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가_돌아왔다3
웬수들의 그랑주테
- 3 부 -
갯벌 (2부 엔딩에 이어)
서로 얼크러져 갯벌에서 머리 쥐어뜯으며 치열하게 싸우는 공심과 도경.
어느새 밀물이 들어와 두 사람 무릎 아래까지 차오른다.
구경하던 사람들, “아줌마 위험해요. 어서들 나와요.”라고 소리치는데
화들짝 놀란 공심과 도경을 서로를 밀치고 돌아서 나간다.
도경과 공심, 아차 싶어 각각 자신의 핸드백 있던 곳을 보면
저 멀리 바닷물에 둥둥 떠가는 핸드백들.
도경과 공심, “어떡해” “내 빽 어떡해” 하며 발만 동동 구르는데,
바닷물이 빠른 속도로 들어와 허리선까지 차오른다.
“옴마야~”하며 겁먹고 돌아서서 허겁지겁 갯벌을 빠져나오는 두 사람.
횟집 앞
도경과 공심, 얼굴은 온통 뻘 칠갑에 머리는 산발이고 옷은 물에 흠뻑
젖은 채로 서로를 흘겨보며 씩씩대고 있다.
도경 너! 앞으로 나한테 아는 척 하지 마.
공심 누가 할 소리?
흥! 하고 서로 등 돌린 채 걸어가는 두 사람.
도경집 옥상
봉희, 세뇨르박과 서로 등을 대고 반대방향을 보고서서,
상대방을 들어 올렸다 내려놨다 하며 운동 중이다.
평상 위에 만원권 지폐 두 장 올려져있다.
세뇨르 (봉희 몸 들어 올린 채로) 선남엄마가 화 많이 나셨겠군. (내려놓고)
봉희 (세뇨르 몸 들어 올린 채로) 형님, 보기보다 쎈데요?
세뇨르 (들어 올리는데 다리 후들거린다) 끙차.. 힘들면 포기하지 그러나?
봉희 (안간힘을 다해 들어올리고, 괴성 지르며) 으윽.. 그럴 순 없죠. 내가 딸
린 식구가 몇인데...
세뇨르 (끙차 들어올리고) 근데 자네는 나이가 몇인가?
봉희 보기보다 제가 좀 먹었습니다. (끙차 다시 들어올리고)
세뇨르 (끙차 용 써서 올리며) 대체 얼마나?
봉희 (들어올려지며) 73년 소띱니다.
세뇨르 (순간 허걱 질색하며 다리 풀려 주저앉는다)
봉희 (바닥에 넘어질듯 아슬아슬하게 서며) 아싸! 윈~! (하며 평상 위의 이만
원을 집어 드는데)
(E) 봉희의 핸드폰 벨소리
세뇨르박, ‘아니 이럴 수가’ 하며 충격 받은 얼굴로 평상 위에 올라앉는데
봉희 (전화 받고) 헉헉.. 어, 당신 어디야? ... 아직도 제부도라구? 헉헉..
가게
계산대 앞에 놓인 전화기로 통화중인 도경.
얼굴만 겨우 닦아 낸 상태로 온통 뻘 범벅이다.
주인할머니, 안됐다는 표정으로 도경을 보고 있다.
도경 (짜증스럽게) 오늘 못 들어가. 물 들어와서 길이 막혔대.
도경집 옥상 (밤)
봉희 (풀죽어 전화하는) 미안해.... 내가 미리 말만하고 갔어도... (상대방이
소리를 지르는지 전화기 귀에서 떼었다가 다시 귀에다 대고) 그깟 핸드 백이 뭐가 중요해? 내가 더 좋은 걸로 사줄게. 기분 풀어. 응? ... 누나 오라구 할테니까 집 걱정말구. 내가 내일 아침 일찍 데리러 갈게. ... 그 래. 여보! 보고 싶어. 알라븅~ (핸드폰에 쪽~ 하려고 입술 갖다 대는 데 끊긴 음 들린다.)
세뇨르 (여전히 얼얼한 표정이다)
봉희 집사람이 제부도에서 길이 끊겨 내일 온다네요.
세뇨르 그래...요? 그럼 이만... (들어가려는)
봉희 (가려는 세뇨르박 팔을 잡고) 형님!
세뇨르 형님이라니요. 난 댁 같은 동생 둔 적 없습니다.
봉희 (웃으며) 아이~ 돈 만원 잃은 거 갖고 너무 하신다. 집사람도 없는데
한 잔!
세뇨르 (빤히 보는)
봉희 한번 형님은 영원한 형님입니다. 오케이?
세뇨르 (썩소 지으며 작게) 오...케이.
가게 안
도경 (전화 끊고) 전화 잘 썼습니다. 저, 할머니, 혹시 민박 안하세요?
할머니 (위아래 훑어보며) 빈 방이 하나 있긴 한데...
도경 (눈 반짝) 휴, 다행이다. 할머니, 제가 지갑을 잃어버려서 그러는데요.
내일 송금해 드릴 테니 하룻밤만 묵을 수 있을까요?
할머니 (냉랭하게) 외상은 사절이야.
도경 제가 내일 꼭 돈 부쳐드릴게요. (애원조로) 네?
할머니 (쳐다보지도 않는) 일없어. 딴 데 가서 알아보우.
도경 (힘없이 뒤 돌아 나가는)
가게 앞 평상 (밤)
가게에서 나와 평상 위에 쪼그리고 앉은 도경,
도경 완전 상거지 취급이네. 에고 내 신세야. 어쩌다 내 신세가 요 모양 요 꼴 이 됐냐? 언년은 지금 한창 우아 떨고 있을 건데.
(커트 인 - 도경의 상상)
- 욕조에서 거품 목욕을 우아하게 하고 있는 공심, 거품을 “호” 불어 도경
쪽으로 날려준다.
도경 (거품이 날라 와 눈에 맞은 듯, 깜짝 놀라서 한 쪽 눈 닦으며) 온 몸이
근질거려 죽겠네.
펜션 앞 (밤)
공심, 낭패한 표정으로 터덜터덜 걸어 나온다.
공심 아무리 주말이라도 그렇지. 어쩜 방이 한 개도 없냐. (배에서 쪼르륵
소리 나고) 아.. 배고파라~.
가게 앞 평상 (밤)
평상위에 쪼그리고 앉은 도경, 한기 느껴져 양 손으로 어깨를 비빈다.
옆 테이블에서 컵라면 먹는 서너 명의 대학생들.
도경, 저절로 눈길이 그쪽으로 가고 침이 꼴깍 넘어가는데,
대학생들, 저희들끼리 ‘배 많이 고팠나보다’, ‘노숙잔가 봐’ 등 쑥덕이고,
그 소리 들으며 비참한 도경, 얼른 시선 피하는데 저만치서 뻘이 묻어 엉망인 공심이 터덜터덜 걸어오고 있다.
도경, 흥 하고 고개 돌린다.
대학생들 컵라면 다 먹고 일어서 가면서 ‘저 아줌마도 노숙잔가 봐’, ‘요즘
여자노숙자들 많다더니 안됐다.’ 쑥덕대며 공심을 지나치는데...
공심 (그 소리에 발끈해서) 뭐 노숙자? (휙 돌아보는데)
일순, 공심의 눈에 띠는 추리닝 등판에 새겨진 ‘MOONHWDAE’ 이니셜!
공심 (표정 환해지고) 어? 우리학교네. 후배들이잖아.
도경 (그 소리에 눈 동그래져서) 뭐?
민박 집 외경 (밤)
바닷가 한적한 곳에 있는 집이다.
민박 집 마루 (밤)
“문화대 체육학과 MT”라는 포스터 보이고
20명의 정도의 학생들이 동그랗게 둘러 앉아 진실게임을 하고 있다.
그 중 섞여있는 도경과 공심, 과 티셔츠와 추리닝바지 빌려 입었다.
중앙에 막걸리 가득 담긴 냉면그릇이 놓여있다.
남대생 (여대생1에게) 남친 있어?
여대생1 (당당하게) 지금은 없어.
남대생 (싱글싱글 웃으며) 그럼 난 어때?
여대생1 .... (대답 않고)
일동 대답해. 대답해~! (외치는)
여대생1 (드디어) 좋아.
남대생 (너무나 좋아하는)
학생들, 박수치며 “연결됐네.” “잘 어울린다” 등 환호하고
사회자 한 커플이 탄생했습니다. (여대생1에게) 그럼 다른 사람에게 질문하세
요.
