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남녀의 사랑법 17
(재원) 음
커피가
(은오) 부드럽다
(재원) 커피는
(은오) 콜드브루?
[함께 웃는다]
(재원) 잘한다
이야, 이 정도면…
뭐라고 하지? [은오의 웃음]
(운영자)
- (은오) '처음'? - (재원) '처음'?
[은오와 재원의 생각하는 신음]
(재원) 뭐야, 왜 날 봐? 너 무슨 생각 하는데
[음료를 탁 내려놓으며] 아니, 그냥, 그냥
'처음'?
처음 하면…
(린이) 첫사랑
[한숨]
고등학교 때
초등학교 때 내 짝꿍이었다가 전학 간 애를 우연히 다시 만났어
그게 내 첫사랑
지금은 헤어졌어
헤어지는 거 진짜 쉽다
5년을 만났는데
헤어지는 건 한순간이네, 한순간
그래, 내가 잘못했지
근데 뭐, 잘못할 때마다 헤어지면
너는 나한테 뭐, 잘하기만 했을까?
나는 진짜로 아무것도 몰랐어
네 그 영국 엄마 얘기 있잖아
네가 나한테 말했어?
말을 해 줘야 알지!
(경준) 말을 안 하는데 내가 어떻게 알아?
내가 뭐, 네 마음에 들어가 있니?
아니, 얘기를 해 줬으면 내가
나도 그렇게까지 얘기 안 했을 거야
[울먹이며] 아이씨
가, 가
너도 가고, 다 가, 다 가, 그냥
뭐, 연애는 많이 했지
씁, 근데 첫사랑은…
[놀라는 신음]
나 첫사랑 아직 못 했나 봐
아니,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아이…
나 이런 거 괜찮은 거야?
처음 하면
(재원) 그…
[작은 목소리로] 첫 키스
뭐야, 다 들려
[은오의 웃음] (재원) 들려?
[재원의 웃음] (은오) 아, 박재원은 첫 키스를 생각하는구나?
응, 첫 키스
(재원) 너는 뭐가 생각나는데?
(은오) 누구랑 했는데, 첫 키스?
몰라, 나 기억 하나도 안 나
진짜야, 나 이름도 기억 안 나, 걔
(은오) 아, 그러면 얼굴은, 얼굴은 생각나고?
(재원) 아, 얼굴도 기억 안 나 아, 기억났다
네가 첫 키스야
[은오의 웃음]
[숨을 들이켠다]
유치원 동창이었는데
초등학교 3학년 때 빡!
걔가 여자로 보인 적이 있었어
우산 잃어버렸었는데 걔가 씌워 줬어, 집 앞까지
같은 우산을 쓰고 걸어오던 그 길이 아직도 기억이 나
그날의 비, 냄새, 분위기
(재원) [작은 목소리로] 쟤 뭐래?
[작은 목소리로] 내 첫사랑은
지금 얘기한다, 얘기한다, 얘기한다
- (은오) 강건이야 - (선영) 야!
[피식한다] 중학교 때
걔가 교복을 입고 왔는데
(은오) 갑자기 걔가 조금 조금 멋있어 보이더라고
(재원) 야, 너
- 너 무슨 얘기 했어? 어? - (은오) 응?
-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야, 아니야 - (재원) 뭐라 그랬어, 방금?
- (은오) 아무것도 아니야 - 조금 뭐, 뭐라고 했잖아
얘 지금 첫사랑 얘기했지? 누구래?
린이일 수도 있고
은오일 수도 있고
다른 애인가?
오선영, 보고 있냐?
너 지금 엄청 열받지?
와서 나 막 한 대 때리고 싶지 않냐?
강건, 좋은 여자 만나라
나 같은 여자 말고
좀 순하고 착하고 그런 여자
난 우리 해나
(병준) 딱 봐도 만인의 첫사랑 느낌이잖아
안 그래?
아니, 근데 선배
정말로 연애해 본 적 없어요?
첫사랑은?
