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가_돌아왔다 9
7080 카페 앞 (밤)
공심, 화가 나서 씩씩거리며 나온다.
급히 뒤따라 나오는 봉희.
봉희 (팔 잡으며) 공심아! 흥분하지 말고... 내 말 좀 들어봐.
공심 (팔 뿌리치며) 놔! 이 상황에 무슨 말을 들으란 건데? 됐어!
공심, 차에 올라타 차 출발 시킨다.
봉희, 공심차 가는 거 한참 바라보다
봉희 공심아... 이게 웬 운명의 장난이라니... (씁쓸하게 보고 섰는데)
도로 + 공심 차 안 (밤)
굳은 표정으로 운전하는 공심.
(플래쉬 백)
- 찬우와 도경이 차타고 도망가던 장면 (4부 엔딩)
- 찬우가 좋은 친구 뒀다며 도경을 칭찬하던 장면 (5부 13씬)
- 도경이 공심에게 향수를 주는 장면 (7부 35씬)
공심, 기가 막혀 분을 참지 못하겠다.
도경집 근처 골목 (밤)
횟감 든 종이가방을 들고 걸어가는 도경.
도경 (찬우 흉내 내며) 뭐 그딴 걸 챙겨달라 그래요? 창피하게... (약 올라)
창피 좋아하시네. 이 비싼 걸 왜 버려? 챙겨온 스끼다시만으로도 저녁
찬거리 되겠네. (포장한 거 보며) 찬우야, 덕분에 자알 먹으마. (뿌듯한
표정으로 걸어가는데)
다른 골목에서 터덜터덜 걸어오는 봉희와 마주친다.
봉희 (멈칫 서더니 도경을 못마땅하게 보는데)
도경 (치.. 하며 외면하는)
봉희 (**횟집 로고 찍힌 종이가방 보자 벌레 보듯 도경의 위아래를 째려보고
가버린다)
도경 (기 막혀) 저 인간은 또 왜 저래? (갸우뚱하며 뒤따라가는)
옥상 (밤)
세뇨르박과 상기, 평상에 앉아 논쟁중이다.
상기 아 놔 미치겠네. 이 사람아, 우길 걸 우겨. 내가 더티댄싱을 몇 번을 봤 는데. 더티댄싱에 나오는 게 존 트라볼타라니까.
세뇨르 (답답해 미치겠다) 그건 패트릭 스웨이지라고 몇 번을 말합니까. 내가 더티댄싱의 패트릭 스웨이지를 보고 진로를 정한 사람입니다.
상기 (벌떡 일어나 두 손가락을 이용한 펄프픽션 춤추는) 이게 더티댄싱에서 존 트라볼타가 더티하게 추는 춤이잖아. 그래서 제목이 더티 댄싱이지.
세뇨르 (열 받는다. 강조하며) 그건 펄프픽션입니다.
상기 거, 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기억력이 꽝이네. (두 손가락 이용한 펄프픽션 춤추며) 이게 어떻게 펄프픽션이야, 더티댄싱이지.
세뇨르 거 참 드럽게 우기십니다. (참다 참다 도저히 못 참겠다. 'Chuck Berry'의 'You Never Can Tell' 노래 부르며 날렵하게 두 손가락 이용한 펄프픽션 춤을 프로패셔널하게 소화해내곤) 아시겠습니까? 이건 분명히 펄프픽션입니다. 그리고 더티댄싱은 분명히 패트릭 스웨이지입니다.
상기 아, 패트릭 스웨이지는 노래를 잘 부르고 존 트라볼타는 춤을 잘 추는 거지.
세뇨르 패트릭 스웨이지가 출연한 더티댄싱이 잘 돼서 부인 리사 니에미랑 더
티댄싱2도 한 거 아닙니까.
상기 자꾸 우길 텐가?
세뇨르 (발끈해서) 아니, 우기다니요?
상기와 세뇨르박 투닥거리는데 봉희, 터벅터벅 옥상을 올라온다.
상기 (반갑게) 봉희야, 너 마침 잘 왔다. 존 트라볼타가 더티댄싱에 나온 거 맞지?
봉희 (평상에 털석 주저앉는) ...
세뇨르 (상기에게) 더티댄싱에는 패트릭 스웨이집니다. (봉희 오른쪽에 붙어 앉으며) 안 그렇습니까?
봉희 (두 사람 얘기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충격이 가시지 않은) ...
상기 (봉희 왼쪽에 붙어 앉으며) 아니지, 봉희야? (하는데 봉희 얼굴 안좋다) 야, 나봉희. 너답지 않게 왜 그래? ...(조심스럽게) 무슨 일 있어?
세뇨르 너무 어이가 없으니까 말을 못하는 거 아닙니까. 안 그렇습니까?
봉희 (괴로운지 거칠게 빈 머리 감는데) ...
움찔한 상기, 조심스럽게 일어나 세뇨르에게 봉희 곁에서 나오라고
손짓하고
세뇨르, 조심스럽게 봉희에게서 떨어지는데.
봉희, 전과 달리 무표정한 얼굴로 생각에 잠겨있다.
도경집 (밤)
도경, 일식집에서 싸온 회며 스끼다시들 상에 놓고 식구들과 먹고 있다.
맛있게 먹는 식구들을 뿌듯하게 바라보는 도경.
봉선 (회 쌈 싸서 입에 넣곤) 야, 쫄낏쫄낏하니 달달~한 게 끝내준다.
도경 선남아, 회는 저칼로리 고단백이니까 걱정 말고 먹어.
선남 (달게 먹으며) 네, 엄마. 엄마도 좀 드세요.
도경 엄마는 거기서 많이 먹고 왔어. 많이들 먹어. (회 쌈 싸서 선웅이도 챙겨주는데)
봉선 (도경 눈치 보며) 봉희가 회 무지 좋아하는데...
도경 (찌릿 째려본다)
봉선 (얼른 시선 돌리는데)
선녀 (천진한) 엄마, 나 오디션이나 볼까봐.
도경 니가 무슨 오디션?
선녀 완전 빵빵한 기획사에서 하는 가수 오디션인데, 뽑히기만 하면 바로 가수 데뷔래. 애들이 그러는데 나한테 나가보래. (자뻑) 얼굴 되지, 몸매 되지, 머리 되지, 노래 되지. 뭐 빠지는 게 있어야지. 내가 가수로 데뷔하면 싹 다 죽을 껄?
도경 (단호히) 괜히 헛바람 들지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해. 가수 오디션은 무 슨!!
선녀 진짜야, 애들이 나보고 그 쪽에 소질 있는 거 같데. 목청이 탁 트인 게...
봉선, 도경의 눈치를 보며 선녀에게 그만하라는 싸인 보내고 있다.
싸늘한 얼굴의 도경, 젓가락 상에 탁 소리 내며 내려놓는다.
순간 싸해지는 분위기.
도경 나선녀. 좋은 말로 할 때 성적이나 좀 더 올리는 게 좋을 거야. 가수타 령은 니 아빠 하나로도 지긋지긋하니까. 또 한 번 가수 어쩌구 하기만 해 봐. 알았어?
선녀 (뾰로통해져서) ...
도경 나선녀, 알겠냐고!
선녀 (뾰로통해) 그럼 학원이나 제대로 된 데 좀 보내주든지!
도경 뭐어?
선녀 엄만, 내 성적이 왜 떨어지는 지 관심도 없지?
도경 (선녀에게) 너 왜 안하던 짓을 하고 그래? 오디션 얘기 하다가 갑자기
웬 학원 타령?
선녀 됐어. 됐다구요! (벌떡 일어나 방으로 들어간다)
도경 야! 나선녀!! (일어서려는데)
봉선 (도경을 붙잡고) 그냥 냅둬. 애들 변덕피는 거 하루 이틀이야? 자, 어서들 먹자. (한 쌈 싸서 입에 넣으며 변죽 좋게) 낼 피부에 광이 번쩍번쩍 나겠네.
도경 (못마땅하게 선녀 방 쪽 바라보는) ...
옥상 (밤)
봉희와 상기, 평상에 앉아 술 마시고 있다.
세뇨르박은 술 안마시며 같이 붙어있는.
안주라곤 풋고추와 고추장이 전부다.
그나마, 봉희는 안주도 없이 소주만 생으로 마시는데.
상기 얌마, 말 좀 해. 답답해 미치겠다.
세뇨르 (걱정스럽게) 그러다 몸 상하십니다.
봉희 (한입에 술 털어내고 다시 술, 잔에 따르려는데)
상기 (뺏어서 봉희 잔에도 따라주고 자기 잔에도 따르곤 한잔 쭉 들이킨다) 캬~ 그래, 뭔진 모르겠지만 친구의 괴로움은 나의 괴로움. 먹고 죽자, 우리. (갑자기 세뇨르에게) 안주 좀 만들어 보지.
세뇨르 (발끈) 아니, 내가 왜요?
상기 사람 참 센스 없긴. 소주에 고추를 누가 먹나? 속 쓰려 뒤지라는 것도 아니고. 하다못해 라면이라도 끓여 와야 될 거 아닌가.
세뇨르 먹고 싶은 사람이 끓이십쇼.
상기 사람 참 매정하긴. 그러니 여지 껏 그 나이에 장가를 못 갔지. 쪼잔하지, 매정하지, 여자도 아니면서 깔끔한 척은 또 어찌나 하는지. 계속 그렇게 살아보쇼~ (하는데)
봉선, ‘봉희야’하며 계단 올라오는 소리 들린다.
상기, 놀라서 후다닥 텐트 안으로 숨는다.
봉선, 몰래 담아온 회접시 들고 온다.
봉선 (평상에 앉으며) 뭐야, 너 술 먹고 있었어? (안스럽다) 그래, 니 맘은 또 오죽하겠냐. 맨 날 도경이 피해 숨어 살어, (세뇨르 째려보며) 인정머리라곤 코딱지만큼도 없는 인간 때문에 제 집 놔두고 텐트서 잠 자.
세뇨르 (억울해 죽겠는 표정으로) 내가 뭘 어쨌다고 이러십니까...
봉선 (봉희에게 회접시 내밀며) 봉희야, 이거 너만 먹어. 자연산 횐데 도경이가 (하는데)
봉희, 봉선이 내민 회접시 그대로 쳐내버린다.
바닥에 나뒹구는 회들.
세뇨르박, 아까운 듯 회들 바라보고.
봉희 (버럭) 누난 내가 자존심도 없는 놈인 줄 알아!!
봉선 (놀라서 보는데) ...
