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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남녀의 사랑법 9

 

 (동식)  윤선아 씨

 

 [수갑이 달그락거린다]  박재원 씨 카메라 도둑으로  긴급 체포 합니다

 

 [흥미진진한 음악]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가 있으며  변명할 기회가 있고

 

 [수갑을 드르륵 채우며]  체포 구속 적부심을  법원에 청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재원)  아니, 잠, 잠깐만요

 

 아니, 왜 사람한테 이렇게  갑자기 수갑을 채우고 그러세요

 

 사람 놀라게

 

 일단 파출소만 가면 되는 거죠?

 

 주세요

 

 됐어요, 이제

 

 갑시다

 

 (운영자)

 

 뭐, 어떻게 헤어졌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냥 쿨하게

 

 차 한잔하고 싶었어

 

 차 좋지

 

 (선영)  [코웃음 치며]  다 옛날얘기잖아

 

 그렇지, 뭐, 옛날얘기지

 

 친구가 못 될 건 없다고 생각했거든

 

 적어도 걜 다시 만나기 전까진

 

 아, 그, 친구가 어떻게 되냐  헤어지고 나서

 

 다시 만나거나  아니면 그냥 깔끔하게 헤어지거나

 

 (재원)  둘 중의 하나지

 

 내가 헤어질 때 좀 진상이거든

 

 그래서 남자한테  싫은 감정은 잘 안 남더라고

 

 아, 난 그게 제일 싫더라

 

 그렇게 진상 부리고 나면  헤어지고 나서

 

 나쁜 기억만 남는다고, 그거  상대방한테

 

 너무 이기적이야

 

 경준이랑 본격적으로 사귀기 전에

 

 1년 정도 만난 남자가 있었어

 

 (린이)  주문하신 아이스아메리카노  두 잔 나왔습니다

 

 [리드미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남자1)  감사합니다

 

 (린이)  7, 8년 전 일인데도  [어이없는 숨소리]

 

 화가 나더라고

 

 [문이 탁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남자1의 웃음]

 

 어, 리, 린이야

 

 (여자1)  누구야? 아는 분이셔?

 

 [남자1이 머뭇거린다]  (린이)  오빠

 

 나 말고 다른 여자 친구 있었네?

 

 (남자1)  어?

 

 그럼 한쪽은 정리해야지

 

 [흥미진진한 음악]

 

 (린이)  내가 헤어져 줄게

 

 [여자1의 기가 찬 신음]  (남자1)  야, 뭐, 뭐야

 

 [남자1의 당황한 웃음]  아, 왜, 왜 이래

 

 (린이)

 

 (남자1)  응?

 

 아, 린이야, 린이야!

 

 (여자1)  일어나?

 

 - (남자1) 야, 저, 저, 전 여자 친구야  - (여자1) 전 여자 친구?

 

 - (남자1) 전, 전, 전 여자 친구…  - (여자1) 어쩌라고!

 

 [남자1이 변명한다]  (여자1)  미친 새끼

 

 어디서 바람을 피우고 지랄이야  이 쓰레기 같은 새끼!  [남자1의 아파하는 신음]

 

 [린이의 신난 신음]

 

 (린이)  웬일이야

 

 (남자1)  야, 서린이!

 

 야, 너 무슨 짓이야?

 

 아, 대체 이제 와서  나한테 왜 이러는 건데?

 

 너 나한테 헤어지자고 말한 적 없잖아

 

 그럴 용기도 없어서  잠수만 타다가 나 피해 다니고

 

 (린이)  내가 너 찾아가도  만나 주지도 않았잖아

 

 그래서 내가 방금 헤어져 준 건데

 

 그게 억울해?

 

 억울하면

 

 다음부터 다른 여자들이랑

 

 확실히 끝내

 

 [남자1의 헛웃음]

 

 (남자1)  야

 

 야!

 

 (린이)  나는

 

 받은 만큼 돌려주는 게 좋아

 

 나도 좀 받은 만큼  돌려주고 싶다, 윤선아

 

 (재원)  아유, 쯧

 

 나는 뭐, 만난 여자가  린이밖에 없으니까

 

 아, 갑자기 왜 이렇게 아쉽지?

 

 이런 걸 린이가 알면 안 되는데

 

 또 얘기하고 그러지 마라

 

 다른 여잔 기억도 안 나

 

 [헛웃음 치며]  선아랑 하도 황당하게 헤어져서

 

 [세탁기 작동음]

 

 걜 다시 만난 거?

