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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남녀의 사랑법 8

 

 (재원)  뭐, 불쌍하고 안됐어?

 

 너 딱 기다려, 내가, 어?  걔 얼굴 보여 줄 테니까

 

 [재원이 차 문을 탁 연다]  (경준)  뭐, 어떻게?

 

 블랙박스

 

 (재원)  아, 진짜, 내가 왜 이 생각을 못 했지?

 

 이거 뭐야?

 

 야, 야, 이거

 

 야, 뭐야, 어디 갔어?

 

 (경준)  그저께 뺐잖아, 메모리 카드

 

 [흥미로운 음악]  (재원)  야, 뭐라고?

 

 그저께 상암동 현장에서

 

 (경준)  우리 트럭이 뭐, 앞집 차고 문을  때려 박았다 그러는데

 

 우리 트럭은  그런 일이 없어서 뺐지, 왜?

 

 야, 네 차는 놔두고  왜 내, 내 블랙박스를 건드렸어?

 

 그때 그 시간에  형 차가 거기 있었으니까

 

 (경준)  내 차는 맨날 직원들이 타고 다니고

 

 오늘도 인수 씨가 가져갔잖아

 

 [재원의 절망하는 신음]

 

 (경준)  이거, 이거 알코올 중독 맞아, 어?

 

 상습적으로 파출소 가는 것도  모자라 갖고

 

 이젠 뭐, 윤선아 환영까지 봐?

 

 영화 찍냐? 걔가 거기 왜 있냐?

 

 카메라까지 훔쳐 가 놓고  왜 형 앞에 나타나겠냐고

 

 야, 너 내 메모리 카드 왜 뺐어?  [흥미진진한 음악]

 

 [어이없는 신음]

 

 아니, 사람이 상식적으로, 야, 야

 

 야, 남의 차를 함부로 건드렸으면

 

 (재원과 경준)  - 말을 해야 될 거 아니야, 나한테!  - 말씀드렸잖아요

 

 (재원)  말을 해? 언제? 야, 네가 말을 했어?

 

 언제, 언제 말을 해?

 

 야, 몇 월 몇 시 몇 분 몇 초에! 몇…

 

 [경준의 어이없는 신음]  야, 그리고, 야, 야

 

 야, 이거, 야, 메모리 카드 뺐으면  이거 다시 꽂아 놔야 될 거 아니야

 

 왜 안 꽂아 놨어! 왜, 왜, 왜

 

 형이 다시 몰고 나갔잖아, 평창동!  평창동 현장 간다고!

 

 그러니까, 네가 나한테  말을 했어야지, 말을!

 

 (경준)  말했다니까!

 

 (재원)  아유, 씨! 야

 

 아유, 진짜, 내가  아유, 언제 했어, 네가

 

 [경준의 아파하는 신음]  네가 언제 말을 했다고, 씨

 

 (경준)  아, 몰라, 몰라, 몰라, 몰라!

 

 - 몰라!  - (재원) 아, 놔, 씨

 

 야, 너 내려, 너 내려  [타이어 마찰음]

 

 [경준이 씩씩거린다]

 

 [재원의 못마땅한 신음]

 

 (재원)  아, 야, 야!

 

 (경준)  어? 학생들, 초면에 선물 있어요

 

 - (재원) 야!  - (경준) 누가 달라 그러면

 

 (재원과 경준)  - 야, 최경준, 너, 그, 미친놈아!  - 비싸게 팔아서 맛있는 거 사 먹어요

 

 - (학생1) 네?  - (경준) 안녕

 

 (재원)  [차 문을 탁 닫으며]  야, 이 미친!

 

 - (학생1) 뭐야?  - (학생2) 그러니까

 

 [학생들의 웃음]

 

 (학생1)  신기해

 

 저, 학생들

 

 [웃으며]  이거 내 거예요

 

 (학생1)  [웃으며]  아

 

 방금 받은 건데?

 

 [흥미로운 음악]  그러니까, 이거 내, 내 거예요, 원래

 

 (학생1)  얼마에 사실 건데요?

