대수를 보고 품에서 단도를 꺼내든다. 대수, 눈빛을 빛낸다. 순간, 칼을 휘두르며 대수에게 달려드는 깍정이패2, 그러나 대수, 날렵한 솜씨로 2를 제압하고 쓰러트리는데.
놀란 3, 뒷걸음질 쳐 도망치려 한다.
그때, 어느새 나타나 그런 깍정이패3을 제압하는 남사초. 깍정이패3, 비명을 지는데. 보면, 대수, 눈에 불을 켜고 깍정이패2의 멱살을 잡아쥔다.
대수 송연이 어딨어....! 말해, 송연이 지금 어딨냐구 이 자식아...!!
깍정패 모..몰라..팔았어.
대수 뭐? 팔아? 어디루...!!
깍정패2 ...포구에서..팔았어...아마 새..색주가로 갔을 거야
대수 ....!!.....
깍정이패의 말에 사색이 되는 세 사람!
S#34. 색주가 외경. 낮
S#35. 동. 방안. 낮
이천, 춘화남과 함께 거한 상을 앞에 두고 앉아있다.
이천, 좋아 어쩔 줄 모르는 얼굴인데.
이천 거, 사람..됐다는데도 뭘 자꾸 대접을 한다구 이러나?
춘화남 아닙니다. 나으리. 제가, 얼른 기집들과 화구를 준비해 올테니
귀한 솜씨를 한번 보여주십시오...
하고 춘화남, 밖으로 나간다.나가면, 이천 상위에 전을 하나 집어 먹으며
이천 (흐흐) 어떤 아이가 들어 올려나?.... 이왕이면, 어렸으면 좋겠는데....
(히힛. 그러다가) 아유...긴장을 해서 그런가...이거 소피가.....
이천, 주섬주섬 일어선다.
S#36. 동. 마당. 낮
이천, 주변을 두리번거린다.그런 이천의 시선에 오줌장군이 보인다.
이천, 바지춤을 잡고 얼른 그리로 가는데.
S#37. 동. 창고. 낮
송연, 기운 없는 얼굴로 멍하니 앉아있다.
S#38. 동. 마당. 낮
이천, 소변을 보고 있다. 아주 시원한 얼굴인다.
그때 어디선가, 춘화남이 ‘나으리 이천 나으리’ 하는 소리가들리는데.
S#39. 동. 창고. 낮
멍하니 앉아있는 송연. 그 때 밖에서 ‘이천 나으리..어디 계십니까 이천 나으리’
하고 춘화남이 이천을 찾는 소리가 들리는데. 멍하니 그러다가 순간 놀라는 송연.
송연 나으리....?
송연, 놀란 얼굴로 돌아보는데....
S#40. 동. 마당. 낮
이천, 바지를 주섬주섬 치켜 올리고 있는데 춘화남이 다가온다.
춘화남 아이구, 한참 찾았습니다 나으리.
이천 미안하네. 내...긴장을 했더니 소변이 몰려서...
춘화남 어서 가시지요. 다 준비가 되었습니다.
이천 (허허) 그럼세..
하고 이천, 가려는데..그때 멀리서 어렴풋이 ‘나으리, 이천 나으리’ 하는 송연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천, 순간...멈칫한다. 어..? 하는 얼굴이다.
춘화남 왜 그러십니까?
이천 (에이 설마) 거참, 며칠 못 봤더니..헛소리가 다 들리네.
춘화남 예?
이천 아닐세, 어서 가세..
하고 이천, 춘화남과 함께 흐뭇한 얼굴로 가는데.
S#41. 동. 창고. 낮
송연, 창고를 정신없이 살핀다. 보면 작은 나무상자 같은 것이 있다.송연, 얼른 그걸 벽 아래 붙이고 서서 작은 창 너머 나으리, 이천 나으리, 하며 소리를 지른다.
송연 나으리! 이천 나으리! 저에요, 송연이에요!!
