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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백꽃 필 무렵 9

"시작"

 

 "환영합니다"

 

 [숨을 하 내뱉는다]

 

 [시계가 째깍거린다]

 

 [한숨]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동백의 놀라는 숨소리]

 

 [진배의 멋쩍은 웃음]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진배)  문 여신 거죠?

 

 [웃으며]  

 

 (태희)  아이저기

 

 우리 1인분만 시켰는데

 

 [살짝 웃으며]  이게 1인분...

 

 (태희)  ?  [진배의 당황한 신음]

 

 [동백의 웃음]  [태희의 당황한 숨소리]

 

 (동백)  제가 첫 손님이라서...

 

 (진배)  양 계산을 잘못하셨구나

 

 아니요그냥 기분이 좋아서

 

 [웃으며]  많이 드세요

 

 (동백)  가자

 

 [힘주는 신음]

 

 [동백의 신난 신음]

 

 (동백)  필구야필구야오랜만에 키 재 보자

 

 이리 와 봐

 

 어디 보자  [탄성]

 

 2014...

 

 [자전거 벨이 딸랑 울린다]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동백의 놀라는 숨소리]

 

 [문이 달칵 열린다]

 

 (향미)  감사는 뭘 맨날 감사해요?

 

 '잘 먹고 잘 살아라이것들아'  써 붙이고 말지

 

 [향미가 혀를 쯧 찬다]  (동백)  그래도 뭐고마운 건 고마웠지

 

 어휴필구 여기서 다 키우고

 

 학원도 종합반 보내고

 

 (향미)  맨날 언니만 왕따시키고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걸

 

 고맙긴 개코나

 

 (동백)  이 동네 아줌마들 진짜 이상하긴 했어

 

 나를 그렇게 싫어하면서

 

 맨날 김장하면 김치는 꼭 준다?

 

 그거는 엄청 당연한 것처럼  그렇게 김장은 주더라?

 

 그러면서 맨날?

 

 '김치 언제 가져갈 겨!'  막 이러고 씅을 낸다?

 

 

 

 이 동네 진짜 좀 이상한 거 같아

 

 그래서 솔직히 나는 좀  좋았던 것도 같아

 

 다른 데는 대놓고 미워하진 않아도

 

 김치는 안 주거든

 

 그거 진짜 엄청 다른 거거든

 

 (찬숙)  너도 광 좀 팔아

 

 너는 항시 너무 너네 위주여

 

 (재영)  몰러

 

 흥도 안 나

 

 아유나 고만 칠래

 

 (귀련)  아유나도 말래  [재영의 한숨]

 

 아유이게 패도 어디...  [귀련이 입소리를 쩝 낸다]

 

 (재영)  아유아무튼 고거 끝까지 진상이여

 

 왜 사람  고스톱 칠 맛도 안 나게 해야?

 

 (귀련)  아이그니께 진즉에  계를 끼워 주자 그랬잖아

 

 계 안 끼워 준다고 이사 가냐?

 

 동백이가 남편도 없고 계원도 없고

 

 뭔 낙으로 살아?

 

 사실 오래 버텼지

 

 아유나 같으면? 1년도 못 버텼어

 

 (재영)  아휴

 

 맨날 두부값떡값  500원씩 더 받으며 흘겨봐도

 

 인사는 열심히 하던 애인디

 

 그니께 애를 흘겨보기는  왜 괜히 흘겨봤어?

 

 누가 제일 흘겨봤어?

 

 에이씨  [동전을 탁 던진다]

 

 [승희가 혀를 쯧 찬다]  [재영의 못마땅한 신음]

 

 아이결정타야 용식이지

 

 동네 유일한 자기편이랑  치정으로 척졌는데

 

 동백이 성격에 배겨 나?

 

 [덕순의 한숨]

 

 나 때문이여나 때문에?

 

 고게 내 명치 끝에 걸릴 줄 모르고  꼴딱 삼켜 버렸지

 

 왜 정은 홀딱 줘주길어유

 

 [게를 탁 내려놓는다]

 

 - (향미이거 주세요  - (직원

 

 (정숙)  도대체 왜 떠난다는 건데?

 

 (향미)  뭐 때문이겠어요용식이지

 

 그 성격에 회장님 보기 미안해서  도망가는 거 아니겠느냐고

 

 (정숙)  그 여자가 왜?

 

 애 머리채라도 잡았어?

 

 지랄 염병을 떨었니?

 

 아유, '얼씨구나'야 했겠어요?  애 딸린 미혼모를?

 

 (향미)  거기다 사실상 고아 아니냐고

 

 내가 말했잖아요

 

 엄마가 없으면 일생이 만만이라고

 

 돈도 없으면서 어딜 가?

 

 그냥 애 아빠나 조지지

 

 그게 노다지지

 

 

 

 너 까불지 말라 그랬어  [긴장되는 음악]

 

 아유무서워요

 

 [못마땅한 숨소리]

 

 다들 왜 이렇게 까부니?

 

 짜증 나게

 

 [미심쩍은 숨소리]

 

 근데 엄마는 왕년에  뭐 하고 살다 오신 거예요?

 

 너는?

 

 (정숙)  너는 왜 커플 잠옷 사는데?

 

 (향미)  나 코펜하겐 간다니까

 

 사장이 너 안 데려간대?

 

 언니요?

 

 (향미)  이제 그만 차게요?

 

 아이그냥 습관이었다니까?  [동백의 웃음]

 

 (동백)  이것도...

 

 (향미)  이거 내 건데 왜 같이 싸요?

 

 같이 가게

 

 [아련한 음악]

 

 (동백)  너는 이상한 데 갈 생각 하지 말고

 

 나나 따라나서

 

 네 맥줏값은  내가 평생 책임질 테니까?

 

 (향미)  맨 다 돈 먹고 튀고  가게 접고 튀고 할 때도

 

 개밥에 도토리 될 내 생각 해 주는  사장은 한 놈도 없었거든요

 

 근데 막상 같이 가자니까

 

 책임진다니까  [향미의 쓴웃음]

 

 그게 또 이상하데?

 

 가도 되나 싶고

 

 아휴아무튼 이 언니  사람 참 불편하게 한다니까요?

 

 [향미가 혀를 쯧 찬다]

 

 [향미의 한숨]

 

 (동백)  그래서 짐을 싸려니까  박스가 좀 부족할 거 같아서

 

 언니네 혹시 박스가...

 

 [재영의 한숨]

 

 (재영)  !

 

 너 어디 가?

 

 (재영)  

 

 (동백)  언니여기  뭐 많이 들었는데 이거...

 

 (재영)  들긴 뭐가 들었다고 그랴?

 

 그냥 아무 소리 말고 그냥 가져가

 

 그거 홍화씨는 관절에 좋아

 

 [아련한 음악]

 

 (찬숙)  동백아

 

 우리 집서도 저박스 가져가

 

 (지현)  동백아!

 

 박스는 배추 박스가 제일 커

 

 [지현의 속상한 숨소리]

 

 어이구빙충이

 

 고맙긴 맨날 뭘 고마워?

