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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남녀의 사랑법 7

 

 (선영)  [술 취한 말투로]  집에 가자, 벗어라, 빨리, 아, 진짜

 

 (남자)  야, 네가 그게 할 말이냐, 진짜, 어?

 

 [동식의 말리는 신음]  아, 왜, 왜, 왜, 왜

 

 - (선영) 사람 치겠다  - (남자) 야

 

 야, 됐고, 야, 치사하니까 이거, 어?

 

 (남자)  다 갖고 가, 어?

 

 됐냐?

 

 [남자가 구시렁거린다]  [동식의 한숨]

 

 - (동식) 아휴, 아이고  - (남자) 여기 슬리퍼 없어요?

 

 (동식)  이제 다 돌려준 것 같으니까  [선영의 술 취한 신음]

 

 이제 그만 진정하시고

 

 [선영의 옅은 웃음]  [동식의 어색한 웃음]

 

 [선영의 한숨]

 

 (남자)  뭐?

 

 (선영)  팬티 벗어

 

 [흥미진진한 음악]  (남자)  뭐? 미쳤나, 진짜

 

 - (선영) 팬티 벗으라고!  - (남자) 아, 왜 이러는 거야, 진짜

 

 - (동식) 오, 잠깐, 잠깐, 잠깐  - (선영) 내가 사 준 거잖아!  [남자의 아파하는 신음]

 

 (선영)  팬티 벗으라고!

 

 (동식)  그만하세요!

 

 (남자와 동식)  - 미쳤나, 진짜, 저게!  - 사람을 홀딱 벗겨서 어쩌시려고

 

 (남자)  아, 잠깐, 잠깐, 야, 야  너 그거 가방 내놔

 

 그 가방 내가 사 준 거잖아, 내놔!

 

 아, 이거?

 

 (선영)  오케이, 오케이

 

 드려야죠, 맞죠, 맞죠  [남자와 병준의 한숨]

 

 - (남자) 괜찮습니다, 줘  - (선영) 가져가세요

 

 (선영)  가져가, 가져가!  [남자의 아파하는 신음]

 

 - (선영) 가져가, 가져가!  - (동식) 잠깐만요, 잠깐만…

 

 [소란스럽다]  - (남자) 야, 너 미쳤냐, 야!  - (선영) 야

 

 - (선영) 야, 가져가라고  - (남자) 너 미쳤냐, 진짜?

 

 [사람들의 놀라는 신음]  (선영)  줘도 못 갖냐, 어?

 

 [병준이 말한다]  잠깐만요, 잠깐만요  저 이거만 주고 갈게요

 

 야, 가져가!  [사람들의 놀란 신음]

 

 저 여자를 전에도 내가 본 거 같아

 

 몇 년 전에 고시원 나오는 날

 

 그때도 남자를 그렇게 때리고 있더라고

 

 (병준)  이름은 오선영

 

 난 다른 파출소에 있을 때 봤어

 

 상습범이야, 저 여자

 

 근데 어떻게 계속 연애를 하는구나?

 

 예, 뭐, 지치지도 않고

 

 [동식의 한숨]  (병준)  부럽지 말입니다

 

 하지만 선물은 증여에 속해

 

 (동식)  법적으로 돌려받을 수 없어

 

 제발 싸우고 파출소 좀 오지 마  너무 힘들어, 우리도

 

 (동식)  술 취해서 오는 것보단 나아

 

 [흥미로운 음악]  (선영)  야

 

 팬티 벗고 가라

 

 [재원의 술 취한 신음]

 

 [재원의 거친 숨소리]

 

 (재원)  도둑 잡아라, 도둑

 

 카메라 도둑

 

 제 카메라 도둑 있거든요

 

 이름은 윤선아

 

 [책상을 탁탁 치며]  이 나쁜 카메라 도둑을

 

 신고합니다

 

 (동식)  네, 네

 

 - (재원) 112, 경찰  - (동식) 네

 

 (동식)  이쪽으로 오세요, 이쪽으로

 

 이쪽, 오케이, 오케이  여기, 여기, 여기, 여기

 

 - (재원) 어디…  - (동식) 예, 여기, 여기 앉으세요

 

 (동식)  여기, 여기, 여기요, 예

 

 자, 아이고, 아이고  [재원의 한숨]

 

 (재원)  [동식의 손을 탁 잡으며]  선생님

 

