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가_돌아왔다2
공심집 정원 (1부 엔딩에 이어)
환한 미소로 손님들과 담소 나누는 공심과 말순을 번갈아보고 소스라치게
놀라는 도경.
순간 공심, 몸을 돌려 도경 쪽으로 시선 보내자 황급히 뒤돌아서는 도경.
도경 (헉!!!) 공심이? 여기가 공심이 집이었어?
안절부절 못하며 자리를 피하는 도경.
공심 집 정원 뒤꼍
접시 든 채로 황급히 오는 도경,
개집에 묶여있던 도사견, 도경을 보자 으르릉 거리며 짖어대기 시작한다.
개 짖는 소리 듣고 공심이 뭔가 싶어 다가온다.
도경, 쭈쭈쭈 하며 달래보지만 도통 안 먹히자, 얼른 접시 위에 담긴 갈비를
던져주고, 도사견, 꼬랑지 내리고 맛있게 먹는데...
개 짖는 소리 멈추자 별일 아닌가 하며 돌아서 가는 공심.
도경, 공심 간 거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 내쉬는데
근처에 지나가던 도우미 매니저(남)를 발견하고
도경 (공심이 들을까봐 낮게) 저기, 매니저님~ 저기요... (손짓으로 부르는)
매니저 (보고) 거기서 뭐해요? (뭔 일인가 싶어서 온다)
도경 (사정하는) 제가 급한 사정이 좀 생겨서 그러는데 그만 가봐야 할 것
같아서요.
매니저 (인상 찌푸리며) 예? (어이없다는 듯) 가뜩이나 일손 모자란 판에 이러시
면 안 되죠.
도경 정말 급한 일이라서요. 매니저님, 죄송한데 제 옷이랑 가방 좀 가져다 주
시면 안 될까요?
매니저 (눈 부라리며) 아줌마! 당장 가서 일 안해요?
도경 (난처한) ...
공심 집 정원
얼굴이 안보이도록 두건 바짝 졸라매고 공심과 말순의 눈을 피해 다니며
테이블에 놓인 접시를 치우는 도경.
공심 아줌마아~
도경 (화들짝 놀라) 네?..... (얼굴 다른 쪽으로 돌리고 마지못해) 네...
공심 (테이블 가리키며) 저기 좀 치워주세요.
도경, 공심이 가리키는 테이블로 얼른 가서 접시 치운다.
공심 테이블 좀 깨끗하게 닦아주세요.
도경 네. (옆 테이블로 자리 옮겨 행주질 하며) 아이고 여기도 드럽네.
고개 숙인 채 테이블 빡빡 밀며 자리 옮기는 도경.
공심, 도경을 한번 쓱 보고는 대수롭지 않게 뒤돌아서 간다.
도경, 휴~ 안심하는데 도경의 맞은편에 앉아있던 맹여사, “공심아, 나 좀 보
자!” 하며 공심을 부른다.
가던 걸음 멈추고 뒤돌아보는 공심 ‘네. 아주머니.’ 하며 걸어오고
급당황한 도경, 얼른 테이블 밑에 들어가 숨는다.
꼼짝달싹 못한 채 테이블보로 가려진 안쪽 공간에 쪼그리고 앉은 도경.
맹여사 (대견해) 아주 효녀네. 엄마 생일잔치도 거하게 차려주고?
공심 제가 외국에 있느라 그동안 못 챙겨드렸잖아요.
테이블 아래의 도경, 공심의 다리와 맹여사의 다리 나란히 바로 눈앞에
보이자 하필이면 여기 앉나싶어 표정 찡그린다.
맹여사 공심아. 어여 좋은 남자 만나서 결혼 해야지?
공심 (의외라) 네?
맹여사 좋은 사람 있는데 한번 만나봐. 재력가에 가문도 좋고 게다가 초혼이래.
공심 (썩 내키지 않은 듯) 그런 분이 왜 아직 결혼을 안했을까요?
맹여사 그게 말야. 머리가 있잖아.
공심 머리가 왜요?
맹여사 속은 꽉꽉 찼는데 겉이 좀 부실하대나 봐.
공심 겉이 부실하다니요?
맹여사 왜 있잖아. 빛나리....
공심 (어이없어) 아~
테이블 아래의 도경, 쿡 하고 웃는.
도경 (마음의 소리) 서른일곱 된 노처녀에 맞는 완벽남이 쉽게 있을라구?
맹여사(E) 어때? 한번 만나볼 꺼지?
공심(E) (썩 안내키는) 글쎄요...
테이블 아래의 도경, 입 삐죽거리며
도경 (마음의 소리) 허참, 지 주제에 머리숱을 따져? 처녀귀신 되기 싫으면
일단 잡고 봐야지.
공심, 한쪽 구두 벗고, 벗은 다리 들어 꼬는데 들린 발이 도경의 바로
코앞에 있다. 도경, 죽을 맛이다.
맹여사(E) 한번 만나나봐. 만나봐야 사람 됨됨이를 알지. 머리카락이야 심으면
되구. 요즘 기술이 좀 좋냐?
공심(E) 뭐하는 사람인데요?
맹여사(E) 강남에 있는 큰 한의원 원장이랜다. 너랑 동갑에다 인물도 아주 훤해
서 여자들이 줄을 섰대. 흠잡을 데가 하나도 없는 자리야.
공심(E) 글쎄요. 그 정도 조건이면 만나보는 건 어렵지 않죠.
도경 (마음의 소리) 근데 언제까지 저러고 앉아 있을 꺼야? 아, 발 저려 죽겠
네. (인상 찌푸린다)
도경, 몸 돌리고 공심과 반대 방향으로 조심조심 오리걸음으로 옮긴다.
그때 공심의 발등 위로 슬금슬금 기어 올라가는 불개미 한 마리.
공심 (불개미가 올라간 발등이 가려운지 신발을 벗고 발로 긁는데 불개미에
게 물려 따끔!) 아얏!
뭔가 싶어 몸 숙여 테이블보 들춰 보는데 그 안에서 등 돌리고 쪼그린 채
오리걸음으로 막 밖으로 빠져나가려던 도경을 발견한다.
공심 (꽥) 거기 뭐예욧?
순간 들켰구나싶어 몸을 벌떡 일으키고 도망치는 도경.
그 바람에 테이블이 기울어지고 몸 숙이고 있던 공심에게 음식물들이 와르
르 쏟아지고, 음식 그릇들 옴팡 뒤집어 쓴 채 비명을 지르는 공심.
공심집 거실
도경의 손을 꼭 잡고 소파에 앉아 있는 말순.
그 맞은편에 공심과 영심이 나란히 앉아 있다.
말순 (눈물 찔끔 닦으며) 시집가서 잘 살고 있는 줄 알았는데... 이게 뭔 일
이래요. 애기씨~
도경 (둘러대며) 친구 대신 오늘만 아르바이트로 한 거예요. 친구가 몸살이
심하게 걸렸대서요.
공심 (픽 웃으며) 그래? 친구 대신 도우미라... 참 눈물 나는 우정이네. 나도
아플 때 대신 대타 좀 부탁 해야겠네. 근데 스트레칭은 되나?
도경 (얄미워 죽겠다)
말순 (공심에게 눈치 주며) 이 눔의 기집애. 말하는 거 하고는... 애기씨. 맘
쓰지 마세요. 저것이 시집을 여즉 못가서...
공심 (버럭) 엄맛!! 여기다 그 말을 왜 갖다 붙여?
도경 야, 엄마한테 말버릇이 그게 뭐니? 노처녀 히스테리도 아니구.
공심 (도경을 쫙 째려본다)
도경 (말순에게) 집이 참 좋으네요.
말순 (그 말에 움찔)
영심 이게 다 울 엄마가...
말순 (당황한 기색으로 말 막으며) 얘가 지금 무슨 쓸데없는 말을 하려고...
(영심에게 그만 하라고 눈짓 하고)
도경 저 그만 가 볼게요.
영실 언니, 벌써 가게요?
도경 식구들 저녁 챙겨야지. (말순 보고) 아줌마 다음에 또 놀러올게요. (일
어 서는데)
말순 애기씨. 잠깐만요!
도경 (말순을 보는)
공심 차 안 (밤)
운전하고 있는 공심. 조수석에 앉은 도경. 뒷좌석에 큼직한 보따리가 여러
개 놓여있다.
두 사람, 서먹한 표정으로 한동안 말이 없다가 공심이 운전석 옆에 놓인
공연 티켓 서너 장을 집어 도경에게 준다.
공심 시간 되면 식구들이랑 공연 보러오든지.
도경 (받고) 피차 또 봐서 뭐하겠니? 봉선이한테는 전할게.
공심 그러든지.
도경 (차분하게) 오늘 일은 니 기억 속에서 지워줬음 해.
공심 왜? 내가 누구한테 말할까봐 겁나나보지?
도경 (발끈) 겁나다니? 내가 무슨 불법행위라도 했니 겁나게?
공심 근데 왜?
도경 썩 유쾌한 기억이 아니잖아. 음식물 옴팡 뒤집어쓴 너도 마찬가질 테구.
공심 선배한텐 불쾌한 기억으로는 남을지 모르지만 나한텐 하하 호호 웃으면
서 꺼내볼 즐거운 추억이 될 거 같은데?
도경 야, 차 세워!
공심 까칠하기는. 오늘 일 딴 사람한텐 말 안할 테니까 걱정 마셔.
도경 다 왔으니까 그만 세우라구.
공심, 차 끽 세운다.
봉선 원룸 앞 (밤)
공심의 차에서 내려 뒷좌석 문 열고 큼직한 보자기에 싼 것들을 꺼내
땅바닥에 내려놓는 도경.
공심, 운전석에 앉은 채 몸 돌려서 보고 있다.
도경 (짐 내리며) 웬만하면 선 봐라. 2세를 생각해야지. 지금도 노산인데...
공심 (발끈) 방금 뭐라 그랬어?
도경 그니까 처녀귀신 되기 싫음 대머리든 문어대가리든 까다롭게 굴지 말고
시집 가라구.
공심 (어이없는) 뭐?
얼른 짐들 다 내리고 차 문 쾅 닫는 도경.
공심 뭐 저딴 게 다 있어? 여기까지 태워다줬는데 고마워는 못할망정...
도끼눈을 뜨고 보면, 도경이 생글생글 웃으며 손을 흔들고 서 있다.