 

 지금 생각해 보면 완전 드라마 같았어

 

 (선영)  너 거기 안 서!

 

 야, 정성준, 거기 서!

 

 [학생의 다급한 신음]  야

 

 걔 잡아요!

 

 [선영이 소리친다]  - (학생) 어, 안 돼, 놔요, 놔  - (건) 잠깐, 잠깐, 잠깐…

 

 (학생)  아저씨, 잡지 마요, 잡지 마  [학생의 아파하는 신음]

 

 (선영)  야, 이 새끼야!  [선영의 가쁜 신음]

 

 - (건) 잡았어, 잡았어  - (선영) 야

 

 (학생과 선영)  - 안 돼, 안 돼, 안 돼, 아…  - 야, 일어나, 너 이 새끼, 일어나

 

 [학생의 아파하는 신음]  [건의 힘겨운 신음]

 

 (선영)  야, 엄살 피우지 말고 일어나  이 새끼야

 

 (학생)  아, 진짜 왜 이래, 나한테!

 

 (선영)  '왜 이래'? '왜 이래'? '왜 이래'?  [학생의 아파하는 신음]

 

 야

 

 - 내가 네 친구로 보이냐, 새끼야?  - (학생) 아니요, 아니요

 

 (선영)  어디서 반말이냐, 이 새끼가, 어?  [힘겨운 숨소리]

 

 와, 내가 네 선생이다  [학생이 대답한다]

 

 너 이번이 몇 번째야? 어?

 

 내가 또 가출하면  퇴학이라고 했어, 안 했어, 어?

 

 (학생)  [아파하며]  했어요, 했어요

 

 (선영)  퇴학당하면  인생이 얼마나 고달파지는지 알아?

 

 - (학생) 귀가 찢어질 거 같아요  - 어?

 

 (선영)  너 부모님 생각은 안 하냐!  [학생의 아파하는 신음]

 

 [학생의 당황한 신음]

 

 - (선영) 야, 야, 어디 가  - (학생) 안 돼, 안 돼

 

 (학생)  아, 진짜 가야…  안 돼요, 안 돼요, 진짜로

 

 (선영)  어머니, 아버지, 고생이 많으십니다  [학생의 난감한 신음]

 

 야, '잘못했습니다'라고 해라  [학생의 한숨]

 

 '잘못했습니다' 안 하냐?

 

 [학생의 한숨]

 

 (학생)  잘못…

 

 자, 잘, 잘못했습니다

 

 [학생 부모의 안도의 한숨]

 

 (학생 모)  아유, 선생님, 고맙습니다

 

 (선영)  아유, 아닙니다, 어머니, 아버지  고생이 많으십니다

 

 (학생 부)  아유, 선생님, 고맙습니다  [학생 모의 속상한 신음]

 

 - (선영) 아유, 감사합니다  - (학생 부) 아유, 고맙습니다

 

 (선영)  너 가출해 봐야 소용없어

 

 내가 너 갈 만한 데 다 꿰뚫고 있어

 

 명심해!

 

 정성준!

 

 생일 축하한다!

 

 [밝은 음악]  집에 가서 미역국 잘 챙겨 먹어라!

 

 [학생의 웃음]

 

 [선영의 한숨]

 

 (건)  '내가 저래서 쟤를 좋아했지'

 

 [선영의 한숨]  싶더라니까

 

 오랜만이네

 

 그러게

 

 오랜만이네

 

 (선영)  아, 너 때문에 잡았어?

 

 (건)  근데 걔 고등학생 맞아?

 

 (선영)  좀 크지?

 

 [선영과 건의 웃음]  (건)  조금 큰 게 아닌 것 같은데

 

 - (건) 한 병 더 먹을래?  - (선영) 없어?

 

 (건)  저희 사케 한 병만 주세요

 

 (선영)  원래 예뻐, 미친 소리 하지 마  [건의 웃음]

 

 (건)  너무 좋더라, 얘기를 하면 할수록

 

 (선영)  [빨래를 툭 놓으며]  맞아, 되게 좋았는데

 

 (선영)  되게 행복했는데

 

 걔랑 연애하던 때가 막 떠오르더라고

 

 [카트를 달달 끈다]  (선영)  그때 그 애틋했던 감정들까지 같이

 

 (건)  근데 문제는

 

 [숨을 들이켠다]

 

 까맣게 잊고 있었던  다른 것들이 같이 떠올랐다는 거야

 

 우리가 헤어진 이유

 

 (선영)  [술 취한 말투로]  뭐? 이은오랑 산다고?