 

 이거를 왜 내가 돈을…

 

 [학생들의 웃음]

 

 (재원)  그래요, 이거 얼마인데요?

 

 (학생2)  치킨?

 

 (재원)  치킨? 오케이, 오케이  [학생2의 웃음]

 

 자, 추운데, 응? 공부 열심히 해요

 

 - (재원) 여기, 여기  - (학생2) 어, 안에 다섯 명 더 있어요

 

 (학생1)  총 일곱 명

 

 (학생2)  우리 되게 많이 먹어요

 

 [학생2의 웃음]

 

 (재원)  그래

 

 응, 자

 

 응

 

 많이 먹어요  [학생들의 웃음]

 

 (학생1)  나이스  [학생2의 웃음]

 

 내가 걔를 왜 찾으려고 하냐고?

 

 내가 박재원한테 묻고 싶은 말이야

 

 (은오)  왜 찾아?

 

 우리처럼 헤어지면  누구라도 찾을 거라고 생각해

 

 그 어떤 남자라도

 

 제발 찾지 말라 그래

 

 가장 좋을 때 사라졌잖아  헤어지자는 말도 없이

 

 (재원)  이거는 납득을 할 수가 없잖아  우린 싸우지도 않았고

 

 내가 뭘 잘못하지도 않았다니까?

 

 (은오)  걘 잘나가서 그래, 먹고살 만하니까

 

 야, 그게 무슨 상관이야, 장난하냐  그리고 나도 월급쟁이야

 

 와, 진짜 부럽다

 

 나는 월급 주는 사람도 없어

 

 제대로 끝이 안 났잖아, 끝이!

 

 (은오)  [한숨 쉬며]  아, 다시는 보지 말자고

 

 메시지를 남겼잖아

 

 그게 끝이 아니면 뭐야?

 

 [재원의 한숨]  (은오)  한 사람이 끝났다고 하면

 

 끝인 게 연애야

 

 (재원)  [말을 더듬으며]  카메라는 왜 훔쳐 가냐고, 왜, 왜!

 

 이 도둑…

 

 놈아, 씨

 

 [헛웃음]

 

 그게 궁금해?  그것 때문에 이러는 거야?

 

 그래, 나 카메라만 받으면  끝낼 거야, 깔끔하게

 

 (은오)  안 돌려줄 거야  내가 왜 카메라 도둑이 됐는데?

 

 [한숨]

 

 (재원)  진짜 걔가  이 인터뷰 꼭 봤으면 좋겠다

 

 뭐? 영상 편지? 또?

 

 [한숨]

 

 야

 

 윤선아

 

 나

 

 너 때문에

 

 미쳐 간다

 

 이제는 환영이 막 보여

 

 넌 잘 사니?

 

 [은오의 한숨]  (은오)  잘 먹고 잘 산다, 됐니?

 

 아니, 카메라 도둑이잖아  나쁜 년이잖아

 

 당했다고 생각하고 잊어

 

 그냥 원래 그런 애였나 보다  하면 되잖아

 

 걔가 왜 그랬는지 말이라도 되면  나는 잊을 수 있을 거 같아

 

 근데 이거는 처음부터 끝까지  말이 안 되잖아

 

 (재원)  하나도!

 

 사랑했어

 

 근데 두 달로 충분해, 박재원은

 

 질리는 타입이야, 실증 났어

 

 (은오)  이게 왜 말이 안 돼?

 

 아니, 어떻게 나 같은 남자랑  그렇게 헤어질 수가 있지?

 

 (재원)  나 안 괜찮아?

 

 나 괜찮잖아

 

 나 괜찮아

 

 괜찮아, 나

 

 (재원)  괜찮아!

 

 [한숨]

 

 [건과 경준이 킥킥댄다]

 

 [린이가 풉 웃는다]  [선영이 코웃음 친다]

 

 (재원)  나도 내가 이럴 줄은 몰랐어  [재원의 한숨]

 

 이렇게 미련 많고 찌질할 줄은 몰랐어

 

 [재원의 한숨]

 

 나 원래 진짜

 

 진짜 이런 사람 아니야

 

 나 원래 진짜 젠틀하고 진짜 세심하고  진짜 쿨하고, 나…

 

 아휴, 씨발, 내가 진짜 왜 이런 얘기를  여기서 하고 있는 거냐

 

 아, 미치겠다

 

 쯧, 어휴, 술 먹고 싶어, 아…

 

 (재원)  아유…

 

 술 없냐?