아무리 모솔이라도 누구 좋아해 본 적은 있을 거 아니야
(동식) 글쎄
아직
(병준) 아니, 이 얼굴을 왜 이렇게 낭비하지?
이해할 수가 없네
네, 지금 거의 다 왔습니다
주차장 들어가서 다시 전화드릴게요
(은오) 아, 2층요?
네, 알겠습니다
[자동차 리모컨 조작음]
(감독) 오케이, 다음 신!
(스태프1) 컷, 오케이, 다음 신 갈게요
[세트장이 분주하다] 안녕하세요, 죄송한데 2층이 어디예요?
(은오) 저기, 아, 저, 죄송한데, 아, 2층…
- (치훈) 뭘 그렇게까지 떨어? - (해나) 네?
(치훈) 키스 신 처음이냐?
아니, 뭐, 키스 신은 처음이라도
키스는 해 본 적 있을 거 아니야
뭐야, 키스해 본 적 없어?
정말이야?
[치훈의 웃음]
[헛기침] [코를 훌쩍인다]
그렇구나
[웃으며] 어
그럼 우리 해나 오늘 오빠랑 찍는 게 첫 키스구나?
아유, 영광이다, 야, 아이참
[치훈의 웃음] [불편한 웃음]
- (치훈) 너 나 싫어하니? - (해나) 네
- (치훈) 어? - (해나) 네?
(치훈) 뭐?
제가 뭐라고 했는데요?
나 시, 싫다고
[해나의 당황한 신음]
[해나의 어색한 웃음]
(해나) 아, 그냥, 그…
제가 요즘에 좀 고민도 좀 많고 생각도 좀 많고, 뭐
어…
좀 이상한 거 같아요
번아웃이 온 거 같기도 하고
그, 선배님도 이런 시기 있으셨죠?
그랬지, 있었지
(치훈) 번아…
근데 너 나이가 몇이라고 벌써 번아웃이냐?
(해나) 네?
(치훈) 오빠는 네 나이 때 그런 거 느낄 새도 없이
그냥 일에 미쳐 살았어
미쳐야 돼 [해나의 어색한 웃음]
어
(해나) 선배님 진짜 대단하신 거 같아요
[웃음] 아니야
[해나의 어색한 웃음]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저 이만 가 볼게요
- (치훈) 아, 그… - (해나) 네?
(치훈) 근데 첫 키스가 아직이면
해나 너 아직 남자랑 잠도 안 자 봤겠네
[흥미로운 음악]
[해나의 어색한 웃음] [치훈의 웃음]
연기만 초짜인 줄 알았더니 다 초짜구나?
내가 기본적인 것만 설명을 해 줄게 여기 앉아 봐
(은오) 어머, 어머, 어머, 어머 어머, 어머, 해나 씨
어머, 안녕하세요 [은오의 웃음]
아, 저, 그, 문화유산 콘텐츠 때문에 윤병수 실장님 만나려고 왔는데
제가 2층이 어디 있는지 모르겠어 가지고…
(해나) 아, 저쪽으로 가시면 되는데
(은오) 아, 저기요?
어머, 나는 2층이 왜 저기 있는지 몰랐지?
고마워요, 그럼 이따가 봐요 [은오의 웃음]
(치훈) 어쨌든 처… [조감독이 벽을 탁탁 친다]
두 분 다음 신 준비하셔야 돼요
어, 어, 어, 연기 조언
(치훈) 가
(조감독) 다음 신 [치훈의 한숨]
아무튼 오빠가 이런 얘기 하는 거는 다 널 위해서야
(치훈) 어느 정도인 줄 알아야 나도 수위 조절을 할 수 있는 거잖아
내 말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걱정하지 마, 오빠 잘해
해나 첫 키스 오빠가 책임진다
오빠만 믿어
편하게 해, 편하게
편하게
한국의 문화유산을 홍보하는 캠페인 영상 제작이고요
(은오) 해나 씨 부분은 따로 체크해 뒀습니다
(매니저) 예
아, 이분들이랑 우리 해나랑 같이 들어가는 거네요?