 

 [술 취한 말투로]  아니야, 그냥 작업실로만 쓰는 거야

 

 (선영)  그럼 그, 뭐냐

 

 그, 서린이

 

 걔도 그  이은오네 골목 바로 옆에 살겠네?

 

 또 시작이네

 

 [숨을 후 내뱉는다]

 

 (선영)  야

 

 - 이제 진짜 솔직하게 말해 보자, 어?  - (건) 응

 

 뭐, 헤어졌으니까 상관없잖아

 

 (선영)  이제 걸릴 거 없잖아, 그렇지?

 

 자

 

 [흥미진진한 음악]  서린이

 

 [피식거린다]

 

 이은오

 

 이 둘 중에

 

 네가 진짜 좋아하는 게 누구냐?

 

 (건)  그 가방이 그때서야 눈에 들어오더라고

 

 저거 내가 사 준 가방이네

 

 말해, 이은오야, 서린이야?

 

 너 길에서

 

 저 가방으로 나를 얼마나 때렸는지  기억이 나세요?

 

 이은오야, 서린이야!

 

 (건)  내가 그때 얼마나 아팠…

 

 어유, 무서워, 이거  어디 보는 거야, 이거

 

 (선영)  심장은 거짓말을 하지 않아

 

 이은오야, 서린이야!

 

 (건)  아무리 그렇게

 

 우여곡절이 있어도

 

 내가 사 준 가방으로 나를 패?

 

 (선영)  야! 이은오야, 서린이야!

 

 (건)  ♪ 넌 나쁜 여자야 ♪

 

 ♪ 넌 나쁜 여자야 ♪

 

 [선영이 중얼거린다]

 

 그날 우리 술집에서 쫓겨났어

 

 헤어진 연인들의 아름다운 재회?

 

 그런 거 없더라고

 

 꼭 한 번 다시 만나 보고 싶어

 

 (재원)  나 인터뷰하면서 걔 욕도 많이 하고

 

 뭐, 원망도 많이 하고 그랬지만

 

 그거 다 진심 아니야, 난 다 괜찮아

 

 (경준)  형이 그 카메라 도둑 다시 만나잖아?

 

 그럼 난 형 안 볼 거야

 

 그냥 경준이는 안 봐도 돼

 

 근데 걔는 사정이 있었겠지

 

 나는 그게 걱정인 거고

 

 사정이 있다고  그런 식으로 사라진다고?

 

 헤어지자는 말도 없이?

 

 걔가 나한테 왜 그랬는지

 

 카메라는 또 왜 훔쳐 갔는지

 

 그런 거 하나도 안 중요해

 

 그냥 우리가 다시 만난 게 중요해

 

 (경준)  아, 몰라, 다시 안 만났으면 좋겠어

 

 좋은 여자라는 생각이 안 들어

 

 (재원)  만약에 다시 만나면

 

 나는 걔한테  아무것도 안 물어볼 자신 있어

 

 그냥 걔가 어떤 모습이든

 

 나는 다 이해하고 다 받아 줄 수 있어

 

 1년 동안 내가 마음고생했던 거?

 

 (재원)  그딴 건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우리가 만나기만 하면  다 해결될 일이라고 생각해, 나는

 

 그냥, 뭐, 사연 있어 보이잖아

 

 그런 날 있잖아

 

 뭐, 좀 그런 날

 

 찌질해?

 

 [코를 훌쩍인다]

 

 춥긴 하네

 

 안 가?

 

 [한숨]

 

 [동식이 카메라를 달그락 든다]

 

 (동식)  이 카메라가 박재원 씨 카메라 맞아요?

 

 - (재원) 네  - (동식) 음, 이건 뭐, 디카 같고

 

 (동식)  이건 즉석카메라 같고

 

 [동식이 카메라를 툭 놓는다]

 

 이건 필름 카메라네요?

 

 그리고…

 

 배터리, 케이블, 이렇게 있네요

 

 - (동식) 이거 사진 좀 찍어 줘  - (병준) 네

 

 [동식이 지퍼를 직 닫는다]

 

 (재원)  아니, 근데 저기

 

 아니, 근데 저기요

 

 이거를 꼭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되는 거예요?

