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필 무렵 1
 (남자1)  옛날에도 여기서 죽였잖여
 (남자2)  까불이 아니여?
 [사람들이 웅성댄다]
 - (남자2) 한동안 잠잠하더니만...  - (여자) 또 시작...
 [무거운 효과음]
 [나른한 음악]  [거리가 소란스럽다]
 (재영)  뭐랴?
 (귀련)  꽃집
 아, 꽃집이랴?
 먹자골목에 무슨 꽃집이랴?
 (귀련)  잉, 잉?
 잉?
 (진배)  장사나 되려나 모르겄네, 응
 옹산에서 뜨내기 쉽지 않은디?
 (찬숙)  얼굴 봤어?
 [재영의 옅은 신음]
 [아름다운 음악]
 [흥미진진한 음악]
 [당황한 신음]
 뭐, 쟤 이뻐?
 (재영)  뭘 이뻐, 이씨
 (귀련)  이쁘기는, 씨
 (찬숙)  턱주가리 단속햐
 (동백)  어, 그거는 제가 할게요, 네
 아, 감사합니다
 (귀련)  잉, 아기 엄마여  [동백의 힘주는 신음]
 [재영과 귀련의 옅은 웃음]
 [익살스러운 음악]  (재영)  새댁이네, 새댁
 - (찬숙) 새댁이 이쁘네  - (귀련) 그랴, 아이고, 참햐, 참햐
 [귀련의 옅은 웃음]
 [귀련의 탄성]
 [찬숙의 옅은 웃음]
 [승엽의 옅은 한숨]
 [승엽의 힘주는 신음]
 [옅은 한숨]
 (재영)  어디 가셔?
 (상인)  아이고, 오셨어요?
 [덕순이 구시렁거린다]
 욕하는 거 같지?
 - (귀련) 잉  - 응, 용식이 또 사고 쳤나 벼
 [재영이 호응한다]  (귀련)  사고 쳤겄지, 뭐
 (승엽)  용식이 이번에 칼 맞았대유
 (흥식)  주방은 이쪽이...
 (규태)  어, 그쪽...
 아, 저 싱크대에서 막  녹물이 나오던디, 응  [흥식이 대답한다]
 [규태의 못마땅한 숨소리]
 (동백)  건어물 창고일 때야 뭐  창문이 없어도 되지만
 이제는 창문이 하나 이렇게 있으면...
 (규태)  창문이 없기 때문에  500에 80인 거예요, 어
 그래도 이제는 좀  창문이 있어야, 너무 어두...
 (규태)  이 평수에 월세가 500에 80일 때에는
 어, 인테리어는
 셀프
 어, 그거는 이제 세입자가  어, 셀프로 하실 사안이지?
 미리 말해 두자면 나
 셀프 아주 좋아하는 건물주예요
 아, 셀프...
 (규태)  씁, 저, 근데 어떻게 그, 저기...
 바깥양반은 안 보이셔?
 저기, 관리비랑  저 싱크대 공사 얘기도 해야 되고 한데
 주말에도 출근하시나? 어
 아니, 저기 그
 공사 얘기 같은 거는  내가 바깥양반이랑 좀...
 저도 다 셀프예요
 (규태)  예?
 저하고 얘기하시면 된다고요, 다
 (보살)  왜?
 용식이 또 사고 쳤어?
 누구 팼대?
 (덕순)  갸가 깡패여?
 그, 쌀이나 던지는 척하지 말고  부적이나 하나 써 줘 봐
 뭐라고 써 줘?
 (덕순)  나 이놈의 것 좀 끊고 살게 해 달라고
 내가 이거를 20년째  장복해 오고 있다고, 지금
 (보살)  부적이야 백 장도 써 주겠지만
 팔자 도망은 무당도 못 한다고
 용식이가 옛날에 태어났으면 아주
 조선의 체제가 전복됐을 거라니까?
 너는 내 아들을
 아주 상놈이었을 거라고 생각하더라?
 용식이가 그, 싹수없는 양반 놈들
 다 때려잡았을 거라는 취지로
 (덕순)  아이고
 나가 그날 말이여
 씁, 갸한테 공과금만 내라고 안 혔어도
 운명이 달라졌을까?
 [덕순이 입소리를 쯧 낸다]  [계수기 작동음]
 [순번 알림음]
 "계미년"
 (행원)  저희 삼사분기 결산  얼마 안 남았습니다
 [긴장되는 음악]
 [시계가 째깍거린다]
 [시계 종이 뎅 울린다]
 [한숨]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전화벨이 울린다]
 (덕순)  네, 백두게장입니다
 예, 어디요?
 경찰서?
 용식이가?
 은행을요?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난다]
 [덕순이 숨을 카 내뱉는다]
 (덕순)  벨짓을 다 해야
 [문이 달칵 열린다]
 (형사)  지금 뉴스 나온다는데요?
 [TV에서 소란한 음성이 흘러나온다]  (TV 속 기자1)  무장 강도가 은행 직원들을 위협하는
 일촉즉발의 상황
 한 용감한 시민이  강도를 제압하기 시작합니다  [흥미진진한 음악]
 시민이 꺼내 든 것은 보온 도시락 통
 자칫 잘못하면 총상을 입을 수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에서도
 시민은 한 치의 물러섬 없이  강도와 대치합니다
 최후의 일격을 당한 강도가  뒤늦게 총을 겨누...
 (덕순)  아주 옹산 스라소니 납셨네, 응?
 아, 야자한대서 도시락 싸 줬지
 강도 때려잡으라고 싸 줬어?
 [강도의 아파하는 신음]
 [덕순의 분한 숨소리]
 (덕순)  아니, 그니께
 지금 나한테 은행 강도 이빨값을  해 내라는 겨?
 (변 소장)  씁, 저기, 과잉 진압이라는 게 또 참
 그, 인권 문제랄 수도 있고...
 (덕순)  야 이거 교복이유, 교복!
 기껏 고1한테 쥐어 터지고  깽값을 달랴?
 명색이 강도가?
 (변 소장)  아, 사실 저...
 또 아드님께서  명백한 열일곱 같지만은 않고...
 (덕순)  암만 강도라도
 야가 이 인상에, 잉? 이 눈깔에
 손에 보온 도시락 통을  쥐고 있었을 적에는
 자기도 알아서 몸을 사렸어야지
 아, 총까지 든 놈이  왜 고등학생한테 이빨이 털려, 잉?
 그 값을 왜 내가 해 줘야 디야?
 넌 이놈아, 이걸 왜...
 이걸 왜 처먹고 있어? 이놈아  [흥미진진한 음악]
 (덕순)  대한민국에서 말이여, 잉?  [용식이 다급하게 덕순을 부른다]
 은행 강도 임플란트 해 준 여자는  나밲엔 없을 겨!
 [용식의 아파하는 신음]  용식이는 인생이 범죄와의 전쟁이여
 아저씨
 아, 뭐, 키가 없어요?
 [남자3의 당황한 신음]  (덕순)  노상 방뇨를 하다가도
 오토바이 도둑을 잡고
 [용식의 피곤한 숨소리]
 (용식)  어?
 저, 손님, 손님!
 저기, 저, 제가 지금 뭘 좀 봐 갖고요
 저, 죄송해요
 [타이어 마찰음]  [남자4의 놀란 신음]
 (덕순)  택시를 몰다가도 해필 소매치기를 봐
 [남자5의 가쁜 숨소리]
 (용식)  어?
 아유, 집에 계셨네요
 이 전화를 하도 안 받으니께
 401호 맞죠? 예  [멀리서 개가 짖는다]
 401호 택배요
 [멀리서 개가 연신 짖는다]
 [용식의 옅은 웃음]
 웬일로 개가 엄청 짖네유
 [용식의 웃음]
 아니
 이 삼복더위에 웬 장갑을...
 [남자5의 어색한 웃음]
 본인 택배 맞아요?
 (남자5)  네
 잠깐만, 내 정신 좀 봐
 그, 본인이 김...
 - (남자5) 네  - (용식) 김아름 씨?
 (남자5)  네  [멀리서 개가 짖는다]
 - (용식) 예?  - (남자5) 예?
