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필 무렵 2
(수사대원) 사체 주머니에서 이게 나왔어
[발랄한 음악] (동백) 저기, 이쪽으로 가세요?
(용식) 예?
(동백) 먼저 가세요, 저는 가게에 뭘 좀 두고 와서...
(용식) 아, 돌아가시려고요? 그러면 저랑 같이...
(동백) 왜...
(용식) 저도 지금, 음
순찰 중인 건데요?
(동백) 네?
이렇게까지
(용식) 이례적으로 이쁘신 분이
이, 이, 이, 이런, 이런, 이런 골목을 이렇게 혼자 막 댕기시면
[멋쩍은 웃음]
이 동네 순경 입장에서는
이게, 이, 무지하게 이, 신경이 쓰이는 거거든요?
씁, 호, 혹시...
[코를 킁킁거린다]
(동백) 저, 좀 취하셨어요?
[동백이 코를 킁킁거린다]
기냥 냄새만 조금 나는 건데요?
(용식) 그, 그
가시죠, 뭐, 뭐, 그, 뭐 어, 어느 쪽으로다가...
[어색한 웃음]
[용식이 말을 버벅댄다]
그, 저기, 저를 그냥 이, 이
'공무 수행 중인 놈이다' 그냥 이렇게, 이렇게 생각을 하셔요
[용식의 멋쩍은 웃음]
(동백) 진짜 이상한 놈이다
(동백) 그, 노 사장님 지갑은
- (동백) 어떻게... - (용식) 아
(용식) 아, 이, 이거, 이...
참, 이거 어떻게 하다 보니까 이...
[용식과 동백의 어색한 웃음]
(동백) 갈취나 이런 건 아니시죠?
(용식) 저 경찰입니다
(규태) 에, 대한민국 법치 국가예요
내가 긴말하기 싫고
나 법대로 하렵니다 법대로 예, 예
- (변 소장) 아이고 - (규태) 법대로!
(변 소장) 우리 노 사장님 왜 이렇게 흥분을 하셨어, 어?
아이, 남자들끼리 술김에 그런 해프닝 아니여?
다 아시면서, 자, 앉으시죠
- (규태) 아이... - (변 소장) 아이, 자, 자, 자, 응?
- (규태) 아이, 저... - (변 소장) 아이참
[규태의 성난 한숨] [변 소장의 옅은 신음]
(규태) 나도 이런 일로 괜히 어르신까지 껄끄럽게 하기 싫었어요, 어?
아시다시피
제 고종사촌의 매형의 사돈 되실 어른이...
(변 소장) 옹산 경찰서장님이시쥬
[트림한다] [당황한 신음]
[규태의 못마땅한 숨소리]
[규태의 짜증 섞인 한숨]
(규태) 그 어른이 아시면
이 사건에 아주 촉각을 곤두세우신다고!
(변 소장) 아유 [규태가 혀를 쯧 찬다]
[용식의 피곤한 신음] [용식의 헛기침]
(용식) 아, 그, 아침에 들으니까요
이, 영심이네 누렁이가 이, 검둥이를 낳았다네?
이럴 경우는, 뭐 재산권이고 자시고가 아니라
씁, 이 양계장 집 쪽 그, 백구를
친권 쪽에서 빼 줘야 되는 거 아닌가?
[웃으며] 내가 이, 유전학적인 소양은 없어 가지고
[용식의 웃음] (규태) 아이, 본인 모가지가 풍전등화인디
남의 집 누렁이가 걱정되나 보네! 씨
(변 소장) 아이고
아, 우리 노 사장님 군수 되시믄
아, 우리 황 순경이랑 같이 나랏밥 먹을 사이인디
그냥 식구다 생각을 허시고 자, 좋게 좋게
자, 앉아, 앉으셔, 응? [규태의 성난 한숨]
(용식) 아, 아, 아
씁, 이, 식당에서 8천 원을 띠어먹고 토끼면요
나랏밥으로 콩밥이 나온다네!
- (변 소장) 야, 이 새끼야! - (규태) 아이...
(규태) 이씨 [변 소장의 한숨]
내가 뻑치기한테 콩밥 드립을 듣고도 이 고소를 말아야 돼요?
[규태의 떨리는 숨소리]
(변 소장) 아이, 뻑치기까지는 아니고
아이, 사실상
뻑 치진 않았잖여
[TV에서 종렬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향미) 와, 이거 진짜 재방송 어지간히 해
이제 돌 된 애한테 돌고래 보여 줘 봤자 뭐 해?
기억도 못 할 걸
(동백) 딸 바보라잖아
근데 언니
필구 아빠 누구예요?
이렇게 대놓고 묻는 건 네가 처음인 거 같은데?
내가 원래 입과 뇌 사이에 바리케이드가 없거든요
그래, 향미야, 난 네가 그래서 좋아
[동백의 웃음] (향미) 그래도 학원비 정돈 받아 내지 그래요?
연락은 해요?
가끔은 봐요?
(동백) 음...
아, 뜸 들이지 말고
뭐, 마음만 먹으면
지금도 당장
매일 볼 수 있어 [지퍼를 직 잠근다]
(향미) 아무튼 이 언니 은근 골 때려
(동백) 갔다 올게
(변 소장) 야, 용식아
동네서
아, 노 사장한테 돈 한번 안 꾼 사람이 없어 [용식이 발로 툭툭 찬다]
(용식) 뭐요?
아이, 쟤 저거 지금 표를 돈으로 사고 댕긴 거예요, 지금?
(변 소장) 동네서
돈 꾸기 제일 쉬운 사람이라서 그랴
(용식) 뭐요?
(변 소장) 아, 어찌나 기분파인지
'내가 노 사장을 아주 존경해'
아, 요 소리에 돈도 냅다 잘 꿔 준다고
캐릭터 감이 오지?
[익살스러운 음악] 아니, 고향이 보은이었어?
(오준) 아, 보은 출신이세유?
우리 증조외할아버지 셋째 부인이 보은 공씨여
[규태의 수선스러운 웃음] (오준) 아...
우리 편이네, 어, 우리 편이야, 응? [오준의 어깨를 툭 친다]
(변 소장) 애 단순햐
편 가르기, 대장 노릇 완장 차기 좋아하고
(규태) 여기도 송어 한번 먹으러 데리고 가 줘야 되겠네! 어?
거기는 내 사람들만 데리고 가는 데라고, 응?
(오준) 소, 소, 송어, 송어유?
왜, 싫어?
(변 소장) 남들한테 특별 대우 받는 걸 유독 좋아하는디
고거 안 해 주면 엄청 유치해진다니께?
근디
동네서 동백이만 탁 고걸 안 해 주니께
음청 부아가 나는 겨 [옅은 한숨]
(용식) 아이, 쟤 뭐, 뭐, 뭐, 뭐
뭐, 열등감 있대요? 쯧
(변 소장) 야, 동네 참봉이 정경부인을 이고 사는데
그 소갈딱지가 안 짜부라들고 배겨?
(규태) 저기 [규태의 헛기침]
내가 고소 관련해 가지고
당신한테 공적으로 자문을 할 게 있는데
어...
그, 내 얘기는 아니고
그, 저기 우리 조기 축구회 아는 사람 얘긴데
(자영) 왜, 누가 또 당신 대장 안 시켜 줘?
[익살스러운 음악]
[못마땅한 신음]
쩝, 그, 하...
파출소에 새로 전학 온 놈이 하나 있단 말이야?
전근
근데 이게 천지 분간을 못 해도 유만부둥이지, 이게 아주, 이씨...
(자영) 유만부동
'유만부둥' 아니고
'동', 유만부동
[뻐꾸기 울음 효과음]
(규태) 뭐, 세종대왕이세요?
당신이 내 맞춤법 교정사야?
당신 밖에서 망신당하지 말라고 고쳐 주는 거야
내가 당신 앞에선 아주 두 마디 하기가 싫어
두 마디 하기가 싫어, 어?
(규태) 어휴, 씨
(자영) 의뢰 안 해?
안 해!
(변 소장) 뭐, 밖에서라도 대장 노릇 하고 싶겄지
긍게 네가 기분 좀 맞춰 줘
아이, 내가 노규태 기분을 왜 맞춰 줘요?