 

 아니, 어차피 카메라 찾았고

 

 그리고 저는 이게  카메라가 중요하지 않거든요

 

 아, 저는 얘가 더 중요하고

 

 얘 찾으려고 했던 거  다 아시잖아요, 예?

 

 아, 아, 뭘 그렇게 자꾸 쳐다보고…

 

 (동식)  거, 좀 가만히 계세요, 박재원 씨!

 

 [한숨]  [마우스 조작음]

 

 긴급 체포서 좀 작성할게요

 

 (은오)  예?

 

 (재원)  그게 뭐예요?  긴, 긴급 체포서? 그게 뭔데요?

 

 윤선아 씨, 아까 체포하면서  말씀드렸다시피

 

 (동식)  윤선아 씨는 박재원 씨 카메라  절도 혐의로 긴급 체포 되신 거고요

 

 여기서 긴급 체포서 작성하시고

 

 경찰서 형사계로 인계될 겁니다

 

 경, 경찰서 형사계요?

 

 (동식)  윤선아 씨  박재원 씨 카메라 훔친 거 맞죠?

 

 - (은오) 아니, 저…  - (재원) 아니, 자, 잠깐만 있어 봐

 

 (재원)  잠깐만, 저, 저기요  그, 경찰서 형사계

 

 뭐, 거, 거기로 인계가 되면  어떻게 되는 건데요?

 

 (동식)  윤선아 씨  절도죄는 절대 작은 죄가 아닙니다

 

 5대 중범죄 중 하나예요

 

 훔친 재물이 아무리 소액이라도

 

 재판받고 감옥 갈 수도 있어요!

 

 (재원)  감옥요?

 

 (동식)  그리고 1년 동안  돌려주지 않은 걸로 봐서는

 

 뭐, 돌려줄 마음이  있어 보이지도 않고요  [마우스 조작음]

 

 자, 그럼 인적 사항부터

 

 이름, 윤선아  [재원의 한숨]

 

 [키보드를 탁탁 두드리며]  주민 등록 번호가 어떻게 됩니까?

 

 아, 저기요, 자, 잠깐만요

 

 (재원)  제가 무슨 뭐, 이거  정식으로 신고한 것도 아니고

 

 (재원과 동식)  - 아니,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 아니요?

 

 (동식)  박재원 씨는 여섯 번이나 신고했어요

 

 [흥미로운 음악]

 

 (재원)  어, 선아야  내가, 그, 신고를 했다기보다는

 

 내가 술 먹고  네가 너무 보고 싶어 가지고

 

 그러니까 너를 어떻게 하려고  신고를 한 게 아니라

 

 나 너를 꼭 찾고 싶어서 내가 신고…

 

 (동식)  윤선아 씨

 

 주민 등록 번호 말씀하세요

 

 [은오의 난감한 신음]  (재원)  아휴, 이게 참 답답하네, 진짜, 아…

 

 (동식)  아, 이러시면 지문 채취 해야 돼요

 

 (재원)  아, 뭘 지문까지 채취를 하고 그래요

 

 카메라도 다 찾고 내가 괜찮다는데!

 

 (동식)  아, 물건도 찾았지만  범인도 잡았잖아요

 

 재판까지 가야죠

 

 박재원 씨 이 카메라 찾느라  얼마나 헤맸어요?

 

 [한숨]

 

 훔친 카메라로

 

 청계천에 사진 찍으러 나간 겁니까  윤선아 씨?

 

 사진 찍으러 나온 거면

 

 우발적 절도와 달리  가중 처벌 받습니다

 

 윤선아 씨, 지금 상황을 보면

 

 처음부터 절도 생각이 있다고 보여요

 

 아, 뭘 처음부터 절도 의도가 있어요

 

 - 말을 참 이상하게 하시네  - (은오) 아니

 

 (은오)  근데 왜 아까부터

 

 '절도', '절도범' 하시는 거예요?

 

 (재원)  그래요, 왜, 왜 자꾸  '절도, 절도' 그래요, 애 겁먹게, 지금

 

 왜 자꾸 무서운 말로  무슨 뭐, 재판이니 뭐, 감옥이니

 

 이런 말을 왜 하는 거예요

 

 애 겁내잖아요, 지금!

