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가_돌아왔다 8
공주가 돌아왔다
- 8 부 -
도경집 앞 (밤)
도경과 찬우, 화해의 의미로 손 맞잡고 있으면
분노어린 표정으로 달려오는 봉희.
봉희 야, 이 자식아~ 그 손 당장 안 떼? (다짜고짜 찬우에게 주먹 날린다)
도경 (놀라서) 서, 선남 아빠!
찬우 (의연하게) 차비서님 남편이신가본데... (터진 입술 닦으며) 첫인사치
곤 매너가 없으시네요.
봉희 너 뭐하는 새끼야? 뭔데 오밤중에 남의 마누라 손목을 잡아?
찬우 (비아냥대며) 그렇게 끔찍하게 생각하시는 분이 왜 이 오밤중까지
바깥일을 시키실까?
봉희 (욱해서) 뭐가 어째고 어째? 어린 노무 시키가~ (바로 주먹 날아가
는데)
찬우 (왼손으로 날아오는 봉희의 손목을 척 잡고 맞대응으로 칠 듯이 오
른 주먹을 드는데)
도경 (찬우를 확 떠민다)
찬우 (떠밀린 채 도경을 보면)
도경 (단호하게) 그만 가. 너 때문에 오해받기 싫어.
찬우, 봉희를 노려보고는 차에 오른다.
봉희 (찬우 노려보며) 저 자식이...
찬우의 차 출발하고
도경, 복잡한 심경으로 찬우의 차를 보고 서 있는데
봉희 (비아냥) 뭐? 오해? 손 잡고 끌어안고 할 짓 다하고 뭔 오해?
도경 (봉희를 째려보는데)
봉희 (분에 못이겨) 싹퉁머리없는 새끼.
도경 (버럭) 그 입 다물지 못해!
봉희 (어이가 없어서) 당신, 지금 나보고 한 소리야?
도경 (따지듯) 이혼한 마당에 누가 니 마누라야?
봉희 (째려보며) 그놈... 옛날 그놈 맞지?
도경 그래. 맞다. 됐냐?
봉희 (믿어지지 않는) 어떻게 이혼도장 찍자마자 옛날 남자를 집까지 끌어
들여... 어떻게...
도경 (답할 가치도 없다) 징글징글해. 증말!!
봉희 이혼도장 찍었으니 이제 남남이다. 이거야?
도경 (맞받아치며) 그래. 그니깐 제발 내 인생에 껴들지 말라구!
도경, 뒤도 돌아보지 않고 싸늘히 대문 쾅 닫고 들어가면
봉희, 배신감에 부르르 떨고 서 있다.
한강 대교 위 + 달리는 찬우 차 안 (밤)
굳은 표정으로 운전하는 찬우.
(인서트) - 자신을 떠밀며 차갑게 가라고 하던 도경의 모습.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실소를 흘리고는
음악 볼륨 크게 올리고 속력 내어 거칠게 질주한다.
한강대교 위 (밤)
차들 쌩쌩 달리고 있다.
봉희, 인도 위를 터덜터덜 걸어가다 문득 멈춰서 대교 아래를 심란하게 내려다보는데.
봉희 (대교 난간 꼭 붙들고 소리 지르며) 그래, 차도경! 니 인생에서 영원히 꺼져주면 될 꺼 아냐!! (절규하는) 아아악!!!
도경집 전경 (아침)
아이들(E) 잘 먹겠습니다!
도경집 거실 + 주방
상에 둘러 앉아 빵과 과일, 우유로 아침 식사하는 봉선, 선남, 선녀, 선웅.
주방에서 빵을 예쁜 상자 안에 정성 드려 담는 도경.
봉선 (도경 보며) 누구 갖다 주려고 그렇게 정성을 드려?
도경 (살짝 당황하며) 주긴 누굴 줘? 점심 때 나눠 먹으려고 싸는 거지.
선남 (한 입 베어물고) 엄마가 만든 빵 진짜 오랜만이네. (맛있게 먹는다)
도경 (상에 와 앉으며 선웅이 머리 쓰다듬으며) 그렇게 맛있어?
선웅 응. 최고야!
봉선 언젠 고모 꺼가 최고라더니... (선웅 보고) 선웅아! 엄마가 만든 빵이
맛있어? 고모가 만든 빵이 맛있어?
선웅 고모가 만든 빵도 맛있는데 엄마가 만든 빵이 쪼금 더 맛있어.
봉선 (선녀에게) 선녀 넌?
선녀 (조금씩 떼어 먹으며) 맛은 비슷한데... 엄마가 만든 건 달지 않아서 좋
아.
봉선 (실망하고 선남을 보면)
선남 (눈치 보며) 저두... 엄마요.
봉선 지들 엄마라고 다들 편드는 거 좀 봐.
도경 (쿡 웃으며) 편드는 게 아니라 사실인 거지.
봉선 (한 입 먹고) 음... 맛있긴 맛있네.
도경 절대 미각인 니가 맛있다고 하니 이 길로 한번 나서볼까?
봉선 그래. 절대 미각과 절대 손맛끼리 뭉쳐서 대박 한번 터트려보자.
이참에 빵집 차릴 계획 한번 세워봐?
도경 (웃으며) 그래보까?
봉선 (빵 들고 씨에프 찍듯) 음...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차도경표
빵~ 빵~ 빵~ (동시에 뽀옹~ 하고 방귀가 나온다)
아이들 (일제히 꽥!) 고모!!!
도경 (웃는다)
헬스클럽
헤드셋 쓴 공심, 러닝머신 위를 가볍게 뛰고 있다.
트레이닝 차림의 찬우, 들어선다.
공심, 찬우 보자 동공이 커지는데
트레이닝복 상의 벗는 찬우, 민소매 차림으로 웨이트 기구 앞에 앉는다.
공심의 시선 찬우에게 쏠려있는데
찬우, 공심 못보고 웨이트 기구를 폈다 오므렸다하며 가슴 운동을 시작한다.
공심, 러닝머신 뛰면서 찬우를 훔쳐보는데 찬우의 가슴골을 타고 흐르는
땀방울을 보자 저절로 침이 꼴깍 넘어간다.
트레이닝복 차림의 주희, 걸어오다 그런 공심을 보고,
주희 (공심에게 다가와) 저, 저, 저... 그러다 침 흘리겠다.
공심 (주희 의식 못하고 여전히 헤벌레 있는데)
주희 (공심 툭 치고) 선배!
공심 어? (헤드셋 뺀다)
주희 그렇게 좋아?
공심 응. 좋아!
주희 운동 같이하자 그래.
공심 운동기구가 다른데 어떻게...
주희 참, 진도 빼기 어렵네.
찬우, 공심을 발견하고 운동하던 거 멈추고 일어선다.
공심 (얼른 자세 고치고 낮게) 야, 온다온다. 빨리 가 빨리 가.
공심, 헤드셋 다시 쓰고 시선 앞에 둔 채 이쁜 척하며 뛰기 시작하는데
주희, 눈 반짝해서 공심의 기계 버튼을 눌러 속도를 확 올리고 가버린다.
공심, 갑자기 속도가 높아지자 속도에 밀려 어어어~ 뒤로 넘어질 뻔하는
찰나, 찬우 뒤에서 공심을 받아낸다.
그렇게 본의 아니게 찬우의 품속에 안긴 공심.
공심 (수줍게 웃으며) 어머, 찬우씨~
찬우 조심해요. 마샤~ 귀한 몸이신데 다치시면 클나죠.
휴게실
찬우, 음료수를 공심에게 건넨다
공심 (받아들고) 아침마다 여기서 운동하시나 봐요?
찬우 네. 마샤는 그동안 안보이시던데?
공심 아예, 저도 아침운동 한번 해볼까 하고 온 건데...
찬우 그럼, 내일부터 저랑 같이 하죠?
공심 (좋아서) 네~ 그래요~
찬우, 자신의 음료수 캔 따 꿀꺽꿀꺽 시원하게 마시는데.
공심, 그 모습 상기된 표정으로 본다.
공심 빌라트
운동복 차림으로 들어서는 공심.
공심 (주먹 쥐고 파이팅!) 예쓰!!! 예 예 예~ (트레이닝 겉옷 하나씩 벗어던지
며 욕실로 들어간다)
욕실
욕조에 길게 누워 거품 목욕중인 공심.
눈 감은 채 샤워스펀지로 상의를 부드럽게 문지르고 있다.
(인서트) - 헬스장에서 땀 흘리며 운동하던 찬우의 모습.
감은 공심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는데...
(E) 현관 벨소리 띵동!
공심 (정신 차리고 누구지?)
공심빌라트 (상상)
가운을 입고 욕실에서 나온 공심 현관으로 간다.
공심 주희니? (현관문 여는데)
찬우 와인 한 병을 들고 얼음도 녹일 듯한 부드러운 미소 날리며 서 있다.
공심 (헉! 놀라는) 어머, 찬우씨?
찬우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와인병 흔들며) 모닝와인 어때요?
공심 (배시시 웃으며 귀엽게) 무조건 콜~!
(시간경과)
치즈 정도의 간단한 안주를 놓고 소파에 앉아 와인을 마시는 두 사람.
