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남녀의 사랑법 7
(선영) [술 취한 말투로] 집에 가자, 벗어라, 빨리, 아, 진짜
(남자) 야, 네가 그게 할 말이냐, 진짜, 어?
[동식의 말리는 신음] 아, 왜, 왜, 왜, 왜
- (선영) 사람 치겠다 - (남자) 야
야, 됐고, 야, 치사하니까 이거, 어?
(남자) 다 갖고 가, 어?
됐냐?
[남자가 구시렁거린다] [동식의 한숨]
- (동식) 아휴, 아이고 - (남자) 여기 슬리퍼 없어요?
(동식) 이제 다 돌려준 것 같으니까 [선영의 술 취한 신음]
이제 그만 진정하시고
[선영의 옅은 웃음] [동식의 어색한 웃음]
[선영의 한숨]
(남자) 뭐?
(선영) 팬티 벗어
[흥미진진한 음악] (남자) 뭐? 미쳤나, 진짜
- (선영) 팬티 벗으라고! - (남자) 아, 왜 이러는 거야, 진짜
- (동식) 오, 잠깐, 잠깐, 잠깐 - (선영) 내가 사 준 거잖아! [남자의 아파하는 신음]
(선영) 팬티 벗으라고!
(동식) 그만하세요!
(남자와 동식) - 미쳤나, 진짜, 저게! - 사람을 홀딱 벗겨서 어쩌시려고
(남자) 아, 잠깐, 잠깐, 야, 야 너 그거 가방 내놔
그 가방 내가 사 준 거잖아, 내놔!
아, 이거?
(선영) 오케이, 오케이
드려야죠, 맞죠, 맞죠 [남자와 병준의 한숨]
- (남자) 괜찮습니다, 줘 - (선영) 가져가세요
(선영) 가져가, 가져가! [남자의 아파하는 신음]
- (선영) 가져가, 가져가! - (동식) 잠깐만요, 잠깐만…
[소란스럽다] - (남자) 야, 너 미쳤냐, 야! - (선영) 야
- (선영) 야, 가져가라고 - (남자) 너 미쳤냐, 진짜?
[사람들의 놀라는 신음] (선영) 줘도 못 갖냐, 어?
[병준이 말한다] 잠깐만요, 잠깐만요 저 이거만 주고 갈게요
야, 가져가! [사람들의 놀란 신음]
저 여자를 전에도 내가 본 거 같아
몇 년 전에 고시원 나오는 날
그때도 남자를 그렇게 때리고 있더라고
(병준) 이름은 오선영
난 다른 파출소에 있을 때 봤어
상습범이야, 저 여자
근데 어떻게 계속 연애를 하는구나?
예, 뭐, 지치지도 않고
[동식의 한숨] (병준) 부럽지 말입니다
하지만 선물은 증여에 속해
(동식) 법적으로 돌려받을 수 없어
제발 싸우고 파출소 좀 오지 마 너무 힘들어, 우리도
(동식) 술 취해서 오는 것보단 나아
[흥미로운 음악] (선영) 야
팬티 벗고 가라
[재원의 술 취한 신음]
[재원의 거친 숨소리]
(재원) 도둑 잡아라, 도둑
카메라 도둑
제 카메라 도둑 있거든요
이름은 윤선아
[책상을 탁탁 치며] 이 나쁜 카메라 도둑을
신고합니다
(동식) 네, 네
- (재원) 112, 경찰 - (동식) 네
(동식) 이쪽으로 오세요, 이쪽으로
이쪽, 오케이, 오케이 여기, 여기, 여기, 여기
- (재원) 어디… - (동식) 예, 여기, 여기 앉으세요
(동식) 여기, 여기, 여기요, 예
자, 아이고, 아이고 [재원의 한숨]
(재원) [동식의 손을 탁 잡으며] 선생님
제가요
카메라가 있었거든요
그것도 세 개나
치, 그 카메라들이 어떤 카메라들이냐면
직장 들어가서 첫 월급 받고
그거 뭐, 몇 푼 되지도 않는 거 한 푼, 두 푼 모아 가지고
이야, 근데 이걸 훔쳐 갔어
그거 갖고 간 여자 이름이 뭐냐면요
(재원과 병준) 윤선아
강건
(재원) 그리고 그 여자를 어디서 처음 만났냐면요
노래방
- 양양 바닷가 - (재원) 양양 바닷가에서
처음 만났어요
[잔잔한 음악]
(동식) 양양에서 서핑을 하다가 윤선아란 여자를 만났는데
(재원) 네
그 윤선아란 분이 박재원 씨의 카메라를 훔쳐 갔죠?
