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필 무렵 10
다 덤비라고 해요, 뭐
나는 이 여자가 미치게 이뻤고
더는
아...
네가 먼저 했다
(용식 생각) 더는 착하기 싫었다
[딸랑이는 소리]
(동백 생각) 공기가 멈추고
꼭 눈송이를 봤던 거 같다
모든 게 다 말도 안 되게
(뉴스 속 기자) 평년보다 2주나 빨리
중부 서해안 지방에 첫눈이 내렸습니다
북서쪽에서 유입된 찬 공기의 영향으로
평년보다 이른 이상 저온 날씨가 이어지겠는데요
(동백 생각) 만두는
김으로도 다 익잖아요
안 끓여도 익잖아요
불같이 퍼붓지 말고
우리 그냥
천천히 따끈해요
(용식 생각) 만두는 생각보다 빨리 익고
(동백 생각) 우리의 이상 고온도 시작되었다
(용식 생각) 백 번의 젠틀한 썸보다
한 번의 막돼먹은 월반이
(동백 생각) 모든 한판승의 정석일지도
(용식) 네, 가셔요, 네
어, 계, 계단 조심하시고
[용식의 옅은 웃음]
저기, 동백 씨
근디
좋아해요
[용식과 동백의 옅은 웃음]
알아요
옹산 사람들 다 아는데?
예 [멋쩍은 웃음]
씁, 자, 이
남들은 이런 얘기 좀 애껴서 하는 거라고 하던디, 그...
이, 제 생각에는 이거를 굶기고 굶겨 갖고
소고기 사 멕이듯이 그렇게 해야 되는 일인가 싶기도 하고요
아이, 뭐, 또 무슨 얘기를 또 하시려고...
[멋쩍게 웃으며] 예, 응
(용식) 그니께, 이
인제
기냥 좋아하는 거를 넘어 가지고요
그...
거, 거진...
거, 거진 그, 그니께...
아, 아, 아유, 아니에요
아이, 그, 또 그, 꼭 그렇게 말로 안 하셔도 돼요 [민망한 웃음]
아, 아니요, 아니요 할 수 있어요 그, 이...
음, 그니께...
거진, 그...
지, 지, 지, 진짜로다가요 어, 이제
그, 거, 저거, 그
거진 그 스, 스...
[다가오는 엔진음]
스, 스, 그, 그니께
- (인구) 파닭 시키셨쥬? - (용식) 사닭...
아닌데?
(인구) 파닭 시켰는데?
(용식) 인구야, 그 파닭, 씨...
그, 하, 파닭 안 시켰다잖니
- [용식의 웃음] - (정숙) 여기예요!
[용식의 당황한 신음]
(용식) 아유, 어머니 그, 언제부터 계셨어요?
- [용식의 웃음] - 왜 자꾸 말을 더듬어?
(용식) 저, 저, 저, 제가 언제...
(동백) 엄마, 왜 문은 닫아? 나 들어갈 건데
[오토바이 시동음]
저 진짜 어려운 여자죠?
음? 아유, 아유 [웃음]
아유, 아이, 또, 또, 또 또 쭈그러들지 마시고요
저 이제 안 그래요
나 이제 안 쫄고 그냥
흠, 막살 거예요
[동백의 옅은 웃음]
[TV 소리가 흘러나온다]
[숨을 카 내뱉는다]
[한숨]
다 죽었어
나 그냥 막살 거야
응? 그냥 막
(동백) 어?
[한숨 쉬며] 팔자는 도망을 왜 못 해?
그냥 성격이 팔자지, 안 그래?
맨날 절절매고 살면 허구한 날 절절맬 일만 생기는 거고
맨날 깔깔대면 웃을 일이 천지겠지
여편네가 주사가 있어
봄에는 그냥 신나서 깨춤을 춰 대는
꽃씨처럼 살고
여름에는 방학하는 날 우리 필구처럼 살고
가을에는 막 팔자 좋은 한량처럼
그냥 가을이나 타 버리지, 뭐
겨울에는 눈밭의 개처럼 살아 버릴 거야
[TV에서 음성이 흘러나온다]
너무 태평하고 유쾌하지 않아, 엄마?
응?
(필구) 텔레비전 안 들려
(정숙) 소태야, 소태
나
앞으로 남은 생은 그렇게 리모델링해 보려고
다 죽었어, 진짜
[옅은 웃음]
[서랍이 스르륵 여닫힌다]
[흥미진진한 음악]
(동백 생각) 막살 거야, 막
누가 뭐래도 막
[반짝이는 효과음] [발걸음 소리가 울린다]
(동백) 안녕하세요
어제 첫눈 왔어요
[함께 어색하게 호응한다]
이달 말에 상가 번영회 하죠 언니?
- (귀련) 어 - (재영) 어
저도 갈게요, 꼭
[함께 어색하게 호응한다]
[재영의 어색한 웃음]
쟤가 좀...
보톡스 같은 걸 맞았나 벼
쟤가 원래 저렇게 이뻤었나?
쟤가 저렇게 웃었던 적이 없지
나 그냥 막살아 버릴 거야
내가 고양이 밥까지 어떻게 알아요?
그냥 좀 누가 주나 보다 했지
그니께, 이, 누가 주는 거를 이렇게 직접 본 적은 없고요?
저건 또 뭐야?
저건 뭔...
[익살스러운 음악]
[동백의 힘겨운 숨소리]
저 이제부터 배달 장사 한번 해 보려고요
[동백의 옅은 웃음]
[용식의 한숨]
(향미) 이거 미순이 거 아니에요?
(동백) 야, 미순이가 애가 착하더라
아니, 다방 정리하면서
이걸 나한테 거의 거저 줬어
거의?
돈을 주고 받아 왔다고?
이거 원래 한 50인데
나한테 한 30만 원에 가져가라 그래서 가져왔는데?
이거 미순이가 작년에 중고가 15에 샀던 건데?
[동전이 댕그랑거리는 효과음]
15?
[향미와 용식의 한숨]
중고를 웃돈까지 주고 사 오셨네
아유, 쯧
(용식) 이, 뭐...
어휴, 이...
어휴, 이 헤, 헬멧은 뭘, 뭘 또 이런 거를 또...
아니, 미순이 동생 미정이가
스쿠터 타다 넘어져서 턱이 박살 났다고
[한숨]
그니께 이거, 이...
탈 줄은 아시는 거죠?
미순이가 자전거 탈 줄 알면 다 탄다 그러던데?
그, 미순 씨 주민 등록 번호 아셔요? 예?
(용식) 이거는 뭐, 이 정도는 사기인디, 이거는?