 

 수…

 

 없어, 술? 아…

 

 [재원의 힘겨운 신음]

 

 딱 한 잔만

 

 어휴

 

 술 당겨

 

 어휴, 제정신으로 살 수가 없다, 진짜

 

 [바스락 소리가 들린다]  (선영)  난 그 남자 이해가 가

 

 연애란 게 원래 미쳐서 하는 거잖아

 

 [버튼 조작음]

 

 [선영이 쓰레기봉투를 바스락 넣는다]  [선영의 한숨]

 

 (선영)  제정신으로는 할 수가 없는 거거든

 

 나도 원래 그런 사람 아니야

 

 파출소 나 그날 처음 가 봤어

 

 [가방을 탁 내려놓는다]

 

 처음은 아닌가?

 

 두 번? 세 번?

 

 에이, 근데 그게 뭐가 중요하겠어

 

 연애만 하면

 

 내가 미친년이 된다는 게 중요한 거지

 

 [휴대전화 조작음]

 

 [깊은 한숨]

 

 [피식한다]

 

 연애를 하면

 

 상대방보다 나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되는 거 같아

 

 난 도대체  어디까지 갈 수 있는 사람인지

 

 너무 잘 알게 되더라고

 

 나 당분간 연애 안 할 거야

 

 [선영의 한숨]

 

 가라

 

 [휴대전화 진동음]

 

 [선영의 의아한 신음]

 

 [한숨]

 

 응?  [휴대전화 조작음]

 

 (영상 속 은오)  요즘 완전 핫한 신메뉴

 

 [놀라며]  피자에 소시지가  통으로 올라가 있네요!

 

 [선영의 한숨]  [영상 속 사람들이 환호한다]

 

 완전 맛있어 보이죠?

 

 요거 더 맛있게 먹는 방법  [선영이 코웃음 친다]

 

 오쓰리가 직접 알려 드릴게요

 

 핫도그 홀더를 듭니다

 

 [선영의 의아한 숨소리]  (영상 속 건)  어? 핫도그 홀더?

 

 [선영이 중얼거린다]  (영상 속 은오)  소시지피자를 올리시는 거예요

 

 [화면 속 건의 놀라는 신음]  칠리 마요 소스와

 

 양파 촙 슬라이스를 아주 듬뿍  [선영의 호응하는 신음]

 

 [영상 속 건이 숨을 들이켠다]

 

 (선영)  강건

 

 이거 지금 나보고  나 보라고 올린 거지, 지금?  [영상 속 린이가 묻는다]

 

 - (영상 속 경준) 맛있어요!  - (영상 속 은오) 너무 맛있다!

 

 [영상 속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이것들 봐라?

 

 (영상 속 경준)  눈물 나, 눈물 나

 

 와, 이은오, 씨

 

 [총성]

 

 [의미심장한 음악]

 

 오쓰리, 얘가 걔야

 

 (선영)  강건 여사친 이은오

 

 [헛웃음]

 

 어쩌다 인스타 알게 됐는데  계속 보게 되더라고  [휴대전화를 탁 놓는다]

 

 [총을 달칵 장전하며]  감시하는 기분으로 보고 있어

 

 '너희 언제 공식 연애 발표하는지  내가 다 지켜본다'

 

 그런 마음으로

 

 (선영)  서린이라고 다른 여사친도 있는데  걔는 괜찮아

 

 걔는 오래 사귄 애가  있는 거 같더라고

 

 근데 이은오, 어?

 

 이은오, 걔는 뭔가 불안해

 

 [총을 달칵 장전하며]  남자가 있든지 없든지

 

 뭔가 불안해

 

 [기계 작동음]  여자의 직감이랄까?