공심 (기도 안차서) 에이, 내가 상대를 말아야지.
공심의 차, 부웅~하고 급하게 출발한다.
봉선 원룸
보따리 여러 개가 일각에 놓여있고 봉선과 마주앉아 신세 한탄하는 도경.
도경 속상해서 증말... 첫 알바자리가 하필이면 공심이 집이었대니?
봉선 그러게. 우연치곤 참...
도경 간신히 구한 알바자린데 첫날부터 짤렸으니... 허무해서 원~
봉선 그러게 탁자 속엔 왜 들어가?
도경 그럼 어떡해? 공심이한테 딱 걸릴 판이었는데.
봉선 하긴 그때 그 심정에 하수구 구멍이라도 들어갔겠다. (일각에 놓인 보
따리들 보며) 근데 이게 다 뭐야?
도경 아줌마가 싸서 챙겨주는데 안 받아올 수도 없고.. 공심이랑 영심이 앞에
서 이것들 땜에 더 비참했어. 내가 꼭 거지 된 거 같더라.
봉선 (열어보고) 어머, 이거 자연산 전복 아냐? (다른 보따리 풀어보고) 어머
이건 한우 갈비짝이네.
도경 (심드렁하게 보고)
봉선, 보따리들 푸는데 굴비세트, 홍삼세트, 전복세트 등 고급음식물들이
바리바리 나온다.
봉선 이 비싼 걸 다... 그 집은 어떻게 그렇게 부자가 됐대니?
도경 그러게. 공심이 아줌마 완전 귀부인 됐더라니깐.
봉선 (부러운) 사람 팔자가 그렇게 바뀔 수도 있구나. 대체 뭘 해서 돈을 벌
었을까?
도경 (한숨 푹~ 내쉬는) 나 사는 처지 다 알았을 테구... 속상해서 증말!
봉선 (티켓 봉투 열어보며) 이건 뭐야?
도경 공연 티켓이래. 너나 가서 봐.
봉선 무슨 소리? 선남일 생각해. 공심이 손에 선남이 장래가 걸려있는데...
도경 (착잡한) ...
(E) 발레 공연 음악
문화의 전당 공연장 (다른 날)
공연장 중앙에 ‘오성 발레단 정기 공연’ 플래카드 붙여져 있다.
무대 위에선 발레단의 파격적인 모던 발레 공연이 한창이다.
봉선과 나란히 앉아 공연을 관람하는 도경.
공연 내내 감회가 밀려오는 표정으로 집중해서 보는...
공연이 끝나고 막이 내려가는 내내 관중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 이어진다.
도경도 동화되어 상기된 표정으로 박수를 치고...
막이 내렸다 다시 올라가면 공연에 참가한 발레단원들 무대 위에 일렬로
서서 객석을 향해 인사한다.
곧이어 드레스 차림의 공심, 무대 중앙으로 걸어 나와서 우아하게 인사한다.
공심 보자 떨떠름한 표정으로 바뀌는 도경, 성의 없이 박수를 치는데...
봉선 (도경 툭 치며) 야, 공심이 쟤 무대 위에 서니깐 완전 멋있다~
도경 (쓰게 입맛 다시는)
공연장 로비
리셉션 음식들 차려져 있고, 축하 꽃바구니와 화환들 쭉 세워져 있다.
공심, 샴페인 잔 들고 손님들에게 인사하고 있고,
도경, 봉선에 이끌려 공심에게 다가가는데.
도경 (떨떠름한) 공연 잘 봤다.
공심 (우아하게) 땡큐~
봉선 (부러운) 공심아, 너 드레스 입고 이러고 있으니까 무슨 공주님 같다.
공심 (기분 좋다) 어머, 언니는~
프랑스인, 반갑게 손 흔들며 다가와 “브라보! 쎄떼 빠뻬” 하면,
공심 “멜시 보꾸” 하면서, 담소 나누는데...
도경 (눈꼴시어서) 가자.
봉선 (잡으며) 야, 공심이한테 저녁 같이 먹자고 했어. 기다려.
도경 넌 왜 시키지 않은 일을 해?
봉선 이게 다 우리 선남이 위한 일이야. 넌 나 하자는 대로 따라만 와.
도경 (내키지 않는)
직원들(E) 나작가님 축하해요!
출판사 사무실
직원들 주위에 둘러서 있고, 상기와 마주 선 봉희.
싱글벙글 웃음이 입가에 걸려 터질 것 같다.
봉희 (상기에게) 정말 다음 달에 내 소설 출판하는 거야?
상기 그럼. 다음 주에 우리 회사에 투자금 들어오는 대로 진행시킬 거야.
맨 날 남의 자서전 대필만 해서 되겠어?
봉희 (꾸벅 인사하며) 아이고 상기야. 아니 사장님~ 이 은혜 백골난망입니다 요.
상기 (웃으며) 내가 뭐 혼자 결정한 건가? 직원들이랑 상의해서 진행하는 건 데...
봉희 (찡해서) 고마워 정말.
사원1 말로만요? 그런 의미에서 한턱 쏘셔야 하는 거 아니예요?
봉희 (기분 업 되서) 그럼 쏴야지. 자 모두 나가자구. 내가 오늘 화끈하게 쏠 테니까!
프렌치 레스토랑 안
내키지 않는 듯한 표정의 도경, 공심, 봉선과 테이블에 앉아 있고,
웨이터 와서 메뉴판 주자, 도경, 받아서 보는데 가격 보고 놀란 표정이다.
공심 (웨이터에게) 트리플 소스를 곁들인 퓔레미뇽에 슾은 스푸아 르와뇽... 디저트는 소르베로 주세요.
봉선 (공심을 존경의 눈빛으로 보며) 나두 같은 걸루. (하는데)
도경 (봉선을 쿡 찌르고) 우리 다이어트 해. 그냥 커피 (하는데)
봉선 내가 언제?
공심 (픽 웃고) 살 많이 안찌는 걸루 내가 시켜줄게. 참, 도경선배 연어 좋
아했었지? (웨이터에게) 연어 스테이크 되죠?
웨이터 네.
공심 두 사람은 그걸로 주세요. 슾과 디저트는 같은 걸로 주시구요.
웨이터 네. (주문 받아 적고 간다)
봉선 (실내 둘러보며) 여기 너무 괜찮다.
도경 (쓰린 표정 지으며 마음의 소리) 야 이 기집애야. 돈이 얼만데...
(시간경과)
식사 중인 먹는 세 사람.
공심 (우아하게 와인 한 모금 마시며) 봉선언니, 오늘 공연 괜찮았어?
봉선 (오버해서) 그럼! 감동의 물결 그 자체더라. 내 옆에 앉은 외국인들이
빤따스틱하다고 환호성이 대단했어.
공심 호호호... 어우 봉선언니, (혀 굴리며) 환타스틱~
봉선 그래. 환타스틱~ 한마디로 끝내줬어!
도경 (입 삐죽하며 불만스럽게 포크로 야채 집어먹는)
공심 도경선밴 공연이 맘에 안 들었나 봐.
도경 (표정 관리하고) 아니야. 좋았어.
봉선 (연어스테이크 크게 잘라서 먹고) 이야.. 입에서 살살 녹네.
도경 (봉선에게 선남이 얘기하라고 눈짓으로 신호 보낸다)
봉선 (알아채고) 저기 공심아.
공심 ...?
봉선 우리 선남이 좀 부탁하자.
공심 (모른 척) 선남이?
봉선 니네 아카데미에 오디션 봤거든.
공심 (불쾌한) 이 자리가 그런 자리였어?
도경 ... (시선 돌리고)
봉선 선후배 좋다는 게 뭐냐? 니가 우리 선남이 좀 밀어줘라.
공심 (쌀쌀맞게) 실력 있음 붙겠지 뭐.
도경 (기분 팍 상하고)
봉선 야아... 그러지 말고 니가 신경 좀 써줘라. 우리 집 장손이야. 응?
공심 (냅킨으로 입 닦고) 잘 먹었어. (일어서는데)
봉선 (공심 잡으며) 야아.. 모처럼 만났는데... 벌써 가니? 야 2차 가자.
공심 (도경을 보며) 2차는 무슨... (일어서서 가는)
봉선 아니지! 이렇게 헤어지면 아쉬워서 안 되지.. 공심아! (부르며 가는)
도경도 계산서 집어 들고 보면, 비싼 가격 보며 울상이 되는데.
단란주점 룸 안
여자도우미, 중앙에 서서 노래 부르고 있다.
상기와 출판사 직원들, 여자 도우미들과 함께 자리에 앉아 흥겹게 박수치며
술 마시고 있다.
서서 폭탄주 만들어 일행들에게 술잔 돌리고 있는 봉희.
봉희 자, 오늘 내가 쏘는 거니까 코가 삐뚤어지게 마셔 보자구!
상기 근데 제수씨 허락 안 받고 팍팍 써도 되는 거야?
봉희 (침 튀기며) 당근이지! 내가 사고를 좀 많이 쳤어? 근데 내가 무슨 짓을
저질러도 우리 집사람 저한테 찍소리도 못 하잖아.
일동 (호기심어린 눈길로 보는)
봉희 (오버해서) 왜? 내가 밤에 끝내주니까!
상기와 일행들, 낄낄 거리며 웃는다.
봉희, 핸드폰 진동에 몸 비틀며 꺼내 발신자 확인하면 액정화면에 <내여
자> 라고 찍혀있다.
일행들에게 조용히 하라고 싸인 보내는 봉희.
음악 멈추고 일제히 스톱 모션.
봉희 어... 여보. (심각한 표정으로) 동진이 알지? 그 친구 아버님이 갑자기
돌아가셨어.... (일행들에게 손짓하고)
봉희의 신호에 일행들 아이고아이고... 곡소리 낸다.
봉희 (울컥해서 우는 척) 흑... 나한테 정말 잘해주셨는데... (차분하게) 어, 그 래. 잘 놀다 조심해서 들어가.
핸드폰에 입술을 대고 기분 좋게 쪽~하고 폴더 닫는다.
봉희 휴... 해냈다. (손 올려 싸인 보내며) 풍악을 울려라!
단란주점 복도
공심 일행들 웨이터의 안내를 받으며 봉희가 있는 룸을 지나쳐 걸어간다.
단란주점 다른 룸 안
럭셔리한 인테리어 둘러보며 어리둥절해하는 도경.
봉선 (노래책 넘기며) 공심아, 뭐 부를래?
