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필 무렵 9
"시작"
"환영합니다"
[숨을 하 내뱉는다]
[시계가 째깍거린다]
[한숨]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동백의 놀라는 숨소리]
[진배의 멋쩍은 웃음]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진배) 그, 문 여신 거죠?
[웃으며] 네
(태희) 아이, 저기, 그
우리 1인분만 시켰는데
[살짝 웃으며] 이게 1인분...
(태희) 예? [진배의 당황한 신음]
[동백의 웃음] [태희의 당황한 숨소리]
(동백) 제가 첫 손님이라서, 그...
(진배) 아, 양 계산을 잘못하셨구나
아니요, 그냥 기분이 좋아서
[웃으며] 많이 드세요
(동백) 가자
[힘주는 신음]
[동백의 신난 신음]
(동백) 필구야, 필구야, 오랜만에 키 재 보자
이리 와 봐
어디 보자 [탄성]
2014년...
[자전거 벨이 딸랑 울린다]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동백의 놀라는 숨소리]
[문이 달칵 열린다]
(향미) 감사는 뭘 맨날 감사해요?
'잘 먹고 잘 살아라, 이것들아' 써 붙이고 말지
[향미가 혀를 쯧 찬다] (동백) 그래도 뭐, 고마운 건 고마웠지
어휴, 필구 여기서 다 키우고
학원도 종합반 보내고
(향미) 맨날 언니만 왕따시키고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걸
고맙긴 개코나
(동백) 이 동네 아줌마들 진짜 이상하긴 했어
나를 그렇게 싫어하면서
맨날 김장하면 김치는 꼭 준다?
뭐, 그거는 엄청 당연한 것처럼 그렇게 김장은 주더라?
그러면서 맨날, 어?
'야! 김치 언제 가져갈 겨!' 막 이러고 씅을 낸다?
치
이 동네 진짜 좀 이상한 거 같아
그래서 솔직히 나는 좀 좋았던 것도 같아
다른 데는 대놓고 미워하진 않아도
김치는 안 주거든
그거 진짜 엄청 다른 거거든
(찬숙) 야, 너도 광 좀 팔아
너는 항시 너무 너, 네 위주여
(재영) 아, 몰러
쯧, 흥도 안 나
아유, 나, 나 고만 칠래, 쯧
(귀련) 아유, 나도 말래 [재영의 한숨]
아유, 이게 패도 어디... [귀련이 입소리를 쩝 낸다]
(재영) 아유, 아무튼 고거 끝까지 진상이여
쯧, 아, 왜 사람 고스톱 칠 맛도 안 나게 해야?
(귀련) 아이, 그니께 진즉에 계를 끼워 주자 그랬잖아
뭐, 계 안 끼워 준다고 이사 가냐?
동백이가 남편도 없고 계원도 없고
뭔 낙으로 살아?
아, 사실 오래 버텼지, 뭐
아유, 나 같으면, 응? 1년도 못 버텼어
(재영) 쯧, 아휴
맨날 두부값, 떡값 500원씩 더 받으며 흘겨봐도
인사는 열심히 하던 애인디
그니께 애를 흘겨보기는 왜 괜히 흘겨봤어?
누가 제일 흘겨봤어?
에이, 씨 [동전을 탁 던진다]
[승희가 혀를 쯧 찬다] [재영의 못마땅한 신음]
아이, 결정타야 용식이지
동네 유일한 자기편이랑 치정으로 척졌는데
동백이 성격에 배겨 나?
[덕순의 한숨]
나 때문이여, 나 때문에, 잉?
고게 내 명치 끝에 걸릴 줄 모르고 꼴딱 삼켜 버렸지
왜 정은 홀딱 줘, 주길? 어유
[게를 탁 내려놓는다]
- (향미) 이거 주세요 - (직원) 네
(정숙) 도대체 왜 떠난다는 건데?
(향미) 뭐 때문이겠어요? 용식이지
그 성격에 회장님 보기 미안해서 도망가는 거 아니겠느냐고
(정숙) 그 여자가 왜?
애 머리채라도 잡았어?
지랄 염병을 떨었니?
아유, '얼씨구나'야 했겠어요? 애 딸린 미혼모를?
(향미) 거기다 사실상 고아 아니냐고
내가 말했잖아요
엄마가 없으면 일생이 만만이라고
돈도 없으면서 어딜 가?
그냥 애 아빠나 조지지
음, 그게 노다지지
얘
너 까불지 말라 그랬어 [긴장되는 음악]
아유, 무서워요
[못마땅한 숨소리]
다들 왜 이렇게 까부니?
짜증 나게
[미심쩍은 숨소리]
근데 엄마는 왕년에 뭐 하고 살다 오신 거예요?
너는?
(정숙) 너는 왜 커플 잠옷 사는데?
(향미) 나 코펜하겐 간다니까
사장이 너 안 데려간대?
언니요?
(향미) 오, 이제 그만 차게요?
아이, 그냥 습관이었다니까? [동백의 웃음]
(동백) 이것도...
(향미) 아, 이거 내 건데 왜 같이 싸요?
같이 가게
[아련한 음악]
(동백) 너는 이상한 데 갈 생각 하지 말고
나나 따라나서
네 맥줏값은 내가 평생 책임질 테니까, 어?
(향미) 맨 다 돈 먹고 튀고 가게 접고 튀고 할 때도
개밥에 도토리 될 내 생각 해 주는 사장은 한 놈도 없었거든요
근데 막상 같이 가자니까
책임진다니까 [향미의 쓴웃음]
그게 또 이상하데?
가도 되나 싶고
아휴, 아무튼 이 언니 사람 참 불편하게 한다니까요?
[향미가 혀를 쯧 찬다]
[향미의 한숨]
(동백) 그래서 짐을 싸려니까 박스가 좀 부족할 거 같아서
언니네 혹시 박스가...
[재영의 한숨]
(재영) 야!
너 어디 가?
(재영) 응
(동백) 어, 언니, 여기 뭐 많이 들었는데 이거...
(재영) 들긴 뭐가 들었다고 그랴?
그냥 아무 소리 말고 그냥 가져가
그거 홍화씨는 관절에 좋아
[아련한 음악]
(찬숙) 동백아
우리 집서도 저, 박스 가져가
(지현) 동백아!
박스는 배추 박스가 제일 커
[지현의 속상한 숨소리]
어이구, 빙충이
고맙긴 맨날 뭘 고마워?