(변 소장) 야, 용식아
나 너 리스펙트해
어어? 아, 왜 이래요? 진짜, 쯧
(변 소장) 너 의인 아니냐
아, 냅다 때려잡기만 하면 그게 영웅이여?
아, 가끔은 못난 놈 봐줄 줄도 알아야지
아이, 몰라요 밸 틀리면 들이받을 겨, 그냥, 쯧
(변 소장) 너 아이언맨과 헐크의 가장 큰 차이가 뭔 줄 알아?
(용식) 아이, 뭐, 아, 영화도 보고 사세요?
유도리여
아이언맨은 유도리가 있으니께 명품 빼입고 사는 거고
헐크는 그게 없으니께 헐벗고 댕기는 거라고
(변 소장) 마, 우린 유도리 있게 가야지!
[입소리를 쩝 낸다]
(용식) 아휴, 씨, 쯧
아, 유도리 아니고 융통성이여, 융통성!
아, 그려, 융통성 있게, 어?
[입소리를 쩝쩝 낸다]
아, 그래도 나는요
헐크가 훨씬 더 뽀대는 난다고 생각해요
[혀를 쯧 찬다]
[편안한 음악] (동백) 혹시 필구야, 너
돌고래 같은 거 보고 싶어?
(필구) 아, 내가 애야?
(동백) 우리 돌고래 보러 갈까? 어?
자
응?
(필구) 돌고래는 됐고
오락기나 하나 사 주면 안 돼?
충재는 아빠가 서울에서 오락기 보내 줬다던데
씁
있잖아, 필구야
너도 이제 막 아빠 궁금하고 그럴 때야?
(동백) 어? [필구의 옅은 신음]
별로, 별로 안 궁금해
왜?
엄만 오락기가 원래 없는 게 좋을 거 같아?
쓰다 뺏기는 게 좋을 거 같아?
(동백) 어휴, 너 요즘에도 막 오락실 들락날락거리고 그래?
나는 쓰다 뺏기면 미치고 팔짝 뛸 거 같아
(필구) 잠도 안 올 거 같아
근데 원래 없다고 치면 마음이
음...
중간이야
[동백의 옅은 신음]
(필구) 충재네 집은 이혼해 갖고
걔네 아빠 서울 갔대
나는 충재보다 내가 나은 거 같기도 해
(동백) 그래
씁, 그래, 우리 중간이야, 그렇지?
(필구) 응, 중간 [동백의 옅은 웃음]
[신호등 알림음]
가자
(동백) 너 밟았...
- (필구) 안 밟았어 - (동백) 나는 안 밟았어
[신호등 알림음]
아유, 아, 우리 황 순경이 실수한 거라잖여
아, 본인은 입이 없대요?
[헛기침]
그, 저기, 그
아이, 미안하게 됐어요
(용식) 아, 어제는 피차 술도 좀 했고
이, 씁
저도 뭐, 이, 전근 오자마자 이렇게 시끄럽게 막 하고 싶지도 않고
그...
그 군수 되실 분께서도 좀
융통성 있게 가십시다
(변 소장) 아, 또 이짝서 이렇게 나오면
또 이짝서 또 이렇게 받아 주셔야지
이짝도 다 표심 아니여, 표심
[변 소장의 옅은 웃음]
[규태의 새어 나오는 웃음]
공인이 호구지, 뭐
[변 소장의 웃음]
(변 소장) 그럼 말이여
우리 다 같이 해장이나 하러 가시지, 뭐
- (변 소장) 어? 어, 어 - (규태) 예 [규태의 웃음]
(변 소장) 가십시다
[TV에서 음성이 흘러나온다]
(변 소장) 씁
[변 소장의 옅은 웃음]
(규태) 나도 약간은 이해를 해요, 응
그, 술집 애 앞에서 이렇게 탁 이렇게 폼 잡고 싶으셨겠지
동백이 걔가 이게 묘한 게
거, 남자깨나 울릴 얼굴상이잖아요? [흥미진진한 음악]
근데
걔가 날 우습게 본다고 이게, 오해를 하시면 안 돼
걔, 걔가 괜히 나한테 관심 끌려고 일부러 그러는 거라고, 어
원래 그런 애들이 사실 뒤에선 그...
[규태가 입소리를 크 낸다]
아시잖아요
[규태의 웃음]
[숨을 카 내뱉으며] 뭐가요?
뭐가 '크'예요?
(용식) 뭐, 그짝이 봤어요?
동백 씨가 남자들깨나 울리는 그거 봤냐고요?
(변 소장) 야, 야, 야, 저, 저... [규태의 한숨]
노 사장님 같은 놈이 제일로 못난 놈이에요 [변 소장이 혀를 쯧 찬다]
- (규태) 뭐요? - (용식) 자기 싫다는 여자
깎아내리는 놈
그거만큼 찌질한 게 없거든
(규태) 당신 말 다 했어?
(용식) 아니, 말 다 안 했어요
동백 씨
술집 하는 애 아니고 식당 사장님이에요
당신한테 공짜 땅콩 줘야 될 의무 없고! [용식이 식탁을 쾅 친다]
당신 같은 사람한테 뭐, '크' 뭐, 이딴, 이딴 소리 들을
그럴 이유가 없는 사람이라고!
그, 댁이 뭔데, 어?
댁이 뭐, 뭐, 댁이 걔 서방이야? 뭐, 보호자야?
[용식의 성난 신음]
내가 보호자면
댁은 지금 디졌어
(용식) 아유, 씨
[수저가 바닥에 달그락 떨어진다]
[규태가 구시렁댄다] (변 소장) 야, 야, 용식아
(규태) 어유, 씨...
- (변 소장) 아이고, 왜, 아이고 - (규태) 놔, 야...
[준기와 필구가 버튼을 탁탁 두들긴다] [준기와 필구가 떠들썩하다]
[게임 소리가 요란하다]
(준기) 목요일에 학교에 강종렬 온대 '슈퍼맨' 하러
(필구) 왜 하필 강종렬이 와?
(준기) 왜?
강종렬은 망필이잖아
추신수나 오지
(준기) 추신수는 우리 학교를 안 나왔는데?
(진배) 준기야!
저, 밥 먹어!
밥 먹고 저, 학원 가야지!
돈가스 튀겨 놨어!
(준기) 나 갈게
학원에서 봐
(덕순) 인나
[필구의 탄식]
할머니가 말했지?
너는 나한테 잽히문...
(덕순) 자, 너는 나한테 잽히믄 밥부터 먹는 겨
왜 나만 보면 잡아다 밥을 멕여요?
아, 먹을 거 다 먹고
학원 갈 거 다 가면
(필구) 아, 오락은 언제 하냐고요
(덕순) 자 [TV 전원음]
보면서 먹어 [TV에서 음성이 흘러나온다]
(승엽) 헬레나
[우즈베크어] 신의 평화가 당신에게
만나서 반갑습니다
헬레나? [승엽의 아파하는 신음]
(덕순) [한국어] 뭘 또 씨불이고 자빠졌어?
양승엽이가 야구공을 여자 보듯이 했으면
이승엽이 뺨을 쳤지
(승엽) 아, 뭘 또 뺨을 쳐요? [덕순의 못마땅한 신음]
(덕순) 야, 헬레나야
들어가서 아기 저, 돈가스 좀 튀겨 줘
[덕순이 중얼거린다]
(승엽) 아이, 근데 쟤는 영 한국말이 안 느나 봐요
한국말 잘햐
너랑만 말 안 섞는 겨
잉? 저... [덕순이 탁탁 칼질한다]
야, 승엽이 너
너만 뻔질나게 연애질허지 말고
용식이도 좀 가르쳐 줘
(승엽) 아이, 뭘 가르쳐요?
용식이도 알아서 잘하고 댕겨요
갸가 잘하긴 뭘 잘햐!
순진해 빠져 가지고는
불 끄면 숙맥인걸
얼레, 숙맥은 무슨
그, 어머니
사 자 며느리 보게 생기셨던데, 뭐
(덕순) 사 자?
용식이가 눈이 대단히 높더라고, 응?
(승엽) 요즘 공들이고 있는 여자가
변호사예유
[발랄한 음악] 베, 벤호사?