훔쳐 갔어요
카메라만 갖고 간 게 아니라
[재원의 힘겨운 숨소리]
내 마음도 가져…
[재원이 흐느낀다]
(재원) 내 마음도 가져갔어요 [동식의 한숨]
꼭 받아 내야지, 팬티 받아 내
(재원) [흐느끼며] 내 마음…
안 울어
아니, 근데
내 이름을 어떻게 알아요?
[동식의 웃음]
- 박재원 씨 - (재원) 네
박재원 씨 건축 회사 다니죠?
(재원) 그거 어떻게 알았어요? [동식의 웃음]
[재원의 놀란 숨소리]
(동식) 여기요, 여기 쓰여 있어요, 네?
- (재원) '박재원' - (동식) 그리고
- (재원) '만취 상태' - (동식) 여기도 쓰여 있네요?
(재원) 어, 이거
'2월 7일'
- (재원) '박재원'… - (동식) 여기서
박재원 씨 모르는 사람 아무도 없어요
나를 다 알아요?
(동식) 그 카메라 도둑 윤선아 씨도요
- (재원) 나 알아요? - (병준) 예, 그렇죠
- (동식) 박재원 씨 - (재원) 네
우리 파출소 단골손님이세요
단골손님이에요?
- 지난 1년 동안 - (재원) 네
우리 파출소에 다섯 번이나 왔어요
다섯 번?
- 오늘이 여섯 번째예요 - (재원) 여섯 번?
오, 여섯 번, 너무 많이 왔는데?
(재원) [놀라며] 나는 왜 기억이 하, 하나도 안 나냐
(동식) 그렇지, 그게 [선영의 술 취한 신음]
기억이, 그, 항상 오늘처럼 [재원이 중얼거린다]
다섯 번을 내가 왜 왔지
(동식) 이렇게 술에 쩔어서 왔으니까요!
왜 소리 지르고 그러세요 [동식의 한숨]
- (재원) 소리 지르지 마세요 - (동식) 여기 봐 봐요
- (재원) '오동식' - (동식) 네, 네, 자, 여기
- (재원) 이름, '오동식' - (동식) 여기 봐 봐요, 봐 봐
- (동식) 자, '12월 15일' - (재원) 네
(동식) 여기, 이날 처음 왔고요 [재원이 중얼거린다]
[동식이 종이를 사락사락 넘긴다] (재원) '술 만취 상태'
(동식) 그렇죠, 그리고 [재원이 코를 훌쩍인다]
[흥미로운 음악]
- (동식) '2월 7일' - (재원) '2월 7일'
(동식) [수첩을 사락 펼치며] 이거는 올해 건으로…
'6월 14일', '8월 9일', '10월 27일'
- 이거 근데 저 맞아요? - (동식) 네
- 진짜로? - (동식) 그러니까
- (동식) 제발 이제 오지 마세요 - (재원) 제발 좀 잡아 주세요, 그러면
(동식) 다른 파출소 가서 찾아 달라고 하면 안 됩니까?
(병준) 아니, 근데 왜 맨날 저희 지구대입니까, 박재원 씨?
[재원의 한숨] (경장) 우리가 뭐 잘못했어요?
(동식) 사는 동네 근처에 그, 파출소가 없어요?
(병준) 이름만 가지고는 사람 못 찾아요
(경장) 다른 인적 사항 있어야 돼요 주민 등록 번호라든가, 집 주소라든가
무조건 카메라 도둑이라고 말씀하시지 말고
뭔가 다른 정보가…
예뻤어요
[웃음]
(선영) 고마워요
너무너무 예뻤어
제가요, 아까
성수동에서
진짜 우연히 윤선아를 만났는데
스타일도 바뀌고
(재원) 더 예뻐졌어
[선영의 웃음]
너무 예뻐
(선영) 근데 원래 예뻐
원래 스타일도 죽이는데
[선영의 웃음]
(재원) 쟤가 얘예요? 아니죠?