 

 (동백)  [웃으며]  회장님

 

 도망은 왜 가?

 

 한번 뎀벼나 보지

 

 [웃음]

 

 [입소리를 쩝 낸다]

 

 [한숨]

 

 [동백의 옅은 웃음]

 

 어디 가면

 

 솜털 같은 사람들이  나긋나긋 반갑게 대해 준다디?

 

 사람 사는 데 다 고되고 따굽지

 

 그런가?

 

 나는 나만 또 따군 줄 알았지  [피식 웃는다]

 

 도망가 버릇하면 끝이 없다

 

 이기는 놈이 장땡 아니라  버티는 놈이 장땡이지

 

 가지 말란 말을 그렇게  돌리고 돌려서 하시는 거구나그렇죠?

 

 아이고속 터져

 

 네 성격에  어디 가 새로 비빈다고 그러니?

 

 거기는 나 같은 번영회장도 읎어!

 

 다행이다그래도

 

 저 옹산에서 6년 살았는데요

 

 가지 말라고 잡아 주는 한 분이 계셔서

 

 [웃으며]  너무 다행인 거 같아요

 

 속이야 다들 깔끄러워

 

 [아련한 음악]

 

 동네북 동백이

 

 또 이놈의 까멜리아 동백이  제일 만만한 동백이한테

 

 늘 제일 예의 있게 대해 주셔서

 

 (동백)  감사해요회장님

 

 회장님 덕분에 저

 

 6년 잘 있다 가요

 

 아유!  [코를 훌쩍인다]

 

 더 이상 얘기도 하지 말아어유

 

 이상하게 항상 허기가 졌는데

 

 회장님이 제 손 꼭 붙들고  다녀 주실 때는

 

 ...

 

 [울먹이며]  참 이상하게 그때 처음

 

 막 속이 차더라고요

 

 '엄마가 있었으면 이랬겠구나', ...

 

 (덕순)  아이고!  [덕순이 테이블을 탁 친다]

 

 젊은 연놈들은 이래서 안 돼야?

 

 옘병깜빡이도 안 켜고  정분이 나 버리니

 

 나보곤 어쩌란 말이여?

 

 (덕순)  남의 속창아리 다 뒤집어 놓고  자기만 토끼고 다여?

 

 멩치가 걸려서 내 속만 뒈져 나지

 

 (동백)  제가 막판에 너무 세게  뒤통수를 쳤죠회장님?

 

 [떨리는 목소리로]  제가 노력해 볼게요회장님

 

 눈에서 멀어지는 데  뭐장사 없다잖아요

 

 제가 어려워도 잘해 볼게요

 

 (동백)  마음도 멀어지게

 

 아마 그러면 용식 씨도 뭐...

 

 [흥미진진한 음악]  [멀리서 개가 짖는다]

 

 (용식)  까불이를 잡아야 동백 씨를 잡는다  [한숨]

 

 (용식)  까불이를 잡아야 동백 씨를 잡는다

 

 (용식)  까불이를 잡아야  동백 씨를 붙들 수 있다

 

 [변 소장의 한숨]

 

 (변 소장)  영심이가 투서를 넣었어

 

 화병으로 과민성 대장염이 왔디야

 

 병원 영수증까지 첨부했어

 

 [의미심장한 음악]  (용식)  ?

 

 [용식이 전자 펜을 탁 떨어뜨린다]

 

 이게 왜...

 

 [휴대전화 진동음]

 

 [자영의 헛웃음]

 

 노규태

 

 까부네?

 

 [한숨]

 

 [휴대전화 진동음]

 

 (사무장)  충대 MT 영상 확보해서  메일로 첨부했습니다

 

 [문이 달칵 열린다]

 

 (규태)  싸늘하다

 

 압박의 시선이 날아와 꽂힌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침을 꼴깍 삼킨다]

 

 비밀번호는 바꿨으니까

 

 숨은 그림 안 보여요?

 

 ...

 

 뭐가 보여?

 

 [못마땅한 숨소리]

 

 (용식)  봐요

 

 [의미심장한 음악]  [마우스 클릭음]

 

 (용식)  이짝으로 훑을 때는

 

 이 창문이 열려 있죠?

 

 근디  [마우스 클릭음]

 

 이짝으로 훑을 때는 창문 닫혀 있죠?

 

 (변 소장)  아니이게 왜...

 

 여기 가게 뺀 지  한참 된 자리인디?

 

 누가 날

 

 보고 있었던 거 같은디?

 

 여기 그건물주 수배되죠?

 

 누가 수배를 햐?

 

 네가 햐

 

 [웅장한 효과음]

 

 [흥미진진한 음악]  [발걸음이 울린다]

 

 저 꼴통저거

 

 소 뒷걸음질 치다 쥐 잡는 거 아니여?

 

 [날렵한 효과음]  [용식의 힘주는 숨소리]

 

 !

 

 (변 소장)  너 사람 발로 때려잡는 거 아니여잉!

 

 [달달 떨리는 효과음]

 

 [날렵한 효과음]

 

 [용식이 입바람을 후 분다]

 

 [덜커덕거린다]

 

 귀신이여뭐여?

 

 누가 드나든 거 같진 않은데?

 

 (용식)  [손전등 스위치를 탁탁거리며]  

 

 너한테그  청소 의뢰하던 그 번호 있잖여

 

 그짝이 건물주겄지

 

 그니께

 

 그 옛날 폰을 쪼끔 찾아 가지고

 

 나한테다가 그전화번호를 좀  어찍어 보내 달라고

 

 

 

 [용식의 의아한 숨소리]

 

 (용식)  분명히 뭐가 있는디

 

 [잘각 소리가 난다]

 

 [의미심장한 음악]

 

 [새가 지저귄다]

 

 [동백의 고민하는 숨소리]

 

 (동백)  근데 외람되지만

 

 무담보에 무보증에  왜 돈을 꿔 주시는 거예요?

 

 아니요그냥

 

 그게 혹시

 

 이자로 막  간을 떼 달라고 그그러진 않죠?

 

 끊어요끊어

 

 아니요아니요

 

 제가 그일단 다시 전화드릴게요

 

 감사합니다

 

 (향미)  벌써 꿔 줬어요?

 

 감사하긴 뭘 맨날 감사해?

 

 아니무슨 이놈의 보증금은

 

 말만 나왔다 하면 몇천인데

 

 아니그러면 사람들은  이 몇천이 진짜 있는 거야?

 

 나만 없는 거야?

 

 (향미)  그냥 애 아빠한테  양육비를 당겨 받아요

 

 연봉이 12억이라던데

 

 그러니까 다 타고나는 거더라고

 

 강종렬이 아들이니까 야구를 잘하지

 

 [의미심장한 음악]

 

 너 아무 말도 마?

