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필 무렵 1
(남자1) 옛날에도 여기서 죽였잖여
(남자2) 까불이 아니여?
[사람들이 웅성댄다]
- (남자2) 한동안 잠잠하더니만... - (여자) 또 시작...
[무거운 효과음]
[나른한 음악] [거리가 소란스럽다]
(재영) 뭐랴?
(귀련) 꽃집
아, 꽃집이랴?
먹자골목에 무슨 꽃집이랴?
(귀련) 잉, 잉?
잉?
(진배) 장사나 되려나 모르겄네, 응
옹산에서 뜨내기 쉽지 않은디?
(찬숙) 얼굴 봤어?
[재영의 옅은 신음]
[아름다운 음악]
[흥미진진한 음악]
[당황한 신음]
뭐, 쟤 이뻐?
(재영) 뭘 이뻐, 이씨
(귀련) 이쁘기는, 씨
(찬숙) 턱주가리 단속햐
(동백) 어, 그거는 제가 할게요, 네
아, 감사합니다
(귀련) 잉, 아기 엄마여 [동백의 힘주는 신음]
[재영과 귀련의 옅은 웃음]
[익살스러운 음악] (재영) 새댁이네, 새댁
- (찬숙) 새댁이 이쁘네 - (귀련) 그랴, 아이고, 참햐, 참햐
[귀련의 옅은 웃음]
[귀련의 탄성]
[찬숙의 옅은 웃음]
[승엽의 옅은 한숨]
[승엽의 힘주는 신음]
[옅은 한숨]
(재영) 어디 가셔?
(상인) 아이고, 오셨어요?
[덕순이 구시렁거린다]
욕하는 거 같지?
- (귀련) 잉 - 응, 용식이 또 사고 쳤나 벼
[재영이 호응한다] (귀련) 사고 쳤겄지, 뭐
(승엽) 용식이 이번에 칼 맞았대유
(흥식) 주방은 이쪽이...
(규태) 어, 그쪽...
아, 저 싱크대에서 막 녹물이 나오던디, 응 [흥식이 대답한다]
[규태의 못마땅한 숨소리]
(동백) 건어물 창고일 때야 뭐 창문이 없어도 되지만
이제는 창문이 하나 이렇게 있으면...
(규태) 창문이 없기 때문에 500에 80인 거예요, 어
그래도 이제는 좀 창문이 있어야, 너무 어두...
(규태) 이 평수에 월세가 500에 80일 때에는
어, 인테리어는
셀프
어, 그거는 이제 세입자가 어, 셀프로 하실 사안이지?
미리 말해 두자면 나
셀프 아주 좋아하는 건물주예요
아, 셀프...
(규태) 씁, 저, 근데 어떻게 그, 저기...
바깥양반은 안 보이셔?
저기, 관리비랑 저 싱크대 공사 얘기도 해야 되고 한데
주말에도 출근하시나? 어
아니, 저기 그
공사 얘기 같은 거는 내가 바깥양반이랑 좀...
저도 다 셀프예요
(규태) 예?
저하고 얘기하시면 된다고요, 다
(보살) 왜?
용식이 또 사고 쳤어?
누구 팼대?
(덕순) 갸가 깡패여?
그, 쌀이나 던지는 척하지 말고 부적이나 하나 써 줘 봐
뭐라고 써 줘?
(덕순) 나 이놈의 것 좀 끊고 살게 해 달라고
내가 이거를 20년째 장복해 오고 있다고, 지금
(보살) 부적이야 백 장도 써 주겠지만
팔자 도망은 무당도 못 한다고
용식이가 옛날에 태어났으면 아주
조선의 체제가 전복됐을 거라니까?
너는 내 아들을
아주 상놈이었을 거라고 생각하더라?
용식이가 그, 싹수없는 양반 놈들
다 때려잡았을 거라는 취지로
(덕순) 아이고
나가 그날 말이여
씁, 갸한테 공과금만 내라고 안 혔어도
운명이 달라졌을까?
[덕순이 입소리를 쯧 낸다] [계수기 작동음]
[순번 알림음]
"계미년"
(행원) 저희 삼사분기 결산 얼마 안 남았습니다
[긴장되는 음악]
[시계가 째깍거린다]
[시계 종이 뎅 울린다]
[한숨]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전화벨이 울린다]
(덕순) 네, 백두게장입니다
예, 어디요?
경찰서?
용식이가?
은행을요?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난다]
[덕순이 숨을 카 내뱉는다]
(덕순) 벨짓을 다 해야
[문이 달칵 열린다]
(형사) 지금 뉴스 나온다는데요?
[TV에서 소란한 음성이 흘러나온다] (TV 속 기자1) 무장 강도가 은행 직원들을 위협하는
일촉즉발의 상황
한 용감한 시민이 강도를 제압하기 시작합니다 [흥미진진한 음악]
시민이 꺼내 든 것은 보온 도시락 통
자칫 잘못하면 총상을 입을 수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에서도
시민은 한 치의 물러섬 없이 강도와 대치합니다
최후의 일격을 당한 강도가 뒤늦게 총을 겨누...
(덕순) 아주 옹산 스라소니 납셨네, 응?
아, 야자한대서 도시락 싸 줬지
강도 때려잡으라고 싸 줬어?
[강도의 아파하는 신음]
[덕순의 분한 숨소리]
(덕순) 아니, 그니께
지금 나한테 은행 강도 이빨값을 해 내라는 겨?
(변 소장) 씁, 저기, 과잉 진압이라는 게 또 참
그, 인권 문제랄 수도 있고...
(덕순) 야 이거 교복이유, 교복!
기껏 고1한테 쥐어 터지고 깽값을 달랴?
명색이 강도가?
(변 소장) 아, 사실 저...
또 아드님께서 명백한 열일곱 같지만은 않고...
(덕순) 암만 강도라도
야가 이 인상에, 잉? 이 눈깔에
손에 보온 도시락 통을 쥐고 있었을 적에는
자기도 알아서 몸을 사렸어야지
아, 총까지 든 놈이 왜 고등학생한테 이빨이 털려, 잉?
그 값을 왜 내가 해 줘야 디야?
넌 이놈아, 이걸 왜...
이걸 왜 처먹고 있어? 이놈아 [흥미진진한 음악]
(덕순) 대한민국에서 말이여, 잉? [용식이 다급하게 덕순을 부른다]
은행 강도 임플란트 해 준 여자는 나밲엔 없을 겨!
[용식의 아파하는 신음] 용식이는 인생이 범죄와의 전쟁이여
아저씨
아, 뭐, 키가 없어요?
[남자3의 당황한 신음] (덕순) 노상 방뇨를 하다가도
오토바이 도둑을 잡고
[용식의 피곤한 숨소리]
(용식) 어?
저, 손님, 손님!
저기, 저, 제가 지금 뭘 좀 봐 갖고요
저, 죄송해요
[타이어 마찰음] [남자4의 놀란 신음]
(덕순) 택시를 몰다가도 해필 소매치기를 봐
[남자5의 가쁜 숨소리]
(용식) 어?
아유, 집에 계셨네요
이 전화를 하도 안 받으니께
401호 맞죠? 예 [멀리서 개가 짖는다]
401호 택배요
[멀리서 개가 연신 짖는다]
[용식의 옅은 웃음]
웬일로 개가 엄청 짖네유
[용식의 웃음]
아니
이 삼복더위에 웬 장갑을...
[남자5의 어색한 웃음]
본인 택배 맞아요?
(남자5) 네
잠깐만, 내 정신 좀 봐
그, 본인이 김...
- (남자5) 네 - (용식) 김아름 씨?
(남자5) 네 [멀리서 개가 짖는다]
- (용식) 예? - (남자5) 예?