네
한류 스타들이 거의 다 나온다고 봐야죠
(은오) 해나 씨가 맡을 곳은 덕수궁이고요
어, 콘셉트 사진이랑 대사는
다시 한번 체크해 보시면 될 거 같아요
알겠습니다 [휴대전화 진동음]
[매니저의 탄성]
- (매니저) 여기 다 있네 - (스태프2) 여보세요?
(스태프2) 뭐? 해나가 없어졌다고?
잠깐 나가 보겠습니다
(매니저) 야…
제가 보고 연락드릴게요
지금 해나가 바로 다음 촬영을 들어가야 돼서
- (은오) 아, 예 - (매니저) 연락드리겠습니다
[멀어지는 발걸음]
(조감독) 아니, 이게 뭐예요, 지금
정말 어디 갔는지 몰라요, 얘?
미친 거 아니에요?
(매니저) 지금 찾고는 있는데, 그…
(조감독) 아, 빨리 전화해 봐요, 빨리!
(매니저) 죄송합니다
[조감독의 짜증 섞인 신음] [매니저의 난감한 신음]
(조감독과 치훈) - 차치훈 씨, 차치훈 씨, 차치훈 씨 - 잘 굴러간다, 어
(조감독) 차치훈 씨
어쩔 거예요? 어쩔 거냐고요! [매니저가 미안해한다]
아, 정말
- (조감독) 전화해 봐요, 빨리 - (매니저) 예, 예, 예
- 나가서, 예, 예 - (조감독) 빨리
[자동차 리모컨 작동음]
[흥미진진한 음악] [차 문이 탁 닫힌다]
[은오의 당황한 신음]
- (은오) 어머, 해나 씨 - 일단 차 좀 빼 주세요
(은오) 네? 아니
지금 그러면 안 될 것 같은…
제발 한 번만 도와주세요
그럼 제가 이번 캠페인 영상 진짜 잘 찍을게요
(은오) 아니…
(해나) 제발요
[한숨]
(은오) 일단 알겠어요
[은오가 달그락거린다] [해나가 안전띠를 쓱쓱 맨다]
(매니저) 아, 정말
아, 너 내가 아까 혼자 두지 말랬지, 내가
(스태프2) 네, 네, 네, 찾아 보겠습니다
[초조한 신음]
[박진감 넘치는 음악]
(동식) 야!
(남자) 오지 마!
- (동식) 넌 절로 가 - (병준) 예
[남자의 다급한 숨소리]
[동식의 가쁜 숨소리]
[동식의 힘주는 신음]
[남자의 힘주는 신음] [동식의 신음]
[동식의 힘겨운 신음]
(남자) 뭐야, 씨
[남자의 힘주는 신음]
[병준의 아파하는 신음]
[동식의 힘주는 신음] (남자) 놔!
[동식의 힘주는 신음] [남자의 힘겨운 신음]
놔!
[동식의 힘주는 신음]
[동식의 가쁜 숨소리]
[동식이 수갑을 드르륵 채운다] [동식과 병준의 가쁜 숨소리]
(해나) 어, 저기 저 가로등 앞에 내려 주세요
- (은오) 저기요? - (해나) 네
(은오) 잠깐만요
[버튼 조작음] (해나) 고맙습니다
오늘 아무것도 안 묻고 여기까지 데려다주셔서
아니에요, 사정이 있겠죠, 뭐
(은오) 다음에 우리 또 만날 거잖아요
[웃음]
(해나) 그…
저희 실장님한테 전화 안 하실 거죠?
아무한테도 말 안 할게요
고마워요, 언니
[해나가 안전띠를 달칵 푼다]
[차 문이 탁 닫힌다]
(은오) 아휴, 춥겠다
[문이 철컥 여닫힌다]
[기어 조작음] [버튼 조작음]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조작음]
(동식) 어, 엄마
바빴어요 아까 전화한다는 게 깜빡했네
갑자기 웬 미역국?
[피식하며] 맞는다, 나 오늘 생일이지?
생일이 뭐, 중요한가?
