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가_돌아왔다 4
S#1. 문화의 전당 앞 도로
정장차림의 도경,
핸드백 메고 테이크아웃 커피 들고 바쁘게 뛰어온다.
S#2. 발레단 복도
사람들과 부딪치며 “죄송합니다” 하면서 뛰어가는 도경.
S#3. 단장실
공심의 테이블과 대각선으로 좀 거리를 두고 비서 책상이 놓여있다.
비서 책상 앞 중앙에는 소파가 놓여있다.
도경, 헐레벌떡 뛰어 들어오면
공심이 책상 앞에 앉아서 신문 보고 있다.
도경 (커피 책상에 올려놓으며) 자 커피~
공심 (못마땅하게 보는)
도경 (자기 자리에 앉는데)
공심 (커피 한 모금 마시고 신문 보며) 회의 준비 다 됐지?
도경 자료 프린트만 하면 돼.
공심 (쫙 째려보는)
도경 (눈치 보며) 요... (사무적인 말투로) 곧 준비하겠습니다.
공심 (또 다시 쫙 재려 보면)
도경 (공손하게) 단장님~
공심, 콤팩트 꺼내서 화장 고치고, 머리며 옷차림 매만지는데.
공심 (도경에게) 어때?
도경 어? 멋있어.. 요.
공심 (조금 웃고) 자료 회의실로 가져 와. (나간다)
도경 알았어..
공심 (휙 돌아보면)
도경 (얼른) 요!
공심, 나가는데, 그 뒷모습을 아니꼬운 표정으로 보는 도경.
S#4. 발레단 일각
도경, 인쇄중인데 오작동해 반만 인쇄돼서 나오는 종이들.
당황한 도경, 다시 만지작거리는데 이번엔 온통 까맣게 인쇄되어 나온다.
놀라서 다시 설정버튼 누르는데, 복사돼 나오다가 용지가 걸린 듯 에러가
나고, 아무리 버튼 눌러도 복사기가 꿈쩍도 안한다.
당황한 도경, 시계를 보며 초조한데...
마침 지나가던 남자직원 다가오며,
직원 제가 도와드릴까요?
도경 (구세주 만난 듯) 고맙습니다.
직원, 복사기 만지더니 복사기 작동이 잘 된다.
마지막에 한권씩 호치키스로 찍어서 까지 나온다.
도경 (입 쩍 벌리고) 와~ 신기하다. 아예 찍어서 나오네요.
직원 (웃으며) 네. (자료 주면서) 자 여기 있습니다.
도경 (자료 받아) 정말 고맙습니다. (꾸벅 인사하고 나가는)
S#5. 동 복도
자료를 가지고 뛰어가는 도경, 회의실 앞에 멈춰 선다.
S#6. 회의실 안
문 빼꼼 열고 들어서는 도경,
회의 시작 전이라 각 부서 임원들 서로 말 건네며 웅성거리고 있다.
도경, 두리번거리며 공심을 찾는데 공심과 눈 딱 마주친다.
공심, 도경 보고 눈 찌릿 하는데
도경, 들어가는데 중간 상석에 앉아 옆 사람 쪽으로 몸 돌려 대화중인 현우
를 발견한다.
화들짝 놀라서 굳어지며 어쩔 줄 모르는 도경.
도경 (얼른 현우에게 등 돌리고 공심에게 서류 내미는데)
공심 (턱을 임원들을 향해 쭈욱 내밀어 돌리는 시늉하며) 돌려요. 쭈욱~
현우에게 들킬까싶어 당황한 도경, 공심 테이블 앞에 프린트 물 내려놓고
후다닥 재빠르게 나간다.
공심, 갑작스런 도경의 행동에 황당해서 보는데.
문을 나가는 도경의 뒷모습 보고 고개 갸우뚱하는 현우.
현우 마샤 단장님, 시작하시죠!
마샤 (표정 고치고 미소 지으며 일어서서) 네. 이사장님.
프린트 된 용지를 하나씩 회의 참석자들 앞에 쭈욱 돌리는 공심,
겉은 미소 짓지만 속으로는 울화통 터지는.
도경(E) 현우가 이사장이었어?
S#7. 문화의 전당 계단
황급히 내려오는 도경,
도경 (혼자 중얼거리는) 그러니까 공심이 좋아하는 남자가 현우고, 현우가
여기 사장이고, (멈추는) 공심이 기집애가 나랑 현우랑 좋아했던 사이라
는 거 알면 신경 거슬린다고 나 자를게 분명한데... (다시 계단을 내려 가다 문득 멈추고) 그럼 우리 선남이는? ... 아~ (괴롭고)
발이 아픈지, 계단에 털썩 주저앉는 도경,
구두 벗어 보면, 발뒤꿈치 까져 있다.
도경 (발을 주무르며) 세상에, 현우가 여기 이사장님이라니...
S#8. 도경집 근처 골목 (회상)
도경(23세), 집으로 가는데, 현우(18세), 불쑥 앞을 막아선다.
현우 누나!
도경 (깜짝 놀라서 보면, 사복 차림의 현우다) 뭐? 누나?
현우 (능글맞게 웃으며) 이제 교생선생님 아니잖아요.
도경 (현우 머리 꽁 때리며) 까불지 마! (가려는데)
현우 (다시 막아서며) 아이씨이.. 두 시간이나 기다렸어요.
도경 헛... 어서 가라. 가서 공부 해. 기말고사가 낼 모레잖아.
현우 (꿈쩍도 않고) 공부가 안돼요. 누나가 보고 싶어서...
도경 (큰 소리로) 또 누나래.
현우 이번 시험 망치면 누나 때문이에요. 나 성적 상위권인 거 아시죠?
도경 (걱정되지만) 너 공부하기 싫으니까 괜히 내 핑계 대는 거지?
현우 (도경의 팔짱 끼며) 잠시라도 나랑 있어주면, 나 시험 잘 볼게요.
도경 뭐?
현우 선생니임... 제발..
도경 (으이그.. 하는 표정)
S#9. 계단 (현실)
도경, 풋 하고 쓴 웃음 나는데,
사람들 내려오면서 말하는 소리 들리고
당황한 놀란 도경, 얼른 구두 신고 내려가는데,
S#10. 단장실
도경, 자기 자리에 앉아서 발뒤꿈치에 반창고 붙이고 있는데,
공심, 문 열고 들어온다.
공심 (찌릿 보면)
도경 (얼른 발 감추고)
공심 (냉랭하게 보며) 아주 상전을 모셨어. 상전을... 프린트 물 돌리고 가란
소리 못 들었어?
도경 화장실이 급해서... 미안해...요.
공심 미안해요가 아니라 죄송해요! 지. 기본을 몰라요. 기본을!
도경 죄송... 합니다.
공심 (칫) 다음부터 이런 일 없도록 해.
도경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네...
공심 (자기자리로 가 앉아 콤팩트 두드리며) 아무리 사회생활을 안 해봤어도
그렇지, 뭘 몰라도 저렇게 모를까?
도경 (작게 휴~한숨 쉬고 자기 자리로 앉는)
공심 (화장 고치며) 차비서~!
도경 (벌떡 일어나) 네!
공심 오후 스케쥴이 어떻게 되지?
도경 (헉! 스케쥴표 가지고 공심 앞에 서서 떠듬떠듬)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발레단 안무지도 있고요.... 그리고 5시에 청화여대 총장님과 미팅 있 고... 7시에 무용협회에서 주최하는 만찬이 있네요.
공심 (짜증나) 그 정돈 안보고 외워야지. 모시는 상사 스케쥴 꿰뚫고 있어야
하는 게 비서의 가장~ 기본적인 업무야. 몰라?
도경 (주눅) ...
공심 차비서?
도경 (얼어서) 네?
공심 점심 안 해?
도경 장선생님이랑 같이 하기로...
공심 (일어나 눈짓으로 옷 가리키고)
도경 (알아채고 얼른 신발 걸치고 겉옷 가져다주고)
공심 (옷 입으면서) 빽!
도경 (핸드백 가져다주고)
공심 먼저 먹고 올게.
도경 네... 다녀오세요.
공심, 들은 척도 안하고 고개 들고 도도하게 나가면서 고소한 표정이다.
공심 뒷모습 보면서 열불 나는 거 간신히 참는 도경.
S#11. 구내 식당
도경, 진섭과 즐겁게 웃으며 걸어 들어온다.