[용식의 어이없는 신음]
(용식) '예'?
[남자5의 분노에 찬 신음]
[사이렌이 울린다]
[사람들이 웅성댄다]
[차 문이 탁 닫힌다] (변 소장) 용식아
112 좀 불러 줘
[변 소장이 입소리를 쩝 낸다]
우리가
가까이 있어
(용식) 아니
내가 가니까
[음 소거 효과음] ...만한 새끼가 탁 나오는 거예요
아니, 어떻게 또 그런 타이밍이 있어유?
[음 소거 효과음] ...만한 새끼 딱 보는데
이게 딱 감이 구린 거유
(변 소장) 그렇게 자그마한 녀석은 아니고
우리도 이런 애들 잡을 땐 실탄 두어 개는 들고 나가
[무거운 효과음] 아, 근데 네가 번번이 맨손으로 이래 버리면
우리가 뭐가 돼야?
멕이는 겨?
(용식) 나
또 상 받아요?
[흥미진진한 음악]
(덕순) 용식이가 뭐가 된다고?
갸가 왜?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용식) 기냥
기냥 보이니께 잡은 건데요?
(기자2) 아, 예
이, 처음 탈옥범을 마주쳤을 때 무슨 생각을 하셨어요?
[카메라 셔터음]
(용식) 기냥...
별생각은 없었는데요?
원래 제가요
그, 막 이렇게
생각이 많은 그런 스타일이 아니에요
[익살스러운 음악] 기냥
탁 보면요
이...
몸이 그냥 탁 튀어 나가요
아, 저, 딱 보면?
예, 그니께 이
탁 보면요 [카메라 셔터음]
(용식) 이 몸이 그냥 탁!
(덕순) 아이고, 저놈 새끼, 저
왜 탁탁거리고 자빠졌어?
(용식) 탁 이 가슴팍에서 뭐가 이렇게...
탁, 몸이 이게 탁 그냥...
(변 소장) 그, 욕을 해야 할지 좋아해야 할지 사깔리시겄지만
아, 좌우지간 공무원 된 거 아닙니까 [용식이 계속 말한다]
용식이는요
경찰 아니었으면 어디서 꼴통 짓이나 하기 십상인데, 참...
(용식) 뭉클했쥬, 이 문이 삭 열리는데...
(덕순) 안 바뻐유?
- (용식) 탁... - (덕순) 시간이 많은가 벼?
저 월차 냈슈
자기가 월차는 왜 내야
(변 소장) 아, 의인의 역사는 함께해야쥬
아, 원래 방구가 잦으면 똥이 나온다고 하잖유
탁 눌러쓰고...
(변 소장) 저는요
용식이가 도시락으로 강도를 때려잡을 때부터
오늘날을 예상했슈
(용식) 제가 '아, 이거는'...
아이고, 저기, 저
우리 아들허고
너무 친하게 지내지 말아 줘요
(용식) 그, 프라이팬...
기어코 서울 가 순경 허겄다고
가서 죽어도 서울 여자 만날 거라고
꾸역꾸역 기어 올라가더니
장개는 못 가고 아, 왜 또 팔뚝은 꼬매?
(덕순) 아, 왜 칼 든 놈한테 맨몸으로 뎀벼?
걱정 말아
임자 만나면 그 성질도 안정되니께
(덕순) 여자?
우리 용식이 장가가겄어?
[보살의 머뭇거리는 신음]
(보살) 토끼가
용을 만나는 게 비네 [덕순의 놀라는 숨소리]
(덕순) 아이고, 그라믄 우리 용식이가 이제 막 승천을 허겄구나!
아주 토깽이 같은 여자를 만나는구나!
아니, 용식이가 용을 만난다고!
(덕순) 어? 뭐?
용식이가 토끼여
[익살스러운 효과음]
니길, 낮술 혔어?
아, 그 용이 어디 있는디?
- (보살) 동쪽 - 지기랄, 맨날 동쪽이랴
그놈의 동쪽은 어디 있는지도 모르겄구먼, 쯧
(보살) 저짝
저짝이 딱 동쪽
[흥미로운 음악]
[옅은 웃음]
인사 좀 드리려고요
여기 떡
(찬숙) 그려도, 응?
창문을 하나 내 달라고 해야지
창문 없는 꽃집이 말이 돼야, 응?
(재영) 동백꽃이 주력인가 벼?
[찬숙이 호응한다] 아, 동백, 그, 씁...
(재영) 근데 이 골목서 꽃집이 되려나?
(찬숙) 아, 왜 그려?
나는 1년에 한 번 정도는 카네이션은 사는 편이여
잉 [재영의 웃음]
(동백) 저희는 꽃집이 아니고...
(찬숙) 응?
(동백) 술집
(재영) 어?
저희 가게 술집이에요, 술집 '동백'
[재영과 찬숙의 어색한 신음]
[찬숙이 호응한다]
(찬숙) 그, 뭐
남편이랑 같이, 저 바깥양반이랑 뭐, 호프집 같은 거
그런 거 하는 겨?
어, 아니요, 혼자 해요
혼자야?
어, 남편은 뭐 하고 혼자야?
(재영) 아, 프라이버시여
[어색하게 웃으며] 남편 없어요
(찬숙) 남편이 없어?
아, 뭐, 갈라섰어?
아니면 과부여?
아니, 저 미혼이에요
아, 처녀여?
(찬숙) 애는 뭐여, 얘는?
아, 조카여?
[멋쩍게 웃으며] 아니요, 제 아들요
[흥미로운 음악] [동백의 옅은 웃음]
[찬숙과 재영의 어색한 웃음]
남편은 없는데 아들은 있을 수 있잖아요
뭐, 그럴 수도 있잖아요
[찬숙이 어색하게 호응한다] (재영) 그럴 수도 있지, 응
[아기 필구가 칭얼댄다]
[재영의 어색한 웃음] (동백) 놀러 오세요
- (찬숙) 그럼, 가야지, 가야지 - 네
(찬숙) 나도 맥주 좋아해요
[칭얼댄다] [사람들의 옅은 웃음]
(찬숙) 그니께 애당초 미혼모가 무슨, 응?
술집을 하냐는 말이여
미혼모는 술집 허지 말래는 법이 있어?
[칙칙 솔질하며] 그럼 과부도 게장 팔믄 안 되겄다
나도 게장에 소주 파는디
(덕순) 아주 꼽겄어
(찬숙) 아니, 회장님 나는 그런 말이 아니고...
(덕순) 냄편 있는 게 뭐 베슬이여?
(찬숙) 아, 누가 벼슬이랴?
(덕순) 옹산서 집에 달린 놈 있어 봐야
[코웃음 치며] 그거 얻다 써? 주차나 시키지
(진배) 이쪽으로...
(찬숙) 아, 없느니보다는 낫지, 뭘
아, 나는 틀린 말은 안 하는 사람이여
준기야
돈 갚아
(덕순) 내 돈 빨리 갚아
아주 하루속히 갚아
[쿵 소리가 난다] [자동차 경고음]
[물이 첨벙댄다]
[남자6의 힘주는 숨소리] (동백) 아유, 감사합니다
근데요, 사장님
그, 양배추를 반 박스만 살 수는 없겠죠?
(남자6) 예?
(동백) 아...
아니에요
(태희) 꽃집 아니랴
[차분한 음악] (덕순) 옹산에 사내 있어 봐야 뭐 햐?
범퍼나 해 먹지
[양배추가 칼로 탁 썰린다]
(승희) 승엽아
장사 준비 안 하고 뭐 햐?
[승엽의 한숨] 퍼뜩 햐
딸들 다 줄 거면
엄마도 나를 낳긴 왜 낳았디야?