(승엽) 잉!
(용식) 엄마!
나 밥 줘!
[용식의 못마땅한 신음]
[TV에서 음성이 흘러나온다]
(헬레나) 많이 먹어
(덕순) 야
너 머리는 맨날 감지?
너 누가 생기믄 게장 멕이러 한번 와 봐
참 야무지게도 먹네
(덕순) 엄니가 네 엄니인 척도 안 하고 그냥 몰래 볼게
게장 먹는 꼴을 보면 싸가지니 가정 교육이 얼추 보인다고
아, 엄마
(용식) 이, 며느리 보고 싶으면 이 간판부터 바꿔, 응?
아, 누가 백두하고 시엄마 하고 싶어 햐?
[웃음]
너 누가 있기는 있구나?
아, 근디 쟈는 뭐여?
(용식) 뭔 애가 이렇게 혼자 와 갖고 게장을 먹어?
(덕순) 잉, 백두게장 역사상
처음으로 무전취식하는 대단한 놈
아, 엄마가 밥을 공짜로 준다고?
배고픈 놈들은 일단 멕이고 봐야 돼야
[정겨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재영) 승교는 학교 잘 댕겨?
근데 왜 오토바이 타고 이 시간에 돌아댕겨?
(승희) 따지고 보면 우리 승교가 스쿠터를 타고 댕기다
손님 벤츠를 긁은 것도 동백이랑 무관하지가 않여
(재영) 아, 동백이는 스쿠터도 못 타는디
그게 걔 탓이랄 순 없고 [승희의 옅은 웃음]
(승희) 우리 승교가 까멜리아 들어서기 전엔 진짜 모범생이었다니까
(승엽) 아이, 그땐 승교가 초등학교 댕겼는데
오토바이 탈 일이 뭐가 있어, 응?
아, 왜 승교 꼴통 짓 하는 것까지 동백이 탓을 햐!
(승희) 걔가 머리는 좋다잉!
(귀련) 애들 교육도 교육이고
장미아파트 집값 떨어진 것도 그려 [재영이 호응한다]
응? 환락가 들어서기 시작혀 봐
동네 개차반 되는 거 한순간이여!
[재영의 웃음]
(재영) 동백네를 또 뭐 환락가라고 할 수는 없지
(승희) 잉? 그, 영심이네 고추밭 태운 담배꽁초, 그, 거시기도
추적을 해 봤어야 돼야
(흥식) 저... [흥식의 멋쩍은 헛기침]
그건 동백 씨는 아닐걸요?
그, 담배는 냄새도 질색하던디
(승엽) 담배는 누나나 끊어
게장에서 멘톨 냄새 난단 컴플레인이 있어
(승희) 너 나가 [승엽의 아파하는 신음]
[재영의 웃음] 그냥 나가! 나가서 공이나 때려
- (귀련) 아이고 - (승엽) 이게, 씨!
(귀련) 끊어라, 끊어, 아이고
(재영) 야, 떡이나 먹어라
[재영과 귀련의 웃음] [무거운 음악]
[헛웃음 치며] 이런, 씨
뭐여?
(덕순) 아유, 내가 아주 벨 깡 좋은 놈도 다 보겄다니께
학교 댕길 땐 노상 꼴찌서 세 번째 하던 게
벤호사랑 지랑 말이나 통햐? 잉? [재영의 옅은 웃음]
딱 세 마디 해 보면 밑천 다 뽀록이지
[덕순의 웃음]
아주 우스워 죽겄지 않어? 잉?
예, 아주 우스워 죽겄네유 [덕순의 웃음]
(덕순) 용식이 갸가 그렇게 대단하더라고 [재영이 호응한다]
그렇게 야심적이고 말이여 사내적이고 말이여
갸가 그려
아, 그니께 내가 저 꼴통을 낳고도
사 자 며느리 보게 생겼다니께 [재영이 호응한다]
참, 나 아주 환장햐
[덕순의 웃음] [재영의 옅은 웃음]
(재영) 우리 회장님
오늘 아들 자랑 한번 완곡허게 허시네 [덕순의 웃음]
(덕순) 아이, 근디
어째 준기네 일당은 안 보여?
걔들헌테도 이 재미있는 얘기를 해 줘야 되는디?
[옅은 헛기침]
(재영) [작은 목소리로] 저기, 준...
또 동백이네 출동혔잖아유
(덕순) 응? 또 왜?
[흥미진진한 음악]
(찬숙) 봤지? 까멜리아, 응
내가 분명히 얘기했지?
우리 집 양반한테 술 팔지 말라고
그게 족구회에서 단체로 오셔서...
나는 이 돈 못 줘
(찬숙) 8만 8천 원 도로 뱉어 내야
(진배) 어유, 준기 엄마
그건 현금깡이여
범죄여, 범죄
(찬숙) 입 다물어잉
너 왜 대답을 안 햐?
돈 도로 뱉어 내야
그게...
(찬숙) 내놔, 내놔!
못 내?
8만 8천 원을 다요?
그려, 아주 카드 수수료도 떼지 말고
고대로 다 뱉어 내야
그러면...
(찬숙) 뭐, 그, 말, 말 빨리 좀 혀!
5만 원만 도로 드리면 어떨까요?
(귀련) 으이구, 저 맹추, 맹추
(덕순) 이게 뭔 개경우여!
만 2천 원짜리 골뱅이나 한 사라 시켜 놓고
대그빡에는 그저 애한테
시답잖은 농담이나 한마디 붙여 볼 궁리밖엔 없는
네 집 칠푼이는 아주 순결 무죄고
동백이만 천하의 호로 백여시자 불구대천 잡년이여?
법치적으로나 상도덕적으로
술장사가 술 파는 게 죄가 돼야?
어, 술만 팔았는지
뭐, 딴것도 쪼끔 팔았는지 알 게 뭐여?
(덕순) 하이고!
옹산 꽃게가 웃겄다
행여나 꿈을 깨셔!
이 인물에, 응? 이 몸매에!
총각 시집을 가도 열두 번을 갔을 동백이가 왜 저짝이랑?
아, 왜!
동백이가 뭐, 총 맞았어?
(찬숙) 아, 왜유!
이이가 어디가 어때유, 왜!
얼씨구, 금슬 좋다
(찬숙) 아, 진짜 회장님, 왜 그래유!
동백이가 회장님 며느리유, 아니면 딸이유!
맨날 진짜 왜 그래유!
야, 준기야
너 진짜 진실을 몰라 이려? [찬숙이 씩씩거린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개려!
지비 얼굴에 침 뱉는 겨! 쯧
내가 왜 게장을 담그고 사나 몰러
저놈의 거를 장으로 안 담그고
(찬숙) 가!
- (덕순) 야! - (찬숙) 가!
(덕순) 좌우지간 너희들 말이여
쓸데없이 동백이 잡지 말아
야 건들믄!
나가 장사를 못 햐!
응? 쯧
(찬숙) 진짜 회장님 너무하네
언제는 나만 좋다고 그러더니
동백이 오고 난 쳐다도 안 보고 진짜 왜 그래유!
사랑이 변하는 거예유!
[편안한 음악] [덕순이 씩씩거린다]
(덕순) 분수통아
아, 3만 원어치나 팔고 말지
8만 원을 먹도록 왜 내비둬? 쯧
5만 원은 왜 준다 그랴?
아이고, 답답이, 답답이
(동백) 근데요, 회장님, 그거 아세요?
(덕순) 뭐를?
회장님요
제가 살면서 친해 본 사람 중에 제일 높은 사람인 거
(동백) 제가 학교 다닐 때도
반장이랑도 못 친해 봤는데
제 인생에 처음 생긴 백이세요
[옅은 웃음]
참...
넌 참 웃을 일도 많다
웃을 일이야 뭐, 맨날 있죠
집에 김치는?
[동백의 탄성]
너 쫄 것 없어
나도 젊어서 순댓국 팔 적에
참 드러운 꼴 많이 봤지
(덕순) 그때는 과부가 순댓국에 소주 파는 게 죄가 되던 시절이라
사내들 주접떨지, 여편네들 물어뜯지
몰래 울기도 많이 울었다고
[뚜껑을 달그락 닫으며] 그래도 워쩌?