 [용식의 어이없는 신음]
 (용식)  '예'?
 [남자5의 분노에 찬 신음]
 [사이렌이 울린다]
 [사람들이 웅성댄다]
 [차 문이 탁 닫힌다]  (변 소장)  용식아
 112 좀 불러 줘
 [변 소장이 입소리를 쩝 낸다]
 우리가
 가까이 있어
 (용식)  아니
 내가 가니까
 [음 소거 효과음]  ...만한 새끼가 탁 나오는 거예요
 아니, 어떻게 또  그런 타이밍이 있어유?
 [음 소거 효과음]  ...만한 새끼 딱 보는데
 이게 딱 감이 구린 거유
 (변 소장)  그렇게 자그마한 녀석은 아니고
 우리도 이런 애들 잡을 땐  실탄 두어 개는 들고 나가
 [무거운 효과음]  아, 근데 네가 번번이  맨손으로 이래 버리면
 우리가 뭐가 돼야?
 멕이는 겨?
 (용식)  나
 또 상 받아요?
 [흥미진진한 음악]
 (덕순)  용식이가 뭐가 된다고?
 갸가 왜?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용식)  기냥
 기냥 보이니께 잡은 건데요?
 (기자2)  아, 예
 이, 처음 탈옥범을 마주쳤을 때  무슨 생각을 하셨어요?
 [카메라 셔터음]
 (용식)  기냥...
 별생각은 없었는데요?
 원래 제가요
 그, 막 이렇게
 생각이 많은 그런 스타일이 아니에요
 [익살스러운 음악]  기냥
 탁 보면요
 이...
 몸이 그냥 탁 튀어 나가요
 아, 저, 딱 보면?
 예, 그니께 이
 탁 보면요  [카메라 셔터음]
 (용식)  이 몸이 그냥 탁!
 (덕순)  아이고, 저놈 새끼, 저
 왜 탁탁거리고 자빠졌어?
 (용식)  탁 이 가슴팍에서 뭐가 이렇게...
 탁, 몸이 이게 탁 그냥...
 (변 소장)  그, 욕을 해야 할지 좋아해야 할지  사깔리시겄지만
 아, 좌우지간 공무원 된 거 아닙니까  [용식이 계속 말한다]
 용식이는요
 경찰 아니었으면 어디서  꼴통 짓이나 하기 십상인데, 참...
 (용식)  뭉클했쥬, 이 문이 삭 열리는데...
 (덕순)  안 바뻐유?
 - (용식) 탁...  - (덕순) 시간이 많은가 벼?
 저 월차 냈슈
 자기가 월차는 왜 내야
 (변 소장)  아, 의인의 역사는 함께해야쥬
 아, 원래 방구가 잦으면  똥이 나온다고 하잖유
 탁 눌러쓰고...
 (변 소장)  저는요
 용식이가 도시락으로  강도를 때려잡을 때부터
 오늘날을 예상했슈
 (용식)  제가 '아, 이거는'...
 아이고, 저기, 저
 우리 아들허고
 너무 친하게 지내지 말아 줘요
 (용식)  그, 프라이팬...
 기어코 서울 가 순경 허겄다고
 가서 죽어도 서울 여자 만날 거라고
 꾸역꾸역 기어 올라가더니
 장개는 못 가고  아, 왜 또 팔뚝은 꼬매?
 (덕순)  아, 왜 칼 든 놈한테 맨몸으로 뎀벼?
 걱정 말아
 임자 만나면 그 성질도 안정되니께
 (덕순)  여자?
 우리 용식이 장가가겄어?
 [보살의 머뭇거리는 신음]
 (보살)  토끼가
 용을 만나는 게 비네  [덕순의 놀라는 숨소리]
 (덕순)  아이고, 그라믄 우리 용식이가 이제  막 승천을 허겄구나!
 아주 토깽이 같은 여자를 만나는구나!
 아니, 용식이가 용을 만난다고!
 (덕순)  어? 뭐?
 용식이가 토끼여
 [익살스러운 효과음]
 니길, 낮술 혔어?
 아, 그 용이 어디 있는디?
 - (보살) 동쪽  - 지기랄, 맨날 동쪽이랴
 그놈의 동쪽은  어디 있는지도 모르겄구먼, 쯧
 (보살)  저짝
 저짝이 딱 동쪽
 [흥미로운 음악]
 [옅은 웃음]
 인사 좀 드리려고요
 여기 떡
 (찬숙)  그려도, 응?
 창문을 하나 내 달라고 해야지
 창문 없는 꽃집이 말이 돼야, 응?
 (재영)  동백꽃이 주력인가 벼?
 [찬숙이 호응한다]  아, 동백, 그, 씁...
 (재영)  근데 이 골목서 꽃집이 되려나?
 (찬숙)  아, 왜 그려?
 나는 1년에 한 번 정도는  카네이션은 사는 편이여
 잉  [재영의 웃음]
 (동백)  저희는 꽃집이 아니고...
 (찬숙)  응?
 (동백)  술집
 (재영)  어?
 저희 가게 술집이에요, 술집 '동백'
 [재영과 찬숙의 어색한 신음]
 [찬숙이 호응한다]
 (찬숙)  그, 뭐
 남편이랑 같이, 저  바깥양반이랑 뭐, 호프집 같은 거
 그런 거 하는 겨?
 어, 아니요, 혼자 해요
 혼자야?
 어, 남편은 뭐 하고 혼자야?
 (재영)  아, 프라이버시여
 [어색하게 웃으며]  남편 없어요
 (찬숙)  남편이 없어?
 아, 뭐, 갈라섰어?
 아니면 과부여?
 아니, 저 미혼이에요
 아, 처녀여?
 (찬숙)  애는 뭐여, 얘는?
 아, 조카여?
 [멋쩍게 웃으며]  아니요, 제 아들요
 [흥미로운 음악]  [동백의 옅은 웃음]
 [찬숙과 재영의 어색한 웃음]
 남편은 없는데  아들은 있을 수 있잖아요
 뭐, 그럴 수도 있잖아요
 [찬숙이 어색하게 호응한다]  (재영)  그럴 수도 있지, 응
 [아기 필구가 칭얼댄다]
 [재영의 어색한 웃음]  (동백)  놀러 오세요
 - (찬숙) 그럼, 가야지, 가야지  - 네
 (찬숙)  나도 맥주 좋아해요
 [칭얼댄다]  [사람들의 옅은 웃음]
 (찬숙)  그니께 애당초 미혼모가 무슨, 응?
 술집을 하냐는 말이여
 미혼모는 술집 허지 말래는 법이 있어?
 [칙칙 솔질하며]  그럼 과부도 게장 팔믄 안 되겄다
 나도 게장에 소주 파는디
 (덕순)  아주 꼽겄어
 (찬숙)  아니, 회장님  나는 그런 말이 아니고...
 (덕순)  냄편 있는 게 뭐 베슬이여?
 (찬숙)  아, 누가 벼슬이랴?
 (덕순)  옹산서 집에 달린 놈 있어 봐야
 [코웃음 치며]  그거 얻다 써? 주차나 시키지
 (진배)  이쪽으로...
 (찬숙)  아, 없느니보다는 낫지, 뭘
 아, 나는 틀린 말은 안 하는 사람이여
 준기야
 돈 갚아
 (덕순)  내 돈 빨리 갚아
 아주 하루속히 갚아
 [쿵 소리가 난다]  [자동차 경고음]
 [물이 첨벙댄다]
 [남자6의 힘주는 숨소리]  (동백)  아유, 감사합니다
 근데요, 사장님
 그, 양배추를  반 박스만 살 수는 없겠죠?
 (남자6)  예?
 (동백)  아...
 아니에요
 (태희)  꽃집 아니랴
 [차분한 음악]  (덕순)  옹산에 사내 있어 봐야 뭐 햐?
 범퍼나 해 먹지
 [양배추가 칼로 탁 썰린다]
 (승희)  승엽아
 장사 준비 안 하고 뭐 햐?
