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남녀의 사랑법 10
(직원) [종이를 사락 넘기며] 보내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순번 알림음]
[안내 음성] 13번 고객님…
(은오) [웃으며] 죄송해요, 저 또 왔어요
[어색한 웃음]
(은오) 정말 죄송한데 제 보드 다시 돌려주시면 안 될까요?
[은오와 직원의 옅은 웃음]
[직원이 종이를 구긴다]
[한숨]
(직원) 아니, 왜 날마다 와서 괴롭히세요
[은오의 난감한 신음]
안 됩니다 주말에 여친이랑 서핑 갈 거라서요
그거 나무로 만든 거라 엄청 무거워요
그거 잘못하다 머리 맞잖아요?
(은오) 그거 진짜 아파요 [버튼 조작음]
[순번 알림음] (직원) 다음 분
[안내 음성이 흘러나온다] (은오) 어, 제발요, 다시 돌려주세요, 네?
- (직원) 안녕하세요 - (고객) 네
[한숨]
(은오) 제가 새걸로 사 드릴게요 아니다, 그냥 저한테 다시 파세요
제가 딴 보드 두 배 가격에 사 드릴게요
[한숨]
(직원) 아, 줘 놓고 왜 이래요!
[한숨]
아, 버린 거잖아요, 전 주운 거고
다른 데 버렸으면 어차피 찾지도 못했을 거잖아요
비켜요, 좀
아니, 남의 키스 날짜가 적혀 있는 그 보드가 갖고 싶으세요?
[흥미로운 음악] 거기 날짜 적혀 있잖아요 그거 첫 키스 날짜예요
그거 심지어 커플템이에요, 커플템
커플템이든 뭐든 전 다 좋아요
[은오의 답답한 숨소리]
(은오) 그, 취향 되게 이상하신 거 아시죠?
(직원) 네, 네, 저 취향 이상합니다
아니, 줘 놓고 뭐 하는 겁니까? 하루 이틀도 아니고
[한숨 쉬며] 도대체 무슨 마음으로 이러는 거예요?
제 마음요?
제가 지금 제 마음을
(은오) 설명할 수가 없어요
지금 제 상태가…
지금 제가 제정신으로 보이세요?
저 지금 미친 거 같죠?
맞아요, 저 지금 미쳤어요
여기 이 반지 보이시죠? 이게 결혼반지예요
아, 네, 네, 법적으로는 미혼이 맞고요
근데 어쨌든 결혼은 해서 반지는 있는데
제가 이걸 버리지도 못하고 혼자 목에 걸고 다녔는데
나랑 결혼한 남자는 이걸 또 청계천에 버렸단 말이에요?
근데 나는 이걸 또다시 찾아 와서
이렇게 두 개를 하고 있고요
근데 반지를 찾고 나니까
그 보드도 찾고 싶어졌어요
그, 왜 찾고 싶냐면
그 사람이
[떨리는 목소리로] 내 마음에 들어앉아서
나가지를 않아요
여기에 자리를 잡고
[애잔한 음악] 주인이 돼 버렸어요
왜냐하면 그 사람은
[울먹이며] 진짜 이은오를 찾게 해 줬거든요
옛날의 바보 같은 이은오도 아니고
윤선아도 아니고
그냥 진짜 이은오요
진짜 나를 찾게 그렇게 도와줬단 말이에요
그래서
내가 무슨 짓을 해도 웃고 그냥 다 받아 주고
그래서 새로운 이은오를 만들어 줬어요
그런 사람을 어떻게 잊어요?
[한숨]
[은오의 울먹이는 숨소리]
그거 저한테 진짜 소중한 추억이라 그래요
그거
그 사람이 직접 만들어 준 거거든요
제발요
[새가 지저귄다]
(운영자)
(재원) 잘 지냈을 리가 있겠어?
[인덕션 레인지 작동음]
[한숨 쉬며] 한 대 맞은 거 같아
아니, 나한테 이름까지 속였어 왜 그랬을까?
아씨
[혀를 쯧 찬다]
아니야, 알고 싶지도 않아
[한숨]
그냥 충격이 너무 커서
아직도 얼떨떨해
걔가 무슨 말을 해도 이해하고 싶지도 않아
어차피 다 거짓말일 거잖아, 안 그래?