[용식이 중얼거린다]
어유, 이게 뭐야!
[동백의 놀라는 신음]
(동백) 어머, 어머
어, 어떡해
이거 괜찮은 건가?
이거 어떡해?
- [동백이 배달 통을 덜컥거린다] - (용식 생각) 아직은 불씨 수준이지만
동백 씨는 열심히 불을 지피고 있었고 나는...
[의미심장한 음악]
계속 이글대고 있었다
[용식의 탄성]
(용식) 건물주, 건물주, 건물주!
(변 소장) 아니, 건물주 번호는 어떻게 그렇게 뚝딱 땄어?
(용식) 아, 저, 그, 이, 그, 건물 청소를
흥식이네서 했잖아요?
그, 거기 1층에 그, 인구네 야식이 있었어요
근데 그 인구가
그, 내 가장 절친한 친구
철구의 사촌 동생이유, 그게
- [웃음] - [변 소장의 탄성]
(변 소장) 토백이 네트워크가 경찰청 신원 조회보다 신통하다, 야!
크, 좌우간, 됐슈, 좀, 저...
아, 여보세요?
(변 소장)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
아이, 주인이 진짜 다른 출입구는 없디야?
쯧, 뭐, 다른 출입구도 없고유
이, 사람이 드나드는 일 자체가 없는 곳이래요, 기냥
[변 소장의 의아한 숨소리]
(변 소장) 이건 사람이 닫긴 닫은 거 같은데?
[사이렌이 울린다]
[호루라기가 삑 울린다] (대성) 야, 그래서 울 엄마가
우리 반 두부한모 강필구뿐이래
(준기) 두부한모?
(대성) 응
아빠 부에 엄마 모 [호루라기가 삑삑 울린다]
아빠 두 명이고 엄마 하나인 거
(수봉) 그럼 4반 신충재도 엄마 재혼했으니까 두부한모야?
- [아련한 음악] - (대성) 뭐, 그렇다고 볼 수 있지
아, 야, 그리고
이제 얘, 강필구 아니고 황필구 될 수도 있대
[대성과 수봉이 키득거린다]
야, 삼겹살!
(대성) 뭐?
어, 어, 야
[사이렌이 울린다]
(소방관1) 철거하다가 나는 불은 십중팔구 그냥 합선이라고
(소방관2) 저, 근데 아까 보셨잖아요
[소방관1의 못마땅한 숨소리]
너는 그, 확실치도 않으면서 쓸데없는 소리 좀 허지 마!
(변 소장) 아이, 왜? [변 소장이 쿨럭거린다]
아이, 뭘 봤는데?
(소방관1) 아니, 얘가유 [카메라 셔터음]
저번 주에 불난 데다가도 헛소릴 해 가지고
- 보험이니 조사니, 잉? - [카메라 셔터음]
(소방관1) 보고서를 써라, 마라
아유, 그냥, 쯧
(변 소장) 아, 근디 저번 주도 불이 났었어?
- (소방관1) 예 - (변 소장) 어디서?
(소방관1) 저기 저 굴다리 공사하는 데유
아유, 근디 뭐 째끔 타다가 말았슈
라이터니 뭐, 뭐, 컵라면이니
뭐, 내가 딱 보니께
노숙자가 불을 피운 거 같더라고
(용식) 라이터요?
(소방관1) 예!
(소방관2) 거기 굴다리에서도 그렇고 여기에서도 불이 좀
- 떠다녔었거든요 - [의미심장한 음악]
- 아이, 불이 떠댕겨요? - (소방관2) 네
(소방관2) 물을 뿌려도 불이 떠다닌다는 건
유류 물질이 있었다는 건데
씁, 불이 떠다니면 원칙적으로 방화 가능성을 먼저 살펴봐야 되...
- (소방관1) 야! - [카메라 셔터음]
네가, 인마, 불을 을마나 봤다고 원칙을 따져, 인마!
(변 소장) 야!
너 진짜
일을 이따위로 할 겨! 어유, 확, 씨
어, 어? 이것 봐라
[변 소장의 의아한 숨소리]
아, 진짜 왜 이러냐, 찝찝하게
아니, 근디 저 고양이 밥은 도대체 누가 채워 놓는 거여?
(용식) 씁, 저 고양이 밥 누가 채워 놓는지 봤어요?
아, 이 와중에 그건 왜 자꾸 물어 싸?
뭐, 캣 맘 허게?
[미심쩍은 숨소리]
하, 이, 아무래도 이상해서요, 잉?
소장님
생각해 보면요
제가 고, 잠깐 서울 살 때도
이렇게까지 고양이를 못 본 적이 없단 말이어요, 네?
씁, 아이, 근데 이 동네는 이상하게 고양이가 없는데
이, 밥은 누가 채워 놓는단 말이에요? 잉?
아이, 고거
고거 좀 이상하지 않아요?
- [우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 [제시카가 말한다]
[카메라 셔터음]
[제시카 포스팅 읽는 소리] 미시즈 라이거스 김장 봉사 끝!
(여자1) 그 지라시 K 그거 누구래?
우리 팀이라는 말이 있던데?
- (여자2) 누구, 누구? - (여자3) 모르지
(여자3) 진짜 클래스 달려서
요즘 세상에 현지처가 뭐냐고
(제시카) 어, 더러워
(여자3) 어디 LA 현지처도 아니고
완전 깡촌
충청도 거기, 어디...
(여자2) 옹산, 옹산
- 그 게장 옹산 - [쿨럭거린다]
아, 씨...[음 소거 효과음]
[쿨럭거린다]
[코를 훌쩍인다]
[종렬의 한숨]
아이, 뭔 부모들이 이렇게 많아?
[종렬이 혀를 쯧 찬다]
어유, 씨...
너 얼굴 이거 왜 이래, 이거, 어?
- 왜 이러냐니까? - (필구) 아, 놔요
야, 얘 이거 누가 때렸니?
학교에서 괴롭힘당해? 따야?
(대성) 아, 엄마가 두부한모라 그랬잖아!
아, 엄마가 언제 말하지 말라 그랬어!
[짜증 섞인 신음]
(수봉) 괜찮아? [아파하는 신음]
야, 넌 왜 친구랑 싸우고 그러냐?
고소라도 하면 어떡하려고, 참...
쟤가 먼저 필구한테 두부한모라고 했어요
두부?
아니, 두부가 뭐라고 싸워?
아, 야, 친구끼리 별명도 부르고 그러는 거지
야
(종렬) 두부는 유익한 단백질이고 인마, 어?
네가 비리비리 허옇고 그러니까 그렇지
(종렬 생각) 여덟 살 남자애는 어떻게 달래야 되는 건가?