 

 (향미)  언니저는요

 

 언니네 취직하길 진짜 잘한 거 같아요

 

 [문이 스르륵 여닫힌다]

 

 (용식)  동백 씨!  [용식의 웃음]

 

 (동백)  ...  [동백의 웃음]

 

 저기

 

 브런치로이  라면을 한번 먹어 볼까 싶어서요

 

 - 라면  - (용식예  [용식과 동백의 웃음]

 

 (향미)  그냥 살림을 합쳐요

 

 (용식)  살림요?

 

 (동백)  너 또 맥주 뽑아 마셨어?

 

 너 왜 이렇게 오늘  하루 종일 헛소릴 해?

 

 [문이 스르륵 열린다]

 

 (제시카)  오빠!

 

 나 제시카야

 

 난 무조건 밀라노 갈 거니까

 

 오빠 네가 할 수 있는 건  둘 중 하나라고

 

 기분 좋게 보내 주든  위자료로 보내 주든 택일해

 

 (종렬)  상미야

 

 나 너희 엄마 아니야  [트렁크 문이 달칵 닫힌다]

 

 ?

 

 (종렬)  너 고등학교 때 장모님한테 그랬다며

 

 코 안 해 주면 공부 안 한다고  [제시카의 헛웃음]

 

 ...

 

 나 그거 코골이 때문에 한 거거든?

 

 겸사겸사

 

 엄마한텐 '나 저거 안 사 주면  공부 안 해안 해'

 

 그럼 사 주시겠지만

 

 나한테 저거 안 해 주면 자꾸  이혼이야이혼이야 그러면

 

 (종렬)  아주 사람을 바닥까지  질리게 만들면 있잖아

 

 그럼 뭐?

 

 이혼이라고?

 

 (제시카)  

 

 제발 좀 하자고

 

 [아련한 음악]  [한숨]

 

 그래

 

 (종렬)  네가 엄마도 아내도 다 하기 싫다는데

 

 나 혼자 왜 널  계속 붙들고 있어야겠니?

 

 (용식)  어유

 

 [용식의 탄성]

 

 제가 또 딱새우  무지하게 좋아하거든요

 

 [용식과 동백의 웃음]

 

 (용식)  ...

 

 저기근데 저동백 씨

 

 

 

 따로 이렇게 생각해 놓으신  지역이 있으신 거예요?

 

 [동백의 옅은 웃음]

 

 (동백)  제가 뭐고향도 모르는데  그런 게 어디 있겠어요?

 

 그냥 다른 건 모르겠고

 

 창문 하나 있는 데로 가고 싶어요

 

 창문이 없어서 그런가

 

 (동백)  저 위에 계신 분도  자꾸 저를 못 보시나 봐요

 

 (동백)  나도 좀 봐 주시지

 

 아이무슨  까불이까지 붙이셔그렇죠?

 

 다 봐요

 

 몰빵으로다가 챙겨 주시려고  애끼시는 거죠

 

 아닌 거 같아요

 

 그냥

 

 제 차례를 까먹으신 거 같아요

 

 (용식)  동백 씨

 

 저분이요

 

 그렇게 막그렇게

 

 일 처리를 막 그렇게  막 대강 하시는 분이 아니라고요?

 

 지금쯤이면 저 위로다가 이제

 

 데이터 쫙 다 올라갔고요

 

 이제 이 동백 씨가  계 탈 차례인 거

 

 탁 눈치채셨어요

 

 [용식의 옅은 웃음]

 

 봐 봐유이제?  좋은 일만 노다지지

 

 진짜 그럴까요?

 

 아유, 100%?

 

 긴말 필요 없이 동백 씨는요

 

 기냥 이행복해질 자격이  충분히 차고 넘치는 사람이어유

 

 [용식의 웃음]

 

 [웃으며]  왜 이렇게 믿음이 가지?

 

 [동백과 용식의 웃음]

 

 (동백)  그래요

 

 (동백)  근데요

 

 벌써 그쪼끔 계 탄 것도 있어요

 

 

 

 누가 까 준 새우는

 

 처음 먹어 보는데요?

 

 (용식)  ...

 

 이 깐 새우는  계 탄 축에도 못 껴요

 

 아니깐 새우 말고요

 

 ...

 

 용식 씨는

 

 (동백)  ...

 

 [옅은 웃음]

 

 그 대출도 안 나오는 제 인생에

 

 보너스 같은 사람이셨어요

 

 [용식의 웃음]

 

 (용식)  아유...  [용식의 웃음]

 

 아유썸 타시더니

 

 이빨이 좀 느셨어요

 

 [용식과 동백의 웃음]

 

 그러니까요용식 씨는

 

 살면서

 

 허튼 길로만 안 빠지시면 돼요

 

 그 좋은 엄마에이 고운 심성에

 

 급기야 공무원이시잖아요

 

 그러니까 보너스 같은 이번 생을

 

 말 잘 들으면서

 

 즐기시라고요

 

 [애잔한 음악]

 

 [한숨]

 

 [물이 솨 흘러나온다]

 

 [물이 뚝 끊긴다]

 

 [한숨]

 

 딱새우면 빼박이지딱새우면

 

 아니 3,500원짜리 라면에다가

 

 딱새우를 이만치나 때려 넣고서는

 

 ...

 

 센 척을 왜 해요센 척을?

 

 이거 그냥 재고 처리예요

 

 (용식)  아이딱새우가이 지경이 되면

 

 네 마음 내 마음 빼박이지

 

 나는요

 

 동백 씨가 마라도를 간다고 해도

 

 맨날 두루치기 사 먹으러 갈 거니께요

 

 

 

 쓸데없는 헛소리 좀  찍찍 허지 마요

 

 용식 씨나 센 척하지 마요

 

 요기 또 어느 동백이가  이사 올 줄 알고 그런대

 

 ...

 

 나는요?

 

 임수정이가 이 자리에 와서  만둣집을 차린다고 해도요

 

 안 넘어가요

 

 [옅은 웃음]

 

 임수정을 확실히 좋아하시네

 

 (동백)  만두만큼 좋아하네

 

 (용식)  동백 씨를 더 좋아합니다

 

 (동백)  됐어요

 

 (용식)  아주 그냥 환장해요그냥  동백 씨한테

 

 (동백)  아니임수정 씨한테  딱새우나 까 주세요

 

 [종렬의 옅은 한숨]

 

 넌 꼭 그렇게  징글징글하단 얼굴을 해야겠냐?

 

 또 뭐?

 

 전복이거

 

 나도 이것만 아니면  지금 여기 올 기분도 아니거든?

 

 아니뭐 이렇게 대단한 전복이라고

 

 - (동백그렇게 못 줘 안달이냐너는?  - 지금 보게?

 

 (동백)  그럼냉장고에 넣어야 안 상하지

 

 (종렬)  스티로폼인데  그게 바로 상하겠냐?

 

 걔도 자기 기능은 하겠지!

 

 [한숨]

 

 [아련한 음악]

 

 (종렬)  아무튼 그거 비싼 거니까  어디 팔아먹지 말고

 

 너희 둘만 먹으라고

 

 나 간다

 

 (동백)  저거 되게 비싼 전복이네?