여대생1 (둘러보다가 공심이 찍으며) 선배님!
공심 (자기 가리키며) 나?
학생들 (박수) 와~
여대생1 (공심에게) 첫 키스 언제 하셨어요?
학생들 와아~, 대답해, 대답해 (외치는데)
도경 (공심을 주시하고)
공심 중 3때?
남대생 아니, 그 시절에 그렇게나 빨리요?
도경 (표정 굳어지는)
여대생1 뽀뽀 말구 키스 맞아요?
공심 (도경 의식하며) 한 시간도 넘게 부둥켜안고 안 놔주는 바람에 입술이
팅팅 부었다니까...
도경 (울그락 불그락).. (마음의 소리) 그 인간 공심이랑 손만 잡았다더니...
여학생2 그 남친이랑 어떻게 됐어요? 결혼하셨어요?
공심 (멈칫하는 표정)
도경 (뭐라 그럴지 긴장되고)
공심 (도경을 째려보며) 꼬리 아홉 개 달린 백여시 같은 년한테 뺏겼어.
학생들 우... 안됐다. (하는데)
도경 (뚜껑 팍 열린다)
남대생 (공심에게) 다른 사람한테 질문하세요.
공심 (둘러보다가 도경을 가리킨다)
도경 (아니 저 년이? 긴장하고)
공심 결혼한 거 후회한 적 없어?
도경 .... (잠시 머뭇거리는)
여대생1 무조건 진실만 말씀하셔야 해요.
공심 ...? (도경 보면)
도경 없어.
여대생2 한번도요?
공심 (웃기지도 않는다는 표정)
도경 (단호히) 응. (자랑하듯) 난 결혼한 거 후회 안 해. 화려한 싱글이니 뭐
니 하는데 그거 다 홑껍데기야.
공심 (신경 곤두서고)
도경 지금이야 홀가분하고 좋겠지. 늙어 혼자 돼 봐. 자식만큼 든든한 보험
이 어딨겠어. 난 결혼 한 거 절대 후회 안 해.
공심 (흥! 콧방귀 뀐다)
사회자 (도경에게) 다음 사람 지목하세요.
도경 (공심을 딱 가리킨다)
학생들 우우~ (재미있겠다는 표정으로 도경과 공심을 보고)
공심 (긴장하고)
도경 첫사랑이랑 잤어?
학생들 (오~ 기대감에 흥분하고)
공심 ....! (가만히 있고)
도경 (공심을 노려보고)....?
사회자 대답 못하면 벌주 마셔야 돼요.
학생들, 와아~ “대답해 대답해” 하는데...
공심, 망설이다가 앞에 놓인 벌주를 벌컥 벌컥 마신다.
학생들, “잤나봐” “그러니까 대답 못하지” 하는데
도경, 입술을 잘근잘근 깨문다.
학생들(E) 우~~~ (환호성 하는)
민박집 마당 (밤)
평상 위에서 팔씨름이 벌어지고 있다.
학생들 팔씨름 게임 끝나고 도경과 공심의 차례다.
서로를 노려보고는 평상에 몸을 숙인 채 서로의 팔을 잡는 두 사람.
심판하는 학생의 호루라기 울리자 잡은 손에 힘을 주기 시작하는데...
도경 (먼저 쓰러뜨리려 힘주며) 잤냐?
공심 (버팅기며) 글쎄!
도경 (안간힘을 다쓰며) 말해!
공심 (용 써서 버팅기며) 못해!
팔씨름을 하며 신경전을 벌이는 두 사람.
있는 힘을 다해 사투를 벌이는데 결국 공심이 도경의 팔을 꺽는다.
심판이 공심의 손을 들면 공심편 학생들 환호하고...
팔과 함께 평상에 쓰러진 도경, 허탈한데...
공심, 도경을 보며 승자의 미소를 짓는...
(시간경과)
학생들 양 팀으로 나뉘어 피구 게임 하고 있다.
학생들의 손을 거쳐 공심에게 공이 오자 요리조리 피해 다니는 도경을 겨누고.
공심 (마음의 소리) 뭐? 홑껍데기?
도경을 향해 힘껏 공을 던지는데 도경 싹 피해버린다.
공심 (마음의 소리) 얍삽한 년, 잘도 피해요.
학생들 사이로 공이 분주히 오가다가 도경이 공을 받자 기다렸다는 듯이 공심을
겨누고
도경 (마음의 소리) 뭐? 꼬리 아홉 달린 백여시?
도경, 던질 듯 말듯 기교를 부리다가 기어코 공심의 얼굴을 향해 가격하는데
공심 눈 두덩이에 직격탄으로 맞아 공심 그 자리에 푹 주저앉는다.
혼자 속으로 아싸! 하는 도경.
공심 고개 들고 노려보면
도경, 모른 척 피구게임에 열중하는...
민박집 방 안 (다음날 새벽)
문간에서 이불도 없이 새우잠 자는 도경,
잠이 깨서 일어나 앉아서 보면,
아랫목에 편안하게 이불 펴고 자는 공심,
공심 편 여학생들 아랫목 쪽에,
도경 편 여학생들 문 쪽에서 자고 있다.
도경, 잠자는 공심을 째려보더니, 일어나서 밖으로 나간다.
제부도 포장 도로 (아침)
과티에 추리닝 바지 차림의 도경, 옷이 든 비닐백 들고 터덜터덜 걸어간다.
도경 (초조한) 걸어도 걸어도 버스 정류장이 안보이냐? 알바 첫 날부터 지각
하게 생겼네.
콜택시 한 대가 먼지를 일으키며 도경을 쌩 지나친다.
도경, 콜록거리며 두 손으로 눈앞의 먼지를 털고 보면,
저만치에 콜택시 멈춰 서 있다.
콜택시 안
도경과 공심, 과 티와 추리닝 차림 그대로 뒷좌석에 나란히 앉았는데,
공심 눈 두덩이에 멍이 퍼렇게 올라있다.
도경 (자존심 세우며) 집에 도착하면 택시비 반 낼게.
공심 택시비는 됐구. 뭐 하나 물어볼게.
도경 ...?
공심 선배, 나 싱글인거 불안하지?
도경 뭐?
공심 나 때문에 봉희가 흔들릴까봐 걱정돼?
도경 아니 천만에. 넌 어떨지 모르지만 봉흰 아니야.
공심 ...?
도경 봉희 너 여자로 안 봐.
공심 (확 째려본다)
도경 (지지 않고 보며) 봉희, 나 전학 온 그 날부터 나만 바라봤었대.
공심 (싸늘하게 표정 변하고)
도경 너 다른 남자한테는 봉희한테 하듯이 매달리지 마. 남자들 적당히 튕기
는 여자한테 매력 느낀다더라.
공심 (자존심 팍 상해서) 선배, 말 다했어?
도경 (운전기사에게) 아저씨 내 말 틀려요?
기사 (백미러로 보며) 틀리긴요. 남자들 심리를 아주 잘 아시네.
공심 (기도 안차서) 내가 말을 말아야지. (창밖으로 시선 돌리는)
제부도 제방도로
물 빠진 제방도로를 시원스럽게 달리는 콜택시.
도경집 거실
옷가지 널려져 있고, 설거지거리 잔득 쌓여있고, 집안이 온통 엉망진창이다.
선남, 선웅과 나란히 선녀가 봉선에게 손 내민다.
선녀 고모, 삼만원만~
봉선 뭐 할라구?
선녀 케잌 사려구... (보채며) 응?
선남 (미안한 표정으로) 파티에 케잌이 빠질 수 없잖아요?
봉선 (할 수 없이 돈 꺼내 선녀 주는)
선녀 (좋아서) 고마워 고모. 저녁은 우리가 준비할 테니까 고모두 이따 꼭
와.
봉선 내참, 남의 결혼기념일에 내 돈 내고 구경하게 생겼으니... (봉희 보고)
넌 도경이 안 데리러 가도 돼?
봉희 기름 값 든다고 오지말래. 누나 기름 값 좀~
봉선 (짜증 확) 야~ 해도 해도 너무 한 거 아니니? 내가 언제까지 니 물주 노릇 해야 하는 거니?
봉희 (봉선이 손잡으며) 누나! 이자 쳐서 다~ 갚을게.
봉선 (어이없어) 그놈의 이자는 이자만 해도 아파트 한 채는 샀겠다. (만원권
석장 주며) 몰라. 이게 다야.