(종렬) 나는 천만종렬이야 천만종렬
너 천만 명한테 놀림당해 본 적 있어? 어?
뭘 두부 같은 걸로 친구 코피를 터트리고 그러냐?
아무튼 그 성질머리는 누구 닮아 가지고...
(종렬 생각) 아, 말이 또 왜 이렇게 나오지?
너, 인마 그 성격 고쳐야 돼
군대 가서 고생해
씨, 아빠 두 명에 엄마 한 명!
그게 두부한모인데요?
- [아련한 음악] - [필구의 성난 숨소리]
쟤가 먼저
나보고 두부한모라고
강필구 아니고
이제 황필구라고
[필구의 성난 숨소리]
근데 내가 코도 못 때려요?
그러면 코를 때려야지!
때려야지!
(종렬) 야
야!
너 일로 와
일로 와!
[지글거린다]
(종렬) 자, 봐라, 응?
친구들끼리 사이좋게 지내야지
공부도 잘하고 이렇게 맛있는 뷔페도 먹고, 어?
또 그, 뭐야, 그, 응?
산타 할아버지도, 어? 그러냐, 안 그러냐?
너희들 내 말 듣고 있는 거지?
(대성) 야, 꼬치 어디서 났어?
필구 너도 대성이한테
삼겹살이라고 부르지 말고 대성이 너도
그, 너희 모친도 괜히 애 앞에서 이상한 소리 하지 마시라고
- (종렬) 전달을... - (대성) 어, LA 갈비다!
- (대성) LA 갈비, 빨리빨리! - (종렬) 전달을...
너도 LA 갈비 갖다줄까?
안 먹어요
이거 먹어, 이거, 이거 맛있어
야, 너 입안에도 터졌어?
봐 봐!
(필구) 하, 좀...
아이, 가만히 좀 보라고, 인마
[필구의 짜증 섞인 숨소리]
너 근데 이거 덧니 교정해야 돼
아, 안 해요
어렸을 때 빨리 시작하는 게 낫다고
아, 안 한다고요!
나이 먹어서 하면, 어?
그, 모양도 빠지고 과메기도 못 먹고
그, 술도 못 먹고
- [아련한 음악] - [울먹인다]
너 근데 과메기 먹어 봤니?
그거 한번 먹으면 평생 과메기만 먹을 거다
- [떨리는 목소리로 울먹인다] - 지금 철이긴 한데...
[필구가 흐느낀다]
(종렬) 아이, 너 왜 갑자기 먹다 말고 왜...
[흐느끼며] 과메기 안 먹어요!
LA 갈비도 싫고요
교정도 안 하고
아저씨도 다 싫어요!
다 싫다는데 왜 자꾸 말 걸어요, 왜...
[필구가 흐느낀다]
왜!
(종렬 생각) 애가...
[필구가 연신 흐느낀다]
왜 날 뷔페 사 주고 왜 내 편 들어 줘요?
왜!
(종렬 생각) 안다
(필구) 왜...
(향미) 넘어갔네, 넘어갔어
용식이가 만두 좋아하니까
두루치깃집이 만둣집이 돼 가는 거 아니냐고
아니야, 나도 만두 좋아해
(향미) 내가 좋으면 계속 튕기라고 했죠?
남자들이 제일 미치고 팔짝 뛰는 여자가
자기 싫다는 여자라니까요?
아무튼 이 언니는 작전 개념이 없어
아유, 사는 것도 피곤한데 무슨 작전이야?
아유, 그럴 거면 그냥 다 때려치우고 말지, 그냥
(향미) 아, 그 쿨한 마음으로 도도한 척이라도 좀 하시지
내가 어떻게 도도해? 나 외로운데
나 외로워, 쯧
친구도 없고 가족도 없고 나 일생이 왕따였어, 알지, 응?
나 오래오래 외로웠어
근데 어떻게 도도해?
그거 완전 뻥 아니야?
(향미) 아이, 이 언닌 한 번씩 너무 솔직해
있잖아
음, 그냥 용식 씨한테는
솔직해도 될 거 같아
착하니까
편하니까, 그렇지?
(향미) 그래도 너무 홀딱 믿진 마요
원래 그런 금사빠들이 이 진입 장벽 자체가 낮다고요
또 어느 동백이 앞에서 홀랑 자빠질 줄 아냐고
용식이가 언니가 아니라 날 먼저 봤으면
걔가 지금 혼수상태라고
[웃음]
(동백) 그래
어어?
내가 진짜 돈이나 한번 꿔 볼까 봐
용식이 정도면
한 5분당 10만 원은 나올 거 같은데?
[의미심장한 음악]
예?
(변 소장) 아, 너 눈깔 그렇게 뜰까 봐 내가 말을 애꼈는디
그, 까불이가 사람들 죽이기 전에
동네서 불이 네 번이 났었다고
(용식) 아이...
(변 소장) 아, 워낙에 짜잘한 불이라 뭐, 별 저건 안 됐는데
[변 소장이 입소리를 쩝 낸다]
그 막판에
목욕탕서 큰불이 나던 날
첫 번째 희생자가 나왔었다고
아, 그거를 나한테 말을 해 줬어야죠!
[용식의 놀라는 신음]
(용식) 아유, 저...
[용식의 놀라는 신음]
(변 소장) 아이, 간판이 탔으면 진작에 띠어 주고 갔어야지!
아휴
아이, 하마터면
- [의미심장한 음악] - 사람 잡을 뻔했잖여, 씨
[변 소장] 아이, 사람이라도 지나갔으면 어떻게 할 뻔했어?
아유, 참, 진짜...
- [변 소장의 성난 숨소리] - (용식) 아니요
[변 소장의 한숨]
우리 까딱하면
까불이 잡을 수도 있겠는데요?
(변 소장) 뭐?
저거요
저게 저기 있었네?
(변 소장) 뭐?
아이, 학원?
아, 원래 학원 자리였던 거 수사 자료에서 못 봤어?
아니요
저거요, 저거
저거 분명히 CCTV 뗀 자국이란 말이에요?
[드릴 작동음]
[짧고 날카로운 금속음]
동백 씨네 CCTV 뗐을 때도요
딱 저랬다고요
[달그락 소리가 난다]
(향미) 그래 갖고 숙희 걔가
나이 스물넷에 최연소 새끼 마담이 됐다고
(용식) 아, 이...
그쪽 업계에서는 수재셨나 봐요?