맞는다, 엄마
나 낳느라고 정말 고생 많이 했어
고마워요
[문이 철컥 닫힌다]
(동식) 너 또 왔냐?
내가 다음에 또 오면 문 안 열어 준다고 했지?
(해나) 추워, 문이나 좀 빨리 열어
뭐야? 오빠 얼굴 왜 그래? 다쳤어?
[문이 탁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해나) 어디서 다쳤는데?
[도어 록 작동음] 오빠?
뭐 하다 다쳤는데?
(동식) 이거라도 덮고 있어
지금이 한여름이냐? 그런 차림으로 오게?
(해나) 괜찮아? 더 다친 데 없어?
야, 오동식, 좀 봐 보라고
아, 봐 봐
(동식) 저기 앉아 있어
(해나) 아, 좀 봐 봐 [동식이 그릇을 달그락 놓는다]
(동식) 왜 자꾸 쫓아다니고…
(해나) 왜 이랬어, 아프겠다
(동식) 일하다가 그랬어
그러니까 열심히 하지 말랬잖아
(해나) 월급도 코딱지만큼 받으면…
서
대충 하라고, 대충
얼굴까지 다쳐 가면서 뭘 그렇게 열심히 하냐고
(동식) 앉아, 정신없어
앉아
저녁은 먹었어?
뭐, 떡볶이 해 줘?
(해나) 응
치즈 듬뿍 넣어서
(동식) 근데 아는 떡볶이집 없냐?
왜 맨날 우리 집에 와서 떡볶이를 먹어?
(해나) 오빠가 해 준다고 했잖아, 방금
- (해나) 그리고 나 한 달이나 굶었어 - (동식) 뭐, 한 달?
(해나) 아침에 사과 한 알 점심에 닭 가슴살 요만큼
저녁에 단백질셰이크
한 달 동안 탄수화물 구경도 못 했다고
불쌍하지?
그러니까 그냥 좀 해 줘, 떡볶이
(동식) 하, 진짜
[동식의 한숨]
[동식이 부스럭거린다]
치즈 많이 넣어 줘
(은오) 음
- (은오) 음, 영화배우 차치훈 있잖아 - (재원) 응
(은오) 그 사람 진짜 별로더라
- (재원) 아, 진짜로? 차치훈? - (은오) 응
(재원) 어떻게 알아?
나 일하느라고 해나 영화 촬영장 갔었거든?
- (재원) 어 - (은오) 거기서 봤는데
매너가 진짜 별로야
(은오) 근데 그 사람을 막 좋아하는 척 연기를 해야 되잖아
[재원의 탄식] 그거 진짜 해나 너무 안됐더라
- 아, 진짜 너무 힘들겠다 - (은오) 그렇지?
[한숨]
- 근데 은오야 - (은오) 응
너는 언제부터 이렇게 예뻤어?
(은오) 나?
[발랄한 음악] (재원) 너무너무 예쁘다, 지금
- 왜? - (재원) 와, 지금
(재원) 너무 예쁜데?
나 피자 먹다 깜짝 놀랐네, 지금
- 아, 진짜? - (재원) 어
(은오) 아니, 우리 재원은 언제부터 그렇게 잘생겼어?
나는 너 만나고 나서부터
(재원) 난 약간 새 삶을 살고 있는 거 같아
나도
[재원과 은오의 웃음]
[코웃음]
[은오의 웃음] 너무 예쁘다
[은오의 웃음]
(재원) 사랑해
[은오의 웃음]
- (재원) 그만해야 될 거 같아 - (은오) 어, 그만하자
[휴대전화 메시지 알림음] (재원) 응?
[휴대전화 진동음]
(경준)
(린이)
[놀란 숨소리]
(은오) 린이다
(재원) 나는 경준이
(린이)
(경준)
(은오)
(은오) 아는 팀장님 만나고 있는데 이분 사는 게 좀 힘드신가 봐
[익살스러운 음악] (재원)
(재원) 아, 언제 끝날지 모르겠네
[경준의 한숨] [린이의 아쉬워하는 한숨]
[휴대전화 조작음]
(건)
(건)
[카메라 셔터음]
(건)
[짜증 섞인 한숨]
[벨이 댕댕 울린다]
[짜증 섞인 신음]
(해나) 오빠
이 옷 나한테 더 잘 어울리는 거 같지 않아?