도경 장선생님, 제가 취직 턱으로 점심 쏘는 거예요.
진섭 네에. 여기 밥, 가격, 착하고 맛있어요.
도경, 식권 사려고 줄 서는데,
진섭 단장님! (부르고)
도경도 고개를 돌려보면,
공심과 현우, 나란히 서서 식판에 배식 받고 있다.
도경, 현우 보고 놀라서 얼른 뒤돌아서고,
현우, 도경 쪽 보지만, 도경의 뒷모습 줄선 사람들에 가려 반만 보인다.
도경 (진섭에게) 저, 장선생님. 점심은 다음에 살게요.
진섭 네?
도경 사무실에 아주 중요한 걸 두고 왔네요. 죄송합니다. (말 끝나자마자 빠
른 걸음으로 식당을 나간다)
진섭 ...?
빠른 걸음으로 나가는 도경을 보는 공심.
S#12. 구내식당 밖
쫓기듯 나오는 도경.
도경 아니, 현우 쟤는 이사장이라면서 왜 직원들 식당에서 밥을 먹니? 으유,
내일부터 도시락을 싸오든지 해야지 원,
S#13. 봉선 원룸
봉희, 식탁에 앉아 노트북 앞에 놓고 비장한 눈길로 작업하는 중이다.
옆에 번역 초고 들여다보며, 맹렬하게 자판을 두드리는 봉희.
손가락이 아픈지 멈추고 손가락에 호호 불다가 주먹을 꽉 쥔다.
봉희 (결의에 찬) 맹세코, 기필코, 돈 벌고, 이혼 취소시키고 만다. 나.. 봉희! 아직 죽지 않았어.
다시 초고 보며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하는 봉희.
번역 초고 들여다보며, 맹렬하게 자판을 두드리는 봉희.
어느덧 창밖이 밝아온다.
하루 이틀 사흘 열흘 한 달... 창밖이 다시 어두워지고, 어느새 밝아오고,
봉희의 얼굴에 수염이 더부룩하고, 몰골이 초췌하다.
S#14. 문화의 전당 (다른 날)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다.
우산 쓰고 지나가는 사람들 모습 보이고...
S#15. 단장실
소파에 앉아 라디오 틀어놓고 도시락 먹는 도경.
도경 (달력 보며) 벌써 내일이 월급날이네? (기분 좋아 빙긋 웃는데)
공심, 서류 가지고 들어오며
공심 (냄새에 코 막으며) 윽 냄새~
도경, 철렁해서 음악 끄고, 도시락 뚜껑 얼른 닫는다.
공심 내가 사무실에서 도시락 먹지 말랬지?
도경 옥상에서 먹으려는데 갑자기 비가 와서...
공심 (들고 있던 서류봉투를 도경의 책상 위에 툭 던진다)
도경 왜 뭐가 잘못됐어요?
공심 차비선 입사한지 한 달 다 되어 가는데 아직도 업무 파악이 안 돼?
도경 (꺼내 보면 뒷장이 없다) 어머 뒷장이 빠졌네. (자기 자리에서 찾으며) 어머 여깄네. (공심 보며 미안한 표정) 어떡해?
공심 뭐 하나를 제대로 하는 일이 없어요. 쯧쯧...
도경 ...
공심 (쇼핑백 주며) 샤닐 매장 가서 이 옷 좀 수선해 가지고 와.
도착하면 샵마스타한테 전화 넣으라 그래.
도경 비 오는데 내일 가면 안 될까...요? 우산이 없는데...
공심 (찍~ 째려보고)
도경 (시선 내리는) 다녀올게요. 단장님!
S#16. 명품 매장
수선할 옷을 펼쳐놓고 공심과 전화 통화하는 점원, 그 앞에 서 있는 도경.
점원 네에.... 염려마세요. 단장님~ 담 주에 신상 들어오니까 꼭 들러주세요.
(끊는다)
도경 어디가 잘못 됐대요?
점원 (살펴보며) 소매 아랫단 단추가 떨어졌네요.
도경 예? 설마요? 분명히 옷 수선이라고 했는데... (옷을 살펴보는데 아무 이
상 없다)
점원 (옷 안단에 달린 예비 단추를 확인하고) 예비단추가 있으니 두세 시간 이면 되겠네요.
도경 단추 하나 다는데 그렇게 오래요?
점원 본사 수선 팀에 보내서 달아야하거든요. 본사까지 왔다갔다하는 데만
두 시간 걸려요.
도경 (난감한)
점원 내일 찾으러 오실래요?
도경 단추 하나 땜에 여기까지 두 번 걸음 할 일 있어요? 그냥 기다릴게요.
점원 그러세요 그럼. 커피한 잔 드릴까요?
도경 감사합니다.
진열된 옷들 구경하는 도경.
지난번에 오천원 주고 산 짝퉁과 비슷한 문양의 원피스 걸려있다.
도경 (옷감 만져보고) 역시 원단 질감부터 차이가 팍 나는구나. (가격표 보고
손가락으로 0이 몇 갠가 세어보는... (헉!) 아니 뭐가 이렇게 비싸요?
점원 저희 매장에선 그 원피스가 가장 저렴한 건데요.
도경 아, 그래요? ... 마샤 단장님 여기 자주 오세요?
점원 그럼요. 저희집 단골 고객이시잖아요. 신상 들어올 때마다 들르셔서 한
두 벌씩 사시는 걸요.
도경 그렇구나.
점원 세일 상품 있는데 보실래요?
도경 아니에요. 저 있다가 올게요.
매장에서 나오는 도경.
S#17. 명품 매장 앞
도경 (나오며) 무슨 옷이 죄다 몇 백이야? 허참... 뭐? 한 시간 차타고 와서
단추 하나 달랑 달아오라구? 비오는 날 똥개 훈련시키겠다 이거지? 그 래. 즐겨라~ 니가 나를 고이 대우해주려고 비서직에 앉혔겠냐?
S#18. 무용복 전문점
진열된 발레복 구경하는 도경.
도경 와~ 너무 이쁘다. (옷 자기 몸에 대고 전신거울 보며) 우리 땐 이렇게
예쁜 거 없었는데...
점원 어머, 무용하셨어요?
도경 네. 대학 때까지요.
점원 어쩐지. 몸매가 너무 착하시다 했어요.
도경 (웃으며) 발레리노 연습복 좀 보여 주세요. 우리애가 발레 하거든요.
점원 (깍듯하게) 네. 손님.
도경 근처에 의류 할인매장 있어요?
점원 네. 코너 돌면 상설할인 매장들이 쭉 있어요. (연습복 꺼내고)
도경 (혼잣말로) 잘됐다. 시내 나온 김에 애들 옷이나 좀 사야겠네.
점원 (남자 발레 연습복 보여준다) 손님. 이거 어떠세요?
도경 좋은 데요. (표정 환해지는)
S#19. 연습실 앞 복도
도경, 수선한 거 담은 쇼핑백과 아이들 옷 든 쇼핑백들 여러 개 들고 오다가
연습실에서 음악소리 흘러나오자 유리창으로 들여다본다.
장선생(진섭)이 아이들 안무를 지도하고 있다.
장선생 드방~ 데리에~ 오르드볼랑~ 아라베스크~ (음악 끄고 시범 보이며) 잘 봐~가슴을 이렇게 쭉 펴야지. 자, 그 부분 다시~!
장선생의 구령에 맞춰 발레 동작하는 아이들.
그 속에 진지한 표정으로 동작하는 선남이 모습도 보인다.
선남과 아이들 수업 받는 거 보며 흐뭇한 미소 짓는 도경,
다시 음악 흐르는데 복도에 아무도 없자 쇼핑백 내려놓고 장선생의 구령에
맞춰 동작 해보는 도경.
장선생(E) 드방~ 데리에~ 오르드볼랑~ 아라베스크~
도경, 구령에 맞춰 동작하다 뒷다리 쭉 펴서 올려보는데...
몸이 굳어 잘 안 되는... 중심 흔들리고 비틀거리며
중심 잡아보려고 애쓰는 도경.
음악 꺼지고.
장선생(E) 자,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아이들(E) 수고하셨습니다.
얼른 동작 멈추고 쇼핑백 집어 들고 빠르게 가는 도경.
S#20. 단장실
책상 앞에 앉은 공심에게 쇼핑백 내미는 도경, 쇼핑백 몇 개 들고 있다.