 제가요

 

 카메라가 있었거든요

 

 그것도 세 개나

 

 치, 그 카메라들이  어떤 카메라들이냐면

 

 직장 들어가서 첫 월급 받고

 

 그거 뭐, 몇 푼 되지도 않는 거  한 푼, 두 푼 모아 가지고

 

 이야, 근데 이걸 훔쳐 갔어

 

 그거 갖고 간 여자 이름이 뭐냐면요

 

 (재원과 병준)  윤선아

 

 강건

 

 (재원)  그리고 그 여자를  어디서 처음 만났냐면요

 

 노래방

 

 - 양양 바닷가  - (재원) 양양 바닷가에서

 

 처음 만났어요

 

 [잔잔한 음악]

 

 (동식)  양양에서 서핑을 하다가  윤선아란 여자를 만났는데

 

 (재원)  네

 

 그 윤선아란 분이  박재원 씨의 카메라를 훔쳐 갔죠?

 

 훔쳐 갔어요

 

 카메라만 갖고 간 게 아니라

 

 [재원의 힘겨운 숨소리]

 

 내 마음도 가져…

 

 [재원이 흐느낀다]

 

 (재원)  내 마음도 가져갔어요  [동식의 한숨]

 

 꼭 받아 내야지, 팬티 받아 내

 

 (재원)  [흐느끼며]  내 마음…

 

 안 울어

 

 아니, 근데

 

 내 이름을 어떻게 알아요?

 

 [동식의 웃음]

 

 - 박재원 씨  - (재원) 네

 

 박재원 씨 건축 회사 다니죠?

 

 (재원)  그거 어떻게 알았어요?  [동식의 웃음]

 

 [재원의 놀란 숨소리]

 

 (동식)  여기요, 여기 쓰여 있어요, 네?

 

 - (재원) '박재원'  - (동식) 그리고

 

 - (재원) '만취 상태'  - (동식) 여기도 쓰여 있네요?

 

 (재원)  어, 이거

 

 '2월 7일'

 

 - (재원) '박재원'…  - (동식) 여기서

 

 박재원 씨 모르는 사람 아무도 없어요

 

 나를 다 알아요?

 

 (동식)  그 카메라 도둑 윤선아 씨도요

 

 - (재원) 나 알아요?  - (병준) 예, 그렇죠

 

 - (동식) 박재원 씨  - (재원) 네

 

 우리 파출소 단골손님이세요

 

 단골손님이에요?

 

 - 지난 1년 동안  - (재원) 네

 

 우리 파출소에 다섯 번이나 왔어요

 

 다섯 번?

 

 - 오늘이 여섯 번째예요  - (재원) 여섯 번?

 

 오, 여섯 번, 너무 많이 왔는데?

 

 (재원)  [놀라며]  나는 왜 기억이 하, 하나도 안 나냐

 

 (동식)  그렇지, 그게  [선영의 술 취한 신음]

 

 기억이, 그, 항상 오늘처럼  [재원이 중얼거린다]

 

 다섯 번을 내가 왜 왔지

 

 (동식)  이렇게 술에 쩔어서 왔으니까요!

 

 왜 소리 지르고 그러세요  [동식의 한숨]

 

 - (재원) 소리 지르지 마세요  - (동식) 여기 봐 봐요

 

 - (재원) '오동식'  - (동식) 네, 네, 자, 여기

 

 - (재원) 이름, '오동식'  - (동식) 여기 봐 봐요, 봐 봐

 

 - (동식) 자, '12월 15일'  - (재원) 네

 

 (동식)  여기, 이날 처음 왔고요  [재원이 중얼거린다]

 

 [동식이 종이를 사락사락 넘긴다]  (재원)  '술 만취 상태'

 

 (동식)  그렇죠, 그리고  [재원이 코를 훌쩍인다]

 

 [흥미로운 음악]

 

 - (동식) '2월 7일'  - (재원) '2월 7일'

 

 (동식)  [수첩을 사락 펼치며]  이거는 올해 건으로…

 

 '6월 14일', '8월 9일', '10월 27일'

 

 - 이거 근데 저 맞아요?  - (동식) 네

 

 - 진짜로?  - (동식) 그러니까

 

 - (동식) 제발 이제 오지 마세요  - (재원) 제발 좀 잡아 주세요, 그러면

 

 (동식)  다른 파출소 가서  찾아 달라고 하면 안 됩니까?