애가 셋인디
이빨 깍 깨물고 살아야지
[덕순의 옅은 웃음] [함께 뚜껑을 꾹 누른다]
긍께 너도
'개는 짖어라! 나는 내 갈 길 가련다'
살믄 그만이여
나도 회장님 같은 엄마 있었으면 좋았겠다
아들 하나 줄 수 있으면 나도 너한테나 떠넘겼을 텐디
[동백의 옅은 웃음]
아, 맞다, 셋째!
- 셋째 아직 장가 안 갔다면서요 - (덕순) 응?
[살짝 웃으며] 농담이에요
(동백) 잘 먹겠습니다
- (덕순) 응 - (동백) 아이고
[웃음]
[유쾌한 음악]
(남자1) 어이!
- (남자1) 아유, 왔어? - (용식) 아, 예 [용식의 웃음]
(남자1) 어, 갈게
(용식) 예
[용식이 입소리를 쩝 낸다]
[한숨]
어유, 진짜 큰일 낼 여자네, 그냥, 쯧
언제 봤다고 고새 또 보고 싶냐고
[씩씩거린다]
동백이가 네 친구야?
왜 남의 엄마를 동백이라 불러!
(대성) 너희 엄마한테
원래 다 동백이라 부르잖아!
(필구) 아, 그래?
그럼 나도 너희 엄마한테 삼겹살이라 부를게!
(대성) [씩씩거리며] 죽을래?
(수봉) 야, 얘네 엄마랑 너희 엄마랑 같냐?
(필구) 뭐가 달라?
너희 엄마는 삼겹살 팔고
너희 엄만 보험 팔지!
우리 엄마도 그냥 술 파는 거야!
그게 뭐!
어때서!
[아이의 아파하는 신음]
울 엄마가 순댓국에 소주 파는데
너희들이 보태 준 거 있어?
(아이) 야, 황용식, 너 우리 아빠한테 일러!
(어린 용식) 일러!
우리 작은형 태권도 검은 띠고
우리 큰형 1년 꿇었어
(필구) 그리고 너희 엄마도 삼겹살에 소주 팔잖아
(대성) [발로 퍽 차며] 뭐? 죽을래?
(용식) [겁주는 신음을 내며] 동작 그만!
[흥미로운 음악] 이놈의 새끼들이, 이게, 어?
친구한테 발길질하는 이 어린이 놈의 새끼들, 어?
아저씨가 싹 다 그냥
유치장에 잡아 처넣어 가지고 그냥 버르장머리를, 어?
'이놈' 해? 어!
[필구가 훌쩍인다]
울지 마
내, 내, 내, 내가, 내가 뭐 했다고
울지 마
(용식) 이, 내가 초면에 너 맞는 것도 봤고
강한 척하고 싶겄지
근데 그게, 씁, 그게 참
이 여덟 살이라는 나이가 그게 되지가 않는 나이라고, 그게
네가 통곡을 해도 못 들은 걸로 해 주려니까
편하게 햐
(필구) 아, 씨...
아, 걘 원래 형이거든요?
- 뭐? - (필구) 아까 나 여기 발로 찬 애요
걘 1월생이고 나는 12월생이거든요?
(필구) 아, 옛날로 치면 걘 원래 빠른 12거든요
아, 그럼 형이거든요!
잠깐, 뭐, 빠른 뭐?
아휴, 그러니까 사실은
내가 이긴 거나 마찬가지거든요
빠른 12?
[당황한 신음]
아저씨는 빠른 88이야
(용식) 나는 이럴 때
여덟 살 남자애에게 필요한 게 뭔 줄 알았다
[잘그락거린다]
(필구) 저는 저쪽으로 학원 봉고 타러 가야 되는데요
(용식) 그래, 그럼
오다가다 또 보자
(필구) 과자는 잘 먹겠습니다
아저씨가 경찰 아저씨라니까 받은 거예요
[픽 웃는다]
그려, 니 똑똑혀
(필구) 오락실 가게요?
(용식) 어
어른이 오락실 가요?
어린이도 학원에 가는데?
[용식의 어이없는 웃음]
(용식) 씁, 내가 말이야
이 어른이 돼 보니까 말이여
씁, 학원보다는
오락실에서 인생을 배운 게 더 많더라고
인생요?
[흥미진진한 음악] (용식) 패배감, 성취감, 뭔지 알지?
작전 개념, 연대 의식
삥 뜯김
쪽팔림
아니 [헛기침]
어쨌든 이런 건 학원에서 안 가르쳐 주더라고
[반짝이는 효과음]
(용식) 니도 하든가
[용식이 동전을 와르르 쏟는다]
(용식)
네, 죄송해요, 선생님, 예
(향미) 필구 또 학원 안 갔대요?
오락실 갔나?
아, 얘 어떡하지, 진짜?
[발랄한 게임 소리가 흘러나온다]
(용식) 까딱하면 내가 네 아버지뻘일 수도 있을걸?
(필구) 위에 죽여요
(용식) 근데 너희 아버지는 나이가 어떻게 되시냐?
(필구) 모르는데요?
아, 어떻게 자기 아빠 나이도 몰라?
(필구) 우리 아빠도 내 나이 모를걸요?
(용식) 어?
(필구) 내 이름도 모를지도 몰라요
너 아빠 없냐?
뭘 그렇게 대놓고 막 물어요?
아빠 없는 게 뭐 그렇게 쉬쉬할 일이라고
[게임 소리가 요란하다] (용식) 나도 아빠 없었어
씁, 이게 꼭 이 집집마다 아빠가 다 있는 건 아니여
(필구) 우리 반에선 아빠 없는 애
나밖에 없는데요?
근데 7반엔 두 명 있어요
[아쉬운 신음]
그렇지? 거봐, 그렇다니께?
(용식) 씁, 야
이 세상 사람들이
다 아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나, 어?
네가 '나 아빠 없어요' 했을 때
너를 짠하게 보는 그런 사람들
그런 사람들 아주 그냥 촌시러운 사람들이여, 응?
그런 사람들은 그냥 네가 짠하게 봐 주면 돼야
오케이?
[피식 웃는다]
[동전이 잘그락 들어간다]
[용식의 벼르는 숨소리]
[함께 숨을 하 내뱉는다]
(용식) 가자!
[함께 버튼을 연신 두들긴다]
(필구) 아저씨
(용식) 어
(필구) 우리 가게 한번 오세요
[용식이 피식 웃는다]
내가 강냉이 세 번 리필해 줄게요
(용식) [픽 웃으며] 너희 가게 어디인디?
(필구) 게장 골목 끄트머리요
오, 게장 골목 끄트머리 어디?
방앗간 옆에...
(동백) 강필구!
엄마?
[흥미진진한 음악]
[게임 소리가 요란하다]
'엄마'...
(용식) 그렇다
반전의 연속인 나의 그녀에게는 아들도 있다
[필구의 못마땅한 숨소리]
(필구) 아유, 그럼 저 아저씨가 오락하라고
만 원어치 바꿔 줬는데 어떡하냐고!
만 원어치 언제 다 하냐고
그러니까 내가 학원에 갈 수 있겠냐고
만 원인데
만 원인데!
[흥미로운 음악] (용식) 8세로서는
나름 설득력 있는 항변이었고
(동백) 만... [기가 찬 숨소리]
아유, 저
그게 말입니다, 이...
(동백) 아니, 왜 남의 애한테 오락 밑천을 대주고 그래요?
진짜 이상한 아저씨잖아?
가자
너 만 원을 다 했어, 그래서? 어?
[필구가 중얼거린다]
(용식) 나는
또 이상한 아저씨가 됐다
총각인데요
저
(필구) 그 아저씨 이상한 아저씨 아니야
그 아저씨 경찰이야
(동백) 알아, 나도
(필구) 그 아저씨 내가 대성이랑 싸우는데
내 편도 들어줬어
(동백) 너 대성이랑 또 싸웠어?
왜, 또?
너 왜 자꾸 애들이랑 자꾸 싸워? 어?
뭐가 문제야?