도경 여기...
공심 (받으며) 어째 나가면 함흥차사야?
도경 본사에서 수선해 오는데 시간이 좀 걸려서...요.
공심 그럼 맡겨놓고 내일 찾으면 되지.
도경 혹시나 급한 건가 싶어서...
공심 (도경의 손에 들린 쇼핑백 보며) 그건 뭐야?
도경 어 이거 우리 선남이 연습복하고 애들 옷 좀 샀어요.
공심 (기막힌 표정) 아주 살판 나셨구만~
도경 (시무룩)
(E) 노크소리
진섭, 문 열고 들어온다.
도경 (깍듯이) 죄송합니다. 단장님.
공심 (가보라는 손짓)
도경 (뚱해서 자리로 간다)
진섭 (서류 내밀며) 단장님, 싸인 좀~
공심, 서류 살피는데...
입 삐죽이며 자기 자리에 앉아서 일 시작하는 도경.
공심 (서류에 싸인 하고) 담 주 주말에 오지공연 때문에 강원도로 헌팅 가려
는데 장선생 시간 괜찮아요?
진섭 담 주 주말은 아버지 제사 날이라 시골가야 하는데 어쩌죠?
공심 그렇담 할 수 없지 뭐.
공심 참, 오늘 저녁에 회식 있는 거 알죠?
진섭 네.
공심 (서류 주며) 단원들 한사람도 빠지지 않도록 해요. 그만 나가봐요.
진섭 (도경에게 손 흔들며) 차비서님도 오시죠? 이따가 뵈요. (나간다)
도경 (좋아서) 네. 장선생님, 있다 뵈요. (웃는데)
공심 (날카롭게) 차비서~!
도경 네~!
공심 (종이 주며) 자료실 가서 여기 적어 놓은 DVD 대출해서 안무가랑 남녀
주연 정리해.
도경 (목록 받아보면 엄청난 분량에 입이 딱 벌어진다)
공심 이 정돈 할 수 있겠지?
도경 (실망하며) 네.
공심 하나도 빠뜨리면 안 되니까 꼼꼼하게~ 그럼 수고~! (나간다)
도경 (어이없다)
S#21. 자료실
목록 보며 컴퓨터로 검색하는 도경.
도경 (투덜거리며) 마린스키 인터내셔날 발레 훼스티벌. 자꾸 오타가 나네..
(자판 똑딱 거리다가) 이게 웬 콩쥐 신세람... 공심이 그 기집애 분명히
전생에 팥쥐 아니면 계모였을 거야. (입맛 다시며) 점심도 못 먹었는데
아, 배고파라. 회식 가면서 나만 쏙 빼놓고....나쁜 기집애. (하는데)
(E) 개굴~
소리 나는 곳을 보는 도경의 시선으로,
(CG 처리)
개구리 한마리가 창틀에 앉아서 도경을 보고 있다.
도경 (개구리 무심히 보고, 자판 똑똑 두드리며) 이 많은 걸 언제 다해? 못
된년~
개구리 (말 끝나자마자) 개굴~
도경 (개구리 보며 피식 웃으며) 니가 내 맘을 아는 구나.
개구리 (도경을 빤히 보는데) ...
도경 콩쥐 팥쥐 얘기처럼 니가 내 일 다 해주면 얼마나 좋겠니?
순간, 펑~소리와 함께 하인 복장으로 변한 개구리.
놀라는 도경.
도경 (활짝 웃으며) 어머~!! 나 도와주려고 왔나보구나?
개구리 (공손하게) 네. 여기 일은 저한테 맡기고 (창 밖 가리키며) 저거 타고
회식이나 가세요.
도경, 창밖을 보면 건물 앞에 화려한 호박마차가 서 있다.
도경 (감격해) 어머나, 세상에... 고마워~
개구리 (표정 싹 변하고 거만하게 팔짱 끼고) 이럴 줄 알았냐?
도경 황당한)
개구리 싫어. 넌 팥쥐잖아.
도경 뭐어?
개구리 (야유하듯 씩 웃으며) 이게 다... 인과응보야.
도경 (인상 찌그러지며) 뭐? 인과응보?
개구리 난 바빠서 이만~!! (펑! 하고 사라진다)
컴퓨터 검색하던 중에 깜빡 졸다가 깨는 도경.
어리둥절해서 창밖 둘러보는데 호박마차도 없다.
도경 배가 고파서 그런지 별 황당한 꿈을 다 꾸네.
검색한 DVD 대출기호 메모지에 옮겨 적고, 사서에게로 가져가는데,
S#22. 문화의 전당 일각
도경, 대출한 DVD 들고 오는데, 건너편에서 현우가 걸어온다.
현우 뒤를 따라오는 황기사.
급당황해 코너로 몸을 숨기는 도경.
현우, 얼핏 도경을 보지만, 갸우뚱하다가 그냥 가고,
도경, 현우 가는 거 힐긋 보며 안심하고 가다가 앞에 놓인 휴지통 못 보고
부딪쳐 들고 있던 DVD 바닥에 떨어뜨린다.
도경 (현우가 볼까봐 당황하며) 아.. 어떡해. (DVD 줍는데)
황기사, 뛰어와 도경을 도와준다.
도경, 현우 쪽을 불안하게 보면,
현우는 그대로 가 버린다.
황기사 (말없이 DVD 주워주고)
도경 (안도하는) 휴우~ 언제까지 숨어 다니냐.
황기사 ...? (도경 보는)
S#23. 단장실
도경, 비서 책상 앞에 앉아 컴퓨터로 DVD 빠르게 돌려가며 보면서, 뭔가 적
는다.
사이사이 샌드위치 맛있게 먹고...
도경 얼마 안 남았어. 할 수 있다. 힘내자. 차도경~! (다시 보는데)
경비, 노크하고 문 열고 들어온다.
경비 건물 전체 소등해야 해서 지금 나가셔야 하는데요.
도경 어머 그래요? 곧 나갈게요.
경비, 나간다.
도경 (아쉬운) 조금만 더 하면 되는데... (컴퓨터 끄면서) 내일 일찍 나와서 마저 하지 뭐.
S#24. 버스 안 (밤)
쇼핑백들 가슴에 안은 채 목을 못 가누고 꾸벅꾸벅 조는 도경,
문득 눈을 떠서 보면, 도경네 동네다.
버스 막 떠나는데, 도경 놀라서 허겁지겁 문으로 가며,
도경 아저씨~! 차 좀 세워 주세요.
버스, 끽 하고 서더니 문 열린다.
도경 고맙습니다. (쇼핑백들 들고 서둘러 내린다)
S#25. 도경집 주방 + 거실
식탁에 앉아 피곤한 기색으로 힘없이 밥 먹는 도경, 그 앞에 앉아있는 봉선.
봉선 왜 공심이가 엄청 부려 먹냐?
도경 (힘없이) 말 할 기운도 없어. (젓가락 내려놓고) 너무 피곤하니까 입맛
도 없네.
소파로 가서 그대로 팍 엎어진다.
봉선 야, 씻고 자야지.
도경 쫌만... 씻을 기운도 없어.
가볍게 코까지 골고 잠드는 도경,
짠하게 보며, 식탁 치우는 봉선.
S#26. 문화의 전당 전경 (다음날 아침)
공심(E) 좋은 아침!
S#27. 발레단 복도
직원들에게 인사하며 공심 걸어오고
S#28. 단장실
공심, 문 열고 들어오면,
도경 책상 위, 일하다 만 상태에 샌드위치 먹던 거 놓여 있고 엉망진창이다.
공심, 인상 쓰는데
허겁지겁 뛰어 들어오는 도경. 어제 입은 옷 그대로에 부스스하다.
공심 (쏘아 보는)
도경 쏘리. 차가 막혀서....
공심 커피는?
도경 아참~! 얼른 가서 사올게. (가려는데)
공심 됐어. 회의 들어가야 해. 근데 차비서 꼴이 그게 뭐야?
도경 어제 너무 피곤해서 그만...
공심 (말 자르며) 옷 딴 거 없어?
도경 (무안한)
공심 머린 그게 뭐야? 내 체면과 지위에 맞게 용모 단정하게 하고 나와.
여기가 동네 구멍가게 인 줄 아나봐. (자리로 가고)
도경 (열 받고)
S#29. 발레단 화장실
물 묻혀 머리 단정하게 하는 도경,
콤팩트 꺼내 립스틱도 바르며 화장도 하면서 투덜투덜...
