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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남녀의 사랑법 17

 (재원)  음

 

 커피가

 

 (은오)  부드럽다

 

 (재원)  커피는

 

 (은오)  콜드브루?

 

 [함께 웃는다]

 

 (재원)  잘한다

 

 이야, 이 정도면…

 

 뭐라고 하지?  [은오의 웃음]

 

 (운영자)

 

 - (은오) '처음'?  - (재원) '처음'?

 

 [은오와 재원의 생각하는 신음]

 

 (재원)  뭐야, 왜 날 봐? 너 무슨 생각 하는데

 

 [음료를 탁 내려놓으며]  아니, 그냥, 그냥

 

 '처음'?

 

 처음 하면…

 

 (린이)  첫사랑

 

 [한숨]

 

 고등학교 때

 

 초등학교 때 내 짝꿍이었다가  전학 간 애를 우연히 다시 만났어

 

 그게 내 첫사랑

 

 지금은 헤어졌어

 

 헤어지는 거 진짜 쉽다

 

 5년을 만났는데

 

 헤어지는 건 한순간이네, 한순간

 

 그래, 내가 잘못했지

 

 근데 뭐, 잘못할 때마다 헤어지면

 

 너는 나한테 뭐, 잘하기만 했을까?

 

 나는 진짜로 아무것도 몰랐어

 

 네 그 영국 엄마 얘기 있잖아

 

 네가 나한테 말했어?

 

 말을 해 줘야 알지!

 

 (경준)  말을 안 하는데 내가 어떻게 알아?

 

 내가 뭐, 네 마음에 들어가 있니?

 

 아니, 얘기를 해 줬으면 내가

 

 나도 그렇게까지 얘기 안 했을 거야

 

 [울먹이며]  아이씨

 

 가, 가

 

 너도 가고, 다 가, 다 가, 그냥

 

 뭐, 연애는 많이 했지

 

 씁, 근데 첫사랑은…

 

 [놀라는 신음]

 

 나 첫사랑 아직 못 했나 봐

 

 아니,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아이…

 

 나 이런 거 괜찮은 거야?

 

 처음 하면

 

 (재원)  그…

 

 [작은 목소리로]  첫 키스

 

 뭐야, 다 들려

 

 [은오의 웃음]  (재원)  들려?

 

 [재원의 웃음]  (은오)  아, 박재원은 첫 키스를 생각하는구나?

 

 응, 첫 키스

 

 (재원)  너는 뭐가 생각나는데?

 

 (은오)  누구랑 했는데, 첫 키스?

 

 몰라, 나 기억 하나도 안 나

 

 진짜야, 나 이름도 기억 안 나, 걔

 

 (은오)  아, 그러면  얼굴은, 얼굴은 생각나고?

 

 (재원)  아, 얼굴도 기억 안 나  아, 기억났다

 

 네가 첫 키스야

 

 [은오의 웃음]

 

 [숨을 들이켠다]

 

 유치원 동창이었는데

 

 초등학교 3학년 때 빡!

 

 걔가 여자로 보인 적이 있었어

 

 우산 잃어버렸었는데  걔가 씌워 줬어, 집 앞까지

 

 같은 우산을 쓰고 걸어오던 그 길이  아직도 기억이 나

 

 그날의 비, 냄새, 분위기

 

 (재원)  [작은 목소리로]  쟤 뭐래?

 

 [작은 목소리로]  내 첫사랑은

 

 지금 얘기한다, 얘기한다, 얘기한다

 

 - (은오) 강건이야  - (선영) 야!

 

 [피식한다]  중학교 때

 

 걔가 교복을 입고 왔는데

 

 (은오)  갑자기 걔가 조금  조금 멋있어 보이더라고

 

 (재원)  야, 너

 

 - 너 무슨 얘기 했어? 어?  - (은오) 응?

 

 -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야, 아니야  - (재원) 뭐라 그랬어, 방금?

 

 - (은오) 아무것도 아니야  - 조금 뭐, 뭐라고 했잖아

 

 얘 지금 첫사랑 얘기했지? 누구래?

 

 린이일 수도 있고

 

 은오일 수도 있고

 

 다른 애인가?

