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남녀의 사랑법 13
[주제곡]
"NETFLIX 오리지널 시리즈"
(경준) 아, 이거 앞에 보여야 된다고?
이렇게?
응
맛있는데? 어, 되게 달달하다
(운영자)
한 번도 그런 적 없는데?
(린이) 술을 그렇게까지 마신다는 건
너무 이해가 안 돼
실수는 안 해, 우리가
그럼, 술은 그냥 기분 좋게 한두 잔이지
다른 사람한테 얼마나 민폐야, 그게
(린이) 재원 오빠, 미안
누구처럼 취해서 파출소까지 가고
어휴
어휴
[옅은 웃음]
엉망진창이야, 필름도 자주 끊기고
뭐, 만취해서 파출소도 가 보고 길에서 울어도 보고
다 해 봤어
구구절절 변명할 필요 없이 깔끔하게 인정해
근데 강건 친구들
걔네들 진짜 안 되겠다
언니, 저희요?
내가 건이한테 들은 게 있는데
묵비권을 행사한다
(선영) 걔네들 진짜 진상들이야
(은오) [술 취한 말투로] 린이야
집에 가자, 이제
[익살스러운 음악] (건) 너 자꾸 그러면 네 친구들한테 민폐다
(경준) 왜 그래, 인마
우리 린이 얼마나 예쁘게 잘 자는데
(함께) ♪ 잘 자라, 우리… ♪
♪ 새들도 아가 양도 ♪ [경비원이 당황한다]
(경비원) 가만있어, 가만있어, 아니, 뭐예요?
(경준) 아, 수고하십니다, 충성
[개가 낑낑거린다] (은오) 어, 안녕, 네가 린이 친구구나
(경준) 나는 쟤 남자 친구인데
[술주정을 한다]
(선영) 서린이 걔는 술만 취하면 개집에 들어가서 자고
(은오와 건) 온다, 온다, 온다 [엘리베이터 도착음]
(린이) 우리 경준이 온다
(은오) 왔다
(린이) 경준아
(함께) 안녕
(선영) 서린이 걔 남자 친구는 맨날 엘리베이터에 들어가서 자고
(함께) 경준아, 잘 가
그리고 강건 걔는 하나도 기억을 못 하는데
맞는다
(선영) 우리가 처음에 어떻게 만났는지 알아?
[리드미컬한 반주가 흘러나온다]
♪ 빨간 모자를 눌러쓴 ♪
♪ 난 항상 웃음 간직한 삐에로 ♪
(은오) 와, 우리 건이 노래 정말 잘한다 [건이 노래한다]
[은오가 감탄한다]
♪ 아무도 모르는 눈물 ♪
(경준) 이야, 쟤는 춤 봐, 저거 춤꾼이야, 완전, 지린다, 지린다
(린이) 멋지다, 건이
[교사1의 놀라는 신음]
[건이 계속 노래한다] (교사1) 아는 분이세요?
(교사2) 2학년 선생님 아니에요?
(교사3) 처음 보는데
1학년 선생님 아니에요?
(교사4) 체육 선생님, 아는 분이세요?
누군지가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선영) 노래방은 노래 부르라고 오는 건데
[마이크가 삐 울린다]
♪ 사람들은 모두 춤추며 웃지만 ♪
(선영) ♪ 난 차라리 ♪ [선영의 추임새]
♪ 웃고 있는 ♪ [선영의 추임새]
그리고 이은오 걔는 술만 취하면 버스를 타
그리고 꼭 종점까지 가
넷 중에 정상이 하나도 없어
그, 끼리끼리는 사이언스다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라고
'유 노'? '유 노'?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진동음]
[흥미로운 음악]
여보세요
여보세요, 은오야
야, 여보세요?
뭐야?
[한숨]
내가 잠자는 술 주사를 깨운 건가?
이은오 술 취해서 자다 깼을 때가 제일 위험한데
[술 취한 신음]
[흥미로운 음악]
[휴대전화 조작음]
[훌쩍인다]
[멀리서 개가 왈왈 짖는다] [스위치가 탁 켜진다]
[문이 드르륵 열린다]
(재원) 아
진짜 죽겠네
아, 술을 안 먹으니까 잠이 안 오네
[재원의 한숨]
[재원이 컵을 탁 내려놓는다]
[정수기 작동음]
아이, 충전을 안 했네
[정수기 작동음]
뭐라는 거야
[긴장되는 음악]
오늘 밤
누군가가 위험하다
혹시
지금 이은오한테 전화 오거나 길에서 마주치는 사람은
이은오의 반대 방향으로 최대한 멀리 도망쳐야 된다
[통화 연결음] [재원의 한숨]
(남자) 여보세요
여보세요?