봉희 (애교 떨며) 고마워. 누나~ 내가 돈 벌면 누나 빚 싹 갚고 평~생 크루 즈 여행 시켜 준다. 다녀올게. 애들아 나가자.
봉희, 애들 데리고 현관문 나가면
봉선 (현관 째려보며) 으휴 저 입만 동동~ (둘러보며) 완전 전쟁터네. 이걸
다 언제 치워. (바닥에 떨어진 거 발로 쓱쓱 미는)
패스트푸드점 앞
콜택시 서고, 도경 내려서 급하게 가게로 뛰어 들어간다.
공심집 앞
영심, 지갑 들고 공심을 기다리고 서 있다.
영심 정말로 언니가 사고를 치긴 쳤나봐. 외박을 다하고...
콜택시 와서 서고, 공심 내려주고,
영심, 공심의 추리닝 차림인 모습 보고 경악하는데..
영심 언니 꼴이 이게 뭐야? 눈은 또 왜 그래?
공심 (대꾸도 않고 대문으로 가고) 택시비 줘서 보내.
영심 (기사에게 가서 얼른 돈 주고 공심 따라 들어가며) 무슨 일이야?
공심 (무시하고 들어가는데)
영심 (공심의 뒤에 대고) 왜? 싸운 거야? 궁합이 영 안 맞았어?
공심 (참았던 거 올라오는) 야!!!
패스트푸드점
도경과 대학생 둘이 계산대 앞에 서서 주문 받고 있다.
도경 앞에 손님들 길게 쭈욱 늘어서 있는데
끝 쪽에 선 손님들, 대학생 앞에 선 줄이 빨리 줄자 자리를 옮긴다.
도경 (계산하며) 손님. 만이천원입니다. (돈 건네받고 방긋 미소로) 앉아서
3분만 기다리세요. (미니마이크에 대고) 불고기버거 세트 세 개, 핫윙
두개 포장에 콜라 두 잔에 아, 또... (마이크 막고 손님에게) 손님 아까
뭐라고 하셨죠?
손님 아이스레모네이드요.
도경 아, 맞다. (마이크에 대고) 아이스... (하는데)
매니저 (와서 퉁명스럽게) 비켜요. 주문은 내가 받을 테니 포장이나 하세요.
(마이크에 대고) 불버쓰리, 윙투, 코크투, 아레원 땡큐~
도경 (매니저 뒤에 서서 주문 받은 거 포장해서 손님에게 주는데)
이때 봉선, 들어와 도경에게 멋지다고 엄지손가락 치켜들고
도경, 봉선에게 눈 찡끗한다.
도경집 거실
테이블 위에 케이크가 올려져있고, 선남, 선녀 거실 벽을 풍선 등으로 장식하 고 있다.
소파에 앉아서 풍선을 불고 있는 봉희와 선웅.
선웅 아빠, 엄마 선물 준비했어?
봉희 야 맞다. 깜박했네..
선녀 (돌아보며) 아빤 맨 날 깜박이지.
(E) 봉희의 핸드폰 벨소리.
봉희 (핸드폰 받으며) 네. 나봉희입니다.
덩치(F) 박상기놈 지금 어딨나?
봉희 ....!
덩치(F) 내 돈 오천만원 빌려간 니 친구 놈 어딨냐구?
봉희 저도 잘 모릅니다. 연락이 안되서,,,
동치(F) 니가 보증 섰잖아. 박상기 잡아오든가. 아님 당신이 대신 돈을 갚든가.
봉희 (허걱) 저.. 저는 모르는 일입니다.
덩치(F) 뭐? 모르는 일? 이거 말로해선 통 대화가 안 되는 사람이구만. 당신 거
기 꼼짝 말고 있어. (탁 끊는다)
봉희 (수화기에 대고) 저 저기요... (하다가 끊긴 음 나오자 안절부절 못하는)
선남, 선녀, 선웅, 뭔 일인가 보는데,
봉희, 후다닥 안방으로 들어간다.
도경집 안방
장롱 열어 다급하게 옷가지들을 꺼내 여행 가방에 쑤셔 넣는 봉희,
봉희 (안타까운) 하필이면 오늘 일이 터지냐? 당장 달려올 기색이던데 으휴,
(급하게 여행 가방 싸는)
도경집 거실
봉희, 여행 가방 들고 급히 방에서 나오는데
선녀 (풍선 벽에 장식하다가 봉희 보고) 아빠 어디가?
봉희 어, 갑자기 출장이 생겨서...
선남 엄마 오시는 중이라는데 파티는 하고 가셔야죠.
봉희 아빠도 그러고 싶지만 너무 급한 일이라...
봉희, 나가려고 현관문 여는데 덩치1, 2 안으로 들이닥친다.
봉희 (여행 가방 뒤로 숨기고 당당한 척) 당신들 뭡니까? 남의 집에 다짜고
짜 쳐들어오면 어떡해요? 예의도 없이.
덩치1 (콧방귀 팽 뀌면서) 예의? 예이 여보슈. 당신 그렇게 말할 처지가 아니
지. (신발 신은 채로 거실로 들어가 봉희 멱살 잡고) 나봉희씨. 당신 왜
예의 없이 남의 돈을 안 갚아? (한대 칠 듯이 주먹 쥐고) 죽고 싶어?
봉희 (기 팍 죽어서) 마, 말로 합시다. 애들도 보는데...
덩치2 그래. 애들 보는데 조용히 끝내자구.
덩치2, 볼펜을 꺼내 거실 벽에 붙여진 풍선을 하나씩 팡팡 터트린다.
아이들과 봉희, 깜짝깜짝 놀라고.
도경집 앞 골목
봉선과 걸어오며 얘기 나누는 도경.
봉선 (푸하하 웃으며) 제부도에서 둘이 아주 쌩 난리굿을 쳤구나.
도경 (피식 웃고) 빽 잃어버린 건 아깝지만, 그 기집애 붙들고 한바탕 해대
니까 속은 좀 시원하긴 했어.
봉선 근데 너 제복 입고 딱 그러고 있으니까 정말 대학생 같드라.
도경 (한숨 푹) 그러면 뭐하냐? 담 주부턴 나오지 말래는데... (남자 말투로)
이래서 아줌마들을 안쓰는 거예요. (입 삐죽) 어린놈이 싸가지하고는...
봉선 에휴... 남편 잘 만나 다리 쭉 뻗고 사는 여자들이 젤루 부럽다.
도경 맞어. 오프라 윈프리? 힐러리? 다 필요 없어. 그저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집에서 애 키우며 살림만 하는 전업주부가 최고야. 근데 그게 나한텐 왜 이렇게 힘 드는 거니?
봉선 (맞장구치며) 나두 나두... 개나 소나 다 하는 결혼이 나한텐 왜 이렇게
힘든 거니? 이놈의 반쪽은 도대체 어디서 처박혀 있는 거야. 만나기만
해 봐라. 마구 때려 줄 거야.
도경 뭘루?
봉선 (히죽 웃으며) 입술로...
도경 (웃는다)
봉선 넌 좋겠다. 애들이 결혼기념일도 챙겨주고...
도경 그럼. 내가 고것들 땜에 살지.
웃으며 열려진 대문 안으로 들어가는 도경과 봉선.
도경집 마당
도경과 봉선, 들어서는데 케이크가 내동댕이쳐져 있고,
현관문 열려진 상태다.
놀라서 안으로 들어가는 도경. 봉선 따라 들어간다.
도경집 거실
도경, 놀란 표정으로 들어서면 현관 입구부터 난장판인 거실.
봉희, 덩치들 앞에 무릎 꿇고 앉아 싹싹 빌고 있다.
덩치1 보증을 섰으면 돈을 갚아야재. 안 그래 아자씨?
봉희 (싹싹 빌며) 갚을게요. 제가 꼭 갚을게요.
입구에 들어선 도경, 망연자실해서 과일봉지 떨어뜨린다.
겁에 질려 떨고 있던 아이들, 도경 보고 “엄마”하며 와락 안긴다.
도경 당신들 뭐야? (큰소리로) 남의 집에서 지금 뭐하는 짓이야?
덩치1 아줌씨가 이 아자씨 부인이요? (봉희 보고) 아자씨가 말해.
봉희 여보, 그게 있잖아... (머뭇거리는) 상기가 있잖아.