[한숨]
[애잔한 음악]
경찰서에서 나왔을 때
(재원) 내 심정이 어땠는지 알아?
(은오) 재원, 잠깐만!
[차 문이 탁 닫힌다]
(재원) 난 너 안 오는 줄 알았잖…
(재원) 그냥 그때처럼 달려와서 안길 줄 알았어
[거친 숨소리]
걔가 그랬으면
그렇게 달려와서 안겼으면
나 안아 줄 수 있었어
[기쁜 숨소리]
아무 이유 묻지도 않고
그럴 생각이었어
[가쁜 숨소리] 재원
(은오) 잠깐만, 잠깐만, 잠깐만
이거 돌려줄게
가져가
근데 [한숨]
안 그러더라고
[한숨]
(재원) 그때랑은 너무 다른 사람이더라
그냥
나는 지금 현실 감각이 없어
믿어지지가 않아 걔가 윤선아가 아니라는 게
야, 이거…
- 내놔 - (재원) 야
(재원) 지금이 꿈인지
1년 전이 꿈인지
아니면
그냥
전부 다 꿈인 건지
[한숨]
[빨리 감기 효과음] [인터뷰어가 질문한다]
그걸 물어본다고?
그게 오늘 인터뷰 질문이야?
- (린이) 건이가 컵라면 먹재 - (은오) 어
[문이 탁 열린다]
그거 안 물어보면 안 될까? 어? [문이 탁 닫힌다]
(운영자)
(선영) 응? 카메라 도둑을 잡았대?
[린이의 놀란 숨소리]
- 사실이야? - (건) 대박
(경준) 뭐?
형 그런 얘기 없던데?
어쩐지, 이거 이상하다 했어
지난주 내내 미친놈처럼 일을 하더라고
저러다 죽지 싶었는데
오늘 아침에 아프다고 출근을 안 했어
이거, 이거 몸살이 아니라 마음의 병이구먼, 마음의 병
아…
[보글보글 소리가 들린다]
(경준) 형
형, 카메라 도둑 잡았다며?
처음부터 카메라 훔쳐 가려고 접근한 거 맞지? 그렇지? [경준이 비닐 봉투를 탁 내려놓는다]
- (경준) 아, 왜 말을 안 해? - (재원) 야
(재원) 너 가
아, 좀 가, 좀
(경준) 아, 방금 왔는데 어딜 가 지금 이거 내가 갈비탕 사 왔는데
(재원) 야, 아픈데 누가 갈비탕을 먹어
(경준) 우리 린이는 아플 때 갈비탕 먹어
(재원) 내가 린이야? 내가 서린이야?
나는 아플 때 갈비탕 안 먹어 나는 수프 먹어
그리고 문 좀 닫아라 나 춥다, 나 환자야
(경준) 아휴, 귀찮아
아플 때 누가 수프 먹어, 갈비탕 먹지
아이, 그래서 아,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재원의 한숨]
다 거짓말이더라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 이름부터 가짜더라 - (경준) 와…
[헛웃음]
진짜 이름 뭔데?
아이, 몰라, 기억도 안 나
(건) 대박, 완전히 처음부터 거짓말이었던 거네
아니, 어떻게 찾았대?
양양에서 만난 다른 사람들도 연락처 모른다며
그냥 잡았어, 청계천에서
오, 재밌다, 대박
청계천이면
그 여자랑 만나기로 했다던 그 장소 아니야?
대박, 완전 대박
너는 아까부터 뭐가 그렇게 '대박, 대박'이야?
(건) 대박이지, 잡았다잖아, 그 도둑을
경찰서에 그냥 바로 집어 처넣었어야지, 어떻게 했어?
끌고 갔지
(건) 대박
근데 파출소 가서도 거짓말을 하더라
(재원) 그 카메라 내가 준 거라고
(건) 대박 [은오의 한숨]
아, 그만 좀 해, 그놈의 대박
(은오) 그러니까, 너는 소설가라는 애가
단어 선택이 왜 그 모양이야?