찬우 (와인잔 마주치며) 아침운동 후에 마시는 와인은 하루에 활력을 주죠.
공심 (잔 들고 호응하며) 포도로 만든 술은 혈액순액에 그만이래요.
찬우 (와인을 한 모금 마시고 공심의 눈을 응시하며 진지하게) 마샤 눈 안에
내가 있어요.
공심 (와인 입에 대다말고, 헉!!)
찬우 (한 모금 더 마시고 공심 쳐다보며) 와인은 입으로 오고 사랑은 눈으로
와요.
공심 (파르르 전율을 일으키는) 어머머머... (오금이 저린다)
찬우 (공심에게 다가서는데)
공심 (엑스자로 가슴을 가리며 몸을 뒤로 물러난다) 우리 만난 지 얼마 안됐
는데...
찬우 (그대로 공심을 응시한 채) 사랑에 빠지는 시간은 0.1초면 충분해요.
공심 (뿅 간 표정으로) 나이도...
찬우 (검지손가락 들어 공심의 입술에 대고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해요.
공심이 뭔가 말하려는 찰나 어느새 한손으로 공심의 얼굴을 당겨와 입술을 덮치는 찬우, 공심의 동공이 커지는데.
찬우, 키스한 상태에서 일어나 공심을 끌어안은 채로 소파로 넘어뜨린다.
놀란 표정으로 찬우에게 이끌려가는 공심. 그대로 소파에 쓰러진다.
찬우 (입술 떼고 사랑스런 눈길로 공심을 내려다본다)
공심 찬우씨, 이러면 안...
찬우 (공심을 찐하게 보는)
공심 (도저히 못 보겠다. 눈을 감고는) 되요...!
찬우 (잠시 장난기 어린 미소가 어리고) 되요?
공심 (에라 모르겠다 두 눈을 꼭 감은 채 고개 끄덕이는 공심)
다시 공심에게 격렬하게 키스를 하는 찬우.
공심도 찬우를 받아들이고 두 눈을 감은 채 찬우를 꽉 끌어안는데...
순간 일렁이는 화면.
욕실 안
일렁이는 욕조 물.
두 팔을 머리 위로 든 채 욕조 안에 미끄러워 빠져서 허우적거리는 공심,
어푸어푸하면서 고개를 내미는데.
(E) 띵동 띵동!!
공심 (설마 찬우? 하는 표정)
공심빌라트 거실 (현실)
샤워 가운을 입은 공심, 욕조에서 나와 허겁지겁 현관문으로 달려간다.
문 열기 직전, 공심 섹시하게 보이려 가운 어깨를 살짝 드러나게 내리고
호흡 후후~ 고르고 긴장된 표정으로 현관문을 여는 공심.
기다란 바게트 빵이 담긴 봉지를 든 주희다.
주희 (환하게 웃으며) 굿모닝~!
공심 (썩소로) 어... 왔니? (실망해서 돌아선다)
주희 (뒤따라오며) 기다리는 사람이라도 있었나봐.
공심 한참 좋다말았네.
주희 (보면)
공심 (바게트 빵 하나 집어서 우걱우걱 먹으며) 그 사람 꿈꿨었거든.
주희 하여튼... 백날 꿈만 꾸면 뭐해? 현실적인 진도를 나가야지.
공심 진도야 잘나가고 있지. (자랑하듯) 우리... 아침 운동도 같이 하기로
했다~
주희 우리? (받아치며) 잠은 언제 같이 자기로 했는데?
공심 어우야~
주희 아침 운동 갖고 무슨... 밀월여행 정도는 가줘야 진도가 나간 거지.
공심 누군 뭐 안가고 싶어서 혼자 꿈만 꾸고 있겠니?
주희 언니, 내가 작전 한번 세워보까?
공심 (주희를 보는) ...?
이사장실
찬우, 책상 앞에 앉아 서류 체크중이다.
(E) 인터폰 벨소리.
김비서(E) 이사장님! 차비서님 오셨습니다.
찬우 (잠시 고개 갸웃하더니 덤덤하게) 들여보내요. (다시 서류 보는데)
도경 (문 빼꼼 열고 들어와) 동상 뭐해?
찬우 (도경 보며) 무슨 일이예요?
도경 (상자 내밀며) 빵 좀 구웠는데 먹어보라구...
찬우 (피식 웃고 다시 서류 본다)
도경 (다가와 찬우 눈치 보며) 어디 다친 덴 없어?
찬우 (서류 보며 무뚝뚝하게) 보시다시피!
도경 에이, 그러지말구... 기분 풀어. (도시락 내밀며) 자! 이거 좀 먹어봐.
내가 만든 거야.
찬우 (비꼬듯) 뭐든 참 쉽네. 결혼도 쉽게 하더니...
도경 (욱 하다가 참고 털털하게) 화 풀어~! 우리 선남 아빠가 오해해서
미안하다구 전해달래.
찬우 (뺀질) 자알~ 알았다구 전해주세요.
도경 그럼. 우리 다 풀은 거다. 빵 맛있게 먹어. (책상 위에 놓고 나간다)
찬우, 도경이 나가자 책상 앞에 놓인 빵이 든 상자를 가만히 보더니
찬우 (인터폰 하며) 김비서!
연습실
단원들, 다들 오지공연에 대한 얘기로 수다 중이다.
공심 들어오면, 예전과 다르게 너무나 반갑게 인사하는 단원들.
삼인방, 오지공연에 대한 기사 쓰인 신문 들고 쪼르르 공심에게 가는데.
단비 단장님, 오지공연에 대한 기사 보셨어요?
주리 신문이고 인터넷이고 완전 난리에요. 이번 공연 때문에 우리 발레단 완전 유명해졌어요.
잉꼬 이게 다 단장님 덕분이에요. 아직도 그 감동을 잊을 수가 없어요.
공심 (우쭐해서) 더 감동적인 무대를 만들기 위해 연습에 매진해 볼까요?
단원들 (일제히)네!
단장실
도경, 책상에 앉아 일 보는 중이다.
도경 (찬우 생각에) 그 정도 했는데 풀렸겠지? (하는데)
공심, 환한 얼굴로 들어서며
공심 오지공연 이후로 단원들 태도가 싹 달라졌어.
도경 이번 오지공연 최고 성과네.
공심 그렇지? (콧노래 부르며 자기 자리에 앉는데)
(E) 노크소리
도경 네... 들어오세요.
김비서, 도경이 현우에게 준 빵이 든 상자를 들고 들어온다.
도경 (얼른 가서 받는데)
김비서 (도경에게) 이거 단장님께 전해드리랬는데...
도경 예? (황당해)
공심 (반갑게) 이사장님이요?
김비서 네. 직접 구우신 거래요. (공심에게 준다)
공심 (감동받은 표정으로 받아드는데)
도경 (표정 일그러진다)
김비서, 공심에게 주고 나가면
공심 (얼른 안을 들여다보고) 이게 뭐야? 어머, 빵이네. 이걸 직접 구웠다
단 말야?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건물 옥상
하늘을 올려다보고 선 공심,
빵 하나를 높이 들고 행복한 미소 지으며 뱅그르르 돈다.
우뚝 멈춰선 공심, 한 입 먹으려다 말고.
공심 (빵을 보며) 찬우씨가 직접 구운 거라니... 이 예쁜 걸 어떻게 먹으라구... (빵 든 손을 허공에 치켜들고) 먹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문득 일각에 있던 진섭 발견한다)
진섭 (놀라) 다, 단장님... (하는데)
공심 (표정 싹 바뀌고) 수고! (휙 돌아서 간다)
진섭, 벙 찐 얼굴로 공심 가는 거 쳐다보는데...
@@역
@@역이란 간판 보이고 초췌한 몰골로 역사를 빠져나오는 봉희.
봉희 (혼잣말로) 대한민국에 내 한 몸 의지할 곳이라고는 상기자식 뿐이네...
힘없이 터덜터덜 걸어가는 모습이 안쓰럽다.
송선생 집 마당
입구에 서서 어슬렁거리며 상기 있나 살피고 있는 봉희.
상기, 마루턱에 앉아 진땀을 흘리며 도자기로 된 주전자의 손잡이 떨어진 부분을 접착제로 붙이고 있다.
봉희 (반갑게) 상기야~!
상기 (급히 주위 살피며) 쉿! (하는데)
송선생이 집안에서 나오자 얼른 몸을 숨기는 봉희.
송선생 (주전자를 안타까운 눈길로 보며) 아직도 못 붙였어? (상기를 향
해 주먹으로 내려칠 듯 자세 취하며) 이 잡놈의 시키를 쳐 쥑여?
상기, 한손으로 방어자세 취하는 동시에 몸을 숨기고 보던 봉희, 차마 못보고 두 눈을 질끈 감는다.
송선생(E) 저 잡놈의 시키는 또 뭐여?
봉희, 눈을 뜨는데 송선생과 눈이 딱 마주친다.
봉희, 멍하니 송선생을 보는데 강아지 부르듯 휘파람 불며 손 까딱까딱
하자 잽싸게 달려온다.
송선생 (상기 가리키며) 이놈 친구 맞재?