 

 오선영, 보고 있냐?

 

 너 지금 엄청 열받지?

 

 와서 나 막 한 대 때리고 싶지 않냐?

 

 강건, 좋은 여자 만나라

 

 나 같은 여자 말고

 

 좀 순하고 착하고 그런 여자

 

 난 우리 해나

 

 (병준)  딱 봐도 만인의 첫사랑 느낌이잖아

 

 안 그래?

 

 아니, 근데 선배

 

 정말로 연애해 본 적 없어요?

 

 첫사랑은?

 

 아무리 모솔이라도  누구 좋아해 본 적은 있을 거 아니야

 

 (동식)  글쎄

 

 아직

 

 (병준)  아니, 이 얼굴을 왜 이렇게 낭비하지?

 

 이해할 수가 없네

 

 네, 지금 거의 다 왔습니다

 

 주차장 들어가서 다시 전화드릴게요

 

 (은오)  아, 2층요?

 

 네, 알겠습니다

 

 [자동차 리모컨 조작음]

 

 (감독)  오케이, 다음 신!

 

 (스태프1)  컷, 오케이, 다음 신 갈게요

 

 [세트장이 분주하다]  안녕하세요, 죄송한데 2층이 어디예요?

 

 (은오)  저기, 아, 저, 죄송한데, 아, 2층…

 

 - (치훈) 뭘 그렇게까지 떨어?  - (해나) 네?

 

 (치훈)  키스 신 처음이냐?

 

 아니, 뭐, 키스 신은 처음이라도

 

 키스는 해 본 적 있을 거 아니야

 

 뭐야, 키스해 본 적 없어?

 

 정말이야?

 

 [치훈의 웃음]

 

 [헛기침]  [코를 훌쩍인다]

 

 그렇구나

 

 [웃으며]  어

 

 그럼 우리 해나  오늘 오빠랑 찍는 게 첫 키스구나?

 

 아유, 영광이다, 야, 아이참

 

 [치훈의 웃음]  [불편한 웃음]

 

 - (치훈) 너 나 싫어하니?  - (해나) 네

 

 - (치훈) 어?  - (해나) 네?

 

 (치훈)  뭐?

 

 제가 뭐라고 했는데요?

 

 나 시, 싫다고

 

 [해나의 당황한 신음]

 

 [해나의 어색한 웃음]

 

 (해나)  아, 그냥, 그…

 

 제가 요즘에 좀 고민도 좀 많고  생각도 좀 많고, 뭐

 

 어…

 

 좀 이상한 거 같아요

 

 번아웃이 온 거 같기도 하고

 

 그, 선배님도 이런 시기 있으셨죠?

 

 그랬지, 있었지

 

 (치훈)  번아…

 

 근데 너 나이가 몇이라고  벌써 번아웃이냐?

 

 (해나)  네?

 

 (치훈)  오빠는 네 나이 때  그런 거 느낄 새도 없이

 

 그냥 일에 미쳐 살았어

 

 미쳐야 돼  [해나의 어색한 웃음]

 

 어

 

 (해나)  선배님 진짜 대단하신 거 같아요

 

 [웃음]  아니야

 

 [해나의 어색한 웃음]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저 이만 가 볼게요

 

 - (치훈) 아, 그…  - (해나) 네?

 

 (치훈)  근데 첫 키스가 아직이면

 

 해나 너 아직  남자랑 잠도 안 자 봤겠네

 

 [흥미로운 음악]

 

 [해나의 어색한 웃음]  [치훈의 웃음]

 

 연기만 초짜인 줄 알았더니  다 초짜구나?

 

 내가 기본적인 것만 설명을 해 줄게  여기 앉아 봐

 

 (은오)  어머, 어머, 어머, 어머  어머, 어머, 해나 씨

 

 어머, 안녕하세요  [은오의 웃음]

 

 아, 저, 그, 문화유산 콘텐츠 때문에  윤병수 실장님 만나려고 왔는데

 

 제가 2층이 어디 있는지  모르겠어 가지고…

 

 (해나)  아, 저쪽으로 가시면 되는데

 

 (은오)  아, 저기요?