공심 음... 그거 있으려나? 똥 브라네쥬...
봉선 (노래책 넘기며) 있지 있지... (책 넘기다 멈추고) 뭐, 돈 벌어다쥬?
공심 (기가 차서 웃는)
봉선 (의아해서 도경 보자)
도경 으이그, 샹송이야 샹송.
봉선 아는 니가 찾아. (노래책을 도경에게 민다)
도경이 리모컨으로 기계에 선곡한 번호 입력해주자 전주 흘러나오고
공심, 일어서 마이크 잡고 중앙으로 나간다.
봉선 (탬버린 들고 도경에게 눈짓하며) 나가자. 얼른.
도경 (입 삐죽하며 탬버린 들고 일어서 나간다)
우아하게 노래를 부르며 섹시하게 몸을 살짝 살짝 흔드는 공심.
봉선 감정 잡고 오버해서 사지를 비틀며 탬버린 흔들고
성의 없이 한 번씩 리듬에 맞춰 탬버린 흔들어 주는 도경.
곡 끝나자 봉선이 오버해서 앵콜~ 요청하고,
미소 지으며 마이크를 봉선에게 건네는 공심.
봉선 기다렸다는 듯이 신나는 댄스곡 틀고 신나게 몸을 흔들기 시작하자
도경, 탬버린 흔들며 호응해 주는데...
봉선, 도경을 끌어당기고, 두 사람 호흡 맞춰 막춤을 춘다.
공심, 자리에 앉아 둘이 노는 거 보며 즐겁게 웃는다.
노래 끝나면 땀에 흠뻑 젖은 도경.
봉선이가 기분 업 되서 혼자 앵콜~ 하는데
도경, 힘에 부치는지 땀 닦으며 나간다.
단란주점 복도
도경 (룸에서 문 열고 나오며) 억지로 놀아주려는 것도 할 짓이 아니네.
화장실로 몇 발자국 걸어가려는데
봉희(E) (‘무조건’ 개사해서 부르는) 무조건, 무조건이야~ 짜짜라~ 짜라짜라~
짠짠짠~
어디서 많이 듣는 목소리다 싶어 딱 멈춰서는 도경.
단란주점 룸
넥타이를 머리에 두르고 도우미 옆에 끼고 신나게 노래 부르는 봉희.
봉희 자서전이 필요하면 나를 불러줘~ 언제라도 달려갈게~
회장님도 좋아~ 의원님도 좋아~ 박사님도, 사모님도~
그때 문 벌컥 열고 들어서는 도경.
봉희, 의식 못하고 문과 반대방향으로 몸 돌린 채 몰입해 감정 넣고 노래
부르는 중이다.
일행들, 도경 보자 깜짝 놀라 순간 경직되고
상기, 후다닥 테이블 아래로 몸을 숨기는데.
도경, 돌겠다는 표정으로 보다가 봉희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봉희 등
뒤에서 머리에 두른 넥타이를 잡아끈다.
봉희 (눈 뜨고) 아야! 뭐야? (뒤돌아보면)
도경 (도끼눈을 뜨고) 뭐? 상가집? 여기가 상가집이야?
봉희 (놀라서) 여... 여보 그게 아니라...
도경 (봉희의 넥타이 끈 잡아끌고 나가며) 나가서 얘기해. 상가집 좋아하시
네. 그래, 오늘이 당신 초상날 일 줄 알어!
봉희 (질질 끌려가면서 겁에 잔뜩 질려서) 여보 여기서 얘기하자. 제발...
이때, 넥타이 끈 머리위로 벗겨지자 봉희, 밖으로 잽싸게 줄행랑친다.
도경 야, 나봉희! 거기 안서?? (잡으러 뛰어간다)
단란주점 복도
도경을 피해 도망치다가 다른 룸 안에서 노래 부르고 있는 봉선을 발견하
고 후다닥 룸 안으로 들어가는 봉희.
단란주점 다른 룸
봉선, 신나는 댄스곡 부르고 있다.
봉희, 문 열고 뛰어 들어와 봉선 뒤에 숨으며
봉희 누나 나 좀 살려 줘.
봉선 (놀라) 니가 여기 웬일이야? (도경이 헉헉거리며 뛰어오는 것을 보고)
으이그 너 또 사고 쳤냐?
봉희 (봉선 뒤로 몸을 바짝 숨기며) 누나, 나 무서워 죽을 것 같애. 어떻게
좀 해줘라. 제발.
봉선 무조건 빌어. 무조건.
도경 (바로 앞까지 와서 주위 의식하며 호흡 가다듬고) 당신 나랑 얘기 좀
해.
봉희 (바로 무릎을 꿇고 앉아 두 손을 싹싹 빌며) 여보 내가 잘못했어.
다신 안 그럴게. 한번만 살려줘... 한번만...
자리에 앉은 채 그 광경 보고 있던 공심, 어이없다는 표정이다.
도경, 쪽팔려 죽겠다.
단란주점 입구 (밤)
도경, 봉희 허리춤을 꽉 잡은 채 질질 끌고 나온다.
도경 내가 쪽팔려서 증말!
봉희 (버팅기며) 여보, 이거 좀 놓고 얘기해.
도경 (허리춤 잡은 채로 멈춰 서서 쫙 째려본다)
봉희 (애처롭게) 바지가 (똥꼬에...) 꼈어.
종업원 (따라 나와) 손님. 계산하고 가셔야죠. (계산서 내민다)
봉희 (모기만한 소리로) 얼마예요?
도경 (따져 물으며) 당신이 왜 계산을 해?
봉희 상기가 내가 쓴 소설도 출판해 주겠대서...
도경 그럼 계약금은?
봉희 아직... 담 주에 출판사 투자 받으면 준댔어. (도경 눈치 보며 지갑 꺼내
는데)
도경 (열 받아 지갑 확 뺏으며) 계약금도 안 받았는데 한턱 쏠 일이야?
몸으로 때워!! (쌩하니 나간다)
봉희 여보 같이 가. (따라 나가려는데)
입구에 서 있던 덩치들, "계산은 하셔야지" 하면서 봉희 붙잡는다.
봉희, 나가려다가 붙잡혀 애처롭게 “여보” “여보”를 부른다.
못들은 척 두 눈 질끈 감고 그냥 나가려다 에이~하며 뒤돌아서는 도경.
단란주점 밖 (밤)
봉희, 폭발직전인 도경의 눈치 살피며 뒤따라오고 있다.
도경 (꽥) 집에 들어 올 생각하지 마. 꼴도 보기 싫으니까!
씩씩거리며 걸어가는 도경을 난감한 표정으로 보고 선 봉희.
봉희(E) (노래) 누난 내 여자니까~ 누난 내 여자니까~~
도경 집 대문 앞 (밤)
악을 쓰며 노래를 부르고 있는 봉희
봉희 한번만 용서해 줘라. 여보! 차도경씨! 누나! 미안해!!
(애걸복걸) 여보. 잘못했어. 선남엄마!
봉희, 대문 두들기려다 말고 불쌍한 표정으로 대문 앞에 쪼그리고 앉는다.
쎄뇨르박, 골목에서 콧노래 부르며 걸어오다가 대문 앞에서 쪼그리고
앉아있는 봉희 발견하고 움찔 뒤로 물러선다.
쎄뇨르 (조심스럽게) 누구세요?
봉희 (고개 들고 힘 빠져서) 나... 봉흽니다.
도경 집 안방 (밤)
도경 화장대 앞에 앉아 화장 지우는 중이다.
도경 으휴, 저런 인간을 남편이라고 믿고 살아야하니~ 저렇게 남한테 퍼주기 만하니 맨 날 요 모양 요 꼴이지.
봉희, 조심조심 방문 열고 들어온다.
도경, 찍 째려보는.
봉희 여보 미안~
도경 당신 대체 생각이 있는 사람이야? 없는 사람이야?
봉희 (미안해 죽겠다) 요새 다들 어렵잖아. 직원들 사기진작 차원으로...
도경 당신이 왜 직원들 사기진작을 시켜? 당신이 사장이야? 누구는 자존심
구겨가며 비위 맞추고 다니는데, 누구는 폼 잡고 돈 쓰고 다녀?
봉희 .... (면목 없다)
도경 그 술값이면 선웅이 석달치 학원비야.
봉희 ... (할 말 없다)
도경 꼴도 보기 싫으니까 나가.
봉희 여, 여보~ 왜 그래? 이 시간에 어딜 나가라구?
도경 당장 안 나가?
봉희 (열 받고) 나가라면 못 나갈 줄 알구?
도경 (째려보는)
봉희 나 진짜 나간다.
도경 (등 떠밀며) 나가. 나가. 나가서 절대로 들어오지 마.
봉희 (떠밀려 나가며 황당한) 어 어 어...
마당 (밤)
봉희, 나와서 도경방 쳐다보며 황당한 표정으로 씩씩대는,
봉희 남자 체면에 한잔 샀기로서니 이거 너무 심하잖아? 하필이면 거기서 딱 걸릴게 뭐냐구... 우씨..
옥탑방
세련되게 인테리어 된 원룸식 옥탑방.
세뇨르박, 촛불에 꽃까지 놓인 식탁에서 손수 만든 카나페 접시 내려놓고,
와인을 따서 향기를 음미하고 한 모금 마시고 입안에 굴리는데...
봉희 (문 벌컥 열며) 뭐하십니까? 형님!
세뇨르 (놀라서 와인 목에 걸려 캑캑거리는데)
봉희 (쑥 들어와 손으로 카나페 집어먹으며) 아니 이걸 직접 만드셨습니까?
디게 맛있네, 이거. (쩝쩝거리며 또 집어먹는데)
세뇨르 (당황스러운) 나작가님이 무슨 일로?
봉희 (능글맞게 웃으며) 일은 무슨 일~ 형님 보고 싶어서 왔지요.
세뇨르 근데 형님이라니요...
봉희 저보다 연배가 높으신 것 같은데 앞으로 형님으로 깍듯하게 모시겠습니
다.
세뇨르 아니 연배라니요? 그쪽은 나이가 얼마나...
봉희 에이, 한참 어려요. 형님~
세뇨르 (그런가 싶은)
(시간경과)
봉희 (꽤 취해서 손으로 하나 남은 카나페 집어먹으며) 형님, 레스토랑
하나 차려도 되겠습니다요. 안주 더 없어요?