어…
누구시죠?
이게, 뭐 이상한 문자가 잔뜩 와 있는데
아, 내 전화가 아니고요
어떤 아가씨 전화인데요
(버스 기사) 아, 지금 술에 그냥…
지금 여기 종점인데요
내가 마지막 차라서 나가는 차도 없어요, 이제
예?
예, 예 [버스 기사의 헛기침]
아가씨, 일어나 봐요 아가씨 이름이 뭐예요? 예?
[술 취한 말투로] 이은오입니다
(버스 기사) '이', 예?
- (은오) 이은오입… - (버스 기사) '은이'?
누구요? 이, 이은?
[잔잔한 음악] (재원) 아저씨, 잠, 잠깐만요
잠시만요
아저씨, 거기가 어디죠?
네
[린이의 고민하는 신음]
[힘주는 숨소리]
(경준) 가계부 써?
(린이) 응, 일어났어?
[린이의 한숨] (경준) 뭐가 그렇게 심각해?
(린이) 나 통신비를 좀 낮춰야겠어
휴대폰 요금이 너무 많이 나와
잠깐만
지금보다 낮은 요금제가…
어
있다
그리고 지난달보다 식비도 엄청 는 거 있지?
하, 어쩐지 몸이 너무 무겁더라!
(경준) 린이야, 네가 뭐가 무거워 하나도 안 무거워
두 손가락으로도 들겠다
(린이) 아침부터 예쁜 말만 해
(경준) 예뻤어?
그러면…
[린이의 장난스러운 신음]
[경준의 기분 좋은 숨소리]
[경준과 린이의 애교 섞인 신음]
[함께 웃는다]
(린이) 아니, 나 진짜 알바를 하나 더 뛰는 게 나은가?
- (경준) 린이야 - (린이) 응
[경준의 생각하는 신음]
(경준) 씁, 취직을 좀 제대로 해 보는 건 어때?
- (린이) 나 일하고 있잖아 - (경준) 아르바이트 말고
본격적으로 직업을 좀 갖는 건 어떨까 싶어서
[린이의 부정하는 신음]
(린이) 싫어
나는 출퇴근에 매여 사는 것도 싫고
한 직장에서 인간관계 막 복잡하게 얽히는 것도 싫어
그냥 지금처럼 사는 게 좋아
내 인간관계는 경준이 너랑
은오랑 건이만 있으면 너무 충분해
어, 맞는다
건이가 그 가구 산대, 35만 원에
아, 안 돼 그거 여기다 갖다 놓을 거야
(린이) 안 돼, 저건 어쩌고?
(경준) 아, 저거는 그냥 중고 마켓에 팔아, 저거를
(린이) 안 돼, 난 네가 리폼해 준 저게 훨씬 좋아
아, 저거 그냥 다 낡아 빠진 거에
(경준) 내가 페인트칠만 이렇게 쓱싹쓱싹한 건데
그게 뭐가 좋아?
그 수입 가구가 훨씬 비싸고 좋고
너랑 잘 어울리고 퀄리티 있어
야, 어떻게 가격을 따져?
(린이) 네가 날 위해 몇 시간 동안 페인트칠해 준 건데
안 돼
(경준) 졌다, 졌어
[린이의 기분 좋은 신음]
(린이) 이겼다!
[린이의 기분 좋은 신음] (경준) 아유
[노크 소리가 들린다]
[새가 지저귄다] (건) 은오야, 일어났어?
문 연다?
아, 얘 어디 간 거야
(은오) 여기가 어디지?
(버스 기사) 아가씨, 정신 좀 차려 봐요, 예?
[문소리가 탁 울린다]
[흥미진진한 음악]
[은오의 놀라는 숨소리]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지글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놀라는 숨소리]
[한숨]
[한숨]
[초인종이 울린다] [흥미진진한 음악]
(재원) 네, 나가요
[문이 끼익 열린다]
네, 감사합니다
[문이 끼익 닫힌다]
[재원의 헛웃음]
[휴대전화 진동음]
(재원) '만만둥이'? 누구야?