그렇지? 완전 내 옷 같지?
(동식) 그래, 네 옷 해라
다 됐어, 앉아
[동식의 힘주는 신음]
- (해나) 맛있겠다 - (동식) 먹자
너무 무서워
(동식) 뭐가?
떡볶이가?
이 떡볶이떡 다섯 개에 몇 칼로리인 줄 알아?
무려 250킬로칼로리야
(해나) 근데 내가 하루에 먹을 수 있는 게 1,000이 채 안 되거든?
게다가 이건 치즈까지 들어갔으니까 열량이 다 얼마야?
[동식의 헛웃음] 완전 무섭지?
(동식) 먹지 마, 그럼, 내가 다 먹을 테니까
아이, 그렇다고 내가 오빠 과식하게 둘 순 없지
과식이 건강에 얼마나 해로운데
내가 도와줄게
(해나) 음
[컵을 탁 놓으며] 너 지금도 너무 말랐어
(동식) 그런 거 생각하지 말고 맛있게 먹어
응, 뭐, 듣기 좋은 말이긴 한데
[동식이 젓가락을 달그락 든다]
그럼 나 뚱뚱해져서 일 하나도 안 들어오면
(해나) 오빠가 나 책임질 거야?
(동식) 내가 널 왜 책임지냐?
(해나) 떡볶이 먹였잖아
(동식) 먹지 마, 먹지 마
(해나) 아이, 안 돼, 내가 다 먹을 거야
음
음, 맛있어, 응? [동식이 피식한다]
[감성적인 음악] [해나의 웃음]
응
응
[젓가락을 달그락 든다]
하여튼 마음에 안 들어
나 오늘 보이스 피싱 사기범 잡았다?
(해나) 그 자식한테 맞은 거구나?
아, 경찰이 왜 맞고 다녀? 그러려고 경찰 됐어? [동식이 젓가락을 탁 놓는다]
그럼 경찰이 때리고 다니냐?
(해나) 아, 됐어, 한두 번도 아니고, 바보같이
너 맨날 나 구박하려고 오는 거지?
다음부터 안 올 거야 와 봤자 맨날 떡볶이밖에 안 먹고
(동식) 뭐, 먹고 게임할래?
(해나) 게임도 지겨워, 맨날 게임하재
오빤 나랑 하고 싶은 게 게임밖에 없냐?
아, 그럼 오지 말든가!
알았어, 안 온다, 안 와
내가 다신 오나 봐라, 씨
(동식) 오, 자, 달려, 빨리빨리 [해나의 웃음]
- 앗싸, 내가 더 빠른데? - (동식) 아, 드리프트 [동식의 힘주는 신음]
(해나) 내가 이기고 있다 [동식의 다급한 신음]
(동식) 제발 [해나의 웃음]
[동식의 좌절하는 신음] (해나) 와! 내가 이겼다!
[동식의 한숨] 내가 또 이겼네
[동식의 한숨]
아니, 넌 게임 싫다면서 왜 이렇게 잘해?
여기 오면 맨날 게임만 하니까
[동식의 한숨]
(해나) 재미없어 [동식의 헛웃음]
(동식) 아니, 자기 먹고 싶다는 떡볶이를 해 줘도 불만
게임을 해도 불만
게임 말고
나랑 하고 싶은 거
정말 없어?
영화 볼래?
(해나) 치, 됐어, 이 멍청아
(동식) 이게 진짜, 오빠한테 자꾸 '바보', '멍청이', 어?
(배달원) [문을 쾅쾅 두드리며] 배달 왔습니다
아, 나가서 받아 와, 내가 시킨 거야
(동식) 뭐예요?
(배달원) 케이크 같은데요?