세뇨르 나작가, 많이 취한 거 같은데 그만 내려가지. (일어서는)
봉희 (꿈쩍 않는) 에이.. 그러시지 말고 한잔 더!
세뇨르 그만 내려가래두. 자야할 시간이네.
봉희 흐흐.. 실은.... 마누라가 나가래서.... 형님! 오늘밤만 어떻게 안 될
까요?
세뇨르 (싫은) 내가 잠자리가 좀 예민한 사람이라서...
도경집 안방
자다가 옆자리 허전해 일어나 앉는 도경.
도경 나가랜다구 진짜 나가? 이 인간 들어오기만 해 봐. (벼르는)
옥탑방 안
세뇨르박이 코골고 이갈고 몸부림치자 괴로워 귀 막고 몸 뒤척이는 봉희.
잠시 후 조용해져서 눈 빼꼼 뜨고 돌아보면 죽부인 끌어안은 채 헛소리
잠꼬대로... "쎄뇨라~ 원 투 차차차~" 하다가 커커컥 숨 넘어 가는 무호흡
증까지.
“내가 미쳐...” 하면서 이불 들고 나가는 봉희.
옥탑방 마당 (다음 날)
평상 위에 누워 이불 돌돌 만 채로 잠들어있는 봉희.
세뇨르박, 앉은 채 화분에 심은 야채들에 붙는 벌레를 파리채로 쫓고 있다.
도경, 이불 말아들고 계단을 올라오자,
세뇨르박, 평상으로 가서 손 뒤로해서 이불로 봉희 얼굴을 가린다.
도경 (세뇨르박 보자) 일찍 일어나셨네요. 날씨가 참 좋죠?
세뇨르 (말 더듬거리며) 어.. 어쩐 일로..
도경, 세뇨르박의 행동이 이상하다싶어 보면 평상 위 이불 끝에 봉희 발 삐
죽 나와 있는 거 보인다.
도경 (시치미 뚝 떼고 미소 지으며) 날씨가 좋아서 이불 좀 말리려고요.
이 집 이불도 좀 말려야겠는데요.
세뇨르박,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데
도경, 이불을 확 재끼자 그대로 땅바닥에 내팽개쳐지는 봉희.
봉희 아야!! (그제서야 잠에서 깬) 뭐야?
위로 올려다보면 도경이 팔짱 끼고 무서운 얼굴로 봉희를 내려다보고 있다.
기겁하는 봉희, 얼른 세뇨르박 뒤에 숨는데
세뇨르박, 도경에게 공손하게 두 손으로 파리채를 내민다.
도경 (파리채로 받아들고 때리며) 정신 차리고 돈 벌어올 생각은 안하고 여
기서 이러구 자고 있어? 인간아, 언제 철들래? 응? (마구 때리는)
봉희 (도망치며) 아야! 내가 파리야? 파리채로 때리게?
도경 그래. 이 파리만도 못한 인간아!
봉희, 도망가고 도경, 파리채 내려치며 봉희 잡으러 쫓아다닌다.
평상 주위를 돌다가 뻘쭘하게 보고 선 세뇨르박에게 ‘형님, 헬프 미~’ 하며
도경을 팍 밀고 도경, 봉희에게 떠밀려 파리채 든 채로 세뇨르박 앞에 서
는데 순간 세뇨르박, 파리채 든 도경에게 맞을까봐 눈을 질끈 감는다.
파리채 든 채로 뚝 멈추는 도경, 그 사이에 봉희 후다닥 계단을 내려간다.
국밥집
초췌한 상기와 국밥 먹는 봉희.
봉희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하늘같은 남편을 파리채로 때려? 내가 마누라 등쌀에 살 수가 없다.
상기 어제 일로 니 마누라한테 나 완전히 찍힌 거 아냐?
봉희 어제는 무슨... 벌써 찍혔지.
상기 이 자식이.. (문뜩) 참, 너 발레리나 마샤장과 잘 아는 사이랬지? 정말
잘 알아?
봉희 잘 아는 정도가 아니라 걔가 어릴 때부터 대학 때까지 나를 쫓아다녔잖
아. 걔가 나 땜에 하마터면 (하다가) 근데, 왜?
상기 이번에 투자 들어오면 마샤장 책 한번 내보자.
봉희 ...?
상기 마샤장, 거쳐 간 남자만 수 십명이랜다~
봉희 (놀라서) 설마... 공심이 그런 애 아니야~
상기 (순진하긴) 인마, 돈 한 푼 없는 여자가 외국 가서 성공했다는 건 로또 아니면 남자야. 늙은 백작 첩이었다가 그 늙은이 죽으니까 그 아들하고 살았다는 얘기도 있어.
봉희 (헉!!) 설마... (죄책감이 든다. 괴로운 듯 쭉 원 샷 하는데) ...
상기 이거 완전 대박감이라니까. 첫사랑에 상처 받은 한 여자가 한발 한발
성공을 위해 수많은 남자들을 거치며 일어서는 한 여자의 운명 스토~ 리!!
봉희 (안주도 없이 연거푸 원 샷 하는. 괴로운) 크흑...
상기 드디어 오성 발레단 단장으로 화려하게 돌아오다! 마샤장 책 내서 대박
치는 거야. (봉희에게) 나 좀 살려줘라. 봉희야. 응?
봉희 (난처한) 마누라가 절대 만나지 말라고 했는데...
문화의 전당 전경 (다른 날)
이사장실 복도
공심이 진섭과 함께 걸어온다.
공심 새로 온 이사장님 어디 출신이래요?
진섭 하버드 예술 행정 박사에 재단을 설립한 오성그룹 회장 손자래요.
오자마자 단장님부터 보자시는 거 보면 발레단에 관심이 많나 봐요.
공심 젊은데다 재력가라면 생각하는 폭도 넓겠지? 어떻게든 설득해서 예
산을 확보해 보자구요.
진섭 (이사장실 문 열어주며) 단장님 파이팅!
공심 (호흡 한번 가다듬고 들어간다)
비서(E) 마샤 단장님 오셨습니다.
이사장실 안
비서 문 열어주자 공심. 들어가는데..
현우(34세), 의자 돌린 채 다리 창가에 길게 쭉 뻗어 걸친 채로
비스듬하게 앉아있다.
현우 (등 돌린 채로 앉아있는)
공심 처음 뵙겠습니다. 발레단을 맡고 있는 마샤장이예요.
현우 (등 돌린 채로) 압니다.
공심 (황당한) 저... 아카데미 건으로 상의 드릴게 있는데...
현우 (등 돌린 채로) 말씀하세요.
공심 네? (뭐 이런 무례한 사람이 다 있나싶은)
현우 듣고 있으니 말씀하세요.
공심 ... (마음의 소리) 뭐야? 지금 사람 등에다 대고 말을 하라는 거야?
공심 발레단 부설 발레아카데미에 대한 예산 집행이 보류돼서 어려움이 많습
니다.
현우 (손톱 만지며 건성으로) 아카데미라...
공심 (소신에 찬) 네. 우리나라에선 돈이 없으면 발레를 할 수 없습니다. 정
말 재능 있는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펼치기도 전에 포기하는 게 안타깝 습니다. 그런 아이들을 선발해서 세계무대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제대로
교육시켜 보고 싶습니다.
현우 (거드름 피우 듯 한 말투로) 전임 이사장님과 트러블이 있었다고 하던
데...
공심 (마음의 소리) 그 인간이 엄청 씹어댔나 보네. 가재는 게 편이라지, 흥!
공심 (차갑게) 제가 아무래도 발레단을 잘못 맡은 거 같군요. (돌아서 나가려
고 문 손잡이를 잡는데)
현우 (다정하게) 마샤!
공심 (그 소리에 멈춰 뒤돌아보는)
의자 빙그르 돌리는 현우, 공심을 향해 활짝 웃는다.
공심, 그런 현우를 보더니 화들짝 놀란다.
공심 현우씨!!
현우 (자리에서 일어나) 그동안 잘 지냈어요? (환하게 웃으며 악수 청하는)
공심 어쩜 놀랐잖아요? (반갑게 악수한다)
현우 어서 앉으세요.
공심 네. (소파에 앉는다)
현우 (마주 앉으며) 전임 이사장님께 얘기 들었어요. 프랑스에서 스카웃해
온 발레단 단장이 아주 까칠하다던데...
공심 어머머, 그분 정말 너무 하시네. 사람 불러놓고 목석을 만들려는지 결정
권도 제대로 안주시고... 그 분이 더 까칠하면서...
현우 하하하... 삼촌이 좀 막무가내시죠?
공심 (앗) 삼촌?
현우 (빙긋 웃는)
공심 그럼 혹시 현우씨, 아니 이사장님께서 저를 추천하셨어요?
현우 마샤 장의 명성이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아서, 제가 유럽 쪽 사정을
좀 전했죠. 인재를 모셔가라구요.
공심 그랬군요. 첨에 발레단장 제의 받고 놀랐었거든요.
현우 발목 부상으로 무대를 떠나시는 게 아닌가 걱정했는데, 안무가로 재기
하셔서 기뻤어요.
공심 (현우의 관심에 감격하는) 현우씨 덕분인 줄도 모르고... 정말 감사해요.
현우 갑자기 불려 들어와서 정신이 없어요. 앞으로 많이 도와주세요.
공심 (좋아서 입이 귀에 걸리며) 저야말로 잘 부탁 드려요.
문화의 전당 복도
공심, 얼굴이 발그레해져서 걸어온다.
공심 (마음의 소리) 어쩐지 귀티가 좔좔 흐른다 했어. 현우씬 돈 많은 재벌 집 아들이면서 어쩜 그렇게 겸손하고, 소박할까? 딱~ 내 스타일이야!
실실 웃다가 주위 의식하고 다시 고개 들고 도도하게 걸어가는.
도경집 선남방 안
컴퓨터 앞에 앉아 인터넷 하는 도경, 그 옆에 서서 보는 봉선.
오성 발레 아카데미 제1회 오디션 합격자 명단 C.U.
명단 쭉 내려가는데 선남 이름 안보이고
예비합격자 명단 맨 위에 ‘나선남’ 이름이 쓰여 있다.
도경 (하얗게 질린 채로) 예비 합격자?
봉선 이게 뭐야? 붙었다는 거야 떨어졌다는 거야?
도경 (벌떡 일어나며) 공심이 이 기집애가 애를 가지고 장난하는 거야? (분
해서 뛰쳐나가는데)
봉선 야아.. 어디 가?