(향미) 근데 또 하필 숙희가 보드카파라고
스물넷부터 보드카를 원샷으로만 젖혀 대니까
간이 배겨 나냐고 암이 오고야 말지
그러니 이 십년지기 속이 어떻겠냐고요
[동백이 칼을 탁탁 내려친다]
숙희 같은 프리랜서는 드러누우면 쪽박 차는 거잖아요
그러니 어째?
내가 나서야지
씁, 향미 씨가
의리가 있네요, 예?
그, 여고 동창을 위해서 이렇게까지 백방으로
이렇게 모금 활동도 하시고, 응
(동백) 향미 중졸이에요
예?
(동백) 아니, 뭘 그걸 그렇게 다 듣고 있어요, 용식 씨? 어?
친구가 암이라고 10만 원 꿔 달란 얘기에
뭐 그렇게 고개를 끄떡끄떡하고 있는지 몰라, 참...
그 숙희요
돈 많이 벌어서 저기 논현동 아시죠?
거기에 노래방을 차렸대요
응, 노래방 아니고 노래 주점, 주점
저, 용식 씨
막 돈도 뜯겨 보고 그랬죠? 그렇죠?
(향미) 100%, 100%
뭐 대단한 아들이라고 [TV 전원음]
아이고, 참... [TV 소리가 흘러나온다]
[TV 광고] 오늘도 그녀는 너에게
아빠니까
(필구) 아빠면서
아빠니까 이런 거 사 주지
그래서 그 심경이...
아니
기분이 어떤데?
솔직히요?
아니면 버릇 있게요?
솔직히 네가 되게 버릇 있는 스타일은 아니잖아, 그냥
편하게 말해 봐
본 적도 없으니까
되게 보고 싶지도 않았고
봤다고
뭐, 되게 좋지도 않고
(필구) 그냥
몰랐던 저번 주가
더 좋았던 거 같기도 하고
왜, 넌...
내가 별로니?
(필구) 그냥 좀...
이상해서요
뭐가?
아저씨는
슈퍼맨이잖아요
어?
(필구) 충재 아빠는 사업 망하고
빚 많아서 이혼했다던데
아저씨는 타율 2할 8푼이고
아파트 살고 딸 바보잖아요
그게 이상해서요
[아련한 음악]
[종렬의 한숨]
(종렬) 그래
필구야, 내가
너를 알았으면
절대 그냥 그렇게 두진 않았을 거야, 근데...
아니
나 말고 엄마요
왜 엄마를 혼자 뒀어요?
그게 치사하잖아요
(만화 속 소년) 아빠
[함께 웃는다]
(필구 생각) 나는
아빠란 말이 나오는 것도 싫었어요 [TV에서 뉴스가 흘러나온다]
일곱 살이 왜 뉴스를 봐, 필구야?
유치해
만화 다 유치해
(필구 생각) 아빠가 보고 싶어서가 아니고
엄마가 우니까요
["아빠 힘내세요"를 부르는 아이들] ♪ 너무나 반가워 웃으며 ♪
♪ 아빠 하고 불렀는데 ♪
♪ 어쩐지 오늘 아빠의 얼굴이 ♪
♪ 우울해 보이네요 ♪
♪ 무슨 일이 생겼나요 ♪
♪ 무슨 걱정 있나요 ♪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터진다]
♪ 마음대로 안 되는 일 ♪
♪ 오늘 있었나요 ♪
♪ 아빠, 힘내세요 ♪
(필구 생각) 나는 만화도 다 못 보고
[아이들이 계속 노래한다]
노래도 다 못 불렀어요
(아이들) ♪ 아빠, 힘내세요 ♪
(필구 생각) 아저씨는
엄마를 백 번도 넘게 울렸어요
(아이들) 아빠! 힘내세요!
[아련한 음악]
(필구) 그러니까
원래부터 아빠 별로였어요
최신 폰도 싫고
뷔페도 싫고요
[떨리는 숨소리]
슈퍼맨 아빠는 진짜
별로예요
[한숨]
[종렬이 흐느낀다]
(계원1) 시엄마 계 모임에 와서
이렇게 장어 쏴 주는 변호사 며느리가 어디 있냐고
(계원2) 규태가 공부는 못해도 여복은 있어
옹산공고 나와서 어떻게 사시 패스 마누라를 얻냐고
(은실) 얘가 좋아 죽겠다고 우리 규태를 쫓아다녔다니까?
- [은실의 못마땅한 신음] - (계원3) 아이
너희 집 아들 깨 볶고 사는 거 안 궁금하고
아, 그래서
난 며느리한테 꼭 위자료 줘야 되니?
(계원2) 아이고, 상담은 나부터지
내가 받은 임대 계약서에는 분명히 돈을 준다고 했거든
- [의미심장한 음악] - (자영) 제 사무실로 예약 전화들 주세요
제가
직업적 책임이 있는데
이렇게 대충 듣고선 조언을 해 드릴 수가 없는 데다가
저는 그냥 지나가는 길에 어머님을 픽업해 가라셔서 들렀고
여기 앉아서 장어를 뒤집게 될 줄도
무료 상담을 하게 될 줄도 몰랐거든요
예정에 없던 이벤트는 여기까지 하도록 하겠습니다
(은실) 얘
어머니, 식사하시고 나오세요
(은실) 어머, 쟤...
이...
[계원들 당황한 소리]
- [한숨] - [계원들의 헛기침]
(종렬) 야, 강필구
[종렬의 한숨]
[차분한 음악]
어휴, 놔둬요
벨트 하나도 제대로 못 매는 상꼬맹이 주제에
뭔 생각이 그렇게 많냐?
나 내년이면 거의 10대예요
(필구) 중2 되면 고3도 이기거든요?
중2 되면 그때 가서 살벌하게 굴고
지금은 그냥 여덟 살 해
(종렬) 뷔페도 신나게 먹고
최신형 핸드폰도 그냥 냉큼 받으라고
철든 척하면서 다 큰 아저씨 울리지나 말고
넌 애니까 뷔페 먹다가
그렇게 냅다 울어도 되겠지만
아저씨는 거기서 울면 진짜 쪽팔린 거라고
그러니까 사람 환장하게 하지 말고
넌 그냥 여덟 살 해
마음껏 울고 마음껏 미워하고
애가
까먹기도 좀 하고 그러면서
[한숨]
(동백) 용식 씨!
[용식의 놀라는 신음]
- 아, 예, 동백 씨 - [동백의 웃음]
(동백) 어디 가요?
(용식) 아
[용식의 머뭇거리는 신음]
(동백) 어?
나 만두 하려고 시장 봐 왔는데
아, 예
마, 만두요? 만두
오늘부터 메뉴에 한번 추가해 보려고요
- 시식하러 가요, 얼른 - (용식) 아...