 

 어머, 나는 2층이  왜 저기 있는지 몰랐지?

 

 고마워요, 그럼 이따가 봐요  [은오의 웃음]

 

 (치훈)  어쨌든 처…  [조감독이 벽을 탁탁 친다]

 

 두 분 다음 신 준비하셔야 돼요

 

 어, 어, 어, 연기 조언

 

 (치훈)  가

 

 (조감독)  다음 신  [치훈의 한숨]

 

 아무튼 오빠가 이런 얘기 하는 거는  다 널 위해서야

 

 (치훈)  어느 정도인 줄 알아야  나도 수위 조절을 할 수 있는 거잖아

 

 내 말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걱정하지 마, 오빠 잘해

 

 해나 첫 키스 오빠가 책임진다

 

 오빠만 믿어

 

 편하게 해, 편하게

 

 편하게

 

 한국의 문화유산을 홍보하는  캠페인 영상 제작이고요

 

 (은오)  해나 씨 부분은 따로 체크해 뒀습니다

 

 (매니저)  예

 

 아, 이분들이랑 우리 해나랑  같이 들어가는 거네요?

 

 네

 

 한류 스타들이  거의 다 나온다고 봐야죠

 

 (은오)  해나 씨가 맡을 곳은 덕수궁이고요

 

 어, 콘셉트 사진이랑 대사는

 

 다시 한번 체크해 보시면  될 거 같아요

 

 알겠습니다  [휴대전화 진동음]

 

 [매니저의 탄성]

 

 - (매니저) 여기 다 있네  - (스태프2) 여보세요?

 

 (스태프2)  뭐? 해나가 없어졌다고?

 

 잠깐 나가 보겠습니다

 

 (매니저)  야…

 

 제가 보고 연락드릴게요

 

 지금 해나가  바로 다음 촬영을 들어가야 돼서

 

 - (은오) 아, 예  - (매니저) 연락드리겠습니다

 

 [멀어지는 발걸음]

 

 (조감독)  아니, 이게 뭐예요, 지금

 

 정말 어디 갔는지 몰라요, 얘?

 

 미친 거 아니에요?

 

 (매니저)  지금 찾고는 있는데, 그…

 

 (조감독)  아, 빨리 전화해 봐요, 빨리!

 

 (매니저)  죄송합니다

 

 [조감독의 짜증 섞인 신음]  [매니저의 난감한 신음]

 

 (조감독과 치훈)  - 차치훈 씨, 차치훈 씨, 차치훈 씨  - 잘 굴러간다, 어

 

 (조감독)  차치훈 씨

 

 어쩔 거예요? 어쩔 거냐고요!  [매니저가 미안해한다]

 

 아, 정말

 

 - (조감독) 전화해 봐요, 빨리  - (매니저) 예, 예, 예

 

 - 나가서, 예, 예  - (조감독) 빨리

 

 [자동차 리모컨 작동음]

 

 [흥미진진한 음악]  [차 문이 탁 닫힌다]

 

 [은오의 당황한 신음]

 

 - (은오) 어머, 해나 씨  - 일단 차 좀 빼 주세요

 

 (은오)  네? 아니

 

 지금 그러면 안 될 것 같은…

 

 제발 한 번만 도와주세요

 

 그럼 제가 이번 캠페인 영상  진짜 잘 찍을게요

 

 (은오)  아니…

 

 (해나)  제발요

 

 [한숨]

 

 (은오)  일단 알겠어요

 

 [은오가 달그락거린다]  [해나가 안전띠를 쓱쓱 맨다]

 

 (매니저)  아, 정말

 

 아, 너 내가 아까  혼자 두지 말랬지, 내가

 

 (스태프2)  네, 네, 네, 찾아 보겠습니다

 

 [초조한 신음]

 

 [박진감 넘치는 음악]

 

 (동식)  야!

 

 (남자)  오지 마!