 

 완도 전복이니까

 

 (동백)  그래완도 전복

 

 그래완도

 

 (동백)  완도그렇지

 

 3천만 원짜리 완도 전복

 

 [한숨]

 

 그냥 좀 받자

 

 ?

 

 (종렬)  내 입장은 생각 안 해 주냐?

 

 내 새끼가 암만 잘 산다고 해도  눈에 밟혀 죽겠는 건데

 

 저렇게 딱하게 사는 꼴 보고 있으면  아주 환장하는 거라고

 

 네 자존심만 고귀하고  아비 입장은 개똥이냐?

 

 그냥 모른 척 어디 받아 주면  어디 덧나냐?

 

 [한숨 쉬며]  받을게

 

 ?

 

 [아련한 음악]  내가 너랑 살면서  밥해 주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그거 돈으로 다 따지면

 

 나 이 돈 받아도 돼그렇지?

 

 [떨리는 숨소리]

 

 (동백)  그래너는 돈도 많고

 

 서울에 40평인지 50평인지  아파트도 있고

 

 그래내가  사실혼이었다면 사실혼이었으니까

 

 

 

 그리고 막

 

 애 하나 키우는 데 몇억씩 든다고 하고

 

 근데...

 

 [동백의 한숨]

 

 [동백의 한숨]

 

 

 

 [흐느낀다]

 

 ...

 

 (동백)  진짜...

 

 왜 우냐?

 

 [동백이 흐느낀다]

 

 왜 이렇게...

 

 쪽팔리게진짜

 

 드라마에서처럼 나도

 

 네 얼굴에 돈 봉투  싸다구로 날리고 싶은데

 

 애 엄마가 싸다구가 뭐냐?  싸다구가

 

 나 이 돈 필요 없다고  너한테 센 척하고 싶은데근데...

 

 자존심이 어디 있어엄마가

 

 애를 키워야 되는데...

 

 [흐느낀다]

 

 왜 우냐...

 

 너 그거 몰라...

 

 '외로워도 슬퍼도', ?

 

 ...

 

 망할 년

 

 [훌쩍이며]  캔디 걔 진짜 웃기는 년 아니냐?

 

 외롭고 슬픈데 왜 안 울어?

 

 걔 사이코패스 아니야?

 

 (향미)  맨날 생일이야맨날 꽃 사다 주게

 

 아유  [웃음]

 

 아유

 

 (용식)  아유이거이거이거

 

 이깟 풀때기야뭐  아무 때나 사 주면 되는 거죠

 

 뭔 나날이어야만 사 줘요?

 

 [용식의 웃음]  지금 아저씨가  꽃 사 들고 들어갈 타이밍 아니고

 

 (용식)  ?

 

 쟤들도 회포 좀 풀게 두시라고요

 

 (향미)  받을 건 받고풀 건 풀고 해야지

 

 쟤들요?

 

 [차분한 음악]

 

 [종렬의 한숨]

 

 (동백)  갚을 거야

 

 일수든 분기별이든

 

 이자 쳐서 갚을게

 

 ...

 

 (종렬)  너 진짜...

 

 (종렬)  낮에는 이혼을 참지 못했고

 

 밤에는 마음을 참지 못했다

 

 그러니까 계좌 번호 적어 놓고 가

 

 (종렬)  넌 진짜 왜 이렇게 사람을  다 때려치우고 싶게 만드냐?

 

 (종렬)  인생이 자꾸 또

 

 우발적으로 흐른다

 

 나도 내가 누리는 거

 

 야구니 광고니  강종렬 타이틀 어쩌고저쩌고

 

 그딴 거 다 버리고 오면

 

 그러면

 

 간보지 마안 받아 줘

 

 받아 줘

 

 받아 줘라

 

 [종렬의 떨리는 숨소리]

 

 [출입문이 스르륵 여닫힌다]  [한숨]

 

 [발이 차르륵 걷힌다]

 

 [종렬의 한숨]

 

 [애잔한 음악]

 

 동백 씨

 

 와요

 

 와요

 

 (종렬)  네가 뭔데?

 

 - 네가 뭔데 자꾸...  - 오라고

 

 (종렬)  아이뭘 가?

 

 내가 다 버리고 온다니까?

 

 (종렬)  너 필구 생각해

 

 진짜 중요한 게 뭔지 몰라?

 

 동백 씨

 

 (용식)  동백 씨 원하는 대로 해요

 

 동백 씨 인생

 

 이렇게 누구한테 손목 잡혀  끌려가는 분 아니잖아요

 

 항상 독고다이 시라소니셨지

 

 그니께

 

 뭐든지요

 

 동백 씨가 원하는 대로 해요

 

 그게 제가 좋아하고

 

 애끼고

 

 존경하는 동백 씨니까요

 

 (종렬)  내가

 

 최대한 빨리 정리할게나한테

 

 시간을 좀만 주면...

 

 (동백)  이거

 

 ?

 

 

 

 [흥미진진한 음악]  죽는다진짜

 

 (용식)  누가 이 시라소니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종렬의 한숨]

 

 (향미)  전화번호 좀 달라는데  뭘 그렇게 빡빡하게 굴어요?

 

 [종렬의 한숨]

 

 그냥 사진 몇 장 좀 보내십시다

 

 (종렬)  저기요그냥

 

 내가 지금 누구랑  말 섞을 기분 아니니까...

 

 (향미)  사람이 어떻게 자기 기분대로만 사셔?

 

 [종렬의 한숨]

 

 [의미심장한 음악]

 

 (향미)  표정이 완전 드라마라

 

 누가 보면 치정인 줄 알겠더라고요

 

 그냥 주문하는 거 같은데요?

 

 강 선수님은 두루치기를  이런 얼굴로 시키시는구나

 

 아니면

 

 3천만 원짜리 전복이라  속이 쓰려 그런가?

 

 뭐 하자고?

 

 뭘 하겠어요뻔하지

 

 다스패치에 보내요그러면

 

 싹 다 보내시라고

 

 (종렬)  네 리그에선 네가 나름  산전수전 공중전이겠지만

 

 알다시피 나도 뭐이제  실검 1위 정도는 무섭지도 않고

 

 멘탈이 좋으시네요

 

 사람 봐 가면서 약을 파셔야지

 

 어느 순진한 아재들한텐  이딴 게 먹혔을지 몰라도

 

 나한텐 에이전시가 있고  법무 팀이 있고

 

 수십억 광고주가 있어요

 

 [코웃음 치며]  뭐가 많으시네요

 

 (종렬)  그러니까

 

 사진 보내시라고

 

 깡 좋게 한번 해 보시라고

 

 (향미)  근데 뭐가 많으셔서

 

 잃을 게 되게 많으시겠어요?