(용식) 아, 저, 저, 저 저기, 저기, 저기, 저...
저기, 동백 씨, 그...
시식은 내일 하면 어때요?
왜요?
아, 그, 참, 그...
하여튼 간에, 그...
지금은 조금... [용색의 어색한 웃음 소리]
왜요, 강종렬 와 있어요?
[어색한 웃음]
매번 이렇게 열심히 피해 주시게요?
아니요
꼭 그렇다기보다는
필구가 있으니께요
용식 씨, 참 예의 있으시네요
나도 안 해 주는 애 아빠 대접을 다 해 주고
아니요, 꼭 그런 건 아니고요
저, 필구가
저 같아서요
[아련한 음악]
(용식) 저 어렸을 적에는
아부지가 술꾼이든 빚쟁이든 간에
그, 아부지가 있는 놈들이 조금 좀
좀, 좀 부럽기도 하고 좀 그랬거든요?
아유
저도 이, 강종렬이 드나드는 건 싫어 죽겠지만요
쩝, 필구, 저 어린 마음에는
조금 다를 수 있지 않나
싶기도 하고
거봐요
애 있는 여자 어렵잖아요, 그렇죠?
(필구) 아저씨도 아까 울었죠?
왜 울었는데요?
너도 커서 네 아들 우는 거 봐 봐
속이 어떤가
[한숨]
필구야
너무 빨리 크지 마
안 그래도 돼
씁, 아, 그려
딴것도 아니고 아빠라잖여, 아빠 그렇지? 용식아?
고 마음이야 어떡하겠냐고
(덕순) 으차!
[한숨]
[용식의 못마땅한 신음]
아유, 아유, 이렇게 이렇게, 이렇게 혀, 이렇게 혀
아유, 이, 참 나
아유, 씨
아, 고놈의 허리는 맨날 침 맞는다며!
이 쌀 포대를 왜 짊어져 쌀 포대를?
아, 뭐, 아직도 아들 셋 업어 키우는 나이인 줄 알아? 쯧
하이고, 누가 들어 달랴?
아이고, 괜히 와서 승질이여 아이고, 참말로
[동백의 한숨]
(동백) 너 자꾸 애 만나고 다니지 마
필구 낯가려
친한 척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해
[한숨]
넌 네 아들을 네가 참 모른다
너보다 잘 알거든?
헛소리하지 말고
네 돈이나 좀 가져가라
[한숨]
애가 알더라
뭘?
애가 안다고
자기 아빠가 나인 줄 진즉에 안다고
[의미심장한 음악]
(용식) 아이
불이 나갔으면 전화를 하든가
니는 동백이네에서 밥이나 처먹지
뭔 빈덕이 나서 여긴 와?
아이, 내가 뭐 오기 싫어서 안 왔어?
엄마가 밥 먹으러도 오지 말라며
하이고
딴 소린 다 안 듣고 그 소리만 잘 들어?
하여튼 자기 밥 처먹어 주는 것도 유세지, 유세여
- [징 소리가 난다] - (덕순) 제 어미는 그냥
- [힘주는 숨소리] - 밥 먹었냐 묻는 게 일이고
자식새끼는 툭허면 '나 밥 안 먹어', 아이고
이 지랄 하는 게 유세지 아이고, 드러워
그래서 나 밥 안 줄 겨?
너 줄 밥 없어! 쯧
[용식의 못마땅한 신음]
아, 엄마
아, 이걸 맨손으로 들고 댕겨, 어?
엄마 손은 뭐 장갑 끼고 태어났어?
[한숨]
[한숨]
엄마
내가 이거 버리라고 했지, 응?
아, 2002년 월드컵 티를 왜 아직까지 입고 댕겨, 어?
그것도 내가 입던 거를!
멀쩡한 걸 왜 버려?
[잔잔한 음악]
네가 입지도 않고 처박아 둔 게 장롱 그뜩이여
또 신발, 그 내가 신지 말랬던 거 또 그거지, 또?
아휴, 맞네, 쯧
엄마
아, 내가 학교 댕길 때 신던 신발을
왜 꺼내 가지고 지금 신고 댕기냐고
메이커 사 달라고 노래를 해 사 줬더니
왜 신지도 않고 버리고 가?
아, 이 신발이, 뭐 엄마한테 맞기나 햐?
나 발톱 빠졌어
큰 게 편햐
아, 발톱은 왜 빠져, 왜!
(용식) 아이, 그, 발톱 빠질 동안 그, 왜 기냥 그거를 내비둬!
아니, 밥 처먹다 말고 왜 악은 쓰고 지랄이여?
아, 밥이나 처먹어!
[한숨]
총각김치는 맛이 들었는디 왜 처먹으러는 안 와!
(덕순) 총각김치는 멕여야 되는디
지 놈이 안 오면 총각김치는 워떡하라고?
[덕순이 혀를 쯧 찬다]
[용식의 한숨]
엄마
새 옷 안 사 입고
새 신 안 사 신고
그렇게 애껴 가지고 누구 주려고?
(용식) 그렇게 애껴 가지고 자식 주면
그거
자식 속에다 못 박는 거라고, 그게
엄마가 이, 이놈의 시뻘건 티셔츠를 계속 입고, 입고 댕기잖여? 응?
그럼 나는
엄마 죽고 나면
이, 매 월드컵 때마다 이 시뻘건 티셔츠 보면
이 가슴을 쳐야 된다고, 가슴을!
그러니까 제발
자식 속에 못 그만 박고
아이고
돈 좀 쓰고 살아, 어?
(동백) 얼굴로 뜀틀 해? 어?
왜 자꾸 넘어지고 다녀?
어휴, 씨...
나 오늘 아빠 만났어
(필구) 라이거스 천만종렬 그 아저씨
엄마가 세상에 공밥 없는 거라며?
전복도 나만 주고
최신 폰도 준다 그러고
그냥 다
너무 티 나던데?
[아련한 음악]
필구야, 엄마가
[머뭇거리는 신음]
(동백) 씁, 어...
어, 뭐라고 말을 해야 되니?
잠깐만, 생각 좀 해 보자
말 안 해도 돼
그냥 내가 엄마한테
다 안다고 말해 주는 거니까
왜?
저번에
엄마한테 나 학원 수학 50점 넘었다고 거짓말 쳤을 때
(필구) 꿈에서 엄마가 내 47점 시험지를
계속 계속 찾아내는 거야
그러니까 배도 아프고 잠도 잘 안 오더라고
근데
지금 엄마도 그럴 거 같아서
그냥 엄마도
나한테 다 걸렸다고 말해 주는 거야
너 괜찮아?