(건) 대박, 대박, 대박
지금 나 구박할 타이밍이야?
경준이 사촌 형님이 사기를 당했는데?
네가 사기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아?
(건) 그게 사기지, 그럼 아니냐? 이름부터 속이고
아, 카메라도 그래 그거 훔쳐 간 걸 줬다 그러고
그게 사기지
그럼 오기냐?
[린이가 풉 웃는다]
[웃음]
(건) 그런 건 확 잡아 처넣어야 돼
[건이 컵라면을 부스럭거린다] [은오의 헛웃음]
(은오) 너 오늘 단어 선택 정말 저렴하다
처넣다니, 누가 누굴 처넣어?
(건) 누가? 박재원 씨가
누구를? 카메라 도둑을
어디에 처넣어? 감방에 처넣어 [은오의 성난 숨소리]
이게 왜 저렴하지?
감방을 그럼
모셔서 이렇게 넣어 드린다고 해야 되나?
[은오의 짜증 섞인 신음] (린이) 조용히 좀 해, 둘이 왜 또 싸워
아니, 너희들은 그렇게 싸우고 어떻게 같이 살아?
내가 항상 많이 참는 편이야
사과도 내가 먼저 하고
[은오의 헛웃음] 미안, 표현이 저렴해서
나도 미안 네 입으로 네가 말하는데 짜증 내서
아니, 내가 미안하지 네가 짜증 나게 말을 했는데!
아, 무슨 소리야, 내가 잘못했다니까!
너희들 둘이 그냥 쫓겨날래?
(건과 은오) 우리 집이거든?
(경준) 고기라도 좀 먹어
[경준이 말한다] (선영) 아,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놀라며] 법적 처벌? 뭐, 아니면 선처?
아, 그러니까 둘 중에 뭔데?
그래서 어떻게 했어?
봐줬어? 봐줬지?
(경준) 봐줬네
아유, 진짜! 속 터져, 진짜
[한숨]
[선영의 놀란 숨소리]
잠깐만
카메라는 돌려받았겠지?
(경준) 그만 좀 먹고 얘기 좀 해 봐, 좀 답답해, 답답해!
(은오) 그런 기분 알아?
어디 가서 콱 죽어 버리고 싶은 기분
걔 카메라 도둑이지?
씁, 방금 촉이 딱 왔는데
근데 뭐 그런 걸로 죽어?
당신은 소중한 사람입니다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393 청소년 전화 1388
[문을 찰그랑 잠근다]
(선영) 어?
카메라 도둑 아니야? 그럼 누군데?
(건) 카메라 브랜드가 뭐래?
너는 뭐, 경준이한테 들은 거 없어?
- (린이) 브랜드는 잘 모르겠고 - (건) 응
(린이) 세 개 합해서 천만 원이 넘는대
경준이 지금 속 터져 죽으려 그래
[새가 지저귄다]
[경준이 쓱쓱 설거지한다]
영상 편지?
(경준) [그릇을 툭 내려놓으며] 하지 마
그거 잘못하면 놀림거리 된다, 하지 마
[경준이 계속 설거지한다] 아니, 뭐, 사실 지금 딱히 할 말이 없긴 한데…
(경준) 하지 마라, 하지 마
- (재원) 왜 그랬니? - (경준) 아, 진짜 [경준이 그릇을 탁 내려놓는다]
[한숨]
(경준) 하지 말라니까, 씨…
(재원) 그래, 뭐, 사실
무슨 말을 해도
지금은 용서할 수 있을 거 같지가 않아
(경준) 또라이도 아니고, 진짜, 어휴
[문이 덜컥 열린다] (재원) 그날
[문이 덜컥 닫힌다] 나쁜 년이라고 해서 미안해
[쓸쓸한 음악]
카메라 집어 던진 것도 미안해
너 많이 놀랐을 거야
너한테 큰소리 낸 것도 미안해
그게 계속 마음에 걸렸어
(경준) 아, 저 등신, 저거 진짜
영상 편지를 또 하란다고 한다, 저거
그런다고 걔가 보냐?