(동식) 예, 예, 아유…
편히, 편히 이쪽으로 편하게 앉아 계세요
[경준의 옅은 탄성]
[칼을 달그락 놓는다]
[옅은 탄성]
[달그락거린다]
(경준) 아이씨
[린이의 옅은 신음]
[린이의 힘주는 신음]
(린이) 경준
어, 일어났어?
(린이) 응? 샐러드 하려고? [경준이 칼을 탁 내려놓는다]
(경준) 응, 내가 모처럼 너를 이렇게 위해 가지고 실력 발휘를…
(린이) 은오네 가서 같이 안 먹어?
우리 아침에 같이 빵 먹기로 했는데
(경준) 아, 그래? 빵 먹고 싶어?
오, 그러면 내가 제과점 가 가지고 빵을 사 갈게
먼저 가 있어
[린이가 경준의 엉덩이를 툭툭 친다] [린이의 웃음]
[경준이 달그락거린다]
(린이) 너 이쪽 너무 말렸다
(은오) 야, 어깨 좀 펴야 돼, 이렇게 펴 [건의 아파하는 신음]
- (은오) 어, 그렇게 - (건) 아파, 여기가
- (은오) 어휴 - (건) 너무 앉아 있어 가지고
(운영자)
(건) 유치원 동창이야
어릴 때부터 쭉 이 동네에서 살았어
난 이 동네를 떠난 적이 없어
부모님 귀농하시고 다른 데로 이사 갈까 싶었는데
안 가고 그냥 여길 얻었어
(은오) 어릴 때부터 나고 자란 이 동네가 좋더라고
내 집이자 사무실이야
나는 바로 옆 골목, 원룸에 있어
(은오) 한동네 사니까 좋긴 해, 자주 보고
얘들 때문에 연애가 안 돼
안 믿기겠지만 진짜야
그럼 여자랑 2년 동안 못 자고 있는 것도 우리 탓인가 봐
(건) 당연히 얘들 때문이지
(은오) 아, 우리 핑계 대지 마
내가 여자들한테 버림받는 이유는 딱 하나야
(건) 여자들은 나한테 질문을 하고 나는 대답을 해
그러면 끝
[건이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문이 탁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건) 어, 왔어?
내가 좋아, 이은오가 좋아?
[건의 한숨] (건) 너도 좋고 은오도 좋아
(선영) 내가 좋아, 서린이가 좋아?
(건) 그 질문의 요지는 사랑이냐, 우정이냐, 그거야?
(선영) 아니, 난 남녀 간의 우정 안 믿어
나야, 이은오야? 나야, 서린이야?
(건) 너는 너대로 좋고 은오랑 서린이는 걔들대로…
[선영의 한숨]
[물건들이 와르르 쏟아진다]
(선영) 이거 내가 사 준 거잖아
네 잘난 여사친들한테 사 달라고 그래
[문이 탁 열린다]
[은오의 한숨] [린이의 안타까운 신음]
[문이 탁 닫힌다] - (은오) 가자 - (린이) 응
(은오) [놀라며] 린아
[흥미진진한 음악]
[은오와 린이의 헛기침]
(린이) 왔어
(은오) 언니, 안녕하세요
(린이) [어색하게 웃으며] 언니
[선영이 피식 웃는다]
[선영이 입바람을 후 분다]
같은 여자끼리 남자 새끼 때문에 싸우고 그러는 거 아니야
(선영) 남친 줘
[멀어지는 발걸음]
멋있어
간지다
[린이와 은오의 감탄하는 숨소리]
(린이) 절대 우리 때문에 헤어졌을 리가 없어
(은오) 난 다른 이유가 있었다고 봐
- (린이) 키스를 못했거나 - (은오) 키스보다 진한 걸 못했거나 [건이 픽 웃는다]
(린이) 아니면 둘 다 못했거나
(은오) 테크닉은 좋았는데 성의가 없었거나
(린이) 성의는 좋았는데 횟수가 부족했거나
[함께 웃는다]
- (건) 끝났어? - (린이) 어
(건) 더 해 봐, 한번, 해, 더 할래? [은오의 웃음]
내가 전 여친한테 제일 이해가 안 가는 게 뭐냐면
어떻게 이런…
[웃으며] 와
이런 애들을 내가 여자로 좋아한다고 오해를 해?
나 얘네 진짜 여자로…
우린 네가 남자로 보이는 줄?
난 너 남자인 거 초등학교 들어가서 알았어
얘 유치원 때 그, 누나 원피스 입고 오지 않았어?
