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가_돌아왔다 6
공주가 돌아왔다
- 6 부 -
별장 거실 (밤 / 5부 엔딩에 이어)
황망하게 들어오는 도경과 뒤따라와 거실에서 도경을 돌려 세우는 찬우.
찬우 (원망스럽게) 내가 누나한테 그렇게 형편없는 놈이었어요?
도경 (찬우 시선 외면하며 가려는데)
찬우가 도경을 거칠게 잡아당긴다.
도경, 순간 중심 잃고 찬우에게 안기는 포즈 되는데
그 순간 방문 열고 나오는 공심.
서로 놀라서 보는 세 사람.
도경, 공심 보자 당황해 찬우를 확 밀어버리고 방안으로 들어간다.
공심 (놀라서) 이사장님! (찬우에게 다가가는데)
찬우, 어색한 듯 밖으로 다시 나간다.
뭔 일인가 어리둥절해서 보는 공심.
방 안 (밤)
초조하게 방안을 왔다 갔다 하는 도경.
공심, 방문 열고 들어오면
도경 (많이 취한 척 약간 혀 꼬부라진 소리로) 괜찮대도 자꾸 부축해 준다고
그러네. 나 술 하나도 안취했는데? 너도 내가 취한 걸로 보이니? (비틀
거리는)
공심 (어이없고) 너 미쳤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감히 이사장님한테 행
패를 부려?
도경 (머리 만지며) 아 골 아퍼~
침대에 누워 이불 확 뒤집어쓰는 도경.
황당한 공심, 도경 보며 화가 나는데,
별장 마당 (밤)
공심, 문을 열고 나와 보면 찬우, 파라솔 의자에 앉아 있다.
찬우 옆으로 가서 앉는 공심.
공심 죄송해요. 차비서의 무례한 행동, 대신 사과드려요. 친구 사이다
보니 조심시키는데도 도가 지나칠 때가 있네요.
찬우 (근심 가득 찬 표정)
공심 무슨 고민 있어요?
찬우 어떤 여자 때문에요.
공심 (가슴이 철렁하고) ... 여자요?
찬우 (공심 보며) 사랑은 움직이는 거라잖아요.
공심 네.
찬우 근데 그게 아닌가 봐요. 그 여잘 볼 때마다 힘이 드네요.
(괴로운 듯한 표정 짓는)
공심 그렇게 힘들면 솔직히 고백을 해보시지...
찬우 (취기가 올라) 그러기엔 넘어야할 산이 너무 높아요.
공심 (뭔 말인가 싶은)
찬우 별장 앞 (다음 날 아침)
짐 가방 들고 현관에서 걸어 나오는 도경.
문 앞에 우뚝 서 있는 찬우와 눈 딱 마주친다.
도경, 얼른 시선 내리고 찬우를 피해서 가려는데 찬우가 딱 막아선다.
도경 (왜 이러나싶어 찬우 보면)
찬우 얘기 좀 하죠.
도경 너랑 할 얘기 없어.
도경, 찬우 피해서 가려는데 도경이 왼쪽으로 가면 찬우 왼쪽으로 막고,
오른 쪽으로 가려면 오른 쪽으로 막는다.
도경 (혹시 공심 나올까 의식하며 나직하게) 비켜!
찬우 (픽 웃으며) 못 비킨다면?
도경 (쏘아보며) 너 정말 이럴래?
이때, 공심이 문 열고 나오다 두 사람 보고 멈칫!
찬우 (짐 가방 뺏으며) 이리 달래도 그러시네. 차비서님! 이런 건 남자가
드는 거랍니다. (짐 가방 들고 트렁크 쪽으로 가는)
도경, 얼른 차로 가서 트렁크 문 열어준다.
공심 (환하게 미소 짓고 차 쪽으로 가며) 어머~ 자상도 하셔라. 근데 이사장
님~ 너무 궁금한 게 있는데...
찬우 뭔데요?
공심 이사장님을 힘들게 한다는 여자가 대체 어떤 여잔가 싶어서요.
찬우, 트렁크 앞에 서 있는 도경 보며
찬우 누군지 정말 궁금하세요? (도경에게 시선 준다)
도경 (얼른 눈 피하고 운전석으로 가는)
공심 네... 궁금해요.
찬우 (주머니에 손 찌르고 도경 뒤통수 보며) 저보다 연상인데 뛰어난 미모
에 춤을 아주 잘 추던 여자였죠.
안전벨트 매던 도경, 자기에 대한 얘기를 하자 허걱 놀라 “저게 진짜~!”
공심 (의아해) 춤을 잘 추던 여자?
찬우 (차문 열어주며) 자~ 타시죠?
공심 (올라타며) 이사장님! 대접 잘 받고 갑니다. 서울에서 뵈요.
찬우 네. 두 분 서울에서 뵙죠.
도경 (고개 꾸벅하고) 안녕히 계세요. (시동 거는)
공심차를 몰고 가는 도경,
한참을 그대로 서서 배웅하는 찬우.
백미러로 점점 멀어져가는 찬우를 바라보며 가슴이 허전해지는 도경.
공심차 안
운전하는 도경 위로,
찬우(E) 어떻게 내가 떠나자마자 다른 남자랑 결혼할 수 있어요? 나 돌아올 때
까지 기다린다고 약속했잖아요.
도경, 찬우 생각을 떨치려 고개를 흔드는데,
조수석에 앉아 생각에 잠긴 공심 위로,
찬우(E) 저보다 연상인데 뛰어난 미모에 춤을 아주 잘 추던 여자였죠.
공심 (고개를 갸우뚱하는)
운전 중에 찬우 생각 떨치려 머리 흔드는 도경과
창밖 보며 고개 갸우뚱하는 공심.
별장 안
창가에 서서 밖을 내다보며 캔음료 마시는 찬우 위로,
도경(E) (차갑게) 그 약속 내 기억 속에 없어.
굳은 표정으로 음료수 캔 손으로 꽉 쥐는 찬우.
찬우 나하고 한 약속이 기억에 없으시다? (점점 독기어린 눈빛으로 변하는)
공심빌라트 거실
공심, 문 열고 들어와 짐 가방 내려놓는데
주희, 문 열고 들어온다.
주희 선배 들어오는 거 봤어. 정말 이사장님 별장에서 잔거야? 진도 좀 나갔
어?
공심 피곤해. (방으로 들어가는데)
주희 (쪼르르 따라가며) 뭐야? 또 진도 못 나간거야?
공심 진도는 불구하고 다른 여자 땜에 힘드시댄다.
주희 뭐어? 그럼 이사장님이 다른 여자를 짝사랑이라도 하고 있단 말이야?
공심 (귀찮은) 아, 몰라.
주희 짝사랑이면 왕싸가지는 아닐테구 대체 어떤 여자래?
공심 자기보다 나이 많고 뛰어난 미모에 춤까지 잘 추는 여자랜다. 언제 또
다른 여잘 사귄거지? 정말 바람둥이 맞나봐.
주희 어머! 그거 선배잖아.
공심 뭐어?
주희 연상에 춤 잘 추는 여자면 선배가 아니고 누구겠어?
공심 아닐꺼야. 춤을 잘 추던 여자였다고 과거형으로 말했단 말야.
주희 잘 들어 봐. 선배를 유럽에서 스카웃한 사람이 누구지?
공심 이사장님이라고 들었는데...
주희 거봐. 유럽에서만 알려진 선밸 스카웃할 정도면 선배한테 무척 관심이
많았단 뜻이 아니겠어?
공심 (솔깃한)
주희 선배도 이사장님을 마음에 뒀지만 고백할 용기가 안 나서 속만 태우는
거처럼 이사장님도 그런 거 아닐까?
공심 (얼굴 환해지며) 어머머, 어떡하니... 난 것도 모르구...
도경네 동네
피곤한 몸을 이끌고 걸어가는 도경,
도경 (혼잣말로) 참나, 내가 뭘 그렇게 힘들게 했다구. 그게 언제 적 얘긴
데... (표정 바뀌고) 아유, 내 새끼들 밥 잘 챙겨먹었나 몰라. (힘 내서
걸어가는)
도경집 주방+거실
힘없이 문 열고 들어오는 도경.
봉선, 오븐에서 빵 구운 거 꺼내고 있다.