 

 - (동식) 넌 절로 가  - (병준) 예

 

 [남자의 다급한 숨소리]

 

 [동식의 가쁜 숨소리]

 

 [동식의 힘주는 신음]

 

 [남자의 힘주는 신음]  [동식의 신음]

 

 [동식의 힘겨운 신음]

 

 (남자)  뭐야, 씨

 

 [남자의 힘주는 신음]

 

 [병준의 아파하는 신음]

 

 [동식의 힘주는 신음]  (남자)  놔!

 

 [동식의 힘주는 신음]  [남자의 힘겨운 신음]

 

 놔!

 

 [동식의 힘주는 신음]

 

 [동식의 가쁜 숨소리]

 

 [동식이 수갑을 드르륵 채운다]  [동식과 병준의 가쁜 숨소리]

 

 (해나)  어, 저기 저 가로등 앞에 내려 주세요

 

 - (은오) 저기요?  - (해나) 네

 

 (은오)  잠깐만요

 

 [버튼 조작음]  (해나)  고맙습니다

 

 오늘 아무것도 안 묻고  여기까지 데려다주셔서

 

 아니에요, 사정이 있겠죠, 뭐

 

 (은오)  다음에 우리 또 만날 거잖아요

 

 [웃음]

 

 (해나)  그…

 

 저희 실장님한테 전화 안 하실 거죠?

 

 아무한테도 말 안 할게요

 

 고마워요, 언니

 

 [해나가 안전띠를 달칵 푼다]

 

 [차 문이 탁 닫힌다]

 

 (은오)  아휴, 춥겠다

 

 [문이 철컥 여닫힌다]

 

 [기어 조작음]  [버튼 조작음]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조작음]

 

 (동식)  어, 엄마

 

 바빴어요  아까 전화한다는 게 깜빡했네

 

 갑자기 웬 미역국?

 

 [피식하며]  맞는다, 나 오늘 생일이지?

 

 생일이 뭐, 중요한가?

 

 맞는다, 엄마

 

 나 낳느라고 정말 고생 많이 했어

 

 고마워요

 

 [문이 철컥 닫힌다]

 

 (동식)  너 또 왔냐?

 

 내가 다음에 또 오면  문 안 열어 준다고 했지?

 

 (해나)  추워, 문이나 좀 빨리 열어

 

 뭐야? 오빠 얼굴 왜 그래? 다쳤어?

 

 [문이 탁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해나)  어디서 다쳤는데?

 

 [도어 록 작동음]  오빠?

 

 뭐 하다 다쳤는데?

 

 (동식)  이거라도 덮고 있어

 

 지금이 한여름이냐?  그런 차림으로 오게?

 

 (해나)  괜찮아? 더 다친 데 없어?

 

 야, 오동식, 좀 봐 보라고

 

 아, 봐 봐

 

 (동식)  저기 앉아 있어

 

 (해나)  아, 좀 봐 봐  [동식이 그릇을 달그락 놓는다]

 

 (동식)  왜 자꾸 쫓아다니고…

 

 (해나)  왜 이랬어, 아프겠다

 

 (동식)  일하다가 그랬어

 

 그러니까 열심히 하지 말랬잖아

 

 (해나)  월급도 코딱지만큼 받으면…

 

 서

 

 대충 하라고, 대충

 

 얼굴까지 다쳐 가면서  뭘 그렇게 열심히 하냐고

 

 (동식)  앉아, 정신없어

 

 앉아

 

 저녁은 먹었어?

 

 뭐, 떡볶이 해 줘?

 

 (해나)  응

 

 치즈 듬뿍 넣어서

 

 (동식)  근데 아는 떡볶이집 없냐?

 

 왜 맨날 우리 집에 와서  떡볶이를 먹어?

 

 (해나)  오빠가 해 준다고 했잖아, 방금

 

 - (해나) 그리고 나 한 달이나 굶었어  - (동식) 뭐, 한 달?

 

 (해나)  아침에 사과 한 알  점심에 닭 가슴살 요만큼

 

 저녁에 단백질셰이크

 

 한 달 동안  탄수화물 구경도 못 했다고

 

 불쌍하지?