도경 누구처럼 해 주는 밥 먹고 지 몸 하나 쏙 빠져 나오는 줄 아나?
(E) 도경 핸드폰 벨
도경 (핸드폰 보면, 공심이다) 어? (받고) 네. 단장님. (하는데)
공심(F) (신경질적으로) 차비서! 조찬회읜 거 몰라?
도경 아참...
공심(F) 정신머리하고는... (탁 끊는다)
도경 (끊고 한숨 푹~)
S#30. 거리
테이크아웃 커피와 도넛박스 여러 개를 양손에 나눠 들고 오는 도경,
도경 기집애 쉴 틈도 없이 일시키네. 아침밥도 못 먹었는데..
문득 도넛 한 개 꺼내서 한입 먹고 맛있다는 표정 짓고는 입가에 크림 묻힌
채 먹으면서 바삐 가는.
S#31. 단장실 앞
입가 후다닥 닦고 들어가는 도경.
S#32. 단장실
도경, 도넛 박스와 커피 들고 들어가면,
공심, 진섭 등 아카데미 강사 서너 명과 소파에 앉아 회의 중이다.
진섭 아카데미 원생들의 열의가 대단합니다. 서로간의 경쟁도 대단하구요.
도경, 테이블로 가서, 커피와 도넛 놓으며 귀가 솔깃하고,
공심 제가 봐도 몇몇 학생들은 탁월한 재능을 보여요. 세계무대로 내 보낼
인재로 키울 수 있도록 선생님들께서 더욱 열심히 지도해 주세요.
도경, 흐뭇해서 멈칫해서 있으면,
공심, 도경에게 나가라는 눈짓 찍~ 보내고,
도경 맛있게들 드세요. (밖으로 나가는)
S#33. 연습실 앞 복도
도경, 연습실 앞을 지나치는데
(E) 공연 음악이 흘러나온다.
빼꼼 열린 문으로 호기심에 안을 들여다보는 도경.
여자무용수(지윤)가 혼자서 지젤 역을 연습 중이다.
심취되어 프로패셔널하게 몸 동작하는 지윤.
도경 (혼잣말로) 어머나, 지젤이네? (관심있게 보는)
지윤, 음악 끝나고 휘날레 동작하면
도경, 감동받아 박수 치는데...
지윤 (도경을 보고) 뭐예욧?
도경 네?
지윤 (싸가지 없게) 허락도 없이 왜 훔쳐 보냐구요?
도경 (황당해서) 아, 아니 훔쳐보는 게 아니라... 그냥 지나가다가...
지윤 사람 신경 쓰이게... 저리 가세욧. 아줌마!
도경, 화나지만 뭐라 말도 못하고 문 닫고 돌아선다.
도경 (기분 나쁜) 뭐야? 쟤는? 아주 싸가지가 바가지네.
S#34. 옥상
간이 테이블 놓여있고 인조잔디가 깔려있다.
직원들 쉴 수 있는 휴게 공간 같은 분위기.
도경 이야, 이런 곳도 있었네? (건물 아래를 내려다보며) 여기가 내 일터라
이거지? 그래. 차도경~ 콩심이가 뭐래든 꾹 참고 꿋꿋하게 버티는
거야!
도경, 주위 둘러보고 아무도 없자 아까 본 ‘지젤’ 발레 동작 해보는
몸이 굳어 잘 안되지만 혼자 심취해서 옥상을 누비며 즐겁게 춤추는 도경.
랄라랄라~ 입으로 리듬 흥얼거리며 춤추는 모습이 어찌 발레라기보다는
다른 장르가 섞인 퓨전 발레 같은...
춤추다 멈춰 서서 혼자 풋 하고 웃는다.
S#35. 발레단 건물 앞
걸어 나오는 공심, 본관 건물에서 나오는 현우를 보고 빠르게 걸어가며
공심 어머 이사장님! 식사하러 가시나 봐요.
현우 네.
공심 제가 점심 대접할게요. 같이 나가실래요?
현우 마샤, 우리 그냥 구내식당에서 먹죠. 제 입맛에 맞던데...
공심 어쩜 저도 구내식당 밥이 제 입맛에 딱 이던데... 호호호...
다정하게 식당 건물 쪽으로 걸어가는 공심과 현우.
S#36. 발레단 건물 옥상
빵과 우유를 먹는 도경.
다정하게 담소 나누며 걸어가는 공심과 현우를 내려다보며.
도경 공심인 현우랑 잘 되나가나 보네. (가슴이 왠지 싸해지는)
.... 무조건 피해 다니는 거야.
S#37. 몽타주
- 단장실에서 막대걸레로 바닥 청소하는 도경.
- 그 위로 달력 떼는 도경의 손.
- 연습실에서 거울 호호 불며 닦는 도경.
- 그 위로 달력 떼는 도경의 손.
- DVD 무겁게 들고 가는 도경.
- 그 위로 달력 떼는 도경의 손.
다음 장 달력에 재판 날 동그라미로 표시된 거 보인다.
S#38. 봉선 원룸
컴퓨터 앞에 앉아 일에 몰두하고 있는 봉희,
봉희의 얼굴에 수염이 더부룩하고, 몰골이 초췌하다.
마지막으로 자판을 치고 감격스런 만세 삼창하는,
봉희 만쉐이~ 만쉐이~ 만쉐이~~~~ (노트북을 꼭 끌어안고 뽀뽀세례하며) 고맙다. 너만이 내 살길이다, 대박아~~~~ (눈물을 훔치며) 내가 이러 고 있을 때가 아니지. 이 기쁜 소식을 상기한테 먼저 알려야지.
휴대폰으로 상기에게 전화하는 봉희.
신호만 가는 상기의 전화.
봉희 상기, 이 자식은 이 감격스런 순간에 왜 전화를 안 받는 거야~
출판사로 전화해보지만 역시 전화 불통이다.
S#39. 봉희차 안
신나서 운전하는 봉희. 수염 깎고 말쑥하게 차려 입었다.
봉희 (한껏 붕 뜬) 아씨, 진짜 대박나면 어떡하지? 흐흐흐... 차도경, 기다려 라. 감동의 눈물바다로 만들어 줄 테니. (좋아서 자꾸 웃음 새어나온다) 상기야, 내가 대박으로 뽑았어. 우리 돈방석에 앉았다!!
S#40. 출판사 사무실 앞
직원 (친절히 문 열어주며) 어서 오십시오! 저희 광천수정수기를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봉희에게 광고책자와 개업수건 건네는데)
문 입구에 개업화환들 쭈욱 있다.
황당한 얼굴의 봉희 벙쪄 있는데.
S#41. 1층 경비실 앞
돌아서는 경비아저씨를 붙잡는 봉희.
경비 (귀찮은 듯) 일주일 전에 정리했다니까 그러네. (가려고 하는데)
봉희 (경비아저씨 붙잡으며) 뭔가 착오가 있나 본데 걔가 그럴 놈이 아니라
니까요, 아저씨.
경비 (도리질 치며) 말도 마. 그 밤에 그냥 이삿짐센터 불러서 야반도주하다 시피 했다니까~
봉희 아니에요, 그럴 리가 없어요. 혹시 저한테 전해주란 것도 없어요? 무슨 메모라든가, 쪽지 같은 거라도.
경비 그런 게 있었나? 없는 거 같은데... 잠깐만 기다려봐. (경비실에서 장부 주섬주섬 찾아보는데)
봉희의 휴대폰에 문자 메시지 왔다는 멜로디 울린다.
봉희, 문자 메시지 확인하는데 상기다.
<친구야. 미안하다. 판권 사기 당했어. 나 지금 비행기 탄다.
나 찾지 마라.>
충격에 휩싸인 봉희.
경비 (장부 들이밀며) 그래, 깜빡 잊을 뻔 했네. 관리비를 안내고 갔어. 자네 친구가.
봉희 (무릎 꿇고 머리를 쥐어뜯으며 절규하는) 상기, 이 개자식아~~~~~
S#42. 포장마차 안
심각한 표정으로 소주 마시고 있는 봉희.
봉선, 들어온다.
봉선 또 무슨 일인데 초저녁부터 술이야? (자리에 앉는)
봉희 (봉선 보고도 한 숨만 깊게 쉬는)
봉선 왜 그래? 뭐가 잘 안 돼?