도경 뭐하냐?
봉선 (보며) 왔어? 빵 좀 구웠는데 먹어봐.
도경 (조금 떼서 맛보며) 맛있네. 빵 장사해도 되겠다.
봉선 (기분 좋아) 정말? 진짜 한번 해 볼까?
도경 원룸 보증금 뺀 걸로 한번 질러보든지.
봉선 (뜨끔해서 눈치 보며) 글쎄... 좀 더 고민해보구...
도경 애들은?
봉선 선남인 연습하러 간다고 나갔고, 선녀하고 선남인 친구들이랑 놀러 나
간다고 나갔어.
도경 그래? 아이고 다리야. 운전하는 게 이렇게 힘든 건지 몰랐네. (소파에
쓰러져 길게 눕는다)
봉선 정말 힘들었겠다. 비서가 생각보다 힘든 일인가 보네?
도경 세상에 쉬운 일이 없드라구. (혼잣말처럼) 게다가 시어머니가 둘이나 있 으니...
봉선 시어머니가 둘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도경 아냐. 아무 것도...(눈 감으며) 나 잔다. 애들 오면 저녁 해 멕여?
봉선 그래 아무 걱정 말고 푹 자.
도경 (쿨쿨...가볍게 코고는 소리)
봉선 (힘 축 쳐져서) 세상에 올케 시집살이하는 사람은 나 하나밖에 없을 거 다. 돈도 다 날라 갔으니 이제 찍 소리도 못하겠네.
문화의 전당전경 (다른 날)
문화의 전당 앞
테이크아웃 커피 사가지고 출근하는 도경,
1부 동창회에서 입었던 것과는 다른 짝퉁 원피스를 입었다.
찬우 차 들어와 서고 찬우 차에서 내린다.
도경과 딱 마주치자
도경, 고개 숙여 인사하지만
찬우, 본 척도 안하고 무시하고 가버린다.
도경 쟨 아침부터 왜 저기압이래?
도경, 샐쭉하고 현관으로 들어간다.
단장실
테이크아웃 커피 들고 들어오는 도경.
공심, 책상에 앉아 자료보고 있다.
도경 (허걱해서) 일찍 왔네.
공심 (슬쩍 한번 보고) 회의 준비 좀 하려고...
도경 (테이크아웃 커피 건네며) 여기 아이스커피!
공심 (자료에서 시선 고정 시킨 채) 탱큐!
도경 (미소 짓고는 자기 자리로 가고)
공심, 회의 자료 검토하며 커피 한 모금 마시고 무의식적으로 책상 끝에
올려놓다가 커피가 치마 위로 쏟아진다.
공심 (화들짝 놀라 일어서서) 어머머! 어떡해?
도경 (얼른 휴지 뽑아 달려가 닦아주며) 조심 좀 하지.공심 이사장님과 오전 미팅 잡혀있는데 어쩌지?
도경 얼른 가서 옷 사올까?
공심 (도경의 원피스 훑어보고) 너! 그 옷 좀 벗어봐.
도경 (놀라) 내 옷?
이사장실
웃으면서 차 마시고 있는 공심과 찬우.
찬우 이사진에서 오지공연에 대한 회의적인 의견들이 많은데 성공시킬 자신
정말 있어요?
공심 그럼요!
찬우 마샤만 믿습니다.
공심 (좋아서 배시시 웃고)
찬우 (공심의 옷 쭉 살피면서) 요즘 그 옷이 유행인가 봐요?
공심 아 네... 안 어울리죠?
찬우 아뇨. 굉장히 잘 어울리시는데요. 마샤가 입은 옷 중에 최고예요.
공심 (마음의 소리) 그동안 내가 입은 옷도 신경 쓰고 있던 거야?
주희 말대로 나를 좋아하고 있는 게 틀림없나 보네.
찬우 특히 명품 옷은 옷빨이 받는 사람이 입어야지. 아무나 소화 시키는 것
이 아니드라구요.
공심 (기분 좋은)
예나, ‘오빠~’ 하며 문 열고 들어온다.
찬우 아침부터 니가 웬일이냐?
예나 지나가다 들렀지. (공심 보고) 지난번 수영장에서 보고 또 보네?
공심 (인상 찌푸리고 찬우에게) 그만 가볼게요. (일어서는데)
예나 왜 나가요? 하던 얘기마저 하시지.
예나, 일어서 나가려던 공심의 소매부분을 잡아당기는데
순간, 공심의 옷 겨드랑이 부분이 우두둑 튿어져 소매가 쑥 빠져버린다.
예나, 떨어진 한쪽 소매 들고 황당해서 있는데
찬우 (놀라서) 야, 너 무슨 짓이야?
예나 (소매 자락 흔들며 공심에게) 이거 끼웠다 붙였다 하는 거예요?
하는데 공심, 사태 파악하고 쪽팔려서 얼른 민소매가 된 팔을 다른 팔로
감싸고는 쏜살같이 나가버린다.
복도
울그락 불그락 열 받은 공심,
민소매가 된 팔을 다른 팔로 감싸며 걸어가는데
마침 화장실에서 나온 삼인방 공심의 뒤에서 구시렁거린다.
단비 어머! 옷이 왜 저래?
주리 샤찌에서 나온 새로운 디자인인가?
잉꼬 아닌 거 같은데... 좀 이상해 보이지 않아?
공심, 다른 한쪽 팔마저 쭉 찢어 버리고 당당하게 걸어간다.
공심의 돌발 행동에 놀라서 움찔하는 삼인방.
단장실
한쪽 소매 들고 민소매 원피스 차림으로 씩씩거리며 들어오는 공심.
공심의 옷 입고있던 도경, 공심의 차림새에 허걱 놀라는데.
공심 (소매를 도경의 책상 위에 탁 던지며) 이딴 걸 옷이라고!
도경 아니, 옷이 어떻게 그 지경까지...
공심 아주 그냥 좍좍 찢어지더라.
도경 (민망한) 니 옷 다 닦아놨어.
공심 이사장님 앞에서 이게 무슨 꼴인지... 내가 열 받아서 증말!
공심, 손부채질하며 창문 여는데
예나, 건물에서 나와 차 쪽으로 걸어가고 있다.
공심의 눈, 질투로 이글거린다.
공심 (날카롭게) 차비서!
도경 (놀라 벌떡 일어나) 예!
공심 (예나 가리키며) 저 여자 뒤 좀 밟아줘.
도경 (공심이 가리키는 예나를 보고) 예?
공심 누구를 만나고 뭘 하는지... 일거수일투족 샅샅이...
도경 (어안이 벙벙한) 나 보구 사람 뒷조사를 하라구?
공심 왜? 싫어?
도경 아니, 그게 아니고... 그런 건 심부름센터에서나 할 일이지.
공심 (노려보며) 그래서?
도경 (난처해서 보는)
복도
민소매 차림에 공심의 숄을 하나 두르고 선글라스를 머리에 올린 도경,
카메라 메고 걸어간다.
도경 쟤가 찬우한테 미쳐도 단단히 미쳤네. 이런 일까지 나한테 시켜?
아카데미 연습실에서 선남과 찬영이 걸어 나온다.
선남 (도경 발견하고) 엄마! (걸어온다)
찬영 (인사하며) 안녕하세요?
도경 (흐뭇하게) 니들 수업 끝났어?
선남 네. 엄마, 오늘 되게 멋지네요.
도경 그러니? (하고 웃는데)
찬영 아줌마! 선남이 되게 잘 한다고 선생님께 칭찬 받았어요.
도경 (기분 좋아) 정말?
선남 (쑥스러워 하며) 맨 날 남아서 연습하니까 그러지 뭐~
도경 (머리 쓰다듬으며) 장하다 내 아들!!
선남 엄마! 찬영이랑 학교에 들러서 연습 좀 집에 갈게요.
도경 (밝게 웃으며) 그래. 어서 가.
선남과 찬영 걸어가는 뒷모습 흐뭇하게 보는 도경.
도경 내 자식 앞길이 달렸는데 뭔들 못하겠냐? 그래, 한다 해!!! (돌아서 씩씩 하게 걸어간다)
몽타주
-거리
탐정이라도 된 냥 전봇대에 달라붙고 사람 뒤에 숨어 다니며 어디론가 걸어가는 예나 뒤를 쫓는 도경.