그러나, 이천은 그 자리를 떠난 듯...아무런 기척도 들리지 않는데..순간, 기력이 빠진 듯...맥이 탁 풀리는 송연. 송연, 너무나 절망스럽다.
송연 나으리.....
송연, 그대로..바닥에 털썩 주저 앉아..눈물을 글썽이는데.
바로 그때, 송연의 시선에 창고의 나무바닥이 흥건이 젖어있는 것이 보인다.
송연, 멍한 시선을 보면 바닥 구석진 곳..물이 송글송글 맺혀있다.
보면, 조심스럽게 손을 가져가 물을 묻혀보는 송연.
손가락에 묻은 물을 보며 뭐지...하는 표정이 되는 송연.
그러다 조심스럽게 그 물의 맛을 보고...순간, 송연...이상하다는 표정이 되는데...
S#42. 우포청. 낮
남사초, 우포청 마당에서 초조한 얼굴로 서성이고 있는데 그때 한쪽에서 우포청 종사관이 온다.
종사관 동궁전에서 오신 내관이라 하셨소?
남사초 그렇소.
남사초, 긴장 어려 보는 표정.
S#43. 동. 일각. 낮
남사초, 우포청 종사관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보면, 종사관 남사초가 건네준 산의 교지를 보고 있는데.
남사초 대체 그게 무슨 말이요?
세손 저하의 휘질 받고도 포청을 포졸을 내주기 어렵다니.
종사관 아직 좌포청의 일을 모르시나 보오.
남사초 ...??....
종사관 좌포청에 세손저하의 휘지가 잘못 전달되어 죄인들이 잘못 압송되는 큰 사건이 있었소. 하여, 지금 이것이 진짜인지 확인되기 전엔
어떤 명도 받들 수가 없소이다.
남사초 ....!!...
S#44. 동. 밖. 낮
대수와 달호, 초조한 얼굴로 서성이고 있는데그때 안에서 남사초가 굳은 얼굴로 나온다.
대수 나으리!
남사초 .....
달호 어떻게 됐습니까? 포졸을 내준답니까?
남사초 어려울 것 같네.
대수 예...? 아니, 어째서요. 세손저하의 휘지가 있는데 왜....
남사초 아무래도 저하께 일이 생긴 것 같다.
대수 예..?!
남사초 (굳은) 궐에 돌아가 저할 뵙고 올테니..우선 집에 돌아가 있거라.
대수 ...!!....
남사초, 굳은 얼굴로 사라지면 망연해지는 대수와 달호.
달호 아니...어쩌면 좋냐? 도성에 은밀한 색주가가 한 둘도 아니고
포졸도 없이 언제 그 많은 걸 다 찾아봐....
대수 그래도 찾을때까지 찾아봐야지.
달호 ...!!!...
대수, 절망과 당혹감에 어쩔 줄을 모르겠는데...
S#45. 궐. 승정원 어느 방. 낮
산, 승정원 승지와 함께 있다. 보면, 산의 앞으로는 상소가 수북이 쌓여있는데
산 ..이게 다 이번 일 때문에 올라온 상소란 말인가?
승지 망극하옵니다, 저하.
산 승정원에서 걸른 것이 이 정도니.. 전부하면 산이 되고도 남겠구나....
산, 착잡한 얼굴로 상소들을 보는데.
S#46. 궐 일각. 낮
산, 착잡한 얼굴로 서 있는데.그때 한쪽에서 남사초가 급히 온다.
남사초, 서 있는 산을 보며, 굳어진다.
남사초 저하.
산 (돌아본다) 남내관...
S#47. 동. 같은 일각. 낮
-시간경과-
산, 남사초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야기를 전해들은 산의 얼굴은 무겁게 굳어져 있다.
남사초 대체 이 무슨 황망한 일이옵니까? 저하.
어찌하여 일이 이지경이 될 때까지 소신을 부르지 않으셨습니까?
산 송연인 어찌 되었는가? 우포청의 군졸을 동원하지 못했다면
아직 그 아이가 어디로 팔려갔는지 찾지 못했단 말인가?