봉희 (알아봐줘서 고맙다. 기뻐서) 네!!
송선생 그래? 그럼 니 쪼까 (마루턱 가리키며) 요게 쪼까 앉아보그라.
봉희 네, 감사합니다! (앉는데)
송선생 (다시 확인하듯) 니 그 놈이랑 둘 도 없는 친구 맞재?
봉희 그럼요, 저랑 상기는 피만 다를 뿐이지 실제론 한 형제나 다름없습니
다. 불알친구로 만난 지 어언 30년 콩 한 쪽도 나눠 (하는데)
송선생 각설하고! (상기가 붙이는 중인 도자기 주전자 보며) 니가 붙여라이.
봉희 (헉) 예? ... 제가요?
송선생 (차분하게 상기 보며) 저 놈을 쥑여?
봉희 (놀라서 보면)
송선생 (일어서며) 저 놈 대신 니가 이거 원상태로 복귀시켜 놔야 쓰것다.
자신 있재?
봉희 (상기를 보면)
상기 (고개 절래절래 흔든다)
봉희 (눈치 알아채고) 제가 지금 좀 바쁜 일이 있어서. (가려는데)
송선생 프랑소와~
한 덩치 하는 진돗개 어슬렁거리며 나타난다.
놀라서 뒷걸음질 치는 봉희.
송선생 후딱 안 붙이냐?
봉희, 울며 겨자 먹기로 상기 옆에 앉아서 접착제로 도자기 손잡이를 붙이기
시작하자 송선생, 집안으로 들어간다.
상기 넌 왜 또 왔냐?
봉희 얘기하려면 길다. 근데 이깟 도자기 주전자 하나 갖고 협박을 다하
고 무섭다. 무서워~
상기 (낮게) 죽일만 해. 이게 이래도 한 장짜리란다.
봉희 (놀라서) 뭐? 십만원?
상기 아니... 천만원!
봉희 (입이 쩍 벌어진다)
(시간경과)
땀 뻘뻘 흘리며 주전자의 손잡이 부분을 붙이는 봉희와 상기.
드디어 부서진 조각들 다 맞춰 붙였다.
티 안 나게 완벽히 붙여진 도자기 주전자를 뿌듯한 얼굴로 보는 두 사람.
봉희, 상기에게 비장한 표정으로 끄덕끄덕하면
상기, ‘선생님~!’ 하며 얼른 집 안으로 들어간다.
송선생, 상기와 함께 집에서 나오는데
송선생 정말 표시가 하나도 안나게 붙였다 이거지?
상기 그럼요! 선생님 제 친구가 워낙에 손재주가 좋아서 만족하실 겁니다.
봉희 (벌떡 일어나 도자기 주전자 손잡이를 잡고 들어보이며) 선생님, 제가 해냈습니다~!
동시에 손잡이 부분 떨어지며 본체부분 바닥에 뚝 떨어져 산산조각이 난다.
송선생 (진돗개 향해 꽥!) 프랑소와~!
상기 (다급하게) 얌마~ 튀어!!!
진돗개 사납게 짖기 시작하고
살의를 느낀 봉희, 그대로 줄행랑친다.
강가
상기와 봉희, 강물 바라보며 나란히 앉아있다.
봉희 너만 믿고 내려왔는데 나 이제 어떡하냐?
상기 어휴... 곡 받아낼 때까지 잘 좀 버티랬더니...
봉희 지 마누라가 첫사랑 만나는데 눈 안 뒤집어지면 그게 인간이냐?
상기 (한숨 푹 내쉬며) 이제 어떡하냐? 날 추운데 노숙할 수도 없고...
봉희 넌 송선생님과 어떻게 만났냐? 원래 아는 사이 아니었잖아?
상기 실은 나... 사기당하고 여기 죽으러 온 거다.
봉희 (안쓰럽게 보면)
상기 물에 빠져 허우적대던 나를 구해주신 분이 송선생님이셨어.
봉희 어떻게 그런 일이...
상기 병원에서 깨어나자마자 그 말 듣고 이런 게 운명이구나 싶더라.
그래서 죽을 때 죽더라도 곡 하나 받아서 너 재기하게 만들고 죽어 야겠다 싶어서 울며불며 매달린 거야. 니 꿈이 원래 트로트 가수였 잖아?
봉희 (울컥해서) 친구... (하는데)
상기 (봉희의 머리를 푹 누르며) 얌마, 숨어...
봉희, 몸 낮춰진 채로 보면 저 멀리서 송선생이 낚싯대 들고 걸어오고 있다.
(시간경과)
낚시 중인 송선생, 눈 감고 명상중인 듯한 자세로 앉아있다.
상기 역시 부동자세로 그 옆에 서 있다.
봉희 (배에서 꼬르륵 꼬르륵) 저 징한 인간~ 대체 몇 시간 째야? (하는데)
송선생 (눈 감은 채로) 세 시간 이십오분째지 아마~
봉희 (헉!)
상기 (미치겠다)
봉희 (마음의 소리) 저 인간 지금껏 나 있는 거 알고 있었던 거야?
(결심한 듯) 에잇,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다!
봉희, 송선생 앞으로 달려가 무릎을 꿇는다.
송선생 (눈 감은 채 동요하지 않고)
봉희 실수였습니다. 너그롭게 용서해주십시오. 선생님~
송선생 (눈 감은 채 귀 후비며) 상기야...
상기 (경직된 채) 예, 선생님!
송선생 오데, 프랑소와 친구 왔나 보다.
상기 예?
봉희 너무 하십니다. 선생님. 어떻게 인간을 개에다...
송선생 (눈 번쩍 뜨고) 너, 썩 안 꺼질래?
봉희 (애절하게) 선생님, 뭐든지 할테니 저 좀 받아주십시오. 선생님 마저 내치시면 전 갈 데가 없습니다.
송선생 그건 니 사정이고.
봉희 (송선생의 바지 잡고 늘어지며) 선생님, 사람 하나 살려준다치고 저 좀 받아 주십시오. 선생님 제발~
송선생 이 노무 시키가 이 중요한 순간에... (발길질로 차버린다)
봉희 (나동그라져서) 선생님마저 외면하시니 전 더 이상 희망이 없습니다.
상기 (봉희를 보면)
봉희 (상기에게 눈 찡긋하고) 차라리 죽는 게 낫습니다. 잡지 마십시오.
(비장한 표정으로 강물로 들어가는데)
송선생 뒤지려면 저쪽 가서 뒤져. 고기 놀랜다. 이 누마~
봉희 (안먹히자 더 오버하며) 저 이래뵈도 한다면 하는 놈입니다. 선생님
이 안거둬주시면 (강조하며) 진짜로 죽습니다!! 저, 진짜 죽어요!
강물로 더 들어가는데 갑자기 수심이 깊어져서 그대로 빠진다.
봉희 (허우적대며) 사람 살려! 사람 살려~~
상기 (발 동동 구르며) 선생님, 저 수영 못하는 거 알잖아요? 제 친구 살
려주세요. 선생님~
송선생 (진지하게) 나도 맥주병이여~
상기 저 구해주신 거 다 아는데 그러지 마시고 선생님 제발~~
송선생 난 자네 빠진 거 보고 119에 신고만 했재.
상기 (허거덩 놀라서 ‘친구야~’ 하며 얼른 강물 속으로 뛰어든다)
상기와 봉희 둘이서 오르락내리락하며 강물 속에서 허우적대는데
송선생 저 잡노무 시키들 아주 쌍으로 지랄을 하네. (벌떡 일어나 전화하며)
아, 거기 119죠? 사람이 강에 빠졌는디... 요기가 오덴가 하면...
문화의 전당 (다른 날)
건물 옥상
공심, 누군가 기다리고 서 있는데 잠시 후 주희가 온다.
주희 선배!!
공심 무슨 일인데 옥상까지 불러내?
주희 선배, 이사장님이랑 진도 나갈 방법을 연구해봤는데...
공심 (반갑게) 굿아이디어가 떠올랐어?
주희 당연하지. 내가 일본온천 여행 예약해놨어. 것두 남녀 혼탕으로!
공심 (풋) 남녀 혼탕? 어머! 어떻게 그런 델 가? 민망하게...
주희 어우~!! 이러니까 진도를 못 빼지. 고속도로에 올랐으면 질주를 해야
할 거 아냐?
공심 근데 찬우씨가 내가 가자고 한다고 그런 델 따라가겠어?
주희 그러네. 급브레이크가 또 걸렸네... 무슨 좋은 수가 없을까? (곰곰이
생각하는데)
(E) 진섭의 핸드폰 벨소리.
공심과 주희, 허걱 놀라 뒤 돌아보면 일각에 있던 진섭이 몸을 쏙 숨긴다.
공심 (버럭) 장선생!!
진섭 예. 단장님. (쭈삣쭈삣 나오는데)
공심 우리 얘기 듣고 있었던 거야?
진섭 일부러 들으려던 건 아닌데... 죄송합니다. (고개 푹 숙인다)
주희 대체 어디까지 들은 거예요?
진섭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일본....
공심 (허걱해서 보는데)
진섭 온천....