(동백) [웃으며] 회장님
도망은 왜 가?
한번 뎀벼나 보지
[웃음]
[입소리를 쩝 낸다]
[한숨]
[동백의 옅은 웃음]
어디 가면, 뭐
솜털 같은 사람들이 나긋나긋 반갑게 대해 준다디?
사람 사는 데 다 고되고 따굽지
그런가?
나는 나만 또 따군 줄 알았지 [피식 웃는다]
도망가 버릇하면 끝이 없다
이기는 놈이 장땡 아니라 버티는 놈이 장땡이지
가지 말란 말을 그렇게 돌리고 돌려서 하시는 거구나, 그렇죠?
아이고, 속 터져, 쯧
아, 네 성격에 어디 가 새로 비빈다고 그러니?
거기는 나 같은 번영회장도 읎어!
다행이다, 그래도
저 옹산에서 6년 살았는데요
가지 말라고 잡아 주는 한 분이 계셔서
[웃으며] 너무 다행인 거 같아요
속이야 다들 깔끄러워
[아련한 음악]
동네북 동백이
또 이놈의 까멜리아 동백이 제일 만만한 동백이한테
늘 제일 예의 있게 대해 주셔서
(동백) 감사해요, 회장님
회장님 덕분에 저
6년 잘 있다 가요
아유! [코를 훌쩍인다]
더 이상 얘기도 하지 말아, 어유
참, 이상하게 항상 허기가 졌는데
회장님이 제 손 꼭 붙들고 다녀 주실 때는
하, 참...
[울먹이며] 참 이상하게 그때 처음
막 속이 차더라고요
'엄마가 있었으면 이랬겠구나', 그...
(덕순) 아이고! [덕순이 테이블을 탁 친다]
젊은 연놈들은 이래서 안 돼야, 잉?
옘병, 깜빡이도 안 켜고 정분이 나 버리니
나보곤 어쩌란 말이여?
(덕순) 남의 속창아리 다 뒤집어 놓고 자기만 토끼고 다여?
멩치가 걸려서 내 속만 뒈져 나지, 쯧
(동백) 하, 제가 막판에 너무 세게 뒤통수를 쳤죠, 회장님?
[떨리는 목소리로] 제가 노력해 볼게요, 회장님
눈에서 멀어지는 데 뭐, 장사 없다잖아요
제가 어려워도 잘해 볼게요
(동백) 마음도 멀어지게, 쯧
아마 그러면 용식 씨도 뭐...
[흥미진진한 음악] [멀리서 개가 짖는다]
(용식) 까불이를 잡아야 동백 씨를 잡는다 [한숨]
(용식) 까불이를 잡아야 동백 씨를 잡는다
(용식) 까불이를 잡아야 동백 씨를 붙들 수 있다
[변 소장의 한숨]
(변 소장) 영심이가 투서를 넣었어
화병으로 과민성 대장염이 왔디야
병원 영수증까지 첨부했어
[의미심장한 음악] (용식) 어?
[용식이 전자 펜을 탁 떨어뜨린다]
이게 왜...
[휴대전화 진동음]
[자영의 헛웃음]
노규태
까부네?
[한숨]
[휴대전화 진동음]
(사무장) 충대 MT 영상 확보해서 메일로 첨부했습니다
[문이 달칵 열린다]
(규태) 싸늘하다
압박의 시선이 날아와 꽂힌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침을 꼴깍 삼킨다]
비밀번호는 바꿨으니까
숨은 그림 안 보여요?
아...
뭐가 보여?
[못마땅한 숨소리]
(용식) 봐요
[의미심장한 음악] [마우스 클릭음]
(용식) 이짝으로 훑을 때는
이 창문이 열려 있죠?
근디 [마우스 클릭음]
이짝으로 훑을 때는 창문 닫혀 있죠?
(변 소장) 씁, 아니, 이게 왜...
아, 여기 가게 뺀 지 한참 된 자리인디?
누가 날
보고 있었던 거 같은디?
여기 그, 건물주 수배되죠?
누가 수배를 햐?
네가 햐
[웅장한 효과음]
[흥미진진한 음악] [발걸음이 울린다]
저 꼴통, 저거
소 뒷걸음질 치다 쥐 잡는 거 아니여?
[날렵한 효과음] [용식의 힘주는 숨소리]
야!
(변 소장) 너 사람 발로 때려잡는 거 아니여잉!
[달달 떨리는 효과음]
[날렵한 효과음]
[용식이 입바람을 후 분다]
[덜커덕거린다]
씁, 귀신이여, 뭐여?
누가 드나든 거 같진 않은데?
(용식) [손전등 스위치를 탁탁거리며] 응, 응, 응, 응, 응
그, 너한테, 그 청소 의뢰하던 그 번호 있잖여
그짝이 건물주겄지
잉, 어, 그니께, 그
그 옛날 폰을 쪼끔 찾아 가지고, 응
그, 나한테다가 그, 전화번호를 좀 어, 찍어 보내 달라고
어, 어
[용식의 의아한 숨소리]
(용식) 분명히 뭐가 있는디
[잘각 소리가 난다]
[의미심장한 음악]
[새가 지저귄다]
[동백의 고민하는 숨소리]
(동백) 아, 근데 외람되지만
그, 무담보에 무보증에 왜 돈을 꿔 주시는 거예요?
아니요, 그냥
그게 혹시
씁, 그, 이자로 막 간을 떼 달라고 그, 그러진 않죠?
아, 끊어요, 끊어
예, 예, 아, 아니요, 아니요
제가 그, 일단 다시 전화드릴게요
네, 감사합니다
(향미) 하, 벌써 꿔 줬어요?
감사하긴 뭘 맨날 감사해?
하, 아니, 무슨 이놈의 보증금은
뭐, 말만 나왔다 하면 몇천인데
아니, 그러면 사람들은 이 몇천이 진짜 있는 거야?
그, 나만 없는 거야? 어?
(향미) 하, 그냥 애 아빠한테 양육비를 당겨 받아요
연봉이 12억이라던데
그러니까 다 타고나는 거더라고
강종렬이 아들이니까 야구를 잘하지
[의미심장한 음악]
너 아무 말도 마, 어?