 

 (병준)  아니, 근데 왜 맨날  저희 지구대입니까, 박재원 씨?

 

 [재원의 한숨]  (경장)  우리가 뭐 잘못했어요?

 

 (동식)  사는 동네 근처에  그, 파출소가 없어요?

 

 (병준)  이름만 가지고는 사람 못 찾아요

 

 (경장)  다른 인적 사항 있어야 돼요  주민 등록 번호라든가, 집 주소라든가

 

 무조건 카메라 도둑이라고  말씀하시지 말고

 

 뭔가 다른 정보가…

 

 예뻤어요

 

 [웃음]

 

 (선영)  고마워요

 

 너무너무 예뻤어

 

 제가요, 아까

 

 성수동에서

 

 진짜 우연히 윤선아를 만났는데

 

 스타일도 바뀌고

 

 (재원)  더 예뻐졌어

 

 [선영의 웃음]

 

 너무 예뻐

 

 (선영)  근데 원래 예뻐

 

 원래 스타일도 죽이는데

 

 [선영의 웃음]

 

 (재원)  쟤가 얘예요? 아니죠?

 

 (동식)  예, 예, 아유…

 

 편히, 편히  이쪽으로 편하게 앉아 계세요

 

 [경준의 옅은 탄성]

 

 [칼을 달그락 놓는다]

 

 [옅은 탄성]

 

 [달그락거린다]

 

 (경준)  아이씨

 

 [린이의 옅은 신음]

 

 [린이의 힘주는 신음]

 

 (린이)  경준

 

 어, 일어났어?

 

 (린이)  응? 샐러드 하려고?  [경준이 칼을 탁 내려놓는다]

 

 (경준)  응, 내가 모처럼 너를 이렇게  위해 가지고 실력 발휘를…

 

 (린이)  은오네 가서 같이 안 먹어?

 

 우리 아침에 같이 빵 먹기로 했는데

 

 (경준)  아, 그래? 빵 먹고 싶어?

 

 오, 그러면 내가 제과점 가 가지고  빵을 사 갈게

 

 먼저 가 있어

 

 [린이가 경준의 엉덩이를 툭툭 친다]  [린이의 웃음]

 

 [경준이 달그락거린다]

 

 (린이)  너 이쪽 너무 말렸다

 

 (은오)  야, 어깨 좀 펴야 돼, 이렇게 펴  [건의 아파하는 신음]

 

 - (은오) 어, 그렇게  - (건) 아파, 여기가

 

 - (은오) 어휴  - (건) 너무 앉아 있어 가지고

 

 (운영자)

 

 (건)  유치원 동창이야

 

 어릴 때부터 쭉 이 동네에서 살았어

 

 난 이 동네를 떠난 적이 없어

 

 부모님 귀농하시고  다른 데로 이사 갈까 싶었는데

 

 안 가고 그냥 여길 얻었어

 

 (은오)  어릴 때부터 나고 자란  이 동네가 좋더라고

 

 내 집이자 사무실이야

 

 나는 바로 옆 골목, 원룸에 있어

 

 (은오)  한동네 사니까 좋긴 해, 자주 보고

 

 얘들 때문에 연애가 안 돼

 

 안 믿기겠지만 진짜야

 

 그럼 여자랑 2년 동안  못 자고 있는 것도 우리 탓인가 봐

 

 (건)  당연히 얘들 때문이지

 

 (은오)  아, 우리 핑계 대지 마

 

 내가 여자들한테 버림받는 이유는  딱 하나야

 

 (건)  여자들은 나한테 질문을 하고  나는 대답을 해

 

 그러면 끝

 

 [건이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문이 탁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건)  어, 왔어?

 

 내가 좋아, 이은오가 좋아?

 

 [건의 한숨]  (건)  너도 좋고 은오도 좋아

 

 (선영)  내가 좋아, 서린이가 좋아?

 

 (건)  그 질문의 요지는  사랑이냐, 우정이냐, 그거야?

 

 (선영)  아니, 난 남녀 간의 우정 안 믿어

 

 나야, 이은오야? 나야, 서린이야?