도경 (또 사고 쳤구나 싶어 안색이 새파래지는데)
봉선 나봉희. 너 또 사고 친 거야?
도경 (차분하게) 봉선아, 애들 데리고 나가있어.
봉선, 아이들 데리고 나간다.
덩치1 (서류 들고 흔들며) 이 아자씨가 박상기 대신 돈 오천만원 안 갚으면 신
체를 포기하겠다고 도장을 꽝 찍어 부렀는디?
봉희 (싹싹 빌며) 여보 미안해... 상기가 보증 좀 서 달래서... 잘못 했어. 다신
안 그럴게.
도경 (격분해서) 야 이 인간아! 그렇게 당하고도 또 보증을 서? 그러고도 니가
가장이냐? 나봉희! 니가 저지른 일이니까 니가 알아서 해. (덩치들에게)
한두 번도 아니고 나도 포기했으니까 댁들 맘대로 해요. 죽이든 살리든.
덩치1 남편을 포기하시겠다? 그럼 이 시간부로 아줌마 남편 우리가 접수해도
된다 그거지?
덩치2, 봉희를 꽉 잡고 데리고 나가려하자 봉희 ‘여보 살려줘’ 하며 안 끌 려 가려고 발버둥 치는데
도경 (날카롭게) 잠깐!!
덩치2, 봉희 끌고 나가려다말고 멈춰 선다.
도경 원금 갚을 때까지 이자 내면 될 거 아녜요?
덩치1 거야 그렇지. 밀린 이자만 제때 낸다면야...
봉희 (안도하고 고마움에) 여보...
도경, 장식장 서랍에서 통장 꺼내 봉희 앞에 집어 던지며
도경 이제 당신이랑 끝이야.
눈물 콧물 범벅되어 뛰쳐나가는 도경.
봉희 여보!! (따라 나가려는데)
덩치, 봉희 뒷덜미 잡으며
덩치2 아저씨. 돈은 찾아주고 나가야지.
봉희 (뒷덜미 잡힌 채로 도경의 뒷모습 안타깝게 보며) 여보!! 도경이 누나... 미안해 여보...
눈물 콧물 줄줄 흘리는 봉희.
도경집 앞 (밤)
대문을 박차고 나오는 도경, 눈물 훔치며 뛰어간다.
근처 놀이터 (밤)
도경, 벤치에 앉아 훌쩍이고 있다.
도경 (훌쩍이며) 한동안 잠잠하길래 이제 좀 살만 한가 했더니 그새를 못 참
고 또 사고를 쳐? 무책임한 인간...
봉선, 도경을 찾다가 발견하고 다가와 옆에 앉으며
봉선 (주눅 든) 내가 너한테 할 말이 없다. 미안하다. 도경아!
도경 니가 왜 미안하니?
봉선 이게 다 내 죄다. 같은 배에서 태어난 내 죄.
도경 전생에 원수가 만나 부부로 산다던데 정말 봉희 땜에 단 하루도 편할
날이 없다. 결혼기념일에 이게 뭐니? 정말 살기 싫다.
봉선 (안타깝게) 도경아...
도경 봉선아, 나 봉희 포기할까봐.
봉선 (애원조로) 애들을 봐서라도 그러면 안 돼. 그냥 전생에 우리가 그 놈한
테 지은 죄가 많아서 이런 꼴을 당하는 거라 생각하면 안 될까?
도경 사채 빚이 얼마나 무서운 건데... 상기씨 도망친 거면 어떡하니?
봉선 봉희 말이 상기랑 연락하고 있대. 빚 곧 해결할 꺼라니까 너무 걱정 마.
도경 나 언제까지 이러고 살아야 되는 거니? 앞으로 애들 뒷바라지는 어쩌라
고 돈 들어갈 일만 만드니... 속상해서 증말... (눈물 훔친다)
봉선 일단 집에 가자. 봉희, 상기 만난다고 나갔어.
포장마차 안 (밤)
소주 마시고 있는 봉희와 상기
봉희 이러다 정말 마누라한테 쫓겨나는 거 아닌가 싶다.
상기 정말 미안하다. 한 방만 터져주면 돈이 쫙 풀리는데..
봉희 알았어. 어떻게든 공심이한테 부탁해 볼게.
상기 (봉희 잔에 술 따라주며) 그럴 필요 없어. 마샤장 소문 다 가짜래더라.
봉희 (약간 놀라는) 뭐? (한편으론 다행이다 싶은) 공심이가 그럴 리 없지.
상기 흥행성이 없어서 마샤 장 책은 안 되겠어.
봉희 (끄덕끄덕)
상기 저번에 내가 얘기했지? 일본에서 대박친 소설.
봉희 아! 아줌마와 골드미스의 연하남 쟁탈전!
상기 그 작가랑 연결될 거 같아. 판권 계약만 하면 우린 대박인데...
봉희 판권 살 돈이 있어? 마누라가 너 보증선 거 해결하기 전엔 들어오지도
말랜다.
상기 그러게. 어떡하냐? 사채 땜에 사무실 문도 못 열잖아. (조심스럽게) 그
래서 말인데...
주방 (밤)
봉선과 마주 앉아 식사하는 도경.
도경 (한 숟갈 뜨다말고 숟가락 탁 놓는다)
봉선 왜에? 지금껏 아무것도 못 먹었다면서?
도경 (한숨 푹~) 대체 어떻게 해야 정신을 차릴까?
봉선 글쎄다.
도경 그냥 확 이혼하자 그래버릴까?
봉선 전번에 사고 쳤을 때도 니 입에서 이혼 말 나오니까 싹싹 빌더니 한 달
못 넘기고 보증 서 준 거잖아?
도경 이번은 안돼. 사채빚 떠안고는 못살어. (고민하는) 아, 어떡하면 좋을까?
봉선 그럼 있잖아... 내가 얼마 전에 뉴스 보니까 이혼하는 절차가 바뀌었다
더라구...
도경 (뭔 말 인가 싶어 듣는)
봉선 원래는 이혼서류 넣고 그날 재판하면 바로 이혼이잖아.
도경 근데?
봉선 법이 바뀌어서 자식 있는 부부는 삼개월간 숙려기간인지 뭔지를 준대.
이혼서류 접수하고 삼 개월 후에 재판을 하는 거지.
도경 (솔깃해서 보는데)
봉선 아니다. 내가 올케한테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그런 걸로 정신 차
릴 놈이면 진작에 차렸겠지. 내 말 안들은 걸루 해.
도경 왜 말을 하다말고 끊어? 계속 해봐.
봉선 아서라. 말이 씨가 된다고 진짜로 갈라서게 될까봐 겁난다.
공심방 (밤)
침대 누운 공심, 계란으로 눈두덩이 문지르고 있다.
공심 내일 되면 멍이 더 오를 텐데... 아, 내가 차도경 그 기집애 땜에 미쳐.
눈두덩이 굴리던 계란을 가만히 보는데 계란 위에 현우 미소 짓는 얼굴이
떠오른다.
공심 동그란 것만 보면 그 사람 얼굴이 떠오르는 구나. 미친 척 하고 전화해
볼까? 그러다 만나자고 하면 어떡해? 이 꼴로 만나러 나갈 수도 없고..
분명 오해하고 있을 텐데... 아~ 괴롭다.
도경집 앞 골목 (밤)
술 취해서 상기와 어깨동무하고 걸어오는 봉희.
상기 (봉희 부추기는) 은행에서 이자 좀 밀렸다고 집에 쳐들어오는 거 봤냐?
걱정 붙들어 매고 일단 급한 불부터 끄고 하나씩 풀어보자. 친구가 이 혼 당하는 꼴은 절대 두고 못 보지.
봉희 (혀 꼬부라진 소리로) 좋아! 그깟 돈 내가 해 줄게. 친구! 우리가 남이
가? (주먹 내밀며) 의리!!
상기 (주먹끼리 건배하듯 부딪히며) 의리!! (집 앞에 당도하자) 이번 껀만 잘
해결되면 너나 나나 인생 확~ 피는 거니까 알았지? 그럼 내일 보자구!
(손 흔들고 돌아서 간다.)
봉희 (손 흔들고) 조심해서 가. (결심한 듯) 한번 고는 영원한 고! 좋아 가는
거 야~ 까짓 것 내가 뭐가 무서워서 내 이름으로 된 집도 내 맘대로 못해? 차도경? 여필종부야. 어디서 여자가 떽~ (대문 열고 들어간다)
도경집 거실 (밤)
비틀비틀 만취해 들어오는 봉희.
