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 10
KBS 수목드라마 ‘마왕’ 10회
씬1 어느 요양원 한 곳(낮, 전회연결)
외곽에 위치한 한적하고 평화로운 요양원의 풍경.
벤치에 앉아 봄의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평화롭게 먼 곳을 바라보고
있는 승희(30대 초반, 따뜻하고 사려 깊은 인상의 시각장애인).
그 앞으로 누군가 걸어와 선다. 승희, 반가운 사람을 만난 듯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승하의 손엔 소박하면서도 탐스러운 프리지아 꽃다발이 들려있다.
승희 (프리지아 향을 맡은 느낌, 마치 승하를 보고 있는 듯이) 언제 왔어?
승하 (목소리만, 따뜻하고 정감어린) 방금.
승희 안 그래도 햇빛이 너무 좋아서 니 생각하고 있었는데, 넌 봄볕이 제일
좋다가 했잖아.
승하 (목소리만) 그랬나?
승희 (미소로) 그랬어.
승하 (조금은 쓸쓸한) 그랬구나.
승희 바빴어?
승하 ..조금. 기다렸지, 누나?
승희 (미소를 지으며) 응. 우리 승하 손 좀 잡아보자. (하며 손을 앞으로
내미는데 승하가 서 있는 방향과 반대다)
-승하, 허리를 구부리고 시선 맞춰 앉으며 승희가 내민 손을
잡아주며 안쓰럽게 바라본다.
승희 힘든 가보다. 우리 승하 손이 더 여위었어.
승하 (조심스레 손을 빼내며 쓸쓸한 얼굴로) 난..아주 잘 지내. 하는 일도
잘되고 있어.
승희 그럼 다행이구.
승하 자주 찾아오지 못해서 미안해, 누나.
승희 바쁜 거 다 아는데 뭘. 그리고 여긴 좋은 분들도 많고 아주 평화로워.
우리 승하 덕분에 누나가 왕비가 된 것 같애.
승하 (미안함과 안쓰러움이 담긴 눈빛으로 바라보며)..미안해 누나.
승희 뭐가?
승하 (슬픈 눈으로 보며) 이렇게 혼자 있게 해서..정말 미안해.
승희 (그 말의 의미를 알듯 모를 듯 미소만 지어 보인다)
승하 ....
타이틀 뜬다. 마왕 10회.
씬2 도서관서가(낮)
오수, 편지를 펼친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글자를 오려내 붙인 편지다.
‘이 지옥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길은 언제나 스스로를 지키는 것뿐이다.’
오수 (편지를 읽은 뒤 다급하게) 이 책<단테, 신곡 완역본> 가장 최근에
대출해 간 사람이 누굽니까?
해인 도서관에 직접 와서 넣고 간 거예요. 돌려받은 책은 우리가
정리하기 때문에 봉투가 들어있었다면 금방 알 수 있거든요.
오수 (끄덕이곤 주변을 둘러보며) 여기 CCTV 있죠?
해인 (난감하다) 없어요.
오수 없다구요?
해인 네. 도난방지를 위해 책 안에 칩이 내장되어있어서 열람실 안엔
따루 CCTV를 설치하지 않아요.
오수 (난감하다)
씬3 요양원 병실 밖(낮)
병원의 보통 병실보다 아늑하게 꾸며진 단정한 1인실.
화병에 담겨 창가에 놓인 프리지아를 마치 바라보고 있는 듯 앉아있는
승희의 모습을 복도에 난 창문으로 바라보고 서 있는 승하.
그 옆에 주치의로 보이는 젊은 의사가 있다.
의사 이형당뇨의 경우엔 저혈당이 가장 위험한데 요즘 들어 저혈당이 자주
잡혀요.
승하 (본다)
의사 워낙 병력이 오래된 분이라 저희도 신경 써서 인슐린이나 약을 병행하고
식이요법 운동요법을 시행하고 있는데도 혈당이 자주 떨어집니다.
승하 (걱정으로) 이유가 뭐죠?
의사 뭔가 스트레스를 받고 계신 듯해요. 늦게까지 잠도 못 자는 것 같고
식사도 종종 거르는 것 같구요.
승하 ..그래요. (승희에게 시선을 준다)
-하지만 창밖을 바라보고 있어 승희의 표정을 읽어내기가 어렵다.
승하 (그 모습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위로)
의사 (농담하듯 E) 아마 동생분이 보고 싶으셨나 봐요. 그리움도 스트레스의
원인이거든요.
승하 (승희만을 바라보는)....
씬4 요양원 병실 안(낮)
승희, 어쩐지 그리움이 담긴 표정으로 창가에 놓인 프리지아를 바라보고
있다. (후각으로 프리지아 향을 느끼는 기분으로)
씬5 도서관 서가(낮)
오수 (<달> 타로카드를 들여다보며) 이 카드에 의미는 뭡니까?
해인 기다림을 뜻해요.
오수 (해인을 본다) 기다림이요?
해인 네. (카드를 보며) 카드 그림대로 지금은 밤이고 밤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혼란스럽고 불확실하니까 날이 밝을 때까지 기다려야 돼요.
오수 (카드를 다시 본다)
해인 그리고 이 달은 하계의 여신을 상징하죠. 또 마술의 여신이기도 해요.
씬6 어느 주택가 골목(낮)
준표, 의혹에 빠진 표정으로 어느 집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그러다 중상층 단독주택 앞에 멈춰 선다.
해인 (E) 이건 곧 수수께끼 같은 일들이 주변에 일어난다는 뜻이에요.
<화면분할>
도서관의 오수와 해인의 모습.
해인 하지만 그 속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아무 것도 없어요.
-준표, 잠시 생각하다 대문을 열고 들어선다.
해인 움직이면 더 혼란스러울 뿐이니까 기다리라고 명령하고 있어요.
씬7 도서관서가(낮)
해인 (앞의 대사 이어서) 문 앞을 지키고 있는 두 마리의 개가 그것을 의미해요.
오수 (의미심장한 기분으로) 만약 기다리지 않고 움직이면요?
해인 ...사람이...죽어요.
오수 (굳어서 본다)...!
해인 가운데 있는 붉은 전갈이 바로 죽음을 상징해요. 만약 섣불리 움직이면
이 붉은 전갈에 물린다고 경고하고 있어요.
오수 (긴장된 얼굴로 <달> 타로카드를 들여다본다)...
씬8 어느 단독주택 정원(낮)
준표가 안으로 들어서서 보면, 중상층의 잘 꾸며진 단독주택 화단에
물을 주고 있는 노인.(7회 씬61씬의 그 당시 교장선생)
준표, 무언가 확인하기 위해 온 듯 의혹에 찬 표정으로 노인을 바라본다.
노인이 무심코 시선을 돌려 준표를 본다.
준표 (얼른 표정을 부드럽게 바꾸며) 안녕하셨어요, 작은아버지.
씬9 도서관 밖 한 곳(낮)
오수와 해인 밖으로 나와 걸어가고 있다.
해인 강형사님한테 더 이상 이 사건을 수사하지 말라는 메시지 아닐까요?
오수 그건 아닐 겁니다. 범인은 내가 자신을 찾아오길 바라고 있어요.
(사진 하나를 해인 앞에 내민다) 혹시 잔상에서 봤다는 남자, 이 사람
아닙니까?
해인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준표다)
<플래시 컷(8회 씬39)-잔상에서 봤던 순기의 얼굴>
해인 ..아뇨. 이 사람은 누군데요?
오수 성준표라는 기잔데 해인씨를 미행하고 있어요.
해인 (놀라서 본다)
오수 해인씨가 사건에 관여하고 있다는 걸 눈치 채고 오변호사한테 해인씨가
쥐고 있는 열쇠가 뭐냐고 물었답니다.
해인 (놀란) 변호사님이 이 사람을 만났다구요?
오수 ..네. 우리가 알고 있다는 걸 아니까 쉽게 움직이진 못하겠지만 쉽게 포기도
안 할 겁니다.
해인 (심정이 복잡해지는)
오수 일단 해인씨 비밀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미리 주의를
시키세요. 주희씨한테도요.
해인 (끄덕인다)
오수 우리 쪽은 팀장님께 부탁해 뒀어요.
해인 ...네.
오수 (걱정 가득해서) 조금이라도 이상한 기미가 보이면 언제든지 나한테
연락해야 합니다.
해인 (미소로) 네.
오수 새벽이든 한밤중이든 신경 쓰지 말고 언제든지 연락해야 됩니다. 알았죠?
해인 (자신을 염려하는 오수의 마음이 느껴진다) 걱정 마세요. 근데 책은
안 가져가셔도 되나요?
오수 지문이야 많이 나오겠지만 범인의 지문은 없을 겁니다. 나온다 해도
편지를 넣었다는 증거도 안되구요.
해인 ...그렇겠네요.
오수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 잔상을 일부러 심을 수가 있다면 반대로
잔상을 일부러 남기지 않을 수도 있습니까?
해인 그건 저도 알 수 없어요. 사람에 따라 잔상이 보이기도 하고
전혀 보이지 않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오수 그게 무슨 말입니까?
해인 (잔잔한 미소를 잃지 않은 채) 예전에 신부님께 제 문제를 의논드린
적이 있었어요. 신부님이 소지품을 주시면서 한번 읽어보라고 하셨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거든요.
오수 ...아무것두요?
해인 네에.
오수 해인씨 얘길 듣고 신부님은 뭐라고 하셨어요?