(은오) 야, 너 그거 받지 마
(재원) 여보세요
(건) 여…
여보세요?
(재원) 네, 말씀하세요 이은오 씨 핸드폰 맞습니다
아, 예, 은오…
아니, 그것보다 누구세요?
(재원) 아, 이은오 씨 지금 미팅 중인데
네
[휴대전화 조작음] 응
이게 지금 무슨 매너야?
너한테 배운 매너다, 왜?
[의아한 숨소리]
[흥미로운 음악]
어젯밤에 술을 마시고 나갔어
그리고 내가 잠들었을 때 다시 들어왔고
그리고 아침에 다시 나갔어
그래서 지금 미팅 중인 거야
그렇지? 어
아휴, 다행이다
[입소리를 쩝 낸다]
[한숨]
[힘주는 신음]
밥 먹자, 배고파
[재원의 한숨]
[은오의 한숨]
[한숨]
나 어떻게 여기 와 있어?
어디까지 기억이 나는데?
분명히 버스 종점에서…
(재원) 응, 종점 벤치에 앉아 있더라
그냥 둘까 하다가 너 얼어 죽을까 봐 내가 데려왔어
너 안아서 내 차에 태워서
그리고 다시 안아서 내 방, 내 침대까지
예전보다 많이 무거워졌더라
사는 게 참 편했나 봐
허리 나가는 줄
난 3kg이나 빠졌는데
박재원은 원래 이렇게 비꼬는 말투야?
너는 어떤데?
(재원) 글쎄, 나야말로 그쪽이 도무지 알 수 없는 분으로 느껴져서
일단 먹자
뭐, 마음이 편하진 않겠지만
아침은 됐고, 제대로 얘기 좀 하자
(은오) 어제는 애들 있어서 제대로 말 못 했어
아, 나 배고픈데
(재원) 왜?
윤선아는 이런 아침 참 좋아했는데
너는 별론가?
넌 뭘 좋아하는데?
계속 비꼬는 걸로 들린다?
가해자가 할 말은 아니지 않나?
너라면 안 꼬였겠냐, 지금?
(재원) 그리고
[한숨 쉬며] 이거 뭐야?
이거부터 해명해
[익살스러운 음악]
(은오) 나쁜 새끼
어떻게 나한테 그런 심한 말을…
나쁜 년이라고 욕하려고 나 찾았냐?
너
이제 하트 아니야
너 핸드폰 이름 바꿨어
아니야
네 번호 삭제
[훌쩍인다] 사랑했었어
[울먹이며] 보고 싶어
(재원) 내 전화번호는 아직 안 잊었나 봐
아니면 네 핸드폰에 저장이 돼 있거나
뭘로 저장해 놨니?
내가 만약에 네 번호를 알았다면
'카메라 도둑'이라고 저장했겠지
그럼 지금이라도 그렇게 저장하지 그래?
그냥 안 했어
뭐, 이제 연락할 일 있겠어?
(은오) 카메라, 그거 돌려줄게 돌려준다고 했잖아
(재원) 아니야, 너 가져
내가 그거 가져 봤자 뭐 하겠냐
(은오) 나라고 뭐, 그거 갖고 있고 싶겠어?
근데 너 내 사진은 왜 찾았냐?
(재원) 너 우리 사진 다 인화해서 찾아갔잖아
왜 그랬어?
보고 싶었냐?
그래, 보고 싶었다
(은오) 그거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으려고 그랬다, 왜
너도 추억으로 갖고 있으면 되잖아
(재원) 그래, 추억으로 갖고 있지 못하고
너 찾아 헤매서 정말 미안하다
너도 알고 있었잖아 내가 1년 동안 너 찾아 헤맨 거
린이랑 경준이한테 다 들어서 알고 있었잖아
근데 구경만 했어?
왜?
나 힘들어하는 거 구경만 하니까 재밌던?
나는
너 어디서 사고당해서 병원에 누워 있는 건 아닐까
그래서 나랑 연락 못 하는 건 아닐까 그런 걱정까지 했어
남아프리카로 간 라라 누나랑 빈이 형한테 메일까지 보내고
답장이 없어서 좌절하면서
어디 길 걷다가도
너랑 닮은 사람 있으면 일일이 다 뛰어가서 확인하고
매일매일 이렇게 미친놈처럼…
(은오) 그러니까 왜 그렇게 살았어!
