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필 무렵 8
(동백) 아, 용식 씨, 거기 어디 두세요, 그냥
(용식) 예
[힘주며] 이거 여기다 올려놓을게요
(동백) 네 [용식의 힘겨운 숨소리]
[가쁜 숨소리]
[긴장되는 음악]
[멋쩍게 웃으며] 얘는 또 왜 그래
센서 등이라도 하나 달아 볼까...
[동백의 놀란 신음]
아, 근데 갑자기 너무...
용식 씨
아, 그, 그게, 저...
[동백의 놀라는 숨소리]
[긴장되는 효과음]
[스프레이가 칙 뿌려진다]
[의미심장한 음악] (용식) 아는 놈이에요
확실하게 아는 놈이라고, 이거
이 가게 쪽문
구조
동선
저 카메라
저 카메라 위치까지 정확하게 아는 놈이라고요
그러니께 이 사각지대로만 움직이면서
그 껌껌한 데서 헤매지도 않고
이 지랄을 혀 놨죠
(변 소장) 저, 저, 근데 말이여
카메라 어제 달았다며
뭐, 귀신이여?
아이, 하루 만에 뭘 다 파악을 햐?
그 귀신이요
어제 가게에 왔던 놈들 중에 있단 뜻이죠
[긴장되는 음악]
그놈
카메라에 잡혔어요
(용식) 이 지랄 혀 놓기 전의 그 촬영분에는요
그놈 분명히 찍혀 있다고요
(변 소장) 저기
저, 그럼 말이여
씁, 그, 저기 뭐냐, 저
그 위에, 위에 보고부터 하고, 응?
그 저, 저, 씁, 그...
그 웬 까불이든 미친놈이든 간에
저기, 현장 보존부터 다 해 가지고, 응?
(용식) 아유, 참
아이, 온 동네 오만 사람 다 드나드는 여기 식당에서
이, 뭐, 뭐, 뭐, 뭘 따시려고요, 예?
뭐, 뭐, 뭐, 지문을 따요? 아니면 뭐, 머리카락을 따요?
저, 그래도
일단 감식반은 부르자고, 응?
(용식) 아이고, 참, 좀
좀, 좀...
(용식) 뭐, 감식반 불러요?
폴리스 라인 쳐요?
뭐, 기자니 형사니 그냥 죄 불러들여 갖고 그냥
막, 막, 막, 막, 막 막 떠들어 재끼게 해요? 예?
- (변 소장) 그래도 저기... - (용식) 필구 밥 먹고
(용식) 학교 댕기는 여기 이 가게에서?
(변 소장) [한숨 쉬며] 아이고
(용식) 아니, 그니께 어짤지는...
어유, 어유, 좀 잠깐만요
어유, 저도 좀 생각을 좀 해 보자고요
[용식의 당황한 신음]
저보고 직업여성이랬어요
(동백) 연쇄 살인은 다 더러운 년들이 당한다고
이번엔 살았으니까 앞으로 행실 똑바로 살라고...
(용식) 아니, 어떤 미친 새끼가 뭘 알지도 못하면서
[용식의 성난 숨소리] (동백) 진짜가 뭔지는 아무도 안 궁금해해요
그냥...
믿는 게 진짜인 거지
[애잔한 음악] 아이, 동백 씨는...
왜 이딴 거를 여태까지 그냥 갖고 있어요, 예?
(용식) 또 그딴 댓글들은 왜 또 다 이렇게
다 기억하고 계시고!
그래요, 그 댓글들
5년 지났는데도 토씨 하나 안 틀리고 생각나요
[한숨]
까불이는 나를 안 죽였는데
사람들은 나를 몇 번이고 찔렀어요
(동백) 다시는 그런 꼴 안 당할래요
제가요, 동백 씨
다시는 그런 꼴 안 당하게 할게요
저 말고 우리 필구요
(동백) 우리 필구는
맨날 인터넷 해요
근데 필구가
그런 말을 보면, 그러면
필구는 평생 기억할 거예요
나 애 마음에 그런 흉 지게 하기 싫어요
[한숨]
[동백의 한숨]
(용식) 이 CCTV만 돌려 보면요
용의자 원, 투, 스리 다 나올 거고요
제가 잡으면 돼요
동백 씨 하나도 안 다치게 아무렇지도 않게
제가 잡으면 된다고요
(변 소장) 야, 인마
아, 수사가 열의만 갖고 돼야?
(용식) 아, 그럼 걔네들은요, 예?
아, 걔들은 그나마 있는 그 열의도 없잖아요
그, 260mm 발이나 파 보란 놈들한테 그, 뭘 바라요?
그, 감식반에 광수대에
그 난리 블루스를 추고도 못 잡은 놈들 아니냐고요, 그놈들이!
(변 소장) 아휴, 환장하겄네, 씨, 쯧, 어휴, 씨
에?
아, 소장님 누구 편인디?
(용식) 뭐, 또 신고 넣어요? 예?
또 이 폴리스 라인 쳐요? 예?
[동백의 한숨]
(변 소장) 어휴
[변 소장의 한숨]
야
향미 금방 올 거 아니여!
저거, 저거 어떡할 겨!
[무거운 효과음]
[용식의 당황한 신음]
(용식) 동백 씨, 어디 가요, 어디 가요?
(동백) 아, 저...
불안해 가지고 필구한테 좀 먼저 가 봐야 할 거 같아요
아, 그래요, 그래요
그러면 제가 얼른 댁으로 모셔다드리고요
아, 근데 향미가 금방 올 텐데
저 페인트칠 좀 남은 것 좀 마저 부탁드리면 안 될까요?
아니, 그래도 이 와중에 어떻게 혼자 가세요?
그럼 용식 씨, 뭐 맨날 나만 쫓아다닐 거예요?
(동백) 어차피
혼자 다녀야 되는 길이고
여태도 혼자 잘 다녔는데요, 뭐
그럼 저는 뭐예요?
이렇게
동백 씨가 그렇게 이 악물고 계속 혼자 다니실 거면
썸은 뭐 하러 타요?
근데
향미가 알면 온 군민이 다 아는 거잖아요
(동백) 나한테 급한 건 페인트칠이니까
그거 좀 부탁할게요, 용식 씨
[답답한 신음]
예, 예, 예
그러면 제가 저거부터 일단 끝내고요
(용식) 전화를 드릴게요
댁에만 계시고요
가게는 뭐, 한 며칠쯤 닫죠
뭐, 내부 수리 중이거나 뭐, 휴가라든가 이런 걸로
가게 문 열죠
[의미심장한 음악] 예?
보고 싶을 거 같아요
간밤에 자기가 한 짓이 어떻게 됐는지
내 표정 어땠는지
오늘 꼭 와 볼 거 같은데요?
아이, 저, 동백 씨...