(향미) 언니, 저는요
언니네 취직하길 진짜 잘한 거 같아요
[문이 스르륵 여닫힌다]
(용식) 동백 씨! [용식의 웃음]
(동백) 어... [동백의 웃음]
아, 저기, 씁
그, 브런치로, 이 라면을 한번 먹어 볼까 싶어서요
- 아, 라면 - (용식) 예 [용식과 동백의 웃음]
(향미) 그냥 살림을 합쳐요
(용식) 살림요?
(동백) 너 또 맥주 뽑아 마셨어?
너 왜 이렇게 오늘 하루 종일 헛소릴 해, 어?
[문이 스르륵 열린다]
(제시카) 오빠!
나 제시카야
난 무조건 밀라노 갈 거니까
오빠 네가 할 수 있는 건 둘 중 하나라고
기분 좋게 보내 주든 위자료로 보내 주든 택일해
(종렬) 상미야
나 너희 엄마 아니야 [트렁크 문이 달칵 닫힌다]
뭐?
(종렬) 너 고등학교 때 장모님한테 그랬다며
코 안 해 주면 공부 안 한다고 [제시카의 헛웃음]
아, 참...
아, 나 그거 코골이 때문에 한 거거든?
겸사겸사
엄마한텐 '나 저거 안 사 주면 공부 안 해, 안 해'
그럼 사 주시겠지만
나한테 저거 안 해 주면 자꾸 이혼이야, 이혼이야 그러면
(종렬) 하, 아주 사람을 바닥까지 질리게 만들면 있잖아
하, 그럼 뭐?
어? 이혼이라고?
(제시카) 아, 해! 해, 해, 해, 해
어? 제발 좀 하자고
[아련한 음악] [한숨]
그래, 해
(종렬) 네가 엄마도 아내도 다 하기 싫다는데
나 혼자 왜 널 계속 붙들고 있어야겠니?
(용식) 어유
[용식의 탄성]
아, 제가 또 딱새우 무지하게 좋아하거든요
[용식과 동백의 웃음]
(용식) 씁, 하...
저기, 근데 저, 동백 씨
그, 씁
따로 이렇게 생각해 놓으신 지역이 있으신 거예요?
[동백의 옅은 웃음]
(동백) 제가 뭐, 고향도 모르는데 그런 게 어디 있겠어요?
그냥 다른 건 모르겠고
창문 하나 있는 데로 가고 싶어요
하, 창문이 없어서 그런가
(동백) 저 위에 계신 분도 자꾸 저를 못 보시나 봐요
(동백) 나도 좀 봐 주시지
아이, 씨, 무슨 까불이까지 붙이셔, 그렇죠?
그, 다 봐요
이, 몰빵으로다가 챙겨 주시려고 애끼시는 거죠
아닌 거 같아요
그냥
제 차례를 까먹으신 거 같아요
(용식) 동백 씨
이, 저분이요
이, 그렇게 막, 그렇게
일 처리를 막 그렇게 막 대강 하시는 분이 아니라고요, 예?
거, 지금쯤이면 저 위로다가 이제
데이터 쫙 다 올라갔고요
씁, 이제 이 동백 씨가 계 탈 차례인 거
탁 눈치채셨어요
[용식의 옅은 웃음]
봐 봐유, 이제, 잉? 좋은 일만 노다지지
오, 진짜 그럴까요?
아유, 참, 100%쥬, 잉?
긴말 필요 없이 동백 씨는요
이, 기냥 이, 행복해질 자격이 충분히 차고 넘치는 사람이어유
[용식의 웃음]
[웃으며] 왜 이렇게 믿음이 가지?
[동백과 용식의 웃음]
(동백) 그래요
(동백) 근데요, 나
벌써 그, 쪼끔 계 탄 것도 있어요
저, 그
누가 까 준 새우는
처음 먹어 보는데요?
(용식) 참...
그, 이 깐 새우는 계 탄 축에도 못 껴요
아니, 깐 새우 말고요
그...
용식 씨는
(동백) 어...
[옅은 웃음]
그 대출도 안 나오는 제 인생에
그, 보너스 같은 사람이셨어요
[용식의 웃음]
(용식) 아유, 참... [용식의 웃음]
아유, 이, 썸 타시더니
이빨이 좀 느셨어요
[용식과 동백의 웃음]
그러니까요, 용식 씨는
그, 살면서
그, 허튼 길로만 안 빠지시면 돼요
그 좋은 엄마에, 이 고운 심성에
급기야 공무원이시잖아요
그러니까 보너스 같은 이번 생을
그, 말 잘 들으면서
즐기시라고요
[애잔한 음악]
[한숨]
[물이 솨 흘러나온다]
[물이 뚝 끊긴다]
[한숨]
딱새우면 빼박이지, 딱새우면
아니, 이 3,500원짜리 라면에다가
딱새우를 이만치나 때려 넣고서는
세...
센 척을 왜 해요, 센 척을?
이거 그냥 재고 처리예요
(용식) 아이, 딱새우가, 예? 이 지경이 되면
네 마음 내 마음 빼박이지
나는요
이, 동백 씨가 마라도를 간다고 해도
맨날 두루치기 사 먹으러 갈 거니께요
아, 좀, 그, 좀
그, 쓸데없는 헛소리 좀 찍찍 허지 마요
아, 용식 씨나 센 척하지 마요
요기 또 어느 동백이가 이사 올 줄 알고 그런대? 참
아, 참...
나는요, 예?
임수정이가 이 자리에 와서 만둣집을 차린다고 해도요
안 넘어가요
[옅은 웃음]
임수정을 확실히 좋아하시네
(동백) 응, 만두만큼 좋아하네
(용식) 동백 씨를 더 좋아합니다
(동백) 됐어요
(용식) 아주 그냥 환장해요, 그냥 동백 씨한테
(동백) 아니, 임수정 씨한테 딱새우나 까 주세요
[종렬의 옅은 한숨]
넌 꼭 그렇게 징글징글하단 얼굴을 해야겠냐?
또 뭐? 왜, 왜?
전복, 이거
나도 이것만 아니면 지금 여기 올 기분도 아니거든?
아니, 뭐 이렇게 대단한 전복이라고
- (동백) 그렇게 못 줘 안달이냐, 너는? - 지금 보게?
(동백) 그럼, 냉장고에 넣어야 안 상하지
(종렬) 아, 야, 스티로폼인데 그게 바로 상하겠냐?
걔도 자기 기능은 하겠지!
[한숨]
[아련한 음악]
(종렬) 아, 아무튼 그거 비싼 거니까 어디 팔아먹지 말고
너희 둘만 먹으라고
나 간다
(동백) 저거 되게 비싼 전복이네?