한강 고수부지 공심차 안 (밤-새벽)
공심, 차 세워놓고 핸들 잡고 심란한 표정으로 앉아있다.
(플래쉬 백)
- 찬우와 처음 파티에서 만난 장면 (2부 21씬)
- 동동주 마시고 술 취해 찬우 이마에 도장 찍던 장면 (2부24씬)
- 자동차 극장에서 키스 직전의 장면 (7부58씬)
괴로운 표정으로 얼굴을 핸들에 파묻는 공심.
(시간경과)
어스름 사라지고 날 밝아오는데 그 자세 그대로 앉아있는 공심. 뭔가 결심한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더니 차에 시동 거는데.
문화의 전당 전경 (다음날)
발레단 건물 앞
들어오는 공심의 차.
차에서 내리는 공심, 어제 입은 옷 그대로다.
결의에 찬 표정으로 안으로 들어간다.
로비
공심, 마음을 다잡듯 긴 호흡 내뱉고 당차게 걸어간다.
막 로비로 들어선 찬우, 앞서가는 공심을 알아보고 반가움에 잰걸음 재촉하
는데
찬우 (공심 뒤로) 마샤~
공심 (찬우의 부름에 순간 멈칫하지만 애써 모른 척 걷는)
찬우 (어느새 다가와) 좋은 아침이요.
공심 (형식상 살짝 고개인사만 하고 훌쩍 앞서 걷는)
찬우 (의아함에 고개 갸웃하고)
공심, 엘리베이터 앞에 멈춰 버튼 누르면 잠시 후
엘리베이터 문 열리고 공심, 급히 올라탄다.
찬우 (다급히 뒤따라오며) 마샤, 같이 가요.
엘리베이터 안
공심, 엘리베이터에 오르면 미리 타고 있던 잉꼬, 주리, 하늘
저들끼리 수다 떨다 얼른 옷매무새 가다듬고 공손히 인사한다.
잉/하/주 안녕하세요. 단장님!
공심 (살짝 턱 인사하고 돌아서는데)
찬우(E) 잠시만요.
열린 엘리베이터 문 사이로 멀리서 찬우가 뛰어오는 것이 보인다.
잉꼬, 주리, 하늘, 찬우의 모습에 좋아라 호들갑떤다.
주리 이사장님이시다.
하늘 빨리 오세요. 이사장님~
공심, 하늘 말 떨어지기 무섭게 바로 닫힘 버튼 꾹 눌러버린다.
잉꼬 어, 이사장님 안타셨는데...
공심,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꼿꼿하게 서 있는데
주리, 하늘, 잉꼬, 무슨 일 있나싶어 저들끼리 눈짓 주고받는다.
공심, 예의 도도한 표정 유지하는데
복도
공심, 또각또각 하이힐에 힘 실어 당당하게 앞서 걷고.
멀찌감치 떨어져 걸어오는 삼인방, 아무리 봐도 무슨 일 있지 싶어
공심 뒷모습에 시선 둔 채 저들끼리 쑥덕인다.
주리 무슨 일 있는 거 같지?
잉꼬 (낮게) 아무래도 차인 거 같은데...
하늘 그런 거 같지?
주리 그럼 그렇지. 생각보다 오래간다 싶었어.
하늘 당삼, 나이차가 얼만데.
잉꼬 어떡하냐... 우리 단장님 불쌍해서...
주리 (낮게) 야, 조용히 해. 단장님 들으시겠다.
앞서가던 공심, 그 말에 표정이 팍 구겨지는데
단장실 앞
걸어와 문 열고 들어서려다말고 멈칫 서는 공심.
단장실 (상상)
공심, 문 열고 들어서는데
도경, 책상 앞에 앉아 일하고 있다.
도경 (밝게) 단장님 오셨어요?
공심, 도경 앞으로 또각또각 걸어가더니 다짜고짜 도경의 뺨 때린다.
도경 (한손으로 맞은 뺨 잡고 황당한 표정으로 공심을 보면)
공심 (폭발) 니가 감히 나를 기만해?
도경 내가 뭘 어쨌다구...
공심 (핸드백에서 구겨진 사진을 도경의 면상에 던진다)
도경의 얼굴에 맞고 그대로 바닥에 떨어지는 사진.
찬우와 찍었던 과거 커플사진이다.
도경 (사진보고 허걱 놀라) 고.. 공심아... 그게 아니라.
공심 (냉정하게) 변명 따윈 필요 없어. 넌 해고야.
도경 (놀라서 바로 무릎 꿇고 눈물 뚝뚝 떨구며) 미안해. 잘못했어. 한번만
용서해줘. 응?
공심 용서란 말이 나와? 야이 나~쁜 년아! (도경의 머리채를 잡고 흔드는데)
그대로 공심에게 머리채 잡힌 채로 저지 못하는 도경.
단장실 앞 (현실)
문 고리 잡고 멈칫 서 있는 공심.
공심 (마음의 소리) 괘씸한 기집애! 어떻게 나오나 한번 두고 보자.
표정 수습하고 침착한 척 하고 문 열고 들어간다.
단장실
공심, 들어오면
도경, 공심의 책상 위를 정성스레 닦고 있다.
도경 (밝게 웃으며) 일찍 왔네.
공심 (끓어오르는 거 애써 참고 자리에 앉는다)
도경 (옷 살피며) 어머! 어제랑 스타일이 똑 같네? 너 집에 안들어 갔어?
(눈치 보며) 설마 이사장님 늦게 만난거니?
공심 (쏘아보며) 그게 니가 왜 궁금한데?
도경 (헉 놀라지만 표정 수습하고) 어? 뭐... 그냥... (얼버무리는데)
공심 (차분하게) 차비서!
도경 (천진난만하게 보며) 응.
공심 너 이사장님하고 예전에 알던 사이니?
도경 (움찔해) 어?
공심 (쏘아보는데)
도경 (마음의 소리) 설마 찬우가 불어버린 거야? 설마... 그럴 리가 없는데...
(눈치 보며) 뜬금없이 그게 무슨 소리야?
공심 누가 그러더라. 둘이 오래전부터 친한 사이 같다고.
도경 (정색) 아냐! 내가 이사장님 같은 분을 어떻게 알아?
공심 (흥!) 그래? 알았어. 일 봐.
도경 (갸우뚱하며 자기 자리에 가 앉는)
공심 (마음의 소리) 가증스러운 년! (노려보며) 끝까지 날 기만하겠다 이거
지?
(E) 울리는 전화벨.
도경 (전화 받으며) 네 단장실입니다.... 예. 장선생님! 어머 그래요? 네 걱정 하지 마시고 일 보고 오세요. 네. 그럴께요. (끊고 공심 보며) 장선생님이
출근길에 접촉사고가 나서 좀 늦는다는데?
공심 (무시하고 서류 훑어보는데)
도경 얼른 가서 애들 스트레칭 시켜야겠네. (빙긋 웃고) 장선생님 좀 걸릴 것
같은데 갖춰 입고 수업 들어가야겠지? (책상 밑에서 연습복 꺼내서 요리
조리 보는)
공심 (그런 도경을 독기 어린 표정으로 보는)
도경 (의식하고 공심을 보는데)
공심 (얼른 시선 돌린다)
복도
연습복 담은 쇼핑백 들고 걸어가는 도경.
도경 사람 긴장되게 갑자기 찬우 얘길 왜 묻는 거야? (걱정되는) 설마 눈치
챈 건 아니겠지. (아니지 싶은) 그렇다면 가만 있을 장콩심이 아니지.
(신나서 걸어가는)
연습실
아카데미 원생들 일렬로 줄맞춰 서서 각자 연습중이다.
연습복까지 갖춰 입은 도경, 성심껏 원생들 하나하나 자세까지 바로 잡아주
고 있는데 이를 지켜보는 선남, 도경의 모습에 한껏 어깨 으쓱하다.
이때 찬영, 바트망 당튀 동작 후 제자리에 멈추는데 중심 잃고 휘청한다.
도경 (얼른 찬영 허리 잡으며) 이쪽 무릎이 느슨해지니깐 흔들리는 거잖아. 바트망 당튀는 서있는 다리가 움직이는 다리에 의해서 이동되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 게 중요해. 알았지?
찬영 (활짝 웃으며) 네! 명심할 께요.
선남 저도 좀 봐주세요.
도경 (빙긋 웃으며) 그럴까? (자세 잡아주려는데)
공심(E) 모두 주목~!
도경을 비롯한 원생들 일제히 공심 쪽으로 시선 돌린다.
어느새 들어온 공심, 원생들 지도중인 도경을 매섭게 쳐다보며 다가온다.
도경 (공손하게) 오셨어요? 단장님.
공심 (냉랭한) 차비서, 지금 뭐하는 거야?
도경 (그 말에 당황스런) 예?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장선생님이 급한 일이
생겨서...
공심 (냉정한 표정으로) 그래서?
도경 대신 애들 연습 좀 시키느라...
공심 (콧방귀 흥!) 차비서, 할 일 안할 일, 구분도 못해?
도경 (무안한) 네?
선남 (도경의 표정 읽고 공심에게 섭섭한)
공심 단장 수행할 비서 주제에 대체 무슨 자격으로 애들을 가르쳐?
도경 그게 아니라 전 그냥...
공심 (OL) 애들한테 발레 가르치는 것이 그렇게 만만해보여?
도경 (민망하다)
선남 (참다못해 나서고) 단장님, 너무하세요.
공심 (그 말에 선남 보면)
도경 (얼른 선남 막으며) 선남아, 단장님한테 버릇없이 그게 무슨 태도야.
선남 엄만 잘못한 거 없잖아. 장선생님이 부탁하신 거라며?
공심 (비꼬듯 선남에게) 선남이 너 참 당차구나.
도경 (큰일이다 싶은) 선남이 너 어디서 말대꾸야? 단장님께 당장 사과드리
지 못해?
선남 (눈물 글썽해서) 죄송합니다. 단장님...
공심 (노려보는데)
도경 (얼른 수습하려고 공심에게) 단장님, 제가 주제넘은 짓을 했어요.
앞으론 이런 일 없도록 주의 할 테니깐 제발 마음 푸세요.
공심 주제넘은 짓 한 걸 알기나 하나보지. (냉정하게) 나가봐!
도경, 무안함에 몸 둘 바 모르며 부리나케 연습실을 빠져나간다.
선남, 그런 도경을 안타깝게 보는데...
공심, 냉정한 표정 유지하며 박수를 탁탁 치며 ‘자, 주목!’ 하며 수업 시작하는
데...