내가 카메라까지 훔쳤으면
다 잊어버리란 뜻인 거 몰라?
[은오의 한숨]
여행지에서 우리만 만났니?
다들 여행지에서 만나면 돌아와서 잊고 잘만 살더라
(재원) 그래서 너는 다 잊었어?
그냥 추억으로만 남았어?
[재원의 한숨]
너 이럴 거면 결혼은 왜 했냐?
나랑 결혼 왜 했냐고
[한숨 쉬며] 그거…
재미 삼아 하쟀잖아, 너도 그랬잖아
아니야, 난 재미로 한 거 아니야 난 진심이었어, 너도 진심이었고
그리고 내가 진심이었던 거 너는 충분히 알고 있었어, 맞지?
그래서 우리가 뭐
혼인 신고라도 했어? 어?
아니잖아!
(재원) 너 왜 이렇게 뻔뻔하냐?
어?
너 양양에선 안 그랬잖아
[은오의 한숨] 선아야, 너는…
(은오) 그래
그래, 윤선아
윤선아는 답답하지도 않고 뻔뻔하지도 않고
엄청 괜찮았겠지! 걔는…
걘 내가 아니니까
나는 이은오고
네가 사랑한 사람은 윤선아니까
[쓸쓸한 음악]
근데 걔는 내가 만들어 낸 가짜니까 내가 아니야
넌 그 가짜를 사랑했던 거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좋았겠지
근데 내가 윤선아가 아니잖아
너는 나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라
내 마음, 내 성격, 내 생각, 내 취향
아무것도 모르잖아
내가 윤선아가 아니라서
정말 미안해
[문이 드르륵 열린다]
[문이 덜컥 여닫힌다]
[한숨]
[은오의 한숨]
[한숨]
[빗소리가 쏴 들린다]
[재원의 한숨]
(재원) 아씨
[문이 끼익 여닫힌다]
[재원의 한숨]
[다가오는 발걸음]
(재원) 타, 내가 데려다줄게
그냥 우산이나 주고 가
너라면 우산만 주겠냐, 이렇게 미운데?
(재원) 빨리 타, 정류장까지 멀어, 일로 와
일로 와, 빨리
[차 문이 탁 닫힌다] (재원) 아휴
[재원이 머리를 탈탈 턴다]
[재원의 한숨]
[은오의 한숨]
나는 비 올 때 운전 안 해
(재원) 위험해
[한숨]
야, 야, 야
아, 진짜, 이은오 성질 진짜 더럽네
아, 윤선아는 성질을 좀 내긴 했어도
엄청 귀여웠는데
미안하다고 했지, 윤선아가 아니라서
아, 미안하면 화 좀 내지 말자
뭘 잘했다고 그렇게 바득바득 화를 내냐, 치
(재원) 음악 들을래?
[버튼 조작음]
[감미로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어어! [은오의 신음]
남의 차 함부로 건드리지 말지? 응?
원래 이렇게 까칠한 편이야?
(재원) 응
나 원래 까칠해, 근데
사랑에 빠지면 좀 부드러워지는 편이야
넌 사랑에 빠지면 어떻게 되는데?
[한숨]
(은오) 박재원 바보 같지?
그래서 내가 좋아했어
배 안 고파?
속 안 쓰려?
(재원) 이상해
얘는 미워지지가 않아
미워하려고 해도 미워할 수가 없어
[감미로운 음악]
"휴게실"
[커피 머신 작동음]
[커피 머신 알림음] [다가오는 발걸음]
(직원) 대리님, 신사동 주택 욕실 때문에 자재 팀 미팅 있는데…
근데 우리 팀장이 아직 출근을 안 하네요
네, 미팅 미룰까요?
(경준) 자재 리스트 먼저 주세요 제가 먼저 볼게요
(직원) 네
[휴대전화 메시지 알림음]
[개운한 숨소리]
(린이) 얘들아, 비 온다
(건) 비 오면 라면이지
(린이) 이은오 미팅 끝남?
(은오) 어, 끝났어
[다가오는 자동차 엔진음]
어, 그래, 조심히 들어가라
[다가오는 발걸음]
[흥미진진한 음악]
(건) 야, 이은오, 너 어제…
- (건) 안녕하세요 - (재원) 안녕하세요
[은오의 당황한 신음]
[부스럭 소리가 들린다]
(건) 어? 린이다
(린이) 응?
뭐야, 왜 둘이 같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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