주희 또?
진섭 혼탕... (에라 모르겠다) 전부 다 들었습니다..
공심 (기가 막힌 표정으로 주희를 보면)
주희 할 수 없네. 진섭씨도 우리랑 한배 타야죠.
진섭 (놀라서) 한 배요?
주희 나랑 같이 바람 좀 잡아주자구요! 오케이?
진섭 (이게 뭔 일인가 싶어 어벙벙한 표정으로 보는)
이사장실
소파에 마주 앉아 이야기 나누는 찬우와 진섭.
찬우 일본 여행이라...
진섭 네. 단장님하고 무대감독님하고 워크샵 겸 일본 온천 여행을 가기로 했
는데 저 혼자 남자라서 좀... 혹시 주말에 시간 있으시면 저희랑 같이...
찬우 (생각하다 흔쾌히) 그러죠 뭐.
단장실
소파에 마주 앉는 공심과 주희.
주희 (시계 보며) 올 때가 됐는데 왜 안 오지?
공심 (초조해) 그러게.
도경 (두 사람 보는)
진섭, 노크하며 문 열자 찬우가 먼저 들어선다.
공심 어머, 이사장님...
찬우 뒤에서 진섭이 손가락 동그랗게 말아서 오케이 표시하고
공심 좋아서 표정관리 하느라 힘들다.
찬우 (소파에 앉으며) 일본 워크샵 저도 같이 갑시다.
도경 (차를 타던 중에 뭔 소린가 싶어 본다)
공심 (부러) 어머나, 저희랑 같이요?
주희 너무 잘 됐네요. 이사장님~
도경 (찬우 앞에 차를 내려놓는데)
찬우 (도경 보고) 차비서님도 가시죠?
일동 (엥? 하는 표정으로 보는)
주희 (난감한 표정) 에이.. 직원들 워크샵인데 비서까지 뭘~
찬우 차비서는 여기 직원 아닌가? 같이 갑시다. 일박이일이면 길지도 않은
데...
도경 (좋아서) 정말 저도 껴도 돼요? (순간 돈 걱정에) 근데 경비가 얼마나~
찬우 경비는 제가 쏠 테니 모두들 같이 가시는 겁니다.
도경 (입이 함박 만해지는데)
공심 (못마땅한) 차비서! 애들 두고 외박 해두 되겠어?
도경 (속없이) 괜찮아요. 애들 봐줄 고모 있어요. (눈치 없이 들떠서) 당장 여
권부터 신청해야겠네.
현우 주말에 갈 거니까 급행으로 신청하세요.
도경 네. (자기 자리로 가는)
잰 뭐야~하는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공심과 주희, 진섭.
구청 앞
뿌듯하게 걸어 나오는 도경.
도경 삼일이면 여권이 나온다 이거지? 아싸!
여자(E) 야! 니가 그러고도 가장이냐? 그렇게 허구헌날 밖으로 돌 거면 결혼은
왜 하고 자식은 왜 낳았어?
도경, 뒤돌아보면
30대 부부로 보이는 남녀가 실갱이를 벌이고 있다.
남자 (깐족대며) 야, 이혼한 마당에 또 바가지냐? 제발 나 같은 놈 잊고 잘 먹
고 잘 살아라~ (쌩하니 가버린다)
여자 나쁜 놈... 내가 지한테 어떻게 했는데... (그대로 주저앉아 흐느껴운다)
도경 (다가가서) 울지 마요. 이혼 한 거 가지고 세상 끝난 거 같이...
여자 (보면)
도경 (덤덤하게) 이혼이 뭐 큰 일생일대의 사건이라고... 나도 이혼했어요.
여자 ...
도경 아줌마, 해외여행 가봤어요?
여자 (고개 절래절래)
도경 나 결혼 생활 십 칠년 동안 못 가본 해외여행 지금 갑니다. 그니까 남자
한테 기대 사는 인생 별 볼일 없다구요! (자신감에 넘친 표정이다)
송선생 집 마당
몸빼바지에 앞치마와 머리 수건 맨 봉희,
윤기 좔좔 흐르는 스테이크(개밥)을 진돗개(프랑소와)에게 주고 있다.
봉희 (구시렁구시렁) 개 팔자가 상팔자라더니 니가 아주 호강을 하는구나.
사람도 못 먹는 소고기를, 것도 한우를. 니 팔자가 내 팔자보다 낫다.
송선생 (뒷짐 지고 나타나 나긋하게) 프랑소와, 맛있냐?
봉희 (벌떡 일어나는데)
송선생 (봉희에게) 자네, 이리 좀 와 보게. (돌아서 가면)
봉희 (얼른 뒤따라간다)
재래식 부엌
문 열리자 큰 가마솥이 놓여있고 나무 땔감들이 그 옆에 수북이 쌓여있다.
송선생 자네 친구 심부름 갔으니 오늘 저녁밥은 자네가 짓게.
봉희 예?
송선생 이 가마솥에 짓게나.
봉희 (당황스런) 밥은 전기밥솥이 더 잘...
송선생 아따, 이 사람이 뭘 모르네. 밥맛하면 가마솥 밥이재~
봉희 요즘은 전기밥솥이 워낙 잘 나와서 찰가마 밥맛도 (하는데)
송선생 (무시하며) 숭늉도 만들어 놔라이.
봉희 (밥 할 생각에 암담해서) 네.
송선생 땔감이 쪼까 부족하겠는데... 장작은 팰 줄 알재?
봉희 (놀라) 네?
마당
봉희, 목에 수건 걸고 땀 뻘뻘 흘리며 장작 패고 있다.
온 힘을 다해 도끼 내려쳐보지만 장작이 잘 쪼개지지 않고.
봉희, 쭈그려 앉아 장작 홈 맞춰 두세 번 내려친 후에야 장작 쪼개지는.
아직도 산더미처럼 쌓인 땔감들을 보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봉희 (이 악물고) 내가 어떻게든 꼭 재기하고 만다! (장작 패는데 한 번에 쪼
개진다.(스스로도 깜짝 놀라서) 그래. 싸나이 하는 일에 못할 게 뭐 있겠
냐! 해내고 만다 이거야! (의지를 다지며 도끼질 하는데)
몽타주
- 다양한 소품들이 구비된 멀티 옷가게에서 봉선과 함께 옷 고르는 도경.
이거 저거 몸에 대보며 기분 좋은 표정이다.
- 봉선이 선글라스 껴주며 엄지손가락 들어 보이면
도경. 거울 보며 흡족하게 웃는데...
도경집
새로 산 옷 입고 선글라스 쓰고 폼 잡는 도경.
봉선과 아이들, 소파에 둘러앉아 보고 있다.
봉선 역시 옷이 날개라고 돈 바르니까 사람이 확 달라 보이네.
도경 그럼, 오늘 쓴 돈이 얼만데...
봉선 선글라스까지 지르는 거 보고 나 오늘 디게 놀랬다.
도경 그래도 명색이 해외여행인데 남들 다 쓰는 선글라스는 쓰고 가야지.
(아이들 보며) 얘들아, 어때?
선녀 우와! 울 엄마 스타일 끝내준다~
선남 (엄지 들고) 최고예요.
선웅 (엄지 들고) 나두 나두!
도경 (여권 꺼내 사진 보여주며) 이 엄마가 이런 사람이야? 봤지?
봉선 (부러워서 혼잣말로) 좋겠다. 난 제주도도 못 가봤는데...
선녀 엄마, 내 선물 꼭 사와.
선남 저두요.
선웅 나두 나두!
도경 (흐뭇하게 미소 지으며) 당근이지. 내 새끼들...
여행사 앞 (다른 날)
뿌듯한 발걸음으로 여행사 건물로 들어가는 도경.
여행사 안
도경, 여행사직원으로부터 비행기티켓 든 봉투 두개를 받고
도경 어? (직원에게) 티켓이 왜 두 장 뿐이죠?
직원 두 좌석 예약하셨습니다. 손님.
도경 예? 뭔가 착오가 있는 거 같은데 다시 확인 좀 해주실래요?
직원 네. 손님. (컴퓨터로 확인하고) 맞습니다. 서울, 오사카 왕복으로 장공
심씨와 강찬우씨 두 분 예약하셨습니다.
도경 예? 그럼 차도경, 채주희, 장진섭은요?
직원 (컴퓨터 확인하고) 예약자 명단에 없습니다.
도경 (황당한) 아니, 그럴 리가 없는데...
단장실
책상 앞에 앉아서 비행기 티켓 확인 공심.
공심 (도경 보며) 그럼 너 진짜 따라오려고 했니?
도경 (속상한) 귀띔이라도 해주지. 옷이랑 선글라스까지 샀는데...
공심 (건성으로) 애썼네.
도경 (불쾌한)
공심 (툭 던지듯) 비행기 티켓하고 여권, 내 빽에 너놔라. (나가며) 넌 꼭 낄
데 안 낄 데 구분을 못하더라. (나간다)
도경 (은근 열 받는) 사람 고생 다 시켜놓고 뭐가 어쩌고 어째? (공심이 두고
간 비행기 티켓과 여권을 노려보는데)
마사지실 (밤)
나란히 엎드려 마사지 받고 있는 공심과 주희.