옥상
일각에 서서 소리죽여 흐느끼는 도경.
도경 (눈물 훔치며) 내 주제에 무슨 애들을 가르친다구... 아무리 고까와도 그
렇지. 아들 앞에서 이건 너무 하잖아...
원망스럽게 허공을 보며 회상에 빠지는 도경.
시골 도경 집 마당 (회상)
도경네 승용차 도경의 시골집 앞에 와서 서고
운전석에서 기사가 내려 승용차 뒷문을 열자 외조부와 차에서 내리는 도경
(16세), 머리에 흰색 상장 핀이 꽂혀있다.
말순(공심모)과 공심 나란히 서 있고 함께 대문 앞에 마중 나와 서 있던
도경의 외조모, 도경을 보자 안스러운 눈길로 와락 끌어안는다.
외조모 (눈물 찍으며) 에구 불쌍한 거... 이 어린 걸 두고 한 날 한 시에 세상 을 떠나다니... 불쌍해서 어떡하누.
외조부, 굳은 표정으로 흠흠... 하며 집 안으로 들어가고
트렁크에서 도경의 짐을 내리는 운전기사와 말순.
외조모, 도경의 손을 잡고 다독이며 안으로 끄는데
까맣게 탄 피부에 촌스러운 옷 입은 공심(16세),
말순 옆에 서서 멀뚱멀뚱 보고 있다.
말순 (공심을 향해) 공심아, 어여 애기씨 짐 날러.
공심 (당돌하게) 싫어. 내가 그걸 왜 해?
도경 (뒤돌아보는)
공심모 (도경 눈치 보며 작은 소리로) 들어. (눈에 힘 팍 주며) 빨리 안 해?
공심 (투덜대며 짐 나르는) 혼자라더니... 웬 짐이 이렇게 많아?
도경 (혼자라는 말에 얼굴 굳어지는)
과거 (회상)
어린 봉선(16)이 섞인 또래의 여자 아이들과 고무줄 놀이하는 공심(16세).
도경(16세),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서 과자 먹으며 책 읽고 있다.
봉선 (도경 보며) 쟤도 같이 놀자 할까?
공심 (비꼬듯) 쟨 공주님시라 이런 거 못한대. (봉선의 귀에 대고 작게) 진짜
밥맛이야.
도경 (못마땅한 표정으로 흘겨보는)
봉선 근데 쟨 왜 서울에서 혼자서 왔대?
공심 (작은 소리로) 조용히 해. 쟤네 엄마 아빠 다 죽었어. 고아래.
“고아?” “어머 불쌍하다.” 아이들 속닥거린다.
도경 (책에 시선 둔 채 분해서 주먹을 움켜쥐는데)
옥상 (현실)
옛 생각에 원망스런 눈길의 도경.
도경 콩심이 기집애. 그때도 그렇게 사람 가슴에 대못을 받더니... 아들 앞에
서 그게 무슨 꼴이야. 속상해서 증말... (휴지 꺼내 코 팽 푼다)
그때, 진섭이 미안한 표정으로 다가온다.
진섭 애들한테 얘기 들었어요. 괜히 저 때문에~ 죄송해요.
도경 (애써 밝은 척) 아니예요. 제 불찰인 걸요. 뭘~
단장실
공심, 들어와 자리에 앉으며
공심 어디 가서 눈물 콧물 빼고 있나보지. 차도경~ 니가 그동안 나를 기만
한 댓가를 어떻게 치러야하는지 두고두고 알려주겠어.
도경, 들어온다.
도경 (공심을 보자 움찔하는데)
공심 (무심코 보면)
도경 (원망스런 눈길로) 연습시키지 말라고 미리 말하지 그랬어?
공심 사사건건 이래라 저래라 가르치면서 비서 써야하는 거야? 내가 왜?
도경 (그 말에 당황하고)
공심 너 지금 나한테 그 태도도 잘못된 건 줄 알아?
도경 (마음의 소리) 찬우랑 뭐가 꼬였나? 저거 분명히 노처녀 히스테린데...
(고깝게 보는데)
공심 고까우면 내 밑에서 비서 일하는 거 관두든지.
도경 (황당해서) 어? 그게 무슨 일이야?
공심 그래그래. 응응... 해주니까 비서가 단장한테 따지고 들질 않나? 내참
어이가 없어서...
도경 (무안하고)
공심 차비서!
도경 어?
공심 (날카롭게) 차비서!!!
도경 (놀라서 자동으로) 예, 단장님!
공심 앞으로 예의 제대로 안갖출 거면 사표 쓰고 당장 나가. 알았어?
도경 (기세에 눌려) 시정하겠습니다. 단장님~
공심 (그런 도경을 못마땅하게 보는)
도경집 옥상
봉희, 엘비스 차림으로 차려입고 한쪽 어깨엔 기타 둘러멘 폼이
제법 그럴싸하다.
상기, 봉희의 옷매무새 가다듬어 주고 손가락으로 사각형 그려가며
카메라 앵글인 양 여러 각도에서 확인하고 있다.
봉희 어때? 이정도면 무난하게 통과하겠지?
상기 음... 아냐, 카리스마가 딱 2%부족해. (순간 번뜩) 어, 잠깐 기다려 봐.
상기, 얼른 안으로 들어가 무스 가지고 나온다.
상기 헤어스타일이 동네 막파마 수준이라 밋밋해서 안되겠다. (봉희 머리
양쪽으로 바짝 바르며) 이렇게 뽀인트를 살려줘야 차별화가 살잖냐.
오디션은 일단 튀고 볼일이거든. (흡족한) 오케이~
봉희 괜찮아?
보면, 봉희 양쪽 머리 바짝 밀어 붙어 마치 현미아줌마 스타일이다.
상기 베리굿~ 야, 목 한번 가다듬는 차원에서 니 불멸의 히트곡 한 번 뽑 아 봐.
봉희 그럴까? (흠흠 목 가다듬고) 비가 내릴까. 저 하늘 끝에서 아쉬움이 기억을 부르네. 이런 날이면 내 마음이 서러워~ (내가 선택한 길 열 창하는데)
상기 캇, 캇.
봉희 아, 왜?
상기 그게 아니지. ‘아쉬움이 기억을 부르네’ 이 부분에서 제대로 짜주란 말야. (오만상 쓰고 열창) 아쒸움이 (강조) 기억을 부르네~ 봐봐. 진 짜 잊혀진 기억이 되살아 온 것처럼 가사에 혼을 담으란 말야.
봉희 오~ 상기. 넌 역시 필이 장난이 아냐?
상기 그럼. 모든 노래는 이 삘에서 시작 되는 거거든. 자, 원모 타임.
봉희와 상기, 신나게 기타 치며 ‘내가 선택한 길’ 열창한다.
거리
봉희와 상기, 나란히 거리를 걷는데 봉희보다
오히려 상기가 바짝 긴장한 기색이다.
봉희 아후, 나 이러다 진짜 덜컥 일등으로 뽑히면 어떡하냐. 막 여기저기 서 인터뷰 요청오고 그럼 (거들먹) 나 상당히~ 피곤한데.
상기 (우뚝 멈춰서는)
봉희 왜 그래?
상기 (벌벌 떨며) 봉희야. 나 너무 떨려.
봉희 짜식. 오디션은 내가 보는데 니가 왜 쫄아?
상기 (봉희 손 제 가슴에 갖다대며) 들려? 이 심장 요동치는 소리?
봉희 야. 완전 태평양 건너는 개척호만큼 쿵쾅거린다. 진짜 엄청 긴장하 네. (의기양양) 내 이럴 때를 대비해서 만반의 준비를 했지. (주머니 에서 청심환 꺼내 건네며) 자. 먹어. 내가 이렇게 떨리는데 넌 오죽
하겠냐?
상기 이런 준비성 철저한 자식 같으니라구. 넌 임마, 자세가 됐어. (얼른 청심환 까서 입에 넣으려다 반으로 잘라 봉희 주며) 콩 한쪽이라도 나눠 먹어야지.
봉희 (얼른 받아먹으며) 이런 의리 있는 자식 같으니라구.
두 사람, 마주보며 청심환 오물거리며 함박웃음 짓고는
다시 걸음 재촉한다.
지하철 화장실
친구, 세면대 앞에 서서 아직도 잠이 덜 깬 듯 하품하고 있고
선녀, 화장에 몸에 딱 달라붙는 섹시한 디자인의 의상까지 갖춰 입고 화장실
칸에서 나온다.
선녀 (뱅그르르 돌며) 어때? 괜찮아?
친구 응. 이쁘다. 야, 울 언니 옷이니깐 조심해서 입어.
선녀 (빙긋 웃으며) 걱정마. 곱게 입고 고대로 갖다 줄 테니깐.
오디션장 대기실
엘비스 스타일 고대로 따라하고 나타난 봉희,
나이 제한이 없는지라 각양각색의 사람들 보인다.
발랄하게 입은 여고생들, 힙합차림의 남학생, 어린 꼬마아이부터 한복 입은 할머니 할아버지, 하다못해 각설이분장을 한 사람에 헤비메탈을 하는지 몸에 쇠사슬을 둘둘 맨 사람까지...
직원 나와서 번호를 호명하면 가슴에 번호표 단 사람들 순서에 맞춰 들어간다.
봉희, 점점 자신의 차례가 다가오고 있다. 초조한지 거울 꺼내 머리 모양 다시 고치는데 거울 아래로 보이는 짧은 미니스커트의 늘씬한 여자의 다리.
푹 파인 과감한 의상하며... 봉희, 안 보는 척 즐겁게 즐기는데.
상기 (등 돌리고 선 선녀 각선미 보며) 이야, 죽인다. 죽여!
봉희 (보며) 뒤 태를 보아하니 몸매로 승부하겠다 그 말인가 본데?
봉희, 선녀의 각선미를 훑어보는데 뒤돌아서는 선녀.
순간 봉희와 눈 마주치는데!!
봉희 (황당해서 손가락질 하며) 너, 너....
선녀 (당황해서) 아빠...?
봉희 선녀, 너! (벌떡 일어서 잡으러 가는데)
선녀, 그대로 줄행랑치는.
봉희, 선녀 잡으러 가고 오디션장 뒤집어진다.
길가
봉희의 선녀 추격전이 계속된다.
둘 다 지쳤는지 자리에 서서 헉헉대는데.
봉희 선녀야... (오라는 손짓하며) 선녀야...
도망가는 선녀.
봉희 또다시 헉헉대며 쫒는데 선녀, 하이힐 신은 발 삐끗하며 넘어진다.