봉희 나 죽을 거야. 나 같은 놈은 죽어야 돼.
봉선 (철렁해서) 왜?
봉희 상기가 해외로 날랐어.
봉선 (눈 똥그래서) 뭐?
봉희 그 자식이 나만 죽어라 고생 시키고... 이제 나 어떡해?
봉선 그 책 다른 출판사에 넘기면 안 되는 거야? 대박감이라며?
봉희 원작 있는 거 각색한 거란 말야. 판권 못 사서 그냥 쓰레기 됐어.
봉선 넌 하는 짓마다 뭐가 그러냐?
봉희 나 같은 놈은 죽어도 싸... 담 주가 재판 날인데... 그냥 확 도망칠까?
봉선 그런다고 해결이 돼? 일단 원룸 빼서 보증금으로 대출 갚겠다 그래보
자.
봉희 그걸로 해결이 안 되니까 그러지.
봉선 오천만원 대출 받아서 사채빚 갚은 거 아냐?
봉희 일억 빌려서 오천 빚 갚고 오천 판권 사서 책 낸다고 상기 빌려줬어.
봉선 으이그... 너 정말 왜 이러니?
봉희 누나 나 어떡해? 아무리 생각해도 해결할 방법이 없어.
봉선 이자 밀리면 집으로 연락 올 텐데... 손이 발이 되도록 싹싹 비는 수 밖
에...
S#43. 할인 매장 (다른 날)
정장 고르는 도경과 봉선.
봉선 (도경의 몸에 옷 대주며) 와, 커리어 우먼 같다. 맘에 들어?
도경 (거울 보며 흡족한 듯) 응.
봉선 두어 벌 더 사라. 번갈아 입어야지.
도경 미안해서 그러지. 너 돈 너무 많이 쓰는 거 아냐?
봉선 무슨 소리야? (눈치 보며 오버해서) 올케가 취직했다는데 손위 시누이
가 이 정도는 해야지. 맘에 드는 걸로 골라봐.
도경 어쨌든 고맙다. 니 덕에 당분간 옷 걱정은 덜겠네.
봉선 (부럽고) 난 언제 이런 옷 입고 출근이란 걸 해보니?
도경 부러워할 거 없어. 아니꼽고 드러운 일 한 두 가지 아니야.
봉선 야, 그럼 공심이한테 그 일 내가 대신 한다고 할까? 시식코너 철수하고
일도 없는데 내가 나가서 돈 벌게. 니가 살림 해.
도경 됐거든요. 비서직이라고 우습게 보지 마. 무용과 나온 나도 업무파악
하느라 헤매는데...
봉선 그래?
도경 기다려봐. 구내식당 자리 나면 알려달라고 부탁해 놨어. 거기 들어가면
정직원이라 4대 보험도 들어준대.
봉선 정말? 올케 부탁해.
도경 당연하지. (거울 보며 자신의 모습 이리저리 살펴보는)
봉선 (다른 거 가리키며) 야, 저 옷 너한테 잘 어울리겠다. (가보는)
S#44. 골목
옷 산거 들고 오는 봉선과 도경.
봉선 봉희 아주 모범적으로 지내. 두문불출하고 글만 쓰나보더라. 내가 봐도
대견하다니까... 진작에 그렇게 정신 차렸으면 소설을 내도 몇 권을 냈 을 거야.
도경 (반응 없고)
봉선 걔가 글재주는 좀 있잖아.
도경 (차분하게) 돈은 언제 받아온대? 다음 주가 재판인 거 알고 있을 텐
데...
봉선 너 정말 이혼 할 거야?
도경 응. 마냥 이렇게 살 순 없잖아.
봉선 만약에... 이건 정말 만약인데...
도경 뭐어?
봉선 만약에 봉희가 돈 못 찾고 이혼당하기 싫어서 숨어버리고 재판 날 안나 오면 어떡하니?
도경 어쩌긴... 실종 신고내고 기다리면 자동이혼일 텐데...
봉선 (허걱) 그럼 만약에 정신은 차렸는데 돈을 못 받아서 시간을 좀 더 달
라 그러면?
도경 야, 그 인간한테 한두 번 속니? 이번에도 한 달이면 충분하댔어.
봉선 그럼 돈 못 찾아오면 정말 이혼할 거야?
도경 응. 할 거야. 근데 귀찮게 왜 자꾸 묻니? 그 인간 돈 못 찾는대?
봉선 (움찔) 아, 아니야. 그때까지 찾아온댔어.
도경 늦었다. 애들 저녁 차려줘야 돼. (앞서 가고)
봉선 (우거지상으로) 야, 같이 가. (뒤따라 빠른 걸음으로 가는)
S#45. 부동산 (다음날)
소파에 세입자와 부동산직원과 봉선 마주보고 앉아 계약하고 있다.
직원 (수표 봉선에게 건네며) 자 계약금 오백 만원입니다. 이서 했으니까 확
인해 보세요.
봉선 (세어보고 이서확인하며) 네 맞네요.
직원 (영수증 건네며) 여기다 싸인 좀~
봉선 (싸인 하는)
직원 요새 월세만 놓는 터라 원룸 전세 구하기 하늘에 별 따긴데... 두 분 서
로 잘 됐네요. 날짜도 딱 맞고...
세입자 이사 가기로 한 집은 주인이 들어간다고 위약금까지 내며 파기하자 그
러고 당장 어디로 옮기나 했는데 정말 다행이네요.
봉선 (돈 가방에 넣고 가방 꼭 끌어안으며) 전 이만 가 봐도 되죠?
직원 그럼요. 내일 12시까지 짐 빼시고 여기로 오시면 됩니다.
봉선 네. 안녕히 계세요. (허탈하게 걸어 나오는)
S#46. 봉선 원룸
봉선, 침울한 표정으로 옷 개서 짐 가방에 넣고 있다.
봉선 (애틋한 시선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들어올 땐 풀 옵션이라 좋아라했는
데 이 정든 것들을 모두 두고 가야한다니... (섭섭한 표정으로 일어선다)
(TV앞으로 가 화면을 쓰다듬으며 서럽게) 안녕, 텔레비전... 덕분에 그
동안 즐거웠어. (에어컨 앞으로 가서) 에어컨아, 고맙다. 더운 여름... (감정이 복받쳐 올라 눈물 뚝 떨어지고) 너 때문에 견딜 수 있었어.
그때 문 열고 들어오는 봉희, 봉선의 행동 보고 멈칫!
봉선 (냉장고를 부둥켜안고) 안녕, 냉장고. 니가 없었더라면 나는 아마 (더욱 복받쳐 꺼이꺼이) 굶어죽었을 꺼야... (손 흔들며) 잘 있어, 풀 옵션들 아~ 새 주인 만나 오래오래 행복해야 돼... 흑흑흑...
봉희 누나 뭐해?
봉선 (보고 얼른 눈물 훔치며) 봉희야. 원룸 나갔어.
봉희 (눈 크게 뜨며) 벌써? 그럼 난 어떡해?
봉선 내일 잔금 치를 거니까 그거 들고 가서 도경이한테 무조건 빌어.
봉희 (감격해서 봉선 꼭 끌어안으며) 고마워 누나... 역시 누나 밖에 없어.
봉선 (밀어내고) 봉희야 앞으론 제발... 누나 좀 살자. 응?
봉희 그래. 앞으론 도경이랑 누나 시키는 대로만 하며 살 거야. 약속해.
누나!
다같이(E) 부라보!!
S#47. 호프집
잔 부딪히는 도경과 봉희, 봉선.
호프와 안주들 앞에 놓고 기분 좋게 술 마시는.
봉희 (한잔 쭉 들이키고) 크아, 좋다. 여보 그동안 고생 많았지? 이제 불행
끝 행복 시작이야. 나봉희 성공하면 누나랑 당신, 물방울 다이아몬드 반 지 손가락 마다 끼게 해줄게. 조금만 기다려!
도경 (픽 웃으며) 으휴, 말이나 못하면~
봉선 (도경 몰래 봉희 살짝 흘기다가) 도경아 번번이 속으면서도 얘 말 들을 마다 꼭 그렇게 될 거 같지 않니?
도경 (좋으면서도 비꼬듯) 누가 한 뱃속에서 나온 남매 아니랄까봐. 아주
똑~같아요. (수표 보며) 근데 이거 혹시 위조수표 아냐?