 

 (건)  너는 너대로 좋고  은오랑 서린이는 걔들대로…

 

 [선영의 한숨]

 

 [물건들이 와르르 쏟아진다]

 

 (선영)  이거 내가 사 준 거잖아

 

 네 잘난 여사친들한테 사 달라고 그래

 

 [문이 탁 열린다]

 

 [은오의 한숨]  [린이의 안타까운 신음]

 

 [문이 탁 닫힌다]  - (은오) 가자  - (린이) 응

 

 (은오)  [놀라며]  린아

 

 [흥미진진한 음악]

 

 [은오와 린이의 헛기침]

 

 (린이)  왔어

 

 (은오)  언니, 안녕하세요

 

 (린이)  [어색하게 웃으며]  언니

 

 [선영이 피식 웃는다]

 

 [선영이 입바람을 후 분다]

 

 같은 여자끼리 남자 새끼 때문에  싸우고 그러는 거 아니야

 

 (선영)  남친 줘

 

 [멀어지는 발걸음]

 

 멋있어

 

 간지다

 

 [린이와 은오의 감탄하는 숨소리]

 

 (린이)  절대 우리 때문에 헤어졌을 리가 없어

 

 (은오)  난 다른 이유가 있었다고 봐

 

 - (린이) 키스를 못했거나  - (은오) 키스보다 진한 걸 못했거나  [건이 픽 웃는다]

 

 (린이)  아니면 둘 다 못했거나

 

 (은오)  테크닉은 좋았는데 성의가 없었거나

 

 (린이)  성의는 좋았는데 횟수가 부족했거나

 

 [함께 웃는다]

 

 - (건) 끝났어?  - (린이) 어

 

 (건)  더 해 봐, 한번, 해, 더 할래?  [은오의 웃음]

 

 내가 전 여친한테  제일 이해가 안 가는 게 뭐냐면

 

 어떻게 이런…

 

 [웃으며]  와

 

 이런 애들을 내가  여자로 좋아한다고 오해를 해?

 

 나 얘네 진짜 여자로…

 

 우린 네가 남자로 보이는 줄?

 

 난 너 남자인 거  초등학교 들어가서 알았어

 

 얘 유치원 때  그, 누나 원피스 입고 오지 않았어?

 

 (건)  야, 야!

 

 반바지야

 

 맞아, 입고 왔어

 

 (린이)  너 입고 왔잖아

 

 그거 때문에 너희 엄마 미치려고 했어

 

 [은오의 웃음]  (경준)  얘들아, 나 왔어

 

 린이야, 빵 사 왔어  [린이가 호응한다]

 

 추운데 여기서 뭐 해, 들어가자

 

 - (린이) 크림빵 있나요?  - (경준) 모르겠어요, 한번 보세요

 

 - (경준) 나 화장실 갔다 올게요  - (은오) 만만둥아

 

 (은오)  노래 좀 틀어 보거라

 

 [건이 중얼거린다]  (린이)  아, 은오, 내가 우유 챙길게

 

 (은오)  어, 그러면 접시랑 컵 내가 챙길게  [은오가 달그락거린다]

 

 - (은오) 이거면 되지?  - (린이) 어, 좋아, 좋아

 

 - (린이) 어, 배고파  - (은오) 어, 진짜 배고파

 

 [리드미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린이)  어? 나 이 노래 요즘 너무 좋아

 

 어, 나도

 

 [건의 한숨]

 

 (건)  내가 저래서  쟤네를 여자로 볼 수가 없어

 

 난 섹시한 여자가 좋아

 

 어

 

 오지 마, 물러서

 

 섹시함이라고는 실종됐네

 

 (경준)  왜 그래, 우리 린이 얼마나 섹시한데

 

 [린이의 웃음]

 

 (건)  너 괜찮아?

 

 (경준)  예스, 오케이

 

 (건)  하지 마, 멈춰

 

 멈추라 했다, 안 멈추면 나도 한다

 

 (은오)  그게 뭐야?

 

 (경준)  아, 그거네, 그거  파리 춤이잖아, 저거

 

 [휴대전화 진동음]  [린이의 웃음]

 

 네, 여보세요

 

 어디시라고요?

 

 파출소요?

 

 야, 노래 꺼 봐

 

 [버튼 조작음]  박재원이 파출소에 있다고요?