도경 (팔짱끼고 서서) 상기씬 만났어?
봉희 그럼 만났지.
도경 돈은 언제 갚겠대?
봉희 응. 곧 갚는다고 걱정 말라더라~ 우리 그만 들어가서 자자. 여보야~
도경 (쌀쌀맞게) 상기씨 사채 해결 할 때까지 각방이야.
봉희 (도경의 팔에 매달리며) 여보 그거만큼은 제발~ 당신 옆에 없음 잠 못
자는 거 알잖아?
도경 (확 밀치며) 이거 놔~
봉희 (바닥에 나가자빠진다)
도경 내일부턴 당신 누나 집에 가서 살어. 돈 찾아오기 전까지 이 집에 들어
올 꿈도 꾸지 마. (선녀 방으로 들어가서 문을 쾅 닫는다.)
봉희 (불쌍한 표정으로) 여보~ 도경아!!
도경집 안방 (밤)
초조하게 방안을 왔다 갔다 하는 봉희.
상기(E) 은행에서 이자 좀 밀렸다고 집에 쳐들어오는 거 봤냐? 걱정 붙들어 매
고 일단 급한 불부터 끄고 하나씩 풀어보자.
결심한 듯 장롱 문 열고 서류가방에서 등기권리증 꺼내는.
사채 사무실 건물 앞 (다음날)
사채사무실에서 나오는 봉희와 상기.
상기 빌린 돈은 삼천인데 일년도 안됐는데 이자를 이천이나 받아먹냐? 에라
이 나쁜 놈들~!
봉희 (지불각서 보며) 휴~이제 살았다. 남은 돈으로 당장 판권부터 계약해.
상기 고맙다. 봉희야. 다음은 니 소설이야.
봉희 (지불각서 주머니에 넣고 만족스럽게 웃으며) 너만 믿는다. 친구!
상기 비도 오는데 한잔 할까?
봉희 안 돼. 어서 가서 이 기쁜 소식을 마누라한테 전해야지.
상기 그래. 어서 가봐라.
봉희 (상기에게 등 보인 채 손 뒤로 들어서 흔들어주고 주차장으로 가는)
도경집 마당
도경, 빗자루로 마당 쓸고 있는데 대문 열고 봉희 들어온다.
도경 사채 해결하기 전까진 한 발짝도 들여놓지 말랬지? (빗자루 들어 봉희
에게 겨누려는데)
봉희 (양 팔로 얼굴 막으며) 해결했어. 사채빚 다 해결하고 오는 거라구.
도경 (그 말에 도경 멈춰 서고)
도경 정말 그 빚 다 해결되는 거야?
봉희 (도경 눈치 보다가) 그럼. 싹 정리했지. 자. 이거 지불각서 받아온 거야.
(지불 각서 꺼내 보여준다)
도경 (보며 의심스런) 딴 데서 또 사채 끌어다 메꾼 거 아냐?
봉희 아냐. 상기가 다 갚았다니까.
도경 (의심어린) 정말이야?
봉희 그럼! 어제 놀랐지? 미안해. 여보~
도경 내가 그 일 땜에 얼마나 속 끓인 줄 알아? 속상해서 정말... 암튼 또
사고 치기만 해봐.
봉희 (혀 짧은 소리로 애교떨며) 불쌍한 우리 여보, 많이 힘들어떠?
하면서 도경의 손을 봉희 얼굴에 갖다 대는데.
도경의 손, 그대로 봉희 이마를 밀어버린다. 밀리는 봉희의 고개.
봉희 (무안한지, 금방 환히 웃으며) 우리 여보 많이 속상했지? 미사리 가서
오리불고기나 먹고 오자.
도경 미사리?
봉희 결혼기념일 파티 망쳤는데 대신 간만에 미사리나 다녀오자구.
도경 왜 하필 미사리야?
봉희 미사리 가면 애들 눈치 안 봐도 되구 좀 좋아? (눈 찡긋한다)
으이그 못 말려... 하는 표정으로 밉지 않게 눈 흘기는 도경.
봉희 차 안
도경 태우고 신나서 운전 중인 봉희.
봉희 우리 여보야랑 단 둘이 데이트하는 게 대체 얼마만이야?
도경 글쎄 기억도 안 나네.
봉희 미안. 내가 이번 출판 건만 잘되면 당신한테 못한 거 배로 갚아줄 꺼야.
도경 돈이나 좀 제대로 받아와. 남 다 퍼주지 말구.
봉희 네. 명심하겠습니다. 싸모님~
도경 하여튼 한번만 더 나 모르게 사고 치기만 해봐. 그땐 정말 끝이야.
봉희 (찔리고) 알았어. 절대~ 노~ 네버~
주유소 + 봉희 차 안
주유소로 들어오는 봉희 차.
봉희 (창문 찌익 내리고) 삼만원요~ (도경에게 능글능글) 기름은 채우고 내
안의 고인 물은 빼내고!! (화장실 가려고 나가는데)
도경 (보면)
봉희, 화장실 가다말고 뒤돌아 깜찍하게 윙크하며 손 권총 날린다.
도경, 하여튼 못 말려요 싶어 저절로 웃음이 나오는데
(E) 울리는 봉희의 전화벨
도경 (전화 받으며) 네. 지금 잠깐 화장실 갔는데... 은행요? 무슨 일이신지...
담당자(F) 실례지만 관계가...
도경 나봉희씨 집사람인데요. 무슨 일이신지 말씀하시면 전해 드릴게요.
담당자(F) 그럼 은행 오셔서 등기권리증 찾아가시라고 전해주세요.
도경 예? 등기권리증요?
담당자(F) 서류심사 끝나고 댁으로 보내드린다고 했더니 직접 가지러 오신대서요.
그럼 좋은 하루 되세요. (끊는)
도경 (아무래도 불길한)
봉희, 커피 두잔 뽑아 들고 싱글벙글 웃으며 걸어온다.
도경 (그 모습 보며) 이 인간이 설마... 그새 또 사고 친 건 아니겠지?
봉희, 차 타에 타면 직원 계산서 내밀고 현금 내고 차 시동 건다.
봉희 사모님~ 자, 갑니다. (차 출발하려는데)
도경 당신 등기권리증 가지고 뭐 했어?
봉희 (허걱 놀라서 보는) 다, 당신이 어떻게... (차를 옆으로 세운다)
도경 (찔러보는) 내가 모를 줄 알았어?
봉희 여보...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 싶어서...
도경 (버럭) 그럼 집 담보로 대출받아 사채빚 갚은 거야?
봉희 (허걱!)
도경 당신 제정신이야?
봉희 한번만, 딱 한번만 봐줘... 사채라서 이자가 눈덩이처럼 붙는데... 어쩔
수가 없었어.
도경 (분노 억누르고) 차 돌려. 주민센터로 가.
봉희 어? 거긴 왜?
도경 서류 떼서 오늘 당장 이혼 접수할 꺼야. 당신이란 인간 지긋지긋해.
봉희 (놀라서 말 더듬는) 여, 여보...
도경 여보란 소리도 하지 마. 나랑 인연 끊고 당신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 어.
봉희 (헉!!!)
봉희 잘못했어. 여보... 한번만 용서해줘.
도경 (매섭게 쏘아보는)
봉희 (사색이 되어) 도경아! 내가 잘못했어. 한번만 용서해 줘라. 제발 이혼
만은... 도경아!
도경 더 이상 당신 사고치는 거 뒷수습 하면서 살 자신 없어. 이혼만이 내
가 살 길이야. 나 살고 싶어.
봉희 그럼 우리 애들은...
도경 걱정 하지 마. 애들은 내가 키울 거니까.
봉희 돈 찾아올게... 한 달 만 시간을 줘. 그리고 곧 소설도 출판 할 거야.
도경 다 필요 없어. 나 마음 굳혔으니까 그렇게 해줘.
봉희 안 돼. 못해. 아니 안 해. (애절하게 도경 보며) 여보 제발~
도경 나 그만 좀 비참하게 만들어. 이혼 해줄래? 아님 내가 죽어줄까?
봉희 (놀라서) 여보...
도경 법이 바뀌어서 서류 신청하고 석 달 후에 재판이라니까 그때까지 돈 찾
아와. 그럼 받아줄게.
봉희 그, 그래도 이혼은...
도경 한 달이면 된다면서 그거 또 뻥이야?