뭐, 매일매일 나를 봐 왔다는데
오늘은 더 보고 싶겠죠
[잘그락거리는 소리가 난다]
[불안한 신음]
(용식) 동백 씨!
(동백) 어? 나
혼자 집에 갈 수 있다니까요
(용식) 아유
하, 기냥 같이 가요, 기냥
내가 뭐, 내 집에도 못 찾아갈까 봐요? [부드러운 음악]
아유, 제가 아쉬워서 그래요, 제가요
(용식) 저, 그리고 또 제가 또 조금 좀 질척거리는 놈이잖아요
[용식의 멋쩍은 웃음] [동백이 살짝 웃는다]
가시죠, 응
[동백의 한숨]
[남자1이 쿨럭거린다] [동백의 놀라는 신음]
[쿨럭거린다]
[남자1의 술 취한 한숨]
(용식) 저기, 그 미친놈은 기냥 제가 잡아 버리면 되니께요
많이 놀라신 거 같은데 오늘은 좀 댁에서 쉬시는 게 어때요?
(동백) 그, 저 혼자 자취할 때요
그 다리 많은 벌레 있잖아요 돈벌레인가?
그거 나오면 막 경기를 했었는데요
진짜 무서우면 바로 때려잡아야 되는 거더라고요
(용식) 예?
(동백) 소리만 꽥꽥 지르다가 걔가 진짜 숨어 버리면 더 무섭잖아요
계속 같이 살아야 되니까요
5년 내내 날 봐 왔던 놈처럼요
[동백의 한숨]
그러니까
바로 때려잡자고요
(용식) 진짜 괜찮으신 거예요?
(동백) 용식 씨가 내 그릇은 대짜라면서요
사람들이 내 이빨 모르고 개긴다 그랬잖아요
[동백이 살짝 웃는다]
(용식) 그렇죠, 예, 이게 동백 씨죠
제가 동백 씨 은근한 깡다구에 또 반했잖아요
[용식의 웃음]
근데요, 사장님
(규태) 응
[동백의 머뭇거리는 신음]
(동백) 골뱅이 만 5천 원
그리고 여기 두루치기 만 2천 원
여기 뿔소라가 8천 원
이 안에 제 손목값이랑 웃음값은 없는 거예요
(규태) 뭐?
저는 술만 팔아요
그러니까 여기서 살 수 있는 건
딱 술
술뿐이에요
(용식) 처음엔 그랬다 [심장 박동 효과음]
(동백) 가게 문을 왜 닫아요? 오늘 가자미도 샀는데
치, 나쁜 놈이 암만 나대도 나는 내 갈 길을 가는 거지
(용식) 처음엔 이 여자의 이 담담한 깡에 반했었다
(동백) 아, 오늘 애 학교 보내고
오늘 산 가자미, 그거 무치고
포 뜨고 탕 내고 그러고 완판
그게 오늘 내 미션인데?
(용식) 근데 지금은
이 여자의 담담한 깡이
화가 난다
(동백) 말했잖아요, 내가
[아련한 음악] 그, 까불이 보란 듯이 난 5년 동안 가게 문 한 번을 안 닫았다고
(용식) 안쓰러워 화가 나고
괜히 미안해 더 화가 난다
(동백) 이제 와서 자기가 깝치면 난 가만있나?
치
치
왜...
(용식) 땀 차겄네
뭐 이렇게 손을 꼭 쥐고 댕겨요?
소, 손에 땀이 좀...
(용식) 아까부터
계속 이렇게 쥐고 댕기시니까 그렇죠
아휴, 참...
동백 씨!
(용식) 씁, 동백 씨
그, 스라소니가요, 예?
김두한보다 싸움은 잘했는디
이, 똘마니가 없어서 못 떴단 썰이 있어요
[용식의 웃음]
이, 동백 씨는 그, 스라소니과라서요
요 혼자서도 완전 세셨지만요
이제는
뒤에 한 놈이 더 있어요
이, 동백 씨가, 그 어디서든지 주춤거리시면
저 이 황용식이가 바로 튀어오니께요
동백 씨는 주먹 펴고요, 예?
어깨, 어깨 펴시고, 이렇게
[용식이 살짝 웃는다]
이렇게
같이 걸어요, 우리
가시죠 [용식이 살짝 웃는다]
(동백) 빨리 가야 돼요
(용식) 아, 예, 가시죠
[동백이 살짝 웃는다]
[한숨]
(변 소장) 아휴, 씨
야
자꾸 뺑이는 내가 치고 수사는 네가 한단 느낌이 들어
- 하, 참, 쯧 - (변 소장) 응?
(변 소장) 야
등장인물 신원부터 싹 다 특정을 하고
그중에서도 특히 카메라 자꾸 의식하는 놈
그놈을 색출하라고!
아이씨
CCTV 처음 봤나들, 진짜
[익살스러운 음악]
(영상 속 진배) 야, 이거는 왜 달았디야?
(영상 속 승엽) 모르쥬
(진배) 왜 이래?
(태희) 어휴, 이 동백이, 무서워졌다니께?
[남자들의 의아한 신음]
(동백)
(변 소장) 어유, 힘들어, 씨
쯧, 어휴
어머니?
어, 어머님이믄...
(용식) 아, 아니, 그...
접때 이 CCTV 설치할 때요
그, 저, 동백 씨 어머님이 주방에 계셨거든요
아이, 아니, 기냥, 기냥, 기냥
기냥, 기냥 싹 다 그냥 적어 보는 거예요, 기냥
그 냥반이 있었다고?
아, 요즘 여기서 알바하시잖아요
알바를 햐?
참...
씁, 하, 저, 가만있어 보자
(용식) 아, 카메라 다는 걸 아는 사람, 아는 사람...
씁, 근디 말이여
그 냥반이 오고 나서
이런 일이 생기긴 한다, 그렇지?
예?
아이, 뭔 말도 안...
(용식) 아, 그, 말이 되는 소릴 하셔야지 좀...
암만 치매라도요, 예?
자기 딸한테 그게 말이 돼요?
(변 소장) 아이, 모르지, 딴속이 있는지도
(용식) 에?
씁, 근데 그, 동백이 엄마 말이여
치매가 맞긴 맞는 거지?
- 예? - 아이, 아니
아, 우리 할머니도 치매셨거든
[의미심장한 음악] 씁, 근데 이게 달라도 너무나 달라서
그...
그, 이거, 뭐, 치매 팔찌도 차셨고요
저기, 파출소에 그, 실수도 하셨고요
씁, 근데 따지고 보면 말이여
(변 소장) 아무 사고를 안 쳐
씁, 이거 정황상 보탬이 되고 있는 거 아닌가?
(동백) 오늘부터는 엄마가 너 학원도 다 데려다줄 테니까
절대로 혼자 다니지 말아, 알았어?