선녀 (발목 잡고) 아얏!
봉희, 얼른 가서 선녀를 붙잡는다.
선녀 (불쌍하게 보며) 아빠...
봉희, 선녀 일으키는데 선녀 ‘아얏’ 짧게 비명 지르며 못 일어난다.
봉희 (부축하며) 그러게 왜 도망을 가, 도망을 가긴. (겉옷 벗어 선녀에게 걸
쳐주며) 임마, 옷이 이게 뭐야. 쪼끄만게 벌써부터. 너 화장도 했어? 엄
마 알면 어쩌려구.
선녀 ... 엄마한텐 말 안 할꺼지?
봉희 ... 너도 말 안 할꺼지?
선녀 (고개 끄덕끄덕)
봉희 (몸 숙이고 앉아) 업혀.
선녀 괜찮아.
봉희 빨리 업혀. 아빠 맘 변하기 전에.
선녀, 봉희에게 업힌다.
봉희, 좀 무겁지만 아닌 척 꿋꿋이 업고 가며.
봉희 다 컸네. 우리 딸! ... 아까 보니까 거기서 니가 젤 이쁘드라.
선녀 그럼 뭘 해. 아빠 땜에 오디션도 못보고.
봉희 엄마 알면 아빠까지 죽어. 임마, 넌 엄마가 하라는 대로 열심히 공부해. 괜히 가수한다고 엄마 속 뒤집어 놓지 말고. 엄마가 아빠 땜에 얼마나 맘고생이 심했냐. 너라도 엄마 말 잘 들어야지. 안 그래도 엄마 힘든데.
선녀 치, 엄만 맨날 선남이만 밀어주지.
봉희 그래도 이 녀석이...
공원 벤치
봉희, 벤치에 앉아 선녀를 기다리고 있다.
선녀, 공원 화장실에서 화장도 지우고 교복으로 갈아입고 나와 봉희 옆에 앉는데.
봉희 역시 내 딸은 화장한 것 보다 안한 게 훨씬 이쁘다.
선녀 (한숨 쉬며) 오늘 오디션 봤어야 하는데...
봉희 (심각하게) 선녀 너, 가수가 그렇게 되고 싶어? 아빤 니가 공부했음 좋겠다. 넌 우리 집에서 공부 젤로 잘하잖아.
선녀 치...
봉희 왜? 공부하기 싫어?
선녀 혼자서 하려니까 성적이 떨어지니까 그렇지. 엄만 돈 없다고 학원도
안보내주고... 내가 뭐 공부하기 싫어서 이러나? 중학교 때 나보다 못하
던 애들한테 뒤처지는 거 싫단 말야.
봉희 엄마가 일부러 안보내주겠어? 우리 선녀가 똑똑해서 학원 같은데 안가도
되는 줄 알아서 그런 거겠지.
선녀 학원에서 따로 배우는 애들이랑 어떻게 성적이 똑같겠어? (속상한) 아빤
내가 성적 계속 떨어지는 거 모르지?
봉희 반에서 5등 했다며? 5등이면 잘 한 거야. 임마, 3등 했다가 5등도 할 수 있는 거지, 뭐 그런 걸로 속상해 하냐? 아빤 학원 하나 안 다니면서도 공부 잘 하는 우리 딸이 얼마나 자랑스러운데.
선녀 (속상한) 전교 등순 얼마나 많이 떨어졌는지 알아? 나 혼자 공부해도 학원에서 따로 배우는 애들한테 어떻게 이기라구?
봉희 그래서 공부 때려치고 가수되려고?
선녀 응. 가수되면 돈 잘 벌잖아. 그럼 돈 많이 벌어서 나 대학도 갈 수 있고 엄마도 고생 안 해도 되고 아빠도 다시 같이 살 수 있잖아. 옛날처럼.
봉희 (짠하다) ... (미안해서 괜히 큰소리) 아빠 이제부터 열심히 일해서 학원 끊어 줄테니까 걱정하지 마. 아빠 믿지?
선녀, 고개 끄덕이며 웃는.
봉희, 그런 선녀를 보면서 더욱 가슴이 아프다.
단장실
공심에게 결재 서류 받은 진섭,
청소 마친 도경, 문 열고 들어와 자기 자리에 앉는다.
공심 거기서 박자가 안 맞으면 아무래도 안무가 문제가 있는 거 같으니까
장선생이 다시 한번 점검해 줘요.
진섭 예. 단장님!
공심 참, 있다가 회식 있는 거 알고 있죠?
진섭 그럼요! 이사장실 김비서 말이 한우 집으로 예약해놨다던데...
네. (도경 보며) 차비서님도 오시죠?
도경 (미소로) 그럼요. 이따뵈요. 장선생님!
진섭 (나간다)
도경 역시 손이 크시네. 한우로 회식이라니...
공심 (마음의 소리) 회식... 좋아하시네.
(날카롭게) 차비서~!
도경 (보면)
공심 (종이 주며) 자료실 가서 여기 적어 놓은 DVD 대출해서 안무가랑 남녀 주연 정리해.
도경 (목록 받아보면 엄청난 분량에 입이 딱 벌어진다)
공심 이 정돈 할 수 있겠지?
도경 (실망하며) 네.
공심 그럼 수고~! (나간다)
도경 (어이없다)
자료실(밤)
목록 보며 컴퓨터로 검색하는 도경.
도경 (투덜거리며) 마린스키 인터내셔날 발레 훼스티벌. 자꾸 오타가 나네.. (자판 똑딱 거리다가) 이게 웬 콩쥐 신세람... 공심이 그 기집애 분명히 전생에 팥쥐 아니면 계모였을 꺼야. (입맛 다시며) 점심도 못먹는데... 아, 배고파라. 회식 가면서 나만 쏙 빼놓고.. 나쁜 기집애. (한숨 푹 내
쉬고 일하는데)
고기집 (밤)
불판에 꽃등심 지글지글 구워지고 있고 공심과 찬우를 비롯한 직원들
거나하게 회식중이다.
찬우, 여직원들의 환대 속에 웃음 꽃 피며 대화중이고 그 맞은편에 앉은
공심, 슬쩍 찬우 눈치 살피며 음식만 깨작거린다.
공심의 표정을 읽은 주희, 슬쩍 공심에게 코치 나선다.
주희 (공심에게만 작게) 연애의 기술 쳅터 쓰리! 연애의 기본은 밀당이다.
공심 (굳은 표정으로) 됐어.
주희 밀고 당기기. 오늘 그만큼 이사장님한테 싸했으면 이젠 슬쩍 땡기란 말야.
공심 됐다구. 그럴 기분 아냐.
주희 이러니 맨 날 제 자리 걸음이지. 이렇게 좀 하라구요. (예쁜 미소
흘리고) 안주도 좀 드세요. 이사장님.
찬우 고마워요. 채감독!
이때 공심의 핸드폰 진동 울리면 공심 살짝 고개 틀어 전화 받는다.
공심 어, 차비서.
찬우 (차비서 소리에 슬쩍 공심 보는)
공심 (냉정하게) 일 다 마쳤으면 그만 퇴근해.
찬우 (얼른 끼어들며) 그러고 보니 차비서님이 없었네. 마샤, 차비서님도 오라고 하세요.
공심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찬우를 보면)
찬우 차비서님도 우리 식구인데 당연히 좋은 시간 함께 해야죠.
직원들, 눈치 없이 여기저기서 ‘부르세요’ ‘차비서님, 빨리 오세요’ 성화다.
공심, 난감한 기색 역력하다.
단란주점 (밤)
도경까지 합세한 회식 자리다.
직원들 이미 얼큰히 술 취해 저들끼리 신났다.
직원2, 중앙 무대에서 최신가요에 춤까지 겸비하며 화끈한 무대 펼치고 있고.
찬우 역시 즐겁게 직원2의 공연을 보고 있지만
공심, 여간 도경이 신경 쓰이는 눈치다.
도경 역시 왠지 공심이 자꾸 의식 되어 좌불안석이긴 마찬가지다.
직원2 (노래 마치고) 쌩유~ 자 그럼 다음 무대는... (드럼 치듯) 두구둥둥~ 우리 오성아카데미의 비주얼 본좌, 이 가을 여심을 흔들어 놓을 매력 보이스, 이사장님의 무대 이어지겠습니다.
직원들 (일제히 환호하며) 이사장님~ 이사장님~
찬우 (잠시 빼더니 쑥스러운 듯 무대 위로 서는) 저 노래 잘 못하는데...
직원들 (일제히) 에이~
찬우 그럼... 한곡 부를게요. 음... 이 노래를 꼭 들려주고 싶은 사람이 있 었는데... 오늘이 그 자리가 됐네요.
직원들, 저마다 쑥덕거리며 ‘누구야?’ ‘어머, 나 아냐’ 또 한번 술렁인다.
잠시 후, 음악 깔리며 찬우, ‘유리상자의 사랑해도 될까요’ 부르는데
그 매력적인 보이스에 직원들 이미 넋을 잃고 흠뻑 빠져들고
공심 역시 찬우의 노래 소리에 서서히 젖어든다.
찬우, 노래 부르면서 어느 순간 공심을 그윽하게 바라보는데
찬우의 시선이 공심에게 향하고 있음을 눈치 챈 도경,
왠지 마음 한편이 씁쓸해 지며 찬우와 공심을 번갈아 보더니 고개 돌려 연신
술만 마시며 쓴 웃음 흘린다.
도경집 근처 골목 (밤)
취기가 오른 도경, 애써 몸 가누며 걸어온다.
도경 (취기 올라 노래 흥얼거리며) 조심스럽게 얘기할래요~ 고백해 볼래요~
나 오늘밤 그대를 사랑해도 될까요~ (못마땅한) 첫사랑 앞에 놓고 염장
지르냐? 그래... 해라. 해. 누가 사랑 하지 말랬니? 둘이 아주 잘 먹고
잘 살아라~!
도경집 마당 (밤)
대문 열고 들어서는 도경.
봉희, 내려오다 술 취한 도경 보고
봉희 (못 마땅해) 잘~ 한다. 애가 지금 어떤 상탠지 모르고 술이 목에 술 술 넘어 가냐?
도경 (보는)
봉희 선녀, 학원비 번다고 가수오디션 보러 다니드라,
도경 뭐어? 선녀가?
봉희 선남이만 신경 쓰지 말구 선녀한테 신경 좀 써. 선녀 다리 밑에서 주워 온 자식 아니잖아.