 

 (선영)  그거 무시 못 하는 거거든

 

 이은오

 

 [작은 목소리로]  빵

 

 (은오)  [놀라며]  대박, 하트 쭉쭉 올라간다

 

 클라이언트가 완전 좋아하겠다!

 

 (경준)  은오야, 이거 진짜 맛있긴 하다

 

 - 그렇지?  - (경준) 소시지도 막 이만하고

 

 (은오)  씁, 그래서 말인데  이 신메뉴를 먹는 사람들한테

 

 리미티드 에디션을  사은품으로 증정하는 거

 

 (린이)  [호응하며]  그거 괜찮네

 

 쟤 같은 애들 완전 환장하지

 

 (건)  리미티드, 리미티드 좋지

 

 (은오)  [손가락을 딱 튀기며]  오케이

 

 (경준)  아, 맞는다  [은오가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박재원 카메라 도둑 이야기 들었지?

 

 (린이)  하, 진짜 어이가 없더라

 

 (건)  파출소까지 갔다며?  린이가 톡 했어, 우리 다 알아

 

 여섯 번이나 갔대, 여섯 번  [건의 놀라는 신음]

 

 (경준)  파출소에서 별명이 뭔 줄 알아?

 

 단골손님이란다

 

 (린이)  아니, 안됐어, 재원 오빠

 

 실제로 보면 얼마나 멀쩡한 줄 알아?

 

 그런 사람이 인사불성이 돼서는  유치장에서 자고 나왔다는 게

 

 [노크 소리가 들린다]  (경찰)  계십니까?

 

 - (건) 누구세요?  - (경찰) 경찰입니다

 

 (건)  경찰?  [린이의 의아한 신음]

 

 (경준)  뭐야, 무섭게

 

 (경찰)  아, 예, 성수 지구대에서 나왔습니다

 

 오늘 이 일대에  도난 신고가 접수돼서요

 

 우리 동네에 도둑 들었어요?

 

 (경찰)  네, 현재까지 이 골목 내  세 가구의 피해가 확인됐고요

 

 여기가 성수동 310-23번지 맞으시죠?

 

 (건과 린이)  네

 

 (경찰과 건)  - 혹시 도난당한 거 없으십니까?  - 아니, 없는데요

 

 (린이)  아, 잠깐만요

 

 [문소리가 탁 난다]

 

 (린이)  이은오!

 

 [문을 달칵 열며]  얘 어디 갔어? 화장실 갔나?

 

 은오 없는데?

 

 (경찰)  혹시 나중에라도 발견되면  지구대로 좀 와 주십시오

 

 - (건) 네  - (경찰) 네, 고맙습니다

 

 (린이)  안녕히 가세요

 

 [한숨]

 

 나 지금 뭐 하는 거냐

 

 [깊은 한숨]

 

 [문이 탁 열린다]

 

 (린이)  어? 뭐야, 거기 있었어?  [건의 한숨]

 

 (건)  야, 우리 동네 도둑 들었대  [린이가 호응한다]

 

 서울 치안 엄청 좋은데  갑자기 웬 도둑이냐

 

 너희 뭐 없어진 거 없지?

 

 [피식 웃으며]  뒷집은 은수저 도둑맞았다는데?

 

 그런 걸로도 경찰이 나와?

 

 (건)  당연하지, 민생 치안인데

 

 (경준)  너희 집도 위험한 거 아닐까?

 

 괜찮아, 가져갈 은수저도 없어

 

 [건이 피식한다]

 

 경찰들 참 고단하겠어

 

 (경준)  그날 보니까 박재원 같은 사람들이  겁나 많더라고

 

 도둑들 잡아야 되지  형 같은 사람 상대해야 되지

 

 아, 왜 그렇게  경찰들을 괴롭히는 거야?  [린이의 한숨]

 

 [건과 은오의 한숨]

 

 (간호사)  이거 작성하시고 잠시만 기다리시면  원장님 상담 가능하세요

 

 (재원)  네

 

 [성우가 인사한다]

 

 (성우)  야, 박재원!

 

 웬일이야, 갑자기!