(찬숙) 파인애플 몇 개 팔았어?
아유, 많이는 못 팔고 한 두어 개 팔았어
[전광판이 직 켜진다]
(승엽) 게장 저작권이고 상속권이고
다 딸들 아니면 며느리 승계고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칼로 양배추를 탁탁 썬다]
(귀련) 귀가할 때 통닭 사 와라
(종록) 양념이지?
(귀련) 반반
(종록) 어
(종록) 마누라가 직장 상사면
일생에 퇴근이 없는 거여
[칙 소리가 난다]
[보글보글 끓는 소리가 난다]
네!
(종록) 죙일 서빙한 직장에서
죙일 냄새 맡은 게장 놓고 술 먹고 싶어?
아, 민중들이 어디 속 편히 술 마실 데나 있겄냐고?
[흥미진진한 음악]
(태희) 근데
꽃집이 아니라데?
[동백이 탁탁 칼질한다]
(찬숙) 옹산서 뜨내기 배겨 나는 거 봤어?
(재영) 석 달이나 버티면 용하지
[천둥이 우르릉 친다]
(동백) 옹산의 애환을 먹고 자란 까멜리아는
그렇게 6년을 버티고
[탁탁 소리가 연신 난다]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아유, 여보, 뭔 소리 하는 겨?
상갓집 왔다니께?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술집 안이 소란스럽다]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온다]
(필구) 엄마 영어 이름 뭐라고 할 거냐고
나 이 상담 꼭 가야 돼?
(필구) 딴 애들 엄마는 다 오는데
또 엄마만 안 오게?
(동백) 씁, 그, 너희 선생님 그, 아예 백인이야?
막 생영어만 해, 그냥? 응?
[한숨 쉬며] 엄마 이름 뭐라고 하냐고
엄마 이름?
다이애나
다이애나 가자
다이애나?
(동백) 응
그, 씁, 영국 여왕인데
공주였나? 왕비였나?
아무튼 되게 세련되고 똑똑해 보이는 여자 있어
똑똑해 보이는
엄마 똑똑하고 싶어?
(진배) 동백아!
여기 강냉이 리필 좀 해 줘!
(동백) 네!
(변 소장) 서울 가서 다이애나 비 만난다며?
그 대단한 이상형은 못 만나고 왜 좌천이랴?
왜 좌천이 되냐고, 왜?
발령, 발령
(용식) 좌천 아니고 발령이라고 해 주시죠
(변 소장) 지랄허네, 이씨
[용식이 입바람을 후 분다] 아, 경찰이 사람을 왜 쳐?
쳐도 왜 카메라 앞에서 치냐고, 인마!
[긴장되는 음악]
(기자들) 이쪽 좀 봐 주세요!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기자들이 저마다 질문한다]
- (기자3) 한 말씀 해 주시죠 - (기자4) 지금 심정이 어떠십니까?
(기자5) 대체 여자 친구를 왜 죽이신 건가요?
(남자7) 걔가 원래 행실이 좀 그랬어요
걔가 맞을 짓을 했으니까 좀 때렸을 뿐이고
[기자들의 당황한 신음]
- (기자6) 뭐야, 뭐야, 뭐야? - (기자7) 때린 거야, 방금?
가라고, 이 새끼야
아, 이제 막 치네?
(남자7) 아, 사람을 왜 쳐요!
(용식) 처맞을 짓을 하잖아! [리드미컬한 음악]
[기자들이 저마다 다급하게 말한다]
[카메라 셔터음 효과음]
(변 소장) 자기가 무슨 이종 격투기 선수도 아니고...
(용식) 씁, 저는요
[입소리를 쩝 내며] 그 니 킥에 대해서는 이, 후회를 안 해요
(변 소장) 잉, 네 똥 굵다
(용식) 그, 비록 서울에서 다이애나를 못 만나고 내려온 거
그게 아쉽긴 하지만
(변 소장) 자기가 다이애나를 왜 좋아햐?
[용식이 숨을 카 내뱉는다]
이, 원래 제 이상형이요
지적이고 기품 있고
인텔리적인 거
그거 있잖아요 [옅은 웃음]
(용식) 씁, 그러니까 그, 쉽게 말해서
그, 반에서 5등 안짝 들 거 같은
그런 느낌 있잖아요
[변 소장의 못마땅한 숨소리]
너 뭐 지적 허기 있냐?
지방 쪽보다는 서울 여자, 그런 감성
(용식) 그, 있잖아요
(변 소장) 아, 그런 서울 여자는 못 잡고
왜 좌천이 되냐고, 왜?
근데 그게 이상한 게요
이 서울에는 서울 여자만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오준) 예?
이상하게 저는 얘기가 좀 통한다 싶으면
지방 여자더라고요
(변 소장) 아, 그게 뭐가 이상햐?
서로가 서로를 알아보는 거지
[용식의 웃음]
(용식) 아이
아유, 이, 이 동향 분들 앞에서
이, 이런 말씀 드리긴 조금 저기 한데, 그
[용식의 웃음]
저 같은 경우는요
다들 제가 서울 사람인 줄 알아요
[소 울음 효과음]
알겄고
우리 환영회나 하러 가자
이 옹산에도 다이애나가 있다니께
아유, 저는 그런 여성분들 계신 그런 술집 안 간다니까요
아이고, 거기는 그런 데가 아니라니께!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의원1) 진짜 친해?
그냥, 뭐
오빠 동생 하는 사이예요, 응 [규태의 옅은 웃음]
- (의원2) 오빠? - (의원1) 하긴
(의원1) 노 사장이 여기 최고 VIP는 VIP지
[의원2가 호응한다] 옹산서 시바써리 사 먹는 건
우리 노 사장밖에 없을걸? [규태의 웃음]
(의원2) 그럼
(규태) 에, 동백아
여기 시바 한 병만 더 줘 볼래?
그리고 저기, 있잖아, 그
[달달 떨리는 효과음]
그 뭐, 땅콩 같은 것 좀 없냐?
아, 땅콩 드려요?
(규태) 어, 여기 오늘 귀한 군 의원님들 모시고 왔는데
뭐, 땅콩 서비스라도 한번 줘 봐 봐
[웃음]
(의원1) 이야, 진짜 둘이 친한가 봐?
서비스도 막 주고
[옅은 웃음]
(동백) 그...
땅콩은
8천 원인데
드릴게요
[익살스러운 음악]
응, 됐어, 가 봐
[의원2의 헛기침]
(의원1) '오빠, 오빠' 한다며?
친하다며?
[규태의 못마땅한 숨소리]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필구) 아저씨
(진배) 어?
왜 남의 엄마를 동백이라 불러요?
[멋쩍은 숨소리]
아이, 그냥
가게 이름이니께
(필구) 그럼 준기네 엄마는 게장이고
대성이네 엄마는 삼겹살이라 불러요?
(진배) 그...
야 왜 이러는 겨? [진배의 어색한 웃음]
아, 그럼 저기, 느그 엄마를 뭐라고 부르냐?
울 엄마 여기 사장이에요
사장님이라고 불러요
응, 알았어, 응, 그래
그리고 앞으로 우리 엄마한테 반말하면요
강냉이 추가는 없어요
(진배) 강냉이 턴다는 줄 알았네
(남자8) 동백이 같은 맹탕헌테서
어떻게 저런 깐돌이가 나온 겨?
(진배) 즈그 아빠 닮았나 보지
(TV 속 종렬) 자, 지선아
[TV에서 발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잘 먹네
(TV 속 종렬) 예, 예 [TV 속 종렬이 말을 더듬는다]
마, 많이, 예, 같이 하죠
예, 제가 도와줍니다
[어색하게 웃으며] 예
[어색한 웃음]
(제시카) [어색하게 웃으며] 빨리 말해
(종렬) 예, 어...