주희 키스할 때 눈 절대로 뜨지 마. 남자들 눈뜨고 보는 여자 제일 밥맛이래.
공심 (풋) 근데 지들은 왜 본다니?
주희 그거야. 남자는 시각의 동물이니까 그런 거지.
공심 야! 너 많이 안다.
주희 언닌 뒤태가 이쁘니까 잠옷은 무조건 뒤가 파진 걸루 준비해.
공심 안 그래도 좀 더 파달라고 수선 맡겨놨어.
일본여행 이야기하며 하하호호 웃는 공심과 주희.
도경방 (밤)
화장대 거울 보며 노래 흥얼거리며 기분 좋게 크린싱크림으로 화장 지우는
도경.
봉선, 씻고 들어온다.
봉선 (도경 보며) 일본여행 취소 됐다면서 뭐가 그리 신났냐?
도경 (표정 관리하고) 하도 어이가 없어서 그런다.
봉선 옷은 둘째 치고 선글라스 써보지도 못하고 아까와서 어떡하냐?
도경 아흐~ 그것만 생각하면 열 받아서 증말!!
봉선 그거 환불하면 안 되나?
도경 (버럭) 텍 다 떼서 버렸거든!!!
오성빌라트 앞 (다음날)
찬우의 차와 진섭의 차가 세워져 있고
짐가방들을 공심과 주희에게 받아서 차 트렁크에 싣는 찬우와 진섭.
찬우 차비서님이 안보이시네요.
공심 그러게요... (주희 눈치 보면)
주희 아참, 아까 집에 일이 생겨 못 온다고 연락왔는데...
찬우 (의아한) 그래요?
진섭 그럼 우리끼리 출발해야겠네요. (운전석에 타며) 공항에서 뵙겠습니다.
주희, 조수석에 오르자 진섭의 차 먼저 출발한다.
공심 (미소 지으며) 우리도 출발하죠?
찬우와 공심, 운전석과 조수석에 나란히 탄다.
찬우, 차 시동 걸고 출발 준비하면
공심 (마음의 소리) 차도경, 타이밍 맞춰 빠질 줄도 알고 눈치는 있네.
찬우, 서서히 차를 출발하는데
이때, 백미러로 허겁지겁 달려오는 도경의 모습이 보인다.
찬우, 이를 보고 차를 끽 세우면
공심, 무방비 상태라 몸이 앞으로 쏠렸다 뒤로 제쳐져 놀라 찬우를 보는데
찬우 저기, 차비서님 오시네요.
공심 (당황스런) 예에?
공심, 사이더 미러로 뒤를 보면 ‘잠깐만요’ 하며 달려오는 도경이 보인다.
공심의 표정이 일그러지는데 운전석에서 내리는 찬우.
큰 짐가방을 든 도경, 숨이 차서 선 채로 헥헥대는데
찬우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보는) 시간 약속은 기본 매너 아닙니까?
도경 (찬우에게) 죄송합니다. 차가 막혀서... 헉헉...
찬우 얼른 타요. (도경의 짐 가방을 트렁크에 싣는다)
도경, 차 뒷문 열고 올라탄다.
찬우 차 안
도경이 차에 타자 공심, 시선 앞에 둔 채 구시렁대며
공심 (낮게) 적당히 빠지랬더니 눈치 없이 왜 온 거야?
도경 (작은 소리로) 갑자기 안 간다고 빠지면 의심 받을까봐 그러지.
공항에서 일 생긴 척 하고 빠져줄 테니까 잘해봐.
공심 확실히 해.
찬우, 운전석에 오르자 언제 인상 썼냐는 듯 온화한 미소 짓는 공심.
찬우 하마터면 우리끼리 갈 뻔 했네요.
공심 (오버하며) 그러게요. 간발에 차이로 정말 다행이에요.
도경, 그 말에 입 삐쭉...
공항도로 위
신나게 달리는 찬우의 차.
찬우 차 안
찬우, 운전 중이고 조수석에 공심이, 뒷좌석에 도경이 앉아있다.
찬우와 도경, 백미러를 통해 서로 교차해서 보는 묘한 분위기.
조수석의 공심은 분위기 감지 못한 채, 뭔가 발견하려고 주의를 유심히 살피
고 있다가 진섭의 차가 앞 본네트 올려진 채 갓길에 세워진 거 발견하고.
공심 어머, 저기 장선생차 아니예요?
도경 어디? (창밖을 본다)
장선생 차 발견한 찬우, 속도 낮추고 장선생 차 근처 갓길에 차를 세운다.
도로 갓길
진섭과 주희, 갓길에 차를 세워놓고 발 동동 구르며 서 있다.
찬우, 차에서 내려 걸어오며
찬우 왜들 그래요?
진섭 (머뭇머뭇) 그게 저...
주희 (얼른) 엔진에 이상이 생겼나봐요. 견인차 불러놨어요. (진섭에게 눈짓
하면)
진섭 길바닥에 차만 두고 갈 수도 없고... 전 차 문제 처리하고 저녁 비행기
로 가겠습니다.
주희 저두요. 정선생님과 같이 있다가 갈께요. (도경에게 찌릿)
도경 (알아채고) 나두요!
공심 (찬우에게) 어쩌죠? 우리도 있다가 가요?
찬우 (어쩔까 싶은데)
주희 그럼 저희가 죄송해서 안돼죠. 먼저 가서 짐 풀고 계세요. 후딱 뒤쫓아
갈테니까...
찬우 그냥 있다가 같이들 갑시다.
공심 (난감한데)
도경 (수다스럽게) 아유, 그건 아니죠. 그러시면 장선생님 마음이 가시방석
될 텐데... 두 분 먼저 가서 짐 풀고 계시는 게 저희를 도와주시는 거
예요.
공심 (잘한다하는 표정이다)
찬우 (공심에게) 그럼, 우리 먼저 갈까요?
공심 (살짝 빼는) 글쎄...
도경 아이, 단장님. 탑승시간 늦겠다. 얼른요. (공심을 떠밀듯 찬우 차로 이
끄는데)
도경에게 이끌려 조수석에 오르는 공심.
도경 (낮게) 공심아~ 파이팅!
공심 고마워. (하는데)
도경 (어금니 꽉 물고) 고맙긴 뭘. (차 문 쾅 닫는다)
찬우 (걸어와) 차비서님, 있다봐요.
도경 (공손하게) 네. 이따 뵐게요. 이사장님~
찬우 (차에 오르면)
도경 (차 엉덩이 툭 치며) 오라이~!
찬우의 차 출발하면 주희, 진섭 보고 섰다가 차 멀어지자 ‘성공!’을 외친다.
도경 (남들 안들리게 혼잣말로) 성공은 무슨...
진섭 아, 어찌나 긴장이 되던지 (배 만지며) 진이 다 빠지네요.
도경 (밝게) 배들 안 고프세요. 저희 집에 가서 만둣국 한 그릇씩 드시고 가 실래요?
진/주 좋죠!
도경 (씩 웃는)
공항 입구
짐 가방이 든 캐리어 끌고 가는 찬우와 공심.
공심 (괜히) 다들 같이 출발하면 좋았을 텐데...
찬우 마샤랑 단둘이라 난 더 좋은데 마샨 안 그런가 봐요.
공심 (순간 바로) 어머, 안 그렇기는요. (하다가 아차!)
찬우 (웃고) 아, 이번 여행 무지 기대 된다~!
공심 (다소곳이) 저두요~!
공항 수속대
수속대 앞에 줄 서서 기다리는 찬우와 공심.
공심, 차례가 되자 평소처럼 자연스럽게 여권과 비행기 티켓을 내민다.
여직원, 여권을 열어보더니 공심을 이상한 눈길(여권위조단?)로 보더니
이내 비행기티켓이 든 봉투 열고는 황당한 표정으로 공심을 보는데
공심, 이상한 기분에 여권을 되받아서 열어보면 그 안에 있어야할 내용물
대신 공심의 주민등록증 복사본이 붙여져 있다.
뜨아해서 여직원을 보면 여직원 비행기티켓 든 봉투를 내미는데 웃음 참느
라 애쓰는 표정이 역력하다.
공심, 봉투 열어보면 비행기 티켓 대신 오천원권 문화상품권이 들어있다.
벙 찌는 공심.
도경(E) 어떻게 그런 일이... 호호호호... (웃음소리)
진섭 차 안
뒷좌석에 앉아 창 밖 보며 혼자 깔깔대고 웃는 도경.
운전하는 진섭과 주희, 약간 어벙벙한 표정이다.
진섭 (백미러로 보며) 차비서님, 제 얘기가 그렇게 웃겨요?
도경 (눈물까지 닦으며) 그럼요. 아주 웃겨죽겠네. 호호호...
진섭 근데 채감독님은 왜 반응이 없어요?
주희 (새침하게) 쌍팔년도 코미디그만. (창밖 하늘 보며) 두 분 지금쯤 하늘 위에 서 하하호호 하고 있겠네?
도경 (비질비질 나오는 웃음 참으며) 날씨 참 좋다~! 도쿄도 이렇게 날씨가
좋아야 할 텐데...