 

 (은오)  카메라 재원 씨가 줬잖아

 

 [동식의 당황한 신음]

 

 (은오)  나쁜 년이 되어서라도 숨기고 싶었어

 

 카메라 얘가 줬어요

 

 (은오)  재원 씨가 줬잖아, 카메라

 

 [동식의 당황한 신음]

 

 [흥미로운 음악]

 

 (동식)  줘…

 

 (은오)  윤선아가 아닌 나를

 

 바보 같았던 내 과거를

 

 그 사람에겐

 

 (재원)  내가?

 

 (은오)  끝까지 들키고 싶지 않았어

 

 (재원)  내가…

 

 [헛웃음 치며]  내가 왜 카메라를 줬을까?

 

 전 그냥 줘서 받았어요

 

 왜 자꾸 카메라 도둑이라 그러세요?

 

 (재원)  야, 윤선아, 너 지금 그러면 안 되지

 

 야, 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동식)  윤선아 씨는 지금  증여라고 주장하시는 겁니까?

 

 (은오)  네

 

 (재원)  뭘 증여야, 증…

 

 (병준)  잠깐만, 그러면  이거 어떻게 되는 거예요?

 

 [재원의 어이없는 숨소리]

 

 - (동식) 무고  - (재원) 아, 뭘 무고예요, 무, 하…

 

 (재원)  아, 참 여기 답답하네

 

 (동식)  박재원 씨, 이 카메라들  윤선아 씨 준 거 맞습니까?

 

 (재원)  야, 윤선아, 너 왜 그래

 

 너 나한테 그러면 안 되지

 

 야, 너 내 핸드폰에 네 메시지…

 

 다…

 

 아유, 씨

 

 말해? 어?

 

 다 말해, 다? 메시, 너, 메…

 

 아휴, 아휴  [책상을 탁 친다]

 

 (은오)  저 이제 가도 되죠?

 

 카메라 전 훔친 적 없는데  그냥 이 사람 주고 갈게요

 

 (재원)  아니, 야, 잠깐, 너 어딜 가?

 

 너 청계천에는 왜 나왔어?  그거부터 말해

 

 나 보러 온 거지? 그렇지? 어?  [은오의 한숨]

 

 (동식)  [책상을 두드리며]  아니, 박재원 씨

 

 청계천은 아무나 오는 데입니다  가만히 좀 계세요

 

 너 청계천엔 왜 나왔어? 그것만 말해  나 보러 온 거 맞지?

 

 (은오)  저 일단 이것부터 좀 풀어 주세요

 

 (동식)  박재원 씨, 카메라 준 거 맞아요?

 

 예! 예

 

 (재원)  그, 줬, 그…

 

 준 거 같아요, 예

 

 예, 줬어요, 예

 

 [동식의 당황한 숨소리]

 

 (은오)  풀어 주세요

 

 [재원의 한숨]

 

 (재원)  저기요, 근데 얘  이대로 보내면 안 되거든요, 예?

 

 - (재원) 얘 그냥 보내지 말아요, 아직  - (동식) 알겠어요, 알겠어요

 

 [병준이 수갑을 철컥 푼다]  (동식)  알겠어요

 

 저, 윤선아 씨  [재원의 한숨]

 

 윤선아 씨, 아직 끝난 거 아닙니다

 

 주민 등록 번호 먼저 말씀하세요

 

 우리도 수갑도 채웠는데  기록은 남겨야죠

 

 (병준)  [주머니를 직 열며]  주민 등록 번호요

 

 [병준이 수갑을 주머니에 탁 넣는다]

 

 (은오)  그거…

 

 꼭, 그거 꼭 말해야 돼요?

 

 (동식)  절차는 밟고 가셔야죠  여기 경찰서입니다

 

 [한숨]

 

 [은오의 한숨]

 

 [은오의 한숨]

 

 (재원)  제가 먼저 볼게요, 너 성수동 살지?  [은오의 당황한 신음]

 

 - (은오) 왜 그래, 왜 맘대로 내 걸…  - (재원) 야, 잠깐만, 가만있어 봐

 

 - (은오) 왜 남의 걸 네 마음대로…  - (재원) 야, 잠깐만, 잠깐만

 

 - (은오) 내놔  - (재원) 야

 

 (재원)  야…

 

 [차분한 음악]

 

 야, 이거

 

 이게 뭐야?

 

 - 내놔  - (재원) 야

 

 (재원)  이게 뭐냐고, 이게

 

 뭐냐고, 이게!

