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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남녀의 사랑법 6

 

 

 동거인?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그래도 동거인

 

 같이 살아, 은오랑

 

 언제부터 알았냐고?

 

 유치원 동창, 그때부터 베프야

 

 [옅은 웃음]  나도

 

 아, 집은 따로 있고  여긴 월세 주고 작업실로 써

 

 오해를 했다고?

 

 왜?

 

 아니, 내가 말했잖아  여자랑 안 잔 지 2년이 넘었다고

 

 아니, 내가 이게 자랑이 아닌데  왜 자꾸 떠들고 있지?

 

 [사람들이 시끌시끌하다]

 

 (운영자)

 

 [자전거 바퀴 마찰음]

 

 내가 만나는 여자의 남사친?

 

 아, 나 그거 이해 못 해

 

 이거 이해할 수 있는 남자는 없을걸?

 

 만약에 이해하는 남자가 있다?

 

 [웃음]  그거 거짓말이야

 

 여자도 마찬가지야

 

 [숨을 들이켜며]  내가 만나는 남자 옆에

 

 여사친이 있다는 게 어떤 의미냐면

 

 언제든지  라이벌로 변할 수 있는 존재가

 

 상시 대기하고 있는 느낌?

 

 (선영)  내 남친은 믿어도 걔 여사친은 못 믿지

 

 '남친'…

 

 아, 친구인 척하면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건지  어떻게 알아?

 

 어, 나 그런 놈 알아

 

 십몇 년을 노리다 낚아채더라고

 

 [숨을 들이켜며]  여간 잔망스럽지가 않아

 

 (린이)  아

 

 경준이랑 나?

 

 [아이들이 시끌벅적하다]

 

 (경준)  놀이터 철거를 반대합니다!

 

 주민들을 위한 자연 친화 쉼터  확충도 모자랄 판에

 

 철거가 웬 말입니까!

 

 이 아름다운 나무며 이 화단을 없애고

 

 건물을 올린다는 게 웬 말입니까!

 

 우리 동네의 아이들을 위해  우리들을 위해

 

 우리의 쉼터는 우리가 지킵시다!

 

 지킵시다, 지킵시다!

 

 (경준)  성수동의 주민 쉼터 철거를 반대한다!

 

 (린이)  반대한다, 반대한다!

 

 하나뿐인 놀이터에 건물이 웬 말이냐!

 

 - (린이) 웬 말이냐, 웬 말이냐!  - (아이들) 웬 말이냐, 웬 말이냐!

 

 (경준)  성수동의 주민 쉼터 철거를 반대한다!

 

 - (린이) 반대한다, 반대한다!  - (아이들) 반대한다, 반대한다!

 

 (린이)  이 동네 살아?

 

 (경준)  아니, 나 분당 살아

 

 (린이)  분당?

 

 근데 왜 우리 동네 일로 시위를 해?

 

 여기 내가 좋아하는 놀이터거든  자주 와

 

 분당에서 여기까지?

 

 환경에 관심이 많기도 하고

 

 (린이)  어, 나도인데

 

 아니, 저런 공원을 밀고  건물을 올린다는 게 너무하잖아

 

 너 나 기억 안 나?

 

 (경준)  초등학교 2학년 때 우리 짝꿍이었는데

 

 나 최경준, 너 서린이

 

 바로 전학 가서 기억 못 하나 보다

 

 [린이의 옅은 웃음]

 

 [밝은 음악]

 

 [경준의 옅은 웃음]

 

 (경준)  성수동의 주민 쉼터 철거를 반대한다!

 

 (린이)  반대한다, 반대한다!

 

 하나뿐인 놀이터에 건물이 웬 말이냐!

 

 (린이)  웬 말이냐, 웬 말이냐!

 

 [카메라 셔터 효과음]

 

 (린이)  여기, 여기

 

 (린이)  나랑 생각이 그렇게  딱 맞는 애는 처음 봐서

 

 너무 기분이 좋았어

 

 근데 더 신기한 게 뭔 줄 알아?