공항 출입구
짐 가방 끌고 나오는 공심과 찬우.
공심 말도 안 돼. 어떻게 이런 일이...
찬우 그러게요. 비행기 티켓 하나만이면 여행사직원이 실수한 거라 하겠는
데 여권 내용물까지 바꾼 건 좀...
공심 (걱정스레) 대체 누가 이런 짓을 한 걸까요?
찬우 글쎄... 누구 짐작 가는 사람 없어요?
공심 (답답한 마음에 고개만 절래절래 흔든다)
도경집 주방
식탁에 앉아서 시큰둥해서 만두 빚고 있는 봉선.
봉선 언년은 남자 끼고 일본 여행가고, 언년은 올케 손님 접대하려고 만두
나 빚고 있고...에휴... 내 팔자야...(하는데)
도경이 진섭, 주희와 함께 들어선다.
도경 형님~!
봉선 (일어서며) 어, 올케 왔어? (진섭 주희에게) 어서들 오세요.
도경 인사해. 우리 발레단 부단장님하고 무대 감독님이셔.
진섭 안녕하세요? (환하게 미소 짓는데)
봉선 (진섭 보자마자 뿅 간 표정이다)
도경 (진섭과 주희보고) 우리 애들 고모예요.
주희 (밝게) 안녕하세요? (고개 인사 한다)
봉선 (진섭에 시선 고정되어 있는 상태로) 아, 예...
도경 형님!
봉선 (정신 차리고) 어, 올케...
도경 만둣국 다 됐어요?
봉선 어...
진섭 (예의상) 고모님 인상이 참 좋으십니다.
봉선 (몸 배배꼬며 좋아죽겠다는 표정이다)
도경 (웃고)
(시간경과)
식탁에 앉은 도경과 진섭, 주희.
봉선, 시중드느라 바쁘다.
진섭 (만두 먹어보며) 음~!! 속이 꽉 찬게 아주 맛있습니다.
주희 (먹어보며) 그러게. 정말 맛있네요.
봉선 (기분 좋아) 많이들 드세요.
도경 우리 시누가 이래뵈도 살림도 야무지고 음식솜씨도 아주 끝내줘요.
진섭 고모님 데려 가시는 분은 아주 복 받으신 분이시겠네요.
봉선 (그런 진섭에게 반한 표정이다)
도경집 마당
가려고 나오는 진섭과 주희.
도경과 봉선도 배웅 나온다.
진섭 잘 먹고 갑니다.
봉선 (애교 섞어) 만두 드시고 싶으심 언제든지 오세요.
주희 (눈치없이) 예. 그럴께요. 고모님!
봉선 (시큰둥하게) 네~!
네 사람, 대문 쪽으로 걸어나가는데
마침 다른 옷 갈아입고 계단을 내려오는 세뇨르 박.
주희를 보자 순간 주위가 환해지며 귓가에서 댕댕댕~ 종소리 울려퍼지고.
주희에게 한눈에 뻑이간 세뇨르박, 주희에 시선 고정된 채 얼어붙어 있는데
진섭, 세뇨르박 보더니
진섭 (놀란) 야, 박봉춘! 너 봉춘이 맞지?
세뇨르 (그제서야 진섭을 보고) 어? 장진섭?
진섭 와! 이게 대체 얼마만이야? (악수하며) 반갑다!
세뇨르 (악수하며) 그러게. 십년도 넘었네.
진섭 자식, 연락 좀 하지.
세뇨르 사는 게 바쁘다보니...
도경 두 분 아는 사이세요?
진섭 중고등학교 동창이예요. 무용 같이 했는데...
도경 (놀랍다) 어머, 박선생님 무용 전공하셨어요?진섭 그럼요. 얼마나 재능이 많은 친구였는데... 고등학교 졸업하고 유학가
는 바람에 연락이 끊겼어요.
도경 (놀라는) 어머, 그랬구나.
세뇨르 (주희 보며) 근데 저 분은...
진섭 우리 발레단 무대감독님이셔. 인사해.
세뇨르 (공손하게) 뵙게 되어 무한한 영광입니다. 세뇨리따~
주희 (그 말에 쿡 웃고) 네. 반가워요.
진섭 (세뇨르박에게) 이야, 니가 차비서님 집에서 살고 있었다니...
봉선 (진섭 보며 두 손 모으고) 어머... 어떻게 이런 인연이...
세뇨르 (주희에게 시선 고정된 채 서 있는데)
주희 (시선 부담스러워 피하며) 전 바빠서 먼저 갈게요. 얘기하고 오세요. (쌩 하고 나가는)
진섭 (세뇨르박에게 명함 주며) 연락해라. (도경과 봉선에게) 잘 먹고 갑니다.
(주희 뒤따라 나간다)
뿅 간 표정으로 보고 서 있는 봉선과 세뇨르 박.
찬우 차 안
운전하는 찬우, 분이 안 풀리는 표정으로 조수석에 앉은 공심.
찬우 어디 가서 식사라고 하고 가실래요?
공심 (썩소) 아침부터 진을 뺐더니 얼른 가서 좀 쉬고 싶네요.
찬우 (빙긋 웃는)
공심 (창밖 보며 마음의 소리) 누군지 잡히기만 해봐라.
공심 빌라트
우거지상으로 들어오는 공심, 주방으로 가 물 벌컥벌컥 마시는데
주희, 문 열고 들어오며
주희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비행기 티켓이 문화상품권으로 변했다니?
공심 (주희 노려보며 버럭) 도대체 누구야? 누구?
주희 난 아냐. 왜 나한테 그래?
공심 그럼 대체 누구냐구? ... 혹시 차도경?
주희 설마... 우리 집에 데려가서 만둣국까지 끓여주던데... 그런 엄청난 짓을
하고도 그렇게 태연할 수 있을까? 난 아니라고 봐.
공심 (도끼눈 뜨고) 두고 보면 알겠지.
문화의 전당 (다음날)
도경(E) 아니, 이게 웬 날벼락이래?
단장실
공심, 책상 앞에 앉았고
도경, 방금 출근한 차림으로 그 앞에 서 있다.
도경 말도 안돼.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가 있어? (오버해서) 누구 짓이야?
당장 잡아내서 혼쭐을 내야지.
공심 (마음의 소리) 차도경, 이 기집애도 아닌가 보네. 하긴 그날 찬우씨 떠
밀며 먼저 가라고 한 걸보면 아니긴 아닌 거 같은데... 아씨, 대체 누구
야?
공심 (일어서는데)
도경 (찔려서) 어디 가는데? 왜? 잡으러 가게?
공심 채감독 만나러 가... (나간다)
도경 (돌아서서 가슴을 쓸어내린다) 아, 심장 떨려 죽을 뻔 했네.
옥상
마주 보고 서 있는 공심과 주희.
공심 차비서는 아닌 거 같애. 반응이 너랑 똑 같았어.
주희 (생각하다) 그럼 남은 사람은 하나네.
공심 장선생이? (하는데)
일각에 놓인 벤치에 누워 있다가 그 소리에 벌떡 일어나 앉는 진섭.
공심과 주희, 깜짝 놀라 뒤돌아보는데
공심 (잡아먹을 듯 꽥!) 장선생!!
진섭, 그 기세에 놀라 어쩔 주 모르고 후다닥 도망친다.
어이없어 보는 공심과 주희.
(인서트) - S#16. 찬우가 준 빵 들고 좋아하던 모습, 장선생에게 걸린 장면.
S#21. 옥상 일각에 있다가 공심과 주희에게 들키자 숨던 장선생.
공심 (확신에 찬) 분명히 장선생이야.
주희 그치? 장선생 말고는 없다니깐.
공심 근데 장선생이 대체 왜 그런 짓을....
주희 선밸 마음에 두고 있었나 보지. 그게 다 질투심에서 한 행동 아니겠어?
공심 (그래도 괘씸하다)
주희 장선생 참~귀엽다. 좋아하면 좋아 한다고 말을 하든지... 애도 아니고
표현을 어떻게 그렇게 하냐? 하긴 쌍팔년도 코미디 쓸 때 유치한 거 내
가 알아봤어.
공심 내 이 인간을 그냥! (씩씩대며 간다)
주희 선배~ (뒤따라간다)
단장실
불안해 왔다 갔다 하는 도경.
도경 떨려서 일이 손에 안 잡히네. 어떡하지? 그냥 자수해서 광명 찾을까?
(도리질) 아니야. 그러다 공심이한테 짤리기라도 하면 당장 우리 식구들
생활비는 어쩌려고... (자책하듯) 아, 내가 참았어야 했는데... (후회막심
이다)
그때, 공심이 문 열고 들어오자 도경, 얼른 자리에 앉는다.
도경 (불안한 눈길로 보면)
공심 장선생 오라 그래.
도경 장선생은 왜...?
공심 장선생이 바로 범인이야.
도경 (엥?) 장선생이?
공심 그동안 날 좋아하고 있었나봐.
도경 (휴~ 안도하고) 그렇구나. 어쩐지 장선생님이 너를 보는 눈빛이 예사
롭지않다 했어.