(필구) 어차피 혼자 안 다녀
할머니가 맨날 데려다줘
(동백) 응?
(필구) 할머니가 오락실도 데려다주는데?
엄마, 엄마도 혼자 막 다니지 마
그러다 깜빡 정신 놓으면...
내 걱정은 말고
(동백) 누가 엄마 걱정한대? 참...
사장님 앞가림이나 하세요
치...
(정숙) 남의 동백이 계란말이에 찝쩍대지 마시고요
아, 누구보고 자꾸 동백이래 엄마는? 어?
그리고 엄마가 나 언제 계란말이 같은 거 해 준 적 있냐?
여편네가 식탐이 있어
(동백) 필구야
야구는 또 어디가 세?
(필구) 서울 동중초
(동백) 서울은 좀 비싼데
(필구) 대전 한승초도 좀 할걸?
왜?
(동백) 있잖아, 필구야, 우리 이사 갈래?
(필구) 왜?
음, 그냥 엄마가 널 좀 더 안전한 데에서 키우고 싶어서
여기는 좀 안 그런가도 싶고...
[동백이 입소리를 쩝 낸다] (필구) 엄마
나 금방 10대야
할머니가 그러는데
자식새끼 다 품 안의 자식이래
[익살스러운 음악]
동백아
오늘은 내가 너 못 데리러 온다 그랬지?
사장님, 오늘
사장님이 동백이 좀... [정숙이 살짝 웃는다]
얘 동백이 아니고 필구야
사장님이 데리러 와 주신대, 가자
(동백) 어머머 [정숙의 웃음]
[동백의 한숨]
(동백) 필구한테 자꾸 내 이름 부르면서
세상 착한 엄마인 척 좀 하지 마
한풀이야, 뭐야?
[동백의 어이없는 숨소리]
아니, 툭 까놓고 엄마가 한이 어디 있어?
씨, 자기 마음대로 자식 버린 사람이
한이 있으면 내가 있지
은행은 왜?
나 잘 보여야 돼
[순번 알림음]
(행원) 자격 요건이 영 안 되시고
[차분한 음악] 뭐, 다른 담보라든가
보증인이라든가
근데 저는
진짜진짜 서민이라 그런 게 없는데...
(행원) 예?
서민은 못 받는 서민 대출이네요
[안내 음성이 흘러나온다]
아이, 무슨 잔고가 이렇게 정직하냐?
[동백의 헛웃음]
(동백) 하루를 안 쉬고 일을 했는데
돈 몇백이 없네
엄마, 봐 봐, 나 개털이야
흙수저니 금수저니 그것도 다 어쨌건 있는 애들 얘기
나같이 아예 숟가락 하나를 못 쥐고 간 애들은
공으로 들어오는 밥 한술이 없네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열린다]
(변 소장) 아유
(성민) 뭐 하시는 거예요?
(변 소장) 응, 저, 까멜리아에 좀도둑이 좀 든 거 같아 가지고
(오준) 동백이 진짜 좋아하는 거예유?
(변 소장) 진짜가 뭐여?
환장했어
아이, 저기, 그, 방앗간 아저씨 쌍꺼풀 수술 했어요?
(용식) 이, 긴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고...
(변 소장) 야
화면에 있는 이들만 적지 말고 없는 이도 적어야지
예?
화면에 안 나와도, 어?
까멜리아에 CCTV 단 거 아는 놈은 다 적으라고
네가 CCTV를 산 순간부터
까멜리아에 들어가
설치를 끝낸 시점까지 만난 모든 이들
그리고
그걸 설치했다고 떠든 데가 있거들랑
그거까지 싹 다
처음부터 싹 다요?
아, 그럼 그 게딱지만 한 가게에서 CCTV 달 데야 뻔하지
아, 네 귀퉁이 중 하나일 텐데, 인마
꼭 코앞에서 봐야만 아냐?
[흥미진진한 음악] [변 소장이 혀를 찬다]
처음부터 싹 다
(흥식) 저, 아부지
그, CCTV 새로 들어온 거 2층에 있어유?
(용식) 그래, 그놈을 만났었다
[흥식의 당황한 숨소리]
[빨리 감기 효과음]
흥식이는 때마침 만난 까멜리아 건물주에게
못 박는 문제에 대해 거슬리게 공손히도 양해를 구했고
(규태) 하, 미치겠네, 진짜 미치겠어
미치겠어, 어?
(용식) 놈은 침을 튀기 시작했다
(규태) 아이, 집주인도 벼루박이 아까워서, 어?
못 안 박고 이런 거를, 이런 거를, 어?
이런 거를, 이런 걸 지금 구하러 댕기는 판에
그, 세입자가 벽을 싹 다 뚫어 재끼네, 어? 참...
[못마땅한 웃음]
그짝에는 그, 자꾸 날갯죽지 킬러가 드나들어 가지고
뭐? '날갯죽지 킬러'
(규태) 당신 지금 사람한테...
(용식) 그, '땅콩, 땅콩'거리면서
그, 날갯죽지 툭툭 건드리는 그놈의 모습을
그거를 영상으로 찍어야 아, 징역을 살리는데 말이여, 쯧
아이, 나와요, 좀, 쯧
(흥식) 저... [흥식의 어색한 웃음]
- 달아요? - 잠깐 말 걸지 마 봐
나 지금 내상을 입었어
(용식) 놈을 시작으로
(용식) 이 기 빨리는 상황에서 [빨리 감기 효과음]
나는 일단 지껄여야 했다
(용식) [변조된 목소리로] 그, 그, 저, 저기, 저
저짝은 이, 야간 근무 하시는 그, 경향이 좀 크고
- 하시니까는... - (덕순) 누가 뭐랴?
가 봐
가던 길 가 보라고
응, 갈 겨
(용식) 어쩐 일로 순순히 보내 주나 했는데 [빨리 감기 효과음]
(덕순) 야!
(용식) 역시 백두덕순은 승부사였고
백두게장 말이여
(용식) 그 자리에서 내 미래를 다시 썼다
너 안 줄랴
[익살스러운 음악]
[용식의 어색한 웃음]
(용식) [어색하게 웃으며] 아니
아니, 느닷없이 갑자기 그 얘기가 왜 나와, 여기서?
(덕순) 안 주는 건 안 주는 것이니께
성들이랑 N빵 중에서도 네 지분은 빼야
(용식) 아니, 주고 말고...
갑자기 그 얘기가 왜 나오냐고, 여기서!
너는 CCTV나 달러 가
제 엄마 가게 CCTV는 새똥이 칠갑이 되도록
외눈 한 짝 껌뻑을 안 하던 놈이지만
(덕순) 거기는 그거를 재빠르게 달아 줘야지 [찬숙이 호응한다]
(용식) 아이, 그니께, 그
왜 거기다 그, 새가 똥을 싸도록 그게, 그냥 내비둬, 그거를!