 

 아, 내 친구예요, 얘  [간호사의 옅은 웃음]

 

 야, 들어가자, 들어가  왔으면 얘길 해야지

 

 아, 저 오늘 진료 마감입니다

 

 [재원의 당황한 신음]  가자, 가자, 들어와, 들어와, 들어와

 

 (성우)  아, 전화라도 하고 오지 그랬어

 

 까딱했으면 어긋날 뻔했다, 야

 

 [한숨]

 

 야, 너 병원 옮겼냐?

 

 (성우)  말 안 했나?

 

 씁, 저번 동문회 때 말한 거 같은데?  [재원이 호응한다]

 

 [재원의 어색한 웃음]  - (재원) 그랬구나  - (성우) 응

 

 [한숨]

 

 야, 다른 선생님은 없냐?  너희 병원 원장님 유명하시던데

 

 왜, 내가 의사잖아

 

 (성우)  씁, 너 상담받으려고 왔냐?

 

 아, 나 말고 경준이

 

 (성우)  아, 그럼 경준이가 와야지

 

 (재원)  그렇지, 근데 걔가  증상이 좀 심각해서 내가 좀

 

 그, 미리 좀 알아보려고

 

 얼마나 심각한데?

 

 [숨을 들이켠다]

 

 (재원)  아, 그게…

 

 술만 먹으면 파출소를 가  근데 그게 기억이 안 나고

 

 알코올 중독이야?

 

 씁, 글쎄

 

 그렇게 많이 먹는 건 아닌데

 

 [한숨]

 

 (성우)  재원아

 

 (재원)  어

 

 술 마시면서 들으면 안 되니?

 

 - 낮술하자고?  - (성우) 아, 뭐 어때?

 

 (성우)  [입소리를 딱 내며]  한잔하면 어두워질 텐데

 

 야, 가자

 

 [얼음이 달그락거린다]

 

 (성우)  [술잔을 탁 놓으며]  에이

 

 그래서, 안 마셔?

 

 (재원)  어, 야, 오늘은 좀  야, 줘, 내가 따라 줄게

 

 - (성우) 어, 그래  - (재원) 어

 

 (성우)  더, 더, 더, 더, 더, 어

 

 [성우가 숨을 카 내뱉는다]

 

 (성우)  경준이 알코올성 치매 아니야?

 

 씁, 그, 환영 같은 거를 볼 수도 있나?

 

 (성우)  있지, 있어, 심각하면

 

 환영은 한 번뿐이야?

 

 한 번이면 뭐, 착각일 수도 있으니까

 

 두 번이면?

 

 [술잔을 탁 놓으며]  경준이 심각하구나?

 

 (성우)  그거 치료받아야 돼, 알코올 중독 치료

 

 [재원의 한숨]

 

 환영이라기보다는…

 

 (재원)  걔가 꿈에 나온 적이 있어

 

 [잔잔한 음악]

 

 [재원의 술 취한 신음]

 

 [한숨]

 

 [재원의 술 취한 신음]

 

 (재원)  아, 술 많이 마셨어, 아…

 

 [재원의 힘겨운 숨소리]

 

 [재원의 술 취한 신음]

 

 [재원의 한숨]  (은오)  그거 꿈 아니야

 

 우린 정말 다시 만났었어

 

 작년 겨울

 

 눈 내리던 날

 

 (은오)  그날 눈이 내려서

 

 그 사람 생각이 났어

 

 근데 그 사람이 거기 있더라고

 

 [감성적인 음악]

 

 [옅은 한숨]

 

 [재원의 힘겨운 숨소리]

 

 [재원의 술 취한 신음]

 

 [재원의 한숨]

 

 [울음 섞인 웃음]

 

 [재원의 술 취한 신음]

 

 [숨을 후 내뱉는다]

 

 (재원)  아휴…

 

 [재원이 혀를 쯧 찬다]

 

 [재원의 한숨]

 

 와

 

 [재원이 숨을 들이켠다]

 

 [한숨 쉬며]  와, 와, 나 지금 꿈꾸나 보다

 

 네가 너무 보고 싶어서

 

 [힘겨운 숨소리]

 

 [떨리는 숨소리]  맞아, 꿈이야

 

 [숨을 들이켜며]  이상한 꿈이네

 

 (재원)  뭐, 꿈이라도 이렇게

 

 만나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윤선아 씨

 

 (은오)  청계천엔 자주 와?