(건) 야, 야!
반바지야
맞아, 입고 왔어
(린이) 너 입고 왔잖아
그거 때문에 너희 엄마 미치려고 했어
[은오의 웃음] (경준) 얘들아, 나 왔어
린이야, 빵 사 왔어 [린이가 호응한다]
추운데 여기서 뭐 해, 들어가자
- (린이) 크림빵 있나요? - (경준) 모르겠어요, 한번 보세요
- (경준) 나 화장실 갔다 올게요 - (은오) 만만둥아
(은오) 노래 좀 틀어 보거라
[건이 중얼거린다] (린이) 아, 은오, 내가 우유 챙길게
(은오) 어, 그러면 접시랑 컵 내가 챙길게 [은오가 달그락거린다]
- (은오) 이거면 되지? - (린이) 어, 좋아, 좋아
- (린이) 어, 배고파 - (은오) 어, 진짜 배고파
[리드미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린이) 어? 나 이 노래 요즘 너무 좋아
어, 나도
[건의 한숨]
(건) 내가 저래서 쟤네를 여자로 볼 수가 없어
난 섹시한 여자가 좋아
어
오지 마, 물러서
섹시함이라고는 실종됐네
(경준) 왜 그래, 우리 린이 얼마나 섹시한데
[린이의 웃음]
(건) 너 괜찮아?
(경준) 예스, 오케이
(건) 하지 마, 멈춰
멈추라 했다, 안 멈추면 나도 한다
(은오) 그게 뭐야?
(경준) 아, 그거네, 그거 파리 춤이잖아, 저거
[휴대전화 진동음] [린이의 웃음]
네, 여보세요
어디시라고요?
파출소요?
야, 노래 꺼 봐
[버튼 조작음] 박재원이 파출소에 있다고요?
[새가 지저귄다]
[음료수병이 달그락거린다]
(경준) 안녕하십니까
수고가 많으십니다, 수고 많으십니다
수고 많으십니다
(병준) 우리 이런 거 받으면 큰일 나요
(경준) 아유, 별거 아닙니다
아침부터 다들 나와서 고생하시는데
여기 계신 분들 모두 이거 먹고 힘내 가지고
오늘 하루도 파이팅 하자는 의미 정도로만 생각해 주십시오
파이팅! [동식이 피식 웃는다]
근데 전화 주신 오동식 순경님이…
- 접니다 - (경준) 아…
(동식) 박재원 씨 사촌 동생분 최경준 씨 맞으시죠?
예, 저 맞습니다
근데 형은 어디…
(동식) 자꾸 습관적으로 이러시면 경범죄 처벌법에 따라
[열쇠를 달그락거리며] 관공서 주취 소란으로 입건해야 될 수도 있어요
큰 소란 일으킨 건 아니지만 한두 번도 아니고
(경준) 한두 번이 아니라고요?
뭐 때문에요?
[힘겨운 신음]
(재원) 일찍 왔네?
여기 좀 춥다, 그렇죠? 여기 온돌이…
[재원의 헛기침] (경준) 왜 왔어, 여기 왜 왔어?
- (경준) 뭐 때문에 여기 왔어? - (재원) 아, 여기…
(경준) 그 여자가 카메라 훔쳐 간 거 사실이야?
(재원) 야, 경준아, 너 이거 선지 먹어, 선지
두 개 먹어
(경준) 선지 못 먹냐?
좋아해, 근데
너 다 먹어 [경준의 한숨]
(경준) 파출소에서 추태나 부리고
뭐냐, 이게, 동네 창피하게
[입소리를 쩝 낸다]
우리 동네 아니잖아
(경준) 그래, 멋있다
남의 동네 창피해서 다행이다, 그래
야, 내가 한 달 동안 의뢰인 미팅 다 할게 [경준의 한숨]
시공사 미팅도 해, 그럼
(재원) 응
밥도 다 먹어 [휴대전화 진동음]
야, 린이면 카메라 얘기는 하지 마라
어, 린이야
대박이다, 들어 봐 봐
- 야, 하지 마, 하지… - (경준) 윤선아라는 여자 있잖아
(경준) 그 카메라 형이 준 거 아니래 훔쳐 간 거래
그러니까, 그게 한 3천만 원
2천만 원 뭐, 이렇게 될걸?