남사초 ...저하! 지금은 그것보다 저하의 상황이...(하는데)
산 (OL)돌아가게.
남사초 저하.
산 다시 돌아가 그 아이를 찾게.
남사초 하오나, 저하!
산 그 아일 찾기 위해 다시 휘지를 내릴 수도 없는 처지네.
지금 난 그토록 한심한 세손이야.
남사초 저하!
산 걱정 말게. 난, 살아 기다릴 것이라는 그 아이들과의 약조를 지킬 것이네.
허니, 자넨 돌아가 송연일 찾아주게. 지금 자네가 따라야 할 명은 그것이 야.
남사초 ....!....
산 .........
남사초, 걱정스러운 얼굴.. 그러나 산은 애써 의연한 얼굴로 남사초를 바라보는데.
S#48. 색주가. 창고. 밤
송연이 낑낑대며 창고에 놓여진 커다란 항아리를 밀어내려 애쓰고 있다.
겨우 항아리를 다 밀어낸 송연.
보면, 바닥의 나무..꺼멓게 삭아있는데. 순간, 반색이 되는 송연의 얼굴!
송연 ...역시...그랬어....!
송연, 얼굴이 환해진다.
송연 (여자들 향해) 보세요. 여기, 이것 좀 봐요. 도망칠 방법이 있어요!
송연의 다급한 소리에 웅크리고 앉아있던 여자들 뭔가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드는데
송연 봐요, 센물이에요.여기 이 아래 나무 벽으로 센물이 스며들고 있었어요.
여자 센물...?
송연 내가 있던 도화서에선, 센물론 붓을 빨지 않아요.
성질이 강해서 그 물에 삭으면 붓대가 상하거든요.
여자들, 그런데..하는 표정으로 보는데.
송연 보세요. 여기 이 나무벽도 벌써 많이 상해있어요. 같이 힘을 합치면 이걸 뜯어낼 수 있을 거에요. 이리루 도망칠 수 있다구요!
송연의 말에 여자들, 웅성거리는데.
여자 말두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그러다 걸리면 다 같이 죽어!
송연 그렇다구 여기 이러구 앉아만 있을 거에요?
멍하니 앉아서 용쓰고 도망칠 기운이 없어질 때까지?!
여자 ....!....
송연 그러지 말구 다시 생각해봐요. 도망칠 방법이 있어요. 다 같이 하면 된다 구요!
송연의 말에 모두들 갈등하는 빛이 역력하고.
송연, 간절한 눈빛으로 저들을 보는데.
S#49. 동. 집 앞. 밤
춘화남, 이천을 배웅하고 있다.춘화남, 손에 이천이 그려준 춘화를 가지고 있다.
춘화남 이제 이 그림들로 또, 도성의 숱한 사내들이 달뜬 밤을 보낼 것입니다
이리 친히 오셔서 귀한 그림까지 그려주시다니 진정 가문의 영광입니다, 나으리.
이천 (허허) 걱정 말게. 내 앞으로도 언제든 그런 영광을 베풀어줌세.
이천, 춘화남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 주고는 돌아서 간다.
S#50. 동. 마당. 낮
춘화남이 안으로 들어오면 중갓과 사내들이 맞는다.
춘화남 들고 있던 그림을 저들에게 내주며.
춘화남 내일 도성에 풀 것이니 창고에 갖다 두거라.
중갓 예. 어르신.
춘화남 (가려다가, 창고 쪽을 쓱 보고는) 참, 기집을 하나 새로 데려왔다고 했지?
중갓 예, 서른 냥을 주고 사왔습니다.
춘화남 (화들짝 놀란다) 뭐? 서른 냥?! 아니, 스무 냥이면 떡을 칠 계집을
뭣 하러 서른 냥씩이나 주고 데려와!
중갓 그게..기집이 좀 반반합니다.
춘화남 (그래도 못마땅한데...)
중갓 정말입니다. 한번 보시겠습니까?
춘화남 (마뜩찮게 쳐다보는 모습)
S#51. 동. 창고. 밤
보면, 송연이 여자들과 창고의 나무 짝을 뜯어내고 있다.