 

 강 스타님이 좋아하는 법이 빠른가

 

 내 주둥이가 빠른가

 

 한번 봐요우리

 

 까불지 마요진짜

 

 불나방이 최후야 뻔한 거 아니겠냐고

 

 [멀어지는 발걸음]

 

 [격정적인 음악]  (자영)  스물일곱 시간 만에 불나방을 찾아냈다

 

 100ml 아이 크림의 주인

 

 내 남편과 양평을 가고 모텔을 간 여자

 

 동백이인 줄 알았을 때도  혀를 깨물고 싶었는데

 

 난 그저

 

 전의를 상실했다

 

 다만

 

 어떤 충동을 느낄 뿐

 

 [어두운 음악]

 

 [새근거린다]

 

 [분한 숨소리]

 

 (자영)  이대로 모든 걸 끝내면

 

 아트 월은 지워질까?

 

 [코를 드르렁 곤다]

 

 [퍽 소리가 난다]  리모델링하고 들어온 건데

 

 [새근거린다]

 

 [익살스러운 음악]  [캑캑거린다]

 

 (규태)  [쿨럭거리며]  ...

 

 (규태)  뭐야당신

 

 ?

 

 [규태의 힘겨운 신음]

 

 당신

 

 ...

 

 (자영)  미안

 

 손이 미끄러져서

 

 까딱하면 죽여 버릴 뻔했네?

 

 [연신 쿨럭거린다]

 

 [규태의 힘겨운 신음]

 

 [정숙이 중얼거린다]

 

 [정숙의 다급한 숨소리]

 

 (동백)  엄마뭐 찾아?

 

 (정숙)  [서랍을 연신 여닫으며]  이걸 어디다 둔 거야?

 

 엄마혹시그  남의 집 일 하면서 막 뭐...

 

 훔치고 뭐그러지는 않았지?

 

 [정숙의 한숨]

 

 이런 걸 애 방에 두기도 하나?

 

 (정숙)  저기먼저들 가요  나 오늘 들를 데 있으니까

 

 (동백)  또 어딜 간다 그래?

 

 정신이 지금 아직 있는 거야?  [문이 달칵 닫힌다]

 

 

 

 너 밥을 반도 안 먹고 어딜 일어나?

 

 빨리 앉아서 한 숟갈 더 해얼른

 

 내가 애야?

 

 내 마음대로 내 밥도 못 남겨?

 

 ...

 

 (용식)  동백 씨!

 

 의 아들필구야

 

 [흥미로운 음악]  강필구

 

 필구

 

 [용식의 웃음]

 

 우리 필구?

 

 ♪ 꽃을 든 필구 ♪

 

 [용식의 웃음]

 

 오늘 등교 축하해필구?

 

 [용식의 멋쩍은 신음]

 

 [한숨]

 

 (필구)  내 책가방 엄마가 들어

 

 (동백)  

 

 [용식의 당황한 신음]

 

 (필구)  근데 이 아저씬 왜 같이 가?

 

 왜 남의 집 앞에 서 있어?

 

 (용식)  기왕 가는 출근길에

 

 사람 하나 더 끼워 준다고  생각을 하면...

 

 (필구)  난 끼워 주기 싫어

 

 (용식)  ?

 

 

 

 우리 필구는 참

 

 단도직입적인 어린이구나

 

 크게 되겠네크게 되겠어

 

 [용식의 멋쩍은 웃음]  (동백)  필구야

 

 엄마하고 경찰 아저씨하고  친구 하면 좋잖아

 

 그리고

 

 우리 편도 막 더 많아지고

 

 이 아저씨는 공권력이고 그래

 

 - 그려  난 반대

 

 (필구)  ?

 

 왜 하필 이 아저씨랑?

 

 ...

 

 잘 생각해 봐

 

 (동백)  너 가위바위보 짜서

 

 친구 편 먹기 할 때  그때 누구 제일 먼저 뽑아?

 

 - 준기  - (동백?

 

 준기는 말은 못 알아들어도 힘은 세

 

 (동백)  엄마 마음 알겠지그렇지?

 

 [갈매기 울음 효과음]

 

 [못마땅한 숨소리]

 

 몰라난 반대야

 

 (필구)  나 이제 아홉 살 되면 거의 10대야

 

 10대는 제일 무서워

 

 경찰보다 세

 

 그러면 내가 엄마 편 더 들어 주면 돼

 

 그러니까 이 아저씨 빼

 

 (용식)  필구를 참 똑똑하게 잘 키우셨어요

 

 [웃으며]  야무지기가 뭐...

 

 (동백)  내 아들이지만  [한숨]

 

 필구의 사춘기가 무섭다

 

 [동백의 한숨]  [용식의 다급한 신음]

 

 [자동차 경적]  [동백의 아파하는 신음]

 

 [동백의 아파하는 신음]

 

 차에 치여 죽어요치여 죽어?

 

 눈을 똑바로 뜨고 사셔야죠!

 

 그렇다고

 

 사람 머리끄덩이를  그렇게 우악스럽게...

 

 [동백의 아파하는 신음]

 

 (용식)  아유죄송해요

 

 그니께아이근데

 

 제가 그손을 잡을 순 없으니께요

 

 왜요?

 

 [잔잔한 음악]  (용식)  저는 결단코

 

 동백 씨의 손을 잡지 아니할 것이고요

 

 고 부분은  이제 저의 본능과 이성의

 

 그 어떤 극적 타결을 이룬  부분이걸랑요?

 

 (동백)  ...

 

 (용식)  제가 그지식인에도  물어보기도 했고요

 

 독자적으로 조금  분석을 해 본 결과

 

 그 썸이라는 것이

 

 그 일종의 인턴 기간 같은 거더라고요?

 

 그 비정규직적인 그 어떤...

 

 하여튼 간에

 

 이 썸 타는 놈이

 

 손부터 잡겠다고 자꾸 삐죽삐죽거리면

 

 고것도 좀 이제 양아치스럽기도 하고요

 

 [멋쩍게 웃으며]  거기다 또 이 내심적인 이유를  쪼끔 곁들이자면

 

 내가 내 여자를 귀하게 모셔야

 

 이게 남들도이  함부로 못 하는 거잖아요맞죠?

 

 (동백)  누가 내 여자야...

 

 (용식)  저는 이제 그걸 모토로다가요

 

 저는 이군내에

 

 오만 그남녀노소  죄 알고도 남을 정도로

 

 동백 씨를 귀하게

 

 아주 기냥 귀하게 모시려고요

 

 [동백의 웃음]

 

 그래서 '손은커녕  발고락도 닿지를 말자'

 

 이렇게 작심을 했어요

 

 [함께 웃는다]

 

 (동백)  무슨 발고락 닿을 일이 있을까요?  [동백의 웃음]

 

 ...  [웃음]

 

 웃긴다진짜

 

 (용식)  

 

 동백 씨동백 씨 손을요

 

 손이 아니라

 

 어떤...

 

 닭발이나 그우족이다  이렇게 생각을 하면

 

 그렇게 영 죽을 똥 쌀 일은  또 아니더라고요

 

 [용식의 웃음]  [동백의 헛웃음]

 

 (동백)  아니왜 사람 손을  닭발이나 뭐우족이렇게 봐요?