- 하지 마 - (경준) 어, 나중에 알려 줄게
응, 이따 통화해
[휴대전화 조작음]
이모, 소주 하나만 주세요
이모, 소주 하나 빼 주세요
(경준) 아니다, 이모, 소주 다섯 병 주세요
먹고 뒈져라, 그냥
[경준의 한숨]
[차분한 음악]
(재원) 우리 언제 어디서 만나기로 했지?
(은오) 청계천 세 번째 징검다리 이번 달 마지막 주 토요일 10시
(경준) 훠이
저기 뭐 있어? 빨리 가
[재원이 혀를 쯧 찬다]
"팀장"
(경준) 아휴
(재원) 왜, 왜 [재원이 스위치를 탁 켠다]
- (재원) 아, 뭐 찾아? - (경준) 아니야, 아니야
(재원) [한숨 쉬며] 야, 아…
(경준) 아이고, 여기 있구나
[짜증 섞인 신음] [경준이 달그락거린다]
[서랍을 탁 닫는다]
(경준) 압수야, 압수
뭐, 여기 숨겨 놓으면 내가 모를 줄 알았나?
한 번만 더 먹었단 봐라
[재원의 한숨] 그땐 술 혈관에 다 꽂아 버린다
- 야… - (경준) 잘 먹을게 [멀어지는 발걸음]
[한숨]
[재원의 한숨]
[한숨] [잔잔한 음악]
[새가 지저귄다]
[도어 록 작동음]
[힘주는 신음]
(경준) 뭐야
그거 버리게?
[경준의 한숨]
그래, 잘 버리고 와
박재원, 파이팅!
[감성적인 음악]
[은오의 힘주는 신음]
- (재원) 다 됐어? - (은오) 어
(재원) 볼까?
하, 씨, 다 그렸다
(은오) 다 그렸다
[재원이 칭얼거린다] [은오의 웃음]
[은오의 웃음]
- (재원) 오늘 파도 어때? - (은오) 좋대, 무지무지, 무지
- (재원) 진짜? - (은오) 어
(재원) 보자 [은오의 힘주는 신음]
(재원) 아이씨, 뭐야, 파도 하나도 안 좋잖아
(은오) 그러게, 뭐, 맞는 날이 없냐 [재원의 아쉬워하는 한숨]
[감성적인 음악] (재원) 그럼 우리 딴거 하자
[은오가 피식 웃는다] 응? 딴거 하자
[은오의 웃음] [재원의 장난스러운 신음]
[은오의 웃음] (재원) 일로 와, 일로 와!
[잔잔한 음악]
"영업 종료"
- 아, 빨리 줘 - (재원) 여기 있다
(은오) 줘
- 빨리 달라니까 - (재원) 여기 있지
- (은오) 빨리 줘 - (재원) 여기 있지
- 씨… - (재원) 여기 있지, 여기
- (은오) 됐어 - (재원) 여기…
(재원) 아, 알았어, 알았어, 알았어 안 할게, 안 할게
내가 해 주려고
응? 내가 이렇게, 응?
[은오의 웃음] 이야!
잠깐만
아, 이쁘다, 윤선아 예쁘다, 예쁘다
[은오의 옅은 웃음]
- (은오) 숙여 봐, 응 - (재원) 숙여?
(재원) 자
(은오) 자
이야!
(재원) [웃으며] 야, 하지 마
[은오의 웃음]
하지 마
안녕하세요
이거 서핑 보드 판 버리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돼요?
스티커 붙여야 되죠?
(직원1) 어, 일단 번호표부터 먼저 뽑아 오세요
버, 번호…
아, 예, 죄송합니다
(은오) 저, 이것 좀 버리려고요
아, 대형 폐기물 스티커 때문에 오셨구나
(직원2) 잠시만요
(은오) 버릴 거야
[번호표 기기 작동음]
(재원) 잊을 거야
(직원1) 아…
대형 폐기물 스티커를 붙여야 되긴 하는데 [재원이 대답한다]
이제 동사무소에서 판매를 안 하거든요 판매처가 따로 생겨서
(재원) 아…
판매처 리스트 드릴까요?
예, 주세요
- (직원2) 여기요 - (은오) 감사합니다
(직원2) 이거 서핑 보드죠?
이거 아직 멀쩡한데 버리시려고요?