모두들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는데. 그때, 부서지는 소리를 내며 뜯어지는 나무판.
순간, 모두의 얼굴에 기쁨이 번지는데. 바로 그때. 문을 지키고 서 있던 여자가.
여자 잠깐, 누가 일루 와!
순간, 놀라고 당황하는 송연과 여자들. 송연 얼른 여자들과 항아리를 치우려고 하는데. 그러나 밖에서 들리는 자물쇠 소리! 송연, 당황해한다.
송연 안되겠어요. 자리로 가요!
여자들, 황급히 자리로 가 앉으면 송연, 나무판이 뚫여진 자리를 감추고 그 앞에 앉는다. 이윽고 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오는 중갓과 사내들 송연과 여자들, 모두 떨리는 얼굴로 숨을 죽인 채 있는데. 그때, 안으로 들어온 중갓. 송연을 향해.
중갓 나와라.
송연 ....!!....
여자들 (놀라 본다)
중갓 뭐해, 나오라니까.
송연 (안된다, 두려움에 떠는데)
중갓 (안되겠는 지 사내들에게) 끌어내라.
사내들 예..!
송연 ...!!....
사내들 우악스럽게 송연에게와 팔을 잡고 일으켜 세운다.
송연 안돼요...놔요 이거 놔요...!
하는데, 그때 중갓 송연의 뒤로 뭔가 이상한 것을 발견한다.
사내 잠깐...저게 뭐야?
송연 ....!!.....
사내, 굳은 얼굴로 와 뚫린 나무판을 본다. 경악하는 사내.
사내 ..이년이...죽고 싶어 환장을 했나...!
송연 ....!!....
S#52. 색주가. 밤
대수, 정신없이 송연을 불러대며 주변을 살피는데..뒤에서 달호 뒤쫓아 온다.
S#53. 거리일각 . 밤
대수 삼촌, 더 찾아야해..
달호 .....
S#54. 동. 방 안. 밤
대수, 참담한 심정...망연한 얼굴로 앉아있다.
보면, 달호..그런 대수를 살피며 이러지도 저러지고 못하며 안절부절하는데.
달호 대수야.
대수 .......
달호 너무 걱정마라...그래두 도성에 있다는 건 알았잖아?
대수 .......
달호 우선...뭐라도 좀 먹자.기운이 있어야 나서서 찾아도 찾을 거 아냐?
대수 .........
달호, 속상한 얼굴로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달호가 나가면, 금새 눈시울이 붉어지는 대수.
S#55. 동. 마당. 밤
달호, 혀를 끌끌 차며 나온다.
달호 며칠 새 저놈이 아주 반쪽이 됐어.....
휴, 하고 달호...부엌 쪽으로 가려는데 그때 사립문 밖에서 이천이 ‘어이, 이보게 달호’ 하는 소리가 들린다. 달호, 돌아보면...이천이 있는데. 달호, 사립문 쪽으로 온다.
달호 아니, 이천나으리.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이천 이 사람아 어쩐 일이긴. 송연이 좀 보러왔네.
달호 송연이요...?
이천 그래. 송연이가 없으니 의궤 그려줄 사람도 없고 내 아주 윗분들한테 찍 혀 죽을 맛이네. 대체 얼마나 아픈 겐가?
얼마나 심하길래 며칠 째 도화서에도 못나오는 게야?
달호 (쩝.....)
이천 내일은 나올 수 있나? 안에 있으면 잠깐 나오라고 하게. 내 얼굴이라도 보고 가게.
달호 그게...송연인..지금 집에 없습니다, 나으리.
이천 없다니..? 어딜 갔는데?
달호 (휴...) 지 발로 어딜 간 게 아니라...잡혀갔습니다.
이천 (무슨 말이냐) 뭐...? 잡혀가..?
달호 (훌쩍) 예...어떤 숭악한 놈들이 송연일 잡아다 색주가에 팔아버려서...