아니, 이모도 멀쩡하고 이모부도 멀쩡한데
아, 쟤는 왜 저러는 거야, 저거 진짜
어휴, 씨
[버튼 조작음]
[강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강렬한 음악 소리가 들린다]
[한숨]
[한숨]
(은오) [가쁜 숨을 내쉬며] 뭘 봐
그냥 보여서 봤어, 내가 눈이 달려서
(건) 그래서 이제 본격적으로 보려고
은오야, 나 글이 너무 안 써져
나 글이…
글이 너무너무 안 써진다고, 글이!
그리고!
나 너무 힘드니까 좀 제발 좀 조용히 좀…
해
[가쁜 숨소리]
[버튼 조작음]
[가쁜 숨소리]
저녁 먹자
[은오의 가쁜 숨소리]
오늘 밥 당번 너잖아
아니야, 너야
(건) 너야
[한숨]
나야, 나인가 봐, 응
[한숨]
[버튼 조작음] [강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강렬한 음악 소리가 들린다]
[전기밥솥 뚜껑을 쾅 닫는다]
[건의 한숨]
[수납 장 문을 탁 닫는다]
(건) 맨날 내가 밥 당번, 어, 그래, 맞아
나는 맨날 밥을 하지
왜? 내가 만만하니까
내가 만만해서 맨날 나한테 밥을 시키는 거지, 어
[건의 한숨]
얘는 되지도 않는 걸 뭘 이렇게…
뭐가 이렇게 많아?
[한숨]
열심히는 했네
쟤가 일이 없어서 저러나?
[새가 지저귄다]
[한숨]
내가 일주일 동안 정말 많이 생각을 해 봤는데
그러니까 윤선아…
(재원) 아니
걔가 처음부터 날 속이고 나랑 같이 사는 동안에도
나랑 헤어질 계획이었다고 생각을 하면
그동안 내가 했던 사랑이
너무 아무것도 아닌 게 되잖아
그러면
그러면 내가 너무 비참해질 거 같아
(재원) 그래서 나는 다르게 기억하려고 해
[차분한 음악]
(재원) [한숨 쉬며] 우리는
그 바닷가에서 정말 서로 사랑을 했고
그리고 나는 걔한테 카메라를 선물했어
[카메라 셔터음]
(재원) 그리고 우리는…
우리는
그 바닷가에서 헤어졌어
난 그렇게 기억할 거야
[건의 깊은 한숨]
(건) 나 너무 힘들어
이은오 요즘 이상해
며칠 전엔 하루 종일 춤만 추더니
어젠 나랑 영화를 보는데
[스크린에서 영화 소리가 흘러나온다]
[건의 웃음]
[건의 옅은 웃음]
[건의 웃음]
[은오가 흐느낀다]
(건) 대체 어느 지점에서 슬픈 거야?
너 같은 닭대가리는 몰라
[은오가 연신 흐느낀다]
[건이 캔을 탁 놓는다]
[건이 의자를 드르륵 끈다]
[건이 의자를 드르륵 끈다]
(건) 오늘은… [건의 한숨]
(경준) 빨리 좀 말을 해라 [건의 헛웃음]
미안해
죽을 때까지 반성할게
[흥미로운 음악]
너한테 잘못한 거
[울먹이며] 내가 다 갚을게
사실은 이 말이 하고 싶었는데
못 했어
[한숨]
이은오 나쁜 년
넌 정말 나쁜 년
(은오) 이 나쁜 년
넌 진짜 나쁜 년이야
(건) 오늘은 자기 자신과 대화를 하고 있더라고
일이 없어서 점점 미쳐 가는 거 같아
(건) 회사 차리고 근근이 먹고사는 거 같더니 요새는…
(린이) 아예 일이 없어?
(건) 네버 에버
나 월세 올릴까 봐 너무 무서워, 린이야
내가 알바 자리 한번 알아볼까?
(건) 야, 잠깐만, 너 이거 봐 봐
은오가 이거 기획안 다 만들었어
이거 만들어 가지고 맨날 뿌리고 다니는데 [경준의 한숨]
뭐, 하나도 안 되는 거 같아
너희 어디 뭐, 이거 갖다줄 데 없냐?