네
- 정말요? - (은오) 네
(직원2) 정말 버리실 거면 여기 두세요
저한테 주세요
(은오) 어…
[은오의 한숨]
안 돼요
(직원2) 아, 왜요? 버리실 거라면서요?
여기 두시면 스티커도 필요 없는데
[서핑 보드를 쓱 밀며] 네, 가지세요
[직원2의 옅은 웃음]
아, 후련하다
[비가 투둑투둑 내린다]
[비가 쏴 내린다]
[아련한 음악]
[은오의 기분 좋은 탄성] [재원의 웃음]
- (재원) 아, 시원해! - (은오) 좋지?
(은오) [웃으며] 야
[은오의 웃음]
(은오) 그날처럼 비가 오네
(재원) 아
오늘은 못 버리겠다
(은오) 이 비는 지나갈 거야
그래, 뭐, 오늘 할 일을 굳이 오늘 하지 않아도
하늘은 무너지지 않는다
[한숨]
이게 내 인생철학이니까
(은오) 지나갈 거야
(경준) 이 부분은 의뢰인한테 상의를 한 다음에
결정을 하는 게 나을 거 같아요
(직원3) 네 [쿵 소리가 들린다]
(경준) 깜짝이야
(직원3) 박 팀장님 대체 뭘 들고 다니시는 거예요?
[경준이 입소리를 쩝 낸다]
(경준) 하, 신경 끕시다 [문이 달칵 열린다]
그냥 여자한테 버림받고
미쳐 버린 저기 술주정뱅이가
우리 회사에 한 명 있다고 그렇게 생각하는 게 나을 거 같아요
[문이 탁 닫힌다]
[경준의 한숨]
[의미심장한 음악]
[은오가 차에 탁 부딪는다] [타이어 마찰음]
- (경준) 형, 봉천동 건물… - (재원) 야, 야, 야, 경준아
야, 블랙박스, 야, 내 차의 블랙박스
뭔 소리야, 갑자기
아니, 그, 그러니까 내가 어제 파출소에 왜 갔냐면
그러니까 거기서
그, 그, 그 동네에서 내가 윤선아를 만났거든?
린이네 동네에서? [재원이 손뼉을 탁 친다]
(재원) 아, 야,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했을까
야, 내 차에 있어 내 차 블랙박스에 있어, 야, 빨리…
빨리 와, 빨리
(경준) 차 지금 어디 가 있는데?
(재원) 어어, 잠깐, 야, 야, 야 야, 야, 내 차, 내, 야!
아이씨! 야, 이, 야…
아! 아, 견인, 아…
아, 야, 경준아
아, 야, 견인됐어, 야, 왜…
야, 얘네들은 왜 이렇게 부지런하냐 내 차, 아… [휴대전화 진동음]
아, 야, 나 위로 좀 해 줘라
아, 나 진짜 정말, 하, 미칠 거 같아
(경준) 어, 린이야 [재원의 한숨]
형이 진짜로 이제 미친 거 같아
야, 차 얘기는 하지 마라
(경준) 너희 동네에서 윤선아를 봤대, 윤선아를
그래서 차를 여기다 대 놓고 그대로 술 마시러 나갔는데
- 하지 마 - (경준) 차가 견인이 되고 없네?
"택시"
(경준) 아무래도 형이 알코올 중독으로 환영을 보는 것 같거든?
하, 사태가 심각해
그렇지? 너무 안됐지? 진짜
지금? 어, 지금 견인차 보관소 가는 중인데
아침부터 이게 무슨 일이냐 [재원의 한숨]
나 박재원한테 하루 종일 끌려다닌다?
아니야, 아니야, 안 끊어도 돼
우리 아기, 점심 먹었어?
뭐 먹었어용?
샐러드 먹었어요?
아이, 쌀을 먹으라니까
(재원) 뭐, 내가 알코올 중독? 뭐, 불쌍하고 안됐어?
너 딱 기다려, 내가, 어? 걔 얼굴 보여 줄 테니까
(경준) 뭐, 어떻게?
블랙박스
아, 진짜, 내가 왜 이 생각을 못 했지?
죽었어, 이씨
(은오) 네, 여기 성수동 310-23번지인데요
불법 주차 신고 좀 하려고요
네, 견인해 주세요
네
아, 근데 혹시
그, 벌금을 제가 좀 낼 수 있을까요?
아, 어려울까요?
네
그러면 차 안 상하게 잘 좀 부탁드립니다
네, 감사합니다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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