 

 (동식)  뭔데 그래?

 

 왜, 남자야?

 

 (병준)  아니요

 

 (동식)  혹시 남자입니까?

 

 (재원)  야, 윤선아, 네가, 야  네가 윤선아가 아닌 게 말이 돼?

 

 이게, 이게 말이 돼? 너 뭐야? 어?

 

 (동식)  이은오?

 

 야

 

 (재원)  아, 뭐라고 말 좀 해 봐, 좀!

 

 아, 나…

 

 야, 이런 거는 상상도 못 했…

 

 윤선아 어디 갔어?

 

 너 윤선아 맞아?

 

 아니, 너 주민 등록증 저거 너 맞아?

 

 이게 어떻게 된 거냐고

 

 아, 좀 대답 좀 해 봐, 좀!  어떻게 된 건지!

 

 너, 너 나한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속인 거야?

 

 야, 내가…

 

 야, 내가 진짜 윤선아 찾으려고!

 

 얼마나 헤매고…

 

 다녔는데, 아…

 

 [동식이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동식)  이은오 씨 주민 번호가…

 

 (재원)  저 가도 되죠?

 

 이 카메라 다 제가 준 거 맞고요

 

 그리고 제 인적 사항  예전에 다 말씀드렸고

 

 그러니까

 

 가도 되죠?

 

 (병준)  네, 뭐, 전화번호 저희한테 있으니까  일단은…

 

 [한숨 쉬며]  아, 참…

 

 (재원)  아씨, 진짜…

 

 [한숨]

 

 [은오의 다급한 숨소리]

 

 [은오의 가쁜 숨소리]

 

 [가쁜 숨소리]

 

 [자동차 리모컨 작동음]

 

 [차 문이 탁 닫힌다]

 

 [가쁜 숨소리]

 

 [자동차 시동음]

 

 [한숨]

 

 [가쁜 숨소리]

 

 [가쁜 숨소리]

 

 재원

 

 (은오)  재원

 

 재원, 잠깐만!

 

 잠깐만, 재원!

 

 재원, 잠…

 

 재원, 잠깐만!

 

 [경적이 울린다]

 

 [타이어 마찰음]

 

 (남자2)  아, 갑자기 끼어들면 어떡해요!

 

 아이씨

 

 [가쁜 숨소리]

 

 (은오)  재원

 

 잠깐만, 잠깐만, 잠깐만

 

 이거 돌려줄게

 

 가져가

 

 [은오의 가쁜 숨소리]

 

 이거를 왜 나한테 줘?

 

 이걸 왜 나한테 주냐고

 

 이거 내가 준 거라며?

 

 네 입으로 그랬잖아  이거 내가 준 거라며

 

 이걸 왜 나한테 주는데?

 

 맞아? 이거 내가 줬어?

 

 아니면

 

 (재원)  우리 파출소 가서 다시 얘기해 볼까?

 

 [은오의 흐느끼는 신음]

 

 (은오)  처음부터 그럴 생각은 아니었어

 

 그냥

 

 차라리 내가 훔쳤다고  생각하는 게 나을 거 같아서

 

 그래서 그렇게 말했어  [재원의 한숨]

 

 파출소에서는 거짓말해서 미안해, 재원

 

 (재원)  아니야, 아니야  내 이름 그렇게 부르지 마

 

 나는 너 모르겠어, 누군지

 

 너 윤선아 아니잖아

 

 너 윤선아가 아니면 대체 누군데  너 누군데?

 

 어?

 

 나는 네 진짜 이름 따위는 모르겠고

 

 아니, 알고 싶지도 않아

 

 너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 거짓말이었잖아, 나한테!

 

 너

 

 나한테 뭘 잘못했는지 알기나 해?

 

 만약에 그거 알면  너 이렇게 카메라 나한테 못 내밀어

 

 [재원의 한숨]

 

 넌 진짜

 

 [한숨]

 

 넌 나쁜 년이야

 

 [재원의 거친 숨소리]

 

 (은오)  그래도 이거 가져가

 

 [떨리는 숨소리]

 

 (재원)  이걸 내가 어떻게 갖고 가

 

 이거 내가 어떻게 갖고 가

 

 [은오의 흐느끼는 숨소리]

 

 나 이것만 보면  너랑 같이했던 시간 생각날 거 같고

 

 내가 좋아했던 윤선아 생각날 거 같아

 

 근데 내가 이걸 어떻게 갖고 가?