 

 (린이)  자꾸 마주치는 거야, 자꾸자꾸

 

 [사람들이 시끌시끌하다]

 

 (린이)  안녕하세요, 편하게 구경하세요

 

 (학생1)  아, 이거 뭐, 죄다 헌 옷이잖아, 이거

 

 - (학생1) 너 이런 거 입냐?  - (학생2) 아, 누가 입어  [학생1의 웃음]

 

 [린이의 한숨]

 

 (린이)  새 옷 좋지

 

 근데 멀쩡한 옷 버리면  자원 낭비에 환경도 오염되잖아

 

 바자회 취지도 모르고  사지도 않을 거면

 

 딴 데 가서 놀래?

 

 [학생1의 코웃음]

 

 (학생2)  그냥 여기서 시간 낭비 하지 말고  우리랑 같이 놀래요?

 

 [헛웃음]

 

 얘들아

 

 나 고등학생이야

 

 [학생들의 웃음]

 

 (경준)  이 색깔 얼마야?

 

 이야, 이거 괜찮네

 

 여기 있는 거 내가 다 살게  기부도 할 겸

 

 [흥미로운 음악]  (린이)  어…

 

 이거 다 여자 옷들인데

 

 알아, 엄마 선물하려고

 

 (경준)  아유, 물건 볼 줄 모르는 애들은  좀 가라, 가라

 

 훠이, 중딩들아

 

 어? 이거 되게 예쁘다

 

 뭐지? 장식품인가? 이렇게

 

 그거 수세미야

 

 집에 설거지 밀렸는데 이걸로 하면

 

 예쁘게 잘 닦이겠다

 

 이렇게, 동그랗게…  [웃음]

 

 나 여기서 재수하는 거  어떻게 알았어?

 

 내 친구가 이 학원 다녀서  이거 전해 주려고 딱 왔는데

 

 (경준)  네가 이상하게  저기서 딱 튀어나오더라?

 

 그래서 주는 거야

 

 (린이)  네 친구는?

 

 친구?

 

 친구는 벌써 집에 갔대

 

 [호응하는 신음]

 

 - 고마워  - (경준) 내일 수능 잘 봐

 

 (린이)  [한숨 쉬며]  어, 잘 먹고 착 붙을게

 

 응, 착 붙어

 

 - (경준) 파이팅  - (린이) 파이팅

 

 [옅은 웃음]

 

 근데 더 웃긴 건

 

 나 소개팅할 때마다  경준이한테 문자 보냈잖아

 

 '나 소개팅하는데  이 남자 좀 어떤지 봐 줄래?'

 

 이러고

 

 [경준이 입바람을 하 내뱉는다]

 

 [흥미진진한 음악]

 

 (경준)  어유, 날씨가 진짜 별로다  별로야, 아휴

 

 [린이의 웃음]

 

 - 조심히 가세요, 네  - (남자1) 네, 들어가세요  [자동차 경적]

 

 (남자2)  그림 좋아하세요?

 

 (린이)  네, 좋아해요

 

 (남자2)  저는 잘 몰라 가지고…

 

 [남자2의 웃음]  [린이의 호응하는 신음]

 

 좋네, 오늘 전시 되게 좋네

 

 (경준)  응

 

 저 그림은 누구 작품이야?

 

 (남자2)  저, 식사하러 가실까요?

 

 네

 

 (남자2)  아, 예, 그러면…

 

 [자전거 벨이 딸랑 울린다]

 

 (린이)  급한 일이 생겨서요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린이의 탄성]

 

 소개팅보다 무슨 첩보 작전처럼

 

 경준이랑 그랬던 게 더 재밌었어

 

 그래서 경준이 군대 가고 나서는

 

 소개팅도 그만뒀던 거 같아

 

 재미없으니까

 

 (린이)  아

 

 경준이 군대에서 휴가 나왔을 때도

 

 우리 할머니 병간호했다?

 

 그랬었어

 

 [문이 스르륵 닫힌다]

 

 (린이)  경준

 

 (경준)  [작은 소리로]  어

 

 막 잠드셨어, 시험 잘 봤어?

 

 어휴, 몰라, F만 안 나왔으면 좋겠어

 

 (린이)  근데 너 휴가를 이렇게 써도 돼?

 

 (경준)  괜찮아, 나와도 별로 할 게 없어

 

 어, 여기 앉아

 

 (린이)  응

 

 저 만만둥이, 만고에 도움이 안 돼

 

 여긴 왜 왔대?

 

 (경준)  글이 안 써진대, 집에선

 

 (건)  안 돼

 

 죄송합니다

 

 [옅은 신음]

 

 (린이)  주문하신 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

 

 (남자3)  저기

 

 전화번호 좀 주시면 안 돼요?