발레단 복도
도경 씩씩거리며 걸어가고 있다.
도경 내 이 기집애를 그냥? (단장실로 가는)
발레단 단장실
문 벌컥 열고 들어서는 도경.
도경 야! 장콩심이~!!!
공심 (앉은 채로 차갑게 도경을 보며) 선배가 여긴 무슨 일로?
도경 (노려보며) 붙여주긴 싫고, 떨어뜨리자니 찜찜하디?
공심 (차분하게) 실력대로 뽑은 공정한 심사 결과야.
도경 공정은 개뿔...
공심 왜 아는 안면이라고 내가 다른 애 떨어뜨리고 선배 아들 붙여 주길 바
랬어?
도경 (기 막혀 헛웃음 나오는) ....
공심 예비합격자로 올려준 것만도 고마운 줄 알어. 선배.
도경 (열 받아서) 예비합격자에 이름 올려달라고 내가 그 비싼 프랑스 식당
가서 밥 사 먹인 줄 알아?
공심 어머, 그게 뇌물 이었어? 그럼 더더욱 합격시키면 안 되는 거였네.
도경 (열불 나서) 야! 여기 아니면 우리 아들 발레 못시킬 줄 알아? 나쁜 기
집애. (문 쾅 닫고 나간다)
공심 (태연하게 보는)
문화의 전당 앞
씩씩거리며 걸어 나오는 도경.
도경 지가 누구 덕에 발레를 했는데, 어디 두고 봐! (분해서 이를 악무는)
봉희 차 안
양복입고 운전하는 봉희. 조수석에 장미꽃다발이 놓여있다.
봉희 (연기하듯 목소리 깔고) 공심아, 내 부탁 좀 들어주겠니? .... (목소리 톤
바꿔 완곡하게) 공심아, 니 책 내가 출판하게 해주라. 우리의 옛정을 생
각해서 딱 한번만 응? (갸우뚱하며) 아, 이것도 아닌데~ (걱정되는) 아
씨.. 공심이가 문전박대 하면 어떡하지? (각오하듯) 그래 까짓 꺼 일단
들이닥치고 보는 거야. (귀엽게) 공심아! 내 부탁 들어줄 껴 말 껴? 안
들어주면 바닥에 나 드러눕는다?
발레단 로비 + 엘리베이터 앞
현관에서 들어오는 봉희.
봉희 (둘러보며 규모에 놀라) 와~ 엄청 나네. (엘리베이터로 가서 선다)
엘리베이터 열리자 그 안에 공심이 있다.
공심, 도도한 자태로 봉희 못보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데...
봉희 (반가워서) 공심아!
공심 (놀라는) 어머, 봉희야. 니가 여긴 웬일이야?
봉희 (꽃다발 주고 웃으며) 너 만나러 왔지.
공심 (꽃다발 받지만 내키지 않는) 얘는.. 연락도 안하구 갑자기 오면 어떡
해? 나 지금 나가봐야 해.
봉희 삼십분이면 돼. 아니 이십분..
공심 (시계 보는) ...?
봉희 십 분만 내줘. 아니 딱 오 분만이라도...
공심 알았어. 딱 십 분만이야.
공심, 좋아라하는 봉희와 엘리베이터에 탄다.
엘리베이터 안
엘리베이터 문 닫히고 나란히 선 공심과 봉희,
동시에 층수 버튼 누르려다 손가락이 부딪치자 얼른 손 치우는 봉희,
당당한 표정으로 고개 빳빳이 들고 있는 공심과는 달리 눈길을
어디다 둘지 몰라 눈만 껌뻑 껌뻑거리는 봉희.
엘리베이터 안 (봉희의 상상)
봉희, 멋쩍게 서 있는데 봉희 귀에 들리는 공심의 숨소리 점점 거칠어지고 순간 다가오는 공심의 손. 봉희의 가슴을 더듬는다.
공심 (섹시하게) 너 지금 떨고 있니?
봉희 (바들바들 떨며) 어... 떨려...
공심, 꽃다발 봉희 뒤로 던지고 봉희의 넥타이를 잡고 서서히 당긴다.
봉희 놀라서 어어어... 하며 뒤로 물러서는 봉희.
공심 (소름끼치게 씩 웃으며) 이 순간만을 기다려왔어.
봉희 (엘리베이터 벽에 등 붙인 상태에서) 이.. 이러지마...
공심, 섹시한 표정으로 넥타이를 서서히 자기 쪽으로 당기는데
봉희 긴장된 표정으로 이끌려간다.
공심, 넥타이 아래 부분을 당기자 넥타이가 봉희의 목을 점점 조이는데
숨이 막혀서 말도 못하고 얼굴이 점점 홍당무처럼 붉어지는 봉희.
잔인한 표정으로 봉희의 목을 서서히 죄는 공심.
공심 (차갑게) 넌 죽어야 해.
봉희, 눈알 튀어나올 듯하고 숨 막혀 죽기 일보직전이다.
공심(E) 봉희야!
엘리베이터 안 (현실)
그 소리에 순간 몸을 움츠리고 두 팔 들어 방어자세 취하는 봉희.
엘리베이터 문 열리고
공심 다 왔어. 내려.
공심, 꽃다발 든 채 도도하게 앞만 보고 먼저 내린다.
정신이 들자 안도의 한숨 내쉬고는 따라 내리는 봉희.
발레단 단장실
공심의 뒤를 따라서 쭈삣쭈삣 들어오는 봉희.
공심 (소파에 앉고) 앉어. 설마 선남이 부탁 때문은 아니겠지?
봉희 (선남이 오디션 결과 나온 거 모르고) 나, 이래뵈도 공과 사 구분할 줄
아는 놈이다.
공심 그렇담 다행이네.
봉희 (단장실 둘러보며) 장공심. 니가 이렇게 멋지게 성공할 줄이야.
공심 (받아치는) 그러게 배신을 왜 했니?
봉희 (오버해서 웃으며) 하하하. 그러게 내가 정신 나간 놈이지. 니가 그 유
명한 마샤 장이라니... (귀엽게 개그맨 흉내 내며) 멋져부러~ 멋져부 러~!
공심 (어이없다는 듯 웃고) 그 장난기는 하나도 안변했네.
봉희 세월 변한다고 변하면 나봉희가 아니지. (하다가 아차!)
공심 (피식 웃고)
봉희 혼자 힘으로 세계무대에서 인정받은 대한민국의 발레리나! 정말 대단해.
공심 내가 뭐 대단하다고?
봉희 대단하지. 내가 산 증인 아니냐?
공심 증인은 무슨...
봉희 (덥석 공심의 손을 잡고) 그런 의미에서 니 책 하나 내자. 아주 감동적 인 스토리가 될 거야.
공심 (봉희 손을 탁 쳐서 뿌리치고 빤히 보는)
봉희 니 책 나오면 분명 대박일 거야. (보채듯) 어때?
공심 (차갑게) 나 책 같은 거 관심 없어.
봉희 (머쓱하고)
공심 너 설마 책 내자고 나 찾아온 거니?
봉희 (찔리고) 저, 실은 저녁식사나 같이 할까하고... (머뭇머뭇)
공심 (시계 보며) 나 그만 나가봐야 해.
봉희 어, 그래. (일어나며) 그럼 갈게. (허둥대며 나오다가 의자에 걸려서 비
틀거리면서) 다음에 보자. (나간다)
공심 (봉희 나가자) 누가 부부 아니랠까봐 쌍으로 찾아와서 헛소리야.
문화의 전당 회의실
현우, 가운데 상석에 앉아있고,
공심과 관계자들 빙 둘러 앉아 있다.
현우 우리 오성 문화재단은 기업의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기 위해 설립한 재
단 입니다. 문화의 장을 마련하고, 재능 있는 사람들을 발굴해서 문화인 재로 키우는데 전력을 기울이겠습니다. 갤러리와 오케스트라에 대한 지 속적인 지원은 물론이고 발레단에서 부설하는 아카데미를 적극적으로 지원토록 하겠습니다. 마샤 단장님~ 다음 주 회의 때 아카데미 규모와 예산 전반에 대한 브리핑 부탁해요.
공심 네. 이사장님~! (뻑 간 표정이다)
패스트푸드점
도경, 들어가더니, 테이블 닦는 매니저 보고 꾸벅 인사한다.
도경 기회를 주시면 열심히 잘 할게요.
매니저 글쎄, 저흰 대학생만 쓴대두요.
도경, 얼른 매니저 손에 들린 행주를 뺏어들고 테이블을 닦기 시작한다.
도경 치우는 건 제 전문이니까. 매니저님께선 지휘만 하세요.
매니저 (보는)
도경 (밝게) 청소는 제가 책임지고 깨끗이 다 할게요.
매니저, 주방으로 들어가고 열심히 테이블을 닦기 시작하는 도경.
허리 아픈지, 테이블 잡고 스트레칭하고, 막대걸레로 바닥 닦는 도경,
음악에 맞춰 막대걸레 휘두르고, 턴하고, 춤추듯 바닥을 닦는다.
주방에서 나오다가 그런 도경을 보는 매니저 픽 웃는다.
도경, 매니저와 눈 마주치자 무안해하는데...
매니저 (엄지손가락 치켜들며) 아줌마 굿!
도경 (기분 좋아서 발레동작으로 인사한다)
매니저 이번 주말부터 나와 보세요.
도경 정말요? (좋아서 활짝 웃는)
중국집
혼자 앉아서 자장면 먹는 봉희.
봉희 (먹다가 멈추고 혼잣말로) 옛날의 공심이가 아니네... 자서전도 물 건너
갔고 뭘 해서 돈을 벌지? (입맛 없는지 젓가락 놓고 일어선다)
계산대 앞에 놓인 전화기 두 대가 번갈아가며 연발 울리고 전화 받느라
중국집 주인 정신이 통 없다.
사장 (수화기 든 채로 진땀 빼며) 죄송합니다. 배달부가 오늘 결근을 해서 오
늘은 배달을 못하게 됐습니다.... 죄송합니다. (전화 끊고 화가 나서) 이
러다 단골들 딴 집으로 다 뺏기게 생겼네. (또 전화벨 울리자 받고) 죄 송합니다. 배달부가 오늘... (하는데)
봉희 (눈 반짝) 사장님, 잠깐만요!
중국집 앞
문 열리면 배달통 든 봉희 나온다.