아, 아내 예쁘죠
진짜
어, '예쁘면 다냐?' 소리가 절로 나오게 하는 여자죠, 예
물로 씻어 줄까?
[작은 목소리로] 시청자 게시판에
제시카가 먹는 척만 하고 안 먹는다는 글이 빗발친대
[제시카가 포크를 탁 내려놓는다]
(제시카) 꼭 먹는 거까지 찍어야 돼요?
그냥 여기까지 찍죠
[리드미컬한 음악]
[카메라 셔터음]
[제시카의 어이없는 숨소리]
(제시카) 오빤 어떻게 그렇게 이기적이야?
[한숨] 라면을 먹을 거면 나 엄마 집 가면 먹든가
꼭 지금...
계란까지 넣어서 이래야 되겠어?
아이, 나도 뭘 먹어야 훈련을 가지
라면 하나는 좀 먹자, 어?
아, 진짜 이기적이야
아, 지금 내가 이기적인 거냐? 네가 이기적인 거냐?
네 남편 운동해
어떻게 운동 하는 놈 집에서 밥을 못 먹게 하냐?
내조를 바랄 거면 왜 나랑 결혼하셨어요?
누가 내조해 달래? 그냥...
내가 이렇게라도 차려 먹게만 좀 놔두라고
내가 언제 너한테 밥 한번 차려 달라던?
아, 내가 너 밥 차려 주려고 결혼했어?
[한숨 쉬며] 아니
넌 나랑 사진 찍으려고 결혼했지
(종렬) 101동에서 103동 가면서 뭔 마스크냐?
너 그 정도 아니야
105동 사는 아이돌도 마스크 안 쓰고 다녀
(제시카) [한숨 쉬며] 다음 촬영 땐 미리 말해
이렇게 갑자기 오면 나 촬영 안 해
스태프들이 바보냐?
너랑 나랑 별거하는 거 이미 다 눈치챘어
(제시카) 그러니까 확실히 하라고
뭐? 연기를?
[짜증 섞인 한숨]
오빠
나 제시카야
제시카가 뭔데?
나 공인이야
네가 왜 공인인데?
내 별스타에 공인 딱지 붙은 거 못 봤어?
[제시카가 손뼉을 딱 친다]
내 팔로워가 7만 7천이야
(종렬) [한숨 쉬며] 그래
네가 하루 종일 먹고 자고 씻는 것까지 올려 대니까
나라도 신기해서 보겠다
그리고
제발 옷 좀 입고 살자
너 그 쫄쫄이가 섹시한 줄 아나 본데
솔직히 시꺼먼 막대 사탕 같아
어휴, 남이야 벗든 말든
오빠 좋으라고 벗은 거 아니니까 신경 꺼
(제시카) 신경을 꺼야 되나, 꿈을 깨야 되나, 쯧
[기가 찬 숨소리]
야, 너 진짜 예쁜 게 다지? 어?
그게 다지? 진짜로
[레베카가 칭얼댄다] [종렬이 레베카를 어른다]
[제시카의 짜증 섞인 신음]
(제시카) 걘 왜 그렇게 울어?
걔?
야, 얘가 남의 애냐?
[레베카가 계속 보챈다]
어? [도어 록 작동음]
[문이 쾅 닫힌다]
[차분한 음악]
사는 게 왜 이렇게 파삭하냐?
왜 아직도
뭐 이렇게 툭하면...
아빠가 양아치다
양아치
[종렬의 깊은 한숨]
(동백) 왜, 또?
너 왜 삐졌어? 어?
허, 참
응?
진짜?
[어두운 음악]
(시민) 까불이도 못 잡는 옹산 경찰!
각성하라!
(시민들) 각성하라! 각성하라! 각성하라! [경찰들이 저마다 말한다]
[시민들이 구호를 외친다]
[시민들이 계속 구호를 외친다] (용식) 왜 또 이래요?
까불이가 또 사람 죽였어요?
(변 소장) 까불이는 5년째 잠잠한데
천만 영화가 터지셨잖여
(용식) 영화요?
(변 소장) 제목이 '까불지 마'랴
(용식) 아, 그거?
(변 소장) 지금이야 옹산 하면 게장이지
아, 오륙 년 전만 해도 옹산 하면 까불이 아니었냐고
이제야 겨우 땅값도 좀 오르고
옹산도 게장으로 신분 세탁 좀 해 보려 그러는디
아, 왜 이제 와서
옹산 연쇄 살인 사건 갖고 영화를 찍냔 말이여?
(덕순) 아니, 게장은 어떡하라고 영화를 찍냔 말이여?
(용식) 아이, 거기서 갑자기 게장이 왜 나와, 갑자기?
(덕순) 자기만 영화 팔아먹으면 다여?
넘의 게장은 어떡하라고
그, 감독 그거 아주 쌍놈의 새끼잖아?
대체 뭔 억하심정으로다가...
(용식) 아이고, 엄마
그, 욕 좀 하지 말아
그니께
까불이 고깟 놈은 왜 여적지 못 잡냐고
(용식) 그러게 말이여 까불이 고깟 놈을 왜 아직도 못 잡아?
걔가 그래 봬도 고깟 놈은 아니라고
(용식) 아니, 그 이름부터가 같잖잖어요
아이, 뭐, 까불이가 뭐여, 까불이가?
아, 그 사이코가 사람을 죽일 때마다 메모를 남겼다고
까불지 말라고
아이, 대체 뭘 까불지 말라는 건지
가타부타도 없이 까불지 말라는 겨?
(용식) 씁
내가 한번 잡아 볼까?
그, 소장님, 그 까불이 사건 파일 아직도 갖고 계시잖아요, 응?
소장님이 그 까불이 사건 때문에 좌천되신 거니께
좌천 아니고 발령
(덕순) 네가 왜 까불이 파일을 봐?
(용식) 아, 엄마
나 몰러, 응?
이, 내가 가는 곳마다 범죄를 종식시키는
그 어떤 힘이 말이여
(변 소장) 아, 됐고 [용식의 못마땅한 숨소리]
[입소리를 쩝 내며] 영심이네 마늘밭에나 가 봐
(용식) 영심이네 왜요?
(용식) 응, 아유, 알았어
[용식의 못마땅한 신음] (덕순) 배 시리면 배탈 나
(용식) 아이, 내가 할게, 내가 아이, 내가 할게
아이, 어허, 거참, 진짜
하, 쯧
아이, 그래 갖고 밭에서 뭐가 나왔는데요?
뭐, 돈요?
사체?
영심이네 누렁이가 오늘내일 새끼를 낳을 거 같아
그거 좀 디다봐
아니, 개가 새끼를 낳는데 내가 왜 가요?
아이, 양계장 집 진돗개가
영심네 누렁이를 건드려서 밴 새끼라는디
(변 소장) 이 새끼가 양계장 집 개냐? 영심이네 개냐?
이 첨예한 문제를 중재허란 말이여
참 나, 더럽게 첨예하네, 진짜
(변 소장) 어?
너, 시방 영심이네 재산권을 무시하는 겨?
(용식) 됐고요
씁, 나는 기왕에 좌천된 김...
아니, 아니, 쯧, 발령받은 김에
까불이나 잡아 보렵니다
[퍽 소리가 난다] [용식의 아파하는 신음]
(덕순) 참말로 이럴 겨? 쯧
(용식) 아니, 그, 내가 지금 이 동네 누렁이
출생의 비밀이나 밝히고 다닐 [배달원이 인사한다]
그럴 때가 아니라니까요, 내가 지금? [용식의 호응하는 신음]
(변 소장) 아, 그럼 네가 지금 뭘 할 때인데?