어, 완도 전복이니까
(동백) 그래, 완도 전복
그래, 완도
(동백) 응, 완도, 그렇지
3천만 원짜리 완도 전복
[한숨]
그냥 좀 받자
어?
(종렬) 야, 내 입장은 생각 안 해 주냐?
내 새끼가 암만 잘 산다고 해도 눈에 밟혀 죽겠는 건데
저렇게 딱하게 사는 꼴 보고 있으면 아주 환장하는 거라고
네 자존심만 고귀하고 아비 입장은 개똥이냐?
그냥 모른 척 어디 받아 주면 어디 덧나냐?
[한숨 쉬며] 어, 받을게
뭐?
[아련한 음악] 내가 너랑 살면서 밥해 주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씁, 그거 돈으로 다 따지면
나 이 돈 받아도 돼, 그렇지?
[떨리는 숨소리]
(동백) 그래, 너는 돈도 많고
서울에 40평인지 50평인지 아파트도 있고
하, 그래, 내가 사실혼이었다면 사실혼이었으니까
응
쯧, 그리고 막
애 하나 키우는 데 몇억씩 든다고 하고
근데...
[동백의 한숨]
[동백의 한숨]
하, 야
[흐느낀다]
하, 씨...
(동백) 진짜...
아, 왜 우냐, 또?
[동백이 흐느낀다]
하, 왜 이렇게...
아, 쪽팔리게, 진짜
드라마에서처럼 나도
네 얼굴에 돈 봉투 싸다구로 날리고 싶은데
애 엄마가 싸다구가 뭐냐? 싸다구가, 쯧
나 이 돈 필요 없다고 너한테 센 척하고 싶은데, 근데...
하, 씨, 자존심이 어디 있어? 엄마가
하, 애를 키워야 되는데...
[흐느낀다]
야, 왜 우냐? 그...
너 그거 몰라? 그...
'외로워도 슬퍼도', 어?
씨...
망할 년, 씨
[훌쩍이며] 캔디 걔 진짜 웃기는 년 아니냐?
야, 외롭고 슬픈데 왜 안 울어, 어?
걔 사이코패스 아니야?
(향미) 뭐, 맨날 생일이야? 맨날 꽃 사다 주게
아유 [웃음]
아유, 야, 치
(용식) 아유, 이거, 아, 이거, 뭐, 이거
이깟 풀때기야, 뭐 아무 때나 사 주면 되는 거죠, 뭐
뭐, 뭔 나, 날이어야만 사 줘요?
[용식의 웃음] 아, 지금 아저씨가 꽃 사 들고 들어갈 타이밍 아니고
(용식) 예?
쟤들도 회포 좀 풀게 두시라고요
(향미) 받을 건 받고, 풀 건 풀고 해야지
쟤들요?
[차분한 음악]
[종렬의 한숨]
(동백) 갚을 거야
일수든 분기별이든
이자 쳐서 갚을게
너, 씨...
(종렬) 씨, 너 진짜, 씨...
(종렬) 낮에는 이혼을 참지 못했고
밤에는 마음을 참지 못했다
그러니까 계좌 번호 적어 놓고 가
(종렬) 넌 진짜 왜 이렇게 사람을 다 때려치우고 싶게 만드냐?
(종렬) 인생이 자꾸 또
우발적으로 흐른다
나도 내가 누리는 거
야구니 광고니 강종렬 타이틀 어쩌고저쩌고
그딴 거 다 버리고 오면
그러면
간보지 마, 안 받아 줘
받아 줘
받아 줘라
[종렬의 떨리는 숨소리]
[출입문이 스르륵 여닫힌다] [한숨]
[발이 차르륵 걷힌다]
[종렬의 한숨]
[애잔한 음악]
동백 씨
와요
와요
(종렬) 야, 네가 뭔데?
- 네가 뭔데 자꾸, 씨... - 오라고
(종렬) 아이, 뭘 가?
내가 다 버리고 온다니까?
(종렬) 너 필구 생각해
진짜 중요한 게 뭔지 몰라?
동백 씨
(용식) 동백 씨 원하는 대로 해요
동백 씨 인생
이렇게 누구한테 손목 잡혀 끌려가는 분 아니잖아요
항상 독고다이 시라소니셨지
그니께
뭐든지요
동백 씨가 원하는 대로 해요
그게 제가 좋아하고
애끼고
존경하는 동백 씨니까요
(종렬) 내가
최대한 빨리 정리할게, 나한테
시간을 좀만 주면...
(동백) 이거
어?
놔
[흥미진진한 음악] 죽는다, 진짜
(용식) 누가 이 시라소니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종렬의 한숨]
(향미) 전화번호 좀 달라는데 뭘 그렇게 빡빡하게 굴어요?
[종렬의 한숨]
그냥 사진 몇 장 좀 보내십시다
(종렬) 저기요, 그냥
내가 지금 누구랑 말 섞을 기분 아니니까...
(향미) 사람이 어떻게 자기 기분대로만 사셔?
[종렬의 한숨]
[의미심장한 음악]
(향미) 표정이 완전 드라마라
누가 보면 치정인 줄 알겠더라고요
그냥 주문하는 거 같은데요?
강 선수님은 두루치기를 이런 얼굴로 시키시는구나
아니면
3천만 원짜리 전복이라 속이 쓰려 그런가?
뭐 하자고?
뭘 하겠어요? 뻔하지
다스패치에 보내요, 그러면
싹 다 보내시라고
(종렬) 네 리그에선 네가 나름 산전수전 공중전이겠지만
알다시피 나도 뭐, 이제 실검 1위 정도는 무섭지도 않고
멘탈이 좋으시네요
사람 봐 가면서 약을 파셔야지
어느 순진한 아재들한텐 이딴 게 먹혔을지 몰라도
나한텐 에이전시가 있고 법무 팀이 있고
수십억 광고주가 있어요
[코웃음 치며] 뭐가 많으시네요
(종렬) 그러니까
사진 보내시라고
깡 좋게 한번 해 보시라고
(향미) 근데 뭐가 많으셔서
잃을 게 되게 많으시겠어요?