너희 협력 업체 중에 마케터 필요한 데 없어?
"팀장"
[경준의 헛기침] [문이 덜컥 닫힌다]
[경준이 혀를 똑똑 찬다]
[재원의 한숨]
[재원의 괴로워하는 신음] [경준의 한숨]
[재원의 한숨]
뭐, 린이 만나러 간 거 아니었어?
린이 만나고 왔어
(경준) 이따 알바 마치고 또 오기로 했고 [한숨]
아, 내가 주말에도 미팅 잡는 팀장님 때문에
내가 쉬지를 못해요, 내가
내가 노예니?
(재원) 미안하다
(경준) 에헤, 이거 실패네
(재원) [한숨 쉬며] 이거 건축주한테 뭐라고 말하지?
- (재원) 아, 미치겠다 - (경준) 뭘 뭐라고 말해
(경준) 사실대로 말해야지
아무리 북악산이 아름다워도 모든 창에서 다 볼 수 없다고
다 박재원 네 욕심이었다고 얘기해야지, 뭐
[한숨]
[경준의 헛기침]
이것 좀 봐 봐
(재원) 뭔데?
린이 친구가 마케터야
(경준) 제안서 돌리고 있는데
우리 쪽 관련된 것도 좀 있더라고
[한숨]
(재원) 1인 회사네? 마케팅 기업?
근데 판교 타운하우스 비딩 끝났잖아
(경준) 응 [재원이 제안서를 탁 내려놓는다]
복합 문화 공간이랑 도서관 오픈 파티 비딩
아직 안 끝났다던데?
이한결 씨가 내일 출근하면 검토한다고
자기 책상 위에 올려 두라 그랬는데
내가 여기 먼저
올려 둘게, 한번 봐 봐요
봐 [문이 덜컥 열린다]
[엘리베이터 도착음]
(린이) 아
혹시 일하는 사람들 가세요?
(여자) 아, 네
(린이) 아
[엘리베이터 도착음]
음, 먼저 [여자의 옅은 웃음]
[초인종이 울린다]
- (경준) 팀장님 - (재원) 어
(경준) 그거 되지도 않는 거 그만 보시고 가시죠
- 오셨어? - (경준) 네
(경준) 안녕하세요, 오, 뭐야?
- (린이) 오다가 만났어 - (재원) 어? [경준의 웃음]
[여자의 옅은 웃음] (린이) 오빠, 점심 안 먹었다며?
(재원) 아, 안녕하세요, 저 박재원입니다 [여자가 인사한다]
- (여자) 주말인데 죄송해요 - (재원) 아니요, 괜찮아요
(재원) 뭐, 부산에서 오셨는데 저희가 맞춰야죠
마실 거라도 좀 드릴까요?
주스 있으면…
망고주스 있습니다
(여자) 아, 그럼 두 잔 부탁드릴게요 남편 금방 올 거거든요
[웃으며] 이쪽으로 오세요
(경준) [작은 소리로] 갔다 올게
(재원) 뭐 타고 오셨어요? 기차? 비행기?
- (여자) 차 타고 - (재원) 아, 차 타고
- (린이) 오빠, 커피 - (경준) 주스 나왔습니다 [재원이 고마워한다]
(재원) 아
아, 근데 시티 항공사 다니셨다면서요?
(여자) 아, 네, 남편도 같이요 [재원의 호응하는 신음]
다음 달에 같이 서울로 올 거 같아요
일전에 말씀드린 대로 부모님 사시던 집을 고쳐서
저희가 올라와서 살려고요
그게 이 집인데
고쳐서 살까 했는데
이번 기회에 다시 짓는 게 나을 거 같아서요
(재원) 다시요? 이거, 어유, 다시 짓기에는 좀 아까운 거 같은데
(여자) [살짝 웃으며] 옆집 땅을 침범하고 있어서요
여기 부분요
(재원) 잠시만요
아, 그러게요, 여기가
[재원의 호응하는 신음]
어? 따님인가 봐요, 귀엽다 [여자가 살짝 웃는다]
아기 진짜 예쁜데요? 몇 살이에요?