(용식) 이 까불이 정도 잡으려면
나부터 마이애미 CSI가 돼야죠
(변 소장) 네가 뭔 재주로 CSI가 돼야?
너 다시 태어나도 힘들어
(용식) 씁, 제가 이, 새로운 동네 올 때마다 꼭 가는 데가 있걸랑요?
(변 소장) 씁, 영심이네나 가 봐
(용식) 이, 그 동네 지식의 전당이라 할 수 있는 서점
서점에 꼭 가걸랑요 여기 서점이 어디 있누?
(변 소장) 네가 서점엔 왜 들락대?
야, 소장님
저기, 그
헨리 워드 비처가 그랬거든요?
'서점만큼 인간의 심성이 약해지는 곳이 어디 있단 말인가?'
(변 소장) 너 말이여
그, 헨리 그이가 뭐 하는 사람인 줄은 알아?
[익살스러운 음악] 존재적으로 월등한 분이고, 쯧
명언도 있고요
너, 괜히 명언 같은 거 외우고 댕기고 말이여
괜히 그, 서점이나 기웃거리고 그러지 말아
왜요?
[한숨]
너 말이여
이 머리보다는, 어?
이 아래짝, 즉, 이 몸을 쓸 때가
(변 소장) 훨씬 폼 나는 스타일이여
의인, 의인 스타일
[기가 찬 신음]
(용식) 아, 이거 나, 참
이, 내 입으로 이런 말 하기 좀 저기 한데, 씁
아, 그, 사람들이요
저 인문계 나온 줄 알아요
가 봐
서점
- (변 소장) 많이 가 봐 - (용식) 어어?
아, 진짜로
[우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용식의 옅은 한숨]
[옅은 한숨]
(용식) '오브'
'앤드'
[골치 아픈 한숨]
[한숨 쉬며] 아이, 한국 놈들은 수사를 하라는 겨, 말라는 겨?
[우아한 음악]
(용식 방백) 헨리 그이의 말처럼
서점이 인간의 심성을 약하게 했던 걸까?
서점 아니라 게장집 같은 데서 그녀를 처음 봤더라면
뭐가 달라졌을까?
아니
솔직히 말하면
(동백) '대츠 오케이'
(용식 방백) 난 그녀가
기냥 이뻐서 반했다
[동백이 중얼거린다]
[작은 목소리로] 하, 뭐야
무슨 서점에도 변태가 다 있어?
(동백) 무서워
[용식의 다급한 신음] [동백의 놀란 신음]
(용식) 어유
(용식 방백) 그녀의 역사적 첫 마디에 [용식의 놀란 신음]
(용식) '소리'
(동백) '대츠 오케이'
(용식 방백) 큐피드의 화살이 내 가슴팍에 메다꽂혔다
[아기 웃음 효과음]
[동백의 헛웃음]
[유쾌한 음악]
[어색한 웃음]
(용식) 아, 저기 저...
(용식 방백) 내가 그녀에게 한 역사적 첫 마디는
총각입니다, 저요
[동백의 어색한 숨소리]
저, 저 진짜 총각이거든요, 진짜 총각
(용식) 저, 아유, 이 옷이...
[용식의 어색한 웃음]
그럴 수도 있죠
(용식) 아, 아이
[다급한 신음]
아유, 그, 그
그런 총각은 아니고요
[어색한 웃음]
[어이없는 웃음]
- (용식) 아유 - (동백) 미친놈인가 보다
(용식) 아, 저기요
[용식의 아쉬운 신음] [문이 달칵 닫힌다]
[용식이 말을 버벅댄다]
[휴대전화 진동음]
(용식) 아유, 저...
(동백) 응
CEO 철학이니까 잘 들어
노 머니에 노 서비스 아니고
노 매너에 노 서비스야
[탄성]
유창하시네, 유창하셔
(동백) 노규태엔 노 땅콩
노규태는 이제 땅콩 없어, 영원히
노 사장님 예약 받지 마, 응?
[흥미로운 음악]
[딱 소리가 난다]
(용식) 승엽아
저, 저기, 저 시내에
변호사 사무실 있잖아?
(승엽) 왜, 너 또 뭐 사고 쳤냐?
누가 너 고소한디야?
(용식) 그, 이...
영어책을 때려 읽을 정도면
최소 유학파겄지?
유학파가 너 고소한디야?
강필구, 공 끝까지 안 봐?
[승엽이 구시렁거린다] (용식) 내가 오늘 어떤 여자를 좀 봤거든?
- (승엽) 이뻐? - (용식) 하, 근데 이게
영 못 올려다볼 나무 같은 거여
- (아이) 야! - (승엽) 이뻐?
변호사더라고
(승엽) 변호사?
변호사인데 이쁜 겨?
내가
좀 전에 현실의 다이애나 비를 만난 거 같아
(승엽) 다이애나 비가 너 고소한디야?
[배트에 공이 딱 부딪힌다]
(동백) [어색하게 웃으며] 제가 웬만하면
여기까지 안 오려고 했는데, 그...
사무장님이
씁, 전화도 통 안 받으시고
또 외상값도 안 주시고...
(자영 방백) 네가 동백이구나?
[어색한 웃음]
눈가가 참
팽팽하시네요
네?
(규태) 당신, 그런 거 한 열 개씩 찍어 바르지 않아? 응?
그, 면세점에서
제일 양 적고, 어, 그, 비싼 거래, 어
[규태의 헛기침] 이게 다야?
(규태) 어?
다야?
(규태) 어휴, 참
뭐, 백 같은 걸 사 왔어야 되나? 이거 참
어휴, 쯧
[규태가 입소리를 쩝 낸다]
[문이 달칵 닫힌다]
[의미심장한 음악]
(자영 방백) 남편이 생전 처음 아이 크림을 사 왔다
근데 100ml는 딴 데 주고
20ml 사은품은 날 줬다
[TV에서 뉴스가 흘러나온다]
동백, 동백, 동백
100ml가 누구한테 갔는지 알 거 같았다
근데 당신
(자영) 나 뭐 전문인지는 알아?
나 이혼 전문 변호사야
그래서 뭐, 하자고?
내가 밥 먹고 매일 하는 일이
유책 배우자 증거 수집이거든?
(자영) 영수증부터 내비게이션 내역까지
별게 다 추저분한 증거가 돼
그 얘길 지금 왜 하는데?
그냥
당신이 나 뭐 하는 사람인 줄 까먹었나 해서
나 노규태 와이프예요
(동백) 네?
[놀라며] 어머
아, 안녕하세요
사모님은 처음 봬서...
내가 세입자를 따로 볼 일은 없죠
[동백의 어색한 웃음]
아, 저도 알았으면
(동백) 주스라도 사 갖고 오는 건데 그걸...
(자영) 근데
그, 말끝을 맺을 줄 몰라요?
- (동백) 네? - (자영) 뭐 '했는데', '텐데'
계속 말끝을 흐리시네?
제가 그랬어요? [멋쩍은 웃음]
그, 저도 모르고 그냥...
거봐, 지금도
(동백) [민망하게 웃으며] 아, 또 그랬네
아, 죄송합니다
그게 귀엽다고 생각하나 봐
아니요, 아니요 저,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닌데
[멋쩍은 신음]
[동백의 옅은 웃음]
우리 그이 거기 자주 가죠?
(자영) 씁, 한 주 5일은 가는 거 같던데?
아, 네, 그게...
저도 술을 너무 드시는 거는 안 좋으시다고
좀 가끔 오시라고 해도... [자영이 호응한다]
그래도 자꾸 간다?