 

 (재원)  다섯 번쯤?

 

 아닌가, 한 열 번쯤?

 

 음, 아니다, 한 스무 번쯤

 

 만나기로 한 날은 오늘 아니잖아

 

 (재원)  응

 

 근데

 

 네가 날짜를 잊어버린 거 같아서 내가

 

 매주 토요일마다 와 봤어

 

 나 있잖아

 

 저기 파출소도 갔었다?

 

 너 감옥 보내려고

 

 너 내 카메라 훔쳐 갔잖아

 

 나 잊어 주면 안 돼?

 

 어떻게 잊어, 너를

 

 우리 결혼했는데

 

 [웃으며]  장난이었잖아

 

 아니야, 아니야, 나는 장난 아니었어

 

 (재원)  이거 봐

 

 나 이거 한 번도 뺀 적 없어

 

 (은오)  [울먹이며]  왜 그랬어

 

 야, 네가 빼지 말라 그랬잖아

 

 죽을 때까지

 

 [훌쩍인다]

 

 [애틋한 음악]

 

 (은오)  미안해

 

 [한숨]

 

 (재원)  라라 누나랑 빈 형  남아프리카로 간 거 알아?

 

 [코를 훌쩍인다]

 

 [코를 훌쩍인다]

 

 내가 너 찾으려고  라라 누나랑 빈 형한테

 

 메일을 얼마나 많이 보냈는지 아냐?

 

 (재원)  야

 

 너는

 

 나한테 미안해야 돼

 

 내가 다 잘못했어

 

 맞아

 

 맞아, 너 잘못했어

 

 [흐느낀다]

 

 (재원)  너는

 

 [떨리는 숨소리]

 

 넌 나빠

 

 그러니까 잊어버려

 

 [코를 훌쩍인다]

 

 (재원)  너 어디 살아?

 

 [한숨]

 

 너 잘 살기는 해?

 

 (은오)  응

 

 [울먹이며]  진짜로?

 

 (은오)  응

 

 와, 네가 잘 산다니까  왜 이렇게 짜증이 나냐

 

 진심 아니라는 거 알아

 

 아니야, 나는, 나는 다 진심이야  나는 있잖아

 

 나는 이렇게

 

 날마다, 날마다, 매일매일

 

 나는 망가져 가고 있거든

 

 [흐느낀다]

 

 [재원이 중얼거린다]

 

 [은오의 흐느끼는 신음]

 

 (은오)  나 나쁜 년이야

 

 그거 다 거짓말이야

 

 너, 너 이럴 거면 왜 나한테  한 달 더 살자 그랬어?

 

 왜 두 달이나 같이 살았어?

 

 (재원)  내가

 

 내가 청계천에서 만나자고 했을 때

 

 너

 

 [떨리는 목소리로]  너, 너 왜 나 만난다 그랬어?

 

 그리고 너 왜 나한테  전화 한 통 없었어?  [은오가 흐느낀다]

 

 너

 

 하, 씨

 

 야, 너 나랑 결혼은 왜 했어?  나 그거 장난 아니었는데

 

 나 그거 장난 아니었어

 

 [한숨]

 

 [술을 조르르 따른다]

 

 [재원이 술병을 탁 놓는다]  [은오의 한숨]

 

 (재원)  너

 

 너 또 사라질 거잖아

 

 [은오의 한숨]

 

 가지 마

 

 가지 마

 

 가지 마

 

 [재원의 흐느끼는 신음]

 

 [잔잔한 음악]  [재원의 옅은 신음]

 

 [의자를 탁탁 치며]  일로 와

 

 일로 와, 일로 와

 

 자

 

 팔

 

 어깨

 

 (재원)  가지 마

 

 잡아

 

 [은오의 웃음]

 

 팔, 팔

 

 팔, 어깨, 어깨

 

 어깨

 

 [재원이 중얼거린다]

 

 [한숨 쉬며]  가지 마

 

 [한숨 쉬며]  가지 마

 