강 스타님이 좋아하는 법이 빠른가
내 주둥이가 빠른가
한번 봐요, 우리
까불지 마요, 진짜
불나방이 최후야 뻔한 거 아니겠냐고
[멀어지는 발걸음]
[격정적인 음악] (자영) 스물일곱 시간 만에 불나방을 찾아냈다
100ml 아이 크림의 주인
내 남편과 양평을 가고 모텔을 간 여자
동백이인 줄 알았을 때도 혀를 깨물고 싶었는데
난 그저
전의를 상실했다
다만
어떤 충동을 느낄 뿐
[어두운 음악]
[새근거린다]
[분한 숨소리]
(자영) 이대로 모든 걸 끝내면
아트 월은 지워질까?
[코를 드르렁 곤다]
[퍽 소리가 난다] 리모델링하고 들어온 건데
[새근거린다]
[익살스러운 음악] [캑캑거린다]
(규태) [쿨럭거리며] 너...
(규태) 뭐야, 당신
뭐?
[규태의 힘겨운 신음]
당신
너, 이...
(자영) 미안
손이 미끄러져서
까딱하면 죽여 버릴 뻔했네?
[연신 쿨럭거린다]
[규태의 힘겨운 신음]
[정숙이 중얼거린다]
[정숙의 다급한 숨소리]
(동백) 엄마, 뭐 찾아?
(정숙) [서랍을 연신 여닫으며] 아, 이걸 어디다 둔 거야?
엄마, 혹시, 그 남의 집 일 하면서 막 뭐...
훔, 훔치고 뭐, 그러지는 않았지?
[정숙의 한숨]
이런 걸 애 방에 두기도 하나?
(정숙) 저기, 먼저들 가요 나 오늘 들를 데 있으니까
(동백) 또 어딜 간다 그래? 응?
정신이 지금 아직 있는 거야? [문이 달칵 닫힌다]
야
너 밥을 반도 안 먹고 어딜 일어나?
빨리 앉아서 한 숟갈 더 해, 얼른
내가 애야?
내 마음대로 내 밥도 못 남겨?
왜...
(용식) 동백 씨!
의 아들, 오, 필구야
[흥미로운 음악] 강필구
아, 필구, 아
[용식의 웃음]
아, 우리 필구, 응?
♪ 꽃을 든 필구 ♪
[용식의 웃음]
오늘 등교 축하해, 필구, 응?
[용식의 멋쩍은 신음]
[한숨]
(필구) 내 책가방 엄마가 들어
(동백) 어
[용식의 당황한 신음]
(필구) 근데 이 아저씬 왜 같이 가?
왜 남의 집 앞에 서 있어?
(용식) 아, 그, 기왕 가는 출근길에
사람 하나 더 끼워 준다고 생각을 하면...
(필구) 난 끼워 주기 싫어
(용식) 잉?
아, 어, 어
야, 우리 필구는 참
단도직입적인 어린이구나, 어, 어
야, 크게 되겠네, 크게 되겠어
[용식의 멋쩍은 웃음] (동백) 필구야
엄마하고 경찰 아저씨하고 친구 하면 좋잖아
그리고
우리 편도 막 더 많아지고
어, 이 아저씨는 공권력이고 그래, 막
- 그려 - 난 반대
(필구) 왜?
왜 하필 이 아저씨랑?
너...
잘 생각해 봐
(동백) 그, 너 가위바위보 짜서
친구 편 먹기 할 때 그때 누구 제일 먼저 뽑아?
- 준기 - (동백) 왜?
준기는 말은 못 알아들어도 힘은 세
(동백) 엄마 마음 알겠지, 그렇지?
[갈매기 울음 효과음]
[못마땅한 숨소리]
아, 몰라, 난 반대야
(필구) 나 이제 아홉 살 되면 거의 10대야
10대는 제일 무서워
경찰보다 세
그러면 내가 엄마 편 더 들어 주면 돼
씨, 그러니까 이 아저씨 빼
(용식) 그, 필구를 참 똑똑하게 잘 키우셨어요
[웃으며] 뭐, 야무지기가 뭐...
(동백) 내 아들이지만 [한숨]
필구의 사춘기가 무섭다
[동백의 한숨] [용식의 다급한 신음]
[자동차 경적] [동백의 아파하는 신음]
[동백의 아파하는 신음]
차에 치여 죽어요, 치여 죽어, 잉?
눈을 똑바로 뜨고 사셔야죠!
하, 그렇다고
사람 머리끄덩이를 그렇게 우악스럽게...
[동백의 아파하는 신음]
(용식) 아, 아유, 죄송해요
아, 그니께, 아이, 근데, 뭐
제가 그, 손을 잡을 순 없으니께요
왜요?
[잔잔한 음악] (용식) 저는 결단코
동백 씨의 손을 잡지 아니할 것이고요
그, 고 부분은 이제 저의 본능과 이성의
그 어떤 극적 타결을 이룬 부분이걸랑요?
(동백) 아...
(용식) 제가 그, 지식인에도 물어보기도 했고요
그, 독자적으로 조금 분석을 해 본 결과
씁, 그 썸이라는 것이
그 일종의 인턴 기간 같은 거더라고요?
그 비정규직적인 그 어떤...
아, 저, 하여튼 간에
이 썸 타는 놈이, 이
손부터 잡겠다고 자꾸 삐죽삐죽거리면
고것도 좀 이제 양아치스럽기도 하고요
[멋쩍게 웃으며] 거기다 또 이 내심적인 이유를 쪼끔 곁들이자면
내가 내 여자를 귀하게 모셔야
이게 남들도, 이 함부로 못 하는 거잖아요, 맞죠?
(동백) 누가 내 여자야? 참...
(용식) 저는 이제 그걸 모토로다가요
이, 저는 이, 군내에, 어
오만 그, 남녀노소 죄 알고도 남을 정도로
동백 씨를 귀하게
아, 아주 기냥 귀하게 모시려고요
[동백의 웃음]
이, 그래서 '손은커녕 발고락도 닿지를 말자'
이렇게 작심을 했어요
[함께 웃는다]
(동백) 무슨 발고락 닿을 일이 있을까요? [동백의 웃음]
참... [웃음]
웃긴다, 진짜
(용식) 씁, 아, 그
동백 씨, 이, 동백 씨 손을요
그, 이, 손이 아니라
어떤...
닭발이나 그, 우족이다 이렇게 생각을 하면
그렇게 영 죽을 똥 쌀 일은 또 아니더라고요
[용식의 웃음] [동백의 헛웃음]
(동백) 아니, 왜 사람 손을 닭발이나 뭐, 우족, 이렇게 봐요?