해인 (미소 띤 얼굴로)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엔 전부 다 이유가 있는
거니까 하느님이 제게 주신 선물을 좋은 곳에 잘 쓰라고 하셨어요.
오수 (끄덕이곤, 생각난 듯) 저번에 보관함 같은 게 보였다고 했죠?
해인 ..네.
오수 (확신이 서서) 어디에 있는 건지 알 것 같애요.
씬10 지하철 한 곳(낮)
지옥문 앞에 서 있는 오수, 지옥문을 바라보고 서있다. 그러다 시선이
생각하는 사람에 멈춘다. 그 위로 해인의 목소리(4회 씬38-2)
해인 (E) 눈을 감고 있을 때는 심판을 기다리는 자였던 생각하는 사람이
눈을 뜨는 순간 심판하는 자가 된다고 해요.
-오수, 심호흡을 하듯 깊게 숨을 내쉬고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본다. 그저 지나치는 행인들과 일상의 풍경들뿐이다.
씬11 요양원 병실(낮)
승하, 프리지아 화병 앞에 서서 창밖을 바라보고 서 있다. 승희는
침대에 누워 잠이 들어 있다. 승하, 시선을 돌려 잠든 승희를 보다가
이내 프리지아를 본다. 그 위로.
소년태성(E) 꽃 좋아해?
씬12 어느 꽃가게 앞(낮, 회상)
프리지아가 한 아름 놓여있는 꽃가게 앞에 서 있는 두 소년의 뒷모습.
(4월 말에서 5월 초순), 허름하고 낡은 옷차림에 가방을 메고 있는
모습이 마치 여행객 같은 인상을 풍긴다.
소년승하 (괜히 퉁명) 이런 게 뭐 꽃이야. 진짜 하나도 안 예뻐.
소년태성 근데 왜 그렇게 쳐다보고 있어?
소년승하 (그리움이 베인) 보는 게 아니라 그냥 향기를 맡는 거야. 이 꽃
향기가 엄청 좋아. 그래서 우리 누나가 좋아하나봐.
소년태성 (고개를 돌려서 승하를 보는 순간, 옆얼굴이 드러난다)
씬13 요양원 병실(낮, 현재)
승하, 천천히 몸을 숙이고 프리지아 꽃에 얼굴을 가까이해서 깊게 향을
들이마신다.
씬14 도서관서가(낮)
해인, <단테의 신곡>을 손에 들고 서 있다. 조심스레 주위를 둘러보며
사람이 있는지를 살핀다. 그리곤 조용히 손을 가져다대고 집중한다.
손에 떨림이 오고 해인의 이마에 진땀이 스미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재차 시도하듯 쉽게 책에서 손을 떼지 못하는 해인, 몸이 휘청하듯 책장을
집고 선다. 가쁜 숨을 몰아쉬는 해인의 모습이 유난히 힘겹게 보인다.
씬15 희수 사무실 비서실(낮)
석진 (전화를 받고 있다. 긴장되고 불안한) 아니. 택배 받은 거 없어.
오수 (F) 순기는?
석진 받았다는 전화 없었어. 무슨 일이 또 생긴 거야?
씬16 지하철 보관함 앞(낮)
오수 (핸드폰을 하며, 긴장된) 나한테 새로운 타로카드가 왔어.
민재 (한쪽에서 정신없이 뛰어와 선다)
오수 (대사 이어서) 분명히 누군간 나하고 같은 카드를 받았을 거야. 형한테도
물어보고 나한테 전화 좀 해 줘. 그래. (서둘러 끊고는 어딘가로 다시
전화를 한다)
민재 (긴장한 채 살피며) 어떻게 된 거야?
오수 (민재에게 눈으로 기다리라고 표시하곤 다급한 목소리로, 통화) 순기야,
난데.
씬17 어느 단독주택 서재(낮)
장서들이 들어차 있는 책장과 앉은뱅이책상, 난초화분 등 보수적이고
완고한 느낌을 주는 서재 안.
준표와 교장선생이 찻잔을 놓고 마주 앉아있다.
교장 (자기 앞에 내밀어진 신문기사 복사본을 바라보고 뜨악한 얼굴로
준표를 본다)
준표 이 기사 기억하시죠? 12년 전에 작은아버지 부탁으로 제가 썼던 겁니다.
교장 ...그런데?
준표 (변명하듯) 그때 전 경찰출입 기자를 막 시작한 때였고 큰 사건들이
줄지어 터져서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작은아버지가 직접 보내주신
초안을 바탕으로 기사를 썼구요
교장 (의아한) 하고 싶은 말이 뭐냐?
준표 이 폭력사건에 피의자 강모군이 강동현의 아들 강오숩니까?
교장 ..그걸 이제 와서 캐묻는 이유가 뭐야?
준표 대답해 주세요. 강오수가 맞습니까?
교장 ..그래, 맞아.
준표 (역시 짐작대로다, 헛웃음을 날린다)
교장 뭐 때문에 이러는 거냐?
준표 (O.L. 따지듯) 작은아버지의 명예를 위해서 절 이용하셨군요?
교장 (굳어지며 화내듯) 이용을 하다니?
준표 학교에 유리한 쪽으로 사실을 왜곡하신 거 아닙니까?
교장 (굳은 표정으로 단호하게 O.L.) 기사내용은 전부 사실이다! 잘못 된 거
하나도 없어!
준표 (O.L.) 강동현이 작은아버지께 압력을 넣었던 겁니까?
교장 (부르르해서) 무슨 되먹지 못한 소리야?!
준표 (스스로도 어이가 없어서) 강동현은 제 인생을 망친 인간입니다. 근데
제가 이런 한심한 기사를 썼다는 게 말이 되냐구요?
교장 (단호한) 기사를 쓴 건 너야! 난 내가 아는 데로 정보를 준 것 뿐이고
사실유무를 확인해야 할 책임은 전적으로 너한테 있었어.
준표 (서로 책임을 전가하듯 화내며) 전 작은아버지를 믿은 것뿐입니다!
교장 (O.L.) 그럼 끝까지 믿어! 그만 가봐라. (굳은 표정으로 외면한다)
준표 (조소 섞인 얼굴로 보다가 이내 마음과는 달리 부드러운 얼굴로)
오해하지 마세요.
교장 (외면한 채)...
준표 (부드럽게 설득하는) 전 작은아버지 명예를 실추시키는 짓은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제 와서 제가 뭘 어쩌겠어요? 들춰봐야 저한테도
수치스러운 일인데.
교장 (보는)
준표 (눈치를 살피며) 다만 지금이라도 사실을 알아야 할 것 같아서 그래요.
아는 데로만 말씀해 주세요.
씬18 지하철 보관함 앞(낮)
오수와 민재가 지하철 관리 직원 남자의 얘기를 듣고 있다.
오수 (어리둥절해서) 그게 무슨 말입니까? 이 앞에 CCTV는 있는데 관련
화면이 없다뇨?
직원 화장실 입구에 CCTV가 설치돼 있기 때문에 보관함까지는 CCTV 반경에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오수 이 역만 특별히 그런 겁니까?
직원 아뇨. 대부분의 역이 그럴 겁니다. 보관함은 저희가 관리하는 게 아니라
별도관리 업체가 있어서 관리지역에 포함시키지 않거든요.
오수 (답답한 듯 후우 한숨을 내쉰다)
민재 (직원에게) 고맙습니다.
직원 예. (가고)
민재 돌겠다. 지옥문도 CCTV 반경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하구.
오수 (또다시 당한 기분으로) 역시 약은 놈이야.
민재 선배친구 중에 타로카드 받은 사람은 없어?
오수 ..없어.
민재 그나마 다행이네.
오수 그렇지 않아. 다음 범행 대상을 알아야 사건을 막을 수 있어. (불현듯
생각나서) 김순기한테 택배 보낸 편의점 확인됐어?
민재 어. 논현동동인데 재민이가 갔어.
오수 (O.L. 굳어서) 편의점 위치가 어디라구?
씬19 강력5팀(낮)
오수와 반팀장, 민재, 재민 모두 모여 있다.
오수 (긴장되고 복잡한 심정으로) 우리가 놓친 공통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반 뭔데?
오수 지금까지 택배를 보낸 편의점 위치가 모두 피의자가 사는 동네였습니다.
조동섭도 김정연도 전부 다요.
반 그럼 강형사 친구한테 사진을 보낸 편의점 근처 어딘가에 다음 사건
피의자로 지목된 사람이 있단 얘긴가?
오수 (난감한) 제 친구 집이..그 편의점 근첩니다.
반 (뜨악해서 보고)
민재 (놀라서) 그럼 강선배 친구를 피의자로 지목했단 얘기야?
오수 (자신도 혼란스럽다) 범인이 패턴을 바꾸지 않았다면 그런 해석도
가능하지.
반 (급하게) 친구이름이 김순기라고 했지?
오수 네.
반 그 친구 주변 원한 관계부터 조사하면 다음 사건 피해자를 찾아낼 수
있겠구만.
민재 그러네요. 지금까지 개인의 원한관계를 교묘하게 이용했잖아요?
오수 하지만 순기를 지목했다고 확신할 순 없습니다. 택배를 받은 건 순기지만
그 오피스텔 주인은 다른 친구거든요.
재민 (끼어들며) 전 이해가 안돼요. 피해자라면 모를까 강선배님 친구들을
피의자로 지목한다는 건 앞뒤가 맞질 않잖아요.