 

 저 그동안 계속 온 거 아시죠?

 

 (경준)  오늘은 안 됩니다

 

 [밝은 음악]  [린이의 놀라는 신음]

 

 충성, 병장 최경준  전역을 명받았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린이)  너 제대했어?

 

 (경준)  예, 그렇습니다

 

 [웃음]

 

 (린이)  전역했으니 이제 뭐 할 거야?

 

 (경준)  할 거야 많지

 

 학교도 마쳐야 되고  취직 준비도 해야 되고

 

 근데 제일 중요한 건

 

 좋아하는 애한테 고백하는 거야

 

 나 엄청 오랫동안  좋아하는 여자애 있었거든

 

 (린이)  응? 진짜?

 

 왜 말 안 했어?

 

 누군데? 뭐 하는 여잔데?

 

 (경준)  그러니까 이젠 네가 좀  아이디어를 줘 봐

 

 [린이의 한숨]

 

 (린이)  아, 글쎄

 

 나는 이벤트 그런 건  좀 별로인 거 같고

 

 그냥 '나 너 좋아하는데 사귈래?'

 

 이런 거 담백하지 않아?

 

 (경준)  그렇지, 넌 담백한 거 좋아하지

 

 (린이)  [한숨 쉬며]  모르겠다, 다른 애는 어떤지

 

 나 너 좋아하는데 우리 사귈래?

 

 (린이)  야, 방금 그 톤 좋다

 

 (경준)  나 엄청 오랫동안 너 좋아했어

 

 어유! 로맨틱하다

 

 (린이)  걔가 네 맘 받아 줬음 좋겠다

 

 (경준)  네가 뭘 좋아할지 몰라서  고민을 해 봤는데

 

 잠시만

 

 이거 하나씩 나눠 키우자

 

 응, 재밌겠다, 같은 화분 키우면

 

 (경준)  린이야, 이제 우리

 

 연애할래?

 

 [감미로운 음악]

 

 (린이)  어?

 

 연애하자

 

 (경준)  하자

 

 (린이)  뭐야!

 

 진심이야?

 

 [린이의 웃음]

 

 [함께 웃는다]

 

 (린이)  서 봐 봐

 

 [경준의 쑥스러운 신음]  [린이의 웃음]

 

 [경준의 쑥스러운 신음]  [린이의 웃음]

 

 [탄성]

 

 이거 봐, 엄청 잘 컸지?

 

 [마우스 조작음]

 

 십몇 년을 기다리다가 낚아챈 놈?

 

 내가 바로 그놈이야

 

 (경준)  어떻게 그게 다 우연일 수 있겠어?

 

 걔가 인터넷을  얼마나 뒤졌는지 알아?

 

 (재원)  린이 찾으려고

 

 아니, 근데 그쯤 되면  내 마음을 눈치챌 법도 한데

 

 린이는 전혀 모르더라고

 

 (재원)  사랑이 뭐라고 말이야, 어?  20년씩이나, 어휴

 

 그래서 마음고생 많이 했지

 

 뭐…

 

 예뻐서 참을 만했고

 

 (린이)  아, 진짜

 

 [쑥스러운 신음]

 

 아니, 사랑이 말이야, 어?

 

 [옅은 헛기침]

 

 (재원)  쿨해야지, 어?

 

 (경준)  아, 지랄, 누가 할 소리를 하냐?

 

 아, 겨우 두 달 연애해 놓고  인생 망가진 놈이

 

 [옅은 헛기침]

 

 [깊은 한숨]

 

 [서랍이 탁 닫힌다]

 

 [재원의 한숨]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조작음]

 

 (재원)  아, 예, 사장님

 

 아니, 딴게 아니라

 

 어떤 여자가 필름을 잔뜩 들고 와서  인화해 갔는데

 

 (사진사)  아니, 박 팀장 사진이었어

 

 (재원)  네?

 

 [은오가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새가 지저귄다]

 

 [전화벨이 울린다]

 

 여보세요

 

 (건)  네?

 

 마케팅 에이전시 O3요?  ['O3' 하는 효과음]

 

 [어이없는 웃음]  아닙니다

 

 (은오)  야!  [수화기를 달칵 내려놓는다]

 

 [흥미진진한 음악]  [은오의 거친 숨소리]

 

 만만둥이  [건의 당황한 신음]

 

 너 이게 도대체 몇 번째야?