자꾸 묻지 마
엄마 때문에
계속 계속 머리 아프니까
(동백 생각) 불공평하다
진짜 열심히 하는데도
(동백 생각) 자식한텐 맨날 죄인이다
야, 헬레나야
이거 갖다 걸레 햐
(헬레나) 왜 버려?
좋아하잖아
버리라는데 워쩌, 버려 줘야지
내 속에는 그냥 왼갖 못을 30년을 때려 박고도
자기 속에는 못 하나 박히는 게 디지게 싫다는데 워쩌?
해 줘야지
쯧, 내 새끼 가슴에 맺힌다는데
그거 하나가 더 따군 걸
(자영 생각) 모든 모성은 위대하지만
- (은실) 먹어, 응? - (규태) 아, 알았어, 알았...
(자영 생각) 모든 방법이 옳진 않다
아이고
변호사 며느리 내가 아주 이고 산다, 이고 살아
엄마
엄마 밥이나 잡숴
그까짓 상담 좀 해 주는 걸 가지고 유세는, 아유
- (은실) 자 - (규태) 나 이 생선 싫어한다고
- (규태) 엄마 먹어 - (자영) 어머니
어머니는 며느리가 변호사인 게
좋으신 거예요, 싫으신 거예요?
뭐?
친구분들 모임엔 꼭 불러내 자랑하시면서
아들보다 잘난 며느린 싫으시고
그럼 제가 어떤 며느리가 돼야 될까요?
- 아휴, 또, 또, 또 - [규태의 한숨]
너 그렇게 똑똑한 척할 때마다
진짜 정떨어지는 거 아니?
내가 남자라도 정 안 가지
그러니까 애가 생길 턱이 있냐고
- [의미심장한 음악] - (규태) 엄마
엄마 집 가, 엄마 집 가
너 규태도 그렇게 맨날 기죽이지?
그러니까 얘가 요즘 이렇게 맥을 못 추고...
얘요
요즘 저 때문에 맥 못 추는 거 아니에요
뭐? 얘?
허, 너 감히 남편한테 그 말 버르장머리가 너...
그 남편이요
버르장머리도 염치도 없이
감히 바람이 났어요
(자영) 잘나가고 고분고분한 며느리면
저랑 교환하면 좋으실 텐데...
너, 너
너 저번부터
그렇게 자꾸 헛소리를...
- 술집 여자래요 - (은실) 진짜야?
[한숨]
그러니까 눈치도 없이 엄마가 먼저 왜 시비를 걸어?
[은실의 힘주는 신음]
네 아비 새끼다, 이 새끼야, 이...
(자영) 근데 전 변호사고
그래서 좀 고민 중이에요
합법한 수준으론
제 분이 안 풀릴 거 같아서요
(여자4) 옹산
야구 선수 강종렬이가
일주일에 세 번씩이나 옹산에 드나든다잖아
[여자5가 호응한다] (숙희) 그 옹산 얘기
출처가 나야
내가 최초 유포자야
(여자5) 진짜?
(숙희) 내가 술김에 걔
'주간스포츠' 돼지코한테 확 말해 버렸잖아 [웃음]
(여자5) 야, 강종렬이가 고소하면
숙희 너 최초 유포자로 잡혀가
내가 왜 최초야? 나도 들었는데?
- 뭐, 더 최초는 내 옹산 친구지 - [긴장되는 음악]
(숙희) 걔가 원래 내 가리봉 베프인데
지금 뭐, 좀 안식년이거든
[여자5의 웃음]
(여자5) 돈 먹고 튀었구먼?
그런 거 아니고 그냥 좀 쉬고 있어
낙호 오빠
[숙희의 어색한 웃음]
아, 오빠도 여기서 머리하는구나
[숙희의 어색한 웃음]
[옅은 웃음]
네 가리봉 베프가
지금 옹산에 있구나?
아, 돈이야 내가 구하지 네가 구해?
아, 끊어
[통화 종료음]
[한숨]
아니, 이 언니는 돈을 계속 왜 여기다 놔?
이런 언니 때문에 머리 검은 짐승이 나오는 거라니까
씁, 아휴
[향미의 고민하는 숨소리]
(향미) 멍청하긴 얘가 제일 멍청할 거 같은데
[흥미로운 음악]
[메시지 알림음]
'옹산초'
(제시카) '옹산초'
옹산초?
하, 뭐야?
옹산이 뭔데?
(대성) 야!
너 우리 엄마가 우리 집에 한번 오래
오겹살 구워 준다고
(필구) 왜?
나한테 두부한모라고 해서?
(대성)어, 그런 거 같아
(필구) 그러면 내일 훈련 끝나고 네 시 반에 간다고 해 줘
(대성) 어, 가자
준기야, 먼저 가
[한숨]
(제시카) 뭐, 선생이라도 만나는 거야, 뭐야?
- [한숨] - [차 문이 덜컥거린다]
아, 깜짝이야
아유, 깜짝이야
[짜증 섞인 한숨]
[제시카의 짜증 섞인 한숨] 뭐니?
왜 남의 차를 그렇게 열어?
(필구) 아니네?
죄송합니다
[의미심장한 음악]
(제시카) 얘
너 나 아니?
(필구) 모르는데요?
근데 왜 남의 차 문은 열어?
내가 아는 차인 줄 알았어요
근데 너
진짜 어디서 나 보지 않았어?
(동백) 필구야!
(동백 생각) 그 여자다
'슈퍼맨'의 어린 신부
(제시카 생각) 그 여자다
강종렬의 선샤인
(제시카) 아, 이거 비밀 폴더 뭐냐고!
아, 너는 왜 남의 싸이를 들어가 보고 그러냐?
뭐, 너, 내 핸드폰 보려고 라면 물 받아 오랬어?
(제시카) 하, 내가 지금 오빠 싸이 들어간 게 문제야?
다 옛날 거야, 옛날 거, 어?
싸이를 안 하니까 있는 줄도 몰랐다고!
뭘 안 해, 안 하긴?
폰에 자동 로그인 다 돼 있던데!
수시로 들어가서 그 여자 봤어?
[한숨]
[헛웃음]
폴더명 '선샤인' 뭔데?
- 아, 줘 봐 - [종렬의 당황한 신음]
- (제시카) 아, 줘 봐, 줘 봐! - (종렬) 아, 진짜
[휴대전화 조작음]
- [제시카의 기가 찬 숨소리] - [종렬의 짜증 섞인 숨소리]
- [의미심장한 음악] - 이 여자가 네 선샤인이니? 어?