이제 9개월 됐어요
[경준의 호응하는 신음]
우리가 살다가 아이한테 물려주면 어떨까 싶기도 하고요
(재원) 아, 그러면 좀 튼튼하게 지어 두는 게 좋긴 하겠네요
그렇죠
(재원) 최 대리, 그, 샘플 좀 갖고 와 줄래요?
(경준) 네, 팀장님
[재원의 호응하는 신음]
이 부분이…
[초인종이 울린다]
(여자) 어, 왔다
(재원) 아, 오셨구나, 잠시만요
[잠금장치가 탁 풀린다]
(재원) 안녕하세요, 박재원입니다
(남자) 잘 부탁드립니다
(재원) 아, 이쪽으로…
[당황한 신음]
(남자) 오랜만이다, 경준아
- (여자) 자기 아는 사람이야? - (재원) 아, 뭐야, 아는 사이야?
(남자) 여기가 경준이 너희 회사인 줄은 몰랐네
[한숨]
아, 일단 이쪽으로 오세요
하, 씨…
(재원) 이야, 신기하다
아니, 어떻게 아세요?
뭐, 친구? 동창?
- 뭐, 전에… - (재원) 아
[재원의 어색한 웃음]
(경준) 결혼을 했어? 애가 벌써 9개월이야?
(경준) 아, 이 새끼…
(재원) 야, 야, 야
(남자) 그렇게 됐어 [재원의 어색한 웃음]
(재원) 아기가 진짜 귀엽더라
야, 야, 야, 야, 린아
[린이의 깊은 한숨] (경준) 형, 내가 설명할게
(린이) 은오랑 날 받고 청첩장 돌린 게 언제인데
벌써 애가 9개월이야?
저기요
얘 불륜인 거 알고 있었죠?
- (재원) 야, 린… - (린이) 같이 항공사 다닌 거면
(린이) 얘 결혼 날짜 받은 것도 알고 있었겠네?
- (경준) 내가 다 설명할게 - (린이) 알고도 만난 거야?
하, 넌 은오랑 날 받아 놓고 딴 년이랑 애를 만들었어?
- 야, 린아 - (여자) 아니, 본인 일이에요?
(여자) 아니잖아 오버가 심하다고 생각 안 해요?
- (린이) 어디서 애 만들었어? - (경준) 내가 말릴게
(린이) 은오랑 신혼살림 차린 부산 집이지?
[남자를 툭 치며] 은오도 그거 다 본 거지?
[소리치며] 그래서 은오가 석 달이나 사라진 거지? 너희 둘 때문에?
(남자) 그래, 그랬다! 그래서 뭐!
- (경준) 이런 미친 새끼가… - (재원) 야, 야, 야, 야, 야, 야! [여자의 비명]
(경준) 일로 와 [재원의 말리는 신음]
- (재원) 야, 너 뭐 하는 거야, 야… - (경준) 야, 야, 일로 와
(경준) 놔! 씨발, 사과해, 이 개새끼야! [재원이 경준을 말린다]
- (경준) 일로 와, 일로 와 - (재원) 야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 (경준) 일로 오라고 - (재원) 야, 야, 야!
[소란스럽다]
- (경준) 일로 와, 이 새끼야! - (재원) 하지 말라고!
(린이) 미친놈아!
[린이의 비명]
[쓸쓸한 음악]
[경준의 가쁜 숨소리]
[경준의 힘겨운 신음]
[TV 소리가 흘러나온다] [콜라 김이 쉭 빠진다]
[건의 한숨]
(건) 너 안 왔다고 린이가 챙겨 줬다
[은오의 흐느끼는 신음]
(건) 또 울어?
맛있어서 우는 거야 매워서 우는 거야?
(은오) 맛있어서
그래, 맛있더라
(건) 많이 먹어
[은오가 코를 훌쩍인다] [건의 한숨]
(린이) [흐느끼며] 아이, 진짜, 이은오 이 바보, 진짜
(재원과 린이) - 내가 미쳤지, 어? 내가 미쳤어 - 우리 은오 불쌍해서 어떡해
(재원) 내가 더 불쌍해 내가 제일 불쌍해, 여기서, 어?