이천 ...뭐...? 아니....이보게. 송연이가 색주가에 팔려다가니.
대체 그게 무슨 말인가? 좀 알아듣게 말을 해봐.
달호 말하자면 깁니다.... 도성에 색주가가 한 둘도 아닌데....
도대체 앨 어디서 찾을 수 있을 런지...
하는데, 이천..갑자기 멈칫 한다.
이천 잠깐...자네 지금...색주가라 했는가?
달호 예..?
이천, 당황해 하는 얼굴. 그런 이천의 위로 색주가 마당에서 자신을 부르던
송연의 목소리가 떠오르는데.
이천 아니...그럼 설마...그게 진짜......
달호 (보고)
이천 (놀라는 얼굴)
S#56. 거리일각. 밤
대수, 숨이 턱에 닿도록 뛰어가고 있다. 보면 뒤에서 헐레벌떡 같이 가자며 쫓아오는 이천.
S#57. 색주가. 마당. 밤
송연, 중갓한테 잡혀와 춘화남의 앞에 꿇려진다.
춘화남 (기가 막히다) 뭐? 도망을 쳐...?
중갓 송구합니다 어르신.
춘화남 (송연을 보며) 허, 고년... 반반한 게 성깔이 있는 모양이로구만.
송연 (입술을 깨무는데)
중갓 다음부턴 이런 일이 없게 제가 손을 보겠습니다.
춘화남 따끔하게 타일러라.
송연 ...!...
사내들, 우악스럽게 송연의 팔을 잡아 끌고 일으켜 세운다.
저항하는 송연.
송연 놔요, 이거 놔요, 놓으라구요..!!
사내들, 송연을 끌고 가는데..쯧...하는 표정으로 보고 돌아서려는 춘화남.
그때, 밖에서 거칠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춘화남, 보는데.
S#58. 동. 밖. 밤
대수, 금방이라도 문을 부실 듯 두드리고 있다.
대수 문 열어! 당장 이 문 열어. 어서..!
하는데, 그때 문이 열리며 안에서 춘화남이 나온다.
춘화남 (이천 보고 반색) 아니, 나으리?
하는데 대수, 춘화남을 거칠게 밀어붙인다.
대수 비켜! (안으로 들어간다)
춘화남 (비틀거리며 이천 쪽으로 쓰러지는데)
이천 비키게!
이천도 춘화 남을 확 밀치고 안으로 들어선다.
S#59. 동. 마당. 밤
송연, 사내들에게 잡혀와 이불에 말려진다.
송연 이거놔요..
중갓 이불에 말아 쳐라. 흉터 없이 골병만 나게.
하는데, 그때 한쪽에서 대수가.
대수 송연아!!!
갑작스런 대수의 소리에 놀라는 사람들. 송연도 놀라 보는데.
송연 (믿을 수 없다)...대....수야.....
대수, 초췌한 몰골. 이불에 쌓여 매를 맞게 된 송연을 보자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다.
대수 ...송연아......
송연 대수야..
대수, 눈에 뵈는 게 없는데..사내들 갑자기 나타난 대수를 보고 당황한다.
중갓 뭐야 이 자식은.....
하면서 사내들, 송연을 두고 대수에게로 다가선다.
그때 마당으로 온 이천, 이 광경을 보고 놀란다.
대수 나으린 송연이한테 가보세요.
이천 ....!....
이천, 송연에게로 간다. 보면 대수, 옆에 있는 몽둥이를 집어 들고 맞선다.
대수 .....너 이 자식들...가만 안 둘 거야...
대수가 먼저 중갓의 얼굴을 몽둥이로 가격한다. 억, 소리를 지르며 쓰러지는 사내.
대수 덤벼, 한꺼번에 다 덤벼 이 자식들아...!
색주가의 사내들, 대수에게 달려들고..
대수, 사내들과 활극을 벌이는데..!
S#60. 달호의 집 앞. 밤
달호, 초조한 얼굴로 서성이는데 한쪽에서 남사초가 온다.