 

 그러니까 그냥 좀 해 줘, 떡볶이

 

 (동식)  하, 진짜

 

 [동식의 한숨]

 

 [동식이 부스럭거린다]

 

 치즈 많이 넣어 줘

 

 (은오)  음

 

 - (은오) 음, 영화배우 차치훈 있잖아  - (재원) 응

 

 (은오)  그 사람 진짜 별로더라

 

 - (재원) 아, 진짜로? 차치훈?  - (은오) 응

 

 (재원)  어떻게 알아?

 

 나 일하느라고  해나 영화 촬영장 갔었거든?

 

 - (재원) 어  - (은오) 거기서 봤는데

 

 매너가 진짜 별로야

 

 (은오)  근데 그 사람을  막 좋아하는 척 연기를 해야 되잖아

 

 [재원의 탄식]  그거 진짜 해나 너무 안됐더라

 

 - 아, 진짜 너무 힘들겠다  - (은오) 그렇지?

 

 [한숨]

 

 - 근데 은오야  - (은오) 응

 

 너는 언제부터 이렇게 예뻤어?

 

 (은오)  나?

 

 [발랄한 음악]  (재원)  너무너무 예쁘다, 지금

 

 - 왜?  - (재원) 와, 지금

 

 (재원)  너무 예쁜데?

 

 나 피자 먹다 깜짝 놀랐네, 지금

 

 - 아, 진짜?  - (재원) 어

 

 (은오)  아니, 우리 재원은  언제부터 그렇게 잘생겼어?

 

 나는 너 만나고 나서부터

 

 (재원)  난 약간 새 삶을 살고 있는 거 같아

 

 나도

 

 [재원과 은오의 웃음]

 

 [코웃음]

 

 [은오의 웃음]  너무 예쁘다

 

 [은오의 웃음]

 

 (재원)  사랑해

 

 [은오의 웃음]

 

 - (재원) 그만해야 될 거 같아  - (은오) 어, 그만하자

 

 [휴대전화 메시지 알림음]  (재원)  응?

 

 [휴대전화 진동음]

 

 (경준)

 

 (린이)

 

 [놀란 숨소리]

 

 (은오)  린이다

 

 (재원)  나는 경준이

 

 (린이)

 

 (경준)

 

 (은오)

 

 (은오)  아는 팀장님 만나고 있는데  이분 사는 게 좀 힘드신가 봐

 

 [익살스러운 음악]  (재원)

 

 (재원)  아, 언제 끝날지 모르겠네

 

 [경준의 한숨]  [린이의 아쉬워하는 한숨]

 

 [휴대전화 조작음]

 

 (건)

 

 (건)

 

 [카메라 셔터음]

 

 (건)

 

 [짜증 섞인 한숨]

 

 [벨이 댕댕 울린다]

 

 [짜증 섞인 신음]

 

 (해나)  오빠

 

 이 옷 나한테 더  잘 어울리는 거 같지 않아?

 

 그렇지? 완전 내 옷 같지?

 

 (동식)  그래, 네 옷 해라

 

 다 됐어, 앉아

 

 [동식의 힘주는 신음]

 

 - (해나) 맛있겠다  - (동식) 먹자

 

 너무 무서워

 

 (동식)  뭐가?

 

 떡볶이가?

 

 이 떡볶이떡 다섯 개에  몇 칼로리인 줄 알아?

 

 무려 250킬로칼로리야

 

 (해나)  근데 내가 하루에 먹을 수 있는 게  1,000이 채 안 되거든?

 

 게다가 이건 치즈까지 들어갔으니까  열량이 다 얼마야?

 

 [동식의 헛웃음]  완전 무섭지?

 

 (동식)  먹지 마, 그럼, 내가 다 먹을 테니까

 

 아이, 그렇다고 내가  오빠 과식하게 둘 순 없지

 

 과식이 건강에 얼마나 해로운데

 

 내가 도와줄게

 

 (해나)  음

 

 [컵을 탁 놓으며]  너 지금도 너무 말랐어

 

 (동식)  그런 거 생각하지 말고 맛있게 먹어

 

 응, 뭐, 듣기 좋은 말이긴 한데

 

 [동식이 젓가락을 달그락 든다]

 

 그럼 나 뚱뚱해져서  일 하나도 안 들어오면

 

 (해나)  오빠가 나 책임질 거야?