봉희 아, 아니야. (잘못 걸렸다싶은)
법원 내 사무실 (다음 날)
이혼 서류 작성하는 도경.
봉희, 안절부절 못하고 옆에서 도경의 눈치만 보고 있다.
도경, 이혼서류 작성 후 자신의 도장 꾹 눌러 찍는다.
도경 (봉희에게) 도장 찍어. 없음 싸인 하든지.
봉희 여보, 나 도저히 못 찍겠어. 한번만 다시 생각하자. 응?
도경 (손 내밀고) 정말 나 죽는 꼴 볼래?
봉희 (마지못해 도장 내민다)
도장 받아서 서류에 꾹 눌러 찍는 도경.
아픈 듯 눈 질끈 감는 봉희.
도경, 접수창구로 가서 이혼신청서를 직원에게 내민다.
직원 (받아들고) 3개월 후에 재판 받으러 오세요.
도경 (덤덤하게) 네.
봉희 저기요. 석달 후에 취소할 수 있는 거 맞죠?
직원 네?
봉희 그때 맘 바뀌면 재판 안 해도 되는 거죠?
직원 그럼요. 합의 이혼인데 당연하죠.
봉희 (그나마 안도하는)
대형마트 식당가
양푼 비빔밥을 한 숟갈 크게 떠서 입에 넣는 도경.
봉선 (놀라서) 정말 법원에 다녀온 거야?
도경 (김치 우걱우걱 씹어 먹으며) 응. 니 말대로 석달 후에 재판이래.
봉선 그놈이 기어코 일을 치는 구나. 으휴... 그 안에 돈 찾아와야 할 텐데...
도경 안 찾아오면 끝인 거지.
봉선 뭐? 너 설마...
도경 이혼 서류 넣고 나니까 신기하게도 없던 밥맛이 다 나네.
(밥 한술 크게 떠서 먹는)
봉선 너 정말 이혼하려는 거 아닌 거지?
도경 이게 봉희 정신 차리게 할 최선의 선택이야.
봉선 (걱정되는)
도경 봉선아...
봉선 응?
도경 그이 돈 찾아올 때까지 그이랑 바꿔 살면 안 되겠어? 혼자 불편하게 살
아 봐야 처자식 귀한 거 뼈저리게 느끼지.
봉선 봉희 정신 차리게 한다는데 그래야지. 알았어.
출판사
상기 앞에 마주 앉아있는 봉희.
봉희 참.. 여자가 칼을 빼면 모기라도 잡는다더니 기어코 법원까지 끌고 가더
라구.
상기 법이 바뀌었구나. 우리 형 이혼하는 거 보니까 그 날로 판결 받던데..
봉희 다행이지 뭐, 마누라 마음 돌릴 시간이 세 달이나 있잖아.
상기 (프린트 한 소설 번역 초고 주며) 번역 앞부분 나왔어. 한번 봐봐.
봉희 (표정 밝아지고) 벌써 판권 계약한 거야?
상기 담 주에 하기로 했어. 하루가 급한데 일부터 시작하자구.
봉희 그래. (번역물 보고) 이게 우리 구세주란 말이지?
상기 그거 각색 할 수 있겠지?
봉희 각색?
상기 번역이 거칠어서 그래. 이게 또 포장이 필요하잖아. 나봉희 문장력이야
내가 잘 알지.
봉희 (좋아서 웃는)
상기 번역 나오는 데로 원고 계속 보낼게. 최대한 빨리 해줘.
봉희 오케이. 초스피드로 진행하겠어.
상기 탈고하는 대로 책 푸는 동시에 홍보를 대대적으로 때릴 거야. 그거 보
면 니 와이프 당장 가서 이혼신청서 철회하고 올 걸.
봉희 생각만 해도 짜르르 전율이 흐른다.
상기 그니깐 최대한 빨리 탈고 해. 스탠바이 하고 있을 테니... 나 땜에 내
친구 이혼 당하는 꼴 볼 수 없지.
봉희 (프린트 한 번역 초고 들고 일어나며) 간다. 오늘부터 다시 시작이야.
(주먹 쥐고) 아자!
상기 (호응하며) 아자!
봉희, 웃으며 나간다.
문화의 전당 이사장실 복도 (다음 날)
짙은 컬러의 선글라스를 쓴 공심,
이사장실 문 앞에서 들어갈까 말까 망설이는데.
공심 오해를 풀긴 풀어야 하는데 사적인 얘길 하러 들어가려니 영... (망설이
는데)
현우(E) 마샤!
공심, 돌아보면 현우가 걸어오고 있다.
이사장실
마주앉아 차 마시는 현우와 공심.
현우 무슨 일이예요? 며칠 안 나오셔서 걱정했는데...
공심 네... 집안 일 좀 보느라 휴가 좀 썼어요.
현우 참, 그날 선배분이랑 오해는 풀었구요?
공심 네. 실은 그게... 말하자면 그 선배 남편이 저랑 어릴 적 친구데요. 그 친구가 바람이 나서 (하는데)
현우 (공심 입 앞에 자신의 검지 손가락을 내밀며) 스톱~ 말씀 안하셔도
되요. 저 마샤 개인적인 일에 관심 없어요.
공심 (무안한) 네에...
현우 참, 아카데미 운영에 달리 불편하신 건 없나요?
공심 (미소 지으며) 예산 신속하게 집행하도록 조치해 주셔서 감사드려요.
현우 절차대로 한걸요. 뭘. 참, 발레단과 아카데미 일 병행하려면 힘드실 텐 데 비서 채용하시죠.
공심 네?
현우 이거저거 챙겨야할 것도 많을 텐데 그 정도는 지원해 드려야죠.
공심 어머, 정말 감사드려요.
현우 결제 올리시고 홈피에 채용공고 띄우도록 하세요.
공심 감사의 의미로 제가 점심 맛있는 거 사드릴까 하는데 괜찮으신지...
현우 오늘은 선약이 있어요.
공심 (서운하고) 네... 그럼 이만. (문 열고 나가는데)
젊고 상큼한 예나(25세), 쑥 들어온다.
예나 (한 손 들어 흔들며) 하이~!
현우 (일어나서 반갑게) 왔어?
예나와 눈인사 나누고, 교차해서 나가는 공심.
이사장실 앞
문 탁 닫히고,
예나가 누군가 궁금한 표정으로 갸우뚱하는 공심.
예나(E) (발랄하게) 와우 근사한데?
현우(E) 안 보던 사이 더 예뻐졌는데?
공심, 질투 나서 입 삐죽거리며 걸어가는데
발레단 단장실
공심, 들어오자마자 선글라스 벗어 책상 위에 휙 던져 놓고,
심란한 듯 팔짱을 끼고 서성인다.
공심 나 따라서 제부도까지 간걸 보면 분명 마음이 있었다는 건데...
한국 들어온 지 얼마 안 되는데 그새 딴 여자가 생겼나? (초초해서 입 술을 잘근 깨문다)
(E) 노크소리.
공심 (얼른 선글라스 다시 쓰고) 네.
진섭 (들어오며) 단장님!
공심 ...?
진섭 아카데미 합격자 중에 한 학생이 이민을 가게 되었다고 연락이 왔어요.
예비합격자 중 일 순위한테 연락할까요?
공심 (단호하게) 아뇨! 다시 오디션 볼 거니까 예비합격자들 전부 연락해서
준비 시키세요.
진섭 (의아한) 나선남 학생이 일순윈데...
공심 (들은 척도 안하고 들어간다)
대형마트 (다른 날)
장보는 중인 도경, 카트 밀고 코너 돌면
앞치마 입고 김치시식 코너에서 알바 하는 봉선 보인다.
근처에 돈가스 자리에 다른 아줌마 알바중이고
아쉬운 눈길로 그 자리를 바라보는 도경.
도경 (시식 음식 하나 집어 먹으며) 알바 비는 자리 또 없나?
봉선 아직... 저녁 뭐할 건데?
도경 김치 많은데 김치찌개나 끓이지 뭐. 있다 저녁 집에 와서 먹어.
봉선 아, 고기 구경 좀 시켜주면 안되나?
도경 그럼 니가 삼겹살 좀 사오든지...
(E) 도경 핸드폰 벨 울린다.
도경 (핸드폰 받고) 네에? (반갑게) 결원요? ...(사이)... (놀라는) 오디션을
다시 본다구요? 우리 선남이가 일 순위던데 아니 왜... (실망하는)
봉선 (옆에서 듣고) 어떡하니, 공심이가 우리 선남이 기어코 떨어뜨리려나
봐...