오토바이에 배달통 싣고 신나서 출발하는 봉희.
도경(E) 뭐? 월수 이백?
도경집 안방
화장대에서 로션 바르다가 돌아보는 잠옷 차림의 도경.
봉희 (침대에 누워서) 응! 월수 이백 고정 급여에 매출에 따라 상여금도 있
어.
도경 무슨 잡지 만드는 출판산데?
봉희 응... 그게 요리잡지.
도경 요리잡지도 있어? 요리책이 아니구?
봉희 맞다. 요리책이다. 암튼 11시 출근이구 밤 9시에 칼 퇴근시켜 준댔어.
도경 (감격해서 침대로 가며) 그렇게 좋은 직장이 있어?
봉희 (씩 웃으며) 그럼. 앞으로 애들 학원비 걱정 하지 마.
도경 정말이지? 나 당신 믿는다. (눕는데)
봉희 그럼. 여보~ 이리 와봐. (도경을 이불 속으로 확 끌어들이려다 무거운
배달통 들어서 어깨가 아픈) 아, 아야...
도경 왜 어디 아퍼?
봉희 (아픈 거 참으며) 오랜만에 당신 안으려니까 어깨가 결리네. 안 쓰니까 녹슬었잖아. 이건 전부 당신 책임이야.
도경 치이...
봉희 어서 일루 와봐. (아픈 어깨 참으며 도경 끌어안는)
거리 (다음 날)
한적한 길, 오토바이에 철가방 싣고 배달 가는 봉희, 신났다.
봉희 마누라는 온갖 알바 다 하는데 이 정돈 일도 아니지.
지나가는 차 안 보이자 지그재그로 타고, 묘기도 부리며 폼 잡는 봉희.
그때 강아지 한 마리 뛰쳐나오고,
봉희, 놀라서 오토바이 급브레이크 밟는 바람에 오토바이 넘어지고,
배달통 떨어져 음식물 쏟아져 난장판이 되는데,
여자(30대)가 ‘줄리앙’ 부르며 달려드는...
**동 지구대
의자에 침울하게 앉아 있던 봉희, 놀라서 경찰(50대)을 보는데..
경찰 피해자랑 합의하지 않으면 골치 아프겠어.
봉희 (핏대 올리고) 아니 개새끼 한 마리 친 걸가지고 삼백만원이라뇨?
경찰 강아지 한 마리 백만원에 강아지 장례비 백만원.. 게다가 그 아줌마 다
쳤다고 난리야.
봉희 그 여자가 자꾸 막말하기에.. 툭 밀친 거 밖에 없어요
경찰 진단서 끊으러 갔다는데 전치 4주 나오면 당신 구속이야.
봉희, 망설이다가 봉선에게 전화 건다.
신호는 가는데 안 받자 실망해서 끊고, 문자 보낸다.
‘누나 상수동지구대로 빨리 와줘. 집사람한텐 비밀이야.’
대형 마트
도경, 앞치마에 두건 두르고 돈가스 튀기고 있다.
친절하고 열심히 판매하는 도경.
건너편에서 김치 시식 알바하며 흐뭇하게 바라보는 봉선.
도경 (신나서) 원 플라스 원 행사에요. 자~ 몇 개 안 남았어요.
봉선 기집애. 처음 치고 잘하네.
대형 마트 탈의실 (밤)
도경과 봉선, 앞치마 벗어 놓고 사물함에서 백 꺼낸다.
도경 시식일도 쉬운 건 아니네. 다리가 퉁퉁 부었어.
봉선 (씩 웃고) 돈 벌기 쉬운 게 어디 있겠냐.
도경 하루만 대타라니 넘 아쉽다. 쭉 하면 좋을 텐데...
봉선 요즘은 하루 대타 자리도 줄 섰다니깐. 그래도 너 주말 알바 구한 게
어디야? 요즘같이 일자리 구하기 힘든 판에...
도경 평일 알바 자리 나오면 그 즉시 연락해. 알았지?
봉선 봉희 취직했다면서 평일에도 일하려구?
도경 애가 셋인데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지.
봉선 그래. (백에서 핸드폰 꺼내보며) 어, 문자 왔네. (보다가 사색이 되는)
도경 (보는) 뭔데 그래?
봉선 (핸드폰 뒤로 감추며) 아냐. 아무것 두.
도경 (수상한 생각 들어 다가가) 뭐야? (핸드폰 빼앗아보고 표정 굳어지는)
택시 안 (밤)
안절부절 못하며 뒷좌석에 앉아있는 도경.
도경 (다급하게) 아저씨 빨리 좀 가주세요. (걱정되어 안절부절 못하는) 대체
또 뭔 사고를 친 거야? 어떡해.
**동 지구대 앞 (밤)
봉희와 걸어 나오는 공심.
봉희 진짜 고맙다. 공심아. 내 이 은혜 꼭 갚을게.
공심 됐어. 근데 중국집 배달은 왜 했니?
봉희 (둘러대며) 글 쓰는 사람들은 경험을 다양하게 해봐야 하는 거야.
공심 경험도 경험 나름이지. 앞으론 이런 일 안 생기도록 잘 좀 해.
봉희 고맙다. 그니까 니가 책만 쓰면... (하는데)
공심 (찍 째려본다) 한번 노는 영원한 노야! 다신 말도 꺼내지마. (걷는데)
봉희 (미안한 눈빛으로 보며 마음의 소리) 미안하다. 공심아. 니 책 쓰는 길
만 이 내가 살 길이야. (공심 눈치 보며) 아, 배고파라. (포장마차 보며) 우동이나 한 그릇 먹을까?
공심 우동? (포장마차 간판에 닭발이라는 글씨보고 솔깃 하는)
택시에서 내린 도경, 지구대로 달려가다가,
공심과 봉희 걸어가는 뒷모습을 지나쳐 들어가려다 멈칫하고 뒤돌아본다.
봉희, 공심과 다정하게 대화하며 걸어가고 있다.
놀라서 굳어지는 도경.
봉희, 공심과 나란히 근처의 포장마차로 들어가고
입술을 꼭 깨물고 포장마차로 다가가는 도경.
포장마차 안 (밤)
닭발 안주에 소주 마시는 공심과 봉희.
봉희 (한잔 쭉 들이키고) 크아~ (닭발 맛있게 발라먹는다) 역시 소주엔 닭발
이 최고야.
공심 (닭발을 맛있게 뜯어먹고 있다)
봉희 (웬일인가 싶은) 어라, 너 닭발 싫어했잖아?
공심 (닭발 뜯으며) 옛날엔 엄청 싫어했지.
봉희 (보다가) 아줌마 우동 천천히 주시고 닭발 한 접시 더 주세요.
공심 (회한의 눈빛) 옛날에 우리엄마 닭찜하면 도경언니한테 닭다리 주고 나
한텐 닭발만 주셨거든. 어찌나 서운하던지...
봉희 (끄덕 끄덕) 눈물의 닭발이네.
공심 근데 신기하게도 프랑스에서 제일 먹고 싶었던 게 바로 이 닭발이었어.
봉희 그랬구나. 많이 먹어.
공심 (맛있게 닭발 뜯으며) 아! 맛있다.
봉희 잠깐! 가만 있어봐. 양념 묻었다. (공심 입가에 묻은 양념 닦아준다)
공심 (움찔하다가 미소로 보며 가만히 있는)
포장마차 밖 (밤)
한 쌍의 연인과 같은 봉희와 공심의 그림자, 포장마차 천막 밖으로 비친다.
두 사람의 얼굴 가까이 다가가고, 잠시 그대로 있는데,
마치 입 맞추는 것 같고, 도경. 부르르 떨며 안으로 들어간다.
포장마차 안 (밤)
벌컥 포장을 들추며 들어오는 도경.
공심과 봉희, 다정하게 앉아서 하하 호호 웃다가 화들짝 놀라는데,
도경 (소리 꽥 지르는) 야! 니들 뭐하는 짓이야?
봉희 (당황하며) 어.. 여보...
공심 (도도하게) 도경선배 왔어? 앉아.
도경 (기가 막혀) 너 왜 남의 남편한테 껄떡대?
공심 뭐? 껄떡? (도경을 쏘아보고)
봉희 여보. 그거 아니야. 오해야..
도경 (봉희에게) 오해라구? 니들 방금 한 짓거리 내 눈으로 똑똑히 다 봤어.
공심 (어이없고) 선배가 뭘 봤는데? 우리가 뭘 어쨌길래?
도경 (기가 막혀) 니들 끌어안고 난리 부르스 치는 거 내가 모르는 줄 알어?
공심 (봉희에게) 저거 의부증 아니니? 우리가 뭔 짓을 했다고?
도경 뭐? 우리가 뭔 짓을 했다고? 이년이 닭발 먹고 어디서 오리발이야?
도경, 마침 옆에 닭발 씻어서 쌓아 놓은 거 집어 들고 두 사람에게 마구
던지는데 공심과 봉희, 악하며 팔로 막으며 피하고,
주인 (버럭) 지금 남의 닭발 갖고 뭐하는 거예요?
도경 (봉희에게 무섭게) 따라 나와. (나가려는데)
공심 (기막혀서 소리치는) 자기 남편, 경찰서에서 빼줬더니 고맙다는 소리는
할망정...
도경 (돌아보고)
공심 선배가 평소에 애를 얼마나 잡았으면 그 상황에 얘가 나부터 찾아?
도경 뭐어?
봉희 그게 저기... 오토바이 타고 가다가 사고가 났어.
도경 당신 나 몰래 오토바이 샀어?
공심 봉희 중국집 배달하는 거 몰랐나봐?
도경 (충격 받고) 뭐어? (봉희 보면)
봉희 (난처해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도경 (자존심 와르르 무너지는)
도경, 도저히 못 참고 자리를 박차고 나간다.
봉희, 여보~ 부르며 도경을 따라가고.
공심, 억울하고 분하고 기도 안찬다.
거리 (밤)
도경, 씩씩거리며 앞서 걸어가고 눈치 살피며 뒤따라오는 봉희.
봉희 나 증~말 억울해. 공심이 얼굴에 닭발 묻은 거 닦아준 거 밖에 없대두.
도경 (뒤돌아 찌릿 째려보며) 선남이 학원비 벌어 오랬더니 나가서 또 사고
를 쳐? 그리고 그런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해야지. 공심이한테 왜 전화 를 해? 공심이가 당신 마누라야?