민소매 원피스에 선글라스 쓰고 숄을 머리에 두른 차림이다.
사람들, 그런 도경을 이상하게 보고.
예나, 뭔가 이상해서 뒤돌아보면 도경, 옆에 지나가는 사람들과 일행인양 대화하는. 얜 뭐야? 하는 눈길로 도경을 황당하게 보는 사람들.
백화점 건물 앞에 서 있던 백인남자에게 반갑게 인사하는 예나.
도경, 숨어서 찰칵 사진 찍고.
-나이트클럽 앞 (밤)
백인남자와 다정하게 팔장끼고 나이트클럽 안으로 들어가는 예나.
일각에 숨어있던 도경, 얼른 카메라로 그 모습을 담는다.
뒤따라 들어가려다 입구를 지키던 덩치들에게 저지당하는 도경.
나이트클럽 앞 (밤)
예나, 백인과 다정하게 나와 예나 차에 같이 탄다. 예나의 외제차, 폼 난다.
도경, 일각에 숨어 두 사람 모습 훔쳐보는
도경 (어이없어 보며) 저거 완전 쌩~날라리 아냐? 찬우가 저런 발칙한 애랑
결혼 하면... 절~대 안 되지.
예나차 떠나자 얼른 택시 잡아탄다.
호텔 앞 (밤)
예나의 차서고 운전석에서 내려 발렛파킹 맨에게 차키를 넘기는 예나.
차에서 내린 흑인과 팔짱끼고 안으로 들어간다.
택시에서 내린 도경, 호텔로 들어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 사진 찍는다.
두 사람이 안 보일 때까지 찍은 후, 호텔 로고도 찍어준다.
도경 (사진 찍던 거 멈추고 사진 찍은 거 확인하며) 너 오늘 딱 걸렸다. 요 앙큼한 기집애야! (고개 들어 호텔을 보는데)
단장실 (다음 날)
공심, 책상 앞에 앉아있으면,
봉투 들고 들어서는 도경.
공심 앞으로 가 사진이 든 봉투를 내민다.
도경 자!
공심 (봉투 안에서 사진 꺼내 보며 놀라는)
봉희 어때, 진짜 글로벌하지? 사생활이 완전 버라이어티하다니까. 결정타는
이거야. (호텔 앞, 두 사람의 뒷모습이 찍힌 사진이다)
공심 어머, 어머!! 얘 좀 봐.
도경 이거면 증거 충분해.
공심 (흡족한 표정으로) 김비서 식사하러 갈 시간 다 됐다. 얼른 가자.
도경 그래.
문 열고 나가는 두 여자.
이사장실
조심조심 들어서는 도경. 찬우의 책상으로 간다.
빽에서 사진 든 봉투 꺼내 책상 위에 놓고는 책상 앞에 놓인 ‘이사장 강찬
우’ 명판을 애틋한 눈길로 보며
도경 찬우야. 넌 꼭 좋은 여자 만나야 돼. 알았지?
아쉬운 표정으로 뒤돌아 나가는 도경.
복도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망보고 있는 공심,
도경, 문 열고 나와 공심에게 성공했다고 손가락으로 동그라미 표시 보이자
공심은 만족스런 표정으로 주먹 쥐고 파이팅 포즈 취하는데
공심 가자. 얼른.
도경 그래.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 코너를 도는데 찬우와 예나가 걸어오고 있다.
허걱! 놀라 재빨리 뒤돌아서는 공심과 도경, 반대방향으로 아주 빠른
걸음으로 걸어간다.
찬우, 예나와 걸어오며
찬우 넌 만날 친구도 없냐? 맨날 나한테 점심 사달래.
예나 내가 한국에 친구가 어딨어? 오빠니까 사달래지.
이사장실
찬우 따라서 들어오는 예나.
찬우, 책상 위에 놓인 사진 든 봉투 보자 뭔가 싶어 열어보고는 픽 웃는데
예나 무슨 사진인데 그래?
찬우 (사진들 예나에게 주며) 이거 좀 봐라.
예나, 자신의 모습이 찍힌 사진들 보고 놀라는.
예나 어머! 이게 뭐야?
찬우 (야단치듯) 넌 도대체 행동을 어떻게 하고 다니는 거야?
예나 (정색) 오빠! 우리 아무 사이도 아니야. 그냥 프렌드야~!! 내가 묵는
호텔바에 가서 맥주 한잔 했을 뿐이라구. 오빠, 비겁하게 내 뒷조사를
시킨 거야?
찬우 쯔쯔쯔... 스토커나 달고 다니고 자알 한다?
예나 스토커?
건물 앞
씩씩거리며 걸어오는 예나, 주차장으로 이동하며
예나 (전화기 꺼내 전화 걸며) 야 오영식! 너 지금 어디야? 뭐? 캐나다라구?
아냐. 아무것두... 다음에 보자. (전화 끊고 다른 번호 누른다) 병진오 빠? 이거 오빠 짓이지? 맞지?
병진(F) 무슨 짓?
예나 오빠가 찬우오빠한테 나 이상한 여자처럼 보이게 하려고 사진 찍어서
보낸 거잖아? 내가 다 알고 전화한 거거든.
병진(F) 예나야! 나 너한테 매력 느낀 적 없거든... 제발 내 꿈에도 나타나지 마 라. (전화기 뚝 끊긴다)
예나 (전화기 보며 황당한) 뭐 나한테 매력 느낀 적 없어? 이 나쁜 놈! (홧김 에 차 타이어 발로 확 걷어차고 씩씩거리는)
단장실
창밖으로 그 모습 지켜보며 고소해죽겠다는 듯 큭큭 웃는 공심과 도경,
기분 좋게 하이파이브 한다.
도경집 주방 + 거실
식탁에 앉아 빵 먹고 있는 봉희,
봉선, 마주앉아 봉희 먹는 거 보고있다.
봉희 야! 향이 기가 막힌데?
봉선 (기분 좋아) 그래? 맛은?
봉희 (엄지 들어) 당근 최고지! 누난 역시 절대 미각이야. 빵 더 없어? 세뇨
르박 형님 좀 갖다 드리게.
봉선 (딱 잘라) 됐어! 그 인간을 왜 주냐?
봉희 (빙긋) .... 너무 미워라 하지 마. 착한 분이야.
봉선 넌 꼭~ 놀아도 본이 안 되는 인간들 하고만 노냐?
봉희 그래도 사교 댄스계에선 저명인사라던데?
봉선 저명인사는 개뿔... 월세도 밀린 인간이... 아참! 봉희야, 너 올라가서
월세 좀 받아와라.
봉희 안돼. 얹혀사는 처지에 내가 어떻게...
봉선 당장 안받아와?
봉희 (배 잡고) 아... 배야... (화장실로 쏙 들어간다)
봉선 (으이그... 하며 보는)
옥탑방
달력에 월세 내는 날이라고 동그라미 쳐 있고, 그걸 보고 있는 세뇨르.
(E) 문 쾅쾅 두들기는 소리
세뇨르 이제 오셨나? 어쩌나? (상품권 든 봉투 집어 들고) 하나 둘 셋! (하고
문 열고는 고개 푹 숙인 채 상품권 든 봉투를 내미는데)
봉선 이게 뭐예요?
세뇨르 (그 말에 봉선인 거 확인하고) 백화점 문화센터 수강증인데 이거 방세
대신이라고 선남이 엄마께 좀 전해 주세요.
봉선 (얼떨결에 받아 들고) 네?
세뇨르 그럼 이만... (하고 문 얼른 닫는다)
세뇨르박, 해냈다 하는 표정으로 냉장고에서 유산균 음료 꺼내서 빨대 꽂아
쪽 빨려고 입을 대는데
다시 문이 벌컥 열리자 화들짝 놀라서 스트로우 콧구멍에 꽂혀 코피가 줄~
흐른다.
봉선, 그 모습 보고 기가 막혀 쿡 웃고.
세뇨르 (당황한) 또 무슨 일로...
봉선 내려와서 빵 좀 먹으라구요.
세뇨르 아, 예...
봉선 (웃음 참고 나가려다말고) 저기요!
세뇨르 예?