달호, 그런 사초를 보고 반색이 되어 달려온다.
달호 나으리!
남사초 (본다)
달호 나으리. 찾았습니다. 송연일 찾았어요.
남사초 ....!.....
S#61. 색주가 앞. 밤
포졸들에 의해 끌려나오는 색주가의 춘화남과 사내들.
이천 한쪽에서 어서들 잡아가게..하며 훈계를 하고 있다.
S#62. 동. 일각. 밤
길고도 무서운 시간이 지나갔다. 송연, 넋이 나간 얼굴로 앉아있는데...
그때, 한쪽에서 다급히 대수가 온다. 대수, 망연한 송연의 모습에 잠시..그러다가.
대수 괜찮아...? 다친 덴...없어?
송연 (눈물 어려 끄덕인다) 응...
대수 ...미안하다.... 전부...전부 다 나 때문에 니가 이렇게...
송연 ..어떻게 된 거야? 어떻게...어떻게 알구 왔어?
하는데, 그때 한쪽에서 달호와 남사초가 온다.
달호 송연아.
송연 대수, 부르는 소리에 보면. 두 사람 와서.
달호 아이구, 송연아. 괜찮냐. 몸은 성한 거야?
송연 네, 아저씨. 전 괜찮아요...
달호 에구..이것아. 대수가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모른다.
우리가 널 찾아서 안 간 데가 없어.
송연 .......
대수 .......
남사초 (대수에게) 아무튼...이리 무사히 찾아서 다행이다.
달호 그럼요. 이런 걸 두고 천만다행이라구 하지요..
남사초 (허허, 웃는데)
그때 송연...남사초를 누군가..하는 얼굴로 본다.
대수, 그런 송연의 시선을 의식하고.
대수 남내관 나으리셔.
송연 ....어...?
대수 기억 안나? 어릴 때 우릴 도와주셨던...
송연 ...!!...
남사초 (미소 지으며 본다) 오랜만이구나 송연아.
송연 ...남내관...나리세요...?
남사초 그래, 이리 무사한 모습을 봐서 정말 다행이다.
저하께서도 얼마나 기뻐하시겠느냐?
송연 (멈칫)
송연, 순간 저하라는 말에 놀란다. 저하라니..무슨 말인가.
대수 송연아.저하께서 우릴 찾아오셨어.
송연 (....!....) 어...? 그게 무슨 말이야..대수야...저하...라니.
대수 바보야. 듣고도 몰라? 저하께서 찾아오셨다구!
우릴 보려구, 널 보려구.....오셨었어.
저하께서 널 기억하구 계신다구!
송연 .....!!!......
송연, 이게 무슨 말인가. 저하라니...
송연, 차마 믿어지지 않는 충격을 받은 얼굴로 멍해지는데.
S#63. 동. 부엌. 밤
대수가 부엌에 있다. 가마솥에 물을 펄펄 끓이고 있는데 그때 달호가 뭔가를 싸들고 들어온다.
달호 자, 도가니다. 험하게 고생했을 땐 이게 최고래더라.
내가 막 문 닫는 푸줏간을 두드려서...(하는데)
대수 (시끄럽다) 얼른 줘. 삼촌. 물 끓어.
달호 어, 그래 이놈아.
S#64. 동. 방안. 밤
송연, 남사초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송연 제가..그린 그림을 보셨다구요?
남사초 그래, 도화서에 들렸다가 니가 저하의 화제(畵題)를 보고
그린 그림을 보고 아셨다는구나. 그래서 그 길로 널 찾았지만....
이렇게 엇갈려 만나지 못하신 게야.
송연 .....!.....
남사초 저하께서...너흴 얼마나 찾으셨는지 모른다... 아마 하루도..잊으신 날이 없 으실게야..
송연 .....!.....
남사초 .......
송연 혹시....저하를....뵐 수 도 있을까요? 나으리.
남사초 .....그게, 아마 당분간은 어려울 게다.
송연 ...!...
남사초 허나, 내 가서 니가 무사히 돌아왔다고 전해드리마.