공심 얼른 장선생 부르지않고 뭐해? (부르르) 내 그놈을 당장!
도경 (큰일이다 싶은) 공심아... 이번일은 그냥 모른 척하고 넘어가 줘.
공심 야, 내가 공항에서 얼마나 망신을 당했는데 어떻게 그냥 넘어가?
도경 사랑이 무슨 죄겠어? 속으로 얼마나 좋아했음 그런 짓을 했겠니?
공심 (자기 자리로 가며) 이놈의 인기는 나이가 들어두 식질 않네.
도경 (아니꼬운 표정)
공심 (자리에 앉아) 그냥 넘겼다가 이런 일 또 생기면 어떡해?
도경 에이, 설마... 욱해서 한번 사고 친 거겠지. 지금쯤 후회막심일 꺼야.
공심 그래도 찬우씨한텐 알려줘야겠지?
도경 야, 그건 아니지. 딴 남자가 자기 여잘 마음에 두고 있다 생각하면 기
분 좋을 남자가 대한민국에 몇이나 되겠어?
공심 (그런가?)
도경 사실이 밝혀져서 널 두고 두 남자가 쌈박질이라도 해봐. 너두 너지만 이사장 체면에 무슨 망신이겠니?
공심 정말 그러네...그렇다고 장선생을 짜를 수도 없고...(머리 복잡해) 아~
정말 걱정 된다.
도경 그니까 니가 참고 그냥 모른 척 넘어가줘. 그게 모두를 위하는 길이
잖아.
공심 그래야겠지?
도경 (안도하고 자리에 앉는데)
찬우, 노크하고 들어온다.
찬우 범인 찾았어요?
공심 (벌떡 일어나) 그게 저....(난처하다) 아직....
도경 (일하는 척하지만 손 바들바들 떨고)
찬우 (도경을 응시하며 장난끼 있는 미소) 난 알 것 같은데... 말해줘요?
도/공 (동시에) 안돼요~!
이게 뭔가 하는 표정으로 공심과 도경을 번갈아 보는 찬우.
공심 (수습하듯) 범인 찾는 건 제가 알아서 할테니까 이사장님은 자잘한 일
에 신경 쓰지 마세요.
찬우 (픽 웃는) 그러죠. 뭐. (도경보고) 차비서님!
도경 (허걱해) 네? 이사장님! (벌떡 일어난다)
찬우 저 좀 보시죠?
도경 저요?
찬우 네. 차비서님요. (나간다)
도경 (어리둥절해 공심 보는데)
공심 (안절부절 못하는 표정으로) 범인이 장선생이라고 절대 말하면 안 돼.
알았지?
도경 (끄덕끄덕) 알았어. (근심 어린 표정으로 나가는)
복도
찬우, 휙 돌아보면
도경 (낮게) 가서 얘기하자. 가서... (간곡하게) 프리즈...
의기양양하게 앞서 걸어가는 찬우와 눈치 살피며 뒤따라가는 도경.
이사장실
찬우 들어서면 잠시 후, 뒤따라 들어온 도경이 조심스레 꼭 닫는다.
찬우 (자리에 앉아 인터폰으로) 차 들여보내지 마세요.
김비서(F) 네. 이사장님!
찬우 (다짜고짜) 왜 그랬어요?
도경 (쫄아서) 그게 있잖아... 글쎄... 그게... (머뭇거리는데)
찬우 마샤한테 직접 해명하실래요?
도경 아니야. 말할게...
찬우 (보면)
도경 (울상으로) 내가 제 정신이 아니었나봐. 일본 간다고 흥분해 있다가
둘만 가는 거 알고 눈이 휙 뒤집어져서 그만...
찬우 (어이없다)
도경 후회 많이 했어. 근데 이미 일은 벌어졌고 수습 불가더라구.
(애걸조로) 한번만 눈감아줘. 딱 한번만!
찬우 (재밌어서 더욱 독하게) 그건 안 되죠. 마샤에 대한 모독인데...
도경 (사정조) 니가 말하면 나 여기서 짤려... 찬우야. 딱 한번만 봐줘라.
찬우 봐주면 나한테 뭐 해줄 건데요?
도경 뭐 해주까? 밥 사주까?
찬우 (어이없다) 치... 그러시든지.
도경 고맙다. 찬우야... 니가 먹고 싶은 거 내가 다 사주께.
찬우 (실소하며 보는)
단장실
혼자 골똘히 생각에 빠진 공심.
공심 찬우씨가 범인을 알고 있다는 걸 보면 장선생이 나 좋아한 거 이미 눈
치챘다는 얘긴데... 어떻게 알았을까?
도경, 들어온다.
공심 (도경에게) 장선생인 거 알고 있디?
도경 아니. 괜히 해본 소리래.
공심 (안도하며) 다행이다... 근데 넌 왜 따로 불렀대?
도경 어, 그거... 너 일본 여행 못가서 많이 상심 한 거 같다고 옆에서 좀
더 챙기라고 당부하더라.
공심 정말? 어쩜 찬우씨는 그렇게 마음 씀씀이까지 멋있을까...
도경 (분위기 맞추며) 그러게... (자리에 앉는다)
도경과 공심, 누가 먼저랄 것도 하던 거 멈추고 생각에 빠진다.
도경 (마음의 소리) 찬우가 이번 일 약점 잡아서 계속 붙들고 늘어질 텐데
... 저 찐드기를 어떻게 떼내지?
공심 (마음의 소리) 차비서까지 불러 날 걱정하는 걸 보면 맘에 있단 거겠
지. 이참에 그 사람 마음을 꽉 잡아야겠는데... 어떻게 붙잡지?
주희(E) 그거야 간단하지!
공심 빌라트
공심과 주희, 나란히 앉아 손톱 소지 중이다.
공심 (기대에 부푼) 뭐 좋은 방법이라도 있어?
주희 (확신에 찬) 리셋! 다시 원점으로 돌리는 거야.
공심 (집중하고) 어떻게?
주희 (자신 있게) 추억을 리셋하는 거야.
공심 추억을?
주희 응. 남녀사이에 사랑은 추억으로 쌓이는 거거든. 행복했던 순간을 자 꾸 각인시켜주면 선배를 볼 때마다 자연스럽게 추억이 떠오를 테고 그럼 저절로 기분도 좋아지고... 일석이조 전략이지.
공심 음... 일리 있는 말이네.
주희 일단 지난번에 데이트하던 레스토랑에서 사진 찍어 줬다며? 거기 다
시 예약 잡고 사진 핑계로 가자 그래.
공심 (솔깃해서 보는)
주희 그 사진을 보면서 슬쩍 확인사살 시키는 거지. (교태 섞인 말투) “우
리 계속 이렇게 좋은 추억 이어갔으면 좋겠어요” 이런 식으로.
공심 (만족스러운) 딱인데!
주희 선배는 내가 시키는 대로 만 해.
공심 알았어. 근데 넌 어떻게 그런 기특한 생각을....
주희 (씩 웃고) 간만에 머리 좀 썼지. (기지개 켜고) 몸도 찌푸둥한데 우
리 땀 좀 빼고 올까?
공심 다녀와. 난 좀 쉴래.
헬스클럽
주희, 이어폰 꽂고 러닝머신 위에서 열심히 운동 중이다.
잠시 후, 찬우가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며 들어서자
주희, 찬우를 먼저 발견하고 화들짝 놀라 얼른 러닝머신 멈추고
찬우 시선 피해 등 돌려 다급하게 걸어가며 휴대폰 건다.
공심방
안대 착용한 채 침대에 누워 전화 받는 공심.
공심 피곤하댔잖아.
주희(E) 선배~ 떴어. 떴어.
공심 뭐가?
주희(E) 이사장님!!!
공심 (안대 착용한 채로 벌떡 일어나 앉는)
헬스클럽
찬우, 땀을 흘리며 헬스 기구 앞에 앉아 운동중이다.
근처 기구 앞에 앉아 운동하며 찬우를 살피는 주희.
공심이 들어서다 주희를 보면
주희 (공심에게 손 흔들며 찬우 들으라는 듯) 마샤단장님~ 여기요!
그 말에 공심을 보는 찬우,
공심 (다가가서 찬우에게 반갑게) 어머, 이 시간에 또 뵙네요...
주희 (찬우에게) 어머, 이사장님이셨네. 안녕하세요?
찬우 아, 채감독이셨구나.
주희 그럼 두 분 운동하세요. 전 그만...
공심 (부러) 왜? 그려구?
주희 운동을 너무 했더니 피곤하네요. 내일 뵐께요. (인사하고 간다)
서로 눈 마주보고 멋쩍게 웃는 두 사람.
공심 아침운동만 하시는 줄 알았더니 밤에도 하세요?
찬우 (음료 마시고) 네. 아침에 일이 있어 못하는 날엔 밤 운동으로 해요.
공심 그렇구나. (생긋 웃고) 아참, 내일 저녁에 시간 어떠세요?
찬우 뭐, 특별한 일은 없는 거 같은데... 왜요?
공심 지난번 그 레스토랑에서 식사 한 번 더 할까해서...
찬우 (싱긋 웃고) 글쎄, 특별한 약속 없는 거 같은데...