봉선 코피 나요. (하고 나간다)
세뇨르 (손으로 코 쓱 문대면 피 손에 묻는 걸 보다가) 아 어지러... 빈혈 약이
어딨더라? (두리번)
옥상 계단
수강증 손에 쥐고 계단 내려오는 봉선.
봉선 (내려가며 궁시렁) 월세 줄 돈도 없으면서 방안은 호텔 뺨치게 해놓고
사네. 참 희한한 인간일세... (하며 내려간다)
문화의 전당 전경
회의실
긴장감 도는 분위기 속에 중앙 앞자리에 찬우가 앉아있고
공심과 임원들 둘러앉아 있다.
임원1,2 굳은 얼굴로 토의 중이고
공심, 사뭇 비장함까지 풍기며 맞서고 있다.
임원1 (기획안 탁자에 던지듯 툭 놓고 코웃음) 오지공연? 그 무식한 사람들
이 우리 발레단을 서커스단과 구분이나 하겠습니까? (단호하게) 이
기획안 당장 철회하세요.
찬우 (임원들 의견 주의 깊게 듣는데)
공심 (울그락 불그락)
임원2 맞습니다. 허허벌판에 100층짜리 초호화 건물을 세우려는 것과 뭐
가 다르겠습니까?
임원1 (얼른 거들며) 제 말이 그 말입니다. 어차피 발레라는 것은 특권층의 문화에요. 뭐하러 오지까지 가서 고생을 사서하려는 건지 원...
찬우 마샤단장님 생각은 어떠신지...
공심 (임원1을 쳐다보며 당당하게) 문화는 특권층에 특권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
라 다양한 층의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임원1 (순간 당혹스럽고)
임원2 (말리듯) 마샤장! 이건 염연한 재정 낭비, 인력 낭비라구요.
공심 (의지 굳히고) 대중문화에 힘쓰겠다고 인터뷰까지 하신 분이 이러시
면 안되죠. 오성발레단의 설립 취지를 잊으셨나요?
임원2 (화 치밀고) 뭐요?
찬우 (임원2에게 손짓으로 발언 멈추게 한다)
공심 특권층을 위한 귀족문화로 인식되어온 발레를 대중문화로 확대시키 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소외받은 계층들이 접하고 즐길 수 있는 계기
를 만들어야 할 것이고 (단호하게) 이번 오지공연이 분명 그 초석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임원1,2 (헛기침 하며 못마땅하게 보는)
공심 (절대 뜻 굽히지 않으며 맞서 보는)
찬우 (긍정의 눈빛으로 공심을 본다)
단장실
· 공심, 심기 불편해 들어와 자리에 앉는데
도경, 신문 보다가 후다닥 치운다.
공심 왜? 또 안티기사야?
도경 (고개 끄덕끄덕한다)
공심 가져와 봐.
도경 (걱정스런 표정으로 공심 테이블 위에 신문을 놓으며) 너무 신경 쓰
지마. 안티가 있다는 건 그만큼 관심이 있다는 거잖아.
공심, 기사 보면 “오성발레단 오지공연 감행, 언론의 관심 끌기 작전?” 이 라는 제목의 안티기사가 떠있다.
공심 (흥!) 관심이 어찌나 많은지 황송해죽겠네, 칫! (신문을 확 덮는다)
도경 (걱정스레 보는)
발레 연습실
단원들 연습할 생각도 않고 삼삼오오 둘러앉아 오지공연에 대해 불만으로 쑥덕대는 분위기다.
주리 야, 오지공연 진짜 추진하려나봐? 정말 웬일이니? 격 떨어지게...
잉꼬 그 후진 곳까지 가서 토슈즈에 진흙 묻힐 일 있니? 단장님 정말 왜 그 러시니?
단비 그러게... (그러다 쉿 하는 표정)
공심, 진섭의 호위 받으며 들어선다.
진섭 (박수 치며) 자, 모두 주목!
공심 소강당에서 연습안하고 여기서 뭣들 하는 거야? 당장 안일어서?
단원들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며 성의없게 일어선다)
공심 (낮고 강한) 감동의 무대는 연습만이 만들 수 있다는 거 다들 몰라?
소강당
(E) 공연 음악 흐르고.
발레단 단원들, 연습복 차림으로 오지 공연 ‘돈키호테’ 연습 중이다.
단비가 주인공인 키트리 역을 맡아서 하고 있다.
객석 앞에 앉아서 노트에 동선 그리며 발레단원들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공심.
곁에서 동경의 눈빛으로 공심을 보는 도경.
공심 차비서, 물!
도경 네. (얼른 나간다)
잠시 후 음악 멈추고.
공심 (노트 자리에 두고 일어서 앞으로 나가 박수 치며) 자, 자. 다들 수고했
어요.
발레 단원들 연습실 바닥에 주저앉아서 땀을 닦으며 쉬는데,
공심 오지 공연은 정말 특별한 무대에요. 발레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발레의 아름다움과 감동을 전해줄 수 있도록 여러분들 모두 내일 공연 에 최선을 다해 주세요. 그럼 내일 봅시다.
단원들 공심에게 인사하고 나간다.
도경, 컵에 물 담아 들고 들어오는데,
도경 (얼른 물 가져다주고)
공심 고마워.
도경 고맙긴 뭘.
공심 (객석 의자 가리키며) 저기 내 노트 좀 갖다 줄래?
도경 (얼른 갖다 주며) 여기.
공심 고마워.
도경 고맙긴 뭘.
공심 (그런 도경 빤히 보며 입장이 바뀐 데에 대한 감회가 새롭다)
도경 왜? 커피 사다 줘?
공심 아냐.
도경 (수건과 비품들 정리하는데)
공심 소품 리스트 체크해둔 목록 있지?
도경 응.
의상실
무대 복들이 행거에 걸려있다.
공심, 리스트 보며 하나씩 체크하는데
도경, 행거 앞에서 무대복들 상태 살펴보다가
도경 (꼼꼼히 살펴보는) 솔기를 너무 허술하게 박았네. (다른 의상도 보는)
이것도 그러네..
공심 (리스트 적힌 목록 도경에게 주며) 뭔데?
도경 박음질이 허술해서 공연하다가 뜯어지게 생겼어.
공심 업체에 연락해. 지금 당장 와서 가져다가 수선 싹 해 놓으라고.
도경 알았어. (수선 할 옷들을 따로 빼 두는데)
공심 나 먼저 들어갈게. 내일 공연에 차질 없도록 의상, 토슈즈 소품들 상태
빠짐없이 체크해서 완벽하게 세팅해 놓고 가.
도경 (웃으며) 피곤할 텐데 여긴 나한테 맡기고 어서 가서 쉬어.
공심 그럴까? 그럼 수고!
단장실
도경 (전화번호 적힌 수첩 확인하고 전화 거는) 내일 오신다뇨? 안 돼요. 내
일 아침 8시 출발이에요. (소리 높이는) 지금 당장 와서 가지고 가서 수
선해놓으세요. 한 두 벌이면 제가 벌써 했지요. 군무용 튀튀 허리부분이
전부 불량이라니까요. (상대방 전화가 끊겼는지) 여보세요? 여보세요?
(다시 걸어보지만 안 받는다. 난감한)
의상실
의상들 걸린 행거 앞에 앉아서 수선할 의상들을 펼쳐놓고 꿰매는 도경.
배에서 꼬로록 소리 난다.
도경 그 놈의 업체 당장 바꾸라고 해야지.. (바느질 하며) 이 많은 걸 언제
다해? (바느질하다가 문득 회상에 잠기는)
도경 자취집 (회상)
벽에 나란히 걸린 도경과 공심의 무대복.
잠옷 차림으로 들어온 도경(20세), 화려한 자신의 무대복을 흡족한 듯 보다 가, 소박한 공심의 무대 복을 가소롭다는 듯 보는데,
문득 공심의 무대복 허릿단 부분에 튀어나온 실오라기를 발견하고 쭉 잡아
당기는데 투두둑하고 허릿단부분이 튿어진다.
도경 당황하는데...
그때 공심이 욕실에서 나오는 기척 들리고,
도경, 얼른 이불 위에 앉아 스트레칭 시작한다.
공심(20세), 방으로 들어온다.