(필구) [한숨 쉬며] 엄마는 그냥 몰라도 돼
(변 소장) 제 촉에 의하믄
까불이는 아직 옹산에 있다고 봅니다
그 근거는...
(용식) 아유, 하...
하지 말라고요
그, 괜히 인터뷰했다 악플만 더 달린다고, 인터...
(용식) 쩝, 하...
(변 소장) 야, 막내야
나 인터뷰 때
씁, 얼굴에 허연 것 좀 처바를까?
[성민의 미심쩍은 숨소리] (용식) 아니, 까불이도 못 잡은 당시 형사가
아이, 왜 인터뷰를 하냐고요, 왜?
전직 순경 될 양반한테
조언 구한 적 없고요
황용식 씨께서는 옷 벗을 준비나 하세요
(용식) 저기...
아, 그 인터뷰나 안 한다 해요! 쯧
(변 소장) 야, 이 새끼야!
노 사장 고소장 접수됐어 너 이제 어떡할 겨! 쯧
[익살스러운 음악]
진짜 했다고?
[골치 아픈 한숨]
[한숨]
[용식의 멋쩍은 숨소리]
[헛기침] [휴대전화 조작음]
[한숨]
[용식의 한숨]
(찬숙) 돈 백을 얻다 썼디야?
족쳐 봤어?
[재영의 한숨]
(재영) 암만 캐물어도 조동아리 딱 붙이고 그냥 말을 안 햐
(찬숙) 저기 혹시 세영이 아부지 딴 여자 생긴 거 아니여?
(재영) 아, 생전 여자라곤 나뿐이 모르는 사람이여
(찬숙) [재영의 다리를 탁 치며] 그야 알지, 지비 같은 얼굴 없지
[재영의 속상한 한숨]
그러믄 통장 까 봐
저기, 인절미 이거 얼마예요?
(찬숙) 3천 원
여기는 2천 원이라고 쓰여 있는데
(찬숙) 아는데 왜 묻냐?
왜 물어? 동백아, 관심 있냐, 나한테?
(재영) 어, 2천 원에 두 개 가져가
어차피 상하면 버릴 겨
(귀련) 성님!
촬영 왔디야, 구경 가자, 잉?
(찬숙) 뭐 또, 맛집 촬영 왔디야?
(귀련) 아니, 애들 학교에
'슈퍼맨' 왔댜, '슈퍼맨'
- (재영) '슈퍼맨'? - (귀련) 아, 왜, 있잖여, 그
옹산 출신 야구하는 애 [찬숙이 호응한다]
(귀련과 찬숙) 종렬이, 종렬이
(찬숙) 응, 응, 종렬이 [귀련의 웃음]
- (찬숙) 종렬이 - (귀련) 응
- (재영) 잉? - (찬숙) 뭐여, 들고 튄 겨?
아, 공기 좋다, 그렇지?
나오니까 좋지?
(종렬) 여기가 아빠 모교야
아빠가 어렸을 때 여기서 기합도 많이 받고
또 공부도 열심히...
(VJ) 쟤들 신경 안 쓰셔도 돼요
내일 시합인데 운동장 통제됐다고 저래요
아니, 신경을 안 쓸래도
저러고 있는데 어떻게 신경을 안 써
[긴장되는 음악]
뭐야, 쟤?
[필구의 짜증 섞인 한숨]
[필구가 배트를 발로 툭 찬다]
[제작진들이 필구를 만류한다]
(필구) 뭐, 여기가 다 선배 아저씨 땅이에요?
운동장이 다 선배 아저씨 거예요?
우리 내일 시합 지면 아저씨가 책임져요?
[종렬의 한숨] 내가 아저씨 운동장 못 쓰게 하면
뭐, 아저씨는 기분 좋아요?
[헛웃음]
아, 왜 웃어요!
아니
네가 혼자 너무 심각해서 형이 예의상 참아 보려고 했는데...
형 아니고 아저씨잖아요
[헛웃음 치며] 야, 너
되게 골 때린다?
(동백) 필구야!
[동백의 가쁜 숨소리]
[뛰어오는 발걸음]
[아련한 음악]
(동백) 필구야!
[동백의 가쁜 숨소리]
(필구) 엄마?
[가쁜 숨소리]
[착잡한 한숨]
[숨을 하 내뱉는다]
[숨을 후 내뱉는다] (동백) 그의 얼굴에
백팔 번뇌가 싹 다 스쳐 가고 있다
[종렬의 초조한 숨소리]
저기, 그... [헛기침]
초등학생이면, 그...
암만 어려도
지금 나이가 대충...
어, 맞아, 네 아들
(종렬) 동백이는
돌려 말하지 않는다
정확히 네 아들
(자영) 그러니까 황용식 씨가 지갑을 가져간 건 팩트네요?
[머뭇거리며] 그거는 그렇죠
[호응한다] (용식) 이, 근데 이...
제가 그 8천 원을 먹으려고 그랬던 건 아니고요
'동기는 정의로웠다'?
예, 예, 예, 예, 그거죠, 그거죠
[자영의 생각하는 신음]
(자영) 식당에서 완납을 안 하고 가는 건
업주를 기망한 무전취식이거든요
이런 경우엔 식당 사장을 설득해서
맞고소로 갈 수도 있고...
(용식) 씁
아, 그, 근데
그놈한테요
- 조금 특이 사항이 있는데요 - (자영) 네
이, 뭔...
고종사촌의 누이의 [자영이 호응한다]
(용식) 부군의... [자영이 호응한다]
이, 사돈인가가 이...
[익살스러운 음악] 이 옹산, 이, 경찰서장하고
거진 사돈지간이던가, 씁
이, 그니께 이 기냥 동네 유지가 아니고요
정권이랑 결탁이 돼 있는 거 같더라고요
(자영) 그 사람이
식당에서 8천 원을 안 내고 도망갔다고요?
(용식) 예, 예
그니께 이거는 이
있는 놈이 8천 원을 떼먹은
이, 굉장히 파렴치한 건이기 때문에요
그 식당이 '동백'이죠?
어떻게 아셨슈?
(자영) 제가
그 파렴치한 와이프예요
[종이 띵 울리는 효과음]
거, 이...
제가 이, 아, 알고 온 게 아니고요
이, 지, 지, 진짜로 모르고 왔고요
사건 종결이네요
(자영) 노규태가 황용식 씨를 고소할 일은 없을 거예요
그렇게까지 쪽팔린 짓을 하면
제가 같이 안 살 거거든요
[용식의 당황한 신음]
(용식) 이...
그, 제가 이...
본의 아니게 뭘 좀 이른 놈이 된 거 같아 가지고요
(자영) 근데
- 한 가지만 여쭤볼게요 - (용식) 예
황용식 씨는 왜 동백이 돈을 받아다 줬어요?
예?
동백이
걔가 도대체 뭔지
궁금해서요
[종렬의 놀란 숨소리]
(종렬) 너, 너, 아, 아니
자, 잠깐만, 그, 너 똑바로...
지, 진짜야? 진짜, 확실해? 진짜야?
[동백의 옅은 한숨]
- (종렬) 아, 진짜냐고! - (동백) 너 양아치니?
[종렬의 황당한 숨소리]
와, 너, 너...
너 어떻게 이렇게 엄청난 짓을...
어떻게 이렇게 골 때리는...
너 그때 분명히 아니라며, 아니라며!
[한숨 쉬며] 어쩔 수 없었어, 너 나 알잖아
(종렬) 그래, 알았다
오로지 가족이 소원이던
스물셋 여자애
[잔잔한 음악] [한숨]
[인형 뽑기 기계 작동음] [종렬이 버튼을 연신 누른다]
(동백) 아니, 엄마나 아빤 그렇다 치고
난 어떻게 이모나 할머니도 없을까?
아이, 나 있잖아, 나
내가 아빠, 할배, 삼촌 다 해 주면 되지
나는 나중에
애 다섯은 낳을 거다? 그래서
(동백) 동네에서 제일 큰 가족 갖고 싶어
아휴, 야, 남들은 하나도 못 키워서
막 버리고 가는 세상에 무슨... [종렬이 버튼을 딸깍 누른다]
[피식 웃는다]
그래
근데 나는 우리 엄마랑 달라
난 내 새끼 생기면 하늘이 두 쪽 나도
절대 안 버려
[덜컹 소리가 난다]
(종렬) 어, 어, 뽑았다, 뽑았다 [동백의 놀라는 숨소리]
- (종렬) 자, 뽑았지? - (동백) 진짜네?