봉희 아니야. 은행에 가서 넣어보면 알지. 당신 출근해야 하니까 내가 내일 아침에 은행가서 대출금 갚고 올게.
도경 안 돼. 당신을 어떻게 믿어?
봉선 (헉!)
봉희 (조심스럽게) 그럼 당신이 가려구?
도경 (봉선에게) 이거 니가 직접 은행가서 정리해. 알았지?
봉선 (휴~) 그래. 내가 책임지고 싹 정리할게.
도경 내가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이번에 진짜 끝장을 보려고 했
어.
봉희 여보 미안해. 이제부터 내가 가장 노릇 확실히 할 테니까 나만 믿으라
구.
봉선 제발 좀 그렇게 해다오. 아주 중간에서 내가 피가 마른다. 피가~
도경 앞으론 제발 애들 좀 생각하구 살어. 부탁할게.
봉희 알았어. (잔 들고) 자 건배~
기분 좋게 건배하는 세 사람.
S#48. 도경집 동네 골목 (밤)
봉선, 앞서 걸어가고 있고
봉희, 술 취한 도경을 들쳐 업고 ‘무조건’ 노래 부르며 뒤따라가고 있다.
흥에 겨운 도경, 봉희의 등 뒤에 업혀서 신나게 들썩들썩!
봉희 (신나게 노래 부르는) 내가 필요할 때 나를 불러줘~
도경 (큰소리로 손 하나 치켜들고) 줘!!
봉희 언제라도 달려갈게~
도경 갈게, 갈게!!
봉희 낮에도 좋아~
도경 쪼아!!
봉희 밤에도 좋아~
도경 쪼아!!
봉희 언제든지 달려갈게~
도경 갈게, 갈게!!
봉희 다른 사람들이 나를 부르면~
도경 헤이!!
봉희 한참을 생각해 보겠지만 (하는데)
동네 개들 봉희의 노래에 화답이라도 하듯 컹컹 짖고 난리가 났다.
어느 집에서 남자가 “야이 새끼야! 잠 좀 자자. 잠 좀!” 소리 지르고.
개들이 컹컹~ 짖는데.
도경 (업힌 채로 벌떡 몸 일으켜) 저 개새끼들이... (악쓰며) 조용 못해?
야 이 개새끼야!!!
남자가 소리친 집에서 “뭐 이 새끼야?” 소리 나더니, 불이 켜진다.
정신 번쩍 든 봉희, 헉헉거리며 도경을 업은 채로 그대로 달리는.
봉선도 ‘내가 못살아’ 하면서 뛰고.
S#49. 도경 집 거실
봉희, 꿀물 타서, 취해서 소파에 누워있는 도경에게 준다.
봉희 허니~ 꿀물이야. 마셔봐.
도경 (일어나 꿀물 마시고) 아, 넘 많이 마셨나봐. 씻구 자야지. (일어난다)
봉희 당신 이렇게 취한 거 처음 보네~
도경 기분이 너~무 조오와서.. 마니 마셨다.. 왜? (욕실로 들어간다)
봉희 (눈 반짝하는)
S#50. 도경 집 안방
서랍장 열어 이거 저거 뒤지는 봉희.
봉희 (느끼하게) 으흐흐흐~~ 어디에 숨겨놨더라? 마누라 기분 좋을 때 점수 좀 확실히 따놓자. 내가 가진 게 뭐 있어? 있는 건 달랑 두쪽!
봉희, 드디어 파란 알약 비아그라!! 한 개를 찾아서 꺼내 든다.
봉희 (비아그라에 쪽 입 맞추는) 임마, 너만 믿는다~~
입에 꿀꺽 넘고 삼킨 후 벽 잡고 팔 운동 몇 번 해가며 땀 빼더니
손으로 오른쪽 가슴, 왼쪽 가슴 팍팍 치며 자뻑하는.
봉희 너의 존재가 느껴지기 시작하는 구나~ (자신감 충천한. 팬티 고무줄 튕
기며) 기다려라, 차도경~!
휘파람 불며 침대 위 이부자리 정돈하고 침대 안으로 쏙 들어가는 봉희.
봉희 (밖을 향해) 여보 얼른 와. 히히히... (혼자 좋아 키득대고)
(전율의 표정으로) 으으으.... (몸을 비틀면서) 그분이 오셨도다~!
도경, 문 열고 흐느적거리며 들어와 침대로 올라가 눕는다.
봉희 (도경에게 슬금슬금 다가서며) 여보 그동안 많이 힘들었지?
당신의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려줄게. 불타는 침대 만들어 보자구...
도경 (짜증난 목소리로) 비켜...
봉희 앙탈은?? (안으려는데)
도경 (못 참겠다는 듯) 아 미치겠네! (발로 확 찬다)
침대에서 땅바닥으로 굴러 떨어지는 봉희.
불쌍한 표정으로 ‘여보’ 하는데 도경, 일어나 방문 쾅 닫고 나간다.
S#51. 거실
선녀 방으로 들어가는 도경.
봉희, 뒤따라와 문 열려고 하지만 문이 잠겨있다.
봉희 (작은 소리로 애원하듯) 여보... 애들 깨면 어떻게.... 문 좀 열어줘.
여보.... 여보... 아씨 클났네.... 이 약 제대로 효과 나네.
참기 힘들어 거실 벽에 스파이더맨처럼 달라붙어서 몸부림치며
봉희 당신이 날 거부하면 난 어떡하라고... 여보야~ 차도경!!
화장실 가려고 방에서 나오는 선웅,
선웅 (봉희 보고) 아빠 벽 잡고 뭐해?
봉희 (헉!) 알지? (손바닥에서 거미줄 쏘는 스파이더맨 흉내 내며) 훅, 훅, 스
파이더맨~ (가운데를 숨기려고 벽에 딱 붙어 안방으로 이동한다)
선웅 ....?
S#52. 도경 방
들어오는 봉희.
봉희 에이 내가 날을 잘못 잡은 거야. (방을 뱅글뱅글 돌며) 아 미치겠네....
이 긴긴밤을 어떻게 보내지??
침대에 누워 이불을 덮는다.
봉희 (괴로운 표정으로) 으으으으....
이불을 얼굴 위로 확 들어올린다.
S#53. 도경집 주방 (아침)
도경, 막 일어난 듯 부스스한 차림으로 안방에서 문 열고 나오는데
봉희, 앞치마 차림으로 식사 준비하고 있다.
도경 당신 거기서 뭐해?
봉희 당신 아침 챙겨 먹여서 보내려고 밥이랑 콩나물 국 끓여.
도경 오래 살고 볼 일이야. 당신이 밥을 다하구. 나 좀 깨우지 그랬어?
봉희 곤히 자길래... (준비해둔 꿀물 대령하며) 여보 꿀물이야. 이거 먹어.
도경 (감동해) 고마워~ (꿀물 마시는)
봉희 밥 다 되가니까 쫌만 기다려.
도경 늦었어.... 얼른 씻구 나가봐야 돼.
봉희 (도경 손잡고) 여보... 고생시켜서 미안해. 조금만 더 고생해.
도경 (짠해서) 누가 뭐래도 당신이 우리 집 가장이잖아. 애들 생각하고 기죽 지 말고 힘내. 알았지?
봉희 (울컥해서) 앞으론 정말 당신 말만 들을 거야. 맹세코!
도경 당신 지금 한 말 두고두고 기억할 거야.
봉희 그럼!
도경 나 좀 씻을게. (욕실로 들어간다)
봉희 (도경을 흐뭇하게 보는)
S#54. 문화의 전당 앞
도경, 커피와 도넛 들고 평소보다 활기찬 도경의 모습으로 걸어가는
진섭, 주차장에서 걸어오다 마주친다.
도경 좋은 아침!!
진섭 (도경 보며 꾸벅 인사하고) 뭐 좋은 일 있어요?
도경 (활짝 웃으며) 네.
진섭 (나란히 걸으며) 차비서님! 웃는 모습 정말 오랜만에 본다.
도경 그러게 말에요. 그동안에 웃을 일이 없었거든요. 근데 이제 하나씩 풀리려
나 봐요.
S#55. 마트
카트 밀고 다니며 장보는 도경과 봉선.
도경, 우족 들어 보며 카트에 담는.
봉선 (놀라) 웬일이야? 그 비싼 걸...