민재 그건 그래. 혹시 그 편의점 근처에 다른 인물이 있는 거 아닐까요?
오수 (무서운 직감으로) 어쩌면 이번엔 뭔가 다른 계획이 있는지도 몰라.
반 다른 계획?
오수 ..네. 타로카드가 아니라 친구애인과 함께 찍은 사진을 순기한테 보냈다는
게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안 갑니다.
반 (뭔가 생각하곤 오수에게) 좀 나와 봐. (나가고)
오수 (보는)
씬20 경찰서 한 곳(낮)
오수 (의아한)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반 용의자는 12년 전 사건에 관계된 사람이야. 피해자 가족은 모두 사망했고
남은 건 김영철과 강형사 친구들이구. 김순기란 친구도 용의선상에(하는데)
오수 (O.L.) 그건 절대 아닙니다, 팀장님!
반 수사에 절대란 말은 있을 수 없어.
오수 만약 순기가 용의선상에서 벗어나려고 꾸민 거라면 타로카드가 아니라
왜 사진을 받았다고 하겠습니까?
반 수사에 혼선을 주려는 것일 수도 있지.
오수 하지만 첫 번째 택배가 도착했을 때 순기는 구치소에 있었습니다.
반 혼자 꾸민 게 아닐 수도 있지.
오수 김순기는 이런 사건을 꾸밀 만큼 용의주도한 놈이 못됩니다.
반 무조건 친구를 의심하라는 게 아니라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움직이자는
거야. 이 사건, 증인이나 정확한 물증이 없으면 범인을 잡아도 사건자체가
성립이 안 돼. 검찰에서 받아주지도 않을 거구.
오수 (심정이 복잡하다)..
씬21 석진 오피스텔 현관 밖(낮)
택배직원이 택배를 전하고 돌아가는 모습이 보인다.
씬22 석진 오피스텔 거실(낮)
순기, 겁에 질린 얼굴로 택배상자를 들고 서 있다.
순기 ...내 앞으로 왔잖아.
-떨리는 손으로 택배 상자를 연다. 그 안에 빨간 봉투가 들어있다.
순기 아씨...
-순기, 한손으로 봉투를 열면서 다른 손으로 허둥대며 수화기 집어 버튼을
누르며 봉투 안에서 사진 한 장을 꺼내 든다.
순기, 신호를 기다리면서 봉투 안을 다시 확인하지만 사진 한 장뿐이다.
순기, 사진을 들여다보면 나희와 희수가 함께 오수의 집 앞을 나서는
사진이다.
순기 (뜨악해서 사진을 보는) 뭐야, 희수형이잖아. (얼떨떨한 기분으로
사진 속 나희의 얼굴을 다시 확인한다) 이 여자가 여기 왜 있어?
(하는데 오수가 전화를 받는다)
오수 (F) 어 순기야.
순기 (의문에 찬 표정으로) 어..저기. (하곤 말을 멈추고 다시 사진을
들여다본다)
오수 (F) 여보세요?
씬23 경찰서 한 곳(낮)
오수 (대답이 없자, 긴장해서) 순기야?..순기야?
<화면분할>
순기 (사진을 뚫어져라 보면서) 어..저기..(해 놓고 망설인다)
오수 무슨 일이야?
순기 아니..그게...그 미친놈이 보내는 게 타로카드라고 했지? 사진이 아니라.
오수 (긴장 O.L.) 타로카드가 왔어?
순기 (얼른) 아니 그게 아니구. (둘러대듯) 그냥 뭘 좀 알아낸 게 있나 궁금해서.
오수 (맥이 빠지며) 아직은 없어. 저기 니가 받은 사진 말이야.
순기 (놀라서) 어떤..사진?
오수 석진이 애인하고 찍은 사진 말고 뭐가 또 있어?
순기 아아니. 근데 그 사진 뭐?
오수 사진에 특이할 만한 점이 전혀 없었어?
순기 ..없었어.
<화면 오수에게 오며>
오수 그래?..어, 알았어. (끊고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어쩐지 무언가 걸리는
느낌이다)
<플래시 컷-9회 씬30>
석진 혹시..순기 아닐까?
석진 (혼란스러운 상태로) 너도 알지만 순기자식 입만 열면 우리 때문에
인생 망쳤다고 하는 놈이야.
-오수, 마음속에 의심이 싹튼다. 하지만 이내 의심을 털어내려는 듯
머리를 흔든다. 친구를 믿어야 한다, 그렇게 스스로에게 다짐을 하듯...
씬24 석진 거실(낮)
순기, 요리조리 머리를 굴리듯 사진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다.
순기 분명히 오수네 집 앞인데..(그러다 뭔가 감이 오는 듯 히죽 웃으며) 허,
재밌네, 이거.
씬25 호텔 화장실 안(낮)
양변기 안으로 찢어져 버려지는 나희와 석진이 함께 찍은 사진.
석진, 물을 내려 사진을 흘려보낸다.
씬26 호텔 화장실 세면대 앞(낮)
석진, 화장실 안에서 나오는데 희수가 막 들어선다.
석진 (자신도 모르게 놀라 우뚝 멈춰 선다)...!
희수 뭘 그렇게 놀래?
석진 (애써 담담한)..놀래긴요.
희수 아버지가 말씀하신 건 알아봤어?
석진 (보면)
희수 정태훈 동생말이야.
석진 아..네. 알아보고 있는 중입니다.
희수 어. (화장실로 가며) 순기가 요즘은 잠잠하네. 카지노 얘긴 안 해?
석진 ..가끔이요.
희수 (끄덕이곤 석진이 막 나왔던 화장실 안으로 들어간다)
석진 (불안한 마음으로 본다)..
씬27 다른 경찰서 폭력팀(오후)
낮이라 큰 사건 없이 한가한 분위기. 광두의 전 형사동료 유승만,
팀장 자리에 앉아 신문을 보고 있다. 안으로 들어서는 광두,
승만을 보고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자리로 다가온다.
광두 유팀장님!
승만 (신문에서 시선 떼고 보곤 확 반가워서) 어, 이게 누구야?
광두 (부스스 웃는다)
<시간경과>
승만 (가물가물하다) 그냥 뭐 반듯하게 생겼던 것 같애. 야 솔직히 10년도
넘었는데 어떻게 기억을 하냐?
광두 ..그렇겠지.
승만 (의아한) 근데 뜬금없이 피해자 가족에 대해서 왜 물어?
광두 (담담한) 실은 정태훈 모친하고 동생이 사망했단 얘길 나중에야 알았어.
동생사망원인이 불분명하길래 이유라도 알아야 할 것 같아서(하는데)
승만 (O.L. 대수롭지 않게) 교통사교야.
광두 (놀라서) 니가 그걸 어떻게 알아?
승만 신고 받은 파출소에서 나한테 연락이 왔드라구.
광두 (바짝 긴장해서) 자세히 설명해 봐.
승만 교통사고 피해자 학생증으로 가족을 찾았더니 무연고라서 신원을 확인할
방법이 없었나봐.
광두 (긴장) 그래서?
승만 이것저것 경찰정보망 뒤지다가 정태훈 사건기록을 보고 나한테 연락한
거지. 내가 담당형사니까 와서 신원 좀 확인해 달라구.
광두 그래서 직접 사체 확인한 거야?
승만 뺑소니라는데 트럭에 치였는지 얼굴이 너무 망가져서 알아볼 수가
없더라구.
광두 (너무 딱한 생각이 들어 말을 잃고 보는)
승만 뭐 어차피 학생증이랑 유품은 있었으니까 확인은 된 셈이구.
광두 (참담한 기분으로) 그럼..그 아이 시신은 경찰에서 수습했겠네.
승만 연고가 없으니까 우리가 화장해서 뿌려줬어.
광두 (긴 숨을 내 쉬고는) 장소가 어딘지 기억해?
승만 그건 알아서 뭐하려구?
광두 (씁쓸한 기분으로) 한 번은 가봐야 할 것 같아서.
승만 (픽 웃으며 농담하듯) 그 놈의 오지랖은 여전하네.
광두 (훗 웃는)
승만 아마 벽제 근처였던 것 같은데 집에 있는 수첩 찾아보면 정확한
장소를 알 수 있을 거야.
광두 (명함 꺼내서 주며) 그럼 확인해서 나한테 연락 좀 해 줘.
씬28 경찰서 앞(낮)
광두, 씁쓸한 기분으로 밖으로 나와 한쪽으로 간다.
다른 방향에서 걸어오는 준표, 경찰서 안으로 들어간다.
씬29 지하철 보관함 근처(오후)
한 곳에 잠복하고 서서 보관함 쪽을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는 오수의
충혈 된 눈. 그 옆에 민재 걱정스럽게 오수를 바라본다.
잠을 통 못 잔 탓에 눈이 자꾸 감기는 오수, 머리를 흔들어 잠을 쫓고는
다시 한 곳을 응시한다.
민재 (한숨 쉬듯 보곤) 내가 지킬 테니까 잠깐이라도 차에서 자고 와.
오수 (한 곳만 본채로) 괜찮아.
민재 이틀째 못 잤잖아. 밥도 제대로 안 먹구.
오수 괜찮다니까.
민재 (화내듯) 내가 안 괜찮단 말야!
오수 (본다)
민재 (괜히 흥분해서) 나 강선배 파트너야. 힘들 때 서로 의지하고 돕는 게
파트너 아니야? 혼자 끙끙거리지만 말고 힘들면 힘들다고 하고, 자기
몸도 좀 챙기란 말야.