우리 그이가 왜 그럴까?
[머뭇거린다]
오지 마시라고 할까요?
[헛웃음]
아니요, 잘해 줘요
(자영) 생글생글 친절하게
자꾸 웃어 줘요
그게 동백 씨 일이잖아요
[애잔한 음악]
본인 일 하시라고
(동백) 근데
그, 웃는 게 제 일은 아닌데
[문이 우당탕 열린다]
[사무장의 다급한 신음]
[사무장의 당황한 신음]
(사무장) 여기까지 와 있으면 어떡해, 응?
아유, 밖에서 얘기합시다, 예
[사무장의 웃음]
- (변 소장) 저기 저, 저, 저, 저 - (용식) 아유, 아유
- (용식) 이거 참, 감사합니다 - (변 소장) 또 시장통 사거리
[용식의 웃음] (변 소장) 방앗간 집 좌측버텀 갯벌 직전까지가
아, 여그 우리 노 사장님 사유지고 말이여
[규태의 웃음]
(규태) 건물도 한 댓 개밖에 없는걸요, 뭘
(변 소장) 또 여그 고종사촌 누나의 부군이 말이여
우리 옹산 경찰서장이랑 거진 사돈지간이라고
(용식) 아유
씁, 근데 그 '거진 사돈지간'이라 함은 어떤...
(변 소장) 쩝, 뭐, 하여튼
이 동네 최고의 유지이자 실세여
너, 인마, 옹산서 우리 노 사장님이랑
잘 사귀어 두면 만고땡이라니께?
(용식) 아유 [용식의 웃음]
[용식의 호응하는 신음] [규태의 웃음]
씁, 아, 근데 그, 사장님이라 하면
그, 어떤 사업 같은 거 하시나 봐요?
내외가 사 자
[규태의 과장된 웃음]
(규태) 아이고, 참
다들 저희보고 사 자 부부라고들 그래요, 네
저희 와이프가 변호사거든요
변호사요?
[익살스러운 음악] (변 소장) 아, 이짝은 말이여
저기 저, 큰길서...
(규태) 아, 원래 의사들 중에서도
안과가 공부 제일로 잘해야 된다는 말이 있잖아요?
이게 사람 눈이라는 게
이게 보통 학식으로는 섣불리 접근을 못 하는 부위거든요
아, 그러면...
(규태) 예, 저는 안경사입니다
[규태의 웃음]
아, 예
[입소리를 쩝 낸다]
(용식) 씁, 그, 저기 그... [규태가 숨을 하 내뱉는다]
이, 인근의 변호사분들
이, 동종업계의 분들은 이렇게
두루두루 이렇게, 친하시고 이렇게
- (용식) 뭐, 동료지, 동료, 그렇죠? - (규태) 아유
동료뿐이겠어요?
옹산서는 4대 독자 손주 이름도
우리 와이프한테 지어 달라고 와요
(용식) 아이고
[용식의 어색한 웃음] (변 소장) 아, 여그 사모님이
이 동네 최고 고학력자여
[용식의 탄성] 그냥 내가 하는 말이 아니라
남들이 하는 말이
(규태) 어, 차기 옹산 영부인감으론 적역이라고들 하죠
[규태의 웃음] (변 소장) 아, 맞다
아, 우리 노 사장님이 참
그, 차기 군수 해 먹을 분이셔
[규태의 웃음] 아이, 거진 정치권이여, 정치권
내가 우리 새 식구 환영회를 한번 해 주고 싶은데
[변 소장과 용식의 만류하는 신음] (규태) 그러면
정검 유착인가?
[규태의 웃음]
(규태) 아이참
[애정의 못마땅한 신음]
(애정) 아유, 뷔 줄 사람도 없는데
목욕탕은 왜 맨날 뻔질나게 가?
- (동백) 안녕하세요 - (찬숙) 응
(찬숙) 동백아
우리 동백이는 돈 많이 벌어서 좋겠다
어저께 그, 옹산공고 총 동문회도 네 집에서 했다며?
[동백의 멋쩍은 웃음]
갑자기 예약이 잡혀서 저, 정신이 없어서 혼났어요
[함께 호응한다]
(찬숙) 갑자기 잡혔겄지
원래 우리 집에서 하기로 했거든
근데 내가 너한테 뺏겼네?
(동백) [입소리를 쩝 내며] 아...
죄송합니다
제가 뺏으려 그런 건 아, 아닌데...
왜 다들 네 집만 갈까?
우리 동백이는 뭐 특별한 비법이라도 있나?
어...
씁, 그냥 다들 저희 집 두루치기가 맛있다고들 하셔서...
[호응한다] [동백의 어색한 웃음]
그러면 뭐, 우리 집 게장은 맛이 없나?
그런 뜻은 아니고... [멋쩍은 웃음]
응, 동백아, 우리 도덕적으로 살자
- (동백) 네 - (찬숙) 그래
최소한, 뭐
자식한테는 부끄럽지 않게, 응?
"시바스"
[문이 스르륵 여닫힌다]
(규태) 손님도 하나 없구먼 왜 맨날 예약은 안 된단다냐, 어? 씨
(향미) 노 매너엔 노 서비스
노땅콩 씨 예약은 안 받는대
뭐? 노땅콩?
그러니까 동백 언니한테 주접 좀 작작 떨어
땅콩에 집착하지 좀 말고
(규태) 아유, 이게 진짜 건물주 무서운 줄 모르고, 씨
건물주 아니라 건물주 할아비라도
노규태는 동백이한테 안 돼
(향미) 언니는
하마야, 하마
(찬숙) 그러니께 자식이 뭘 보고 배우냐는 거지, 응?
최소한 그, 자식한테 부끄럽진 않아야 되는 거 아니겄냐?
- (애정) 응 - (찬숙) 응?
(동백) 저요
(찬숙) 응
안 부끄러워요
(찬숙) 뭐?
[아련한 음악]
우리 필구한테 저 하나도 안 부끄러워요
가난한 엄마고 아빠 없이 키워서
뭐, 미안한 엄마긴 하지만
부끄러운 엄마는 아니에요
저 그런 짓 한 거는 하나도 없어요
[긴장한 숨소리]
아이, 혼자만 퇴근이 늦으시네
(변 소장) [쩝쩝거리며] 야
새 순경 왔다고 동네 유지가 일부러 자리도 만든 건데
아, 걔도 면이 있지, 인마
그냥 얼굴이나 터
[용식의 한숨]
(용식) 아유, 아이, 그럼 뭐
어디 뭐, 삼겹살집이나 가든가요
아이, 나는 그, 여성분들 계신 술집 안 간다니까요
(변 소장) 아이참
아, 거기는 그런 데가 아니라니께!
아이, 뭐
아, 뭐, 뭐, 뭐, 옹산 여왕님이라며?
(변 소장) 아이, 그건 그냥 하는 소리고
아이, 사실은
어디 다른 데...
다른 데 갈 데도 없다고
[변 소장이 방귀를 부르륵 뀐다]
[변 소장의 후련한 숨소리]
(용식) 아, 뭐여?
아유, 쌌어요?
[흥미로운 음악] (용식) 뭘 먹냐?
[경찰들의 대화 소리가 빠르게 감긴다]
(용식) 여기 가, 여기, 자, 자 [변 소장이 만류한다]
(용식 방백) 그날, 이 이상한 옹산이 아니었더라면
내 운명이 바뀌었을까?
(용식) 아유, 씨 [변 소장의 지친 숨소리]
(용식 방백) '어딜 가, 어딜 가?'
옹산 바닥 널린 게 식당인데 갈 데가 없다는 소장님 말이
그냥 뻥인 줄만 알았는데
(용식) 아, 기냥 여기 가요, 여기!