 

 (동식)  내가 널 왜 책임지냐?

 

 (해나)  떡볶이 먹였잖아

 

 (동식)  먹지 마, 먹지 마

 

 (해나)  아이, 안 돼, 내가 다 먹을 거야

 

 음

 

 음, 맛있어, 응?  [동식이 피식한다]

 

 [감성적인 음악]  [해나의 웃음]

 

 응

 

 응

 

 [젓가락을 달그락 든다]

 

 하여튼 마음에 안 들어

 

 나 오늘 보이스 피싱 사기범 잡았다?

 

 (해나)  그 자식한테 맞은 거구나?

 

 아, 경찰이 왜 맞고 다녀?  그러려고 경찰 됐어?  [동식이 젓가락을 탁 놓는다]

 

 그럼 경찰이 때리고 다니냐?

 

 (해나)  아, 됐어, 한두 번도 아니고, 바보같이

 

 너 맨날 나 구박하려고 오는 거지?

 

 다음부터 안 올 거야  와 봤자 맨날 떡볶이밖에 안 먹고

 

 (동식)  뭐, 먹고 게임할래?

 

 (해나)  게임도 지겨워, 맨날 게임하재

 

 오빤 나랑 하고 싶은 게  게임밖에 없냐?

 

 아, 그럼 오지 말든가!

 

 알았어, 안 온다, 안 와

 

 내가 다신 오나 봐라, 씨

 

 (동식)  오, 자, 달려, 빨리빨리  [해나의 웃음]

 

 - 앗싸, 내가 더 빠른데?  - (동식) 아, 드리프트  [동식의 힘주는 신음]

 

 (해나)  내가 이기고 있다  [동식의 다급한 신음]

 

 (동식)  제발  [해나의 웃음]

 

 [동식의 좌절하는 신음]  (해나)  와! 내가 이겼다!

 

 [동식의 한숨]  내가 또 이겼네

 

 [동식의 한숨]

 

 아니, 넌 게임 싫다면서  왜 이렇게 잘해?

 

 여기 오면 맨날 게임만 하니까

 

 [동식의 한숨]

 

 (해나)  재미없어  [동식의 헛웃음]

 

 (동식)  아니, 자기 먹고 싶다는  떡볶이를 해 줘도 불만

 

 게임을 해도 불만

 

 게임 말고

 

 나랑 하고 싶은 거

 

 정말 없어?

 

 영화 볼래?

 

 (해나)  치, 됐어, 이 멍청아

 

 (동식)  이게 진짜, 오빠한테  자꾸 '바보', '멍청이', 어?

 

 (배달원)  [문을 쾅쾅 두드리며]  배달 왔습니다

 

 아, 나가서 받아 와, 내가 시킨 거야

 

 (동식)  뭐예요?

 

 (배달원)  케이크 같은데요?

 

 [휴대전화 조작음]

 

 (매니저)  일단 갑자기 어머니가 쓰러지셔서  급박한 상황이라고 수습했어

 

 너 차치훈 광고 촬영  금방 끝난다고 해서

 

 오늘 네 분량  마지막 신으로 찍기로 했으니까

 

 12시 전에는 너 꼭 와야 돼

 

 해나야, 나 좀 살리는 셈 치고  꼭 와라, 제발

 

 [문이 탁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해나의 헛기침]

 

 (해나)  제대로 잘 왔나?

 

 오빠 몇 살이지?

 

 스물여덟이지?

 

 와

 

 곧 서른이네?

 

 (동식)  뭐가 곧 서른이야

 

 (해나)  서른인데 아직 여친도 없고

 

 (동식)  여친이 왜 없어

 

 (해나)  없잖아, 아줌마한테 물어보니까  오빠 여친 없다던데?