 

 진짜 이상한 사람이네

 

 [용식의 당황한 신음]

 

 (용식)  아니동백 씨이게

 

 그렇다는 게 아니고요

 

 말이 그렇다는 거예요말이

 

 [용식의 웃음]

 

 "라이거스"

 

 [의미심장한 음악]

 

 (향미)  강 스타님이 좋아하는 법이 빠른가

 

 내 주둥이가 빠른가

 

 한번 봐요우리

 

 (선수1)  그 지라시 K가 누구라냐?

 

 (선수2)  레이더스 김민기라던데 모르지

 

 (선수1)  김민기?

 

 이럴 줄 알았다아유  [선수2의 안타까운 신음]

 

 [한숨]

 

 아휴엄마는 진짜  어딜 다녀온다는 거야

 

 [헛웃음 치며]  내가 누굴 의지하고 있어?

 

 [잠금장치를 철커덕거린다]  아휴이걸...

 

 [동백의 아파하는 신음]  (동백)  아휴아파

 

 왜 때려!

 

 [문을 철커덕 열며]  도둑이라도 들었을까 봐?

 

 (동백)  엄마왜 가만있는 사람 때리고 그래!

 

 어깨 좀 쫙 펴!

 

 (정숙)  뭐 죄지었어?

 

 왜 괜히 쭈삣거리고 살아?

 

 [정숙이 잠금장치를 철커덕거린다]

 

 (동백)  엄마막 사람 치고  살지는 않았지그렇지?

 

 주먹 쓴 거 아니야?

 

 좀 쫄지 마라

 

 (정숙)  쫄지 마

 

 쪼니까 만만하지

 

 [문이 스르륵 열린다]  [한숨]

 

 어딜 이렇게 자꾸 다니는 거야진짜?

 

 [스위치가 탁 켜진다]  [전화벨이 울린다]

 

 (동백)  까멜리아입니다

 

 왜 전화질인데?

 

 (변 소장)  핵교는 뭔 체육 창고가 탔다고?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용식)  

 

 ?

 

 [의미심장한 음악]

 

 고새 또 누가 밥을 채워 놨네?

 

 (변 소장)  요새 캣 맘 많아

 

 (용식)  아니이 골목엔 아무도 안 산다면서요

 

 누가 밥을 주지?

 

 (동백)  나는 뭐손이 없냐?

 

 안 하던 짓을 하고 그래

 

 (종렬)  가게 뺀다며?

 

 그래서 어디로 가게?

 

 남이사 어딜 가든 말든

 

 [종렬의 한숨]

 

 [종렬이 혀를 쯧 찬다]

 

 (종렬)  나도 너한테 이런 말 하기 진짜 힘든데

 

 솔직히 좀 한번 물어보자

 

 내 아들이 왜 그렇게 커야 되냐?

 

  48만 원 걱정하고

 

 왜 술집에서 숙제하면서 커야 돼?

 

 (용식)  [손전등을 탁 켜며]  왜 해필 또 필구 학교에서 불이 나?

 

 [용식이 코를 킁킁거린다]

 

 시너 냄새 나요?

 

 승엽인 났다는디

 

 (변 소장)  나 비염이여

 

 (용식)  나도 비염인디?

 

 - (변 소장에이씨  - (용식에이...

 

 (변 소장)  우린 안 된다니께

 

 [변 소장의 못마땅한 신음]

 

 (용식)  아유진짜

 

 아니...  [용식의 힘주는 신음]

 

 그 시너도 시너인디

 

 여기서 이게 나왔다니께요

 

 [의미심장한 음악]

 

 이거를

 

 내가 어디서 보긴 봤는디

 

 혹시요

 

 이게 방화다 치면...

 

 방화?

 

 (변 소장)  방화라면 셋 중 하나야

 

 경제적 이득을 노린 방화

 

 범행 은폐를 위한 방화

 

 그리고 그...

 

 (용식)  그 뭐유?

 

 (변 소장)  원한

 

 복수 때문에 저지르는 방화

 

 [변 소장이 혀를 쯧 찬다]

 

 아이깜짝이야

 

 (변 소장)  너 또 눈깔 그또 그렇게 뜰 거 없어!

 

 여긴 다 해당 사항 없으니께

 

 (용식)  아니요하나 더 있죠

 

 반사회적 성격 장애 방화

 

 사이코패스 3대 특징이요

 

 방화그리고 그동물 학대

 

 그리고 야뇨증그거랬어요

 

 (변 소장)  용식아

 

 (용식)  ?

 

 (변 소장)  현장이 꼭

 

 드라마 'CSI' 같지만은 않아

 

 그렇게 딱딱 들어맞지도 않고

 

 착한 놈이 꼭 이기지만도 않더라

 

 현실의 괴물은 더 개연성이 없다고

 

 아무 이유가 없이 벌어지는  그 끔찍한 일들을

 

 네 심성엔 못 버텨 내야

 

 고만햐

 

 [용식을 툭툭 친다]

 

 고만 파

 

 "보스턴 유학"

 

 (종렬)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사람 쌨어

 

 필구 야구할 학교도 알아봐 놨고

 

 서포트도 전부 다 내가 할 거고

 

 [동백의 한숨]

 

 (동백)  그래맞는다

 

 아무리 급해도 쥐약은 먹는 게 아닌데

 

 ?

 

  3천만 원 주고 나니까  내 인생필구 인생이 다 네 거 같아?

 

 [종렬의 한숨]

 

 [동백의 어이없는 한숨]

 

 (종렬)  동백아

 

 세상에 비밀 없는 거 알지?

 

 나 같은 놈한텐 더 그래

 

 나 마카오에서 도박 딱 한 번 했는데  [동백의 한숨]

 

 전 국민이 나보고 '마카오 강'이래

 

 나 아이돌 밖에서 딱 두 번 만났는데  아이돌 킬러 됐어

 

 필구 내 자식인 거 밝혀지면

 

 필구는 평생 '강종렬 혼외자'  딱지 붙어 가는 거라고

 

 네 자존심만 생각 말고  제발 애 생각도 좀 하자고

 

 그래야 뭐나도  생각을 하고 수습을 하고...

 

 수습하지 마

 

 필구 네 혼외자 아니야  그냥 내 자식이야

 

 그렇게 잘났는데  왜 이런 상황을 만들어?

 

 아이그러니까 애초에 그때  집은 왜 나가냐고?

 

 ...

 

 안 나갔으면뭐  우리가 백년해로라도 했을까 봐?

 

 너만 그때 집 안 나갔으면  내가 천만종렬도 안 됐고

 

 강종렬이 자식이  그렇게 찌질하게 크지도 않았고

 

 (종렬)  이런 환장할 상황 자체가  생기지 않았다고!

 

 [아련한 음악]

 

 너는

 

 나랑 헤어진 날을 그냥

 

 네 한일전 전날로만  생각을 하는구나?

 

 너 그때 집 나가고  내가 얼마나 벙쪘으면

 

 2루에서 3루 못 뛰고 멍을

 

 멍을멍을 하루 종일  그렇게 멍을 때렸겠냐고

 

 내가 내 발로 나간 거 같아?