공심 내일은 제가 쏠께요. (좋아서 웃는)
단장실 (다음날)
긴 머리에 원피스 차림을 한 공심,
전신 거울 앞에서 꽃단장 중이다.
도경, 떨떠름하게 보면서 애써 비위 맞추고 있다.
도경 (마음의 소리) 나랑 저녁 먹자더니 공심이랑 약속을 했다 이거지?
그래. 나야 돈 굳고 좋지 뭐~
공심 (콧노래 흥얼거리며 스카프 앞으로 길게 늘어트려 매는) 이 스카프
너무 칙칙해 보이려나?
도경 아니야. 니 피부 톤이랑 너무 잘 어울려. 디게 세련돼 보인다.
공심 (스카프를 매보는데)
도경 (공심을 유심히 보며) 원피스 색상도 좋고 스카프다 좋은데 헤어스타 일이 좀 거슬린다.
공심 (보면) 그래?
도경 (반올림 머리로 만져주며) 이렇게 하니까 훨씬 분위기 있어 보인다.
어때?
공심 (거울 보며 맘에 드는 표정이다) 괜찮은데. (※ 7부 34씬 - 찬우의 회상씬에서 도경의 의상과 머리 스타일도 이런 식으로 해주세요.)
이때, 찬우 들어오고.
공심 (반기며) 어머, 오셨어요? 저 금방 나가려던 참인데.
찬우 마샤, 미안해서 어쩌죠? 선약이 있었던 걸 깜박했네.
도경 (순간 인상 팍 쓴다)
공심 (못내 아쉬움 감추고) 어쩔 수 없죠.
찬우 대신 다음엔 제가 제대로 대접할게요. (하는데)
도경 (급히 끼어들며) 아니죠. 무슨 그런 섭섭한 말씀을... 이미 레스토랑
예약까지 해놨는데 그쪽 약속을 취소하는 게 매너죠.
찬우 (도경 들으라고) 저도 그러고 싶은데 워낙 중요한 약속이라서요.
도경 (순식간에 튀어나가는) 중요한 약속은 개뿔~
공심 (얼른 도경 타박하며) 차비서 왜 이래? 예의 없이...
도경 (떫은 표정으로) 그 식당 예약 취소하면 위약금 물어야 된단 말예요.
찬우 (공심에게) 다른 분이랑 다녀오세요. 거기 음식 맛있던데...
공심 그럴려구요. (떨떠름하게) 차비서! 저녁에 시간 되지?
도경 (당황) 예? (찬우 눈치 살피는데)
찬우 (강압적인 눈길로 도경을 쏘아본다)
도경 아, 맞다. 하필이면 오늘 애들 고모가 집에 없어서... 애들 밥 차려
줄 사람이 없네. 어쩌나.,,
공심 됐어. 채감독이랑 저녁 먹지 뭐. (약간 서운한 기색이다)
고급 일식집 전경 (저녁)
일식집 방 안
한상 거하게 차려놓고 마주앉은 도경과 찬우.
도경 (인상 잔뜩 쓰고) 이게 중요한 약속이냐?
찬우 당연하죠. 누나한테 제대로 뒤집어씌울 기횐데 이보다 중요한 게
어딨겠어요?
도경 (마음의 소리) 이게 아주 작정을 한 모양이네.
찬우 (바로 말 돌리며) 이집 자연산이라 가격이 좀 쎄긴 한데... 괜찮아요?
도경 (괜한 호기 부리는) 그, 그럼... 누나가 이 정도 못 사주겠니? 맘껏
먹어. (마음의 소리) 이게 대체 얼마야? 답이 안 나온다. 증말!!!
찬우, 씩 웃고는 달게 음식들 먹고.
지켜보는 도경, 음식들 하나둘 찬우의 입으로 들어 갈 때마다 돈 세는 소리
가 환청으로 들리고 엷은 탄식이 흐른다.
(시간경과)
찬우, 양이 찼는지 가볍게 입 닦으며 흡족한 표정이다.
도경, 식대 걱정에 입맛 없는 사람처럼 깨작대고 있다.
찬우 (일어서며) 잠깐 실례!
도경 (힘없이) 어.
찬우 (나가고)
도경 (재빨리 지나는 직원 부르며) 아저씨!
직원 부르셨습니까? 손님.
도경 (조심스럽게) 이거 얼마짜리예요?
직원 (공손하게) 스페셜메뉴로 오십만원입니다.
도경 (헉!!!) 예? 오, 오십만원? 회 한사라에 오십만원요?
직원 예. 손님. 더 필요한 건 없으십니까?
도경 (힘없이) 예...
직원 문 닫고 가자 남은 회 접시를 원망스럽게 보는 도경.
도경 (마음의 소리) 애들 한달 치 학원비가 한 순간에 날아가는 구나.
그냥 이대로 튀어? 아니지, 그러다 그 사실이 공심이년 귀에 들어가
면? (고심 끝에) 그래, 돈 오십만원 아끼려고 직장을 잃을 순 없지!
찬우 (문 열고) 그만 가죠.
도경 (부리나케 젓가락 들고 회 집으며) 이렇게 많이 남았는데 다 먹고 가
야지. 가긴 어딜 가?
찬우 먹으랄 땐 안 먹더니... (겉옷 들고) 그만 가요. 저 바빠요.
도경 (남은 회 아쉽게 보며) 저걸 두고 가자구?
직원(E) 부가세까지 합해서 오십오만원입니다. 손님!
계산대 앞
계산대 앞에서 직원에게 덜덜덜 떨며 카드 내미는 도경의 손.
조금 떨어진 곳에 찬우가 지배인과 담소 나누고 있다.
도경 (카드 주며) 18개월로 끊어주세요.
직원 (당황스런 표정으로) 예?
찬우 (보고)
도경 (낮게) 18개월 할부로 해달라구요.
직원 일시불밖에 안됩니다. 손님.
도경 예? 그런 게 어딨어요?
찬우 (그 말에 쿡 웃고) 누나두 참, 카드할부 되는 식당이 어딨다구?
도경, 민망한 표정으로 카드를 내민다.
직원 (기계에 대보더니) 손님! 한도초괍니다.
도경 예? 그럴 리가 없는데... (생각났다) 아... 선글라스!
찬우 (다가와 얼른 카드 꺼내주며) 이걸로 계산해주세요.
도경 (창피해죽겠다)
찬우 (계산서에 싸인하고) 돈도 없으면서 밥 사준다고 생색은... 창피해서 같
이 못다니겠네. (먼저 나가는데)
지배인 (입구에 서서 인사하며) 또 오세요. 이사장님!
도경 (울그락 불그락) 뭐? 창피해?
지배인 (쿡 웃고 도경에게) 안녕히 가세요, 손님!
도경, 찬우 뒷모습 보며 부르르 떨고 서 있더니 휙 뒤돌아선다.
도경 (지배인에게 버럭) 이봐요!
지배인 (그 소리에 놀라서 보면)
도경 (큰 소리로) 남은 거 다 싸주세요. 스끼다시까지 몽땅 다!!!
지배인 (황당한) 예?
음악 레스토랑
무대 위에서 바이올린 연주자가 연주중이고
공심과 주희, 테이블에 앉아 식사중이다.
주희 여기 괜찮네. 담에 애인 생기면 같이 와야겠다.
공심 (포크로 음식 깨작이고 있다)
주희 너무 상심 마. 선배... 담에 자기가 쏜다고 했다며?
공심 (포크 놓고 물 마시는)
주희 왜? 더 안 먹고?공심 오늘은 영 별루네.
주희 참, 우리 사진 찾아볼까? 늦게 찾는 사람이 밥값내기. 오케이?
주희, 얼른 일어나 벽면에 장식된 수많은 사진 중에 공심과 찬우의 사진
찾기에 혈안이 되고.
공심, 그제야 엷은 웃음 흘리고 일어나 사진 찾기에 나선다.
한참 후, 주희, 도경의 얼굴이 다른 사진에 가려 찬우 얼굴만 보이는 사진을
발견하고 생긋 미소 짓는다.
그와 동시에 공심 역시, 찬우와 찍은 사진을 발견하고 환하게 웃는다.
공/주 (사진 떼서 들고) 찾았다!!!
공심 (주희도 찾았다는 말에 의아하고)
주희 (사진 확인하고 표정 굳는)
공심 (다가오며) 너도 찾았다고?
주희 (사진 얼른 감추며) 아, 아냐. 내가 잘못 봤나봐.
공심 뭔데 숨겨? 내놔 봐.
주희 (난감한) 아무것도 아니라니깐.
공심, 얼른 주희 사진 뺏어 확인하는데 표정 서늘하게 굳는다.
공심의 시선 따라 사진 클로즈업 되면
도경과 찬우의 다정한 옛 사진이다.
사진 속 도경의 모습,
공심과 비슷한 색상의 원피스 차림에 반올림 머리까지 자신의 모습과 거의
흡사하다.
공심 (분기탱천해) 차도경, 감히 니가 나를 갖고 놀아?
공심, 파르르 떨며 사진을 꽉 움켜쥐는데서 엔딩.
.공주가 돌아왔다↲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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