도경 (가지가지 속 썩인다. 한숨 푹 쉬고 들어가는)
봉희 (갸우뚱하며) 어쩐 일이지? 옛날 같으면 선녀 학원비 벌어오라구 한참
퍼부었을 텐데...
도경집 옥상 (밤)
평상 위에 앉아있는 상기.
봉희, 소주 담긴 봉지 들고 올라와 평상 위에 걸터앉아 한숨 푹 쉰다.
상기 (봉희가 사온 소주 꺼내며) 왜 그래 또?
봉희 도경이가 예전하고 많이 달라졌어.
상기 도경이가?
봉희 차라리 쏘아붙일 때가 편했는데... 이제 진짜 남인 건가? 어쩐지 좀 거
리감이 느껴지네.
상기 첫사랑 때문에 그런가?
봉희 다 내 잘 못이지. 가장 노릇 제대로 했어야하는 건데...
상기 나두 마찬가지야. 우리 성우 엄마 전화두 하지 말랜다. 1년 째 돈 못 보내주는 내 잘못이지.
봉희 그래두 넌 애들 유학도 보내고 한 때는 떵떵거리고 살게 해줬잖아. 난 우리 식구들 제대로 먹이지도 못하고 학원도 못 보내주구... (울컥해) 생 각해 보니 이혼당해도 싸다 싸.
상기 넌 애들 얼굴이라도 보고 살잖냐. 애들 얼굴 보고 싶어도 못 보는 기러 기 아빠 심정을 아냐. 차라리 니가 부럽다. 인마!
봉희 상기야! 우리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해서 반드시 우리 가정 되찾자.
상기 그래. 친구야!
도경집 거실 (밤)
선녀, 방에서 나와 정수기 물 마시는데
화장실에서 씻고 나오는 도경,
선녀 엄마. 왔어?
도경 (쏘아보며) 너 가수 오디션 보러 다닌다며?
선녀 (고개 푹 숙이는)
도경 너 이따 봐. (선남이 방으로 가는)
선녀 (입 삐죽이는)
선남방 (밤)
책상에 앉아있던 선남, 밖에서 기척 나자 얼른 잠자는 선웅 옆에 눕고 자는 척 한다.
문 열고 들어오는 도경.
도경 (선웅이 이불 좋게 덮어주고 선남이 머리 쓰다듬으며) 엄마 때문에 속상 했지? 그래도 우리 아들 엄마 편 들어줘서 얼마나 든든했나 몰라.
도경, 흐뭇하게 보다가 일어나 불 끄고 나가자
선남, 눈물 주루룩 흘린다.
술집 바 (밤)
나란히 앉아 양주 마시는 찬우와 공심.
찬우 한잔 해요. 마샤~ (잔 들면)
공심 (받아들며) 저한테 개인적으로 하실 말씀이라니...
찬우 마샤한테 꼭 할 말이 있어서요.
공심 (보면)
찬우 실은... 오래된 추억속의 첫사랑을 마시 만났어요.
공심 (그 말에 보는)
찬우 제가 많이 좋아했었거든요.
공심 (마음의 소리) 많이 좋아했던 첫사랑을 다시 만났으니 내 맘 정리해 달
라? (쓰게 보며) 그래서요?
찬우 마샤... 실은...
공심 (덤덤하게 보는데)
찬우 제 첫사랑이... 단장실 비서예요.
공심 (놀란 표정으로 가만히 보는데) ...
찬우 (공심 표정 살피고) 놀라셨죠?
공심 네...
찬우 미안해요. 그동안 마샤 앞에서 차비서랑 모른 척 한 거...
공심 (피식 웃고) 근데 왜 지금 제게 그 말을...
찬우 (한잔 쭉 들이키고) 추억 속의 사람은 추억 속에 존재할 뿐이더라구요.
공심 (움찔해서) 예?
찬우 누나가 부탁하더라구요. 마샤랑 관계 불편해질까봐 모른 척 해달라구.
공심 (보면)
찬우 근데 더 이상은 마샤에게 숨기면 안된다고 생각했어요. 우리 사이를 발
전시키기 위해선 더 더욱... (공심 눈을 가만히 보며) 한잔 더 하실래요?
공심 (고개 끄덕)
찬우 (술 부어주고 건배하는데)
공심 (한잔 들이키고 마음의 소리) 그래 기우였어. 찬우 마음속엔 나 밖에 없
는 거야. (기쁨에 찬 표정 짓는다)
찬우 도경이누나가 자기 때문에 우리 관계 불편해질까봐 걱정을 많이 하더라
구요. 저랑 누나 용서해 줄 거죠?
공심 (밝은 표정으로) 물론이죠.
공심빌라트 (밤)
대리기사 운전석에 앉아 있고 뒷자리에 탄 공심과 찬우,
막 차에서 내린다.
공심, 어느새 찬우에 대한 마음 속 섭섭함이 눈 녹듯 녹아내리고
예의 그 예쁜 미소 짓고 있으면 찬우 역시 환하게 웃으며 마주 섰다.
공심 내일 뵈요. 이사장님.
찬우 잘 자요.
공심 네... 그럼, 들어가세요. (가볍게 고개 인사하고 돌아서는데)
찬우 (공심의 손잡는)
공심 (멈칫하고 돌아서면)
찬우 (공심의 손을 좀 더 꽉 잡는)
공심 (마주 잡은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고개 드는데)
찬우 (서서히 공심 얼굴에 바짝 다가오는)
공심 (사뭇 긴장한 채 말갛게 찬우를 보는)
찬우 (공심의 머릿결을 쓸어내리고 그윽한 눈길로 보는)
공심 (저도 모르게 질끈 눈 감는)
찬우 (공심의 얼굴에 양 손을 갖다대고 가볍게 이마에 키스하는)
공심 (서서히 눈 뜨고 얼굴 발그레 지는)
찬우 잘 자요. 마샤. (엷게 웃고는 자기 아파트로 들어가는)
공심, 한동안 얼어붙어 멀어지는 찬우의 뒷모습에 시선 고정되는데
심장 박동소리 ‘쿵쿵’ 강하게 번진다.
공심 (제 가슴에 손 얹고 혼잣말) 잘 자요... 내 사랑~
공심방 (밤)
잠옷입고 침대에 누워있는 공심.
공심 (꿈에 부풀어) 그래 과거가 무슨 상관이겠어?... 찬우씨 마음속에 나만
있으면 돼. 근데 도경 때문에 우리 찬우씨가 불편해질 텐데... 근데 도
경이 그 기집앨 어떻게 내 보내지? (고심하는)
도경집 전경 (다음날 아침)
도경집 마당
계단 오던 봉희, 마당의 동태를 살피며 위를 향해 내려오라는 손짓을 한다.
상기, 살금살금 계단을 내려오는데
그때, 봉선이 현관문 열고 나온다.
봉희, 다급하게 상기를 향해 다시 올라가라고 손짓하는데
상기, 돌아서서 허겁지겁 올라가다 엎어지고 옆에 놓여있던 있던 깡통 등이
떨어져 우당당 소리를 낸다.
봉선, 휙 보면 정신없이 올라가는 상기의 뒷모습이 보인다.
봉선 (봉희를 찍 째려보며) 저거... 상기 맞지?
봉희 아냐. 상기는 무슨... 박선생님이시지.
봉선 그래? (의심의 눈초리로 계단으로 걸어가는데)
봉희 (막아서며) 누, 누나...
봉선 (빗자루 집어 들고) 저리 안 비켜?
봉희 (얼른 비켜선다)
봉선 (인상 팍 쓰고)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그동안 텐트 치고 숨어있었던 거야? 상기 이 자식을 그냥!
봉선, 빗자루 들고 씩씩대며 옥상 계단을 올라가는데.
도경집 옥상
상기, 허겁지겁 올라와선 안절부절 못하는데.
때마침 세뇨르박, 문 열고 나온다.
상기, 급한 마음에 세뇨르박을 다짜고짜 텐트로 데려가는.
상기 (다급하게) 잠깐만, 여기 들어가 계쇼.
세뇨르 (황당한) 아니, 내가 여길 왜 들어갑니까? 싫습니다 (안들어간다 반항 하는데)
상기 (애원조로) 사람 죽는 꼴 보기 싫으면 쫌 들어가슈. (밀어 넣는다)
세뇨르 아, 대체 왜 이러세요?
상기 (세뇨르를 텐트 속으로 밀어 넣으며) 아, 잠시면 된다니까요.
상기와 봉희, 텐트 속으로 세뇨르 억지로 밀어 넣고 지퍼 닫는다.
상기, 후다닥 옥탑방으로 뛰어 들어가면
봉선, 씩씩거리며 옥상 올라온다.
봉선 (빗자루 들고 씩씩거리며) 상기 너 당장 안나와?
주위를 둘러보다 텐트 속 움직이는 거 보인다.
봉선 (빗자루로 텐트 마구 후려치며) 그 돈이 어떤 돈인데 니가 감히 내 돈을 들고 튀어!!
봉희 (봉선을 말리며) 누나, 이러지마. 상기 죽으면 어쩌려구~
봉선, 봉희를 뿌리치며 빗자루로 텐트 마구 때린다.
세뇨르, 비명을 지르고 봉희 얼결에 텐트를 가로막고 몸으로 저항하는데
봉선, 마구 때리다 봉희 때문에 결국 멈춰 서서 씩씩대는데
봉희 (텐트 지퍼 열고) 상기야. 괜찮아?
‘아이고...’ 신음하며 텐트에서 나오는 세뇨르박.
머리는 산발에 완전 엉망진창이다.
봉선, 한방 더 칠 기세로 빗자루 야구하듯 들고 섰는데
막 치려던 순간 세뇨르임을 인식하고 당황해 빗자루 손에서 떨어뜨린다.
세뇨르 (잔뜩 흥분해서) 이게 무슨 짓입니까? 아줌마 깡패에요?
봉선 (미안하다) ...난 상긴 줄 알고. (버럭) 그러게 누가 텐트 속에 들어가 있으래요!! (도망치듯 후다닥 계단으로 내려가는데)
봉희 (어쩔 줄 몰라) 아니 박선생이 어떻게 그 안에...
봉희, 세뇨르의 눈치를 보고.
상기, 세뇨르 집 문 빼꼼 열고 상황 종료임을 확인하고 나오는데.
세뇨르 (열 받은) 이게 지금 무슨 무매넙니까? 갑자기 사람을 텐트 속에 집어넣질 않나, 다짜고짜 무식하게 매질을 하지 않나.