아, 진짜 이상한 사람이네
[용식의 당황한 신음]
(용식) 아니, 동백 씨, 그, 이게
그, 그, 그렇다는 게 아니고요
말이 그렇다는 거예요, 말이
[용식의 웃음]
"라이거스"
[의미심장한 음악]
(향미) 강 스타님이 좋아하는 법이 빠른가
내 주둥이가 빠른가
한번 봐요, 우리
(선수1) 야, 그 지라시 K가 누구라냐?
(선수2) 뭐, 레이더스 김민기라던데 모르지
(선수1) 김민기?
아, 이럴 줄 알았다, 아유 [선수2의 안타까운 신음]
[한숨]
아휴, 엄마는 진짜 어딜 다녀온다는 거야, 씨, 쯧
[헛웃음 치며] 내가 누굴 의지하고 있어?
[잠금장치를 철커덕거린다] 아휴, 이걸...
[동백의 아파하는 신음] (동백) 아휴, 아, 아파
아, 왜 때려!
[문을 철커덕 열며] 뭐, 도둑이라도 들었을까 봐?
(동백) 엄마, 왜 가만있는 사람 때리고 그래!
어깨 좀 쫙 펴!
(정숙) 뭐 죄지었어?
왜 괜히 쭈삣거리고 살아?
[정숙이 잠금장치를 철커덕거린다]
(동백) 엄마, 막 사람 치고 살지는 않았지? 그렇지?
주먹 쓴 거 아니야?
좀 쫄지 마라
(정숙) 쫄지 마
쪼니까 만만하지
[문이 스르륵 열린다] [한숨]
어딜 이렇게 자꾸 다니는 거야, 진짜?
[스위치가 탁 켜진다] [전화벨이 울린다]
(동백) 네, 까멜리아입니다
허, 왜 전화질인데? 어?
(변 소장) 핵교는 뭔 체육 창고가 탔다고?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용식) 예
어?
[의미심장한 음악]
고새 또 누가 밥을 채워 놨네?
(변 소장) 요새 캣 맘 많아
(용식) 아니, 이 골목엔 아무도 안 산다면서요
누가 밥을 주지?
(동백) 나는 뭐, 손이 없냐?
안 하던 짓을 하고 그래
(종렬) 가게 뺀다며?
그래서 어디로 가게?
남이사 어딜 가든 말든
[종렬의 한숨]
[종렬이 혀를 쯧 찬다]
(종렬) 나도 너한테 이런 말 하기 진짜 힘든데
솔직히 좀 한번 물어보자
야, 내 아들이 왜 그렇게 커야 되냐?
왜 48만 원 걱정하고
왜 술집에서 숙제하면서 커야 돼?
(용식) [손전등을 탁 켜며] 왜 해필 또 필구 학교에서 불이 나?
[용식이 코를 킁킁거린다]
시너 냄새 나요?
그, 승엽인 났다는디
(변 소장) 나 비염이여
(용식) 에? 나도 비염인디?
- (변 소장) 에이, 씨 - (용식) 에이, 참...
(변 소장) 우린 안 된다니께! 쯧
[변 소장의 못마땅한 신음]
(용식) 아유, 참, 진짜, 쯧
아니, 저, 그... [용식의 힘주는 신음]
그 시너도 시너인디
여기서 이게 나왔다니께요
[의미심장한 음악]
아, 이거를
내가 어디서 보긴 봤는디
씁, 혹시요
이게 방화다 치면...
방화?
(변 소장) 씁, 방화라면 셋 중 하나야
경제적 이득을 노린 방화
범행 은폐를 위한 방화
씁, 그리고 그...
(용식) 그 뭐유?
(변 소장) 원한
복수 때문에 저지르는 방화
[변 소장이 혀를 쯧 찬다]
아이, 깜짝이야
(변 소장) 너 또 눈깔 그, 또 그렇게 뜰 거 없어!
여긴 다 해당 사항 없으니께
(용식) 아니요, 하나 더 있죠
반사회적 성격 장애 방화
그, 사이코패스 3대 특징이요
방화, 그리고 그, 동물 학대
그리고 야뇨증, 그거랬어요
(변 소장) 야, 용식아
(용식) 예?
(변 소장) 현장이 꼭
드라마 'CSI' 같지만은 않아
그렇게 딱딱 들어맞지도 않고
착한 놈이 꼭 이기지만도 않더라
현실의 괴물은 더 개연성이 없다고
아무 이유가 없이 벌어지는 그 끔찍한 일들을
네 심성엔 못 버텨 내야
고만햐
[용식을 툭툭 친다]
고만 파
"보스턴 유학"
(종렬)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사람 쌨어
필구 야구할 학교도 알아봐 놨고
서포트도 전부 다 내가 할 거고
[동백의 한숨]
(동백) 그래, 맞는다
아무리 급해도 쥐약은 먹는 게 아닌데
뭐?
돈 3천만 원 주고 나니까 내 인생, 필구 인생이 다 네 거 같아?
[종렬의 한숨]
[동백의 어이없는 한숨]
(종렬) 동백아
하, 세상에 비밀 없는 거 알지?
나 같은 놈한텐 더 그래
나 마카오에서 도박 딱 한 번 했는데 [동백의 한숨]
전 국민이 나보고 '마카오 강'이래
나 아이돌 밖에서 딱 두 번 만났는데 아이돌 킬러 됐어
필구 내 자식인 거 밝혀지면
필구는 평생 '강종렬 혼외자' 딱지 붙어 가는 거라고
네 자존심만 생각 말고 제발 애 생각도 좀 하자고
그래야 뭐, 나도 생각을 하고 수습을 하고...
아, 수습하지 마
필구 네 혼외자 아니야 그냥 내 자식이야
그렇게 잘났는데 왜 이런 상황을 만들어, 왜?
아이, 그러니까 애초에 그때 집은 왜 나가냐고, 왜?
참...
야, 안 나갔으면, 뭐 우리가 백년해로라도 했을까 봐?
너만 그때 집 안 나갔으면 내가 천만종렬도 안 됐고
강종렬이 자식이 그렇게 찌질하게 크지도 않았고
(종렬) 이런 환장할 상황 자체가 생기지 않았다고!
[아련한 음악]
와, 너는
나랑 헤어진 날을 그냥
그, 네 한일전 전날로만 생각을 하는구나?