공심 (사랑스런 눈길로 자신의 무대 복 보며) 이거 예쁘지? 봉희가 용
돈 모아서 사준 거다!
도경 (스트레칭 하며) 어, 이쁘네.
공심 정말 내 맘에 쏙 들어! (발레복을 몸에 대보다 튿어진 거 발견하고)
어? 이게 왜 이래?
도경 (전혀 모르는 척 보며) 뭐가?
공심 (발레복 잡은 채 울상으로) 허릿단이 터졌어.
도경 어머, 웬일이래니? 얼른 가서 세탁소에 맡겨.
공심 이 시간에 하는 데가 어딨다구... (눈물이 글썽해지는)
도경 (미안해서 보다가 반짝! 하더니 서랍장 문을 열고 뭔가를 찾는다)
공심 이번 콩쿨 준비 얼마나 열심히 했는데... (눈물이 뚝 떨어지는데)
도경 (환하게 웃으며) 찾았다!
공심 (뭔가 싶어보면)
도경 (받짇고리 공심에게 주며) 자, 이걸로 꿰매면 되지!
공심 (감동 먹고) 고마워, 도경아! (와락 끌어안는다) 넌 나의 구세주야!
도경 (어찌할 줄 몰라하는 표정 짓다가 시치미 뚝 떼고) 그니까 나한테 잘해!
(안도의 미소 짓는데)
의상실 (밤/ 현실)
바느질하던 도경, 잠시 멈춘 채 피식 웃고는 다시 바느질 하는데
(E) 핸드폰 벨소리.
바느질하던 거 멈추고 전화 받는다.
도경 그래. 봉선아... 나 많이 늦을 거야.... (사이) ... 내일 오지 공연이잖아.
너 먼저 자. (핸드폰 끊고 다시 바느질 한다)
옥탑방 (밤)
봉희, 세뇨르박 보란 듯 스텝 현란하게 밟으며 연습중이다.
꽤 자신감이 붙었다.
세뇨르박, 거울보고 단장하고 있는.
세뇨르박 나 늦을테니 혼자 밥 먹고 설거지 깨끗이 해놓게. 저번처럼 밥풀 붙여놓지 말고.
봉희 형님, 이 야심한 밤에 어디 가십니까? (하는데)
세뇨르 (바로) 아는 사람이 단란주점을 오픈했다고 오라네.
봉희 (반짝!) 단란주점요? (매달리는) 형님~ 저도 데려가주세요.
세뇨르 됐네. 자넨 연습에 매진하게.
봉희 (실망해서 축 쳐진) 네에. 다녀오십시오, 형님...
세뇨르 그럼. 다녀오겠네. (나간다)
식탁 위에 세뇨르박의 지갑이 놓여있다.
봉희 혼자 연습 할래니 여엉 감이 안 잡히네. (두리번거리는데)
침대 위에 놓인 죽부인 보인다.
봉희 (죽부인 들고) 죽부인! 저랑 한판 땡이기시지요?
죽부인 붙잡고 왔다리갔다리하며 춤 연습 하고 있는데
세뇨르박, 문 열고
세뇨르 지갑을 안 가져갔네. 저기 지갑 좀 주게...
봉희 여깄습니다 (지갑 건네주는데)
지갑에서 주민등록증이 뚝 떨어진다.
봉희, 얼른 주민 등록증 주워 보면 73년생이다.
급당황한 세뇨르 얼른 뺏아 지갑에 넣는데
봉희 (얼굴 굳어져 세뇨르 보며) 73년생?
세뇨르 (난처한)
봉희 그럼 여지껏 형님소리 공짜로 받아먹은 거요?
세뇨르 공짜라뇨? 먼저 형님이라고 부른 게 누군데...
봉희 (자책하듯) 오 마이 갓! 윽.... 내가 이런 엄청난 실수를 다 하다니?
세뇨르 뭐 사회친구 2년은 기본인데 꼭.. 년식을 따져야 하나요?
봉희 친구라니? 우리 쌍둥이들은 일, 이분도 정확히 따지는데 3분 먼저
태어난 누나한테 구박받고 사는 거 안봤소? 이거 영 몹쓸 사람이네.
세뇨르 아니, 몹쓸 사람이라니 그렇게 심한 말을... 정 그리 억울하면... 갑시다.
봉희 (입이 귀에 걸려) 리얼리?
도경집 앞
음식물 쓰레기 버리고 들어가려던 봉선.
막 나오던 세뇨르박과 봉희 보고.
봉선 (봉희에게) 밤늦게 어디 가냐?
봉희 (씩 웃으며) 단란주점! (눈짓으로 세뇨르박 보고 낮게) 쏜대!
봉선 (눈 반짝) 나도 가자!
봉희 (세뇨르박에게) 제가 부르고 우리 누나가 춤 파트너 하면 되겠네.
세뇨르박 (흠... 봉선 위아래 보며) 파트너 의상이 영~
봉선 (입 삐쭉 하는데)
봉희 누나, 플레어스커트 있잖아? 그거 입구 와.
봉선 됐네.
세뇨르박 자알 생각하셨습니다. 그럼 이만~ (앞서 걸어가는데)
봉선 (은근히 오기가 발동한다) 저, 저 싸람이...
봉희 자기가 쏜다고 저러는 거니까 얼른 갈아입고 와. 알았지?
봉선 월세 낼 돈도 없는 인간이 술값이 어디 있어서?
봉희 (엄지손가락 입에 붙였다 떼서 쓰윽 그으며 외상 표시하며) 이거지 뭐.
봉선 (세뇨르박 노려보며) 저 인간 내가 오늘 바가지 팍 씌우고 만다.
단란주점 (밤)
봉희, 뽕짝 신곡 노래를 부르고 있다.
가볍게 몸 흔드는 세뇨르박, 음악에 취해 봉선의 손을 잡고 지루박을 돌리
기 시작한다.
‘어어어’ 하며 당황해서 이리 끌려가고 저리 끌려가는 봉선.
밀었다 당겼다 돌렸다 세뇨르박의 손에서 놀아나는 봉선,
어지러워 어쩔줄 모르는데 순간 앞으로 노래가 끝나는 지점에서 쭉 당겼다
가 팍 미는데 중심 잃고 그대로 벽에 쳐박히는 봉선.
벽에 납작하게 얼굴을 대고 어쩔 줄 몰라하는데
봉희, 안쓰러운 표정으로 노래를 부르는데 세뇨르박 봉선에게 다가간다.
세뇨르 운동신경이 그렇게 없어서야~ (손 내미는데)
봉선 (세뇨르의 손 탁 치고 일어나는. 한판 붙을 기세로) 이 아저씨가 증말!! 아저씨, 일부로 그랬지?
세뇨르 (정색하며) 일부로라뇨? 저 그런 사람 아닙니다. 도대체 몇 키로 나가시 는 겁니까? 나까지 넘어질 뻔 했습니다.
봉선 (버럭) 뭐라구욧!!
세뇨르 건강을 위해서 다이어트라도 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봉선 (기분 상해서 가방 들고 나가며 세뇨르를 확 밀치고) 나 먼저 간다.
봉희 (봉선을 잡으며) 누나, 어딜가~ (테이블에 놓인 술병 가리키며) 이 술
다 먹고 가야지~
봉선 야, 됐어. 술맛 떨어져서 나 저인간이랑 술 같이 못 먹겠어.
봉희 누나~ 왜 그래~
세뇨르 저도 좋은 사람 아니면 술 같이 안마십니다. (일어나는데)
봉희 (세뇨르를 잡으며) 아, 형님까지 왜 그러십니까아~ 자, 자 그러지말고
다 같이 건배!!
다들 짠하고 잔 부딪치는데, 봉선 혼자서 맥주병째로 나발 분다.
봉선 (한 번에 쭉 마시고) 캬~
봉희 누나 괜찮어?
봉선 (술 먹고 꺼억 트름하며) 짜증나는 인간이 옆에 있으니까 취하지도 않
네!
세뇨르 (얼굴 찡그리며) 우리 매너는 좀 지키고 삽시다. 거 더럽게... 저도 그쪽
얼굴 보니까 술이 확 깹니다.
봉선 뭐욧!!
봉희 (세뇨르와 봉선의 잔에 술 따르며) 자, 자 원샷!! 원샷!!