조금만 기다려라. 저하께서 곧 너흴 부르실테니...
송연, 남사초의 말에 가슴이 먹먹해지며 눈물이 어리는데...
S#65. 궐 일각. 밤
산, 후원 일각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아직 송연을 찾았다는 걸 알지 못하는 산. 걱정과 착잡함으로 복잡한 마음인데..
S#66. 동. 집무실. 밤
영조, 홍인한을 만나고 있다.
영조 그래? 모두 비슷한 얘기를 하더란 말이냐?
홍인한 예...아뢰옵기 송구하오나 형조 장금사(범죄 수사를 맡은 형조 소속기관) 와 도화서에 교지의 진위를 여부를 알아보라 이른 결과... 참담하게도 대 부분이 같은 이의 필적이라...고하였습니다.
영조 ........
홍인한 (살피며) 하오나...혹 모사의 대단한 달인이라면 충분히 이 같은 흉내를 낼 수도 있다는 자들도..(하는데)
영조 알았다. 됐으니 이만 물러가거라.
홍인한 ....예, 전하.
홍인한, 물러나면..홀로 남는 영조, 굳은 얼굴로 생각에 잠기는데.
그때, 밖에서 대전 내관이 ‘전하, 중전마마 입시옵니다’ 한다.
놀라 보는 영조.보면, 정순왕후가 들어온다. 옆으로는 강상궁이 다과상을 들고 있는데.
영조 이런 시각에 중전께서 어인 일이요?
정순 아직 대전에 계신단 말씀을 듣고 걱정이 되어 들렸습니다. 전하.
(시간경과)
정순왕후, 차를 따르고 있다. 찻잔에 국화차의 잎이 벌어지며 피어오른다.
정순 (차를 올리며) 국화찹니다, 전하. 눈이 피로할 때 좋다하여 들이라 했습니 다.
영조 (굳은 얼굴로 받아 마신다)
정순 (보고) 어떠십니까?
영조 (끄덕) 향이 괜찮소...
정순 (보다가) 오는 길에 대전에서 형판이 나오는 걸 보았습니다.
혹, 세손의 일로 부르신 것입니까?
영조 ......
정순 전하 신첩이 한 말씀 올려도 되겠습니까?
영조 (본다)
정순 신첩, 궐 안에 떠도는 흉흉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하나같이 세손에게 불 리한 말들이지만... 신첩은 그 말을 믿지 않습니다 전하.
신중하고 사려 깊은 세손입니다. 세손이 그같이 황망한 행동을 했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
영조 (가만, 그러다가) 중전께선 정말 그리 생각하시오?
정순 누구보다 성정이 곧은 세손입니다. 전하께서도 세손을 믿으셔야 합니다.
영조 (가만, 그러다가) ...아니라면 내가 이날 껏 그 아일 지켜본 까닭이 무엇이 겠소?
정순 (멈칫) ...예..?
영조 ........
정순 전하...그 말씀은....전하께서도 세손을 믿으신단 말씀이십니까?
영조 (가만..대답하지 않는다)
정순 ....!....
영조 ....이번 일은 석연치 않은 게 많소.아직...밝혀지지 않은 것이 있으니
그걸 알게 된다면 누가 거짓을 말하는지 알게 되겠지..
정순 (태연하게) 전하께서 그리 생각하신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신첩이 공연한 걱정을 한 모양입니다.
정순왕후, 미소를 띤 얼굴로 차를 따르고 영조, 가만...생각에 잠기는데.
S#67. 동. 밖. 밤
정순왕후, 굳은 얼굴로 나온다.
정순 (강상궁에게) 지금 당장 승지 정후겸을 들라 하거라.
강상궁 예, 마마.
정순 ..........
자칫하면 일이 틀어질 수도 있다. 정순왕후의 표정.. 무섭도록 차갑게 굳어진다.
S#68. 달호의 집. 마당. 밤
대수가 정성스럽게 탕을 끓이고 있는데..
보면, 송연이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데..
대수 송연아!