 

 (건)  실수야, 실수

 

 실수?  [기가 찬 숨소리]

 

 [은오의 힘주는 신음]

 

 (은오)  나도 이번에 실수 한번 해 보자

 

 [건의 다급한 신음]

 

 (건)  잠깐만, 잠깐만, 잠깐만…

 

 - (은오) 이리 와  - 잠깐, 잠깐, 잠깐

 

 (건)  진정해  [은오의 한숨]

 

 자, 내, 내 얘기 들어, 어?

 

 [거친 숨소리]

 

 중요한 전화가 아니야, 아닐 거야

 

 아니, '아닐 거야'?

 

 [은오의 한숨]

 

 아니겠냐, 이 개자식아?

 

 [은오의 성난 신음]  [건의 아파하는 신음]

 

 (은오)  야, 너 일로 와

 

 - (건) 아, 머리, 머리…  - 명함에…

 

 - 전화가 왔다는 건 내가 보낸!  - (건) 머리, 머리, 머리 말고…

 

 [은오가 연신 화낸다]  (건)  아, 아, 아파!

 

 [전화벨이 울린다]

 

 아까, 아까, 아까  아까 그, 그 전화, 그 전화다

 

 받아, 받아  [은오의 짜증 섞인 숨소리]

 

 [은오의 거친 숨소리]  [건의 아파하는 신음]

 

 (은오)  네, 마케팅 에이전시 O3입니다

 

 [건의 힘겨운 숨소리]

 

 짜장면요?

 

 야, 초딩, 너 전화번호 똑바로 확인…  [신호음이 뚜뚜 울린다]

 

 끊냐?

 

 [은오의 헛웃음]

 

 사람이 말을 하고 있는데  [건의 웃음]

 

 초딩이 전화를 막 끊는다, 그렇지?

 

 [웃음]

 

 [건이 문을 탁 잠근다]

 

 (은오)  [문을 쾅쾅 두드리며]  야

 

 문 열어

 

 - 쟤가 원래 안 저랬거든?  - (은오) 건아, 안 때릴게, 문 열어  [문손잡이가 철컥거린다]

 

 (은오)  [문을 쾅쾅 두드리며]  문 열어!

 

 [흥미로운 음악]  [건이 서랍을 스르륵 연다]

 

 [서랍을 스르륵 닫는다]  (건)  이거 봐

 

 애가 순해 보이잖아

 

 진짜 그랬거든

 

 근데 1년 전에 갑자기  몇 달 사라지더니 애가 이상해져…  [창문이 달칵 열린다]

 

 [은오의 힘주는 신음]

 

 느려

 

 (은오)  하, 너 오늘 죽었어

 

 [은오의 아파하는 신음]

 

 [창문을 달칵 잠근다]

 

 끝났어

 

 잘했어, 강건

 

 [한숨 쉬며]  다 끝났어

 

 [찰그랑 소리가 들린다]  [잠금장치가 탁 풀린다]

 

 [문이 달칵 열린다]

 

 [가쁜 숨소리]  [흥미진진한 음악]

 

 여기 우리 집인 거 잊었어?

 

 [웃음]

 

 [건의 다급한 탄성]  [은오의 힘주는 신음]

 

 (은오)  이게? 야

 

 야, 어!  [건의 아파하는 신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건의 다급한 신음]

 

 [은오의 힘주는 신음]

 

 (건)  미안, 미안, 미안, 미안, 미안, 미안  미안, 미안,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은오의 힘주는 신음]  [건이 연신 사과한다]

 

 [한숨]

 

 [다가오는 발걸음]

 

 - (경준) 백수야, 자냐?  - (린이) 백수야, 자냐?

 

 - (경준) 일어나라!  - (린이) 일어나라!

 

 아니, 왜 이제 와  [경준의 웃음]

 

 (건)  내가 너희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니?

 

 (린이)  왜, 또 은오랑 싸웠냐?

 

 (건)  하, 힘들어

 

 누가 쟤 일 좀 갖다줘라

 

 야, 경준아  너희 회사에 이은오 줄 일 없냐?

 

 그러니까 애를 왜 건드리냐?

 

 (건)  내가 그랬겠냐? 내가 그랬겠어?  [문이 탁 열린다]

 

 (은오)  왔어?