- 아니, 왜 하필 나야, 왜 하필… - (린이) 개새끼!
(린이) 내가 더 때려 버렸어야 되는데!
(재원) 왜 하필 여기야, 어? 야, 왜 하필 우리 회사인 거야?
[린이가 연신 흐느낀다] 왜 하필 오늘이야, 오늘, 왜
왜, 왜, 왜 이유가 뭐야, 이유가, 이유가, 어?
(경준) 형, 내가 진짜 미안하다 내가 말로 해도 설명을…
(재원) 네가 더 나빠, 네가
너는 우리 클라이언트를 때렸어
넌 새끼야, 지금 경찰서 안 가는 것만으로도
진짜 다행인 줄 알아, 진짜 이 쌍놈의 새끼야
너 아까 거기서 싸웠잖아? 네가 졌어, 인마, 100%야, 100% [경준의 짜증 섞인 신음]
뭘 더 좋은 클라이언트를 네가 언제부터 데리고 왔다고
아유, 정말, 진짜
[린이가 연신 흐느낀다] 아니, 왜 사람을 때리냐고, 왜, 왜, 왜
콜라를 왜, 이거 난장을 피워 가지고 내가 지금 이거, 아휴, 씨
(경준) 형, 청심환 있어?
[재원의 한숨]
아유, 정신없어, 아휴
아유, 머리야
(재원) 아, 정신없어, 씨, 쯧
아유, 진짜…
[힘주는 신음]
이은오
이은오?
은오도 그거 다 본 거지?
(린이) [소리치며] 그래서 은오가 석 달이나 사라진 거지?
에이, 설마 [명함을 툭 내려놓는다]
(경준) 린이 친구가 마케터인데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재원) 야, 경준아!
야, 야…
[한숨]
아이, 설마
에이, 설마, 아니야
경준이가 윤선아를 알 리가 없어
아니야, 아니야
성수동?
[타이어 마찰음]
(재원) 너 성수동 살지?
(재원) 하, 씨, 아니야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한숨]
[TV 소리가 흘러나온다] (건) 아이씨, 왜 이렇게 못해?
(은오) 뭐냐, 너 먹고 왔잖아
한 판을 다 먹어야 되겠냐?
- (건) 나 아까 하나 먹었어 - (은오) 나 요즘 위태로운 거 몰라?
(은오) 이럴 때일수록 먹는 건 양보하자 만만둥이
[건이 은오의 손을 탁 잡는다]
이거 다 먹고 남은 거잖아
- 그렇다면 - (건) 가위바위보
[건의 아쉬워하는 신음] (은오) 하, 씨
[휴대전화 진동음] (건) 야
- 전화 - (은오) 야, 너 기다려
(은오) 여보세요
여보세요, 말씀하세요
여보세요 [건의 다급한 신음]
(재원) 선아 목소리야
(은오)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으며] 아, 뭐야
아, 뭐야, 가위바위보 하기로 해 놓고!
(재원) 맞아, 선아 목소리야 [은오와 건의 말소리가 새어 나온다]
[TV 소리가 새어 나온다] - (건) 손흥민 골 넣었다, 봐 봐 - (은오) 뭐야
(은오) 아, 아, 놓쳤잖아, 너 때문에!
다시 해 줄 거야, 봐 봐
[TV 전원음] - (은오) 뭐야? TV 왜 꺼졌어? - (건) 뭐야
(은오) 야, 리모컨 어디 있어?, 야, 리모컨
아, 야, 리모컨 어디 갔냐?
(은오) 아, 리모컨 어디 있어?
[수화기를 탁 놓는다]
(건) 야, 여기 있다, 여기 있다
(은오) [손을 툭툭 털며] 아, 진짜
[은오가 리모컨을 툭 놓는다]
야, 너 그 목걸이 뭐야?
(건) 반지네?
[애틋한 음악]
[한숨]
남자가…
있네
[한숨]
[한숨]
[한숨]
[명함을 쓱 집는다]
[명함을 툭 내려놓는다]
이야…
남자가 옆에 있는 거 같은데
있네
있어, 남자가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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