 

 [새가 지저귄다]

 

 [음료수병이 달그락거린다]

 

 (경준)  안녕하십니까

 

 수고가 많으십니다, 수고 많으십니다

 

 수고 많으십니다

 

 (병준)  우리 이런 거 받으면 큰일 나요

 

 (경준)  아유, 별거 아닙니다

 

 아침부터 다들 나와서 고생하시는데

 

 여기 계신 분들  모두 이거 먹고 힘내 가지고

 

 오늘 하루도 파이팅 하자는  의미 정도로만 생각해 주십시오

 

 파이팅!  [동식이 피식 웃는다]

 

 근데 전화 주신 오동식 순경님이…

 

 - 접니다  - (경준) 아…

 

 (동식)  박재원 씨 사촌 동생분  최경준 씨 맞으시죠?

 

 예, 저 맞습니다

 

 근데 형은 어디…

 

 (동식)  자꾸 습관적으로 이러시면  경범죄 처벌법에 따라

 

 [열쇠를 달그락거리며]  관공서 주취 소란으로  입건해야 될 수도 있어요

 

 큰 소란 일으킨 건 아니지만  한두 번도 아니고

 

 (경준)  한두 번이 아니라고요?

 

 뭐 때문에요?

 

 [힘겨운 신음]

 

 (재원)  일찍 왔네?

 

 여기 좀 춥다, 그렇죠? 여기 온돌이…

 

 [재원의 헛기침]  (경준)  왜 왔어, 여기 왜 왔어?

 

 - (경준) 뭐 때문에 여기 왔어?  - (재원) 아, 여기…

 

 (경준)  그 여자가 카메라 훔쳐 간 거  사실이야?

 

 (재원)  야, 경준아, 너 이거 선지 먹어, 선지

 

 두 개 먹어

 

 (경준)  선지 못 먹냐?

 

 좋아해, 근데

 

 너 다 먹어  [경준의 한숨]

 

 (경준)  파출소에서 추태나 부리고

 

 뭐냐, 이게, 동네 창피하게

 

 [입소리를 쩝 낸다]

 

 우리 동네 아니잖아

 

 (경준)  그래, 멋있다

 

 남의 동네 창피해서 다행이다, 그래

 

 야, 내가 한 달 동안  의뢰인 미팅 다 할게  [경준의 한숨]

 

 시공사 미팅도 해, 그럼

 

 (재원)  응

 

 밥도 다 먹어  [휴대전화 진동음]

 

 야, 린이면 카메라 얘기는 하지 마라

 

 어, 린이야

 

 대박이다, 들어 봐 봐

 

 - 야, 하지 마, 하지…  - (경준) 윤선아라는 여자 있잖아

 

 (경준)  그 카메라 형이 준 거 아니래  훔쳐 간 거래

 

 그러니까, 그게 한 3천만 원

 

 2천만 원 뭐, 이렇게 될걸?

 

 - 하지 마  - (경준) 어, 나중에 알려 줄게

 

 응, 이따 통화해

 

 [휴대전화 조작음]

 

 이모, 소주 하나만 주세요

 

 이모, 소주 하나 빼 주세요

 

 (경준)  아니다, 이모, 소주 다섯 병 주세요

 

 먹고 뒈져라, 그냥

 

 [경준의 한숨]

 

 [차분한 음악]

 

 (재원)  우리 언제 어디서 만나기로 했지?

 

 (은오)  청계천 세 번째 징검다리  이번 달 마지막 주 토요일 10시

 

 (경준)  훠이

 

 저기 뭐 있어? 빨리 가

 

 [재원이 혀를 쯧 찬다]

 

 "팀장"

 

 (경준)  아휴

 

 (재원)  왜, 왜  [재원이 스위치를 탁 켠다]

 

 - (재원) 아, 뭐 찾아?  - (경준) 아니야, 아니야

 

 (재원)  [한숨 쉬며]  야, 아…

 

 (경준)  아이고, 여기 있구나

 

 [짜증 섞인 신음]  [경준이 달그락거린다]

 

 [서랍을 탁 닫는다]

 

 (경준)  압수야, 압수

 

 뭐, 여기 숨겨 놓으면  내가 모를 줄 알았나?

 

 한 번만 더 먹었단 봐라

 

 [재원의 한숨]  그땐 술 혈관에 다 꽂아 버린다

 

 - 야…  - (경준) 잘 먹을게  [멀어지는 발걸음]

 

 [한숨]

 

 [재원의 한숨]

 

 [한숨]  [잔잔한 음악]

 

 [새가 지저귄다]

 

 [도어 록 작동음]

 

 [힘주는 신음]

 

 (경준)  뭐야

 

 그거 버리게?