도경 어차피 예비합격자 운운할 때부터 떨어진 거였어. (하는데)
찬영모(E) 선남엄마~!
도경, 보면 찬영모가 걸어오고 있다.
도경 저녁 찬거리 사러 왔구나.
찬영모 응. 참, 선남이 아르바이트 한 대며?
도경 (엥?) 무슨 소리야?
찬영모 우리 찬영이가 선남이 야자 빠지고 주유소에서 알바 한다고 그러던데...
자기 정말 몰랐어?
도경 (놀란) 뭐?
주유소 (밤)
기름 묻은 주유소 유니폼 입고 기름 주유하는 선남, 차 재떨이 받아 버리고
열심히 일하고 있다.
도경(E) 선남아!
선남 (돌아보면)
일각에서 뛰어 들어오는 도경.
주유소 일각 (밤)
도경과 선남이, 마주 서 있다.
도경 너 이게 무슨 짓이야?
선남 (아무 말 않고)
도경 지금 엄마한테 반항하는 거야?
선남 (차분하게) 아니에요. 엄마.
도경 그럼 대체 왜 이래?
선남 엄마. 아빠 또 보증 잘못서서 빚졌잖아요.
도경 그게 왜?
선남 엄만 내 학원비 만들려고 열심히 일하시는데 내 생각만 할 때가 아니다
싶어서요. 집안 형편은 생각안하고 좋은 학원 안 보내준다고 불평만 했 어요. 앞으로 제가 돈 벌어서 동생들 학원비 보탤게요.
도경 너 그게 무슨 소리야? (달래는) 이러지마. 선남아. 엄마가 어떻게든
니 무용 뒷바라지 할 거야. 집으로 가자. (선남이 잡고 가려는데)
선남 (버티며) 싫어요. 일 다 끝나고 갈 거예요.
도경 (놀라며) 뭐? 이 일을 계속 하겠다고?
선남 제가 장남이잖아요. 엄마 혼자 고생하시지 마세요.
도경 (선남을 와락 잡으며) 니가 벌면 얼마나 번다구? 너 지금 공부할 때야.
대학 안 갈 거야?
선남 (뿌리치며) 난 발레만 했단 말이에요. 발레 하려구 공부한 거지, 발레도
안 하는데 공부 뭐 하러 해요. 공부하기 싫어요.
도경 (충격 받는) 그래서 이렇게 막 나가겠다는 거야?
선남 돈 벌 거예요. 엄마 아빠 힘들게 사는 거 다 돈 때문이잖아요.
도경 (화가 치밀어, 선남을 마구 때리며) 정말 너 왜 이래. 너까지 내 속을
썩이니.. 너까지 내 속을 뒤집어 놓냐구?
선남 (그대로 맞고 서있는)
도경집 선남방
도경, 문 열고 들어와, 잠자는 선남에게로 가서 가만히 본다.
봉선 열린 방문으로 들여다보고는
봉선 그놈의 자존심 세우려다 애 잡겠다 애 잡겠어.
도경, 착잡한 심정으로 천천히 선남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단장실
공심, 선글라스 머리 위로 올려 쓴 채로 창가에 서서 커피 마시는데
현우와 예나 팔짱 낀 채로 다정하게 건물에서 걸어 나와
황기사가 문 열어주는 현우 차를 타고 떠난다.
공심 뭐야? 어제도 오더니 오늘 또야?
질투심에 파르르 떠는 공심.
문화의 전당 앞
현우와 예나를 태운 현우의 차 입구에서 나오고
반대 방향에서 도경이 걸어온다.
도경과 현우는 서로를 못 보고 엇갈려 가는데,
단장실 앞
문 앞에 서서 망설이는 도경.
잠시 망설이더니 각오한 듯 문 열고 들어간다.
발레단 단장실
도경과 선글라스 쓴 공심이 마주보고 앉아있다.
테이블에 주스 잔 놓여 있다.
도경 (긴장해 있고)
공심 다신 안볼 것처럼 하더니 무슨 일이야?
도경 우리 선남이... 이번 한번만 봐줘라.
공심 (빤히 보는)
도경 부탁할게.
공심 내가 선배 부탁을 왜 들어줘야 하는데?
도경 선남이가 많이 힘들어해.
공심 (냉랭하게) 글쎄. 오디션 공고 홈피에 올렸나 모르겠네.
(주스 마시며 도경 눈치 보는)
도경 선남이가 예비합격자 일순위잖아.
공심 누굴 뽑느냐는 단장인 내 맘인 거구...
도경 (절실하게) 부탁할게... 공심아.
공심 (잠시 생각하고는) 좋아. 대신...
도경 뭐?
공심 그 사람 만나서 제부도 일 해명해줘. 선배 땜에 그 사람 얼굴도 제대로 못 보게 생겼어.
도경 아직 안 풀렸어?
공심 당사자 말을 안 듣고 그게 쉽게 풀릴 일이야? 데이트 장소까지 찾아와
유부남이랑 놀아났다며 머리채 잡고 흔드는 거 직접 봤는데?
도경 알았어. 내가 오해 다 풀어줄게. 그럼 우리 선남이...
공심 선배 하는 거 봐서...
도경 알았어. 당장 약속잡어.
공심 젊은 여자애랑 쫌 전에 차타고 외부에 나갔어. 점심 먹으러 갔나봐.
도경 그럼 더 전화 해야지. 시간 끌다 걔한테 넘어가면 어떡할래? 무조건
한 시간 후에 시간 내달라 그래.
공심 (그런가?) (전화기 들고 심호흡 하며 전화 건다) 이사장님. 저... 식사
마치시고 밖에서 좀 뵙고 싶은데 괜찮으신지? ... (표정 밝아지는데)
공심차 안
공심, 선글라스를 쓴 채로 운전 중이고 도경, 조수석에 앉아 있다.
공심 살다보니 도경선배가 내 인생에 도움이 될 때가 다 있네.
도경 나봉희 떠맡은 그 순간부터 난 니 인생의 은인인 거야.
공심 (떨떠름한 표정)
도경 근데 아직도 멍이 안가라 앉은 거야? 대체 얼마나 오래 가려나?
공심 (비꼬는) 혼신의 힘을 다해 던진 사람이 더 잘 알겠지.
도경 혼신의 힘까지는 아니었는데... 아무튼 미안하다. 나 땜에...
공심 이것까지 싸그리 용서해줄 테니까 있다가 잘 좀 해봐.
도경 알았어. 호텔에서 밥만 먹고 바로 헤어진 거 보면 아직 깊은 사인 아닌
가봐.
공심 그렇겠지?
도경 내가 그 사람 앞에서 너를 매력덩어리로 완벽하게 포장해 줄게.
공심 제발 좀 그래봐.
도경 나만 믿어. 그 사람을 너한테 돼지본드처럼 딱 붙여줄테니까.
공심 돼지본드? 호호호... (웃는)
호텔 로비
나란히 걸어 들어가는 도경과 선글라스 쓴 공심.
도경 (갑자기) 화장실 좀 다녀올게. 먼저 들어가 있어.
공심 그래 다녀와.
도경 (화장실로 간다)
(시간 경과)
화장실에서 나오는 도경, 커피숍 쪽으로 걸어가려는데, 걸어오는 현우를 발 견하고는 놀란 표정으로 기둥 뒤에 숨는다.
도경 (얼어붙고) 조현우? (넋 나간 사람처럼 현우를 보는데)
현우, 공심이 앉은 테이블로 걸어가 공심의 맞은편에 앉는다.
공심과 다정하게 인사하는 현우.
도경 (보고 놀라서) 공심이 상대가 현우였어?
헉!!! 놀라며 돌아서는 도경.
호텔 앞
빠른 걸음으로 호텔을 빠져나가는 도경.
근처 버스정류장
생각에 잠겨 걸어오는 도경.
벤치에 털썩 주저앉는데, 충격에 멍한 표정이다.
커피숍
선글라스 쓴 공심 안절부절 못하고 있고, 현우 바쁜 듯 시계를 본다.
현우 선배 분이 너무 늦네요. 혹시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에요?
공심 (미안한 듯)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금방 올 거예요. (웃지만, 왠지 불
안한)
현우 근데 아까부터 선글라스는 왜?