상기 (안도하며) 미안하게 됐어요. 박선생이니까 그 정도로 끝났지. 봉선이한테 내가 걸렸으면 오늘 난 초상 치뤘어요.
봉희 그래, 박선생이 이해 좀 해 주세요~ 그래도 사람 목숨 하난 살렸잖소. (하는데)
세뇨르 (폭발한) 이해 좋아하시네. 당신들도 똑같이 당해 봐요. 이해하란 소리가 나오나!!
세뇨르, 봉선이 놓고 간 빗자루 들고 상기와 봉희에게 달려든다.
상기와 봉희, 세뇨르를 피해 도망치는데.
거리
기진맥진 어깨 축 늘어져 걷는 봉희와 상기.
서로 말 없이 터벅터벅 한참을 걷다 벤치에 나란히 앉는다.
상기 미안하다. 봉희야. 가뜩이나 너도 눈치보고 사는데 혹까지 달았으니
너한테 또 불똥 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봉희 짜식. 그런 말이 어딨냐? 니가 무슨 혹이야. 내 반쪽이지.
상기 (봉희 어깨 팔로 감싸며) 역시. 너밖에 없다. 나봉희.
봉희 에휴... 우리 우정이 천년만년 끈끈이면 뭐하냐? 세상이 자꾸 물 뿌 리는데.
상기 그러게 말이다. 이제 어떡하냐. 옥상에 숨어 살기도 글렀고. 아~ 산 넘어 산이네.
봉희 (한참을 생각하더니) 7080카페 가서 취직시켜 달래볼까?
상기 공심이랑 갔다던데?
봉희 응. 거기 직원이 일을 그만뒀는지 사장이 직접 음식을 나르더라구.
넌 서빙하고 난 노래 부르고... 우리가 일하긴 딱이겠더라.
상기 나이 먹은 우릴 뭘 보고 써주겠냐? 게다가 하나도 아니고 쌍으로 가
서 받아달라고 해봐. 차비만 날릴 거 뻔한 데 에이, 말자.
봉희 나봉희 인생은 엄마 뱃속 박차고 나오는 순간부터 모험이었어. 까지 껏 받아 줄때까지 매달려보는 수 밖에...
문화의 전당 (전경)
공심(E) (날카롭게) 차비서!!!
단장실
책상 앞에 앉아 테이크아웃 커피 마시는 공심.
도경, 그 앞에 서 있다.
공심 내일부터 커피 방배점에서 사와. 난 그 집 커피가 맛있드라.
도경 거기 들렀다 오려면 한 시간 일찍 일어나야하는데...
공심 왜 싫어?
도경 아... 아니 사올게요. (떨떠름하게 자기 자리에 가 앉으려는데)
공심 차비서!
도경 (반사적으로) 예!
공심 화장실 청소 좀 해. 도대체 청소를 한 거야 만 거야. 냄새도 장난이 아 니구.
도경 (어이없는)
공심 그리고 우리 층 복도랑 화장실 청소는 앞으로 차비서가 해. 그 아줌마 아무래도 짤라야겠어.
도경 (기막혀 울그락 불그락 마음의 소리) 저게 미쳤나? 완전 사람을 잡네. 그래 하자. 해! 내가 하라면 못할 줄 알구. (일어나 외투 벗고 나가는)
공심 (뒷모습 보며 마음의 소리) 차도경! 우리 이제 악연의 고리를 끊자.
찬우씨 입장도 있고 제발 니 손으로 사표 쓰고 나가줘. 난 이제 과거를 모두 청산하고 찬우씨랑 새 출발 해야 하거든.
복도
복도 마대걸레로 청소하는 도경.
도경 청소가 내 주특긴 줄 모르는 모양이구나. 반짝반짝 윤까지 내줄게.
도경의 뒤쪽에서 찬영이 다가온다.
찬영 저기요~
도경 (허리 펴 찬영 보며) 어 찬영아!
찬영 (도경 발견하고 놀라) 어? 아줌마!....
도경 (표정 구겨지고) 그래. 왜?
찬영 아니예요. 연습실에 뭐 떨어져서 청소 좀 해달라고 부탁하려고 했는데 청소 아줌마 찾아서 부탁할게요.
도경 (썩소) 그래? 알았어. 금방 갈게.
찬영 (고개 숙여 인사하고 고개 갸우뚱하고 가는)
도경 (인상 구겨지며) 당당하려고 하는데 그게 잘 안되네.
청소도구 들고 연습실 쪽으로 가려는데
찬우가 두리번거리며 걸어온다.
도경 (바로 뒤돌아) 으~잰 또 여긴 왜 나타나?
찬우 (도경 알아보고) 누나!
도경 (썩소로 돌아보며) 어... 찬우야!
찬우 왜 전활 안 받어?
도경 전화했었니?
찬우 응. 근데 누나가 왜 청솔 해? 청소 아줌마 없어?
도경 그냥 내가 찝찝해서 하는 거야. 아줌마가 하는 게 영~ 맘에 안 들어
서...
찬우 (웃으며) 참 극성이네. 가자. 차 한 잔 해.
도경 (의아하게 보는)
이사장실
차 마시며 마주 앉아 얘기 나누는 도경과 찬우.
도경 (놀라) 뭐? 공심이한테 얘길 했다구?
찬우 언제까지 속일 수도 없고, 누나나 나나 떳떳해지려면 그래야한다고 생
각 했어.
(플레쉬 백)
- 공심이 혹시 찬우랑 아는 사이냐고 묻는 장면
- 청소하라고 시키는 장면
도경 (마음의 소리) 어쩐지... 심술부리는 농도가 다르다 했어.
찬우 그러니까 누나도 마샤한테 커밍아웃하고 자유로워 져. 우리가 의도해서 이렇게 된 것이 아니잖아.
복도
한숨 푹 쉬며 걸어오는 도경.
도경 찬우 입장도 그렇구 공심이 입장도 그렇구 앞으로 여길 어떻게 다니지?
그만 둬야하는 건가? 아무래도 그래야겠지? (착찹한 심정이다)
7080 카페 앞
까페 문에 ‘카페 임대합니다’ 쓴 종이 붙여있다.
봉희와 상기, 망연자실하게 서 있는데.
봉희 정말 되는 일이 없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상기 그러게. 내가 오지 말랬잖아.
그때, 용사장이 낚시 가방을 매고 나온다.
봉희와 상기, 용사장에게 살살대며 붙는다.
상기 선생님, 낚시 가세요? 짐 이리 주세요. 무겁게 이런 걸 왜 혼자 드세요, 저희 부르시지. (용사장의 짐 뺏어들며 봉희에게도 눈짓)
봉희 (용사장 손에 있는 열쇠 뺏아 들고) 문은 제가 닫겠습니다. (문 열쇠로 잠으며 ‘까페 임대합니다’ 종이 용사장 몰래 떼어 주머니에 쑤셔박는다)
용사장 취직 시켜달라고 온 거재? 느그들 아주 용을 쓰는 구마이~ 그래봤자 소용 없응께 애저녁에 정신들 차리라고. (상기에게 낚시가방 뺏어 들고 가려는데)
봉희와 상기, 용사장 앞을 막고는 넙죽 무릎 꿇고 앉는다.
상기 선생님, 저희한테 한번만 기회를 주십시오.
봉희 정말로 기회만 주신다면 죽을힘을 다해 목이 터져라 불러보겠습니다.
무대에 설 수만 있다면 선생님이 시키는 일은 뭐든지 (하는데)
용사장 (냉랭하게) 으째 껄쩍지근허네~ 그 낯짝으로 무슨 무대에 서겠다고. 쪼까 양심들은 있어야재~
상기,봉희 선생님~~~
용사장 (들은 척도 안하고 걸어가는데)
봉희와 상기, ‘선생님’ 외치며 용사장에게 따라붙는다.
단장실
도경, 앉아있는데 공심이 들어온다.
도경, 공심 앞으로 걸어가
도경 (쫄아서) 저... 단장님!
공심 (도경 보며 차갑게) 왜?
도경 할 말이 있는데요.
(시간 경과)
소파에 마주 앉아있는 공심과 도경.
도경 미안해... 그만 두라면 그만 둘게.
공심 (노려보는데)
도경 정말 미안해... 일부러 속이려 한 건 아닌데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어.
공심 (빤히 보면)
도경 하지만 너랑 찬우 잘되길 바란 건 진심이었어.
공심 좋아. 한 가지만 물어보자. 찬우씨한테 미련 남았니?
도경 아니. 절대루... 내가 니네 둘 잘 되길 얼마나 바라는데...
공심 그 말 믿어도 돼?
도경 (고개 끄덕) 니가 그만두래면 이 일 그만 둘 수도 있어.
공심 왜? 찬우씨한테 내가 그만두랬다고 말하려고?
도경 아니, 그게 아니라...
공심 아니라면 앞으로 잘해. 두고 볼테니까!
도경 (얼굴 밝아지며 손잡는) 고마워~ 공심아! 아니 단장님! (좋아서 눈물이
난다) 앞으로 잘할게. 내가 정말 잘할께!
복도
서류 들고 당당히 걸어가는 도경.
도경 그래. 나도 이제 문화의 전당 정규직 사원이다 이거야.
지나가는 직원들에게 우렁차고 당당하게 “안녕하세요.” 인사하고 지나간다.
7080 카페 앞
봉희 (지나가는 차들 세워 까페 쪽으로 들어가라 손짓하며) 사장님, 여기 분위기 죽입니다~ 한번 놀러 오시죠!!
쌩하니 지나치는 차들.
봉희와 상기, 까페 앞에서 호객질 중이다.
상기도 호객질 하지만 잡는 대로 퇴짜다.
봉희 (아가씨들 붙잡고) 언니들, 음악도 듣고 차도 마시고 술도 마시고 밥도 먹고 가재잡고 도랑치고 꿩 먹고 알 먹고 운 좋으면 님도 보고 뽕도 따고!! 한번 놀러오시죠~
까페 보고는 ‘뭐야’ 쌩하니 지나가는 아가씨들.
상기 (땡볕에 지쳐서) 야, 너 같으면 오겠냐? 나 같아도 안 오겠다.
봉희 어떡하냐? 손님이 이렇게 없어서.
상기 가겔 괜히 내놨겠냐~
봉희 (열의에 찬) 어떡해든 우리가 살려야지. 이 까페가 사는 게 우리가 사는 길이야.
상기 (바닥에 주저앉으며) 몰라, 몰라. 이러다 나 먼저 죽겠다.
7080 카페 안
봉희와 상기, 청소 중이다.
봉희, 구석구석 열심히 닦는데.