 (재원)  딱 한 번뿐이었어

 

 걔가 꿈에 나온 적은

 

 [한숨]

 

 (재원)  저기요, 계산 좀 해 주세요

 

 [포스 작동음]

 

 영수증은 버려 주세요

 

 [재원의 한숨]

 

 [재원이 혀를 쯧 찬다]

 

 (재원)  야, 성우야, 야

 

 야, 일어나, 인마  [성우의 놀란 신음]

 

 (성우)  [술잔을 달그락 들며]  어, 야, 잠깐만, 한잔 더 하자

 

 (재원)  [술잔을 탁 뺏으며]  야, 야, 야, 야, 그만 마셔

 

 뭘 한잔을 더 해, 야, 일어나, 빨리 와  [성우의 한숨]

 

 (성우)  재원아, 나는 너랑 할 얘기가 더 있어

 

 (재원)  야, 뭔 할 얘기가 더 있어

 

 - (성우) 있어  - (재원) 많이 했어, 나랑

 

 [한숨]

 

 (은오)  잠깐만

 

 아, 이거 최경준이 받아 오면 어떡하지

 

 [한숨]

 

 택배는 안 되겠다

 

 [한숨]

 

 아, 어떡하지?

 

 (성우)  어, 야, 경준이한테  내일 나한테 전화하라 그래

 

 (재원)  알았어, 알았어

 

 (성우)  알코올 중독은  본인 의지가 진짜 중요한 거야

 

 (재원)  야, 너 진짜 괜찮아?  너 집에 갈 수 있어?

 

 야, 일로 와, 내가 데려다줄게

 

 (성우)  야, 우리 어디 근처 가서  한잔 더 하자, 어?

 

 - (재원) 야, 야, 야, 야, 야  - 가자, 가자, 가자

 

 (재원)  뭘 한잔을 더 해, 너 취했어

 

 (성우)  야, 재원아, 한잔 더 하자, 어?

 

 - (재원) 야, 빨리 들어가자, 집에  - (성우) 아, 재원아!

 

 (재원)  왜, 왜, 왜, 왜, 왜

 

 (성우)  [울먹이며]  나 지영이가 너무 보고 싶어서 그래

 

 (재원)  그래, 알아, 알았어

 

 - 빨리 가자, 집에 가자  - (성우) 야

 

 (성우)  나 지영이 진짜 사랑했던 거 알지?

 

 (재원)  알아, 아, 알아, 알아, 그러니까 가자

 

 - (성우) 나 지영이 목소리  - (재원) 야, 야, 야, 야, 야, 야

 

 (재원)  그거 아니야, 그거 아니야  야, 일로 와

 

 - (성우) 아, 있어 봐!  - (재원) 야, 야!  [통화 연결음]

 

 - 난 그냥 목소리만 듣고 끊을 거야  - (재원) 야, 이 새끼

 

 (재원)  아휴, 씨  [성우의 헛기침]

 

 (성우)  여보세요?  [재원의 한숨]

 

 잤니?

 

 아, 오빠야

 

 오빠 다 잊었어?

 

 넌 오빠 생각 안 나냐?

 

 [성우의 한숨]

 

 [울먹이며]  너 단 하루라도  내 꿈에 나타나면 안 되냐?

 

 (재원)  이야, 저 미친 새끼  저거 아주 돌았네, 돌았어

 

 - (성우) 지영아  - (재원) 와…

 

 [성우의 힘겨운 신음]  나도 술 취하면 이래? 아니지?  나는 안 그러잖아

 

 (성우)  옆에 누가 있냐고?  [재원의 한숨]

 

 - (재원) 없어, 없어  - (성우) 있지, 있어, 왜 없어

 

 (재원)  없어, 없어, 없어

 

 (성우)  야, 지영아, 오빠 친구 많아, 지영아

 

 어, 너 재원이 알지, 재원이?