 

 뭐 해, 안 들어오고?

 

 야, 내가 오늘 다 발라 버릴 테니까

 

 너희 둘이 편먹지 마라

 

 - (경준) 어떻게 알았지?  - (린이) 플랜 B로 가자

 

 (경준)  알았어

 

 우와

 

 (건)  쟤 또 석류 먹네?

 

 (건)

 

 [은오가 중얼거린다]

 

 [건이 입소리를 쉭쉭 낸다]

 

 (경준)  자, 한 사람당 12,500원씩  [린이가 호응한다]

 

 (은오)  좋았어, 5만 원  오늘 그 돈 다 내 거다

 

 (건)  어유, 저 눈 봐, 저, 저 눈, 눈, 눈!

 

 너 도박으로 용돈 버냐?

 

 시끄러워, 이기면 되잖아

 

 - (건) 알았어  - (은오) 자, 한 판당 100원

 

 (은오)  게임 끝나면 바로

 

 우리 사이에 외상은 없습니다  다들 아시죠?

 

 (린이)  네

 

 [건의 기합]

 

 [경준과 린이의 기합]

 

 [건과 경준의 기합]

 

 (은오)  시작한다, 다들 귀 잡아  [경준이 숨을 후 내뱉는다]

 

 (경준)  오른손은 카드

 

 [벨이 댕 울린다]  벨은 왼손이야

 

 - (은오) 손 바뀌면 바로 아웃이다  - (건) 뭔 오프닝이 이렇게 길어

 

 (린이)  안 내면 진 거, 가위바위보!

 

 예스!

 

 [흥미진진한 음악]  나부터, 한다?

 

 [벨이 댕 울린다]

 

 [경준의 아쉬워하는 신음]  (은오)  5개

 

 - (은오) 자, 내놔, 내놔  - (린이) 맞네

 

 (은오)  줄 거 주고 빨리합시다, 밤이 짧아요

 

 (린이)  괜찮아, 처음이니까  [경준의 한숨]

 

 [은오가 흥얼거린다]

 

 "첫 번째 게임"

 

 "은오 승"

 

 [벨이 댕 울린다]

 

 (건)  왜?  [소란스럽다]

 

 (은오)  어, 어, 미안  [건의 짜증 섞인 신음]

 

 [린이의 웃음]  바보야?

 

 (경준)  탁, 아, 아니구나

 

 [린이와 경준의 탄성]

 

 [벨이 댕 울린다]  [린이와 경준의 탄식]

 

 [은오의 웃음]

 

 [은오가 환호한다]

 

 [벨이 댕 울린다]  [저마다 아쉬워한다]

 

 (은오)  내놔, 내놔

 

 [벨이 댕 울린다]

 

 [건의 한숨]

 

 - (경준) 린이야  - (린이) 게임이잖아  [건이 피식한다]

 

 - 사랑해  - (린이) 응

 

 (건)  살펴 가세요

 

 [은오의 한숨]

 

 - (건) 아, 빨리빨리, 빨리  - (린이) 알았어, 알았어

 

 "탈락"

 

 [벨이 댕 울린다]  [건의 탄성]

 

 (건)  자두 다섯 개, 이번 판 다 내 거!

 

 왜, 왜, 왜, 자두 다섯 개, 왜

 

 - (경준) 뭐 하니?  - (은오) 어휴  [은오가 혀를 쯧쯧 찬다]

 

 [발을 동동 구른다]

 

 (경준)  칩 없고 카드만 있으니까

 

 - (경준) 강건 아웃  - (은오) 강건 아웃

 

 (린이)  걱정 마, 건아

 

 내가 오늘 꼭 은오 이겨 줄게

 

 [린이의 한숨]

 

 (린이)  이 100원을 밑천으로

 

 내가 저걸 다 빼앗아 버리겠어

 

 경준아, 힘!