오수 이민재?
민재 (O.L.) 선배 기분 충분히 이해하는데 그렇다고 몇 날 몇 칠 잠도
안자고 뛰어다니면 체력이 어떻게 버텨?
오수 (바라본다)
민재 (그 시선에 퉁명) 왜 그렇게 봐?
오수 (픽 웃더니 대뜸 민재 머리를 쓰다듬으며) 자식, 많이 컸네.
민재 (어이가 없다) 뭐?
오수 (다시 보관함 앞을 응시한다)
민재 (속상해서 외면하는데)
오수 (앞만 본 체로 진심을 담고) 고맙다, 걱정해줘서.
민재 (머쓱해진 기분으로 오수를 바라본다)..
오수 (앞만 응시하고 있다)...
씬30 경찰서 내 피의자 면담실(오후)
승하가 정연과 마주앉아있다. 정연은 피곤한 얼굴로 어딘가 넋이 나간
듯한 모습이다.
승하 조서 작성이 끝났기 때문에 모레쯤에 검찰로 송치될 겁니다.
정연 (대뜸) 누가 보낸 건지는 알아냈나요?
승하 (본다)
정연 그 가스총이요. 소라아빠가 보낸 게 아니라면서요?
승하 (담담하게) 경찰에서 수사중입니다.
정연 (계속 그 생각만 하고 있었던 듯) 왜 나한테 그걸 보냈을까요?
승하 (잠시 보다가) 다른 문젠 잊어버리시고 마음을 편히 가지세요.
유리한 증거가 있기 때문에 재판 결과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정연 (대뜸) 제가 사람을 죽였어요.
승하 김정연씬 살해의도가 전혀 없었고 가스총이 윤대식에게 치명적이라는
것도 몰랐습니다.
정연 (고개를 가로저으며) 아니에요. 나 그 사람 죽이고 싶었어요. 매일 밤
그 사람이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승하 김정연씨 탓이 아닙니다.
정연 (O.L. 죄책감이 원망으로 돌변해서) 나한테 가스총을 보낸 사람, 그
사람 때문에 내가 사람을 죽였어요.
승하 (순간 미간이 꿈틀하는 느낌으로 본다)
정연 그 사람 때문에 내가 살인자가 됐다구요.
승하 (아프게 본다)...
정연 그 생각만 하면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어요. 밥을 먹을 수가 없어요.
승하 (말문이 막힌 채 보고 있다)..
정연 (마치 승하에게 묻듯) 도대체 왜 나한테 그런 걸 보낸 거죠? 왜 날
이렇게 만든 거냐구요? 그 사람이 너무 원망스러워요. (얼굴을 탁자에
묻고 흐느낀다)
승하 (담담한 듯 보이지만 두 눈에 고통이 스민다)
씬31 도서관 한 곳(오후)
책 배열을 하고 있는 해인의 모습이 누군가의 시선으로 보여 진다.
해인의 얼굴이 다른 때와는 달리 조금은 피곤해 보이지만 손놀림과
표정만은 밝다.
그 모습을 한곳에 서서 바라보고 서 있는 승하의 두 눈에 말할 수 없는
슬픔이 가득 차 있다.
해인,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돌려보면 승하의 모습은 이미 사라지고 없다.
해인, 분명 누군가 있었던 것 같은 미묘한 감정을 느낀 듯 바라본다..
씬32 성당 안(밤)
아무도 없는 텅 빈 성당 안. 신부가 고해성사실로 들어간다.
씬33 고해성사 실(밤)
신부, 자리에 앉아 성호를 긋고는 창문을 연다.
신부 형제님 말씀하십시오.
-맞은편 고해성사 실 자리에 앉아있는 승하의 옆모습이 보인다.
-신부, 차분히 상대가 말할 때까지 기다리지만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자 조용히 맞은편 고해성사 실을 본다. 아무도 없고 텅 비어있다.
씬34 성당 안(밤)
예의 그 무표정하고 차가운 얼굴로 돌아온 승하, 고해성사 실에서 나와
걸어간다. 신부가 고해성사 실에서 나와 승하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본다. 승하는 망설임 없이 출입문을 향해 걸어간다.
마치 신에게 등을 돌리고 가는 것 같은 모습처럼..
씬35 지하철 보관함 근처(밤)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서서 계속 보관함 앞만 응시하고 있는 오수.
민재 (걸어와서) 지옥문 앞엔 철수하라고 했어.
오수 (앞만 본채로)
민재 (포기하듯) 김밥이라도 사올게(하는데)
오수 (무언가를 본 듯 낯빛이 경직되며) 잠깐만!
-민재, 오수의 시선을 따라가서 보면 보관함 앞으로 걸어오는 남자의
모습이 포착된다. 영철이다.
민재 (놀라 굳어서) 저 사람? (급히 가려는데)
오수 (앞을 응시한 채로 민재의 팔 잡아 세우며) 기다려.
-보관함 앞으로 쭈뼛쭈뼛 걸어오는 영철, 보관함 번호를 확인하더니
열쇠로 문을 열고 서류봉투 같은 걸 꺼내드는 순간 오수, 빠르게
영철에게 달려간다. 민재도 달려간다.
씬36 지하철 보관함 앞(밤)
영철, 봉투 들고 돌아서는데 오수가 그 앞에 멈춰 선다.
영철 (헉 놀라서 본다)
오수 (영철을 본다)
영철 여..여긴(하는데)
오수 (영철 손에서 봉투를 낚아챈다)
영철 (황급히 봉투를 뺏으려고 하며) 이..이리 줘.
-오수, 거칠게 봉투를 찢어 안의 것을 꺼내들어 본다. 소설원고다.
민재 (당황스럽게 오수를 본다)
-오수, 정신없이 원고를 넘겨본다. 이상할 게 전혀 없는 소설원고일 뿐이다.
당혹스러운 기분으로 원고를 털어내 보기까지 하지만 문제될 게 아무것도
없다. 당황스러우면서도 의혹에 찬 눈길로 영철을 본다.
영철 왜..왜 그러는 거야?
오수 (그제야 영철의 손을 본다. 검은 가죽 장갑은 없다.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영철을 바라본다)
영철 (원고를 뺏듯) 이..이리 줘.
오수 (저항도 없이 원고를 가져가게 그대로 둔 채 혼란스럽게 바라본다)
영철 (황급히 자리를 떠난다)
민재 (허탈해서 오수를 보면)
오수 (여전히 의혹에 찬 눈빛으로 영철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민재 강선배?
오수 (급하게 영철을 따라간다)
씬37 지하철 역 앞(밤)
영철, 원고를 들고 밖으로 나오는데 오수가 달려와서 영철을 가로막고
선다. 영철, 움찔해서 한 발 뒤로 물러선다.
오수 (의혹에 찬) 이게 우연이라구? 니가 여기 온 게 정말 우연이라구?
영철 (보며) 워..원고 찾으러 온 거야.
오수 (무섭게 노려보며) 그렇지 않아. 넌 내가 여기 있다는 거 알고 일부러
온 거야. 안절부절 못하는 내 모습이 보고 싶어서..그래서 온 거야. 그렇지?
영철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웃는다)
오수 (멱살을 움켜쥐며) 재밌어? 우왕좌왕하는 내 꼴이 재밌어 죽겠지?
그렇지?
민재 (놀라 뛰어와서 말리며) 강선배?
오수 (감정에 받쳐서) 할 수 있다면 니 손으로 해. 비겁하게 다른 사람 인생까지
망치지 말고 니 손으로 직접 날 죽여 봐!
민재 (미치겠다) 왜 이래?
오수 (제정신이 아닌 듯) 장난치지 말고 니 손으로 직접 하란 말야!
영철 또..똑같애.
오수 (흠칫해서 본다)
영철 (말은 더듬지만 오수를 똑바로 보며) 변한 게 하나도 없어.
넌 여전히 나쁜 놈이야.
오수 (그 말에 무너지듯 멱살 잡은 손을 스스르 놓는다)
영철 (원망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태..태훈이도 그랬어. 넌 한심한 놈이라구.
오수 (말문이 막혀 멍하니 본다)
영철 하..한번만 더 날 괴롭히면 경찰에 신고할 거야. (하곤 간다)
민재 (불안한 마음에 영철을 쫓아가며) 저기요. 김영철씨.
오수 (혼이 빠져나간 듯 멍하니 서 있다)
-계속 걸어가는 영철을 따라가는 민재, ‘오늘 일은 사과드릴게요,
죄송합니다.‘하며 영철을 따라가며 달래고..
오수는 그 자리에 못 박힌 채 서서 멍하니 바라보다가 자신의 손을
들어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들여다본다. 그 위로.
태훈 (E) 넌 비겁해.
-오수, 마치 옆에서 하는 말처럼 들리듯 황급히 주위를 둘러본다.
<플래시 컷-사고현장에서>
태훈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한심한 놈이야.
-오수, 호흡이 거칠어지며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계속 주위를 둘러본다.
오고가는 행인들이 그런 오수를 힐끔힐끔 쳐다본다.
민재, 걸어오다가 우뚝 걸음을 멈추고 오수를 본다.
행인들 속에 마치 길을 잃은 사람처럼 덩그러니 서 있는 오수의 모습...