(찬숙) 그라믄 새 항문을 통제햐?
[빨리 감기 효과음]
(용식) 새는 청와대에서도 똥을 싼단 소리를 뒤로하며
줌마피아 영역을 벗어났는데
그 길은 느닷없는 일의 연속이었다
(용식) 아이고!
아이, 변호사님 아니세요?
[웃으며] 아, 어쩐 일로...
[용식의 탄성]
[잔잔한 음악] (용식) 나는 '아, 건물 보러 오신 거죠?'
'가게도 빼고 한다니까' 했고
만난 김에 갑의 양해를 구해 보기로 했다
(용식) [변조된 목소리로] CCTV 한번 달아 볼까 하는데
그래도 뭐, 어쩔 수 없이 못을 한
두 개 내지 세 개 정도는...
네, 그러세요
[빨리 감기 효과음]
(용식) 지금은 동백 씨가 못이 아니라 정을 때려 박는대도
집주인 노 씨가 찍소리를 할 입장도 아닐 거라 말했고
[용식의 탄성] 나는 내 정치색을 밝혔다
그 집안에서 구태여 이, 군수가 하나 나와야 된다 치면요
[변조된 목소리로] 변호사님이 진정한 군수감이라고 그렇게 생각을 해요
(용식) 저는 그냥, 아주 그냥 찍을 용의가 다분해요, 그냥
[웃음]
아, 어디 뭐, 가시는 길이세요? 아이, 뭐, 이쪽으로
어디, 예, 가세요, 예 [자영이 살짝 웃는다]
(용식) 공사다망할 차기 군수를 지체 없이 배웅하고
[탄성]
군수는 저게 군수지, 응?
(자영) 나 그냥
술 한잔하러 온 건데
남편은 바람나고
소주 한잔하자 할 친구가 없네
- (용식) 흥식아, 어 - (흥식) 예
(용식) 동백 씨! [용식의 웃음]
(용식) 보고 싶지 않은 얼굴을 만난 것까지가
그 길에서 만난 다채로운 용의자들이다
[용식이 펜을 탁 내려놓는다]
[용식의 한숨]
적긴 적었는디
뭐 이랴?
왜?
다 파 볼 생각 하니께
한숨이 푹푹 나?
아니
파는 게 문제가 아니라요
조금
[입소리를 쩝 낸다]
조금 좀...
(동백) 음, 까불이가 설치고
동네 눈도 무섭고
집주인이 나가래도 어째?
이 동네는 아직도 떡꼬치가 500원인 걸
이 동네는 뭐가 이렇게 다 싸냐?
집값도 너무 싸니까 내가 이사를 못 가지
이거 보험이 생명 보험이냐고
(동백) 엄마
엄마도 빨리 갈 길 가
다른 자식 있는지 빨리 생각해 내, 응?
아니면 저, 저
저 뭐, 요양원에라도 가
엄마 나랑 있어 봐야 좋은 꼴 볼 거 하나도 없어
그냥 셋이 다 같이 고달픈 거야
그냥 엄마 혼자 한갓지게 고달픈 게 더 낫지 않겠어?
혼자 고달프면 사고 쳐
[어두운 음악] (정숙) 못난 놈은 못난 마음 먹고
나쁜 놈은 나쁜 마음만 풀지
혼자서 고달프다, 고달프다
화가 나고 악에 받치면
거울에서 괴물도 나온다고
아이, 무서워, 엄마, 무슨 소리야?
조금 좀
무서워요
(변 소장) 하이고
네가 무서운 것도 알아?
까불이는 좀 무서운가 보제?
(용식) [펜을 탁 내려놓으며] 아니, 아니, 그...
씁, 너무
너무 아는 사람들이니께
아, 이 중에 사람 죽일 놈이 어디 있냐고요? 쯧
아, 이 동네에서 누가 그려?
동네 사람이 아니겄지
동네 사람이면요?
[어두운 음악]
(용식) 아, 이 머리통에 뿔이라도 하나 달렸으면
이게 차라리 덜 무섭겠는데, 이게, 씁
이, 잡아 놓고 보면
너무 평범할까 봐
오며 가며 속 좋게 웃던 놈일까 봐
[한숨 쉬며] 오질나게 무섭네
얼굴이야 다들 착하지
사람 조심해라
(동백) 엄마, 어디 가?
어? 어디 가느냐니까?
어디든 가라며
(정숙) 왜?
내가 이제 어디 갈까 봐 겁나?
아니, 엄마, 뭐 어디 가면 간다 말을 해야지
정신도 오락가락한 사람이
내일 밤에 돌아올 거야
이따가 동백이 데리러 가
아니, 엄마, 어딜 이렇게 자꾸 다녀? 어?
[의미심장한 음악]
아이씨, 엄만 왜 하필 어딜 간다는 거야?
향미도 오늘 늦는다고 그랬는데, 치
[자물쇠를 철커덕 연다]
(제시카) 아, 이거 공증까지 다 받은 거라고!
(종렬) 집에 잠깐 들어와서 택배만 좀 넣어 달랬더니 그걸 안 해 주냐?
여기도 네 집이야
(제시카) 우리 엄마가 써 달랬어?
오빠가 자진해서 쓴 각서잖아
(종렬) 이거 장모님이 써 오셨던 거야
(제시카) 뭐?
장모님이 다 써 오셨던 거
나 그냥 도장만 찍은 거였다고
하, 어쨌든 네 도장이잖아
내가 원하면 대학원까지 보내 준다며?
그때 어머님이
'박상미는 이제 내 딸 아니고 네 마누라니까'
'공부든 뭐든 네가 알아서 시켜라' 딱 그러시더라
근데 네가 내 마누라냐? 장모님 딸이지
그럼 뭐?
위자료로 대 줄래?
[한숨]
그래, 좋아
(종렬) 밀라노고 말라노고 다 보내 줄게
대신
야, 지선이 젖이라도 좀 떼고 가
레베카 분유 먹어
(종렬) 야, 됐고
너 이거나 한 박스 가지고 너희 집 가라
(제시카) 안 먹어
오빠 팬들은 뭐 이렇게 다 촌스러워?
아니, 상품을 줘야지 맨날 무슨
젓갈에 전복에...
야, 너 이거 네가 좋아하는 그 청담동 일식집에서 먹으면
돈 10만 원짜리야 [제시카의 비웃음]
아, 빨리 한 박스 가지고 가라고
뭐, 이거 칼로리가 몇인데?
(종렬) 야
너 안 줘
너 아무것도 안 줄 거니까 배 째
(제시카) 아니, 배 쨀 거면 이혼하자고!