골목 앞 (밤)
세뇨르박 앞서 걸어가고 바로 뒤에서 봉선을 등에 업고 낑낑대며 걸어가는 봉희, 힘들어 죽을 지경이다.
봉희 (세뇨르박에게) 교대 좀 해 주시죠. 도저히 못가겠습니다.
세뇨르 아니, 내가 왜요? (종종걸음으로 속도 높이는데)
봉희 누나!
봉선 (술 주정) 뭐어?
봉희 누나 동생이 73년생한테 속아서 형님이라 불렀다?
봉선 소띠가 돼지띠한테 들이대? 나쁜 시키... 당장 데려와. 아작을 내버릴
테니...
세뇨르 (인상 팍 쓰고 뚝 멈춰 선다)
봉희(E) (신나게 노래 부르는) 내가 필요할 때 나를 불러줘~
다른 골목 (밤)
봉선을 등에 업고 걸어가는 세뇨르박.
봉희, ‘무조건’ 노래 부르며 뒤따라가고 있다.
흥에 겨운 봉선, 세뇨르박의 등 뒤에 업혀서 신나게 들썩들썩!
봉선 (큰소리로 손 하나 치켜들고) 줘!!
봉희 언제라도 달려갈게~
봉선 갈게, 갈게!!
봉희 낮에도 좋아~
봉선 쪼아!!
봉희 밤에도 좋아~
봉선 쪼아!!
봉희 언제든지 달려갈게~
봉선 (몸 들썩들썩) 갈게, 갈게!!
세뇨르박 (중심 잡느라 힘들다)
봉희 다른 사람들이 나를 부르면~
봉선 헤이!!
봉희 한참을 생각해 보겠지만 (하는데)
동네 개들 봉희의 노래에 화답이라도 하듯 컹컹 짖고 난리가 났다.
어느 집에서 남자가 “야이 새끼야! 잠 좀 자자. 잠 좀!” 소리 지르고.
개들이 컹컹~ 짖는데.
봉선 (업힌 채로 벌떡 몸 일으켜) 저 개시키들이... (악쓰며) 조용 못해?
야 이 개시키야!!!
남자가 소리친 집에서 “뭐이 새끼야?” 소리 나더니, 불이 켜진다.
정신 번쩍 든 세뇨르박, 헉헉거리며 봉선을 업은 채로 그대로 달리는.
봉희도 ‘내가 못살아’ 하면서 따라 뛴다.
의상실 (밤)
의상 사이에 파 묻혀 열심히 바느질중인 도경, 드디어 마지막 의상 다 꿰맸 다.
도경 (의상 요리조리 보며) 휴~이제야 다 끝났네. (시계 보면 자정을 넘
어 섰다.) 어머 시간이 벌써 저렇게 됐네. 빨리 가야겠다. (일어나는)
본관 앞 (밤)
발레단 건물에서 나오는 도경.
다른 건물에 찬우방 불 켜진 거 올려다보고는
도경 찬우도 열심이네. (미소 지으며 걸어가는)
이사장실 (밤)
컴퓨터 모니터 보고 앉아서 뭔가 긴박한 듯 일어 문서를 검토하는 찬우.
찬우, 문서를 수정하고, 이메일을 보내고 전화를 한다.
찬우 (일어로) 지금 메일 보냈다. 내용 검토해서 솔로즈 아트센터 측의 요구
조건을 알려주기 바란다. (전화 끊고 기지개를 쭉 피는)
문화의 전당 앞 (밤)
택시 기다리는 도경, 택시가 오질 않는다.
도경 어쩜 택시가 한 대도 안 오냐?
찬우 차 안 + 도로가 (밤)
찬우, 차 몰고 오는데 택시 기다리고 있는 도경 보인다.
도경을 그냥 스쳐 지나가다가 끽하고 차 세운다.
후진으로 도경 앞에 차 세우는.
찬우 차 안 (밤)
운전 중인 찬우, 조수석에 앉은 도경, 서먹서먹 한동안 말이 없다가
찬우 예전에 저하고한 약속 기억에 없다는 말 정말이에요?
도경 너 정말 끈질기다. 그게 언제 적 얘긴데 기억에 남아있겠니?
추억은 흘러간 추억일 뿐이야.
찬우 (씁쓸하게 웃으며) 추억은 흘러간 추억을 뿐이다?
도경 기분 나쁜 기억 지우란 말이야.
찬우 (굳은 표정으로 운전하는)
도경 (찬우 눈치 보다가 시선 창밖으로 돌린다)
도경네 동네 입구 (밤)
도로변에 찬우차 서면, 도경과 찬우 내린다.
술 취한 취객이 근처에서 주정 부리는 모습 보이고.
도경 고마워.
찬우 (취객 보며) 늦었는데 집 앞까지 데려다 줄게요.
도경 그럼 고맙지.
찬우 (말 없이 도경 옆에서 걸어가는데)
도경 (가려다가) 저기 찬우야!
찬우 (보는) ...?
도경 너 따라다니는 여자애 있지?
찬우 예나요?
도경 결혼할 사이야?
찬우 아뇨.... 왜요? 신경 쓰여요?
도경 아~~~니. 내가 왜 니 일에 신경을 쓰겠어?
찬우 (비아냥) 그럼 묻질 말든지.
도경 (조심스레) 저기 있잖아. 나 실은 궁금한 게 있는데...
찬우 또 뭐요?
도경 마샤 단장 어떻게 생각해?
찬우 마샤~ 매력 있죠.
도경 다행이네. 너를 많이 좋아하는 거 같아서...
찬우 그래요?
도경 두 사람 잘 됐으면 좋겠어.
찬우 진심이세요?
도경 그럼. 진심이지.
찬우 (씩 웃고) 마샤가 날 좋아한다니 이거 영광인데~ (도경에게) 아직도 멀
었어요?
도경 응? 거의 다 왔어.
찬우 그럼 혼자 갈 수 있겠네.
도경 그래. 바래다줘서 고마워.
찬우 (대답 않고 뒤돌아 걸어간다)
도경 (왠지 가슴이 아릿해오는) ...!
멀어져 가는 찬우의 뒷모습을 잠시 보고 섰다가 집으로 걸어가는 도경.
그때, 편의점에서 컨디션 종류의 드링크제 사서 들고 나오던 봉희.
걸어오는 도경을 보고 인상을 팍 찌푸린다.
봉희 (불만 가득한) 지금이 몇 시야?
도경 (대답 않고)
봉희 가정 있는 여자가 말이야.
도경 피곤해.
봉희 공심이 당신한테 일 너무 시키는 거 아니야?
도경 말 시키지 마. (걷는)
봉희 (따라서 걷는) 너무 늦게 다니지 마. 아.. 늦으면 나한테 전화해. 내가
데리러 나올게. 밤길 여자 혼자 다니면 위험해. 특히 당신같이 이쁜 여 자는 말이야.
도경 (귀찮다는 듯) 됐네요, 윗집 아저씨.
찬우차 안 (밤)
운전 중인 찬우.
도경(E) 마샤 단장 어떻게 생각해? ... 두 사람 잘됐으면 좋겠어!
찬우 (인상 팍 쓰고) 어떻게 나한테 그런 말을... (괘씸하다)
공심 방 (밤)
거울 보며 화장 지우는 공심.
찬우(E) 그러기엔 넘어야할 산이 너무 높아요.
공심 제가 기필코 그 산을 무너뜨리고 말겠어요. 찬우씨! (결의에 찬)
도경집 마당 (다음날)
도경 짐 가방 들고 나온다. 앞치마 차림의 봉선 따라 나오는.
봉선 (도경의 옷에 먼지 털어주며) 잠 못 자서 어떡해.
도경 버스에서 자면 돼. 애들 좀 잘 챙겨줘. 어젯밤처럼 술 마시지 말고.
봉선 알았어. 절대 금주할 테니까 걱정 말고 잘 다녀오기나 해.
봉희, 계단을 내려오면서 가방 들고 가는 현관문 나서는 도경을 보는데,
봉희 (불만스럽게) 또 출장이냐?
문화의 전당 일각
대기 중인 버스에 부산하게 짐 싣고 오르는 진섭, 발레단원들.