[종렬의 웃음]
(종렬) 세상에 딱 저 하나뿐인 여자애였고 [동백이 놀라며 말한다]
[동백의 탄성]
그러다 처음으로 생긴 자기편이
(종렬) 이쁘다
(종렬) 나였다 [동백의 옅은 웃음]
게르마늄이 몸에 그렇게 좋다며? 어?
[웃음]
[종렬의 심란한 숨소리]
[종렬의 한숨]
근데 왜 여기야?
(종렬) 왜, 왜 하필 옹산이야, 어?
나 때문에?
아, 나 때문에? 내 고향이 여기라서?
옹산이 다 네 땅이야?
여기가 다 선배 아저씨 땅이에요?
[어이없는 숨소리]
[종렬의 답답한 한숨]
[종렬의 한숨]
[종렬이 연신 한숨을 쉰다]
왜, 너 겁나?
내가 네 발목 잡으려고 여기서 죽치고 있었던 걸까 봐?
아, 그냥 말하라고!
왜 여기냐고, 진짜!
진짜로 왜!
[한숨 쉬며] 강종렬, 쫄지 마
[아련한 음악]
(동백) 먹고살기 바빠서 추억이고 나발이고
곱씹고 살 팔자도 못 돼
[한숨]
나 우리 남편이 너무 잘해 줘서
네 얼굴도 까먹었어
너 결혼했어?
그럼 결혼도 못 하고 네 생각만 하고 있었을까 봐?
누, 누가 그러래?
그러니까 쫄지 말라고
(동백) 너
뭐!
뭐, 그렇게 대단한 첫사랑도 아니더라
[옅은 한숨]
[종렬이 잔을 탁 내려놓는다]
[종렬의 한숨]
(동백) 사실은 대단한 첫사랑이었다
그래서 정말로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았다
특히 이렇게는
(동백) 아, 뭐 이래, 진짜, 이씨
[한숨]
(찬숙) 나와서 얘기해, 나와서, 자
아, 향미야, 자, 향미야, 여기...
자, 자, 여기
최향미, 어? 백만 원 계좌 이체
네가 여기 떡집 아저씨 저, 돈 뜯어 갔잖아
내가 이 집 아저씨한테 돈 꾼 걸 왜 아줌마가 난리예요?
난리는 안 쳤어, 아직
(동백) 향미야!
향미야, 왜 그래?
[향미의 한숨] (찬숙) 동백아
- (동백) 안녕하세요 - (찬숙) 어, 너 잘 왔다
(찬숙) 동백아!
너 지금 향미가 이 동네에서
어떤 일을 벌이고 다니는지 넌 아니?
(용식) 왜, 왜? 뭐, 뭔 일이에요?
(향미) 하, 순경 아저씨
이 아줌마들 좀 잡아가요
완전 동네 깡패들이야!
- (귀련) 뭐? 엄메 - (찬숙) 깡패 같은 소리 하네
(찬숙) 동백아
너는 어떻게 해서
근본도 모르는 애를 여기 끌어들여 가지고...
안 돼, 얘는 안 되는 애니까 얜 잘라 잘라, 어?
너 안 자르면 너희 집 셔터 문 내려야 돼
(동백) 향미 저희 식구인데
향미 얘기를 좀 들어 보시면... [재영의 기가 찬 숨소리]
[귀련의 헛웃음]
(재영) 들어 보면 뭐?
순진한 사람 꼬셔 가지고 생전 안 하던 짓 하게 만들고
뭔 할 말이 있어?
아, 그려
순진해서 꽃뱀한테 물린 것도 죄라면 죄겄제
(동백) 하, 꽃뱀은 아니예요
[찬숙의 헛웃음] 뭐?
(동백) 향미 그런 애 아니예요
[귀련의 기가 찬 신음] (재영) 그렇지, 어
너도 똑같지
술집 작부나 마담이나
엎치나 메치나지
[용식의 만류하는 신음]
(용식) 거참, 말씀이 좀 지나치신 거 같은데...
(재영) 얘
똑같이 하루 세끼 먹고 산다고
다 똑같은 사람인 줄 아니?
[애잔한 음악] [재영의 한숨]
(준기) 너희 엄마 또 싸우던데?
(재영) 오죽하면 이러고 살까, 응?
인생이 불쌍해 가지고 그냥, 어?
나라도 사람 취급해 줬더니
너 같은 애들은 이런 식으로 은혜를 갚아? 어?
[용식의 만류하는 신음] - (재영) 아, 비켜! - (귀련) 아이고, 아이고
(귀련) 이제 그만혀, 아이고, 그만혀
- (용식) 아, 그만혀요, 아유, 참 - (귀련) 아이고, 참
(동백) 무슨 은혜요?
제가 뭘...
뭘 그렇게 신세를 졌어요?
제가 뭘 그렇게 잘못했어요?
저
아무 짓도 안 했어요
[동백이 울먹인다]
저는 그냥 죽어라 열심히 사는 거밖에 안 해요
[잔잔한 음악]
[흐느끼며] 왜 근데 다...
왜 맨날
왜 맨날 다 제 탓인지 모르겠...
(찬숙) 야, 우리 동백이 오늘 입 트였네, 어? [향미의 어이없는 숨소리]
(동백) 저도 좀 살게 그냥 놔두세요, 진짜
그냥 저 좀 놔두세요
[재영의 기가 찬 숨소리] (찬숙) 아, 이쁜 애들은 다 이런 게 문제여
[재영과 귀련의 어이없는 숨소리] 꼭 이렇게 울면 다 일이 해결되는 줄 알아
동백아, 너는 근데 왜 우냐?
어? 왜 울어?
- (찬숙) 우리가 너 뭐 어떻게 했냐? - (재영) 아니, 왜 우냐고?
- (재영) 내가 뭐 잘못했는 겨? - (찬숙) 어? 야, 우리가
- (찬숙) 너한테 뭐, 뭐 했냐? - (용식) 어허, 됐어요
(용식) 아이, 그, 그냥... [여자들이 저마다 말한다]
(재영) 아, 너는 뭔데 껴!
(귀련) 그러니까, 뭐야, 너!
- (재영) 아, 뭐여, 너! - (용식) 뭐, 나요?
(찬숙) 동백아, 얘기를 해 봐
이렇게 대낮에, 어?
우리가 단체로 있는데 네가 이렇게 울면
- (찬숙) 너를 때려 갖고, 어? - (용식) 어허, 아, 아유, 좀
(용식) 어유, 좀 치지 마요, 좀! 어유 [소란스럽다]
[승희의 놀라는 신음]
(필구) 울 엄마 왜 쳐요! [여자들의 놀라는 신음]
(찬숙) 야! 쯧
이게 어디서 어른을 떼밀어?
- (찬숙) 어? - (필구) 아줌마, 우리 엄마 때리면요! [동백의 당황한 신음]
(필구) 나 준기 새끼 맨날맨날 때릴 거예요 [동백의 만류하는 신음]
[훌쩍이며] 주먹으로 코 깨고요!
발로 막 찰 거예요!
꼭 그럴 거예요!
[거친 숨을 내쉬며] 내가 하나 못 하나 봐 봐요
꼭 봐 봐요!
(찬숙) 뭘 봐, 뭘 봐!
[동백의 만류하는 신음] 뭘 봐, 이놈아! 야!
(동백) 너 어른한테 그러는 거 아니야, 응?
자꾸 어른한테 덤비고
친구들하고 싸우고
그러니까 사람들이 너보고 다 쌈닭이라 그러지
내가 왜 쌈닭이 되는 줄 알기나 알아?
엄마, 엄마 때문에!
(동백) 뭐?
내가 왜 엄마를 지켜야 돼?
(필구) 엄마가 나를 지켜 줘야지
나는 1학년인데
1학년이 왜 엄마를 지켜
내가 너, 너한테 나 지켜 달라고 했었어?