 

 [재원의 거친 숨소리]  [은오의 흐느끼는 숨소리]

 

 [애잔한 음악]

 

 저 카메라 네가 훔쳐 갔든  아니면 내가 줬든 나 다 상관없어

 

 우리

 

 이제는 다신 보지 말자

 

 [한숨]

 

 카메라는 네가 갖다 버려  [은오의 흐느끼는 숨소리]

 

 아, 그리고

 

 너는 반지 이미 뺐더라

 

 아까 같이 수갑 차면서

 

 네 손가락에  반지 없는 거 보고 내 마음이…

 

 [재원의 한숨]

 

 내가 진짜 바보 같아, 어

 

 내가 바보야

 

 나는 있잖아

 

 죽을 때까지  반지 안 빼자는 약속 때문에

 

 난 아직까지 반지 끼고 있었거든, 근데

 

 [한숨 쉬며]  와…

 

 내가 진짜 너무 병신 같은 거 같아

 

 나도 이제 버릴게

 

 [재원의 거친 숨소리]

 

 [자동차 시동음]

 

 (은오)  무작정 달려  떠나는 그 사람을 잡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아무것도 없었어

 

 그 사람에게만은

 

 반짝반짝 빛났던  윤선아로 남아 있고 싶었어

 

 근데 이제 박재원은 알아 버렸어

 

 내가 그렇게  빛이 나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도어 록 작동음]

 

 [스위치가 탁 켜진다]

 

 [재원의 한숨]

 

 (재원)  아, 뭐야, 이게 진짜

 

 최경준 이 미친 새끼

 

 (경준)

 

 (재원)  하, 씨…

 

 (경준)  술은 내가 다 가져간다

 

 아, 진짜, 이 미친 새끼

 

 아, 뭐야, 이게…

 

 (경준)  술 끊어, 윤선아도 제발 잊고  [재원의 못마땅한 신음]

 

 [재원의 짜증 섞인 신음]

 

 [혀를 쯧 찬다]

 

 [한숨]

 

 (경준)  자

 

 (건)  야, 이 귀한 술을 다 어디서 난 거야?

 

 [린이가 살짝 웃는다]  (경준)  뭐, 출처가 중요한가?

 

 (건)  그래, 공짜인 게 중요하지

 

 (린이)  얼마에 살래? 만둥아?

 

 (경준)  린이야, 팔 생각을 했어?

 

 [웃으며]  아이고, 우리 똑순이

 

 (건)  대박, '특별 한정판'

 

 야, 이거 얼마에 팔래? 나 다 살게

 

 (경준)  으이구, 우리 만만둥이  [건의 당황한 신음]

 

 (건)  하지 마, 나 이거 느껴

 

 [한숨]

 

 [재원의 한숨]

 

 [음료를 달그락 집는다]

 

 [한숨]

 

 [뚜껑을 탁 던진다]

 

 [시원한 숨을 내뱉는다]

 

 [한숨]

 

 (재원)  이름뿐만 아니라 머리부터 발끝까지

 

 처음 보는 여자 같았어

 

 [파도가 철썩인다]

 

 [한숨]

 

 (재원)  아…

 

 [난간을 툭툭 친다]  [중얼거린다]

 

 [재원의 한숨]  (은오)  라라, 나 간다!

 

 (재원)  어…

 

 [은오가 흥얼거린다]

 

 [재원의 놀래는 탄성]  [은오의 놀라는 탄성]

 

 [함께 웃는다]

 

 (은오)  아, 깜짝이야

 

 [애틋한 음악]

 

 (재원)  아, 왜 이렇게 늦게 왔어  나 엄청 오래 기다렸잖아

 

 - (은오) 기다렸어?  - (재원) 응  [은오의 웃음]

 

 - (재원) 가자  - (은오) 가자

 

 (재원)  내가 사랑했던 그 여자는 누구였을까?

 

 - (재원) 오늘 뭐 먹을까?  - (은오) 몰라

 

 (재원)  왜 맨날 몰라?

 

 왜?

 

 - 설거지는  - (재원) 어

 

 - 선착순  - (재원) 어어, 야

 

 야, 같이 가

 

 [은오의 웃음]  (재원)  아, 같이 가

 

 [은오의 비명]  [재원의 놀라는 신음]

 

 [재원의 웃음]  [은오가 구시렁거린다]

 

 웃냐?