[휴대전화 조작음]
(매니저) 일단 갑자기 어머니가 쓰러지셔서 급박한 상황이라고 수습했어
너 차치훈 광고 촬영 금방 끝난다고 해서
오늘 네 분량 마지막 신으로 찍기로 했으니까
12시 전에는 너 꼭 와야 돼
해나야, 나 좀 살리는 셈 치고 꼭 와라, 제발
[문이 탁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해나의 헛기침]
(해나) 제대로 잘 왔나?
오빠 몇 살이지?
스물여덟이지?
와
곧 서른이네?
(동식) 뭐가 곧 서른이야
(해나) 서른인데 아직 여친도 없고
(동식) 여친이 왜 없어
(해나) 없잖아, 아줌마한테 물어보니까 오빠 여친 없다던데?
야, 너 우리 엄마한테 전화 좀 하지 마
내가 아줌마한테 전화하는 거 싫으면 오빠가 내 전화 받으면 되잖아
(동식) 아, 나한테도 전화 좀 하지 말고
바쁜 애가 진짜 왜 그러냐
궁금하면 생각을 좀 해 봐
내가 왜 이러는지
[잔잔한 음악]
[입바람을 후 분다]
(해나) ♪ 생일 축하합니다 ♪
♪ 생일 축하합니다 ♪
♪ 사랑하는 동식 오빠 ♪
♪ 생일 축하합니다 ♪
[해나가 환호한다]
[동식이 입바람을 후 분다]
[스위치가 탁 켜진다]
(해나) 뭐야, 폭죽도 안 터트렸는데 [동식의 힘주는 신음]
하여튼 분위기를 몰라
분위기도 없는데 얼굴까지 못생겼어
그래서 오빠가 여친이 없어
다들 나한테 잘생겼다고 해
[해나의 어이없는 웃음] (해나) 말도 안 돼
아, 그냥, 일반인치고 그냥저냥 생긴 얼굴이지
이게 어디가 잘생긴 얼굴이야
누가 오빠한테 잘생겼대?
여자가 그래?
케이크나 먹어
(해나) 어떤 여자야? 맨날 봐? 같은 경찰이야? 걔 이뻐?
나보다 이뻐?
나보다 이뻐?
(동식) 해나야
(해나) 알았어, 다음부터 안 올게
오늘 고맙다고
[잔잔한 음악]
나 오늘 생일인 줄도 몰랐는데
(동식) 네가 와서 초도 불고 생일 케이크도 먹네
그래서 뭐, 고맙다고
그래도 다음엔 오지 마
너 오면 되게 귀찮아
알았어, 알았어
- 근데 오빠 - (동식) 응?
칫솔 있어?
[한숨]
[싱크대 물이 쏴 흐른다]
- (해나) 오빠 - (동식) 응?
(해나) 나 이제 가야 돼 [싱크대 물이 뚝 멈춘다]
(동식) 혼자?
- (해나) 실장님 오시기로 했어 - (동식) 그래?
(동식) 잠깐만
이거 입고 가
(동식) 해나야, 잠깐만
[해나가 피식한다]
(해나) 그렇게까지 안 추운데
(동식) 너 배우잖아
누가 알아보면 어쩌려고 그래
(해나) 알긴 아네?
난 오빠가 하도 나 찬밥 취급 해서 모르는 줄 알았지
(동식) 매니저는 어디서 만나기로 했다고?
(해나) 저기 마트 앞에서
(동식) 그냥 집 앞까지 오라고 하지
왜, 뭐 두고 왔어?
매니저 기다린다며, 빨리 가
(해나) 오빠
오빠 인생에서 딱 1분만 나한테 줄 수 있어?
- 1분? - (해나) 응
(해나) 생각해 봐, 평균 수명 80년이라는데
시간으로 치면
하루 24시간에
거기에 80을 곱하면 70만 800시간
[동식이 피식한다] 그걸 분으로 또 계산하면 4천2백4만 8천 분
(동식) 뭐 하냐, 너
오빠 인생의 그 수많은 분 중에서 딱 1분
(해나) 딱 그 1분만
나한테 줘라
[피식하며] 그래, 뭐, 1분 정도야
(동식) 근데 그 1분으로 뭐 하려고?