 

 (경준)  사랑의 힘으로  저 도박 악귀를 물리쳐 줘

 

 [경준과 린이의 애교 섞인 신음]  [건이 환호한다]

 

 (건)  어, 나 100원 있었네, 한 번 더…

 

 (경준)  어허, 네 이놈, 빨리 제자리에 갖다 놔

 

 (린이)  자, 이제

 

 내가 다 털어 버릴게

 

 (경준)  어, 꼭 털어 버리자

 

 꼭 털어 버려

 

 얼마든지

 

 (은오)  시작한다

 

 [긴장되는 음악]

 

 [벨이 댕 울린다]

 

 [은오의 아쉬운 탄성]

 

 [린이의 기분 좋은 탄성]  (경준)  너무 잘했어

 

 (은오)  자, 빨리빨리

 

 간다

 

 [벨이 댕 울린다]

 

 - (린이) 아, 어떡해  - (경준) 내 새끼, 너무 잘했어, 어유

 

 - 아, 손아, 너 진짜 왜 그러니?  - (건) 뭐 하세요?

 

 [벨이 댕 울린다]

 

 [벨이 댕 울린다]

 

 [은오의 놀라는 신음]  [벨이 댕 울린다]

 

 [린이의 탄성]  (은오)  아, 진짜 왜 그러지, 오늘?

 

 (건)  얘 돈 어떻게 땄니, 이거?

 

 [익살스러운 효과음]  [소란스럽다]

 

 [벨이 연신 댕댕 울린다]

 

 [힘겨운 숨소리]

 

 (은오)  몰빵?

 

 (린이)  콜

 

 [은오의 한숨]  가자

 

 [은오가 숨을 후 내뱉는다]

 

 - (은오) 시작한다  - (린이) 응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벨이 댕 울린다]

 

 [경준과 건이 환호한다]

 

 (경준)  ♪ 너와 나 ♪  [은오의 한숨]

 

 (경준과 건)  ♪ 지금 여기에 ♪

 

 ♪ 두 손을 마주 잡고 ♪

 

 (은오)  동작 그만

 

 게임 아직 안 끝났다

 

 [긴장되는 음악]

 

 너 방금 오른손으로 벨 쳤어

 

 벨은 왼손으로 쳐야지

 

 [은오가 피식 웃는다]

 

 손 바뀌면 바로 아웃

 

 [린이의 허탈한 신음]

 

 [은오의 웃음]

 

 [극적인 음악]

 

 [은오가 환호한다]  (경준)  괜찮아, 괜찮아

 

 [은오가 칩을 정리한다]

 

 - (경준) 잘 버텼어  - (은오) 하지만 좋은 승부였다

 

 치열했다, 우리

 

 [은오의 웃음]  (경준)  괜찮아, 잘했어, 잘했어

 

 [자동차 경적]

 

 [자동차 경적]

 

 (녹음 속 은오)  카메라는 내가 가질게

 

 아니야

 

 내가 훔쳤어

 

 처음부터 훔칠 생각이었어

 

 [휴대전화 조작음]

 

 카메라를 아직 가지고 있는 거 보면

 

 이걸 팔려고 훔친 건 아닌 거 같고

 

 내가 박 팀장 얼굴 알아보니까  급하게 계산 치르고 나가더라고

 

 그리고 이거

 

 한 장을 흘리고 나갔어

 

 아씨

 

 아, 이해가 안 되네

 

 아, 사진은 그렇게 다 찾아갈 거면서  왜 이렇게 메시지를…

 

 (은오)  다들 12,500원씩 내놔

 

 - 500원 있어?  - (경준) 줘 봐

 

 야, 나 카카오페이로 보냈다

 

 [경준의 한숨]

 

 (경준)  아휴

 

 도박범으로  신고해 버릴까 보다, 진짜

 

 (건)  여보세요, 경찰서죠?

 

 여기 큰일 났어요  빨리 좀 와 주세요, 형사님

 

 도와주세요, 부탁드릴게요, 진짜  [은오가 풉 웃는다]

 

 (은오)  내가 박재원이랑 헤어진  두 번째 이유

 

 (은오)  쟤네들 때문이야

 

 쟤들은 몰라

 

 내가 박재원의 윤선아라는 거

 

 [휴대전화 진동음]

 

 (린이)  응? 재원이 오빠다

 

 어, 형, 왜?

 

 응, 나 린이 동네지

 

 사진관엔 왜?

 

 (경준)  나 지금 안 되는데

 

 - 카드 게임 중인데  - (린이) 오라 그래, 오라고

 

 (건)  오시라 해, 다섯 명 판 다시 돌리게

 

 (경준)  형, 근처면 올래?

 

 (재원)  아, 그래? 그럼 나 갈까?