상기, 요령 피우며 대충 대충이다.
상기 (걸레 바닥에 던지며) 어떻게 해도 해도 티가 안 나냐. 봉희야, 아무래도 우리 잘 못 온 거 같다.
봉희 (열심히 걸레질하며) 열심히 해. 그러다 선생님 보면 어떡하려고.
상기 임마, 너도 대충 대충해. 닦으나 안 닦으나 그게 그건데 뭘 그렇게 용을 쓰냐. 저 양반이 웬일로 받아주나 했어, 내가. 이게 엿먹으라는 거지 뭐냐? (구시렁거리는데)
봉희, 땀 줄줄 흐르고 지친다.
잠깐 바닥에 앉아 땀 닦고 있는데 용사장 나온다.
상기, 눈치 채고 열심히 청소하는 척 하는데.
용사장 (불호령) 아따, 이 썩을 놈 보게. 구석구석 청소하랬더니 퍼질러 쳐 앉아 쉬고 있냐? (상기 보며) 상기놈 열심히 하는 거 안 보이냐.
상기, 더욱 오버해서 청소하고 있다.
봉희 (억울한) 여태 일하다가 잠깐 땀 좀 닦느라고.
용사장 낯짝도 뺀질뺀질하게 생겨가지곤 아따 하는 짓마다 뺀질뺀질허네. 얼른 일어나 일 못허냐!!
봉희 네. (열심히 걸레질 하는데)
용사장 (상기에게) 상기 너는 열심히 했으니까 여기 쪼까 앉아 쉬고 나머진 뺀질이 니가 다 해 놔라. 알겠냐?
봉희 (억울한) 네.
용사장 나가고 봉희, 원망스럽게 상기를 쳐다본다.
상기 (미안한) 너는 왜 그렇게 타이밍을 못 맞추냐? 타이밍 못 맞추는 게 내탓은 아니잖아. 안그래?
봉희, 열 받아서 박박 걸레질 하는데 띠리링 봉희의 휴대폰에 문자 알림 소리 들린다.
봉희, 휴대폰 꺼내보면 ‘아빠, 취직 추카추카 파이팅’ 정도의 선녀 문자 메시지다.
봉희 (힘내 웃으며) 으유, 내 새끼! 역시 내 새끼 밖에 없어.
상기 뭐래냐?
봉희 (문자 보여주는데)
상기 (미안한지 봉희를 도와 걸레질 하며) 우리 취직했으니까 월급 받아서 준다고하고 봉선이한테 카드 빌려서 선녀 학원부터 보내 주자. 내 월급도 보탤게.
봉희 (감격) ...고맙다, 상기야.
상기 뭐, 다 나 때문에 니가 이렇게 된 건데 뭐. 나만 아니였음 이혼도 안했을 거고... 다, 친구 잘 못 둔 죄지 뭐.
봉희 아니야, 임마. 그깟 돈이 무슨 소용이냐. 난 똑같은 상황이 와도 똑같이 했을 거야. 니가 내 옆에 있어서 내가 얼마나 든든한데.
상기 (감격) 봉희야~
봉희와 상기, 꼭 끌어안고 우정을 나누는데.
** 학원 전경 (다른 날)
** 학원 상담실
봉희, 선녀의 손을 잡고 신나서 걸어간다.
상담선생 (레벨 테스트 용지 보여주며) 나선녀 학생의 경우 저희 학원 수업을
안빠지고 열심히 받으면 충분히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을 것 같
습니다.
봉희 (눈 멀뚱 뜨고) 아, 정말요?
상담선생 수업 분위기가 궁금하시면 학생이 직접 청강하고 결정하셔도 됩니다.
봉희 그럼 청강수업 하고 괜찮으면 오늘 바로 등록하죠 뭐.
선녀 (좋아서) 아빠 정말 등록하는 거야?
봉희 그럼. (호탕하게 웃으며) 여기 카드 되죠?
선녀 (한껏 들떠서 와락 봉희 안는) 아빠. 정말 고마워. 나 진짜 열심히 해 서 아빠 꼭 호강시켜줄게.
봉희 (선녀 등 두들기며) 임마, 호강은 니 존재만으로도 이미 시켜주고 있 어. 기특한 자식.
** 학원 강의실
강사, 열심히 강의 중이고 학생들 집중해서 강의 듣고 있다.
그 중 선녀도 보인다.
창밖에서 선녀를 향해 엄지손가락 들어보이며 응원하는 봉희.
선녀, 봉희 보고 하트빔 그려 보인다.
학원 앞 포장마차
봉희, 오뎅 하나 손에 들고 먹으며 선녀를 기다리고 있다.
학원 끝나고 아이들 우르르 몰려나오고 있다.
선녀, 친구들과 수다 떨며 나오는데
봉희, 선녀를 발견하고 오뎅 든 손 반갑게 흔든다.
선녀, 친구들과 인사하고 봉희에게 온다.
봉희 (오뎅 하나 꺼내 건네며) 배 고프지?
선녀 안 먹어.
봉희 그럼 떡볶이 먹을래? (아줌마에게) 아줌마, 여기 떡볶이 1인분이요.
선녀 (짜증스럽게) 순대두.
봉희 (아줌마에게) 순대두 1인분이요~ (선녀에게) 우리 딸 공부 잘했어?
선녀 응. 근데 왜 안 갔어?
봉희 너랑 같이 들어가려구. (학원 올려다보며) 야! 자식 공부하는 거 보는 게 이렇게 좋은 건지 처음 알았다. 여기서 발길이 안 떨어지드라. 여기 우리 딸 공부하고 있어요. 막 자랑하고 싶어 입 근질거려 혼~났다.
선녀 (웃으며) 아빠두 참~
봉희 (어깨 손 올리며) 알지? 넌 내 희망이야.
선녀 아빠나 빨리 집에 들어와.
봉희 걱정 마. 쫌 만 기다려. 아빠가 멋지게 컴백 홈 할테니까
(E) 울리는 봉희의 핸드폰 벨소리.
봉희 (선녀 눈치 보며 조금 떨어진 곳으로 와) 어 공심아!
공심 집 거실
전화하는 공심.
공심 내가 괜한 오해한 거 같애. 두 사람 아무 사이도 아니야. 그러니까 너두 오해 풀라구. 그래 알았어. (끊는다. 환하게 미소 지으며) 찬우씨 마음을 확인한 마당에 도경일 견제할 필요가 뭐 있겠어. 솔직히 찬우씨 같은 초 킹카가 애 셋 딸린 이혼녀를 거들떠나 보겠어. (기지개 쫙 펴며) 드디어 장공심 인생에 꽃이 피는구나.
도경집 앞
선녀와 함께 싱글벙글 웃으며 걸어오는 봉희,
봉희 선녀, 넌 무슨 과 갈 거야?
선녀 실용음악과 들어가서 가수 돼서 돈 많이 벌 거야.
봉희 꼭 실용음악과 안 들어가도 가수는 될 수 있어. 이 아빠가 팍팍 밀어줄 테니까 일단 공부나 열심히 해서 좋은 학교 들어가.
선녀 왜 어른들은 하나 같이 똑 같이 얘기하나 몰라.
봉희 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얘기지. 아빠도 어릴 땐 너랑 똑 같이 생각했어.
선녀 아빠!
봉희 응?
선녀 아빤 우리 땜에 가수 꿈 못 이룬 거 후회 안 해?
봉희 이 세상엔 말이지.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람은 없어요. 어떤 것을 얻으면 꼭 뭔가를 잃기 마련이지. 아빠는 니들이 없는 내 인생은 생각하기도 싫 어.
선녀 그래두 난 결혼 늦게 하고 가수로 성공할 거야.
봉희 그래. 넌 엄마 아빠처럼 살지 말구. 꼭 가수로 성공해 아빠 못 이룬 꿈을 이뤄줘. 알았지?
선녀 (빵끗 웃다가 앞 보고) 엄마다.
봉희 (보면)
도경, 김치 거리 잔뜩 들고 낑낑거리며 다른 길에서 걸어온다.
봉희 (얼른 뛰어가) 뭘 이렇게 많이 샀어. (받아 든다)
도경 (팔 두들기며) 팔 아퍼 죽는지 알았네. (선녀보고) 둘이 어디 갔다 와?
선녀 엄마! 아빠가 나 학원 보내 줬다.
도경 (봉희 보고 누그러진 말투로) 어쩐 일이야?
봉희 이제부터 아빠노릇 제대로 하려구. (선녀보고) 가자 딸!
선녀 응
히히덕거리며 걸어가는 봉희와 선녀.
도경 (고맙기도 하고 보기 좋기도 해서 픽 웃는)
공심집 거실
소파에 앉아서 차 마시는 공심과 주희.
공심 내가 괜한 오해한 거 같아.
주희 거봐 내가 오해일 거라 했잖아. 차비서는 앞으로 어떡할 거야?
공심 글쎄...
주희 당분간은 냅 둬. 이 일로 짤랐다가 이사장님한테 속 좁은 사람으로 보
일 수도 있잖아?
공심 (그렇겠구나 싶은)
주희 그럼 올해 안으로 웨딩드레스 입을 일만 남았네?
공심 (기분 좋아) 참 예단 같은 건 어떻게 해야 하는 거니? 어제 그 생각하는 라 잠 한숨 못 잤어.
주희 그렇겠다. 재벌들 예단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내 친구 중에 재벌한 테 시집간 친구 있는데 알아봐 줄게.
공심 그래. 한번 알아봐 줄래?
(E) 울리는 공심의 핸드폰 벨소리.
공심 (받고 환하게 웃으며) 네 찬우씨... 네...네.. (주희 보며) 테니스요?
도경집 주방
일각에 김치통 여러 개에 배추김치 담구어 놓았다.
겉절이 만드는 도경과 봉선.
도경 (간보고 괜찮은지) 봉선아! 맛 좀 봐. (봉선 입에 넣어준다)
봉선 (김치 먹어보며) 와~ 역시 차도경표 김치 끝내준다. 난 왜 이 맛이 안
나지?
도경 살림이 하루 이틀에 느니? 이게 다 17년 노하우지.
봉선 야! 겉절이 담근 김에~ 너도 정규직 됐겠다. 봉희도 취직 했겠다.
저녁에 보쌈김치 파티나 할래?
도경 (반대하려다 생각해보니 봉희가 고맙기도 해) 그러든지.
봉선 (약간 부끄러워하며) 그리고~이왕 파티하는 김에 진섭씨도 불러.
남자 혼자 사는데 밥이나 제대로 해 먹겠어.