[잔잔한 음악]
(해나) 아직
아직 1분 안 지났어
너 지금…
[감미로운 음악]
[조감독의 한숨] (매니저) 아이고, 죄송합니다
(해나와 조감독) -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 촬영 준비할게요
- (매니저) 아, 죄송합니다 - (해나) 감독님, 죄송합니다
너 내가 기다려 준 덕에 산 줄 알아
(해나) 정말 죄송합니다, 선배님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래야지
보자,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해나) 열심히 하겠습니다 [치훈이 호응한다]
감사합니다
(스태프3) 해나 씨, 수정 좀 할게요
네, 아, 입술은 제가 바를게요, 언니
[잔잔한 음악]
[옅은 웃음]
아휴
차치훈이 너한테 뭐라고 했지?
(매니저) 걔 뭐, 신인 배우들한테는
어, 걔 되게 매너 없게 굴고 예의 없는 거 알 만한 사람 다 아는데
아니에요
(매니저) 아, 그러면 갑자기 왜 그런 거야?
그냥
(해나) 첫 키스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하고 하고 싶었어요
(경준) 도시는 참 외로워
그래도 가끔은 따뜻한 날이 있어
우리 이야기 들어 줘서 고마워
덕분에 조금 덜 외로웠어
그동안 내 얘기 모른 척해 줘서 고마워
지켜봐 준 덕분에 용기 낼 수 있었어
우리 또 만날 수 있을까?
너희 얘기 듣는 거 되게 재밌었어
- 내 이야기 같기도 하고 - (린이) 내 친구 얘기 같기도 했어
아는 사람도 있더라
나랑 스쳐 지나간 사람도 있겠지?
영원히 못 볼 사람도 있을 거고
내 얘기 들어 주고 지켜봐 줬던 것처럼
나도 항상 응원할게
지나가다가 나 알바하는 거 보이면 들어와서 알은척해 줘
우연히 만나면 재밌을 거 같아
- 또 만나자 - (은오) 그럼 그때까지 잘 지내, 안녕
(재원) 안녕
(함께) 안녕
(재원) 안녕
(린이) 안녕 [은오와 재원의 웃음]
(선영) 안녕
[린이의 기분 좋은 신음] (건) 뭐 해?
[재원의 어색한 웃음]
- (경준) 뭘, 뭘 인사를 또 해, 인사를 - (재원) 빨리 와, 빨리 [선영의 탄성]
- (경준) 다 - (재원) 인사해, 빨리
[은오의 헛기침] (경준) 끝난 마당에 뭘…
(선영) 안녕 [린이의 웃음]
- (경준) 안녕 - (선영) 고마웠어
(경준)
(경준) 잘 지내라
[경쾌한 음악]
[오토바이 엔진음이 요란하다]
[휴대전화 메시지 알림음]
(린이) 주문하신 목동 피자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린이가 중얼거린다]
어, 소설가 폐업한 지 3년이나 된 게 [바코드 인식음]
[카메라 작동음]
[감미로운 음악]
[카메라 셔터음]
[함께 웃는다]
- (재원) 앉아 - (은오) 어, 그래
[은오의 웃음] (재원) 웃지 마!
(은오) [웃으며] 아니
재원, 일로 와
(재원) 진지하게 해
(은오) [헛기침하며] 알았어
(재원) 자, 이렇게 멋있게, 어? 집중해서
우리도 프로 모델들처럼
길게 뻗어, 길게 뻗어서
(은오) [웃으며] 재원, 나 점점 멀어지고 있어
(재원) 진짜 너 천사 같다 [함께 웃는다]
하지 마, 하지 마, 하지 마
- (재원) 그냥 서서 찍자 - (은오) 그래
(재원) 이렇게
하나, 둘, 셋
[재원의 웃음]
[함께 웃는다]
와, 진짜
나는 더 이상은 못 하겠다 [은오의 웃음]
아, 같이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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