 [승엽의 한숨]  퍼뜩 햐
 딸들 다 줄 거면
 엄마도 나를 낳긴 왜 낳았디야?
 (찬숙)  파인애플 몇 개 팔았어?
 아유, 많이는 못 팔고  한 두어 개 팔았어
 [전광판이 직 켜진다]
 (승엽)  게장 저작권이고 상속권이고
 다 딸들 아니면 며느리 승계고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칼로 양배추를 탁탁 썬다]
 (귀련)  귀가할 때 통닭 사 와라
 (종록)  양념이지?
 (귀련)  반반
 (종록)  어
 (종록)  마누라가 직장 상사면
 일생에 퇴근이 없는 거여
 [칙 소리가 난다]
 [보글보글 끓는 소리가 난다]
 네!
 (종록)  죙일 서빙한 직장에서
 죙일 냄새 맡은 게장 놓고  술 먹고 싶어?
 아, 민중들이 어디 속 편히  술 마실 데나 있겄냐고?
 [흥미진진한 음악]
 (태희)  근데
 꽃집이 아니라데?
 [동백이 탁탁 칼질한다]
 (찬숙)  옹산서 뜨내기 배겨 나는 거 봤어?
 (재영)  석 달이나 버티면 용하지
 [천둥이 우르릉 친다]
 (동백)  옹산의 애환을 먹고 자란 까멜리아는
 그렇게 6년을 버티고
 [탁탁 소리가 연신 난다]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아유, 여보, 뭔 소리 하는 겨?
 상갓집 왔다니께?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술집 안이 소란스럽다]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온다]
 (필구)  엄마 영어 이름 뭐라고 할 거냐고
 나 이 상담 꼭 가야 돼?
 (필구)  딴 애들 엄마는 다 오는데
 또 엄마만 안 오게?
 (동백)  씁, 그, 너희 선생님  그, 아예 백인이야?
 막 생영어만 해, 그냥? 응?
 [한숨 쉬며]  엄마 이름 뭐라고 하냐고
 엄마 이름?
 다이애나
 다이애나 가자
 다이애나?
 (동백)  응
 그, 씁, 영국 여왕인데
 공주였나? 왕비였나?
 아무튼 되게 세련되고  똑똑해 보이는 여자 있어
 똑똑해 보이는
 엄마 똑똑하고 싶어?
 (진배)  동백아!
 여기 강냉이 리필 좀 해 줘!
 (동백)  네!
 (변 소장)  서울 가서 다이애나 비 만난다며?
 그 대단한 이상형은 못 만나고  왜 좌천이랴?
 왜 좌천이 되냐고, 왜?
 발령, 발령
 (용식)  좌천 아니고 발령이라고 해 주시죠
 (변 소장)  지랄허네, 이씨
 [용식이 입바람을 후 분다]  아, 경찰이 사람을 왜 쳐?
 쳐도 왜 카메라 앞에서 치냐고, 인마!
 [긴장되는 음악]
 (기자들)  이쪽 좀 봐 주세요!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기자들이 저마다 질문한다]
 - (기자3) 한 말씀 해 주시죠  - (기자4) 지금 심정이 어떠십니까?
 (기자5)  대체 여자 친구를 왜 죽이신 건가요?
 (남자7)  걔가 원래 행실이 좀 그랬어요
 걔가 맞을 짓을 했으니까  좀 때렸을 뿐이고
 [기자들의 당황한 신음]
 - (기자6) 뭐야, 뭐야, 뭐야?  - (기자7) 때린 거야, 방금?
 가라고, 이 새끼야
 아, 이제 막 치네?
 (남자7)  아, 사람을 왜 쳐요!
 (용식)  처맞을 짓을 하잖아!  [리드미컬한 음악]
 [기자들이 저마다 다급하게 말한다]
 [카메라 셔터음 효과음]
 (변 소장)  자기가 무슨  이종 격투기 선수도 아니고...
 (용식)  씁, 저는요
 [입소리를 쩝 내며]  그 니 킥에 대해서는  이, 후회를 안 해요
 (변 소장)  잉, 네 똥 굵다
 (용식)  그, 비록 서울에서  다이애나를 못 만나고 내려온 거
 그게 아쉽긴 하지만
 (변 소장)  자기가 다이애나를 왜 좋아햐?
 [용식이 숨을 카 내뱉는다]
 이, 원래 제 이상형이요
 지적이고 기품 있고
 인텔리적인 거
 그거 있잖아요  [옅은 웃음]
 (용식)  씁, 그러니까 그, 쉽게 말해서
 그, 반에서 5등 안짝 들 거 같은
 그런 느낌 있잖아요
 [변 소장의 못마땅한 숨소리]
 너 뭐 지적 허기 있냐?
 지방 쪽보다는 서울 여자, 그런 감성
 (용식)  그, 있잖아요
 (변 소장)  아, 그런 서울 여자는 못 잡고
 왜 좌천이 되냐고, 왜?
 근데 그게 이상한 게요
 이 서울에는  서울 여자만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오준)  예?
 이상하게 저는  얘기가 좀 통한다 싶으면
 지방 여자더라고요
 (변 소장)  아, 그게 뭐가 이상햐?
 서로가 서로를 알아보는 거지
 [용식의 웃음]
 (용식)  아이
 아유, 이, 이 동향 분들 앞에서
 이, 이런 말씀 드리긴  조금 저기 한데, 그
 [용식의 웃음]
 저 같은 경우는요
 다들 제가 서울 사람인 줄 알아요
 [소 울음 효과음]
 알겄고
 우리 환영회나 하러 가자
 이 옹산에도 다이애나가 있다니께
 아유, 저는 그런 여성분들 계신  그런 술집 안 간다니까요
 아이고, 거기는 그런 데가 아니라니께!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의원1)  진짜 친해?
 그냥, 뭐
 오빠 동생 하는 사이예요, 응  [규태의 옅은 웃음]
 - (의원2) 오빠?  - (의원1) 하긴
 (의원1)  노 사장이 여기 최고 VIP는 VIP지
 [의원2가 호응한다]  옹산서 시바써리 사 먹는 건
 우리 노 사장밖에 없을걸?  [규태의 웃음]
 (의원2)  그럼
 (규태)  에, 동백아
 여기 시바 한 병만 더 줘 볼래?
 그리고 저기, 있잖아, 그
 [달달 떨리는 효과음]
 그 뭐, 땅콩 같은 것 좀 없냐?
 아, 땅콩 드려요?
 (규태)  어, 여기 오늘 귀한 군 의원님들  모시고 왔는데
 뭐, 땅콩 서비스라도 한번 줘 봐 봐
 [웃음]
 (의원1)  이야, 진짜 둘이 친한가 봐?
 서비스도 막 주고
 [옅은 웃음]
 (동백)  그...
 땅콩은
 8천 원인데
 드릴게요
 [익살스러운 음악]
 응, 됐어, 가 봐
 [의원2의 헛기침]
 (의원1)  '오빠, 오빠' 한다며?
 친하다며?
 [규태의 못마땅한 숨소리]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필구)  아저씨
 (진배)  어?
 왜 남의 엄마를 동백이라 불러요?
 [멋쩍은 숨소리]
 아이, 그냥
 가게 이름이니께
 (필구)  그럼 준기네 엄마는 게장이고
 대성이네 엄마는 삼겹살이라 불러요?
 (진배)  그...
 야 왜 이러는 겨?  [진배의 어색한 웃음]
 아, 그럼 저기, 느그 엄마를  뭐라고 부르냐?
 울 엄마 여기 사장이에요
 사장님이라고 불러요
 응, 알았어, 응, 그래
 그리고 앞으로  우리 엄마한테 반말하면요
 강냉이 추가는 없어요
 (진배)  강냉이 턴다는 줄 알았네
 (남자8)  동백이 같은 맹탕헌테서
 어떻게 저런 깐돌이가 나온 겨?
 (진배)  즈그 아빠 닮았나 보지
 (TV 속 종렬)  자, 지선아
 [TV에서 발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잘 먹네
 (TV 속 종렬)  예, 예  [TV 속 종렬이 말을 더듬는다]
 마, 많이, 예, 같이 하죠
 예, 제가 도와줍니다
 [어색하게 웃으며]  예
 [어색한 웃음]
 (제시카)  [어색하게 웃으며]  빨리 말해
 (종렬)  예, 어...