[긴장되는 음악]
[스위치가 탁탁 켜진다]
[한숨]
[TV 소리가 흘러나온다]
[한숨]
[김이 쉭 나온다] [놀라는 신음]
[한숨]
[한숨]
웬 오버야, 진짜
[한숨]
[한숨]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동백의 놀라는 신음]
(동백) 그 반갑던 종소리가
식사 돼요?
(동백) 무서워졌다
문 연 거죠?
(동백) 아니요, 안 되는데...
(남자2) 여기 '점심 개시'라고 쓰여 있는데, 왜요?
(동백) 제일 소중하던 내 공간이
예, 예, 아직
준비가 안 돼서...
(동백) 나중에 오세요
(동백) 무서워졌다
[TV 소리가 흘러나온다]
[질색하는 신음] [잔을 탁 내려놓는다]
(제시카) 아휴, 그냥 석환이랑 계속 살 걸 그랬나 봐, 쯧
(화자) 야!
너
잠꼬대라도 석환이 얘기 꺼내지 마라잉, 응?
진짜 큰일 나!
아유, 내 호적 깨끗한데 뭐!
도장 안 찍었으면 사실혼도 아니었지
식 올리고 산 게 2년인데
그게 사실혼이 아니야?
아유, 강종렬은?
뭐, 아이돌 사귀고, 어? 아나운서 사귀고, 막
이 여자, 저 여자...
그래서 강 서방은 똥 묻은 개니까 너는 떳떳하다?
어, 난 쿨해
나도 오빠 과거 다 이해하거든?
결혼 전 과거는 유책 사유가 아니니까
그래서 나도 개떳떳해
유책 사유가 아니더라도 사기는 사기지, 이년아
(화자) 뭘 개떳떳해?
[무옥의 헛기침]
(종렬) 티 안 나게 현금화할 수 있는 것만 다 긁어 줘 봐
아이, 나 도박 안 해!
그냥 저기, 어디...
지방에 건물 하나 사려 그런다
빨리 알아보고 연락해
어
[ATM 경고음]
아니, 내가 내 돈 찾겠다는데 별...
[종렬의 한숨]
자
(종렬) 어휴
아, 이거 젖는 거 아니야?
그냥 주면 죽어도 안 받을 거라고, 걔는
아, 근데 내가 왜 내 돈 주면서 이런 쇼를...
해야지
이렇게라도 해야지
[의미심장한 음악] (사무장) 그 의뢰인 사건 내역서 보셨죠?
(자영) 아니, 그럼 아이 크림은 얻다 주고
양평은 누구랑 간 거야?
(사무장) [입소리를 쩝 내며] 양평은 그 회사 내연녀랑 간 게 맞대
이건 뭐야?
(사무장) 까놓고 우리 의뢰인
위자료 안 주려고 양육권 타령하는 거예요
(자영) 충대 MT?
[어이없는 숨소리]
아니, 충대 애들 MT 가는데 자기가 돈을 왜 써?
아무튼 나서는 거 엄청 좋아해
(사무장) 바람난 것들 때문에 먹고산다고는 하지만
어떨 때는 참 그래요
하, 대체 뭘 하고 다니는 거야?
(사무장) 바람 IQ가 따로 있나 봐요, 예?
[웃으며] 바람만 나면 386도 LTE가 되잖아요
[사무장의 웃음]
이런 개새끼!
[긴장되는 음악]
[익살스러운 음악]
[긴장되는 음악]
[무거운 효과음] [발걸음이 울린다]
[심장 박동 효과음]
안녕하세요
[심장 박동 효과음이 빨라진다]
여기서 보니까 되게 이상하다
저 완전 심쿵했어요
누구셨더라? [무거운 효과음]
(동백) 저 그냥 알아만 보려고 온 거예요
(여자) 아, 대전 쪽은
[물이 조르르 나온다] 보증금이 4, 5천은 있어야지
너 수중에 돈 좀 있냐?
[한숨]
(동백) 참, 집은 징그럽게 많은데...
(여자) 어어?
저 양반 또 왔네?
아, 진짜 옹산에 뭐 좀 사시려고?
[다가오는 발걸음]
야구 쳐서 돈 좀 많이 버셨나 벼
[종렬의 어색한 웃음]
(종렬) 아니, 그 저번에 빠진다는 건물은 언...
(여자) 그, 까멜리아?
여기가 그 세입자인데
[의미심장한 음악]
저 모르세요?
나 알아요?
(향미) 변호사님이잖아요
노 사장님 사모님
우리 몇 번 봤는데?
(자영) 우리가요?
(향미) 까멜리아에서요
저 거기서 일해요
아, 몇 번 봤던 것도 같고...
(향미) 변호사가 대낮부터 모텔엔 웬일이세요?
(자영) 아이, 그냥
뭐, 일이 있어서
저는 여기서 살았어요
아, 네
집이 없어 갖고
남친이 끊어 줬거든요
[어색하게 웃으며] 네
아, 그럼
어디 가시던 길 같은데
가던 길 가라고요?
네, 뭐...
(향미) 근데 사람들은요
맨날 나보고 그냥 가던 길 가 보래요
[헛웃음]
다들 나는 열외라고 생각하나 봐
사람 자꾸 삐뚤어지고 싶게
뭐라는 거야?
(여자) 필구 교육도 교육이니께 욕심도 나겄지만
네 수중의 돈으론 도시는 힘들어
어디 융통할 구멍이라도 있으면 모를까
(동백) 제가 그런 게 어디 있겠어요?
아, 살아는 있을 거 아니여?
[익살스러운 음악]
(여자) 그, 막말로
근 10년간 니 혼자 애 독박으로 키웠잖여
여태껏 양육비 좀 한 방에 땡기믄
답이 나올 거 아니여
[어색한 웃음]
좀 치사하잖아요
(여자) 아, 같이 싸질러 놓고 나 몰라라 하는 개차반이가 치사한 거지
달랄 걸 달라는데 뭘 치사햐!
그게 네 자존심이냐?
[동백의 어색한 웃음] [여자가 혀를 연신 찬다]
네가 아직도 애다, 애 [한숨]
왜?
애냐?
(종렬) 이사 가야 된다며?
애 데리고 길바닥에 나앉을래?
이 상황에 뭔 치사하고 자시고를 찾아?
너 진짜 그냥 애지, 애?
[동백의 한숨]
(동백) 아이, 꼭 그래서가 아니라
그냥 꼴랑 돈 몇 푼에
내 새끼한테 숟가락 얹게 하기 싫어서 그래
[한숨]
옹산 오지 마
너 그런 눈 하고
우리 필구 쳐다보지 말라고
[아련한 음악] (종렬) 나도 좀 안 볼 수 있으면
제발 안 보고 싶거든?
쯧
[종렬의 한숨]
[종렬이 안전벨트를 딸깍 푼다]
[종렬의 한숨]
전복 가져가란 소린 못 하고 개소리만 해 댔네
아, 왜 이렇게 말이 곱게 안 나가냐?