도경 (미소로) 그동안 원룸에서 밥도 못 챙겨 먹고 몸 많이 상했을 텐데...
이거 푹 고아서 니가 좀 챙겨 먹여.
봉선 (웃으며) 알았어. 누가 지 신랑 아니랠까봐...
바나나 코너 앞에 지나가다가
도경 바나나도 살까? 봉희 바나나 좋아하잖아. (바나나 고르는)
봉선 (웃는) 이왕이면 많이 사라. 나도 바나나 좋아해.
도경 너두 바나나 좋아했어?
봉선 그럼 무지 좋아하지... 어릴 땐 봉희 먹으라고 잘 안 먹은 거야.
도경 눈물 나는 형제애다. 가만히 보면 넌 누나가 아니라 엄마 같아.
봉선 어릴 때 엄마 돌아가시고 봉희랑 나, 새 엄마 밑에서 눈칫밥 먹고 살았
잖냐? 집안에서 뒷받침만 제대로 해줬으면 뭐가 되도 크게 됐을 텐데...
도경 지 동생이라구 하여튼... 크게 사고만 안쳐도 다행인거지.
봉선 어우 야~
S#56. 도경집 거실
청소기 돌리는 봉희, 소파 옆에 세워 두고
봉희 (소파에 털썩 주저앉으며) 아 힘들다. 집안 일이 이렇게 힘들 줄이야.
내일이 재판 날이니... 내일만 지나면 일단 위기는 넘기는 거지?
(기도하듯 두 손을 모으고) 내일 하루도 무사히...
S#57. 도경집 앞
장바구니 들고 걸어오는 도경과 봉선.
도경 뭐 이렇게 물가가 올랐다니? 돈 몇 만원이 쓴데 없이 사라졌네.
봉선 정말 그렇다니까 만원 들고 나가면 살게 없어. 갈수록 서민들 살기만
팍팍하고.. 일자린 없고...
도경 그러니 공심이 기집애가 나를 괴롭혀도 군소리를 못하지. 요즘 같은 세
상에 아줌마가 그런 직장 구하는 게 어디 쉽겠니?
도경, 우편함에서 우편물 챙겨 대문 열고 들어간다.
S#58. 마당
도경, 우편물 하나씩 살펴보며
도경 (전기세 고지서 보며) 전기세가 왜 이렇게 많이 나왔어?
봉선 썼으니까 많이 나왔겠지. 설마 전기를 먹었겠냐?
도경 (은행에서 온 우편물 보고) 이건 또 뭐야?
도경, 다른 우편물 계단 난간에 올려놓고 뜯어보는데
대출금 일억원에 대한 이자연체로 집 경매 들어간다는 내용이다.
(오천만원 갚기 전에 은행에서 보냈슴)
도경 (기겁해 꽥) 야!!! 나 봉 희!!
S#59. 거실
거실 창문에서 내다보던 봉희,
봉희 뭐야? 들킨 거야? (얼른 소파 뒤에 숨는다)
도경, 문 팍 열고 들어선다.
도경 야, 이 썩어문드러질 인간아~! (방문 마다 열어보는데)
봉희, 소파 뒤에서 덜덜 떨고 있다.
봉선 (예감이 들긴 하지만) 왜? 무, 무슨 일인데?
도경 (폭발직전) 이 인간이 집 담보로 빌린 돈이 일억이랜다.
봉선 (기어이 들켰구나 싶은)
도경 너! 은행 가서 오천 갚을 때 암말 안 해?
봉선 어, 그게 저...
도경 너 알고 있었구나. 어쩜 니들 나한테...
봉선 아니야. 나도 며칠 전에 알았어.
도경 나머지 오천은?
봉선 상기가 책 출판한다고 빌려 갔대. 몇 달만 있음 꼭 돌려준다니까 믿어
보자. 응?
도경 봉희가 가져온 오천만원, 그 인간한테 받은 거 맞대?
봉선 (도경 눈 똑바로 못보고 말 더듬더듬) 어... 그.. 그럼.
도경 너 혹시 원룸...?
봉선 (허걱 놀라는) 도, 도경아...
도경 (분노해서 꽥) 이 인간이 증말!!!
봉희, 소파에 걸쳐 세워져있던 청소기 손잡이 봉희 머리 위로 넘어져
콩 소리가 난다.
도경 (휙 보면)
봉희, 후다닥 현관문 쪽으로 뛰쳐나가는데...
도경 야, 나봉희!!!
신발도 안 신은채로 걸음아, 나 살려라하며 도망치는 봉희.
S#60. 옥상
옥상 위로 뛰어올라온 봉희, 숨을 데 찾다가 평상 아래에 들어간다.
도경, 씩씩대며 올라오는데 봉희 안보이자
세료르 박 방문을 두드려 보는데... 방문 잠긴 채로 반응 없다.
봉선 (뒤따라 올라와) 박선생님, 집안 제사라며 시골 갔어.
도경 (씩씩 거리며) 아니, 이 인간이 어디로 갔지? (내려간다)
봉희의 숨어서 보는데 도경과 봉선이 내려가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시간경과)
맨발의 봉희, 평상 위에 쪼그리고 앉아있다.
봉희 형님, 오늘 안 들어오시나?
일어나 호주머니 탈탈 터니 오천원권 한 장, 천원권 한 장 나온다.
봉희 이거라도 있으니 다행이네.
근처에 있던 슬리퍼 질질 끌고 도경집 눈치 살피며 살금살금 내려가는...
S#61. 도경방
침대 위에 앉아 펑펑 우는 도경...
씻고 들어오는 봉선, 안타깝게 도경을 본다.
도경 나쁜 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이집이 어떤 집인데.. 흑흑흑...
봉선 너무 걱정하지 마. 은행에서 오천 갚았다고 경매 취소한댔어.
도경 너 참 속도 좋다. 평생 모은 돈을 싸그리 날리고...
봉선 상기 그놈 그렇게 안봤는데 순진한 우리 봉희를 꼬드겨서 울겨 먹어?
에라이 천벌 받을 놈...
도경 꼬신다고 넘어가? 친구 말이라면 믿고 마누라고 자식이고 다 넘겨줄 인
간이야. 그 인간이...
봉선 인제 그 돈을 어떻게 찾니? 상기 그놈이 외국으로 날랐다는데...
도경 (놀라) 뭐?
봉선 (허걱! 자기 입을 가리는)
S#62. 도경집 주방 (다음날)
봉선, 설거지 마치고 돌아서는데
도경, 산발인 채로 소파에 멍하니 앉아있다.
봉선 출근 안 해?
도경 공심이한테 오늘 재판 날이라고 하루 휴가 냈어.
봉선 (허걱) 진짜 이혼 할 거야?
도경 (결의에 찬) 그래야지. 더 이상 이렇게는 못 살어.
봉선 오늘이 재판 날인데 봉희를 어디 가서 찾니? 핸드폰도 놓구 나갔는데...
도경 (다부지게) 어떻게든 찾아야지.
봉선 (일각에 놓아둔 목욕가방 들고 나가며) 나 목욕 좀 다녀올게.
도경 넌 이런 때에 목욕이 하고 싶니?
봉선 (몸 벅벅 긁으며) 통 목욕을 못했더니 온 몸이 근지러워 죽겠다. 이혼
은 니들끼리 하는 거니까 난 때나 밀고 올란다.
도경 혹시 그 인간 찜질방 간 거 아닐까?
봉선 (움찔) 설마... 찜질방을 가도 멀리 갔겠지? 설마 이 동네 찜질방에 갔겠
어? 그런덴 머리 팍팍 돌아가는 애잖아.
도경 그렇겠지?
봉선 다녀올게. (현관 문 열고 한숨 놓았단 표정으로 나가는)
도경 (분이 안 풀려 씩씩대는)
S#63. 찜질방
봉희, 누워서 텔레비전 연속극 보고 있는데
옆에서 계란 까먹는 거 침 꿀꺽 넘어가는...
찜질복 차림의 봉선, 들어온다.
봉희 (봉선 보고) 누나, 왜 이렇게 늦게 와?
봉선 밥은 먹었어?
봉희 돈 없는데 뭘 먹어? 밥은 됐구 계란 좀 사주라.
봉선 밥을 먹어야지.
봉희 이 판국에 밥이 넘어가. 도경이한테 잡히면 이혼당할지도 모르는데...
봉선 (머리 콩 때리며) 이놈아! 이 판국에 계란은 넘어가냐?