 

 너는 나한테 매일매일  헤어지자고 말하고 있었잖아

 

 [동백의 환호성]  (TV 속 해설 위원)  강종렬 선수의 9회 말 초구 끝내기!

 

 (동백)  그때 너한텐 너무 너밖에 없었고

 

 나한테도 너무 너밖에 없었던 거 같아  [동백의 감격에 찬 신음]

 

 종렬아!  [웃음]

 

 [환호성]  (동백)  네가 홈런 타자가 됐을 때도

 

 나는 네 자취방에 있었고

 

 [TV 소리가 흘러나온다]

 

 (동백)  네가 세탁기 CF를 찍을 때도

 

 네가 '해투'에 나갔을 때도

 

 나는 네 자취방에 있었어

 

 너는 계속 앞으로 나가는데

 

 나는 계속 거기 있었어

 

 (TV 속 종렬)  원래 야구팬이셔서...

 

 (동백)  그러다 네가 기어코  실검 1위를 한 날도

 

 나는 그냥 네 집에 있었어

 

 (종렬)  아이진짜로진짜로

 

 [TV 소리가 흘러나온다]  쟤가 혼자서 나 좋다고  난리 치는 거라니까?

 

 쟤 완전 또라이야또라이

 

 (동백)  또라이하고 한강은 왜 갔어?

 

 (종렬)  간 게 아니라 내가...

 

 (동백)  그때는 아니라는 네 말을  믿고 싶었는데

 

 (종렬)  몰라잠깐 들른 거야  만난 거지...

 

 (동백)  맞대도

 

 지금 생각해 보면 그냥  '그럴 나이였다하고 말아

 

 (동백)  운동만 하던 촌놈이  겨우 스물넷에 세상을 다 가졌는데

 

 안 들뜨면 뭣도 없는 놈이지

 

 그래 버리고 말았는데

 

 근데 그날은 그러려니가 안 되더라고

 

 (종렬)  너 이거 뭐야?

 

 이걸 왜 사 놓고 숨겨 놨는데?

 

 [어색하게 웃으며]  아니래

 

 [동백이 그릇들을 달그락거린다]

 

 아니면 해 봐

 

 [어두운 음악]

 

 [떨리는 숨소리]

 

 (동백)  아니잖아

 

 [안도하는 한숨]

 

 너 식겁했어?

 

 ?

 

 (동백)  뭐 그렇게 십년감수한 얼굴을 해?

 

 아니그게 아니라

 

 내가 지금 한창 운동할 나이고

 

 뭐든 준비가 됐을 때...

 

 준비는 영원히 안 돼

 

 ?

 

 [동백의 한숨]

 

 (동백)  안정환은 스물여섯에 결혼했고

 

 추신수는 스물둘에 애부터 낳았대

 

 근데 다 너보다 잘되잖아

 

 아이지금 상황이 그게 아니잖아

 

 그렇지

 

 맞아

 

 상황이 아니라 내가 문제인가 봐

 

 그냥 너한테

 

 그냥 내가 아닌가 봐

 

 (동백)  처음부터 꼭 낳으려고  집을 나온 건 아니었어

 

 [애잔한 음악]

 

 (동백)  그냥 나왔어

 

 스물일곱 강종렬은  분명히 못 할 말을 했을 거고

 

 그럼 배 속 아기가

 

 꼭 다 들을 거 같더라고

 

 [도어 록 작동음]

 

 괜히 그건 안 될 거 같더라고

 

 (동백)  병원에 가긴 갔는데  [한숨]

 

 애가 너무 작은 거야

 

 곰돌이 젤리 같네

 

 (동백)  너무 작으니까

 

 그냥 너무 작으니까

 

 (간호사1)  이쪽으로 좀...

 

 수술 후에 추가하는  영양 주사는 안 하실 거죠?

 

 마취 깨시면  바로 나가실 거죠?

 

 저기산모님?

 

 [한숨]

 

 산모님

 

 (간호사2)  [간호사1을 툭 치며]  산모 아니고...

 

 [간호사1의 한숨]

 

 [키보드를 탁탁 두드리며]  그럼 그냥 영양 주사 추가는  안 하시는 걸로 하고요

 

 (동백)  왜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간호사1)  ?

 

 (동백)  너무 작으니까

 

 여기 무슨 햄버거집 같잖아요

 

 (동백)  당연히 세트 메뉴 못 사 먹을 사람한테

 

 햄버거나 그냥  하나 틱 사 먹고 가라는 것처럼

 

 이거 너무

 

 간단하잖아요

 

 (간호사2)  저기요

 

 [한숨]

 

 (동백)  너무 작아서

 

 나 간호사 언니 너무 싸가지 없어서

 

 나 이 병원 싫어요

 

 (동백)  내가 꼭 지켜 줘야 될 거 같더라고

 

 다신 안 올래요

 

 (동백)  이 조그만 애한텐 나밖에 없으니까

 

 (점원)  주문은 어떻게...

 

 저 여기서 제일 비싼 거  두 개 주세요두 개요

 

 (점원)  ?

 

 (동백)  내가 그냥 두 배로  지켜 주기로 한 거야

 

 [한숨]

 

 (동백)  네 자식은 네 딸 하나고

 

 나는 그냥 내 자식을 낳은 거야

 

 너랑 아무 상관 없이

 

 [울먹이며]  봤는데

 

 봤는데 어떻게 상관이 없어?

 

 필구 그 자식 눈에 밟혀 가지고

 

 나도 아주 환장하겠는데  나보고 어쩌라고

 

 눈에 밟히지 마

 

 (동백)  침 흘리지 마

 

 감히 넘보지도 마

 

 그깟 3천 내가 바로 토해 줄 테니까

 

 이제 와서 너 꼴값 떨지 마

 

 [종렬의 한숨]

 

 [종렬이 울먹인다]

 

 (종렬)  동백이 짱짱하네  [코를 훌쩍인다]

 

 뭐가 널 그렇게 변하게 만드냐?

 

 그 경찰 때문에?

 

 나는 막 사는 게 퍼석하니까

 

 감정도 다 말라비틀어지던데

 

 넌 그렇게 데어 보고도  사랑이니 나발이니 그딴 게 꿈꿔져?

 

 그 경찰이랑은

 

 끝까지 알콩달콩 그래질 거 같아?

 

 나는 그러면 안 돼?

 

 괜히 애까지 헷갈리게 하지 말라고

 

 왜 나는 알콩달콩  보통으로는 못 살 거라고 생각해?

 

 ?

 

 네가 버린 여자는 원래가 박복해서

 

 그냥 엎치나 메치나  행복할 순 없으니까?

 

 내 팔자가 그러니까?

 

 일단 내 말 좀 들으라고  지금 상황이 그게

 

 [한숨]

 

 그래너한테는 내가 그냥  팔자 센 여자겠지만

 

 용식 씨는 그랬어

 

 나는

 

 행복해질 자격이  차고 넘치는 사람이라고

 

 [동백이 벌떡 일어난다]

 

 (종렬)  동백이에게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

 

 예전

 

 동백이 옆에 있을 때 나처럼

 

 [풀벌레 울음]

 

 (종렬)  그럼 애는?