쯧
그냥 까놓고
더럽게 보고 싶었다고 하지
[한숨] [경보음이 울린다]
[긴장되는 음악]
[사람들이 콜록거린다]
(종렬) 아이, 학교에서
다름 아닌 애들 학교에서 불이 난다는 게 말이 되냐고요, 지금!
(승엽) 아유, 누가 저기서 담배를 피웠나?
왜 체육 창고에서 불이 나는...
내 새끼 다쳤으면
(종렬) 누구라도 다쳤으면요, 예?
(승엽) 그래도 부상자는 전혀 없고유
(종렬) 아니, 여덟 살한테 이 유독 가스가, 이게!
유독 가스가 얼마나!
어? 유독 가스인데
부상자가 없다는 보고가 어떻게 나와요?
저기, 근데...
제가 강 선수님한테 보고를 할 저거는 아니지 않아요? [종렬의 성난 한숨]
(승엽) 어이구
누가 보면 학부모 회장이 쫓아온 줄 알겄어유
[소리친다]
[흥미로운 음악]
(종렬) 야, 강필구!
강필구! 강필구
너 연기 마셨어?
코 막혀? 가슴은? [필구의 아파하는 신음]
답답하지? 숨 크게 쉬어 봐 [필구의 짜증 섞인 신음]
- (종렬) 숨 - (필구) 아, 놔둬요
(종렬) 아이, 진짜로 어디 다친 데 없냐고!
(필구) 아, 놔요!
나 바빠요
(준기) 왜 맨날 필구만 괴롭혀요?
(종렬) 아유, 훈련도 공짜인데 여덟 살이 뭐가 바빠?
뭐, 같이 놀게?
(준기) 전 과외 있는데요
(종렬) 아, 과외?
너는? 너도 같이하는 거야, 과외?
(필구) 난 과외 안 하는데요
(종렬) 왜?
왜 너는 안 해? 왜, 왜 너는 과외도 안 해, 왜!
(필구) 난 가게 가야 되니까요
(종렬) 아니, 왜, 네가 거기 가서 뭐 하게?
뭐, 서빙하게?
엄마랑 밥 먹으러요!
아, 여덟 살짜리가 왜 자꾸 술집에 앉아 있냐고!
왜 자꾸 소리 질러요!
아휴, 씨...
아저씨는 서울 가서 훈련이나 좀 하세요!
애들이 다 아저씨 라이거스에서 잘렸대요
야, 강필구!
너 거기 가서 뭐 먹게?
뭐 먹게!
(규태) 자, 봐 봐
코펜하겐 비행깃값 78만 7,800원이지?
응, 땡처리 최저가로
[한숨]
내가 진짜 기부하는 셈 치고
80만 원 넣었거든?
[의미심장한 음악] 양심적으로 이거 먹고 떨어지자
(향미) 오빠, 오빠!
아이씨... [다급한 숨소리]
야, 너 여기가 어디라고, 이씨
변호사 언니 아까 출근하던데?
[다급한 숨소리]
(규태) 야
넌, 넌, 씨, 넌 출근 안 해?
어? 너 1억 안 벌어?
1억을 모아야지 이 옹산을 뜨지! 씨
오빠가 비행깃값 정도나 꿔 주면 더 빨리 뜰 수도 있는데
(향미) 그렇게 십시일반 하다 보면
언젠가 1억이 되지 않겠어? [규태의 기가 찬 숨소리]
너 지금 그, 그 1억을 지금
십시일반 삥 뜯어서 모아 보겠다는 얘기냐?
[규태의 한숨]
(규태) 너 진짜 나한테 왜 그래, 왜! [카메라 셔터음]
아이, 좀 하지 마, 씨 [카메라 셔터음]
아니, 막말로
[카메라 셔터음] 뭘 하기나 하고 이 꼴을 당해야 당해도 싸다지
- 이건 염병할 뭘... - (향미) 뭘 안 해?
마음으론 진작 나랑 별도 달도 다 땄으면서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원래 바람이라는 게 시작이 반인 거지
[규태의 한숨] 사람들이 '바람난 놈, 안 난 놈' 그러지
'바람 쪼끔 난 놈, 많이 난 놈' 그래?
야, 야!
난 뭐, 입이 없냐? 어?
(규태) 사람들이 네 말을 더 믿을 거 같냐?
차기 군수인 내 말을 더 믿을 거...
(향미) 사람들은 팩트를 믿지
요거는 안 믿어
[규태의 놀란 숨소리]
[힘겨운 숨소리]
아, 아니, 너, 너 지금 그걸 핸드폰 메인에다 해 놓은 거야?
옹산 꽃게보다 속이 맑은 차기 군수 노규태가
동네 백치 최향미한테 호구 잡혔다면
사람들이 너무너무 실망해
(향미) 군수고 나발이고
이번 생에 동네 통장도 못 할걸?
너...
너 바보 아니지?
[의미심장한 음악] (향미) 오케이
일단은 잘 쓸게
일단?
일단은 뭐가 일단이야?
(규태) 그냥 그거 타고 코펜하겐 가라고
가, 가, 가!
근데 아까 내가 있잖아
사모님이랑 안면을 터 버렸어
아까 우리 모텔로 오셨더라고
걔, 걔가 거길 왜 가?
(향미) 씁, 여자 혼자 대낮에 모텔에 왜 왔겠어?
둘 중 하나지
바람을 피우러 갔거나 바람을 잡으러 왔거나
핸드폰이나 카드 내역 간수 잘해
사모님이 이혼 전문이라고
오빠 개털 되면
나 코펜하겐은 누가 보내 줘?
[한숨]
[승엽의 힘주는 신음]
[승엽의 힘주는 신음]
(승엽) 뭐, 대단한 화재는 아니었고
그냥 불씨, 응
근데 거기다 대고도
유독 가스가 어쩌니 해 대는 사람도 있으니께
일단 훈련은 해산시키고...
어, 그러면 우리 필구는...
[승엽의 힘겨운 신음]
(승엽) 엄마 가게 간다던디?
[긴장되는 음악] 오늘 워쩐 일로 할머니도 안 오셔서 혼자 가게 가 있겄다고...
필구가 가게에 혼자 있다고요?
(승엽) 엄마가 여기 있으니께 아무래도 혼자...
(동백) 그때부터 지금까지 매일 날 보고 있다는 말에
제일 먼저 떠오른 건 필구였다
(동백) 필구야!
필구야!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 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 있어 음성 사서함으로...
우리 준기는 과외하는데?
뭐여, 어디 간 겨?
(동백) 그놈이 우리 필구도 매일 봤을 테니까
그래서 5년 전보다 더 끔찍했는데
(변 소장) 5년 전 거 들여다보고 앉아 있으면 뭐가 나와?