 

 야, 너 우리 엄마한테 전화 좀 하지 마

 

 내가 아줌마한테 전화하는 거 싫으면  오빠가 내 전화 받으면 되잖아

 

 (동식)  아, 나한테도 전화 좀 하지 말고

 

 바쁜 애가 진짜 왜 그러냐

 

 궁금하면 생각을 좀 해 봐

 

 내가 왜 이러는지

 

 [잔잔한 음악]

 

 [입바람을 후 분다]

 

 (해나)  ♪ 생일 축하합니다 ♪

 

 ♪ 생일 축하합니다 ♪

 

 ♪ 사랑하는 동식 오빠 ♪

 

 ♪ 생일 축하합니다 ♪

 

 [해나가 환호한다]

 

 [동식이 입바람을 후 분다]

 

 [스위치가 탁 켜진다]

 

 (해나)  뭐야, 폭죽도 안 터트렸는데  [동식의 힘주는 신음]

 

 하여튼 분위기를 몰라

 

 분위기도 없는데 얼굴까지 못생겼어

 

 그래서 오빠가 여친이 없어

 

 다들 나한테 잘생겼다고 해

 

 [해나의 어이없는 웃음]  (해나)  말도 안 돼

 

 아, 그냥, 일반인치고  그냥저냥 생긴 얼굴이지

 

 이게 어디가 잘생긴 얼굴이야

 

 누가 오빠한테 잘생겼대?

 

 여자가 그래?

 

 케이크나 먹어

 

 (해나)  어떤 여자야? 맨날 봐?  같은 경찰이야? 걔 이뻐?

 

 나보다 이뻐?

 

 나보다 이뻐?

 

 (동식)  해나야

 

 (해나)  알았어, 다음부터 안 올게

 

 오늘 고맙다고

 

 [잔잔한 음악]

 

 나 오늘 생일인 줄도 몰랐는데

 

 (동식)  네가 와서 초도 불고  생일 케이크도 먹네

 

 그래서 뭐, 고맙다고

 

 그래도 다음엔 오지 마

 

 너 오면 되게 귀찮아

 

 알았어, 알았어

 

 - 근데 오빠  - (동식) 응?

 

 칫솔 있어?

 

 [한숨]

 

 [싱크대 물이 쏴 흐른다]

 

 - (해나) 오빠  - (동식) 응?

 

 (해나)  나 이제 가야 돼  [싱크대 물이 뚝 멈춘다]

 

 (동식)  혼자?

 

 - (해나) 실장님 오시기로 했어  - (동식) 그래?

 

 (동식)  잠깐만

 

 이거 입고 가

 

 (동식)  해나야, 잠깐만

 

 [해나가 피식한다]

 

 (해나)  그렇게까지 안 추운데

 

 (동식)  너 배우잖아

 

 누가 알아보면 어쩌려고 그래

 

 (해나)  알긴 아네?

 

 난 오빠가 하도 나 찬밥 취급 해서  모르는 줄 알았지

 

 (동식)  매니저는 어디서 만나기로 했다고?

 

 (해나)  저기 마트 앞에서

 

 (동식)  그냥 집 앞까지 오라고 하지

 

 왜, 뭐 두고 왔어?

 

 매니저 기다린다며, 빨리 가

 

 (해나)  오빠

 

 오빠 인생에서 딱 1분만  나한테 줄 수 있어?

 

 - 1분?  - (해나) 응

 

 (해나)  생각해 봐, 평균 수명 80년이라는데

 

 시간으로 치면

 

 하루 24시간에

 

 거기에 80을 곱하면 70만 800시간

 

 [동식이 피식한다]  그걸 분으로 또 계산하면  4천2백4만 8천 분

 

 (동식)  뭐 하냐, 너

 

 오빠 인생의  그 수많은 분 중에서 딱 1분

 

 (해나)  딱 그 1분만

 

 나한테 줘라

 

 [피식하며]  그래, 뭐, 1분 정도야

 

 (동식)  근데 그 1분으로 뭐 하려고?