 

 애한테 뭐가 좋을진 생각 안 해?

 

 애 생각해서라도 일단 좀...

 

 또 필구하고 도망을 가라고?  그때처럼?

 

 (종렬)  지금 돌아가는 상황이  장난이 아니라고!

 

 너든 필구든 다칠까 봐  아주 사람 미쳐 버리겠는데

 

 도망이든 뭐든  좀 가 주면 안 되겠냐?

 

 너 이런 애 아니잖아

 

 (동백)  나는 남이 불편할까 봐 나를 낮췄고  [차분한 음악]

 

 붙어 보기도 전에 도망치는 게 편했다

 

 (덕순)  도망은 왜 가?

 

 한번 뎀벼나 보지

 

 (정숙)  좀 쫄지 마라

 

 쫄지 마

 

 쪼니까 만만하지

 

 (용식)  동백 씨 인생

 

 이렇게 누구한테 손목 잡혀  끌려가는 분 아니잖아요

 

 (동백)  근데 이제 그냥

 

 하찮아지느니 불편한 사람이  돼 보기로 했다

 

 종렬아

 

 내가 참 너한테 고마워지려 그러네

 

 (동백)  이 끝내주는 타이밍에  다시 나타나 줘서

 

 [한숨]

 

 매번 네가 나를  정신이 번쩍 들게 해 주는 거 같아

 

 ?

 

 나는 네 덕에  소나기 피하는 법을 알게 됐고

 

 그래서 용식 씨 같은 진짜를 알아봤어

 

 근데 뭐이제 와서  뭐다시 도망가라고?

 

 [동백의 헛웃음]

 

 (동백)  이 거지 같은 도돌이표 상황을  또 당해 보니까 딱 감이 와

 

 도망치는 사람한텐 비상구는 없어

 

 나 다신 도망 안 가

 

 그러니까 너희들 다

 

 진짜 까불지 마라

 

 [남자1의 술 취한 신음]

 

 (남자1)  [술 취한 말투로]  아휴진짜

 

 한 잔만 더 하자고?  [동백의 겁먹은 신음]

 

 (동백)  아이!

 

 아저씨!

 

 정신을 챙기고 사셔야 합니다!

 

 (동백)  아직은 싸울 때도 존댓말이 나오지만

 

 (동백)  제가 만만해요?

 

 사람을 봐 가면서  까부셔야 하는 게 좋겠어요!

 

 (남자1)  시정하겠습니다

 

 (동백)  그래도 붙어는 본다

 

 이거는 동백 씨가 채워 넣는 건가?

 

 [용식의 의아한 숨소리]

 

 (용식)  원래 고양이 밥이 다 세모난 거여?

 

 (동백)  용식 씨!

 

 아이고아유동백 씨!

 

 왜 또 이 오밤중에  혼자 뛰어댕겨요?

 

 술 취한 놈들이  천지삐까리인디그냥 또?

 

 괜히 쪼셔 가지고  나 또 걱정시키려고 기냥

 

 (동백)  [가쁜 숨을 내쉬며]  아이고

 

 용식 씨!

 

 왜 나한테만 이럴까?

 

 왜 자꾸 나만  나한테만 왜 이러는 거야?

 

 제가 진짜 계속 계속  생각을 해 봤는데요

 

 저 이제 알겠어요

 

 뭐를요?

 

 그냥 내가 만만했던 거예요그동안

 

 ?

 

 , '동물의 왕국'을 보면요

 

 (동백)  맨날 걔들이 죽잖아요

 

 다친 애새끼

 

 그리고 쫄보요

 

 쫄보요쫄보요

 

 사자가 '한 마리만 걸려라그러고 막  몰래몰래 다가가잖아요

 

 (동백)  그때 가젤 떼가 그거를

 

 눈치를 채고  일순간 공기가 탁 멈추잖아요

 

 그때 제일 쫄보

 

 제일 먼저 탁 튀는 놈!

 

 사자는 본능적으로  걔를 쫓아가서 족친다고요

 

 족친다고요?

 

 (용식)  동백 씨가 자꾸

 

 내가 만만했던 거예요

 

 그래서 까불지 말라는 거겠죠?

 

 (동백)  엄마가 만만하니까

 

 별게 다 내 새끼한테  숟가락을 얹는 거겠죠?  [부드러운 음악]

 

 내가 도망을 왜 가내가 왜?

 

 (동백)  

 

 (용식)  동백 씨가 자꾸 각성을 하고

 

 "환영합니다"

 

 웰컴이다웰컴

 

 [동백이 손을 탁탁 턴다]

 

 (동백)  다 덤비라고 하죠!

 

 (용식)  나는 그런 이 여자가

 

 [웃음]  미치게

 

 [옅은 웃음]  진짜 미치게

 

 (용식)  아유진짜!

 

 아유진짜

 

 진짜 이뻐 죽겠네기냥!

 

 왜 이렇게

 

 왜 이렇게왜 이렇게 이쁜 건데요!  기냥어유  [동백의 웃음]

 

 이렇게어유왜 이렇게...

 

 어유!

 

 [심장 박동 효과음]

 

 [동백의 놀란 신음]  ...

 

 [동백의 당황한 신음]

 

 (동백)  이건 다 네 탓이에요

 

 뭐가요?

 

 (동백)  아니...

 

 나를 자꾸 꼬시고

 

 용식 씨가 막  자꾸 나한테 이쁘다고 하고 막

 

 (동백)  이빨을 막 까시니까  내가 이렇게 자꾸...

 

 어떡해

 

 ...

 

 몰라요고소를 하시든지요

 

 [동백의 의아한 신음]

 

 네가 먼저 했다

 

 [문이 스르륵 열린다]  [긴장되는 음악]

 

 [남자2가 라이터를 칙칙 켠다]  [남자2의 못마땅한 한숨]

 

 (남자2)  진짜 짜증 나네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발이 스르륵 부딪는다]

 

 오셨어요?

 

 저 문 다시 열었어요

 

 이제 진짜 안 닫아요어서 들어오세요

 

 [부드러운 음악]

 

 (용식)  라이터요?

 

 (변 소장)  까불이가 사람들 죽이기 전에

 

 불이 네 번이 났었다고  [변 소장과 용식의 놀라는 신음]

 

 (동백)  막살 거야그냥 막  누가 뭐래도 막

 

 (여자1)  어디 LA 현지처도 아니고

 

 (여자2)  옹산옹산  [제시카가 쿨럭거린다]

 

 (제시카)  옹산이 뭔데?

 

 (종렬)  너 얼굴 이거 왜 이래이거?

 

 (대성)  강필구 아니고 황필구 될 수도 있대

 

 (필구)  삼겹살

 

 (필구)  [흐느끼며]  아저씨도 다 싫어요

 

 왜 자꾸 말 걸어요!

 

 (종렬)  강필구

 

 (동백)  너 자꾸 애 만나고 다니지 마

 

 (종렬)  왜 옹산이었는데?

 

 나 기다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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