튀는 복장의 단비, 주리, 잉꼬
도경, 체크리스트 들고 짐과 단원들 꼼꼼하게 체크하는데,
공심, 배웅 나온 직원들에게 인사하는데,
저만치 찬우가 걸어온다.
삼인방, ‘어머 이사장님이다.’ ‘우리랑 같이 가시려나봐.’ ‘어머 어떡하니?’
등등 찬우를 보고 웅성대고
도경, 삼인방 소리 듣고 찬우를 보는데
찬우 도경에게 걸어오며 빙긋 웃자 따라서 미소를 짓는 도경.
찬우 (도경을 무시하고 공심에게 가서 다정한 눈인사 건넨다)
공심 (미소 짓고) 이사장님 오셨어요?
찬우 단장님은 제 차로 가시죠!
공심 예?
찬우 버스 불편하실 텐데 제 차로 가시자구요.
공심 아, 네... 감사합니다.
찬우 (도경 본 척도 안하고 뒤돌아서 차로 간다)
공심 (도경에게 짐가방 주고) 이거 좀 부탁해. (자석에 이끌리듯 찬우를 따라
찬우 차로 간다)
단비 웬일이니? 웬일이니?
주리 둘이 정말 사귀는 거야?
잉꼬 말도 안 돼. 이건 현실이 아니어야 한다구.
도경, 애써 시선 두 사람에게 안주고 공심의 짐 가방 챙겨들고
버스에 오른다.
찬우 차 안
황기사 운전 중이고 뒷좌석에 찬우와 나란히 앉은 공심.
피곤한지 눈을 감고 있는 찬우를 흘깃흘깃 훔쳐보는 공심.
공심 (마음의 소리) 편히 자요, 찬우씨... 제가 곁에 있을테니까...!
시골길
꼬불꼬불한 시골길에 먼지 폴폴 날리며 버스가 달린다.
버스 안
도경, 심란한 기색이 역력한데... 그러다 고개를 젓고 표정 바꾼다.
폐교 운동장
<축! 오성발레단 초청 공연 >이라고 적힌 플랫카드 보이고
버스에서 내리는 무용단원들과 관계자들...
강단 쪽에 공연무대가 설치되어 있고,
군청직원들과 교사들로 보이는 사람들 보인다.
도경과 공심, 진섭과 함께 주위를 둘러보는 중이다.
진섭 (공심 기분 좋으라고 오버해서) 날씨도 좋고, 무대도 괜찮은데요.
도경 (공심에게) 근데 비 오면 어떡하죠?
공심 (인상 쓰며) 무슨 소리야? 하늘이 저렇게 맑은데...
도경 (허리 만지며) 비 오려고 하면 허리가 시큰거려서요.
공심 (노려보며) 버스 오래 타고 와서 그렇겠지.
진섭 (큭 웃고)
도경 (그런가?)
공심 재수 없는 말 하지도 마. 일기예보에 비 온단 말 없었어.
문화국장, 공심 쪽으로 걸어오며
문화국장 어이구, 단장님 먼 길 오시느라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공심 (우아하게) 경치가 구경하면서 오느라 시간 가는지 몰랐어요.
공심과 문화국장, 걸어가며 이야기 나누는...
문화국장 마샤 단장님께서 요구하신 대로 모든 준비를 철저히 했습니다.
공심 그런 거 같네요.
도경 (갸우뚱하며 따라가는데)
무대 앞
객석에 드문드문 자리 차 있고.
오지 사람들 이게 뭐하는 공연이가 싶어 웅성이다가 그새를 못 참고 빨리 시작해라 성화다.
한쪽에선 얼큰히 취한 사람들까지 보이고.
발레와는 어울리지 않는 각양각색의 관객들의 수준 낮은 모습 스케치.
대기실 안
무대 근처에 설치된 임시 대기실 안.
단원들, 공연하기 싫은 기색들이 역력하다.
주리 (휴지로 간이 의자 닦으며) 으휴, 이게 무슨 대기실이야? 완전 헛간이 따로 없네.
잉꼬 그러게. 쥐새끼랑 한 무대에 서지 않는 게 다행이지. (몸 오싹해하며) 으~ 소름끼쳐.
단비 (불만 가득한) 사람들 봤어? 도대체 이런 후진 데서 공연을 어떻게 해~
공심 (어느새 들어와 팔짱끼고) 그래서 공연 못하시겠다?
삼인방 (식겁하는)
공심 공연 시작 30분 전이니까 준비 철저히 하도록!
단비 저기, 단장님. 날씨가 흐리던데...
잉꼬 공연하다 비 오면 어떡해요?
공심 (단호한) 어떡하긴 뭘 어떡해? 벼락이 쳐도 공연은 해야지!!
삼인방 (서로 보며 못마땅한 표정 짓는)
이때, 대기실 안으로 안색이 창백한 채 비니를 착용한 여자아이(6,7세 정도)
가 노트를 들고 들어와 신기한 듯 주위를 살핀다.
아픈 환자 행색의 여자아이, 동경의 눈으로 단원들에게 시선을 떼지 못한다.
여자아이 (감탄하며) 우와, 이쁘다.
공심 (아이에게 다가가 자상하게) 꼬마야, 여긴 들어오면 안되는 곳이야.
여자아이 (종이 내밀며) 싸인 좀 해주세요.
공심 싸인? (미소 지으며) 지금은 바쁘니까 공연 끝나면 해줄게. 자, 엄마
한테 가야지.
여자아이 (떼쓰며) 싫어요, 싸인 해 주세요.
공심 (미소 지으며) 한 장만이야. (노트 받아들고 싸인 하려는데)
아이엄마 (들어와 아이에게) 너 왜 여기 들어와 있어? 얼른 나와. (공심에게) 죄송합니다. 우리 애가 워낙 발레를 좋아해서...
여자아이 싫어. 언니 싸인 받고 갈 꺼야.
아이엄마 (나무라듯) 보라야...
공심 (조심스럽게) 아이가 아픈가 봐요?
아이엄마 (순간 표정 굳고 고개 끄덕이는데) 네, 좀...
공심 (그제서야 아이를 애잔하게 바라보며) 이름이 보라구나. 참 예쁜 이름이네.
(싸인 해주면)
여자아이 (방긋 웃으며) 나도 이 담에 멋진 발레리나 돼서 싸인 해 줄께요.
공심 그래. 약 잘 먹고 건강해져서 꼭 싸인해 줘. 약속! (환하게 웃으며
아이와 손가락 걸고 약속하는)
아이, 환하게 웃으며 한껏 들떠 공심과 손가락 약속하고,
지켜보는 아이엄마, 공심을 고맙게 바라본다.
폐교 교문 앞
어린이들 줄 서서 들어오고 있고,
마을 주민들 삼삼오오 들어오고 있다.
교문 앞에 서서 팜플렛과 선물 나눠주며 인사하고 있는 도경.
도경 (꼬마들에게 팜플렛과 선물 주며) 어서 와라! 얘들아~
(어른들에게 선물과 팜플렛 주며) 오서 오세요.
꼬부랑 할머니, 지팡이 집고 천천히 걸어오며
할머니 (도경 앞에 쪼그리고 앉아 숨 고르며) 아이고 다리야. (도경 보고) 우리 메누리가 핵교서 써커슨가 뭔가 한다구 구경 가 보래는데 뭐하는 거유?
도경 네. 할머니 발레 공연해요.
할머니 (귀가 어두운지) 빨래?
도경 아뇨? (발레 하는 흉내 내며) 발레요. 발레~
할머니 뭔 빨래를 그렇게 오두방정을 떨면서 해~ 냇가에서 비벼 빨아 널면 되 지.
도경 (웃으며) 호호호... 빨래가 아니라 발레요. 이따 보셔요.
관객들 점점 더 몰려든다.
세네 명씩 경운기를 타고 오는 사람, 차를 함께 타고 와 내리는 사람들,
마련된 관객석을 어느새 다 채우고,
서서 보려는 사람들로 운동장이 만원이다.
일각에 취재진들 촬영 준비하고 있고,
공연무대
관객들 꽤 많이 모였다.
기대에 차서 공연을 기다리는 관객들, 순간 빗방울이 뚝 떨어진다.
일순간 동요하는 관객들... ‘비 오려나봐.’ ‘빨래 걷어야 되는데’ ‘고추 말려
놨는데’ 등등 술렁이는 사람들.