공심 눈이 좀 피곤해서요... 잠시만요. 전화 한번 해 볼게요. (현우 눈치 보
며 작게) 선배 왜 안와?
(화면분할)
도경 (당황하며 전화 받고) 어 공심아~ 미안. (차 소음 들릴까봐 전화기 막
고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나 지금 배가 너~무 아파.
공심 (성질 나 죽겠으나 꾹 누리며) 대충 하고 얼른 와. 기다리고 있으니까.
도경 (곤란하고) 아 배야~ 일단 끊자. (얼른 끊고 핸드폰 밧데리 빼버린다)
공심, 전화 뚝 끊기자 얘가 갑자기 왜 이러나 싶은데...
공심 (현우에게) 어쩌죠? 좀 더 걸릴 것 같은데...
현우 선배 분 병원에 가봐야 하는 거 아닌가?
공심 제가 가보고 올게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일어서서 가는)
호텔 화장실 안
다급하게 들어서는 공심.
공심 (큰 소리로) 도경 선배~! 배 많이 아퍼?
화장실에 인기척이 없자 선글라스를 머리 위로 올리고 주위를 둘러보는데
불길한 예감이 드는 공심,
도경을 찾으려 양변기 칸을 똑똑 두들겨 보고,
반응 없자 문 벌컥 열어 보면 아무도 없다.
다음 칸 또 노크하고 열어보면 또 없다.
마지막 칸까지 일일이 다 확인하고 없자 배신감에 부르르 떠는 공심.
도경에게 핸드폰 걸어보니 꺼져 있다.
공심 (환장하겠다) 돌아버리겠네. 내 이 기집애를 그냥? (화가 치미는)
호텔 커피숍
선글라스를 머리 위로 올려 쓴 공심,
한쪽 눈이 시퍼렇게 멍 오른 거 그대로 드러내놓은 채로 걸어 들어온다.
화가 나서 씩씩대다 현우 보자 난감한 표정으로 바뀌는.
현우 (공심의 눈을 보고 웃음 팍 터져 나오려는 거 꾹 눌러 참는)
공심 화장실에 없어요. 배 아파서 병원에 갔나?
현우 하하하.. (넘 웃겨서 눈가에 고인 눈물 닦아내고) 선배 분 재미있는 분 이네요.
공심 바쁘실 텐데 나 땜에 괜히...
현우 괜찮아요... 근데 마샤... (한손을 입가에 대고 조그맣게) 선글라스...
공심 (순간 눈 딱 만져보고 헉!!!)
현우 (쿡~ 하고 웃는)
공심 (얼른 선글라스 다시 쓰고 쪽팔려서 고개 푹 숙인다)
현우 그리고 앞으로는 이럴 필요 없어요. 저 마샤랑 선배 분 관계에 관심
없어요. (일어선다)
공심 (민망해서 울그락 불그락)
호텔 앞
현우 차오면, 먼저 타고 가고,
선글라스 쓴 채로 우아하게 웃으며 인사하는 공심,
현우 차 가자 돌아서서 표정 돌변하며,
공심 완전 돌아버리겠네. 내 이 기집애를 그냥?
버스정류장
멍하니 대기석 의자에 앉아있는 도경.
도경 (핸드폰 화면에 뜬 공심 이름 보며) 너랑 나랑 꼬여도 어쩜 이렇게 꼬
이냐? (차창으로 시선 돌리고 한숨 푹 내쉰다)
무용실 (과거회상 - 드라마 ‘로망스’ 패러디)
방과 후 빈 무용실.
교복차림의 현우(18세) 무용실 바를 잡고 엎드려 서 있고 화난 표정의
도경(23세)이 긴 몽둥이를 들고 서 있다.
도경 (힘껏 한 대 때리고) 다시 말해봐.
현우 사랑해요. 도경씨...
도경 (더 세게 때리고) 다시 말해봐!
현우 도경아. 사랑한다.
도경 이 자식이 정말! (폭발 직전으로 마구 때리며) 너는 학생이구 나는 교생
선생이야!! (정신없이 몽둥이로 내려치는데)
현우 (이를 악문채로) 사랑해요. 선생님. 사랑한다구요!!
가슴이 미어지는 도경, 강한 척 이를 악물고 계속 때린다.
버스정류장 (현실)
도경 (씁쓸하게)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하다가 문득 정신 차리고) 아니
지. 우리 선남이! (벌떡 일어난다)
호텔 커피숍
도경, 조심스레 들어서면 공심과 현우 앉아있던 자리에 다른 사람 앉아있다.
난감한 표정의 도경.
호텔 앞
도경 나오려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비를 피해 우두커니 서 있는 도경.
공심차 안 (밤)
빗물 닦아내는 와이퍼 움직이고,
공심, 선글라스 안 쓴 상태로 오만상을 찌푸리고 운전하는데,
(E) 공심의 핸드폰 울리고.
힐끗 보는데, 발신자 도경이다. 무시하고 운전하는 공심.
문자메세지음 울리고 보면.
- 공심아, 미안해. 만나서 얘기 좀 해. 니네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도경 -
메시지 보자 핸드폰 조수석에 신경질적으로 확 던진다.
공심 사람 바보 만들어 놓구... 다시 생각해보니까 지 자식 앞길은 걸리나보
지? 차도경! 니 자식 운명이 내 손 안에 있는데, 니가 이러면 안 되지.
다시 핸드폰 들고 전화 하는 공심.
공심 나 마샤 장인데 삼십분 후에 예약 부탁해요.
공심집 앞 (밤)
비바람이 몰아치는 가운데 우산 쓰고 서서 기다리고 있는 도경.
도경 내가 미쳤지... 우리 선남이 생각해서라도 피하는 게 아니었는데...
우리 선남이... 나 땜에 아카데미 짤리면 어떡해? (고심하는)
뷰티 샵 룸
꽃잎 띄운 럭셔리한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는 공심.
타월로 멍든 눈가를 찜질하고 있다.
직원 (아로마 오일 떨어뜨리며) 100% 유기농 로먼 캐모마일이에요.
공심 (만족스럽게) 음...
직원 단장님, 요새 스트레스 많이 받으셨나 봐요.
공심 왜?
직원 피부에 트러블이 생겼어요. 잔주름도 생기고...
공심 (성질나고) 신경 쓸 일이 한 둘이 아니야.
직원 이럴 때 빨리 회복시켜줘야 해요. 오늘 시간 되시면 프리미엄 코스로
받고 가세요.
공심 그래.
공심집 앞 +공심 차안 (밤)
우산 썼지만 비바람에 옷이 젖은 도경,
골목 앞길을 보며 초조하게 공심을 기다리는데
골목을 들어서는 공심의 차.
도경 설마 현우랑 같이 타고 오는 건 아니겠지?
도경, 순간 몸을 비스듬히 돌린다.
운전 중인 공심, 집 앞에 몸 돌리고 선 도경을 발견한다.
공심 (이 부드득) 나쁜 기집애...
공심 차 와서 서고,
차에서 내린 공심, 우산 쓰고, 도경을 못 본척하고 대문으로 걸어가는데.
도경 공심아... (막아선다)
공심 뭐야?
도경 공심아 미안해.
공심 미안하면 다야? 저리 비켜.
도경 (둘러대는) 정말 정말로 오늘 일 어떻게 사과해야할지 모르겠는데..
배가 너무 아파서...
공심 (말 자르며) 됐어. 내가 오늘 선배 땜에 얼마나 망신당했는지 알아?
도경 (불쌍하게) 한번만 봐줘라.
공심 (차갑게) 뭘?
도경 우리 선남이 한번만 봐달라고...
공심 (냉정하게) 내가 왜? 규칙은 지키라고 있는 거야. (들어가려는데)
도경 나 봉희랑 이혼해.
공심 (놀라서 멈춰 서는)
도경 부탁할게. 공심아... 내 힘으로 선남이 발레 못시켜...
공심 (냉정하게) 그게 나랑 무슨 상관있다구... (다시 들어가려는데)
도경 (우산 집어 던지고 공심 팔 잡고 매달린다) 우리 아들 장래가 너한테
달렸어. 제발 부탁할게. 제발...
공심 (덤덤하게 보다가) 그럼 선배!
도경 ...?
공심 앞으로 내가 시키는 대로 무슨 일이든 다 할래?
도경 ...!!!
비에 젖은 몰골로 간절한 시선 보내는 도경과
그런 도경을 노려보는 공심에서 엔딩.
.공주가 돌아왔다↲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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