너 그때 집 나가고 내가 얼마나 벙쪘으면
2루에서 3루 못 뛰고 멍을
멍을, 멍을 하루 종일 그렇게 멍을 때렸겠냐고, 씨
허, 내가 내 발로 나간 거 같아?
너는 나한테 매일매일 헤어지자고 말하고 있었잖아
[동백의 환호성] (TV 속 해설 위원) 강종렬 선수의 9회 말 초구 끝내기!
(동백) 그때 너한텐 너무 너밖에 없었고
나한테도 너무 너밖에 없었던 거 같아 [동백의 감격에 찬 신음]
종렬아! [웃음]
[환호성] (동백) 네가 홈런 타자가 됐을 때도
나는 네 자취방에 있었고
[TV 소리가 흘러나온다]
(동백) 네가 세탁기 CF를 찍을 때도
네가 '해투'에 나갔을 때도
나는 네 자취방에 있었어
너는 계속 앞으로 나가는데
나는 계속 거기 있었어
(TV 속 종렬) 원래 야구팬이셔서...
(동백) 그러다 네가 기어코 실검 1위를 한 날도
나는 그냥 네 집에 있었어
(종렬) 아이, 진짜로, 진짜로
[TV 소리가 흘러나온다] 쟤가 혼자서 나 좋다고 난리 치는 거라니까?
어? 쟤 완전 또라이야, 또라이
(동백) 또라이하고 한강은 왜 갔어?
(종렬) 야, 간 게 아니라 내가...
(동백) 그때는 아니라는 네 말을 믿고 싶었는데
(종렬) 아, 몰라, 잠깐 들른 거야 만난 거지, 뭐...
(동백) 맞대도, 뭐
지금 생각해 보면 그냥 '그럴 나이였다' 하고 말아
(동백) 운동만 하던 촌놈이 겨우 스물넷에 세상을 다 가졌는데
안 들뜨면 뭣도 없는 놈이지
그래 버리고 말았는데
근데 그날은 그러려니가 안 되더라고
(종렬) 너 이거 뭐야?
이걸 왜 사 놓고 숨겨 놨는데?
[어색하게 웃으며] 아니래
[동백이 그릇들을 달그락거린다]
아니면 해 봐
[어두운 음악]
[떨리는 숨소리]
(동백) 봐, 아니잖아
[안도하는 한숨]
너 식겁했어?
어?
(동백) 뭐 그렇게 십년감수한 얼굴을 해?
아니, 그게 아니라
내가 지금 한창 운동할 나이고, 또
뭐든 준비가 됐을 때...
준비는 영원히 안 돼
어?
[동백의 한숨]
(동백) 안정환은 스물여섯에 결혼했고
추신수는 스물둘에 애부터 낳았대
근데 다 너보다 잘되잖아
아이, 지금 상황이 그게 아니잖아
그렇지
맞아
상황이 아니라 내가 문제인가 봐
그냥 너한테
그냥 내가 아닌가 봐
(동백) 처음부터 꼭 낳으려고 집을 나온 건 아니었어
[애잔한 음악]
(동백) 그냥 나왔어
스물일곱 강종렬은 분명히 못 할 말을 했을 거고
그럼 배 속 아기가
꼭 다 들을 거 같더라고
[도어 록 작동음]
괜히 그건 안 될 거 같더라고
(동백) 병원에 가긴 갔는데 [한숨]
애가 너무 작은 거야
곰돌이 젤리 같네
(동백) 너무 작으니까
그냥 너무 작으니까
(간호사1) 이쪽으로 좀...
수술 후에 추가하는 영양 주사는 안 하실 거죠?
어, 저, 마취 깨시면 바로 나가실 거죠?
저기, 산모님?
[한숨]
산모님
(간호사2) [간호사1을 툭 치며] 산모 아니고...
[간호사1의 한숨]
[키보드를 탁탁 두드리며] 그럼 그냥 영양 주사 추가는 안 하시는 걸로 하고요
(동백) 왜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간호사1) 네?
(동백) 너무 작으니까
하, 여기 무슨 햄버거집 같잖아요
(동백) 당연히 세트 메뉴 못 사 먹을 사람한테
햄버거나 그냥 하나 틱 사 먹고 가라는 것처럼
이거 너무
간단하잖아요
(간호사2) 저기요
[한숨]
(동백) 너무 작아서
나 간호사 언니 너무 싸가지 없어서
나 이 병원 싫어요
(동백) 내가 꼭 지켜 줘야 될 거 같더라고
다신 안 올래요
(동백) 이 조그만 애한텐 나밖에 없으니까
(점원) 그, 주문은 어떻게...
저 여기서 제일 비싼 거 두 개 주세요, 두 개요
(점원) 네?
(동백) 내가 그냥 두 배로 지켜 주기로 한 거야
[한숨]
(동백) 네 자식은 네 딸 하나고
나는 그냥 내 자식을 낳은 거야
너랑 아무 상관 없이
[울먹이며] 봤는데
봤는데 어떻게 상관이 없어?
필구 그 자식 눈에 밟혀 가지고
나도 아주 환장하겠는데 나보고 어쩌라고
눈에 밟히지 마
(동백) 침 흘리지 마
감히 넘보지도 마
그깟 3천 내가 바로 토해 줄 테니까
이제 와서 너 꼴값 떨지 마
[종렬의 한숨]
[종렬이 울먹인다]
(종렬) 아, 동백이 짱짱하네 [코를 훌쩍인다]
뭐가 널 그렇게 변하게 만드냐?
그 경찰 때문에?
나는 막 사는 게 퍼석하니까
감정도 다 말라비틀어지던데
야, 넌 그렇게 데어 보고도 사랑이니 나발이니 그딴 게 꿈꿔져?
그 경찰이랑은, 뭐
끝까지 알콩달콩 그래질 거 같아?
왜, 나는 그러면 안 돼?
괜히 애까지 헷갈리게 하지 말라고
왜 나는 알콩달콩 보통으로는 못 살 거라고 생각해?
뭐?
네가 버린 여자는 원래가 박복해서
그냥 엎치나 메치나 행복할 순 없으니까?
내 팔자가 그러니까?
일단 내 말 좀 들으라고 지금 상황이 그게, 씨
[한숨]
그래, 너한테는 내가 그냥 팔자 센 여자겠지만
용식 씨는 그랬어
나는
행복해질 자격이 차고 넘치는 사람이라고
[동백이 벌떡 일어난다]
(종렬) 동백이에게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
예전
동백이 옆에 있을 때 나처럼
[풀벌레 울음]
(종렬) 그럼 애는?