씬38 해인의 집 앞(밤)
승하, 검은 하늘을 예의 그 차갑고 무표정한 얼굴로 올려다보고 있다.
문이 열리고 해인이 승하를 본다. 승하가 문소리에 돌아본다.
해인 (반갑게 맞으며) 오셨어요?
승하 (미소만 지어 보인다)
씬39 해인의 거실(밤)
소라는 없고 승하와 해인과 해인모.
승하 형네 집엔 소라랑 동갑인 조카가 있어서 소라한테 좋은 친구가 돼
줄 겁니다.
해인모 (섭섭한 얼굴로, 수화) 섭섭하네요. 소라하고 벌써 정이 많이 들었는데.
해인 그래도 소라한텐 거기가 더 좋을 것 같아요.
해인모 (수화) 맞아. 나하곤 얘기도 안 통하구.
해인 (얼른) 그래서가 아니라, 또래 친구도 있고 공기도 좋으니까.
해인모 (미소로 끄덕인다)
승하 소라엄마가 감사하단 인사를 전해달라고 했습니다. 다음에 꼭
찾아뵙겠다구요.
해인모 (미소로 끄덕이는데)
(E) 해인의 방에서 울리는 핸드폰 소리.
해인 소라 깨겠다. (얼른 일어나 방으로 급하게 들어간다)
승하 (그 모습을 눈으로 쫓는다)
해인모 (그런 승하를 미소로 살피듯 보는데)
승하 (시선 돌리다가 해인모의 시선과 마주친다)
해인모 (수화) 변호사님이 우리 해인이 곁에 계셔서 참 든든해요.
승하 (미소를 지어보이지만 그 미소가 금방 사그라진다)
해인 (겉옷 챙겨 입고 급하게 나오며) 엄마, 저 좀 나갔다 올게요.
해인모 (수화) 어디 가는데?
해인 금방 올게요. (승하에게) 조심해서 가세요.
승하 ..네.
해인 (서둘러 나간다)
승하 (바라보는)...
씬40 해인의 집 앞(밤)
해인, 밖으로 나와서 보면 오수가 불안정한 모습으로 서성이고 있다.
해인 (다가가서) 강형사님.
오수 (정신이 들어서 본다)
해인 급한 일이란 게 뭐예요?
오수 (다짜고짜 <달>타로카드를 내밀며 서두르는) 예상대로 지문 같은 건
없어요. 하지만 어떻게든 다음 피해자가 생기기 전에 막아야 됩니다.
해인 (가만히 본다)
오수 (다급하고 초조한) 친구들이나 가족들한텐 카드가 오질 않았어요.
하지만 분명히 누군가 나하고 같은 카드를 받았을 겁니다. 그 사람을
찾아야 돼요. 뭐든 좋습니다. 작은 거라도(하는데)
해인 (O.L.) 저녁은 드셨어요?
오수 (본다)
해인 (따뜻한 눈빛으로 보며) 안 드셨죠?
오수 (멋쩍은 웃음으로)...너무 내 말만 했죠?
해인 원래 배고프면 성미가 급해진대요.
오수 누가 그래요?
해인 제가요.
-오수, 민망한 웃음을 짓다가 무심히 시선을 돌려서 보면 승하가
집 앞을 막 나서고 있다.
오수 (해인의 집에서 나오는 모습에 웃음이 사라진다)
승하 (예의 그 담담한 얼굴로 다가와서) 강형사님 전화였군요?
오수 (대뜸) 해인씨 집엔 무슨 일입니까?
해인 (담담) 소라 일로 의논할 게 있어서 오셨어요.
오수 아...(승하보며) 소라를 형님 댁에서 돌봐주실 거란 얘긴 들었습니다.
쉽지 않은 일일 텐데 형님이 참 좋은 분인가 봐요.
승하 (입가엔 미소가 잡히지만 그 눈은 차갑다) 우리 형은 세상에서 가장
착한 사람이죠.
오수 (별다른 뜻 없이) 부럽네요. 좋은 형님이 계셔서.
승하 모두들 부러워했죠. (오수의 얼굴을 살피며 걱정스럽다는 듯이) 근데
많이 피곤해 보이네요.
오수 안 피곤합니다.
승하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그러다 범인보다 먼저 쓰러지면 큰일이잖습니까.
오수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승하 당연히 그래야죠. (해인에게) 소라 데리고 갈 때 해인씨도
같이 가면 좋을 것 같은데, 괜찮겠어요?
해인 네에. 저도 소라가 지낼 곳이 어딘지 보고 싶어요.
승하 (어쩐지 쓸쓸한 미소로) 해인씨 보면 형도 아주 반가워 할 겁니다.
오수 (불끈 질투가 생기듯 승하를 보는)
씬41 해인의 동네 일각(밤)
야경이 내려다보이는 한적한 장소에 앉아있는 오수와 해인.
해인, <달>타로카드를 손에 쥐고 마음의 준비를 하듯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그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는 오수.
해인, 카드에 손을 대고 집중하기 시작한다.
<<플래시 컷
-피에로 분장을 한 도우미의 얼굴이 귀엽기보단 을씨년스럽게 보이고.
(피에로 분장을 하고 편의점 앞에서 사람들에게 풍선을 나눠주는
홍보 도우미의 모습입니다)
-빨간 봉투에서 <달>타로카드를 꺼내들어 보곤 다시 봉투에 넣는
검은 장갑을 낀 남자의 손.
-행인들에게 풍선을 나눠주는 피에로.
-오색의 풍선들이 마치 놀이공원을 연상시키듯 보이다가 어느 순간
막 오픈한 편의점 입구를 장식한 아치 모양의 오색의 풍선들..>>
-해인이 눈을 뜬다. 다른 때보다 유난히 힘들어 보이는 얼굴이다.
잠시 거친 숨을 진정시키는 해인..
오수 (걱정스럽게 살피며)...괜찮아요?
해인 (애써 미소로) 그럼요.
오수 (걱정 가득해서) 오늘은 유난히 더 힘들어 보이던데..
해인 자고 나면 금방 좋아져요.
오수 (미안한 마음으로 본다)
해인 택배를 보낸 장소가 새로 개업한 편의점 같애요.
오수 개업한 편의점이요?
해인 편의점 입구에 아치모양에 풍선장식이 있고 피에로 분장을 한
도우미가 풍선을 나눠주는 것 같았어요.
오수 (빠르게 핸드폰부터 꺼내들어 번호 누르고) 재민아, 난데. 최근에
새로 오픈한 편의점 명단 전부 입수해.
재민 (E, 피곤한) 지금 막 집에 왔는데..조금만 자고나서 하면 안 될까요?
오수 내가 할게, 그럼. (끊고는 서둘러 일어서며) 서로 들어가 봐야겠어요.
해인 (따라서 일어서며) 오늘은 집에 가서 좀 쉬세요.
오수 (다급하다) 괜찮아요. 편의점만 확인하면 택배를 받은 사람을 찾을 수
있어요.
해인 이번에 온 편지 내용 기억하세요?
오수 (보는)
해인 택배를 보낸 사람은 강형사님이 스스로 무너지는 것을 보고 싶어 해요.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고 혼란에 빠지면 그게 바로 지옥이니까요.
오수 (굳어져서 본다)
해인 (따뜻한 미소로) 자신을 지키려면 제일 중요한 게 체력이에요. 그러니까
오늘은 아무 생각마시고 좀 쉬세요.
오수 ...어느 정도 성공했습니다.
해인 (본다)..?
오수 (자신을 괴롭히고 있는 갈등을 털어놓듯) 내가 무너지는 것이 범인의
목적이라면 어느 정도 성공했는지도 모릅니다.
해인 ....
오수 머릿속에서 같은 생각이 떠나질 않아요. 나한테 자격이 있는지, 범인을
쫓을 자격이, 그 놈을 미워할 자격이 나한테 과연 있는 건지..자꾸만
뒤를 돌아보고 후회하고...(어둠이 내린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본다)
해인 (뭐라고 말을 하려고 하지만 쉽게 말이 나오질 않아 걱정스럽게
바라본다)....
오수 (민망한 웃음으로 해인을 보며 불쑥) 내 걱정하고 있죠, 지금?
해인 (부러 웃어 보이려)..아뇨.
오수 왜 걱정을 안 합니까? 난 진지하게 말한 건데.
해인 ...강형사님을 믿으니까요.
오수 (그 말에 잠시 말을 잃고 본다)
해인 (미소로 본다)
오수 (해인의 미소만으로도 위로를 받은 듯 빙긋 웃으며) 가요.
해인 집으로 가실 거죠?
오수 ..생각해 봐서요. (먼저 가면서) 아 봄바람 좋다.
해인 (쓸쓸한 오수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따라 간다)
씬42 동현의 집 앞(밤)
오수, 걸어와 선다. 초인종을 누르려다가 이내 손을 거둔다.
그렇게 잠시 망설이듯 서 있다가 쓸쓸하게 다시 발길을 돌려서 간다.
씬43 오수의 방(밤)
동현, 아들의 방을 둘러보고 있다. 그러다 오수와 친구들이 함께 찍은
사진을 본다. 아들과 멀어진 거리만큼 표현할 수 없는 그리움도 크다.
착잡한 마음으로 서 있는 동현..
씬44 석진의 거실(늦은 밤)
술에 취한 석진이 좀 비틀거리며 안으로 들어선다.
순기 (맞으며) 니가 웬일이냐 ? 취할 만큼 술을 마시구.