 

 [경준의 한숨]

 

 그래, 잘 버리고 와

 

 박재원, 파이팅!

 

 [감성적인 음악]

 

 [은오의 힘주는 신음]

 

 - (재원) 다 됐어?  - (은오) 어

 

 (재원)  볼까?

 

 하, 씨, 다 그렸다

 

 (은오)  다 그렸다

 

 [재원이 칭얼거린다]  [은오의 웃음]

 

 [은오의 웃음]

 

 - (재원) 오늘 파도 어때?  - (은오) 좋대, 무지무지, 무지

 

 - (재원) 진짜?  - (은오) 어

 

 (재원)  보자  [은오의 힘주는 신음]

 

 (재원)  아이씨, 뭐야, 파도 하나도 안 좋잖아

 

 (은오)  그러게, 뭐, 맞는 날이 없냐  [재원의 아쉬워하는 한숨]

 

 [감성적인 음악]  (재원)  그럼 우리 딴거 하자

 

 [은오가 피식 웃는다]  응? 딴거 하자

 

 [은오의 웃음]  [재원의 장난스러운 신음]

 

 [은오의 웃음]  (재원)  일로 와, 일로 와!

 

 [잔잔한 음악]

 

 "영업 종료"

 

 - 아, 빨리 줘  - (재원) 여기 있다

 

 (은오)  줘

 

 - 빨리 달라니까  - (재원) 여기 있지

 

 - (은오) 빨리 줘  - (재원) 여기 있지

 

 - 씨…  - (재원) 여기 있지, 여기

 

 - (은오) 됐어  - (재원) 여기…

 

 (재원)  아, 알았어, 알았어, 알았어  안 할게, 안 할게

 

 내가 해 주려고

 

 응? 내가 이렇게, 응?

 

 [은오의 웃음]  이야!

 

 잠깐만

 

 아, 이쁘다, 윤선아 예쁘다, 예쁘다

 

 [은오의 옅은 웃음]

 

 - (은오) 숙여 봐, 응  - (재원) 숙여?

 

 (재원)  자

 

 (은오)  자

 

 이야!

 

 (재원)  [웃으며]  야, 하지 마

 

 [은오의 웃음]

 

 하지 마

 

 안녕하세요

 

 이거 서핑 보드 판 버리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돼요?

 

 스티커 붙여야 되죠?

 

 (직원1)  어, 일단 번호표부터 먼저 뽑아 오세요

 

 버, 번호…

 

 아, 예, 죄송합니다

 

 (은오)  저, 이것 좀 버리려고요

 

 아, 대형 폐기물 스티커 때문에  오셨구나

 

 (직원2)  잠시만요

 

 (은오)  버릴 거야

 

 [번호표 기기 작동음]

 

 (재원)  잊을 거야

 

 (직원1)  아…

 

 대형 폐기물 스티커를  붙여야 되긴 하는데  [재원이 대답한다]

 

 이제 동사무소에서 판매를 안 하거든요  판매처가 따로 생겨서

 

 (재원)  아…

 

 판매처 리스트 드릴까요?

 

 예, 주세요

 

 - (직원2) 여기요  - (은오) 감사합니다

 

 (직원2)  이거 서핑 보드죠?

 

 이거 아직 멀쩡한데 버리시려고요?

 

 네

 

 - 정말요?  - (은오) 네

 

 (직원2)  정말 버리실 거면 여기 두세요

 

 저한테 주세요

 

 (은오)  어…

 

 [은오의 한숨]

 

 안 돼요

 

 (직원2)  아, 왜요? 버리실 거라면서요?

 

 여기 두시면 스티커도 필요 없는데

 

 [서핑 보드를 쓱 밀며]  네, 가지세요

 

 [직원2의 옅은 웃음]

 

 아, 후련하다

 

 [비가 투둑투둑 내린다]

 

 [비가 쏴 내린다]

 

 [아련한 음악]

 

 [은오의 기분 좋은 탄성]  [재원의 웃음]

 

 - (재원) 아, 시원해!  - (은오) 좋지?