애한테 뭐가 좋을진 생각 안 해?
애 생각해서라도 일단 좀...
또 필구하고 도망을 가라고? 그때처럼?
(종렬) 지금 돌아가는 상황이 장난이 아니라고!
너든 필구든 다칠까 봐 아주 사람 미쳐 버리겠는데
야, 도망이든 뭐든 좀 가 주면 안 되겠냐?
너 이런 애 아니잖아
(동백) 나는 남이 불편할까 봐 나를 낮췄고 [차분한 음악]
붙어 보기도 전에 도망치는 게 편했다
(덕순) 도망은 왜 가?
한번 뎀벼나 보지
(정숙) 좀 쫄지 마라
쫄지 마
쪼니까 만만하지
(용식) 동백 씨 인생
이렇게 누구한테 손목 잡혀 끌려가는 분 아니잖아요
(동백) 근데 이제 그냥
하찮아지느니 불편한 사람이 돼 보기로 했다
종렬아
내가 참 너한테 고마워지려 그러네
(동백) 이 끝내주는 타이밍에 다시 나타나 줘서
[한숨]
매번 네가 나를 정신이 번쩍 들게 해 주는 거 같아
뭐?
나는 네 덕에 소나기 피하는 법을 알게 됐고
그래서 용식 씨 같은 진짜를 알아봤어
근데 뭐, 이제 와서 뭐, 다시 도망가라고?
[동백의 헛웃음]
(동백) 이 거지 같은 도돌이표 상황을 또 당해 보니까 딱 감이 와
도망치는 사람한텐 비상구는 없어
나 다신 도망 안 가
그러니까 너희들 다
하, 진짜 까불지 마라
[남자1의 술 취한 신음]
(남자1) [술 취한 말투로] 아휴, 진짜
한 잔만 더 하자고, 응? [동백의 겁먹은 신음]
(동백) 아이, 씨!
아저씨!
정신을 챙기고 사셔야 합니다!
(동백) 아직은 싸울 때도 존댓말이 나오지만
(동백) 제가 만만해요? 예?
사람을 봐 가면서 까부셔야 하는 게 좋겠어요!
(남자1) 시정하겠습니다
(동백) 그래도 붙어는 본다
씁, 이거는 동백 씨가 채워 넣는 건가?
[용식의 의아한 숨소리]
(용식) 원래 고양이 밥이 다 세모난 거여?
(동백) 용식 씨!
아이고, 아유, 동백 씨!
아, 왜 또 이 오밤중에 혼자 뛰어댕겨요, 예?
저, 이, 술 취한 놈들이 천지삐까리인디, 그냥 또, 잉?
괜히 쪼셔 가지고 나 또 걱정시키려고 기냥, 또
(동백) [가쁜 숨을 내쉬며] 아이고
용식 씨!
왜 나한테만 이럴까? 어?
왜 자꾸 나만 나한테만 왜 이러는 거야?
제가 진짜 계속 계속 생각을 해 봤는데요
저 이제 알겠어요
뭐, 뭐를요?
그냥 내가 만만했던 거예요, 그동안
예?
왜, '동물의 왕국'을 보면요
(동백) 맨날 걔들이 죽잖아요
다친 애, 새끼
그리고 쫄보요
쪼, 쫄보요, 예, 쫄보요, 예
사자가 '한 마리만 걸려라' 그러고 막 몰래몰래 다가가잖아요
(동백) 그때 가젤 떼가 그거를
눈치를 채고 일순간 공기가 탁 멈추잖아요
그때 제일 쫄보
제일 먼저 탁 튀는 놈!
사자는 본능적으로 걔를 쫓아가서 족친다고요
족친다고요?
(용식) 동백 씨가 자꾸
내가 만만했던 거예요
그래서 까불지 말라는 거겠죠? 어?
(동백) 엄마가 만만하니까
별게 다 내 새끼한테 숟가락을 얹는 거겠죠? 어? [부드러운 음악]
내가 도망을 왜 가, 어? 내가 왜?
(동백) 이, 씨
(용식) 동백 씨가 자꾸 각성을 하고
"환영합니다"
웰컴이다, 웰컴
[동백이 손을 탁탁 턴다]
(동백) 다 덤비라고 하죠, 뭐!
(용식) 나는 그런 이 여자가
[웃음] 미치게
[옅은 웃음] 진짜 미치게
(용식) 아유, 진짜!
아유! 진짜
진짜 이뻐 죽겠네, 기냥!
아, 왜 이렇게
왜 이렇게, 왜 이렇게 이쁜 건데요! 기냥, 이, 어유 [동백의 웃음]
이렇게, 어유, 왜 이렇게...
어유!
[심장 박동 효과음]
[동백의 놀란 신음] 아...
[동백의 당황한 신음]
(동백) 이건 다 네 탓이에요
뭐가요?
(동백) 아니, 막...
나를 자꾸 꼬시고
용식 씨가 막 자꾸 나한테 이쁘다고 하고 막
(동백) 이빨을 막 까시니까 내가 이렇게 자꾸...
어떡해
어...
몰라요, 뭐, 고소를 하시든지요
[동백의 의아한 신음]
네가 먼저 했다
[문이 스르륵 열린다] [긴장되는 음악]
[남자2가 라이터를 칙칙 켠다] [남자2의 못마땅한 한숨]
(남자2) 진짜 짜증 나네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발이 스르륵 부딪는다]
오셨어요?
저 문 다시 열었어요
이제 진짜 안 닫아요, 어서 들어오세요
[부드러운 음악]
(용식) 라이터요?
(변 소장) 그, 까불이가 사람들 죽이기 전에
불이 네 번이 났었다고 [변 소장과 용식의 놀라는 신음]
(동백) 막살 거야, 그냥 막 누가 뭐래도 막
(여자1) 어디 LA 현지처도 아니고
(여자2) 옹산, 옹산 [제시카가 쿨럭거린다]
(제시카) 옹산이 뭔데?
(종렬) 너 얼굴 이거 왜 이래, 이거?
(대성) 강필구 아니고 황필구 될 수도 있대
(필구) 야, 삼겹살
(필구) [흐느끼며] 아저씨도 다 싫어요
왜 자꾸 말 걸어요, 왜!
(종렬) 강필구
(동백) 너 자꾸 애 만나고 다니지 마
(종렬) 왜 옹산이었는데?
나 기다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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