 

 (재원과 성우)  - 야, 하지 마  - 잠깐만 있어 봐, 내가 바꿔 줄게

 

 (성우)  지영이, 지영이

 

 (재원)  어, 그래, 지영아, 어  [재원의 어색한 웃음]

 

 그래, 오, 오랜만이다

 

 재원 씨

 

 (재원)  야, 미안하다, 그렇지 않아도  너 애 키우느라고 정신없을 텐데

 

 (성우)  지영아

 

 [흥미로운 음악]

 

 김성우 미친 새끼가  우리 결혼한 줄도 몰라?

 

 (지영)  아, 난 지금 8개월 된  제 새끼 키우느라고 힘들어 죽겠는데

 

 미친놈이 날마다 술 처먹고

 

 [성우가 훌쩍인다]

 

 (지영)  당장 집에 오라고 해

 

 10분 안에 안 오면

 

 이혼당할 줄 알라 그래

 

 - (성우) 어, 여보세요?  - (재원) 끊었어, 끊었어, 끊었어

 

 (성우)  씨

 

 너도 지영이랑 친했잖아

 

 너도 지영이 보고 싶지?

 

 너 지영이랑 결혼했잖아  이 미친 새끼야!

 

 - (성우) 지영이가 결혼을 했다고?  - (재원) 그래, 아휴, 씨

 

 (성우)  누구인데? 어떤 새끼야, 씨!

 

 (재원)  너 새끼다, 이 새끼야

 

 아유, 진짜 내가 너랑  술 다시 먹으면 개다, 진짜  [성우가 말한다]

 

 [은오의 한숨]

 

 [걱정스러운 신음]

 

 (은오)  안녕하세요, 제가 카메라 도둑…

 

 아니, 제가 박재원 씨 카메라를…

 

 하, 모르겠다

 

 - (동식) 뭐 먹지?  - (병준) 전 뭐, 다 좋습니다

 

 (동식)  그래

 

 간단하게 먹자, 간단하게

 

 요 앞에…

 

 [한숨]

 

 [한숨]

 

 나 오늘 마지막으로 와 봤어, 진짜야

 

 이제 다시는 안 오려고

 

 그래서 오늘 정신과도 가 본 거야

 

 [한숨]

 

 [한숨]

 

 [감성적인 음악]

 

 나 어떡해?

 

 저 사람 나 본 거 같지?

 

 (재원)  뭐야  [은오의 놀란 숨소리]

 

 윤선아

 

 (은오)  어떡해, 어떡해

 

 (재원)  야, 윤선아!

 

 (재원)  야! 야, 거기 서

 

 야, 윤선아, 잠깐만

 

 야, 윤선아!

 

 어, 저 도둑 잡아라, 도둑!  도둑 잡아라, 도둑!

 

 [가쁜 숨소리]  야, 윤선아!

 

 야!

 

 [은오의 아파하는 신음]  [남자1의 놀라는 신음]

 

 [재원의 아파하는 신음]

 

 - (재원) 야, 너 괜찮아?  - (남자2) 가자, 가자, 가자, 가자

 

 (재원)  야, 윤선아

 

 [은오의 한숨]  괜찮냐고

 

 어? 다친 데는? 없어? 봐 봐  [은오의 가쁜 숨소리]

 

 야, 그러니까 왜 그렇게  급하게 뛰었어, 어차피 잡…

 

 [동식이 가방을 탁 집는다]  - 아, 좀 천천히…  - (동식) 박재원 씨

 

 (동식)  이 가방이  박재원 씨 카메라 가방 맞습니까?

 

 (재원)  네

 

 (동식)  [주머니를 직 열며]  윤선아 씨, 당신을

 

 박재원 씨 카메라 도둑으로  긴급 체포 합니다  [수갑이 달그락거린다]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가 있으며  변명할 기회가 있고

 

 [수갑을 드르륵 채우며]  체포 구속 적부심을  법원에 청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은오의 당황한 숨소리]

 

 [익살스러운 음악]  [재원의 한숨]

 

 "박재원의 청계천 루틴"

 

 [재원의 술 취한 신음]

 

 (재원)  [술 취한 말투로]  도둑 잡아라

 

 [거친 숨소리]

 

 이름은 윤선아

 

 [책상을 탁탁 치며]  이 나쁜 카메라 도둑을

 

 신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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