 

 (은오)  [웃으며]  야

 

 [은오의 웃음]

 

 (은오)  그날처럼 비가 오네

 

 (재원)  아

 

 오늘은 못 버리겠다

 

 (은오)  이 비는 지나갈 거야

 

 그래, 뭐, 오늘 할 일을  굳이 오늘 하지 않아도

 

 하늘은 무너지지 않는다

 

 [한숨]

 

 이게 내 인생철학이니까

 

 (은오)  지나갈 거야

 

 (경준)  이 부분은  의뢰인한테 상의를 한 다음에

 

 결정을 하는 게 나을 거 같아요

 

 (직원3)  네  [쿵 소리가 들린다]

 

 (경준)  깜짝이야

 

 (직원3)  박 팀장님 대체  뭘 들고 다니시는 거예요?

 

 [경준이 입소리를 쩝 낸다]

 

 (경준)  하, 신경 끕시다  [문이 달칵 열린다]

 

 그냥 여자한테 버림받고

 

 미쳐 버린 저기 술주정뱅이가

 

 우리 회사에 한 명 있다고  그렇게 생각하는 게 나을 거 같아요

 

 [문이 탁 닫힌다]

 

 [경준의 한숨]

 

 [의미심장한 음악]

 

 [은오가 차에 탁 부딪는다]  [타이어 마찰음]

 

 - (경준) 형, 봉천동 건물…  - (재원) 야, 야, 야, 경준아

 

 야, 블랙박스, 야, 내 차의 블랙박스

 

 뭔 소리야, 갑자기

 

 아니, 그, 그러니까  내가 어제 파출소에 왜 갔냐면

 

 그러니까 거기서

 

 그, 그, 그 동네에서  내가 윤선아를 만났거든?

 

 린이네 동네에서?  [재원이 손뼉을 탁 친다]

 

 (재원)  아, 야,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했을까

 

 야, 내 차에 있어  내 차 블랙박스에 있어, 야, 빨리…

 

 빨리 와, 빨리

 

 (경준)  차 지금 어디 가 있는데?

 

 (재원)  어어, 잠깐, 야, 야, 야  야, 야, 내 차, 내, 야!

 

 아이씨! 야, 이, 야…

 

 아! 아, 견인, 아…

 

 아, 야, 경준아

 

 아, 야, 견인됐어, 야, 왜…

 

 야, 얘네들은 왜 이렇게 부지런하냐  내 차, 아…  [휴대전화 진동음]

 

 아, 야, 나 위로 좀 해 줘라

 

 아, 나 진짜 정말, 하, 미칠 거 같아

 

 (경준)  어, 린이야  [재원의 한숨]

 

 형이 진짜로 이제 미친 거 같아

 

 야, 차 얘기는 하지 마라

 

 (경준)  너희 동네에서  윤선아를 봤대, 윤선아를

 

 그래서 차를 여기다 대 놓고  그대로 술 마시러 나갔는데

 

 - 하지 마  - (경준) 차가 견인이 되고 없네?

 

 "택시"

 

 (경준)  아무래도 형이 알코올 중독으로  환영을 보는 것 같거든?

 

 하, 사태가 심각해

 

 그렇지? 너무 안됐지? 진짜

 

 지금?  어, 지금 견인차 보관소 가는 중인데

 

 아침부터 이게 무슨 일이냐  [재원의 한숨]

 

 나 박재원한테 하루 종일 끌려다닌다?

 

 아니야, 아니야, 안 끊어도 돼

 

 우리 아기, 점심 먹었어?

 

 뭐 먹었어용?

 

 샐러드 먹었어요?

 

 아이, 쌀을 먹으라니까

 

 (재원)  뭐, 내가 알코올 중독?  뭐, 불쌍하고 안됐어?

 

 너 딱 기다려, 내가, 어?  걔 얼굴 보여 줄 테니까

 

 (경준)  뭐, 어떻게?

 

 블랙박스

 

 아, 진짜, 내가 왜 이 생각을 못 했지?

 

 죽었어, 이씨

 

 (은오)  네, 여기 성수동 310-23번지인데요

 

 불법 주차 신고 좀 하려고요

 

 네, 견인해 주세요

 

 네

 

 아, 근데 혹시

 

 그, 벌금을 제가 좀 낼 수 있을까요?

 

 아, 어려울까요?

 

 네

 

 그러면 차 안 상하게  잘 좀 부탁드립니다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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