 아, 아내 예쁘죠
 진짜
 어, '예쁘면 다냐?' 소리가  절로 나오게 하는 여자죠, 예
 물로 씻어 줄까?
 [작은 목소리로]  시청자 게시판에
 제시카가 먹는 척만 하고  안 먹는다는 글이 빗발친대
 [제시카가 포크를 탁 내려놓는다]
 (제시카)  꼭 먹는 거까지 찍어야 돼요?
 그냥 여기까지 찍죠
 [리드미컬한 음악]
 [카메라 셔터음]
 [제시카의 어이없는 숨소리]
 (제시카)  오빤 어떻게 그렇게 이기적이야?
 [한숨]  라면을 먹을 거면  나 엄마 집 가면 먹든가
 꼭 지금...
 계란까지 넣어서 이래야 되겠어?
 아이, 나도 뭘 먹어야 훈련을 가지
 라면 하나는 좀 먹자, 어?
 아, 진짜 이기적이야
 아, 지금 내가 이기적인 거냐?  네가 이기적인 거냐?
 네 남편 운동해
 어떻게 운동 하는 놈 집에서  밥을 못 먹게 하냐?
 내조를 바랄 거면  왜 나랑 결혼하셨어요?
 누가 내조해 달래? 그냥...
 내가 이렇게라도 차려 먹게만  좀 놔두라고
 내가 언제 너한테  밥 한번 차려 달라던?
 아, 내가 너 밥 차려 주려고 결혼했어?
 [한숨 쉬며]  아니
 넌 나랑 사진 찍으려고 결혼했지
 (종렬)  101동에서 103동 가면서 뭔 마스크냐?
 너 그 정도 아니야
 105동 사는 아이돌도  마스크 안 쓰고 다녀
 (제시카)  [한숨 쉬며]  다음 촬영 땐 미리 말해
 이렇게 갑자기 오면 나 촬영 안 해
 스태프들이 바보냐?
 너랑 나랑 별거하는 거  이미 다 눈치챘어
 (제시카)  그러니까 확실히 하라고
 뭐? 연기를?
 [짜증 섞인 한숨]
 오빠
 나 제시카야
 제시카가 뭔데?
 나 공인이야
 네가 왜 공인인데?
 내 별스타에  공인 딱지 붙은 거 못 봤어?
 [제시카가 손뼉을 딱 친다]
 내 팔로워가 7만 7천이야
 (종렬)  [한숨 쉬며]  그래
 네가 하루 종일 먹고 자고  씻는 것까지 올려 대니까
 나라도 신기해서 보겠다
 그리고
 제발 옷 좀 입고 살자
 너 그 쫄쫄이가 섹시한 줄 아나 본데
 솔직히 시꺼먼 막대 사탕 같아
 어휴, 남이야 벗든 말든
 오빠 좋으라고  벗은 거 아니니까 신경 꺼
 (제시카)  신경을 꺼야 되나, 꿈을 깨야 되나, 쯧
 [기가 찬 숨소리]
 야, 너 진짜 예쁜 게 다지? 어?
 그게 다지? 진짜로
 [레베카가 칭얼댄다]  [종렬이 레베카를 어른다]
 [제시카의 짜증 섞인 신음]
 (제시카)  걘 왜 그렇게 울어?
 걔?
 야, 얘가 남의 애냐?
 [레베카가 계속 보챈다]
 어?  [도어 록 작동음]
 [문이 쾅 닫힌다]
 [차분한 음악]
 사는 게 왜 이렇게 파삭하냐?
 왜 아직도
 뭐 이렇게 툭하면...
 아빠가 양아치다
 양아치
 [종렬의 깊은 한숨]
 (동백)  왜, 또?
 너 왜 삐졌어? 어?
 허, 참
 응?
 진짜?
 [어두운 음악]
 (시민)  까불이도 못 잡는 옹산 경찰!
 각성하라!
 (시민들)  각성하라! 각성하라! 각성하라!  [경찰들이 저마다 말한다]
 [시민들이 구호를 외친다]
 [시민들이 계속 구호를 외친다]  (용식)  왜 또 이래요?
 까불이가 또 사람 죽였어요?
 (변 소장)  까불이는 5년째 잠잠한데
 천만 영화가 터지셨잖여
 (용식)  영화요?
 (변 소장)  제목이 '까불지 마'랴
 (용식)  아, 그거?
 (변 소장)  지금이야 옹산 하면 게장이지
 아, 오륙 년 전만 해도  옹산 하면 까불이 아니었냐고
 이제야 겨우 땅값도 좀 오르고
 옹산도 게장으로  신분 세탁 좀 해 보려 그러는디
 아, 왜 이제 와서
 옹산 연쇄 살인 사건 갖고  영화를 찍냔 말이여?
 (덕순)  아니, 게장은 어떡하라고  영화를 찍냔 말이여?
 (용식)  아이, 거기서 갑자기  게장이 왜 나와, 갑자기?
 (덕순)  자기만 영화 팔아먹으면 다여?
 넘의 게장은 어떡하라고
 그, 감독 그거 아주 쌍놈의 새끼잖아?
 대체 뭔 억하심정으로다가...
 (용식)  아이고, 엄마
 그, 욕 좀 하지 말아
 그니께
 까불이 고깟 놈은 왜 여적지 못 잡냐고
 (용식)  그러게 말이여  까불이 고깟 놈을 왜 아직도 못 잡아?
 걔가 그래 봬도 고깟 놈은 아니라고
 (용식)  아니, 그 이름부터가 같잖잖어요
 아이, 뭐, 까불이가 뭐여, 까불이가?
 아, 그 사이코가  사람을 죽일 때마다 메모를 남겼다고
 까불지 말라고
 아이, 대체 뭘 까불지 말라는 건지
 가타부타도 없이 까불지 말라는 겨?
 (용식)  씁
 내가 한번 잡아 볼까?
 그, 소장님, 그 까불이 사건 파일  아직도 갖고 계시잖아요, 응?
 소장님이 그 까불이 사건 때문에  좌천되신 거니께
 좌천 아니고 발령
 (덕순)  네가 왜 까불이 파일을 봐?
 (용식)  아, 엄마
 나 몰러, 응?
 이, 내가 가는 곳마다  범죄를 종식시키는
 그 어떤 힘이 말이여
 (변 소장)  아, 됐고  [용식의 못마땅한 숨소리]
 [입소리를 쩝 내며]  영심이네 마늘밭에나 가 봐
 (용식)  영심이네 왜요?
 (용식)  응, 아유, 알았어
 [용식의 못마땅한 신음]  (덕순)  배 시리면 배탈 나
 (용식)  아이, 내가 할게, 내가  아이, 내가 할게
 아이, 어허, 거참, 진짜
 하, 쯧
 아이, 그래 갖고  밭에서 뭐가 나왔는데요?
 뭐, 돈요?
 사체?
 영심이네 누렁이가  오늘내일 새끼를 낳을 거 같아
 그거 좀 디다봐
 아니, 개가 새끼를 낳는데  내가 왜 가요?
 아이, 양계장 집 진돗개가
 영심네 누렁이를 건드려서  밴 새끼라는디
 (변 소장)  이 새끼가 양계장 집 개냐?  영심이네 개냐?
 이 첨예한 문제를 중재허란 말이여
 참 나, 더럽게 첨예하네, 진짜
 (변 소장)  어?
 너, 시방 영심이네 재산권을  무시하는 겨?
 (용식)  됐고요
 씁, 나는 기왕에 좌천된 김...
 아니, 아니, 쯧, 발령받은 김에
 까불이나 잡아 보렵니다
 [퍽 소리가 난다]  [용식의 아파하는 신음]
 (덕순)  참말로 이럴 겨? 쯧
 (용식)  아니, 그, 내가 지금 이 동네 누렁이
 출생의 비밀이나 밝히고 다닐  [배달원이 인사한다]
 그럴 때가 아니라니까요, 내가 지금?  [용식의 호응하는 신음]
 (변 소장)  아, 그럼 네가 지금 뭘 할 때인데?