(제시카 생각) 그 후
이름까지 알게 된
동백이
(제시카 생각) 강종렬이 술만 처먹으면 찾던
그놈의 동백이다
그리고
(동백 생각) 지켜야 한다
너희들이 함부로 쳐들어올 수 있는 구역이 아니다
저 아저씨
엄마한테 차 자랑하러 왔나 봐
필구야, 엄마가 상황 좀 정리하고 올게, 응?
같이 가 줘?
엄마 이제 세
내가 항상 말하지?
열받게 하면...
알지, 주먹으로 코를...
[종렬이 차 문을 탁 닫는다]
[정숙이 잠금장치를 철컥 연다]
네가 웬일로 먼저 알은척을 다 해 주냐?
네 와이프 왔다 갔어, 제시카
뭐?
필구 학교 앞에 왔더라
[종렬의 한숨]
아휴, 나도 모르겠다 내가 뭐 하고 사는 건지
[종렬이 혀를 쯧 찬다]
씁, 너
[머뭇거리는 신음]
서울 갈 때 대리운전 불러서 갈 수 있지?
왜?
뭐...
한잔하자고?
그래, 한잔하자
가게에서 말고
쯧, 나도 네 가게에선 안 마셔
거기 또라이 있어
[의미심장한 음악]
[심란한 숨소리]
(필구) 할머니! 난 짜장 라면!
뭘 봐?
아, 아니
전복 좀 먹을까 하고
(정숙) 먹지 마
(향미) 네?
너 까불다 죽어
아, 안 까불어요, 안 까불어
내가 말했지?
나 동백이 위해서 뭐든
하나는 한다고
[의미심장한 음악]
(향미) 근데
왜 치매인 척하는 거예요?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옅은 웃음]
우리 엄마 강종렬 아저씨랑 나갔는데요?
어
어, 그래?
[용식의 난감한 숨소리]
저 등신
뭐가 '어, 그래?'야?
[동백이 술을 조르르 따른다]
[동백이 술병을 탁 내려놓고 술잔을 든다]
(동백) 내가 너 속 시끄러울 얘기 좀 할게
하, 지금도 아주 죽겠거든?
나 너랑 헤어지고 혼자서 애 낳으면서 그냥
산송장이었어
너 보기에는 지금 나 사는 꼴이 한심해 보일지 몰라도
내 딴에는 죽을힘으로 살려 낸 내 인생이야
[한숨]
그러니까 너 내 인생
다시 짠하게 만들지 마
나 미혼모는 해도 내연녀는 안 해
아이, 누가 너보고 내연녀 하래?
그냥 잠깐만 좀 기다려 주면...
아니
다시 안 기다려
[옅은 한숨]
(향미) 아주 올 때까지 기다리시게?
아유, 이거... [멋쩍은 웃음]
아, 기냥...
[용식의 한숨]
(정숙) 너 아주 순하구나
예?
너 아주 순하고
착하고
밸도 없고
[쓴웃음 지으며] 예, 예
(정숙) 애 아빠라?
애 아빠라 대접해 주는 거야?
어머니, 아셨어유?
그럼 식구들 그냥 살게 내버려 두지
왜 여러 사람들 속을 쎅여?
[당황한 신음]
이, 저는유, 기냥
기냥 동백 씨를 믿어요
뭐든 동백 씨답게 하실 테니까, 기냥...
기냥 내버려 둘 거면 다 때려치워
[흥미로운 음악]
예의 차릴 거 다 차리고
뜨뜻미지근하게 착하기만 한 놈
안 섹시해
[어색한 웃음]
올 때까지 기다려 봐
그럼 안 와
기다리면 안 와
지키는 놈, 쳐들어온 놈 못 이겨
너는 그냥 가뿐하게 네 갈 길 가
너 그러면 돼
그래도 돼, 너
[종렬의 한숨]
(종렬) 그...
내가 전부터 묻고 싶어도
겁나서 관뒀던 게 있었는데
왜 옹산이었는데?
너
나 기다렸지?
(종렬) 옹산, 은퇴하면 거기 가서 살고 싶어 [평화로운 음악]
나중에 우리 애 생기면 꼭 거기서 키우자
거기가 네 고향이야?
[종렬의 부정하는 신음]
고향이었으면 하는 동네
(동백) 왜?
어렸을 때 거기 잠깐 살았던 적 있었거든?
근데 그 동네
되게 이상하거든
(종렬) 무슨 씨족 사회?
그런 것처럼 온 동네가 이상해
밥때가 되면 그냥 아무 집에나 들어가면 돼
[사람들이 저마다 웃고 떠든다]
그럼 가타부타 말도 없이 그냥
숟가락 하나 더 놔 줘
(종렬) 그게 되게 당연한 동네거든
온 동네가 무슨, 씁
가족 같아
(동백) 가족?
(종렬) 막 친절하진 않은데
뭔가 되게
뜨뜻해
그래, 나 네 말 듣고 왔고
너 때문에 눌러앉았어
(동백) 그런대도 뭐 그게 문제가 돼?
그때는 너 결혼하기도 훨씬 훨씬 전이었고
나도 너랑 헤어지고 2년도 안 됐을 때였는데, 뭐
기다렸대도 뭐, 문제가 있어?
그러니까 기다렸냐고
[아련한 음악]
바보 같은 기대야 뭐 골백번씩 했겠지
(동백) 참다 참다 네 소식 찾아보고
'가수 누구랑 헤어졌단다' 그러면
골목 끝을 하루에도 몇 번씩 내다봤겠지
아휴, 필구 폐렴 와서는 막
펄펄 끓는 애 응급실에서 붙잡고 정신 나가 있을 때도
전화하고 싶었겠지, 도와 달라고
그냥
너무 무섭다고도 하고 싶었겠지
근데 안 했잖아
그러니까 너 내 인생에 끼어들 자격 없잖아
[한숨]
[혀를 쯧 찬다]
야, 난 뭐, 신났다고 산 줄 아냐?
그놈의 동백이, 동백이 진짜 징그럽게
그냥 하도 생각나고
하도 참으니까
그렇게 사는 게 당연한 것처럼 살아졌다고
야, 나 좀 봐주면 안 되냐?
(종렬) 나 그때 꼴랑 스물일곱이었어
스물일곱 아니고 서른일곱이었으면 나도 너 그렇게 안 놓쳤어
[한숨]
지금이라도 그런 얘기 해 주니까 좋네
한때는 진짜 애가 다 타도록 듣고 싶은 말이었는데
그러니까 다시 하면 되잖아 다시 하자
근데 어차피
우리는 서른넷이 됐고
나도 네가 그리워하던 스무 살 동백이가 아니야
하, 동백아
애석해도 어떡해?