봉희 (움찔하며) 당신이 또 사고 쳤다고 화낼까봐 무서워서 그랬지.
도경 그럼 그냥 헤어질 것이지 포장마차는 왜 갔어?
봉희 그 그게 말야. (둘러대며) 공심이가 닭발 먹자는데 거절하기가 뭐해서...
도경 (째려보는)
봉희 (도경의 어깨에 손 올리며 능청스럽게) 자기, 아까 혹시 질투한 거야?
도경 (봉희의 팔 확 팽개치며) 놀구 있네~ (먼저 가버리는)
봉희 (얼른 따라가며) 가, 같이 가~~
공심집 거실
공심 잔뜩 화가 나서 들어오는데, 영심, 뮤지컬티켓 들고 방에서 나온다.
공심 (씩씩거리며) 내가 그 인간들 상종을 말아야지.
영심 (갸우뚱하다가) 누구 만났는데?
공심 차도경, 나봉희! 내가 그것들 땜에 창피당한 걸 생각하면... (소파에 털
썩 주저앉는다)
영심 왜? 무슨 일인데?
공심 차도경이 나 보구 지 남편한테 껄떡댄대.
영심 뭐? 뭔 오해받을 짓이라도 했어?
공심 (기도 안차서) 너 내가 그럴 거 같애? 지 혼자 각본 써서 떠들어대는데
완전 싸이코더라니까.
영심 (화가 나고) 언니 성공한 거 보니까 봉희오빠 뺏길까 겁났나부지.
공심 ...
영심 그니까 괜한 오해 받지 말구... 그 멋지다는 이사장이나 꽉 잡으라구.
(티켓 든 봉투 주며) ‘그레이스’ 티켓이야. 언니 이거 보고싶댔지? 그 사 람이랑 이거 보고 좋은 데로 가자 그래봐.
공심 (받아서 열어보며) 좋은 데?
영심 둘만의 오붓한 공간... 치, 알면서...
공심 (티켓 도로 주며) 야, 그 사람이랑 나 아직 그런 사이 아니야. (일어나 서 가려는데)
영심 이러니 아직 남자가 없지. 언니 이상형이라며? 군침만 흘리지 말고 확
실히 잡아. 예전처럼 뺏기지 말고.
공심 (확 째려보는) 너 말 다했어? (방으로 가는)
공심 방
공심, 언제 화가 났었냐는 듯 싱글벙글 통화중이다.
공심 정말 보고 싶으셨어요? 저도 보고 싶었는데... (전화 끊고) 인연이 분명
한 게야. (갑자기 까르륵 웃어대며) 보고 싶었대.
영심 (문 빼꼼 열고 본다)
공심 (영심 보며) 그 사람도 보고 싶었대... (계속 까르륵 웃고)
영심 (문 열고 들어와서) 정말? 그 사람이 언니 보고 싶었대?
공심 (영심에게) 티켓 내놔.
영심 여기.. (티켓 내밀고)
공심 (티켓 받고) 어쩜 내가 보고 싶어했던 뮤지컬을 그 사람도 보고 싶었대!
영심 중병이야...
공심 (티켓을 두 손으로 감싸며) 그 사람과 나 정말 특별한 인연이 아니고 무엇이겠어? 어떡하니? 호호호호~ (감정에 푹 빠져) 보. 고. 싶. 었.
대!!!
영심, 저렇게 좋을까 하는 표정으로 공심을 보는.
대학로 뮤지컬 극장 (다른 날)
현우와 나란히 앉아 다정하게 뮤지컬 공연 보는 공심.
공심, 현우를 보다가 현우가 쳐다보자 얼른 안본 척 시선 돌리는.
뮤지컬 극장 앞
공연장에서 나오는 사람들에 섞여서 나란히 걸어 나오는 공심과 현우.
현우 마샤 덕분에 좋은 공연 잘 봤어요.
공심 그럼 이후 스케쥴은 이사장님이 책임지세요. 나 오늘 시간 많은데...
현우 마샤, 둘만 있을 땐 그냥 이름 불러요.
공심 (미소로) 네. 현우씨.
현우 어떡하나? 제가 한국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서 좋은 곳을 잘 모르는데...
공심 (앗싸바리) 그래요? 그럼 이후 스케쥴은 저한테 맡겨주세요. (야리꼬리
한 눈빛) 어디로 모셔야 하나? (어디로 갈까 생각하다가 반짝) 바닷바람
이나 쐬면서 싱싱한 회나 한사라 드실래요?
현우 바다요? 멀지 않아요?
공심 제부도라고 여기서 한 두 시간 정도 거리에 있어요.
현우 그럼 바람도 쐴 겸 다녀올까요?
공심 (딱 걸렸어 하는 의미심장한 표정)
제부도 제방도로 + 봉희 차안
갯벌 사이 밀물 들어오면 잠기는 제방도로 위를 달리는 봉희 차.
덩치(E) 박상기 놈이 잠수를 타부렀다 이거여. 그러니 보증 선 당신이 대신
갚아야재.
괴로워서 인상 팍 구겨지는 봉희.
봉희 이 자식은 투자 캔슬 됐다고 잠수를 타면 어떡해?
(E) 핸드폰 벨 울리고
봉희, 핸드폰 보면, 도경이다.
봉희 (움찔하며 핸드폰 그냥 받고) 어, 여보...
도경(F) 당신 어디야?
봉희 지금 제부도 가는 길이야.
도경(F) 제부도? 당신이 거길 왜? 무슨 일인데?
봉희, 보면 제부도 들어가는 제방도로 입구에 경찰이 서 있다.
봉희 (급하게) 운전 중이니까 일단 끊어. (확 끊는다)
입구에 선 경찰을 지나쳐 유유히 제부도로 진입하는 봉희의 차.
제부도 시골집 앞
봉희, 주소 쓴 메모 들고 이집인가 싶어 두리번거리며 안으로 들어서려는데
낚시통 나와서 봉희 못보고 지나쳐 가는데
봉희 (뒤따라 걸어가며) 어이~ 친구.
상기 (돌아보고 놀라는)
봉희 얌마. 튄다는 게 고작 처갓집이냐?
상기 (애써 웃으며) 어떻게 알았어?
봉희 니가 뛰어봤자 나봉희 손바닥 안이지.
상기 미안하다. 친구야.
봉희 (상기 모습 보며 마음 짠하고) 꼴이 그게 뭐냐?
고속도로
현우와 공심이 탄 현우차, 톨게이트를 빠져 나와 도로 위를 달린다.
휴게소 + 현우 차 안
현우 차 주차장에 와서 선다.
운전석의 현우, 차에서 내려 휴게소 건물에 있는 화장실 쪽으로 간다.
공심 (현우 가는 모습 보는데) 뒷모습도 어쩜 저리 튈까? 아유 멋진 놈~!
(E) 전화벨 울리고
공심 (보면 봉선이다. 전화 받고) 어, 봉선언니...
봉선(F) 있잖아... 도경이한테 들었어. 너 우리 봉희 땜에 오해받았다며?
공심 그 선배가 오핸 거 알긴 하나보지.
봉선(F) 속상했겠다. 내가 대신 사과할게.
공심 언니가 왜?
봉선(F) 봉희 내 동생이잖아. 우린 친구고. 우리 선남이 결원 생기면 꼭 좀 부탁
할게. 응?
공심 알았어. 참, 도경선배한테 전해. 나 남자 생겼다구.
봉선(F) (엥?) 남자?
공심 응. 지금 같이 제부도에 회 먹으러 가는 길이야.
봉선(F) 축하해. 정말 잘됐다.
공심 도경선배한테 꼭 전해. 알았지?
봉선(F) 응. 근데 제부도 거기 물 빠지면 길 끊겨서 아침까지 못나오는 데야. 남
자들이 여자 꼬실 때 거기 데려간다던데... 너 알고 가는 거야?
공심 (오버해서) 어머머머 거기가 그런 곳이었어? (멀리서 현우 오는 모습 보
고) 잘 알았고 그만 끊어. 언니. (끊고 회심의 미소 지으며) 차도경 귀 에 쏙~ 들어가겠지? (현우 오는 거 보며 음흉하게 웃는) 흐흐흐~
현우, 다가오자 모나리자처럼 은근한 미소로 바로 바꾸는 공심.
도경집 거실
도경, 분주하게 저녁식탁 차리는데, 봉선 시무룩해서 전화 끊는다.
도경 (국그릇 놓으며 보는) 그러게 전화 하지 말래두. 붙여줄 꺼면 진작에
붙여줬겠지.
봉선 (힘없이) 공심이 남자 생겼대.
도경 걔한테 어느새 남자가 생겨?
봉선 지금 남자랑 단둘이 제부도 가는 중이래.
도경 아, 그 대머리랑 선 봤나 부다. (하다가 표정 굳어지며) 뭐? 제부도?
도경, 핸드폰 꺼내더니 봉희에게 전화한다.
도경 (봉희가 받자 다짜고짜) 당신 거기 어디야?
봉희(F) 어디긴 제부도지. (하는데 밧데리 나가서 신호음 뚝 끊긴다)
도경 여보세요? (꽥 소리) 야, 나봉희!!!
식당
봉희, 상기와 밥 시켜서 먹고 있는 중이다.
도경의 전화 통화하다가 끊기자 고개 갸우뚱하는 봉희.
봉희 (주인에게) 아줌마, 핸드폰 충전기 있어요?
아줌마 예. (와서 받아간다)
상기 그놈들이 기어코 너한테 연락을 했구나.
봉희 그래 임마. 전화한 놈 목소리 살벌하더라. 이자도 밀렸다며?
상기 봉희야. 미안한데 니가 이자만 좀 해결해줄래?
봉희 내가 무슨 돈이 있다구. 돈이 없어 애 학원도 못 보내는 처지다.
상기 (한숨 푹~) 그래. 니가 돈이 있을 리가 없지. 내가 이번에 투자금만 들
어오면 너 마음 편하게 글 쓸 수 있도록 집필실이라도 마련해주려고
했는데..
봉희 (뭉클해) 아.. 짜아식... 사람 미안하게... 얌마. 가서 부딪쳐야지. 나랑
같이 서울 가서 해결해 보자구...
상기 그 놈들이 어떤 놈들인데 돈 구하기 전에 갔다가 무슨 꼴을 당하려고...
봉희 시골구석에 와서 이러구 있으면 해결이 되냐? 내가 어떻게 해볼 테니까
일단 올라가자.