봉희 그래도 뭐라도 먹어야지.
봉선 그러게 상가한테 돈을 왜 빌려 줘? 일억이 누구네 개 이름이야?
봉희 누가 이렇게 될 줄 알았나?
봉선 (한심해) 내 동생이지만 참 구제불능이다. (계란 사러가는)
봉희 (따라가며) 누나 식혜도...
S#64. 피씨방
외출복 차림으로 봉희 있나 안을 살피는 도경.
봉희 모습 닮은 남자 뒷모습 보자
도경 (달려들며) 야, 너 죽을래?
남자, 놀란 눈으로 도경을 보자
도경 죄송합니다. 사람을 잘못 봤네요. (얼른 나간다)
S#65. 피씨방 앞
도경 (건물에서 나오며) 이 인간을 어디서 찾는다? 분명히 찜질방이나 PC방 에 갔을 텐데...
선녀(E) 어, 엄마?
도경 (돌아보면 선녀 학교에서 다녀오는 길이다) 지금 오니? 일찍 오네.
선녀 오늘 시험 봤잖아.
나란히 걷는 도경과 선녀.
도경 그렇지 참. 시험 잘 봤어?
선녀 몰라! 엉망이야. 수학 두 개나 틀렸어.
도경 선남인 왜 안와?
선녀 도서관에서 공부한대나 봐. 꼭 평소에 공부 안하는 애들이 이럴 때 티
를 내요.
도경 선녀야. 먼저 들어가. 엄마 근처 찜질방 좀 갔다 갈게.
선녀 왜 고모랑 만나기로 했어?
도경 (보며) 너, 고모 찜질방 간 거 어떻게 알아?
선녀 우리 학교 앞 사거리 스파로 들어가던데?
도경 뭐 사거리 스파?
선녀 집 앞에 좋은 데 놔두고 고몬 왜 거길 가지? 거기 후지던데...
도경 내 이것들을.... (씩씩대며 빠르게 가는)
선녀 어, 엄마... (도경을 보는)
S#66. 찜질방
맥반석 계란 까먹는 봉희와 봉선.
봉선 도경이가 어떻게든 너 잡아서 이혼 할 모양이든데 어떡하냐?
봉희 오늘만 어떻게 피해 있으면 되겠지. 합의 이혼이라 둘 중에 한사람만
안 가도 재판 안한대.
봉선 그 다음은... 넌 어디서 지내고? 오늘 이혼 안한다고 도경이가 포기할
거 같애? 이제 나도 더 이상 못 말리겠다.
봉희 어떻게든 되겠지 뭐~
봉선 너의 그 강한 긍정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거냐? 참 근심 걱정 없어서 좋겠다.
봉희 누나?
봉선 응? (보는 순간)
봉희 (봉선의 머리에 계란 박치기해서 까서) 이렇게 먹으면 더 맛있지롱.
(한입에 쏙)
봉선 야! 너? 어디 두고 봐.
똑같이 봉희 머리에 계란 박치기해서 계란을 한입에 쏙 넣어 오물거리며
봉선 야, 이거 정말 맛있다~
봉희 (머리 긁적이며) 맛있지? 계란은 역시 찜질방에서 먹어야 제 맛이야.
시시덕거리며 계란박치기 하며 놀고 있는 두 사람.
마침 두 사람 찾던 도경, 봉희와 봉선이 함께 웃는 걸 보고.
도경 아니.. 저것들이?
도경, 당장 쳐들어가려다가... 멈칫하는,
두 사람 등 뒤로 살금살금 다가간다.
봉희 자, 이번에 동시에!! (서로 상대방 머리에 계란박치기 하려고) 하나, 둘, 셋 (하는데)
‘셋’ 하는 동시에 봉희와 봉선의 머리를 박치기 시키는 도경.
악!! 소리 지르며 머리통 잡고 괴로워하는 봉희와 봉선.
S#67. 법원 계단
도경 올라가면, 마지못해 따라가는 봉희,
도경, 그런 봉희를 무섭게 노려보면, 얼른 도경 옆으로 와서 걷는 봉희.
S#68. 법정 앞 복도
대기석에 앉아 순번을 기다리는 도경과 봉희.
주위에 이혼을 청구한 부부들이 각양각색의 표정으로 즐비하게 있다.
봉희와 도경이 앉은 자리 앞자리에 황혼이혼으로 보이는 70대 부부도
보인다.
은발의 노부부 서로에게 눈길 한번 안주고 둘 사이에 쌩쌩 찬바람이 분다.
봉희 (애절하게) 여보, 미안한데 다시 생각 해봐.
도경 (차갑게) 내가 지금 장난하는 걸로 보여?
봉희 (풀죽어서) 한번만 더 봐 줘. 내가 다~ 잘못했어.
도경 (앞 만 보고)
봉희 여기 있으니까 정신이 번쩍 든다. (싹싹 빌며) 앞으로 정말 잘할게.
용서해주라. 응? 나 진짜 정신 차렸다니까? (하는데)
도경 (냉정하게) 화살은 이미 날아갔어.
봉희 (얼른 도경의 팔 잡아끌고) 한번만 다시 생각해보자. 응?
도경 (차갑게 보며) 나 당신한테 질렸어. 더 이상 같이 되씹기 싫어.
직원 나봉희, 차도경씨 들어오세요.
도경 일어나 앞서고, 봉희, 도경을 따라가다가 슬금슬금 뒷걸음질 친다.
도경 (훽 돌아보며) 뭐해?
봉희 (헉!!!) 나 이혼 못해. 안 해. 안할 거야. (그대로 줄행랑치는데)
도경 (당황한) 어디가, 나봉희! 야! 나봉희~~~~ (쫒아가는)
S#69. 법원 다른 복도
도경, 봉희를 찾아 헤매고 있다. 핸드폰 걸어보지만 받지 않는다.
도경 (잔뜩 열 받은) 이 인간이 정말!!
S#70. 몽타주
- 1층 법원 남자화장실
- 벌컥 문 열고 들어가는 도경.
- 소변기에서 일보던 아저씨 놀라서 소변기에 달라붙으며 어쩔 줄 모르는데.
- 도경, 눈에 뵈는 거 없는 듯 씩씩대며 칸마다 활짝 열어보는데.
- 계단을 뛰어 올라가는 도경
- 2층 남자 화장실로 들어가는 도경.
- 숨 헐떡거리며 계단을 뛰어 올라가는 도경.
S#71. 법원 3층 화장실 안
양변기 위에 앉아 전화중인 봉희
봉희 (다급하게) 누나, 나 어떡해~ 도경이 진짠가 봐.
도경, 헉헉거리며 안으로 들어온다.
봉희(E) 나 어떡하지? 나 어떡해? ..나? 화장실이지~
도경, 이 갈며, 봉희 소리가 나는 양변기 칸으로 가서 문을 뻥 차서 열면..
쭈그리고 앉았다가 벌떡 일어나는 봉희.
S#72. 법원 복도
봉희의 허리춤 잡아끌고 가는 도경.
봉희 (끌려가며 애원하는데) 여보~ 도경아~ 도경아~~~~~
(E) 땅땅땅~!
판사(E) 나봉희씨, 차도경씨 이혼이 성립되었습니다.
S#73. 법원 앞
거리를 두고 조금 떨어져서 법원 건물에서 나오는 도경과 봉희.
도경이 앞서 걸어 나오고 있다.
봉희 (불만에 가득 차서 뒤따라오며) 혹 떼고 나니까 이제 속이 후련해?
도경 응. 후련하고 시원해.
봉희 친구한테 돈 빌려주고 빚보증 섰다고 이혼 당하는 남자가 대한민국에 몇이나 될까?
도경 (무시하고 걸어가는)
봉희 (뒤따라 걸으며) 어떻게든 돈 찾아오면 다시 받아줄 꺼지?
도경 (멈춰 서서 째려본다)
봉희 안 받아준단 말야?
도경 (냉정하게) 당신이랑 끝이야!
봉희 당신이 안받아주면 난 어떡하라구?
택시 오자 얼른 잡아타는 도경.
봉희 여보~ 내 말 좀 들어봐. 도경아~
도경이 탄 택시 출발하자 쫓아가며 안타깝게 여보~ 외치는 봉희.
가슴이 미어지지만 뒤돌아보지 않는 도경에서 엔딩.
.공주가 돌아왔다↲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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