공심 역시 예상치 못한 여우비에 당황스럽다.
대기실
무용수들, 비 오려는 바깥 상황에 동요하는 분위기다.
잉꼬 어떡해? 비 오나 봐.
주리 뭘 어떡해? 사람들 다 가그만.
공심, 커텐 밖으로 보면 술렁이던 관객들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다.
맨 앞자리의 꼬마아이만 엄마한테 ‘싫어. 나 꼭 공연 보고 갈꺼야’ 하며 안
가려고 떼쓰는 폼이다.
공심 모두 스텐바이!
진섭 단장님 이 상황에 공연 감행하는 것은 무리인 듯 한데...
공심 저, 아이 봐! 우리 공연 꼭 보겠다고 엄마한테 떼쓰는 아이...
진섭 ...
공심의 시선 따라가면 다른 사람들은 자리를 뜨는 상황에서 여자아이는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앉아있다.
아이엄마, 더 이상 아이의 고집을 꺾을 수 없는지 공연 팜플렛으로 아이가 젖지 않게 머리에 대 주고 있다.
공심, 무용수들 보면 아직도 자리에 앉은 채 공연에 들어갈 준비자세 안보
이자,
공심 (굳은 표정으로) 우리 공연을 보겠다고 떼쓰는 저 어린아이만큼의 열
정도 없이 무슨 공연을 하겠다구! 다들 짐 싸!
단원들 숙연해지며 차마 어쩌지 못해 우왕좌왕하고
공심, 화가 나서 대기실 밖으로 나가는데
삼인방, 서로 눈짓 보내고 결심한 듯
삼인방 (입을 모아) 공연 할 꺼예요!
공심 (그 말에 돌아보고)
삼인방이 앞장서 일어나면 단원들, 벌떡벌떡 자리에서 일어난다.
놀란 표정으로 보는 공심.
무대 앞
공심, 마이크 잡고 무대 아래 앞쪽에 서서
공심 (마이크에 대고) 여러분, 잠시만 주목해 주십시오.
돌아가려던 관객들 뭔가 싶어 보는데
공심 여러분! 집에 널어둔 빨래 걱정은 잠시 접고 오늘만큼은 저희가 준비
한 발레공연을 즐겨보세요.
관객들 (그 말에 웃고)
공심, 음악 기사에게 신호주면
(E) 울려 퍼지는 발레 음악.
무대 위에 올라서는 무용수들
여우비를 맞으며 공연을 시작하는데
관객들, 하나 둘 화려한 발레공연에 발걸음을 돌리고 자리에 앉는다.
여자아이의 표정이 환해지고
관객들, 일제히 발레공연에 몰입하는데
무대 한쪽에 서서 의연한 자세로 공연을 지켜보는 공심.
(시간경과)
비 어느새 그치고 하늘 맑게 개인 상태다.
휘날레 장면을 끝으로 우레와 같은 박수 이어진다.
무용수들 서있는 가운데로 공심이 가볍게 걸어 나오자
환호와 함께 쏟아지는 박수갈채.
공심, 우아한 피날레 인사하고,
무대 앞으로 나가서 선다.
도경, 마이크를 가져다준다.
공심 감사합니다. 여러분! 이렇게 환영해주시고,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 주셔
서 정말 감사합니다. 발레는 이렇게 몇 가지 동작으로 자기 마음을 표
현 하는 무용이예요. 잠깐 발레 동작 한 가지를 가르쳐 드릴까하는데
여러분들 어떠세요?
관객들 ‘좋아요’ ‘앵콜이요’ 소리치고,
공심 자, 그럼 제 동작을 따라서 해 보세요. 사랑한다~ (동작하며) 따라해
보세요.
술렁이며 따라하는 관객들.
공심 와, 너무 잘 하시네요. 그럼 우리 옆 사람한테 사랑한다 말해 볼까요?
옆 사람에게 사랑한다는 동작을 하는 관객들, 깔깔대고 재밌어한다.
공심 이렇게 발레는 사랑을 전하는 무용이랍니다. 오늘 제가 이곳에 와서
여러분들께 받은 깊은 사랑 평생 간직하겠습니다. 여러분들도 오늘
저희가 드린 사랑 기억해주시고 발레 많이 사랑해주세요. 감사합니다~!
(고개 숙여 인사하고 무대 뒤로 나간다)
관객들, 환호와 함께 전체가 기립박수를 친다.
폐교에 마련된 대기실로 들어가는 공심과 발레단원들.
관객들의 환호성과 박수소리 멈출 줄 모르고...
앞자리에 앉아 있는 찬우, 군수, 군청 관계자들 모두 만족한 표정이다.
무대 옆에 서서 박수 치다가 얼른 대기실로 들어가는 도경.
폐교 일각
카메라 플래시 세례 쏟아지고...
꽃다발을 들고 기자들에 둘러싸여 인터뷰하는 공심.
기자단 뒤에 서서 상기된 표정으로 보는 도경과
그런 도경을 주시하며 군청 관계자들과 함께 서 있는 찬우.
공심 (당당하고 진지하게) 관객의 눈높이에 맞춰서 공연하는 것이 이번 공연
기획의 핵심 포인트였어요.
기자1 앞으로도 이런 공연을 계속하실 계획이신가요?
공심 물론이죠. 분기별로 오지를 찾아가 계속 공연할 계획이에요. 꾸준히 관
심 있게 지켜봐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환하게 웃는)
일동(E) 지화자!!
고기집
건배하는 발레단 직원과 공무원들...
고기 집에서 뒤풀이 회식중이다.
군수 정말 감동했습니다. 빗속에서 공연을 강행할 거라 누가 상상이나 했겠
습니까? 단장님의 결단 정말 대단하십니다.
공심 (웃으며) 단원들이 의기투합해서 만든 무대인걸요.
삼인방, ‘단장님 덕분이죠!’ 단장님 짱!‘ 등등의 호의적인 멘트 날리고
공심 뿌듯해서 미소 짓는데...
찬우 관객들의 감동어린 표정들이 잊혀지지 않는군요.
문화국장 맞습니다. 생전 발레구경도 못하던 사람들이 오늘 하루 얼마나 행복했
겠습니까? ... 실은 저도 발레공연은 오늘이 처음이었습니다. 정말 감동
적인 무대였어요,
공심 (군수에게) 앞으로 지역문화 발전을 위해서라도 군청 내 공연 활성화에
아낌없는 지원 부탁드릴게요.
군수 그럼요. 벌써 발레 팬이 된 걸요. (술병 들고) 그런 의미에서 제 잔 한
잔 받으시죠?
공심 (사양하며) 저 이제 그만 마실래요. 제가 워낙 술이 약해서요.
군수 이거 손부끄럽게 왜 그러시나?
찬우 (벌떡 일어나며) 군수님, 제가 흑기사 해도 될까요?
도경 (놀라서 보고) 어머, 이사장님!
군수 오~ 흑기사... 좋죠.
찬우 실은 제가 마샤 단장님 팬이거든요.
군수 오~ 그래요? (술 붓고)
찬우 (원 샷으로 마신다)
공심 (감격해서 보는)
도경, 안보는 척하면서도 신경 거슬려 흘깃 훔쳐보는데
원샷한 찬우가 도경 쪽을 보자 얼른 시선 피한다.
찬우, 약간 못마땅한 표정 짓다가 공심 보고는 환하게 미소 짓는다.
고기집 앞 (밤)
군청 관계자들 찬우, 공심과 인사 나눈 뒤 차를 타고 떠난다.
뒤 이어 찬우의 차 입구에 서자
찬우 (차 뒷문 열고 공심에게) 마샤, 제 차로 가시죠.
공심 (방긋 웃고) 네, 이사장님. (차에 오른다)
도경 (찬우를 보면)
찬우 (외면하고 차에 올라 차문을 쾅 닫는다)
찬우의 차 출발하는 거 우두커니 서서 보는 도경.
찬우의 차에 앉아 행복한 미소 짓는 공심과 결의에 찬 표정으로 앞만 보는
찬우와 혼자 남겨진 채 떠나는 차를 안타깝게 보며 그대로 서 있는 도경의
모습에서 엔딩.
.공주가 돌아왔다↲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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