 

 [연신 웃는다]

 

 - (재원) 와, 아팠겠다  - (은오) 씨…

 

 (재원)  알았어, 알았어

 

 일어나, 내가, 설거지 내가 할게

 

 - (은오) 아, 나 일어나기 귀찮아  - (재원) 왜

 

 (은오)  이대로 굴러서 다시 내려갈래

 

 (재원)  아이…

 

 - (재원) 아…  - (은오) 야!

 

 [은오의 웃음]

 

 (재원)  뭐 해  [은오의 탄성]

 

 아유, 그래, 같이 굴러  [은오의 웃음]

 

 - (재원) 와!  - (은오) 야!

 

 (재원)  와!  [은오의 웃음]

 

 [재원의 지친 신음]  [은오의 힘주는 신음]

 

 [재원의 웃음]  [은오의 힘주는 신음]

 

 이리 와

 

 [함께 웃는다]

 

 [은오와 재원의 가쁜 숨소리]

 

 (재원)  그렇게 환하고 예뻤던  그 여자는 누구였을까

 

 [은오의 웃음]

 

 (은오)  이거 하나 주세요

 

 - (점원) 3만 원입니다  - 네

 

 [재원의 한숨]  [파도가 철썩인다]

 

 (재원)  하늘에 별 진짜 많다

 

 선아야, 저거 봐 봐라

 

 저기에, 어?  반짝반짝 빛나는 거 있지?

 

 (은오)  우리 캠핑카 위에서 해 보자

 

 (재원)  어?

 

 (은오)  우리 여기서 해 보자

 

 (재원)  여…

 

 - 하자고? 여기서?  - (은오) 응

 

 (재원)  에이, 에이, 여기서 어떻게 해, 나는…

 

 (은오)  거절할 수 있으면 거절해 봐

 

 [은오가 쪽쪽 뽀뽀한다]  - (재원) 아, 너무…  - (은오) 거절할 수 있을 거 같아?

 

 (재원)  [웃으며]  아, 야, 하지 마, 아, 진짜, 야

 

 - (은오) 거절해 봐, 거절해 봐  - 야, 여기, 밖에서 누가 보면 어떡해

 

 [은오의 웃음]  (재원)  아, 진짜

 

 (재원)  [힘주며]  일로 와

 

 [재원이 연신 뽀뽀한다]  [은오의 웃음]

 

 [스위치가 탁 꺼진다]

 

 [한숨]

 

 (재원)  나 누구를 사랑했는지 모르겠네

 

 [한숨]

 

 (병준)  박재원 씨 충격이 컸겠어요

 

 상상도 못 했는데

 

 (동식)  [한숨 쉬며]  그러게

 

 - (동식) 근데 뭔가  - (병준) 네

 

 (동식)  그 여자한테도  사정이 있어 보이지 않았어?

 

 뭐, 사기꾼이나  도둑 같아 보이진 않았잖아

 

 (병준)  그렇죠

 

 그래도 선배님 아까 수갑 채울 때

 

 저 기절하는 줄 알았습니다  [동식의 웃음]

 

 그러다 징계받으면 어쩌려고

 

 - 선배님  - (동식) 응?

 

 저기, 저, 윤선아 씨 아니에요?

 

 (동식)  어?

 

 씁, 뭐지?

 

 뭘 찾는 거 같은데?

 

 (여자2)  어머, 미쳤나 봐  [은오가 중얼거린다]

 

 [은오의 가쁜 숨소리]

 

 [중얼거린다]

 

 [은오의 가쁜 숨소리]

 

 [감미로운 음악]

 

 (은오)  어? 어, 잠깐

 

 [놀라는 신음]

 

 (은오)  찾았다!

 

 [동식의 웃음]

 

 [은오의 탄성]

 

 와, 찾았다

 

 찾았다, 내 결혼반지

 

 [은오의 기쁜 숨소리]

 

 [은오의 기쁜 숨소리]

 

 와!

 

 (재원)  아씨, 이 근처에  내가 어디다 던졌는데

 

 아, 추워, 씨

 

 [재원의 힘겨운 신음]

 

 야, 어디 갔냐

 

 와, 내가 왜 여기다 던졌냐

 

 어유, 추워, 씨

 

 에이, 진짜, 쓰레기를!

 

 아유

 

 어유, 추워, 씨

 

 [재원의 가쁜 숨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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