석진 (대답도 않고 방으로 가려는데)
순기 (대뜸) 희수형님도 아냐?
석진 (흐린 눈으로 돌아보며, 퉁) 뭘?
순기 니 애인말야.
석진 (술기운이 확 달아나듯 눈이 커져서 본다) 무..슨 소리야?
순기 (은근히 살피며) 저번에 보니까 희수형님이 너한테 애인 있는 거
모르는 것 같아서.
석진 (순간 안도하며) 헤어졌다고 했잖아. 소개시킬 만한 사이도 아니었구.
순기 그럼, 니 애인(하는데)
석진 (버럭 화내며 O.L.) 헤어졌다니까!
순기 (이죽거리듯) 왜 승질을 내냐?
석진 제발 내 일에 상관 말고 니 걱정이나 해! 그리고 내가 대출해
줄 테니까 오피스텔 얻어서 나가. 너하고 같이 있는 거 불편해.
(하더니 도로 밖으로 나간다)
순기 (히죽 웃는다)
씬45 강력5팀(늦은 밤)
아무도 없는 텅 빈 사무실.
오수, 소파에 불편한 자세로 누워 잠들어 있다. 악몽을 꾸는지
낮은 신음소리를 내며 괴롭게 인상을 쓰고 있다.
<플래시 컷-사고 장면 중>
---허리가 꺾인 태훈이 균형을 잃으면서 오수의 다리도 꺾이며
태훈이 오수 위로 엎어지듯 쓰러진다.
순식간에 시간이 정지된 듯 공포에 질린 태훈의 눈과 오수의 눈빛.
두 소년의 얼굴이 거의 맞닿을 듯 서로의 눈빛을 바라보고 있다.
-오수, 진땀을 흘리며 가위에 눌린 듯 몸을 뒤척이는데 그 위로
핸드폰이 울린다.
오수, 벌떡 일어나서 거친 숨을 몰아쉰다. 계속 울려대는 핸드폰
소리에 허둥지둥 핸드폰을 찾아서 받는다.
오수 여보세요.
석진 (F, 술이 좀 취한) 나야.
오수 어..석진아. (시계를 확인한다. 새벽2시가 다 됐다) 무슨 일이야?
씬46 석진 오피스텔 현관 밖(늦은 밤)
술에 취한 석진, 밖에 기대서서 통화중이다.
석진 아무 일 없어. 그냥 니 목소리 듣고 싶어서 한 거야.
오수 (F) 싱겁긴.
석진 오수야, 난 널 믿어.
<화면 분할>
오수 (말문이 막혀서)..
석진 니가 일부러 그러지 않았다는 거..믿는다구.
오수 술 마셨구나?
석진 어, 조금...미안하다.
오수 니가 왜 미안해. 내가 미안하지.
석진 아니야. 내가 미안해, 오수야. 정말 미안하다.
씬47 강력5팀(늦은 밤)
오수, 핸드폰을 끊는다. 석진이의 태도가 어쩐지 마음에 걸린다.
씬48 석진 오피스텔 현관 밖(늦은 밤)
석진, 후우 긴 숨을 내쉰다. 돌아갈 수도 없는 길을 너무 많이 와 버린
것 같은 괴로운 심정으로 서 있다.
씬49 석진 거실(늦은 밤)
순기, 나름의 계획이 있는지 입가를 비틀며 웃고 있다.
씬50 어느 건물 옥상(늦은 밤)
차갑고 무표정한 얼굴로 마치 지상을 내려다보듯 네온사인 가득한
밤풍경을 내려다보고 서 있는 승하.
씬51 강력5팀(늦은 밤)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잠 못 들고 서성거리고 있는 오수.
씬52 어느 건물 옥상(늦은 밤)
차가운 눈빛으로 네온을 바라보고 서 있던 승하의 입가에 잔인한
미소가 감돈다. 하지만 그 눈은 슬픔에 차 있다.
씬53 한강 둔치(이른 아침)
운동복 차림의 동현, 보좌관 없이 혼자서 조깅을 하고 있다.
아침 운동을 나온 시민 중 한두 명이 동현을 알아보고 고개 인사를 하면
동현도 사람 좋은 웃음과 손짓으로 회답한다.
불쑥 누군가 동현의 앞을 가로막고 선다. 동현, 놀라서 우뚝 선다.
동현의 앞을 가로막고 서 있는 준표.
준표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강의원님.
동현 (누군지 첫눈에 알아보지 못하다 이내 알아보고 표정이 굳어진다)
준표 (이죽거리듯) 건강해 보이시네요.
동현 자네도 건강해 보이는구만.
준표 의원님 덕분에 인생 쓴맛을 알고 나니까 내공이 좀 생긴 것 같습니다.
동현 (동요 없이) 그 일이라면 나도 유감이야. 하나마나한 얘기지만
자네가 근거 없는 기사만 쓰지 않았어도 자네하고의 인연이 나쁘진
않았을 거야.
준표 안 그래도 반성하고 있습니다. 기자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닌데 전
기자자격이 없는 것 같아서 말이죠.
동현 (의도를 간파하려고 날카롭게 보며) 반성을 하려고 이 시간에
찾아온 건 아닐테구, 용건이 뭔가?
준표 (이죽거리는)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강의원님과 관계된 근거 없는 기사를
제가 하나 더 썼더군요.
동현 근거 없는 기사?
준표 정확히 말하면 강의원님 둘째아들 강오수형사가 저질렀던 12년 전
살인 사건에 관한 기삽니다.
동현 (표정은 굳어지지만 목소리는 동요가 없다) 살인사건이라?
준표 네. 살인사건.
동현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으며) 내공을 제대로 쌓지 못했구만.
-하곤 무시하고 걸어간다.
준표 (따라 걸으며) 아버지 입장에선 어쩔 수 없으셨겠지만 전 기자로서
부끄러운 기사를 쓴 것에 대해 지금이라도 진실을 밝힐 생각입니다.
저한테 충분한 근거도 있구요. (어쩐지 묘한 협박처럼 들린다)
동현 (여유를 잃지 않고 걸어가며) 그럼 날 찾아올 거 없이 자네가 원하는
대로 하면 되는 거 아닌가?
준표 (잠시 움찔하는 기분으로 보곤 따라 걸으며) 피해자 강태훈의
가족모두가 사건이 나고 6개월 안에 사망했다는 사실은 알고 계십니까?
동현 정말 유감스러운 일이구만.
준표 신조차 외면한 가엾은 사람들이죠.
동현 죽음은 신의 부름일수도 있어.
준표 (비죽 웃으며) 진실을 밝히는 건 기자의 사명이구요.
동현 (멈추고 보며) 그럼 자네 사명을 다 하게.
준표 (본다)
동현 자네가 밝히겠다는 진실은 내가 아는 진실과 상당히 차이가 있지만
대한민국은 민주국가니까 민주시민의 권리를 충분히 누려야지. 안 그런가?
준표 (말문이 막혀서 본다)
동현 (웃는 낯으로) 황사가 갈수록 심해서 아침운동도 유쾌하지 않구만 그래.
(하곤 돌아서는 순간 얼굴빛이 굳어진다)
준표 (자기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은 듯 일그러진 얼굴로 동현을 노려본다)
씬54 달리는 차 안(아침)
동현, 굳은 표정으로 어딘가에다 전화를 걸고 있다.
동현 난데. 요즘 견사장 뭐하나?
씬55 희수 사무실 비서실(아침)
석진 (전화를 받고 있다) 강남에 카바레를 오픈했다고 들었습니다.
씬56 달리는 차 안(아침)
동현 (통화) 수소문해서 나한테 연락하라고 전해. 희수한텐 비밀로 해 두구.
씬57 경찰서 로비(아침)
오수와 민재, 반팀장과 재민, 다른 형사 두 명도 함께 서둘러 걸어 나온다.
재민 (오수에게 의문에 가득해서) 새로 오픈한 편의점이란 정보는
어디서 나온 거예요?
오수 비밀 정보원이 있어.
재민 그게 누군데요?
오수 비밀 정보원이라니까. (하곤 앞 서 간다)
재민 (뭔가 숨기고 있는 게 있다 싶은)..
씬58 다른 편의점 앞(낮)
오픈 기념으로 세워진 춤추는 바람인형이 흔들거리는 편의점에서 나오는
오수와 민재.
민재 이런 식으로는 못 찾겠어.
오수 찾아.
민재 오픈한 날만 풍선 달고 피에로 나오고 하는 거지, 그렇다고 새로 오픈
한 편의점 택배를 전부 뒤질 수도 없는 거잖아.
오수 발신인이 없는 택배만 뒤지면 돼.
민재 그거나 그거나.
오수 무식해도 택배를 받은 사람을 찾으려면 이 방법밖엔 없어. (하고 간다)
민재 (어쩔 수 없고)..
씬59 도서관서가 한 곳(낮)
<단테의 신곡>을 손에 들고 서 있는 해인, 조심스레 주변을 살핀다.
사람이 보이지 않자 다시 잔상 읽는 걸 시도하려는 듯 책을 바라보다가
책에 손을 대고 집중한다.
<플래시 컷>
--편의점 앞 도로에 세워 진 ‘공사 중’ 간판.
--나희와 희수가 함께 찍은 사진을 빨간 봉투에 넣는 누군가의 손.
-승하, 걸어와서 해인의 모습을 본다. 해인은 몹시 힘이 든 듯
이마에 땀이 맺혀있다. 승하,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본다.