[오준의 못마땅한 신음] (변 소장) 여기는 얘네 처형이 하는 데여
너는 처형 앞에서
직장 상사 소맥 말고 싶겄어?
(용식 방백) 라는 컴플레인엔
'그래, 오케이, 패스' 했고 [옅은 한숨]
'그럼 저기 저 골뱅이집이나 가든가' 했더니
거긴 막내의 장모의 계원이 하는 데랬다
얘 거기서 술김에 첫사랑 얘기 지껄였다가
제수씨한테 옷걸이로 맞은 전력이 있었고
[골치 아픈 한숨]
(변 소장) 장모에 처형에
마누라 아는 언니에 동생에
이, 사방이 다 프락치여
마누라 직속 산하 기관 같은 데서
너 같으면 술 마시고 싶겄어!
(용식 방백) 라는 항변엔 할 말을 잃었고
'아휴, 뭔 놈의 동네가 아직까지 씨족 사회구나'를 실감하면서
폭풍의 눈으로 향해 갔는데 [못마땅한 신음]
(변 소장) 그니께
우리가 여기만 가는 데는 다 절박한 명분이 있는 거라고
(용식) 어, 어, 어? 아유, 왜 그래요?
(변 소장) 여기여
우리의 중립국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변 소장) 야, 들어와, 어
아이고
어이? [규태의 웃음]
아이고, 노 사장님
아이, 뭐, 벌써 와 계셨어?
(규태) 아이, 공권력을 모시는데
이게 정치권이 먼저 와 있어야지, 이게
[규태의 웃음]
(용식) 아휴
뭐가 이렇게 촌시러워?
- (규태) 앉아, 앉아... - (변 소장) 아, 정치하시겄어!
(규태) 아유, 일단 앉아, 앉아, 앉아 [변 소장의 웃음]
앉으셔, 앉으셔, 앉으셔
- (변 소장) 앉아, 앉아, 앉아 - (규태) 어, 앉아, 앉아, 앉아, 앉아
[변 소장과 규태가 대화한다] [칙 소리가 난다]
(향미) 이게 왜 안 나와? [탁탁 친다]
[용식과 변 소장의 다급한 신음]
[향미가 부탄가스를 탁 내리친다] [용식의 다급한 신음]
(변 소장) 향미야, 향미야, 향미야
너 이러다 진짜 죽어!
너 이거, 이거 거진 테러범이여!
아이, 냅둬요
자기는 오늘만 산다잖아요
(향미) 원래 오래 살겠다고
철마다 보신탕 먹고 찐 담배 피우고 술 빼는 아저씨들이
교통사고로 즉사하더라고요
[변 소장의 당황한 숨소리] 그리고 나는요
이상하게 내가 오래 살 거 같지가 않아요
그래서 난 그냥 오늘만 살아요
(용식 방백) 저 부탄가스가 옹산의 여왕이란 건가?
애는 착햐
기냥 라이터나 조심혀
- (용식) 예? - 애가 도벽이 있어
(용식) 도벽... [딱 소리가 난다]
(변 소장) 뭐, 대단한 건 못 훔치고
그냥 자기 눈에 보이는 족족 자기 주머니로 들어가
그래도 애는 착햐, 어
[한숨 쉬며] 집에 가고 싶다
[리드미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용식) 아이
(향미) 손 없어요?
(용식) 아, 아, 아
아유, 저, 저는 저, 저 주시는 줄 알고...
[용식의 멋쩍은 웃음] (변 소장) 여기는 그런 데가 아니라니께
아, 아, 아, 아니, 그...
구, 구, 굳이 도, 동석을 하시길래
[살짝 웃으며] 그냥 술을 좋아하는 거예요 본인이, 어
자기 쪼대로 사는 애니께 그냥 냅둬
술 좀 뺏어 먹다 갈 겨
(용식) 예, 뭐, 뭐, 옹산 여왕님이시니께, 어
[어색하게 웃으며] 뭐, 뭐든지 쪼대로, 예
얘 아니여
(변 소장) 요즘 촌사람들도 마냥 관대하지만은 않아
[술병을 탁 내려놓으며] 내가 동백이보다 예쁘고 어리거든요?
(규태) 민증 까 봐
(변 소장) 야
옹산 다이애나는 동백이지, 무슨...
(향미) 씨...
(용식) 동백...
[출입문 종이 울린다]
[부드러운 음악] [구두 소리가 또각 울린다]
(규태) 동백아, 오늘 뭐가 좋아? 낙지 괜찮여?
아, 낙지는 별로고
알배기가 만땅이라 '대츠 오케이'예요
(변 소장) 옹산의 다이애나
진짜 예쁘지?
(용식 방백) 나의 여왕님이 옹산의 여왕님이었다
향미야, 잠깐만
(향미) 네
'대츠 오케이'
(동백) 향미야, 네 시급이 8,500원이야
그 안에 그, 손님상에 앉아서
병맥주를 막 숟갈로 따 줘야 되는 값이야 당연히 없지 않을까?
나는 너를 홀 서빙 알바로 들였는데
너는 왜 자꾸 손님상에 앉니?
어? 여기는 그런 데가 아니라니까?
언니, 근데요
제가 꽁술 먹는 보너스도 없으면
왜 시급 8,500원짜리 여기 있어야 돼요?
[어이없는 숨소리]
(용식) 오케이
[잔잔한 음악]
[화살이 탁 꽂힌다]
(용식 방백) 나의 그녀는 변호사가 아니다
영어 능통자도 아니다
[화살이 탁 꽂힌다]
근데
나는 깨달았다
그래서 그녀에게 반했던 건 아니란 걸
내면의 혼돈 속에서 삐죽 떠오르는 생각은 단 하나
'예쁜 건 팩트다'
(용식) 저기
혹시 과거에 이, 수도권 쪽에 사시진 않으셨는지
[휴대전화 진동음]
[화살이 탁 꽂힌다]
(필구)
(동백)
(동백) 저... [화살이 탁 꽂힌다]
저는 먼저 들어가 볼게요
(규태) [술 취한 말투로] 어, 나 땅콩
땅콩
땅콩
가기 전에 그 땅콩 서비스 한번 줘 봐 봐
땅콩이 근데 그...
그, 뭐, 8천 원이라고?
(규태) 어, 그래, 저
깡 있으면 어디 그 땅콩 8천 원 소리 한 번만 더 해 봐
아주 내가...
(향미) 아, 더럽게 땅콩거리네
(규태) 까놓고 얘기해서 이 동네에서 시바써리 사 먹는 사람?
나밖에 없어
나밖에 없어
내가 이 동네 유일한 양주 손님이자 건물주라고
근데 땅콩 한 번을 안 줘 서비스를, 그거를, 쯧
[달그락 소리가 난다]
(동백) 사장님, 저는 먼저 들어가 볼게요
[동백의 당황한 신음]
아니, 저 빨리 가 봐야 되는데
그럼 딱 반 잔만 하고 가
(규태) 너 내 술 죽어도 안 받잖아
(변 소장) [술 취한 말투로] 어유, 노 사장 취했네, 취했어
그래, 그러면
(규태) 너 이거
[규태가 술을 조르르 따른다]
[술병을 탁 내려놓는다]
이거 원샷하면 내년까지 월세 동결
[익살스러운 음악]
너 사실 나 무시하지?
왜?
군수 못 해서?
왜?
왜, 왜, 왜, 왜...
(용식) 저, 저, 저, 사장님 그, 술이 좀 과하신 거 같은데요
- (규태)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어 - (용식) 네
월세 동결
(동백) 여기 경찰도 다 들었어요
[동백의 옅은 웃음]
쩝, 술이 다네요 오늘은 한잔 꼭 하고 싶었는데
[규태의 웃음] [옅은 웃음]
잘 마셨습니다
[규태의 웃음]
(규태) [웃으며] 야!