너
까멜리아 골목 블랙박스는 다 뒤져 보고
또, 또 이거 보고 앉아 있는 겨?
코빼기도 안 잡혔어요
씁, 이거, 이거 분명히 이 동네에 빠삭한 놈이에요
(변 소장) 이거 자꾸 들여다보면 뭐가 나와? 어?
아, 왜 이놈의 건 자꾸 보고 자빠졌어!
현장은요
반드시 진실을 지껄이게 돼 있다고요
(용식) '여기 좀 봐 주소' 치열하게 용을 쓰고 있을 수 있다고요
[변 소장의 한숨]
(변 소장) 너 인생 진짜 근성으로 간다
너 말이여
동백이한테도 한번 백번 찍어 봐 봐
아, 혹시 알아?
썸이라도 타 줄지?
(동백) [가쁜 숨을 내쉬며] 아, 필구가 없어요
[어두운 음악]
- (용식) 동백 씨 - (동백) 아니
애가 오락실에도 없고
(동백) 학원에도 없고
가게에도 혼자 있으면 안 되는데 가게에도 없고
- 어떡해요, 없어요 - (변 소장) 애가 없어졌다고?
[가쁜 숨소리]
저, 저, 동백 씨, 일단 진정하시고요
(용식) 필구가 고새 돌아왔을 수 있으니까요
동백 씨는 일단 저랑 같이 가게로 가시고요
- (용식) 소장님 - (변 소장) 응
그, 인근의 미아 신고 좀 확인해 주시고요
(용식) 야, 막내야
너 그, 슈퍼 알지, 슈퍼? 어?
[소란스럽다]
[종렬의 다급한 신음]
(종렬) 앉아서 먹어, 여기, 편하게
[종렬의 힘주는 숨소리]
야, 너 서래마을 권 셰프님 모르지?
내가 이 전복들 다 싸 들고 가 가지고, 인마, 어?
따로 조리 좀 잘 부탁드린다고
어휴, 자
어? 쯧, 아, 이게
그냥 횟집 아저씨가 썰었을 때랑
권 셰프님이 썰었을 때랑은
전복 개당 단가가 달라진다니까?
[발랄한 음악]
너
이런 거 태어나서 먹어 본 적은 있어?
골뱅이 맛인데?
그냥 골뱅이 맛인데?
하, 참
별것도 아니네
별것도 아닌데 뭘 그렇게 잘 먹어?
(필구) 근데 이거 나 왜 줘요?
어?
왜 준기는 가라 그러고 나만 줘요?
어
(종렬) 걔는 과외도 해야 되고 또
걔는...
식단 관리 해야지, 그리고
네가 걔보다 쪼그마하니까
어, 이런 전복 많이 먹어서 빨리 커야 되지 않겠냐는 거지
[종렬의 어색한 웃음]
[종렬의 헛기침] (필구) 난 어차피 키는 클 거래요
아빠 닮아서
엄마가 그랬어?
[종렬의 한숨]
(종렬) [코를 훌쩍이며] 저, 그, 내가
너희 가게에 진짜진짜 비싼 전복을 박스로 갖다줄 건데
손님들 절대 주지 말고 꼭 너랑 엄마만 먹어야 돼, 알았지?
(필구) 얼마나 비싼데요?
(종렬) 하, 말하면 네가 알아?
(필구) 한 10만 원?
[피식 웃는다]
은행 다섯 개의 현금 자동 지급기의 1일 출금 한도액만큼 비싸
(용식) 저, 아, 참, 아니라니께
아유, 제발 그만하고 먼저 들어가 있으세요, 아유
예
응
아, 그, 필구는 그, 놀이터 스타일이 아니라니께, 어?
그, 옹산공고 뒤편에도 오락실 하나 있으니께 거기부터 가 봐
어
[TV 소리가 흘러나온다]
(용식) 저, 동백 씨, 저...
(동백) 필구야
(필구) 어디 갔다 와?
(용식) 필구야, 너 여태 어디 있다가...
(필구) 나 이 아저씨랑 잠깐 전복 좀 먹었는데요?
[아련한 음악]
[한숨] [용식의 한숨]
[동백의 힘겨운 신음] (용식) 어, 어, 어, 동백 씨!
- (필구) 엄마! - (용식) 동백 씨, 괜찮아요?
(필구) 왜 그래?
(용식) 괜찮아요, 동백 씨?
필구야, 너
이제 다시는 가게에 혼자 오면 안 돼
(동백) 어? 여기 너 혼자 있으면 안 돼, 알았어?
[종렬과 용식의 다급한 신음]
(용식) 동백 씨
[동백의 힘겨운 숨소리]
(동백) 너 앞으로 오락 그만해
하루 종일 오락을 하니까 핸드폰이 꺼지지
너, 그리고
필구야, 너 훈련 끝나면 바로 엄마한테 전화해, 어?
그렇게 걱정되면 가게에 좀 붙어 있든가
(종렬) 그렇게 애 걱정하는 엄마가
애는 팽개치고 하루 종일 누구랑 싸돌아다니다가 지금...
(용식) 아유, 씨 [용식의 어색한 웃음]
아이, 참 나
아, 이 사람이 대낮부터 취했네, 취했어 [종렬의 힘겨운 숨소리]
[웃으며] 야, 필구야, 너 그거 알지?
그, 아저씨들 이렇게 취하면 그...
막, 이, 막 반말 지껄이고
그런 겨
[용식의 다급한 신음] [종렬이 쿨럭거린다]
[용식의 어색한 웃음]
아이참
[종렬이 쿨럭거린다]
(종렬) 아이, 그걸 당신이 왜 들고나와?
제발 낄 데 안 낄 데 좀 가리시라고
당신 동백이 한 몇 달 봤어?
나랑 쟤 사이엔 10년이란 세월이 있고
죽었다 깨어나도 아빤 내가 아빠야
필구는 내가 봐도 날 닮았어
당신은 암만 용을 써도 그냥 아저씨고
나랑 필구는 천륜이라고, 천륜
쯧, 씨
(용식) 네가 아비냐?
뭐?
(용식) 가서 또 떠들어
저짝 들어가서 애 앞에서 더 지껄여 보라고
네가 그 8년을 쌩깐 아빠고
네 엄마랑 그 10년 대단한 세월이 있었어도
지금은...
모델 아줌마랑 딸 바보 '슈퍼맨' 하고 있다고
[한숨]
아비 완장은 차고 싶고
애 속에 들...
피멍은 안 보이고?
적당히 까불어라, 진짜
[의미심장한 음악]
가서 '슈퍼맨' 햐
(종렬) 넌 진심 네가 동백이, 필구 다 책임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냐?