상기 (갈등되는)
해안 산책로
다정하게 거니는 공심과 현우.
현우 (바다 내음 흠씬 맡으며) 아~ 좋네요.
공심 (약간 부끄러운 듯) 같이 와줘서 고마워요.
현우 고맙긴요. 귀국 후 업무 파악하느라 정신없었는데 모처럼 편안하게 쉬
는 기분이네 뭐.
공심 (바다 보며) 물이 언제 들어오려나?
현우 무슨 물요?
공심 그게 저.. 썰물도 좋구요.. 뭐 밀물이면 더 좋구요. (배시시 웃는)
제부도 제방도로 + 택시 안
뒷좌석에 앉아 초조하게 창밖을 보는 도경.
식당가
상기와 봉희, 걸어와 봉희 차에 오르면 차 출발한다.
저만큼 떨어진 곳에서 다정하게 걸어오는 공심과 현우.
두 사람, 봉희 일행이 나왔던 식당 근처의 횟집 안으로 들어간다.
횟집 안
종업원의 안내를 받으며 안으로 들어서는 현우와 공심.
룸에 들어가려는데 현우의 전화벨 울린다.
현우 (받고) 네, (놀라는) 할머니가요? (공심에게) 저 전화 좀 받고 올게요.
공심 네. 천천히 통화하시고 오세요. (방긋 웃으며) 모듬회로 시킬게요.
횟집 앞
곧이어 도경이 탄 택시 횟집 근처에 선다.
택시에서 내린 도경, 일각에서 등 돌리고 서서 전화 받는 현우 못본 채로
횟집들을 유심히 살피던 중 유리창을 통해 룸 안에 모듬회 한상 시켜놓고
혼자 앉아있는 공심을 발견한다.
이를 갈며 횟집 안으로 뛰어 들어가는 도경.
횟집 방 안
손거울 보며 립스틱 바르는 공심. 한껏 들뜬 기색이 역력하다.
방문이 팍 열리고 잡아먹을 듯한 기세로 도경이 들어선다.
도경 (뛰어 들어오며 버럭) 야 이 나쁜 년아!!!
화들짝 놀라 얼떨결에 립스틱을 입가에 찍 발라버리는 공심.
도경, 다짜고짜 공심의 멱살을 잡고 흔들며
도경 이 인간 어디 갔어?
공심 (놀라서) 누구?
도경 누군 누구야? 방금 전까지 같이 있던 인간!
공심 잠깐 나갔어. 근데 선배 왜 여기까지 찾아와서 행패를 부려? 미친 거
아냐?
도경 이년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누가 누굴 미친년으로 몰아? (머리채
잡고 흔들며) 오늘 니가 죽든 내가 죽든 담판을 짓자. 야이 나쁜 년아!
공심 (머리채 잡힌 채 아파 신음하며) 아야, 이거 안 놔? 왜 이래 증말!!!
(도경의 머리채를 잡았다가 현우가 오는 것이 보이자 얼른 놓고) 선배
대체 나한테 무슨 오해를 하고 여기까지 온 거야?
도경 (머리가 산발이 된 채로 소리 지르는) 뭐? 이번에도 오해야? 야! 어디
남자가 없어서 우리 남편을 꼬드겨 남의 가정을 깨려고 해? 내가 애 셋 키우면서 나봉희 그 인간 뒷바라지 하느라 얼마나 고생을 한 줄 알아?
방으로 들어오다가 당황스런 표정으로 서서 보던 현우,
어쩔까 망설이다가 횡 하니 돌아나간다.
도경은 뒷모습을 보이고 있던 터라 현우가 도경의 얼굴을 못 본 상태다.
공심, ‘이거 좀 놔’ 하며 도경을 뿌리치고 뛰쳐나가는데.
도경 (돌아서 공심을 향해) 야, 장콩심~ 너 이리 안와?
횟집 앞
횟집에서 나온 현우. 차문 여는데 공심 횟집에서 뛰어나온다.
공심 현우씨, 저랑 얘기 좀 해요. 고향 선밴데 뭔가 오해를 했나봐요.
현우 선배분이 여기까지 찾아 온 걸 보면 뭔가 오해를 해도 크게 한 것 같은
데 천천히 풀고 오세요.
공심 아이 참... 그게 아닌데...
현우 저 먼저 갈게요. 집에 급한 일이 생겨 지금 가봐야 돼서요.
공심 그럼 저도 같이...
현우 아녜요. 선배 분이랑 오해도 풀고 회도 드시고 천천히 오시죠.
공심 (그게 아닌데... 난감한)
현우 저 먼저 갑니다. (차에 올라 시동 걸고 출발한다)
공심 (현우 차 가는 거 보고 분기탱천) 으... 차도경!!!
횟집 화장실
남자 화장실. 씩씩대며 들어서는 도경.
서서 볼일 보던 남자, 당당하게 들어오는 도경 보자 당황하는데
도경 (들어서며) 야, 나봉희! 당장 안 나와?
남자, 얼른 바지 추켜 입고 나간다.
도경, 화장실 칸 문 열어보는데 비어있다.
도경 대체 이 인간이 어디에 숨었지? (하는데)
(E) 도경 핸드폰 벨소리
도경 핸드백에서 핸드폰 꺼내 보면, 봉희다!
핸드백을 세면대에 내려놓고 핸드폰에 대고 다짜고짜 소리치는 도경,
도경 야, 나봉희 너 지금 어디야? (사이)... 뭐? 바꿔봐. 당장! ... (목소리 톤
바뀌고) 아.. 네. 상기씨... (하는데)
(E) ‘차도경 어딨어? 당장 안 나와?’ 하는 공심의 목소리 가까워지고,
도경, 놀라서 핸드폰만 들고 남자화장실 칸 안에 들어가 문 잠그고 숨는다.
공심, 들어와 도경이 들어있는 화장실 문을 두들기는데..
공심 야, 차도경! 그 안에 있는 줄 내가 모를 줄 알아? 당장 안 나와? (문을
발로 쾅쾅 차며) 내가 저 남자한테 얼마나 공을 들인지 알기나해?
화장실 칸 안에서 안절부절 못하고 서 있는 도경,
도경 (마음의 소리) 뭐? 차도경? 저 기집애가 이제 막나가네? (하지만 나서지
못하고)
공심, 문 계속 두들기는데 종업원, 와서 말린다.
종업원 손님 이러시면 곤란해요. 다른 손님들도 계신데...
공심, 분에 못 이겨 씩씩거리는데,
세면대 위에 놓인 도경의 핸드백 발견하고, 창문 밖으로 휙~ 내던져버린다.
공심, 그래도 분이 안 풀려 도경이 들어간 화장실 칸을 노려보다 나간다.
잠시 후 도경, 문 빼꼼 열고 나온다.
도경 휴~ 문 다 부서지는 줄 알았네. 딴 남자랑 왔을 줄 내가 알았나 뭐?
(핸드백 찾으며) 어. 내 핸드백 어디 갔어? 분명히 여기다 뒀는데...
둘러보다가 열려진 창문 밖 갯벌에 던져진 핸드백 발견하고.
도경 (놀라) 저게 왜 저깄어? (뛰어나가는)
갯벌
뻘 안쪽에 도경의 핸드백 박혀있는 거 보인다.
도경, ‘우씨~ 내 핸드백~’하며 외투 벗어서 한쪽에 놓고 바지 걷어 올린다.
구두 벗고 갯벌로 들어갈 준비하는데.
도경의 등 뒤에 팔짱 끼고 살벌하게 보는 공심.
공심 그러게. 여기까지 와서 남의 속을 왜 뒤집어놔?
도경, 공심을 흘겨보고는 우씨... 하며 핸드백을 집으려 갯벌로 들어간다.
몇 발자국 못가 중심 못 잡고 넘어지는 도경.
무릎이며 온 몸에 뻘이 묻어 엉망진창이다.
열 받은 도경, 공심을 노려보는데.
공심 꼴 조오타~! (뒤돌아서 가는데)
도경, 공심에게 달려들어 등 뒤에서 공심의 핸드백을 나꿔챈다.
공심, 놀라서 돌아보고, ‘뭐야?’ 하는데,
도경, 공심의 핸드백을 있는 힘껏 휘익~ 돌려서 갯벌 안으로 던져버린다.
공심 (당황해) 이게 뭐하는 짓이야?
도경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자신의 핸드백 건지러 뻘로 들어간다)
화가 난 공심, 신발 벗고, 바지 걷어 부치고 뻘 안으로 들어간다.
뻘에 들어서자마자 ‘가만 안둬!’ 하며 진흙덩이를 뭉쳐서 들고
공심 야! 차도경!!
도경 (뻘로 들어가다가 이름 부르자 열 받아) 뭐? 이년이? (휙 돌아보는데)
공심이 던진 진흙덩이가 도경의 이마에 정통으로 맞는다.
도경 (눈살 찌푸리며) 아야!
공심 (악쓰는) 니가 오늘 나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 알기나 해?
도경 야! 너 가만 안 둬! (공심에게 달려드는데)
공심, 달려드는 도경을 힘껏 확 밀치자 도경 그대로 갯뻘에 콱 처박힌다. 공심 ‘까불고 있어.’하며 손 탁탁 털고 돌아서는데.
도경, 어푸어푸하며 일어서려다 바닥에서 허우적거리는 산낙지 발견하고 집
어 든다.
도경 야, 장콩심이~!
공심 (콩심이란 말에 돌아서며 신경질적으로) 뭐어? (하는데)
도경, 공심을 향해 들고 있던 낙지를 집어 던진다.
공심의 얼굴 정면에 철썩 달라붙는 낙지.
공심, 악!! 악!! 소리 지르며 얼굴에 낙지 떼어내려고 허둥대는데.
도경 에라이 낙지 같은 년아! 내 인생에 달라붙어 단물 쪽쪽 빨아먹는 낙지 빨판 같은 년!!! 니가 내 오데뜨역 뺏으려고 공항에 가보라고 부추긴 그 순간부터 내 인생이 꼬였어. 알어??
공심 (낙지 떼어내고) 뭐어? 내 남자 뺏어가 내 인생 뒤튼 년이 누군데?
야이 나쁜 년아~ (도경에게 달려든다)
서로 얼크러져 머리 쥐어뜯으며 치열하게 싸우는 공심과 도경에서 엔딩.
.공주가 돌아왔다↲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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