우린 돌아갈 순 없어
[잔잔한 음악]
하, 진짜, 쯧
(용식) 하, 진짜
미치겄네
[숨을 들이켠다]
아, 씨...
승질이 나네
[의미심장한 음악]
(향미) 의외의 캣 맘이시네?
용식이가 그 밥 누가 주나 되게 궁금해하던데
저기, 근데
(종렬) 내가 뭘 더 어떻게 하면 돼?
도장 찍고 와서 빌면 돼?
그럼 받아 줘?
안 받아 줘
너 빨리 대리나 불러
[한숨]
너 그 경찰 때문에 그러지?
걔를 믿어?
그놈 하는 짓
꼭 10년 전 나 같지 않냐?
야, 난 너 아프다 그래서
원정 경기 갔다가 다시 토껴서 돌아왔어
나도 딱 그랬다고
자기 기분에 취해서 오버하다가
자기 기분 따라서 또, 씨...
넌 왜 그렇게 사람을 자꾸 믿냐?
- [흥미진진한 음악] - [종렬의 한숨]
(용식) 지금 고해성사하신 거쥬?
네가 똥이라고 해서 남들까지 다 똥이라고 생각하지 마요
모지리가 사람 구실은 하겠네
- [흥미진진한 음악] - 강 선수가, 거 아무리
뭐, 뭐, 개똥 같아도요
(용식) 쯧, 뭐 어쨌거나 애 아빠고요
뭐, 개, 개똥?
그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존중을 해 드렸다고 생각합니다
근디
- [날카로운 효과음] - 고 예우는요
씁, 이 딱...
(용식) 요기, 국숫집까지고요
인제
질척거리지 마십시다
야, 네가 뭔데?
네가 대체 뭔데 자꾸 낄 데 안 낄 데 못 가리고, 씨
나?
나 현역
뭐?
너도 알잖아요
왕년에 잘나가는 그 올스타도
현역한텐 안 된다는 거
[헛웃음]
지금은
내가 동백 씨 현역이고요
동백 씨
너 아니고
나 좋아합니다
[짜증 섞인 한숨]
- 동백 씨든 필구든 - [종렬의 기가 찬 숨소리]
네가 킵해 놓은 네 거 아니라고
아, 이거 완전 정신 나간 새끼네
야
네가 뭔데 내 새낄 운운해!
(용식) 동백 씨!
- [당황하는 신음] - 동백 씨도 똑똑히 잘 들어요, 예?
앞으로는
강종렬하고 잔치국수 먹지 않습니다
(용식) 둘이 잔 놓고 같이
- 앉아 있지도 않습니다 - [종렬의 헛웃음]
그리고요
가게에 절대로 발 들여놓게 하지 않습니다!
뭐, 어쩌다가 뭐, 여차저차, 뭐, 어영부영
어유, 이런 거 그냥 딱 싫어요, 예?
저는요, 그런 거 딱 싫어요
하지 마요!
그리고
동백 씨랑
그거 한 저로서는
이런 말 할 자격 충분하다고 보고요
(종렬) 그게 뭔데?
그게 뭔데!
그리고 저
진짜 기냥, 아주 기냥
무지막지하게 질투 많은 놈이니께
[휙 하는 효과음]
빨랑 와서 내 손 잡아 줘요
하, 별, 씨...
아이, 빨랑! 빨랑 튀어 와요, 빨랑 [익살스러운 효과음]
빨랑 내 손 잡아 줘요, 빨랑
[아름다운 음악]
[동백의 손을 탁 잡으며] 갑시다
[동백의 당황한 신음]
[기가 찬 숨소리]
[어이없어하며] 아이씨
(용식) 앞으로 똑바로 해요, 예?
이제부턴 진짜 내 쪼대로 할 거니께
(동백) 이젠 착해 터진 남자 좀 그만하시게요?
- (용식) 아유, 참 - [동백의 웃음]
안 해요, 안 해, 예?
저는요, 이제부터는 기냥 막살 거예요
(동백) 어, 이제 좀 제대로 하시려나? [동백 웃음 소리]
(용식) 저, 그러면 기왕 이렇게 된 김에
우리 그, 저짝 모퉁이 돌아 가지고
우리 막돼먹게 그냥 뽀뽀나 한번 할까요?
- [용식의 웃음] - (동백) 허, 어머
[용식의 당황한 신음]
응? 으응?
(용식) [웃으며] 아, 좋아 죽으시네요?
아니에요 저 요즘 진짜 최악이에요
예?
까불이는 턱밑이고
(동백) 그리고 가게 만기는 코앞이고
애 아빤 진상이고
출생의 비밀도 다 뽀록나 버렸잖아요
[옅은 웃음]
[웃으며] 나 참, 아니
아, 근데 뭐 이렇게 신나셨어요?
근데 이상하게
제가 요즘 제일 많이 웃는 거 같아요
상황이 중요한 게 아니라
사람이 중요한 건가 봐요
[웃음]
(동백) 저 요즘
진짜 좋아요
용식 씨가 좋아요
씁, 하, 동백 씨
우리
오늘 빨리 셔터 내려요
(용식) 아유, 동백 씨
아유, 좀, 이거 좀, 좀, 예? 이렇게
아유 [용식의 웃음]
[어두운 음악]
[향미의 한숨]
저 언니 자꾸 예뻐지네
저게 팔자가 피는 거지
나도 코펜하겐 가면
저렇게 사랑받고 좀 살 수 있을까?
[의미심장한 음악]
내 고운 이름처럼
[떨리는 숨소리]
아니야
안 죽었어
[한숨]
[힘겨운 숨소리]
최고운
(변 소장) 누군지 알아보겠디?
그게 본명이란다
[놀라는 숨소리]
[부드러운 음악]
(동백) 엄마, 필구 경기 가게?
아유, 미쳤어!
(여자6) 전학 와서 모르는구나?
고아, 고아
(동백) 기죽는 거 그거 진짜 거지 같은데
(용식) 이, 필구는 사랑을 차고 넘치게 키워 갖고
다를 수밖에 없지 않겄어요?
(필구) 엄마! 엄마, 엄마, 엄마!
나 홈런 칠게!
(종렬) 야!
(제시카) 그 애는 뭔데!
(여자7) 이상하긴 했지
도박 빚이 많았는데
- (규태) 너, 조심해 - [자동차 엔진 가속음]
- [타이어 마찰음] - (변 소장) 까불이를 맞닥뜨리거든
꼭 총을 쏴
.동백꽃 필 무렵 ↲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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