 (용식)  이 까불이 정도 잡으려면
 나부터 마이애미 CSI가 돼야죠
 (변 소장)  네가 뭔 재주로 CSI가 돼야?
 너 다시 태어나도 힘들어
 (용식)  씁, 제가 이, 새로운 동네 올 때마다  꼭 가는 데가 있걸랑요?
 (변 소장)  씁, 영심이네나 가 봐
 (용식)  이, 그 동네 지식의 전당이라  할 수 있는 서점
 서점에 꼭 가걸랑요  여기 서점이 어디 있누?
 (변 소장)  네가 서점엔 왜 들락대?
 야, 소장님
 저기, 그
 헨리 워드 비처가 그랬거든요?
 '서점만큼 인간의 심성이  약해지는 곳이 어디 있단 말인가?'
 (변 소장)  너 말이여
 그, 헨리 그이가  뭐 하는 사람인 줄은 알아?
 [익살스러운 음악]  존재적으로 월등한 분이고, 쯧
 명언도 있고요
 너, 괜히 명언 같은 거  외우고 댕기고 말이여
 괜히 그, 서점이나 기웃거리고  그러지 말아
 왜요?
 [한숨]
 너 말이여
 이 머리보다는, 어?
 이 아래짝, 즉, 이 몸을 쓸 때가
 (변 소장)  훨씬 폼 나는 스타일이여
 의인, 의인 스타일
 [기가 찬 신음]
 (용식)  아, 이거 나, 참
 이, 내 입으로  이런 말 하기 좀 저기 한데, 씁
 아, 그, 사람들이요
 저 인문계 나온 줄 알아요
 가 봐
 서점
 - (변 소장) 많이 가 봐  - (용식) 어어?
 아, 진짜로
 [우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용식의 옅은 한숨]
 [옅은 한숨]
 (용식)  '오브'
 '앤드'
 [골치 아픈 한숨]
 [한숨 쉬며]  아이, 한국 놈들은  수사를 하라는 겨, 말라는 겨?
 [우아한 음악]
 (용식 방백)  헨리 그이의 말처럼
 서점이 인간의 심성을  약하게 했던 걸까?
 서점 아니라 게장집 같은 데서  그녀를 처음 봤더라면
 뭐가 달라졌을까?
 아니
 솔직히 말하면
 (동백)  '대츠 오케이'
 (용식 방백)  난 그녀가
 기냥 이뻐서 반했다
 [동백이 중얼거린다]
 [작은 목소리로]  하, 뭐야
 무슨 서점에도 변태가 다 있어?
 (동백)  무서워
 [용식의 다급한 신음]  [동백의 놀란 신음]
 (용식)  어유
 (용식 방백)  그녀의 역사적 첫 마디에  [용식의 놀란 신음]
 (용식)  '소리'
 (동백)  '대츠 오케이'
 (용식 방백)  큐피드의 화살이  내 가슴팍에 메다꽂혔다
 [아기 웃음 효과음]
 [동백의 헛웃음]
 [유쾌한 음악]
 [어색한 웃음]
 (용식)  아, 저기 저...
 (용식 방백)  내가 그녀에게 한 역사적 첫 마디는
 총각입니다, 저요
 [동백의 어색한 숨소리]
 저, 저 진짜 총각이거든요, 진짜 총각
 (용식)  저, 아유, 이 옷이...
 [용식의 어색한 웃음]
 그럴 수도 있죠
 (용식)  아, 아이
 [다급한 신음]
 아유, 그, 그
 그런 총각은 아니고요
 [어색한 웃음]
 [어이없는 웃음]
 - (용식) 아유  - (동백) 미친놈인가 보다
 (용식)  아, 저기요
 [용식의 아쉬운 신음]  [문이 달칵 닫힌다]
 [용식이 말을 버벅댄다]
 [휴대전화 진동음]
 (용식)  아유, 저...
 (동백)  응
 CEO 철학이니까 잘 들어
 노 머니에 노 서비스 아니고
 노 매너에 노 서비스야
 [탄성]
 유창하시네, 유창하셔
 (동백)  노규태엔 노 땅콩
 노규태는 이제 땅콩 없어, 영원히
 노 사장님 예약 받지 마, 응?
 [흥미로운 음악]
 [딱 소리가 난다]
 (용식)  승엽아
 저, 저기, 저 시내에
 변호사 사무실 있잖아?
 (승엽)  왜, 너 또 뭐 사고 쳤냐?
 누가 너 고소한디야?
 (용식)  그, 이...
 영어책을 때려 읽을 정도면
 최소 유학파겄지?
 유학파가 너 고소한디야?
 강필구, 공 끝까지 안 봐?
 [승엽이 구시렁거린다]  (용식)  내가 오늘 어떤 여자를 좀 봤거든?
 - (승엽) 이뻐?  - (용식) 하, 근데 이게
 영 못 올려다볼 나무 같은 거여
 - (아이) 야!  - (승엽) 이뻐?
 변호사더라고
 (승엽)  변호사?
 변호사인데 이쁜 겨?
 내가
 좀 전에 현실의 다이애나 비를  만난 거 같아
 (승엽)  다이애나 비가 너 고소한디야?
 [배트에 공이 딱 부딪힌다]
 (동백)  [어색하게 웃으며]  제가 웬만하면
 여기까지 안 오려고 했는데, 그...
 사무장님이
 씁, 전화도 통 안 받으시고
 또 외상값도 안 주시고...
 (자영 방백)  네가 동백이구나?
 [어색한 웃음]
 눈가가 참
 팽팽하시네요
 네?
 (규태)  당신, 그런 거 한  열 개씩 찍어 바르지 않아? 응?
 그, 면세점에서
 제일 양 적고, 어, 그, 비싼 거래, 어
 [규태의 헛기침]  이게 다야?
 (규태)  어?
 다야?
 (규태)  어휴, 참
 뭐, 백 같은 걸  사 왔어야 되나? 이거 참
 어휴, 쯧
 [규태가 입소리를 쩝 낸다]
 [문이 달칵 닫힌다]
 [의미심장한 음악]
 (자영 방백)  남편이 생전 처음 아이 크림을 사 왔다
 근데 100ml는 딴 데 주고
 20ml 사은품은 날 줬다
 [TV에서 뉴스가 흘러나온다]
 동백, 동백, 동백
 100ml가 누구한테 갔는지 알 거 같았다
 근데 당신
 (자영)  나 뭐 전문인지는 알아?
 나 이혼 전문 변호사야
 그래서 뭐, 하자고?
 내가 밥 먹고 매일 하는 일이
 유책 배우자 증거 수집이거든?
 (자영)  영수증부터 내비게이션 내역까지
 별게 다 추저분한 증거가 돼
 그 얘길 지금 왜 하는데?
 그냥
 당신이 나 뭐 하는 사람인 줄  까먹었나 해서
 나 노규태 와이프예요
 (동백)  네?
 [놀라며]  어머
 아, 안녕하세요
 사모님은 처음 봬서...
 내가 세입자를 따로 볼 일은 없죠
 [동백의 어색한 웃음]
 아, 저도 알았으면
 (동백)  주스라도 사 갖고 오는 건데 그걸...
 (자영)  근데
 그, 말끝을 맺을 줄 몰라요?
 - (동백) 네?  - (자영) 뭐 '했는데', '텐데'
 계속 말끝을 흐리시네?
 제가 그랬어요?  [멋쩍은 웃음]
 그, 저도 모르고 그냥...
 거봐, 지금도
 (동백)  [민망하게 웃으며]  아, 또 그랬네
 아, 죄송합니다
 그게 귀엽다고 생각하나 봐
 아니요, 아니요  저,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닌데
 [멋쩍은 신음]
 [동백의 옅은 웃음]
 우리 그이 거기 자주 가죠?
 (자영)  씁, 한 주 5일은 가는 거 같던데?
 아, 네, 그게...
 저도 술을 너무 드시는 거는  안 좋으시다고
 좀 가끔 오시라고 해도...  [자영이 호응한다]
 그래도 자꾸 간다?