 

 [잔잔한 음악]

 

 (해나)  아직

 

 아직 1분 안 지났어

 

 너 지금…

 

 [감미로운 음악]

 

 [조감독의 한숨]  (매니저)  아이고, 죄송합니다

 

 (해나와 조감독)  -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 촬영 준비할게요

 

 - (매니저) 아, 죄송합니다  - (해나) 감독님, 죄송합니다

 

 너 내가 기다려 준 덕에 산 줄 알아

 

 (해나)  정말 죄송합니다, 선배님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래야지

 

 보자,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해나)  열심히 하겠습니다  [치훈이 호응한다]

 

 감사합니다

 

 (스태프3)  해나 씨, 수정 좀 할게요

 

 네, 아, 입술은 제가 바를게요, 언니

 

 [잔잔한 음악]

 

 [옅은 웃음]

 

 아휴

 

 차치훈이 너한테 뭐라고 했지?

 

 (매니저)  걔 뭐, 신인 배우들한테는

 

 어, 걔 되게 매너 없게 굴고  예의 없는 거 알 만한 사람 다 아는데

 

 아니에요

 

 (매니저)  아, 그러면 갑자기 왜 그런 거야?

 

 그냥

 

 (해나)  첫 키스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하고  하고 싶었어요

 

 (경준)  도시는 참 외로워

 

 그래도 가끔은 따뜻한 날이 있어

 

 우리 이야기 들어 줘서 고마워

 

 덕분에 조금 덜 외로웠어

 

 그동안 내 얘기  모른 척해 줘서 고마워

 

 지켜봐 준 덕분에 용기 낼 수 있었어

 

 우리 또 만날 수 있을까?

 

 너희 얘기 듣는 거 되게 재밌었어

 

 - 내 이야기 같기도 하고  - (린이) 내 친구 얘기 같기도 했어

 

 아는 사람도 있더라

 

 나랑 스쳐 지나간 사람도 있겠지?

 

 영원히 못 볼 사람도 있을 거고

 

 내 얘기 들어 주고 지켜봐 줬던 것처럼

 

 나도 항상 응원할게

 

 지나가다가 나 알바하는 거 보이면  들어와서 알은척해 줘

 

 우연히 만나면 재밌을 거 같아

 

 - 또 만나자  - (은오) 그럼 그때까지 잘 지내, 안녕

 

 (재원)  안녕

 

 (함께)  안녕

 

 (재원)  안녕

 

 (린이)  안녕  [은오와 재원의 웃음]

 

 (선영)  안녕

 

 [린이의 기분 좋은 신음]  (건)  뭐 해?

 

 [재원의 어색한 웃음]

 

 - (경준) 뭘, 뭘 인사를 또 해, 인사를  - (재원) 빨리 와, 빨리  [선영의 탄성]

 

 - (경준) 다  - (재원) 인사해, 빨리

 

 [은오의 헛기침]  (경준)  끝난 마당에 뭘…

 

 (선영)  안녕  [린이의 웃음]

 

 - (경준) 안녕  - (선영) 고마웠어

 

 (경준)

 

 (경준)  잘 지내라

 

 [경쾌한 음악]

 

 [오토바이 엔진음이 요란하다]

 

 [휴대전화 메시지 알림음]

 

 (린이)  주문하신 목동 피자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린이가 중얼거린다]

 

 어, 소설가 폐업한 지 3년이나 된 게  [바코드 인식음]

 

 [카메라 작동음]

 

 [감미로운 음악]

 

 [카메라 셔터음]

 

 [함께 웃는다]

 

 - (재원) 앉아  - (은오) 어, 그래

 

 [은오의 웃음]  (재원)  웃지 마!

 

 (은오)  [웃으며]  아니

 

 재원, 일로 와

 

 (재원)  진지하게 해

 

 (은오)  [헛기침하며]  알았어

 

 (재원)  자, 이렇게 멋있게, 어? 집중해서

 

 우리도 프로 모델들처럼

 

 길게 뻗어, 길게 뻗어서

 

 (은오)  [웃으며]  재원, 나 점점 멀어지고 있어

 

 (재원)  진짜 너 천사 같다  [함께 웃는다]

 

 하지 마, 하지 마, 하지 마

 

 - (재원) 그냥 서서 찍자  - (은오) 그래

 

 (재원)  이렇게

 

 하나, 둘, 셋

 

 [재원의 웃음]

 

 [함께 웃는다]

 

 와, 진짜

 

 나는 더 이상은 못 하겠다  [은오의 웃음]

 

 아, 같이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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