송연 (본다)
대수 야. 너 어디 갈려구?
송연 어....도화서에.
대수 뭐? 야...너 미쳤어! 몸도 성치 않은 애가 가긴 어딜가?
송연 괜찮아. 다친 데도 없는 데 뭘.
대수 안돼, 임마. 푹 더 쉬어. 아직 동도 안 텄는데 미쳤다구 거길 가.
송연 며칠 못나갔잖아? 초비가 얼마나 무서운데.
안 쫓겨나려면 가서 미리 청소해 놓구 잘 보여야지.
대수 송연아.
송연 (웃으며) 갔다 올께...
S#69. 도화서. 일각. 밤
송연, 아무도 없는 도화서 안.화실 문을 열고 들어온다.
둘러보는 송연, 무사히 돌아왔구나..하는 안도감이 드는 얼굴이다.
S#70. 동. 일각. 밤
송연, 도화서 안을 청소한다. 송연, 어느 작은 함. 뚜껑이 열려 있는 것을 본다.
송연, 옆에 있는 뚜껑을 찾아 닫으려는데..그때 송연의 눈에 뭔가가 들어온다. 송연,
멈칫...송연, 가만 들어보면....자신이 화제를 보고 그렸던 바로 그 그림이다.
먹먹해지는 송연. 처음 화제를 보고 어린 산을 떠올리던 송연. 감회에 젖는 송연, 어느새 눈가가 촉촉해 지는데... 그때, 송연의 등 뒤로 도화서의 문이 조심스럽게 열린다. 그러나 송연은 느끼지 못한다. 송연, 그림을 다시 함에 넣고 뚜껑을 닫으려 한다. 바로 그때.
산 송연아.
송연, 순간 멈칫한다. 송연, 놀란 얼굴로 천천히 몸을 돌린다.
보면...등 뒤에서 송연을 보고 있는 사람...다름 아닌 산인데....!!
순간, 심장이 멎을 듯...놀라는 송연.
보면, 산....벅차고 아련한 눈빛, 따뜻한 미소를 머금은 채 그런 송연을 바라보고 있다.
산 ....송연아.
송연을 바라보며 떨리는 산의 눈동자. 그런 산을 보며 믿을 수 없는 듯 멍해지는 송연. 어둡고 텅 빈 도화서 화실 안.두 사람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는 모습,
송연, 믿을 수 없다.
산 ...괜찮은 게냐...상한 덴...없는 것이냐.....
송연 (얼른 무릅꿇으며) 저..하!
산 ...미안하다...송연아..
송연 ..
산 (무릅 꿇은 송연이 손을 잡아 일으키며)
내가 널...너무 늦게 알아봤구나....
송연 .....!!....
산 그때 청국 사신단 접견 때 너인 줄 알았더라면...
그랬다면 이런 고초를 겪게 하지 않았을텐데..
송연 ....!!...
산 ...미안하구나..송연아. 날...용서하거라!
송연, 가슴이 터질 것 같다..눈물이 왈칵 솟아오르는데..
송연 (울먹인다)...아니에요...용서라니..당치 않으세요 저하! 저는.....저는.....
산 (마음 아프다)......송연아
송연 ...다...잊으셨을 줄...알았어요... 당연하다 생각했어요
저하께선 정말...그럴 거라 생각했는데...
산 (눈가가 촉촉해진다) 내가..어찌 잊을 수 있겠느냐?
하루도 그 약속을 잊지 않았다. 하루도...너흴....잊은 적이 없어
송연 ....!!....
송연의 두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그리고..저린 마음으로 그 눈물을 바라보
던 산은 조심스럽게 그런 송연의 눈물을 닦아주는데..
산 울지 말거라 다시 만나지 않았느냐?
그렇게 그리던 동무를...이렇게 다시 만나지 않았더냐?
송연 ..저하...!
송연, 눈물을 흘리며 아련하게 떨리는 눈으로 산을 바라본다.
그리고..그런 송연을 벅차고 따듯한 미소로 바라보는 산의 모습에서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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