 우리 그이가 왜 그럴까?
 [머뭇거린다]
 오지 마시라고 할까요?
 [헛웃음]
 아니요, 잘해 줘요
 (자영)  생글생글 친절하게
 자꾸 웃어 줘요
 그게 동백 씨 일이잖아요
 [애잔한 음악]
 본인 일 하시라고
 (동백)  근데
 그, 웃는 게 제 일은 아닌데
 [문이 우당탕 열린다]
 [사무장의 다급한 신음]
 [사무장의 당황한 신음]
 (사무장)  여기까지 와 있으면 어떡해, 응?
 아유, 밖에서 얘기합시다, 예
 [사무장의 웃음]
 - (변 소장) 저기 저, 저, 저, 저  - (용식) 아유, 아유
 - (용식) 이거 참, 감사합니다  - (변 소장) 또 시장통 사거리
 [용식의 웃음]  (변 소장)  방앗간 집 좌측버텀 갯벌 직전까지가
 아, 여그 우리 노 사장님  사유지고 말이여
 [규태의 웃음]
 (규태)  건물도 한 댓 개밖에 없는걸요, 뭘
 (변 소장)  또 여그 고종사촌 누나의  부군이 말이여
 우리 옹산 경찰서장이랑  거진 사돈지간이라고
 (용식)  아유
 씁, 근데 그  '거진 사돈지간'이라 함은 어떤...
 (변 소장)  쩝, 뭐, 하여튼
 이 동네 최고의 유지이자 실세여
 너, 인마, 옹산서 우리 노 사장님이랑
 잘 사귀어 두면 만고땡이라니께?
 (용식)  아유  [용식의 웃음]
 [용식의 호응하는 신음]  [규태의 웃음]
 씁, 아, 근데 그, 사장님이라 하면
 그, 어떤 사업 같은 거 하시나 봐요?
 내외가 사 자
 [규태의 과장된 웃음]
 (규태)  아이고, 참
 다들 저희보고  사 자 부부라고들 그래요, 네
 저희 와이프가 변호사거든요
 변호사요?
 [익살스러운 음악]  (변 소장)  아, 이짝은 말이여
 저기 저, 큰길서...
 (규태)  아, 원래 의사들 중에서도
 안과가 공부 제일로  잘해야 된다는 말이 있잖아요?
 이게 사람 눈이라는 게
 이게 보통 학식으로는  섣불리 접근을 못 하는 부위거든요
 아, 그러면...
 (규태)  예, 저는 안경사입니다
 [규태의 웃음]
 아, 예
 [입소리를 쩝 낸다]
 (용식)  씁, 그, 저기 그...  [규태가 숨을 하 내뱉는다]
 이, 인근의 변호사분들
 이, 동종업계의 분들은 이렇게
 두루두루 이렇게, 친하시고 이렇게
 - (용식) 뭐, 동료지, 동료, 그렇죠?  - (규태) 아유
 동료뿐이겠어요?
 옹산서는 4대 독자 손주 이름도
 우리 와이프한테 지어 달라고 와요
 (용식)  아이고
 [용식의 어색한 웃음]  (변 소장)  아, 여그 사모님이
 이 동네 최고 고학력자여
 [용식의 탄성]  그냥 내가 하는 말이 아니라
 남들이 하는 말이
 (규태)  어, 차기 옹산 영부인감으론  적역이라고들 하죠
 [규태의 웃음]  (변 소장)  아, 맞다
 아, 우리 노 사장님이 참
 그, 차기 군수 해 먹을 분이셔
 [규태의 웃음]  아이, 거진 정치권이여, 정치권
 내가 우리 새 식구 환영회를  한번 해 주고 싶은데
 [변 소장과 용식의 만류하는 신음]  (규태)  그러면
 정검 유착인가?
 [규태의 웃음]
 (규태)  아이참
 [애정의 못마땅한 신음]
 (애정)  아유, 뷔 줄 사람도 없는데
 목욕탕은 왜 맨날 뻔질나게 가?
 - (동백) 안녕하세요  - (찬숙) 응
 (찬숙)  동백아
 우리 동백이는 돈 많이 벌어서 좋겠다
 어저께 그, 옹산공고 총 동문회도  네 집에서 했다며?
 [동백의 멋쩍은 웃음]
 갑자기 예약이 잡혀서  저, 정신이 없어서 혼났어요
 [함께 호응한다]
 (찬숙)  갑자기 잡혔겄지
 원래 우리 집에서 하기로 했거든
 근데 내가 너한테 뺏겼네?
 (동백)  [입소리를 쩝 내며]  아...
 죄송합니다
 제가 뺏으려 그런 건 아, 아닌데...
 왜 다들 네 집만 갈까?
 우리 동백이는 뭐  특별한 비법이라도 있나?
 어...
 씁, 그냥 다들 저희 집 두루치기가  맛있다고들 하셔서...
 [호응한다]  [동백의 어색한 웃음]
 그러면 뭐, 우리 집 게장은 맛이 없나?
 그런 뜻은 아니고...  [멋쩍은 웃음]
 응, 동백아, 우리 도덕적으로 살자
 - (동백) 네  - (찬숙) 그래
 최소한, 뭐
 자식한테는 부끄럽지 않게, 응?
 "시바스"
 [문이 스르륵 여닫힌다]
 (규태)  손님도 하나 없구먼  왜 맨날 예약은 안 된단다냐, 어? 씨
 (향미)  노 매너엔 노 서비스
 노땅콩 씨 예약은 안 받는대
 뭐? 노땅콩?
 그러니까 동백 언니한테  주접 좀 작작 떨어
 땅콩에 집착하지 좀 말고
 (규태)  아유, 이게 진짜  건물주 무서운 줄 모르고, 씨
 건물주 아니라 건물주 할아비라도
 노규태는 동백이한테 안 돼
 (향미)  언니는
 하마야, 하마
 (찬숙)  그러니께 자식이  뭘 보고 배우냐는 거지, 응?
 최소한 그, 자식한테  부끄럽진 않아야 되는 거 아니겄냐?
 - (애정) 응  - (찬숙) 응?
 (동백)  저요
 (찬숙)  응
 안 부끄러워요
 (찬숙)  뭐?
 [아련한 음악]
 우리 필구한테  저 하나도 안 부끄러워요
 가난한 엄마고 아빠 없이 키워서
 뭐, 미안한 엄마긴 하지만
 부끄러운 엄마는 아니에요
 저 그런 짓 한 거는 하나도 없어요
 [긴장한 숨소리]
 아이, 혼자만 퇴근이 늦으시네
 (변 소장)  [쩝쩝거리며]  야
 새 순경 왔다고 동네 유지가  일부러 자리도 만든 건데
 아, 걔도 면이 있지, 인마
 그냥 얼굴이나 터
 [용식의 한숨]
 (용식)  아유, 아이, 그럼 뭐
 어디 뭐, 삼겹살집이나 가든가요
 아이, 나는 그, 여성분들 계신 술집  안 간다니까요
 (변 소장)  아이참
 아, 거기는 그런 데가 아니라니께!
 아이, 뭐
 아, 뭐, 뭐, 뭐, 옹산 여왕님이라며?
 (변 소장)  아이, 그건 그냥 하는 소리고
 아이, 사실은
 어디 다른 데...
 다른 데 갈 데도 없다고
 [변 소장이 방귀를 부르륵 뀐다]
 [변 소장의 후련한 숨소리]
 (용식)  아, 뭐여?
 아유, 쌌어요?
 [흥미로운 음악]  (용식)  뭘 먹냐?
 [경찰들의 대화 소리가 빠르게 감긴다]
 (용식)  여기 가, 여기, 자, 자  [변 소장이 만류한다]
 (용식 방백)  그날, 이 이상한 옹산이 아니었더라면
 내 운명이 바뀌었을까?
 (용식)  아유, 씨  [변 소장의 지친 숨소리]
 (용식 방백)  '어딜 가, 어딜 가?'