아, 나도 귀찮아
근데
(필구) 내가 엄마를 지킬 수밖에 없다고
[어이없는 숨소리] 아이, 왜?
나 빼고 세상 사람들
아, 다 엄마를 싫어하니까!
[애잔한 음악]
(필구) [울먹이며] 세상에서
엄마 좋아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잖아
[떨리는 숨소리]
나 다 알아
사람들이 다 엄마 싫어하고 괴롭히잖아
그러니까
내가 야구도 못 하고
계속 계속 지켜 줘야 된다고
[필구가 울먹인다]
어떨 때는
나도 막
막 피곤해
마음이 막
막 화가 나
[동백과 필구가 흐느낀다]
(동백) 너, 이씨...
[새가 지저귄다]
[종렬이 중얼거린다]
[종렬의 힘주는 숨소리]
(종렬) 아이, 기왕 촬영 온 김에
모교 코치님께 인사도 좀 드리고
도와드리고
(승엽) 예, 예, 그러면...
아, 뭐...
근데 5학년 때 전학 오셔서 잠깐 댕기셨다고
[당황한 숨소리] 마음의 모교도 모교죠
(승엽) 그렇다면 그렇쥬, 어유
그, 저기...
애들 관리하시려면, 이
가정 환경 같은 것도 파악을 좀 하고 그러시잖아요
(종렬) 씁, 아까 보니까 꽤나 하는 애도 보이고 그러던데?
씁, 등 번호가
3번이었나?
왜 이러세유?
예?
갑자기 오셔서 애들 가정사를 다 묻고
유별난 관심을 보이시는 게, 이게
(승엽) 아이, 뭐, 사실 그간
후배들한테 장학금 한번 안 쏴 주시던 분이
갑자기 챙기시는 게, 음, 쯧
그냥 까놓고 말해유
[난처한 숨소리]
뭐 좀 들으신 말이 있으신 거죠?
아유, 알 만하쥬
(종렬) [한숨 쉬며] 저, 실은 그게...
(승엽) 계속 타율도 떨어지고
예능에서 그다지 활약도 못 하시고
정치 쪽으로 레이더를 돌리신 거쥬?
예?
(동백) 이거 서비스예요
(용식) 아니...
저한테는 왜, 이
땅콩을...
아이, 필구 애들이랑 싸우는데 편들어 주셨다고
(용식) 예?
아!
아, 예, 예, 아, 아, 아, 그거요? 예
필구가 좋았나 봐요
동네에서 자기편 들어 주는 어른 처음이었다고
아휴, 아휴, 참
아유, 이게 참, 이
이, 참, 이, 동네 경찰로서, 이
편파적이면 안 되는데
이게 또 이렇게, 참 이렇게
[용식과 동백의 웃음]
그래도 오락실은 데려가지 마세요
(용식) 예
(동백) 그럼 드시고 가세요
(용식) 예? 아이...
어디 가셔요?
예?
[갈매기 울음]
또 그, 순찰 중이신 거죠?
혼자 어디를 가시나
신경이 쓰여 가지고요
왜요?
아니, 왜, 괜히 남의 일에 신경이 쓰이세요?
(동백) 어? 왜 괜히 남 싸우는 데 끼어들고
왜 괜히 그 8천 원은 찾아다 주고 그래요?
자꾸 기냥 저도 모르게, 이...
(동백) 혹시 이 동네에서 제일 불쌍한 게 저라서...
[당황한 숨소리]
네?
(동백) 아, 저도 자존심이 있어요
그, 노 사장님 일도 그렇고
그리고 이번에도 그렇고
씁, 그, 제가 제일 쪽팔릴 때만 그쪽한테 다 들키는 거 같은데
아, 제 우스운 꼴 다 보인 사람
불편해요
아, 막 짜증 나요
그러니까
괜히 제 일에 끼지 마세요
[흥미로운 음악]
아, 따라오지 마시라니까요?
(용식) 아, 내가 불안해서 그럽니다 그, 내가!
아, 왜요?
(동백) 아, 뭐, 내가 내 새끼라도 놓고
뭐, 옹산호 같은 데 콱 빠져 죽을까 봐 그래요?
안 그러실 거 알아요
아, 그럼 뭐가 불안한데요?
뭐가 불안하다고 이렇게 사람을 자꾸 쫓아와요?
(용식) 아유, 우, 울까 봐요 우, 우, 울까 봐, 울까 봐요!
아이, 뭐, 지금 뭐, 어디 가셔 봤자
뭐, 혼자 처박혀서 우시기밖에 더 해요?
[동백의 당황한 숨소리]
아니, 뭐, 남이사 울든 말든 그쪽이 왜...
네, 그 생판 남이 우는데
이, 내가...
내, 내가 막, 막 승질이 납디다
아, 진짜 이상한 아저씨잖아?
(용식) 아이, 그, 진짜 없는 듯이 따라만 갈게요
예? 아이, 그냥 뭐, 그냥, 그냥
그냥 개 새끼 한 마리 끌고 다닌다고 생각해요
그냥, 조, 조용히...
(동백) 개는 귀엽기라도 하지
[용식의 당황한 신음]
(동백) 아니, 진짜 개야, 뭐야?
왜 이렇게 말도 없이 따라와?
(용식) 애 생각도 좀 하셔야죠
(동백) 예?
[용식의 가쁜 숨소리]
아이, 엄마가, 예?
자기 씅났다고 이렇게 토껴 버리면
남은 애 인생은 나가리 될 수도 있고요
제가 애를 두고 어딜 가요?
아이, 그러면
(용식) 이 오밤중에 기차역엔 왜 옵니까?
저 그냥 안에 앉아만 있을 거예요
이, 쓰, 쓰, 쓸데없이 뭐 하러 앉아만 있어요?
노숙자도 아니고
하, 저기 제 주유소예요
저도 기름 좀 넣고 가야겠으니까 이제 그만 따라오세요
(용식) 주유소요?
아, 뭔 기차역에서 주유를...
(동백) 저도 이직 좀 하려고요
(용식) 이직요?
(승엽) 아이, 남자라면 세상을 크게 한번 품어 봐야쥬
(종렬) 가서 얘기하시죠, 가서 [승엽의 웃음]
아직 멀었습니까?
(승엽) 여기예유
옹산 사교계에 진출하려면
여길 가야지
들어와유
하필 이름도 참, 쯧 [문이 스르륵 열린다]
(용식) 아, 핫도그?
핫도그 좋죠, 핫도그
[기차 경적] 아니면 수타?
[다가오는 기차 엔진음]
역장, 역장?
기차 한번 시원하게 몰아 보고 싶으신 거예유?
(동백) 제가 기차를 왜 몰아요
(용식) [한숨 쉬며] 아, 그러니께
이 중에서 어떤 걸로 진로를...
[살짝 웃으며] 안 가르쳐 줘요
(용식) 저기, 동백 씨
그, 말이 씨가 된다고요
꿈이라는 것도 계속 말을 해야 이루어지고요
그리고 이, 진짜 비밀은
생판 모르는 남한테 터놓는 거래요
누가요?
황용식이가요
[어색한 웃음]
(용식) 아, 그러면 기냥 첫 글자
앞 글자만
하, 뭐, 남의 꿈이 그렇게 궁금해?
(용식) 용식이가 그렇게 궁금해합니다
그냥 별것도 아니예요
(용식) 별거 아니니까요, 한번 말씀해 보시죠
그냥 뭐, 그...
(동백) 아니예요 [용식의 맥 빠진 신음]
[용식의 답답한 숨소리] 그냥 그...
공기업...
(용식) 예?
철도청 공기업 직원, 그...
(용식) 아 [동백의 멋쩍은 웃음]
아, 아, 아!
아, 아, 아
[웃으며] 아
공기업, 공, 공기업, 공, 공기...
공, 아유, 이거
은근 야심가시네요, 야심가, 예?
[용식의 웃음]
(동백) 그중에서도
딱 저기
난 저기 앉고 싶어요
(용식) 아, 어디요?
분실물 센터요?
왜 굳이 저기...
저기선 다들 그 말을 하잖아요
뭐만 찾아 주면들 그러잖아요, 그...
(용식) 예? 뭐, 뭐, 뭔 말요?