 

 - (경준) 그러면 주소 불러 줄게  - 어

 

 - (경준) 은오야, 와도 되지?  - (은오) 어?

 

 (건)  오, 드디어 말로만 듣던  박재원 씨를 뵙는 건가?

 

 [내비게이션 알림음]

 

 [내비게이션 안내 음성]  200m 전방에 목적지가 있습니다

 

 [내비게이션 알림음]

 

 [내비게이션 안내 음성]  목적지에 도착하였습니다  안내를 종료합니다

 

 여기 어디인데…

 

 [뛰어오는 발걸음]

 

 [탁 부딪는 소리가 들린다]  [타이어 마찰음]

 

 유, 윤선아?

 

 [가쁜 숨소리]

 

 [은오의 당황한 신음]

 

 [은오의 당황한 신음]  (재원)  야, 윤선아

 

 야, 윤선아  [차 문이 탁 닫힌다]

 

 야, 윤선아!

 

 [재원의 가쁜 숨소리]

 

 [은오의 가쁜 숨소리]

 

 [멀리서 개가 짖는다]

 

 (재원)  야, 윤선아!

 

 [재원의 가쁜 숨소리]

 

 뭐야, 어디 갔어

 

 [재원의 가쁜 숨소리]

 

 윤선아 맞는데

 

 내가 분명히 봤는데

 

 [멀어지는 발걸음]

 

 [휴대전화 벨 소리]  [한숨]

 

 [휴대전화 벨 소리]

 

 [은오의 놀란 숨소리]  [애잔한 음악]

 

 (재원)  어, 경준아

 

 아니, 나 지금  너희 근처까지 다 왔는데

 

 내가 여기서 윤선아…

 

 아, 아니다, 나 지금 못 갈 거 같아

 

 어, 일이 좀 생겼어

 

 어

 

 [재원의 한숨]

 

 [멀어지는 발걸음]

 

 [한숨]

 

 (은오)  내가 왜 카메라를 훔쳤겠어

 

 [한숨]

 

 (은오)  서울에 올라와서  양양에서 만난 박재원이

 

 경준이 사촌 형 박재원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야

 

 [한숨 쉬며]  내 사진들이 잔뜩 든 그 카메라들을

 

 도저히 돌려줄 수가 없었어

 

 [한숨]

 

 [재원의 술 취한 신음]

 

 [재원이 잔을 탁 내려놓는다]

 

 [힘겨운 숨소리]

 

 [한숨]

 

 (재원)  [술 취한 말투로]  아…

 

 나 윤선아 찾아야겠어, 내 카메라도

 

 내가

 

 내가, 씨, 걔는 잊어도  내 카메라들은 못 잊어

 

 그게 나한테 어떤 카메라들인데, 씨

 

 [잔을 탁 내려놓는다]

 

 [힘겨운 숨소리]

 

 [한숨]

 

 [재원의 술 취한 신음]

 

 [재원의 거친 숨소리]

 

 (재원)  도둑 잡아라, 도둑, 도둑

 

 카메라 도둑

 

 제가 카메라 도둑

 

 제 카메라 도둑

 

 이름은 윤선아

 

 [책상을 탁탁 치며]  이 나쁜 카메라 도둑을

 

 신고합니다

 

 [한숨]

 

 [경쾌한 음악]  (린이)  왔어?

 

 (선영)  세상 좁지, 생각보다 좁아

 

 우린 서로 얼굴을 잘 모르지만  한 번쯤은 스쳐 지나갔을걸?

 

 뭐, 어쩌면 어느 골목?

 

 뭐, 어느 술집에서  같이 술을 마셨을지도 몰라

 

 아

 

 아니면 앞으로  어디선가 만날지도 모르고

 

 [경쾌한 음악이 연주된다]  [가수가 노래한다]

 

 "O3 : 잘 지냈어?"

 

 "O3 : 알겠어요"

 

 "Lin : 뭐예요?"

 

 "O3 : 저쪽에서요"

 

 "Jun : 드세요"

 

 "Lin : 고마워요"

 

 "Gun : 우와"

 

 "Gun : 같이 출래요?"

 

 "Sun : 좋았어"

 

 "Gun : 죽고 싶냐?  Won : 아니"

 

 "Won : 좋은 시간 보내  Gun : 좋아"

 

 "Won : 저기요"

 

 "Jun : 나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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