 옹산 바닥 널린 게 식당인데  갈 데가 없다는 소장님 말이
 그냥 뻥인 줄만 알았는데
 (용식)  아, 기냥 여기 가요, 여기!
 [오준의 못마땅한 신음]  (변 소장)  여기는 얘네 처형이 하는 데여
 너는 처형 앞에서
 직장 상사 소맥 말고 싶겄어?
 (용식 방백)  라는 컴플레인엔
 '그래, 오케이, 패스' 했고  [옅은 한숨]
 '그럼 저기  저 골뱅이집이나 가든가' 했더니
 거긴 막내의 장모의  계원이 하는 데랬다
 얘 거기서 술김에  첫사랑 얘기 지껄였다가
 제수씨한테 옷걸이로 맞은  전력이 있었고
 [골치 아픈 한숨]
 (변 소장)  장모에 처형에
 마누라 아는 언니에 동생에
 이, 사방이 다 프락치여
 마누라 직속 산하 기관 같은 데서
 너 같으면 술 마시고 싶겄어!
 (용식 방백)  라는 항변엔 할 말을 잃었고
 '아휴, 뭔 놈의 동네가 아직까지  씨족 사회구나'를 실감하면서
 폭풍의 눈으로 향해 갔는데  [못마땅한 신음]
 (변 소장)  그니께
 우리가 여기만 가는 데는  다 절박한 명분이 있는 거라고
 (용식)  어, 어, 어? 아유, 왜 그래요?
 (변 소장)  여기여
 우리의 중립국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변 소장)  야, 들어와, 어
 아이고
 어이?  [규태의 웃음]
 아이고, 노 사장님
 아이, 뭐, 벌써 와 계셨어?
 (규태)  아이, 공권력을 모시는데
 이게 정치권이 먼저 와 있어야지, 이게
 [규태의 웃음]
 (용식)  아휴
 뭐가 이렇게 촌시러워?
 - (규태) 앉아, 앉아...  - (변 소장) 아, 정치하시겄어!
 (규태)  아유, 일단 앉아, 앉아, 앉아  [변 소장의 웃음]
 앉으셔, 앉으셔, 앉으셔
 - (변 소장) 앉아, 앉아, 앉아  - (규태) 어, 앉아, 앉아, 앉아, 앉아
 [변 소장과 규태가 대화한다]  [칙 소리가 난다]
 (향미)  이게 왜 안 나와?  [탁탁 친다]
 [용식과 변 소장의 다급한 신음]
 [향미가 부탄가스를 탁 내리친다]  [용식의 다급한 신음]
 (변 소장)  향미야, 향미야, 향미야
 너 이러다 진짜 죽어!
 너 이거, 이거 거진 테러범이여!
 아이, 냅둬요
 자기는 오늘만 산다잖아요
 (향미)  원래 오래 살겠다고
 철마다 보신탕 먹고 찐 담배 피우고  술 빼는 아저씨들이
 교통사고로 즉사하더라고요
 [변 소장의 당황한 숨소리]  그리고 나는요
 이상하게 내가  오래 살 거 같지가 않아요
 그래서 난 그냥 오늘만 살아요
 (용식 방백)  저 부탄가스가 옹산의 여왕이란 건가?
 애는 착햐
 기냥 라이터나 조심혀
 - (용식) 예?  - 애가 도벽이 있어
 (용식)  도벽...  [딱 소리가 난다]
 (변 소장)  뭐, 대단한 건 못 훔치고
 그냥 자기 눈에 보이는 족족  자기 주머니로 들어가
 그래도 애는 착햐, 어
 [한숨 쉬며]  집에 가고 싶다
 [리드미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용식)  아이
 (향미)  손 없어요?
 (용식)  아, 아, 아
 아유, 저, 저는  저, 저 주시는 줄 알고...
 [용식의 멋쩍은 웃음]  (변 소장)  여기는 그런 데가 아니라니께
 아, 아, 아, 아니, 그...
 구, 구, 굳이 도, 동석을 하시길래
 [살짝 웃으며]  그냥 술을 좋아하는 거예요  본인이, 어
 자기 쪼대로 사는 애니께 그냥 냅둬
 술 좀 뺏어 먹다 갈 겨
 (용식)  예, 뭐, 뭐, 옹산 여왕님이시니께, 어
 [어색하게 웃으며]  뭐, 뭐든지 쪼대로, 예
 얘 아니여
 (변 소장)  요즘 촌사람들도  마냥 관대하지만은 않아
 [술병을 탁 내려놓으며]  내가 동백이보다 예쁘고 어리거든요?
 (규태)  민증 까 봐
 (변 소장)  야
 옹산 다이애나는 동백이지, 무슨...
 (향미)  씨...
 (용식)  동백...
 [출입문 종이 울린다]
 [부드러운 음악]  [구두 소리가 또각 울린다]
 (규태)  동백아, 오늘 뭐가 좋아? 낙지 괜찮여?
 아, 낙지는 별로고
 알배기가 만땅이라 '대츠 오케이'예요
 (변 소장)  옹산의 다이애나
 진짜 예쁘지?
 (용식 방백)  나의 여왕님이 옹산의 여왕님이었다
 향미야, 잠깐만
 (향미)  네
 '대츠 오케이'
 (동백)  향미야, 네 시급이 8,500원이야
 그 안에 그, 손님상에 앉아서
 병맥주를 막 숟갈로 따 줘야 되는  값이야 당연히 없지 않을까?
 나는 너를 홀 서빙 알바로 들였는데
 너는 왜 자꾸 손님상에 앉니?
 어? 여기는 그런 데가 아니라니까?
 언니, 근데요
 제가 꽁술 먹는 보너스도 없으면
 왜 시급 8,500원짜리  여기 있어야 돼요?
 [어이없는 숨소리]
 (용식)  오케이
 [잔잔한 음악]
 [화살이 탁 꽂힌다]
 (용식 방백)  나의 그녀는 변호사가 아니다
 영어 능통자도 아니다
 [화살이 탁 꽂힌다]
 근데
 나는 깨달았다
 그래서 그녀에게 반했던 건 아니란 걸
 내면의 혼돈 속에서  삐죽 떠오르는 생각은 단 하나
 '예쁜 건 팩트다'
 (용식)  저기
 혹시 과거에 이, 수도권 쪽에  사시진 않으셨는지
 [휴대전화 진동음]
 [화살이 탁 꽂힌다]
 (필구)
 (동백)
 (동백)  저...  [화살이 탁 꽂힌다]
 저는 먼저 들어가 볼게요
 (규태)  [술 취한 말투로]  어, 나 땅콩
 땅콩
 땅콩
 가기 전에 그  땅콩 서비스 한번 줘 봐 봐
 땅콩이 근데 그...
 그, 뭐, 8천 원이라고?
 (규태)  어, 그래, 저
 깡 있으면 어디 그  땅콩 8천 원 소리 한 번만 더 해 봐
 아주 내가...
 (향미)  아, 더럽게 땅콩거리네
 (규태)  까놓고 얘기해서 이 동네에서  시바써리 사 먹는 사람?
 나밖에 없어
 나밖에 없어
 내가 이 동네 유일한  양주 손님이자 건물주라고
 근데 땅콩 한 번을 안 줘  서비스를, 그거를, 쯧
 [달그락 소리가 난다]
 (동백)  사장님, 저는 먼저 들어가 볼게요
 [동백의 당황한 신음]
 아니, 저 빨리 가 봐야 되는데
 그럼 딱 반 잔만 하고 가
 (규태)  너 내 술 죽어도 안 받잖아
 (변 소장)  [술 취한 말투로]  어유, 노 사장 취했네, 취했어
 그래, 그러면
 (규태)  너 이거
 [규태가 술을 조르르 따른다]
 [술병을 탁 내려놓는다]
 이거 원샷하면 내년까지 월세 동결
 [익살스러운 음악]
 너 사실 나 무시하지?
 왜?
 군수 못 해서?
 왜?
 왜, 왜, 왜, 왜...