고맙다고
고맙다고들 하니까
[아련한 음악]
제가 살면서요, 그...
'미안하게 됐다' 이런 얘기는 좀 들어 봤거든요
사랑한단 얘기야, 뭐
아무렇게나 들었죠, 근데
이상하게요
아무도 나한테는 고맙다고는 안 해요
아무도 나한테 그 말은 안 해요
저 분실물 센터에서는
저분이 최고 천사고 최고 은인이에요
휴대폰, 아기 인형
아들네 주려고 싼 반찬 이런 것도 다 찾아 주거든요
(동백) 응, 저렇게 사람들이 [남자2가 감사 인사를 한다]
두 번이고 세 번이고 막 고맙다고 인사하면
기분이 어떨지 상상도 안 돼요
[옅은 웃음]
(용식) 이상하게도
속에서 뜨거운 게 치밀었다
화 같기도
미안함 같기도 한
뜨거운 게
(용식) 저기, 동백 씨
그...
앞으로 이렇게 속 다쳤을 때
기차역에 혼자 오고 그러지 마요
그리고 그, 남들이 지껄이는 소린 그냥 흘려 버리고 말아요
때마다 상처 내고 살면
사람이 살아지나? 못 살지
[한숨 쉬며] 마음에는 굳은살도 안 배기나?
하, 맨날 맞아도 맨날 찌르르해요
(동백) 그 느낌이
막 두부를 조각칼로 퍽퍽 떠내는 그런 느낌이에요
아이, 그럼 동백 씨도 두부 하지 말고 조각칼 해요
(용식) 거, 고놈의 그, '땡큐' 그 소릴 안 하는
그런 싸가지 없는 놈들은요
기냥 사이다를 멕여 버리라고요
[입소리를 쩝 낸다]
뭐, 굳이 그래요? 그냥 그러려니 하면 되지
(용식) 아니, 남들은 동백 씨한테 얄짤이 없는데
왜 혼자 그러려니 해요?
사람들이 막 사는 게 징글징글할 때
그럴 때 술 마시러 오잖아요
(동백) 만사 다 짜증 나고 지쳐 있잖아요
쩝, 그래서 나는 그냥 웬만하면
사람들한테 다정하고 싶어요
다정은 공짜니까
그냥 서로 좀 친절해도 되잖아요
근데
어떨 때 사람들이 나한테 너무
너무 막 해
막 너무 함부로 할 때도 있고
[편안한 음악]
그, 가끔은
저도 그게 좀 그래요
[용식의 답답한 신음]
동백 씨, 되게 이쁘세요
(용식) 되게 이쁜데
가끔
사람 열불 나게 하는 재주 있는 거 아셔요?
아휴
(용식) 옆으로 밀착, 옆으로 밀착
아, 서로 감기 걸리면 귀찮으니께요
[용식의 다급한 신음]
(동백) 아, 불편해요
아니, 좀 공평하게 쓰시든가
아니면 우산 하나를 더 사시든가
(용식) [멋쩍게 웃으며] 이 쪼그마한 게 8천 원이나 해요, 예?
[피식 웃으며] 땅콩 판 돈 우산으로 날리시려고요?
(동백) 남의 땅콩 8천 원은 되게 챙겨 주셔
[용식의 다급한 신음]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피곤한 숨소리]
(종렬) 그, 등 번호 3번요
(승엽) 3번? 필구요?
강필구
어! 어떻게 성까지 아세유?
예?
아, 그... [당황한 웃음]
이, 이름을 본 거 같아서요
[승엽의 호응하는 신음]
(승엽) 걔가 눈에 띄긴 하죠, 응
(종렬) 왜요?
소질이 있잖아요
그래서 알아보신 거 아니어유?
그래요?
소질이 있어요?
(용식) 저 그, 저, 개인적인 견해는 아니고요
책에서 읽은 건데
기분 잡쳤을 때 회에다 소주를 드시면요
어떤 유익한 호르몬이 전두엽 인근 쪽에서...
(동백) 아니요, 저는
모르는 사람이랑은 술 안 마셔요
(용식) 모르는 사람 아니고요
용식입니다, 황용식이
(동백) 네
(용식) [멋쩍게 웃으며] 그, 소주는 됐다 치고
앞으로 기차역 갈 땐 꼭 저랑 같이 가요
아, 저 기냥 아무 말도 안 하고 옆에만 있을게요
(동백) 그쪽이 왜...
(용식) 그쪽 아니고 용식입니다, 황용식이
(동백) 예, 그러니까 그 황용식 씨가
왜 괜히 저를 따라와요? 참...
오지랖도 좋으시다
(용식) 저 그러면 그 오지랖 부려도 되는 그런...
그런 사이 하면 안 돼요?
네?
우리, 저...
저거 해요
뭐요?
(용식) [머뭇거리며] 저거...
친구요
[부드러운 음악] 우리 친구 좀 해 봐요
[헛웃음]
[옅은 웃음]
아, 나한테 친구 하잔 사람은 또 처음인 거 같은데...
[용식의 멋쩍은 신음]
(용식) 아유, 저도 이렇게, 뭐
아무 여자한테나 이렇게 친구 하자고 하는 그런
낯간지러운 놈은 아닌데요
근데 왜 굳이...
친구 해요, 친구 하면
[용식의 당황한 신음]
너는 뭔데 껴!
댁이 뭔데?
친구 하면
나...
동백 씨랑 필구 편 대놓고 들어도 되죠?
작정하고 그냥 편파적으로 해도 되는 거죠?
- (동백) 제 편요? - (용식) 네
[옅은 웃음] (용식) 아니, 이...
[용식의 멋쩍은 신음]
아유, 뭐
뭐, 사귀자는 것도 아니고, 이...
그냥 그거, 이
그냥...
'친한 동료 사이일 뿐', 그거, 그거요
딱
친구만 해 봐요
일단은
[용식의 멋쩍은 웃음]
[용식의 헛기침]
(용식) 아, 그, 저기 그, 저, 필구는...
(동백) 잔대요
[용식의 멋쩍은 숨소리]
(용식) 어어, 저...
저, 여기 저, 금연이에요, 예
[흥미진진한 음악]
[멋쩍게 웃으며] 하, 그, 저기, 저
지금 필구를 데리고 나오시는 게 어떨지...
(동백) 우리 남편이 너무 잘해 줘서
난 네 얼굴도 까먹었어
[동백의 당황한 신음] (용식) 그, 집으로 이동을 할 때
한 번에 싹 다 같이 이동을 하면 이게 편하...
[용식의 당황한 신음]
[동백의 머뭇거리는 신음]
(동백) 그냥 가요
(용식) 그녀와 친구 먹은 지 10분 만에 깨달았다
나는 그녀와
친구가 될 수 없다
[차 문이 탁 닫힌다]
너희들 뭐야?
(동백) 그냥 가요
(규태) 둘이 사귀어?
(종렬) '사귀어'?
우리 사귀어요?
우리 이제 사귀는 거예요?
[못마땅한 입소리를 쯧 낸다]
동백 씨가 자기들 친구여?
전부 다 반말을 찍찍 하고 있어, 쯧
(동백) 이거 서비스예요
(용식) 아니...
왜, 저, 저한테는
따, 땅콩을...
(동백) 아이, 필구 애들이랑 싸우는데 편들어 주셨다고
(용식) 예? 아!
아, 예, 예, 아, 아, 아, 그거요? 예 [어두운 음악]
(동백) 필구가 좋았나 봐요
[으스스한 음악]
[부드러운 음악]
(용식) 남녀 관계가 충동적이기 때문에
인류가 이렇게 번영을 했다고 생각을 해요 [용식의 감격하는 숨소리]
기다 싶으면 가야죠
(동백) 결정적으로 황용식 씨가 제 스타일이 아니예요
(규태) 그동안 집주인이 너무 착했지!
(용식) 아직도 그, 임대차 보호법을 모르는 인간들이 있어요, 예?
- '아, 무식한 게 죄구나' 하지 - (규태) 야!
(동백) 용식 씨가 이럴수록
동네 사람들이 더 신나서 떠들어요
[용식의 성난 신음] (용식) 동백이 건드리지 말라고 했어
앞으로 동백이 건드리면 다 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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