이렇게 웃으니까 얼마나 좋아, 어?
그냥 고향 오빠다 생각을 하고
그, 땅콩도 좀 주고, 땅콩 좀 주고
그냥 술도 짠짠 하고 이렇게 하하 호호 그러고
웃고 그러면 이렇게 얼마나 좋냐, 어?
[규태의 웃음]
[옅은 웃음]
- 아, 근데요, 사장님 - (규태) 응
[동백의 머뭇거리는 신음]
(동백) 골뱅이 만 5천 원
그리고 여기 두루치기 만 2천 원
여기 뿔소라가 8천 원
이 안에 제 손목값이랑 웃음값은 없는 거예요
(규태) 뭐?
저는
술만 팔아요
그러니까 여기서 살 수 있는 건
딱 술
술뿐이에요
[무거운 효과음]
[우아한 음악]
[규태의 술 취한 숨소리]
(변 소장) 아유, 괜찮아, 나
(향미) 오빠
오빠!
이거 8만 5천 원인데? 9만 3천 원 나왔다니까?
(규태) 땅콩 8천 원은
나 못 줘
(향미) 아, 땅콩 못 먹고 살았어?
내가 아까 분명히 얘기했지, 어? 땅콩 서비스로 달라고
그런데 왜 계산서에 올리냐고
(규태) 난 안 줘, 못 줘! 나는
[향미의 짜증 섞인 숨소리] (동백) 향미야
어, 동백아!
어, 나 아주 뒤끝 센 놈이야
이거, 이거라도 받으려면 받고
(규태) 어, 말려면 뭐, 말, 말든가
[향미의 한숨]
(동백) 감사합니다, 사장님
살펴 가세요
[향미의 기가 찬 숨소리]
- (변 소장) 어유, 참, 우리 노 사장님 - (규태) 아휴
- (변 소장) 약주가 과하셨어, 어? - (규태) 그게...
[문이 스르륵 닫힌다] (규태) 그게 아니라고
땅콩이 문제가 아니라
나는 저 좋으라고 현금을 내는 사람입니다
- (용식) 사장님 - (규태) 현금을 내는 사람이야
(변 소장) 아, 열심히 사는 애한테 왜 그러셔?
(규태) 이거 이거 땅콩의 문제가 아니라 가슴의 문제라고요
- (용식) 저기요 - (규태) 나는 원래
(규태) 좋아하면 고무줄 끊어요 [변 소장의 호응하는 신음]
누가 자기보고 뭐, 연애를 하자 그랬나?
그냥 친하게나 지내자는 거지
[규태의 못마땅한 한숨] (용식) 저기요!
(규태) 맨날 나만 미워하고, 어휴
8천 원 줘요
[규태의 의아한 신음] (용식) 8천 원 달라고!
동백 씨 8천 원 달라고요!
(변 소장) 씁, 너도 취했냐? 어? [규태의 한숨]
얜 또 왜 이랴!
(규태) 동백이가 사람 물로 보니까
이게 동네 순경 나리까지 사람 불편하게 하시네!
잔소리하지 말고 빨리 8천 원 주라고요
(규태) 못 줘 [변 소장의 못마땅한 숨소리]
안 줘! 씨
[익살스러운 음악]
지금 8천 원 주면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요
[규태의 비웃음]
(규태) [웃으며] 아, 아유, 무서워
아유, 무서워, 아유, 무서워! 새끼야
그러면 그 뭐, 어, 안 주면 어쩔 건데?
안 주면 어쩔 건데? 뭐, 안 주면 어쩔 건데?
- (변 소장) 아니, 노 사장 왜 이랴? - (규태) 안 주면...
(변 소장) 이러면 아니 되제 [규태가 씩씩거린다]
[규태가 혀를 쯧 찬다] 야, 너
너...
너 주먹 안 펴?
[흥미진진한 음악] 이게...
[규태의 못마땅한 신음] 또 눈깔은 또 왜 이랴, 이거?
(규태) 주먹 쥐고 입술도 아주 악물었네, 어
아주 사람 치겄어
에이, 치셔, 어, 어
어이, 치셔, 치셔!
여기, 여기 치셔, 치셔
치셔!
[날렵한 효과음] [규태의 아파하는 신음]
[규태의 괴로워하는 신음]
[규태의 힘 풀린 신음] (규태) 아이고
(변 소장) 너, 이...
너...
그거 도, 도로 안 넣어 놔?
이거 거진 소매치기여
(규태) 너 지금
현직 순경이 차기 군수 지갑을 훔쳐 갔어?
(용식) 아이씨
(규태) 야, 너 이거 완전 뻑치기야, 이거
야! 너 이거 뻑치기다!
(동백) 늦어서 미안해
어, 엄마 만두 사 갖고 갈게
어
[음산한 음악]
(용식) 동백 씨!
[동백의 놀라는 숨소리]
[헐떡이며] 잠깐만요, 잠깐만요!
[용식의 가쁜 숨소리]
[동백의 당황한 웃음]
[용식의 가쁜 숨소리]
땅콩값요
(동백) 네?
아, 이거, 저... 이거, 이거, 저
이거 노규태 지갑에서 나온 거예요
[놀란 숨소리]
이거를 왜...
(용식) 아휴, 이, 이...
당연히 받으셔야죠
[옅은 웃음]
(동백) 어...
[웃으며] 그, 근데 이거 주시러 오신 거예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예
감사합니다
근데 순경님이 왜 이걸...
아, 저 황용식입니다, 황용식이
아, 네
저, 되게 이쁘신 줄만 알았어요
- (동백) 네? - (용식) 그, 기냥
되게 이쁘신 줄만 알았는데
[용식의 탄성]
(용식) 되게 멋지시네요
[동백의 멋쩍은 웃음]
(동백) 제가요?
그 아까 '땅콩은 8천 원' 하실 때부터
팬 돼 버렸습니다
[당황한 웃음] [유쾌한 음악]
(동백) 아...
술 많이 하셨어요?
아, 그 진짜, 아, 다 모르겄고 그냥
[숨을 하 내뱉는다]
저 내일도 와도 돼요?
네?
네, 뭐, 그러시죠
내일도 오고 모레도 올 거 같아요
(동백 방백) 별 이상한 놈이 나타났다
(용식) 저기, 기냥요, 기냥...
맨날 오고 싶을 거 같아요
그래도 돼요? 되죠?
[반짝이는 효과음]
[용식의 옅은 웃음]
[전광판이 지직거린다]
[탁 켜진다]
[사이렌이 울린다]
[무거운 효과음]
[의미심장한 음악]
[울먹인다]
[부드러운 음악]
(동백) 제가 제일 쪽팔릴 때만 그쪽한테 다 들키는 거 같은데
괜히 제 일에 끼지 마세요
(규태) 나 법대로 하렵니다, 법대로!
(용식) 내가 보호자면
댁은 지금 뒤졌어
(동백) 너도 이제 막 아빠 궁금하고 그럴 때야?
(필구) 별로
(동백) 아니, 왜 남의 애한테 오락 밑천을 대주고 그래요?
(찬숙) 동백아!
너 지금 향미가 이 동네에서
어떤 일을 벌이고 다니는지 넌 아니?
(동백) 어떨 때 사람들이 나한테 너무
너무 막 해
(용식) 우리 저거 해요, 저거 그...
동백 씨랑 필구 편 대놓고 들어도 되죠?
.동백꽃 필 무렵 ↲
.영화 & 드라마 대본 ↲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