도경 그래! 그거 좋은 생각이네. 김치도 가져갈 겸 오라고 해야겠다.
봉선 (아싸 하는 표정)
테니스장
공심과 찬우, 진섭과 주희 편을 나눠 복식으로 테니스 시합을 하고 있다.
찬우의 강한 공격을 진섭이 막지 못해 진섭 팀이 진다.
진섭, 그 자리에 무릎 꿇고 안타까워하고
주희, 그런 진섭 못 마땅하게 내려다본다.
공심과 찬우, 하이파이브하며 좋아라하고...
찬우 오늘 저녁은 뭐 먹죠? 비싼 걸로 먹죠.
공심 그래요.
진섭 (아쉬워하며) 남자들끼리 한판만 더 해요. 2차 내기~어때요?
주희 졌으면 그만이지. 뭘 자꾸 해요.
공심 저 배고파요. 빨리 가서 저녁이나 먹어요.
찬우 오늘은 여기까지 합시다.
진섭 아~이길 수 있었는데....
(E) 울리는 진섭의 핸드폰 벨소리.
진섭 (받으며) 네. 차비서님!
찬우 (보는)
진섭 보쌈김치 파티요? 와 맛있겠다. (찬우 보며) 근데 여기 사람이 많아
서.... 못갈 것 같은데...제가 이따 김치 가지러 들를게요. 네 (끊는다) 차 비서님이 보쌈김치 파티한다고 오라시는데 안타깝다.
주희 차비서님 음식 솜씨 좋든데...
공심 걔가 원래 손 하나 까딱 안하던 앤데 어떻게 그렇게 변했나 몰라?
찬우 (잠시 생각하다가) 우리도 다 같이 가면 안 되냐고 전화 좀 너 봐요.
공심 (놀라는)
진섭 (좋아서) 그럴까요? (전화 거는)
도경집 거실 (저녁)
거실에 큰 상 두 개 펴있고, 소박하고 푸짐한 가정식 음식 차려져 있다.
봉희, 세뇨르 박 자리 잡고 앉아 수다 떨고 있고
분주히 음식 나르는 도경과 봉선.
(E) 초인종 소리.
도경 왔나보네. (문 열어주면)
공심, 찬우, 주희, 진섭 양손 가득 선물 들고 들어온다.
남자들 일어서고...
도경 차린 것도 없는데 오시라 그래서 어떡해요?
봉선 (공심 보고) 공심아 어서와.
공심 그래 오랜만이다.
봉선과 공심, 서로 끌어안고 인사한다.
공심 (차린 음식들 보며) 와 이게 니가 만든 거니?
도경 그냥 평소 먹던 밑반찬들이야.
봉희 (찬우에게 손 내밀며) 지난번엔 몰라보고 실수했습니다. 이사장님!
찬우 (악수하며) 그럴 수도 있죠. 반갑습니다.
봉희 (악수 한 손을 꼭 잡는데) 싸나이답게 화해하는 겁니다.
찬우 (악수 한 채 미소로) 그러죠.
봉선 (도경을 쿡 찌르며 작게) 야~! 이사장님 정말 멋있다. 저런 킹카를 공심 이가 사귀단 말이지? 예술이다.
도경 (떨떠름한)
(시간경과)
화기애애하게 맛있게 음식 먹고 있는 사람들.
도경, 왔다 갔다 하면서 사람들 시중들기 바쁘다.
세뇨르 박은 주희한테 시선 꽂혀있고
봉선은 진섭에게 맛있는 음식 밀어주며 진섭에게 신경 온통 가 있다.
찬우, 집안 여기 저기 둘러본다.
찬우의 시각으로 보는 집안 곳곳에는 궁색한 살림의 티가 팍 난다.
그래도 화기애애하게 찍은 가족사진이 부럽기만 하고
능숙하게 척척 일하는 도경이 마냥 짠하기만 한데....
간간히 도경과 눈이 마주치고... 서로 민망하기만 하다.
와중에 공심은 사람들과 담소 나누며 즐겁기만 한데...
도경집 대문 앞 (밤)
우르르 몰려나오는 사람들.
손님들 손에 김치통 싼 거 하나씩 들려있고...
도경 다음엔 진짜 제대로 한번 대접할게요. 오늘은 너무 갑작스러워서 아무 것도 준비 못했어요.
진섭 야~ 제대로 음식을 대접하면 얼마나 잘 차릴지 정말 기대되는데요?
세뇨르 거의 궁중 음식 수준이라 보믄 되지. 이 맛에 여길 못 떠난다니까
일동, 웃음
공심 (도경보고) 잘 먹었어. 김치 잘 먹을게.
도경 입에 맞을라나 모르겠다. 니네 엄마 김치 솜씨 반도 못 따라가.
공심 어쩜 우리 엄마 음식 솜씨랑 똑 같냐?
이렇게 서로 인사하는 분위기 속에서
찬우 (봉희에게 악수 청하며) 우리 누나 잘 부탁합니다.
봉희 걱정 마세요. (귀엽게) 처남~!
찬우 (웃는)
봉희 우리 어디 가서 (소주잔 꺾는 흉내 내며) 한잔 더 할까요?
찬우 좋죠.
포장마차 (밤)
둘이 마주앉아 술 마시는 봉희와 찬우.
봉희 (많이 취한 기색이 역력하다) 내 마누라 첫사랑이 공심이 남자라니...
하하하...
찬우 (쓰게 웃으며) 그러게요.
봉희 (한잔 쭉 들이키고 혀 꼬여서) 공심이 잘 부탁드립니다.
찬우 예. 마샤랑 아주 어릴 적부터 친구였다면서요?
봉희 네... 제 어릴 적 첫사랑... (아차 싶은)
찬우 (피식 웃는)
봉희 이렇든 저렇든 저 때문에 마음 고생 많이 했어요. 우리 공심이...
하는데 상기가 들어온다.
상기 봉희야!
봉희 (눈 희멀겋게 뜨고) 어이~ 친구!
상기 (씩 웃고 봉희 옆자리에 앉는다)
봉희 (찬우에게) 아까 말한 제 친구...
상기 안녕하세요? (인사하고 봉희에게) 누구?
봉희 (혀 꼬인 채로) 이 싸람이 누군고 하니...
찬우 (O. L) 강찬우라고 합니다. (명함 꺼내 준다)
상기 (명함 보고) 문화의 전당 이사장님이시라면 공심이가 일하는?
찬우 예.
봉희 (상기 머리 툭 치고) 얌마~ 공심이만 일하냐? 우리 마누라님도 일하신
다~
찬우 (술 한잔 주며) 한잔 하세요.
상기 (잔 받아 드는데)
봉희 (상기 잔 뺏아서 홀짝 마시고) 원샷!
상기 얌마~ 내 술을 마시면 어떡하냐?
봉희 내가 이 마당에 술을 안마시게 됐냐고오~~~ 공심이가 이 사람한테...
아니 도경이가 이 싸람한테... (눈 희멀겋게 뜨고 찬우에게) 누구세요?
찬우 (어이없어 웃는데)
상기 뭔 술을 그렇게 마셨어? (봉희 머리 툭 치고) 얌마~ 자라 자~
봉희 (고개 푹 떨구고 잠이 든다)
찬우 재밌는 분이네요.
상기 (봉희 보고) 이 자식 많이 취했나 보네. (잔 들고) 저랑 한잔 하시죠!
찬우 예. (건배한다)
상기 공심이랑 도경이... 제 어릴 적 친굽니다.
찬우 그래요?
상기 어릴 적엔 공심이가 이 놈 졸졸 따라다녔는데...
찬우 근데 다른 분이랑 결혼을...
상기 (한잔 쭉 들이키고) 사연이 깊죠. 아주...
찬우 (가만히 보며) 궁금한데요. 무슨 사연인지...
상기 그게 어떻게 된 일 인고 하니...
찬우 (진지하게 듣는)
도경집 주방 (밤)
도경 고무장갑 끼고 설거지 중이고,
봉선, 음식 그릇들 냉장고에 챙겨 넣고 있는 중이다.
도경 아유, 간만에 손님 좀 치뤘다고 설거지거리가 산만하네.
봉선 (문득 멈추고) 근데 올케!
도경 (보면) 어?
봉선 이사장님도 잘생겼지만 장선생님이란 분 정말 훈남이지?
도경 왜? 장선생님한테 관심 있어?
봉선 어... 어떻게 안 될까?
도경 안될 게 뭐 있겠어? 한번 밀어부쳐 봐.
봉선 정말? 올케가 밀어줄 거야?
도경 그래. 팍팍 밀어줄 테니 몸매 신경 좀 써라.
봉선 오케이~ (룰루랄라 몸 흔들며 신나서 그릇들 치운다)
포장마차 앞 (밤)
굳은 표정으로 뛰쳐나오는 찬우.
상기 (뒤따라 나오며) 이사장님~ 계산은 하고 가셔야죠!
뒤도 안돌아보고 빠르게 가는 찬우.
상기 (난감한 표정으로) 이사장이라면서 디게 짠돌이네. 봉희 저 자식이 지가
쏜다고 객기부린 거야? (뒤돌아 포장마차로 들어간다)
골목 (밤)
굳은 표정으로 걸어가는 찬우.
상기(E) 첫사랑 때문에 상심한 도경이를 팍 업고 가서 그날 밤에 쌍둥이를 만들
었으니... 제 친구지만 이 놈 정말 대단한 놈 아니겠습니까? 에휴, 그렇
게 결혼했는데 공심 때문에 오해받아서 이혼까지 당했으니...
분해서 입술을 잘근 깨물고 뛰어간다.
도경집 앞 (밤)
찬우, 굳은 표정으로 대문 앞에 서 있는데
스웨타 걸쳐 입은 도경이 문 열고 나오며
도경 무슨 일이야? 뭐 놓고 갔어?
찬우 왜 말 안했어요?
도경 뭐얼?
찬우 나 때문에 공연 포기하고 결혼해서 불행하게 살아온 거...
도경 (헉!)
찬우 그동안 왜 말 안했어요? 왜?
도경 이제 와서 그 말하면 무슨 소용 있다구...
찬우 누나 이혼했다면서요?
도경 (멈칫 했다가 차갑게 쏘아보며) 그게 왜? 너랑 무슨 상관이라구?
(냉정하게) 그런 말 하려면 가!
도경, 집에 들어가려고 뒤돌아서는데
찬우, 무작정 도경의 손을 잡아끌고 뒤돌아서는 데서 엔딩.
.공주가 돌아왔다↲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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