<플래시 컷>
--택배 상자를 누군가에게 건네받는 남자의 손, 그 손목에 채워진
굵은 은팔찌.
--편의점으로 향하는 그 남자의 뒷모습, 주황색 안전조끼를
입고 공사 인부용 안전모를 쓰고 있다.
-해인, 눈을 뜨더니 그대로 몸이 휘청하더니 쓰러진다.
승하 (놀라 뛰어가서 해인을 안으며) 해인씨?
해인 (의식이 없다)
승하 (어깨를 흔들며) 해인씨, 정신 차려요. 해인씨?
해인 ...
씬60 어느 편의점 앞(낮)
오수, 긴장된 얼굴로 한곳을 응시하고 있다. 그 옆에 민재의 표정도
긴장돼 있다. 오수의 시선을 따라가면 편의점 입구에 아치모양의
풍선과 그 앞에 피에로 복장을 한 도우미가 행인들에게 풍선을
나눠주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씬61 편의점 안(낮)
오수, 편의점 직원에게 탐문수사를 하고 있다. 그 옆에 민재.
오수 (경찰증 보여주며) 최근 여기서 보낸 택배 장부 같은 거 볼 수 있습니까?
직원 장부는 따로 없구요 영수증은 있어요.
민재 그거 보면 택배 받은 사람 주소나 이름 같은 거 확인할 수 있나요?
직원 ..예.
오수 여기 언제 개업했죠?
직원 ..사일 전에요.
오수 그럼, 개업 당일하고 다음 날 택배 영수증 좀 보여주십시오.
직원 ..네. (한쪽으로 간다)
-오수, 기다리며 눈을 돌려 밖을 보면 풍선을 나눠주는 피에로의 모습이
보인다.
씬62 병실 안(낮)
링거를 꽂고 침대에 누워 잠이든 해인을 안쓰럽게 바라보는 승하의
얼굴이 어쩐지 슬퍼 보인다.
승하의 시선이 해인의 눈과 해인의 입술에 닿는다. 무언가에 이끌리듯
가만히 손을 뻗어서 해인의 얼굴에 가져가려다가 멈추는 승하, 마치
자신의 손을 통제하려는 듯 두 손을 깍지 낀 채로 잠든 해인의
얼굴만 바라보는..
씬63 편의점 안(낮)
오수와 민재가 영수증(택배를 받을 때 상자 겉면에 붙어있는 주소와
수신인 등을 적은 영수증의 맨 겉장입니다)을 나눠서 찾아보고 있다.
오수, 급한 손길로 영수증을 넘기다가 순간 다시 방금 넘겼던 영수증을
도로 넘겨서 본다. 영수증엔 발신인은 없고 수신인엔 ‘성준표’라고
적혀있다.
오수 (굳은 표정으로) 찾았어.
민재 (손을 멈추고 급하게 보더니 자신도 놀란다)
오수 택배를 받은 사람은 성준표야. (영수증 직원에게 보이며) 이 택배 보낸
사람 기억합니까?
직원 봐도 모르는데. (영수증을 들여다본다)
오수 발신인이 없는 택배는 많지 않을 거 아닙니까?
민재 CCTV 확인하지 뭐.(하는데)
직원 (생각났다는 듯) 아 이거..
오수 기억해요?
직원 (밖을 가리키며) 오픈하는 날 저 사람이 보낸 거 같은데요?.
-오수, 시선 돌려 밖을 본다. 직원은 피에로를 가리키고 있다.
씬64 편의점 근처 동네 한 곳(낮)
오수와 민재 피에로로 복장을 한 남자와 서 있다.
오수 (이미 짐작하고 있지만) 택배 부탁한 사람 어떻게 생겼어요?
피에로 (겁먹고)..모자를 쓰고 다리를 절었구요. 또
오수 (O.L.) 검은 장갑을 끼구요.
피에로 맞아요. 검은 장갑. 그리고 말을 못하더라구요.
민재 (오수보며) 같은 사람이네.
(E) 오수 핸드폰.
민재 그만 가보셔도 됩니다.
피에로 (꾸벅 인사하고 간다)
오수 (전화 받자마자) 택배 받은 사람이 누군지 알았습니다, 팀장님.
씬65 동현의 집 앞(오후)
누군가의 시선으로 보여 지는 모습.
나희, 외출복 차림으로 핸드폰으로 전화하면서 밖으로 나와 승용차에
오른다. 승용차가 출발하자 그제야 모습을 드러내는 순기, 대문 앞으로
걸어와선 벨을 누르고는 도어폰에 자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도록
옆으로 슬쩍 비켜선다. 도우미 아주머니의 목소리.
여자 (F) 누구세요?
순기 사모님 댁에 계십니까?
여자 (F) 방금 나가셨는데요.
순기 (역시 싶어서 비죽 웃는)
여자 (F) 누구세요?
-순기, 대답하지 않고 어이가 없다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허 웃는다.
씬66 준표의 오피스텔 건물 앞(오후)
오수, 걸어오면서 핸드폰을 하고 있다. 상대방이 전화를 받지 않는지
핸드폰을 내려놓는다.
민재 계속 안 받아?
오수 어.
민재 왜 하필 성준표를 다음 희생자로 지목했을까?
오수 타로카드를 받았는지 아직 확인된 건 아니야. (건물 안으로)
민재 (따라 들어가고)..
씬67 파출소 안(오후)
파출소 소장인 남자(40대 후반) 앞에 와 서는 준표.
준표 박팀장님이시죠?
소장 누구십니까?
준표 (이슈엔 이슈 명함을 건네며) 성준표라고 합니다.
소장 (받아서, 경계하듯 보며) 무슨 일로 오셨는데요?
준표 12년 전에 한소장님이 신고 받은 뺑소니 교통사고에 대해 여쭤볼 게
있어서 왔습니다.
씬68 승하 사무실 비서실(오후)
광두 (전화를 받고 있다) 장소가 어디라구? 잠깐만. (메모를 하기 시작한다)
버스 종점에서..어..어딘지 대충 감은 잡힌다..그래, 고맙다. (의아한)
그게 무슨 소리야?..누구라곤 말 안하구?...어, 그래...응. 알았어. (끊고는
황급히 버튼을 누른다)
씬69 강력5팀(오후)
반팀장, 재민과 안으로 들어오면서 전화를 받고 있다.
반 그게 무슨 소리야?
씬70 승하 사무실 비서실(오후)
광두 (통화) 예전에 정태훈 사건을 담당했던 동료한테 전화가 왔는데 누군가
정태훈 사건에 대해 캐묻고 갔답니다.
반 (F) 누가?
광두 잘 아는 사람이라고만 하고 이름은 안 밝혔답니다.
씬71 파출소 안(오후)
준표와 파출소 소장.
준표 뺑소니 피해학생이 제가 기획취재하고 있는 사건의 피해자 가족입니다.
소장 네에.
준표 사고가 난 장소가 피해학생하고 상관없는 동넨데 혹시 그 학생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알고 계신 게 있으십니까?
소장 전혀 모르죠. 가출청소년이었으니까.
준표 동네 분들 중에도 없었습니까?
소장 뭐 그냥 얼굴을 봤다는 사람은 있었던 것 같긴 합니다.
준표 예에. 뺑소니 사고 신고자가 누굽니까?
소장 신고만 해 놓고 현장에 갔더니 신고자가 없어졌더라구요.
준표 (대수롭지 않게) 그래요?....사고 장소가 어딥니까?
씬72 파출소 밖(오후)
준표 (나오면서 전화를 한다) 어, 난데. 다음 달 기획기사에 내 자리
비워둬. 제목? 비운의 일가족 모두 거리에서 죽다...아니아니 그건
그냥 한 소리고 제목은 섹시하게 뽑아야지. (웃으며) 자세한 건
나중에 만나서 얘기해. (끊고는 급하게 가는)
씬73 준표 오피스텔 앞 복도(밤)
오수, 서성이면서 전화를 하고 있다. 받질 않자 초조한 얼굴로 끊는다.
민재 왜 전활 안 받지?
오수 글쎄..
민재 (불길한 생각으로) 혹시..성준표한테 벌써 무슨 일 생긴 건 아니겠지?
오수 (같은 생각이다. 그러다 어딘가에 전화를 한다)
씬74 병실 안(밤)
해인은 여전히 잠들어 있고 승하는 창밖을 보고 있다.
어디선가 해인의 핸드폰이 진동으로 울린다. 승하, 해인이 깰 것 같아
한쪽에 벗어둔 해인의 겉옷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찾아서 본다.
강형사님이라고 떠있다.
승하 (잠시 생각하다가 받으며) 서해인씨 핸드폰입니다.
씬75 준표 오피스텔 앞 복도(밤)
오수 (승하 목소리에 당황해서)...오변호사님이 왜 전활 받습니까?
<화면 분할>
승하 해인씨가 잠들어 있어서 전화 받기가 곤란합니다.
오수 (더 당황해서) 잠이 들었다는 게 무슨 말입니까?
승하 말 그대롭니다. 용건이 있으시면 나중에 전화하시죠. 끊겠습니다. (끊는다)
<화면 오수에게 온다>
오수 (황당한 기분으로 핸드폰을 끊고는)...
민재 왜 그래요?
오수 어..아니야, 아무것도..
-아무리 생각해도 상황이 이해가 안 되는 오수, 다시 핸드폰 들어
번호를 누르고 신호를 기다리는데 안내음성이 나온다.