[한숨]
한 철도 안 지난 감정 가지고 너무 폼 잡지 마
(종렬) 넌 이제, 뭐 파릇파릇 설레기는 하겠지만
우리 사이엔 그 대단한 세월이 있고 애가 있다고
그 풋내 나는 감정 하나만 갖고
너무 용감 떨지 마시라고요
[TV 소리가 흘러나온다]
아들
진짜 배 안 고파?
아, 나가, 나가
지금 9회 말이라고
(동백) 배고프면 내려와, 어?
[아련한 음악]
[풀벌레 울음]
[용식의 힘주는 숨소리]
(용식) 가게가 무서우신 거죠?
[용식의 힘주는 숨소리]
그러니께 동백 씨
가게 문 열지 말자고 했잖아요
일단 며칠 좀 쉬세요, 동백 씨
[한숨]
며칠 쉬면 괜찮을까요?
네?
사실은
자꾸 막 소름이 끼쳐요
그동안
내내 나를 봤다는데
(동백) 여기 앉아서
막 웃고 떠들던 사람 중에 있다는데
며칠이 아니라 몇 달이 지나도
내 가게가 무서우면 어떡해요?
[한숨]
[동백의 한숨]
(동백) 창문 하나 없이 꾸진 데여도
여기 처음으로 가진 내 가게...
진짜 여긴 진짜 내 세상이었는데
[아기 필구가 옹알거린다]
너는 오늘부터 사장 아들인 거야, 필구야, 사장 아들
[아기 필구의 웃음] (동백) 어?
[웃으며] 알았어?
우리 부자 되면
제주도에 막 2호점도 내고 그러자
오케이?
[장난감 소리가 흘러나온다]
[아기 필구의 신난 신음] 오케이!
[동백의 웃음]
(동백) 이제는 막 문소리만 들어도 막 닭살이 돋아요
이제 진짜 어떻게 해야 돼요?
(용식) 아이, 동백 씨, 이제 그런 거에 쫄지 않기로 했잖아요
아이, 기냥 뭐, 돈벌레 잡듯이 후두려 잡고 말면 되죠
맞죠?
그게 혼자 있을 때랑은
좀 다르더라고요
그놈이 5년 내내
우리 필구도 다 봤을 테니까
[휴대전화 진동음]
(제시카) 남 일 아니다, 강종렬도 머지않았다
[헛웃음]
[휴대전화를 툭 던진다]
아휴, 쯧
진짜 기분 참...
(용식) 어유, 어유, 동백 씨
엿같네
[한숨]
[의미심장한 음악] (종렬) 아이, 깜짝이야
뭡니까?
아, 뭐냐고요
왜 남의 차 안을 들여다봐요?
오빠, 나 오빠 전화번호 좀 주세요
예?
번호 좀 달라고요
[헛웃음 치며] 사인해 드릴게요
(향미) 번호 주기 싫으면 톡 ID라도 줘 봐요
사인해 드릴게요
오빠, 근데요
그냥 알려 주시는 게 좋을 건데요?
저기요
근데 제가 오빠는 맞아요?
동백이보다도 위실 거 같은데
(향미) 번호나 달라고요
(종렬) 싫다고요
(향미) 아, 오빠한테 보내 줄 사진이 있어서 그래요
그거 보면 나랑 꼭 연락하고 싶을 텐데? [자동차 시동음]
그쪽 사진 궁금한 거 없습니다
쩝, 그냥 다스패치로 보낼까?
(향미) 얼마나 주려나?
어쩌면
우리 필구가 오며 가며 막 인사하던 아저씨일 수도 있잖아요
하, 그게 너무 끔찍한데
(동백) 하, 그게 너무 무서운데
여기서 어떻게 애를 키우고 살아요?
[애잔한 음악]
(용식) 동백 씨가 무너졌다
(동백) 나요, 사실은
깡도 없고요, 이빨도 없어요
내가 얼마나
찌질한 허접인 줄 알아요?
나 5년 전에도, 어제도
똑같은 생각 했어요
'하, 왜 하필 나야?'
'아, 왜 또'
'아, 왜 또 나야, 왜?'
(용식) 주먹을 꾹 쥐고 버티던 동백 씨가 무너졌다
나는 그냥 우리 필구랑 가만히 살고 싶은 게 다인데
이게 뭐 그렇게 안달복달할 일이에요?
(용식) 나는
더 화가 났다
(동백) 저는 영웅도 아니고요 쥐뿔도 없고, 그냥...
하, 그냥 지쳤어요
[한숨]
온몸에 너무 힘을 꼭 주고 살았나 봐요
[한숨 쉬며] 나도 더는 못 하겠어요
[동백의 한숨] 동백 씨
그냥 나 하나쯤은
씩씩한 척 안 해도 괜찮잖아요
그냥 나 하나는
그냥 도망쳐도 괜찮잖아요, 그렇죠?
[쓴웃음]
(용식) 아이, 그럼요
괜찮죠
동백 씨, 다 괜찮아요
[한숨]
용식 씨
나 이제 그만 센 척할래요
예
스라소니 안 할래요
그냥 막 숨고 싶어요
(동백) 나 그냥...
동백 씨
[떨리는 숨소리]
옹산 떠날래요
[의미심장한 음악]
(승엽) 어쩐 톱밥이 다 나와?
(용식) 씁, 근디
불이 왜 난 겨?
(승엽) 누가 체육 창고에서 담배를 피운 거 같기도 하고
야, 야, 야, 그게 말이 돼야?
무슨 초등학생이 담배를 피워?
(승엽) 꽁초는 안 나와서 모르겄고
이게 나왔어
[코를 훌쩍인다]
[긴장되는 음악] 시너 냄새가 났던 것도 같고
이걸 신고를 해야 되나...
(용식) 어?
나 이거 어디서 봤는디?
이거를 누가 갖고 댕기더라?
[아련한 음악]
(용식) 까불이를 잡아야 동백 씨를 잡는다
까불이를 잡아야 동백 씨를 붙들 수 있다
(변 소장) 아, 여기 가게 뺀 지 한참 된 자리인디?
(변 소장) 저 꼴통, 저거
소 뒷걸음질 치다 쥐 잡는 거 아니여?
(재영) 아, 사실 오래 버텼지, 뭐
나 같으면 1년도 못 버텼어
(귀련) 동네 유일한 자기편이랑 치정으로 척 졌는데
동백이 성격에 배겨 나?
(덕순) 용식이 그, 쌍놈의 새낀
네가 북으로 가도 따라갈 놈이여!
(종렬) 야구니 광고니
그딴 거 다 버리고 오면 받아 줘
[흐느낀다]
(용식) 동백 씨 인생
이렇게 누구한테 손목 잡혀 끌려가는 건 아니잖아요
동백 씨 원하는 대로 해요
(덕순) 고맙긴 맨날 뭘 고마워?
(동백) 회장님 덕분에 저 6년 잘 있다 가요
.동백꽃 필 무렵 ↲
.영화 & 드라마 대본 ↲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