 (용식)  저, 저, 저, 사장님  그, 술이 좀 과하신 거 같은데요
 - (규태)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어  - (용식) 네
 월세 동결
 (동백)  여기 경찰도 다 들었어요
 [동백의 옅은 웃음]
 쩝, 술이 다네요  오늘은 한잔 꼭 하고 싶었는데
 [규태의 웃음]  [옅은 웃음]
 잘 마셨습니다
 [규태의 웃음]
 (규태)  [웃으며]  야!
 이렇게 웃으니까 얼마나 좋아, 어?
 그냥 고향 오빠다 생각을 하고
 그, 땅콩도 좀 주고, 땅콩 좀 주고
 그냥 술도 짠짠 하고  이렇게 하하 호호 그러고
 웃고 그러면 이렇게 얼마나 좋냐, 어?
 [규태의 웃음]
 [옅은 웃음]
 - 아, 근데요, 사장님  - (규태) 응
 [동백의 머뭇거리는 신음]
 (동백)  골뱅이 만 5천 원
 그리고 여기 두루치기 만 2천 원
 여기 뿔소라가 8천 원
 이 안에 제 손목값이랑  웃음값은 없는 거예요
 (규태)  뭐?
 저는
 술만 팔아요
 그러니까 여기서 살 수 있는 건
 딱 술
 술뿐이에요
 [무거운 효과음]
 [우아한 음악]
 [규태의 술 취한 숨소리]
 (변 소장)  아유, 괜찮아, 나
 (향미)  오빠
 오빠!
 이거 8만 5천 원인데?  9만 3천 원 나왔다니까?
 (규태)  땅콩 8천 원은
 나 못 줘
 (향미)  아, 땅콩 못 먹고 살았어?
 내가 아까 분명히 얘기했지, 어?  땅콩 서비스로 달라고
 그런데 왜 계산서에 올리냐고
 (규태)  난 안 줘, 못 줘! 나는
 [향미의 짜증 섞인 숨소리]  (동백)  향미야
 어, 동백아!
 어, 나 아주 뒤끝 센 놈이야
 이거, 이거라도 받으려면 받고
 (규태)  어, 말려면 뭐, 말, 말든가
 [향미의 한숨]
 (동백)  감사합니다, 사장님
 살펴 가세요
 [향미의 기가 찬 숨소리]
 - (변 소장) 어유, 참, 우리 노 사장님  - (규태) 아휴
 - (변 소장) 약주가 과하셨어, 어?  - (규태) 그게...
 [문이 스르륵 닫힌다]  (규태)  그게 아니라고
 땅콩이 문제가 아니라
 나는 저 좋으라고  현금을 내는 사람입니다
 - (용식) 사장님  - (규태) 현금을 내는 사람이야
 (변 소장)  아, 열심히 사는 애한테 왜 그러셔?
 (규태)  이거 이거 땅콩의 문제가 아니라  가슴의 문제라고요
 - (용식) 저기요  - (규태) 나는 원래
 (규태)  좋아하면 고무줄 끊어요  [변 소장의 호응하는 신음]
 누가 자기보고  뭐, 연애를 하자 그랬나?
 그냥 친하게나 지내자는 거지
 [규태의 못마땅한 한숨]  (용식)  저기요!
 (규태)  맨날 나만 미워하고, 어휴
 8천 원 줘요
 [규태의 의아한 신음]  (용식)  8천 원 달라고!
 동백 씨 8천 원 달라고요!
 (변 소장)  씁, 너도 취했냐? 어?  [규태의 한숨]
 얜 또 왜 이랴!
 (규태)  동백이가 사람 물로 보니까
 이게 동네 순경 나리까지  사람 불편하게 하시네!
 잔소리하지 말고 빨리 8천 원 주라고요
 (규태)  못 줘  [변 소장의 못마땅한 숨소리]
 안 줘! 씨
 [익살스러운 음악]
 지금 8천 원 주면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요
 [규태의 비웃음]
 (규태)  [웃으며]  아, 아유, 무서워
 아유, 무서워, 아유, 무서워! 새끼야
 그러면 그 뭐, 어, 안 주면 어쩔 건데?
 안 주면 어쩔 건데?  뭐, 안 주면 어쩔 건데?
 - (변 소장) 아니, 노 사장 왜 이랴?  - (규태) 안 주면...
 (변 소장)  이러면 아니 되제  [규태가 씩씩거린다]
 [규태가 혀를 쯧 찬다]  야, 너
 너...
 너 주먹 안 펴?
 [흥미진진한 음악]  이게...
 [규태의 못마땅한 신음]  또 눈깔은 또 왜 이랴, 이거?
 (규태)  주먹 쥐고 입술도 아주 악물었네, 어
 아주 사람 치겄어
 에이, 치셔, 어, 어
 어이, 치셔, 치셔!
 여기, 여기 치셔, 치셔
 치셔!
 [날렵한 효과음]  [규태의 아파하는 신음]
 [규태의 괴로워하는 신음]
 [규태의 힘 풀린 신음]  (규태)  아이고
 (변 소장)  너, 이...
 너...
 그거 도, 도로 안 넣어 놔?
 이거 거진 소매치기여
 (규태)  너 지금
 현직 순경이  차기 군수 지갑을 훔쳐 갔어?
 (용식)  아이씨
 (규태)  야, 너 이거 완전 뻑치기야, 이거
 야! 너 이거 뻑치기다!
 (동백)  늦어서 미안해
 어, 엄마 만두 사 갖고 갈게
 어
 [음산한 음악]
 (용식)  동백 씨!
 [동백의 놀라는 숨소리]
 [헐떡이며]  잠깐만요, 잠깐만요!
 [용식의 가쁜 숨소리]
 [동백의 당황한 웃음]
 [용식의 가쁜 숨소리]
 땅콩값요
 (동백)  네?
 아, 이거, 저... 이거, 이거, 저
 이거 노규태 지갑에서 나온 거예요
 [놀란 숨소리]
 이거를 왜...
 (용식)  아휴, 이, 이...
 당연히 받으셔야죠
 [옅은 웃음]
 (동백)  어...
 [웃으며]  그, 근데 이거 주시러 오신 거예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예
 감사합니다
 근데 순경님이 왜 이걸...
 아, 저 황용식입니다, 황용식이
 아, 네
 저, 되게 이쁘신 줄만 알았어요
 - (동백) 네?  - (용식) 그, 기냥
 되게 이쁘신 줄만 알았는데
 [용식의 탄성]
 (용식)  되게 멋지시네요
 [동백의 멋쩍은 웃음]
 (동백)  제가요?
 그 아까 '땅콩은 8천 원' 하실 때부터
 팬 돼 버렸습니다
 [당황한 웃음]  [유쾌한 음악]
 (동백)  아...
 술 많이 하셨어요?
 아, 그 진짜, 아, 다 모르겄고 그냥
 [숨을 하 내뱉는다]
 저 내일도 와도 돼요?
 네?
 네, 뭐, 그러시죠
 내일도 오고 모레도 올 거 같아요
 (동백 방백)  별 이상한 놈이 나타났다
 (용식)  저기, 기냥요, 기냥...
 맨날 오고 싶을 거 같아요
 그래도 돼요? 되죠?
 [반짝이는 효과음]
 [용식의 옅은 웃음]
 [전광판이 지직거린다]
 [탁 켜진다]
 [사이렌이 울린다]
 [무거운 효과음]
 [의미심장한 음악]
 [울먹인다]
 [부드러운 음악]
 (동백)  제가 제일 쪽팔릴 때만  그쪽한테 다 들키는 거 같은데
 괜히 제 일에 끼지 마세요
 (규태)  나 법대로 하렵니다, 법대로!
 (용식)  내가 보호자면
 댁은 지금 뒤졌어
 (동백)  너도 이제 막  아빠 궁금하고 그럴 때야?
 (필구)  별로
 (동백)  아니, 왜 남의 애한테  오락 밑천을 대주고 그래요?
 (찬숙)  동백아!
 너 지금 향미가 이 동네에서
 어떤 일을 벌이고 다니는지 넌 아니?
 (동백)  어떨 때 사람들이 나한테 너무
 너무 막 해
 (용식)  우리 저거 해요, 저거 그...
 동백 씨랑 필구 편  대놓고 들어도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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