여자 (E) 지금 저희 고객 전원이 꺼져있어...
오수 (화가 나서 확 전화를 끊고는 안절부절 서성인다)
민재 왜 그러는데?
오수 (대답 않고 화풀이하듯 오피스텔 현관문을 발로 걷어차 버린다)
민재 (황당해서 보는)..
씬76 병실 안(밤)
잠들어 있던 해인이 눈을 부스스 뜨곤 여기가 어디지 싶은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면 승하가 창밖을 보며 서 있다.
해인, 놀라서 일어나 앉는다.
승하 (돌아보며, 담담하게) 괜찮아요?
해인 (상황을 짐작하고, 멋쩍게)..네에. 근데 변호사님이 어떻게 여기 계세요?
승하 제 앞에서 일부러 쓰러진 거 아니에요?
해인 (신기한 듯) 농담도 할 줄 아세요?
승하 (훗 웃곤) 도서관에 갔다가 우연히 발견했어요.
해인 ..네에.
승하 어머니껜 연락 안 드렸어요. 걱정하실 것 같아서.
해인 잘하셨어요. 엄마가 알면 난리 났을 거예요. (침대에서 나온다)
승하 이런 일...자주 있습니까?
해인 (본다..잠시 망설이다가 미소로)..아뇨. (옷을 챙겨든다)
승하 (말없이 본다)
해인 (돌아보며 조심스레) 제가 쓰러진 이유..왜 안 물어보세요?
승하 의사가 말해줬거든요.
해인 ..뭐라구 했는데요?
승하 만성 피로와 스트레스가 원인이랍니다.
해인 (빙긋 웃으며) 네에.
승하 이젠 피로가 풀린 것 같으니까 그만 갈까요?
해인 (푹 웃는다)
승하 (평소와 다른 따뜻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씬77 해인의 집 앞(밤)
해인과 승하, 나란히 걸어온다. 두 사람 모두 말이 없다.
집 앞에 멈춰 선다.
해인 오늘 여러 가지로 고맙습니다.
승하 (미소로 대답하곤)..들어가요.
해인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돌아서는데)
승하 해인씨.
해인 (멈추고 돌아본다)
승하 (뭔가 할 말이 있는 사람처럼 본다)
해인 (어쩐지 가슴 뛰는 어색함으로 말을 기다린다)
승하 (할 말을 접어두듯 미소로)...잘 자요.
해인 ...네. (돌아서서 집으로 들어간다)
승하 ....
씬78 해인의 집 현관(밤)
현관문을 열려던 해인, 살짝 돌아본다. 저만치 승하는 이미 걸어가고
있는 뒷모습이 보인다. 해인, 어쩐지 설레는 기분으로 바라보는...
씬79 준표 오피스텔 복도(밤)
벽에 기댄 채 해인의 전화를 기다리듯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는 오수.
민재, 그 모습을 살핀다. 오수, 해인에게 전화를 하려다가 이내 그만두곤
다시 불안하게 서성인다. 해인이 승하와 있다는 사실이 오수의 마음을
어지럽히고 있다.
씬80 어느 길(밤)
서울변두리에 위치한 한적한 이차선 대로. 사람들과 차들의 통행이
뜸한 장소. 준표, 주위를 둘러보며 걸어온다.
밤 시간이라 행인들도 많지 않다. 길가 쪽에 작은 상점들과 멀리
동네 슈퍼가 보인다. 슈퍼 앞 펴 놓은 평상에 노인(남자, 79세)이 혼자
우두커니 앉아있다.
씬81 슈퍼 안(밤)
준표, 안으로 들어오면 계산대 앞에 중년여자가 앉아있다.
준표 라이터 하나 주십쇼.
여자 (무심한 얼굴로 라이터 꺼내서 내민다)
준표 (천 원짜리 한 장을 꺼내서 주며) 이 슈퍼 언제부터 있었던 겁니까?
여자 (툭) 오래 됐어요. (하곤 잔돈을 건넨다)
준표 (받으며) 그럼 12년 전에 이 앞에서 뺑소니 사고 있었던 거 알고 계세요?
여자 교통사고가 어디 한 두 번인가. 뻑하면 나는 걸.
준표 남학생이 트럭에 치인 사곤데..기억 안 나십니까?
여자 (전혀 관심 없다) 모르겠어요.
준표 예에. (포기하고 밖으로 나간다)
씬82 슈퍼 밖(밤)
밖으로 나오는 준표, 막연한 기분에 주머니에서 담배를 빼서 입에 무는데.
노인 그 사고는 왜 물어?
준표 (담배 도로 빼내며) 예?
노인 뺑소니 사고 물었잖아, 좀 전에.
준표 혹시 그 사고 목격하셨나요?
노인 가게 문 닫은 담에 난 사고라 보진 못했구 얘기만 나중에 들었어.
준표 예에.
노인 그래도 그 애들이라면 내가 기억하지. 두어 번 여기 와서 빵하고 우유
같은 거 사갖거든.
준표 그 애들이라뇨?
노인 같이 다녔던 친구 두 놈. 그 중 한 놈이 팔자 사납게 여기서 죽어버렸구.
준표 뺑소니 사고를 말씀하시는 거죠?
노인 어. 그 빌어먹을 운전수는 어디서 잘 먹고 잘 사나 몰라.
준표 (옆에 앉으며 주머니에서 취재용 펜 녹음기를 꺼내 버튼 누르며) 죽은
남학생에 대해선 뭐 기억나는 거 없으세요?
노인 둘 다 부모가 없는지, 집을 나온 건지 꼴이 말이 아니었어. 그래도 애들은
착하드라구.
준표 그럼 같이 있던 친구가 사고신고를 한 겁니까?
노인 그랬겠지. 둘이 붙어 다녔으니까.
준표 그 학생 지금 어디 있는지 혹시 아세요?
노인 모르지. 사고 나고 다음 날 아침인가 가게 문을 여는데 그 놈이 길가에
혼자 우두커니 서 있더라구. 그날 보곤 못 봤어.
준표 자세히 기억하고 계시네요?
노인 그 놈 이름이 어려서 죽은 우리 둘째아들하고 똑같았거든. 그래서 참
이상하다 싶드라구.
준표 ? 뭐가 말입니까?
씬83 슈퍼 앞 길(이른 아침, 회상)
12년 전 노인이 하품을 하면서 가게 밖으로 나와서 보면 인적도
없는 텅 빈 길가에 소년태성이 뒷모습을 보인 채 사고가 난 장소를
바라보고 서 있다. (소년태성이 들고 있는 가방은 씬12의 소년승하가
들고 있던 가방이다. 옷차림은 태성이 차림 그대로)
노인 (E) 그 놈이 길가에 서 있길래 너 왜 여기 혼자 있냐 하고 물었더니
태성이가 좀 멀리 갔어요 그러는 거야.
씬84 슈퍼 앞(밤, 현재)
준표 그게 왜 이상하다는 겁니까?
노인 이상하지. 사고로 죽은 놈이 그 녀석 이름을 부르는 걸 내가 똑똑히
들었는데 분명히 태성아 그렇게 불렀거든. 우리 아들이름도 태성이구.
준표 (웃으며) 할아버님이 착각하신 겁니다. 사고당한 학생이 태성이가 맞아요.
노인 맞든 말든 아무튼 내 기억은 그래.
준표 (웃는 얼굴로) 그때 물어보지 그러셨어요?
노인 물어봤지. 니 이름이 태성이 아니냐 하고.
준표 (웃는 얼굴로) 그랬더니요?
노인 (가물가물해서) 뭐라고 하더라...
씬85 슈퍼 앞 길(새벽, 회상)
뒷모습을 보이고 서 있던 소년태성이 12년 전 노인을 돌아본다.
태성 (슬픈 눈빛으로) 아뇨. 제 이름은 승하예요, 할아버지.
씬86 슈퍼 앞(밤, 현재)
노인 내 이름은 승하예요, 그러더라구.
준표 (자기 귀를 의심하듯 굳어져서) 지금...이름이 뭐라고 하셨습니까?
씬87 승하 거실(밤)
승하, 가만히 오르골을 열어 반지를 꺼내 들여다본다.
반지를 내려놓는 승하, 오르골 상자 밑에 숨겨둔 사진 두 장 중에
위에 놓인 사진 한 장을 꺼내서 본다.
소년태성과 소년승하가 씬12 꽃집 앞에서 함께 찍은 사진이다.
사진을 들여다보는 승하의 눈빛이 무척 슬퍼 보인다.
씬88 준표 오피스텔 앞 복도(늦은 밤)
준표를 기다리고 있는 오수, 답답한 듯 시계를 들여다본다. 어느새
12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다. 민재는 경찰서로 돌아가고 없다.
오수, 아무래도 안 되겠는지 발길을 돌리려는데 준표가 생각에 빠져서
걸어오고 있다.
오수 성기자님!
준표 (멈추고 본다)..!
오수 (다가가서) 핸드폰을 왜 안 받으십니까?
준표 (생각이 많은 얼굴로 가만히 본다)
오수 (마음이 급하다) 최근에 택배 받은 적 있으시죠?
준표 그 전에 강형사님이 아셔야 할 얘기가 있는데.
오수 (본다)...?
<화면 분할되면서>
-사진을 바라보고 있는 슬픈 눈빛의 승하.
-긴장된 표정으로 준표를 바라보는 오수. 두 남자에서.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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